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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 불황 속 통 큰 세일

    롯데마트, 불황 속 통 큰 세일

    롯데마트가 불황 속에 ‘통 큰 세일’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2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 2400여개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는 통 큰 세일을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경기불황과 영업규제 등으로 발생한 협력업체의 누적 재고 소진과 농가의 신선식품 판매 증진을 위한 ‘상생 세일’에서는 소비가 줄어 재고가 늘어난 제주 서귀포 감귤을 시세보다 30% 낮춘 3.5㎏ 한 박스당 7900원에 판매한다. 역시 재고가 늘어난 찹쌀 5만포에 대해 4㎏짜리 한 봉을 9900원에 선보인다. 프랜차이즈 업소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닭만 모아 100g당 550원에 파는 ‘킬로 치킨’도 기획했다. 치킨은 1인당 1㎏ 한정 판매된다. 고등어, 임연수, 가자미 등 냉동 생선은 종류와 관계없이 100g당 800원이다. 정부 비축 물량인 동태, 갈치, 오징어 등은 총 55만 마리를 절반 가격에 내놓는다. 유명 브랜드 생필품도 최대 50% 가격을 인하한다. ‘맥심 모카믹스’(220포)는 2만 3300원, ‘서울 흰우유’(2.3ℓ)는 4860원, ‘백설 황금참기름’(450㎖)은 4690원, ‘LG 테크 액체세제’(3ℓ)는 7400원 등이다. 양념육 전 품목 20%, 견과류 전 품목 10% 등 인기상품 할인 행사도 연다. ‘신일 전기장판’, ‘한일 PTC 히터’ 등 중소기업 계절가전 제품은 최대 40% 가격을 내린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소비침체에 대형마트는 물론 협력업체와 납품 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상생 세일을 통해 협력업체는 재고 부담을, 소비자는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 김정은 MVP 2연패

    김정은(26·하나외환)이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김정은이 20일 경북 경산체육관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기자단 투표 27표 중 19표를 얻어 별 중의 별이 됐다. 지난해 박정은(삼성생명)과 공동 수상한 데 이어 2연패다. 5036석을 꽉 채운 이날 올스타전은 위성우 우리은행이 이끄는 중부선발(우리은행 하나외환 KDB생명)과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지휘한 남부선발(신한은행 삼성생명 국민은행)이 맞붙었다. 3쿼터까지 남부선발이 변연하(26득점)의 잇단 3점슛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으나 4쿼터 김정은(16득점) 등에 점수를 허용하며 80-86으로 졌다. 김정은은 “팀이 하위권인데 힘내라고 준 것 같다. 상금(200만원)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김영희 선배를 돕는 데 쓰고 싶다”고 말했다. 올스타전의 꽃인 3점슛 콘테스트에선 박혜진(우리은행)과 한채진(KDB생명)이 예선에서 각각 20개와 19개를 성공시켜 결승에 올라 박혜진(우리은행)이 30점 만점에 23점을 올려 18점을 올린 한채진을 제치고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결승에 합류한 이연화(KDB생명)는 몸이 덜 풀린 듯 6점에 그쳤다. 팔굽혀펴기-훌라후프-제기차기-자유투를 던지는 ‘미션 임파서블’ 코너에선 양지희(우리은행)가 훌라후프 돌리기를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위 감독이 쥐가 나도록 팔굽혀펴기를 해 경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하프타임에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온 ‘리틀싸이’ 황민우가 나와 현란한 춤솜씨를 뽐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날 6개 구단 대표 선수들은 경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했다. 선수들은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직접 제작한 사랑의 핑크빛 목도리와 떡, 두유를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김정은, 김단비(삼성생명), 한채진 등은 털모자와 팔토시를 즉석에서 구매해 노점상 할머니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앰버 해리스(삼성생명) 등 외국인 선수들은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자르며 일일 도우미를 자처했다. 챌린지컵 결승에선 삼성생명이 국민은행을 79-68로 누르고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우수선수(MVP)는 이선화(삼성생명)에게 돌아갔다. 경산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 “물 배, 술 배 따로 있다”

    “물 배, 술 배 따로 있다”

    물을 마시는 배와 맥주를 마시는 배가 따로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맥주는 위에서부터 흡수되고 물은 소장과 대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주의 흡수속도가 빨라 같은 양의 물보다 맥주를 더 쉽게 마실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13일 이 같은 술에 대한 상식, 거래처 관리절차, 기자재 유지·관리방법 등을 엮은 ‘통합영업 매뉴얼’을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본격적 영업통합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동안 맥주, 소주 등 한 주종만 팔아오던 영업사원들은 두 주종에 대한 영업활동을 함께 벌여야 한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소주 영업사원들은 맥주에 대해, 맥주 영업사원들은 소주에 대해 ‘열공’중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맥주컵의 20~30%를 거품으로 쌓는 것이 좋다. 거품이 탄산가스가 새거나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맥주 200㎖의 칼로리는 100㎉로 우유 200㎖(150㎉)보다 적다. 맥주로 살이 찌는 것은 안주의 문제인 셈이다. 마시고 남은 맥주를 활용하는 생활상식도 소개됐다. 고기와 생선을 맥주에 10분쯤 담가두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냉장고를 청소할 때도 남은 맥주를 쓰면 음식 냄새가 사라진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때론 식당 적자도 보지만… 마음이 행복해야 부자죠”

    “때론 식당 적자도 보지만… 마음이 행복해야 부자죠”

    “제가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에요. 남들은 돈이 많아야 부자라지만 저는 마음이 행복한 게 부자라고 생각해요.” 서울 구로구 개봉3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점심을 대접해 오고 있는 유효근(57)· 정춘란(50)씨 부부는 11일 ‘선행’, ‘봉사’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2007년 과메기 전문식당을 연 유씨 부부는 ‘어정쩡하게 남은 식재료를 버리느니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독거노인 등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변에 알음알음 알려 많아야 수십명 정도 이곳을 방문했지만 지금은 한번에 300여명가량 찾아온다. 무료 식사일이 되면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100㎡ 남짓한 공간의 식당 밖까지 줄을 선다. 음식 준비부터 제공까지 유씨 부부와 작은 아들 등 3명이 했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 정씨가 회원으로 있는 구로구 청소년육성회와 예비군동대에서 나와 일손을 보태고 있다. 식사 메뉴는 갈비찜, 소불고기, 제육볶음 등을 번갈아가며 준비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상차림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정씨는 “치매 예방을 위한 카레, 항암작용을 돕는 버섯, 뼈에 좋은 멸치는 반찬에 빼놓지 않고 생선은 가시 때문에 위험할까봐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한번에 100만원 가까이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식당의 주 메뉴인 과메기가 겨울 한철 장사인 만큼 여름에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씨는 “아직까진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서 “돕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돈은 동사무소에 갖다주면 더 좋겠다고 거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씨 부부는 “우리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다”면서 “여느 뷔페보다 훨씬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실험실 식량’ 드실래요?

    ‘실험실 식량’ 드실래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의 한 연구실. 커다란 방 가득히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다. 시험관 속에는 스테이크용 고기들이 들어 있고 한쪽에서는 뜨개질을 통해 소고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초록색과 분홍색 줄무늬가 있는 초밥용 생선 조각은 유전적으로 만들어진 ‘채식 생선 나무’에서 얻어진다. 와인은 프로그램을 통해 몬테풀치아노부터 시라까지 품종에 따라 원하는 대로 뽑아 먹을 수 있다. 어린이용 음식도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콜라와 ‘마법의 미트볼’도 있다. 이 모든 음식은 자연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줄기세포에서 키워졌고 오메가3와 비타민도 생산 단계부터 포함돼 있다. 이 음식들은 당장 먹을 수는 없다. 모두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식당 밖의 플라스틱 표본처럼 ‘미래의 음식’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진짜다. 연구실 책임자인 코에트 반 무스바르트 교수는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실험실 식량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무스바르트는 바이오공학자, 마케팅 전문가, 철학자 등과 함께 식량 생산을 준비하는 ‘넥스트네이처’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실험실 식량의 미래는 ‘사람들의 거부감’에 달려 있다. 극단적인 예로 ‘사람 고기를 배양해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 특히 음식은 기본적으로 고정관념의 장벽이 높다. 음식은 ‘자연스럽고 정직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무스바르트는 “과거 말을 이용한 교통수단이 절대적인 것으로 각광받았지만 이제 우리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다만 음식 분야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고 가장 성공을 거둔 방법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들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물이 실험실을 벗어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기업의 연구 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스바르트의 연구실에 기업의 투자금은 전혀 없다. 모두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 ‘실험실’ 등의 말을 사용하는 연구에 이름이 언급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무스바르트는 “유럽 최대의 식량 회사 관계자가 연구와 관련된 어떤 발표에도 회사 이름이 포함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거부감은 세계 최대의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업인 몬산토 때문이다. 몬산토는 첫 유전자변형작물로 ‘제초제 저항성 작물’을 내놨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인도 정부가 별다른 대중 캠페인 없이 작물 재배와 유통을 허용하면서 유전자변형작물은 ‘음모론의 온상’이 됐고 어떤 과학적 설명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줬다. 그 결과 수많은 과학자들은 유전자변형작물을 구별해 내거나 유통을 막는 기술에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기도 하다. 몬산토는 전 세계에서 떼돈을 긁어모으지만 ‘우리 시대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하지만 과학철학자나 윤리학자들은 실험실 식량이 유전자변형작물과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전망한다. 코 반데 윌 바헤닝언대 교수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기 위해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공장에서 죽이는 것과 실험실에서 키운 윤리적인 고기 중 어느 것을 먹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라”고 말했다. 환경적인 이득도 있다.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한다고 할 때 배양육은 축산업에 비해 1%의 땅과 2%의 물만 있으면 되고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10%에 불과하다. 배양육 분야의 선두 주자인 마크 포스트 박사는 “고기를 먹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는 채식주의자가 허머(초대형 SUV)를 타는 것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양육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즐긴다. 적은 돈으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자연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원한다.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음식을 바라지만 역설적으로 이전 세대의 자연스러운 음식을 그리워한다. 이를 식품업계에서는 ‘식품 산업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경향이 앞으로 25년 동안에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식량 공급은 변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값싼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해 식량 가격은 절대로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특히 세계 3대 작물인 벼, 밀, 옥수수는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가장 먼저 옥수수가 사라진다. 옥수수는 30도가 넘으면 살 수 없다. 미래학자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식량을 공급받고 먹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험실 식량이 중요한 이유다. 식량 증산이나 생산 방식의 혁명은 당면 과제다. 유엔식량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인류는 지금보다 40% 이상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식량이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디언은 “미래의 식량인 실험실 식량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인류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것을 먹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DB를 열다] 겨울 한강의 강태공들

    [DB를 열다] 겨울 한강의 강태공들

    1964년 1월 6일 소한(小寒)에 강태공들이 얼어붙은 한강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뒤로는 한강 인도교(한강대교)가 보이는 노량진 앞 강가다. 이들은 취미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전문 어부’였다. 생업으로 하는 것이기에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얼레를 바라보는 표정은 심각하기만 하다. 낚시를 제한 없이 할 수 있었을 때 한강에는 강태공들이 사철 모여들었다. 전문 낚시꾼뿐 아니라 반찬거리로 물고기를 낚으러 나온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한강의 주요 낚시 포인트는 광나루, 마포, 노량진, 서강이었고 잉어나 장어, 붕어 같은 싱싱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예로부터 무게로 쳐서 잉어 한 근은 쌀 두 되 값이었다고 한다. 하루에 세 근짜리 잉어 서너 마리를 낚으면 열 근은 되니 쌀 두 말 값은 버는 셈이었다. 쌀 두 말 값은 요즘 돈으로 치면 10여만원은 되지만 물고기가 낚이지 않아 공치는 날이 많았으니 큰 돈벌이는 되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 노량진 한강변에도 낚시꾼들이 잡아 올린 잉어나 장어를 요리해 파는 음식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강물이 오염되기 시작해 낚시꾼들도 팔당이나 그 위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강변 생선 음식점들도 문을 닫았다. 최해국 정보지원팀장 seaworld@seoul.co.kr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활기찬; 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3.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4 서울고속터미널 3층 찾아가기 3·9호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영업시간 월~토요일 자정~오후 1시, 일요일 휴무 꽃시장에서 만난 꽃집 아가씨가 다발로 산 꽃을 한아름 들고서 꽃시장 구경 노하우를 일러준다. 꽃이 들어오는 월, 수, 금요일에는 도매상 사장님들도 너무 바빠서 일반 손님들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단다. 하지만 점심 무렵까지는 문을 여니 아침나절에 오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도 있고 또 아주 저렴한 값에 꽃도 한아름 안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마지막 버스가 떠나고 터미널의 불도 하나둘 소등을 한다. 경비아저씨들이 작은 전등을 들고 터미널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이때 힘차게 터미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거침없이 계단을 오르는 그들을 반기는 것은 터미널 3층 전체를 가득 메운 올망졸망 예쁜 꽃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온갖 꽃을 맘껏 구경하고 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곳은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다.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 밤 12시부터 새벽 2~3시까지는 소매상들이 많은데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구와 인테리어 소품, 장식 재료를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어 파티플래너, 플로리스트, 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전문가들의 발걸음도 잦다. 한차례 북적이는 시간대가 지나자 꽃시장의 구석구석이 더 재미있어진다. 한가한 틈을 타 쪽잠을 청하는 꽃집 아저씨, 옆집 주인과 배달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는 아주머니, 이리저리 떨어진 꽃잎을 쓸며 주변 정돈을 하는 아저씨, 잠시 뒤에 올 또 한 무리의 손님들을 위해 큰 생수병을 줄 세워 커피를 만들고 있는 주인장까지 저마다 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꽃집마다 꽃만큼 많은 것이 있으니 바로 무더미로 쌓인 신문지다. 이곳에서 단으로 판매하는 꽃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는 것이 포장의 전부. 날짜 지난 신문지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장씩 쓰다 보니 파지를 취급하는 곳에서 돈 주고 사오는 엄연한 포장지란 말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꽃시장에 오는 날은 집에서 나설 때부터 마음이 설레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기운 없을 때,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때 일부러 찾아오기도 해요. 꽃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거죠. 예쁘잖아요. 또 마음에 드는 꽃을 사서 집에다 꽂아두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요. 꽃구경 나온 직장인 신아름 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는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초 두 개를 장만했다. 강렬하게 어울릴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골랐다며 생글거리는 그녀는 잠 못 이루는 밤 꽃시장으로의 나들이를 추천했다. 술보다 꽃으로 더 달뜨는 밤, 좋지 아니한가. 1 꽃도매상가에 꽃만큼 많은 것이 포장지로 사용하는 신문지 더미다 2 알록달록 꽃만큼 예쁘고 화려한 포장재료를 판매하는 부자재 상가들이 이웃하고 있다 3 처음 보는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4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꿔 줄 아이템! 꽃도매시장에서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4. 노량진수산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동 13-8 찾아가기 1·9호선 노량진역 연결통로 이용 영업시간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홈페이지 www.susansijang.co.kr 시장은 어디든 생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수산시장이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꼬리로 물장구치며 펄떡이는 물고기는 싱싱함 그 자체. 수산시장 특유의 풍경이라 할 수 있는 경매는 새벽 1시부터 이른 아침까지 장 전체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회를 떠서 맛볼 수 있는 횟집거리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니 노량진은 언제 가도 반겨 주는 이들이 많다.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1층 입구로 들어서면 횟집 늘어선 통로에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물고기와 눈싸움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매시장이지만 이렇듯 횟감을 파는 소매상들로 1층에 횟집거리가 형성돼 있어 여기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은 2층 식당가에서 양념과 주류를 구입해 먹을 수 있는 회식 장소로 안성맞춤. 모자란 먹을거리를 찾아 한달음에 내려온 한 청년은 신입사원인 듯 어떤 것이 좋을까 수족관 앞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나라로 여행 온 외국인 여행자들도 제법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시장풍경이 신기한 여행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선물하는 횟집 사장님의 인심이 구수하다. 전구 불빛 찬란한 길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한가득. 단골은 단골대로 뜨내기 손님은 또 그대로 시장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쭈뼛쭈뼛 흥정이 쑥스러운 여대생 둘이 등장하자 횟집 사장님들은 서로 더 잘해 주겠다며 호객에 열을 올린다. 생선은 물론 건어물과 젓갈, 어패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구이용이든 찌개용이든 회를 뜨든 모든 생선은 포장 가능하다. 회를 포장을 할 때에는 회로 뜨고 남은 생선뼈를 매운탕용으로 따로 담아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가씨 우리 광어 좀 봐 봐라. 오늘 광어가 싱싱해. 작은 것보다 큰 게 맛이 좋다고. 요기 큰 거 내가 인심 썼다. 3만원 하자.” 사겠다는 말도 하기 전에 뜰채로 광어를 들어 올리는 횟집 사장님. 처음 온 손님도 단골처럼 대하는 상인들의 그 모습에 한 번 맛들이면 발길을 끊기 어렵다. 1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노량진수산시장 2 수산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활기차게 살아있다 3 고양이 한 마리가 불러도 못들은 척 생선가게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연어, 인기생선 5대 품목에… 매출액 1년새 137% 늘어

    올겨울 대형마트에서 연어 매출이 크게 늘며 인기 생선 5대 품목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12월 생선 매출을 분석한 결과 연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3%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12월 판매 순위는 고등어, 갈치, 오징어, 연어, 대구 순으로 2008년 이후 연어가 5위 안에 든 것은 처음이다. 올해 연간 매출에서도 삼치, 대구를 제치고 생선 판매 7위에 올랐다. 롯데마트 측은 “연말에 활어회나 샐러드 등 파티용 먹거리로 수요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웰빙 트렌드에 따라 가정에서 육류 대신 연어를 즐기는 고객들이 많아져 판매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음조차 치유되는 일본 힐링여행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음조차 치유되는 일본 힐링여행

    도시 여행에 싫증을 느꼈거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일본의 시즈오카현(縣)입니다. 특히 빼곡한 산 위로 푸른 녹차 밭이 펼쳐진 후지에다시(市)와 바다가 인접해 수산물이 발달한 야이즈시(市)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수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로 오감을 만족시켜 줄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물 좋은 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마음조차 치유되는 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편집자주) ●산: 최고급 녹차 옥로차의 고향 시즈오카현은 일본 녹차 생산량의 거의 절반(45%)을 차지하는 일본 최대의 녹차 산지다. 이 중 오카베정(町)은 교토의 우지, 후쿠오카현의 야메와 함께 3대 녹차 생산지로 꼽힌다. 수년 전 후지에다시에 합병된 오카베정의 아사히나(朝比奈) 지역에 있는 교쿠로노 사토(옥로의 마을·玉露の里)은 일본 차 중에서도 최상급 녹차인 교쿠로(옥로)차로 유명하다. 교쿠로차는 찻잎을 따기 최소 2주 전 차밭 전체에 막을 쳐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녹차의 깊은 맛을 더하고 떫은맛은 줄인다. 이후 건조 과정에서도 독특한 향을 내기 때문에 새로운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을 내에는 전통 다실 효게츠테이(표월정·瓢月亭)이 있는데 일본식 다다미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교쿠로차는 물론 찻잎을 비비지 않고 말려 가루로 낸 맛차(말차)를 맛볼 수 있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통차 예법인 다도를 직접 알려주며 정좌가 잘 안 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의자석이 준비된 홈 카페를 통해 편히 차를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500엔(약 6400원)이며 여기에는 차와 녹차과자 값이 포함돼 있다. 전통차를 맛봤다면 현대적인 녹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창업 200여 년에 달하는 차 가공 공장인 신차엔(真茶園)은 일본 최고의 ‘차맛 맞추기 달인’ 마사히코 마츠다 대표가 직접 브랜딩한 차부터 최고급 맛차까지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녹차과자는 선물로도 손색없다. 교쿠로차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면 직접 체험하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는 민숙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마을에서는 네 가수가 민숙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민숙은 일본의 여관인 료칸보다도 일반 가정에 머무는 홈스테이와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차의 장인’ 오무라 씨가 직접 달여준 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40~50℃의 건조대 위에서 어린찻잎을 손으로 직접 비벼서 건조하는 테모미(手揉み)를 직접 체험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테모미차를 기념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이들 민숙 중 가장 규모가 큰 가족 민숙 아사히나에서는 교쿠로 열매로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느 민숙에 머물러도 1인당 1박 2일에 7000엔(약 9만원)이며 여기에는 체험료도 포함돼 있다. ●바다: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 일본 다랑어(참치) 어획량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스루가만의 야이즈시. 태평양 앞바다에 인접한 이 수산 도시는 다랑어, 가다랑어 등과 함께 벛꽃새우 등 수산물 자원이 풍부하다. 지역 내 야이즈항에서는 주로 원양에서 채취된 가다랑어와 다랑어가, 인근 고가와항에서는 근해에서 채취된 고등어와 전갱이 등이, 오이가와항에서는 치어와 잔 새우 등이 어획된다. 특히 이들 수산물이 집결되는 야이즈 수산물센터(사카나센터)에는 70개에 달하는 전문 점포가 입점하고 있다. 갓 잡아올린 신선한 어패류부터 수산 가공품, 초밥, 회 덮밥 등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야이즈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또한 현지에서는 정갈한 참치회가 일품인 마츠노 스시, 가다랑어나 가쓰오부시, 젓갈 등 수산 가공품이 잘 팔리는 누카야 사이토 상점 등이 유명하다. ●온천: 다양한 숙박시설 후지에다시와 야이즈시는 일본 에도시대부터 전통의 도시 교코와 도쿄(옛 에도)를 잇는 중요 도로인 토카이도(동해도·東海道)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몸에 좋은 약알칼리성 온천이 흔해 예로부터 숙박업이 발달했다. 오카베를 대표한 오하타고 카시바야(대형객주 카시바야)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역사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역사 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120년 전통의 일본 전통 여관인 쵸세칸은 풍광이 아름다운 전통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본관과 별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건물 곳곳에는 쇼와시대(1926~1989년)의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도쿠가와 막부(幕府)의 마지막 쇼균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즐긴 것으로 유명한 시다 온천이 있다. 해안도시 야이즈에는 스루가만과 함께 후지산이 보이는 호텔 암비아 쇼쿠카쿠가 유명하다. 이 같은 절경은 모든 객실과 노천탕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야이즈시의 온천 숙박시설인 미노야는 야이즈항의 평온한 일상을 맛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손색없다. ●보너스: 술과 맛집 술과 맛집 또한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특히 후지산의 맑은 물은 최상급의 술을 만드는 양조산업의 발달을 초래했다. 이 지역에서는 일본 전국 사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다이즈미 양조장이 있다. 4대째 내려오고 있다는 유지로 모치즈키 씨가 운영하는 이 양조장의 사케는 독특한 향과 맛으로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준마이다이긴조는 생산되기 무섭게 팔린다고 한다. 또한 야이즈시에는 일본의 유명 맥주인 삿포로의 시즈오카공장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맥주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전문 스태프의 해설을 통해 맥주의 역사와 자료, 제조방법의 특징,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맥주를 더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맥주 따르는 비결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미나를 듣기 위해선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며 가격은 1인당 500엔이다. 끝으로 후지에다시에서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선술집인 이자카야의 원조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이자카야는 매년 일본 전국 이자카야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메뉴인 삼겹살 꼬치를 선보이는 선술집도 있다. ●팁 ▲맛집 및 볼거리 후지에다시에는 일본의 전통 사찰요리인 정진요리를 맛볼 수 있는 수월암과 일본식 라면인 라멘으로 유명한 아사라면이 숨겨진 맛집으로 통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단벌레를 이용해 장신구를 만드는 공방 체험도 가능. 야이즈시에는 3대째 대어(만선) 깃발을 제작하는 다카하시 염색점에서 전통 염색을 체험할 수 있다. ▲ 항공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매일 한 차례씩 인천~시즈오카 직항편을 운항. 2시간 10분 소요. 도쿄에서는 신칸센과 JR 도카이도 본선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주의사항 버스: 두 도시가 속한 시다 군(郡)은 뒷문으로 승차한다. 탑승 시 왼쪽 표를 뽑아 내릴 때 요금(버스 정면에 표시)과 함께 낸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요금이 올라간다. 잔돈은 나오지 않음으로 요금을 내기 전 환전이 필수다. 기본요금은 210엔(운영회사마다 다르다.) 택시: 뒷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시다지역은 정해진 곳 외에서는 승차할 수 없다. 택시 정류장이 없는 곳에서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경우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시다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630엔.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시아나항공연합사(투어2000, 롯데관광, 노랑풍선, 레드켑투어, SK투어비스, 참좋은여행, 세계KRT, 롯데JTB)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취재협조=후지에다시 관광협회, 야이즈시 관광협회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5일장의 추억 그리고 부활] 몰려드는 SSM·대형마트에 망하고 ‘현대화 사업’ 새옷 단장하니 흥하고

    [커버스토리-5일장의 추억 그리고 부활] 몰려드는 SSM·대형마트에 망하고 ‘현대화 사업’ 새옷 단장하니 흥하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려 있는 5일장이 세월의 흐름 속에 ‘추억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전통시장의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고을마다 5일장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화려하게 부활하는 5일장도 더러 있다. 대구 달성군 현풍 5일장은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갖고 있으나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때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20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노점 상인도 300여명에 달했다. 현풍이나 유가 등 인근 지역은 물론 경북 고령이나 경남 창녕 등에서도 시골 버스를 타고 현풍 5일장을 찾았다. 이들은 식자재는 물론이고 목공예품, 화훼류 등 다채로운 물건을 한눈에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기에 선지 국밥과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하루가 된다. ●대구 현풍장 50억 투입 ‘도깨비시장’으로 변신중 하지만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진출과 쇼핑 문화의 변화로 활기를 잃었다. 특히 10여년 전 인근 우시장마저 문을 닫자 현풍장을 찾는 발길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달성군은 장날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언제든지 문을 여는 ‘도깨비시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풍 5일장에는 모두 50억원이 투입돼 현대화 사업이 추진된다. 시설은 현대화되지만 풍성했던 5일장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상인(59)은 “교통 발달과 유통구조 개선으로 더 이상 5일장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5일장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5일장과 주말시장의 융합을 통해 테마 시장으로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강화 5일장도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인삼, 사자발쑥, 순무 등 지역 특산품을 취급하는 수도권 서북부의 대표적인 장이었다. 지금도 2일, 7일 상설시장인 강화읍 풍물시장 옆 공터(2300여㎡)에서 장이 열리기는 하나 옛날 화려했던 명성에 비하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장날이면 할머니 100여명이 나물과 채소류, 생선, 옷을 비롯한 생필품 등을 가지고 나와 팔고 있는 정도다. 이렇게 된 데에는 풍물시장에서 웬만한 지역 특산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는 데다 강화 대표 상품인 인삼마저 전문판매장이 두 곳이나 있어 재래식 장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과거 개념의 장이라기보다는 강화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산품을 소규모로 팔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은 예전에는 삼례, 봉동, 고산, 운주 등 4개 시장이 섰으나 요즘은 완전히 사양길을 걷고 있다. 예전에 지어진 시장 건물이 너무 낡고 환경이 불결하며 교통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래시장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부터 재래시장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또 도로가 넓어지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주민들이 인접 대도시인 전주시로 장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아 재래시장의 쇠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례시장의 경우 1964년에 지어져 시설이 낡았으나 아직도 국비 지원이 안 돼 현대화 사업을 못 하고 있다. 시장 인근에 대형 마트만 3개나 있어 닭을 잡아 주는 업소 8곳만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다. ●전남 장흥장 ‘토요시장’으로… 1만5000여명 북적 이들 시장과 달리 전남 장흥의 전통시장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일찍이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현대인의 기호에 맞도록 시장의 내용물을 채운 까닭이다. 2·7장인 장흥장은 장날과 토요일이면 인구 1만 5000여명의 읍내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비수기인 요즘도 1000~2000명이 몰려 지역 농수축산물을 사고 판다. 여름철이면 하루 1만명을 웃도는 외지인들이 찾는다. ‘정남진장흥 토요시장’ 상인회장 신대희(56)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시장 골목길의 허름한 집터가 3.3㎡당 20여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며 “쇠락을 거듭하던 시골읍이 5일장의 활성화와 함께 되살아 났다.”고 말했다. 전통 시장의 부활은 2005년 7월 장흥군이 1만여㎡ 규모의 장터를 새롭게 꾸리면서 비롯됐다. 이름도 ‘장흥 5일시장’에서 ‘정남진장흥 토요시장’으로 바꿨다. 군은 당시 중소기업청 지원금 등 70여억원을 들여 한우판매장과 특산물판매 코너, 주차장 등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장사가 되겠느냐.”며 입주를 꺼리던 터라 축협 등 공공기관이 먼저 매장을 열었다. 이어 ‘고향 할머니 장터’를 개설해 지역의 노인들이 직접 가꾼 버섯, 푸성귀, 해조류 등을 팔도록 난장을 벌였다. 좌판엔 고사리, 버섯, 도라지, 취나물, 두릅, 헛개나무(약용) 등이 깔렸다. 매생이, 키조개, 무산김, 톳 등 청정 해역인 득량만의 특산물도 장터를 채웠다. 이처럼 ‘웰빙 코드’에 맞는 먹거리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장흥 3합’ 탄생·한우직판장 증설… 年매출 1000억 초창기엔 5일장이 열리지 않는 토요일마다 150여명의 노인이 2교대로 좌판을 열도록 교통비를 지원했다. 손님이 많아진 지금은 노인들 스스로가 지원금 없이도 5일장날과 토·일요일까지 좌판을 운영한다. 또 장터 한켠에는 다문화 전통음식 거리를 조성했다. 관내 220여 가구의 다문화 가정 주부들이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조리해 내놓는다. 시골 시장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자랑, 품바, 민속공연 등 각종 이벤트도 곁들였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도시인 중심의 외지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중심으로 ‘장흥 3합’이란 새로운 음식이 탄생했다. 전라도의 전통적 ‘3합’은 홍어·돼지고기·김치로 이뤄졌지만 ‘장흥 3합’은 한우·키조개·표고버섯으로 통한다. 싱싱한 갯것과 산지 한우 등심, 표고버섯을 구워 싸먹는 ‘삼합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 주변에 한두 개에 불과했던 한우직판장이 18개로 늘었다. 상설 수산물시장을 제외하고, 성업 중인 식당만도 40여개에 이를 정도다. 이용객들은 직판장에서 당일 도축한 소고기를 구입한 뒤 인근 식당에 맡겨 수산물과 함께 ‘장흥 3합’을 즐긴다. 장흥군에 따르면 이 시장의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에 이른다. 한우가 연간 5000여마리(500억원), 키조개·표고·매생이 등 농수산물이 500억원어치 정도 팔린다. 한우 사육 농가가 덩달아 증가하고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 면적도 크게 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의 줄을 잇는 견학이 말해 주듯이 숙박업 등 지역의 관광과 농수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면서 “앞으로 특산품에 대해서는 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해 어렵사리 구축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붙들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장흥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커버스토리] 1000원 흥정 넘치는 인정 ‘소통’ 1번지

    [커버스토리] 1000원 흥정 넘치는 인정 ‘소통’ 1번지

    지난 6일 찾은 충남 공주시 공산성. 유유히 흐르는 금강에 둘러싸인 산성은 전날 내린 눈이 쌓여 하얗게 변했다. 매서운 강바람이 몰아쳤고 잎을 떨궈낸 산성의 나무들은 바람에 간간이 흔들리다 얼어붙은 듯 꼼짝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 아래에 장이 섰다. 코끝이 시린 날씨였지만 산성장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양손에 비닐봉투를 바리바리 들고 시장통을 바쁘게 오가는 인파로 동장군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여기 나오면 재미있어. 사람들 얼굴 보며 웃고, 말 한마디 건네고 웃고.” 30여년간 산성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정애(70) 할머니는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세상 물정 모르지.”라며 활짝 웃었다. 공주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인 정안에 사는 김 할머니 옆에는 손수 가꾼 토란, 호박 등이 놓여 있었다. ●할인점·SSM 골목상권 점령 시대서 ‘명맥’ 유지 대형 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농어촌 골목까지 점령한 시대에 ‘5일장’이란 말이 등잔불처럼 희미해지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에게는 여전히 인정을 나누고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소통의 장소다. 고드름 추위에 갖고 나온 푸성귀들이 금세 얼었지만 김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정담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 할머니는 “장날 때마다 저 친구를 만나. 저 집 신랑도 종종 와 점심을 사 주기도 하고.”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둘은 얼마 후 바로 옆 정육점에서 콩 자루 무게를 쟀다. 친구가 김 할머니 콩을 샀다. “1000원 빼 줄게. 차비 혀.”, “고마워.” 둘이 나누는 말이 정겹다. ●농촌 주민 세상물정 알아가는 창구로 봉황동 손기채(76) 할아버지는 “친구들 만나 술 마시려고 나왔어. 장날 아니면 장터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라며 피식 웃었다. 더러 젊은 주부도 보였다. 아이를 둘러업고 가던 윤모(29)씨는 “내가 원하는 만큼, 1000원어치도 살 수 있어 좋다. 흥정도 할 수 있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은 손님이 평소의 3분의1밖에 안 됐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농촌 주민들이 장터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 얘기다. 장터에는 동태 등 생선 좌판이 늘어섰고 산 가물치도 물 채운 고무대야에서 몸을 꼬았다. 80대 할머니는 “이웃이 장에 가자고 해서 따라 왔어.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라며 직접 기른 콩나물을 시루째 갖고 왔다. 노인 10여명은 나무 난로를 피우고 둘러앉아 윷놀이를 했다. 대선 선거운동 차량의 확성기 소리가 고막을 찌른다. 빨간색, 노란색 옷을 입은 운동원들은 물건을 사 주며 지지를 부탁했고 장터 할머니들은 “○○○? 알았어.”를 연발했다. 좌판에서 순대를 파는 할머니는 “사람들은 옛날처럼 다 착해. 장터는 많이 변했지.”라고 했다. 장터 분위기를 달구던 국밥집과 뻥튀기 장수는 보이지 않았다. 철공소, 포목점, 국수집도 사라졌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 같은 장돌뱅이도 이젠 찾기 어렵다. 해방 후 이곳에 5일장이 서면 논산, 강경의 황포돛배들이 금강 물길을 타고 올라와 생선을 한짐 풀어 놓았다. 공주 시내 제민천 둑에 조기 등이 지천이었다. 6·25전쟁 때 폭격을 맞아 장터가 통째로 날아갔지만 민초들이 하나둘 난전을 펴 또다시 5일장이 열렸다. 그러나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대부분 노인이다. 윤여헌(85) 전 공주향토문화연구회장은 “5일장도 점차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글 사진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28년전 ‘지옥의 복지원’… 우린 모두 공모자였다

    1984년 10월 16일 밤. 아홉 살 종선이는 세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부산의 한 파출소에 있었다. 아버지가 새 신발과 옷을 사주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도 본 날이었다. 한낮의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종선과 누나는 파출소 앞에 나타난 검은색 차를 타고 어디론가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복지원. 종선은 일련번호 ‘84, 10-3618’을 달고, ‘소대’로 불리는 숙소에 배정됐다. 그리고 지옥은 시작됐다. 복지원 생활은 군대 생활이나 다름 없었다. 군 출신이라는 원장을 정점으로, 명령 체계는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하얀색 속옷, 트레이닝복, 검정 고무신으로 일년을 버텼다. 오후 8시 취침에 새벽 4시 기상. 일어나면 30분 안에 모든 소대원들이 세면을 끝내야 했다. 아침식사를 시작하는 6시까지 종선과 아이들은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했다. 식단은 일년내내 같다. 꽁보리밥에 시래기 된장국, 생선이 썩은 듯한 전어젓과 소금 뿌린 배추김치가 전부다. 이나마도 먹는 시간은 몇 분 정도다. 조장이 부를 때 순서 안에 들지 못하면 얼차려를 받았다. 바지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거나 소매 속에 손을 감추면, 시키는 것을 제대로 못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조장의 기분이 언짢으면 가차 없이 기합이다. 기합보다는 맞는 게 오히려 낫다. 명치나 복부를 맨주먹으로 후려치고, 무릎을 꿇린 채 손등을 허벅지에 대고 손바닥을 때려도 구타가 차라리 나은 이유는 ‘금방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세게 맞아 뼈가 부러지고 척추나 허벅지를 잘못 맞으면 장애인이 된다. 그러던 중 “네 누나 미친년 다 됐다.”는 말이 들렸다. 결국 누나는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다. 누나는 정신이상자를 수용하는 신관으로 옮겨졌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병동의 높은 창문에 매달려 누나를 살폈다. 종선은 그때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다. 극악무도한 성폭행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자유롭지 않았다. 이곳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시설이었다. 12년 동안 운영되면서 공식적으로 3500여명이 수용됐고, 이 중 513명이 폭행·질병 등을 이유로 사망했다. 시신 일부는 해부용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혹소설인가. 한종선(37)씨가 1984~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29일 전화통화에서 종선씨는 “전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혹한 시간이 남긴 상처와 치욕의 응어리를 짧은 통화로 풀어내긴 곤란하다는 의미다. ‘살아남은 아이’(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문주 펴냄)에 그는 ‘그 3년’을 글로, 그림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20년 전 이야기인데도 마치 어제 당한 일처럼 묘사가 매우 세세한 이유를 묻자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몸에 새겨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1987년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형제복지원의 부패를 수사하면서 충격적인 인권유린 실태가 백일하에 까발려졌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쏠린 전국적인 관심도 잠시, 당시 권력층의 외압으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들에게는 잊으려 애를 써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처다. 2007년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을 올린 종선씨는 “블로그에 쓸 때는 가급적 정제하려고 했다. 책에 담은 내용도 많이 순화시켰다. 있는 그대로 더 심하게 쓰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1부가 종선씨의 기억이라면, 2부 ‘괴물들의 대화’는 전두환 정권에서 행해진 통치자의 폭거, 민간인을 향한 야만적인 국가 폭력, 침묵의 카르텔과 되풀이되는 비극 등을 살핀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 영상원 교수는 ‘짐승들의 우리와 그 바깥 인간의 시간’에서 1980년대 초 브리태니커 판매원이었다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김용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과 복지시설의 행태, 당시 사회상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전 대표는 지난여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하던 종선씨에게서 기억을 끄집어내 완성시키고 세상에 알렸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형제복지원과 침묵의 카르텔’에서 형제복지원 사건과 왜 이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알아본다. 종선씨는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이 과연 나랑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에 목소리를 내면 이미 늦다. 상처는 평생 가기 때문이다. 앞서 끔찍한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방관하는 순간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또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바꿔보자’거나 ‘갈아 엎어버리자’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폭력 속에서 잊혀진 인권을 환기시키는 기회로,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1만 4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朴, 마지막이라는데 짠하데이” … “文, 정권교체 발언에 공감”

    단상의 대선 후보들은 전국 곳곳을 돌며 때로는 격렬하게 상대를 비판하고 때로는 그럴싸하게 지역 개발을 공약한다. 지지자들의 박수가 나오기도 하고 환호도 들리지만 정작 유세를 지켜보는 일반 유권자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서울신문 취재진은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유세장 현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이들이 후보들의 연설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마음을 들어봤다. ■朴 ‘마지막 정치여정’ 강조에…50대 이상 중장년층 ‘감성’ 움직여 “저의 마지막 정치 여정을 모두 바쳐서 부산 발전으로 보답하겠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데 짠하데이. 함 찍어줘야 안 되겠나.”(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50대 여성 상인) 박 후보는 30일 부산 유세에서 9곳을 돌며 ‘마지막 정치 여정’이라는 어구를 한번도 빼놓지 않았다. 부산·경남(PK) 지역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감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부산 유권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 후반 이후 줄곧 홀대받았다는 지역적 박탈감에 싸여 있었다. 그런 탓인지 박 후보의 지역 쟁점 공약을 유독 반겼다. 반면 박 후보가 전례없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날 세워 비판하는 대목에선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금정구 서동시장 유세장. 부인과 함께 옷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우(52)씨는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부산 경제가 바닥에 바닥을 쳤다. 이렇게 먹고살기 어렵기는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박 후보가 “중산층을 70%까지 재건하고 민생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옳소!”라며 박수를 보냈다. 박 후보를 믿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다른 정치인보다 내뱉었던 말을 정직하게 실천해 온 인물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앞서 사상구 괘법동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만난 사업가 박성진(49)씨는 가덕도 신공항,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에 대해 “지역 발전 공약을 확보된 예산 범위 내에서 약속하지 않나. 믿음이 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문 후보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반감을 표출하는 이도 만만찮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부터 부산에 와서 저의 과거사 공격만 늘어놨다.”며 ‘실패한 과거 정권 핵심 실세’ ‘온 나라를 분열·혼란으로 몰고 간 장본인’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부전시장에서 이 연설을 잠자코 듣던 한 40대 자영업자는 “저렇게까지 안 해도 찍어줄 낀데 머하러 저런 말까지 하노.”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일부 공약에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정치 검찰 청산 공약에 대해 직장인 하영진(35)씨는 “개인 의지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늘 그래 왔듯 박 후보가 원칙론만 나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울산대생들에게 목도리 선물받고… 20대 젊은층 지지 한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파탄 공동 책임자 아닙니까.”(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먹고살기 바빠서 잘 모르겠습니다.”(울산 중구 태화시장 생선 상인) 문 후보의 30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 유세 현장. 문 후보의 연설을 듣는 유권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면서도 일부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유세 장소가 장터인 탓인지 “장사 잘되게 해 주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더.”라는 반응이 많았다. 유세장 옆에서 탕제원을 운영하는 김상배(47·자영업)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김씨는 “아무리 비판해도 과거 한나라당 텃밭이어서 야당 후보는 고전할 거다.”라면서 “울산에서 야당 지지율은 20~30%뿐”이라고 귀띔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문재인이 왔는데 아무 말 안 하면 알지.”라고만 했다. 채소를 파는 김점자(66·여)씨는 연설을 들으면서 “서로 헐뜯어서 (당선)돼서 뭐하겠노.”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유세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대해 거북해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박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대구의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에서 문 후보는 예상치 못한 성원을 받았다. 문 후보 측은 “현재까지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유세장에서 50여m만 떨어지자 “문재인은 대구에서 안 돼. 박근혜. 박근혜.”를 외치는 시민이 일부 있었다. 안희연(51·여)씨는 “문재인은 사람은 마음에 들지만 소속된 당이 별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학가 민심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울산대 앞에 문 후보가 도착하자 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손님의 주문을 받다 말고 스마트폰을 든 채 뛰어나가기도 했다. 울산대의 수화동아리 학생들은 흰색 털목도리와 장갑, 귀마개를 문 후보에게 선물했고 한 지지자는 울산대 앞 건널목 앞에서 스무 송이의 노란색 장미를 건네기도 했다. 지역세와 무관하게 문 후보가 20대들에게 강세를 보이는 듯했다. 울산·포항·대구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조국 캐나다 너무 느려 따분…한국 문화 역동성 위력 대단”

    “조국 캐나다 너무 느려 따분…한국 문화 역동성 위력 대단”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인 이상으로 흥이 오른 캐나다 사람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에서 해외홍보콘텐츠팀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존 던바(33)다. 그는 23일 “캐나다와 비교해 한국이 역동적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처럼 문화적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며 좋아했다. 그는 다른 2명의 한국계 미국인과 함께 4명의 한국인 라이터들이 영어로 작성하는 문화 홍보 콘텐츠를 교열하기도 하고 한달에 두번 정도 자기 이름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캐나다는 한국에 비하면 느려서 따분하지요. 지금 하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강남에 한류 거리가 생긴다’라는 글을 썼다. 서울 강남구가 일정 구역을 팝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기념물을 비롯한 여러 볼거리를 세우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강남 등 서울 시내 곳곳의 거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 그의 글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지난달에는 한식과 채식 문화를 소개하는 글에서 “한국인들의 채식 관념은 비교적 너그러워 생선, 닭고기, 햄은 허용하기 때문에 동물성 음식을 엄격하게 금하는 서양인 채식주의자들이 때로 애를 먹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인 1996년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삼촌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이것이 계기가 돼 2003년 12월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의 회식이나 선후배 문화는 별로인데 한옥이나 하회탈춤 같은 전통문화는 참 좋습니다.” 그는 도시 개발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영등포구 문래동 도시 재개발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을 정도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동부-LG(오후 7시 원주 치악체육관 SBS-ESPN) ■프로배구 ●현대건설-GS칼텍스(오후 5시) ●KEPCO-LIG손해보험(오후 7시 이상 수원체육관 KBSN스포츠) ■역도 2012 실업연맹회장배대회 및 제12회 전국대학생선수권대회(오전 10시 양구 용하체육관) ■롤러 제31회 회장배 전국 학교 및 실업팀 대항 경기대회 및 제2회 한국-타이완 친선교류전(오전 10시 여수 진남롤러경기장) ■탁구 하나은행 2012 MBC 최강전 단체전 챔피언결정 1차전(오후 2시 안양 호계체육관)
  • [씨줄날줄] 대구의 귀환/노주석 논설위원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차갑고 깊은 바다에 사는 어종으로 북대서양과 북태평양이 주서식지이다. 큰 놈은 길이 2m에 무게가 90㎏까지 나가는데 뼈가 작고 살이 많다. 살맛이 비리지 않고 담백하며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 비타민A와 D가 풍부하다. 알은 알젓을 담고, 창자는 창난젓, 간은 간유의 원료로 쓰이니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우리나라에는 동해대구와 황해대구가 나는데 동해산은 최대 1m까지 자라고, 황해산은 40㎝로 작은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부산 근해 ‘가덕대구’를 진상품으로 올렸다. 서구의 역사에서 대구는 평범한 먹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역사를 바꾼 ‘생선의 제왕’이라고 칭해진다. 1997년에 출간된 미국작가 마크 쿨란스키의 ‘세계역사를 바꾼 물고기-대구이야기’를 보면 8세기 바이킹의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구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알 수 있다. 바이킹은 대구어장을 찾아나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북미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장기 항해가 불가피한 신대륙과 신항로 개척의 배경에는 ‘말린 대구’와 ‘염장 대구’라는 상하지 않는 비축식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구가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을 있게 했고, 미국 독립전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벌어진 3차례의 ‘대구전쟁’을 계기로 근대 해양법의 바탕이 정해졌다. 대구의 황금어장인 근해 어장을 유럽각국의 남획으로부터 지키고자 아이슬란드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영해를 12해리, 50해리, 200해리로 점차 확대했고, 이를 불인정한 영국과 상호 함포 사격은 물론 선체 충돌 등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진행되는 남북한 어선 간 ‘꽃게전쟁’의 확대판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인 아이슬란드의 ‘3전 3승’은 오늘날 국제 해양법에서 200해리 경제수역의 일반화를 가져왔다. 대구 철이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말이 있듯이 첫눈이 내리고 나면 대구가 맛있어진다고 한다. 한때 ‘겨울철 국민 생선’이라고 불리던 명태를 누르고 대구가 대표 생선으로 등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10여년 전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졌고, 이를 대체하던 일본 홋카이도산 생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서해안에서 잡히는 대구가 겨울철 식탁의 진객이 됐다. 토종대구의 귀환이 입맛을 돋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잘 먹어야 뇌가 웃는다

    잘 먹어야 뇌가 웃는다

    뇌가 지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머리가 무겁고 건망증·편두통과 함께 피로감이 증폭된다. 집중력·기억력 감소·우유부단·불안·신경과민에다 우울증·분노감·좌절감이 나타나는가 하면 근심·걱정·성급함·인내 부족 등의 증상과 함께 안절부절못하거나 손톱 깨물기·발 떨기 등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뇌는 다른 기관보다 스트레스에 예민해 사소한 자극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어 뇌세포가 위축·파괴되어 뇌의 노화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의들은 피로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조직을 파괴해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며 치매나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엽산은 소고기·버섯·양배추 등에 많아 그렇다면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명상 등으로 뇌에 휴식을 주는 것과 뇌의 활성을 돕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 중 뇌 건강에 유용한 영양성분을 챙겨보자. 먼저 들 수 있는 영양성분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뇌 신경조직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카로티노이드로, 고구마나 당근 등에 많다. 또 소나 닭의 간에 많은 콜린과 레시틴은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키워 학습능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수용성으로 B군에 포함되는 비타민 엽산은 뇌의 인지능력 저하를 막아 치매 예방에 좋으며, 소고기·버섯·양배추 등에 많다. 또 호모시스테인 함량을 효과적으로 낮춰주기도 하는데, 아미노산의 일종인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함량이 높으면 지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집중력 향상을 돕는 트립토판과 도파민의 대사에 관여하는 타이로신은 우유·달걀·견과류와 육류의 살코기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우유에는 트립토판이 많은데, 트립토판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켜 불안감·우울증 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고] 척추질환과 퇴행성 관절염 무료 치료해 드립니다●호두·다크 초콜릿 ‘뇌 피로’ 덜어줘 마그네슘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티졸 호르몬의 활성을 억제해 스트레스의 충격을 완화시키는데, 견과류 중에서도 모양이 뇌와 비슷한 호두에 특히 많다. 또 호두의 리눌산은 뇌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다크 초콜릿도 빼놓을 수 없다. 초콜릿에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페닐에틸아민은 뇌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을 다량 분비하기도 한다. 또 녹차에 많은 카페인은 대뇌 중추를 자극해 졸림을 없애고 신경이나 근육의 자극을 활발하게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위장을 상하게 하거나 불면증을 부를 수도 있다. 물론 이처럼 좋은 음식도 과식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과식을 하면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오히려 뇌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김윤기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소식을 하면 뇌세포의 생존과 재생에 관여하는 신경영양물질인 ‘BDNF’가 늘어나는데, 이 BDNF가 해마의 신경조직 생성을 활성화해 치매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면서 “소식이란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수준에서 무리하게 먹는 양을 늘리지 않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뇌에 좋은 음식 ▲ 잡곡류=비타민 B1이 풍부하며,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 생성을 촉진함. ▲ 과일·채소류=항산화 물질이 많아 뇌의 노화를 예방하는데, 특히 당근·양파·호박·사과 등은 기억력 감퇴를 막아줌. ▲ 생선·어패류=꽁치·고등어·정어리·삼치 등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인지능력 감소를 막아주며, 굴·조개 등 어패류에는 타우린이 많아 뇌 기능을 활성화함. ▲ 콩류=두유와 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을 강화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됨.
  • [Weekly Health Issue] 환자 사례로 본 대처·관리법

    얼마 전, 새벽 2시가 넘어 노인(74)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됐다.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가족들이 알아채고 즉시 119에 연락해 25분 만에 병원으로 옮겼다. 환자는 고혈압 등 지병은 없었고, 담배는 안 피우지만 최근 들어 과음이 잦았으며, 가끔 가슴이 뛴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응급실 검진 결과 중증도를 측정하는 미국국립보건원 뇌졸중 척도가 22점에 이르는 위험한 상태였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 CT(컴퓨터단층촬영)는 정상이었다. 급성뇌경색이지만 CT에 잡힐 정도의 뇌손상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즉시 경정맥 혈전용해제를 투여했고, 뇌 MRI(자기공명촬영)를 시행했더니 막힌 뇌동맥이 드러났다. 즉시 혈관중재팀을 불러 경동맥 혈전용해술을 시행했다. 발견 이후 120분, 내원 후 95분 만에 일련의 치료절차를 모두 끝냈다. 다행히 환자의 뇌졸중 척도는 11점으로 호전됐다. 이후 심전도검사에서 심방세동이 발견돼 항응고제를 투여했으며, 환자는 스스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사고] 척추질환과 퇴행성 관절염 무료 치료해 드립니다 이 사례는 발병 후 빠른 내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배희준 교수는 “보통 환자 10명 중 경정맥 혈전용해술로 1.5∼2명, 경동맥 혈전용해술과 뇌졸중 전문치료실에서 각각 1명씩을 구할 수 있으며, 2∼3명은 저절로 회복되는 만큼 환자를 빨리 이송해 적절히 치료만 한다면 10명 중 6∼7명은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 금연·절주·싱거운 섭생은 기본이며,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며, 일상적으로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배 교수는 “이와 함께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전조증상을 숙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절대 권력을 누리던 팔레비 국왕은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를 싸고도는 미국에 맞서 민간인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한다. 이 와중에 민감한 골칫거리가 불거져 나온다. 6명의 영사관 직원들이 몰래 빠져나간 것이다.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피한 그들의 존재를 이란이 알게 되면 국제 문제로 비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들을 구출하려고 중앙정보국(CIA)의 인질 구출 전문가 토니 멘데즈가 선택되고 그는 영화 ‘혹성탈출’에서 영감을 얻은 작전을 구상한다. 멘데즈는 가짜 영화의 촬영이 이란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꾸민 다음 직접 적진에 들어가 기상천외한 계획을 진행한다. 현실이 영화적일 때가 있다. ‘아르고’(10월 31일 개봉)의 소재인 인질 구출 작전이 그 예다. 멘데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작전을 구사한다. 이란에 숨어 있는 미국인 여섯 명의 신원을 캐나다인으로 바꾸고 그들이 영화 스태프로 행세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생사가 걸린 문제였기에 당사자들은 목숨을 걸고 작전에 임했으며 CIA와 할리우드의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작전을 뒷받침해야 했다. 20년 가까이 기밀에 부쳐진 사건의 전모는 21세기에 이르러 공개됐다. 할리우드가 놀랄 만한 소재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여기에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쌓는 중인 벤 애플렉이 투입돼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영화 같은 사건은 한 편의 영화로 묘사된다. 시대와 사건의 사실적인 재현보다 영화적 표현에 더 치중했다는 말이다. 실제 사건에 대한 정보 없이 ‘아르고’를 보면 198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정치 스릴러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으로 죄어 오는 이란 측의 손길과 억류된 인질을 교차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시선이 바깥으로 흐르지 않도록 복잡한 정치 상황 대신 사건 자체에 관심을 집중한다. 사실과 재현의 차이, ‘아르고’는 그것을 십분 활용한다. 출국을 기다리는 미국인들을 도마 위의 생선처럼 다루는 클라이맥스는 실로 효과적이어서 보다 까무러칠 정도다. ‘아르고’의 장점은 역사적 사건을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느끼게 한 데 있다. 비교적 긴 상영 시간의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영화가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는지는 의문이다. 극 중 작전은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과 다를 바 없이 전개되며 이야기는 철저하게 작전 당사자의 시선 안에 머물러 있다. 인질 억류 사건의 역사적 의미는 거론되지 않거니와 때때로 이란 측을 야만스럽게 묘사해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장르 영화였다면 눈을 감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1980년대 사건을 지금 불러냈을 때는 더욱 냉정하고 정직한 태도가 요구된다. 배우로 익숙한 애플렉은 ‘가라, 아이야, 가라’와 ‘타운’을 연출해 감독으로서도 호평을 들었다. 두 사회물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설득력 있는 것이었고 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세 또한 좋았다. 애플렉은 ‘아르고’를 통해 영화를 장악하는 능력이 일보 전진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료 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을 때 그렇듯 이번에 애플렉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인물에 대한 진심이 재미와 과욕에 묻힌 점은 아쉽다. 그에게 필요한 건 기교보다 인간에 대한 원숙한 이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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