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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할 운명 걷어찬 반전, 그것이 인생

    실패할 운명 걷어찬 반전, 그것이 인생

    라이프 프로젝트/헬렌 피어슨 지음/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392쪽/1만 8000원1969년 열한 살 소년 스티브 크리스마스는 확실히 ‘실패할 운명’이었다. 카페를 운영하느라 바쁜 부모는 자식은 나몰라라 했다. 아버지는 번 돈을 위스키에 갖다 바쳤고, 밤이면 만취해 횡설수설하며 밤늦도록 애들을 재우지 않았다. 키 198㎝의 아버지가 140㎝의 어머니에게 폭언을 가하면 소년은 어머니를 지켜 주느라 안간힘을 썼다. 학교는 졸업도 못했다. 크리스마스는 요람부터 무덤까지 생애 전체를 추적하는 인간 연구 프로젝트, 영국 코호트 연구의 두 번째 세대인 1958년 피험자였다. 1946년 시작돼 70년간 다섯 세대에 이르는 7만명의 인생 여정을 추적한 최장기 최대 규모의 종단 연구 ‘라이프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는 분명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였다. 인생 초기 몇 년이 나머지 삶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게 코호트 연구가 길어올린 진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정, 교육 수준 높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업을 얻고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가난한 부모, 비좁은 집 등 불우한 환경에서 출발한 아이들은 이후 인생도 순탄치 않았다. 이는 연구의 첫 세대인 1946년 아이들이나 다섯 번째 세대인 2000년 밀레니엄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경제학자 리언 파인스타인은 1970년 코호트 연구에서 똑같이 영리했던 아이들이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5살에서 10살 사이 인지 능력의 차이가 벌어지는 걸 명확하게 보여줘 충격을 안겼다. 노동계급 출신 아이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중상류층 아이들에게 금방 추월당하는 불평등한 현실을 그래프 하나로 입증했다.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소득을 결정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1958년 코호트 연구에서 아이들이 16세였을 때 부모의 소득과 아이가 33세였을 때 소득이 비슷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더 놀라운 것은 1970년 코호트 구성원들과 비교한 결과다. 1958년 코호트 연구에서는 부유한 아이가 가난한 아이보다 17.5% 더 많이 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1970년에는 이 차이가 25%로 더 벌어졌다. 가난이 점점 더 단단한 족쇄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 결과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비관과 회의, 절망이 짙게 드리워진 셈이다. 그렇다면 실패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수도 없는 조건들 때문에 기저귀 차는 시절부터 ‘패배자’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런 절망적인 질문 앞에 라이프 프로젝트는 “불우한 인생 궤도를 탈출할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이를 온몸으로 보여 준 주인공이 서두에 등장한 스티브 크리스마스다. 누가 봐도 삶의 질곡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그는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부모와는 다른 궤적을 그려 나갔다. 학교를 떠난 이후 농장, 나이트클럽 경비원을 거쳐 보험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스스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관리자로 승진하고 독립 투자 자문 시험에도 합격했다. 화목한 가정도 일궜다. 그는 말한다. “못하는 게 있다면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이런 사례들을 두고 한 연구자는 “인생에는 너무 이른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없다”고 했다.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조건들은 분명 있지만 열악한 조건을 보란 듯이 걷어차고 반전을 만들어 낼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는 게 연구가 가려낸 또 하나의 진실이다. 사회적 지위, 경제력과 상관없이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고 아이의 미래에 열정적인 희망과 포부를 지닌 부모는 환경의 약점을 걷어내 주는 중요한 열쇠였다. 아이의 학업 성취에 의지가 강한 학교나 부모의 질병이나 이혼, 실업 등의 가족 문제를 덜 겪는 경우, 구직 기회가 많은 지역에 사는 것 등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었다. 하지만 앞의 조건들은 개인의 힘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때 개인의 동기 부여와 의욕이 차이를 만들어 냈다. 견습직 하나를 얻으려고 업종별 전화번호부를 모두 뒤져 뜻을 이룬 피험자가 한 예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역량만으로 운명의 사슬을 끊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개인이 요람부터 불평등과 고투하지 않으려면 어떤 장치들을 마련해야 하는지 책은 사회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라이프 프로젝트가 지금은 상식이 된 흡연의 폐해, 모유 수유의 장점,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등 많은 사실들을 입증하며 현재 우리가 누리는 출산·건강·교육 정책을 이끌어 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지영 ‘연장 아픔’ 떨친 첫 우승

    김지영 ‘연장 아픔’ 떨친 첫 우승

    ‘연장 불운’에 두 번 울었던 2년차 김지영(2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김지영은 14일 경기 용인시 수원골프장(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정상에 올랐다. 김지영은 지난해 새내기 때 삼천리투게더오픈과 KLPGA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는 파퍼트에 실패하자 짧은 거리 파퍼트를 남긴 박성현의 마크를 집어 올리는 ‘컨시드’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선두 최혜정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지영은 한때 7명이 공동 선두를 달리는 혼전에서 막판 2개의 버디로 우승 기회를 살렸다. 13번홀(파3) 버디로 7명의 선두그룹에서 이지현과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선 김지영은 1타 차 아슬아슬하게 선두를 달리던 17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놓쳤지만 20m 거리에서 웨지로 굴린 볼이 홀을 파고드는 버디로 승부를 가름지었다. 이지현, 김자영, 김지현이 김지영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최혜정은 공동 5위(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이미림은 공동 7위(8언더파 208타)에 올라 체면을 지켰다. 상금 1, 2위 김해림과 이정은은 나란히 공동 23위(3언더파 213타)에 머물렀다. 둘은 올해 처음 톱10 밖으로 밀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영원한 소년, 그의 생애·문학을 보다

    영원한 소년, 그의 생애·문학을 보다

    올해 10주기를 맞은 금아 피천득(1910~2007)은 대중의 사랑과 문단의 평가에 괴리가 있는 문인이다. 시인이자 수필가, 번역가로 아흔일곱 평생을 산 그는 각각 100여편의 수필과 시를 남겼다. 과작인 데다 간결하고 청아한 문장, 단순한 내용 탓에 ‘쉽다’고 재단해 버리는 평가가 우세했다. 타계 10년 만에 첫 평전이 나온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테다.최근 ‘피천득 평전’(시와진실)을 펴낸 제자 정정호 중앙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는 “‘쉬워서 깊이 읽을거리가 없다’는 불평은 겉모습에 속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자가 돌아본 스승의 100여년 생은 ‘순수한 동심, 고매한 서정성을 간직한 채 삶과 문학을 일치시킨’ 여정이었다. 때문에 정 교수는 “피천득 삶과 문학의 최종 목표인 ‘지혜’란 심층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깊고 넓게 사유하며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서울 정도로 절제된 그의 언어와 서정성은 비루한 시대 우리 삶을 치유한다는 의미 부여와 함께.닮은꼴이었던 고인의 문학과 삶은 제자의 회고대로 ‘나이를 잃은 영원한 소년’으로 요약된다. 5월에 태어나 5월에 세상을 떠난 그의 문학은 수필 ‘오월’의 한 구절과도 꼭 닮아 있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중략)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수필 ‘오월’에서) 책은 그의 생애(1부)와 문학(2부), 사상(3부)으로 짜였다. 저자는 나라를 빼앗긴 해에 태어나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에 어머니를 잃은 상실의 트라우마가 그의 문학적 뿌리가 됐다고 지적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그는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멈추고 ‘영원한 소년’이 됐고 이런 고아 의식이 ‘어린이 되기’라는 특유의 문학적 지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과 소박, 겸손과 온유, 순수와 가난이란 추상 명사들을 일상에서 동사(動詞)로 작동시켰던” 고인의 행보는 생명의 근원을 빚어내는 ‘나무 되기’라는 결론에 이른다. 나무의 말 없는 사랑의 실천이 피천득이 자연에서 가장 닮고자 했던 철학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10주기 추모 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흥사단 2층 강당에서는 문학 세미나가, 19일 오후 3시에는 중구 문학의집 서울에서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이 열려 고인의 문학세계를 반추한다. 기일인 25일 오후 4시에는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추모식이 치러진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커버스토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은퇴 공무원들의 ‘인생 2막’

    [커버스토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은퇴 공무원들의 ‘인생 2막’

    “은퇴는 끝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58년 개띠생’들이 올해를 끝으로 공직사회에서 은퇴 수순을 밟는다.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의 공직 은퇴가 임박하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의 ‘뉴라이프 스쿨’에 관심이 쏠린다. 5년 안에 퇴직 예정인 공무원들이 은퇴설계교육을 받을 수 있는 뉴라이프 스쿨에서는 올해에만 1만 7000여명의 공무원이 전국 5곳에서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사회공헌 등의 과정을 선택해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 대통령도 원하면 4박 5일 과정의 뉴라이프 스쿨에 다닐 수 있지만 아직은 3급 이하의 공무원만 참여한다. 2015년 공무원 퇴직자 4만 340명 중 일반퇴직, 직권면직, 사망 등을 제외하고 정년퇴직(1만 4349명)과 명예퇴직(1만 5298명)으로 2만 9647명이 공직을 떠났다. 은퇴교육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뉴라이프 교육 현장에 참여해 노인과 청년 사이에 낀 58년 개띠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형님은 은퇴하고 경로당, 복지관, 노인회관 가실 거예요?” (교수) “안 갑니다.” (교육생) “은퇴하고 또 일할 건가요?” “할 수 있으면 해야죠.” “자식을 데리고 살 생각이 있나요?” “아니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노인이 아닙니다.”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 뉴라이프 스쿨(작은 사진). 여가설계 교육을 맡은 채준안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은퇴를 앞둔 공무원을 형 또는 형수라 부르며 강의를 이어 갔다. 웃음과 경험을 적절하게 섞은 그의 강의 주제는 은퇴 후 여가란 ‘하면 즐거운 모든 일’이란 것이었다. 채 교수는 아버지 이야기로 점심시간 뒤 식곤증에 시달리는 수강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교사였던 채 교수의 아버지는 은퇴하자마자 노래방 기계를 샀다. 칠순을 맞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대신 4남매로부터 각 100만원씩 모두 4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음주가무로 은퇴 이후를 즐겁게 보낸 아버지 장례식장의 조문객은 절반 이상이 단골 식당의 아주머니들이었다고 한다.# 58년생들은 영시니어 세대… 자식에게 재산 물려줄 생각 없는 첫 세대 “아버지가 밉지 않았느냐”는 수강생의 질문에 채 교수는 “미웠죠. 하지만 ‘나는 나로 살겠다’고 했고 그 생각을 실천한 아버지는 갈 데도 없고 챙겨줄 데도 없는 베이비붐 세대의 모범으로 살다 가셨다”고 답했다. 채 교수는 내년에 정년을 맞는 1958년생 개띠들을 ‘영시니어’(Young Senior) 세대라고 규정했다. 재산을 자식에게 남겨 준다는 노인의 생각 구조를 가지지 않은 첫 세대이자 은퇴 이후를 누구의 도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독립기’로 보낼 수 있는 첫 세대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은퇴설계 교육 가운데 제일 인기 있는 것은 귀농귀촌이다. 이어 사회공헌, 재취업 과정의 인기가 높고, 창업 과정은 제일 인기가 없다. 교육장소로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이전한 제주도가 제일 인기가 많다. 제주도는 은퇴가 임박한 사람들부터 수강생을 선정하다 보니 탈락자들의 민원이 쇄도해 아예 선착순으로 교육생 선발 방식을 바꿨다. # 은퇴설계 교육 중 인기 좋은 귀농귀촌은 여가가 아닌 제2의 직업 채 교수는 은퇴 세대에게 인기 높은 귀농귀촌은 제2의 직업이지 절대 여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귀농귀촌의 제1조건은 배우자와의 합의라고 덧붙였다. 그의 아버지는 은퇴 이후 평소에 살던 경기 과천을 절대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은퇴 전에는 집이 ‘홈’이라면 은퇴 이후의 집은 교통, 의료시설이 중요한 ‘커뮤니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밀착된 자녀와는 가까이 사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은퇴교육의 기본 과정인 ‘미래설계’는 변화관리, 자산, 건강, 관계, 여가·주거, 내 일 찾기 등 생애설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연금제도, 생활법률, 세무, 심폐소생술, 은퇴생활의 모범사례와 같은 강의도 포함됐다. 4박 5일 30시간 교육의 비용은 45만 6000원이지만 모두 소속 기관에서 부담한다. 80여명의 수강생 가운데 전북 정읍시청 소속의 신현묵(59·여)씨도 나름 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자치단체 공무원은 바빠서 교육을 받기 쉽지 않은데 공문을 보고 은퇴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장이 아니라 그동안 은퇴 준비를 거의 못 했는데, 정년 이후에 사진 촬영을 하고 싶어 평생교육으로 사진 촬영 강좌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 은퇴는 끝이 아닌 시작…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시기 수강생들은 신씨와 같은 지자체 공무원부터 우정청, 기상청, 한국정책방송원, 해양경비안전교육원, 국군재정관리단, 교정청, 교육청 등 다양한 행정기관에서 왔다. 충남도청 인재육성과에서 근무 중인 김기승(61)씨는 이미 텃밭을 마련해 은퇴 준비를 끝냈다. 김씨는 “출생 신고가 늦어 지난해 환갑을 맞았음에도 아직 현직”이라며 “2년 전 고향에 주말농장을 하려고 땅을 200평 사뒀다”며 미소 지었다. 은퇴가 4년 남은 김기원(56)씨는 “정년은 가족을 위해 쭉 살다가 나를 위해 살아야 하는 시기란 강사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나를 위해 사는 생활을 3년 전부터 실천 중”이라며 웃어 보였다. ‘노는 꼴에 답이 있다’라고 강조한 채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여가활동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텔레비전 시청도 프로그램 모니터링, 외국어 회화 배우기, 경품 응모, 퀴즈 도전, 방청객 참여 등을 통해 일상적 재미를 의미 있는 재미로 바꿀 수 있다고 제시했다. 채 교수는 “58년 개띠는 우리끼리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세대로 은퇴문화도 처음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은퇴를 앞둔 공무원들의 얼굴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천안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설레는 동심… 5월 애니메이션 스크린 대결

    설레는 동심… 5월 애니메이션 스크린 대결

    5월이 다가오며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풍성해지고 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TV에서의 인기를 몰아 극장판까지 진출한 변신자동차 또봇과 스머프, 빼꼼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다음달 3일 한국 팬과 만나는 ‘보스 베이비’(감독 톰 맥그래스)는 지난달 말 북미에서 개봉해 ‘미녀와 야수’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작품이다. 내용은 브루스 윌리스의 아기 목소리 연기가 인상적인 ‘마이키 이야기’의 애니메이션 버전 또는 ‘마이 펫의 이중생활’의 아기 버전과 다름없다.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던 일곱 살 팀의 집에 7개월 된 아기가 함께하게 되며 벌어지는 ‘어른들은 모르는’ 소동을 그렸다. 알렉 볼드윈이 보스 베이비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포복절도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이에 맞서 아이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였던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극장 나들이를 한다.‘극장판 또봇: 로봇군단의 습격’(감독 이달·고동우)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또봇의 첫 극장판이다. 인간을 로봇 부품으로 만들려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또봇과 소년들의 활약을 그렸다. 제작 기간만 4년에 달하는 극장판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양동명 프로듀서가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며 기존 TV시리즈와 차별화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힘썼다. 대도시가 배경이었던 TV와는 달리 제주도가 배경이다. 주요 로봇 캐릭터로는 또봇 X, Y, Z를 주축으로 이들이 합체한 트라이탄이 등장한다.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악당 로봇이 나온다. TV 17기에 등장하는 태권K의 탄생 비화도 곁들여진다. 2009년 완구로 먼저 선보였던 또봇은 이듬해부터 TV 시리즈가 만들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완구와 TV 시리즈의 인기가 시너지를 내며 이후 비슷한 콘셉트의 변신 로봇물이 연달아 제작되기도 했다. TV시리즈는 2015년까지 모두 19기가 제작됐고 지난해부터는 스핀오프인 ‘애슬론 또봇’이 만들어지고 있다.1980년대 인기 TV 애니메이션 스머프도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28일 개봉하는 ‘스머프: 비밀의 숲’(감독 켈리 애스버리)을 통해서다. 파란색 피부의 작은 요정 스머프는 원래 벨기에 만화가 페요가 창조한 캐릭터인데,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1981년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부터. 한국에서도 1983년 ‘개구쟁이 스머프’로 처음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파파 스머프, 스머페트, 똘똘이, 덩치, 주책이, 투덜이 등 개성 넘치는 스머프들은 물론 스머프를 괴롭히는 악당 마법사 가가멜과 그가 키우는 불량 고양이 아즈라엘까지 인기만점이었다. 앞서 2011년, 2013년에도 극장판이 나왔는데 이때는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섞은 작품이었다. 순수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이번이 처음. 가가멜이 진흙으로 빚어낸 과거 때문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스머페트를 비롯해 똘똘이, 덩치, 주책이가 비밀의 숲에서 의문의 존재를 만나 모험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비밀의 숲에서 만나는 신비한 동물, 식물, 곤충 등이 풍성하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유명한 ‘싱 어 해피 송’은 도입부에서 주책이의 휘파람으로 한 소절만 살짝 스치는 점이 아쉽다.5월 3일 개봉하는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감독 임아론)은 허당 백곰 빼꼼의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빼꼼은 한국형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격인 작품으로 북극에 살다가 도시로 오게 된 백곰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대사 없이 상황과 몸, 의성어로만 웃기는 게 특징이다. 2002년 스팟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관심을 받았고 2006년 TV 시리즈로 첫선을 보였다. 이듬해 첫 극장판 ‘빼꼼과 머그잔 여행’은 관객 13만명을 동원했다. 2009년에는 TV 2기, 2010년에는 스핀오프 시리즈인 ‘빼꼼 스포츠’가 방영됐다. 10년 전 머그잔을 타고 꼬마 베베와 환상 여행을 펼쳤던 빼꼼이 이번에는 스파이를 꿈꾸는 국가정보국 청소부로 나온다. 얼음폭탄으로 세상을 위협하는 정체불명 악당들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임무를 떠안는다. 이전 극장판과 다른 점은 인간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 대사가 많아졌다는 것. 물론 빼꼼은 대사 없이 몸 개그를 펼친다. 제작 기간만 5년이 걸렸다. 천만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를 감수했고 ‘곡성’의 김선민 편집기사가 참여했다. 국내 최고 CG 기술을 보유한 모팩스튜디오에서 북극곰의 털 한 올 한 올을 3D로 구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32개월의 기다림… ‘호수의 여왕’은 유소연

    “너무나 갈망했던 우승이다. 벌타를 받은 톰프슨에겐 안됐지만 그와 연장전을 치러 우승한 내가 자랑스럽다.” 유소연(27)은 ‘챔피언 호수’(Poppie’s pond·숙녀의 호수)에서 흠뻑 물을 뒤집어쓴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렉시 톰프슨(미국)의 갑작스런 ‘4벌타’에 힘입은 우승이 아니냐는 질문에 유소연은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상황은 이랬다. 톰프슨은 전날 3라운드 17번홀(파3) 퍼트를 앞두고 마크된 공을 집었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자신도 ‘오구 플레이’를 뒤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날벼락’을 맞았다. TV 시청자의 제보로 원래 위치보다 2.5㎝ 앞에 공을 다시 놓은 것으로 확인된 톰프슨은 3일 4라운드 3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다 12번홀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이를 통보받고 공을 잘못된 위치에 놓은 잘못으로 2타, 잘못 계산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잘못으로 2타를 박탈당했다. 톰프슨은 이후 1타를 줄이긴 했지만 연장으로 끌려가 첫 홀 버디를 맞고 다 잡은 줄 알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올해 개막전 이후 생애 두 번째 연장에서 흘린 눈물은 진했다. ‘4타’를 빼고 조정될 당시 챔피언 조의 톰프슨에 한 홀 앞서던 유소연은 버디 2개를 보태 4언더파로 68타로 경기를 마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3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어 1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 상황을 파악한 톰프슨은 18번홀(파5) 두 번째 샷을 작심한 듯 5번 아이언으로 이글을 노렸다. 호수를 건넌 공은 깃대에서 8m가량 먼 지점에 떨어져 톰프슨은 이글 대신 연장을 확정하는 버디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연장 첫 홀 유소연에게 버디를 얻어맞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2011년 첫 우승이던 US여자오픈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수확한 4승 가운데 두 차례의 메이저 우승을 모두 연장전 끝에 거둔 유소연은 명실공히 ‘1인자’로 거듭났다. 그는 이번 ANA 인스퍼레이션 전까지 시즌 상금 1위에다 평균 타수(67.94타) 역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우승이라는 ‘한 방’이 부족했다. 2014년 8월 캐나다오픈 우승 이후 2년 8개월 동안 우승권을 맴돌기만 했던 유소연은 마침내 이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일궈 냈고, 우승 세리머니로 ‘숙녀의 호수’에 몸을 던져 마치 세례를 받는 듯 ‘우승 없는 1인자’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희귀병에 사지절단한 아기, 의족 달고 생애 첫걸음

    희귀병에 사지절단한 아기, 의족 달고 생애 첫걸음

    급성 감염병인 뇌척수막염으로 사지를 절단한 끝에 겨우 살아남았던 영국의 한 어린 소녀가 스스로 보행기를 밀며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공개돼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틀 전 영국 서미싯주(州) 바스에 사는 3세 소녀 하모니-로즈 앨런이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생애 첫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하모니의 어머니 프레야 홀(22)은 이 감격스러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며 지지자들과 기쁜 소식을 공유했다. 영상을 보면 어린 하모니는 의족을 착용하고서 혼자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균형을 잡아가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이는 하모니가 지난 2년 동안 묵묵히 물리치료를 견뎌내며 이룩한 성과다. 프레야 홀은 “하모니는 슬픈 날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 오늘 아이는 물리치료 동안 처음 큰 성과를 보였는데 보행기를 밀며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하모니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아이는 모든 상황에 정말 잘 적응했다”면서 “단지 홀로 서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사실, 하모니가 첫걸음을 내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넘어지면서 왼쪽 빗장뼈(쇄골)이 부러진 데다가 지난 주말에 또다시 넘어지면서 오른쪽마저 부러졌던 것이다. 물론 하모니는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점차 보행기를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하모니는 부모의 도움으로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스트레칭을 통해 그동안 바닥을 기어 다니며 굽었던 몸이 거의 펴졌기 때문이다. 프레야 홀은 “하모니의 몸은 아직 꽤 구부러져 있지만 일어서면 조금밖에 구부러지지 않는다. 하모니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항상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하모니의 몸에 뇌척수막염이 나타난 시점은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인 2014년 9월이었다.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의료진은 첫 번째 검사에서 아이 몸에서 어떤 증상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하모니의 몸은 파랗게 변했다. 프레야와 로스는 서둘러 하모니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단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는 간단한 치료 이후 다시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 그런데 하모니는 집에 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몸에 발진이 나타났으며 의식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부모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 몸은 불과 4시간 만에 보라색 발진으로 뒤덮였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관절부터 괴사가 진행돼 온몸으로 퍼진 것이다. 의료진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지를 절단해야만 한다고 부모에게 알렸고 두 사람은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몇 달 뒤 하모니의 사연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은 모금을 통해 아이에게 한 쌍의 의족을 선물했다. 이후 하모니는 의족을 착용하고 유아원에 다니게 됐다. 프레야는 “유아원의 다른 모든 아이가 하모니를 매우 좋아한다. 하모니는 그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처음 다른 아이들이 하모니에게 팔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이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모니는 지난 5일 방송된 BBC 드라마 ‘콜 더 미드와이프’ 시즌6의 한 에피소드에서 탈리도마이드 피해 아동 역할을 맡기도 했다. 탈리도마이드는 1960년대 기형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임산부에게 진정체로 처방되던 약물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자투리 정원 입는 초록 용산

    자투리 정원 입는 초록 용산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용산구 해방촌(용산2가동)이 녹색 옷을 입는다.용산구는 용산2가동 일대의 삭막하고 낡은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해방촌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해방촌 곳곳의 빈 곳 등을 활용해 녹지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진행되며 총사업비는 14억 6000만원이다.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은 해방촌 도시재생 행정지원협의회와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등이 모두 참여해 민관 협치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첫 단계로 도시녹화 전문 업체·지역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녹색골목길 조성을 위한 기본 디자인을 세우고 주민 스스로 집 주변을 가꿀 수 있는 ‘녹화기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어 내년부터 2020년까지 해방촌 곳곳의 자투리땅과 골목길, 담장 주변을 녹지대로 조성한다. 첫해에는 동주민센터와 협의해 녹화 시범공간을 조성하고 이후 공모를 거쳐 주민들이 희망하는 공간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한다. 또 구는 주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사유지를 찾아내 ‘공유정원’으로 만들고 이웃끼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을 꾸민다. 남산 자락을 낀 지역 특성을 살려 옥상전망대도 3곳 이상 만들어 마을의 명소로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구는 해방촌 외의 지역 공원도 구민들이 활발히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나눔의 공원예술제 ▲생애주기별 녹색문화 교육 ▲여름철 공원 물놀이장 운영 ▲외국인 엽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민들을 만나 보면 녹지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듣게 된다.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공원도 주민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7일에 7대륙 7개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게 가능해?”

    7일에 7대륙 7개 마라톤 풀코스 완주 “그게 가능해?”

    미국의 48세 흑인 여성이 7일 동안 7대륙 7개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완주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월 호주 퍼스(오세아니아)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아시아), 이집트 카이로(아프리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유럽), 미국 뉴욕(북아메리카), 칠레 푼타아레나스(남아메리카)에서 열린 대회를 거쳐 남극에서 열린 화이트 콘티넨트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모든 풀코스를 완주한 리사 데이비스. 다른 5명의 남성, 2명의 여성과 함께 이른바 ´트리플 세븐(7-7-7) 퀘스트´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렇게 7대륙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데 정확히 7일 하고도 3분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자택에서 인터뷰한 ESPN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7일 넘게 소금간을 한 카라멜 에너지젤로 끼니를 때우며 호주와 이집트에서는 탱크탑만 걸친 채 뛰었고, 남극에서는 손난로와 스키마스크에 온몸을 테이프로 친친 감고,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양말까지 껴신고 달려야 했다.  기네스월드레코드는 이 희한한 기록도 인증하는데 여자 종전 기록은 열흘이 넘었다. 그녀가 사흘이나 단축한 것이다. 흑인여성으로는 최초다. 이렇게 힘든 대기록을 해낸 데이비스는 정작 어깨만 으쓱거리며 “모두 42.195㎞뿐인걸요”라고 답했다. 이어 “누구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해낼 것”이라며 “난 성취감을 만끽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난 달리기를 사랑한다. 만약 달리기가 불법 약물이라면 난 치유 프로그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중독됐다”고 털어놓았다.  295㎞를 달리는 것도 힘들었다. 카이로를 달릴 때는 자신의 이름 철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푼타아레나스에서 뛸 때는 생각보다 춥고 힘들어 걷기도 하며 다음날까지 달렸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7대륙 마라톤을 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하늘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만만찮았다. 호텔에 돌아가 샤워할 시간도 없어 후닥닥 공항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18편의 비행기를 이용해야 했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실제 비행시간은 42시간46분9초가 걸렸다.  하지만 수속이나 짐 찾고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얼추 110시간, 닷새 가까이가 걸렸다. 첫 도전지 퍼스에 도착하려고 자신의 집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텍사스 댈러스, 호주 시드니를 경유하는 33시간110분의 비행을 견뎌내야 했다. 일주일 내내 호텔 침대에서 제대로 눈을 붙인 시간은 17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24년 동안 해군에서 복무하다 2010년 퇴역하고 지금은 재무관리 일을 하고 있는 데이비스는 “군 생활이 날 잘 준비시켰다”고 돌아보고 “군에서 처음 1년 동안은 거의 매일 16~17시간씩 근무했다. 한달에 한 번은 종일 근무하고 종일 쉬기도 했다. 잠을 자지 않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17세에 해군에 자원 입대한 그녀는 매우 목표지향적이다. 하나의 석사학위에 박사학위도 둘이나 된다. 지난해 3월에는 버지니아주 뉴퍼트뉴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생애 100번째 풀코스 완주를 해냈고 지난해 가을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대회에 나가 50개주에서 열린 대회를 한 번씩은 다 뛰었고, 이번에 ´트리플 세븐 퀘스트´를 달성했으니 해트트릭을 달성한 셈이라고 했다. 보통 세계 일주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은 전세기를 이용하고 요리사와 의료진을 대동하는데 대략 4만달러(약 4600만원)가 든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1년 전 남편 윌리엄 페레스가 생일 선물로 준 1만 4000달러(약 1600만원)로 모든 대회 참가비를 충당했다. 남극 화이트 콘티넨트 마라톤은 참가비가 8000달러(약 900만원)였다. 하지만 그녀는 비행기 안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기록 단축의 관건이라고 판단해 비행기 좌석을 1등석으로 구입해 모두 3만 6000달러(약 4100만원)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오래 전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 다친 오른 무릎을 쭉 뻗을 수 있도록 1등석 중에도 가장 넓은 여유공간이 주어지는 좌석을 고집했다.  그녀가 다음 출전하는 대회는 5월 중국에서 열리는 만리장성 마라톤. 5164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진짜 기대하는 대회는 과학자들이 최근 여덟 번째 대륙으로 발견한 질란디아, 호주로부터 떨어져나와 93%가 남태평양에 잠겨 있는 곳이다. 내년 1월 최초의 ´트리플 에이트(8-8-8) 퀘스트´가 추진 중이다. 데이비스는 마냥 들떠서 “관심있어요. 아주 관심있어요. 사로잡혔어요”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래미 5관왕 아델, 트로피 반토막 내다

    그래미 5관왕 아델, 트로피 반토막 내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29)이 올해 그래미를 석권하며 21세기 최고 팝 디바를 놓고 경쟁을 벌인 비욘세(36)를 압도했다.아델은 12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9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지난해 지구촌을 달군 메가 히트곡 ‘헬로’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상을, 이 노래가 담긴 정규 3집 앨범 ‘25’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종합 부문을 휩쓴 아델은 장르 부문인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팝 보컬 앨범까지 거머쥐며 5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아델이 전곡 작사, 작곡, 연주에 참여한 ‘25’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6주 연속, ‘헬로’는 싱글 차트에서 10주 연속 1위를 달렸다. 2집 앨범 ‘21’을 통해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던 2012년에 견줘 트로피가 하나 부족했지만, 21세기 팝의 여제로 평가받는 비욘세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결과라 더욱 값졌다. 아델은 또 두 개 앨범으로 연속해서 주요 3개 부문을 휩쓰는 최초 아티스트가 됐다. 2010년 그래미 사상 첫 6관왕에 빛나는 비욘세는 6집 앨범 ‘레모네이드’와 수록곡 ‘포메이션’으로 올해 최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베스트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 베스트 뮤직비디오상을 받으며 통산 그래미 트로피를 22개로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앨범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과 함께 수상 무대에 오른 아델은 “다시 힘을 얻기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출산 뒤 나 자신을 조금 잃어버린 감이 있었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큰 상으로 축복해줘 정말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올해의 앨범상은 혼자 받을 수 없다며 트로피를 반토막 내기도 했다. 그는 “비욘세는 내 인생의 아티스트”라며 “‘레모네이드’는 엄청난 앨범이다. 비욘세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욘세도 아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두 뮤즈의 축하 공연도 화제가 됐다. 만삭의 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금빛 시스루 드레스와 왕관 등을 착용해 마치 여신과 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비욘세는 ‘러브 드라우트’, ‘샌드 캐슬스’를 테이블과 의자를 활용한 퍼포먼스와 고음으로 소화하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힙합 대세 제이지(48)와 2008년 결혼해 5살 딸 블루 아이비를 두고 있는 비욘세는 지난 1일 쌍둥이 임신 소식을 공개하기도 했다. ‘헬로’를 부르며 시상식의 문을 열었던 아델은 지난해 말 세상을 뜬 조지 마이클을 위한 헌정 무대를 꾸미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노래를 중단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패스트 러브’를 부르다가 “조지 마이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노래를 중단했던 아델은 이후 안정을 찾아 무대를 완성했다. 관객들은 울먹거리는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노래를 멈추며 나지막이 욕설을 했던 아델은 수상 소감에서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다. 종합 부문 상의 하나인 베스트 신인 아티스트상은 챈스 더 래퍼에게 돌아갔다. 가스펠 힙합을 하는 그는 정규 앨범 한 장 내놓지 않고 믹스테이프(비공식 앨범)로 이 상을 받은 최초의 뮤지션이 됐다. 그는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 앨범상까지 3관왕이 됐다. 이 밖에 글램록의 창시자로, 영국의 전설적인 록스타이자 전위 예술가였던 데이비드 보위는 올해 초 사망 이틀 전에 발표한 생애 마지막 앨범 ‘블랙 스타’로 록 부문 등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한편 국내 가수인 비와 타블로 등이 이날 시상식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아델, 비욘세 압도하며 올해 그래미 석권

    아델, 비욘세 압도하며 올해 그래미 석권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29)이 올해 그래미를 석권하며 21세기 최고 팝 디바를 놓고 경쟁을 벌인 비욘세(36)를 압도했다. 아델은 12일 밤(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9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지난해 지구촌을 달군 메가 히트곡 ‘헬로’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상을, 이 노래가 담긴 정규 3집 앨범 ‘25’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종합 부문을 휩쓴 아델은 장르 부문인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팝 보컬 앨범까지 거머쥐며 5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아델이 전곡 작사, 작곡, 연주에 참여한 ‘25’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6주 연속, ‘헬로’는 싱글 차트에서 10주 연속 1위를 달렸다.  2집 앨범 ‘21’을 통해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던 2012년에 견줘 트로피가 하나 부족했지만, 21세기 팝의 여제로 평가받는 비욘세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결과라 더욱 값졌다. 아델은 또 두 개 앨범을 연속해서 주요 3개 부문을 휩쓰는 최초 아티스트가 됐다. 2010년 그래미 사상 첫 6관왕에 빛나는 비욘세는 6집 앨범 ‘레모네이드’와 수록곡 ‘포메이션’으로 올해 최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 베스트 뮤직비디오 상을 받으며 통산 그래미 트로피를 20개에서 두 개 더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앨범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과 함께 수상 무대에 오른 아델은 “다시 힘을 얻기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출산 뒤 나 자신을 조금 잃어버린 감이 있었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큰 상으로 축복해줘 정말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비욘세는 내 인생의 아티스트”라며 “‘레모네이드’는 엄청난 앨범이다. 비욘세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욘세도 아델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두 뮤즈의 축하 공연도 화제가 됐다. 만삭의 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금빛 시스루 드레스와 왕관 등을 착용해 마치 여신과 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비욘세는 ‘러브 드라우트’, ‘샌드캐슬스’를 테이블과 의자를 활용한 퍼포먼스와 고음으로 소화하며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힙합 대세 제이지(48)와 2008년 결혼해 5살 딸 블루 아이비를 두고 있는 비욘세는 지난 1일 쌍둥이 임신 소식을 공개하기도 했다. ‘헬로’를 부르며 시상식의 문을 열었던 아델은 지난해 말 세상을 뜬 조지 마이클을 위한 헌정 무대를 꾸미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노래를 중단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패스트 러브’를 부르다가 “조지 마이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노래를 중단했던 아델은 이후 안정을 찾아 무대를 완성했다. 관객들은 울먹거리는 그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노래를 멈추며 나즈막히 욕설을 했던 아델은 수상 소감에서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다.  종합 부문 상의 하나인 베스트 신인 아티스트상은 챈스 더 래퍼에게 돌아갔다. 가스펠 힙합을 하는 그는 정규 앨범 한 장 내놓지 않고 믹스테이프(비공식 앨범)로 이 상을 받은 최초의 뮤지션이 됐다. 그는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 앨범 상까지 3관왕이 됐다. 이밖에 글램록의 창시자로, 영국의 전설적인 록스타이자 전위 예술가였던 데이비드 보위는 올해 초 사망 이틀 전에 발표한 생애 마지막 앨범 ‘블랙 스타’로 록 부문 등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티셔츠 한 장 사고 ‘8억2000만원’ 경품 당첨된 행운남

    티셔츠 한 장 사고 ‘8억2000만원’ 경품 당첨된 행운남

    생애 최초로 해외여행을 떠난 한 30대 남성이 여행에서 돌아온 지 5개월 만에 8억 2000만원에 달하는 경품 행사에 당첨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8월 싱가포르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인도네시아의 아데 이스칸다르 로니(39). 인도네시아에 자카르타의 한 이동통신사 직원인 그는 여행 당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내에서 여행 기념으로 50 싱가포르 달러(약 4만 1100원)짜리 티셔츠를 산 뒤 경품 행사에 응모했다. 그리고 5개월에 지난 15일, 창이공항그룹은 경품행사에 응모한 사람들 중 추첨을 통해 최종 결승전에 참가할 사람들을 선발했다. 로니는 이때 선발된 말레이시아, 인도, 호주, 중국 등지의 다른 당첨자 7명과 함께 결승전에 참가했다. 결승전은 공항 내에서 여행객의 출국 과정을 본 딴 세 가지 게임으로 진행됐다. 여객기 빨리 타기 시합 등 치열한 경쟁을 거친 끝에 로니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상금으로 100만 싱가포르 달러, 한화로 약 8억 2000만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우승을 놓친 다른 당첨자 7명에게도 각각 5000 싱가포르 달러(약 420만원)의 참가상이 전해졌다. 엄청난 액수의 상금을 차지하는데 성공한 로니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매우 행복하다”면서 “무슬림으로서 온 가족과 함께 메카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싶다. 아직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새 집과 새 차도 살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최종 결승전에서 승리한 이후 창이국제공항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승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편 창이국제공항은 면세점 매출 확대를 위해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경품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BE A CHANGI MILLIONAIRE’('창이' 백만장자가 되어라)라는 명칭의 이 행사에서 2015년에는 선물용 초콜릿을 산 일본인이, 2016년에는 양주를 구입한 영국의 50대 여성이 각각 상금 100만 싱가포르 달러의 주인이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생애 첫 생일파티에 ‘설렘 미소’ 이민호는 어디에?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생애 첫 생일파티에 ‘설렘 미소’ 이민호는 어디에?

    ‘푸른 바다의 전설’ 인어 전지현의 생애 첫 생일파티 현장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지현은 생일 주인공답게 자체발광 미모를 뽐내고 있으며 직접 요리를 해 생일상 차리기에 나선 것. 이에 생일파티에는 누가 참석할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5일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박지은 극본, 진혁 연출) 측은 15회 방송을 앞두고 심청(전지현 분)의 첫 생일파티 스틸컷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4일, 14회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 청이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 것임이 밝혀졌기에 이날 공개된 현장 사진은 더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사진 속 청은 우아하면서도 상큼미 터지는 의상을 입고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청은 누가 봐도 생일의 주인공답게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인 것. 그런 청의 옆에는 단짝 허준재(이민호 분)가 아닌, 태오(신원호 분)가 그녀를 돕고 있기에 준재의 행방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생일파티에는 청의 절친인 서유나(신린아 분)도 참석해 눈길을 끈다. 유나는 고깔모자를 쓰고 태오와 나란히 앉아 청의 생일을 축하, 귀여움을 한껏 드러내 시선을 끌고 있는 것. 또 사진을 통해 공개된 생일파티 참석자는 태오와 유나뿐이기에 또 어떤 이들이 청의 생일파티장을 찾을지, 그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측은 “인어에게 뭍에서의 생일파티는 다소 특별한 상황”이라며 “청이 왜 생일파티를 열게 됐는지, 어떻게 생일이 이 날로 정해졌는지 그 비밀이 오늘 15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청의 생일파티 현장을 본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푸른 바다의 전설’은 멸종직전인 지구상의 마지막 인어가 도시의 천재 사기꾼을 만나 육지생활에 적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통해 웃음과 재미를 안기는 판타지 로맨스로, 오늘(5일) 밤 10시 15회가 방송된다. 사진=문화창고, 스튜디오 드래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희준, “생애 첫 해외여행이 신혼여행 될 예정” 왜?

    문희준, “생애 첫 해외여행이 신혼여행 될 예정” 왜?

    문희준이 해외여행에 관한 에피소드를 밝혔다. 29일 방송되는 채널A ‘국민 맞춤 선곡쇼 싱데렐라’(이하 ‘싱데렐라’)에서 문희준이 과거 공항에서 ‘강제 귀가’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최근 ‘록 스피릿 특집’으로 꾸려진 ‘싱데렐라’ 녹화장에는 가요계 대표 록커 김종서와 밴드 트랙스의 기타리스트 정모가 출연해 ‘내 인생의 일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희준은 올해 여름 일탈로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동안 각종 공연스케줄 때문에 해외를 방문한 경험은 많지만 한 번도 진짜 ‘여행’이라는 개념으로 해외를 나간 적은 없었다는 문희준. 올해 여름휴가를 받아서 처음으로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짐을 싸서 예쁘게 인증샷까지 찍은 후 공항으로 갔던 그가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바로 비자 때문. 문희준은 “미국이면 모를까, 왜 하와이에 비자가 필요하냐고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하와이가 미국이라더라”라며 “당장 떠날 수 있는 다른 외국 티켓도 알아보려 했지만 성수기라 비행기 티켓이 없었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문희준은 “덕분에 생애 첫 해외여행이 신혼여행이 될 예정이다”고 밝혀 예비신랑으로서의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한편, 문희준은 이날 주제였던 ‘록’과 관련해 故 신해철과의 추억을 털어놓으며 록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문희준의 여행 관련 경험담과 ‘록’에 대한 이야기는 29일 목요일 밤 11시 채널A ‘싱데렐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시한부 아빠, 한 살 아들 위한 ‘11월의 크리스마스’

    최근 잉글랜드 남부 페븐지에서 때이른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이 날 주인공은 이제 생후 10개월 된 아들 맥시. 아빠 제이 클라크(41)와 엄마 캐롤린 도노휴(37)는 아들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이 한 달도 넘게 남은 크리스마스를 일찌감치 맞이한 이유는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하다. 2년 전 만난 클라크와 도노휴는 난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아들 맥시를 얻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캐롤린이 임신 7개월이었던 지난해 10월 아빠 클라크는 췌장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게 됐다. 다행히 올해 1월 맥시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문제는 아들의 성장을 아빠는 지켜볼 수 없다는 점. 특히 암이 전이돼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아빠 클라크는 방사선 치료도 중단하는 결단을 내린다. 아빠는 "사랑하는 아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지 못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면서 "특히 아들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함께 해주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마련된 것이 바로 '11월의 크리스마스'였다. 집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채운 아빠는 인공 눈 장비까지 동원해 아들에게 생애 첫 눈을 보여줬다. 또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준비한 것은 물론 산타클로스까지 불러 행복한 파티를 열었다. 아빠는 "내가 올해까지 살지 내년 초까지 살지 알 수 없지만 1년 간 아들 곁에 있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이미 18년 치의 생일 카드와 선물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이 성장하면서 사랑하는 아빠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잊지말기 바란다"면서 "오늘의 추억은 사진과 기억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新국토기행] 소백산 자락·낙동강 물길… 마음 쉬어 가는 영주

    [新국토기행] 소백산 자락·낙동강 물길… 마음 쉬어 가는 영주

    경북 영주는 힐링 1번지다. 2014년 전국 최초로 중소기업청의 ‘힐링특구’로 지정됐다.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소백산국립공원과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부석사,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조선 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의 10승지 중 1승지 등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인문자원 등을 간직한 관광의 보고다. 특히 의상대사가 창건한 한국 화엄종의 근본 도량인 부석사는 몸과 마음을 닦고 수양한 곳으로, 오늘날 ‘몸과 마음의 치유’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되찾는다는 의미인 힐링의 원류쯤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체온과 같은 북위 36.5도에 있는 국토의 중심 영주는 15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인삼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조선 왕실에서 영주 풍기 인삼만을 고집했을 정도로 최고의 품질과 명성을 자랑한다. 최근엔 전국 최초로 국립산림치유원이 문을 열었고 고택과 템플스테이, 힐링투어 등 특별함도 즐길 수 있다. 또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산양산삼·산약초 홍보관과 국립녹색농업치유단지 등을 갖춰 치유 농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고장 영주는 힐링이 살아 숨쉬는 현장으로, 건강을 찾고 찬란했던 옛 역사와 전통문화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볼거리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다스림’은 한국형 산림 치유의 허브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달 영주시 봉현면 옥녀봉지구(두산3리 주치골) 부지 2889㏊에 152㏊(중심시설지구) 규모로 개원했다. 산림 치유 국가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치유원의 구심점인 건강증진센터와 단체형 숙박 치유 공간인 산림치유수련원, 물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치유센터, 장단기 체류시설, 치유숲길 등을 갖췄다. 체류시설은 산림치유동과 숙박치유동, 연립형숙박동, 단독형숙박동 등 총 180실을 갖췄다. 치유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개인형, 아동과 청소년형, 성인형, 가족형 등으로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목적별로는 단체형,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테마형, 원예와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형, 질환별 특화 프로그램형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1300년 애환 간직한 화엄종찰 부석사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했다. 부석면 봉황산 중턱에서 1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숱한 애환과 사연을 간직한 채 한국 불교의 융성을 이끌어 왔다. 해 뜨기 전 안개가 차오르면 봉황산 봉우리만 둥둥 떠다니는 육지 속의 섬으로 변해 바닷속 용궁과도 같다고 한다. 그래서 그 속에 용이 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찰은 국보 5점,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을 보유하고 있다. 부석사는 오랜 역사만큼 숨은 이야기가 많다. 1956년 부석사를 방문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이 쓴 친필 현판 ‘浮石寺’(부석사)를 뒤늦게 바꾸도록 한 이야기, 의상조사와 선묘 아가씨에 얽힌 사랑 이야기, 석룡으로 변한 선묘 아가씨 이야기, 극락세계에 숨은 부처 ‘공포불’ 이야기 등을 간직하고 있다. ●한양 가는 선비 넘던 소백산자락길 영주의 힐링 관광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소백산자락길이다. 모두 12자락으로 나뉘며 약 158㎞에 달한다. 1자락길(선비길·구곡길·달밭길)은 소수서원에서 시작해 죽계구곡, 초암사를 거쳐 삼가리까지 이어지는 13㎞ 구간이다. 2자락길(학교길·승지길·방찬길)은 삼가주차장에서 금계바위를 지나 소백산역까지 이어지는 16㎞ 구간이다. 3자락길(죽령옛길·용부원길·장림말길)은 소백산역에서 시작해 죽령주막을 지나 충북 단양군 대강면으로 이어지는 11㎞ 구간이다. 이 중 죽령옛길은 소백산역(희방사역)을 출발해 죽령주막까지 이어지는 2.8㎞ 구간으로, 그 옛날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선비들과 보부상이 넘던 길로 유명하다. ●소백산, 하늘이 내린 꿈 같은 풍경 소백산은 고산 철쭉 산행의 백미로 이름난 산중화원이다. 매년 5~6월 소백산릉에 분홍색 철쭉이 피면 실로 장관을 이룬다. 산 중턱 해발 700m 지점의 희방폭포(높이 28m)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소백산 영봉 중 하나인 연화봉에서 발원, 희방계곡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줄기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1420~1488)은 ‘천혜몽유처’(天惠夢遊處), 즉 ‘하늘이 내려 준 꿈에서 노니는 듯한 풍경’이라고 노래했다. 비로봉 정상(1439.5m) 인근에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군락을 이룬다. 수령 200~500년 된 고목 1000여 그루가 붉은 줄기를 자랑하며 빽빽이 들어차 있다.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등 세 봉우리는 절집도 거느린다. 연화봉 아래에는 희방사, 비로봉 아래에는 비로사, 국망봉 아래에는 초암사가 있다.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무섬전통마을 무섬전통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영월의 선암마을과 청령포처럼 마을의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문수면 수도리에 있다. 영주에서는 2011년 소백산자락길, 2012년 선비촌에 이어 세 번째로 지난해 한국 최고의 관광지인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영주 서천이 만나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를 끼고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휘감고 돈다. 강변의 넓은 백사장과 외나무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반남 박씨와 선성(예안) 김씨 집성촌인 이 마을에는 고색창연한 50여채의 고가가 자리잡았다. 350여년간 무섬마을과 강 건너를 연결해 준 외나무다리가 이채롭다. 길이 150m, 폭은 30㎝에 불과한 이 외나무다리는 최근 관광상품으로 주목받는다. ●500년 풍기 인삼 시작된 풍기읍 금계리 풍기읍 금계리는 정감록의 십승지(十勝地) 중 첫 번째로 언급된 곳이다. 정감록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금계1리와 백1리 희여골 일대를 십승지의 중심 마을로 본다. 소백산이 감싸 안은 명당 중의 명당이란다. 소백산 삼가매표소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마을 입구에는 한자로 ‘鄭鑑錄第一勝地 豊基人蔘始培地’(정감록제일승지 풍기인삼시배지)라고 적힌 큰 비석이 서 있다. 이 마을은 1542년 당시 풍기군수이자 소수서원 설립자인 주세붕이 이곳에 인삼을 심도록 장려해 풍기 인삼을 처음으로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 자취 서린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7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국내에 주자 성리학을 처음 전한 성리학의 비조(鼻祖·시조) 회헌 안향(1243~1306)을 제향할 목적으로 건립했다. 명종 3년에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명종 5년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의 시초가 됐다. 1871년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에도 철폐를 면한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소수란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한다’는 의미로, 소수서원은 ‘학문의 중흥’이란 큰 임무를 띠고 탄생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화인 회헌영정(국보 111호)은 소수서원의 자랑거리다. 서원 옆으로 낙동강의 작은 젖줄인 죽계수가 흐르고 개울 건너편 아담한 바위에는 주세붕이 직접 쓴 ‘경’(敬)자가 붉게 새겨져 있다. 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먹거리 ●청정 소백산록 풍기 인삼 영주가 자랑하는 대표 명품 먹거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 청정 지역 소백산록의 유기물이 풍부한 사질양토와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재배돼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강하며 유효 사포닌 함량이 36종으로 미국산 19종, 중국산 15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약탕기에 끓여 재탕, 삼탕해도 풀어지지 않는다. 같은 분량을 달여도 다른 인삼보다 농도가 훨씬 진해 약효도 뛰어나다. 풍기 인삼은 수삼과 홍삼, 홍삼 가공제품인 홍삼농축액, 홍삼에 벌꿀을 입힌 홍삼정과, 홍삼절편, 홍삼진액, 홍삼뿌리제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생산된다. 인삼떡, 인삼튀김, 인삼막걸리 등 인삼으로 만든 각종 요리도 선보인다. ●껍질 얇고 당도 높은 영주 꿀사과 영주는 제1의 사과 생산지다. 소백산록의 과원에서 생산되는 영주 사과는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재배돼 맛과 향이 뛰어나다. 껍질이 얇고 향기와 당도가 높으며, 단단한 과육과 신선도가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일명 소백산 꿀사과로도 불린다. 우수농산물 인증제(GAP), 선플러스 등을 통해 저농약 유기농법으로 재배돼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최신식 비파괴 당도선별기 등으로 과중, 빛깔, 체형, 당도별로 사과를 등급화하는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쳐 유통된다. 영주 사과는 냉장고에서 4도 내외로 저장하면 맛과 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한국능률협회인증원으로부터 9년 연속 웰빙인증을 획득했으며, ‘아이러브 영주사과’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소비자가 뽑은 프리미엄브랜드 대상에 선정됐다. ●전국 최고 품질의 영주 한우 영주 한우는 2003년 브랜드 출시 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능률협회인증원으로부터 8년 연속 웰빙인증을 획득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주관한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2007년부터 10년 연속 선정됐다. 일반 한우보다 불포화지방산과 올레산 함량이 높고 맛이 뛰어나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1등급 한우 출현율도 전국 최고다. 영주 한우는 전북 남원과 강원 평창 대관령 한우시험장을 오가며 수정란을 공급받아 지역 번식우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개량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슈퍼 한우’도 탄생시켰다. 일반 한우보다 태어날 무렵 평균 10~20㎏ 더 무겁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성질이 온순하고 질병에 강한 게 특징이다. 소백산록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원료로 만든 특수사료를 먹여 맛과 영양이 최고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대신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높아 성인병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30년 전통·합성 첨가물 없는 생강 도넛 생강 도넛은 30년 전통의 영주 향토 음식이다. 국산 생강과 찹쌀, 팥 등을 주재료로 해 식용유에 튀겨 낸다. 합성 보존제나 반죽 연화제 등의 첨가물은 쓰지 않는다. 졸깃졸깃하면서도 생강 특유의 매콤한 성분으로 입안이 상쾌하고 식욕을 돋우며 소화도 도와준다. 살균 효과에다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정도너츠’는 인삼과 사과, 호박씨, 참깨 등 영주 특산물과 농산물을 부재료로 활용해 다양한 도넛을 개발, 상품화했다. ●조선 시대 장군들 보양식 영주 삼계탕 조선 시대 장군들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 원기를 돋우기 위해 즐겨 먹었던 건강식인 영주 칠향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통 보양식이다. 3년 된 풍기 인삼과 그날 잡은 어린 토종닭에 산초열매, 도라지, 마늘, 생강, 간장, 식초, 참기름 등 몸에 좋은 일곱 가지 재료를 넣고 푹 고아 낸다.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새큼한 게 특징이다. 허해진 체력 보강에는 최고다. 칠향계 요리를 제대로 맛보려면 풍기에 있는 ‘영주 칠향계 삼계탕’을 찾으면 된다. 이 집은 영주 삼계탕 요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영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내집 꾸미기 나 혼자 할까 통째로 살까

    내집 꾸미기 나 혼자 할까 통째로 살까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전은영(가명·35)씨는 지난 8월 20년 된 82.5㎡의 아파트를 샀다. 도배 공사로 집안은 깨끗해졌지만 20년 넘게 사용한 욕실은 청소만으로는 두 자녀와 함께 쓰기엔 무리가 많았다. 전씨는 욕실 리모델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를 찾아가 패키지로 구성된 욕실 시공 상품을 사기로 했다. 300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3일간의 시공을 거쳐 새로워진 욕실에 전씨는 새 아파트에 들어온 기분으로 지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셀프 바람’ 타고 인테리어 시장 급성장 2014년 12월 18일 경기 광명에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첫 번째 매장을 열면서 국내 가구업계는 우려에 휩싸였다. 물량과 싼 가격을 앞세운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을 점령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 71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엔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 전체 가구 및 인테리어 시장이 커진 덕이다. 그 배경에는 ‘셀프 인테리어’와 ‘온라인 집들이’ 등으로 대표되는 집안 꾸미기 열풍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8조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4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고 시공하는 ‘셀프 인테리어’에서부터 홈쇼핑이나 쇼룸을 방문해 ‘원스톱’으로 리모델링을 마치는 방법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오래된 집은 많고, 고칠 곳은 더 많다”는 소비자들과 이를 겨냥한 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셀프인테리어는 2~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셀프인테리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을 꾸민 사진을 올려놓고 집안 소품은 어디에서 샀는지, 시공은 어떤 업체를 통해 했는지 등 인테리어 과정도 함께 올리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인식이 번져나간 덕분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집을 알리는 ‘온라인 집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SNS ‘인스타그램’과 ‘방’의 합성어 ‘방스타그램’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셀프인테리어의 재미는 내가 원하는 소품들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하나씩 바꿔가는 데 있다. 때문에 1인 가구나 신혼부부들이 주로 관심이 많다. 이노션월드와이드가 올 상반기 발표한 ‘생애주기별 인테리어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서 1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인테리어 관련 SNS 데이터 3만 1000건을 분석한 결과 소품(7433건), 색상(6651건), 가격(6087건)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관련 단어가 많았다. 국내외 인테리어 소품업체들이 이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과 자라는 2014년 말 H&M홈과 자라홈을 각각 열었다. 같은 해 12월 문을 연 이케아 역시 셀프인테리어족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올랐다.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는 전국에 152개, 이랜드의 ‘모던하우스’는 14개 매장이 있다. ●상담에서 시공까지… 맞춤형 리모델링 최근에는 각 업체들이 체계적으로 집안 인테리어부터 리모델링까지 ‘원스톱’으로 상담에서 시공까지 해주는 복합 리모델링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존 리모델링이 인테리어 업체에서 정해주는 대로 결정하거나 세부적인 사 안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던 것에 비해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집안 분위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대형 전시장 등을 통해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인테리어 시공 전 모습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부엌·바닥재 등 분위기별 패키지 상품도 한샘은 인테리어 건자재를 패키지로 공급해 왔던 IK(인테리어 키친)서비스의 이름을 지난 8월 ‘한샘 리하우스’로 바꾸고 사업 중심 범위를 부엌 가구에서 집안 전체 인테리어로 확대했다. 한샘 리하우스가 제시하는 개념은 온라인 몰이나 전시장을 방문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설정하고 시공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인천 남동구에 면적 752㎡의 한샘 리하우스 인천점을 열었다. 경기 부천·분당, 광주, 부산점에 이은 5번째 전시장이다. 한샘 리하우스는 맞춤형 서비스와 함께 부엌부터 욕실, 창호, 바닥재 등을 분위기 별로 모아서 나눈 ‘스타일 패키지’를 10종도 판매하고 있다. 신혼부부나 여성 1인가구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 ‘러블리 핑크’의 경우 밝은 회색과 흰색, 옅은 핑크 등이 중심이고 ‘마일드 블랙’ 스타일은 어두운 톤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식이다. 러블리핑크는 82.5㎡ 기준 3400만원대, 마일드블랙은 128.7㎡ 기준 5000만원대로 시공할 수 있다. 레미콘 사업으로 시작해 건자재 사업까지 하고 있는 유진기업은 지난달 인테리어 서비스 브랜드 ‘홈데이’를 론칭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홈데이는 각 인테리어 업체 브랜드를 총 망라해 한자리에서 비교해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의 주방가구부터 LG하우시스, 신한벽지 등 벽지, 한솔홈데코, 리즈디자인 등 바닥재까지 총 80여개 종류의 국내외 브랜드를 한곳에서 둘러보고 고를 수 있다. 홈데이는 지난달 1일 양천구 신월동에 첫 번째 전시장을 열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목동은 준공된 지 20~30년 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기도 하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지은 지 10년 내외인 아파트는 이사 때 벽지나 장판 정도만 바꿨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개성에 맞춰 욕실, 싱크대, 붙박이장, 바닥 등을 통째로 바꾸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하나의 공간을 가변성 있게 멀티기능으로 활용하거나 자녀들의 공간을 별도로 꾸미는 등 고객들이 원하는 인테리어 방향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주택 욕실 리모델링 열풍 전씨의 경우와 같이 전체 리모델링이 아닌 욕실만 부분적으로 새롭게 시공하는 욕실 리모델링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생도기 제조업체인 대림바스는 2010년 서울 서초구 논현동 본사에 430㎡ 규모의 전시장에 이어 2014년 중곡동 가구거리에도 430㎡ 규모 전시장을 마련했다. 자체 제작하는 위생도기 및 수전 등을 직접 골라 시공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바스플랜’ 상품도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의 욕실 리모델링 브랜드 이누스바스는 지난달 롯데홈쇼핑에서 욕실리모델링 세트 방송 한 시간 만에 업계 최대 기록인 1670여 상담전화(50억원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에서 리모델링이 가장 필요한 곳이 욕실인 만큼 욕실을 특화한 리모델링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작가들이 여는 ‘직거래 미술 장터’ 연말까지 백화점·은행·카페 등서

    ‘당신의 생애 첫 미술품, 작가들이 여는 장터에서 구매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일부터 연말까지 백화점·은행·카페·전통시장 등 전국 30여곳에서 작가 미술 장터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작가 미술 장터는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국민에게는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에게는 판매금액 전액을 돌려줘 창작 환경 개선을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가격은 평균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다. 이번 장터는 전국 12개 작가단체가 기획에 참여해 다양한 전시 콘셉트로 꾸며졌다.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장터와 연계해 ‘우리 집 미술관-나의 컬렉션을 소개합니다’란 주제로 미술 장터의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작가 미술 장터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va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올드스쿨’ 인피니트, 호야 “최근 생애 첫 ‘혼술’..낭만적이다” 무슨 뜻?

    ‘올드스쿨’ 인피니트, 호야 “최근 생애 첫 ‘혼술’..낭만적이다” 무슨 뜻?

    ‘올드스쿨’ 인피니트가 출연했다. 27일 방송된 SBS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에서 인피니트 호야가 생애 첫 ‘혼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호야는 “최근에 술을 끊었다”라며 “완전히 끊었다는 게 아니라 취할 만큼 마시는 걸 줄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최근에 26년 인생 처음으로 ‘혼술’을 해봤다. 몇 주 전에 혼자서 맥주 한 캔을 마셔보고, 어제 두 번 째로 시도했다. 낭만이 있더라. 감성적이었다. 원래는 건강을 챙기자는 주의였는데 요즘은 낭만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성규 또한 “나도 호야처럼 요즘은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고 그런 걸 즐긴다. 예전에는 밖을 자주 나갔지만 요즘은 안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퇴계가 사랑한 기생…그의 순애보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퇴계가 사랑한 기생…그의 순애보

    두향의 남자, 퇴계의 여자 중국 개화기의 대표적인 사상가 양계초(梁啓超)가 “아득하셔라, 이부자(李夫子) 님이시여”라며 거리낌없이 성인이라 칭한 퇴계 이황. 이 근엄 무쌍한 도학자에게 실로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것도 이팔 청춘 한창때가 아니라, 불혹(不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맞닥뜨렸던 가슴 아픈 사랑이었다. 그 상대 여성은 그럼 누구였던가? 되도록이면 팩트에만 근거하여 퇴계의 러브 스토리를 재구성해보도록 하자. 내가 더듬어본 자료에 의하면, 퇴계의 사랑과 그 상대 여성이 일반에게 알려진 계기는 정비석의 '명기열전'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두향(杜香)이라는 단양 기생과 퇴계 사이에 있었던 러브 스토리를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단양기 두향’편을 씀으로써 퇴계와 두향의 슬픈 사랑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단양에 두향이라는 명기의 슬픈 사랑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정비석이 안 것은 오래 전의 일이었지만, 그 상대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작가가 단양에 내려갈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물어보고 자료를 뒤져봤지만, 종내 그들의 사연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고서를 뒤적이다가 우연찮게 두향의 무덤에 관한 한시 두 수를 발견하게 된다. 그중 한 수는 조선 후기에 우리나라에 고구마를 처음으로 전파시킨 이광려(李匡呂)라는 실학자의 작품으로, 그가 두향묘를 참배하고 지은 시라 한다. 孤墳臨官道 국도변에 외로운 무덤 하나 頹沙暎紅萼 물가 모래에 어리는 붉은 꽃 杜香名盡時 두향이란 이름 잊혀질 때야 仙臺石應落 강선대 바위도 사라지리라 이로써 ‘두향’이 ‘전설’이 아니라 ‘실화’임을 확신할 수 있었을 뿐더러, 시편에서 풍기는 가락으로 보아 두 사람의 사랑이 예사롭지 않은 거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니면, 한낱 기생의 무덤을 두고 대시인들이 이런 시를 남겼을 리 만무한 노릇 아닌가. 그뿐 아니다. 400년도 더된 무덤이 아직까지도 보존되고 있어, 한때 이 무덤을 찾은 노산 이은상이 다음과 같은 소회를 그의 기행문 속에 남겼던 것이다. '내 비록 풍류랑은 아닐망정, 그 무덤 앞에 꽃 한 송이 못 놓고 가는 것이 어떻게나 서운한지 모르겠다.' 이 무덤의 주인 두향의 남자는 누구일까? 작가는 우연찮은 기회에 마침내 ‘그 남자’를 알아내게 됐는데, 정말 이럴 수가? 입이 딱 벌어지는 사실이었다. 작가가 전하는 전말은 다음과 같다. 퇴계학 관련자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안동 도산서원으로 내려가던 중 기차가 단양을 지날 때, 작가가 단양 명기 두향의 남자를 몇 해째나 찾아봤지만 알아내지 못했노라고 푸념처럼 말하자, 동행하던 한문학자 이가원(李家源) 교수가 불쑥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두향의 상대 남자는 바로 퇴계 아니오.” 이 교수는 퇴계학의 권위일 뿐 아니라 퇴계 14대 후손이기도 하다. 어찌 믿지 못하리오. 알고 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퇴계 문중에서 두향묘를 관리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 역시 몇 년 전에 두향묘를 찾아, 무덤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나 있는 걸 보고는 마을 사람에게 베어달라고 하면서 돈까지 주고 왔다는 것이다. 이로써 퇴계와 두향과의 관계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정비석은 안동에서 올라오던 길에 우정 단양에서 내려 강선암 아래 쑥대밭 속에 누워 있는 두향의 묘를 주민의 도움으로 찾았다. 과연 무덤 한가운데는 이가원 교수가 말한 대로 소나무 그루터기 하나가 박혀 있었다. 의심할 바 없는 퇴계의 여자 두향의 묘였다. 작가는 한 길 넘는 쑥대밭 속에 누워 있는 두향에 대해 창연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주머니돈을 털어 촌민에게 건네며 표석 하나만이라도 세워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귀로에 올랐다고 한다. 매화, 시, 음률로 맺어지다 퇴계가 단양 군수로 온 것은 명종 3년(1548년) 정월, 그의 나이 48살 때였다. 그때 단양 관기인 두향의 나이는 18살, 30년이란 세월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르고 있었지만, 둘 사이에는 공유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세 가지였다. 첫째가 매화, 둘째가 시, 셋째가 음률이었다. 퇴계는 대철학자이지만, 동시에 빼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매화를 깊이 사랑하여 생전에 백 수가 넘는 매화시를 지었을 뿐만 아니라, 매화시만으로 ‘매화시첩’을 만들기도 한, 그야말로 매화 마니아였다. 아래의 시는 그가 얼마나 감각적인 시인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가작이다. 步躡中庭月趁人 뜰을 거닐으니 달이 사람 좇아오네 梅邊行遼幾回巡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길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꽃내음 옷에 스미고 그림자 몸에 가득하네 또한 퇴계는 일종의 음악론인 ‘금보가(琴譜歌)’를 쓰기도 할 만큼 음률에도 밝았다. 그렇다면 두향이 사정은 어떤가? 일단 미모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미인급에는 못 미치는 듯하지만, 아주 귀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양매(養梅)와 거문고의 고수였던 것이다. 게다가 시에도 밝았다. 그러니 퇴계와 두향은 유효 거리 내에서는 언제든지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 원소와 다름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퇴계는 두 번째 부인 권씨를 잃은 지 2년이 지난 홀아비 신세였음에랴. 퇴계가 두향을 만났을 때는 권씨가 세상을 떠난 지 이태가 지난 뒤였다. 이래저래 활성 기체 같았던 두 남녀의 첫 얽힘에 대해서는 상상으로나 그려볼 수 있을 뿐, 어차피 기록은 없다. 그러나 매화와 음률, 시 등으로 두 사람이 30년 세월과 신분을 훌쩍 뛰어넘어 서로에게 침잠했을 거라고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교양과 기예, 재능과 학문을 갖춘 젊은 여인의 향기 속에 퇴계는 속절없이 빠져들었을 것이다.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양매의 고수인 두향이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30년 묵은 백매와 청매 두 분(盆)을 퇴계의 거처에 옮겨두었다고 한다. 퇴계가 특히 매화를 혹애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백매와 청매는 참으로 기품 높은 나무로, 고수는 서로 한눈에 알아본다고, 퇴계는 한눈에 그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그 무렵 매화를 읊은 퇴계의 시가 여러 편 전하는데, 다음의 시가 두향의 매화를 보고 지은 것으로 보인다. 獨倚山窓夜色寒 홀로 산창에 기대니 밤기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화나무 가지 끝에 둥근 달이 걸렸구나 不須更喚微風至 구태여 소슬바람 다시 불러 무엇하리 自有淸香滿院間 맑은 향기 저절로 온 뜰에 가득한데 퇴계는 두향이 어린 나이임에도 깊은 인품과 내명(內明)한 자질을 지닌 여인임을 알고는 여러 번 감탄했다고 한다. 더욱이 퇴계는 남녀상열지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청상이 된 며느리를 재혼하라면서 친정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한 휴머니스트였다. 단양은 벽지이지만 산수가 빼어나기로 이름 높은 고장이다. 예로부터 단양에 부임해오는 원님들은 모두 울며 왔다가 울며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올 때는 궁벽한 곳으로 간다고 눈물짓지만 갈 때는 아름다운 고장을 떠나기 못내 아쉬워 운다는 것이다. 명승으로 꼽히는 곳을 들자면, 먼저 정도전의 전설이 얽혀 있는 도담삼봉을 비롯해, 석문(石門), 사인암(舍人巖), 상·중·하선암(下仙岩), 구담봉(龜潭峰) 그리고 옥순봉(玉筍峰) 등 팔경을 앞세울 수 있고, 그밖에도 기암괴석, 옥류가 곳곳에 널려 있다. 퇴계와 두향은 이 절경들을 둘러보면서 꿈결 같은 생의 한때를 보냈을 것이다. 지금 흔히 말하는 ‘단양팔경’은 퇴계의 아이디어로, 그때 두향과 같이 다니면서 퇴계가 스스로 이름 붙이고 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퇴계가 공무를 뒤로 하고 매양 놀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성(誠)’이라면 둘째 가기 서러워할 퇴계 아니던가. 그는 단양이 물이 많은 고장임에도 자주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린다는 사실을 직시하고는 최초로 물을 가두는 보를 쌓는 등, 뛰어난 치적을 올린 지방관이었다. 이 보가 생긴 이후로 단양에서는 굶는 사람이 없어졌다 한다. 지금 충주호를 보면 4백 년 전 퇴계의 선견지명을 능히 알 수 있다. 이 보의 이름은 복도소(複道沼)라고 한다. 이 보가 완공되었을 때 퇴계는 준공기념으로 ‘복도별업(複道別業)’이라는 네 글자를 크게 써서 부근의 바위에 새기게 했는데, 그 각자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또 남아 있는 퇴계의 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퇴계가 아침마다 세수를 한 곳에 새겨져 있는 ‘탁오대(濯吾臺)’ 세 글자다. 퇴계와 두향은 특히 남한강 가 강선대(降仙臺) 위에서 자주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으며 노닐었다. 강선대는 백 명이 올라가 놀 수 있을 만큼 너른 너럭바위로, 지금은 충주호에 잠겨 있지만, 갈수기에는 가끔 그 모습을 물 위로 드러내기도 한다. 두 사람은 단양팔경 속을 거닐며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았다. 그러나 퇴계와 두향의 단양 시절은 가을이 미처 다 가기도 전인 시월에 갑자기 막이 내린다. 불과 아홉 달 만에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것은 퇴계의 넷째 형 이해(李瀣)가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하게 된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형이 자기의 직속상사로 온 것이다. 공사가 엄격했던 퇴계는 이를 피하기 위해 인근 고을인 경상도 풍기 군수로 옮겨가게 되었다. 두향과의 이별은 피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짧은 인연 뒤에 찾아온 갑작스런 이별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감정이 얼마나 절절했을 것인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밖엔 없다. 단양을 떠날 때 퇴계의 짐은 책 두어 궤짝과 괴석(怪石) 두 개뿐이었다고 한다. 단양을 떠나 한 나절쯤 가면 풍기와의 경계인 죽령에 이른다. 두 사람은 아마 거기에서 작별한 듯하다. 그리고 그로부터 21년 후 퇴계가 70살로 눈을 감을 때까지 두 번 다시 서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편지 왕래는 있었던 모양이다. 두향에게 보낸 다음의 시를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黃卷中間對聖賢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보며 虛明一室坐超然 빈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 매화 핀 창으로 봄소식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 거문고 마주앉아 줄 끊겼다 한탄 마라 퇴계의 나이 52세 되는 해(1552년)의 작품이다. 그러니까 두향과 헤어진 지 4년째 봄을 맞아 쓴 시이다. 시문의 끝 구절에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 마라"는 두향의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임이 분명해 보인다. 두향은 이 시 한 편을 받고 평생을 거문고 가락에 실어 노래로 불렀으리라. 퇴계와 헤어진 후 두향은 기적에서 몸을 빼내 이듬해 봄, 강선대가 눈 아래 굽어보이는 적성산 기슭에 움집을 짓고는 평생 홀로 살았다고 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두 번씩이나 보낸 두향이 이 초당을 떠나게 된 것은 퇴계의 부음을 들었을 때였다. 두향은 바로 집을 나서 죽령을 넘어가는 험란한 200릿길을 단신으로 걸어 나흘 만에 안동 도산서당이 있는 도산면 토계리에 도착했다. 그러나 빈소에는 찾아가지 못하고 멀리 상가가 보이는 산기슭에서 소복한 차림으로 망곡하며 하룻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두향과 헤어진 후 퇴계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풍기군수를 일년 남짓한 퇴계는 병을 이유로 사직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조정에서는 계속 퇴계를 불러, 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지만, 이미 벼슬에는 뜻이 없는데다 병약한 퇴계는 번번이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가 평생 동안 사직서를 쓴 것만도 80여 회나 된다고 한다. 말년엔 안동에 서당을 지어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 퇴계의 학문적 성취는 대개 두향과의 이별 이후인 50대~60대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자연과 학문 속에서 위안을 찾으며 살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인근의 명산인 청량산을 특히 자주 찾았고, 때로는 며칠씩 산에 있다가 내려오기도 했다.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그의 명시조 '청량산 육륙봉'은 그래서 태어난 것이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퇴계에게 또 하나의 큰 위안은 매화였다. 죽을 때까지 매화를 가까이하며 뜰에도 심고 방안에서도 가꾸던 퇴계는 마치 매화 대하기를 사람 대하듯 했다고 한다. 매선(梅仙)이라 하기도 하고 매형(梅兄)이라 부르기도 했다. 병으로 몰골이 심히 초췌할 때엔 매화 보기가 부끄러우니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도 했다. 세상을 떠날 때 퇴계의 마지막 말은 자신이 사랑하던 매화를 보며 ‘저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물녘이 되자 누워 있던 자리를 정리하게 한 후, 제자들이 일으켜 앉히자 앉은 채로 숨을 거두었다. 1570년 음력 12월, 향년 70세.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죽기 전 퇴계가 손수 지어놓은 묘비명 끝 구절은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근심 속에 낙이 있었고, 즐거움 속에 근심이 있었네(憂中有樂 樂中有憂) 조화를 좇아 사라짐이여,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乘化歸盡 復何求兮) 이보다 더 아름답고 완벽한 종결이 있을까. 강선대 위 초막으로 돌아온 두향은 이듬해 봄 거문고와 서책 등을 모두 태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 퇴계의 뒤를 따랐다. 자료에 따라서는 강물에 뛰어들었다고도 하고 부자차를 끓여 마시고 죽었다고도 하는데, 증거는 없지만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싶다. 깔끔한 성품의 두향이 강물에 빠진 시신을 수습하는 폐를 남에게 끼치고 싶진 않았으리라. 유언은 그녀가 생전 퇴계와 노닐었던 강선대 아래에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무덤은 전 충주호가 생겨나면서 수몰을 피해 200m쯤 위로 묘가 옮겨졌다. 두향이 죽은 뒤 퇴계의 제자인 이산해가 해마다 제사를 지내주었고 한다. 지금도 퇴계의 후손들과 유학자들은 퇴계의 제례를 지내고 나면 충북 단양의 강선대로 와 두향의 묘를 참배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두향을 향한 퇴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시 한 편을 읽는 것으로 퇴계와 두향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끝내기로 하자. 前身應是明月 내 전생은 응당 밝은 달이었으리 幾生修到梅花 몇 생애나 더 닦아야 매화가 될까. 글·사진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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