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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소확행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소확행

    대학생 시절 캐나다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갔었다. 그때만 해도 패기가 넘쳐흘렀던지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비행기 편도 티켓과 200만원을 달랑 들고 갔다. 돈은 2개월 만에 바닥났다. 생존을 위해선 달러를 벌어야 했다. ‘쓰리잡’을 뛰었다. 오전 9시~오후 2시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한국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1주일에 두세 번은 근처 대학 학보사에서 편집을 도왔다. 문화 체험을 하러 간 학생이라기보다는 생계형 외국인 노동자에 가까운 나날이었다. 몇 달이 지났고, 좀처럼 몸에 붙지 않던 육체노동도 제법 익숙해졌다. 서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어느 날의 출근길, ‘정말 행복하다’고 문득 생각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최저임금이나마 따박따박 돈을 벌었고 내 한 몸 누일 방도 있었다. 오롯이 내 힘으로 내가 꿈꾸던 외국 생활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그때의 강렬한 행복감은 신기하게도 오래오래 잊히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8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2030 비트코인 우울증’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아쉽게 묻힌 ‘B컷’ 국제 기사를 소재로 삼는 이 칼럼의 본래 취지와 살짝 어긋나지만 용서해 주시길). 기사는 가상화폐로 쉽게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2030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남긴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 봤자 ‘헬조선’ 탈출하기 어려우니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것 아니겠냐”는 댓글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맞다.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인생이 팍팍하다.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해도 더디 오르는 월급으론 쑥쑥 치솟는 물가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베이비 부머가 동네 뒷산마냥 가뿐히 정복하던 결혼·출산·내집마련은 밀레니얼 세대에겐 멀고 아득한 에베레스트산 같은 것이 됐다. 이런 판국에 인생을 한 방에 바꿀지도 모르는 가상화폐에 빠져드는 마음은 이해한다. 겁이 나서 이제껏 주식도 못 사본 나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런데 가상화폐에 뛰어들어 돈을 번다고 해서 그게 행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100만원을 벌면 1000만원을 번 사람을 따라잡지 못해 안달할 거다. 24시간 돌아가는 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에 시달릴 거다. 가상화폐의 등락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거기에 내 삶을 걸면 내 인생마저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돼 버린다. 어느 날 아침 캐나다의 길거리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에 비추어 보면 행복의 조건은 꽤나 단순하다. 내 인생의 주체로 완벽히 기능하는 것이다. 행복의 정도로 따지면 좋아하는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는 내가 가상화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보다 훨씬 윗길일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온전히 리드하고 있다는 성취감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행복은 없으니까. 한 번 맛들이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haru@seoul.co.kr
  •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윤흥길·박민규·은희경·하성란·조남주…중견·여성·스타작가 신작 잇따라 선보여줄리언 반스 등 외국작가도 새 작품 출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학계에는 풍성한 한 상이 차려진다. 굵직한 자취를 남긴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으로 독자들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해 돋보였던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올해도 이어진다. 믿고 보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대기 중이다.우선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며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올해 등단 50년을 맞은 윤흥길 작가다. 올 하반기 20년 만에 발표하는 5권짜리 대하 장편소설 ‘문신’(문학동네)에서 일제 말기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꾼 성석제도 4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선보인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한 작품으로 조선 숙종조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을 특유의 입담으로 펼쳐 낸다. 윤대녕 작가는 ‘도자기 박물관’(2013) 이후 오랜만에 새 소설집을 펴낸다. 이승우 작가는 하반기에 산문집 ‘작가일기’(은행나무)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타 작가들의 작품도 반갑다. 한동안 뜸했던 박민규 작가는 위즈덤하우스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인 ‘저스툰’에서 오는 3월부터 연재하는 ‘코끼리’를 가을쯤 단행본으로 묶어 낸다. 1970년대 지방도시 노름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르적 성격의 장편소설이다. 입담 좋은 이기호 작가는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를 비롯한 7편을 묶은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출간한다. 지난해 문학계를 강타한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는 올해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은희경 작가는 ‘태연한 인생’(2012)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를 하반기에 낼 예정이다.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 중인 작품으로 1970년대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8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는 하성란 작가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인간의 비밀을 담은 ‘정오의 그림자’(은행나무)를 비롯해 창비의 네이버 블로그 ‘창문’에 연재한 ‘여덟 번째 아이’, 2010년 웹진 문지에 연재한 ‘여우 여자’(문학과지성사)를 줄줄이 펴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으로 신드롬을 몰고 다닌 조남주 작가는 올해 선보이는 소설집(제목 미정·다산북스)에서 10대부터 70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너무 한낮의 연애’,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등 소설집으로 젊은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은 김금희 작가는 상반기에 첫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을,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7만 5000부라는 판매 부수를 올리며 화제를 모은 최은영 작가는 하반기에 두 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서점에 진열된다. 서늘한 통찰력과 지적인 위트로 유명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적나라한 연애소설 ‘단 하나의 이야기’(가제·다산북스)가 출간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문학 세계로 주목받는 폴 오스터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긴 소설이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 ‘4 3 2 1’(열린책들)도 하반기에 출간이 예정돼 있다. 주인공 아이작 퍼거슨의 동시적이고 독립적인 4개의 삶을 다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소설로 꼽아 화제가 된 소설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2012년 작품인 ‘아르카디아’(문학동네)도 독자들을 만난다. 1970년대 히피 문화가 득세하던 시절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안공동체 ‘아르카디아’에서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40년간의 삶을 좇는다. 2016년 별세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열린책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열린책들), 오르한 파무크의 ‘빨간 머리의 여인’(민음사)도 줄줄이 출간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CES] 터치만 하면 GO… 보행자 감지땐 경적 울리고 알아서 Stop

    [CES] 터치만 하면 GO… 보행자 감지땐 경적 울리고 알아서 Stop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올라타세요.’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프레몬트 거리.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운전석이 없는 파란색 8인승 미니버스 한 대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처음 일반인을 태우고 실제 도로에 나선 자율주행 미니버스 ‘트리플A’(AAA)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나바야가 제작한 이 무료 셔틀버스는 인근 지역에서는 명물이다. 자율주행차를 타 보겠다고 멀리서 찾아오는 이방인도 많다. 기자는 두 차례 자율주행차를 타 본 경험은 있지만 실도로 주행은 처음이다.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차에 오르자 버스가 곧 출발한다. 안전을 위해 엔지니어가 탑승해 운행 상태 등을 체크하지만 운전을 하는 건 아니다. 애초 운전석 자체가 없다. 터치스크린의 ‘고’(Go) 버튼을 누르면 다음 정류장까지 알아서 달리며 우회전과 좌회전을 한다. 마치 초보 운전자가 운전하듯 평균 시속 20㎞ 안밖의 느린 속도지만 외부 상황에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전후좌우에 배치돼 눈과 귀가 돼 주는 8개의 라이다(물체인식센서) 덕이다. 사람이나 차 등이 갑자기 나타나면 일단 경적을 울리고 반응이 없으면 속도를 줄여 차를 세운다. 실제 전방 좁은 골목에서 경찰차 한 대가 후진하려 하자 트리플A가 스르륵 서 버렸다. 이렇게 10분간 인근 3개 블록(2.5㎞)을 도는 것이 정해진 코스다.셔틀버스지만 일반인을 태우고 실도로에서 운행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다. 사실 이 차는 미국에 등장한 첫날 가벼운 접촉 사고를 겪었다. 엔지니어인 브랜든 캐올리스(39)는 “당시 트리플A는 완전히 정지한 상태였는데 트럭이 경고를 무시하고 튀어나왔다”면서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차를 한번 경험해 본 승객들은 오히려 차를 믿고 두둔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 CES 기간 자율차로 배달 몇 년 전부터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하듯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관련 기술들을 경쟁하듯 선보였다. 깜짝 이벤트로 그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이유에서 연초가 되면 라스베이거스엔 테스트용 자율주행차가 밀려들었다. 자율주행차 바람은 2018 CES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좀 달라진 것이 있다. 과거에는 실험용 차를 보여 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트리플A 같은 양산형 모델들이 속속 등장한다는 점이다. 실제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 회사 리프트는 라스베이거스 시내 주요 20곳에서 BMW 자율주행 택시의 운행을 시작했다. 도미노 피자도 CES 기간에 포드 자동차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피자 배달 이벤트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로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되고 있다.●도요타, 콘셉트카 ‘이팔레트’ 공개 이날 도요타는 물건 판매부터 피자 배달, 차량 공유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다용도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팔레트’를 공개했다. 도요타는 이팔레트 출시를 통해 “종합서비스업으로 전환하겠다” 는 포부도 밝혔다. 실제 미국 아마존과 피자헛, 중국 디디추싱, 일본 마쓰다 등 5개사와 공동으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대 전반까지 미국에서 실증 실험에 들어간다. 독일 자동차부품사 콘티넨탈도 기사가 없는 미래형 택시 ‘베’(BEE)를 소개했다. 내가 원하는 장소로 불러 목적지로 향하는 1~2인용 자율주행차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자율주행차를 둔 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해진 건 그만큼 시장성에 밝다는 방증이다. 시장조사 업체 주니퍼 리서치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약 2200만대에 달하는 자율주행차가 누적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연간 60만대 수준으로 성장한 뒤 향후 10년간 연간 43%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변하는 미래 자동차 환경 속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의 걸음도 분주하다. 그동안 성장을 위해 남들이 해 놓은 것을 빨리 따라하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취했지만 향후 생존을 위해서라도 ‘퍼스트무버’로 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오로라 프로젝트’ 발표 현대차그룹은 이날 CES 현장에서 ‘현대차그룹-오로라 프로젝트’를 공동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21년까지 현대차가 만든 수소전기차를 바탕으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해당 수준의 차를 실제로 시장에 팔겠다는 목표다. 미국자동차공학회는 자율화 수준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1~5로 구분한다. ‘레벨 4’는 ‘운전자가 돌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조건만 달린 사실상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센터장(상무)은 “지난해 아우디가 스스로 레벨3 수준에 올랐다고 발표해 많은 자극제가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차를 만들고 시험하는 등 하드웨어 쪽은 강하지만 자율주행 로직 구성과 도로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상황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조금 부족하다”면서 “자율주행과 관련해 경험과 소프트웨어 등에 강점이 있는 오로라와의 협업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라스베이거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이공계 여학생 위해 써 달라”… 생전 어머니 뜻 기려 2억 기부

    “이공계 여학생 위해 써 달라”… 생전 어머니 뜻 기려 2억 기부

    익명의 기부자가 어머니의 생전 뜻을 기려 이공계 여학생 장학 사업에 사용해 달라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2억원을 기부했다.8일 GIST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기부자의 어머니 고 홍복순씨는 평소 ‘돈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가 꺾이면 안 된다’며 생전에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아들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평생 절약하며 모은 돈을 장학 사업에 기부하기로 가족들과 뜻을 모은 뒤 이를 GIST에 전달했다. 홍씨는 서울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지난해 9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된 삶을 살아 왔다.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초등학교밖에 가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생전에 늘 입버릇처럼 “여자도 남자와 대등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 왔고 이를 실천하려고 준비해 왔다. 홍씨는 6·25 전쟁 때 전남 목포로 피난오면서 이 지역과 인연이 시작됐다. 여동생이 전란 중에 태어났고 가난한 삶 속에서도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홍씨는 서울로 거주지를 옮긴 후에도 아들과 함께 종종 광주와 전남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GIST 발전재단은 기부자 가훈인 인성(忍省)을 ‘호’로 적용해 ‘인성 홍복순 장학금’으로 명명하고 여학생 학업지원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인생 실험실의 깨우침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인생 실험실의 깨우침

    덥수룩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털보 과학자’ 이정모(55)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어느 날 어머니 집의 안방 침대가 대각선으로 놓여 있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어머니는 “아니 글쎄, 안방에 수맥이 흐르지 않니. 그거 피하느라 이렇게 뒀지”라고 말했다. “아파트 12층에 수맥이라고요?” 동네 문화센터에서 수맥 탐지법을 배우고, 고가의 탐지봉까지 산 모친은 수맥 탐사에 흠뻑 빠졌다. 한참 과학적 설명을 하며 원래대로 침대를 돌려놓던 그에게 모친이 역정을 냈다. “으이구, 니네 과학자들이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놔둬!”사기꾼 퇴치법부터 우주 이민까지 과학 지식과 유머를 차지게 버무려 놓은 그의 신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에 나오는 얘기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인 ‘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과학은 종종 세상물정보다도 한 수 아래 취급을 받는다.●과학적 지식 빨리 퍼져도 일상 속 잘못된 상식은 중세 수준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는 저술에 능한 그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반어적 제목을 붙인 것도, 부제가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인 이유도 여전히 과학을 세상물정보다 못한 것으로 여기는 세태에 대한 불만을 넌지시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닐까.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과학적 지식은 빨리 퍼지는데 과학적 삶의 태도는 중세시대나 지금이나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잘못된 상식이 과학적 지식으로 대체된다면 우리 삶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가 발암 물질을 만들고, 인체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괴담이 대표적이다. 이 관장은 “전자레인지 전자기파는 정형외과에서 쓰는 적외선보다도 에너지가 약하다”며 “헤어드라이어의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에 코를 대고 들여다볼 때 쬐는 것보다 10배가량 높고, 3㎝ 두께의 요를 깐 전기장판도 훨씬 많은 전자기파를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가습기의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의 14배에 달하고 화장실 비데의 전자기파는 20배나 된다. 이 관장은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등급표에 휴대전화와 동일한 등급(2B)으로 올라 있는 김치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그가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번뜩이는 과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표현도 과학의 눈으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켜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웅덩이는 썩어서 아무것도 살지 못하죠. 직장에 미꾸라지 같은 직원이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등 요인이 많은 조직에서 바른말을 하며 썩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과학 지식은 우리 일상 속에서 접점을 맺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태도는 과학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그는 “얼마 전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6000년이라는 신앙적 지구 나이와 46억년이라는 과학적 지구 나이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참담했다”며 “더 놀라운 건 그런 발언이 전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인생이라는 큰 실험실에서 그가 깨닫는 세상물정의 이치는 명료하다. ‘공생(共生) 즉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도생하면 각자 망한다.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예요.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하고, 공생한 생명만이 진화로 이어집니다. 그동안 지구는 백악기 시대의 공룡 멸종 등 다섯 번의 대멸종기를 거쳤고, 이제 여섯 번째 대멸종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다섯 번의 대멸종을 보면 그 시대의 지배종은 다 멸종했어요.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기가 빠르면 500년, 길면 1만년 내 완성될 것으로 봐요. 인간 정도 크기의 생명체라면 150만년은 존재해야 정상인데,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지 겨우 20만년 만에 대멸종을 걱정하는 신세가 된 거예요.” 이 관장은 지구를 사수하며 겸허하게 사는 삶을 연습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보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생존에는 수만종의 미생물과 동식물이 어울린 생태계가 필요하지만 1ℓ짜리 물 한 병을 지구 밖으로 운반하는 비용만 수십 억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봄꽃들도 수정하고 번식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핀다고 말한다. 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만약 자잘한 꽃들이 각자도생하겠다고 나서면 죽을 힘을 다해 꽃을 피워 봤자 생존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인간도 살아남으려면 눈에 보이는 주변 생명들과 잘 어울려 살고 연대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장 많이 보고 가깝게 접하는 생명체가 바로 인간입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에게서 휴식 공간을 뺏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게 하거나 아파트 경비원을 노예처럼 다루는 인간들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달팽이나 도롱뇽, 풍뎅이랑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겠어요?” ●한국처럼 자원 쓰면 지구 8개 필요… 낭비하는 삶의 자세 끝내야 지구 인구 75억명을 다 모으려면 가로세로 높이 2㎞인 상자가 필요하다. 1800년에 10억명이던 인간은 2000년 60억명, 2045년이면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 종 하나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생물양은 거대한 인구압이 돼 대멸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관장은 “더 효율적인 기술 개발로 더이상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조금 먹고 조금 쓰는 식으로 삶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며 “현재 지구에서 국토 면적당 생태 자원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한국 사람처럼 생태자원을 쓰려면 지구가 8.4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과학자와 시민 사이에 서 있는 ‘거간꾼’으로 표현하는 그는 양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꿈을 자신이 관장으로 일하는 과학관에서 실험한다. 서울시립과학관 전시실에는 ‘만지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같은 팻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장하자면 전시물을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망가뜨려 놓으면 이 관장은 기뻐한다. 그는 “과학관은 ‘보는’(Seeing) 곳이 아니라 ‘(하지 말라는 것도 시도)하는’(Doing)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과학적 태도를 생활어로 번역하면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우리는 과학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날로 먹는 요놈…담도암 주범

    [메디컬 인사이드] 날로 먹는 요놈…담도암 주범

    ‘담낭’(쓸개)은 간에서 분비한 담즙(쓸개즙)을 농축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길이 7~10㎝의 작은 기관입니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담즙이 분비되는 통로를 ‘담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은 기관에 암이 생겨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8일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기준 신규 담낭·담도암 환자 수는 6251명으로 전체 암 중 발생률 9위에 올랐습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전체 암환자 수는 1.9% 줄었지만 담낭·담도암은 2.7% 늘었습니다. 남성 환자는 3220명, 여성 환자는 3031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담낭·담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암입니다. 2011~2015년 담낭·담도암 5년 상대생존율을 분석했더니 29.1%로 췌장암(10.8%)과 폐암(26.7%)에 이어 생존율 하위 3위였습니다. 상대생존율은 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합니다. 담낭·담도암 환자 3명 중 1명만 5년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담낭·담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전이가 잘 돼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 담낭·담도암은 여러 원인이 복합돼 발생하기 때문에 발병 원인을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전국 단위 조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립암센터와 국내 최초로 시·군·구별 암 발생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담도암 환자가 낙동강 유역 인근에 집중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2009~2013년 경남 함안군과 창녕군, 밀양시에서 발생률이 높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기생충인 ‘간흡충’이 담도에 기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위험도를 분석해 보니 간흡충증 기여위험도는 9.4%로 B형 간염(11.9%)과 비슷했습니다.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을 때 감염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담도암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미국, 영국에서는 담낭·담도암 환자 수가 10위권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민물에서 잡은 고기는 반드시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최 교수는 “담도암은 간흡충증과 관련돼 동양권에서 발생률이 높다”며 “이런 환경적 요인과 유전 요인, 궤양성 대장염, 담도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담낭암은 담즙이 굳어져 생기는 ‘담석’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서구권에서는 담낭암의 80%가 담석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30%만 영향을 미친다”며 “담낭용종, 담낭의 석회화, 유전, 감염, 발암물질, 약물, 위수술 병력과 같은 위험 요인이 많이 거론되지만 대부분의 담낭암에서 뚜렷하게 원인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담낭·담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낭용종과 담도염, 담석질환 등으로 진단받은 뒤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는 것입니다. 박승우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증상이나 영상 검사 소견을 보고 치료를 권할 때 따르는 것이 좋다”며 “또 간흡충의 원인이 되는 민물회를 먹은 경험이 있다면 검사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병이 있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나마 담낭·담도암이 췌장암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은 췌장암보다 빨리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달과 복통 등 위험 징후가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박 교수는 “담낭암은 담석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숨어 있던 초기 암을 발견할 때가 많다”며 “또 하부 담도에 암이 있을 때는 황달이 생겨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5년 생존율이 30~40%에 이를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요법 휘둘리면 치료시기 놓쳐 담낭·담도암을 진단할 때는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 경피경간담관조영 및 담즙배액술(PTBD), 내시경적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활용합니다. 최 교수는 “다른 부위에 발생한 암은 조직 검사가 가능한 데 반해 담낭·담도암은 조직 검사가 대부분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방사선학적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조직 검사 과정 없이 곧바로 수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문제는 폐암, 췌장암에 이어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보니 대체요법에 휘둘리는 환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전체 담낭·담도암 환자의 40~50%만 수술이 가능해 환자의 걱정이 큽니다. 최 교수는 “병이 초기여도 민간 약물 치료나 식이요법으로는 고칠 수 없고 과학적 근거 없이 판매되는 버섯, 미나리 같은 식품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술 뒤에는 최소 2주일 정도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3주부터 서서히 활동을 시작해 3~6개월간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하루 30분 정도의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은 수술 뒤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금주와 금연은 기본입니다. 최 교수는 “수술 뒤 첫 3년은 3~6개월마다, 그 다음 5년까지는 6개월마다, 수술 뒤 5년이 지나면 매년 병원을 방문해 불편한 증상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며 “암이 많이 진행되면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창구업무 교육은 옛말… ‘디지털 마인드’ 키우는 신입 행원

    창구업무 교육은 옛말… ‘디지털 마인드’ 키우는 신입 행원

    신한銀 핀테크 사업 시연 눈길 우리銀 ‘위니’ 시스템교육 강화 NH농협銀 4차 산업혁명 특강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은행들의 신입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요령 대신 ‘디지털 인재’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공채로 뽑힌 시중은행 신입 직원들은 최근 연수 프로그램에서 핀테크 신사업 시연, 4차 산업혁명 주제 특강 등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금융권은 8일 밝혔다.은행권 최초로 분야별 채용을 시행한 신한은행은 신입 직원 연수에서도 디지털, 글로벌, 정보기술(IT), 빅데이터 등 분야별 강의를 개설해 각자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했다. 또 신한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슈퍼플랫폼, 챗봇 등 핀테크 사업을 시연하고 신입 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입 직원들이 새롭게 변하는 은행의 모습을 가장 먼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부터 6주 동안 안성연수원에서 신입 직원 연수를 하는 우리은행은 다음달 도입 예정인 차세대 시스템 ‘위니’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위니는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이나 AI 등에 적합하도록 IT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입 직원들이 최신식 시스템에 적응하도록 반복 롤플레잉 교육 등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개인e금융’, ‘기업e금융’ 파트를 만들어 은행 실무자가 직접 올원뱅크 등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이나 태블릿브랜치 등 기업 대상 디지털 서비스를 설명할 계획이다.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특강을 마련해 임원이 직접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4차 산업혁명과 미래에 관해 특강하고 스마트한 창구 업무 프로세스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 대한 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이 느는 만큼 창구 업무 교육은 ‘옛말’이 되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생존할 은행원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日에 책임있는 조치 촉구… 화해치유재단 해산도 임박

    日에 책임있는 조치 촉구… 화해치유재단 해산도 임박

    관례상 당장 합의 파기 어려워 기존 한·일 합의 무력화 포석 과거사·북핵 투트랙 재확인할 듯 정부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재협상 또는 파기가 아닌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외교 관례상 당장의 합의 파기가 어렵다면, 실행 가능한 것부터 현실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위안부 생존자들이 주장하는 주요 요구 사항은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 일본 측 출연금 10억엔 반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노력 등이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8일 같은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직접 위안부 생존자 9명 및 지원단체 관계자들에게 들었던 요구사항도 동일한 내용이었다. 이 중 정부는 우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화해치유재단 및 10억엔 처리 방안에 대해 9일 오후 예정된 브리핑에서 발표한다. 화해치유재단은 이전 정부에서 선임된 이사 5명이 사퇴했고, 공무원 당연직 인사만 남은 상황이다. 또 10억엔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일본에 직접적으로 반환하기보다 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예탁(에스크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만일 기존 합의에서 상징적인 두 조치가 무력화될 경우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또 일본 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방안으로 추후 대응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가 갖는 심각성과 인류보편주의 정신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잘못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합의에 흠결이 있었다고 해도 재협상이나 파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한·일 정부가 비공개로 진행한 협의조차 당시 양측 동의하에 이뤄졌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합의를 깨면 향후 외교협상에서의 신뢰를 잃게 된다. 다만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을 받지 않는 정치적 합의여서 국제법상 책임 문제는 없다. 외교적 파장은 다르다.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덜컥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에 나서면 오히려 일본의 반격에 당할 수 있다. 일본이 책임 있는 조치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시간을 두고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강 장관은 한·일 간에 위안부 등 역사 문제와 북핵 등과 관련한 협력을 ‘투트랙’으로 전개한다는 문재인 정부 대일 정책 기조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문 대통령이 떠안을 부담을 감안해 외교부가 하루 전인 9일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발표는 ‘피해자 중심 접근’이 부족했다는 등 결론을 담은 외교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토 TF 보고서가 나온 지난달 27일로부터 13일 만이다. 한편,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은 이날 오후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기존 이견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가나스기 국장은 9일 열릴 브리핑에 대한 정보는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야구치 시노부 감독 신작 ‘서바이벌 패밀리’ 예고편 공개

    야구치 시노부 감독 신작 ‘서바이벌 패밀리’ 예고편 공개

    현대문명의 편리함이 사라진 재난 상황 속에서 평범한 가족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서바이벌 패밀리’는 일본 전역에 발생한 정전으로 마비된 도시를 탈출하는 평범한 가족의 유쾌 코믹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윙걸즈’, ‘워터보이즈’를 통해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신작이다. 공개된 예고편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전기와 전력이 멈춰버린 당혹스러운 하루로 시작한다. 건물 내 외부는 물론, 전철, 핸드폰, ATM, 물을 공급하는 전력까지 멈춰버린 상황. 하지만 환경과 상반되는 주인공 가족의 유쾌한 태도가 눈길을 끈다. 재난상황에서도 가발을 고수하는 아빠와 속눈썹을 포기하지 않는 딸의 모습은 시작부터 극한의 재난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폭소를 자아낸다. 동시에 고집불통 권위적인 아버지와 소통불가 남매의 관계변화 과정이 가족의 소중함을 예고한다. 지난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일찌감치 평단의 호평을 받은 ‘서바이벌 패밀리’는 일본 국민 배우 코히나타 후미요와 영화 ‘기생수 파트’ 시리즈와 ‘춤추는 대수사선’의 후카츠 에리가 부부로 출연한다. 영화는 오는 1월 18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117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식중독 6시간 내 발병…장염 최대 이틀뒤 증상

    겨울철 아이들의 배앓이는 장염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철 장염은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사례가 90%를 차지한다. 식중독균은 온도가 떨어지면 전반적인 기능이 약해지지만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 가능하고 극미량으로도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생존력이 강해지고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장염 환자 16% 증가… 29%는 아동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장염 환자는 2012년 468만 1245명에서 지난해 544만 8299명으로 16.4% 증가했다. 환자의 29%는 10세 미만 아동인 것으로 분석됐다. 식중독과 장염은 잠복기에서 차이가 있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상한 음식을 먹고 발병하는 식중독은 보통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온 뒤 6시간 이내에 발병하는데 겨울철 장염은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차이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식중독과 장염 모두 설사, 복통,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하게 수분 보충을 하고 휴식을 취하면 대개 ?좋아진다. 하지만 소아는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38도 이상 고열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면 ?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어린이집 하원 뒤 반드시 손씻기 로타바이러스는 겨울철부터 봄까지 주로 발생하는데 분변이나 침, 구토물에 오염된 손을 통해 퍼진다. 소아는 대부분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데다 손씻기 등의 위생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아 발병 사례가 많다.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이 개발돼 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백신이 없는 노로바이러스는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염을 예방하려면 화장실을 다녀온 뒤 손씻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 교수는 “특히 소아는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집어먹는 경우가 많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며 “보육교사나 부모도 기저귀를 간 다음 수시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손을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러스 오염이 의심되는 문고리, 손잡이 등 접촉이 많은 곳은 정기적인 살균 소독이 필요하다. # 음식 익혀먹고 가급적 냉장보관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또 겨울철 장염이 모두 바이러스성은 아니기 때문에 냉장이 필요한 음식을 잘 구분해야 한다. 겨울에는 실온에 둔 음식을 안심하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장염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음식은 가급적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신선하지 않은 해산물이나 겉보기에도 위생적이지 않은 음식점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자주 사용하는 장난감, 우유병도 정기적으로 소독해 아이가 장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In&Out] ‘파사현정’과 2018 스포츠/신영대 ㈜스포츠플러스 대표

    [In&Out] ‘파사현정’과 2018 스포츠/신영대 ㈜스포츠플러스 대표

    새해 벽두에도 부패 세력이 촛불 시민혁명으로 일군 결과를 폄하려는 작태를 멈추지 않아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교수사회가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잘못된 것을 깨쳐 버리고 올바른 진리와 정의를 행한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한 속내도 사무친다. 스포츠산업계는 ‘파사’ 원인 제공자이자 2년 넘게 이어진 ‘현정’ 때문에 피로도와 상실감이 상당했다. 스포츠산업진흥법 제정과 함께 정부조직이 신설되는 등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의 한 축이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최순실 사태 때문에 눈총과 질타를 넘어 산업 전체가 도매금으로 죄악시됐다. 사업 재평가, 축소 및 조정 작업이 이어져 산업의 근간과 생존까지 위협받는 게 작금이다. 대기업은 스포츠에 대한 지원과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관련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며 관련 부처 역시 ‘최순실, 김종 예산’이라고 못박아 당장의 눈총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김종 전 차관과 인연을 맺거나 학연으로 연결된 이들이 무턱대고 관련 예산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고 배제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대표적으로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몇 년 동안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스포츠산업 잡페어’와 현안 진단과 함께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던 ‘스포츠산업포럼’이 ‘김종 예산’으로 분류돼 예산이 삭감되고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아쉽다. 현장을 진단해 다시 제대로 된 방향에서 정책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정책담당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잘못된 부분은 무조건 없애버리지 말고 치료해 새살이 돋게 해야 한다. 최순실과 김종이 만들어낸 사상누각 같은 것이라도 기본 뼈대는 이미 갖췄으니 이제 지원해서 살려야 할 부분과 접어야 할 부분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산업은 제대로 된 정책 지원과 환경 조성, 후원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아래 민간 업계의 자생력과 경쟁력이 어우러졌을 때 성장, 발전할 수 있다. 2018년엔 여러 모로 방향 전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럼픽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며, 6월에는 러시아월드컵이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함께 대한민국의 밤을 뜨겁게 달굴 것이다. 8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120여개국 4500여명이 참여하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는 제18회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국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선수들은 좋은 성적으로 호응할 것이며,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와 국격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 자긍심과 애국심을 북돋을 것이다. 아울러 최순실 사태 여파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스포츠 대한민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스포츠산업의 재도약과 성장을 기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창원 세계사격선수권이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만 가득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아울러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남북의 교류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부풀린다.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당국자 회담이 열리면 스포츠를 통한 긴장 완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감을 회복하고 동계스포츠뿐만 아니라 축구, 탁구 등 여러 종목의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통일 대한민국의 단초를 쌓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스포츠산업이 지난해까지 ‘흙길’을 걸었다면 2018 무술년에는 ‘꽃길’처럼 무조건 술술 풀리길 바란다.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별세… 31명 생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5일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89세. 정대협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던 임 할머니는 어제 건강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늘 돌아가셨다”며 “유가족의 결정으로 장례 절차나 신원 등은 모두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임 할머니는 열세살 때 공장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에 강제 동원돼 만주에서 끔찍한 성노예 생활을 하셨다”며 “해방 후 남한으로 돌아왔으나 위안소에서의 피해로 얻은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임 할머니는 새해 들어 별세한 첫 위안부 피해자이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숨진 16번째 위안부 피해자다. 이로써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31명으로 줄었다. 평소 수요집회 참석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벌이던 김복동(92) 할머니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가 이날 오전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정대협은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또 별세…생존자 31명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또 별세…생존자 31명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또 한 분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31명이다.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5일 위안부 피해자 임모 할머니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임 할머니는 어제 건강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늘 돌아가셨다”면서 “유가족의 결정으로 장례 절차나 신원 등은 모두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임 할머니는 13세쯤 공장에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속아 만주에서 끔찍한 성노예 생활을 하셨다”면서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위안소에서의 피해로 얻은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임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3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만 위안부 피해자 8명이 세상을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1㎜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 검찰 송치

    고준희(5)양 시신 유기 사건 수사가 마무리 돼 검찰로 송치된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준희양을 폭행·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친아버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내연녀의 어머니 김모(62)씨를 구속,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고씨와 이씨는 지난해 4월 25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던 준희양 발목과 등을 발로 수차례 밟아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입히고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튿날 준희양이 수시로 의식을 잃고 호흡이 불안정하자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웠으나, 아이는 이미 숨진 뒤였다. 이들은 시신 유기를 모의하고 고씨와 김씨는 4월 27일 오전 2시쯤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 준희양 시신을 매장했다. 이곳은 고씨 조부모 묘소가 있는 선산이었다. 이들 3명은 시신 유기 이틀 뒤인 4월 29일 경남 하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준희양이 여전히 생존한 것처럼 꾸미기로 공모했다. 그러나 고씨는 이씨와 다툼이 잦아 별거하게 되자 이씨에게 ‘실종신고’를 제안했다. 둘이 헤어지면 친모가 ‘준희양 행방에 관해 물어볼것 같다’는 우려에서다. 경찰은 이들의 거짓 신고에 속아 실종경보를 발령하고 수색 인력 3000여명을 투입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했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이 고씨와 이씨, 김씨의 행적을 추궁하자 고씨가 “숨진 아이를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하면서 강력사건으로 전환됐다. 고씨에 이어 김씨와 이씨도 경찰에 긴급체포돼 그간 범행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준희를 때리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있지만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부인하지만 준희양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해왔다”며 “폭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준희양, 맞고 밟히다 세상 떠났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보니

    “준희양, 맞고 밟히다 세상 떠났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보니

    고준희(5)양 시신 유기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의 결론은 ‘준희양이 밟히고 맞다가 끝났다’였다.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준희양을 폭행·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친아버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를 구속,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이씨 친어머니 김모(62)씨도 검찰에 넘겨진다. 고씨와 이씨는 지난해 4월 25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던 준희양 발목과 등을 발로 수차례 밟아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입히고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튿날 준희양이 수시로 의식을 잃고 호흡이 불안정하자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웠으나, 아이는 이미 숨진 뒤였다. 이들은 시신 유기를 모의했고, 고씨와 김씨는 4월 27일 오전 2시쯤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 준희양 시신을 매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준희를 맡아 기르기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린아이의 짧은 인생은 맞고 밟히다가 끝났다.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고씨와 이씨, 김씨 세 사람은 준희양 시신 유기 이틀 뒤인 4월 29일 경남 하동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준희양이 여전히 생존한 것처럼 꾸몄다. 그러면서 이웃들에게 “아이 생일이라서 끓였다”며 미역국을 나눠주고 매월 관할 군청에서 양육수당을 받는 등 ‘인면수심’의 모습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고씨와 이씨가 다툼이 잦아져 별거하게 되자 고씨는 이씨에게 ‘실종신고’를 제안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둘이 헤어지면 ‘준희양 행방에 관해 물어볼 이웃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경찰은 이들의 거짓 신고로 인해 실종경보까지 발령하고 준희양 수색에 3000여명을 투입해야 했다. 이들 범행은 경찰이 고씨와 이씨, 김씨 행적을 의심하면서 강력사건으로 전환됐고, 결국 고씨는 “숨진 아이를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고씨에 이어 김씨와 이씨도 경찰에 긴급체포돼 그간 범행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준희를 때리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은 있지만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부인하지만 준희양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해왔다”며 “하지만 끝내 살해했다는 자백하지 않았다. 폭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 자랑질, 볼썽 사나운 동상 WORST 8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 자랑질, 볼썽 사나운 동상 WORST 8

    생존하는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일은 아니다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멀쩡히 살아 숨쉬는 축구 선수 등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가나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에서 뛰었던 마이클 에시앙의 동상을 보라. 새해 벽두 그가 태어난 쿠마시에 세워졌는데 그는 무척이나 자랑스러운지 사진을 리트윗하느라 바쁘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물론 의례적으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는 이들도 있지만 대놓고 비웃는 이도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동상을 보고 미쳤다고 욕을 퍼부었는데 에시앙은 거의 눈뜬 장님이라고 비아냥대는 트윗도 있다. 이 동상이 사람들의 눈에 거슬러 보이는 건 상체가 지나치게 부각돼 오히려 축구 선수에게 중요한 하체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 하필 이런 동작을 묘사했는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고 얼굴도 지나치게 각지게 만들었다.지난달 인도 콜카타에 들어선 디에고 마라도나의 동상은 또 어떤가? 1986년 월드컵 우승으로 아르헨티나를 이끌었던 젊은 디에고를 형상화한다며 엄청 풍성한 머리숱을 꾸몄다. 어떤 이는 디에고가 아니라 로이 호지슨 크리스털팰리스 감독을 더 닮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의 레전드 래리 버드와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호날두 동상은 지난해 3월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의 고향 마을 푼찰에 세웠는데 호날두를 전혀 닮지 않고 아일랜드 출신으로 선덜랜드 구단을 한때 소유했던 니알 퀸을 더 닮았다는 지청구를 들었다. 하지만 제작자 에마뉘엘 산토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인과 트로이인을 모두 만족시키긴 어렵다. 예수님이라 해도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내 작업이 만들어낼 임팩트가 중요할 뿐”이라고 대꾸했다.다음으로는 사우샘프턴의 홈 구장인 세인트 매리 스타디움 앞에 세워진 테드 베이츠 동상이다. 50년 동안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헌신하다 2003년 세상을 떠난 베이츠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10만 2000파운드를 들였는데도 전혀 닮지 않고 신체 비율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고 팬들이 분노하는 바람에 일주일도 안돼 폐기됐다. 1년 뒤 다시 제대로 만들어 세워졌다.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도 2011년 상하이 마스터스에 출전했다가 앞에 세워진 찰흙 동상 앞에서 포즈까지 취했다. 그는 우승했지만 나중에 그 동상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콜롬비아 산타 마르타의 에두아르도 산토스 스타디움 앞에 2002년 세워진 카를로스 발데라마의 동상도 빼놓을 수 없다. 엄청난 크기의 청동상은 위압감마저 안겨 볼썽사나답다는 입길에 올랐다.핀란드 육상 장거리 주자인 파보 누르미는 1923년 1마일과 5000m, 1만m 세계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던 최전성기 모습을 담고 있다. 헬싱키 올림픽 스타디움 앞에 세워졌는데 거의 나체로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동상이 왜 잉글랜드 프로축구 풀럼의 홈 구장인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앞에 세워졌는지는 의아스럽기만 하다. 전 구단주 모하메드 알파예드가 2011년 230㎝ 크기로 제작했다. 그는 잭슨이 풀럼의 팬이었다며 철거하라는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그 뒤 샤히드 칸이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2013년 철거했다. 알파예드는 이듬해 풀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되자 동상을 철거한 탓으로 돌렸다. 알파예드는 “처음에 칸이 동상을 없애자고 했을 때 미쳤냐고 쏘아줬다. 그런데 나중에 강등되고 나니 다시 세울 수 있느냐고 내게 물어와 어림 없다고 다시 한 번 쏘아줬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국립축구박물관에 소장 중이며 그래서일까, 풀럼은 여전히 챔피언십을 전전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소방청 “제천 화재 2층 진입 못 해 아쉬움” 유감 표명

    소방청 “제천 화재 2층 진입 못 해 아쉬움” 유감 표명

    소방청이 충북 제천 복합건물 화재 당시 구조대가 2층 진입을 곧바로 시도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5일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질의에 대비해 작성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은 ‘인력 부족 문제도 있지만 2층 인명 구조 실패는 지휘력 부재라고 보는데?’라는 예상 질의에 “화재 초기 화세(불길)가 거센 상황에서 진화나 구조 인력이 절대 부족했고, 눈에 보이는 3층 요구조자(구조가 필요한 사람)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답변을 준비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볼 때 구조 성패 여부를 떠나 구조대가 도착한 오후 4시 6분쯤 즉시 2층으로 진입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면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소방청은 또 다른 예상 질의 답변에서 “2층에서 여성분의 구조요청 신고를 처음 접수한 것은 첫 화재신고 6분 뒤인 오후 3시 59분”이라며 “이후 오후 4시 12분까지 상황실에 통화한 사례, 당시 화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오후 4시 15분 전후까지는 생존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생존추정 골든타임은 오후 4시 15분쯤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한다. 따라서 오후 4시 10분 전에는 내부 진입에 성공했어야 생존자를 구출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제천 복합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화재 사망자 29명 중 20명이나 발생하면서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유족들은 소방당국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장 많았던 2층이 아닌 지하를 먼저 수색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주장하며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방당국 내부 답변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달 21일 오후 3시 53분쯤 ‘불이 났다’는 화재 신고를 접수했고, 소방선착대는 오후 4시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진화 인력 4명을 포함해 13명이었던 선착대는 도착과 함께 화재 진압, 건물 1층 부근 2t짜리 LPG 탱크의 폭발 방지에 집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은 “당시 선착대장은 눈에 보이는 위험 상황에 집중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화재진화와 가스탱크 방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선착대에 이어 인근 지역의 고드름 제거작업에 투입됐던 제천구조대가 오후 4시 6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현장 도착 뒤 3층 창문에 매달린 사람 1명을 구조한 뒤 오후 4시 16분쯤 건물 뒤쪽 계단을 이용해 2층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짙은 연기 때문에 철수했고, 골프연습장이 있는 지하에 진입해 인명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구조한 사람은 없었다. 제천구조대가 2층에 다시 진입한 것은 제천소방서장의 진입 지시를 받은 오후 4시 33분이었다. 제천구조대장을 제외한 대원 3명이 오후 4시 36분∼43분쯤 2층 창문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도끼로 유리를 깨고 들어가 인명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소방청이 추정한 골든타임을 이미 훌쩍 지난 뒤였다. 제천소방서장은 오후 4시 12분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로부터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당시 불이 크게 타오르고 있었고, LPG 탱크 폭발을 우려해 수색보다는 화재 진화 등에 우선 대응토록 지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In&Out] 중소기업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그동안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었다. 이런 정책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생산성과 약한 협상력으로 보호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물론 중소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고용창출을 확대하며 중소기업 부문의 성장이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뒷받침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은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중심의 첨단·융합 시대에는 기업가정신 기반의 신생기업이 강점을 발휘한다. 초고위험의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몸집이 가볍고 행동이 민첩한 벤처나 중소기업이 유리하다. 창업 5년 내외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군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은 이런 대세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혁신을 주도하고 고용도 더 창출한다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다. 실증연구에 의하면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혁신적인 기업들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핵심 주체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의하면 신생기업도 성과가 제각각이어서 신규고용 창출의 평균치는 0에 가깝다. 또 연간 25% 이상 고용을 늘리는 상위 17%의 고성장 기업이 전체 고용 창출의 60%를 차지한다. 현실이 그렇다면 중소기업이라 해서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단순히 규모보다는 성장과 투자, 생산성 상승, 임금 인상, 신규고용 창출 등 성과관리 중심으로 지원정책의 방향과 지원기관의 평가기준을 재정립하는 방안이 더욱 설득력 있다. 또 중소기업 정책이 한계기업의 생존과 연명을 초래해 부실기업이 혁신기업의 성장을, 늙은 기업이 어린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에 따르면 “혁신하지 않는 늙은 기업을 보호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잠재력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가도록 정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에서도 정책금융 지원이 좀비기업 양산(zombification)을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19개 부처의 270개 내외 사업으로 분산되어 있는 중소기업 정책체계 개선 필요성도 정부와 민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복잡다기한 제도 때문에 중복지원과 지원 사각지대 발생을 피하기가 어렵다. 좀비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정부지원이 절박하므로 다양한 지원제도를 구석구석 탐색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을 얻어낸다. 이에 반해 건실한 혁신기업은 일상경영에 몰두해 어느 부서에 어떤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탐색할 여가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부정책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 산업, 중소기업 정책지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원중복을 방지하고 지원효과를 평가해 지원 대상, 수단, 절차 등 정책설계에 피드백해야 한다. 중소기업 대상 기술개발과 사업화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해 지원 단계별로 표준화함으로써 앞 단계 지원에 따른 혁신, 고용 등 성장성과가 확인되는 경우에만 다음 단계 지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산업별 부처는 미래비전 제시, 기술·시장 정보제공, 표준·인증, 규제개혁, 인프라 등 업종에 특유한 지원기능을 분담하는 정부부처 간 유기적 협업이 긴요하다. 중소기업 정책조정 강화를 위해서는 담당부처의 승격과 같이 단순한 전시적 개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별도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혁신·성장 초점으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경제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애국 내세운 출산 장려는 위협일 뿐… 가족의 틀부터 깨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애국 내세운 출산 장려는 위협일 뿐… 가족의 틀부터 깨야”

    10년간 126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곧 ‘인구절벽’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6기 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번 위원회는 정부위원을 기존 17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민간위원을 10명에서 17명으로 늘려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처음으로 20대 위원이 위촉된 것이다. 1990년생으로 올해 스물여덟 살인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출범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주목받았다. 최연소 위원이 된 사연과 포부가 궁금했다. 요즘의 20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생생한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조 대표는 온라인 영상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를 창업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으로 뽑혔다. 그가 대한민국 20대 청춘을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20대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은 될 수 있으리라.→저출산고령사회위가 발족한 게 2005년 9월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 당사자인 20대 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니 아이러니다. -저도 놀랐다. 다른 정부 위원회도 20대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 위원 구성을 다양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들었다. 재작년에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청년 주거 현실을 취재한 책(‘청년, 난민되다’)을 냈을 때 알게 된 분이 저를 위원회에 추천하셨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부모와 한집에서 사는 30~40대들을 만나면서 청년 주거 문제가 일자리, 결혼, 출산, 부모 봉양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합적인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출산 문제에 평소 관심이 많았나. -위원회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관심 밖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아야 애국자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저출산 정책은 20대에게 위협적인 메시지일 뿐이다. 정부가 공개한 출산지도가 줬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의 출산통계를 담은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를 공개해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취급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위원으로 참여한 이유는. -방관하기보다 뭐라도 이야기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위원회 첫 모임에서 “저는 출산할 권리보다 낙태할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결혼, 출산이 더는 당연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행복해지기 위해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을 인정하고, 한가지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개인의 삶의 질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위원회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본다. 위원회가 저를 잘못 데려왔다고 후회하지 않으실지 사실 걱정도 된다.(웃음) →저출산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까지는 엄마, 아빠,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틀 안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제 주변에는 한국에서 결혼을 할 수 없어 이민 간 성소수자 친구들이 있다. 같이 살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커플도 적지 않다. 비혼이든, 동성 가정이든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이나 출산·보육료 지원처럼 이미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부모에만 집중돼 있는 정책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20·30대 청년들이 왜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은 청와대 간담회에서 “국가 주도의 정책에서 사람 중심 정책으로,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존중하고 청년과 여성의 기대를 높일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해오던 대로 하면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방법이 없다”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미혼인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을 물어봐도 되나. -아직 잘 모르겠다. 집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갖춰야 할 조건이 많지 않나. 무엇보다 제 삶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다. 유능하고 일 잘하던 여자 선배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저도 그런 ‘사라진 언니’가 될까 봐 겁이 난다. →그래도 성공한 청년 창업가 아닌가. 닷페이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대에서 30대 초반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영상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기성세대의 상식이 아닌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상식에 대해 발언하자는 취지로 2016년 3월 시작했다. 성장기에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는 누가 깃발을 대신 들어줄 필요가 없는 세대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봤듯 각자가 깃발을 든다. 시위할 때도 운동권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히트곡을 부른다. 거대담론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불합리, 부조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닷페이스는 개개인의 이런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저는 거창하게 세상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3m 이내의 세상부터 변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닷페이스의 닷(dot)은 그런 의미의 점이다. (※닷페이스는 자체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독자는 10만 명이 넘는다.)→어떤 이슈들을 다루나. -인권, 페미니즘, 인종차별 등 20·30대가 관심을 두는 주제를 폭넓게 취재한다. 물론 정치, 사회 이슈도 중요하게 다룬다. 재작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 포스트잇 릴레이 추모 현장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면서 매체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퀴어문화축제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은 조회 수 500만을 기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10대 여성인권센터와 협업해 성매수 남성들을 고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10대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취급하는 아동청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피해 여성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지만 20·30대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우리 목표이자 생존전략이다. →포브스가 아시아 여성 리더로 선정했는데. -제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매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정했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를 신선하게 본 것 같다. 국내에서 몇 분이 저를 추천했고, 이메일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를 거쳐 결정됐다. 같이 일하는 동료 10명 모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막연하게 알았던 밀레니얼 세대의 실체가 어느 정도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학생인권침해에 항의해 고교를 자퇴한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한 뒤 인터넷매체 미스핏츠를 만들고, 제보 영상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 비트니스를 창립하는 등 다양한 통로로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 녹록지 않은 불확실한 현실에서도 뚜렷한 주관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이름, N포 세대의 희망이 엿보였다. coral@seoul.co.kr
  • 프로야구 에이전트 합격자 45%가 변호사

    계약 선수보다 많아… 과잉 우려선수협회 “시장개척 차원일 것” ‘제2의 제리 맥과이어’를 꿈꾸는 걸까, 아니면 구직난의 반영일까. 프로야구선수협회가 4일 프로야구 첫 ‘에이전트’(공인 선수대리인) 자격시험 합격자 94명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가 45%로 가장 많았다. 법무사(3%)까지 포함하면 법조인 비율이 48%나 됐다. 변호사 중엔 미국 로스쿨 출신과 일본야구기구(NPB) 대리인 자격증을 소유한 재일동포 법조인도 있었다. 마케팅과 에이전시 등 기존 스포츠업계 종사자와 일반 회사원도 각각 18%, 15%로 2, 3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선수들과 접촉해 대리인 계약을 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연봉 협상이 ‘끝물’이어서 이들의 실질적인 활동은 올 시즌 이후부터다. 그런데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1996년 영화 속 제리 맥과이어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대박을 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선수들의 연봉 규모는 700억원에 이른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금을 포함하더라도 1000억원 안팎이다. 에이전트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상한액(5%)을 기준으로 잡아도 에이전트 몫은 35억~50억원밖에 안 된다. 여기에 이미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있는 비싼 몸값의 유명 선수들과 에이전트 계약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연봉 1억원 미만의 선수들을 뺀다면 에이전트시장 파이는 이보다 더 쪼그라든다.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연봉 1억원을 넘지 못하는 프로야구 선수가 절반이나 된다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며 “변호사들이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당장의 돈벌이보다 시장개척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잡을 하지 않고서는 순수 에이전트로 밥벌이가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현재로선 몸값 상위 20∼30% 선수만이 에이전트를 고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FA 계약 대상자가 많이 배출되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FA 대상 시기도 늦다. 군복무까지 마치면 미국에 비해 5년, 일본과 견줘도 3년이나 늦게 FA 시장에 나온다. ‘돈 되는’ 특급 FA 선수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에이전트들을 왜 이렇게 많이 뽑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사무총장은 “프로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고려한 우리의 FA 제도는 제한이 많다”면서 “(대졸 8시즌·고졸 9시즌인) FA 기간을 줄이거나 FA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전트들도 양극화 현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과 유대 관계가 없는 신생 에이전트는 생존 자체가 어렵고,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사실상 에이전트 역할을 해 오던 곳들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김 사무총장은 “시장 규모로 볼 때 20∼30명의 에이전트가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계약할 선수보다 에이전트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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