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생선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백현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치대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비판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4억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146
  • ‘정글의 법칙’ 정세운 “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출연 소감

    ‘정글의 법칙’ 정세운 “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출연 소감

    정세운이 ‘정글의 법칙’ 출연 소감을 전했다. 정세운은 19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인 라스트 인도양’을 마지막으로 정글 생존을 종료했다. ‘정글의 법칙’ 막내로서 풋풋하고 순수한 매력을 뽐내며 팀의 사랑을 독차지한 정세운은 평소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뇨를 닮아 ‘포뇨세운’이라는 별명답게 귀여운 모습으로 팀원들에게 웃음을 줬다. 또한 마땅한 식량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상화와 함께 머리에 꽃을 꽂아 장식해주는 등 팀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막내다운 귀여움 모습과 또 다른 따뜻한 배려심으로 누나와 형들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며 살뜰히 챙기는 반전매력을 보여줬다. ‘정글의 법칙’을 위해 미리 서울에서 생선 손질법과 파이어 스틱 사용법을 배우며 철저한 준비성을 드러냈다. 정세운은 방송 종료 후 “나에게 ‘정글의 법칙’에서 함께한 모든 것이 새로웠고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가지냐의 중요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자유로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러한 시간을 함께 해주신 팀원분들과 제작진,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소중함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영상녹화 이용률 2.7%···인권보호 하는 거 맞아?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영상녹화 이용률 2.7%···인권보호 하는 거 맞아?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이용률은 2.7%로 지방검찰청 중 가장 낮았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녹화 여부는 검찰의 재량에 달려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피의자 영상녹화 이용률은 2016년 이후 3년간 2.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3년간 전체 5만 3502건의 조사 중 1451건만을 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서울남부지검(5.3%), 청주지검(9.4%), 제주지검(9.6%) 순이었다. 피의자 영상녹화제도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2007년 도입됐다.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는 검찰의 재량에 따른 선택사항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9년에는 각 지방검찰청의 피의자 영상녹화제도 이용률이 27.3%로 높았지만, 2017년 17%, 2018년 8월 기준 10%로 10년 새 이용률이 급감했다. 5개 고등검찰청의 경우에도 이용률이 저조했다. 같은 기간 서울고검은 775건 중 68건(8.5%)만을 녹화했고 부산고검은 289건 중 단 2건(0.7%)에서만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검찰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영상녹화제도의 실시여부를 검찰 재량으로 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피의자가 요구하면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는 등 검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온 바다를 품은 맛, 갑각류로 만든 비스크 소스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온 바다를 품은 맛, 갑각류로 만든 비스크 소스

    가을이 되면 슬그머니 따라붙는 말이 있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나 유래를 알 수 없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드는 가을 전어’는 명절날 ‘결혼·취직은 언제 하니’와 같이 매년 듣기 싫어도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가을날 말과 전어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살이 오동통 찐다는 점이다. 육지동물이나 생선 가릴 것 없이 가을이 되면 다가올 겨울을 나기 위해 지방을 켜켜이 쌓아 둔다. 가을이 수확의 계절인 이유도 긴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신호인 셈이다. 바야흐로 가을은 만물이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바람이 쌀쌀해지면 제철을 맞는 해산물은 비단 전어뿐만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꽃게와 대하 등 갑각류의 맛이 도드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뼈가 바깥에 있다고 해 불리는 갑각류는 탈피를 통해 성장한다. 여름 사이 허물을 벗고 새 껍질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모든 영양분을 자라는 데 사용하니 아무래도 맛이 좋을 리가 없다. 새 집에 새 살이 단단하게 들어 차는 시기가 바로 가을이다. 새우는 요즘 양식도 하거니와 동남아산 냉동새우 덕에 사시사철 살이 꽉 찬 새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제철을 맞은 신선한 새우만큼이야 할까. 갑각류의 생김새를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쳐다봐도 곤충의 외형과 닮았다. 실제로 갑각류는 곤충과 같은 절지동물에 속한다. 이 때문에 생김새에 대한 호오는 있을지 몰라도 맛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으리라. 고기나 생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쾌한 달콤함은 갑각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이 특유의 단맛은 아미노산, 그중에서도 글리신의 영향이다. 딱딱한 외피로 인해 먹는 데 상당한 수고가 따르지만 기꺼이 체면을 내려놓고 껍질을 까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다 달짝지근한 속살을 맛보겠다는 일념이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아 한때 고혈압을 일으키는 ‘악의 축’ 취급도 받긴 했지만 갑각류는 여전히 누구에게나 인기가 높은 식재료다. 유럽 사람들도 갑각류를 좋아하긴 매한가지다. 먹는 방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굽거나 찌거나 튀기는 식이다. 지중해나 대서양 연안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신선한 새우를 날것으로 먹기도 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감베로 로소’라고 불리는 새빨간 새우가 유명하다. 익히지 않아도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데 생으로 먹었을 때 가장 맛이 좋다. 우리와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우리는 먹지 않는 부위를 활용한 훌륭한 요리 유산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갑각류 껍집을 활용해 만든 비스크 소스다.비스크 소스는 해산물 요리에서 깊은 풍미를 주는 포인트로 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 구분할 것 없이 자주 사용되는 소스 중 하나다. 원래는 조개나 갑각류로부터 진한 육수를 뽑아내 만든 해산물 수프에서 비롯됐다. 갑각류로 만든 해물 수프를 오랫동안 졸여 농축시키면 강렬한 맛의 비스크 소스가 된다. 비스크란 이름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갑각류를 한 번 볶은 후에 오랫동안 끓이는지라 두 번 조리했다는 프랑스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란 설과 프랑스 서부와 스페인 북부를 맞대고 있는 비스케이만 지역 요리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유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건 맨 처음 누가 레시피를 고안해냈는지 알 수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명칭이나 풍미를 추출해내는 조리방식으로 보건대 프랑스의 피가 흐르는 요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스크 소스라 하면 대부분 갑각류의 껍질과 내장을 이용해 만든다. 특히 새우의 경우 풍미의 원천인 내장이 들어 있는 머리와 살을 발라낸 껍질을 모두 사용한다. 살만 발라내고 껍질과 머리를 버리는 건 갑각류를 절반만 먹는 것과 같다. 버터나 오일에 껍질과 머리를 볶으면 지용성인 껍질 안 붉은 색소와 풍미가 우러나온다. 여기에 맛의 바탕을 깔아 주는 양파와 당근, 샐러리, 즉 미르 푸아를 넣고 다시 한번 볶은 후 다시 끓여 곱게 갈아 주면 깊은 감칠맛과 바다의 풍미를 한껏 머금은 비스크 소스가 완성된다.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우를 사용하는데 상황에 따라 게나 랍스터 등을 이용해 비스크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풍미가 진한 건 랍스터 비스크 소스다. 살을 발라낸 후 머리와 껍질만 끓여도 게나 새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의 육수가 우러나온다. 랍스터 육수와 비스크 소스로 파스타를 비벼낸 후 발라낸 살을 고명으로 얹으면 저 깊은 바닷속까지 박박 긁어 먹는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역시 비싼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서울서 문명 처음 싹튼 강동…‘한강의 기적’까지 이뤄냈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서울서 문명 처음 싹튼 강동…‘한강의 기적’까지 이뤄냈네

    신석기·한성백제 거쳐간 고대도시 1963년에야 서울 편입한 신생도시 거북바위 절터에 자리잡은 암사동 1925년 대홍수, 역사 속 유물 드러나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회 강동(광나루길) 편이 지난 13일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천호동 및 암사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겹치는 가을 황금 주말을 맞았지만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들은 만사를 제쳐 놓고 투어에 동참했다. 옷을 껴입고 나온 이들은 윗도리를 벗어야 했다. 종착지인 암사동 유적지에서는 때마침 제23회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축제를 만끽했다. 행사 기간 중이어서 입장료는 무료였다.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집결한 투어단은 광진정보도서관 앞 광나루 표석을 보고, 광진교에 올라 올림픽대교·천호대교·강변테크노마트·롯데월드타워가 한데 어울린 한강 조망을 감상했다. 이어 광진교 8번가~도미부인상~서거정의 강동예찬비~한국점자도서관~선사마을~암사동 선사유적 순으로 코스를 밟았다. 해설을 맡은 윤현경 서울도시문화지도사(이화여대 박사 과정)는 문학예술경영학 석사답게 전문성을 살려 답사단을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내가 사는 곳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해설자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광진교 8번가, 서울에 이런 곳이!” 등의 호평을 설문에 남겼다. 서울의 동쪽 끝에 위치한 강동구는 이중성을 가진 도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도시이지만 건재 순으로 따지면 서열이 그렇게 높지 않은 신생도시이다.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유물이 쏟아지고, 2000년 전 한성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선사시대와 고대의 도시인 데도 불구하고 서울 진입은 늦었다. 1963년 광주군 구천면에서 서울 성동구로 처음 편입됐고, 1979년 강남구에서 분구했다. 강동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암사동이다. 한성백제 역사는 송파구에, 광나루 영광은 광진구에 각각 넘겨주고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구석기시대를 거쳐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에 사람이 집단으로 거주한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남은 곳이 암사동이다. 그러나 오래된 도시라는 이미지는 강동구의 빛과 그늘이다. 암사동은 ‘바위절 마을’(岩寺洞)을 한자로 옮긴 지명이다. 암사동 산 23번지 거북이 모양의 바위 위에 지어진 절이라고 하여 구암사(龜岩寺)라고 했다. 그러나 강동구 홈페이지에는 “신라시대에 절이 9개 있어서 구암사(九岩寺)라고 하였다”라는 근거 없는 유래 설명이 붙어 있다. 구암사 옛 터에는 구암정(龜岩亭)이 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구암서원(龜岩書院)이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자리에 있던 백중사를 암사라고 기록하고 있고, 서거정이 지은 ‘백중사’라는 시를 통해서도 구암사와 백중사가 이름은 다르지만 동일한 장소에 있던 사찰임을 알 수 있게 한다.2010년 강동문화원에서 펴낸 ‘강동역사와 문화’에 “암사동 동명의 유래는 백중사에서 연유한다. 예부터 백중사를 바위절이라고 불렀으며 이 바위절을 인용해 암사동의 유래가 됐다. 삼국시대 때 암사동에 절이 9개 있었다는 말은 큰 오류다”라고 바로잡았다. 구 홈페이지 오류부터 수정해서 선사유적지에 서 있던 ‘거북바위절’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되찾기 바란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전까지는 망각의 장소였다. 대홍수로 한강변의 가옥과 전답이 모조리 수몰되고, 떠내려갔으며, 땅속이 뒤집혔다. 사대문 안까지 물이 찼다고 하니 홍수의 피해는 엄청났을 터이다. 2만여명이 사망하고, 30여만명의 이재민을 남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버금가는 재앙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때 뜻하지 않게 뭍으로 드러난 게 암사동 선사유적이다.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를 품은 유물층이 솟아났다. 한강은 우리 문명의 젖줄이자 역사의 물줄기였다. 한강 물줄기가 서울과 처음 만나는 강동지역에 선사시대와 한성백제시대 문화유적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데 주목해야 한다. 한강 유역의 신석기 유적 140여곳 중 대표적 유적지인 암사동은 을축년 대홍수가 남긴 유물이며, 뼈아픈 기억 단자이다. 또 한 번의 반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소양강댐과 팔당댐을 건설, 한강 통제에 성공했기에 1980년대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투어단이 찾아간 광진교 옛 교명주(橋名柱) 옆에 백제시대 정절의 여인을 상징하는 도미부인의 전신상과 전설이 새겨져 있다. 생뚱맞게 이곳에 서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이곳을 도미나루라고 착각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도미나루는 따로 있다. 신경림 시인이 ‘목계장터’에서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라고 노래한 것처럼 남한강 물길의 시발점 충주 목계에서 서울까지는 뱃길로 사흘 거리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를 거쳐 족자섬과 다산 정약용이 나고 자라 묻힌 마재~소내나루 다음 나루가 도미나루이다. 여기서 팔당~당정섬~덕소~미음나루~돌섬을 거치면 광나루에 도착한다. 지금으로 치면 서울역이나 김포공항,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과 마찬가지다. 광나루는 서울에서 광주 가는 단순한 나루가 아니라 한강의 동쪽 관문이었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기 전까지 한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가 다니던 물길이다. 강배와 뗏목의 길이다. 서해안에서 한강을 거슬러 오르던 바다배와는 모양이 다르다. 거친 파도를 헤쳐야 하는 바다배는 배 밑을 둥글거나 뾰족하게 만든 반면 강배는 얕은 여울에서 강바닥에 긁히지 않도록 평평하다. 소금이나 젓갈, 생선을 실은 바다배는 조류를 타고 한강으로 들어와서 양화진이나 마포나루에 짐을 부렸다. 이곳에서 강배에 짐을 옮겨 싣고 서강~용산~한강진~두뭇개~뚝섬~송파~광나루를 거쳐 내륙으로 들어갔다. 목계나루를 떠난 강배는 주로 세곡선이나 땔감용 나무로 만든 뗏목이었다. 남한강 상류에서 곡물을 실은 세곡선은 용산과 서강의 창고까지 들어왔다. 물길로 나르고 운반한다고 해 조운선(漕運船)이라고도 했다.우리는 흔히 강남 개발 이전까지 한강의 남쪽 지역을 허허벌판으로 잘못 알고 있다. 조선의 사대문 중심 역사서술을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에 그대로 수용한 탓이다. 영등포가 처음으로 서울에 편입된 이후 1970년 한남대교와 경부고속도로가 놓일 때까지 강남은 ‘고요한 목초지’로 묘사되곤 한다. 실제로 그랬을까? 사실과 다르다. 18세기 이후 서울 사대문은 중세 봉건 왕도의 성격이 강했지만, 한강변은 역동적인 상업도시였다. 사대문 밖은 신분보다 돈으로 생업을 삼았으며,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요지경 세상이었다. 전국의 장사꾼과 일꾼이 몰려와 한강변 성저십리(성 밖 10리)에 거주했다. 세종(1428년) 때 호구조사 결과를 보면 도성 안 인구는 10만 3328명인 데 반해 도성 밖에는 6044명이 살았다. 도성 밖 인구는 전체 서울인구의 10%에 못 미쳤다. 그러나 정조(1789년) 대에 가면 도성 안에 11만 2371명이 살 때 성 밖에는 7만 6782명이 살았다. 18세기 후반 한강변을 중심으로 한 도성 밖 인구가 전체 서울인구의 절반이 넘었다. 한강은 전국의 뱃길을 연결하는 최대의 소비시장을 낀 물류 중심지였다. 전국 팔도에서 물품을 싣고 서울에 모여드는 배가 연간 1만척이 넘었다. 한강변은 흥청거렸다. 을축년 대홍수가 이 모든 것을 휩쓸고 갔을 뿐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문명이 싹튼 강동지역을 비롯한 한강의 남쪽은 천지개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일정:상암동(문화비축기지) ●일시:10월 20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 앞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외식하는날’ 홍윤화♥김민기X돈스파이크 母子의 먹방 “강호동이 괴로워”

    ‘외식하는날’ 홍윤화♥김민기X돈스파이크 母子의 먹방 “강호동이 괴로워”

    ‘외식하는 날’ 예비 부부 홍윤화-김민기와 돈스파이크 모자(母子)의 반전 먹방에 강호동이 넋을 잃었다. 16일 방송된 SBS PLUS ‘외식하는 날’ 13회에서 홍윤화-김민기는 갈치 조림을, 돈스파이크 모자는 돈스파이크 표 스테이크 김밥을 비롯해 돌짜장, 매운갈비찜을 외식 메뉴로 선택했다. 먼저 홍윤화-김민기는 남대문에서 그릇 쇼핑을 하다가 갈치 조림 골목으로 향했다. 김민기는 갈치 조림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취향 저격 메뉴에 넘치는 식욕을 숨기지 못했다. 그동안 적당한 먹방을 추구했던 것과 다른 낯선 모습에 출연진들은 놀라워했다. 갈치 조림이 등장하자마자 홍윤화는 김민기를 위해 갈치 가시를 발랐고, 김민기는 갈치 조림 삼매경에 빠졌다. “맛있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세상 행복한 모습으로 홍윤화를 넘어선 먹방을 선보였다. 이런 김민기의 반전 먹방에 홍윤화는 뿌듯해 했다. 이어 생선 구이가 등장했고, 홍윤화는 김민기에게 생선 바르기 수업을 펼쳤다. 김민기는 홍윤화 덕분에 간편하게 생선을 즐겼다. 한편 돈스파이크 모자는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로 소풍을 갔다. 이에 앞서 돈스파이크는 스테이크 김밥을, 돈스파이크 엄마 신봉희 여사는 오이 김밥을 쌌다. 신봉희 여사는 오이 김밥을 강추하면서도 돈스파이크의 스테이크 김밥에 만족감을 보였다. 두 사람은 두물머리에 도착하자마자 김밥을 먹었다. 돈스파이크가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과 크림빵까지 깨끗하게 비웠고, 신봉희 여사는 이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맛을 본 후에는 어김없이 미소를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돈스파이크 모자는 커플 자전거를 타며 소화를 시킨 후 곧장 돌짜장과 매운갈비찜을 먹기 시작했다. 돈스파이크는 달걀, 치즈 등 먹팁을 공개해 출연진들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강호동은 두 팀의 VCR을 지켜보며 깊은 한숨을 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특히 돈스파이크가 먹는 돌짜장을 보며 “사실 모니터 하며 제일 괴로운 음식이 짜장면 같다. 짜장면은 보고 있으면 못 견디겠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외식하는 날’은 매주 화요일 밤 9시 30분 SBS PLUS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뷔페서 뚜껑 용기에 담긴 김치 재사용 가능… 튀김·초밥은 불가

    뷔페서 뚜껑 용기에 담긴 김치 재사용 가능… 튀김·초밥은 불가

    2시간 이상 진열 음식 전량 폐기 규정도보건당국이 찬반 논란이 거센 뷔페 음식 재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식품규정상 원칙적으로 식당의 음식 재사용은 금지돼 있지만 씻어서 먹을 수 있는 식품과 껍질이 있는 과일 등은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내용의 ‘뷔페음식점 등 위생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이달 중으로 외식업중앙회 등을 통해 전국 음식점에 배포한다고 16일 밝혔다. 식품접객업자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이나 진열한 음식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조리, 보관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 15일에서 3개월의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상추, 깻잎, 통고추, 통마늘, 방울토마토, 포도, 금귤 등 조리나 양념 등 혼합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별도의 처리 없이 세척할 수 있는 식품은 재사용할 수 있게 했다. 바나나, 귤, 리치 등 과일류와 땅콩, 호두 등 견과류 같이 외피가 있는 식품으로 껍질째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이물질과 접촉할 위험이 없는 것도 다시 쓸 수 있다. 땅콩, 아몬드 등 안주용 견과류와 과자류, 초콜릿, 빵류 등 손님이 덜어 먹을 수 있게 진열한 건조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로 재사용을 허용했다. 이밖에 소금, 향신료, 후춧가루 등의 양념류와 김치류, 밥 등과 같이 뚜껑이 있는 용기에 집게 등을 제공해 손님이 먹을 만큼 덜어 먹게 진열·제공할 때도 재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손님에게 제공한 생선회, 초밥, 김밥류, 게장, 수박·오렌지 등 절단 과일, 케이크처럼 크림이 표면에 있는 빵류 제품,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된 튀김, 잡채 등은 미생물 증식 우려가 높아 재사용을 금지했다. 음식물 진열 규정도 마련됐다. 우선 진열 음식은 혼입되거나 교차 오염되지 않도록 20㎝ 이상 충분히 간격을 두도록 했다. 또 2시간 이상 진열된 음식은 전량 폐기하고 남은 음식물을 새로 교체하는 음식물에 담아서 같이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 음식 재사용 논란은 지난 8월 씨푸드 뷔페 토다이 경기도 평촌점이 안 팔리고 남은 초밥 등을 재사용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업체는 팔리지 않은 게를 재냉동한 뒤 해동하거나 중식, 양식 코너에서 남은 각종 튀김류를 롤을 만드는 재료로 재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큰 비판을 받고 지난 8월 31일 문을 닫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산골 외딴집으로 ‘情 한 끼’ 배달합니다

    [TV 하이라이트] 산골 외딴집으로 ‘情 한 끼’ 배달합니다

    ■다큐 공감(KBS1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인 전남 고흥에는 밥 한끼의 소중함을 알고 온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 지역 ‘푸드뱅크’ 풍경은 여느 도시의 큰 푸드뱅크와는 사뭇 다르다. 시골 인심 넉넉한 봉사자들은 배달하기 쉬운 대기업의 완제품보다 텃밭에서 갓 딴 채소, 갓 잡아 올린 생선과 해산물 등을 실어나른다. 청명한 가을 그림 같은 고흥의 길을 달리는 초록빛 트럭을 따라가며 이들이 나누는 정을 들여다본다. 고흥에서도 산골 외딴집에 사는 강한자(80) 할머니는 3년 전 딸을 먼저 보낸 뒤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다. 한달에 2~3번 푸드뱅크 사람들이 올 때면 눈물샘이 터진다. 갯일을 하며 일생을 보낸 이봉심(80) 할머니는 푸드뱅크 사람들에게 특별히 염색을 부탁한다. 도시에서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청춘을 보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최병렬(39)씨는 푸드뱅크에서 배달 트럭을 운전한 지 4년째다. 때로는 버겁기도 하지만 다른 일을 할 때보다 퇴근길이 뿌듯하다고 말한다.
  • ‘내사랑 치유기’ 연정훈 “아내 한가인, 말로만 응원...밥 못 먹게 해”

    ‘내사랑 치유기’ 연정훈 “아내 한가인, 말로만 응원...밥 못 먹게 해”

    ‘내사랑 치유기’ 배우 연정훈이 아내 한가인을 언급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새 주말드라마 ‘내사랑 치유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연정훈, 소유진, 윤종훈, 김창완, 박준금, 정애리, 김성용 PD 등이 참석했다. 연정훈은 이날 “연속으로 주말드라마를 맡는다는 게 부담이 되긴 했다”며 “하지만 시놉시스를 읽고 나서 새로운 극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미있게 읽어서 마음을 뺏겼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굉장히 오랜만에 따뜻한 역을 맡게 됐다. 맡은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이 작품에 참여한 소유진이 “남편 백종원이 말없이 요리로 응원을 해준다”고 말하자, 연정훈은 “우리는 반대로 말로만 (응원을) 해준다”며 아내 한가인을 언급했다. 소유진이 “새벽에 부엌에 가보면 음식이 나와 있다. 최근엔 생선찜이나 갈비찜 등을 내놓더라. 남편 덕에 아침을 잘 챙겨먹는다. 잘하라는 무언의 응원같다”라고 하자, 연정훈은 “(아내 한가인이) 밥을 못 먹게 한다. 얼굴 부을 수 있다고 먹지 말라고 한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정훈은 “그냥 항상 작품 할 때마다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매 작품마다 이 질문을 받는데 한결같은 응원을 해준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한편 연정훈이 출연하는 ‘내 사랑 치유기’는 착한 딸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고 싶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러나 식구들에게 그 한 몸 알뜰히 희생당한, 국가대표급 슈퍼 원더우먼의 명랑 쾌활 분투기를 그린다. 오는 14일 오후 8시 45분 첫 방송 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글로벌 In&Out] 슈퍼 태풍 망쿳이 지나간 후, 중국은?/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글로벌 In&Out] 슈퍼 태풍 망쿳이 지나간 후, 중국은?/저우위보 인민망 한국지사 대표

    2주 전 21세기 가장 강력한 태풍 망쿳이 중국 홍콩 부근 해안에 상륙하였다. 최성기 강풍 반경만 해도 홍콩 전역보다 커 위력은 2600여개의 원자폭탄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계 종말과 같은 재난의 체험을 중국인들에게 안긴 뒤 서서히 소멸했지만, 혼비백산한 수많은 사람에게 놀라움만 남겼다.홍콩, 주하이, 마카오, 광서, 푸젠, 하아난 등을 비롯한 중국의 남쪽 지방이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이번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태풍의 강타로 100년 이상 자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는가 하면 해안도로가 온통 바닷물로 뒤덮였으며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태풍 망쿳의 위력은 가히 영화의 특수효과만큼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천재(天災)의 무정함을 일방적으로 탓하기 전에 그것이 인재(人災)가 아닌지, 정말 인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태풍이 지나간 후의 뉴스를 보면 인류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침만 뱉어도 벌금 내야 한다는 깨끗한 홍콩만 보더라도 태풍으로 인한 해수 역류가 셀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도시의 모든 모퉁이로 몰고 왔다. 이들 쓰레기는 대부분 빈 플라스틱병, 버려진 스티로폼 도시락 등 악취를 풍긴 각종 생활 폐기물들이었다. 자연은 두 가지 영원불변한 법칙을 따른다. 하나는 균형, 다른 하나는 인과(因果)이다. 쉽게 말하면 ‘당신이 여기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다른 곳의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고, 그 가중된 부담은 언젠가는 다른 형태로 당신에게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현대생활은 음식 주문 배달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배달 음식의 포장은 빨대든 젓가락이든 그릇이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배달된 음식을 먹은 후, 아무 생각 없이 이들 용기를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배달된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처럼 사용 기간이 몇 시간밖에 안 되는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에 버려진 후 분해될 때까지 450년이 걸린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모른다. 그러면 이 기나긴 450년 동안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할까? 한 환경보호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한 번의 음식 주문 배달은 보통 3.27개의 일회용 용기를 동반하며 하루 쓰이는 일회용 용기의 양은 6000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도시락 한 개의 높이를 5cm로 잡고 이들 용기를 전부 쌓아 올리면 총 높이가 339개의 에베레스트산과 같다. 또한 음식 주문 배달로 생긴 플라스틱류 쓰레기가 총 쓰레기의 1000분의1 정도 된다. 평소에 우리는 이들을 무심히 바다로 버리거나 아무런 회수처리도 하지 않고 방치해 두곤 한다. 그래서 역대급 태풍 망쿳은 지나가면서 인류가 그동안 지은 죄를 통째로 우리에게 다시 돌려준 것이다. 태풍 피해지역 주민들이 쓰레기의 산더미 속에서 힘겹게 걷는 모습을 뒤로 한 채….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전부가 아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심해어의 체내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인류가 이러한 바다 생선을 먹게 되면 미세 플라스틱은 다시 입을 통해 위와 혈액으로 침투해 우리를 아프게 한다. 90%의 암은 생활방식과 환경 요인으로 유발되고, 암의 10~30%만 유전자 돌연변이로 귀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약 430만명이 암으로 판정되었고 하루 평균 7500명, 1년에 총 280여만명이 암으로 죽었다. 소름 끼치는 숫자다. 이젠 우리는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다. 물, 공기, 육지, 해양, 동물, 인류 등 만물이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부터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때다.
  • [그 책속 이미지] 푸근한 골목 풍경 속으로

    [그 책속 이미지] 푸근한 골목 풍경 속으로

    골목 인문학/임형남·노은주 지음/인물과사상사/372쪽/1만 7000원눈 오는 어느 날 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고 나와 좁은 골목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생선구이 냄새가 진동한다. 머리에 내려앉은 눈을 툭툭 털고 자주 가던 식당에 들어갔다. TV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고등어구이를 갈비처럼 뜯었다. 그때 그곳, 종로구 피맛골에는 지금 대형 건물들이 들어섰다. 나는 그때 먹었던 고등어구이 맛을 여전히 잊지 못했건만. 큰길에서 이리저리 이어지는 골목은 한순간에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저마다 역사가 있다. 지저분하고 단정하지 않은 골목이라도 특유의 향취가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사연이 서서히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를 인간의 몸으로 비유하자면, 골목은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다. 모세혈관으로 피가 끊임없이 흐르듯, 골목은 그렇게 끊임없이 사람들과 흘러간다. 신간 ‘골목 인문학’은 건축가 부부의 골목 답사 기록이다. 한국 골목들을 위주로 세계 유명 골목까지 모두 42곳의 골목을 다룬다. 골목이 생겨난 역사를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나 내가 다니던 골목이라도 나오면 더 반갑다. 수채화로 그려낸 골목 풍경이 푸근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설악산엔 산나물·내장산엔 한우…단풍 길 따라 별미 투어

    설악산엔 산나물·내장산엔 한우…단풍 길 따라 별미 투어

    끔찍하던 여름 폭염이 언제였냐는 듯 훌쩍 지나가면서 이젠 찬바람이 제법 매섭다. 벌써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가슴속까지 울긋불긋 물을 들인다. 강원 설악산을 시작으로 차차 남향해 이달 말 한라산이 절정을 이룬다. 10월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듯 반도 전체를 차례로 훑어 내려간다. 하지만 ‘단풍도 식후경’. 아름다운 자연도 즐기고 그 고장만의 맛깔을 함께 해야 단풍 나들이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색에 빠져들고, 맛에 취하는 단풍여행을 떠나 보자.설악산은 단풍의 원조 격이다. 울산바위, 비선대, 천불동계곡 등 기암절벽 사이로 물드는 단풍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상 대청봉은 1708m 고지로 한라산(백록담 1950m), 지리산(천왕봉 1917m)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다. 봉우리만 700여개에 이른다. “과연 설악”이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단풍은 9월 하순 대청봉부터 시작한다. 설악동 일대에서는 토산품점과 함께 산나물 먹을거리 식당들도 발길을 유혹한다. ●울긋불긋 눈이 즐겁고, 얼큰 담백 입이 행복 전북 정읍시·순창군과 전남 장성군에 걸쳐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내장산(신선봉 763m)은 핏빛 단풍을 자랑하는 천혜의 가을 산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등이 기암괴석, 맑은 계류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가을 풍광이 온 산을 비단처럼 수놓는다. 축산업으로 유명한 지역이어서 한우 고기가 품질을 뽐낸다. ‘단풍미인’ 한우는 1+ 이상 등급만 출하해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듬뿍 얻었다. 배합사료 대신 조사료를 많이 먹여 기르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고유의 풍미를 선사한다. 정읍시내 쌍화차 거리도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한약재를 넣어 달인 한방 쌍화차는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 등에 효과를 나타내 단풍을 구경한 후 인기 만점 코스라는 소리를 듣는다.백제 무왕 33년(632년) 때 지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白羊寺)는 아이들을 동반한 역사 교육장으로 겸할 수 있어 괜찮다. 특히 입구 북두교에서 쌍계루를 잇는 길 3.4㎞는 작으면서도 고운 색깔을 띤 아기 단풍으로 잘 알려졌다. 정부가 선정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기도 했다. 주변 식당들은 맛으로 탐방객들을 사로잡는다.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든 전통 손두부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버섯전골에 두부를 곁들인 특유의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단풍두부 보쌈정식도 인기 메뉴다. 백양사를 잘 아는 관광객들은 단풍 두부묵과 청국장도 즐겨 찾는다. 장성 특산물인 삼채도 놓치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인삼보다 60배나 많은 사포닌을 함유한 데다 ‘암 잡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냄새를 잡는다는 얘기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내 유독가스를 해독하고 당뇨, 혈액순환 장애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다. 삼채오리백숙부터 삼채닭백숙, 삼채닭볶음탕 등 취향에 맞게 삼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삼채가 알싸한 맛을 풍기며 각종 비린내를 잡아줘 맛을 배가시킨다. 삼채를 넣은 묵은지 김치찜과 삼채매운갈비찜, 삼채비빕밤도 사랑을 듬뿍 받는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월류봉(月留峯·401m)은 흐르는 석천에 발을 드리운 명산이다. 이름 그대로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월류봉 광장에서 반야사까지 굽이쳐 흐르는 석천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 8.3㎞ 구간은 3시간이면 만끽할 수 있다.눈이 즐거웠으니 이제는 입이 즐거울 차례. 충북 영동군은 금강에서 잡힌 민물고기 요리들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도리뱅뱅이와 어죽이다. 도리뱅뱅이는 손질한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가며 가지런히 놓고 튀긴 뒤 양념을 발라 조린 음식이다. 튀기듯 구워 내서 바삭하고 고소하다. 비린내는 전혀 없다. 과자를 먹는 것 같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어죽은 개울이나 강물에 그물을 치고 잡은 잡어를 넣고 끓인 걸쭉한 국에 밥을 넣어 푹푹 끓여낸 음식이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야채와 파,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을 버무린다. 얼큰한 국물 맛을 앞세워 애주가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얻는다.경북 청송군 주왕산(주봉 721m), 전남 영암군 월출산(천황봉 809m)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기악(奇嶽)’으로 손꼽히는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상봉 860m)은 ‘내륙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천혜의 단풍을 입는다. 단풍철 봉화에는 송이 향이 그윽하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주산지이다. 봉화 송이는 백두대간 해발 400m 이상의 마사토 토양에서 시원한 1급수 계곡물을 마시고 자라 단단하고 뛰어난 맛으로 승부한다. 가격 경쟁에서 단연 앞선다. 봉화읍을 비롯한 곳곳에는 한우 고기와 송이 음식 등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 성업 중이다. 물야면 오전 약수터 인근엔 닭백숙집이 몰렸다. 도로변 사과밭마다 붉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국립공원 가야산은 매표소에서 법보사찰 해인사로 이어지는 6㎞ 구간 홍류계곡으로 단풍 명소임을 알린다. 가야산 주변 대표 먹을거리는 친환경 쌀로 지은 밥과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한 갖가지 채소(나물)를 이용해 요리하는 산채정식이다. 20가지를 웃도는 반찬과 생선을 곁들인 푸짐한 상차림이 단풍 탐방객들의 기운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과 야로면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로 요리하는 합천돼지국밥도 그만이다. 다른 지역보다 돼지고기가 풍성하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천황봉 845m) 자락에 자리한 고찰 갑사(甲寺) 단풍의 백미는 주차장에서 용문폭포까지 이어지는 오리숲길이다. 구간 길이가 오리(2㎞)쯤 된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길 주변이 온통 단풍나무다. 군데군데 괴목이 뻗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봄은 공주 마곡사나 동학사,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유명한 말에서 잘 드러난다. 갑사를 돌아 나오면 만나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닭볶음탕 등 먹을거리에 달착지근한 공주 밤막걸리가 발길을 붙잡는다.●울산 ‘영남 알프스’ 한우 불고기 탄성 절로 해발 1000m를 웃도는 ‘영남 알프스’는 은빛 억새 물결과 붉고 노란 물감을 푼 듯이 산을 물들인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은 울산시 언양 한우 불고기로 허기를 채운다. 언양 한우 불고기는 양념 불고기와 생고기 두 종류로 즐길 수 있다. 양념 불고기(일명 육수 불고기)와 달리 양념을 조금만 사용해 고기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언양 특산물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하고 나서 석쇠에 구워 먹는다. 일반 양념 불고기와 달리 양념 맛이 적은 반면, 특유의 육질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생고기는 1등급 최상품만 사용한다. 소금을 뿌린 뒤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다. 육즙이 풍부하고 단맛을 낸다. 불고기에 쓰는 한우는 송아지 1~3마리를 낳은 3~4년생 암소 고기를 사용한다.제주 한라산에선 단풍이 절정인 11월 초 모슬포 항구 등에 들어선 횟집에서 겨울 진미로 알려진 마라도 방어회를 맛볼 수 있다. 뱃살에 기름이 잔뜩 오른 게 참치 뺨친다. 간장이나 초장, 쌈 된장과도 잘 어울린다. 제주 사람들은 기름진 방어와 찰떡 궁합인 신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머리 구이와 방어 뼈를 넣고 푹 끓인 방어 김치찌개도 별미다. 무게 5㎏ 이상인 대방어일수록 맛이 뛰어나다. 소방어(2㎏ 안팎), 중방어(4㎏ 이하)도 괜찮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화장 안 한 청초한 여인처럼… 두고 볼수록 빠져드는 핀란드 헬싱키

    화장 안 한 청초한 여인처럼… 두고 볼수록 빠져드는 핀란드 헬싱키

    “핀란드의 갈매기는 덩치가 매우 크다.” 영화 ‘카모메 식당’(일본·2006년)은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주인공 사치에 혹은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핀란드 헬싱키에서 느낀 첫 번째 강렬한 인상이 이 덩치 큰 갈매기였음을 직접 가보니 실감할 수 있었다. 부산 갈매기보다 육중하고 서울 비둘기보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핀란드 갈매기들은 헬싱키 시청 앞 항구 부근을 종일 어슬렁거린다.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 않다가 손을 뻗을라치면 그제야 저만치 날아가 다시 어기적댄다. 퉁명스러운 표정이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하다. 핀란드 갈매기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 카우파토리(시장광장)에서 헬싱키 여행은 시작된다. 헬싱키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카우파토리는 날이 밝은 뒤인 오전 8시쯤이면 이미 분주하다. 카우파토리 노천시장의 손님 맞을 채비를 막 끝낸 가게들 사이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바다 바로 앞 선창가에 줄지어 있는 간이음식점에서는 핀란드인들의 영양간식인 생선튀김 무이쿠를 맛볼 수 있다. 핀란드의 특산물인 산딸기 등 온갖 종류의 베리류 과일과 야생버섯이 즐비하다. 그 밖에 싱싱한 채소·과일 등이 판매된다. 한편에는 옷이나 관광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늘어서 있다.카우파토리 뒤편으로 길게 뻗은 하늘색 건물은 헬싱키 시청이다. 정면에 휘날리는 국기나 건물 규모에 비해 화려한 멋은 적지만 그런 특징이 헬싱키 전체의 인상을 함축하고 있다. 헬싱키는 1550년 스웨덴의 구스타프 1세가 핀란드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견제하려고 세운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발전은 하지 못하다 19세기에 러시아에 점령된 뒤 핀란드의 중심 도시가 됐다. 스웨덴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행정 중심을 기존 투르쿠에서 서쪽으로 150㎞ 떨어진 헬싱키로 옮겼기 때문이다.시청 뒤로 접어들면 원로원 광장이 펼쳐지고 순백의 자태를 뽐내는 헬싱키 대성당이 높은 계단 위에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금빛 십자가와 별 모양 무늬로 장식된 초록색 돔형 지붕을 빼놓고는 전체가 하얀 외벽인 대성당은 19세기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나 중심에 대성당이 있지만 헬싱키 대성당은 최대한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 여느 대성당들과 다르다. 내부 역시 약간의 금으로 장식된 제단 주변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식이 없다. 입장객을 압도하는 대신 정갈한 분위기가 감돈다. 바다에서 헬싱키 항구 쪽을 바라보면 헬싱키 대성당과 대비되는 붉은 벽돌 건물이 우스펜스키 성당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큰 러시아정교회 성당인 이곳은 내부 역시 헬싱키 대성당과는 정반대다. 우스펜스키 성당이 있는 언덕 아래 부두에는 요트가 줄지어 정박해 있다. 날씨가 좋다면 그 앞에 줄지어 있는 바와 카페의 테라스 자리에서 청초한 헬싱키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봐도 좋겠다. 헬싱키 앞바다에 떠 있는 해상 요새 수오멘린나로 가는 여객선도 카우파토리에서 출발한다. 수오멘린나 왕복권이나 다른 섬들을 함께 둘러보는 투어 코스로 다녀올 수도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15분가량 배를 타면 6개의 섬을 연결해 만든 요새가 나타난다.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스웨덴이 쌓은 요새인데 완성된 지 얼마 안 돼 러시아에 함락된다. 1917년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해 처음 나라를 세운 뒤에야 ‘핀란드의 요새’라는 뜻인 수오멘린나로 불리게 된다. 섬 전체를 둘러싼 견고한 성곽과 참호 등 옛 군사 시설을 통해 강대국들 틈에 끼어 험난한 세월을 이어온 핀란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헬싱키는 여행객을 단번에 사로잡을 도시는 아니다. 화려한 왕궁도 없고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도 드물다. 시내 중심 대로변조차도 차분하게 느껴지는 도시를 걷다 보면 경적을 울리는 대신 옛 돌길을 따라 자박자박 굴러가는 자동차 소리에조차 어느덧 마음이 기운다. 글 사진 헬싱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행수첩 →핀란드 국영 항공사 핀에어가 인천~헬싱키 구간을 주7회 운항한다. 헬싱키는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수도로 동서양을 잇는 관문이다. 산타마을이나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쪽 지방인 라플란드로 가거나 이웃 나라 등 유럽 여행 경유지로 거쳐 갈 때 헬싱키를 둘러봐도 좋다. 바다로는 실야라인 크루즈선이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름, 에스토니아 탈린을 잇는다. →북유럽 디자인에서 핀란드도 빠지지 않는다. 노르웨이에 ‘스토케’, 스웨덴에 ‘이케아’가 있다면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인 브랜드로는 의류 중심의 ‘마리메코’와 유리제품 전문 ‘이탈라’ 등이 있다. 헬싱키 디자인 구역에 산재한 수많은 디자인숍에서도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멋을 지닌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헬싱키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헬싱키 디자인박물관도 들러 보자. →수오멘린나를 다녀올 생각이라면 1일 교통권을 사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수오멘린나 왕복권에 약간의 금액을 추가하면 전차·버스 등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박물관·주요 관광지 등 입장까지 자유로운 ‘헬싱키 카드’도 있다.
  •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 자의 서해 직항로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 보였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 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 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 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 볼 날이 없었다. 고려호텔 2층 뷔페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 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으나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봤다. 북측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묵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는 것으로 평양 일정은 시작됐다.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우리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측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 꼿꼿이 서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지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됐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 주었다. 공연에 등장한 배우들의 한복 디자인은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했다.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됐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거리를 걸어갔다. 저녁 환영만찬이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 중 한 사람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평양 방문은 우리에게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9월 19일. 방북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 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다.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평양에서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 주었다. 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밤 9시쯤이었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우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 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 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젊은 가수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새벽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 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됐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 빈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꽃은 졌지만 잎이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나는 은밀하게 봉투에 넣었다. 숲에서 발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가락 길이만 한 가문비나무 어린 새싹을 살짝 뿌리째 뽑아 들었다. 아름드리나무가 내 수첩 속으로 들어왔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옆 학교는 매점 없앴대… 우리도 문 닫으면 어떡하지”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옆 학교는 매점 없앴대… 우리도 문 닫으면 어떡하지”

    2018년 대한민국의 학교는 둘로 나뉜다. 매점이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다. 기성세대에겐 학창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지만 최근 적지 않은 학교 매점이 문 닫았다. ‘군것질을 막으려고’, ‘위생 문제 때문에’ 등 여러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고3 수험생은 길게는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현실이라 매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시설이라고 말한다. 학생회장 선거 때 ‘매점 부활’ 공약이 등장하기도 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학생과 교사, 학부모, 매점 주인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매점을 둘러싼 학내 갈등의 속내를 들여다봤다.45곳. 지난 6년 새 서울 시내 전체 초·중·고교에서 문 닫은 학교 매점 수다. 2012년 전체 학교 1393곳 중 325곳(23.3%)에 있던 매점은 올해 1360개 학교 중 280곳(20.6%)에만 남았다. 매년 감소세가 계속됐다. “매점의 역할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보거나 그 존재 자체를 불편해 하는 학교장이 적지 않아 외부 운영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면 폐지하겠다는 학교도 많다”는 게 현장 이야기다. 학교 매점이 문 닫는 이유는 크게 5가지 정도다. 우선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손꼽힌다. “고열량 정크푸드 위주인 매점 음식 탓에 아이들이 건강식인 급식을 남긴다”는 것이다. 4년 전 매점을 없앤 서울 A고의 교감은 “군것질하는 건 버릇인데 굳이 학교에서 나쁜 버릇을 들이게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점 음식이 인스턴트 위주이기 때문에 교육당국 입장에서도 급식하는 학교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건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학생 감소·운영 입찰 논란도 감소에 한몫 학령인구 감소 탓에 손님이 줄어 매점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도 원인이다. 학내 매점이 앞으로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학생들이 빵 봉지를 교정에 무단 투기하는 등 위생 문제, 빵 셔틀(힘센 학생이 다른 학생에 빵 심부름을 강요하는 학교폭력의 한 종류), 매점 운영자 입찰 과정에서의 논란 가능성 등을 차단하려고 매점을 아예 없애버린 학교도 있다. 최근 매점을 폐쇄한 학교 관계자는 “운영하던 매점을 없애려면 학부모, 지역 인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하는데 학부모들도 매점 폐쇄를 바라는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매점 측 “생선·채소 반찬 나오면 매출 올라” “아휴~매점 빵 때문에 급식을 안 먹는 게 아니라 급식이 맛없으니 빵을 찾는 거죠.” 지난 28일 서울 강북 B고교의 3평(9.9㎡) 남짓한 지하 매점에서 만난 30대 점원 김인숙(가명)씨는 매점을 없앤 학교의 얘기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전했다. 매점과 급식 음식의 상관관계를 학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급식이 맛없는 날에는 점심 매출이 20만원 정도 늘어난다”면서 “구이·찜 등 생선 요리나 채소 음식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반찬”이라고 귀띔했다. 2년 가까이 매점에서 일하다 보니 급식 식단표를 보면 그날 매점 매출을 대충 예상하고 대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김씨는 “농담이 섞인 말이겠지만 어떤 아이들은 ‘매점이 빵을 더 팔려고 학교와 짜고 급식 메뉴를 빈약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고 헛웃음 지었다. 일부 중학교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실시 이후 빠듯한 단가에 맞춰 식단을 짜다 보니 부실한 반찬을 내놔 아이들이 매점을 찾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설명은 다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측이 급식비를 내는 고등학교의 경우 한끼당 급식 단가가 평균 4715원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중학교의 평균 단가 4993원(재학생 500~800명인 학교 기준)보다 낮다”면서 “무상급식 탓에 음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커피 등 카페인 판매 금지는 눈 가리고 아웅” 학생들은 “매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매점만 없애는 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늘 배고플 수밖에 없는 존재인 성장기 학생을 종일 잡아 두는 학교에 간식 파는 곳이 없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B고 교정에서 만난 김윤식(18·가명)군은 “아침에 눈뜨면 세수만 하고 등교하는 터라 아침밥을 먹기 쉽지 않다”면서 “점심 급식 때까지 허기를 참기 어려워 1~2교시가 끝나면 보통 매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고교 매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학생들이 가장 몰리는 영업 시간은 2교시 직후인 오전 10시쯤이다. 또 학내 매점에서 커피 등 카페인을 못 팔게 한 정책 역시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일부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시행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학교에서는 캔커피·커피우유 등 고카페인 함유 제품은 매점은 물론 자판기에서도 팔 수 없다. 또 열량은 높으면서 영양가는 적은 라면 등의 제품도 매점에서 못 판다. 김군은 “학교에서 팔지 않아도 등교할 때 편의점에서 사오면 된다”면서 “하루 10시간 가까이 책상에 앉아 있으려면 카페인을 안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점을 둘러싼 기성세대와 학생 간 시각차가 뚜렷한 가운데 절충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협동조합형 매점이 대표적이다. 서울 가재울고에서는 2015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출자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매점을 만들었다. 보통 매점 식품의 질이 낮은 건 점주들이 수익을 위해 배가 부르면서 값은 싼 제품들을 들여놓기 때문인데 협동조합 매점은 수익을 목표로 운영하지 않아 유기농 등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학교 임명옥 상담복지부장 교사는 “소시지 등 제품은 시중 마트보다 더 싸게 판다”면서 “아이들이 매점 음식 때문에 급식을 안 먹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김포외고 등 일부 학교에서는 편의점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는 고열량 식품 대신 과일주스 등을 위주로 파는 ‘건강 매점’을 늘리기 위해 지역 내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당신의 힐링을 위한 음식은 ‘지중해식 식단’

    [핵잼 사이언스] 당신의 힐링을 위한 음식은 ‘지중해식 식단’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이라면 당분간 지중해식 식단으로 끼니를 챙기는 것이 좋겠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식습관과 우울증 위험을 다룬 연구 41건을 재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 연안 지역의 식단을 일컫는 것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생선 등이 주로 포함된 식단을 말한다. 비만을 억제하고 심장과 혈관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41건의 기존 연구에서 성인 3만 6556명의 식습관과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고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최대 33%까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연구진은 기존에 발표된 연구 중 프랑스와 호주, 스페인, 미국, 영국 등지의 성인 3만 290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핀 결과, 포화지방과 설탕 등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항우울제를 처방받기 전에 식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식습관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의사들은 우울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식습관과 관련한 상담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중해식 식단이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을 예방·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어린이의 비만을 15%까지 줄여주며,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식 식생활과 멀어지면서 비만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저널‘(Journal Molecular Psychiatry)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49일 버텨 구조된 인도네시아 청년 “표류하다 살아돌아온 게 세 번째”

    49일 버텨 구조된 인도네시아 청년 “표류하다 살아돌아온 게 세 번째”

    정말 이런 경우를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천운을 타고 났다고 해야 할까? 지난 7월 14일 인도네시아 뭍에서 125㎞ 떨어진 곳에 묶여 있던 멍텅구리배 줄이 끊기는 바람에 바다를 떠돌다 49일 만에 몇천 ㎞ 떨어진 괌 근처에서 파나마 화물선에 극적으로 구조된 인도네시아 청년 알디 노벨 아딜랑(18)이 이렇게 바다를 표류하다 구조된 것만 벌써 세 번째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26일 북부 술라웨시섬의 마나도 근처 아버지의 집에서 영국 BBC 기자와 만나 “첫 번째 표류 때는 일주일을 떠돌다 뗏목 주인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고, 두 번째 때는 이틀을 헤매다 역시 뗏목 주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이번이 기간도 가장 길고 거리도 가장 멀었던 셈이었다. 그는 노도 없고 엔진도 없어 오로지 동력을 갖춘 배가 끌어다 일정한 지점에 놓아 두면 붙박이로 물고기들을 유인해 가두는 오두막처럼 생긴 배 롬퐁(lompong)에서 일했다. 국내에서 보통 ‘멍텅구리배’라고 부르는 곳에서 일한 셈이다. 안전 장비는 물론, 항법 장비나 그 흔한 콤파스조차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위험한 직장인데도 1년 계약을 맺어 한달에 134달러(약 14만 9000원)씩 받기로 한 것이 고작이었다. 강풍도 불어대고 친구네 롬퐁과 연결된 줄이 끊기는 바람에 표류했다. 친구도 잠들어 아무리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그의 배가 떨어져 나가는지조차 몰랐다. 배에 남아 있던 음식과 연료 등은 일주일도 가지 않았다. 고기를 잡아 롬퐁을 뜯어 나온 나무로 생선을 구워 먹으며 연명했고 날로도 먹었다.어쩌면 생존에 더욱 필요한 것은 깨끗한 물이었다. 그는 꾀를 냈다. 옷에 물을 적신 다음 바닷물을 떠서 걸러낸 뒤 마셨다. 그런 식으로 염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괌 근처에서 파나마 선적 MV 아르페지오 호의 눈에 띄어 구조됐다. 일본 오사카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 파야르 피르다우스는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표류하는 동안 겁에 질렸으며 이따금 울음을 터뜨렸다더라”며 “그는 커다란 배를 볼 때마다 희망에 부풀었지만 10척 이상의 배가 그냥 그를 못 보고 지나쳤다더라”고 전했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찬송가를 부르며 성경을 낭송했다. 부모를 다시 보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어느 순간 좌절해 바다에 몸을 던질까도 생각했지만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석탄 운반선 아르페지오 호가 눈에 들어오자 도와달라고 외쳤다. 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딜랑은 배에 올라 건강을 회복하며 배의 원래 목적지인 일본까지 가 지난 6일 도착했다. 이틀 뒤 인도네시아 귀국 길에 올라 그리던 가족과 재회했다. 아딜랑은 다시는 바다에 나가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지중해식 식단, 우울증 예방에 효과 (연구)

    [건강을 부탁해] 지중해식 식단, 우울증 예방에 효과 (연구)

    명절 내내 이어진 기름진 음식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사람이라면 당분간 지중해식 식단으로 끼니를 챙기는 것이 좋겠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식습관과 우울증 위험을 다룬 연구 41건을 재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이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 연안 지역의 식단을 일컫는 것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생선 등이 주로 포함된 식단을 말한다. 비만을 억제하고 심장과 혈관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41건의 기존 연구에서 성인 3만 6556명의 식습관과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고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최대 33%까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연구진은 기존에 발표된 연구 중 프랑스와 호주, 스페인, 미국, 영국 등지의 성인 3만 290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핀 결과, 포화지방과 설탕 등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도 항우울제를 처방받기 전에 식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식습관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의사들은 우울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식습관과 관련한 상담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중해식 식단이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을 예방·치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스웨덴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어린이들의 비만을 15%까지 줄여주며,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식 식생활과 멀어지면서 비만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저널(journal Molecular Psychiatry)’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영애, 훌쩍 큰 쌍둥이 근황 “독보적 청순 미모” 판박이

    이영애, 훌쩍 큰 쌍둥이 근황 “독보적 청순 미모” 판박이

    추석 연휴 강호동과 이영애, 양세형의 ‘가로채▶널’이 시청자의 시선을 가로채는데 성공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5일 방송한 SBS ‘내 모든 것으로 가로채▶널’ 시청률은 5.3%, 최고 6.2%(이하 수도권 가구시청률 2부 기준)로, MBC ‘추석에도 나혼자 산다’ 7.3%에 이어 동시간대 2위를 차지했다. 우선 스튜디오에 출연한 강호동과 이영애, 양세형은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 자신의 모든 것으로 콘텐츠를 제작, 직접 1인 크리에이터에 도전해 자신만의 채널을 오픈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배우 이영애가 쌍둥이 승빈, 승권이의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이영애는 딸 승빈이가 평소에도 셀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고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영애 딸 승빈은 셀프 카메라를 통해 “예쁘게 봐주세요”라며 수줍게 인사했다. 이영애는 ‘예.우.새(예쁜 우리 새끼)’라는 주제로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양평 문호리의 집을 가는 과정과 그곳에서 아이들과 산책하고 직접 송편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따뜻하고 잔잔한 공감을 안겨줬다. 특히 창작 송편의 흔적으로 온통 어지러진 부엌을 승권이가 혼자 치우는 모습은 6.2% 최고의 1분을 끌어냈다. 송편 가루가 바닥에 흩어져있자 승권이는 장난감 RC카에 테이프를 부착해 굴리면서 청소를 하는 로봇카를 뚝딱 만들어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어 예쁘게 한복을 입고 절을 하는 쌍둥이를 바라보는 이영애의 모습에는 커가는 아이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 그대로 담겨 보는 이들마저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한편 강호동은 ‘강.하.대(강호동의 하찮은 대결)’의 첫 승부사 대결 상대로 빅뱅의 승리를 찾아갔다. 승리 집을 찾아가 이름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삼행Q를 선보이는가 하면, 승리에게 주짓수도 배우고 ‘발가락 잡고 멀리 뛰기’ 대결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승리는 이날 옷을 3벌이나 갈아입으면서 열의를 보였으나 마지막에 하찮은 대결 패배로 얼굴에 먹칠을 해서 탁본을 뜨는 벌칙을 수행해 큰 웃음을 안겼다. 양세형은 평양냉면 ‘맛집 도장깨기’에 도전했다. 그는 평양냉면 초심자 가수 제시와 함께 서울에서 유명한 평양냉면집 세 군데를 선정해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평냉 초심자 제시는 평양냉면을 먹고 ‘생선맛’이 난다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이에 양세형은 동치미국수를 육수에 부어주고, 냉면 국수에 식초를 먹는 꿀팁을 알려주는 등 냉면전문가 못지 않은 정보와 지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인도네시아 10대 소년 낚싯배에서 49일을 혼자 버텨 극적 구조

    인도네시아 10대 소년 낚싯배에서 49일을 혼자 버텨 극적 구조

    인도네시아의 10대 소년이 인도양을 홀로 49일이나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노도 없고 엔진도 없어 오로지 다른 동력을 갖춘 배가 끌어다 일정한 지점에 놓아 놓으면 붙박이로 물고기들을 유인해 가두는 곳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선 롬퐁(lompong)이라고 한다. 알디 노블 아딜랑(19)은 지난 7월 14일 인도네시아 연안에서 125㎞ 떨어진 곳에 놓여진 롬퐁에서 일하다가 강풍이 불어 닻에 묶어 놓은 줄이 끊기게 됐다. 보통 매주 회사의 다른 사람이 배로 음식과 사료, 연료 등을 전달하고 가는데 마침 남아 있는 음식과 연료 등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바닥이 났고 그는 바닷물을 마시고 롬퐁을 뜯어 나온 나무로 생선을 구워 먹으며 연명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이곳에서 몇천 ㎞ 떨어진 괌 근처에서 파나마 선적 MV 아르페지오 호의 눈에 띄어 구조됐다. 일본 오사카 주재 인도네시아 외교관 파야르 피르다우스는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표류하는 동안 겁에 질렸으며 이따금 울음을 터뜨렸다더라”며 “그는 커다란 배를 볼 때마다 희망에 부풀었지만 10대 이상이 그냥 그를 못 보고 지나쳤다더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아딜랑은 MV 아르페지오 호를 보고 비상 무선 신호를 보낸 다음 구조됐으며 지난 6일 원래 이 배의 목적지였던 일본에 도착해 이틀 뒤 인도네시아로 송환돼 가족들과 재회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고기 안 먹으면 민폐?…“채식,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고기 안 먹으면 민폐?…“채식,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왜 풀만 먹어? 다이어트 해?”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채식주의자도 그 중 하나다. 채식주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민폐를 끼치는 자로 여겨진다.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또한 사회적 차별로 인식된다. 이런 생각을 바꾸고자 대학생들이 나섰다. 홍익대 성인권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채식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꽃동(21·이하 모두 가명), 두팔(20), 병건(19), 빡빡이(21) 등 4명이 3일 동안 직접 채식주의자로 살았다.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프루테리언’(fruitarian)이다. 육식은 물론 채식도 하지 않고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방식이다. 그 아래 단계인 ‘비건’(vegan)은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만 먹는 것을 말한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은 우유와 달걀까지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달걀을 안 먹는 대신 우유를 먹고, ‘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는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은 생선 먹는 것을 허용한다. 소·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조류(닭)나 생선까지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pollo vegetarian)도 있다. 병건과 빡빡이는 비건, 두팔은 락토 오보, 꽃동은 락토 베지테리언으로 각각 설정하고 체험에 나섰다.●DAY 1: “여기에 고기가 들었다고요? 잠시만요, 주문 취소할게요!” 채식 첫날, 늦은 아침 식사를 하러 편의점에 들른 병건은 막막해졌다. 에그 마요, 참치 마요, 불닭, 고추장불고기 등 거의 모든 음식에 육류나 어류가 들었기 때문이다. 비건을 위한 음식은 없었다. 병건이 겨우 찾은 건 고추장 나물 비빔밥. 그런데 소스에는 육류 성분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았고, 비빔밥 속 고사리는 수수깡을 씹는 질감에 질기기까지 했다. 병건은 “그 많은 음식 중에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라고 토로했다. 빡빡이는 이번 채식 체험을 통해 평소에 먹는 음식 대부분에 육류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식 청국장인 낫토와 같이 포장된 소스는 쇠고기 조미 소스였다. 집에 있는 모든 간장에는 가다랑어포나 멸치 가루가 들어가 있어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심지어 비스킷 등 과자에 육류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채식하는 자신을 향해 ‘불쌍하다’며 친구가 건네준 과자에는 쇠고기 성분이 들어 있었다. 빡빡이는 눈물을 머금고 과자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DAY 2 : ‘고기 권하는 사회’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남기 일반 식당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극히 제한적이다. 삼겹살집, 치킨집 등 고깃집이 아니더라도 식당 대부분이 육류나 어류 베이스의 국물과 소스를 쓰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음식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성분 표시를 세세하게 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다고 식당 직원에게 “이 음식에 고기 성분이 들어가느냐”고 일일이 묻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별도로 있고, 일반 식당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외국 선진국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꽃동은 “외국 여행을 하면서 콩고기로 만든 소시지, 두부 스테이크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들을 먹었던 적이 있다. 고기가 들지 않은 음식도 꽤 맛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면서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풀떼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공언한 두팔은 체험 3일 동안 샌드위치나 비빔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을 선택해 우유와 달걀을 먹을 수 있어서 견디기 쉬울 것이란 생각은 이내 착각임을 깨닫게 됐다. 끼니때마다 식당을 찾는 것이 난관이었다. 학교 근처에서 채식 식당을 찾긴 했지만 가격대가 높아 대학생의 호주머니 사정으로는 선뜻 들어갈 수 없었다. 두팔은 “채식을 하는 동안 뭘 먹을지 고민하고 따져봐야 하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DAY 3 : “채식은 민폐가 아닙니다. ‘취향’입니다”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윤리적인 축산 시스템에 반대하며 실천하는 사람, 육류가 몸에 맞지 않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선택하는 사람, 그저 고기가 싫어서 채소만 먹는 사람도 있다. 체험자들에게 채식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채식을 존중하지 않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첫 번째로 꼽았다. 꽃동은 “채식을 하겠다고 하니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이 ‘왜 하느냐’였다”면서 “고기만 먹는다고 했으면 그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쩌면 육식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빡빡이는 “채식을 하면서 식당에 가면 매번 ‘달걀이나 우유가 안 들어간 식품이 있느냐’고 물어봐야 했다”면서 “많은 식당에서 음식에 든 성분을 메뉴에 표시하는 등 채식주의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병건은 “고기만 먹는다고 하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채식한다고 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식생활 적폐”라면서 “식당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몇 개라도 생기면 주위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 같다. 누군가 육류를 선호하는 것처럼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