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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놀고 제대로 일하는 법,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잘 놀고 제대로 일하는 법, 당신의 ‘취미’는 뭔가요?

    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 지음/고재운 옮김/바다출판사/296쪽/1만 3800원글 쓰는 것 말고 다른 취미가 없어 보이는 작가를 꼽으라면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 같은 작가의 취미생활이라니. 마루야마 겐지 특유의 과격한 어투로 쓰인 “취미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라는 부제까지 읽고 나니, 그가 생각하는 취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의외로 그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섭렵해 왔다. 스물셋에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쓴 첫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을 받고, 문단의 야단법석을 칼같이 잘라내고 귀향해 집필에만 몰두한 작가. 다른 소설가들의 순진함을 비웃고 문학상을 단호히 거부하며 그야말로 치열하게 쓰고 또 쓰는 작가. 그러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른 작가들과 문학계에 독설을 날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가. 그가 말랑말랑한 아마추어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니 너무나 그답다. 읽으며 몇 번이나 낄낄댄다. 영화나 오토바이나 낚시와 같은 건 확실히 보편적인 취미생활이지만, 읽다 보면 그가 ‘소설’이라는 본업 이외 것들은 모두 취미로 치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시골생활을 하다 보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도 그는 ‘취미’라 부른다. 지붕에 올라 관리하는 일, 정원수 손질, 눈 치우기, 소각로 만들기 등등. 꿈의 전원주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작업과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생존노동이지만 소설이 아닌 이상 그에게는 그저 취미일 뿐이다. 잭나이프 던지기의 추억, 물맛에 대한 수다, 우유와 사과에 대한 단상, 금연도 그에게는 취미다. 그는 그 모든 취미에 전투적으로 임한다. “서른 살을 넘긴 나는 스스로 불을 붙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이라면 무엇에든 손을 댈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놀기 위한 목표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계속 살아가기 위한 목표였다.” 결말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마루야마 겐지답다. 그는 “인생이란 게 어차피 죽을 때까지 시간 보내기”라며 이것저것 덤벼들어 하다가 결국 본업인 소설밖에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해 온 모든 것들이 사실은 ‘문학에서 도망치기 위한 소품이었다는 바보 같은 사실’도 깨닫는다. 결국 그는 그동안 취미 삼아왔던 일들을 접어버리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위한 생활로 전환한다. 무척 단호하게. 그렇게 그의 취미생활은 모두 끝난 것일까. 다행히도 결말은 열려 있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의 소설도 좋지만 투덜거리면서도 빠져들고야 마는 그의 ‘취미생활’ 기록도 독자에게는 즐거움이니, 부디 앞으로도 우왕좌왕하시라. 박사 북칼럼니스트
  • [팩트체크] 고의냐 사고냐…시골 뒤흔든 ‘LP가스 폭발 사망’ 미스터리

    [팩트체크] 고의냐 사고냐…시골 뒤흔든 ‘LP가스 폭발 사망’ 미스터리

    잘린 고무관, 일부러 절단? 폭발 탓? “화장한 뒤 뿌려 달라” 종잇조각 발견 ‘2명 사망 ’ 싸고 자살·타살 갑론을박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경기 양주의 한 시골마을을 초토화한 LP가스 추정 폭발 사고는 집주인에 의한 ‘고의 사고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물 잔해 속에서 절단된 가스관과 완파된 주택의 주인 A(58)씨 시체 옆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잇조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경찰은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자살 사건이다”, “타살 사건이다”라며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필요 이상의 말다툼은 사망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어 11일 상황을 점검해 봤다.양주경찰서는 폭발이 건물 잔해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 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완파된 주택 두 채에서 1명씩 모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건물 잔해가 흩어진 모양새 등으로 볼 때 A씨 집에 가득 찬 LP가스가 원인 모를 점화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LP가스 폭발 사고는 가끔 발생하지만 지축을 흔들고 흰 연기가 수십m 하늘로 치솟는 영상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유포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절단된 가스 공급관은 일부러 잘랐나. -건물 잔해 속에서 발견된 고무 가스관은 사람이 고의적으로 절단한 것인지, 폭발 충격으로 잘린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양주경찰서 관계자는 “무 자르듯 단면이 깨끗하게 잘리지는 않았다. 현장감식에 참여한 가스 분야 전문가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절단된 부위가 집 밖에 있는 가스통과 집 안 가스레인지를 연결하는 어느 부위인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경찰은 절단된 가스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식 결과는 한 달 뒤에나 나온다. →A씨 시체 옆에서 발견된 종잇조각은 유서가 맞는가. -종잇조각 일부를 경찰이 퍼즐 맞추듯 이어 붙인 결과 “OO아 미안하다…화장해서 뿌려 주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종잇조각들은 폭발 충격에 여러 개로 찢기고 불을 끄려고 뿌린 소화수에 젖어 대부분 내용을 알아보기 어렵다. 전체적인 맥락도 모르고, 유서 문구 같은 내용이 일부 있다고 해서 자살 사건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욱이 글씨체가 누구 것인지도 아직 모른다. A씨는 배우자와 이혼 후 혼자 살아왔다. 자녀도 없었고, 친인척과도 유대가 깊지 않아 최근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LP가스가 실내에 가득 찼고 누군가의 점화나 다른 원인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본다. 특히 LP가스는 냄새가 강해 조금만 누출돼도 금방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씨가 폭발 당시 생존해 있었다면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그렇다면 점화 당시 A씨의 상태는. -숨진 채 발견된 A씨 주변에서 술병 등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물건은 찢긴 종잇조각 이외 발견되지 않았다. 타살 흔적이나 약물 반응은 국과수의 정확한 시체 부검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중생대 수각류 육식 공룡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중생대 수각류 육식 공룡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공룡 영화의 주역은 단연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수각류 육식공룡이다. 육식 공룡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거대한 입을 보면 이 입에 물린 초식 공룡이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된다. 하지만 공룡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당시 사냥이 영화처럼 단순하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육식 공룡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냥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생태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멸종 동물의 삶을 말해줄 자료는 오래전 살았던 동물의 극히 일부인 불완전한 화석이 전부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화석 자료를 분석해 여러 가지 사실을 밝혀냈다. 스페인 라리오하 대학 연구팀은 여러 수각류 육식 공룡의 이빨 화석에 남아 있는 미세 마모 흔적을 조사해 육식 공룡이 실제로 어떻게 먹었는지 재구성했다. 그 결과 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육식 공룡이 먹이를 물고 잡아당겨(puncture and full) 살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복원도 참조) 물론 이는 당연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먹이와 크기에 따른 차이가 분명했다. 대형 수각류 공룡인 고르고사우루스의 경우 표면에 거친 마모 흔적이 많았지만, 현생 조류와 가까운 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나 트로돈은 마모 흔적이 매우 적었다. 이는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이 초식 공룡처럼 크기가 커서 강한 힘으로 물어야 하는 동물을 사냥했지만, 소형 수각류 공룡은 상대적으로 한입에 삼킬 수 있고 부드러운 먹이를 사냥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설명은 일부 소형 육식 공룡들이 곤충같이 작고 풍부한 먹이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육식 공룡은 모두 초식 공룡을 사냥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생대 역시 다양한 생물이 공존했고 공룡 외에도 사냥할 수 있는 생물은 많았다. 미세한 마모 흔적 외에 이빨에 있는 작은 돌기 역시 공룡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 이들이 주로 사냥했던 먹이가 서로 달랐음을 시사하고 있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강한 것이 살아남는 법칙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해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기는 생물체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같은 먹이를 두고 남과 경쟁하기보다 차라리 경쟁을 피해 다른 생태학적 지위를 노리는 것 역시 좋은 생존 전략이다. 중생대 수각류 육식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모두 거대한 것이 아니라 닭만큼 작은 크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한 것이 그 좋은 증거다. 몸집과 형태가 달라지면서 수각류 공룡은 거대한 초식 공룡부터 작은 곤충까지 먹이 공급을 매우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태계를 더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만든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다양성이 경쟁을 줄이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 사회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열린세상] 세계시장에서 분투 중인 갤럭시의 트릴레마/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세계시장에서 분투 중인 갤럭시의 트릴레마/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삼성전자 갤럭시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18.9%로, 19.7%를 기록한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같은 분기 애플이 45%의 시장점유율로 갤럭시보다 2배 이상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 갔다. 중국에서도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에 밀려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은 1%까지 하락했다. 인도에서조차도 6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샤오미에 뺏겼다.갤럭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뒤를 이은 패스트 팔로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한 이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줄곧 구사했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및 중저가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광고비와 하드웨어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서는 데는 성공했으나 영업이익률의 격차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애플은 독보적 혁신기업으로 평가되는 반면, 삼성의 갤럭시는 애플보다 높은 투입 자원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후발 주자들의 성장으로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현재 갤럭시는 애플과 후발 주자 사이에서 위로는 브랜드 혁신성에, 아래로는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넛크래커 현상(양측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재미있게도 시장점유율, 영업이익률, 브랜드 혁신성 간의 상충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높은 시장점유율을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브랜드 혁신성을 강화시키는 갤럭시의 전략 간에 트릴레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점유율에서 갤럭시는 2012년 3분기부터는 애플의 누적 제품 출하량을 앞지른다. 그러나 2014년 1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제품 출하량의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애플은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갤럭시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브랜드 혁신성의 지표로 사용되는 구글의 키워드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갤럭시의 검색량은 2012년 3분기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이후 지속적 하락 추세를 보이는 반면, 애플의 키워드 검색량은 최근까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갤럭시는 애플에 비해 높은 광고비를 지불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케팅비 투입을 통한 제품 출하량 및 브랜드 혁신성 증가의 효과는 한정적이라 볼 수 있다. 애플의 경우 다른 후발 주자들에 비해 충성고객층으로 인한 제품의 재구매율이 높다. 특히 애플은 혁신적 이미지를 활용한 고가격 정책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갤럭시보다 훨씬 많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영업이익률을 타개하기 위해 갤럭시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브랜드 혁신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광고비의 지출보다는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R&D의 방향성을 전환해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기술(IT)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1등 제품들이 경쟁국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에지 있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시대에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승자독식 현상과 기존 제품에서 새로운 대체재로 급속한 소비자의 이동을 나타내는 그네효과(Swing Effect)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1등 제품이 아니고서는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과거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한순간에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기업들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 절실하다.
  • “10년간 먹튀 없다”… 한국GM에 총 71.5억弗 투입

    “10년간 먹튀 없다”… 한국GM에 총 71.5억弗 투입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71억 5000만 달러(약 7조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정부는 ‘먹튀’ 방지를 위해 GM이 한국GM 지분을 5년 동안 매각할 수 없도록 했고, 이후 5년 동안 1대 주주를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GM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두기로 했다.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한국GM 관련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GM에 대한 총투입 자금 71억 5000만 달러 가운데 GM은 64억 달러(약 6조 9000억원), 산업은행은 7억 50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각각 부담한다. GM은 ‘올드머니’인 기존 대출금 28억 달러(약 3조원)를 전액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을 할 경우 연 1500억원 수준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GM은 한국GM의 설비 투자 등을 위해 ‘뉴머니’인 36억 달러(약 3조 9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시설투자 20억 달러와 운영자금 8억 달러를 지원하고, 구조조정 비용 8억 달러를 대출로 지원한 뒤 올해 안에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먹튀’ 방지 조항도 마련했다. GM은 최초 5년간 지분 매각이 전면 제한되고, 이후 5년간 35% 이상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산은은 특별결의 사항에 대한 현재의 비토권을 유지하고, 제3자에게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매각, 양도, 취득할 때 유효한 비토권을 회복한다. 비토권은 지난해 10월 만료됐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경영자료를 제공받고 주주 감사권도 강화한다.김 부총리는 “실사 결과 한국GM의 주력인 승용차 등의 수출 물량 감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주요한 부실 원인으로 지적됐다”면서 “경쟁력 있는 신차 배정과 고정비 절감 노력 등이 이행될 경우 매출 원가율과 영업이익률이 점차 개선되면서 영업정상화 및 장기적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실사기관은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런 최종 실사 결과에 따라 산은은 GM과 경영회생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11일 GM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발급할 예정이다. 산은과 GM은 오는 18일 최종 합의된 경영회생 방안을 담은 기본계약서를 체결한다. 정부는 GM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청과 관련, 현재 GM의 투자 계획은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투자계획을 다시 제출하면 법령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GM은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신설하기로 약속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서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이런 내용의 산업부·GM 간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M은 아태지역 본부를 한국에 신설해 한국GM을 아태지역 생산·판매 및 기술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아태본부와 한국GM의 연구개발(R&D)·디자인센터를 활용해 엔진 등 핵심 부품과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 개발을 추진한다. 또 GM은 현재 한국 부품 협력사로부터 한국GM과 글로벌 GM 생산에 필요한 연간 2조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조달 규모를 확대하고 부품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 제고와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단독] ‘유령 국민’ 연간 4%…늦은 사망신고 방치

    [단독] ‘유령 국민’ 연간 4%…늦은 사망신고 방치

    정부가 오로지 유족에게만 맡기는 부실한 사망신고 체계<서울신문 5월 7일자 1면>를 개선할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이 사망신고를 늦춰 통계상 사망자가 생존자로 둔갑하는 비율이 연간 4%에 이르고 각종 연금과 복지급여 부정수급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청 관계자와 통계 전문가들은 2016년 11월 사망통계원인 자료를 분석하면서 사망신고 지연 문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의료기관이 직접 사망신고를 하는 방안과 유족이 사망신고서에 사망원인을 쓰는 대신 사망진단서로 대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결론은 현 제도 유지였다. 통계청은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에 사망진단서 신고 의무를 내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등 여러 기관의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런 이유로 2016년 기준 사망신고가 지연돼 실제로는 사망자이면서 통계상 사망자에서 제외되는 비율이 연간 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사망 지연신고율이 훨씬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려대 행정대학원 연구팀 분석 결과 1998~2009년 사망 지연신고율은 연평균 7.9%, 2009년은 6.7%나 됐다. 사망 지연신고율은 법정 신고기간인 한 달을 넘기는 비율이다. 1년 이상 지연신고율도 조사기간 연평균 3.2%, 2009년 2.3%였다. 지연신고가 많은 지역은 제주, 전남, 전북 등이었다. 유족이 사망신고를 1개월 이내에 하지 않아도 과태료는 최대 5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망신고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다. 사회보장정보원 조사에서 2012~2016년 사망자에게 잘못 지급한 기초생활수급비 등 복지급여가 20억원이었다. 2010~2016년 사망 지연신고를 미리 적발해 복지급여 지급을 중단한 금액도 223억원에 이른다. 100세 이상 노인 수가 통계청, 행정안전부 등 산출하는 기관마다 제각각인 것도 부실한 사망신고 체계 영향이 크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사망신고를 해야 매장이 가능하다. 또 사망신고에 의사, 장례지도사 등이 관여하도록 해 지연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은 “의사나 의료기관이 사망신고를 하도록 하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총 13명 형사 입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총 13명 형사 입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현장 소방지휘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이로써 경찰이 혐의를 잡고 검찰로 신병을 넘긴 인원은 13명으로 늘었다.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이상민(53)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53) 전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이들은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에 다수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소방대원들에게 적극 알리지 않은데다, 현장상황 파악까지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다. 소방대원들이 신속하게 2층 구조에 나섰다면 희생자 가운데 일부를 살렸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당시 2층에서만 20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위해 지난달 25일 화재 현장에서 구조활동까지 재현했다. 경찰은 연막탄을 피운 뒤 구조대가 2층 비상구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 비상구 문을 여는데 걸린 시간 등을 꼼꼼하게 측정했다. 이를 통해 경찰은 김 전 팀장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비상계단을 통한 구조를 지시했다면 오후 4시 9분쯤 비상구 문을 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소방구조대는 오후 4시 35분쯤 2층 유리창을 깨고 건물에 진입했다. 이는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합조단은 앞서 현장지휘관이 비상구 위치와 건물 내 생존자파악 등 정보획득이 미흡했고, 비상계단으로 2층 진입을 시도했다면 일부를 구조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경찰은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 2명, 카운터 종업원, 세신사, 스포츠센터 소방특별조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소방관 2명 등 총 11명을 형사입건해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충북지방청 광역수사대 수사전담팀으로 재편성해 화재건물의 실소유자 수사 등 남은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3시48분쯤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는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참사로 기록됐다. 건물주 등의 소방시설 관리 소홀과 소방당국의 부실한 초기대응 등이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재원인은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은등의 과열 또는 누전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아마존, 벌채로 죽어간다…지난해 축구장 20만 개 규모 사라져

    아마존, 벌채로 죽어간다…지난해 축구장 20만 개 규모 사라져

    남미 아마존에서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농업, 축산업 등을 이유로 마구 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범죄카르텔까지 '아마존사업'(?)에 뛰어들면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는 탓이다. 페루 환경부 소속 '산림보호프로그램'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페루 아마존에서 사라진 산림은 197만4209헥타르에 이른다. 매년 평균 12만3388헥타르꼴로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에만 페루 아마존에선 산림 14만3000헥타르가 증발했다. 축구장 20만 개에 맞먹는 규모다. '산림보호프로그램'은 "문제를 방치하면 앞으로 매년 30~40만 헥타르씩 산림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오염에도 자연은 힘겨운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그런 자연을 파괴하는 건 사람이다. 농업이나 축산, 광업 등 경제활동을 위한 불법벌채가 아마존을 죽여가고 있다. 현지 언론엔 "아마존이 '경제개발'이라는 암에 걸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광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광업으로 불법벌채와 난개발이 특히 심각한 곳은 페루 남부 마드레데디오스지역. 이곳에선 불법벌채로 초토화된 면적이 2001년 5000헥타르에서 2016년 1만7000헥타르로 급증했다. 불법벌채로 민둥이가 된 곳엔 준설기가 설치되고, 금광에선 다이너마이트, 수은 등이 사용된다. 현지 언론은 "일명 '아마존사업'에 범죄카르텔까지 뛰어들면서 (인력 확보를 위한) 인신매매, 납치 등 범죄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카인 생산을 위해 코카를 재배하는 밭으로 변한 곳도 적지 않다. '산림보호프로그램'은 "당장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아마존 산림은 머지않아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존을 끼고 있는 페루는 전체 국토의 1/3이 산림이다. 넉넉한 산림자원 덕에 페루는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17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군인·소방관·법제관까지… “30년 공직, 죽을 고비도 넘었죠”

    군인·소방관·법제관까지… “30년 공직, 죽을 고비도 넘었죠”

    국회 사무처 법제실 행정법제과에서 근무하는 이성호(49) 법제관은 세 분야의 공무원 신분증을 가졌던 독특한 인물이다.이 법제관은 1988년 부사관으로 군대에 입대해 5년 6개월을 기갑부대에서 근무한 뒤 중사 계급으로 제대했다. 그의 첫 공무원 신분이다. 1994년부터는 서부소방서(현 은평소방서)에서 소방 공무원으로 2년을 근무했다. 1996년에는 9급 일반 국회 행정직 공무원으로 변신해 20년이 넘게 근무했다. 세 개의 공무원증이 그의 손을 거쳤다. “임용될 당시 동료들이 왜 우리보다 월급도 많고 호봉도 높냐며 놀렸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그는 현재 국회 법제실에서 국회에서 발의된 수많은 법안들을 손질한다. 법안의뢰서가 도착하면 법안의 취지나 개정 방향, 문제점 등을 검토해 최적화된 법률안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게 그의 업무다. 기억에 남는 신분은 소방 공무원이다. 2년 동안 남들이 평생 겪지 못할 일을 겪었다. 이 법제관은 “화재 현장에서 죽을 뻔한 고비도 많이 넘겼다”며 “현장에 있다 보면 모든 공포감과 생존 본능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2001년 홍제동 주택가 화재사고는 그에게 남다르다. 그가 재직할 때 관할 지역이었던 만큼 순직한 소방관 중 그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도 있다. 이 법제관은 “조문을 가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소방관 출신인 그는 자연스레 소방 관련 법안에 애정이 간다. 이 법제관은 소방법을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소방 공무원의 여건을 개선하는 취지의 법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애틋해진다”고 설명했다. 공고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에 뛰어든 그는 입법 공무원이 된 뒤 뒤늦게 학업의 뜻을 펼쳤다. ‘고졸’이라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단다. 그래서 야간대학에 다니며 4년 장학생으로 대학을 마쳤다. 이어 법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단숨에 취득했다. 노력으로 콤플렉스를 뛰어넘었다. 또 지난 1~3월 법제관 내부 실적 평가 1등을 기록할 만큼 업무에도 소홀함이 없는 ‘모범 공무원’이다. 소방관 출신답게 그는 소방관의 처우 개선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그는 “가끔 옛 동료를 만나면 처우 개선에 힘써 달란 부탁을 듣곤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시스템에 복종 ‘합리화’의 민낯…자기모순에 빠진 보통 사람들

    시스템에 복종 ‘합리화’의 민낯…자기모순에 빠진 보통 사람들

    먹고살기 위해,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람들은 때때로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을 한다. 예컨대 조직의 부패를 눈 감거나 옹호하는 극단적인 타협일 수도 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개인은 그래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데 능숙해진다.소설가 편혜영(46)이 전작 ‘홀’ 이후 2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현대문학)은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편혜영은 8일 “겉으로 봤을 땐 윤리적이지만 이익 집단과 다를 바 없는 병원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을 그리기 위해 의료진이 아닌 행정직 직원들을 등장인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구매과 직원이었던 주인공 무주는 리베이트를 챙기다 소도시의 병원으로 쫓겨난다. 그는 새로 옮겨 간 병원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이석의 비리를 알게 된다. 무주는 이석이 3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 때문에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주는 평소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이석을 고발해야 할지 고뇌한다. 스스로 “순도 높은 정의감과 도덕심”을 가졌다고 여기는 무주는 곧 태어날 아이 앞에서만은 떳떳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의 비리를 고발한다. “무주는 자신의 행동을 시스템에 복종한 것이라고 합리화하면서 스스로 계속 모순에 빠지는 인물이죠. 어떤 사람을 ‘선하다 악하다’라고 명확하게 나누기는 힘들잖아요. 무주처럼 스스로 갈팡질팡하면서도 변명에 능한 복합적인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한 집단의 관행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따라야 한다는 등장인물들의 현실 순응적인 태도는 책 제목에도 함축돼 있다. “성경 마태복음에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는 구절이 있어요. 무주도 그렇고 이석도 그렇고 다들 자기가 원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변명하면서 조직의 이익에 끌려가죠. 자기 모순에 빠져 자신을 잃어 가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본다면 ‘죽은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도 확신에 차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일을 권하는 인물들 역시 성경의 이 구절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고요.” 무단결근한 무주가 동네의 한 도로를 따라 자신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장면으로 작품은 끝맺음된다. 회사 혹은 가족으로부터 희망을 찾았는지 여운을 남기지 않은 작품의 결말은 “기존 시스템과 사회는 변하지 않고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병원 직원들은 부정을 저지른 경영진이 물러났지만 새 인수자가 빨리 나타나길 희망해요. 새 사람이 병원을 인수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악순환에 빠질 게 자명한데도 말이죠. 저의 생각과는 달리 무주가 희망의 작은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독자들을 보면서 ‘어쩌면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건 작은 빛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화성 땅속도 조사 … NASA의 끝없는 ‘태양계 탐사’

    화성 땅속도 조사 … NASA의 끝없는 ‘태양계 탐사’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무인 화성탐사선 ‘인사이트’를 실은 아틀라스5 로켓이 발사됐다.인사이트는 오는 11월 26일 7개월여의 항해를 마치고 화성 북쪽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본격적인 화성 속살 파헤치기에 나선다. 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캘린더에는 인사이트를 포함해 우주 탐사를 위한 계획들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특히 올 9월까지는 태양계와 지구 탐사를 위한 위성이 3대가 더 발사될 예정이다. 우선 열흘 뒤인 오는 19일 지구중력장과 기후변화 측정을 위한 ‘그레이스·포’ 위성이 발사되고, 오는 7월 31일에는 태양 에너지 방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파커 태양 탐사선’이, 9월 12일에는 극지방의 얼음 두께와 지구 지표면 두께, 구름 상태를 관측하는 ‘아이스샛2’ 관측 위성이 발사된다.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파커 태양 탐사선을 제외한 다른 탐사선들은 모두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화성 표면의 물 흔적이나 암석 성분, 지표형태 분석을 통해 생명체 흔적을 찾아 나섰던 패스파인더, 오퍼튜니티 같은 화성탐사선들과는 달리 화성 지각 구조와 지표 내 열분석과 같은 화성 내부 탐사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인사이트에는 열이 지표면 아래에서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가를 파악해 지구 지각과 비교 분석하는 열류량 측정기, 화성 지각 내 진동과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파 등을 파악하기 위한 초정밀 지진계가 설치돼 있다. 또 라디오파 측정기를 장착해 탐사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화성이 축을 중심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해 중심 핵의 크기와 구성 성분이 액체인지 고체인지를 밝혀내게 된다. 인사이트의 임무는 태양계 생성 기원과 화성의 진화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지만 훗날 화성 식민지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열흘 뒤에 발사되는 ‘그레이스·포’는 지구 중력과 기후변화 관측을 목적으로 2002년 발사된 그레이스 위성의 임무를 이어 가기(follow-on) 위한 탐사 위성이다. 그레이스·포 탐사위성은 지하수 저장량의 변화와 대형 호수, 강의 유량 변화에 대한 데이터 등 지구 전체 수자원의 변화를 추적하게 된다. 지하수 저장용량이 변하게 되면 미세한 중력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지하수 수위를 측정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 수자원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지구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7월 마지막 날 발사되는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 ‘파커 태양 탐사선’(PSP)은 태양과 620만㎞ 떨어진 곳까지 근접해 태양 대기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를 분석하는 등 태양 에너지 방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NASA 관계자는 “태양풍이나 태양흑점 폭발로 인한 우주 날씨 변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태양이 태양계 전체 생존에 미치는 영향으로 미루어 볼 때 PSP의 태양 탐사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나사는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이자 태양풍을 처음 예측한 유진 파커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이름을 탐사선에 붙이는 한편 태양 탐사에 동참한다는 의미와 탐사의 중요성을 부여하기 위해 마이크로칩에 신청자의 이름을 담아 탐사선과 함께 쏘아 올리는 이벤트를 전 세계를 상대로 펼쳤다.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발사되는 ‘아이스샛2’ 위성은 전 세계 얼음의 분포와 두께 변화만을 측정하려는 목적으로 발사되는 탐사위성이다. 이 때문에 다른 탐사위성들과는 달리 ‘아틀라스’라고 불리는 고성능 레이저 측정장치만을 장착하고 발사될 예정이다. 극지방 해빙뿐만 아니라 만년빙이 녹고 사라지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아이스샛2는 현재 기후 변화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구 궤도를 근접해 지나가면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한 위성들도 올해 속속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 가장 먼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14년 12월 3일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2’는 다음달 1일 지구 근접 소행성 ‘류구’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2016년 9월 8일 나사가 발사한 소행성 무인탐사선 ‘오리시스·렉스’도 오는 8월 17일 소행성 ‘베누’의 궤도에 진입한다. 1999년 처음 발견된 베누는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행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2135년 9월 말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충돌 위험이 높아질 경우 폭파시키기 위해서는 소행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오리시스·렉스는 베누의 모양과 주요 성분을 관찰하고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함정서 화재 땐 이렇게

    함정서 화재 땐 이렇게

    해군 1함대 안동함 장병들이 8일 함정의 생존성 보장과 승조원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화재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안동함은 한진희(중령) 함장을 중심으로 긴급 상황에서도 동해 수호 임무를 100% 완수하기 위해 복합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동해 연합뉴스
  • 김병만, 국내 최초 화성 탐사 프로젝트 ‘갈릴레오’ 출연

    김병만, 국내 최초 화성 탐사 프로젝트 ‘갈릴레오’ 출연

    김병만이 국내 최초 화성 탐사 프로젝트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 출연한다.‘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연출 이영준)’는 최근 과학사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화성’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등 우주와 인간의 생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갈릴레오’는 픽션(fiction)이 아닌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한 신개념 SF 버라이어티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화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진 美 유타(Utah) 州에 있는 MDRS(Mars Desert Research Station/ 화성 탐사 연구 기지)에서 진행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다. MDRS는 전세계 우주 과학자들에게 과학적 실험을 목적으로만 허용되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수개월의 설득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MDRS에서 펼쳐지는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더욱 기대가 가는 이유다. 미지의 세계인 화성에 대한 정보와 화성 탐사의 재미 등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프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를 이끌고 갈 주인공은 김병만이다. 바다, 숲, 오지 등 지구 곳곳에서 최강의 생존력을 증명해 온 김병만이 이번엔 화성에 도전하는 것. 김병만은 화성에서의 생존은 기본, 화성 탐사 및 과학 실험 등을 통해 일주일간 화성인으로서의 경험을 미리 해볼 예정이다. tvN에 첫 출연하는 김병만, 그리고 tvN으로 이적 후 첫 프로를 선보이는 이영준 PD의 만남만으로도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에 대한 기대감은 사뭇 크다. 연출을 맡은 이영준PD는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인간이 화성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NASA나 스페이스 엑스와 같은 곳에서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그곳에서 살아남을 인간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라며 이어,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김병만을 비롯한 크루들의 경험이 MDRS(화성 탐사 연구기지)의 로그 기록으로 남아, 향후 화성 인간 탐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책 마련을 위한 실질적인 데이터로 쓰인다는 점이다. 그간 ‘우주’를 주제로 했던 기존 방송들에서 볼 수 없었던 ‘진짜’ 화성탐사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기획의도와 기대감을 전했다. 또 한번의 센세이션을 일으킬 tvN의 새로운 실험,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6월 미국 MDRS(화성 탐사 연구 기지)에서 촬영을 시작으로 7월 중 방송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결혼식장서 신부가 탄 헬기 추락…기적 생존 사연

    결혼식장서 신부가 탄 헬기 추락…기적 생존 사연

    최고로 멋진 결혼식을 꿈꾼 신부가 하마터면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서 비명에 세상을 등질 뻔했다. 브라질 상파울로주의 비녜두에 있는 한 야외결혼식장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신부는 헬기를 타고 식장으로 빌린 고성의 잔디밭에 내려앉을 예정이었다. 헬기에서 내리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꿈꾸던 신부입장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헬기가 결혼식장 상공에 나타나고, 친지와 하객들의 시선이 헬기에 집중된 순간까지만 해도 꿈은 계획대로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착륙을 시도하던 헬기가 지상으로부터 불과 20m 정도를 남기로 갑자기 빙글 돌면서 꿈은 산산조각났다. 헬기는 180도 회전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헬기에 타고 있던 사람은 조종사와 신부 그리고 6살 화동 등 모두 3명. 사고를 지켜본 친지와 하객들의 비명과 울음, 사고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 등 식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건 바로 그때다.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은 세 사람은 바닥에 떨어진 헬기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세 사람이 탈출한 지 불과 1분 만에 헬기에선 뻥하는 폭음과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조종사와 화동은 약간의 부상을 당했지만 이날의 주인공 신부는 머리털 하나 다치지 않고 말짱한 상태였다. "신부가 멀쩡하네? 그럼 결혼식 올려도 되겠네?" 누군가의 말에 하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는 예정대로 축복을 받으며 백년가약을 맺었다. 헬기추락사고를 겪은 직후 현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세계 최초의 신부일지 모른다. 브라질에선 2016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를 타고 식장으로 이동하던 신부가 추락사고를 당해 조종사를 포함해 탑승자 4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영상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맛있는 지방과 평양냉면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맛있는 지방과 평양냉면

    누군가 ‘삼겹살은 서민을 대표하는 먹거리’라고 주장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는 삼겹살은 먹음직스러움을 넘어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이런 삼겹살의 매력에 매료되곤 한다.삼겹살을 굽다 보면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삼겹살을 먹은 뒤 후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 기름은 불판 위에서 하얗게 굳는다. 이것이 지방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포화지방이다.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들의 에너지원은 탄소와 수소의 결합을 유지하는 전자에 있다. 이 전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ATP로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그러니까 당연히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에너지가 풍부하다. 탄수화물처럼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더 많은 지방이 에너지 효율은 더 높다. 동일한 무게의 탄수화물과 지방의 열량을 측정하면 4대9 비율로 지방이 훨씬 더 많다. 화학 구조를 알면 지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지방은 글리세롤 1개에 지방산 3개가 결합한 구조다. 지방산은 많은 탄소와 수소를 갖고 있다. 탄소는 전자 4개와 결합할 수 있다. 지방산을 살펴보면 앞뒤에 있는 탄소들이 서로 결합하고 남은 전자를 수소와 결합하는 데 사용한다. 이때 탄소는 다른 탄소와 결합하면서 전자 2개를 사용하고 나머지 전자 2개를 수소 2개와 각각 결합하는 데 사용한다. 이처럼 탄소 원자 하나에 결합한 수소의 수가 최대인 2개이면 포화됐다고 말한다. 이런 포화지방산을 가진 지방을 포화지방이라 한다. 반면 지방산에 있는 일부 탄소들은 앞뒤 탄소와의 결합에 이중결합을 포함해 더 많은 3개의 전자를 쓰고 남은 하나만 수소와 결합한다. 이러한 불포화지방산을 가진 지방을 불포화지방이라 한다. 불포화지방은 포화지방보다 탄소와 수소의 결합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 함량도 작다. 포화지방은 탄소와 수소의 결합 속성 덕분에 곧게 뻗은 3개의 포화지방산 꼬리가 글리세롤에 붙어 있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포화지방 분자들이 모이면 차곡차곡 포개진다. 그래서 실온에서 고체 형태를 띠게 된다. 몸속에 포화지방이 많아지면 혈관에 차곡차곡 쌓여 심혈관 건강에 해로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불포화지방은 분자가 포개지기에는 불편한 꼬리 구조를 갖고 있어 실온에서도 굳지 않고 액체 형태를 띤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양에 따른 맛의 변화를 관찰한 실험이 있었다. 그 결과 탄수화물은 맛을 크게 느끼는 농도가 정해져 있지만, 지방은 농도가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거의 끝없이 맛을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은 신체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이상적인 분자 구조를 갖고 있다. 탄수화물이든 단백질이든 과하게 섭취하면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그래서 살은 쉽게 찌고 다이어트는 어려운 것이다. 몸속에 저장된 지방을 줄이려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 산소가 있을 때 몸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유산소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숨차게 뛰지 말고 산소를 충분히 마시면서 걸어야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워 없앨 수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인류의 조상들은 아마 조금만 섭취해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탄수화물과 지방을 선호했을 것이다. 그 맛을 느끼고 섭취했던 조상들만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그 조상들의 유전자가 후세인 우리에게까지 전달됐을 것이다. 마블링이 환상적인 소고기는 맛도 환상적이다. 마블링은 소가 성장하면서 생성한 포화지방이 단백질 곳곳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건강을 고려하면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도 가끔은 너무 먹고 싶다. 평양냉면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베트남에서 온 작가는 한국의 해물탕을 좋아한다. 이유는 국토 한 면이 바다에 접한 나라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병원까지 다녀왔던 분이라 뵐 수 없겠지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내주셨다. 서태지가 나왔던 1991년 현재, 16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은 제목만치 서글프다. 그를 만난 아침은 소설의 첫 장면처럼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소설 주인공 끼엔은 열일곱 살 때 북베트남 정규군에 입대한다. 당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많이 자원입대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적병의 몸에 못을 박듯 한 발 한 발 방아쇠를 당겼던 끼엔은 전쟁 후 살아남은 단 열 명의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끼엔은 부대원이 몰살당한 지역을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끼엔은 생시를 구별할 수 없는 혼령을 목격하곤 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한 무리의 흑인 병사가 산기슭으로 행군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첫사랑 프엉도 찾아온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끼엔에게 프엉만은 확실한 존재였다. 하지만 전쟁은 프엉과의 추억을 앗아갔다. 전쟁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끼엔은 글을 쓴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고자 끼엔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쓰는 일이었다.“신짜오(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금방 잊은 인사말, 통역해 주시는 하재홍 선생께서 가르쳐 주셔서 인사할 수 있었다. 하 선생은 천호동에 있는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모시고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맘대로 태울 수 있는 모텔이 호텔보다 좋다고 한다. 홍마초의 뿌리와 이파리, 꽃잎을 담뱃잎에 섞어 말아 피워 물고 환각에 들어가곤 했다던 북베트남 병사들이 떠올랐다. 꼬박 밤을 새운 나보다 더 초췌한 그를 만나 가까운 해물탕집으로 가려 할 때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했다. 전쟁 얘기를 시작할 때 마치 정글에 비 내리듯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졌다. 장딴지까지 차오른 핏물 속을 행군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벌건 내장을 드러낸 해물탕이 나왔다. ‘전쟁의 슬픔’은 시간의 흐름대로 쓴 톨스토이식 소설이 아니다. 끔찍한 비극의 찌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 지금과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다.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와도 달랐다. “그래요.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쓰자 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비슷하다는 데 베트남어판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번역이 이상한지 읽기 어려웠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1988년 베트남말로 번역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가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는 말에 멈칫했지만, 단순히 마르케스의 영향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했던 마르케스의 신화적 상상력과 달리, ‘전쟁의 슬픔’은 비극적 사실과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끌어 쓰고 있었다.소설에서 2375회나 이름이 등장하는 끼엔은 196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대해 북베트남 보병사단의 병사로 서부고원 전선에서 싸웠던 작가의 이력과 유사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보기에 끼엔이 아니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끼엔이 외면적 주인공이라면, 950회 이름이 나오는 프엉은 내면적 주인공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작가들,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 같은 이들은 여러 인물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끼엔은 베트남 전쟁을 겪은 베트남 병사의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고요. 프엉은 내면의 제 자신입니다.” 마르케스와 다른 그의 글쓰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은 혼령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끼엔이 찾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고이 혼’이라는 지역이다. 우리말로 하면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지역이랄까. 거기서 끼엔은 죽은 자를 두 눈으로 자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으스러진 육신을 끌고 다니는 귀신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해질녘 나무들이 바람결에 내는 신음이 귀신의 노랫소리로 들린다. 소설에는 귀신 72회, 유령 24회, 혼령 18회, 망령이 4회 등장한다. 모두 죽은 이의 영혼들이다.“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력이 아니에요. 동남아 사람들은 육신이 사라져도 혼령이 일상에 함께한다고 믿지요. 내 작품에서 영혼, 귀신,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정서 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을 그대로 쓴 거예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어도 혼령으로 떠돌죠. 문화권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공산주의 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유령이 뭐냐 하지요. 가톨릭 신도들은 영혼이 위로 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위가 아니라 혼령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어요.” 작가로서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소통시키는 영매(靈媒)다. 죽은 자 중에 호아라는 여성 병사 얘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호아라는 이름은 이 소설에서 98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호아는 부대원의 길을 인도하는 선도병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미군이 있는 곳으로 부대원을 인도했다. 그들을 포위한 미군이 다가오자 부대원을 남기고 호아가 미군에게 뛰어든다. 풀밭에 쓰러진 호아 위로 알몸의 미군들이 숨을 헐떡이며 먼저 차지하려고 으르렁댔다. 집단 강간당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면서도 끼엔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수류탄을 던지면 위치가 발각돼 죽을까 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비겁함은 살아남은 끼엔에게 가장 아픈 트라우마로 남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 때 여군들이 생포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군에게 강간당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 얘기를 쓴 거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디어헌터’, ‘택시 드라이버’, ‘람보’, ‘플래툰’ 등은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미국 영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시각을 통한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오리엔탈이면서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베트남을 소비해 왔다. 이 영화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이며, 자가치유 방식이다. 미국인이 겪는 베트남전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이 주제다. 그나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우리의 입장에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슬픔’에는 영웅이 없다. 도박과 환각에 빠진 베트남 병사들이 등장한다. 짐승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베트남 정부로서는 지금도 꺼림칙한 소설이다. 승리한 전쟁을 ‘슬픔’으로 표현했다며 처음엔 제목이 ‘사랑과 숙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1995년 런던 인디펜던츠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경제신문 아시아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금서(禁書)였다. 베트남 국내에서 학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잘 모른다.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에게 물어 보면 외국에서 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끼엔처럼 그는 아직도 악몽에서 괴로워하는 걸까. 이만큼 끔찍한 소설을 쓴 사람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까. 베트남 파병을 다녀와서 매일 군인 수통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군용 단도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한국인 얘기를 전했다. “많이 회복됐어요.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전쟁 후 베트남 사람들은 그래도 주변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울어 주고 그러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더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었을 거예요. 미군이나 한국군은 낯선 타국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은 것이죠. 베트남 군인은 함께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풀 수 있었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을 거예요. 대화 상대도 없으니 몸부림치다가 죽어갔을 거예요.”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 제27청년여단 소년병 500명 가운데 살아남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그는 어떻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수였던 아버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전쟁 무용담이나 문학 작품 얘기를 많이 했죠. 군에 입대하고 6년 동안 전쟁터에 있느라 글을 잊었지요. 전쟁 끝나고 돈 벌러 다녔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글재주 있다며 기억해 주셔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간 거죠. 처음엔 전쟁 중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가장 깊은 체험이 전쟁이었기에 전쟁 소설을 쓴 겁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극복하는 생존 방식이었다. 통일을 경험한 베트남 작가로 한국인에게 전할 말씀을 부탁드렸다. “베트남은 무력통일이었기에 승자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남베트남 체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통일 후 갈등이 컸어요. 남베트남 사람 중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은 보트피플로 망명했어요. 전쟁을 통한 통일은 가짜 통일이에요. 진짜 통일은 평화를 통한, 대화를 통한 통일이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해요.” 현재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베트남이다.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소설과 베트남 문학은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텍스트다. 내년에 베트남 문학과 교류를 추진을 위해 베트남에 가볼 요량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2000년에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작가회의 회장이었을 때 베트남 작가협회와 결연을 했어요. 이후 경제협력은 많이 하는데 문학 쪽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이 많이 번역되는데 한국 문학 번역은 고은, 방현석, 김영하 외에 뜸해요.” “깜언깜언(정말 감사합니다).” 배운 표현을 이제야 써 봤다.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트남 말을 써 봐야겠다. 해물탕이 많이 남았는데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아차,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필명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다. 개울물도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흐르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인물로 적지 않은 인세를 받아 서방으로 이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전쟁 중 정글에서 자던 병사처럼 지금도 허름한 곳에서 노숙인처럼 살아야 편하다는 그의 선조가 견디며 살던 땅의 이름이다. 1952년생 바오닌. 시인·숙명여대 교수
  • ‘정글의 법칙’ 병만족, 탐험가 로버트 스완 父子 만난 모습 포착

    ‘정글의 법칙’ 병만족, 탐험가 로버트 스완 父子 만난 모습 포착

    ‘정글의 법칙 in 남극’ 병만족이 세계적인 탐험가 로버트 스완을 만났다.4일 방송되는 300회 특집 ‘정글의 법칙 in 남극’에서 병만족이 세계 최초로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걸어서 도달한 영국인 탐험가 로버트 스완과 그의 아들 바니 스완을 만나는 모습이 공개된다. 지난 방송에서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하루 동안 남극점에 머물게 된 김병만은 우연히 세계적인 탐험가 로버트 스완과 그의 탐험 메이트이자 아들인 바니 스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로버트 스완은 86년 남극점과 89년 북극점 모두를 걸어서 정복한 최초의 인물. 처음 남극점 횡단 당시 지구의 오존층 파괴로 눈동자의 색깔이 변하고 얼굴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충격적인 상태를 겪은 후, 환경 운동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로버트 스완은 남극 횡단 시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고집하며 남극에 버려진 1500톤의 쓰레기를 회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그는 아들 바니 스완과 함께 사상 최초로 친환경 에너지만을 이용해 남극대륙 탐사에 도전했던 이력이 있다. 남극점에서의 짧은 만남을 통해 병만족을 꼭 만나러 가겠다고 한 로버트 스완은 병만족의 이글루를 찾으며 그 약속을 지켰다. 그는 병만족에게 태양광 썰매, 휴대용 포트, 배터리 충전기 등 자신의 친환경 장비를 보여주며 그 동안 남극에서 몸소 터득한 친환경 생존법을 소개했다. 또 남극 횡단 시 좀 더 수월한 크로스컨트리 스키 타는 법까지 알려주며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병만족은 이에 보답하고자 로버트 스완 부자에게 남극의 천연 얼음과 전혜빈이 가져온 비장의 재료로 한국의 맛, 팥빙수를 대접했다. 팥빙수를 맛본 로버트 스완 부자는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연신 감탄했다. 아들 바니 스완은 팥빙수 맛에 흠뻑 취해 끝까지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했다는 후문.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정복한 위대한 탐험가 로버트 스완과 병만족의 극적인 만남은 4일 금요일 밤 10시, ‘정글의 법칙 in 남극’에서 공개된다. 사진=SBS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국종 교수 있는 아주대병원에 7번째 닥터헬기 배치

    이국종 교수 있는 아주대병원에 7번째 닥터헬기 배치

    중증외상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국내 7번째 응급의료 전용헬기(이하 닥터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보건복지부는 3일 7번째 닥터헬기 배치지역으로 경기도를 선정하고, 헬기가 아주대병원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병원의 외상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닥터헬기는 응급의료법에 근거해 응급의료 취약지역 응급환자의 신속한 항공이송과 응급처치 등을 위해 운용되는 전담 헬기다. 닥터헬기는 특정 의료기관에 배치돼 요청 즉시 의료진을 태우고 출동, 응급환자를 치료·이송하는 데 쓰이기에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정부는 2011년 9월 2대의 닥터헬기를 시작으로 2013년 2대, 2016년 2대를 추가 배치했다. 지금까지 누적 환자 6000명 이상을 이송하는 등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활약하고 있다.복지부는 경기도는 헬기 이송 수요가 많고, 기존 닥터헬기와 달리 주·야간 상시 운항 및 소방과의 적극적인 협업모델을 제시해 7번째 닥터헬기 배치 지역으로 뽑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25%가 사는 경기도는 모든 시·도 중에서 응급실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교통체증 등으로 신속한 육로 이송이 제한됨에 따라 헬기 이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도는 2011년부터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전문팀과 소방 간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응급환자를 소방헬기로 이송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배치될 닥터헬기에 소방 구조·구급대원을 태우는 등 소방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 컷 세상]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한 컷 세상]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93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이 걸려 있다. 지난달 23일 최덕례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국내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이제 28명뿐이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는 그날까지 부디 할머니들이 무탈하게 건강하시길 바라본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조선3사 ‘에코십’ 개발로 파고 넘는다

    조선3사 ‘에코십’ 개발로 파고 넘는다

    삼성重, 세계 첫 공기윤활시스템…컨테이너선 1척당 연비 8억 절감 현대重 이중엔진·대우는 가스선글로벌 수주 가뭄에 따른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 조선 3사가 경쟁하듯 환경 친화적인 미래 선박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환경오염 물질은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에코십(친환경 선박) 제작 기술을 빠르게 선점해 일련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이는 ‘공기윤활시스템’(SAVER Air)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2일 밝혔다. 공기윤활시스템은 선체 바닥 면에 공기를 분사해 선체 표면과 바닷물 사이 공기층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방식(그림)이다. 일종의 에너지 저감장치(ESD)에 속한다.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 필요 없이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게 작은 크기로 개발됐다. 파도나 조류 등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마찰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기윤활시스템이 초대형 고속 컨테이너선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다. 삼성중공업 측이 밝힌 연료절감 효과는 4% 이상이다. 통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간 유류(벙커C유) 비용은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4% 정도 절감해도 선박 1척당 연간 8억원 이상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선박 외판에 장착해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세이버 핀’도 독자 개발해 상용화 중이다. 이 장치를 단 선박은 최대 5% 연비 개선 효과가 있고 선체 진동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선박연료 황함유량 규제를 1년 8개월 앞둔 상황에서 친환경 선박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IMO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규제한다. 추가 탈황시설 등을 달지 않은 기존 벙커C유 선박은 사실상 운항이 금지되는 셈이다. 2016년 세계 최초로 고압의 선박 엔진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선보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액화석유가스(LPG)와 벙커C유를 함께 연료로 쓸 수 있는 이중 엔진 개발 사업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세계적인 엔진 메이커인 만 디젤사와 친환경 선박 추진시스템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가스선은 기존 벙커C유 선박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물론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획기적으로 적다”면서 “어느 회사가 좀 더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환경 규제라는 허들을 넘는 기술력을 갖느냐가 결국 미래 생존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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