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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표 “보유세 강화하고 거래세 낮춰 세계적 기준 맞출 것”

    김진표 “보유세 강화하고 거래세 낮춰 세계적 기준 맞출 것”

    송영길 “세금 조정 시급… LTV 90% 가능”이호승 “장기 거주 1주택자 부담 줄여야”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2일 “부동산에 관한 세제의 큰 원칙은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세계적 기준을 맞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내 대표적인 거래세 완화론자인 김 위원장이 첫 회의에서 양도소득세 완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동산특위 첫 회의에서 “무주택자들이 생애 첫 집을 갖는 데 따르는 여러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나 1가구 1주택자들의 실수요 거래를 막는 세제상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정교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영길 대표도 “공시지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세금 조정 문제를 긴밀하게 볼 것”이라면서 “당장 재산세와 양도소득세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시급한 결정이 필요하며, 종부세 문제를 비롯한 공시지가 현실화도 다양하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무주택 실수요자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하겠다는 자신의 전당대회 공약과 관련, “실제로 가능하고 꼭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송 대표는 인천시장 재직 시절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집값의 10%만 있으면 최초 분양 가격으로 언제든지 집을 살 수 있는 획기적 권리를 부여한 제도”라면서 “이것을 보완해 청년·신혼부부들에게 집값의 6%만 있으면 집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는 금융구조를 완성하고, 국토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MBC 라디오에서 “특히 정부가 신경 쓰는 건 전체 가구의 44%에 이르는 무주택자, 그리고 청년 신혼부부들이 새로 집을 얻어야 하고, 1주택자이면서 장기간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주택을 새로 마련하거나 보유하는 데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 무주택자·1주택자 대상 대출규제·재산세 완화 논의에 무게를 싣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실장은 ‘종부세 기준 12억원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지’를 묻자 “종부세는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기민도·임일영 기자 key5088@seoul.co.kr
  • 랜선 콘서트로 관객 만난 송해, 따뜻한 응원과 위로 전하다

    랜선 콘서트로 관객 만난 송해, 따뜻한 응원과 위로 전하다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 콘서트 기획”2시간 넘게 지친 기색 없이 토크 이끌어“전국노래자랑 출연자·관객이 교과서코로나19 모든 인류가 함께 이겨낼 것”“동서남북 없이 뛰어다니던 제가 마음 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마음을 굳히십시오. 우리는 꼭 코로나19 이깁니다.” KBS ‘전국노래자랑’이 멈춰선지 1년, 한국 최고령 진행자 송해(본명 송복희)가 생애 처음으로 비대면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40년 넘게 전국을 누비던 그는 7일 저녁 진행한 ‘송해의 인생TV’에서 “코로나19로 조마조마하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했다”며 “이래선 안 되겠다고 해서 어려운 때 여러분께 잠시나마 위로의 말씀을 드릴까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30년 이상 호흡을 맞춘 신재동 악단장도 함께 했다. 청재킷에 스카프를 두르고 등장한 송해는 노래 ‘나팔꽃인생’으로 문을 연 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고민들을 듣고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직장생활, 결혼, 건강, 진로 등 다양한 고민에 그는 “젊음이란 목적과 희망이 다 이뤄지게 돼 있다. 주먹 한번 불끈 쥐고 파이팅”이라며 응원을 보내고, “능력과 환경이 된다면 다방면으로 경험하고 도전해보는 게 좋다. 훗날에 다 쓰게 돼 있다”며 진심 어린 조언도 전했다. 코로나19로 답답하다는 사연에는 “시간 날 때 가벼운 운동 하시고 재주넘기 두어 번 하면 풀어진다. 나도 답답할 땐 재주넘기를 한다”며 유머러스한 답을 내놓았다. “코로나19가 북녘에도 있을텐데 어떻게 살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고향에 대한 걱정도 내비친 그는 노래 ‘내 고향 갈때까지’를 부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94세의 나이에도 젊은 감각과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비결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러 시민들을 만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3세부터 115세까지 만나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배울 게 너무 많다”며 “프로그램에 나와주신 분들, 지금 이 시간에도 경청하시는 분들이 저의 교과서”라고 덧붙였다. 안방 관객의 요청에 시그널 음악과 함께 “전국 노래자랑”을 힘차게 외치기도 했다. 2시간 15분간 노래 5곡을 소화하는 등 지친 기색 없이 공연을 이끈 송해에게 시청자들도 반가움을 표현했다. 실시간 댓글로 “오랜만에 저희 3대가 모이게 되었다”, “화면으로나마 건강한 모습 뵈니 정말 좋다”는 인사가 쏟아졌다.“평생을 마이크를 잡고 얘기했지만, 오늘 이 자리가 저로서는 제일 힘들다”며 첫 비대면 콘서트의 소감을 밝힌 송해는 “뭔가 시끄럽고 뚱땅거려야 신바람이 나는데 오늘은 조용하니까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희망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괴롭고 답답하겠지만 이걸 넘어가야 후손들은 ‘이까짓 것’하고 이겨내는 방법이 나올 겁니다.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다 같이 어려움을 인내로, 방역으로 이겨냅시다. 건강하십시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흙수저 청년 내집마련 몇년 걸리나” … 사회 격차 진단 ‘사회통합지표’ 나온다

    “흙수저 청년 내집마련 몇년 걸리나” … 사회 격차 진단 ‘사회통합지표’ 나온다

    정부가 자산과 교육, 노동시장, 부동산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한다. 소득수준이나 지역, 계층 등에 따른 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표를 개발하고 진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불평등 완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사회통합 지표 개발계획’을 논의했다. ‘사회통합 지표’는 자산이나 교육, 건강 등 삶의 주요 영역에서 나타나는 계층 간 격차와 계층 간 이동의 가능성 등을 진단하는 지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이 다층적으로 발생하고 심화되는 반면 이를 진단할 기존의 사회통계는 단편적이라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교육부는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교육 공정성 지표’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서울신문 2019년 11월 12일자 1면>, 교육 분야를 넘어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표는 계층 집단 간 상대적 격차를 진단하는 ‘사회적 포용성’ 지표와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측정하는 ‘이동성’ 지표,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신뢰도를 측정하는 ‘사회적 자본’ 지표로 구성된다. 삶의 주요 영역을 ▲소득과 자산 ▲고용 ▲교육 ▲주거 ▲건강·위험 등 5가지로 나누고, 연령과 소득수준, 성별, 지역 등 다양한 집단들이 이들 영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교차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소득 수준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지방 대학에 비해 수도권 대학에서 신입생 중 저소득층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등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현황을 진단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저소득 가구의 빈곤 탈출률’, ‘취약계층의 학업 중단율 추이’, ‘가구 소득에 따른 취업률과 첫 일자리 임금 수준 비교’ 등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 지표에는 국세청의 각종 소득 데이터와 통계청의 인구·가구·주택 데이터,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교육부의 학적 정보 등 관계 부처의 데이터가 통합, 연계된다. 교육부는 올해 세부적인 지표를 설계하고 시범 분석을 거쳐 2023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지표를 공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표 개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지표를 가지고 진단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육 격차 분야 전문가인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이 소득이나 교육수준 같은 개인정보 공개를 꺼려 교육 격차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면서 “국세청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에 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이 도입된 전례가 있듯 ‘격차 해소’라는 정책 기조가 영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1970년 최연소 주교2006년 국내 두번째 추기경청주·서울대교구장 42년 활동‘교회법전’ 번역·해설서 역작 평가신학생 때부터 번역·저술 50여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정 추기경께서 오늘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며 “현재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안구 적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발명가 꿈꿨던 소년 정진석, 최연소 주교에서 교회법 권위자로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최연소 주교로 발탁돼 42년간 청주교구·서울대교구장을 지낸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표 인사다. 정 추기경은 어린 시절 발명가를 꿈꿨으나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서 사제의 길을 택했다. 언제나 책과 가까웠던 그는 60년 사목 활동 중에도 독서와 집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에서 떠난 뒤로는 매년 책을 내는 학자형 신부였다. 그가 20년 가까이 교회법전을 번역하고 해설서를 펴낸 일은 한국 가톨릭계에 큰 자취로 남아 있다. 발명가를 꿈꿨던 소년, 가톨릭 사제가 되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1931년 12월 2일(호적상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나흘만인 6일 ‘니콜라오’라는 세례명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당시 명동성당 사목회장이었을 만큼 집안 신앙생활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부유했던 외가에서 자란 그는 당시 서울 명동의 계성보통학교에 다닐 때 책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근 소공동에는 일본인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책을 접했고 이때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중앙중학교를 거쳐 6·25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발명가, 과학자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섰으나 불과 두 달 만에 터진 전쟁은 그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가 정 추기경의 회고를 토대로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추기경 정진석’에는 그가 겪은 전쟁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 추기경은 1950년 9월 6촌 동생과 함께 은신해있던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만 폭격으로 무너져내린 서까래에 동생이 숨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에게 동생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불러왔고, 후에도 그는 동생의 안식을 기도했다고 한다. 정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한 데에는 책 한 권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첫 번째 역서이기도 한 ‘성녀 마리아 고레티’이다. 한국전쟁에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됐던 정 추기경은 미군 통역병으로 일하며 알게 된 미군 군종 신부의 책장에서 이 책을 가져와 읽게 됐고, 성녀의 행적에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리아 고레티 성녀’의 이야기는 그의 영혼에 크고 환한 빛을 비췄다. 희미하던 새벽의 어둠이 해가 뜨면서 사라져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제가 돼야겠다’”(허영엽 신부 책 ‘추기경 정진석’ 中) 당시 외아들을 신학교에 보내려면 주교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노기남 주교는 입학을 반대했다고 한다.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랐던 정 추기경 어머니의 완곡한 부탁에 노 주교도 학교 입학을 허용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최연소 주교·청주교구장 28년…서울대교구장에 추기경 서임까지 1954년 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신부로, 신학교 교사로, 교구장 비서로 봉직한 그는 1968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후일 교회법 전문가로서 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년 반 만에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방학 때 미국 교회를 방문하는데 이곳에서 자신이 주교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당시 만 39세였던 그가 최연소 주교가 된 것이다. 그는 1970년 가난하고 힘들었던 청주교구장에 취임했다. 정 추기경은 첫 사목 표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었다. 주교로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의 적극적인 사목활동으로 1970년 4만 8000명에 그쳤던 교구 신자 수는 1990년 8만명으로 불어났다. 그가 서울대교구장으로 부름을 받은 건 1998년이다.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정년을 맞아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는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을 지내며 여러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교구 시노드(synod)를 개최했다. 시노드는 교리와 규율 등을 전반적으로 토의하는 자문기구 성격의 교회 회의체다. 교구 시노드는 1922년 열린 이후 약 80년 만에 다시 개최된 것이다.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때부터 생명을 사목활동의 맨 앞에 뒀는데, 2005년 비로소 생명 운동을 본격 추진할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생명 운동의 연장선에서 그는 일찌감치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2006년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당시 공개적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하는 사후 장기기증에 서명했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제 중 600여 명이 교구장이었던 정 추기경의 뜻에 함께했다.‘교회법’ 권위자…집필에 평생 바친 사제 정 추기경의 생애를 돌아볼 때 교회법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제가 된 뒤 신학교 교사를 하며 라틴어를 익혔던 정 추기경은 1968년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시절 라틴어-일본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라틴어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청주교구장으로 있던 1983년 교회법 번역위원회를 출범하고, 교회법을 전공한 사제 10여명과 함께 교회법전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장도는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역작을 낸 뒤로도 교회법을 쉽고 정확히 알리고 싶었던 바람을 놓지 않았다. 교회법 해설서를 틈틈이 쓰기 시작해 2002년까지 총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서를 완간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회법에 매달린 성과였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을 쓰는 신부로도 유명했다. 1955년 ‘성녀 마리아 고레티’를 시작으로 그가 우리말로 번역한 역서는 13권이다. 저서로는 1961년 낸 ‘장미꽃다발’부터 2019년 쓴 ‘위대한 사명’까지 45권에 이른다. 50권을 훌쩍 넘는 집필의 힘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독서에서 비롯됐다.명동성당서 선종미사…장례는 5일장으로 거행 정 추기경은 지난달 22일 병실을 찾은 서울대교구장 후임인 염수정 추기경 등에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데,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하자. 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한다”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이) 25일 통장 잔액을 모두 필요한 곳에 봉헌하셨다. 당신의 삶을 정리하는 차원에서인지 몇 곳을 직접 지정해 도와주도록 했다”며 “나머지 얼마간의 돈은 고생한 의료진과 간호사들, 봉사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당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하셔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8일 0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미사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다. 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입원해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그의 시신은 선종미사 동안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다. 정 추기경의 선종미사는 명동대성당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그의 장례는 5월 1일까지 5일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가운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홍영표·송영길·우원식 “DJ정신 계승” 호남 표심 잡기

    홍영표·송영길·우원식 “DJ정신 계승” 호남 표심 잡기

    호남 텃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김대중 정신’을 강조했다. 부동산 해법에 대해서는 ‘기조 유지’와 ‘규제 완화’를 놓고 온도 차를 보였다. 2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5·2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세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부각하며 호남 당심을 겨냥했다. 첫 연설자로 나선 우원식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평화민주당(평민당) 시절 인연을 내세웠다. 우 의원은 “저 우원식은 1987년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을 지키기 위해 평민당에 입당했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의원은 “고흥이 낳고 광주에서 자란 기호 2번 송영길”이라며 “(2번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기호”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도 “광주·전남의 결정이 대한민국 진로를 바꿨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과 함께 지켜 온 가치와 정체성을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해법’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가장 논쟁적인 해법을 내놓은 송 의원은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에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결합해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다.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무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90%까지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우 의원도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양극화, 코로나19, 부동산 급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다 아우르면 결국 민생, 국민의 삶”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당이 중심이 돼서 부동산 종합대책기구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홍 의원은 정책 기조 유지에 방점을 찍으면서 점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부동산 문제는 이제 어렵게 제대로 된 방향과 기조를 잡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생애 처음 구입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같은 것, 이런 것들을 현실에 맞게 인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뉴스분석]‘4·7참패 이후’ 청년고통 공감·특단대책 강조한 文

    [뉴스분석]‘4·7참패 이후’ 청년고통 공감·특단대책 강조한 文

    현정부 등돌린 ‘이남자’ 등 IMF세대 못지않은 코로나 직격탄 “청년눈높이 맞고 체감 가능한” 일자리, 주거안정 대책 주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특히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코로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며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며 기존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세종청사를 화상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에게 즉각적이고 대대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코로나의 유산이 수십 년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경고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 청년 일자리와 주거안정 대책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남자(20대남성)’의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보듯 2030세대의 현 정부에 대한 이반 현상이 도드라졌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은 “과거 외환위기 때 청년들은 막힌 취업문과 구조조정 한파 속에 ‘IMF 세대’로 불리며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의 청년들도 그때보다 못지않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그 어려움을 빨리 해소해주지 못하면 청년 시기를 넘어 생애 전체가 불안한 삶에 처할 위험이 있다. 이른바 ‘락다운(봉쇄·lockdown generation)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ILO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청년들이 교육과 훈련 중단, 고용과 소득 손실, 구직 어려움의 심화 등 직격탄을 맞았다며 ‘락다운 세대’의 출현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청년의 고통에 대한 ‘공감’ 속에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무엇보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고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건 일자리”라며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이 돼야 하며, 민간기업이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주거 안정 또한 청년들의 가장 절박한 민생 문제”라며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보다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들을 위해 세심하게 정책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NFT 가격 70% 곤두박질…세계 자본시장 버블 붕괴 전조?

    NFT 가격 70% 곤두박질…세계 자본시장 버블 붕괴 전조?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투자 열풍이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NFT 작품의 평균가격은 지난주에 2월 최고점보다 70% 곤두박질쳤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자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린 나머지 자산 가격의 거품이 시작됐지만, 미국 경기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여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자산 가격의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현재 제조업 업황지수가 37년래 최고를 기록하는 등 최근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경기가 회복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은 금리인상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금리가 인상되면 자산 버블은 꺼지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유동성 장세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분야가 NFT 시장이라며 NFT 가격 급락은 자산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NFT는 온라인 예술품에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암호화)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다. 그동안 작품을 소유했던 사람들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온라인 콘텐츠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NFT는 가상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까닭에 디지털 예술품, 게임 아이템 거래 등 분야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가상 아이템의 소유권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다며 NFT에 열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이크 윈켈만이 NFT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 6930만 달러(약 782억원)에 판매됐다. 윈켈만은 생애 첫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 중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작품 값이 높은 작가가 됐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이달초 NFT 원본 보증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를 580만 달러에 팔았다. 뿐만 아니다. 아무도 거주할 수 없는 집도 50만 달러에 팔렸다. 크리스타 킴이 만든 디지털 하우스인 이 집은 들어갈 수도 누워볼 수도 없다. AR(증강)·VR(가상) 고글을 사용해야만 볼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집’이라고 불리지만 실은 하나의 디지털 파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방귀 소리를 녹음한 파일이 판매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일어났다. 영화감독인 알렉스 라미레스 맬리스는 NFT시장에 ‘일년간 녹음된 방귀소리’(One Calendar Year of Recorded Farts)라는 제목의 작품을 내놓았다. NFT 시장에서 모든 형태의 예술품이 팔리고 있는데, 방귀라고 안되라는 법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 그는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됐던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자신과 친구 4명의 방귀 소리를 모아 52분짜리 오디오 파일인 ‘마스터 컬렉션’으로 편집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익명의 구매자에게 이를 85달러에 팔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맬리스는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가격이 오를수록 당신은 아주 귀중한 방귀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靑 “주택정책 일관성 유지할 것”… 여당 ‘대출규제 완화’에 선 그어

    靑 “주택정책 일관성 유지할 것”… 여당 ‘대출규제 완화’에 선 그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은 1일 “정부로서 마음이 아픈 것은 주택시장이 2월 중순부터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거래량이 많지 않고,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매매가와 전세가 상승률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금은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전 실장이 지난달 29일 ‘전세보증금 인상 논란’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이 실장은 취임 후 첫 번째 브리핑에서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다양한 제안이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자치단체가 마음을 모아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같이 노력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정책 실패로 규정한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수요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당은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공론화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고수한 것이다. 정부도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에는 공감하지만 여당의 주장과는 속도와 방향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국민들께서 많이 실망하시고 어려운 점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그로 인해 자산가격과 실물이 괴리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냐’는 질문이 거듭 나오자 이 실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정책의 성공, 실패를 정책 담당자가 얘기하기에는 복합적인 내용”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전날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 사과했다는 점에서 당청 간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LTV·DTI 규제 완화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과도 맞물린 셈이다. 한편 이 실장은 ‘김 전 실장의 경질 사태와 맞물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많아진다’는 질문에는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나 방향성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며 “세입자 주거 안정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의미 있는 제도개혁”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작심’ 이낙연, 윤석열 앞날에 “그리 순탄한 길 아닐 것”

    ‘작심’ 이낙연, 윤석열 앞날에 “그리 순탄한 길 아닐 것”

    尹 “재보선, 상식·정의 찾는 출발점” 발언에“尹, 김학의 성비위 유야무야 지휘한 장본인”윤석열 지지율 40% 육박…리얼미터 조사李, 한 자릿수대 지지율도…9~11%선전날 LH발 부동산 정책 실패 대국민 사과“청년 등에 LTV, DTI 획기적 완화할 것”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정치 행로에 대해 “그렇게 순탄한 길만도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 대표를 맡기 전만해도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선명성을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비판하며 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에게 차례로 밀리며 현재 두 사람과 지지율 격차가 많이 벌어진 3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 위원장의 지지율은 1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李 “윤석열, 너무 쉽게 생각 마” 이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이미 어떤 길에 들어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높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 길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한 언론에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의미를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이 위원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性)비위 문제를 유야무야한 검찰을 지휘한 장본인이 할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은 제가 그것을 밝힌 적은 없다”면서 “재보궐이 끝나면 여러 논의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함께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언급했다.윤석역 대선지지율 38.2%이재명 21.5%, 이낙연 11.1%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리서치앤리서치 尹 31.2%, 이낙연 9.3% 이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모두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 유권자 806명에게 조사한 결과, 차기 대권주자로 윤 전 총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38.2%였다. 이 지사는 21.5%, 이 위원장은 11.1%로 나타났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유권자 1017명에게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윤 전 총장은 31.2%로 집계됐다. 이 지사는 25.7%로 오차범위 내 2위였고 이 위원장은 9.3%로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달 29~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응답자 25%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을 꼽았다. 이 지사라고 답한 비율은 24%, 이 위원장은 10%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전주 조사보다 2% 포인트씩 상승했지만 이 위원장은 변동이 없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리얼미터는 95%에 ±3.5%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李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정부와 교감”“LH 사태 무한 책임 사죄드린다” 사과 한편 이 위원장은 자신이 전날 제안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와 관련, “모기지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본인 부담이 확연히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본적 교감을 하고 난 뒤 발표했다. 가능하겠다는 정도의 응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청년이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지가 인상률을 최고 10%로 제한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협의의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악용한 대규모 땅투기 사태를 언급하며 “정부·여당이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LH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느끼시는 분노와 실망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아프도록 잘 안다. 국민 여러분의 분노가 LH 사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며 주택청약에서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특히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공개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14년 만의 첫 장사 타이틀 박성윤 ‘한라장사 만만세’

    14년 만의 첫 장사 타이틀 박성윤 ‘한라장사 만만세’

    박성윤(36·의성군청)이 생애 처음으로 장사 타이틀을 따내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박성윤은 26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1 하늘내린 인제장사씨름대회’ 한라장사(105kg이하) 결정전(5전3승제)에서 김보경(연수구청)을 3-1로 제압하며 생애 첫 한라장사에 등극했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의성고등학교와 대구대학교를 졸업한 박성윤은 2017년 의성군청에 입단했다. 올해로 씨름 입문 25년차이자 데뷔 14년이나 된 베테랑이지만 아직까지 장사 타이틀이 없다. 생애 첫 한라장사에 등극한 그는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냈다. 박성윤은 8강에서 같은 소속팀 오현호를 잡채기와 밀어치기로, 4강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손충희(울주군청)를 2-1로 잡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전 상대는 한라장사 6회에 빛나는 김보경.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박성윤은 경기시작 2초 만에 잡채기로 첫 번째 판을 손쉽게 가져왔지만 김보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보경은 두 번째 판 연장전에서 번개같은 오금당기기로 박성윤을 잡아냈다. 1-1이 되면서 누가 장사로 등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박성윤이 세 번째 판을 잡아냈다. 박성윤은 치열한 공방 끝에 밀어치기로 김보경을 모래판에 눕히며 기세를 올렸다. 마지막 네 번째 판은 경기시간 1초를 남겨두고 극적인 어깨걸어치기를 성공하면서 최종스코어 3-1이 됐다. 박성윤의 생애 첫 황소트로피다. 박성윤은 “김보경 선수와 손충희 선수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고 경기 중에 운도 많이 따라 준 것 같다”면서 “그리고 집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항상 응원해주셔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야심적 행사가 열리고 있다. 봄날 햇살 가득한 오후 참으로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지인인 윤효 시인과 동행했는데, 윤 관장은 김인혜 학예연구실 근대미술팀장과 함께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김 팀장의 꼼꼼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번 전시의 내용과 함께 1930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 예술사의 빛나는 장면들을 충실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꽤 익숙한 문인들 사이로 가끔씩 돋을새김되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들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문학사와 미술사는 그렇게 한 몸이 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경계를 허무는 예술, 동행자로서의 미술관 전시장 첫 코스는 이상(李箱)이 차린 ‘제비다방’ 분위기를 담았다. 제비다방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이상의 ‘자화상’(1928)이 걸려 있었다는 증언은 있으니, 이 공간은 그런대로 90여년 전 경성거리를 탐사하는 기분을 밝혀 주었다. 전시 기획 가운데 단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30년대 전후 잡지들이 문인과 화가를 결합시켜 만들어낸 ‘화문’(畵文) 장르였다. 가령 ‘여성’ 1938년 3월호에 백석의 유명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발표됐는데, 그의 절친인 화가 정현웅이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 작품은 아름다운 채색 시화로 남은 것이다. 이들 말고도 이상과 구본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구상과 이중섭 등 문학과 미술이 주고받은 ‘이인행각’(二人行脚)은 우리에게 풍요롭고 아득한 시간의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수많은 파생적 아우라(Aura)를 만들어 간다. 서로 분야가 다른 예술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이러한 접점은 우리를 그 안으로 초대해 숱한 이야기를 건네 온다. 문학을 품은 미술, 미술이 녹아든 문학이 협업해 이루어 낸 이러한 융합의 차원이야말로 그야말로 윤 관장의 생애를 빼닮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화두는 언제나 ‘시화일률’(詩一律)이었다.“문인과 화가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예술적 동반자로 살아왔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이 보편적이었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문인과 화가가 동석하는 일은 드물어졌고, 좋게 말해 전문화라지만 통섭과 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빈곤해진 형국이라고 윤 관장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르 결벽증도 이러한 융합 지향의 움직임을 다소 방해하는 것 같고요.” 윤 관장은 1982년 미술평론가로 등단해 40여년 동안 우리 미술 현장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양미술사가 주류인 우리 미술계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동아시아미술이나 제3세계 미술에도 관심을 갖고 그것의 실체를 추적했다. 나아가 그는 미술이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실체 안에서 ‘생활미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재작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으면서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다.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각각의 특성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을 한마디로 은유하면 친구이자 동행자”라고 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취향이 워낙 다양하니까 이제는 쌍방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미술관 규모가 커지고 각각 특성화하면서 미술인들의 역할과 국민들의 기대가 함께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술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취향을 충족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미술관이 되게끔 하는 것이죠.” 윤 관장은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조한다. 전시 기능 위주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수립하는 미술관을 생각하니 정말 ‘윤범모 브랜드’를 보는 듯하다.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자존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시작의 스승으로서의 독서와 여행 윤 관장은 시집을 다섯 권 펴낸 시인이다. 미국 뉴욕에 잠시 체류하던 1980년대에 그는 첫 시집 ‘불법체류자’(1988)를 상재했다. 등단이라는 절차가 생략된 채였다. 그 시집은 후기에서 밝혔듯이 “불법이라, 정처를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 방황해야 할 것인가. 언제 합법적 공간에서 여유 있는 체류가 가능할까” 하는 젊은 날의 고백을 담은 성장 기록이었다. 이 시집은 모국의 역사, 이를테면 우리가 분단 시대를 겪고 민주화 운동을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역사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느낀 백인문화도 비판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인 윤범모’가 노래해 갈 시적 의제(agenda)를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다. 미술에서 우리 것을 강조했듯이, 시에서도 우리의 역사와 숨결을 가득 불러온 것이다. 시인은 미대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은 답변을 한다. “좋은 그림은 좋은 시와 마찬가지 원리를 품고 있죠.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책을 많이 읽고 먼 곳을 여행하라는 말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그는 이 말을 지침 삼아 실천하려고 애썼고, 독서와 여행은 한때의 직업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책과 여행이 시작(詩作)의 스승인 셈이다. “미대생들에게 세계문학전집 100권 읽기를 숙제로 내줍니다. 인문학적 배경이 부실하면 그만큼 그림 바탕이 허술해지죠.”그는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불교 미술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석굴암’이 역시 이 땅 최고의 걸작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석굴암 관련 문헌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객관적 논증은 어렵지만 그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석굴암을 알아가게 됐고 어느새 그 발견 과정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시를 천천히 공부할 시간을 가졌고 2008년에 등단 절차를 치렀다. 이어 시집들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펴내면서 시인으로의 길에도 매진하고 있다. ‘노을 씨, 안녕!’(2009), ‘멀고 먼 해우소’(2011), ‘토함산 석굴암’(2015), ‘바람 미술관’(2020)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는 “가슴에 내리꽂히는/ 하늘의 죽비 소리”(‘노을 씨, 안녕!’ 속 ‘천둥소리’)로, “소나기 죽비를 불러 모아/ 절마당을 가득 채우고”(‘멀고 먼 해우소’ 속 ‘달빛 소나기’) 있는 달빛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석굴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토함산 석굴암은 우리로 하여금 석굴암에 대한 경모와 감동의 서사를 경험하게끔 해 주는 장편 연작 시집이다. 이 시집에 대해 시인은 “석굴암의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재인식되는 계기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후기’)고 썼다.●동량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가는 ‘시인 윤범모’ 미술학도로서 시를 써 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시는 왜 쓰는가 하고 항상 묻지요. 왜 이런 끌탕을 자초하는가. 시인은 스스로 천형(天刑)을 안아 들이는 존재 같아요. 좋은 시는 좋은 삶과 직결될 것이니 얼마나 어려운 경지입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발표한 작품에서 그는 “집 한 채 세우는 데는 천지가 도와야 합니다/ 동량(棟樑) 만들어 일가(一家)를 이루는데 쉬워서야 되겠습니까”(‘시와 소금’ 2021년 봄호 중 ‘늙은 목수의 이야기’)라고 노래했다. 동량을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 가는 어려운 도정을 두고 윤효 시인은 “세상의 이치를 한꺼번에 잡아 일필휘지하는 필력”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캄캄한 밤/ 염치불구하고 박차는 문/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드디어 터지는 오도송(悟道頌)”(‘멀고 먼 해우소’)을 얻어 갔다. 그에게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상 있는 시였던 셈이다. 시와 그림은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엄정한 사실이 체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릇을 만들던 사기장(沙器匠)은 물레를 버리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불상을 깎던 불모(佛母)는 만년에 자신이 만든 불상은 가짜라고 깨부수었다는 이야기. 나는 무애행(無碍行)에서 한 소식을 얻고자 희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풍류까지 곁들여 있다면 비단 위의 꽃일 테고요.” 윤범모 시인은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피력한다. 불가적 깨우침과 치열한 삶의 탐구가 결속한 그의 시가 무애행으로 펼쳐질 것을 예감케 해 준 순간이었다. 덕수궁관 관람객이 대개 장년층일 거라는 나의 예측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젊은층이 단연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덕수궁은 중년 이상이 주된 층이었는데, 저도 놀랐죠. 새로운 변화로 매우 좋은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다이내믹 코리아’를 미술관에서 느낀다고 합니다.” 오래전 이상은 그의 유작 ‘실화’(失花)에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썼다. 지금도 윤 관장은 ‘우리 것’이 중심에 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꿈꾸면서 자신만의 비밀을 키워 가고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최연소 타이틀 뗀 ‘할머니 루키’… 골프의 맛 즐기러 돌아왔죠

    최연소 타이틀 뗀 ‘할머니 루키’… 골프의 맛 즐기러 돌아왔죠

    은퇴 6년 만에 KLPGA 시드전 통과가족들도 대회 출전 기사로 알게 돼숫자에 매달리지 않고 경기 임할 것시드전 근육통마저 행복으로 다가와 2000년 열다섯에 데뷔 다음해 우승LPGA 3세대로 6년간 美투어 버텨2012년 팔목부상으로 2014년 은퇴우승 압박 버리니 비로소 골프 보여“아무리 화려하게 친들 스코어카드에 찍히는 건 숫자뿐이라는 소렌스탐의 말을 지금도 기억해요. 숫자 따위에 매달리지 말고 골프를 즐기라는 거죠. ‘할머니 루키’에게 딱 들어맞는 조언이 아닐까요. 하하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0시즌을 모두 마무리한 뒤인 지난해 11월 20일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 이듬해 정규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시드순위전 최종 라운드에서 은퇴 6년째를 보낸 배경은(36)은 엿새에 걸친 ‘지옥의 레이스’를 31위로 통과했다. 가족에게까지 대회 출전을 숨겼던 터라 그의 도전은 주위에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갤럭시아 골프연습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배경은은 “당시 아버지도 기사를 보고 제가 시드전에 나간 사실을 아셨다”면서 “엿새를 뛰면서 오랜만에 얻은 근육통도 행복으로 다가오더라. 제대로 사고를 쳤다”고 웃었다.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 배경은은 2000년 열다섯 나이에 KLPGA 투어를 밟았다. 당시 KLPGA는 프로 전향 나이 제한(18세)을 한시적으로 폐지했다. 이듬해에는 KLPGA선수권에서 우승,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명함도 새로 팠다. 3년 뒤 미국 무대를 밟기 전까지 2개의 우승 타이틀을 더 보태면서 배경은은 스타의 길을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2003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미국 무대에 발을 들인 뒤 2년간의 고생 끝에 LPGA 투어에 입성해 국내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루키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2005년 12월 제주에서 열린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 출전한 그는 폭설과 강풍으로 대회 최종 라운드가 취소된 뒤 두 눈에 눈물만 그렁그렁 매단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이틀째 이어진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돼 발이 묶인 것. 배경은은 “이틀 뒤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에서 시작되는 LPGA 루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려면 그날 오후 제주를 떠나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그때 LPGA의 커미셔너는 캐럴린 비벤스였는데 깐깐하기로 유명했다. 당시 여러 미국 항공사가 파업 중이었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지각하거나 불참한 선수에 대해선 자격 박탈을 포함해 아주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참이라 저로서는 어렵게 단 루키 명찰을 빼앗기는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대항전을 주관한 CJ그룹 측이 ‘배경은 구하기’에 나서 천신만고 끝에 이튿날 새벽 첫 비행기로 그를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곧바로 플로리다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배경은은 “시차 덕에 14시간은 벌었지만 그래도 도착은 오리엔테이션 첫날 오후라 지각은 피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도 CJ 측에서 폭설 당시의 기상청 자료와 비행기 예약 서류, 그룹 회장님의 친서까지 동원해 LPGA를 설득한 덕에 ‘지각 벌금’만 조금 무는 것으로 고비를 넘겼다. 아찔했지만 돌아보면 그것도 추억”이라고 말했다.●고물 밴 타고 미국 전역 돌며 투어생활 배경은은 LPGA 투어 ‘3세대’다.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 1세대, 장정·한희원으로 대표되는 2세대에 이어 이선화·유선영 등과 함께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맥’을 이었다. 그는 “2002년 투어 카드 반쪽을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6년 반을 오로지 혼자 몸으로 버틴 미국 생활이었다”면서 “땅덩어리가 넓어서였을까. 다음 대회 장소까지 가는 길과 마을 풍경은 마치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도 같았다”고 기억했다. 배경은은 “플로리다에 집을 얻었지만 있어 본 건 일 년에 한 달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고물 밴에다 온갖 짐을 때려 싣고 그 안에서 먹고 자며 미국 전역을 돌았다. 내비게이션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라 믿을 건 지도 한 장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동 거리가 8시간 이상이면 비행기를 탔는데 짐이 오지 않은 적이 종종 있었다. 한번은 골프가방만 오고 옷을 담은 가방이 오지 않아 마트에서 급히 산 트레이닝복에다 비옷만 걸치고 대회를 치른 적도 있었다”면서 “이후부턴 골프가방에다 여분의 골프화, 옷 등을 함께 꾸리는 게 습관이 됐고 이게 지금은 투어 선수에겐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2012년 팔목 부상이 심해져 국내로 복귀한 배경은은 2014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는 “우승과 성적이 주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평생을 짓눌렀다”고 돌아보면서 “은퇴 6년을 되짚어 보니 내가 이젠 더이상 성적에 연연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게 두 번째 루키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렌스탐 “숫자의 노예가 될 것인가” 조언 그는 “최근 ‘한시적인’ LPGA 투어 복귀전을 치러낸 51세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보면서 9년 전 그와의 많은 기억을 끄집어냈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2012년 한국행 짐을 꾸리던 당시 배경은에게 자신의 ‘영업 비밀’을 슬쩍 흘린 적이 있다. 배경은은 “그는 티잉 그라운드 위에서 ‘싱킹 박스’와 ‘플레잉 박스’를 구분해 놓고 플레이하는 ‘루틴’(골프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더라”면서 “그래서 그의 샷에는 주저함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여러 과정 중에 매 홀 딱 한 가지에만 챌린지하는 간결함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스코어카드를 보라. 네가 아무리 화려한 샷을 다양하게 친다 한들 카드에 찍히는 건 불과 숫자 몇 개뿐이다. 그런데도 스코어카드에 집착하고 그것의 노예가 될 것인가”라는 소렌스탐의 얘기를 전하면서 “이는 생애 세 번째, 국내 두 번째 루키 시즌을 앞둔 저에겐 올해 목표로 잡은 2승보다 훨씬 더 소중한 제 인생의 골프 자산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베레모에 파이프 문 ‘명동백작’ 럭비선수… 詩는 건강한 정신이었다

    베레모에 파이프 문 ‘명동백작’ 럭비선수… 詩는 건강한 정신이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조병화, ‘꿈의 귀향’ 전문)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 옆에 지은 묘막 ‘편운재’에서 막내아들이 지은 시의 전문이다. 조각구름마저 쉬어 가는 곳이라는 뜻의 편운재는 아들의 효심이 지은 그리운 구름의 집이자 어머니의 숨결이 시가 된 시의 집이다. 아들은 그곳에서 어머니가 작고하신 나이와 같은 수의 시 81편을 짓는다. 모두 어머니를 위한, 어머니에 의한, 어머니만을 그린 시다.편운재의 현관 옆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어머니가 계신 곳을 짚어 보고자 하는 시인의 뜻이다. 어머니에 관해서라면 생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사람, 시인 조병화다. 그는 1921년 5월 2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에서 5남 2녀 중의 막내로 태어났다. 미동공립보통학교, 경성사범학교를 거쳐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물리와 화학, 수학을 공부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1945년부터 경성사범학교 물리 교사로 재직했고, 서울고등학교와 경희대에서도 근무했다. 그 후 자리를 옮긴 인하대에서 정년퇴임을 하며 길었던 교직 생활을 마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열중함과 동시에 창작 활동도 왕성히 했다. 1945년에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의 출간을 시작으로 53권의 시집과 선시집 28권, 시론집 5권, 수필집 37권, 번역서 2권, 시 이론서 3권, 화집 5권 등을 합하여 총 16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다.그가 다룬 시편들의 소재보다 그가 다루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는 세간의 농담은 이 저서들의 방대함에서 시작된 것일 터. 시인의 다양한 시편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등지로 뻗어 나갔다. 그 덕분에 그의 제자들은 그를 “가장 많은 시집을 냈으며, 세계문학행사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그 엄혹했던 시절에도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시인이었고, 문학상도 가장 많이 받은’ 작가로 기억했다. ‘가장’이 여러 번 붙는 시인은 그 시작 활동의 우수성과 공헌을 인정받아 금관문화훈장을 받기에 이른다. 금관문화훈장의 기념비는 그의 고향 난실리에 세워졌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후배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1991년부터 편운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시인이 작고한 후에는 그의 가족들이 안성시의 후원을 받아 현재까지도 문학상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왕성한 창작과 사회공헌활동,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특강 등으로 바삐 지내던 시인은 절필 선언을 한 지 6개월 만에 영면에 들었다. 시인이 절필을 선언하고 타계하기 직전까지의 여백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것은 생전에 그가 했던 여러 활동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김수영·박인환… 그리운 명동백작들 지금의 서울 명동은 코로나19로 인해 비어 가는 가게가 속출하는 거리가 됐지만 한때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으면 가장 먼저 발걸음을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6·25전쟁이 있기 전의 명동은 예술인들의 거리이기도 했다. 명동 개발의 붐이 일기 전인 1960년대까지도 명동은 낭만과 꿈, 우울과 병증, 창작에 대한 열의와 애환, 작가들의 우정과 반목이 얼기설기 엮여 있던 곳이었다. 명동은 가히 문화예술의 산실이었다. 조병화 시인 역시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여기서 김수영, 박인환, 이봉구, 김환기 등과 함께 ‘명동백작’으로 불릴 만큼 명동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그 시간 덕분이었을까. 6·25전쟁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김수영 시인이 조병화 시인에게 엽서를 보내 자신의 생사를 알렸다. ‘나 이곳에 있다. 포로수용소이지만 무섭지 않은 곳이다. 한번 찾아와 다오.’ 부산에서 이 엽서를 받은 조병화 시인은 그 길로 박인환 시인과 거제 포로수용소에 찾아가 김수영 시인을 만나고 돌아온다. 그리고 명동의 문우들에게 ‘김수영이 살아 있다’고 일러 줬다. 박인환, 김수영 시인과 막역한 우정을 나누다가 두 벗을 차례로 먼저 떠나보내며 그들의 장례에 조시(弔詩)를 써서 애도했다. 명동백작의 시대는 조병화 시인이 가장 늦게까지 이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021년인 올해는 조병화 시인과 김수영 시인이 백 세를 맞이하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더불어 김종삼 시인까지도. 한 인물이 나고 자라고 돌아간 시계만을 이야기하는 100년이 아니라 한 세계가 한 세기를 거뜬히 이겨 낸 100년이다. 시인의 힘은, 시의 생명력은 이토록 길다. 그들이 있어 한국문학의 지형도가 다양하고 풍성한 100년이었다. 우리가 미처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100년도 그들의 시편들이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리라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돌아본 문인 서재 중 유일한 럭비공과 유니폼 시인은 검은색 베레모와 파이프, 럭비공과 수많은 저서로 독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시인의 베레모와 파이프, 명동의 나날들까지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지만 럭비라니. 시인은 경성사범학교 시절부터 럭비를 시작해 럭비 선수로 활동했으며, 부임하는 학교마다 럭비부를 창설해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신체에서 나오는 건강한 정신이 학생들과 선생을 이어 주는 끈이 되기도 하며 또 시를 쓰는 정신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그가 럭비 선수로 활동했던 이력은 조병화문학관 한편에 오롯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에 뜬금없이 럭비라니, 하는 물음에 대한 유쾌한 답은 그가 입고 뛰던 유니폼과 트로피들 앞에서 찾을 수 있게 해 뒀다. 여러 문학관을 찾아가 봤지만 문인의 서재에 럭비공들이 즐비한 곳은 단연코 이 자리밖에 없을 터다.●구름의 집 ‘편운재’·개구리 소리 듣는 ‘청와헌’ 교직에서 은퇴한 시인은 난실리로 돌아와 편운재 옆에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청와헌’(聽蛙軒)을 짓고 기거하며 여러 문인의 사랑방지기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당대의 문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기거하며 시와 예술에 대해 논했던 곳. 젊었을 적의 명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재현된 곳이 바로 난실리다. 시인은 편운재와 청와헌에서 숨 쉬는 것처럼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의 문학관에 유독 문인에 대한 자료와 사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인이 작고한 뒤에 문학관의 전시실에 놓인 유품들이 그의 꼼꼼한 정리벽을 말해 주고 있다. 사소한 메모와 창작 노트들, 자필 원고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림과 서예 작품에 찍던 낙관, 즐겨 마시던 술병, 애용하던 찻잔과 커피 그라인더, 베레모와 펜던트, 만년필과 몽블랑 잉크, 펜던트와 시계, 세계 각국에서 모아 온 기념품들로 장식한 페치카, 스케치북과 카메라와 럭비부 시절의 운동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편운재 현관에는 “살은 죽으면 썩는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생에 대한 성실성과 근면을 유독 엄격하게 훈육했던 어머니의 음성을 벽에 새기며 시인은 어떤 마음을 다지고자 했던 것일까. 그 가르침 덕분에, 어머니를 종교처럼 믿고 의지했던 까닭에 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또 성실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한 사람의 생애에는 희로애락애오욕이 있기 마련이다. 그의 작품 세계와 활동에도 활발한 세계 속에 묻힌 고뇌와 오욕이 있었을 거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의 세계를 읽고 재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또한 그의 활동을 되짚어 보며 평가를 내리는 것 역시도 후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만큼 한국문학에서 그의 자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시인의 100년이 고스란히 저장된 난실리 전체가 문화특구가 된 것 역시 시와 시인의 깊이와 크기를 톺아볼 수 있는 증거다. 편운재와 청와헌, 조병화문학관이 있는 난실리는 봄이 유독 예쁜 고장이라고 한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조병화 시인의 터에 다가오는 봄에는 꼭 한번 들러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곳에서 100세가 된 노시인이 넌지시 건네는 투명한 술잔에 문장을 가득 채워 오시기를 바라며.소설가 이은선
  • 생애 첫 월급, 저축·적립식 펀드에 나눠 불리세요

    생애 첫 월급, 저축·적립식 펀드에 나눠 불리세요

    올해 첫 월급을 받은 사회초년생 A씨는 앞으로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고공행진을 하는 주식에 투자해 이득을 보는 지인들을 보며 은행에 저축하는 것보다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식 등락폭 때문에 일분일초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이들 모습을 보면 선뜻 저축금액을 모두 투자하는 게 머뭇거려진다.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이제 막 입사해 일에 적응하느라 전문적으로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회초년생은 소득을 모두 투자에 ‘몰빵’하지 말고 저축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저축에는 금리형 상품으로 예적금, 주택청약저축, 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이 있다. 투자에는 시장 이자율보다 더 많은 이자율을 위해 손실도 감수하는 개념으로 주식, 펀드 등이 있다. 적금 가입은 기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가입 적금 중 월 적립 50만원 이하로 금리 우대되는 상품 등 은행마다 경쟁력 있는 상품들이 있다”며 “금융환경이 바뀐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전적인 은행 상품은 향후 신용도를 높이는 등 자산관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주택청약저축은 미래 내 집 마련을 위해 필수다. 종합주택청약 하나로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저축 가능한 액수는 매달 최대 50만원까지 넣을 수 있지만 부담 없이 오래 부을 수 있는 금액을 넣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300만원 이상은 적립이 돼야 작은 평수 청약이 가능한데 보유 금액과 보유 기간에 따라 청약을 받을 수 있는 평수가 달라질 수 있다. 청약 저축은 일반은행 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 젊은이들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IRP 통장을 만들면 좋다. 최은숙 신한 PWM 한남동센터 부지점장은 “ISA는 3년이 지나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해지하지 않고 꾸준히 넣을 수 있는 금액 정도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IRP 통장은 퇴직소득세를 바로 떼지 않고 과세를 이연시킬 수 있어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저축보험을 매월 조금씩 저축하는 것도 노후 대비를 위해 중요한 방법이다. 적립식 펀드도 꼭 챙겨야 하는 자산관리 목록이다.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상품, 2차 전지, 배터리 업체 등 미래가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적립식 펀드에 2~4개 정도 가입해 매월 이체하는 것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신현조 우리은행 잠실센터장은 “특히 저축 가능한 돈이 적은 직장인은 자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나 코스피 인덱스 등 지수에 투자하는 주식을 알아보는 게 좋고, 직접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들은 목돈을 한 번에 넣기보다는 월급 일부를 매월 저금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저연차 때 필요한 자산관리 전략으로는 안정적인 저축과 수익이 높은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최 부지점장은 “자신이 버는 소득 가운데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금의 20% 정도는 장기저축에 넣고 나머지는 필요한 금융 목적에 따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월소득 200만원 가운데 100만원을 저금할 수 있다면, 장기저축 상품인 청약주택통장에 매월 10만원, 연금저축에 10만원을 넣고, 남은 80만원 중 6개월에서 1년 만기 정기적금 30만원, IRP 10만원을 납입하고 적립식 펀드에 30만~40만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자산관리 전략이다. 물론 개인 소득과 금융 사용 목적 등에 따라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이순녀의 문화발견] “전시 보러 오세요, 우리 집으로”

    [이순녀의 문화발견] “전시 보러 오세요, 우리 집으로”

    호주의 바닷가 시골마을 바이런베이에 거주하는 그림책 작가 임효영씨는 지난여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펴낸 그림책 ‘밤의 숲에서’를 주제로 드로잉 원화 42점을 선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관이 문을 닫고, 갤러리 전시도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그가 원격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었던 건 그의 작품을 진심으로 아끼는 ‘찐팬’ 덕분이었다. 임 작가의 그림을 구매하고, 꾸준히 작업을 지켜본 이 팬은 “좋은 그림을 나만 알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남편, 아들과 함께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시 공간으로 제안했다. 남의 집에 누가 그림을 보러 올까 반신반의했는데 3개월 전시 기간에 180여명이 다녀갔다. 사적인 주거 공간이고, 코로나로 민감한 시기인 점을 고려해 한 번에 1~2명씩, 하루에 한두 차례만 인스타그램으로 사전예약을 받아 운영한 결과로는 꽤 성공적이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23층 3호가 ‘하우스갤러리 2303’이 된 출발점이다.‘하우스갤러리 2303’ 기획자인 강언덕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14년간 예술지원·기획 사업을 하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4년 전 퇴직하고 프리랜서가 됐다. 그림에 원래 관심이 많았고, 10여년 전부터 취미 삼아 소소하게 미술품 수집해 왔던 그는 재작년 아이의 열 살 생일 때 평소 눈여겨봤던 임 작가의 그림을 사서 선물했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 그려진 그림을 아이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집에 놀러 온 지인들도 작가를 궁금해했다. 강씨는 작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며 그림을 사고 싶다는 이들을 연결해 줬다. 그러다 지난해 초 하우스갤러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림을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도 찬성했다. 반년 준비 끝에 지난 7월 첫 전시회를 열었다. 하우스콘서트는 익숙하지만 하우스갤러리는 낯설다. 미술인이나 미술애호가가 단독주택을 개조해 미술관 또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례가 간혹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 공간인 아파트에서 갤러리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고 두 번째 전시로 정경자 작가의 사진전을 열고 있는 ‘하우스갤러리 2303’의 문을 두드렸다.벽이든 조명이든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여느 30평대 아파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필요한 가구와 소품을 확 줄여 전시 공간으로 최대한 활용했을 뿐이다. 강씨의 안내로 거실, 안방, 아이 방에 놓인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자세한 설명을 듣자니 갤러리라기보다 미술품이 많은 지인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보통 1~2시간씩 머물며 작품 이야기뿐 아니라 개인적인 일들까지 털어놓는다고 한다. “그림의 종착역은 미술관이 아니라 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강씨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일상 공간에서 그림이 주는 위로와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판매는 그다음이었다. 임대료 부담이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의외로 판매도 잘됐다. 임효영 작가의 전시 작품 중 80%가 주인을 만났다. 생애 처음으로 그림을 산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래 얘기를 나누고 돌아간 관람객이 그림을 사겠다고 하면 ‘그 집으로 가서 사랑받겠구나’ 싶어서 참 뿌듯하다”며 강씨는 웃었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신세계 빌리브 웹사이트에 소개된 프랑스 파리의 조지프 탕 갤러리는 ‘동네 옆집 갤러리’를 표방한다. 자기 집을 갤러리로 운영하는 조지프 탕은 “제 목표는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바게트를 사러 나가듯 동네 슈퍼처럼 들를 수 있고, 침대 옆에 걸어 놓고 평생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우스갤러리 2303’의 지향점도 ‘작품의 집을 찾아주는 전시’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예술이 지닌 감동과 치유, 영감이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예술이 개개인의 일상에 다가가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고 강씨는 반문했다. 그 말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 coral@seoul.co.kr
  • 월세 내듯… 40년 초장기 모기지 하반기 나온다

    월세 내듯… 40년 초장기 모기지 하반기 나온다

    매달 내는 원리금 상환액을 낮춘 40년 만기의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이르면 올 하반기 시범 출시된다. 폭등한 주택 가격 탓에 좌절하는 청년층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열어 주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초장기 정책 모기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대출만 가지고 어떻게 집을 사느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계약금을 조금 건 뒤 월세 내듯 원금과 이자를 갚아 30~40년이 지나면 내 집이 되는 제도를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선진국에는 이미 초장기 모기지가 도입됐다. 미국에는 40~50년 모기지가 있고, 일본에서도 35년 고정금리 모기지인 ‘FLAT35’와 50년짜리 ‘FLAT 50’이 나왔다.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의 추계 자료에 따르면 현행 임대주택의 월 임대료 수준으로 초장기 정책 모기지를 통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4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하면 월 상환액은 70만 2000원으로 민간임대주택 임대료(월평균 71만원, 보증금 4624만원)와 거의 비슷하다. 3억원짜리 주택을 2억 1000만원 대출(주택담보대출비율 70% 적용)받아 산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오를 수 있는 임대료와 달리 모기지 이자는 고정이라 더 나은 측면이 있고, 일찌감치 주택을 사면 자산 가격 상승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금융위는 초장기 모기지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검토한 뒤 이르면 올 하반기에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범적으로 대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대출 대상자는 청년층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이다. 일부 청년층은 온라인 게시글 등을 통해 “월 70만원도 적지 않은 돈인데 이를 40년간 내야 낡은 집 한 채를 얻는 건 큰 매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40년 만기라도 자금 여력이 되고, 이사 등 사유가 생기면 6~7년 내 상환해도 된다”면서 “청년들에게 주택 구입의 선택지를 늘려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청년들에 대해서는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자금 문제로 걱정하는 은퇴 세대를 위해 주택연금 수령 방식도 다양화된다. 현행 주택연금 수령 방식은 매월 같은 금액을 받는 정액식과 10년 동안 많은 금액을 받다가 이후 적게 받는 ‘전후후박’식 등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 도입되는 방식은 예컨대 3년 단위로 수령액을 조금씩 높여 나가는 등 각자 자금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연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오는 3월 말까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한시적으로 적용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재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는 일정액을 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분할 상환을 의무화해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신용대출은 만기까지 매달 이자만 내는데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함께 갚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부동산 정책 정상화 방안 내놓은 김종인…“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양도세 완화”

    부동산 정책 정상화 방안 내놓은 김종인…“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양도세 완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대란은 시장 실패가 아닌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기존 정책기조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부동산 정상화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 미래 비전에 맞춘 부동산 방안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은 크게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고밀도·고층화 개발 ▲도심 택지확보를 통한 공급물량 확대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로 인한 세 부담 완화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 ▲공시가격 제도 손질 ▲무주택자 주택구입 지원 등 여섯 가지다. 먼저 각종 규제로 멈춰져 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400여 곳의 정비사업을 폐지하며 약 25만 호에 달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다는 취지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철도 차량기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거나 복개해 상부 택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차량기지는 지하철역이 입지해 접근성이 매우 좋아 청년·신혼부부 등의 주택수요를 수용하기 적합하다”면서 “도심을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와 철도시설의 지하화로 상부토지를 주거용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국민의힘은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도 공언했다.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에 대한 취·등록세 인하와 건강보험료 기준 조정도 약속했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는 용산공원 지하에 대형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고 DTI와 LTV 등 금융규제에 자율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면서 “지금 성난 부동산 민심은 현 정부를 ‘부동산 재앙’으로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시한 정책들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최선을 다하는 한편 더욱 면밀한 검토와 보완을 통해 4·7 재보선 공약으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집만 늘리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주거 인프라를 마련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들을 이미 마련해 놓았고 향후 서울시장 후보가 정해지면 차근차근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CGV,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작 4편 특별 상영

    CGV,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작 4편 특별 상영

    지난해 CGV아트하우스 최다 흥행 감독인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CGV는 오는 22일부터 셀린 시아마 감독 작품 4편을 CGV명동을 비롯한 전국 9개 CGV아트하우스관에서 특별 상영한다. 셀린 시아마는 지난해 1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개봉을 시작으로 국내 아트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한 화제의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흥행 이후 전작들의 국내 개봉 소환 열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톰보이’(2011) ‘워터 릴리스’(2007) ‘걸후드’(2014)를 연달아 선보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 분)와 그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 분)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다. 여성의 삶과 사랑을 섬세한 감정 표현과 그림 같은 영상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셀린 신드롬’의 시작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2011년 작품인 ‘톰보이’는 성별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나이고 싶은 10살 미카엘(조 허란 분)의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여름 이야기를 담았다.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수상을 비롯한 국제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해외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는 생애 처음 사랑에 빠져들고, 사랑에 뛰어드는 세 소녀 마리(폴린 아콰르 분), 플로리안(아델 에넬 분), 안나(루이즈 블라쉬르 분)의 성장 드라마다. 예기치 못한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10대 소녀의 욕망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그려내 찬사를 받았고, 제60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황금 카메라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워터 릴리스’, ‘톰보이’와 함께 셀린 시아마의 성장 3부작으로 불리는 ‘걸후드’도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사회적 압력 속에 놓인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집, 학교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마리엠(카리자 투레 분)이 세 친구를 만나 반짝이는 자신을 찾아 나서는 찬란한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서복’의 공유·박보검 vs ‘비상선언’의 송강호·이병헌… 흥행보증수표 이름값 누가 할까

    올해 영화계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기대작들의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울’을 비롯해 ‘서복’, ‘모가디슈’, ‘영웅’, ‘한산: 용의 출현’, ‘탑건: 매버릭’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우선 이번 달 개봉이 예정된 기대작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커넥트’다. 오는 20일쯤 개봉하는 소울은 제각각 성향을 가진 영혼이 ‘태어나기 전 세상’에 있다가 지구에서 인간으로 출생한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이다. 20일 개봉이 확정된 ‘커넥트’는 제이컵 체이스 감독의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디지털 기기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존재의 표적이 된 소년과 엄마가 살아남고자 모든 전자 기기로부터 도망을 쳐야 하는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올해를 기약한 기대작 대부분이 아직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CGV 관계자는 “설 대목 등을 주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하려다 미뤄진 SF 영화 ‘서복’은 ‘흥행 보증 수표’ 공유와 박보검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마지막 임무로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여정을 담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듄’도 SF 열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은하계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 ‘멜란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2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개봉을 못 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함께 탈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물들도 잇달아 극장가를 찾아온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선고를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등이 출연한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의 후속작으로, 임진왜란 개전 후 왜군과의 첫 번째 전면전을 다룬다. 재난 영화로는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등이 있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1분 만에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현실 재난 영화로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가 주연을 맡았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해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이 뜨겁다. 이 밖에 톰 크루즈 주연의 기대작 ‘탑건: 매버릭’도 올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전투기 영화의 고전과도 같은 ‘탑건’(1986)의 후속편으로 35년 만에 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를 연기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 집값 연일 치솟아… “코로나 승자는 집주인”

    美, 집값 연일 치솟아… “코로나 승자는 집주인”

    코로나19 사태 초기 주택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집값이 연일 치솟자 미국 현지에서는 집주인이 코로나19를 이겼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경제적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냈다. 승자는 집주인이고 패자는 임차인과 집을 사려 고군분투하는 저소득 가구”라고 전했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집값 인상률을 나타내는 ‘S&P 코어로직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229.23으로 전년 동월(212.10)에 비해 8.41% 급등했다. 6년 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현금이 공급돼 시중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찍은 결과다. 생애 첫 집을 구입하는 이들도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코로나19 봉쇄 대책으로 132만 9400명에 그쳤던 ‘첫 주택 구매자’는 9월 202만 74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거품’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추격 매수가 이어진 것이다. 대중교통, 근접 문화시설 등 소위 좋은 입지를 위해 비싼 임대료를 내고 도심에 살던 이들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외곽지역 주택 구입에 나선 것도 매수세가 급증한 이유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가는 오르고, 실직은 늘고, 가계소득은 감소해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른바 ‘K경제’(빈부 격차가 커지는 현상)의 단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중간 가격 주택(약 31만 달러·3억 4000만원)을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로 구입하려면 연간 가계 수입이 6만 770달러(약 6612만원)가 돼야 한다고 봤다. 평균 49만 2000달러(약 5억 3500만원)인 워싱턴DC 주택 구입을 위한 적정 연 수입은 9만 1547달러(약 9960만원)다. 이러다 거품이 꺼지며 집값이 급락했던 금융위기의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주택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은 31만 8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6%가 올랐다. 반면 이번에는 신용도가 높은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많다는 반론도 있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레디핀의 글렌 켈먼 최고경영자는 CNBC에 “매주 (집값이) 더이상 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라면서도 “2%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영원할 수는 없지만, 올해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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