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생선회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폰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전병헌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사망보험금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지방소멸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0
  • 14년 만에 5%대 상승률 찍은 물가…돼지고기 20% ↑ 경유 45% ↑

    14년 만에 5%대 상승률 찍은 물가…돼지고기 20% ↑ 경유 45%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5.4%에 달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되면서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로 물가가 뛰었다. 5%대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물가를 낮추는 효과는 0.1% 포인트에 그쳐 체감도가 미미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2008년 8월(5.6%) 이래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이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중 절반인 2.86%포인트가 공업제품 때문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도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경유 상승 폭은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다.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외 다른 품목도 줄줄이 올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9.6% 올랐는데,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요금은 지난 4월 인상이 반영돼 11.0% 올랐고, 도시가스 요금 역시 4월과 5월 연달아 인상돼 11.0% 상승했다. 상수도료도 3.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가격이 뛰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 배추(24.0%) 상승률이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달 물가도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물가 대책을 위주로 한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수입 돼지고기와 밀가루 등에 무관세 조치를 취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인하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물가 하락 폭은 0.1% 포인트 정도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 기온 1도 오를 때 식중독 5.3% 늘어… 육류·계란 만진 뒤엔 손 씻으세요

    기온 1도 오를 때 식중독 5.3% 늘어… 육류·계란 만진 뒤엔 손 씻으세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족발을 주문해 먹은 뒤 이틀간 설사에 시달렸다. 열은 금방 내렸지만 근육통이 계속됐고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김씨가 식중독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봄철부터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음식물을 통해 식중독에 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식중독 예방법과 치료법을 기억해야 할 때다.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독소 등에 의해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면서 나타난다.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 탓에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등이 음식물에 쉽게 번식해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온이 평균 1도 오르면 식중독 발생 건수는 5.3%, 환자 수는 6.2% 증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긴 날이 31일이나 됐던 2018년에는 식중독 환자가 1만 1504명이나 발생했다. 식중독은 원인에 따라 크게는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 독소에 의한 식중독,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으로 인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식중독은 원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나 증상이 다르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균이 이미 만든 독소가 원인이기 때문에 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난다. 포도상구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6시간 안에 설사와 구토를 하게 된다. 이 경우는 음식을 가열해도 독소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래되거나 상한 음식은 버려야 한다. 포도상구균은 상처에 번식하므로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맨손으로 조리를 하면 균이 음식에까지 번질 수 있다. 이와 달리 가금류, 우유, 계란, 튀김류 등을 통해 감염되는 살모넬라균은 잘 익혀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고열에 취약해 62~65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사멸되기 때문이다. 10도 이하로 냉장하면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바닷물에 사는 비브리오균은 여름철 바닷물 수온이 높아지면 증식한다. 생선회나 생굴 같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먹고 12~24시간 뒤에 설사, 복부 경련, 두통, 발열 등이 나타나면 비브리오균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번질 수도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의 90% 이상은 40~50대 남성이다. 절반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라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염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린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5~6일 정도 지나면 회복하지만 간 질환이나 당뇨병 환자, 항암 치료 환자 등은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어패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균성 이질은 먹는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시겔라균에 감염되면 1~3일 잠복기 이후 초기에는 설사나 복통 증상을 보이다가 혈성 설사, 심한 복통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용혈성요독증후군, 경련으로 이어진다. 감염력이 높아 집단 발병이 일어나기 쉽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질균은 위산에도 잘 죽지 않고 손에 조금만 묻어도 균에 감염되고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하루 여러 차례 설사가 나타나 어린이나 노약자는 탈수 증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2주 잠복기를 거쳐 40도 가까운 고열, 두통,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으로 번지기도 한다. 주로 물을 통해 전파되기에 물을 끓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는 콜레라에 주의해야 한다. 콜레라균에 감염되면 2~4일간 잠복기가 지난 뒤 심한 설사와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식중독에 걸리면 대부분 충분히 쉬면서 식단을 제대로 관리하면 회복할 수 있다. 설사나 구토는 장내 독소나 세균이 빠져나가는 과정이므로 함부로 지사제를 먹으면 안 된다. 탈수를 막기 위해 이온 음료 등을 마셔서 수분을 섭취해 주는 게 좋다. 기름기가 없는 미음이나 죽부터 단계적으로 섭취하면 된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정에서는 따뜻한 보리차에 소금과 설탕을 조금 넣어 마셔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면서 “유제품이나 커피, 콜라, 술 등 위장을 자극하는 음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악화되면 인근 병·의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 설사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복통, 구토가 심할 때, 혈변이 있을 때가 대표적이다. 영유아나 소아, 노인은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이나 당뇨 환자, 간질환 환자, 만성질환자 등도 의사 진료를 권한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구토나 설사가 심해 수분 섭취도 어려우면 수액 요법이 필요하다”면서 “면역 저하자는 균 배양 검사를 통해 원인균을 파악해 균에 따른 항생제를 투여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중독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식품을 구입할 때부터 섭취할 때까지 주의해야 한다. 포장이 부풀거나 흠집이 난 제품은 사지 않는 게 좋다. 육류, 가금류는 냉장 보관하고 48시간 안에 조리하지 않으면 냉동 보관을 권한다. 조리하기 전이나 육류, 계란 등 식재료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육류, 어패류, 달걀 등은 단단해질 때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게 좋다. 차가운 음식은 5도 이하, 따뜻한 음식은 60도 이상에서 보관한다. 대량으로 조리하고 실온에서 식혔다면 충분히 재가열하고 나서 섭취해야 한다. 도마는 야채용과 육류용으로 따로 쓰고, 조리 후 행주나 도마는 삶거나 소독한다. 수돗물과 달리 염소 소독을 안 한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은 각종 식중독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여름에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식약처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모임, 행사, 야외활동 등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일상생활에서 식중독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조리 종사자가 식중독에 걸리게 되면 증상이 사라진 후 최소 이틀 정도는 조리 작업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 아삭·알싸한 맛에 군침 절로… ‘치킨 스태미나식’ OK[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아삭·알싸한 맛에 군침 절로… ‘치킨 스태미나식’ OK[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일해백리(一害百利), 냄새를 제외하고는 백 가지의 이로움을 준다는 뜻을 가진 식물이 마늘이다. 언제나 칭찬 일색인 마늘의 효과나 우수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마늘이 땅속에서 한창 영글어 가는 4월 말에서 5월의 마늘밭에는 마늘종을 제거하는 일로 유난히 손길이 바쁘다. 마늘종은 마늘의 꽃줄기다. 마늘종이 그대로 있으면 영양분을 다 빨아먹어 마늘이 실하게 크지 못한다. 그래서 마늘이 한창 영글어 갈 때 마늘종을 거둬야 한다. 마늘을 위해 마늘종이 희생돼야 하는 시기지만 마늘종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햇마늘이 나오기 전 녹색이 선명한 마늘종을 만나 풍년가를 부른다. 마늘종은 식탁을 신선하게 만든다. 아삭한 식감과 알싸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한 뿌리에서 자란 마늘과 마늘종은 생김새는 달라도 효능은 비슷하다. 마늘과 마찬가지로 마늘종에도 알리신 성분이 있다. 마늘처럼 매운맛이 있지만 냄새는 그만큼 심하지 않아 많이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식재료와도 잘 어우러진다. 풍성하게 묶여 있는 마늘종 한 다발을 준비해 간장물, 소금물, 고추장, 된장에 절여 장아찌를 담가 두면 삼겹살 구이를 비롯한 육류 구이는 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새우, 멸치, 뱅어포, 황태, 오징어와 달달 볶아 주면 마늘종에 부족한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하는 든든한 밑반찬이 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과 함께 간장에 조리면 고기 잡내를 없애 주고 더 부드러운 조림이 된다. 송송 썰어서 볶음밥 채소로 사용하면 향긋한 냄새를 더할 수 있고, 기름에 볶아 마늘종에 풍부한 비타민A의 흡수율도 높일 수 있다. 신선한 마늘종은 쌈장, 된장, 고추장을 찍어 날것으로 먹으면 살균 효과도 있어 생선회, 초밥과도 잘 어울린다. 세계인의 부엌에서 오늘도 마늘은 요리되고 있지만 마늘밭에서 뽑은 마늘종을 요리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마늘종의 다양한 요리법을 알게 된다면 여러 나라 레시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스태미나가 필요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마늘만큼 스태미나 음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마늘종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치킨 스테이크를 곁들였다. 5월에는 제철을 맞은 마늘종이 주연이고 치킨 스테이크가 조연이다. 강렬하게, 순하게, 매콤하게, 부드럽게…. 마늘종의 매력을 당분간 어필할 계획이다.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재료:마늘종 100g, 닭가슴살 2조각, 소금·후춧가루·파슬리 약간씩, 밀가루 2큰술, 마늘 3쪽, 올리브오일·화이트와인 3큰술, 버터 2큰술, 레몬주스·파르메산 치즈 가루 1/4컵 ●만드는 방법●레시피 한줄 팁:마늘종은 진한 녹색에 줄기가 곧고 굵기가 일정한 것, 탄력이 있고 잘 꺾이는 것, 누런 잎이 없는 것이 좋다.
  • “마리우폴에 있는 집 폭격 피해 한국행… 고려인 밥심은 나물 반찬”[나를 살리는 밥심]

    “마리우폴에 있는 집 폭격 피해 한국행… 고려인 밥심은 나물 반찬”[나를 살리는 밥심]

    일상에 균열이 생겨도 예기치 못한 일로 무너져 내려도 먹어야 삽니다. 시간이 지나 눈물 속에 먹던 음식이 ‘솔푸드’로 기억되기를, 살기 위해 억지로 먹은 밥이 일상을 되찾는 먼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밥심으로 삽니다. 서울신문 사건팀이 밥심의 현장을 찾아 응원합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살던 고려인들이 전쟁의 포화를 피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김씨, 정씨, 황씨 이름을 가지고 살아온 이들의 한국 적응기를 들어 봤습니다. ●광주에 고려인 7000여명 모여 살아 “어디서 먹든 집에서 먹는 밥만 한 게 어딨어. 사 먹지 말고 여기서 먹어요.”지난 11일 하늘색으로 외벽을 칠한 3층짜리 건물의 광주 ‘고려인마을’ 사무실에 들어서자 신조야(67) 대표와 엄엘리사(72)씨는 밥 때에 맞춰 온 기자에게 같이 점심을 하자며 끌어당겼다. 식탁에는 찐빵, 호빵, 당근나물, 가지볶음, 오이양배추 무침, 백김치, 열무김치, 낙지볶음, 가자미식해, 생선회무침 등 10가지가 넘는 반찬이 차례로 올라왔다. 신 대표는 “이것들이 다 고려인이 먹는 반찬”이라며 “어릴 때 고기보다는 풀을 많이 먹고 자라서 풀 반찬이 많다”고 했다. 고려인 3세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살던 그는 2001년 한국에 처음 왔다. 어릴 적 부모한테서 한국어를 들으며 자랐지만 요즘 쓰는 한국어와 달라 한국에 온 뒤 한국어를 다시 배웠다고 한다. 신 대표는 “한국 와서 보니까 우리가 쓰던 말은 조선시대 말이더라”면서 “예를 들어 우리는 애기들 덮어 주는 거(담요) 그걸 ‘탄자’라고 불렀다”고 했다. 신 대표는 고향 타슈켄트에선 해마다 김장을 100포기씩 할 정도로 한국 식문화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는 “당근 나물은 원래 고려인이 먹던 건데 이제는 러시아 전역에 퍼져 어느 민족이든 다 먹는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게 ‘밥심’이 뭐냐고 묻자 “풀!”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릴 때 어른들이 소가 먹을 수 있는 풀은 다 먹을 수 있다며 온갖 풀 종류를 캐 그걸로 해 먹을 수 있는 건 다 해 먹었다”며 “그래서인지 지금도 풀(반찬)이 가장 든든하다”고 부연했다.식사가 끝나 가자 신 대표는 탁구공만한 빨간무(래디시)를 식탁에 내놓으며 “아이 때부터 봄 되면 늘 먹던 거라 지금도 생각나서 사 먹는다”며 “이걸로 물김치도 해 먹고 샐러드도 해 먹었는데 한국에선 이런 채소값이 너무 비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후가 되자 최근 한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고려인마을 사무실은 고려인들의 사랑방이자 민원 창구 같은 곳이다. 문화도 다르고 한국어가 서툰 고려인들이 한국 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비자 문제부터 시작해 일자리, 주거, 의료, 돌봄, 교육 등을 상담하고 직접 지원한다.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여러 난관을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 신 대표는 2005년 외국인 노동자를 돕던 이천영 목사의 제안으로 고려인마을 공동체를 설립했다. 한국을 찾은 고려인들은 자연스레 이곳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해 현재 7000명가량이 인근에 살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진료소, 박물관, 라디오방송 등 21개 기관과 단체를 운영하며 자체적인 공동체로 컸다. ●우크라 피난 고려인 300명 넘어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고려인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고려인 동포 돕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에는 약 3만명의 고려인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한국에 살고 있던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던 손녀 남아니타(10)양을 데려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면서였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고려인마을에서는 모금을 통해 항공권을 구입해 보냈고 지난 3월 22일 손녀와 할머니가 한국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후 고려인마을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민은 300명이 넘는다. 고려인마을은 항공권 구입 외에도 비자 발급과 임대료 지원, 적십자사 긴급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류 작성 등을 돕는다. 러시아의 공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동부 마리우폴에서 어머니와 아내, 8살 딸과 3살 아들을 데리고 간신히 빠져나온 황 아르좀(35)씨는 “3주가량 지하실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를 못해 지금도 계속 배가 고프다고 한다”면서 “물이 없어서 빗물을 받아 마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3월 23일 마리우폴에서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한 달 반 만인 지난 5일 한국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고려인인 그는 2016년부터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한 덕에 마리우폴에 집도 장만했지만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졌다. 아르좀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에는 현관문과 창문, 집기가 부서져 나뒹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집을 나온 지 이틀 뒤 건물이 폭격을 맞았다. 어린이집도 폭격으로 부서졌다”며 “이렇게 빠져나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처음 한국 땅을 밟은 아이들은 피난길에 겪은 스트레스와 물갈이 등으로 아직까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밥심은 초코파이였다. 오랫동안 어른들의 손이 가지 않던 초코파이가 아이들이 오자 순식간에 동났다. 낯선 환경에 칭얼대던 둘째도 초코파이와 과자를 보자 울음을 그쳤다. 아르좀은 “전쟁이 끝나도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어머니도 고려인 음식을 배워서 할 줄 안다.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에서 터를 잡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기저귀 없어 두 살 아이 고생”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출신으로 시누이, 올케 사이인 김 알레브지나(36)와 김 타치아나(33)는 지난달 14일 각각 두 명, 다섯 명의 자녀를 데리고 조지아, 크림, 독일을 거쳐 같은 달 30일 한국에 도착했다. 타치아나는 한국까지 오는 여정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기저귀를 못 챙겨 나왔는데 달러 환전을 못 해 마트에서도 살 수가 없었다”며 “막내(2세)가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브지나는 “아이들과 함께 나와 다행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부모님이 걱정된다”고 했다. 15살인 첫째부터 2살 막내까지 아이들은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고 학교를 다녀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구들과는 휴대전화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타치아나의 셋째 딸인 김 알비나(11)는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한국 라면은 맛이 없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이들은 무사히 한국에 도착해 일단 안도했지만 당장 비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대부분 3개월 체류가 가능한 단기 비자로 입국했는데 6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일을 하려면 재외동포(F4) 비자나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인마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박빅토리야(36)씨는 “고려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조부모, 부모, 본인까지 3세대의 출생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부분 전쟁 중에 급하게 나오느라 이런 서류를 못 챙겨 왔다”면서 “이런 문제가 좀 해결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와 고려인마을에서 2~3개월치 월세 보증금과 당장 생활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지난달 28일 아내와 함께 입국한 정 비체슬라브(23)는 마리우폴에서 공습을 피해 두 달 가까이 지하에 숨어 있다가 러시아 로스토프와 모스크바를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는 방문취업 비자를 받았지만 아내는 전쟁 중에 잠을 못 자 먹었던 약 때문에 재심사를 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는 적십자사의 월세 보증금 지원도 많이 사라졌다고 들었다”면서 “한국의 월세가 비싸서 보증금 지원이 끝나기 전에 빨리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 치킨·피자값도 9% 껑충… ‘가정의 달’ 외식 겁나네

    치킨·피자값도 9% 껑충… ‘가정의 달’ 외식 겁나네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가정의 달’ 5월이 왔지만 코로나19 방역 기간 동안 크게 오른 물가로 가계 부담이 커졌다. 지난 2년 동안 몇 차례 오른 레저·서비스 물가를 한꺼번에 체감하게 된 데다 원자재값 상승, 고환율로 인해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5일 집계 현황을 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6% 올랐다.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6.6% 올랐는데 다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상승률은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폭으로 기록됐다. 메뉴별로 보면 갈비탕(12.1%)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생선회(10.9%), 김밥(9.7%)의 상승률이 뒤를 이었다. 어린이날인 이날 ‘외식 특수’를 누리는 음식인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돈가스(7.1%) 등도 일제히 올랐다. 39개 조사 대상 외식 품목 가운데 지난해 4월보다 올해 4월에 가격이 낮아진 품목은 햄버거(-1.5%)가 유일한데, 이는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의 할인 행사 때문으로 보인다. 가족 나들이 관련 요금도 일제히 올랐다. CGV가 지난달 4일 영화 관람료를 상영관별로 1000~5000원씩 인상했다. CGV를 포함한 복합상영관 극장들은 2020년 10~11월에 1000원, 지난해 4~6월에 1000원씩 일반 2D 영화 관람료를 올렸는데 이때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중이어서 인상 여부를 잘 몰랐던 관객들이 이달 들어 2년 만에 1인당 4000~5000원씩 오른 티켓값을 체감하는 중이다. 테마파크인 롯데월드도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 9000원에서 6만 2000원으로 높였는데, 이는 2년 4개월 만의 가격인상이었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금지에 나서며 식용유 가격 급등이 예상되고 있어 빵, 라면, 과자뿐 아니라 외식 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의 단가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외식 물가 잡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 굽이마다 절경이구나… 흑산도야, 잘 있었구나

    굽이마다 절경이구나… 흑산도야, 잘 있었구나

    전남의 보물 같은 섬… 얼마 만이냐 지난 두 해 남짓, 섬에 들어가는 걸 꺼렸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다. 옮는 것보다 옮길 것이 걱정됐다. 거리두기가 마침내 끝났다. 섬을 찾는 것에 대한 거리낌도 해소됐다. 이제 멀고 먼 섬으로 떠날 차례다. 너무 멀어 검게 보인다는 전남 신안의 흑산도, 붉은빛 감도는 기암들의 절창이 일품인 홍도를 묶어 돌아봤다. 흑산도는 육로 관광이 보편적이다. 이웃 섬 홍도가 해상 관광 위주인 것과 다소 다르다. 흑산도엔 25㎞ 남짓한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다. 1984년 착공해 우여곡절을 겪다 26년 만인 2010년에 완공됐다. 관광택시를 탈 경우 외부 세계와의 연결 고리인 예리항에서 진리, 사리 등 순으로 돌아보는 게 보편적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돌 수도 있다. 다만 어느 방향으로 돌더라도 해넘이는 흑산도 최고 전망대인 상라봉에서 맞는 게 좋다.●청잣빛 바다·그림 같은 풍경 먼저 사리(沙里) 마을 쪽으로 간다. 주민들 표현으로는 모래미란 곳이다. 갯마을 풍광이 수려해 호사가들은 ‘흑산도의 소렌토’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소렌토를 가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곳이 모래미를 닮았다면 청잣빛 바다와 기암절벽, 노송 그리고 예쁜 집들이 산수화처럼 펼쳐져 있을 게 분명하다. 사리엔 흑산도를 대표하는 명소 ‘복성재’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조선 최고의 자연과학자 중 한 명인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신유박해(1801) 때 유배 생활을 하며 ‘현산어보’(玆山魚譜, 자산어보)를 집필했던 곳이다. 꽤 오래전 생면부지의 흑산도를 가슴 깊이 각인시킨 책을 만난 적이 있다.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생물 교사였던 이태원이 ‘현산어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2002년부터 이듬해까지 내리 다섯 권이 간행됐다. 생물도감 같은 책이지만 어패류에 대한 해박한 설명과 정교한 생물들의 그림, 흑산도에 머물며 촬영한 사진 덕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유배지서 ‘현산어보’ 지어낸 정약전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정약전의 위대한 유산을 ‘자산어보’라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대목이다. 그 이전에도 ‘현산어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지만 당시 이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玆山魚譜’의 독음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저자의 논리는 이렇다. “나는 흑산으로 유배되었는데 ‘흑산’이라는 이름이 컴컴하여 두려우니 가족들이 편지에서 번번이 ‘玆山’이라 하였다. ‘玆’ 역시 검다는 말이다.” 정약전이 ‘玆山魚譜’ 서문에 밝힌 내용이다. 여기서 ‘玆’은 ‘자’로도, ‘현’으로도 읽힌다. 한데 ‘지금’, ‘여기’ 등의 뜻일 때는 ‘자’로 읽지만 ‘검다’의 뜻일 때는 玄(검을 현)이 두 개 겹친 ‘현’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한문학자들의 주장이다. 이태원은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 ‘유암총서’란 책에 “금년 겨울 현주(玄州)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라는 대목이 나온다. 글 말미에는 “현주서실(玄州書室)에서 글을 쓴다”며 글 쓴 장소도 밝혔다. 여기서 ‘현주’는 흑산도를 뜻한다. 책 제목에 나오는 ‘유암’은 저자 이강회의 호다. 이태원은 유암을 “다산의 제자인 이청의 친구이며, 다산과도 친밀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흑산도를 ‘玆山’이라 처음 표현한 이도 다산이고, 그의 제자 이청과도 친하게 지냈으니 유암이 흑산을 ‘현주’로 표현한 것은 다산이 흑산을 玆山이라 부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누리집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전남 강진 사람인 유암이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의 제자였다는 것이다. 이로 미뤄 본다면 유암이 스승의 발음에 따라 ‘玆山’을 ‘현산’이라 불렀을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현재로선 ‘자산’인지, ‘현산’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장삼이사는 그저 흑산도가 얼마나 먼 절해고도였으면 ‘검고 검다’는 표현을 썼을까 헤아려 보는 정도로 충분하지 싶다. 다만 코로나 시국에도 지난해 개봉을 감행했던 영화 ‘자산어보’는 독음을 ‘자산’으로 분명히 했다. 전문가에게 자문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상 많은 이에게 익숙한 이름을 제목으로 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유배자들 흔적 남겨놓은 문화공원 사실 영화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장창대’(변요한)란 인물이다. 정약전과 더불어 ‘현산어보’의 공동 저자나 다름없는 이다. 영화 ‘자산어보’가 보여 주려 했던 수평사회, 그러니까 양반과 평민이 공존하는 평등사회는 장창대가 있어야 완성된다. 한데 그의 흔적은 흑산도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다. 정약전(설경구)의 이름만 남았을 뿐이다. 그게 못내 아쉽다. 이제라도 정약전 동상 옆에 장창대의 동상을 함께 세워 그를 기려 보면 어떨까 싶다. 복성재 아래는 유배문화공원이다. 1148년 고려 의종 때의 정수개부터 1898년의 뇌물수수 죄인 김홍륙에 이르기까지 흑산도로 유배된 수많은 이를 기억하는 조형물들이 조성돼 있다. 사리는 돌담(등록문화재)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앞 해변에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숭어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든다. 수백년 전 정약전도 이 장면을 보며 신기해했겠지. 멀고 먼 한양의 임금에게도 진상했다는 숭어 어란은 이런 천혜의 여건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상라봉 전망대는 흑산도 최고의 조망처다.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특히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다. 멀리 홍도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장쾌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열두 굽이 ‘용고개’를 휘돌아 오르는 맛도 일품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 했던가. 상라봉 일대를 뒤덮은 늙은 동백나무 잎들이 역광 아래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상라봉 정상의 봉수대까지 오르는 것도 좋겠다. 파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배낭기미 해수욕장, 죄인을 감금했던 옥섬 등 사방이 툭 터진 흑산도 일대 전경과 마주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이미자, 46년 만에 흑산도 찾아 노래 전망대 한편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흑산도 아가씨’는 1966년 발표된 이미자의 노래다. 흑산도 예리항에 여객선이 닿을 때면 항구 전체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질 정도로 흑산도를 대변하는 노래로 인식되고 있다. 한데 정작 섬 주민들의 가슴을 적셨던 이미자는 흑산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다 가까스로 2012년 그의 공연이 흑산도에서 열렸다. 노래가 발표된 지 무려 46년 만의 일이었다. 노래비 옆에 세운 이미자 핸드 프린팅은 공연 당시 조성한 것이다. 흑산도는 세계적인 ‘철새 휴게소’다. 동아시아와 대양주에 놓여진 ‘철새 고속도로’ 경로 중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이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다. 국내에 기록된 560여종 가운데 400여종이 이 일대에서 관찰될 정도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정약전이 물고기가 아니라 새에 관심이 많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현산조보’를 유산으로 받았을지도 모른다. 철새 관련 시설도 들어섰다. 신안철새전시관은 진리에서 열두 굽이 도로 가기 전에 있다. 흑산도는 물론 전 세계 다양한 새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초입에선 법정스님 사진과 동박새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난데없는 법정의 출현에 얼떨떨하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법정의 출가 이야기 듣는 철새전시관 법정은 대학생이던 1952년에 친구들과 흑산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전시된 사진은 출가 전 ‘대학생 박재철’이 흑산도 진리의 모래톱에서 친구들과 찍은 것이다. 사진 속 ‘박재철’의 손엔 동박새가 든 새장이 들려 있다. 당시 흑산도 옆 다물도에 살던 친구가 법정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그런데 사진보다 후일담이 더 의미심장하다. 당시 동행했던 친구의 말을 빌리면 법정은 목포로 돌아가자마자 새장 속의 새를 풀어 줬다고 한다. 그리고 세 해 뒤 ‘청년 박재철’도 세속을 박차고 보다 넓은 정신세계를 향해 날아올랐다.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말이다. 그가 바로 ‘무소유’로 법명을 날린 법정스님이다. 철새전시관에서 모퉁이 하나 돌면 새공예박물관이다. 야외 전시장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 새 조각이 전시됐다. 생경한 나라의 작품들이 이채롭긴 하지만 실제 흑산도 권역에서 발견되는 우리 철새들을 모티브로 삼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전시관 위에 있는 진리당은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공간이다. 당각시 전설이 깃든 각시당(처녀당), 해변 쪽의 용왕당 등으로 이뤄졌다. 각시당에서 용왕당까지 약 150m 구간에 성황림이 우거졌다.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 늙은 소나무, 신우대 등이 제법 깊은 숲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흑산도에는 볼만한 팽나무가 세 그루 있다. 흑산성당 옆의 팽나무 두 그루는 연리지다. 회색빛 둥치가 매우 독특하다. 무심사지 삼층석탑을 품고 선 팽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수형도 좋지만 뿌리 부분을 봐야 한다. 뿌리가 옛 비석들을 휘감고 자라고 있다. 비석의 위치에 따라 둥치가 기묘하게 휘었는데 그 모습이 더 특이하다. 흑산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1958년 세워진 등록문화재다. 외형도 독특하고, 다양한 빛깔로 실내 곳곳을 비추는 스테인드글라스도 아름답다. 아울러 우리나라 형태의 지도바위, 유배 온 면암 최익현이 남긴 지장암 글귀 등의 볼거리들도 잊지 말고 찾아보는 게 좋겠다.●흑산도 찾았으면 홍도 함께 2박 3일 홍도는 흑산도의 연관 검색어 같은 곳이다. 관광객 대부분이 흑산도와 홍도를 묶어 2박 3일에 걸쳐 돌아본다. 이웃 섬이라고는 해도 흑산도에서 홍도까지는 쾌속선으로 30분을 더 달려야 한다.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흑산도의 여러 섬과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천사(1004)섬’으로 알려진 신안의 섬 중에서도 늘 수위에 오를 만큼 빼어난 경치로 소문났다. 섬은 코로나가 엄습한 2년 동안 텅 비었었다. 관광객이 찾지 않아서다. 흑산도도 그랬지만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인 홍도는 특히 충격이 컸다. 그와 관련한 애처로운 이야기 한 자락. 2020년 4월 초에 대구의 관광객이 홍도를 찾았다. 당시 대구는 코로나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로 정부가 선포한 ‘특별재난지역’이었다. 외지에서 대구로 가는 것도, 대구 사람들이 외지를 방문하는 것도 극도로 꺼릴 때였다. 소식을 접한 최성진(52) 홍도 1구 이장이 서둘러 여객선에 올랐다. 이들의 입도를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멀리 대구에서 온 관광객은 결국 홍도에 내리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비록 공포에 짓눌려 벌인 일이었다 해도, 자기 마을을 찾은 외지인을 돌려보낸 것에 대해 주민들의 심사가 편할 리 없었다. 사과 전화는 물론이고 미역, 멸치 등 홍도에서 나는 갯것들을 선별해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구 관광객은 아직 홍도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홍도 관광 하면 대개 유람선 관광을 백미로 꼽는다. 홍도 바다는 기암괴석들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홍도 볼거리의 으뜸이라는 1경 남문바위부터 무려 33경에 이르는 기암들과 마주할 수 있다. 안내원의 해학적인 설명을 들으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보면 2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유람선은 남문바위와 슬픈여바위에서 잠깐 정박한다. 기념사진을 찍으라는 취지다. 슬픈여바위엔 생선회를 파는 어선이 늘 대기하고 있다. 한 접시 3만원인데 경험 삼아 맛볼 만하다.●‘1년 탈 없이’ 염원 담은 깃대봉 365m 주민들의 삶을 엿보려면 역시 땅을 밟고 다녀야 한다. 덜 알려졌을 뿐 홍도 육로 관광도 해상 관광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홍도는 남북으로 7㎞ 정도 길쭉하게 뻗은 섬이다. 섬에 도로도, 차도 없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가 전부다. 섬 가운데에 깃대봉(365m)이 높이 솟아 걷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짧은 코스로는 1구 바로 옆 죽항당산을 다녀올 만하다.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당산이다. 전체 코스는 1㎞ 정도다. 죽항당산엔 동백나무가 많다. 300년은 족히 살았다는 노거수들이다. 산자락 좁은 길이 늙은 동백에서 떨어진 붉은 꽃들로 낭자하다. 당산 위엔 일출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지중해의 항구 마을을 보는 듯한 이국적인 풍경과 기암절벽들이 절경을 펼쳐 낸다. 좀더 걷고 싶다면 섬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홍도 1구에서 깃대봉을 넘어 홍도 2구 마을까지 이어지는 4㎞ 남짓한 산길이다. 깃대봉 능선 아래로 목재 데크 산책로도 있다. 해안 절벽 사이로 난 길은 완만하게 능선을 타고 오르다 깃대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만난다. 여기서 문제 하나. 홍도 깃대봉의 높이는 얼마일까. 정상 표지석엔 365m, 네이버 지도엔 360.5m, 다음 지도엔 367.8m로 표기돼 있다. 제각각이다. 최 이장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주민들이 1년에 한 번은 꼭 깃대봉을 오른다고 했다. 일 년 365일 동안 탈 없이 지나게 해 달라는 바람을 담아 산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의 믿음을 기준으로 삼으면 365m가 정답인 셈이다. 홍도 2구는 1구보다 먼저 사람이 정착했다는 마을이다. 하지만 1구가 관광 중심지로 개발되면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상 적막한 마을이 됐다. 마을 옆엔 수형이 빼어난 소나무들이 있다. 바람에 시달리며 자라느라 이리저리 굽고 휘었다. 이 모습이 독특해 소나무 작품으로 유명한 사진작가가 촬영을 위해 2구 마을에 머물기도 했단다. 조붓한 솔숲 길을 오르면 곧 홍도등대다. 1931년 처음 불을 밝힌 등대다. 섬 끝자락에 선 말간 등대의 모습이 아름답다. 등대가 굽어보고 있는 풍경도 빼어나다.●이장, 돌려보낸 관광객 찾아 대구행 홍도는 이름처럼 붉은빛 감도는 해안 절벽이 일품인 섬이다. 특히 저물녘 햇살을 받아 절벽이 붉게 물들 때가 진수다. 할 수만 있다면, 저물녘에 유람선을 타길 권한다. 홍도를 나오던 날 쾌속선에 홍도 1구 최 이장이 함께 탔다. 그가 가는 곳은 대구였다. 코로나 때 입도하지 못했던 관광객 집에 일이 생겨 위로차 찾아가는 길이란다. 그 미안해하는 마음과 애틋한 정이 보통이 아니다. 언젠가 대구 사람들이 홍도를 방문하는 날도 오겠지. 홍도 사람들은 아마 구석구석 극진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그때 그들이 함께 보고 나누는 풍경들은 얼마나 새롭고 아름다울까. ■ 여행수첩 -흑산도까지는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홍도는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도초도를 경유해 가는데, 도초도 이후부터 파도가 높아지며 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홍도 1구에서 2구까지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도선이 무료로 오간다. 하지만 2구 마을 주민이 없을 경우 운항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의 배를 이용할 경우 최소 4만원이다. 1구에서 깃대봉을 넘어 2구까지 걸어서 다녀오려면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흑산도 SUV 관광택시는 4인 기준 6만원이다. 2시간 정도 섬 곳곳을 돈다. 일반적인 택시 기능도 한다. -두 섬 모두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있다. 비수기인 요즘은 여유가 있지만 성수기 때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흑산도와 홍도는 5월이 지나야 겨울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다. 다소 두툼한 옷을 챙겨 가는 게 좋다. -말린 홍어를 각종 양념과 버무려 내놓는 홍어무침이 별미다. 다만 양이 적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다. 생선회는 전부 자연산이다. 계절에 따라 종류도 바뀌는데, 수온이 찬 요즘은 우럭과 노래미를 맛볼 수 있다.
  • 햄버거 10%·치킨 8%↑…3월 외식물가 24년 만에 최고

    햄버거 10%·치킨 8%↑…3월 외식물가 24년 만에 최고

    외식 조사 39개 품목 모두 올라원가 상승·수요 회복 등이 원인재료비와 배달료 등 원가 상승과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햄버거와 자장면, 치킨 등 39개 외식 조사 품목의 물가가 전부 올랐다. 3월 외식 물가 상승 폭은 24년 만에 가장 컸다. 10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월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라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갈비탕(11.7%)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죽(10.8%), 햄버거(10.4%), 생선회(10.0%)가 뒤를 이으면서 작년 같은 달보다 10% 이상 물가가 상승했다. 일상적으로 즐겨 찾는 자장면(9.1%), 김밥(8.7%), 짬뽕(8.3%), 치킨(8.3%), 라면(8.2%), 설렁탕(8.1%), 떡볶이(8.0%), 칼국수(6.9%), 돈가스(6.6%) 등도 크게 올랐다. 고기류 상승률은 소고기(8.1%), 돼지갈비(7.8%), 삼겹살(6.6%), 불고기(6.1%), 스테이크(5.5%) 등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밑도는 외식 품목은 삼계탕(3.9%), 구내식당 식사비(3.3%), 맥주(3.2%), 해물찜(2.8%), 소주(2.8%), 기타 음료(2.4%) 등 6개 품목에 불과했다. 가공식품 등 식자재 가격과 배달료가 오르면서 원가가 상승한 점, 코로나19 충격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외식 수요가 늘어난 점 등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은 외식 물가를 조사할 때 배달 비중이 높은 매장에 대해서는 배달료를 음식 가격에 포함해 조사한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을 지역별로 보면 인천이 7.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남(7.1%), 강원(7.0%), 대전·경기·경북(각 6.9%), 대구(6.8%)가 그 뒤를 이었다. 제주와 서울의 상승률은 각각 6.3%, 6.2%로 전국 외식 물가 상승률(6.6%)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충남(5.5%), 광주(5.6%), 세종(5.8%) 등도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물가 상승률은 해당 지역의 물가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물가 상승률이 높다고 해서 다른 지역보다 외식 물가가 비싼 것은 아니다.
  • 기름값·빵값 또 올랐다…2월 물가 3.7% ↑

    기름값·빵값 또 올랐다…2월 물가 3.7% ↑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5개월 연속 3% 상승석유류 19.4%↑ 외식 6.2%↑근원물가 3.2%↑, 10년 2개월 만에 최고기름값, 빵값 등 소비자물가가 2월에도 또 올랐다. 다섯 달째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인데 특히 석유류와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과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였다. 물가가 다섯 달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상품(4.3%)과 서비스(3.1%)가 모두 올랐다. 특히,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19.4%)가 많이 올랐다. 석유류 상승 폭은 전월(16.4%)보다 확대됐다. 빵(8.5%) 등 가공식품도 5.4% 올랐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5.2% 상승해 전월(4.2%)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전기·가스·수도는 2.9% 올라 전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기료(5.0%), 상수도료(4.1%), 도시가스(0.1%)가 모두 올랐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1.6% 올라 지난해 11월(7.6%)과 12월(7.8%),올해 1월(6.3%)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돼지고기(12.4%)와 수입쇠고기(26.7%), 국산쇠고기(5.1%), 딸기(20.9%) 등이 올랐으나 파(-59.8%), 사과(-20.0%), 양파(-41.8%) 등은 내렸다. 서비스 물가 상승은 외식이 주도했다. 생선회(9.8%),쇠고기(8.2%) 등이 상승하면서 외식은 6.2% 올라 2008년 12월(6.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공동주택관리비(6.2%) 등 외식 외 서비스는 3.0% 상승했다. 외식과 외식 외를 합친 개인서비스는 4.3% 상승해 2009년 2월(4.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공서비스는 0.9% 올랐다. 외래진료비(2.3%),입원진료비(1.5%) 등이 오른 영향이다. 집세는 2.1% 상승했다.전세(2.9%)와 월세(1.1%)가 모두 올랐다. 상품 중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79%포인트,서비스 중 외식의 물가 기여도는 0.78%포인트였다.석유류와 외식이 전체 물가 상승률 3.7% 중 1.6%포인트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 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9% 올라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많이 둔화했지만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며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가 상승,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 요인이 가세하면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다음 달에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팝 밴드 ‘푸른하늘’의 ‘겨울 바다’ 중, 1998년) 속초,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시(市)다. 아니 한반도 최북단 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시 영역의 절반 이상이 바로 그 유명한 설악산 국립공원이다. 나머지 반은 동해 푸른 물빛을 자랑하는 해변을 향한다.이젠 길도 반듯해져 가깝기도 하다. 직선거리 160㎞(도로 190㎞)로 서울에서 출발하면 2시간대면 도착한다. 도로 거리가 215㎞에 이르는 강릉보다 가까우니 서울과 가장 가까운 동해안 도시라 할 수 있다. 근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해변에 호텔과 리조트, 펜션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공급 객실 물량이 속초 시민을 다 재우고도 남는다. 지난해 5월 속초시 동명동 신축 아파트 한 채(131㎡, 40평)가 16억원(분양권)에 팔렸을 정도다.‘기린 발굽’ 인제(麟蹄)군 북면을 지나 미시령을 넘으면 바로 속초다. 미시령은 굉장히 험준한 고갯길이다. 해발 고도 826m로 대관령(832m)이나 한계령(1004m)보다는 낮지만 눈이 잦고 급경사 구간이 길어 위험한 도로였다. 2006년 미시령 터널이 생겨나고, 2017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가 완전히 연결되며 속초가 수도권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철도 소식도 들린다. 각각 부산, 춘천에서 출발하는 동해북부선과 춘천속초선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철로를 놓고 있다. 인구밀도는 꽤 높은 편이다. 관광객도 늘 수천 명 이상 와 있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차가 막힌다. 속초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도처에 있다. 속초 자체는 좁지만(강원도 최소 면적 지방자치단체) 그 안에 서랍처럼 빼곡히 들어선 즐길거리가 많아 1박 2일 일정으론 살짝 부족해 뵌다. 천하제일경이라는 금강산과 견준다는 설악산을 품고 시내 바로 앞에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가 있다. 영랑과 청초, 두 석호(潟湖)까지 안았으니 없는 게 없다. 여기다 억센 바다와 함께 싸우며 살아온 어민과 함경도 실향민 문화가 뒤섞여 다양성을 표출하는 도시다.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좀 망설여지지만 온천과 워터파크도 많다. ‘핫플레이스’답게 예쁜 카페, 베이커리, 맛집도 들어서서 우직한 자연미에 도시 인프라의 디테일(세세함)을 채우고 있다. 겨울에 제 이름을 찾은 설악(雪岳)은 좀더 늠름해졌다. 하얀 망토를 두른 산은 영랑호와 청초호, 동해를 내려다보며 정초의 겨울을 지키고 섰다. 갯내음과 눈부신 아침 빛이 버티고 선 미시령터널의 끝을 지나자 눈 맞은 속초와 눈이 맞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처럼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설악의 오른쪽 어깨엔 거대한 수석(壽石)을 닮은 울산바위가 버티고 섰다. 흰 비단을 두른 듯 고결하고도 씩씩한 자태로 여행객을 맞는다. 전해지는 말처럼 울산에서 올라와 금강산에 가지 못해 설악에 주저앉은 바위가 아니다. 바람이 몰아치면 웅웅 우는 소리가 난대서 울산바위다. 설악의 기세는 역시 겨울에 눈을 뒤집어써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울산바위도 마산봉도 수바위도 모두 나뭇잎을 떨어내고 흰 눈이 맺혀야 그 잔근육이 잘 보인다.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 기름칠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설악의 ‘육체미’를 감상하려면 멀찌감치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에 가야 한다. 미시령터널을 지나자마자 뷰포인트가 하나 나온다. 이곳에선 울산바위가 잘 보이는데 아침나절에 가야 산 그림자에 갇히는 ‘역광’을 면한다. 멀리 엑스포 공원 쪽 바다까지 가서 산을 바라봐도 좋다. 이 역시 아침녘에 나가야 한다. 푸른 바다 위로 새하얀 산봉우리가 삐죽삐죽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해가 뜬 직후라면 붉은 기운을 받아 핑크색이 되기도 한다. 아직까진 해가 늦게 뜨니 설렁설렁 다녀도 볼 수 있다. 역시 겨울이 좋다.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도 좋고 화암사 뒷길 코스로 눈길 산행을 가도 멋들어진 설악의 바위들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설악의 품에 와락 달려들지 않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설악은 그만큼 넉넉한 인심을 지녔다. 다시 순백으로 뻗은 길은 곧바로 저 멀리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해발 500~600m에서 순식간에 0m 이하 남양(藍洋)으로 잠기는 푸른 길이다. 일종의 관성이다. 속초의 바다 풍경은 여느 곳과 다르다. 워낙 작은 도시라 설산이 바다에 면해 있는 풍경이 근사하다. 강릉만 가도 이 같지 않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피란 온 함경도와 강원도 이북 아바이들이 눌러앉았다. 섬도 땅도 아닌 외딴 끄트머리 땅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70여년 느릿한 추억을 부여잡고 거친 바다와 싸워 가며 살아온 실향민 마을이다. 줄을 묶어 갯배로 오가며 생선을 말리고 식해를 담가 팔며 살았다. 관광객들이 득실한 갯배 선착장 주변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변했다. 생선구이집과 냉면집, 순댓국집 일색이던 곳에 십여년 전부터 영문 간판 화려한 카페와 베이커리도 착착 들어섰다. 남미에서 온 원두를 볶고 녹진한 유럽풍 과자를 만들어 판다. 하지만 뒤로 돌아들면 여전히 좁은 골목 속에 옛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주워 오고 얻어 온 잡어를 다듬어 식해를 담그는 할머니, 자식보다 오래된 자전거를 끌어다 놓고 기름칠하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롯이 남은 청호동의 실제 모습이며 주인공들이다. 겨울 바람이 몰아쳐도 그닥 냉랭하지 않다. 겨울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는가 보다. 동장군이라지만 뜨거운 가리탕(갈비탕) 한 그릇과 아바이순대 한 접시로도 썩 물리칠 수 있는 허약함이 엿보인다. ‘아바이’가 전해 준 활력과 온기 덕이다. 동명동 영금정에 가면 속초 바다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물가 넓은 바위를 스치면 거문고를 연주하는 소리가 난대서 붙은 이름이다. 시내와 가깝고 식사할 곳도 많으니 이곳저곳 들러보기 편하다. 학사평 두부 한 사발에 가득 차오른 마음… 속세 초월한 맛 이젠 호수를 돌아볼 차례다. 바다와 붙은 청초호는 딱히 호수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 청초호변 칠성조선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바다와 호숫가에 자리한 폐조선소 특유의 분위기가 매우 멋지다. 카페도 겸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순례 코스가 됐다. 1950년대부터 목선과 어선을 만들어 오던 옛 조선소답게 목선과 장비들을 전시해 놓았다. 예전에 신라 화랑이 ‘워크숍’을 왔다는 영랑호는 소요한 호수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했다. 장천천이 흘러들어 맑은 물을 채워 줬다가 영랑교 밑 수로를 통해 동해로 흘러나간다. 이곳은 와글와글하지 않아 산책 코스로도 좋다. 8㎞의 순환도로를 걷다 보면 효자 호랑이 설화가 전해지는 범바위와 관음암 등 기기묘묘한 볼거리를 챙겨 볼 수 있다. 다시 설악산 쪽을 올려다보면 갈 곳이 많다. 척산온천과 설악온천(한화워터피아)이 있는 노학동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갤러리와 국립산악박물관 등 박물관, 영화(드라마) 세트장 등이 나온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정말 제자리에 위치를 잡은 것 같다. 설악산에다 요즘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 속초에 자릴 잡았으니 말이다. 박물관에는 우리 산과 세계의 산, 그리고 이를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도읍을 정하기 위해 북한산을 올랐던 비류와 온조, 그토록 금강산을 가고 싶어 했던 중국과 왜의 대작들, 한라산을 유람한 임제, 그리고 히말라야 등 세계의 지붕에 선 여러 산악인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녹슨 철제 아이젠과 피켈 등 그들이 썼던 장비와 등반일지, 건조식량 등 산악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전시물을 챙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아래쪽 학사평엔 두부 요리를 잘하는 집들이 촌락을 이루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뭉근히 굳혀 낸 ③두부 한 사발이면 몸도 마음도 실하게 차오른다. 시내 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에선 다양한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 닭강정을 비롯해 씨앗호떡, 치즈호떡, 마카롱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채로운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과 함께 맛있는 식당도 많아 눈요기 배요기를 하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양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남쪽에는 대포항과 외옹치항 등 정감 어린 항구들이 즐비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오랜 기간 철책으로 묶였던 초병 순찰길이 근사한 해변 트레일 데크로 변신한 곳이다. 조도가 바라보이는 속초 해변에서 출발해 데크길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 좋다. 해안을 둘러보던 초소가 있던 곳은 뷰포인트로 딱이다. 뺨에 부딪히는 겨울바람은 차갑지 않고 되레 알싸한 갓김치 첫맛처럼 청량하게 다가온다. 대포항도 많이 변했다. 과거 항구를 뒤덮었던 포장마차촌은 대대적으로 정비가 이뤄져 건물 속으로 들어갔지만 새우튀김과 오징어회 등 명물 음식맛은 여전하다. 호텔 밀집 지역과는 살짝 떨어져 있지만 식사와 안줏거리를 찾아 일부러 이곳을 오는 이들도 많다.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 버려, 잊어 버리고.” 바다결핍 위중증에 늘 시달리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에게 ‘겨울 바다’ 노랫말과 가장 어울리는 곳 속초. 요즘 속초는 새하얀 설산과 붉은 태양, 노란 햇살, 푸른 바다, 검은 밤하늘 등 오방색으로 갈아입고 아직 겨울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뻘쭘한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팔팔 끓는 한우 뚝배기 속에 문어 풍덩 바다 내음 품은 생선과 색색 나물 조화     ●먹거리=‘도문집’은 ①칼국수와 만두로 유명하다. 동해안 항구도시에서 으레 먹는 장칼국수 대신 멸치 육수에 감자 가루, 김을 넣고 팔팔 끓여 낸 깔끔한 국물이 좋다. 40년 넘게 장사를 하며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직접 빚은 만두 역시 대표 메뉴다. 630-5150(이하 지역번호 033).●매우 특별한 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②‘속초 문어 국밥’이 좋다. 한우양지와 참문어를 삶아 시원하고 고소한 문어국밥을 차려 낸다. 먼저 팔팔 끓는 뚝배기 위에 올린 문어를 집어먹은 뒤 밥을 말면 된다. 다진양념은 굉장히 매우니 조금만 넣는 것이 이롭다. 638-8837. ●도치알탕은 겨울 제철 음식으로 딱이다. 꼬득한 살과 알이 가득한 탕은 김치를 넣고 끓여 시원하다. 그리 건더기가 많아 보이진 않지만 알이 한가득인 국물을 떠서 밥을 말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든든하다. 영랑호 인근 포장마차촌의 ‘당근마차’는 도치알탕 이외에도 자연산 백고동으로 무쳐 낸 골뱅이무침과 도루묵구이가 유명하다. 곁들여 주는 간장새우장도 밥도둑이다. 632-3139.●대게는 값비싸지만 그래도 올해 먹어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동명항 ‘스타대게’는 홍게와 ④대게, 생선회를 푸짐한 곁들임 안주와 함께 차려 내는 곳. 게도 싱싱하고 튀김 등 안줏거리도 맛이 좋다. 638-7208.●함경도 출신 모친에 이어 2대째 제철 생선을 구워 내는 ⑤‘옥이네 밥상’은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라 해도 될 만큼 상차림이 근사하다. 꾸덕꾸덕 말린 가자미와 고등어, 볼락 등을 구워 갖은 나물과 젓갈과 함께 먹는다. 구운 생선을 상추에 싸서 표고버섯 쌈장을 넣고 입안에 넣으면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멍게비빔밥도 경남 거제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637-3166.
  • “주가 빼고 다 올랐다”… 끝없이 치솟는 물가, 커지는 국민 비명

    “주가 빼고 다 올랐다”… 끝없이 치솟는 물가, 커지는 국민 비명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기름값·외식비·농축수산물·공공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주가 빼고 다 올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앞으로 기름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비명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에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물가가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외식을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물가가 3.6% 올랐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16.4% 올랐다. 휘발유 12.8%, 경유 16.5%, 자동차용 LPG 34.5%씩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4.2% 올랐다. 빵값은 7.5% 뛰었다. 전체 농축수산물은 6.3% 올랐다. 돼지고기 10.9%, 수입 쇠고기 24.1%, 국산 쇠고기 6.9%, 달걀 15.9% 등 축산물은 11.5% 상승했다. 딸기 45.1% 등 농산물은 4.6% 올랐다. 지난해 말까지 1%대 상승률을 유지했던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2.9% 오르며 2017년 9월 7.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전기료는 5.0% 훌쩍 뛰며 2017년 9월 8.8%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수도료도 4.3% 오르며 2008년 5월 4.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어 심의관은 “지난해 7월 전기요금 필수 할인공제가 축소되고 지난해 10월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된 영향이 지속되면서 전기요금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외식비는 5.5% 올랐다. 물가상승 기여도는 0.69%로 석유류 0.66%보다 더 높았다. 외식비가 앞에서 끌고 석유류가 뒤에서 밀면서 물가가 급등했다는 의미다. 외식 품목 중에는 생선회(9.4%)와 쇠고기(8.0%)가 많이 올랐다. 개인서비스도 3.9%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는 13.4%, 공동주택관리비는 4.3%씩 올랐다. 집세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전세는 2.9%로 올랐다. 2017년 8월 2.9%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월세는 1.1%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0%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 3.1% 이후 10년 만이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다. 물가는 2월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2∼3주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두바이유의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은 배럴당 88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 69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1월에 90달러 가까이 오르면서 이 상승분이 2월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수요 측 압력이 올라오는 것은 기저에서 상승 압력이 커지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어 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높은 데는 수요 측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컸다”면서 “당분간 상당폭의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명절수요 소멸 등 하방요인이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 영향 반영과 개인서비스·공업제품의 상승세 지속 등으로 2월 물가는 상방 요인이 강하다”면서 “다만 국내 오미크론 변이 양상이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밥값·고깃값·기름값 ‘고공행진’… 1월 소비자물가 3.6% 상승

    밥값·고깃값·기름값 ‘고공행진’… 1월 소비자물가 3.6% 상승

    1월 소비자물가가 3.6%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었다. 외식비·기름값뿐만 아니라 농축수산물, 공공요금, 전셋값까지 덩달아 치솟은 결과다.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에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물가가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외식을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물가가 3.6% 올랐다”면서 “다만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해 상승폭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4.2% 올랐다. 특히 석유류가 16.4% 올라 기여도 0.66%포인트로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 LPG(34.5%)가 모두 상승했다. 빵(7.5%) 등 가공식품도 4.2%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6.3% 올랐다. 특히 돼지고기 10.9%, 수입 쇠고기 24.1%, 국산쇠고기 6.9%, 달걀 15.9% 등 축산물이 11.5% 상승했다. 딸기 45.1% 등 농산물도 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1%대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전기·가스·수도는 2.9% 올라 2017년 9월 7.9%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전기료는 5.0% 오르며 2017년 9월 8.8% 이후 최대치로 상승했다. 상수도료 인상률도 4.3%로 2008년 5월 4.4%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어 심의관은 “지난해 7월 전기요금 필수 할인공제가 축소되고 작년 10월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된 영향이 지속되면서 전기요금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외식비는 5.5% 상승했다. 1월 물가를 밀어올리는 데 0.69%포인트 기여했다. 기여도는 석유류보다 더 컸다. 외식 품목 중에는 생선회(9.4%)와 쇠고기(8.0%)가 많이 올랐다. 보험서비스료 13.4%, 공동주택관리비 4.3%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도 2.8% 올라 개인서비스는 3.9%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세는 2.1% 올랐다. 특히 전세 상승률이 2.9%로 2017년 8월 2.9% 이후 가장 컸다. 월세는 1.1%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0% 올랐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 3.1% 이후 10년 만이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다. 어 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높은 데는 수요 측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컸다”면서 “당분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점심이 무서운 직장인들…밥값에 커피값까지 연이어 올라

    점심이 무서운 직장인들…밥값에 커피값까지 연이어 올라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이 더 얇아지게 됐다. 밥값에 커피값까지 연달아 가격이 오르거나 인상이 예고되면서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 압박은 물론 코로나19 방역 규제 강화로 연말·연초 특수도 누리지 못하고 배달비 부담까지 짊어진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이 지난해 말과 연초 결국 밥값 인상에 나서고, 커피 가격까지 도미노 인상을 눈 앞에 두며 직장인들의 가계 운영부담이 연달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외식업의 배달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모호한 기준 속에 부여되는 할증료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재료비, 인건비, 배달비 다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단가를 올린다”는 내용의 글들이 쏟아졌다. 이에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써브웨이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앞서 교촌치킨·bhc·롯데리아·노브랜드 버거·피자스쿨 등도 가격을 올렸다. 서울시내 곳곳 식당에서도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음식값을 올린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앞서 최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8% 올랐다. 2011년 9월 4.8%의 상승세를 보인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찍은 것이다. 39개 외식 물가 품목 중 38개 품목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갈비탕(10.0%), 생선회(8.9%), 막걸리(7.8%), 죽(7.7%), 소고기(7.5%), 김밥(6.6%), 치킨(6.0%), 피자(6.0%), 볶음밥(5.9%), 설렁탕(5.7%), 돼지갈비(5.6%), 짜장면(5.5%), 라면(5.5%), 삼겹살(5.3%), 냉면(5.3%), 햄버거(5.2%) 등의 가격이 올랐다. 직장인들이 식사 후 차 한잔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던 시간도 이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여유’가 됐다. 지난해 외식 물가 중 유일하게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커피 가격 도미노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서다. 7일 업계 점유율 1위 스타벅스 코리아가 원두 가격 급등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커피업계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가격 인상은 한 회사가 먼저 총대를 메고, 경쟁사들이 뒤이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경쟁사도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밥값에 커피값까지 모두 다 오르니 점심 한끼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면서 “후배들과 같이 밥을 먹는 것도 눈치보인다”는 글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 갈비탕값 10% 올라… 외식물가 10년 새 최대 상승

    갈비탕값 10% 올라… 외식물가 10년 새 최대 상승

    지난해 12월 외식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다. 갈비탕 가격은 1년 새 무려 10% 올랐다. 농축수산물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12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에 이어 크리스마스·연말 특수가 뒤따르면서 외식 수요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커피값은 그대로였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3.7% 올랐다. 생활물가 내 외식물가는 4.8% 급증했다. 2011년 9월 4.8%를 기록한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39개 외식물가 품목 가운데 갈비탕이 10.0%로 가장 많이 올랐다. 생선회 8.9%, 막걸리 7.8%, 죽 7.7%, 소고기 7.5%, 김밥 6.6%, 치킨 6.0%, 피자 6.0%, 볶음밥 5.9%, 설렁탕 5.7%, 돼지갈비 5.6%, 짜장면 5.5%, 라면 5.5%, 삼겹살 5.3%, 냉면 5.3%, 햄버거 5.2%, 비빔밥 5.0%, 짬뽕 5.0%, 돈가스 4.9%씩 평균 이상 올랐다. 유일하게 오르지 않은 품목은 커피였다.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커피 원두 거래가 ‘선 계약 후 수입’으로 이뤄지다 보니 최근 국제 원두 가격 상승분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 원두 가격이 이미 올랐기 때문에 커피도 머지않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1.3%에 불과했으나 3월 2.0%, 8월 3.1%, 11월 4.1%로 하반기로 갈수록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외식물가가 치솟은 것은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을 비롯해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이 컸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1%, 10월 0.5%로 주춤했다가 11월 7.6%, 12월 7.8%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12월 축산물 물가는 달걀 33.2%, 수입 소고기 22.2%, 돼지고기 14.7%로 1년 전보다 평균 14.7% 올랐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지난해 1월 1.2%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들어 오르기 시작해 12월 3.8%까지 뛰었다. 12월 기준 주요 품목 상승률은 소금 30.3%, 식용유 12.3%, 라면 9.4%, 밀가루 8.8%, 우유 6.6%, 햄·베이컨 4.9% 등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역 조치가 강화되기 전까지 위드 코로나 조치가 유지되고 연말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것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음식점 카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1.7% 늘었고, 12월 1~18일에는 47.1% 급증했다.
  • 갈비탕값 10% 올랐는데 커피값은 안 올랐네… 왜?

    갈비탕값 10% 올랐는데 커피값은 안 올랐네… 왜?

    지난해 12월 외식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다. 갈비탕 가격은 1년 새 무려 10% 올랐다. 농축수산물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12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에 이어 크리스마스·연말 특수가 뒤따르면서 외식 수요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커피값은 그대로였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 대비 3.7% 올랐다. 생활물가 내 외식물가는 4.8% 급증했다. 2011년 9월 4.8%를 기록한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39개 외식물가 품목 가운데 갈비탕이 10.0%로 가장 많이 올랐다. 생선회 8.9%, 막걸리 7.8%, 죽 7.7%, 소고기 7.5%, 김밥 6.6%, 치킨 6.0%, 피자 6.0%, 볶음밥 5.9%, 설렁탕 5.7%, 돼지갈비 5.6%, 짜장면 5.5%, 라면 5.5%, 삼겹살 5.3%, 냉면 5.3%, 햄버거 5.2%, 비빔밥 5.0%, 짬뽕 5.0%, 돈가스 4.9%씩 평균 이상 올랐다. 유일하게 오르지 않은 품목은 커피였다.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커피 원두 거래가 ‘선 계약 후 수입’으로 이뤄지다 보니 최근 국제 원두 가격 상승분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 원두 가격이 이미 올랐기 때문에 커피도 머지않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1.3%에 불과했으나 3월 2.0%, 8월 3.1%, 11월 4.1%로 하반기로 갈수록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외식물가가 치솟은 것은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을 비롯해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이 컸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1%, 10월 0.5%로 주춤했다가 11월 7.6%, 12월 7.8%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12월 축산물 물가는 달걀 33.2%, 수입 소고기 22.2%, 돼지고기 14.7%로 1년 전보다 평균 14.7% 올랐다. 가공식품 상승률도 지난해 1월 1.2%에 불과했으나 하반기 들어 오르기 시작해 12월 3.8%까지 뛰었다. 12월 기준 주요 품목 상승률은 소금 30.3%, 식용유 12.3%, 라면 9.4%, 밀가루 8.8%, 우유 6.6%, 햄·베이컨 4.9% 등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역 조치가 강화되기 전까지 위드 코로나 조치가 유지되고 연말 외식 수요가 늘어난 것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음식점 카드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1.7% 늘었고, 12월 1~18일에는 47.1% 급증했다.
  • 계란 41.3%↑, 휘발유 14.8%↑, 가공식품 2.1%↑…안 오른 게 없이 올랐다

    계란 41.3%↑, 휘발유 14.8%↑, 가공식품 2.1%↑…안 오른 게 없이 올랐다

    10년만에 최대 폭으로 오른 지난해 물가는 ‘안 오른 게 없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농축수산물과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름 값이 특히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는 내년 물가도 2%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이 2.5%까지 치솟은 것은 농축수산물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농축수산물은 올해 8.7% 올라 2011년(9.2%)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달걀(41.3%)과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국산 쇠고기(8.9%) 등의 오름폭이 컸다. 석유류(15.2%)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2008년(19.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휘발유가 14.8%, 경유가 16.4%,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가 18.0%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업제품은 2.3% 올라 2012년(2.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우윳값 상승 등으로 가공식품도 2.1% 올랐다. 다만 전기·가스·수도는 도시가스와 전기료 인하로 2.1% 하락했다. 올해 서비스는 2.0%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외식 생선회(5.7%) 등 개인 서비스가 2.6% 올랐다. 집세는 1.4% 상승했는데, 2017년(1.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세(1.9%)와 월세(0.7%)가 모두 올랐고, 이 중 월세는 2014년(1.0%)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공서비스도 1.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고물가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 상황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면서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시차가 있으므로 당분간은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내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강세, 기저 영향 등으로 상반기에는 상승압력이 지속되다 점차 상승 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세와 오미크론 변이 전개 양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회식 못하는 연말… 홈파티는 어때요?

    회식 못하는 연말… 홈파티는 어때요?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연말 홈파티를 위한 다양한 먹거리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집에서 모임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마트는 생선회와 초밥 밀키트 등을, 롯데마트는 양고기를 할인하는 등 고객 잡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 회식 못하는 연말… 홈파티는 어때요?

    회식 못하는 연말… 홈파티는 어때요?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연말 홈파티를 위한 다양한 먹거리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집에서 모임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마트는 생선회와 초밥 밀키트 등을, 롯데마트는 양고기를 할인하는 등 고객 잡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늘 미시(微視)를 앞세웠지만 이번엔 미식(美食)이다. 물론 미시(missy)는 더욱 아니다. 산과 들, 바다에 든 풍년을 마지막으로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는 연말, 풍요의 고장 전남 장흥으로 맛 좋은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문림의향(文林義鄕)의 정남진 장흥(長興) 땅은 ‘길게 흥하라’는 이름 뜻 그대로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기름진 득량만 바다를 끼고 호남 명산 천관산을 등에 이고 선 장흥은 탐진강이 그대로 관통하는 천혜의 지세를 자랑한다. 특히 맛난 먹거리에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장’(腸)이 흥(興)한 장흥이다. 물안개 구름을 허리춤에 찬 산에는 구수한 표고버섯이 이미 지천이며, 한우도 속살에 기름을 찌우는 시기다. 차가운 겨울 바닷물이 득량만에 흐르니 ‘꿀’ 같은 굴도, 매생이도 나고 전국 생산량 선두를 지키는 낙지도 여덟 다리로 춤을 춘다. 청정수역에서 자라 산(酸)처리를 할 필요 없다는 무산(無酸)김도 제철을 맞는다. 바야흐로 겨울 풍년가가 지금 장흥 땅에 메아리치고 있다. ●기름진 득량만과 명산 천관산 등에 진 곳 산과 숲, 강, 바다, 호수 그리고 시장. 이 모든 것이 식탁에 오르는 곳이 장흥이다. 키조개와 바지락 산지로 유명한 수문 해변은 유리투성이 도시에서 온 이들을 반긴다. 기름진 갯벌과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는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부잣집 주방 찬장처럼 먹거리로 넘쳐나니 과연 흐뭇한 생김새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에게 경기 양주 장흥유원지로 귀에 익은 장흥군은 익숙한 지명이 꽤 많아 친근하다. 우선 안양시민이 좋아할 ‘안양면’이 있다. 용산구민이라면 ‘용산면’을 찾는 것이 좋겠다. 부산시민에겐 ‘부산면’이 있고 대전시민을 위한 ‘대덕읍’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회진면’, 수험생은 ‘노력항’을 각각 돌아보면 뭔가 뿌듯해질 테다. 최근 입사한 인턴사원에겐 ‘대리’(회진면)를 추천한다. 은행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행원리’(장흥읍), 좀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유치면’에 다녀오면 좋을 일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축내리’(장흥읍)가 있다. 먹거리에 앞서 지명부터 열거한 이유는 이를 기억하면 미식 여행을 다니기에 좋은 까닭이다. 사철 다양한 제철 먹거리를 내는 여다지회마을은 키조개로 유명한 안양면 수문 인근 바닷가에 있다. 득량만 바다를 그대로 ‘떠서’ 상에 차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곁들인 해물 반찬은 기본, 물이 좀더 차가워지면 새조개 샤부샤부, 곰장어 구이 등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바다 먹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경기 안양도 해물탕으로 유명하다. 바지락도 있다. 이른 봄이 제철이라지만 요즘도 맛볼 수 있다. 안양면 수문해변 가는 길에 바다하우스가 있다. 튼실한 바지락살을 수북이 무쳐 접시에 받쳐 내온다. 막걸리 초무침이라 살짝 새콤하면서도 달달하고 또 매콤하다. 집어먹다 밥을 비벼 바지락 비빔밥으로 맛보면 ‘끝’이다. 중간중간 뽀얀 바지락 국물을 떠마시면 아무리 급히 밥술을 떠넘겨도 잘 넘어간다. 간혹 바지에 흘린대도 그조차 바지의 낙(樂)이다. 사실 양이 많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산더미처럼 석화 쌓아 놓고 꿀맛 굴맛 호강 안양역과 용산역이 1호선으로 이어지듯 안양면 옆은 용산면이다. 소등섬이 바라보이는 용산면 남포마을은 굴구이 마을로 통한다. 이곳에선 장작불을 때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석화를 구워 먹는다. 양동이에 석화를 산더미처럼 담아 놓고 불을 피워 주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처럼 한 손에만 장갑을 끼고 바로 굴구이를 맛보면 된다. 드럼통에 장작을 넣고 석화를 굽는 집도 있고 아예 화덕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건져 놓은 석화를 불에 올리고 기다린다. 껍데기가 슬쩍슬쩍 벌어지면 익은 것이다. 하나씩 까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굴을 집어다 입에 넣는데 자연산 굴맛이 가히 꿀맛이다. 마을에서 채취한 것이라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어쨌든 부지런 떨면 굴로 금세 배를 채울 수 있다. 굴이 비싼 유럽에서 온 이들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장흥엔 굴구이 마을이 하나 더 있다. 관산읍 고마리~죽청리다. 남포마을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도 바닷가를 따라 굴구이 집이 도열해 있다. 양식 굴을 쓰는 것과 직화 대신 잘라낸 드럼통 모양의 전용 번철을 쓰는 것이 남포마을과 다르다. 가스불로 가열하니 조절이 쉽다. 이 중 사계절 굴구이는 석화를 푸짐히 구워 먹고 난 후 의외의 메뉴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바로 짜장면이다. 원래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곳 사장이 짜장면 메뉴를 준비해 놓았다. 신의 한 수다. 원래 굴이란 것이 기름기가 전혀 없는 탓에 배불리 먹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 옛날식 짜장면을 한 그릇 먹고 나면 궁합이 딱 맞는다. 남은 석화 몇 개를 까서 짜장면에 넣으면 감칠맛을 보강한 굴짜장면이 된다. 맛이며 양이며 완벽한 식사와 술자리가 된다. ●매생이를 넘기면 고소한 바다 향이 꿀꺽 겨울 제철 매생이는 회진면 내저마을이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를 양식한 곳이다. “국내 최초로 매생이 양식에 성공한 곳은?”이란 질문에 “네! 저요”라고 외우면 까먹지 않는다. 까먹는 것은 굴과 키조개에만 한정될 일이다. 장흥에선. 내저마을은 청정해역이라 양식장만 있고 식당은 별로 없다. 대신 매생이는 장흥 토요시장에서 사거나 여느 식당에서 떡국 등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굴을 넣은 뽀얀 국물에 보드라운 가발 같은 매생이가 가득이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올 리도 없겠지만 나온대도 못 찾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술술 풀어진다. 처음부터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무척 뜨거우니 국수처럼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편이 낫다. 김이 나지 않아 뜨거운지도 모른다. 매생이 양식장에도 ‘김’이 나지 않는다. 김과 매생이는 이래저래 상극이다. 고소한 바다 향이 뜨겁고도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지며 식도를 타 넘는다. 목넘김도 좋고 비강으로 다시 튀어나오는 청정 바다의 향기가 놀랍다. 이것이야말로 식도락(食道樂)이다. 해마다 겨울에 매생이국을 떠넘기면 매생(每生)이 즐거워진다. 청태전차와 트레킹과 리버뷰… 강 따라 흥이 오른다장흥 읍내에는 탐진강이 흐르고 있어 관수하기 좋다. 읍내 한복판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청정 강물이 언제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국사봉(613m)에서 발원해 장흥, 강진 등 남도 들녘을 두루 적시며 남해로 흘러드는 51.5㎞ 길이의 탐진강은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공원으로도 손색없다. ●남해로 가는 탐진강 51㎞ 산책에 제격 강변 토요시장에도 맛있는 음식이 천지다. 꼬막이며 표고, 매생이, 황칠에 김부각까지 요것조것 살 것에다 만두집과 꽈배기를 파는 분식집, 드라마에 등장한 삼대곰탕, 몸에 좋은 소라낙지국밥을 파는 토정황손두꺼비국밥, 갖은 버섯에 해물과 닭고기를 넣어 끓이는 불금탕집 등이 토요시장을 토요일 하루만이 아닌 월화수목금토일 먹거리로 꽉꽉 채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해장국과 소머리국밥을 잘 끓이는 한라네 소머리국밥, 갖은 찬에 백반이 맛있는 시골식당이 있어 아침부터 찾아도 좋다. 낮이라면 중국음식점에 들러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짜장면 하나를 시켜도 반찬이 여럿이다. 김치만 서너 종류를 내는 경성식당이 인심 좋은 ‘남도 장흥식 중국집’이다. 짜장면 하나에 한 상 가득 반찬이라니, 짜장을 남겨 밥을 아니 비빌 수 없다. ●낮엔 짜장면에 한상 가득 반찬 먹고 든든 중간중간 차를 마셔야 소화가 된다. 전통차라면 청태전차를 마시고, 커피와 디저트라면 곳곳에 근사한 카페가 있다. 보림사 뒷산에도 야생차가 날 정도로 장흥의 차 역사는 오래됐다. 1200여년 전 삼국시대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한 청태전(靑苔錢)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다. 야생 찻잎을 따서 가마솥에 덖고 절구에 빻은 다음 엽전 모양으로 빚어 발효시킨다. 맛이 순하고 향이 좋다. 안양면 수문 해변 가는 길에는 카페 팡야가 있다. 바다를 조망하는 2층 건물에서 단호박식빵, 브라우니 등 달달이 빵과 케이크, 쿠키 등을 커피와 함께 판다. 아무래도 전망이 좋으니 2층이 호젓하고 아늑하다. 읍내에서 우드랜드 가는 길에 있는 카페 팜파스는 전원적인 분위기 속 맑은 공기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자연 조망한 카페에서 차·빵 디저트 읍내에는 카페 원앤식스가 있다. 탐진강을 바라보며 갓 내린 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문을 열면 벌써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찌른다. 무엇을 먹었대도 뒷맛이 고급스러워진다. 풍광이 좋아 나른하게 머리를 기대고 장흥읍을 관망하기에 딱이다. 저녁이라면 단연 ‘장흥삼합’ 집이다. 이젠 전 국민이 다 아는 것이 장흥삼합이다. 읍내 토요시장 일대와 곳곳에 삼합을 내건 식육식당이 많다. 만나숯불갈비는 ‘칼 솜씨’가 좋은 사장이 직접 고기를 끊어 주는 식육식당이다. 한 차례 ‘칼바람’이 불더니 정남진 장흥 천관산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등 ‘감칠맛 삼총사’가 불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삼합(三合)이란 세 가지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이른다. 뒤마의 삼총사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생각하면 쉽다. 한우가 아토스라면 표고는 포르토스, 키조개 관자는 아라미스 격이다. 고소한 맛, 진한 향, 쫄깃한 느낌 등 각각 맡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 마지막으로 달타냥이 등장한다. 삼합에 빠질 수 없는 소주다. 이로써 사합이 된다. 원래 천연조미료인 셋, 아니 넷이 육즙을 일제히 터뜨리며 외친다.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샤부샤부·주꾸미·메기탕… 끝없는 미식여행 감칠맛 나는 따끈한 샤부샤부 국물의 삭금주꾸미,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윽한 청태전차, 불향 품은 볶음밥이 맛좋은 영춘원, 구수한 된장 국물에 투실한 메기 살점이 든 탐진강 메기탕, 환상적인 비주얼의 조개찜 등 안줏거리를 잘하는 사계절포장마차, 부들한 보쌈과 시원한 멸치국수가 자랑거리인 강의리국수, 이 계절만 한정해도 장흥 미식여행은 끝도 없다. 하루 종일 몇 끼나 실컷 먹어댄대도 ‘정 남진’ 않겠다. 연말 정남진 전망대로 임인년 신년 해를 맞으러 가는 걸 빙자해 ‘먹을 계획’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좋겠다. 앗! 구경거리를 빠뜨렸다. 장흥군 문화관광과(www.jangheung.go.kr/tour)에 문의하면 친절히 잘 알려 준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볼거리 정남진은 광화문 기준 정확하게 남쪽 끝 지점을 뜻한다. 경도 126도58분35초다. 그대로 북쪽으로 선을 그으면 중강진이 나온다. 관산읍 신동리에 추파춥스 사탕처럼 생긴 정남진 전망대(사진)가 있다. ‘사원’들이 갈망하는 ‘대리’에 위치한 해양낚시공원은 득량만 앞바다에 낚시 전용 수상 콘도와 부잔교식 낚시데크 등을 갖춰 놓은 곳이다. 억불산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 숙박시설과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다. 겨울에도 늘 푸른 편백나무 숲에서 쉬어 갈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쉬는데 읍내와 가까워 편의성도 그만이다.가지산(510m)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리는 선종 명찰이다. 경내 3층 석탑과 석등(국보 4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117호)을 비롯해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등 보물이 수두룩하다. 절집 뒤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비자나무 군락이 있다. 맛집 장흥삼합=만나숯불갈비 곰탕=3대곰탕 생선회&해산물=여다지회마을 샤부샤부=용두동삭금주꾸미 소머리국밥=한라네 소머리국밥 보양식=불금탕 보쌈=강의리국수 조개찜=사계절포장마차 중국음식점=영춘원, 경성식당 매생이굴국밥=토정황손두꺼비국밥 굴구이=사계절굴구이 백반=시골집 바지락초무침=바다하우스 청태전=다예원 빵&디저트=카페팡야, 카페 팜파스, 원앤식스
  •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정부 “9월까지 계란 2억개 수입”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정부 “9월까지 계란 2억개 수입”

    정부가 내달까지 계란 2억개를 수입해 계란 가격 안정에 나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물가 점검을 위해 대전 오정 농수산도매시장과 이마트 둔산점을 방문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우선 수입 계란 물량을 8월 1억개, 9월 1억개 등으로 대폭 늘린다.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은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전까지 수입 계란은 급식업체나 가공업체에 주로 공급됐는데,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직접 수입 계란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입 계란 공급 가격(30개 1판 기준)도 오는 5일부터 기존 4000원에서 3000원으로 1000원 인하한다. 홍 부총리는 “국내 계란 가격의 조속한 인하를 위해서는 당분간 수입 계란이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며 “현재 7000원대에 정체된 계란 가격이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또 선물 수요 등이 증가하는 추석 기간 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소고기 공급량을 평시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수입도 평년 대비 소고기는 10%, 돼지고기는 5%씩 확대하고, 이를 위해 수입 검사 절차 간소화를 추진한다. 배추·무 비축 물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추석 전 사과·배 계약 재배 물량은 최대 2배까지 확대하고 추석 16대 성수품 공급도 예년보다 일찍 늘린다.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황 점검과 출하 시기 조절 등 사전 조치도 함께 진행한다. 최근 농축산물 가격의 경우 배추·무·사과·배 등은 생산량이 늘어나며 가격 안정세에 진입하거나, 추석 가격이 전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상추와 시금치 등은 폭염에 따른 생육 지연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추석 전까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꼭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총력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물가지수 3.4% 올라 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앞서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특히 계란이 57.0%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계란 가격은 올해 1월(15.2%)부터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으며, 특히 6월(54.9%), 7월(57.0%)에는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 이외 사과(60.7%), 배(52.9%), 포도(14.1%) 등 과일과 돼지고기(9.9%), 국산 쇠고기(7.7%), 닭고기(7.5%) 등 고기류, 마늘(45.9%), 고춧가루(34.4%), 부추(12.2%), 미나리(11.7%)를 비롯한 각종 채소류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공업제품은 2.8% 올랐는데, 이중 가공식품은 부침가루(11.1%), 국수(7.2%), 식용유(6.3%), 빵(5.9%) 등이 오르면서 1.9%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19.7% 뛰어올랐다. 휘발유(19.3%), 경유(21.9%), 자동차용 LPG(19.2%)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재료비 인상으로 이어지며 서비스 가격도 1.7% 올랐다. 이중 개인서비스는 2.7% 올라 2018년 11월(2.8%) 이후 2년 8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외식 가격도 2.5% 뛰어올랐다. 구내식당 식사비가 4.1%, 생선회(외식) 가격이 5.7% 각각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집세는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높은 1.4%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해 2017년 8월(3.5%)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 여전한 달걀가격에 6월 물가 2.4% ↑…3개월 연속 2%대

    여전한 달걀가격에 6월 물가 2.4% ↑…3개월 연속 2%대

    통계청, 2021년 6월 소비자물가 발표전년 대비 2.4% 증가…2분기는 2.5%농축수산물 10.4%, 달갈은 54.9% ↑“상승세 둔화…하반기는 안정세 전망”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달걀가격에 올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4%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2%대가 유지됐다.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느 107.39(2015년=100)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소비자물가는 1월(0.6%), 2월(1.1%), 3월(1.5%) 등을 거쳐 점차 상승하다가 4월(2.3%)부터 2%대에 진입한 뒤 지난 5월엔 2.6%를 기록하며 9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달 증가률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2%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분기별로 따지면 올 2분기(4~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분기(3.0%)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그간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소인 농축산수산물은 10.4% 상승했다. 전월(12.1%)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률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AI(조류 인플루엔자) 파동의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에 달걀 가격은 지난해 대비 54.9% 증가했다. 이외에 쌀(13.7%), 고춧가루(35.0%), 마늘(48.7%) 등도 적지 않게 증가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1.4% 증가했지만, 경유(22.4%)와 휘발유(19.8%) 등 석유류가 19.9% 늘어난 영향이 크다. 전기·수도·가스는 전년 대비 4.8% 하락했다. 서비스 중에서도 공공서비스는 고등학교 납입금(-100.0%)과 휴대전화료(-0.9%)가 감소하면서 0.6%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개인서비스는 2.5% 증가했다. 보험서비스료(9.6%)나 생선회(외식)(5.5%) 등이 많이 오른 영향이다. 집세는 1.4%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전세는 1.9%, 월세는 0.8%의 증가폭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개인서비스와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돼 개인서비스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는 다소 둔화하고 국제유가도 오름세가 더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2분기보다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