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생존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농활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도정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4만 달러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머리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190
  • [시론] 코로나 위기와 문화예술의 회복탄력성/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시론] 코로나 위기와 문화예술의 회복탄력성/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코로나시대’라고도 하고 ‘포스트코로나시대’라고도 한다. 바이러스의 위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비장한 공언은 시대를 규정하는 언어로 삶의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되새겨 보면 그 말은 일견 ‘코로나 이전’을 정상적인 삶의 형태로 생각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상처받고 불안정한 삶들에게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이나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나 어느 쪽도 최선은 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코로나19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곳에 먼저 가닿았고 불안정한 삶들을 가장 먼저 심각하게 파괴했다. 그럼으로써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거나 외면해 왔던 사회의 취약한 지점들, 그 불평등과 빈곤과 고독을 아프게 직시하게끔 해 주었다. 이 취약한 삶들에게 코로나 이전과 이후라는 단절적인 시대 규정은 생존의 가혹함과 막막함의 정도가 질적 비약을 할 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에서라면 모를까 ‘언택트 경제’나 ‘디지털 전환’에서 기회를 찾자고 독려하는 새로운 시대의 선언이라면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중밀집시설에 대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국공립 문화시설의 휴관, 공연·전시·축제 등의 문화행사 취소가 잇달았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활동증명완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예술활동이 취소·연기된 예술인은 87.4%였다. 일방적 계약 해지 40.5%, 계약 기간 축소 20%, 임금 미지급 14%, 기타 계약연장 거절 등의 사례가 25.5%를 차지했다. 여기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양혜원 연구위원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분야의 피해 금액을 총 1489억원으로 추정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도 107개국 1600곳의 박물관·미술관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조사해 발표했다. 지난 4월 현재 대부분의 박물관·미술관이 휴관하면서 직원의 약 84%를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그 와중에 3분의1에 해당하는 박물관·미술관이 사업 및 조직 축소, 10분의1이 영구 폐관이 예상되는 한편 프리랜서 직원들은 누구보다 앞서 실업 위기를 겪고 있었다. 한동안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지 못하고 전시나 공연,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를 향유하지 못하는 불편함과 아쉬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 활동의 중단이나 감소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문화예술이 생업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19가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파괴적이다. 이 가공할 파괴력은 노동유연화 또는 긱경제의 첨단에 서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프로젝트 기반의 불안정 노동, 즉 프리랜서이거나 1인 자영업자, 단기계약직 노동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현실은 그간의 ‘예술인실태조사’에서 소득 없음이나 현저히 낮은 소득 수준으로 끊임없이 환기돼 왔다. 따라서 유네스코의 진단처럼 코로나19는 예술 및 창조 산업이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극대화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문화예술 분야의 불안정하고 취약한 노동 현실이 사라질 리는 없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인수공통 전염병의 일상화가 점쳐지는 상황이라면 긴급지원은 물론이고 문화예술 분야의 긱경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절실하다. 그것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안정적이라 가정하는 ‘바운싱 백’(bouncing back)의 회복탄력성이 아니라, 코로나 위기라는 충격으로 드러난 취약함을 개선하고 변화시킴으로써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바운싱 포워드’(bouncing forward)의 회복탄력성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 오드레 아줄레는 코로나 위기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통합시키는 예술의 힘이 인류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증대시킬 것이라 역설했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리즐리아트’(ResiliArt)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길고 긴 고투를 칭하는 개념 중 하나가 회복탄력성이라면 문화예술이 이 긴 여정에 지치지 않고 동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분야의 고질적인 취약함을 개선하고 그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사람이 있다.”
  •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한반도는 동북아의 세력교체기 때마다 선택을 요구받으며 격동에 휘말렸다. 17세기 초 명청 교체기 조선은 양대 호란으로 국토와 민생이 쑥대밭이 됐다. 19세기 후반엔 청과 일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조선을 삼키려 각축하는 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조선은 나름 타개책 마련을 위해 고민했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사대’였다. ‘큰 나라를 더 열심히 섬기고 의지해야 한다.’ 자강을 위한 대책이나 교린(선린우호 관계)을 위한 노력은 없었다. 그런 조선에 열강은 군사기지, 병력, 전함, 군량, 무기는 물론 전쟁 가담까지 요구했다.요즘 한반도 안팎에선 그런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중국 봉쇄를 추진해 온 미국은 7월 초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력 시위를 벌였다.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13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 주장을 ‘완전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22일 국교 수교 이래 처음으로 미국 정부는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고, 이에 맞서 중국도 청두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두 나라의 거세지는 군사적 대치에 비례해 한국에 택일을 요구하는 ‘전통적 우방’ 미국의 압박도 커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7~9일 방한 때 한국의 적극적인 ‘반중’ 노력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실상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여기엔 주한미군 주둔비 ‘폭탄 증액’도 포함돼 있었다. 과거 명이 조선에 했던 것과 다름없지만, 명의 사신 황손무 감군(지금의 국방차관)의 품격은 달랐다. ●대책 없이 ‘반청’ 외치다 나라는 ‘쑥대밭’ 후금(후에 청)이 부상하던 17세기 초 조선 인조는 대책 없이 ‘무찌르자 오랑캐’만 외쳤다. 1627년 1월 중순 후금의 정예 3만여명이 압록강을 넘어왔다. 조선 조정은 불과 10여일 만인 1월 25일 강화도로 줄행랑을 쳤다. 그로부터 9년 뒤 조선 조정은 또 대책 없이 ‘반청’을 외쳤다. 1636년 2월 24일 한양에 온 용골대, 마부대 등 청의 사신을 서대문 밖 숙소에 사실상 감금했다. 청의 사신은 29일 말을 훔쳐 도망쳤다. 인조는 이튿날 유시문을 발표했다. “오랑캐와 모든 관계를 끊는다.” “8도 관찰사들은 죽기를 맹서하고 싸워 원수를 갚자.” 4월 11일 청의 홍타이지는 전쟁이냐 화친이냐 택일을 통첩하는 국서를 보냈다. 6월 17일 인조는 이런 내용의 답서를 보냈다.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로를 볼 것이며 조선과 우호를 유지하는 도쿠가와의 태평성대를 보라.” 조선을 침략하면 도요토미처럼 망할 것이라는 대꾸였다. 9월 1일 명의 황손무가 황제의 칙서를 들고 한양에 왔다. 조선은 청을 배후 공격해 요동 진출을 막으라는 내용이었다. “(조선) 국왕은 더욱 충직하고 양순한 마음을 돈독히 하고 무략을 드날리어 함께 협력하여 큰 공을 세워 요해의 파도를 맑게 하여 훌륭한 포상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라.” 그러나 황손무가 살펴본 조선의 대비태세는 참담했다. 자칫 조선이 먼저 망해, 배후에서 청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질까 걱정이 됐다. 그는 10월 24일 귀로에 이런 편지를 인조에게 전했다. “경학을 연구하는 것은 장차 이용(利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나는 귀국의 학사와 대부들이 읽는 것이 무슨 책이며, 경제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뜻도 모른 채 웅얼거리고 의관이나 갖추고 영화를 누리고 있으니….” “귀국의 인심과 군비를 볼 때 저 강한 도적들을 감당하기란 결단코 어렵다. 일시적인 감정에 이끌려 그들과의 화친을 끊지 마라.” 인조는 겁이 났다. 역관을 보내 청의 의중을 탐색했다. 용골대는 ‘왕자와 대신 그리고 척화론자를 압송하라’고 요구했다. 조선 조정은 다시 들끓었다. 항전의 결의를 보여 주자며 주화파 숙청을 주장했다. 인조는 11월 6일 이조판서 최명길을 파직했다. 12월 2일 청 태종 홍타이지의 12만 대군은 심양을 출발했다. 본대는 10일 압록강을 건넜다. 선발대는 그즈음 안주를 지나 개성으로 내달려 13일 오후 홍제원에 이르렀다. 강화도로 내빼려던 인조는 발길을 돌려 14일 새벽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다. ●19세기엔 日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 맺어 19세기 동북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함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1839년 영국이 막무가내 도발한 아편전쟁에 중국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홍콩까지 내줘야 했다. 1850년대 일본은 미국의 무력에 굴복, 개항했다. 1860년대 조선은 미국과 프랑스 함대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1876년엔 일본의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1879년 일본은 중국의 속국이던 류큐 왕국을 병합했다. 조선은 비로소 국제정세에 눈을 돌렸다. 1880년 김홍집을 대표로 2차 수신사를 일본에 보냈다. 김홍집은 주로 하여장 등 일본 주재 청국 외교관들로부터 정보와 판단을 구했다. 이들과 나눈 6차례의 필담을 정리하고 청국의 의견을 담은 것이 황준헌의 ‘조선책략’이었다. 조선의 최대위협은 러시아이며 ‘방러’를 위해선 ‘친중’, ‘결일’, ‘연미’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뼈대다. 당시 중국은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밀리고, 흑룡강 동쪽과 두만강 입구까지 러시아에 내준 상태였다. 일본은 러시아에 사할린을 넘긴 터였다. 중국에 러시아는 최대위협이었다. 황준헌이 내놓은 대책, 즉 ‘친중, 결일, 연미’는 중국의 ‘반러전선’에 조선을 동원하려는 것이었다. 첫째는 중국을 더욱 힘써 섬기라는 것. “중국이 사랑하는 나라로는 조선만 한 나라가 없다. 중국은 조선을 은혜로써 품어 줄 뿐, 한 번도 그 토지와 인민을 탐낸 적이 없었다.” 일본과는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으라고 타일렀다. “그들은 대대로 맡은 바 일에 충실하였다. 조선과 일본은 수레의 바퀴와 축처럼 서로 의지해야 할 형세이니, 작은 거리낌을 없애고 큰 계획을 도모하라.” 미국과는 빨리 수교하라고 재촉했다. “(미국은) 예의로써 나라를 세우고 토지와 남의 인민을 탐내지 않고, …항상 약소한 자를 부조하고 공의를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은 중국을 더욱더 열심히 섬기고, 일본 군대의 진주를 허용하고, 미국과 수교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조선책략’은 엉터리였다. 일본은 조선을 삼키려 불과 14년 뒤 청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은 20여년 뒤 조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보장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조선책략은 ‘대러 봉쇄’의 일환이었으니, 조선의 생존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선 500년 변함 없이 표방한 외교정책은 사대교린이었다. 그러나 교린은 없이 ‘사대’에 ‘몰빵’했다.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친중’(親中)이 ‘친미’(親美)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서 ‘친’(親)이란 ‘아버지’(가친 家親)를 뜻한다. 북한과는 열전이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냉전이었으며, 일본은 원수였으니 교린할 대상도 없었다.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은 ‘사대’의 틀 안에서 ‘교린’을 추진했다. 미국이 앞장서 탈냉전을 주도했으니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수교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러나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다시 ‘교린’을 뒤틀고 있다. ‘반중 봉쇄’ 압박이 그것이다.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교린’ 흔들어 중국과의 교역량은 전체의 25%이고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까지 합치면 40%에 이른다. ‘반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국가 경제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보수세력은 ‘숭미반중’에 막무가내다. 과거 나라를 파국으로 이끈 것은 ‘숭명반청’과 ‘숭청반외세’의 위정척사론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사대’는 남북 군사적 대치 때문이다. 전시작전권까지 넘길 정도로 미국에 의지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으로 한반도 정치에 개입하고, 일본은 군비 증강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적 대치를 끝내지 않고는 피하기 힘들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고했다. “한국은 이미 동맹을 선택했다!” 7월 23일 국방연구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손으로 이뤄야 한다. 반드시 이루겠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지금까지는 뭐했을까, 의문도 든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할리우드 별이 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드 하빌랜드 별세

    할리우드 별이 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드 하빌랜드 별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역으로 유명한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4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드 하빌랜드의 홍보 담당자인 리사 골드버그는 고인이 이날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191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세 살 때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1935년 영화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한 후 4년 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멜라니 해밀턴 윌크스 역으로 출연해 영화의 큰 흥행과 함께 주가를 올렸다. 드 하빌랜드는 비비언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와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멜라니 역을 차분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에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 가운데 하나”라고 대작 중의 대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에 출연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후 ‘그들에겐 각자의 몫이 있다’와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로 1946년과 1949년에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할리우드 황금기’에 활약한 여배우 중 마지막 생존자로 평가받던 고인은 2008년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예술 훈장을,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각각 받았다. 고인은 사이가 나쁜 여동생과 의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 ‘서스픽션’에 출연했던 조앤 폰테인(2013년 별세)이 동생으로, 자매는 모두 아카데미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지만 1975년 어머니의 별세 이후에는 말도 섞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용산, 이태원·소상공인 경영안전 자금 50억원 지원

    용산, 이태원·소상공인 경영안전 자금 50억원 지원

    서울 용산구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태원관광특구와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전자금 50억원을 긴급 투입한다고 27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자영업자와 신규 창업 소상공인으로 전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인 소상공인이다. 사업자등록증상 주된 사업장 소재지가 용산이어야 한다. 사실상 폐업 상태에 있는 업체, 유흥업소, 도박·향락·투기 등 불건전 업종은 제외된다.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업소 및 점포 재개장 지원금 수령자도 중복 지원되지 않는다. 이태원관광특구는 업소당 100만원, 그 외 지역은 업소당 7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을 제외하고, 자치구가 지원하는 경영안전자금 중 용산구의 지원 조건이 가장 넓다. 다른 자치구의 경우 매출액이 3억~5억원 미만인 곳이 많다. 서울시 빅데이터활용시스템 신한카드 매출액 분석자료에 따르면 5월 7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용산구 소상공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줄어든 26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태원관광특구는 63% 줄어든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원을 원하는 경우 9월 4일까지 관광특구 협의회 사무실이나 관할 동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접수는 5부제로 진행된다. 구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 매출액 감소가 타 지역에 비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돼 지원액에 차등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104세로 별세…‘할리우드 황금기’ 마지막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젊은 시절

    104세로 별세…‘할리우드 황금기’ 마지막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젊은 시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사랑을 받았던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26일(현지시간) 10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드 하빌랜드의 홍보 담당자인 리사 골드버그는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는 이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104세로 세상을 떠난 드 하빌랜드는그동안 ‘할리우드 황금기’의 여배우들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로 평가돼왔었다. 1916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그녀는 3살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어머니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드 하빌랜드는 1935년 막스 라인하르트의 눈에 띄어 그가 제작한 영화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화계에 데뷔했으며,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해밀턴 윌크스 역으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언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와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멜라니 역을 소화해 큰 호평을 받았다. 1949년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로는 제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 제2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예술 훈장을,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각각 받았다.드 하빌랜드의 여동생은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 ‘서스픽션’에 출연했던 고(故) 조앤 폰테인(2013년 별세)으로, 자매가 모두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록을 세웠지만 사이가 나빠 의절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장례식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추모비는 파리에 있는 아메리칸 대성당에 기부될 예정이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 황금기 마지막 생존자 ‘바람과 함께…‘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 황금기 마지막 생존자 ‘바람과 함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자 할리우드 황금기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26일(현지시간) 10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오스카상 수상자 가운데 최고령 생존자였으며 할리우드 거대 제작사를 상대로도 반기를 들어 배우의 계약 조건을 더 낫게 만든 역사적 기여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홍보 담당자인 리사 골드버그는 드 하빌랜드가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조용히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드 하빌랜드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 시민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950년대 초반 이후 파리에서 거주해 왔다. 드 하빌랜드는 1916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부모는 이혼했고, 드 하빌랜드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1935년 막스 라인하르트의 눈에 띄어 그가 제작한 영화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4년 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해밀턴 윌크스 역으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드 하빌랜드는 비비언 리가 연기한 스칼렛 오하라와 대비되는 성격의 멜라니 역을 차분하게 소화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이 영화 출연 배우 중에서도 마지막 생존자였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흑인 하녀 매미 역할을 한 해티 맥다니엘에게 수상을 양보했다.1935년 ‘캡틴 블러드’에서 에롤 플린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고, 1938년 ‘로빈 후드의 모험’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드 하빌랜드는 ‘그들에겐 각자의 몫이 있다’(To Each His Own)와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ess)로 1946년과 194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인은 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비비언 리가 오스카를 수상한 블랑셰 두보아 출연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0년대 말까지 영화에 계속 얼굴을 내밀어 1986년 ‘아나스타샤’(Anastasia: The Mystery of Anna)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 2008년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예술 훈장을,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영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각각 받았다. 101회 생일을 몇 주 앞둔 2017년 국왕 탄신일 서작 및 서훈 목록에 이름을 올려 백작부인 칭호를 받았다.드 하빌랜드는 1943년 워너 브라더스가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신을 계속 묶어두려 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출연 제의를 거부한 기간을 계약 기간에서 빼버리는 방법으로 제작사들은 배우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당시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어떤 제작사도 배우의 동의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며 드 하빌랜드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드 하빌랜드의 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 하빌랜드의 여동생은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 ‘서스픽션’에 출연했으며 2013년 먼저 세상을 떠난 고(故) 조앤 폰테인이다. 둘은 자매가 모두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록을 세웠지만 사이가 나빠 의절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릴 적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1942년 나란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동생이 수상하면서 더 벌어졌다. 특히 1946년 드 하빌랜드가 결혼한 마커스 굿리치에 대해 폰테인이 이러쿵저러쿵한 것이 화를 돋웠으며 자매는 1975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치료를 놓고도 아웅다웅했다. 물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말도 섞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청년부추 & 동학개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청년부추 & 동학개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빈사 상태에 놓였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국경을 차단하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끊기고 유통망이 무너졌다, ‘집콕’해야 하니 소비 역시 기진맥진하다.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경제 흐름이 동맥경화에 걸린 형국이다. 코로나19 확산→ 실물경제 강타→ 금융시장 악화→ 실물경제 충격을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만큼 코로나 경제의 충격은 실물경제나 금융위기의 차원을 넘어 경제활동이 마비된 복합적 위기다. 여기에 심각한 재정적자, 누적된 기업·가계부채가 결합하면 극심한 경제 합병증을 유발한다. 세계 각국이 돈을 뿌려대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더 답답한 것은 코로나가 언제 잡힐지 알 수 없는, 스스로 소멸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 중국 증시가 숨가쁜 랠리를 펼치고 있다. 상하이 증시는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 봉쇄조치가 해제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4개월간 오름폭은 20%를 넘어서며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마저 횡행할 만큼 펄펄 끓는다. 2분기 성장률이 깜짝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도 상승을 부추긴다. 중국 정부가 버블을 우려하며 신용투자 제한과 대출금리를 동결했지만 뜨거워진 증시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증시의 상승은 ‘청년부추’(?菜靑年)가 이끌고 있다. ‘부추’는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를 뜻한다. 윗부분을 잘라내도 금세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이들은 전문성과 자금력을 갖춘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게 늘상 깨지지만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바람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올 들어 증시에 새로 발을 들이는 부추 가운데 1990년대생이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청년부추’로 불리는 이들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다. 중국 증시는 5년 전 버블 붕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지금처럼 저금리와 유동성을 재료로 1년 새 150% 치솟으며 최고치를 찍었던 중국 증시는 아직도 반 토막에 머물 만큼 후유증을 앓는다. 당시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자 중국 정부가 돈풀기에 나섰고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주가는 곤두박질치며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은 5조 달러 이상을 날렸다. 청년부추가 ‘루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증권가에는 주가가 개구리나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는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경제펀더멘털과 수급, 금리, 환율, 심리 등 여러 변수가 뒤엉킨 까닭이다. 한 석사논문에 따르면 13년간 200명 이상이 전업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생존한 이는 고작 2명이 그쳤다. ‘성공’ 확률은 1%도 안 된다. 이들이 실패하는 것은 처음에 푼돈 번 것을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대박을 터뜨리는 데 집착하는 탓이다. 초심자는 처음에 조심하고 행운마저 따라 ‘푼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 적지만 달콤한 수익을 맛본 이들은 첫 운이 실력인 양 오만해진다. 이때부터 자신의 주식이 떨어지면 온갖 핑계를 대고 자신이 믿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 빠진다. 증권사 직원의 조언이 잘못됐고, 주식 기사가 엉터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손해 보고 매도를 해야 할 시기에 손실을 벌충하려고 적금 깨고 카드론까지 당겨 물타기에 나선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속죄양을 찾기에 급급하면서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해 수렁에 빠진다. 이런 일이 청년부추에만 해당하는 일일까. 동학개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1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자신감이 붙은 일부 동학개미가 중국 투자를 빠르게 늘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더욱이 서울 증시가 9월에 큰손의 전유물인 공매도를 풀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다. 동학개미들이여, 이젠 냉정을 되찾을 때다. 2000년 전 한나라 학자 유향(劉向)이 설파했다. “불행은 연달아 오지만 행운은 연이어 오지 않는 법”(禍必重來, 福不重來)이라고. khkim@seoul.co.kr
  • 상상과 기술의 결합… 세상에 없던 혁신을 짓다

    상상과 기술의 결합… 세상에 없던 혁신을 짓다

    “건축의 반은 예술의 영역이다. 우리는 자연, 풍경,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 어느 때보다 큰 야망으로, 위대한 공간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2015년 알렝 엘칸과의 대담에서) 자하 하디드(1950~2016)와의 인연은 영국 런던에서 유학을 시작한 1995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던히도 열심히 미술관이며 박물관을 찾아다니던 시절, 우연히 들른 템스 강변 한 미술관의 특별 전시장에서,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던 그의 카디프만 오페라하우스 계획안을 담은 유화 그림과 모형을 마주하며 시작된다.그는 바그다드 태생의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아메리칸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왕립건축학교(AA School)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1979년 자하 하디드 사무실을 열었고 200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2010년과 2011년 스털링상(영국건축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남성의 기사 작위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다. 영국 왕실은 2016년 그에게 왕립황금상을 수여했다. 초기 작품에 속하는 카디프만 오페라하우스 계획안은 1994년 국제공모에 당선됐지만, 극단적 디자인에 대한 주최 측의 반대로 무산된다. 당시 실험적 건축가로 대중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으나, 회화를 통한 건축이론가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회화는 건축가들이 사용하는 모형이나 도면과는 별도로 자하 하디드에게 디자인적 사상과 가치를 실현시키는 매개였고, 특히 캘리그래피적인 선형 드로잉은 사고의 추상화나 건축물의 구조를 탐구하는 표현의 도구로 이용됐다. 그는 초기에는 이론과 회화를 통해 개념적으로 발전된 급진적 건축을 이상으로 추구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계획안은 실제 구현이 가능하도록 상당 부분 절제되고 단순화된 타협의 건축물로 전환됐다. 그의 제안은 반대론자들에게는 시공의 어려움과 비현실성, 디자인의 과격함과 난해함으로 끊임없이 비평의 대상이 된다. 반면 건축가와 대중들에게는 독창적인 관념으로 지지를 받는 독특한 이력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지금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할 뿐 아니라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니 기술의 발전이 건축의 트렌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자하 하디드의 왕립건축학교 동기생인 모히센 모스타파비가 학장으로 AA스쿨을 이끌던 즈음 하디드를 강사로 혹은 토론 패널로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치고 힘든 유학생인 필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2003년 여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내의 AA 졸업식에서 그의 축사는 지금도 나와 아내의 교육관이 됐다. “건축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영감을 주는 것이다.”그의 중기 작품인 독일 라이프치히 BMW 센트럴 빌딩은 공간을 구성하는 데 시간의 개념을 도입하는 사고의 전환을 보여 주었다. 기존의 분절된 기능의 단순하고 정적인 조합이 아니라 사무실과 공장이라는 각각의 기능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이고 동적으로 조합했다. 또한 사무직과 현장직의 공간구획을 없애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유도하고 근무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공간적, 사회적 벽을 해소하고자 했다. 국내에서도 근래에 화두가 되는 융합과 소통이 현대 건축 공간 구성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에서 융합 공간 설계는 문화, 사회, 기술 전반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하이브리드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건축에서도 단순히 수학이나 공학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자동차, 항공, 수리역학 등 이전에는 직접 연관성이 미약했던 다른 산업 분야에서 기술유입이나 협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2008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초기 설계에 참여하며 자하 하디드와의 인연을 다시 시작하게 됐고, 그 후 5년여 동안 아제르바이잔의 하이다 알리에브 센터의 디자인 실현 작업을 담당했다. 그의 디자인 특징인 바닥과 벽, 지붕의 구분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비정형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준공 직전까지 현장에서 끊임없는 테스트와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쳤다. 내외부 패널이나 조명 등 새로운 재료가 사용된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실현 가능할지 착공 시점까지도 알지 못하지만, 재료나 공법 등은 건설 과정 중에 확정 지을 수 있는 ‘디자인 앤드 빌드’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초기의 개념을 유지하며 완성할 수 있었다.주지할 점은 해외의 수많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지닌 건축물들은 항상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견뎌 내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국내의 계약과 법규는 새로운 재료나 공법을 시도함에 있어 기존 시공 사례가 없을 경우 금액과 공사 기간 등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많은 제약이 있다. 안타깝게도 최초 시도가 불가피한 혁신적인 건축물을 짓는 데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의 후기 건축관을 대표하는 하이다 알리에브 센터는 5만 7500㎡의 공간 안에 미술관, 박물관, 음악당이 들어서 있다. 각각의 기능을 분절시키는 대신 영역 구분 없는 필드의 개념으로 융합하고 센터 공간과 주변 대지를 역학적으로 접어(folding), 흐르는 공간(fluidity)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BMW 센트럴 빌딩에 사용된 ‘시간차에 의한 기능 배치법’이 계승됐고 기능 간의 역학관계를 선형적인 1차원 요소에서 더 나아가 필드라는 3차원 요소로 재해석함으로써 공간의 유동성을 구현하게 된다. 이처럼 자하 하디드의 건축관은 단순히 복잡한 형태로 대변되는 현상학적 접근보다는 ‘결과 도출·실현·이용’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관념적 관점으로 접근해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형태적 독특함이 부각돼 대중들에게 시각적 형태를 넘어 그가 표현하고 이루어 내고자 했던 공간의 흐름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 때로는 안타깝다. 그의 건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건설 및 제조업계로부터 혁신에 대한 요구나 필요성 제기가 매우 적극적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항상 느꼈다. 그의 디자인에 대해 기술적으로 난해하다는 반대 반응과 대비되는 선진 건설업계의 적극적 구애가 흥미롭다. 주로 선진 국가의 유수 제조사에서 요청이 많았다. 이는 제품이나 공법에 대한 기술적 변별력이 생존전략인 업계의 특성상, 경쟁업체에서 쉽게 실현할 수 없는 실험적 작품을 그들은 선호하고 선점하려 하기 때문이다.특히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후발 업계가 실현할 수 없는 진보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제를 우리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 건축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산업계와의 실험적 협업을 통해 실현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연계 산업을 리드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질적인 우위보다 가격적 우위가 바람직한 경쟁력이라 여겨지는 국내 산업 여건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하 하디드가 건축가로서 추구하던 새로움과 다름의 디자인은 이러한 산업구조를 통해 건축계 전반에 걸친 질적 향상을 이끌어 왔다. 사회와 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선진국형 건축의 국내 도입이 시급함을 느끼며 필자는 작은 분야이지만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급진적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1980~90년대 우후죽순 들어섰던 도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특히 쇼핑객이 상시 유입됨을 가정하고 세워진 많은 전문 쇼핑몰이 타격을 입게 됐다. 국내 도시 외곽의 쇼핑몰도 주말에만 방문객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주중 쇼핑객 수는 주말 기준의 건물 규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요즘 판매시설 설계의 가장 큰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준공된 필자의 이천 판매시설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고자 시간 배분에 의한 융합공간설계 기법과 분석적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쇼핑객이 없는 주중에는 업무 및 체험 공간, 자동화된 물류 공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쇼핑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시간별 혹은 시기별로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관리는 용이하도록 했다.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에 따라 용도폐기되고 도태되는 건물이 되지 않으려면 단일 용도보다는 복합 하이브리드 용도로 구성하는 것이 미래대비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이라고 본다. 재료에서도 흔히 지붕재료로 활용되는 패널에 새로운 디테일을 개발해 시공하면서 경제성은 도모하되 질적인 측면에서도 뒤지지 않도록 했다. 외장재, 내부설비, 자동화 시스템 등 이전에 시공된 적 없고 쉽지 않은 디테일들을 풀기 위해 건설사,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현장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한 것이 바람직한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완공된 이천 건물을 보고 있자니, 훌륭한 건축물은 사무실 안에서의 설계로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새로움을 시도하는 건축물의 좋은 결과는 30%의 설계 단계와 70%의 시공 단계에서, 그리고 상상력 30%와 기술력 70%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뜨겁던 바쿠의 하늘 아래에서 처절하게 경험하게 해 준 자하 하디드가 문득 생각났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건축가 김필수
  • 언택트시대 생존 전략… 이마트, 오프라인 공격경영 괜찮을까

    언택트시대 생존 전략… 이마트, 오프라인 공격경영 괜찮을까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온라인으로 쇼핑의 주도권을 넘겨준 국내 대형마트들이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오히려 매장을 강화하는 ‘정면 돌파’를 택하고 있다. 오프라인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시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위기 속 이마트의 공격경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유통 강자 사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의 올 2분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악화한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2분기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업적자 규모를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와 38.2% 커진 약 350억원과 470억원으로 추정했다. 마트 실적 부진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돼 왔으나 코로나19의 장기화, 재난지원금 사용처 배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더 나빠졌다. 반등의 기회가 보이지 않자 업계 2·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안산점을 매각했으며 24일에는 대전탄방점 매각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둔산점과 대구점 매각도 추진 중이다. 지난달 기준 3개 점포(양주점·천안아산점·VIC신영통점)를 정리한 롯데마트는 올해 15개 점포를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후 50개 점포를 폐점할 계획이다. 반면 이마트는 새 점포를 출점하거나 기존 점포를 리뉴얼해 재오픈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존 월계점을 리뉴얼한 ‘이마트타운 월계점’을 다시 연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서울 마포구에 신촌점을 개점했다. 대신 매장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었다. 먼저 신촌점은 마트 내 식료품(그로서리) 비중을 80%까지 확장했다. 인근에 1~2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소단량 식료품’을 강화했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월계점은 타운 내 마트 비중을 기존 80%에서 30%로 줄이는 대신 전자제품, 유아용품, 그릇, 엔터테인먼트, 패션 등 임대 매장(테넌트) 비중을 70%로 늘려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했다. 이마트가 경쟁업체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면 온라인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오프라인이 고객에 줘야 할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결과”라면서 “특히 눈으로 보고 먹어봐야 신뢰할 수 있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산지 거래 네트워크와 콜드 체인망을 탄탄하게 갖췄기에 온라인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총투자의 3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리뉴얼 예산으로 편성해 전체 점포 가운데 30%를 리뉴얼한다. 관계자는 “신선식품 매장을 강화하고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집중해 쇼핑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3000조 넘는 시중 유동성 자금… 부동산·주식 시장에 몰렸다

    3000조 넘는 시중 유동성 자금… 부동산·주식 시장에 몰렸다

    광의 통화량 3053조… 상반기 가계빚 40조한은 “집값 상승 제한… 전셋값 상승 우세”일각 “시장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 지적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월 ‘빅컷’(기준금리 0.5% 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후 4개월 만에 부동산·주식 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0%대 금리로 3000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주식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 9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5조 4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4월에도 전월 대비 34조원 늘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 가계대출은 40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가계대출 증가액(60조 7000억원)의 66.8%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도 1~6월 32조 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대출의 79.3%에 해당한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45조 7000억원)의 70%를 넘었고, 2018년 증가액(37조 9000억원)에 육박했다. 한은이 지난 3월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 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5월 0.75%에서 0.5%로 0.25% 포인트 내리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더 쏠렸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고 최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상승 국면을 막아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을 뜰썩이게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은의 시각은 다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빅컷 단행 때 “단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자영업자나 기업 생존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기준금리 동결 때도 ‘부동산 폭등 문제는 기준금리로 해결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뜻을 내비치며 “정부가 6월과 7월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상당히 강력해 앞으로 주택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향후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의지가 확고하고, 정부가 발표한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 수요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택 전세가격에 대해선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2018년과 지난해에도 부동산 투자 열기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던 점,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고강도로 옥죈 점을 고려하면 올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얼마나 심한지를 짐작할 수 있는데도 한은이 부동산 시장에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 주변에도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의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 1819억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1999년 이전 우리나라 증시·통화량 규모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태호·오한아 서울시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 선출

    김태호·오한아 서울시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 선출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황규복, 구로3, 더불어민주당)는 23일 제10대 의회 첫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김태호 의원과 오한아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태호 부위원장(강남4, 더불어민주당)은 제10대 전반기 교통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서울특별시의회 체육단체 비위근절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한아 부위원장(노원1, 더불어민주당)은 제7대 노원구의회, 제10대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했다. 황규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김태호, 오한아 부위원장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과 현장을 누비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위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시민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을 섬기며 노인과 청년 그리고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각지대를 살펴 문화향유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오 부위원장은 “내일이 기대되는 서울을 위해 낮은 자세로 늘 한결같이 시민만을 바라보며,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을 문화예술과 관광업계 등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위원회 위원들과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10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4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황규복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호, 오한아 부위원장, 경만선, 김춘례, 노승재, 송도호, 안광석, 유용, 신원철, 최영주, 김소영 의원으로 구성을 완료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7세에 수용소 보초만 섰는데” 독일 법원, 93세에 유죄 판결

    “17세에 수용소 보초만 섰는데” 독일 법원, 93세에 유죄 판결

    독일의 과거 반성에는 끝 간 데가 없다. 열일곱 나이에 강제수용소 보초를 섰던 93세 노인에게도 5000여명의 학살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경비병들에 대한 재판으로는 마지막이어서 사실상 나치 전력 재판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선 10여년 전만 해도 나치 집단수용소에서 근무한 경비병들이 직접 가혹행위를 저지른 증거가 나와야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2011년 소비보르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복무한 우크라이나 출신 존 뎀야누크(당시 91세)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살인 조력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경비병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뎀야누크는 항소심 계류 중 옥사했다. 이른바 ‘액세서스 이론’이다. 나치 학살의 ‘장신구’ 역할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학살 행위를 만류하거나 피해자들을 도피시키지 않았다면 학살을 방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법리였다. 함부르크 소년법원은 23일(현지시간) 나치 독일이 점령해 설치한 폴란드의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나치친위대(SS) 소속으로 근무했던 브루노 데이에게 유죄를 선고한 뒤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제의 범행이 이뤄진 때가 미성년이었을 때여서 소년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독일의 살인죄에 시효가 없는 것도 사건 발생 7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유죄 판결이 가능했던 요인이다. 데이는 1944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항구도시 그단스키(옛 단찌히) 근처에 있던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복무했다. 이 수용소는 나치가 독일 밖에 설치한 최초의 수용소로 1939년 9월에 세워졌다. 검찰은 피고인이 5232명의 수감자들이 살해되는 과정에 힘을 보탰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는 유대인 2만 8000명을 포함해 6만 3000∼6만 5000명이 숨졌다. 1944년 가스실이 설치돼 학살에 이용됐다. 검찰은 데이와 같은 경비원들이 가스실의 존재와 벌어지는 일들을 알고 있었고, 수감자들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막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미친 지옥을 겪은 모든 사람, 그들의 친척,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교보생명, ‘사용자 중심 플랫폼’ 언제 어디서나 접속

    교보생명, ‘사용자 중심 플랫폼’ 언제 어디서나 접속

    교보생명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힘쓰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경영방침을 ‘생존을 넘어 디지털 교보로 가자’로 정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디지털 기반의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교보생명은 테크핀을 통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오픈이노베이션 ‘이노스테이지’를 출범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 등 신규 플랫폼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본업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해 선발한 1기 스타트업 중 ‘두잉랩’의 인공지능(AI) 음식 사진 인식기술 솔루션 ‘푸드렌즈’(Food Lens)를 ‘교보건강코칭서비스’에 탑재하는 등 협업 결실을 맺었다. 지난 9일에도 2기 이노스테이지의 출범식을 진행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AI 기반 언택트 서비스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연내에 카카오 AI 챗봇을 활용해 고객 상담을 위한 비대면 채널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축한다.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 AI 언더라이팅 시스템 ‘바로’(BARO)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인 것도 눈에 띈다. 사내 교육에도 디지털 혁신을 접목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부터 재무설계사(FP)나 임직원들이 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상품 트렌드, 재무설계 지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학습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 ‘교보 라이브톡(LiveTalk)’을 운영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열린세상] ‘노동의 종말’ 시대를 맞이하며/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노동의 종말’ 시대를 맞이하며/김세연 전 국회의원

    “착하고 성실한 아이인데 직장을 못 구해서 집에서 놀고 있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 제발 우리 아이 취직 좀 시켜 달라.” 의원 생활을 할 때 심심치 않게 이런 유의 하소연을 듣곤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직장이냐, 그렇지 않은 직장이냐의 차이였지 취직 자체가 지금처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부가 “민간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부딪혔으므로 공공부문에서라도 일자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인구는 곧 가파르게 줄어들 텐데 공무원은 더욱 늘려 뽑는다니. 정부는 또한 어르신들과 청년들을 위한 단기 일자리를 억지로 만들어서 고용통계가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을 더 늘리려면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 이 명제도 20년 전까지는 맞았을지 몰라도 생존이 힘겨운 기업들이 과연 예전처럼 고용을 늘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현장에서 앞으로 기계 아닌 인간에게 돌아갈 일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지금 겪고 있는 일자리 부족 현상이 인간이 더이상 일할거리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라면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해 온 지금까지의 생활양식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럼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자. 20세기 후반 사회주의ㆍ계획경제와의 체제 경쟁에서 적자생존을 해낸 자유민주주의ㆍ시장경제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 머지않아 기본소득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한때 연 100만명을 넘던 출생아 수가 올해 30만명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을 2025년에 완성한다 한들 고용률 자체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데 이미 적자 상태로 접어든 고용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누가 책임질 것이며, 가만 둬도 GDP 대비 사회복지 공공 지출 비중은 곧 두 배가 될 것인데 그 재정 부담은 누가 질 것이며, 지금도 빈약한 노후보장 대책인 국민연금도 35년 후에 바닥날 예정인데 그 이후의 연금 지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 19세기에 첫선을 보였고, 20세기에 전 세계에 보급된 기존의 사회보험제도로는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 기본소득 도입 타당성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기본소득 체제로의 이행 계획 수립을 위한 세부 쟁점 논의에 들어가야 할 때다. 둘째, 민법상 물건의 유형에 데이터를 추가하자. 2000년 전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민법 체계이지만, 2차 산업혁명 이후 ‘전기’가 물건의 유형에 추가된 바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여러 개별법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데이터 관련 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정비하는 차원에서 민법상 물건의 유형에 ‘데이터’를 추가할 때가 됐다. 이미 경쟁 국가들에서는 익명화된 개인정보의 활용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데이터 거래를 양성화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는 개인정보 생산자인 개인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데이터 거래 인프라 확립은 필수적이다. 셋째,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쌍방향으로 연결하자. 사람이 일할 거리가 사라진 시대에도 계속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의 고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게임머니의 현실 화폐로의 환전을 허용하는 조치와 가상공간에서의 자산 및 소득에 대한 과세 기반을 마련하는 조치를 동시에 취함으로써 오프라인 세상에서의 경제 시스템이 온라인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새로운 경제운영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의 합법화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이런 관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보일지 몰라도 더이상 ‘노동’의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 데이터 보상과 함께 가상세계에서의 ‘노동’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 보훈처, 참전용사 도운 美10대에 포상

    고등학생 시절 2년간 미국의 한국전(6·25전쟁)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한 미국 10대들이 국가보훈처장 포상을 받는다. 국가보훈처는 23일 “오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국전 기념공원에서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해 온 3명에게 국가보훈처장 포상을 한다”고 밝혔다. 유리 장(16)은 2018년 4월 한국전 기념공원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홀로 지내는 참전용사를 위해 ‘손편지 쓰기 클럽’을 창단해 경기 부천 소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편지를 보내고 있다. 또 피츠버그의 생존 참전용사 찰스 마우드가 6·25전쟁 당시 전장에서 보낸 편지 약 400통을 책으로 출간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앨릭스 말프레게오트(18)와 대니얼 신(17)도 2018년 가을부터 한국전 기념공원 환경정화 활동과 각종 6·25전쟁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봉사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공로로 지난 1월 피츠버그 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실직 몰린 이스타 1500명… “코로나 아닌 오너리스크에 당했다”

    실직 몰린 이스타 1500명… “코로나 아닌 오너리스크에 당했다”

    이스타 “계약 해제 부당” 법정공방 예고국토부 “이스타 플랜B 제출해야 지원”공적자금 투입 등 어려워… 파산 가능성항공산업 초유의 대량 실업 사태 올 수도전문가 “이상직 의원 책임있는 모습 보여야”이스타항공 직원 150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다. 국내 항공산업 사상 초유의 대량 실직 사태다. 자본잠식에 빠져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이스타항공은 정부가 지원할 명분도, 새 주인을 찾을 만한 매력도 없어 전망이 어둡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제주항공의 계약 파기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분 헌납’으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역효과만 일으켰다. 제주항공은 결국 지난 1일 “영업일 10일 이내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체불임금 문제 등 이스타항공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 이행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앞으로 몇 년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계약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돌려받는 것부터,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 이후 250억원대로 불어난 체불임금의 책임 소재 등을 두고 법리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만큼 쉽사리 한쪽의 승리를 단언하긴 어렵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장은 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달라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직원들이다. 1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직원들은 회사가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 생계 위기에 직면한다. 지난 1분기 이스타항공의 자산은 1145억원, 부채는 2187억원으로 자본총계가 -1042억원에 이르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미 수년간 재무상황이 나빠지고 있었고, 국내 최초로 도입한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잇따른 추락 사고에 휘말리면서 그에 따른 부담도 지게 됐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다른 항공사들이 일단은 버티고 있는 것과 달리 이스타항공에만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 이유다. 이스타항공에 남은 카드는 많지 않다. 새 주인을 찾거나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없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려고 해도 당장 비행기도 띄우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항공사에 지원할 명분이 없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의 중재가 실패한 이유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항공산업의 파장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은 플랜B를 조속히 마련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 달라”면서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제출하면 추가 지원책을 고민하고, 근로자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창업주인 이 의원이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스타항공의 파산은 코로나19로 발생한 단기적 위기가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됐던 경영진의 무능으로 인한 오너리스크에 가깝다”면서 “이 의원은 공인답게 공식석상에 등장해서 직원들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KDDX 전투체계에 도전장 던진 LIG 넥스원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KDDX 전투체계에 도전장 던진 LIG 넥스원

    한국형 차기 구축함으로 알려진 KDDX는 7조원에 달하는 해군의 대규모 전력증강사업이다. 특히 국산 구축함 최초로 동력체계를 제외한 센서와 무장 그리고 전투체계를 전부 국산화한다. 이와 함께 KDDX의 생존 능력 중 하나인 스텔스 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통합마스트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다. 이 때문에 오는 30일 KDDX 전투체계 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국내 방위전자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LIG 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특히 LIG 넥스원의 전투체계에 대한 도전은 눈 여겨 볼 만 하다. LIG 넥스원은 KDDX의 전투체계(전투관리체계, 다기능능동위상배열 레이더, 통합마스트)에 특화된 통합 솔루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DDX 전투체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광의의 전투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전투체계는 지휘 및 무장통제체계의 다기능 콘솔과 외부센서 및 무장과의 연동을 위한 연동장치 그리고 데이터와 영상정보를 전달하는 근거리 통신망으로 구성된 ‘좁은 의미의 전투체계’였다. 반면 KDDX의 전투체계는 함정의 모든 센서와 무장을 전투관리체계에 전부 포함시켜 운용한다. 이 때문에 레이더, 소나 등의 센서체계와 미사일, 어뢰 등의 무장체계를 비롯해 통신체계, 전자전체계 등이 전투관리체계와 정교하게 통합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통합 능력에 있어 LIG 넥스원은 수상함 및 잠수함에 탑재되는 유도 및 수중무기를 비롯해 함정용 탐색레이더 및 소나체계, 함정용 전자전체계, 함정용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TMMR) 등의 개발을 진행해 오는 등 경쟁사는 따라 올 수 없는 ‘고도의 통합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우조선해양과 협력하여 4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전투체계와 소나체계를 통합 개발하는 ‘장보고-I 성능개량’ 사업의 통합전투체계 전력화도 완료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또한 LIG 넥스원이 지난해 해양방위산업전 '마덱스(MADEX)'에서 선보인 KDDX의 두뇌이자 심장인 전투지휘실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투지휘실에 360도 월 스크린(Wall Screen)을 사용해서 함정 바깥의 상황을 전부 보여주는 신기술을 구현하였다. 더 나아가 월 스크린의 화면상에 표적이 지정되어 추적되고 있는 상황까지 시현함으로서, 함정의 상황인식능력을 대폭 향상시키고 지휘관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이밖에 KDDX 통합마스트에 있어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LIG 넥스원은 듀얼밴드 간 전자파 간섭을 근원적으로 줄이기 위해 통합마스트에 X밴드 레이더와 S밴드 레이더의 장착 위치를 45도의 각도 차이를 두고 설계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조선소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함정 전투체계 분야에서의 LIG넥스원의 사업 참여 확대는 안정적 군 전력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함정 건조 사업에서 복수 업체가 참여하듯이 전투체계 분야에서도 경쟁 체제가 형성된다면 향후 시스템 개선 및 전력화 이후 유지 보수 등에 있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흔한 옥수수? 알고 보면 비밀투성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흔한 옥수수? 알고 보면 비밀투성이

    올 초여름 초당 옥수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동안 들썩였다. 3~4년 전쯤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 봄 도다리, 가을 전어처럼 초여름엔 초당 옥수수가 공식이 된 듯한 분위기다. 생으로 먹는 옥수수라는 데 놀라고, 설탕즙 같은 짜릿한 단맛이 톡톡 터지는 데 또 한 번 놀란다. 한편에선 익숙지 않은 강한 단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지만 이제 초당 옥수수는 누구나 한 번은 맛보고 싶어 하는 농산물계의 아이돌로 자리잡은 듯하다.초당 옥수수의 이름만 들으면 초당 두부처럼 지역 특산 옥수수라 생각하기 쉽다. 초당은 ‘매우 달다’는 한자어로 단옥수수보다 당도가 더 높다고 붙은 이름이다. 미국에서도 단옥수수, 스위트콘보다 당도가 강한 옥수수를 슈퍼 스위트콘으로 부른다. 사람들에게 옥수수는 별 대수롭지 않은 간식거리지만 식물학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옥수수는 참으로 기이한 식물이다. 일단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번식을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옥수수 낟알 하나하나가 씨앗인데 질기고 두꺼운 외피에 쌓여 있다. 다른 식물 열매는 땅에 떨어지면 어떻게든 씨를 뿌려 싹을 틔운다. 그런데 옥수수는 사람이 껍질을 벗겨주지 않으면 씨앗들이 그 안에서 일거에 몰살당하게 된다. 옥수수와 흡사한 식물이 자연에 없고 옥수수의 원산지나 유래에 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는 점도 미스터리다. 멕시코 지역에서 7000년 전부터 이미 재배해 온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옥수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테오신테’라는 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옥수수의 크기나 모양과 크게 다르다. 마치 빈약한 수수 이삭처럼 생겼다. 남미 원주민들이 옥수수를 어떻게 지금처럼 개량시켰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익을수록 당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이 무르익을수록 당도가 높아지고 물러지는 것과는 반대다. 노화할수록 수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당분이 점점 녹말로 바뀐다. 그래서 옥수수는 풋옥수수일수록 달콤하다. 흔히 쪄먹는 간식용 옥수수는 너무 익기 전에 따는데 수확한 지 20분 정도가 지나면 당도가 서서히 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에는 이런 속담도 있다고 한다. “옥수수 밭에 나갈 때는 얼마든지 어슬렁거려도 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땐 죽기 살기로 달리는 편이 낫다.”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지 달콤한 옥수수를 맛볼 수 있다는 옛말이다. 미국에서 1950년대 개발된 슈퍼 스위트콘은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당분이 녹말로 바뀌는 전환 과정이 중단된 종자다. 늙지 않는 옥수수인 셈이다. 옥수수의 장점들은 대부분 자연적 돌연변이의 결과물이라 열성인자다. 바람을 통해 수분하는 풍매 식물인 탓에 슈퍼 스위트콘을 심었다 해도 주변에 다른 종의 옥수수가 있으면 쉽게 유전자가 뒤섞인다. 최대한 다양한 특성의 후손을 만들어 종족 보존의 확률을 높이려는 옥수수만의 생존법이지만 한 종을 유지하며 키우기에는 까다로운 특성이다. 한국의 초당 옥수수는 단맛이 지속되지는 않아 미국의 슈퍼 스위트콘과는 다소 다른 종자인 것으로 보인다. 스위트콘 종자는 1970년대 국내에 들어왔지만 찰옥수수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쫄깃하고 찰진 맛을 더 선호한 것도 이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달큼한 갓 딴 옥수수를 접하지 못했기에 수요가 생기지 않은 것도 한몫을 했다. 오늘날 초당 옥수수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다수의 종자는 일본에서 다시 한번 개량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초당 옥수수는 외래품종과 국내 개량품종이 혼재해 판매된다. 옥수수에 대한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옥수수 하면 알맹이만 먹고 옥수숫대는 버리지만 옥수숫대 속에 달콤한 즙이 들어 있다는 사실. 남미의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이용해 두 가지 술을 만들었다. 하나는 알맹이를 보리처럼 이용한 옥수수 맥주, 그리고 옥수숫대의 즙을 짠 옥수숫대술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초기 정착민들은 이 옥수숫대술을 증류시켜 오늘날 버번위스키의 원형을 만들어 마셨다. 이 때문에 일부 고고학자들은 옥수수가 애초부터 알맹이가 목적이 아니라 사탕수수처럼 즙을 짜내기 위해 재배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 맞아!’ 하고 이마를 탁 쳤다면 분명 알맹이를 다 발라먹고 아쉬운 마음에 남은 옥수숫대를 쪽쪽 빨아먹었던 유년 시절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에 눈치 없이 끼는 알맹이보다 옥수숫대를 빨아먹는 쪽이 더 달콤했던 것도 같다.
  • 박쥐 몸속은 ‘바이러스 저장고’ 생존 DNA 물려받다

    박쥐 몸속은 ‘바이러스 저장고’ 생존 DNA 물려받다

    7개월 넘게 전 세계를 휩쓸면서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코로나19. 많은 과학자들이 중국 윈난성의 ‘관박쥐’를 원인 동물로 보고 있다. 박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한 원인 동물로도 지목받고 있다. 박쥐는 사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수천 가지 바이러스를 몸속에 갖고 있는 이른바 ‘바이러스 저장고’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수많은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음에도 생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놀라운 면역 기능을 포함해 여느 동물들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박쥐는 조류도 아니고 쥐(설치류)도 아닌 전혀 다른 종의 동물로 새처럼 날아다니는 유일한 비행 포유류다.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돼 동굴이나 폐광처럼 어두운 곳에 사는 박쥐는 퇴화된 눈을 대신해 음파로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박쥐 눈을 완전히 가리더라도 음파를 발사해 반사되는 파장으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간다.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연구소,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학연구소,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아일랜드, 호주, 영국,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7개국 24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Bat1K’라는 공동연구팀은 대표적인 6종의 박쥐를 분석해 바이러스, 노화, 염증에 저항하는 특이 면역력, 초음파 사용 같은 박쥐의 특이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한 유전체(게놈) 일부를 확인했다.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7월 23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Bat1K 연구팀은 전 세계에 분포한 박쥐 1421종의 게놈 전체를 분석하기 위해 구성된 국제 연구 조직이다. 연구팀은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는 계통수에서 박쥐가 어디에 위치하는가라는 미해결 문제를 풀기 위해 관박쥐, 이집트과일박쥐, 옅은색창코박쥐, 생쥐귀박쥐, 쿨집박쥐, 벨벳자유꼬리박쥐 등 6종의 박쥐 DNA 염기서열과 42종의 다른 포유동물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6종의 박쥐 유전체에 대해 각각 96~99%의 분석을 끝낸 상태에서 다른 종의 포유류들과 비교한 결과 박쥐는 개·고양이·물개를 포함한 육식동물, 천산갑·고래·말이나 소처럼 발굽을 가진 유제류 등을 포함한 ‘페루운굴라타’라는 계통과 가장 밀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음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청력 및 감각기관 유전자가 변화됐으며 바이러스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가 있고, 노화와 종양을 일으키는 염증 유발 유전자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코로나19 대확산 상황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박쥐의 바이러스 내성에 대한 비밀도 이번 연구로 일부 풀렸다. 연구팀은 박쥐 DNA에서 ‘화석화된 바이러스’를 발견함으로써 먼 과거 바이러스 감염에서 살아남은 박쥐의 유전자가 후손에게 이어지면서 전달돼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동물들보다 종다양성이 풍부한 것도 바이러스 내성 유전자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연구소의 유진 마이어스 교수는 “박쥐의 바이러스 내성이나 노화 저항력에 대한 유전학적 근거를 파악함으로써 인간의 노화와 질병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뜨는 온라인쇼핑은 두고 지는 대형마트만 때리나

    뜨는 온라인쇼핑은 두고 지는 대형마트만 때리나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을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가 시행 10년을 맞으며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vs전통시장’ 구도가 아닌 ‘온라인vs오프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온라인쇼핑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다. 대기업 유통 관련 규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대기업은 “규제 완화”를, 소상공인들은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어 입장 차가 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영업권을 제한하고 있다. 2010년 법 개정으로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기 시작한 데 이어 월 2회 의무휴업, 새벽장사 금지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시행된 규제들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전통시장의 발전은커녕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동반 몰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과 지난해 소매업 매출액 변화를 보면 전체 매출은 43%나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등의 매출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14% 감소했다. 골목상권과의 상생이 아니라 ‘대형마트 죽이기’로만 이어졌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이는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온라인쇼핑이 발전하는 그간의 세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0년 25조원 정도의 규모에서 지난해 135조원대로 ‘폭풍성장’을 기록했다. 대한상의 주최로 지난 21일 열린 ‘2020 신유통 트렌드와 혁신성장 웹세미나’에서는 유통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유통법이 오히려 유통산업을 억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쇼핑 확대에 따라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구조조정하는 현실을 고려해 규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유통 규제는 대형유통의 일자리를 줄이고 관련 업계 중소상인에게 타격만 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온라인쇼핑 시대에도 여전히 유통법 규제가 유효하며, 오히려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21대 국회는 개원 즉시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복합쇼핑몰·백화점 등 의무휴업 대상 확대(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규모 점포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홍익표 민주당 의원 등) 등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법 개정안이 얼른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