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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난체계 재정비 시급/「삼풍」계기로 본 문제점과 과제

    ◎지휘체계 확립… 인력·장비 보완해야/일관성 없는 구조… 실종자 파악도 미흡/대형참사 효율적 대처위한 예산 뒷받침 절실 6·25전쟁이후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는 성수대교붕괴·대구가스폭발사고 등 수많은 재난을 겪고도 우리의 구난체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일이 터지면 우왕좌왕하다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전철의 연속이었다. 사고발생 24일째를 맞아 사고현장의 사체수습 및 잔해제거작업이 최종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23일 지휘체계 및 구난체제의 부재,허술한 실종자관리,부족한 인력·장비 등 구난체제의 문제점을 중간점검해 보고 과제와 교훈을 도출해 본다. ▷지휘체계의 분산◁ 서울시대책본부는 사고발생 5일이상이 지난뒤에야 현장을 어느정도 일괄해 통제할 수 있었다. 현장에 나간 소방본부·경찰·군 등은 초기에 자체 지휘체계에 따라서만 움직였고 서울시는 무능했다.특히 이들 사이에서는 정보교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책본부에서는 소방본부·경찰등에서 파견한 병력·장비등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그만큼 인명구조도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민·관 협조체계부재◁ 사고초기 적극적으로 인명구조와 사고수습에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책본부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처음에 자원봉사자들을 아무런 제한없이 구조현장에 투입했던 대책본부가 자원봉사자를 가장한 절도범 등으로 인한 문제점이 불거지자 비표를 발급하고 구조현장접근을 막는등 통제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장관계자들은 신속한 민·관 공조가 이뤄졌다면 부족한 인원과 장비속에서도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술한 실종자관리◁ 사체발굴이 한창 진행되던 13일,그때까지 실종자수가 2백여명이라고 발표해왔던 서울시는 하루아침에 실종자수를 4백9명으로 두배이상 늘려 발표,실종자가족의 분노를 샀다. 실종자 신고접수창구가 서울시와 서초구청 두 곳으로 이분화돼 일어났던 이같은 어이 없는 착오는 대책본부가 얼마나 안이하고 무성의한 자세로 사고수습에 임했는가를 보여줬다. ▷부족한 인력·장비◁ 사고현장에는 소방대원 1만2천여명,경찰 3만4천명,군 1만1천여명 등 엄청난 인력이 투입됐다.그러나 정작 매몰지역에서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는 119구조대와 같은 전문인력은 태부족이었다. 전국의 22개 119구조대원 1백27명이 상경해 구조활동을 펴야 했다.서울의 구조대원은 1백65명에 불과했기때문이다. 복구장비역시 현대·대우·삼성등 7개 민간기업이 제공한 중장비 1천7백여대(연동원대수)가 이용됐으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장비는 전무했다.가장 중요한 인명구조장비 역시 대부분 민간기업이 제공했다. 대책본부는 또 구조반원 및 실종자가족들에게 제공하는 음식까지 민간기업과 자원봉사자 등 외부 지원에만 의존했다.심지어 중장비 가동을 위한 기름도 민간기업으로부터 무상공급받았다. ▷응급구조체계 미비◁ 사고초기 현장에서 후송된 사체를 검안한 의사들은 아깝게 사망한 희생자가 많았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낙후된 응급의료체계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환자의 등급 분류없이 무조건 아무 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구조된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었다.실제로 사고초기에 나온 많은 사체들은 조기에 응급조치를 받으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사·압사증후군·화상등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관성없는 구조작업◁ 대책본부는 사고후 5일이 지난 4일부터 포클레인등 중장비를 건물잔해제거에 대거 투입했다. 초기 사체발굴보다는 생존자구출에 주력하겠다며 수작업에 의존하던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최명석(20)군이 콘크리트건물더미에서 10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자 대책본부는 다시 생존자구조쪽에 치중한다며 처음 방법으로 돌아갔다. 많은 구조요원들은 『대책본부나 소방지휘본부가 처음부터 중장비를 대거 투입,건물잔해를 과감하게 들어내고 생존자를 수색해나가는 방법을 썼더라면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대책본부측의 일관성없고 즉흥적인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다. ▷과제와교훈◁ 재난의 효율적인 수습을 뒷받침하는 「재난관리법」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삼풍사고에서 노출된 갖가지 구난·구조체계의 문제점을 교훈으로 삼아 자치단체장의 총책임아래 현장 구난활동을 소방관서의 최고 책임자가 총괄적으로 지휘토록 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그러나 대형 참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난·구조의 역량을 갖추기 위한 획기적인 예산지원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이번 대책 역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되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삼풍」 폐허속서 피어난 인간애/김호웅 연변대학 교수(발언대)

    교대역을 지나던 걸음에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을 찾아 보았다. 두달전 서울에 처음 들어설 때 강남에 거대한 산맥처럼 늘어선 고층아파트군과 한강 위에 볼썽사납게 끊어져 있는 성수대교를 보면서 야속하고 애달픈 마음을 달랠 길 없었는데 오늘 또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을 보고 있노라니 그 어떤 배반감마저 느낀다.세상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했던 「한강의 기적」이란 저 동해의 신기루처럼 허황한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모국 국민은 20∼30년이란 짧은 시일에 서구 선진국들이 백여년의 시일을 들여 이룩할 수 있었던 눈부신 번영과 발전을 가져왔다.선진국의 뒤를 쫓아 빨리빨리도 뛰어온 20∼30년이다.정부가 「빨리!」하고 소리를 치면 온 국민이 「빨리!」하고 화답을 하면서 낮에도 뛰고 밤에도 뛰었다.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빨리빨리 앞을 향해 뛰기만 하다 보니 옷고름도 풀어졌고 신짝도 벗겨졌으며 체신없이 바지가랭이가 찢겨져 엉덩이가 드러났다.실로 빨리 먹은 콩밥 뒤탈이 생기기 마련이요,욕심스럽게 뽑아올린곡식은 죽기 마련이니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이상할 것 없다고 하겠다. 「빨리빨리병」이 겉발림이나 속임수를 유발하고 치명적인 허점을,후환을 남기게 됨은 더 말할 나위없다.문제는 삼풍백화점의 설계·시공 및 경영과정에 영리만을 따지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손장난이 많았고 금전에 눈이 어두운 공직자들의 수치스러운 눈가림수작이 많았다는 점이다.사고 직전만 하더라도 조금만 인간성과 정상적인 의식을 가진 경영자들였다면 무려 1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는 피면했을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이번 대참사는 무절제한 자본의 탐욕이 빚어낸 인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살풍경스러운 폐허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는 숨쉬고 있고 인간 승리의 기적은 창조되고 있었다는 점이다.사상자들에 대한 부모형제,아니 온 국민의 관심,의무봉사자들의 뜨거운 인간애,구조대원들의 밤에 낮을 잇는 헌신적인 구조,특히 생존자들의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끈질긴 생명력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각일각 엮어냈다. 요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나 원 창피해서…」,「참 말이 아니지요…」하고 고개를 돌리며 괴로워하는 모국 친구들이 많다.실로 이번 사고는 단순히 백화점 하나가 주저앉은 사고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의 체면,대외적인 공신력이 무너져내린 사고이다.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국민정신의 붕괴이니 이제 우리는 어둠과 죽음을 이겨내고 광명과 삶을 되찾은 최명석군,유지환·박승현양처럼 폐허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슬기와 총명,구슬땀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조해야 할 줄 안다.적어도 삼풍백화점 그 자리에 천하 만방에 자랑할 수 있는 건물이 보란듯이 신축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 “실종자 시신 찾기” 최대 과제로/「삼풍참사」 남은문제 무엇인가

    ◎부상자 보상산정 「사망」보다 더 복잡/남은건물 철거시기·방법에도 논란 사상 최대,최악의 인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21일 사체발굴·잔해제거 작업 등이 모두 끝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다. 이제 사고현장에서는 남은 건물 철거와 사고 뒷정리 등 제한된 업무만을 맡게 됐다.실종자 확인·보상 등 많은 과제들은 행정적·법률적 절차에 따라 건설교통부·서울시 등에서 다루게 된다. ▷사체발굴 및 실종자확인◁ 대책본부는 이날부터 실종자가족 대표·경찰 등과 함께 백화점 지하층에 대한 2차 사체수색에 들어갔다.그러나 잔해제거가 완료됐기 때문에 더이상의 사체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실종된 사체」의 발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은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난지도 잔해물 재확인작업에 걸고 있는 형편이다.포클레인 10대 등 중장비를 동원,난지도 1만5천여평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벌인 결과 이날까지 두개골 1개 등 뼈 19개,유류품 1천여점 등을 발굴해냈지만 실종자수와 시신수의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대책본부는 이에 따라 사체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1백51명에 대한 신상정보와 83점에 이르는 팔·다리 등 부분사체를 경찰에 넘겨 실종확인에 착수했다.경찰은 우선 실종신고한 각 가정을 방문,진위를 파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분사체를 보내 정밀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부상자치료 및 보상◁ 1천여명에 이르는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비 및 보상금 지급은 일괄적으로 타결될 사망자 보상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병원 치료비는 물론 생업중단 기간 동안의 손실보상·후유증·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 등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책본부는 시예산으로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일단 바로 병원측에 지불한 뒤 나중에 삼풍백화점측으로부터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대책본부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구청보건소에 이미 1억8천만원을 지급한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성수대교붕괴사고 때 부상자 보상협의가 2개월 이상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6개월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대책본부 철수◁ 총괄·복구·잔해정리반 등 11개반,91명 규모로 운영되어온 대책본부는 1차수습이 마무리됨에 따라 부서를 통·폐합하고 인원을 줄이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남은 A동 승강기탑과 B동 건물의 철거와 실종자가족들의 계속적인 사체수색 요구 등으로 철수를 하려면 적어도 10일 이상은 더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중장비도 실종자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당분간은 현장에 그대로 대기시킬 계획이다. ▷건물철거◁ 남은 A동 승강기탑과 B동의 철거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이웃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다 백화점 앞 차도의 통행이 아직까지 금지되어 있는 등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거를 서울시와 서초구청 가운데 누가 맡을 것인지에서부터 철거시점·공법 등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 사이에 이견이 커 어려움을 겪고있다. 현재는 1주일 안에 철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실물처리 및 물품반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B동쪽 52개 업소에 대한 물품반출은 22일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그러나 이날 현재 대책본부 유실물신고센터에 접수된 1천4백여건의 물품 가운데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물건은 전체의 70%인 1천여건이나 돼 전부 반환되려면 2∼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풍」 현장 이모저모/지하 물탱크 등 수색… 사체발굴 실패/합동분향소엔 조문객 발길 줄이어 ○…대책본부는 21일 하오2시쯤부터 신현규씨 등 실종자가족대표 5명과 함께 A동 엘리베이터타워 아래와 지하 화장실,B동 지하4층 기계실·물탱크 등을 수색해 머리카락·목걸이·지갑·스카프 등 유류품 10점을 수거했으나 사체를 찾는데는 실패. 실종자가족들은 『대책본부가 잔해를 1백% 제거했다고 발표했음에도 현장과 난지도에서 유류품과 사체의 일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분개하며 끝까지 철저한 수색작업을 해줄 것을 요구. ○…사망자 4백58명 전원의 위패가 모셔진 서초구민회관 1층 사망자합동분향소에는 이날 하오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조남호 서초구청장이 찾아와 조의를 표하는 등 유가족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20일 1백39명의 조문객이 찾아온데 이어 이날도 1백여명의 조문객들이 방문했는데 분향소에는 한글이름이 쓰인 위패만 있을뿐 영정도 없어 더욱 쓸쓸한 느낌. 분향소 옆에는 김영삼 대통령,황낙주 국회의장,조순 서울시장,김덕룡 의원 등이 보낸 대형조화 6개가 놓여 있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은데 그나마 안도하면서도 당국의 늑장구조에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 A동1층 수입의류매장에 근무하다 숨진 김선미씨(37·여)의 어머니 조정희씨(59)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면서 『국민학교 5학년,3학년밖에 안된 외손자들은 이제 어떻게 하느냐』며 딸의 위패를 감싸안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조씨는 『지난 2일 딸의 시신을 찾았을때 팔을 만져보았더니 그때까지도 체온이 느껴질 정도여서 사망한지 얼마 안됐던 것이 분명하다』면서 『구조작업을 서둘렀다면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열. ○…서울교대 1백2호 강의실에 마련된 신원미상사망자 및 실종자합동분향소에도 64명의 희생자위패가 50여송이의 흰 국화꽃더미에 쌓인채 조문객을 맞았다. 열평 남짓한 합동분향소에는 민간인합동구조대와 PC통신자원봉사자 등이 보내온 조화가 놓여 있었고 위패에는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이 꽂혀 있어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사고발생이후 강남성모병원 등 시내 주요병원에서 실종자가족들에게 사망자속보를 신속하게 전해주던 PC통신 자원봉사대원들도 이날 교대에 상주하던 50여명이 떠남으로써 완전히 철수. 사고 첫날부터 자원봉사를 했던 문동렬(문동렬·24·건국대 1년)군은 『아직도 1백56명이나 되는 실종자가 있는데 떠나려니 발길이 안떨어진다』면서 『더이상 시신발굴은 없을 것같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 ◎삼풍사고 남긴 뒷얘기들/역술인 예언에 비상대기 촌극도/구조대원들 「역한냄새」 내색않고 “구조활동”/강남성모병원 외래환자 하루 500명 줄어 건국이래 단순사고로는 최대의 참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참사는 피해규모 만큼이나 많은 뒷얘기들을 남기고 있다. 특히 서울시사고대책본부의 늑장대응과 상황판단미숙,구조작업지연은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119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이 자주 소개되긴 했지만 이들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다.시신이 부패하는 바람에 20여일동안 「역한 냄새」와 싸워야 했던 이들은 휴식시간에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주변의 쓰레기통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훈훈한 미담을 남겼지만 「속셈있는」 자원봉사도 엿보였다.몇몇 대기업에서는 대규모 자원봉사단을 편성,식사나 간식 등으로 물량공세를 펴 목좋은 상업용부지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반진담반의 얘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또 사고대책본부는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붕괴현장에 들어가 금품등을 챙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함부로 공개했다가는 대다수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한 뜻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A동북쪽과 B동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였던 한 관계자는 『지하현장에 들어올 때는 옷이헐렁했으나 나갈때는 무엇을 챙겨넣었는지 불룩했던 자원봉사자가 한두명이 아니었다』며 양심불량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참사현장에 모인 역술인들도 많은 얘기거리를 남겼다.한 역술가는 박승현(19)양이 구조된지 이틀뒤인 17일 사고대책본부와 현장기자실에 찾아와 『음양원리와 일진 등으로 미루어 오늘 하오5시에서 7시사이,9시에서 11시사이에 틀림없이 1∼5명의 생존자가 구조될 것』이라는 예언장을 돌려 보도진과 대책본부관계자들을 비상 대기하도록 하는 등 촌극을 빚기도 했다. 최명석(20)군등 3명의 생존자가 입원한 강남성모병원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아직까지 삼풍사고피해자들이 몰려들어 북적댈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하루 2천5백여명이던 외래환자수는 2천여명으로 줄었고 매일 70여명씩 몰리던 응급실은 아예 찾는 환자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또 사고당일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치료를 받고 귀가한 1백여명의 일반환자에게서도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과열 취재경쟁이 남긴것(오늘의 눈)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대형사고나 사건현장에는 이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의 경쟁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게 마련이다.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4백50명이 넘는 사망자,9백명을 훨씬 웃도는 부상자를 낸 대형사고인 만큼 많을 때는 1천명 가까운 취재진들이 몰려 북적댔다. 계속되는 불길·유독가스·그리고 추가 붕괴 우려등 곳곳에 위험이 상존해 있는 지하현장을 조금도 망설임없이 헤집고 다닌 것은 보다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사투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경쟁은 또다른 권리를 짓밟았다는 지적이다.지하 생존자들의 「살권리」가 그 것이다. 생존자에 대한 어거지 인터뷰,과열경쟁에서 비롯된 무리한 현장접근으로 인한 구조작업 지연등이 대표적인 예다.콘크리트 더미밑에 깔려 신음중인데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질문을 하고,구조대원들이 들어갈 통로를 메우는 등 그야말로 난리였다.심지어 사고 초기에는 『기자들 때문에 구조가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그런 점에서 21일 충남 온양에서 한국언론연구원이 주최한 「삼풍참사와 언론보도」 세미나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특히 이 세미나에서 발표된 「외국의 재난보도와 대처방안」은 참혹성·충격성·선정성에 무게를 둔 우리의 취재관행에 대한 비판이었다.일본의 고베지진,미국의 오클라호마 폭파테러사건에서 언론이 보여준 「절제의 묘」는 언론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고 한다.나아가 상황보도 보다는 냉정한 시각으로 사고원인,구조진행 과정등을 꼼꼼히 챙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구조작업을 하다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이다 싶어 호주머니에 넣은 절도범 1∼2명을 놓고 마치 「절도왕국」인 것처럼 보도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아도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판인데,여기에 「절도왕국」까지 덤으로 얹어준 셈이다. 이제 우리의 보도관행도 외국의 재난보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흥미위주,「한건주의」에서 벗어나 사고수습에 보탬이 되는,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방향으로 나갔으면 싶다.
  • 「사체없는 실종」 어떻게 될까

    ◎서울시, “유류품 있어도 사망인전 못해”/생존자 증언 없을땐 법원판결에 맡겨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의 사체발굴과 잔해제거 작업이 20일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사체를 찾지못한 실종신고 가족들과 서울시 사이에 보상문제로 한바탕 홍역이 치러질 전망이다. 실종신고된 사람들에 비해,발굴된 사체가 적게는 20명,많게는 30명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상문제를 떠맡게 될 서울시가 그동안 실종신고된 사람들에 대해 「실종자」라는 말을 쓰지 않고 「관리대상자」「실종신고된 사람」이라고 표현해온 것도 이같은 사태를 미리 우려한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사체확인이 안된 실종신고자는 1백64명.이 가운데 발굴은 됐지만 신원확인이 안된 사체 63구를 빼면 미발굴사체는 1백1구이다. 여기에서 대략 20여명의 시신으로 추정되고 있는 팔·다리·발목뼈등 신체 일부 55점에 대한 신원이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서 확인되면 실종자는 80여명 가량 된다. 서울시는 이들 80여명 가운데 사고 이전 가출자·허위주소 신고자·주민등록 말소자등 16명,사고가 터진뒤 여러날 뒤에 신고한 20여명,지방거주자 20여명등 60명 가량은 일단 이번 사고의 희생자가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그렇더라도 최소한 20여명 정도는 남게된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가 폭발이나 선박침몰등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사체가 발굴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가 사고 희생자인지를 가리기 위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사체가 없으면 설사 유류품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보상하지 않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설사 사망 가능성이 큰 백화점 직원의 소지품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사고당시 외출 또는 비번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도 『삼풍백화점 매장 직원인 경우에도 소지품이 건물 잔해속에서 나왔다고 해서 사망처리를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실종자 주변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한뒤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보상은 「행정적 판단」이 아닌 「법률적 판단」에 따르겠다는 자세이다. 따라서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의 신원확인이후 끝내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의 경우,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다른 생존자의 증언이 없으면 보상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여기에 법원의 실종선고 확정판결이 나오려면 1년이상 걸려 실종자 가족들은 이래저래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실존 모두 1백61명 처리싸고 진통 예상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 22일만인 20일 생존자 구조및 사체발굴·잔해제거작업등 현장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실종자 처리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현재 사망 4백59명(남자 95명,여자 3백61명,성별미상 3명),부상 9백32명(중상 1백87명,경상 1백96명,귀가 5백49명),실종 1백64명,신원미확인 사체 63구로 최종 집계됐다. 잔해제거작업은 무너진 A동 잔해 3만4천여t 가운데 3만3천5백t을 들어내 99%의 진척도를 보였다.
  • 새달부과 가구·기업별 주민세 감면/「삼풍」 특별재해지역 지원 내용

    ◎차량파손 새차구입땐 취득세·등록세 감면/재산세·종토세등 6개월간 징수유예조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일대 6만7천1백㎡가 19일 특별 재해지역으로 선포됨으로써,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행정 및 재정지원이 본격화하게 됐다. 삼풍백화점 일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 내용은 ▲사고로 인한 긴급 구조 구난 활동경비와 부상자 치료비와 재난 수습기간 중 이재민 구호 비용 ▲피해시설 복구 활동비 등의 사고현장에 대한 행정비용 ▲백화점 입주업체 및 납품체업에 대한 금융 및 세제지원 등 세가지이다. 중앙사고대책본부인 건설교통부가 서울시로부터 사고현장의 복구에 드는 비용을 접수한 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하면 타당성을 검토한 뒤 필요한 비용을 국고로 보조해 준다. 내무부는 이날 붕괴된 삼풍백화점 지역이 「특별 재해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사고의 피해자와 업체에 일부 지방세를 감면하거나 납부시한을 연장해 주라고 일선 시·도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차량이 파손된 사람이 다른 차량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구입가의 2%)와 등록세(구입가 5%)를 감면받게 된다.오는 8월 중 가구별로 최고 4천5백원까지 부과되는 주민세와 최고 5만∼50만원씩 기업체가 납부하는 주민세도 감면 대상이다.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 부가되는 주민세와,재산세 등에 병과되는 사업소세도 감면 또는 3개월까지 납기를 연기받을 수 있다. 또 10월 1일부터 고지해 10월 말까지 납부토록 하는 종합토지세는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납부고지가 유예되고 지난 6월 부과된 재산세의 미납액도 올해 말까지 6월개월 동안 징수가 유예된다. 그러나 사망자 및 유가족 등에 대한 보상금은 국고의 지원대상이 아니다.서울시는 보상금의 액수가 대략 2천5백∼3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추경을 편성해 먼저 보상한 뒤 추후 삼풍백화점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통령 특별재해지역 선포 담화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 속에 몰아 넣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오늘로서 21일째가 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수만 4백50명이 넘고 4백여명의 부상자들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아직까지도 많은 실종자들의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가족과 전 국민이 가슴을 태우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이처럼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하여 저는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습니다.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합니다.아울러 가족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사고발생 직후부터 정부에서는 소방·군·경을 포함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인명구조 활동에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구출해 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형사고에 대한 예방과 수습활동이 체계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재난관리법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법률에 근거하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일대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합니다. 이 조치에 따라 정부는 구조·구호활동과 재해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세제상의 특별지원을 강구할 것입니다. 사망자에 대한 보상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부상당한 분들의 치료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또한 피해업체에 대하여 금융·세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입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부실공사를 추방하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건설관계법을 고쳐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인명을 경시하고 국민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우리 사회에서 발붙일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파수꾼이어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부실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부정부패를 단호히 척결해 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중한 생명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다치신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온갖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한사람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여온 소방구조요원,경찰과군장병,그리고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 기적의 3인/조시장에 부실방지 호소편지/「삼풍」입원한 생존자 주변

    ◎류야으뇌졸중 입원 부친과 첫통화/바른 회복세 박양 “3∼4년뒤 결혼”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박승현(19)양은 생환 3일째인 17일 아침 『구조 첫날밤에 비해 환청이나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잤다』며 전날보다 훨씬 여유있고 활기찬 모습. 박양은 점심식사를 한 뒤 취재진에게 『인터뷰중에 트림이 나오면 어쩌나』,『너무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크게 나와 싫다』는 등 농담을 하며 시종 웃음 띤 얼굴. 이날부터 미음대신 죽을 먹기 시작한 박양은 『배고푸지만 입맛이 없다』며 3분의1 그릇 가량만 비운 뒤 『피자가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또 『앞으로 대학에 진학,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며 『3∼4년쯤 지난 뒤 남자답고 이해심 많으며 능력있는 5살정도 연상의 회사원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장래계획을 수줍게 털어놓기도. ○…강남성모병원측은 이날 박양의 건강상태에 대해 맥박이 1분당 1백6번,혈압은 1백10∼50으로 정상이며 신체기능도 「이틀가량 굶은 상태」로 나아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 또 사고 당시 어깨밑에 5㎝ 깊이의 상처를 입었으나 봉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오른쪽 무릎의 통증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는 것. ○…최명석군과 유지환·박승현양등 생존자 3명은 17일 부실공사방지와 실종자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편지를 조순 서울시장에게 전달. 이들은 편지에서 『서울시가 부실공사를 근본적으로 막아 다시는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호소. 최군은 『시장에게 실종자의 마지막 한사람이라도 끝까지 구출해 달라고 했으며 앞으로는 실종자라는 말이 아예 없어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 ○…하오 2시40분쯤 최군이 어머니 전인자(46)씨와 함께 박양을 찾아와 『얼굴을 보고 싶어왔다』면서 손을 잡고는 『우리가 손잡고 있는 것이 보도되면 남들이 오해하겠다』고 농담. 이어 최군은 『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반병실로 옮겨졌으면 좋겠다.퇴원후 자주 만나자』고 위로. 이어 최군이 『나는 목이 말라 녹물이라도 마셨는데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니 정말 대단하다.구조사실을 알고 너무 기뻤다』고 말하자 박양은 『평소에 오빠를 너무 괴롭혀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일반병실에 입원중인 유양은 16일 밤 대한병원에 뇌졸증으로 입원해 있는 아버지 유근창씨와 구조이후 첫통화. ○…지난 13일 실종자수를 하룻새에 2배로 늘려 발표해 물의를 빚었던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그동안 자체 조사·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실종자 관련 사항을 조목조목 공개. 대책본부는 실종자 관리대상 4백9명 가운데 사망으로 밝혀진 80명,생존자 73명(구조1명,귀가및 이중신고 72명),신규신고자 18명 등을 다시 정리한 결과 17일 상오 6시 현재 실종자수는 남자 66명,여자 2백8명 등 모두 2백74명이라고 공식 확인.
  • “혹시… 혹시… 혹시…”/양승현 사회부 기자(현장)

    17일로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린지 벌써 열아흐렛째로 접어들고 있다.박승현(19)·유지환(18)양,그리고 최명석(20)군과 같은 기적의 생존자도 있지만 이제 시신이 바뀔 만큼 실종자 사체에 대한 신원확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에겐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없다. 푹푹 찌는 서울교대 스티로폴 바닥에서 날밤을 샌지 벌써 보름이 지나서 일까.모두들 울 기력도,눈물도,항의할 힘도 없는듯 했다. 『처음엔 꿈에 자주 나타나더니 요즈음은 통 보이질 않아요』 아들 모습을 떠올릴려 해도 영 생각이 나지않는다는 전남 나주에서 올라온 김모할머니(64)는 16일 밤 『혹시나 하고』 생존자들이 입원해 있는 강남성모병원을 찾았다고 했다.마냥 앉아 기다리기도 뭐하고,신문등에서 이들이 매몰되어 있는 동안 옆에 갇힌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는 기사를 본 까닭이었다. 그러나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가 봤지만 돌아오는 발걸음만 더 무거울 뿐이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보도가 원망스럽기조차 한다고 입을 모은다.박승현양이구조될 때도 「생존자가 더 있다」는 보도에 가슴 졸이며 TV 앞에 다가서거나,더러는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곧 「잘못」이라고 밝혀진 순간,더이상 버틸 힘마저 잃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누가 알겠습니까』 귀염둥이 막내딸을 아직도 콘크리트 더미 속에 「묻어둔」 이모씨(48·여)의 얘기다. 이씨도 전날 저녁 헛걸음일지 뻔히 알면서도 「아직은 모른다」는 생각에 귀동냥이라도 하려고 강남성모병원과 현장등 여기저기를 쏘다녔다고 했다. 콘크리트 더미 아래 내 아내와 내 딸이 묻혀있는 줄을 알면서도 아무 것도 도울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이날 밤 서울 교대 체육관 입구에는 실종자들의 유실물 사진을 모은 사진첩 5권이 게시됐다.「핸드백,녹색구두,삐삐,불에 탄 저금통장,가족사진…」. 그때까지 망연자실 앉아있던 가족들은 우르르 앨범이 내걸린 게시판 앞으로 몰려들었다.마치 앨범이 이제껏 기다리던 무슨 희망이라도 되는 것 처럼.
  • 박양/377시간 생존 국내 새기록

    ◎양창선씨보다 8시간 45분 더 버텨 기약도 없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장장 15일하고도 17시간20분을 버텨낸 박승현(19)양의 생존시간은 국내 최고기록을 28년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제까지 국내 최고기록은 지난 67년 8월22일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 매몰사고 때 양창선(당시 37세)씨가 세운 15일 8시간35분.박양은 이 기록을 8시간 45분이나 뛰어 넘었다. 지난 11일 극적으로 구조된 유지환(18)양이 기록한 2백85시간30분보다는 무려 91시간 50분이나 더 길다. 특히 양씨는 매몰 당시 도시락 1개를 가지고 있었고 갱바닥에 고인 물을 마셨다.또 바깥과 전화통화로 공포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완전 단절상태에 있던 박양의 기록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지금까지 외국 사례를 보면 매몰사고 등으로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생존한 시간은 아직 20일을 넘지 못하고 있다.기네스북에 따르면 매몰·붕괴 등 극한상황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한 기록은 지난 79년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튕겨나가 외딴 곳에 방치되어 있다가 구조된 호주의 아드레아스 마하베츠(당시18세)군이 세운 18일. 미국의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파사건 때는 14일만에 구조된 생존자가 있었고,일본 고베대지진 때는 64시간이 최고 기록이다.
  • “다시 태어나 기뻐요”/377시간만에 새아침 맞은 박승현양/인터뷰

    ◎기적의 생환/수영장 놀러가 팥빙수 실컷 먹겠다/「착한 딸」 다짐 지킬수 있어 정말 다행 『제가 지금 확실히 살아있는 건가요.아직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어요』 3백77시간의 고립.그 끝모를 절망과 어둠의 공간에서 기적적으로 한줄기 생명의 빛을 움켜잡은 박승현(19)양은 생환 이틀째인 16일 아침 서울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온통 자신의 얘기로 가득찬 신문을 보면서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그동안 잘해드린 것없이 속만 썩여드렸는데 이렇게 또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도 났고요.오빠와 남동생도 무척 보고싶었어요.살아서 나가면 정말 착한 딸이 돼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그걸 지킬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에요』 박양은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인지 다소 초췌해 보였으나 죽음의 문턱에서 17일만에 돌아온 소녀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건강한 모습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구조될 때 머리쪽에 나있던 조그만한 구멍이점차 넓어지면서 푸른 하늘이 보이는 순간 「이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양은 『갇혀있으면서 무섭다거나 죽는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으며 친구들과 놀러다녔던 일 등 즐거웠던 기억을 주로 떠올렸다』고 말해 자신의 낙천적 성격이 「죽음의 유혹」을 이겨낸 요인이 됐음을 은연중에 드러내 보였다. 박양은 또 『사고가 일어났던 날 3층사무실에 근무하는 박해정언니가 나를 만나기 위해 지하 1층에 내려와 같이 얘기를 나누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함께 도망쳤는데 건물이 무너진 뒤 머리 뒤쪽에서 언니가 「제발 구해줘.아파…죽겠다.살려줘」라고 소리치는 외마디가 들렸다』며 되살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구조되기 얼마전 사촌동생 은영이가 꿈에 나타나 「오늘이 3일 하오2시39분」이라고 말해 매몰된 지 한 5일정도 지난 걸로 알았다』는 박양은 『숨을 제대로 못쉴 때 가장 고통스러웠고 목이 말라 천장에서 떨어지는 녹물을 마시려고 했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스타킹에 적셔 입에 대기만 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또 『몇번이나 머리위에서 구조대원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고함을 질렀으나 듣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너무 안타까웠다』며 『지금도 나처럼 구조대원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하는 생존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하루 빨리 구조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물 한모금 먹지 않고 무려 열이레를 버틸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런 박양도 19살짜리 신세대답게 퇴원하면 가장 친한 친구 혜진(18)이와 수영장과 롯데월드에 놀러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실컷 먹고싶다는 소망을 수줍게 고백했다.
  • 심층취재/「삼풍붕괴」 19일째… 남은 과제와 대책

    ◎인명구조·시신 발굴 병행이 “최대 난제”/사체신원 확인 어려워… 유족들 고통/인명­재산피해 보상·유실물 처리 진통 클듯/삼풍직원 재취업·인근주민 손실보살 등 대책 따라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16일로 열여드레째를 맞고 있지만 사고대책본부가 처리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명구조와 시신 발굴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최명석(20)군·유지환(18)양에 이어 박승현(19)양이 구조된 뒤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사고대책본부는 작업 방향을 신속한 시신발굴과 잔해해체에서 인명구조 쪽으로 바꿨다. 생존자 구조를 위해서는 손작업에 의존해야 되나 그렇게되면 작업진도가 늦어져 구조반은 포클레인등 중장비를 동원해 먼저 잔해제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러나 신원 확인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신이 부패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사체발굴작업도 진행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대책본부ㅒ 모든 주변 여건을 감안할때 생존가능성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시점을 선택해작업 속도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이 때문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A동 중앙 에스컬레이터 부근과 A동 승강기탑의 동·서 끝부분,중앙연결통로와 A동사이의 건물 뒷편 등 4∼5곳에서 집중적으로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한 관계자는 『15일 박양이 구조된 만큼 이번 주중을 마지막 고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확인 한달 소요 그러나 생존자 구조 못지않게 무더기로 발굴되는 시신의 신원확인 작업도 고민거리이다.장마와 더위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점점 심해지는데다 붕괴 당시 충격으로 인한 훼손으로 앞으로 발굴될 시신 가운데 적어도 30∼40여구는 지문감식으로도 신원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또 이들 시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대검 등이 유전자(DNA)감식작업이나 슈퍼임포즈 기법을 동원하더라도 신원이 확인되기까지는 적어도 1개월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따라서 시일이 지날수록 더 커질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과 요구사항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인가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가족과 실종자가족,부상자,백화점 입주상인,대물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시는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이번 사고로 인한 모든 피해는 삼풍건설산업측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피해자 가족대표와의 협상을 중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이에 대해 삼풍건설산업측은 이용균 전무이사 등 3명의 임원을 회사측 대표로 지정해 시신 발굴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자 대표들과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그러나 아직까지는 발굴작업이 진행중이어서 피해자 대표가 구성되지 않은데다 피해 사례가 워낙 다양해 피해 당사자들간의 의견 조율조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특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유가족과 생업을 팽개치고 사고현장에 나온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문제는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사례 워낙 다양 사고당일 백화점에서 구입한 상품이 현장에 묻혀 손실을 입은 고객들에 대해서는 삼풍측이 유가족대표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는대로 유실물센터에 접수된 물품과 대조작업을 벌여 본인 희망 등을 감안해 선별 보상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고로 유·무형의 손실을 입은 인근 상인이나 아파트 주민들,그리고 대형중기나 인원을 대거 투입해 잔해 해체작업에 참여한 삼성·현대 등 7개 기업체들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대형재난에 따른 시민정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나 삼풍측의 입장이어서 드러나지 않는 마찰도 예상된다. 실직상태에 빠진 삼풍직원들의 취업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삼풍백화점 직원 5백90여명 가운데 현재 사망하거나 실종상태에 있는 48명을 제외한 5백40여명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졸지에 실업자가 될 처지를 걱정하고 있다.삼풍아파트 앞에 본부를 차려놓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는 직원들은 일단 백화점협회에 매장 여직원들의 취업을 부탁해놓은 상태지만 협회차원에서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여서 직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은 B동쪽 입주업체들에 대한 처리문제도 골치거리로 떠오르고 있다.신사복·가정용품 등 상가에 가게를 세내 입주하고 있던 외부상인들은 빨리 조치를 취하면 물품을 다시 이용할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물품을 꺼내줄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인명구조와 사체발굴작업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입주업체 처리 골치 지금까지 습득물신고센터에 접수된 8백여건의 유류품가운데 유실자가 「미상」인 1백여건의 물품은 1년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물론 이 과정에서 소유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는 귀중품에 대해서는 유실자나 그 가족들이 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또 제3자나 「사기꾼」이 나타나 이를 인수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있는 백화점 구조물의 철거문제는 대한건축사협회의 구조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한달후쯤에나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숫자로 본 「삼풍붕괴」 진기록/사상자 1천6백명… 단일사고 최대피해/구조투입 인원 7만·중장비 7천대/헌혈 1만명… 기자 하루 1천명 몰려/잔해 10만8천t… 현장요원들 소비쌀4백50가마 건국이래 최대 인재로 기록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그 피해규모 못지않게 많은 진기록을 남기고 있다. 16일 현재 사망·실종자를 포함,총 사상자수는 1천6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단일 사고로는 가장 큰 피해로 6·25이후 최대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사고직후부터 인명구조와 사체발굴,잔해제거 작업에 투입된 각종 인원과 장비,식량등도 가히 「메가톤급」이다. 지금까지 잔해제거및 생존자 구조작업등에 투입된 연인원은 7만3천5백여명.소방본부및 26개 소방서에서 1만2천여명을 투입한 것을 비롯,경찰 3만7천여명,수방사 예하부대등 군요원 1만여명,서울시 직원 2천여명이 갖가지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거나 급식과 음료를 제공한 자원봉사자도 모두 24개 단체,6천여명에 달한다. 구조요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포클레인·기중기·탐사용 카메라등 장비도 7천3백여대에 이른다. 대우·삼성·현대 등 7개 민간기업체에서도 6천5백여명의 전문인력과 1천9백여대의 장비를 지원해 사상 유례없는 민·관·군 합동구조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부상자를 위해 헌혈증서를 기증한 사람은 9천8백52명.이 역시 최고 기록이다. 취재경쟁도 어느 사건·사고보다 뜨거워 하루 평균 1천여명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사고현장 근처인 사법연수원 앞뜰과 삼풍주유소 등에서 투입된 현장요원들이 18일동안 소비한 쌀은 4백50여가마로 4인가족이 1백12년6개월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생수도 1.5ℓ짜리 12개들이 기준으로 8백여 상자로 모두 1만5천여ℓ가 소비됐다. 쌀은 서울시내 각 구청에서 돌아가며 제공한 것과 민간·종교단체 등에서 제공한 것을 합한 분량이고 생수는 대형 전문업체 4곳에서 보내왔다. 간식용 컵라면의 소모량도 만만치않다.하루 1천5백여개씩,모두 2만7천여개의 컵라면이 구조요원들의 밤참등으로 제공됐다. 1회용 커피믹스와 종이컵도 하루 1천여개씩 모두 1만8천여개가 소비됐고 1회용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은 각각 27만여개,밥과 반찬용 플라스틱 그릇은 50만여개가 사용됐다. 사상자 운반이나 실종자 가족·구조요원들의 노숙을 위한 모포는 지금까지 1천장 가량이 쓰였다. 사고현장에서 사용한 전기 소비량도 엄청나다.사고당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2만7천여㎾의 전력이 사용됐다.이는 한달에 1백50㎾를 사용하는 가정이 15년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안치되어 있거나 입원하고 있는 병원은 서울 1백6개,경기 5개등 모두 1백11개. 사체의 신원확인을 위한 경찰의 지문감식도 18일동안 1백60여건에 달해 그동안 한가했던 전문인력이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 돼버렸다. 사고현장에서 약사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한 의약품도 마치 날개 돋친듯 나가 연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드링크류만도 하루 2천여병씩,모두 3만5천여병이 구조반원들에게 제공됐다.의약품 무료제공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5천만원 어치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명구조와 사체발굴작업을 돕기 위해 11개 시·도,13개 소방서에서 급파된 1백26명의 119구조대원들은 「난리통」에 가정생활마저 잊고 18일째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이들의 출장일수도 사상 최장기로 기록될 전망이다.관할 서초구청 직원들은 물론 사고현장 주변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지원하는 사무직 공무원들이 현장과 사무실,집을 차례로 오가며 3교대 근무를 하는 것도 근래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집에 들어가는 날이 사흘에 한번꼴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가족들도 이번 사고의 보이지 않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무너진 A동과 해체예정인 나머지 백화점 구조물까지 포함해 모두 10만8천여t의 잔해도 어마어마한 양이다.이들 잔해가 쌓일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도 이번 붕괴사고의 또다른 피해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 추가붕괴 우려 신중한 작업/생존자 구조 왜 늦나

    ◎대책본부 판단착오·경험 미숙도 「걸림돌」 유지환(18)양의 극적 구조이후 생존자가 더있을 거라는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자 합동구조반이 확인작업에 박차를 가했는데도 왜 사흘뒤에야 겨우 박승현(19)양을 구조한 것일까. 먼저 대책본부가 체계적이고 치밀한 구조작업을 펼치지 못해 늦어졌다는 지적이 강하다.인명구조 우선의 작업방식,생존가능지점에 대한 집중 수색,효율적인 장비 관리라는 3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아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더러는 구조작업의 지연으로 살릴 수 있었던 생명까지 놓쳐 버린게 아니냐는 아쉬움 섞인 질책의 목소리 또한 높다. 지난 2일 구조된 이은영(21·여)씨가 사망하자 잔해해체와 사체발굴에 초점을 맞춘 대책본부는 9일 최명석(20)군이 구조되고 나서야 인명구조 위주로 작업방향을 바꿔 일주일만에 2명의 생존자를 추가로 구해냈다.대책본부가 판단착오와 경험미숙으로 현장 상황에 맞는 인명 구조작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대책본부가 남아있는 구조물의 추가 붕괴위험을 이유로 생존 가능성이 높은 A동 남·북측 승강기탑 부근,중앙홀 등에 대한 작업을 늦춰 온 것도 구조지연의 이유로 꼽힌다.이 지점들은 특히 백화점 붕괴형태와 붕괴당시 충격의 정도,대피로 등으로 미뤄 「기적의 생명공간」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적되어 왔다.조속히 안전대책을 세우고 구조작업을 서둘렀다면 보다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책본부는 13일 중앙홀 지점에 타워크레인을 설치,뒤늦게 생존가능성이 높은 지점의 잔해제거 작업을 벌여 왔지만 이과정에서 크레인 헤드부분의 낡은 연결핀이 하중을 못견뎌 구부러지면서 15일 하오 10시부터 이날 상오 8시까지 작업이 중단돼 실종자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미군의 땅굴 탐색장비인 스톨스등 전문장비들도 처음 기대와는 달리 잔해해체 작업을 벌이는 중장비의 소음등으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효율적인 장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연이유가운데 하나로 둘 수 있다.
  • 하나같이 밝고 낙천적 성격/극적생환 신세대 3인 공통점

    ◎예상밖의 여유있는 태도에 주위 “깜짝”/콜라·아이스크림 등 인스턴트 식품 즐겨 캄캄한 어둠 속에서 먹을 것은 물론 대화상대도 없이 수백시간을 지내다 구출되는 순간,밝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첫마디 말은 무엇이었을까. 15일 구조된 박승현(19)양을 비롯,최명석(20)군·유지환(18)양 등 「기적의 신세대 3명」이 구조된 뒤 건넨 말들은 발랄한 신세대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을 담고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또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양 등 3명이 구조대원에게 던진 공통된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오늘이 며칠입니까』였다.생존의 본능과 매몰된 상태에서 무디어진 시간감각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젊은이다운 싱그러움과 예상 밖의 여유를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구조 당시 열기를 견디기 위해 옷을 벗고 있었던 박양은 『불빛을 비추지 마세요.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아요.옷을 갖다 주세요』라며 3백77시간만에 구조의 손길을 잡은 사람치고는 의외의 요구를 해 구조대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지난 11일 구조된 유양도 『나는 괜찮아요』라며 조금도 엄살을 부리지 않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데이트를 요청하는 구조대원들에게 『나이가 어려서 아저씨들하고는 안되겠네요』라며 여유를 잊지않았다. 최군도 지난 9일 구조된 뒤 오히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는 등 시종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이들은 「먹고 싶은 게 없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콜라,아이스크림,냉커피 등이 먹고 싶다고 말해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는,기성세대와 다른 신세대의 미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X세대는 아니었다.함께 매몰된 동료의 생사와 실종자 가족들의 상심을 걱정하는 어른스런 면도 가지고 있었다. 박양은 구조되는 와중에서도 『백화점붕괴로 죽은 사람은 없습니까』라며 다른 희생자들을 걱정해 구조대원들의 감탄과 칭송을 자아냈다. 최군도 병원으로 옮겨진 뒤 『생존자가 더 있는 것 같으니 실종자 가족들도 희망을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최후의 한사람까지 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유양은 『혼자 살아나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걱정하는 말을 잊지 않아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극한 상황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살아돌아온 원동력이 되었음을 일깨워주었다.
  • “생존공간 서너곳 더 있을듯”/기적의 생환­또 있나

    ◎상판과 기둥 엇갈리며 틈새 생겨/A동 엘리베이터탑 주변 등 유력 「지하 생존공간」을 찾아라. 지난 15일 박승현(19)양이 17일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되면서 합동 구조반원들은 제2,제3의 박승현양이 매몰돼 있을 또다른 지하생존공간을 찾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조반원들은 특히 이번 박양의 구조를 계기로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양을 구조한 곳은 앞서 구조했던 최명석(21)군과 유지환(18)양이 갇혀있던 곳과 달리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장소로 추정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구조될 때까지 최군이 갖혀있던 공간은 가로 1.5m,세로 1.7m,높이 1m정도의 비좁은 곳이었으며 유양이 갇혀있던 곳도 가로 1.3m,세로 1.5m,높이 0.5m정도의 공간이었다. 이 곳은 모두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더미가 에스컬레이터 등에 부딪치면서 삼각형 모양의 「생존가능 공간」을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했던 장소였다. 반면 박양이 매몰돼 있던 가로 2m,세로 1.5m,높이 0.6m정도의 공간은 콘크리트더미가 거의 수평으로 내려앉아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추정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박양이 갇혀있던 A동 지하1층 아동복매장의 틈새는 다행히 천장이 지하2층 주차장기둥에 부딪치면서 비스듬히 내려앉은데다 환풍구도 보조버팀목 역할을 해준 기적의 공간이었다. 구조반원들이 이러한 공간이 여러 곳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구조반원들이 이러한 생존가능공간이 있을 것으로 보는 장소는 A·B동사이의 중앙홀 앞과 뒤쪽 출입구주변,A동 중앙부 에스컬레이터부근,A동 남·북측 엘리베이터탑 주변 등 4곳. 이 곳은 주변매장이나 식당등에 있던 직원과 손님등 실종자들이 붕괴당시 「꽝」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탈출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렸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상판과 기둥이 엇갈리게 무너져내리면서 최군과 유양이 있었던 곳과 비슷한 공간이 형성됐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상판의 함몰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A동 북쪽 엘리베이터타워부근을 생존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화점이 무너질때 중앙은 지하3층까지 완전히 내려앉았으나 양쪽 가장자리는 비스듬히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대책본부에서는 또 2곳의 출입구가 있는 중앙홀주변에도 주기둥이 온전히 남아있어 이 기둥을 중심으로 해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대책 본부에서는 박양 구출을 계기로 중장비를 투입해 잔해제거 및 인명구조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더이상 작업속도를 늦추다가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붕괴우려때문에 중장비투입을 미뤄왔던 A동 북쪽 건물주변의 잔해도 신속히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잔해 옮긴 난지도서도 「시신찾기」/「삼풍」 구조현장·병원 이모저모/최군·유양·박양 평소 잘아는 사이/실종 프랑스 무역업자 사체 발굴 생환 이틀째를 맞은 박승현(19)양이 입원해 있는 강남성모병원 3충 중환자실에는 16일 이홍구 국무총리와 조순 서울시장,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등 각계 인사들이 방문,박양의 쾌유를 기원하고 또다른 생존자가 나오기를 바랐다. ○…박양의 구조에는최명석(20)군의 아버지 봉렬씨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 최씨는 박양이 구조되기 하루전인 14일 하오 박양이 매몰된 붕괴현장에서 포클레인으로 작업을 하던 산천개발의 소장에게 이 일대에 대한 집중적인 구조활동을 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는 것. ○…박양의 매몰지점을 처음 발견,구조에 성공한 안양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원 정용수(32)씨는 『생애 최고의 기쁨』이라며 흥분하면서 『박양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뒤 구조할때 까지의 15분처럼 긴장하고 애태운 순간은 없었다』고 술회. ○…「기적의 생환자」 최명석군,유지환(18),박승현양이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들 「삼풍삼총사」가 맺은 인연이 화제. 이들은 모두 무너진 A동 지하1층 매장에서 일하다 10일을 넘겨 구조된데다 나이도 비슷한 「신세대」로 지난3월 최군이 「엘리펀트 샌달」이라는 수입아동화 코너에 판촉사원으로 취직하면서부터 매개역할을 맡았다고. 최군에 앞서 유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수입도자기 코너에서,그리고 이번에 구조된 박양은 아동복코너에서 계산원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근무. 이들이 일하고 있던 매장은 불과 10∼20m 안팎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어 이들은 거의 매일 서로 얼굴을 대면해 왔다는 것. ○…서울시 대책본부는 이날 실종자가족 대표들과 만나 이미 경찰로부터 검시필증을 받는 등 신원이 완전히 확인된 시신이라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화장을 하지 말고 가매장만 해달라고 가족들에게 부탁.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체를 둘러싸고 사기극이 일어나는등 말썽이 일어난 것에 비추어 앞으로도 신원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시신을 두고 적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판단,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 ○…박승현양의 구조작업이 생존확인에서 구조까지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은 「초특급」으로 진행된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최명석군과 유지환양의 구조에는 1∼2시간씩 걸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구조작업이 이뤄졌나』며 의아해하는 반응. 구조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박양의 생존공간이 아래방향이 아니라 옆방향으로 위치해 있었는데다 철근이나 콘크리트,철판 등이 가로막고 있지 않아 손과 야삽으로 흙더미를 헤쳐내는 것만으로 쉽게 구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 ○…실종자가족 위원회는 오는 18일부터 매일 상오9시부터 하오6시까지 실종자 가족들이 입회한 가운데 난지도 매립장 잔해물확인 작업을 벌이기로 서울시와 합의. 이같은 조치는 콘크리트·철근등 잔해더미에 시신의 일부가 섞여 버려질 것을 우려한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 ○…김수환 추기경이 신부 5명과 함께 이날 상오 서울교대 체육관을 방문,실종자 가족들을 위로.김추기경은 이에 앞서 서초구 서초성당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관련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한 특별미사를 집전. ○…삼풍참사로 실종된 4명의 외국인가운데 한명인 프랑스인 무역업자 장 피에르 프랑수아 랑팡씨(34)의 사체가 16일 상오백화점 A동 지하1층 웬디스 헴버거가게 부근에서 발굴돼 국립의료원 영안실에 안치. 프랑스의 유제품회사인 「봉그랑사」의 아시아 담당이사인 랑팡씨는 지난달 29일 하오 치즈상담 문제로 삼풍백화점에 들렀다 변을당한 것.
  • 생존공간 탐색 주력/어제 사체 55구 발굴/「삼풍」사망 3백77명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열여드레째인 16일 합동구조반은 박승현양(19)이 전날 장장 만 15일 17시간20분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됨에 따라 적어도 1∼2명의 생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확인작업에 총력을 쏟고있다. 구조반은 특히 건물붕괴 당시의 상황을 감안할 때 박양이 발견된 A동 중앙홀 부근에 기적의 삿갓형 공간이 여러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또다른 생존공간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구조반은 그러나 이날 포클레인 작업을 통해 2개 공간을 발견했으나 추가 인명구조에는 실패했다. 구조반은 이날 하루평균 ±2㎜씩 기울고 있는 A동 남·북측 승강기탑이 정밀 계측결과 최고 8㎜까지 기운 것을 발견,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안전 보강조치에 나섰다.구조반은 이를 위해 지상 9개소와 지하 4개소 등 13개지점에 추가로 광파계측기를 설치하는등 모두 37개소에서 남은 건물의 기울기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기로 했다. 구조반은 이날 상오 11시23분쯤 A동 중간지점에서 이상희씨(33)등 모두 54구의 사체를 발굴,사망자수는 3백76명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15일 붕괴참사 3백77시간20분만에 극적 구조된 삼풍백화점 아동복 매장 직원인 박양은 죽음과 어둠의 공포를 극복,또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옴으로써 제 3의 기적을 일구었다.박양의 생존시간은 지난 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 매몰됐던 양창선씨(65·당시 37)가 세웠던 15일9시간을 뛰어넘은 것으로 국내 최장 생존기록이다. 구조반은 전날 상오 10시58분 콘크리트 잔해를 걷어내기 위한 굴착기 작업을 하다 백화점 A동 지하 1층에서 박양을 발견,17분만인 상오 11시15분 박양을 구조했다.
  • 기공/초능력 정말 생기나/삼풍 생존자 예측 계기 관심 고조

    ◎고도의 훈련 거치면 뇌파기능 향상/20년연마 필요… 건강비결로 이해를 기공수련을 하면 정말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최근 삼풍백화점 붕괴참사현장에서 한 기공수련인이 생존자를 예측한 것이 사실로 들어맞은 뒤로 기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기공수련을 해오고 있는 대한 기공의학 연구회 최병준(성도 한의원장)회장은 기공이란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 몸안에 흐르는 생명활동의 원동력인 기를 순환시키는데 공을 들이는 것』이라며 단전호흡,요가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기공수련자들에 따르면 20년정도 기를 모으는 연습을 하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예를 들어 중국영화에 나오는 장풍이나 하늘을 나는 듯한 무술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공치료전문가 김기옥씨(40·남부 한의원장)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민간차원의 건강증진법으로 발달한 기공은 20여년전부터 일본,미국,스위스,영국 등의 국가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면서 『완전한 통계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 84년에 2백만명이 기공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스탠포드 대학연구원,캘리포니아대나 머신 공대등의 대학원에서도 기공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가고 있으며 지난 73년 이후 보라카이,모나코,로마에서 3차에 걸쳐 기공에 관련된 국제적인 학술회의가 열린 바 있다.스위스의 경우 마하 스위스­유럽 연구대학을 설립하여 기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을 정도. 기공연구가들은 기공의 과학적 근거를 알파파에서 찾고 있다.즉 기공을 하는 사람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뇌의 알파파가 현저히 높아져 대뇌피질의 기능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삼풍사고의 자원봉사자로 나선 기수련자들의 모임인 장백산구조대에 따르면 최근 사망한 통일원 서기관 김선호씨의 경우도 몸에서 발산되는 알파파를 따라 사체를 찾아낸 경우라는 것. 지난 9일 최명석씨의 생환을 예측한 목포대 임경택(44·국선도 법사)교수는 27년전 청산선사라는 사람이 산중에서 청운도인으로부터 전수받은 고유의 선법인 국선도를 20여년째 연마해오고 있는법사다.임교수는 『국선도는 종교와는 달리 수양법으로 호흡과 동작을 통해 극치적인 정신력·도덕력·체력을 함양하는,초인류로의 진화를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교수를 비롯한 생활기공 전문가들은 『기공이 초능력등 너무 특별한 면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상생활의 잘못된 버릇을 고쳐 건강을 되찾는 방법으로 기공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 5억어치 보석 든 금고 찾아냈다/삼풍사고 이모저모

    ◎국교생들 구조대에 위문편지 전달/특수내시경 2대 구조작업에 투입 ○“오랜만에 푹 잤다” ○…생환 4일째를 맞은 유지환(18)양은 14일 상오 8시쯤 일어나 『구조된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어젯밤 병원에서 준 수면제를 먹었더니 두통이 좀 있다』면서 『그렇지만 오랜만에 잠을 푹 잤더니 매우 상쾌하고 몸이 훨씬 가뿐해진 것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유양은 『매몰됐다가 구조된 생존자들의 친목모임이 만들어진다면 열심히 참여하고 싶다』면서 『모임을 통해 생존자들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양은 삼풍백화점사고의 실종자수가 갑자기 두배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황당하고 한심할 뿐』이라면서 『대형사고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너무 미숙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DJ,위로금 전달 ○…14일 하오 최명석(20)군과 유지환(18)양이 입원중인 서울 강남성모병원에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찾아와 두사람과 가족들을 격려하고 위로금을 전달. 김이사장은 최군을 만나 『두사람이 젊은이의 꿋꿋함과 듬직함을 보여줘 20,30대가 6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다』면서 『이들을 키워준 부모들 역시 훌륭하다』고 칭찬. ○…이날 상오 8시쯤 붕괴된 A동 중앙부에서 상판제거작업을 하다 다이아몬드와 루비,사파이어 등 5억원어치의 보석이 든 금고가 발견됐다. 이 금고는 A동 4층 귀금속 코너 「레비쥬」에 있던 것으로 주인 윤영중(50)씨와 종업원 3명이 구조대와 함께 현장에 내려가 찾아냈으나 금고가 불에 타 보석류의 절반 정도가 손실됐으며 나머지 5억원어치만 회수. 이에 앞서 구조반은 A동 북쪽 엘리베이터탑 근처에서 5층 신용판매부 환전 창구에 있던 가로 70㎝,세로 1백㎝크기의 대형금고를 찾아냈다. ○…서울 서초구 반포1동 원촌국교 6학년 6반 학생 4명은 이날 하오 현장을 방문,서울 영등포소방서 119구조대원들에게 위문편지 37통을 전달. 학생대표 이준엽(12)군은 『지난 8일 학급 어린이회의에서 구조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원 아저씨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기로 결정했다』면서 색색 봉투에 곱게 접어넣은 편지 뭉치를 전달. ○…서울시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TAP전자산업의 협조를 받아 특수 내시경카메라 2대를 A동 지하 및 중앙홀 부분에 투입,생존자 구조및 사체발굴작업에 사용. ◎사망자 신원확인 어떻게/지문 감식 안될땐 DNA검사/부모 유전자추출·대조… 확인 불능경우도 삼풍백화점 사고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할 수 없는 사체들이 무더기로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신원확인을 책임지고 있는 대책본부와 경찰관계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벌써 16일째 병원과 현장주변에서 신원확인 작업을 벌여온 감식반원들의 손놀림이 부쩍 빨라졌다. 14일 현재 사망자수는 2백81명.이 가운데 심하게 부패 또는 훼손돼 지문채취가 불가능하고 유품으로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사체는 9구에 이른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정도가 심해 신원확인이 어려운 사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런 추세로 가면 30∼40구 가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DNA 검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서울경찰청은 부패가 심해 지문채취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체와 지문채취가 불가능한 사체가 하루 30∼50여구씩 쏟아져 나올 것에 대비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25명의 감식반원 말고 추가로 25명을 24시간 대기토록 했다. 시경 감식계 소속 직원 20명과 시내 일선 경찰서 베테랑 형사 5명 등 「내로라하는」 감식전문요원 25명으로 구성된 사고현장 지문감식반원들은 지금까지 발굴된 사체의 절반가량인 1백40여구의 신원을 지문으로 확인하는 등 사고 현장의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1개팀에 5명씩 5개 기동반으로 나눠 신원미상 사체가 주로 후송되는 강남성모병원,강남시립병원,삼성의료원,국립의료원 등을 돌며 심하게 썩는 냄새속에서 연일 밤을 새워가며 지문채취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신원을 확인하는데 점차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실종자의 사체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지문채취가 불가능한 사체 4구가 있는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에는 실종자가족 수십명이 날마다 찾아오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미 이들의 사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부검과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지만 이 작업도 쉽지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문감식이 어려운 사체 7구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하고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사체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실종자 부모의 유전자를 모두 대조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놨다.만약 부모 가운데 한분만 생존해 있거나 모두 돌아가셨을 때는 확인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상을 받아야 할 실종자 가족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게 새로운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 「삼풍」싸고 입장 뒤바뀐 여야/14일 상민위(의정 초점)

    ◎여,조시장에 “호화” 야 두둔끝에 정회­내무위/“국가차원의 정보수집·대책 수립을”/정보위 ▷내무위◁ 14일 국회 내무위는 「삼풍사고」라는 현안과 함께 또다른 관심거리로 눈길을 끌었다.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소속 서울시장이 출석한 것이다. 서울시측의 보고가 시작되자마자 여야간 신경전이 펼쳐졌다.김의재기획관리실장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수습현황 및 대책을 보고하려 하자 민자당의 박희부의원이 『시장이 직접 하라』고 먼저 제동을 걸었고 같은 당의 권해옥·김영광·김길홍의원 등이 동조했다. 이에 민주당의 박 실·김옥두·정균환의원등이 『관례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양측의 신경전은 반말까지 오가는 맞고함 사태로 확산됐다. 민자당의 번형식의원이 『그대로 보고를 듣자』고 정리하면서 정상을 되찾았지만 실종자 문제를 놓고 설전은 재발됐다.민자당의 남평우의원은 보고자료에 실종자 현황이 기재되지 않은 데 대해 『실종자가 하루 아침에 두배로 늘어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형오·김길홍 의원등도 가세했다. 민자당의 박희부·김형오·김길홍 의원과 자민련의 이학원의원등은 『이번 사고는 서울시가 총체적으로 전시한 비리백화점의 전형』이라고 규정했다.삼풍백화점의 서초지구중심 지정 의혹,행정절차가 뒤바뀐 내인가와 건축허가의혹,서울시 감사의 부실문제등 서울시 공무원들의 비리의혹이 집중 거론됐다. 조시장은 답변에서 『지난 1일 삼풍현장에서 취임하면서 엄청난 사고에 말문이 막혔다』이라고 심경을 토로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끈기있게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조시장은 『마지막 한사람의 생존자까지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사고의 조기수습을 위해 인력 장비를 집중 투입,시신을 조기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위◁ 권영해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김일성사망 1주기를 전후한 북한내부 동향과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관한 보고를 듣고 대북쌀지원 관련 정보와 남북정상회담등 대북정책 추진방향등을 물었다. 비공개로 진행된회의는 회의가 끝난뒤 신상우 국회정보위원장이 일부 보고 및 질의 내용을 발표했다. 권안기부장은 주로 대북 쌀지원 이후의 북한동향을 설명했으며 최근 위협이 되고 있는 국제테러조직의 동향을 보고 했다고 신위원장은 전했다. 권안기부장은 대북쌀 지원 관련 정보수집에 대해 『우리가 보낸 쌀이 원산지표시가 되어 있지 않지만 북한의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남한쌀을 먹고 있다는 소문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최근 대남 비방 공격도 감소되고 있는 등 남북 신뢰회복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안기부장은 또 『북한은 작년 이후 흉작이 계속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의 경제는 GNP가 우리의 18분의 1,무역은 우리가 94배나 앞서 있다』고 보고 했다. 권안기부장은 이어 『북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일본·대만·영국·브라질등 19개국가와 외교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 『외교 결과 미국과는 타결단계,일본과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안기부장은 이어 『국제범죄조직의 동향과 관련,『러시아와 중국등의 국제테러조직의 심각성이 우려되고 있으며 국제정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3백만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의 국제테러조직과 중국의 삼합회라는 조직은 군대식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는 등 위험성이 심각하다』고 밝히고 『이들 조직의 우리나라에도 본격 상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무기밀매나 아편등 마약반입에 북한이 편승하려는 첩보도 입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원들은 국가적 차원의 정보수집과 대책수립을 요구했고 안기부측은 지난번 안기부법 개정으로 정보수집권은 있지만 수사권이 없어 종합적인 대처에 애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가 설치된지 1년이 된데 대해 권안기부장은 『그동안 정보위의 각종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가 확대되고 안기부 예산의 적법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했다.또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군·경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국제테러사건에 대비하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등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예방정보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보위는 경기도지사 당선으로 국회직을 사퇴한 이인제의원을 대신해 김영일의원을 민자당간사로,새로 교섭단체가 된 자민련의 한영수의원을 자민련간사로 선임했다. 조순 서울시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예상대로 여야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그러나 이날 회의는 여야의원들의 지나친 설전과 맞고함등으로 얼룩지면서 정회를 거듭한 끝에 산회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소란은 민자당 김형오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김의원은 『사고희생자가 늘어난 것은 조시장이 초동단계에서 지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사실상 이는 타살』이라고 주장했다.이에 김옥두·장영달의원등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책상을 치면서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회의장은 여야의원들의 설전장으로 돌변했다. 회의는 민자당 황윤기간사의 정회선포로 15분 동안 중단됐다가 밤11시25분 속개됐으나 조시장이 불참한 가운데 이해찬부시장이 김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맞서 5분동안 또다시 정회된 끝에 11시30분 산회했다.
  • 구조대원 80명 증원/삼풍현장

    ◎사체 20구 발국… 잔해 60% 치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보름째인 13일 서울시 사고대책본부 합동구조반은 인명구조및 사체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동구조반은 이날 구조대원 80명을 추가로 투입,유지환(18)양이 구조된 무너진 A동 중앙홀과 에스컬레이터 부근,엘리베이터탑 남쪽과 북쪽등 4곳에서 집중적으로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구조반은 특히 생존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앙홀 앞에 크레인을 설치,중앙홀에 대한 대대적인 건물잔해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구조반은 이날 하오1시45분 A동 지하 1층 중앙부에서 삼풍백화점 신사의류부 직원 김경애씨(여)의 사체를 찾아내는등 모두 20구의 사체를 추가로 발굴했다. 이로써 이날 하오11시 현재 사망자는 2백63명으로 늘어 났으며 실종자는 3백94명으로 줄었다. 구조반은 이날까지 총 3만4천여t의 잔해 가운데 60%인 2만2백31t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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