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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농업 희망을 쏜다] (6) 가공기술로 고부가가치 창출

    “원전 기술자가 감을 재배하겠다고 하니까 모두들 이상하게 보더군요. 그 좋은 직장을 왜 관두냐는 것이죠.”전남 함평군에 있는 감 가공업체 ‘감나루’의 백성준(49) 사장은 농삿일과는 인연이 멀어 보인다. 하얀색 와이셔츠를 걸친 모습은 영락없는 일반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가 일군 ‘감의 신화’는 과수농가의 희망이 됐다. 시중에서 1개에 300원하던 홍시를 3000원에서 1만 2000원까지 받게 한 ‘벤처농기업’의 대표주자다. 백 사장은 “농업은 미래산업이자 생명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감을 ‘벤처등록 1차 농산물’로 둔갑시킨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힘의 컸다. ●설계 엔지니어, 벤처농업의 CEO가 되다 백 사장이 감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소속으로 전남 영광 원전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있을 때다. 당시 백 사장의 부인은 영광에 있는 감 과수원을 샀다. 하지만 감이 열리지 않는 묘목 1년생인 줄도 모르고 시세의 4배를 줬다. 그만큼 농업에는 관심도 없는 문외한이었다. 이후 간간이 과수원을 일궜고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 직장을 그만두고 과수 농꾼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99년 감을 첫 수확해 도매상에 넘겼다. 하지만 감이 물러지면서 팔리지 않아 모두 반품 처리됐다.15년에 걸친 직장생활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도매 중개인들은 떫은 맛을 없애면 모두 사주겠다고 귀띔했다. 그게 자극이 됐을까.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백 사장은 그 때부터 ‘감 연구자’가 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감이 떨어질 때에는 당도가 높지만 상품화하기에는 너무 무르다. 미리 수확하면 떫은 맛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떫은 맛을 없애고 무르지 않으며 당도가 높은 감이 있다면 사시사철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농업이 과학을 만나면 고부가가치가 탄생한다 백 사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물질의 흐름과 관리를 기획하고 설계하던 경험을 살려 고분자화학과 기계설비를 농업에 적용했다. 감의 떫은 맛은 탄닌이라는 수용성 성분에서 나온다. 따라서 입안에서 탄닌 성분을 녹지 않게 하면 떫은 맛을 느끼지 못한다. 이후 건조로를 통해 떫은 감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압력과 온도를 맞춰 급랭했다가 해동하는 연구를 2년간 계속했다. 마침내 단단하면서도 떫은 맛이 사라진 전혀 새로운 감을 만들었다. “2001년 도매상인들을 쫓아다니며 맛을 보라고 했더니 신기해 하더군요.” 매출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감 단일 품목으로 12억 68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원가 대비 순이익률이 무려 250%에 이른다. 사실 떫은 맛을 없애는 탈삽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존의 기술로는 떫은 맛을 제거하는 데 20일이 걸리고 감이 물러져 상품화가 쉽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러나 감나루는 24시간 이내에 떫은 맛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수확한 뒤 단단한 상태에서 단맛을 유지하는 홍시를 유통시킬 수 있게 됐다. 떫은 감을 무른 연시로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이 과거 인체유해 논란에 휩싸이곤 했지만 감나루는 친환경 공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홍시 아이스크림으로 대박 백 사장은 2003년부터 과수농원을 감나루란 기업으로 문패를 바꿨다. 이어 탈삽기술을 응용,‘아이스 홍시’와 연시와 곶감의 중간단계인 ‘반건시’도 잇따라 내놓았다. 아이스 홍시는 1개에 3000원, 반건시는 크기에 따라 달랐지만 백화점에서 최고 1만 2000원까지 받았다. 특히 아이스 홍시는 탈삽된 감을 영하 20도로 얼린 뒤 여름철에 껍질을 벗겨 판매하기 때문에 ‘홍시 아이스크림’으로도 불린다.‘감동’이라는 브랜드로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지난해 8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서울과 대전 등에는 학교급식용으로 공급될 정도다. 백 사장은 “탈삽기술은 과일뿐 아니라 차와 모과, 채소 등에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채소의 경우 엽록소를 파괴하지 않고 급냉·해동할 수 있어 유통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상추는 오뉴월에 1관(3.75㎏)짜리가 7000원 하지만 8월에는 4만원까지 가격이 뛴다. 하지만 감나루의 기술을 적용해 냉동저장하면 8월에도 1만원 이하로 채소를 팔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 ●감 단일품목으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다 백 사장은 지난 9일 중국 산동성 쯔보(치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스 홍시 공장 설립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앞서 2004년에는 중국 북경시 1만평에 연산 1000t 규모의 아이스 홍시 생산공장 계약을 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70억원을 투자했다. 백 사장의 지분은 49%다. 백 사장은 “중국산 감이 세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지만 90% 이상이 사료 등으로 쓰인다.”면서 “새로운 탈삽기술을 사용해 감을 상품화하면 감 소비가 늘 뿐 아니라 중국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효과를 노렸다. 중국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농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오는 2008년 북경 올림픽의 공식빙과로 지정받아 시장을 세계로 넓힌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전남 함평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부 인증 받아도 대출 기피 여전 감나루 백성준 사장이 중국에 진출한 속사정은 따로 있다.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떫은 맛을 없앨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어도 국내에서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정부가 기술을 인증했지만 금융기관은 자금을 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기업들은 로열티없이 기술을 공유하자고 달려드는 등 무임승차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는 줄 알면서도 중국 정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감나루에 국한된 게 아니다. 새싹채소를 재배하는 건강나라의 한경의 대표는 “정부가 사업성을 인정해 줘도 농협이나 금융기관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담보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작은 사업에도 수억원이 필요한데 땅이 전부인 농민들이 무슨 수로 수억원 어치의 담보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농기업대표들은 특히 농민이 만든 농협이 농민 위주로 생각하지 않으며 정책자금 지원의 주체를 농협에서 일반 금융기관으로 확대,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김영생 연구위원은 “제조업처럼 농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농기업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역할을 농협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 관계자는 “대출시 담보 위주에서 사업성이나 수익성 평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농업의 리스크가 커 농업 쪽으로 자금이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다만 농기업자금팀을 신설, 대출 관련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했다. 정책자금 지원을 일반 금융기관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농림부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농협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책자금 지원 잔액은 25조원에 이른다. 신한은행 여신심사 관계자는 “담보는 미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채권보전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지 농업에만 차별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평가받는 쪽에서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1차산업의 리스크나 미래의 판매 예측은 제조업이나 IT쪽보다 쉽기 때문에 사업성만 좋다면 돈을 빌리는 데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다 농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평가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농협이나 금융기관이 담보가치만 따질 게 아니라 미래의 수익구조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감나루’ 성공요인 분석 감은 사과 등 다른 과일보다 비타민 함유량이 훨씬 많은데도 떫은 맛 때문에 한철에만 소비되는 ‘비선호 과일군’으로 분류됐다. 카바이트를 사용한 기존의 홍시 가공법은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발생하고 폭발의 위험성마저 있는데다 감의 조직이 액체 상태로 바뀌어 유통과 저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늦가을과 초겨울에 집중 출하돼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유해성분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감나루의 탈삽기술은 이같은 문제점을 일시에 없앤 혁신적인 친환경공법이다. 또한 홍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 ‘단단한 홍시’라는 전혀 새로운 상품을 탄생시켰다. 냉동했다가 먹는 아이스 홍시는 ‘당도’와 ‘점도’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지만 설탕과 착색색소가 전혀 첨가되지 않아 시장에선 자연식 영양식품으로 인기를 끌게 했다. 가격이 3000원으로 비싼 게 흠이지만 1000원짜리 아이스 홍시로 다양화하는 전략도 세웠다. 감을 활용한 감주스, 감식초, 감조미료 등의 개발로 부가가치 창출의 맥을 이어갔다. 특히 감나루가 가공기술만으로 중국에 진출, 중국 정부의 투자를 이끌어 내 농업 분야도 기술과 경영능력만 뛰어나다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1차산업으로만 여겼던 농업의 외연을 확대시킬 수 있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농업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농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신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연구위원
  • [녹색공간] 비만해지는 우리 농경지/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새만금 방조제의 최종 물막이 공사가 완료돼 우리 국토가 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더 넓어졌다고 한다. 갯벌을 없애고 국토를 비만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그동안 우리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또 다른 비만 문제는 우리의 농경지에 있다. 농경지에 비료가 필요 이상으로 뿌려져 영양 과잉으로 우리의 논과 밭은 심각한 비만 상태에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발명은 1만년 전에 이뤄진 농업이다. 그 이전의 인간은 수렵채취가 생존의 수단이었다. 한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토지의 면적은 일인당 10㎢(300만평) 정도였다. 계절에 따라 나무의 열매를 채취하고 들짐승을 잡기 위해서 필요한 땅의 크기다. 서울의 면적이 약 605㎢이니 60여명의 수렵채취인이 살기에 적합했을 것이다. 그러나 밭농사의 발명으로 농경인 1명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토지는 500㎡(151평)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5000년 전 농지에 물을 공급해 농사를 짓는 관개농업이 개발되면서 일인당 필요한 토지는 100㎡(30평)로 더욱 줄었다. 또한 현대의 농업은 화학 비료와 농약의 발명으로 토지의 생산성을 더욱 높였다. 농업의 발전으로 지구상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50년 전 우리 농촌에선 비료가 귀해서 집안 식구들이 시골 장에 가기 전에 집이나 집안 소유의 밭이나 논에 소변을 보고 출발하고 장일을 마칠 때까지 소변을 참다가 자기 밭에 와서야 해결했다. 이처럼 우리 농촌에서 가축이나 사람의 배설물이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사실을 필자가 강의 시간에 설명하면 대부분 학생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1961년 충주비료공장이 준공되면서 우리나라의 화학비료 생산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따라서 농지 단위면적당 곡물생산량도 이때부터 증가했다.60,70년대 건설된 비료공장이 우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75년 81%에서 2000년에 27%로 하락했다. 단위 농경지의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 식생활의 변화, 시장개방으로 인한 저가 곡물의 수입 등으로 곡물 자급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퇴비의 사용량은 급속히 감소했다. 비료가 값싸고 공급이 원활하며 사용이 간편해 농민들이 퇴비의 사용을 꺼려하고 있다. 그러나 비료의 장기간 사용은 농경지의 토질을 약화시켜 농작물이 병충해의 피해를 쉽게 받게 된다. 그 결과 다양한 농약이 살포되고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농경지의 물질순환구조 자료에 의하면 전체 비료 사용량의 46%가 토양에 축적되고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하천으로 흘러가 호수나 바다를 오염시킨다. 화학비료는 전체 비료의 7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질소비료 사용량은 ㎢당 18.9t으로 일본의 2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이는 작물이 필요한 적정량의 2배가 넘는다. 환경부는 2012년까지 하수 슬러지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기로 해양수산부와 최근에 합의했다. 하루 평균 7000여t의 하수 슬러지가 발생하고 11%만 재활용이 된다. 요즈음 유기농산물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가축분뇨나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유기 슬러지를 최대한 이용해 퇴비를 생산하면 우리 농경지에 필요한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을 화학비료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공급할 수 있다. 적정량의 퇴비가 적기에 사용되면 농경지의 비만을 방비하고 해마다 문제가 되는 호수와 바다의 조류에 의한 피해도 막을 수 있다. 환경부와 농림부의 긴밀한 협력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 굴뚝기업도 ‘변해야 산다’

    굴뚝기업도 ‘변해야 산다’

    ‘기업의 변신은 무죄?’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는 굴뚝형 회사들이 있다.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는 곳들이다. 국민 볼펜으로 통하는 ‘모나미 볼펜’의 제조사 모나미는 프린트 서비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모나미 송하경 사장은 지난 11일 “다음 달 자본금 30억원 규모 자회사를 설립, 맞춤형 프린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HP 프린트 스테이션’을 세운다.”면서 “2010년까지 전국에 1120개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HP 프린트 스테이션´으로 승부 1960년 필기구 제조업으로 출발한 모나미의 변신은 지난 94년,HP에 프린터 용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컴퓨터 문서작업이 보편화되자 프린터 소모품 유통 사업을 본격화해 지난해 말 프린터 용품 매출 비중이 55.88%로 문구류 매출(43.44%)을 훌쩍 넘어섰다. 모나미는 지난해 주총 이후 거래소에서 업종을 아예 유통업으로 바꿨다. 송사장은 “3만개 문구점 중 8000개와 거래하고 있는 모나미의 유통력과 HP의 기술력을 합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5년내에 연 매출 1000억원을 추가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직공장터에 복합유통센터 건축 85년 전통의 섬유회사 경방도 옷을 갈아입는다. 경방은 서울 영등포의 옛 방직공장터 1만 8000평에 복합 유통센터를 짓기로 하고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한다. 1923년부터 2003년까지 섬유 제조 공장으로 쓰이던 이 곳에는 2008년쯤 백화점, 오피스텔, 멀티플렉스가 들어선다. 경방 관계자는 “섬유 생산량이 줄자 용도를 바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방의 매출은 2002년 1910억원에서 지난해 163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유통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경방은 경방유통, 우리홈쇼핑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태광 계열이 우리홈쇼핑 지분을 33%까지 넓히자 지분을 약 55%까지 확보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절대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섬유 산업이 ‘지는 해’라면 홈쇼핑은 ‘뜨는 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원자재값도 폭등… 中企 ‘죽을 맛’

    원자재값도 폭등… 中企 ‘죽을 맛’

    고유가에 환율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는 산업계가 원자재값 폭등까지 겹치며 거의 ‘실신’ 상태에 빠졌다. 환율, 유가, 원자재값 세 가지 악재가 모두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외부변수라 사실상 무대책이다. 수건걸이, 수도꼭지 등의 제조업체인 삼원금속 관계자는 10일 “원자재인 아연과 전기동이 지난해 9월 대비 현재 100% 이상 올랐지만 제품 단가는 겨우 6% 올리는 데 그쳤다.”면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원자재 확보도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들을 이중고에 빠트리고 있다. 황동봉 제조업체인 대창공업 관계자는 “제품 수요처에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시키지 못하는 점도 어렵지만 공장 가동을 위한 원자재 확보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최근에는 수입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자동차부품 아연도금을 담당하는 B사 관계자는 “아연값은 2배로 뛰었지만 원청업체와의 관계 때문에 납품단가에는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부품업체들도 환율 등으로 워낙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최근들어 납품가 인하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회사는 아연가격 폭등과 납품가 인하로 수익성이 거의 ‘제로’로 떨어지자 생산물량을 늘리기 위해 무리를 해가며 설비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전기동 가격은 지난해 12월 평균 t당 4576달러에서 올 1월 4734달러,2월 4982달러,3월 5102달러, 지난달 6386달러,5월에는 7635달러로 치솟았다. 최저점인 2002년 9월 t당 1478달러에 견줘 6배가량 뛴 셈이다. 김수봉 부장은 “다른 대체제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최근에는 생산량을 줄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행동에 들어간 아스콘업계도 비상이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금난과 가동중단 위기에 몰렸다. 아스콘연합회 김덕현 전무는 “정유사들이 지난해 3월 ㎏당 210원이었던 아스팔트 공급가격을 1년새 360원으로 무려 71.4%나 올렸다.”면서 “이 기간 국제 유가가 26% 오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산업자원부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원자재 구매자금 3635억원을 조기 배분토록 하고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원자재신용보증특례제도(1000억원 규모)를 이달 중 도입키로 했다. 연광, 알루미늄스크랩, 아연괴, 전기동, 니켈괴, 주석괴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적용, 수입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ukelvin@seoul.co.kr
  • SK건설, 루마니아 탈황시설 준공

    SK건설, 루마니아 탈황시설 준공

    |피테슈티(루마니아) 주현진기자|SK건설이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동유럽 지역에서 일괄 수주받은 석유화학 플랜트를 완공,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아르페킴 정유 공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된 ‘수첨 탈황설비 플랜트’란 1차로 걸리진 원유에 수소를 첨부해 황함량을 500 이하로 떨어뜨리는 설비다. 루마니아의 정유회사인 페트롬(오엠브이가 인수)이 발주한 플랜트 설비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스티의 북서쪽 근교 피테슈티시 아르페킴 정유공장 안에 있다. 이 탈황설비 플랜트의 하루 생산량은 약 2만 5000배럴에 달하며 공사 금액은 총 4600만달러다. 설계-구매-시공 등을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 루마니아의 관행이지만 SK건설은 유럽 유수의 선진 업체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례적인 일괄 턴키식으로 수주했다. 손관호 SK건설 부회장은 “지난 2004년 4월 시작한 공사는 잦은 폭우와 한파에도 애초 계약했던 공사기간보다 2개월이나 앞당겼을 뿐 아니라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마무리됐다.”면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한국 업체의 우수한 시공능력을 입증하는 한편 동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유럽 국가들은 점점 엄격해지는 유럽의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향후 지속적으로 노후화된 플랜트 시설을 현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SK건설이 이번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앞세워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주변 국가에서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손 부회장, 게오르게 콘스탄티네스쿠 페트롬사 사장, 김대식 주 루마니아 대사, 이온 카르스토유 아르제시주 주지사가 참석했다. jhj@seoul.co.kr
  • [서울광장] 에너지전쟁 이제 시작이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에너지전쟁 이제 시작이다/우득정 논설위원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159ℓ에 불과한 원유 1배럴의 현물가격이 중동산 기준으로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도 조만간 ℓ당 1600원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화 강세가 없었더라면 ℓ당 2000원을 넘는다는 얘기다.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당시의 가격을 현 시세로 환산하면 배럴당 80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아직 견딜 만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당시에는 4차 중동전과 이란의 혼란 등 중동지역의 일시적 불안이 국제 유가 폭등을 불렀지만 이번에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 폭등 시나리오가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정책국가위원회와 전문가들의 모의실험 결과를 인용,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과 미국의 알래스카 원유 저장시설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으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적인 투기펀드인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짐 로저스는 10년내 유가가 상당기간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다가 오는 석유위기’의 저자인 콜린 캠벨은 이르면 올해 중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한다면서 이후 매년 2∼3%씩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미국이 핵문제로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보복성 석유감산 조치에 돌입하면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잉여생산 능력 부족과 중장기적인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고유가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보고했다. 고유가 행진에도 정부가 배급제 등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시책을 펼 수 없는 이유다. 2004년 말 현재 전세계 석유 확인매장량은 1조 1886억배럴, 미확인 매장량은 1조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확인매장량의 61.7%가 중동지역이고, 지난해 전세계 1일 생산량 8026만배럴의 30.7%를 중동산유국이 공급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석유채굴 가능 연수는 전세계 평균 40.5년. 중동 81.6년, 중남미 40.9년, 아프리카 33.1년, 유럽 및 유라시아 21.6년, 아시아·오세아니아 14.2년, 북미 11.8년이다.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배경이나, 남미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볼리비아가 이달 초 석유와 천연가스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한 배경에는 매장 석유의 고갈시기와 함께 ‘에너지동맹’이라는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에너지 수급질서에 동참하느냐, 아니냐로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석유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과 석유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그리고 베네수엘라, 유럽의 일부 국가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러시아·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중남미·아프리카에 이어 이번 주 아제르바이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산유국 중심으로 정상외교를 펼치는 것도 에너지 질서 재편과정에서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3.8년분의 사용량인 30억배럴의 대형 유전탐사권을 획득했다지만 중국이나 일본, 인도의 성과에 비해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호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했다. 최근 미국과 안보동맹을 선언한 일본도 미국의 핵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의 석유자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동물도 짝짓기 계절엔 피를 부른다. 에너지 짝짓기 시대에 피를 보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주머니를 최대한 부풀리는 길밖에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5)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개척

    [농업 희망을 쏜다] (5)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개척

    “인터넷으로 쌀을 팔겠다니까 모두가 ‘미친 놈’이라며 비웃더군요.”평택평야와 맞닿은 충남 천안시 성환읍 복모리의 논에서 만난 인터넷 쌀가게 ‘해드림’(www.ssal.co.kr)의 이종우(52) 대표는 여유있어 보였다. 지난해 매출 5억 5000만원에 순이익 1억 5000만원을 올린 ‘인터넷 만석꾼’ 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농업인은 생산뿐 아니라 가공과 판매, 컴퓨터까지 모두 할 줄 아는 ‘종합 예술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사짓기 싫어 도시로 탈출 그의 집안은 6대에 걸쳐 200여년 동안 복모리 일대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농사를 지었다. 그 역시 대학 입학(74년·단국대 행정학과) 이전까지 농삿일을 도왔으나 부모님께서 억지로 시켰기 때문이다. 대학에 간 것과 이후 도시 지역에서 장사를 한 것도 농삿일을 벗어나려는 방편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시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과 송탄 등지에서 운동화 가게, 양복점, 금은방 등을 했어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6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나섰지만 반복하는 일상에 더 지쳤다. 그러던 참에 ‘농삿일을 이어받으라.’는 부친의 권고가 있었다. 아내를 설득해 결국 23년 만인 1997년 11월 고향에 돌아왔다. 외환위기만큼 추운 겨울이었다. ●기존의 생산·판매 방식으로는 본전도 못찾아 처음에는 ‘마음 편하게 농사나 짓자.’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이듬해인 98년부터 농삿일에 뛰어들었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그의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먹는 것도 귀찮았다. 석달 만에 몸무게가 10㎏이나 줄고 탈진으로 두 차례나 병원 신세를 졌다. 가슴을 짓누른 것은 무엇보다도 불투명한 미래였다. 농기계를 사서 제대로 농사를 지으려면 수억원이 필요했다. 쌀값은 계속 떨어졌다. 죽어라 농사짓고 수확에만 의존하는 패턴으로는 희망이 없었다. 차라리 땅을 팔아 이자나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쌀을 직접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또한 농삿일과 함께 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인터넷’이란 세글자가 떠올랐다. ●컴맹, 인터넷으로 쌀을 팔다 그때까지 그는 ‘컴맹’이었다. 무작정 서울 용산으로 달려가 컴퓨터 1대와 컴퓨터 입문책을 샀다. 인터넷을 연결하는 데에 1주일이 걸렸다.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해 줄 업체를 찾고, 이름을 정하고, 로고를 만들고, 포장지를 만들었다. 주변의 시선은 싸늘했다. 부모님은 ‘하라는 일은 안하고 어디를 돌아다니느냐.’며 혀를 찼다. 당시만해도 컴퓨터를 보고 쌀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니 인터넷 자체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디 잘 되나 보자.’는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제일 두려웠다. 하지만 99년 4월 오픈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쌀가게는 ‘블루오션’이었다. 해드림을 개설한 지 1주일 만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원에 사는 주부의 전화였다.“믿을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 쌀 주문이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이 대표는 옛일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그의 사연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의 외신에도 소개됐다. ●주문형 쌀판매, 유통에서 번다 해드림 쌀은 비싸다. 보통 쌀은 20㎏에 4만∼4만 5000원 정도지만 해드림은 5만 8000원을 받는다. 그래도 한번 먹어 본 사람은 십중팔구 다시 찾는다. 비결은 품질에 있다. 해드림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도정한다. 주문 이후 배달까지 2∼3일이면 충분하다. 일반 쌀은 도정한 뒤 판매까지 보름 정도 걸린다. 유통기간에서 경쟁이 될 수가 없다. 또한 볏짚이나 왕겨 등에서 추출한 수액을 농사에 이용하는 환원순환형 농법을 사용, 쌀알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비료는 3분의1만 써서 벼가 쓰러지지 않게 했다. 게다가 인근 30여농가와 영농조합을 결성, 농기계를 소유한 농민들로부터 농기계를 빌려썼다. 수억원이 들 것을 3000만원 이하로 낮춰 300평당 9만여원을 아꼈다. 여기에 천부적인 ‘마케팅 마인드’가 추가됐다. 예컨대 전화번호를 ‘080-582-3333’으로 정했다.‘오 빨리 쌀쌀쌀쌀’로 기억되도록 한 것. 그는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은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 농업인들은 마인드를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시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기반조성에 적극 나서야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 사이트는 지난해 말 6200개에 이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이 60곳, 민간기업형이 343곳, 농업인 홈페이지가 5800곳이다. 농림부 산하기관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신선몰(www.sinsunmall.com) 등에는 홈페이지가 없는 농민들이 입점해 쌀을 비롯한 곡류와 채소 과일 등을 직거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의 인터넷 직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는 초고속통신 인프라 구축, 인터넷 사용료 감면, 포장·택배비용 지원, 농민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안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해드림’의 성공요인 분석 국산쌀은 외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싼 것보다 비싸더라도 좋은 쌀을 찾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최고의 쌀’을 공급하는 해드림의 성공 전략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인터넷이라는 외부환경에 신속히 대처하고 활용했다. 쌀맛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유통 기한이다. 도정한 지 보름이 지나면 맛이 변질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해드림은 주문한 다음날 도정해 별도로 계약한 택배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도정에서 밥짓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둘째, 남아도는 농기계를 적절히 활용해 생산비를 절감했다. 해드림은 농가에 농기계가 너무 많고 한철에만 사용되는 등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농기계를 직접 사기보다 빌려서 썼다. 농가는 대여소득을 올리고 해드림은 농기계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다. 필요한 농자재도 공동으로 구매했다.300평당 해드림의 생산비는 49만 6353원, 일반 농가는 58만 7748원이다. 해드림이 보유한 농기계는 제초기가 유일하다. 셋째, 친환경 농법이다. 질소비료를 기준량의 50%만 쓰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쌀의 완전미 비율이 높아져 밥맛이 좋아졌다. 자연친화적 농법은 웰빙시대에 부합했고, 재구매율 90%라는 믿기 어려운 수확을 올렸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전문연구원
  • “낸드플래시 구조조정 빨리올것”

    “낸드플래시 구조조정 빨리올것”

    지난 4일 찾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메카인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임직원 2만여명이 이웃돕기 단축 마라톤인 ‘사랑의 달리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대운동장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보였다. 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기흥·화성 16개 반도체라인 팹(Fab·생산라인)동에서는 임직원 6000여명이 방진복을 입고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13년째 세계 메모리업계 1위 43만평 규모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화성공장(48만평)과 합치면 세계 최대의 ‘세미콘 클러스터’이다. 규모뿐 아니라 개발과 생산, 영업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그야말로 반도체 복합단지 시설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13년째 세계 메모리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기흥공장 3라인은 주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생산하는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 라인.1986년에 지어진 곳으로 1,2라인이 특정 공정만 가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팹동에서는 눈 부위만 드러낸 100여명의 직원들이 시끄러운 바깥 행사와 달리 차분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팹동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지대”라면서 “여의도의 2배 면적에 먼지 총량은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1위인 미국 인텔과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의 과감한 낸드플래시 투자로 세계 반도체시장은 전운이 짙게 깔려 있다. D램에 이은 ‘낸드플래시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고급제품·기술개발·비용절감 등 정공법으로 경쟁”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이날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낸드플래시 메모리업계의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것”이라며 “기술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도태 가능성”을 밝혔다. 이어 “과거 D램은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이나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는 업체들이 도태당하는 구조조정의 시기가 찾아왔었다.”면서 “낸드는 예상보다 이런 시기가 빨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전망의 이유로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개발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데다 모바일 기기 등을 중심으로 낸드플래시가 사용되는 제품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점을 꼽았다. 또 인텔이나 도시바 등 경쟁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도 구조조정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황 사장은 인텔이 마이크론과 합작해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출하고, 도시바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기로 하는 등 경쟁업체들의 도전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고나면 새로운 경쟁이고, 항상 위기다.”라면서 “고급 제품과 기술을 앞서 개발하고 비용을 절감해 경쟁에 나서는 정공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바 등 일본의 반도체 7개사가 시설과 장비 확충을 위해 올해 1조 100억엔(8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도시바는 올해 투자액 3540억엔(2조 9000억원) 가운데 70%를 미에현 야카이치 공장 확장을 포함해 낸드플래시 생산량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기흥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30분) 신록의 계절 5월에 사과꽃이 만발한 영주로 안내한다. 조상들의 단아한 멋이 살아있는 부석사에서 옛 정취를 한껏 느껴본다. 영주는 전국 사과생산량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 사과밭을 자랑하는 곳이다. 꿀 사과도 맛보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되새겨볼 수 있는 교육의 현장 영주로 찾아간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싱그러운 5월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이 직접 뽑은 베스트 동요들을 엮어 신나는 가족 음악회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의 테마는 아빠랑 엄마랑 함께 떠나는 노래별로의 환상적인 여행. 노래별에는 아름다운 천사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그 별에 사는 별 가족의 모험과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오후 10시55분) 장애인 통합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제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통합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그 개선방안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알아본다. ●베스트극장 후(後)(MBC 오후 11시45분) 도유는 소연과 함께 펜션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펜션안의 미술 작업실에서 소연에게 그림을 배우며, 펜션일을 하는 그들. 그러나 도유의 마음속에는 2년 전 헤어진 유진이 자리 잡고 있다. 소연은 그런 도유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곁에서 지켜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위기탈출 넘버원(KBS2 오후 10시5분) 가정 내에서도 보호자의 부주의로 인해 영유아가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영유아 익사사고의 공통점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발생한다는 것. 가정 내 영유아 익사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예방법과 심폐소생술의 방법을 ‘위기탈출 시뮬레이션!지워야 산다’에서 알려준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유럽의 심장, 북쪽의 로마, 백탑의 도시. 이 모든 별명이 어울리는 도시, 체코 프라하.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의 하나이며, 보헤미안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골목마다 중세의 향기가 배어 있어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억여 명에 달한다. 시간이 멈춰버린 매혹의 ‘중세’를 만나본다.
  • 900㎖에 6900원… 고급화 바람도 거세다

    우유에도 최고급 바람이 강하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우유는 파스퇴르의 ‘내곁에 목장 유기농우유’로 900㎖에 무려 6900원이다. 일반 우유가 1ℓ에 1700∼1800원선인 가격대와 비교하면 4배 가량 비싸다. 유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ℓ에 1만원 하는 우유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프리미엄 우유는 소비자들이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불신이 높은데다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기 때문에 형성되고 있다. 프리미엄 우유는 깨끗한 목장에서 원유를 생산, 관리한 유기농임을 내세우거나 선선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는 뼈에 좋은 칼슘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최초로 유기농 인정을 받은 설목장의 ‘설목장우유’는 900㎖에 5300원, 자연이담의 ‘청정유기농우유’가 900㎖에 6500원, 이마트의 자체 라벨 상품인 ‘이플러스 숲골우유’는 1ℓ에 4200원에 나와 있다. 이어 ‘그날 짜서 그날 다 판다.’는 강성원우유는 1ℓ에 2850원, 온나라유통의 ‘다이아&골드우유’는 1ℓ에 2900원, 남양유업의 ‘뼈건강연구소 206’은 900㎖에 2200원에 나와 있다. 파스퇴르 관계자는 “프리미엄 우유의 경우 원유 생산량이 부족하고 업체들이 설비를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며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인천이 원조 ‘성냥공장’

    인천이 원조 ‘성냥공장’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나이 40을 넘긴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그 시절의 국민가요(?)다. 체면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술자리 등에서는 단골로 등장해 수준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면서도 분위기를 띄우는 묘한 노래였다. 하지만 끝부분이 상당히 저급해 성희롱의 잣대가 엄격해진 요즘 아무 데서나 불렀다가는 다음날 아침이 편치 않을 것이다. 아무튼 지난날 군대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불려져 제대 후 “정식 군가인 줄 알았다.”고 회고하는 싱거운 사람까지 있는가 하면, 모 전방부대에서는 사단장이 사병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문제의 ‘끝부분’과 후렴까지 힘차게 불렀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있다. 이 노랫말처럼 ‘인천’ 하면 성냥공장과 직공 아가씨들이 연상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이 우리나라 성냥산업의 시발지이자 메카였기 때문이다. 1900년 러시아 대장성이 발행한 ‘조선에 관한 기록’이란 보고서에는 “1886년 인천 제물포에 외국인들의 지휘 아래 성냥공장이 세워졌다. 그러나 얼마 안가 생산이 중단됐는데, 그 원인은 일본제 성냥이 범람했기 때문이다.”고 적혀 있다. 이 기록만으로는 성냥공장의 정확한 위치, 상호 등을 알 수 없지만 한국 최초의 성냥공장이 인천에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성냥공장은 1917년 10월 인천 동구 금곡동(당시 금곡리)에 설립된 ‘조선인촌주식회사’다. 이 공장이 인천에 들어선 것은 성냥 재료로 압록강 오지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배편으로 쉽게 들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한 세기’라는 책자는 “당시 서울에는 성냥공장을 세울 만한 마땅한 부지가 없었고, 전력도 인천보다 부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곡리에는 대형 변전소가 자리잡는 등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사정이 서울보다 나았다. 또 항구도시라 값싼 노동력이 풍부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이나 대구 등지에 세워진 성냥공장들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도 이같은 여건들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조선인촌주식회사는 신의주에 부속 제재소까지 두었고, 직원도 남자 200여명, 여자 300여명 등 모두 500여명에 달했다. 성냥 제조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을 많이 고용했는데, 이것이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야릇한 노래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 무렵엔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성냥개비에 인(燐)을 붙이고 성냥개비를 성냥갑에 넣는 작업 등을 전부 수작업으로 했는데, 이 일을 주로 당시 가난했던 어린 소녀들이 맡았다. 이 회사는 ‘패동(佩童)’,‘우록표(羽鹿票)’,‘쌍원표(雙猿票)’ 등의 성냥을 국내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연간 7만 상자(하루 2만 7000갑)를 생산했다. 특히 성냥갑 제조를 위해 하청을 준 곳이 500여가구에 달할 정도로 규모나 생산량이 대단했다. 이 집들은 온식구가 성냥갑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고 한다. 1930년대에는 성냥공장 여공들이 낮은 임금에 항의해 파업을 일으켰다. 성냥개비 1만개를 붙여야 60전을 받고 하루 13시간 꼬박 서서 일해야 하는 등 노동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했다. 여공들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여성 근로자를 비하하는 뜻이 담긴 ‘성냥공장 아가씨’에는 이처럼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가축에도 의약분업?

    가축에도 의약분업?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소·돼지나 양식어류 등에 약품을 쓸 수 있도록 한 현행 법규에 수의사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항생제 등이 마구잡이로 사용돼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축·수산업계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현행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가 아니면 진료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동법 10조와 시행령 12조는 예외조항을 두고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해서는 진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누구나 제한 없이 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국건수)는 오는 12일 수의사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라 수의사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자가 진료’로 인해 이를 침해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건수 오용관 정책국장은 “수의사 처방권에 대한 법·제도적 미비가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균의 증가를 가져왔다.”면서 “동물 복지는 물론 국민건강까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 “항생제 사용 덴마크 16배” 축·수산물에 대한 항생제 등 약품남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축·수산 동물약품(항생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보다 1.2배 많지만 항생제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16배다. 선진국에서는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축·수산물에 대한 성장촉진 목적의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항생제 사용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돼 왔다. 그러나 전체 항생제 사용량은 줄어드는 반면 축산농가 등의 자가 사용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수의사들은 항생제, 호르몬제, 마취제, 백신 등에 일부 취급주의 약품에 대해 처방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004년 9월 현재 수의사 처방에 의한 약품 사용은 6% 수준이다. ●축산업계 “산업동물 관련 수의사 크게 부족” 축·수산업계는 수의사들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약품 사용이 1년에 한두 차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수의사를 부를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료를 요청했을 때 이를 바로바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수의사가 충분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한양돈협회 김동성 전무는 “수의대생 대부분이 반려동물(애완동물) 관련 쪽으로 진출하고 가축 등 산업동물 분야로는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의사 처방제도를 도입하면 비용도 문제지만 악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 수의사를 기다리다 가축이 죽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2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주의 동물용 의약품 취급요령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당시 김홍신 의원이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동물의약품은 수의사의 처방 또는 지도·감독 하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4) 희비 엇갈린 일본과 타이완

    [농업 희망을 쏜다] (4) 희비 엇갈린 일본과 타이완

    미국산 칼로스 쌀이 시장에서 반품되는 등 국내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실시된 3차 공매에선 한톨의 쌀도 낙찰되지 않았다. 농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며 안도의 숨을 쉬었겠지만 국산 쌀값의 ‘동반하락’과 ‘재고처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꼭 좋아만 할 상황은 아니다. 1999년과 2003년, 밥쌀용 수입쌀을 개방한 일본과 타이완에선 서로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에선 수입쌀이 ‘냉대’를 받아 가격이 일본쌀의 50∼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타이완의 경우 고급쌀과 중저가 시장에서 수입쌀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왜 이같은 차이가 생길까. 일본인이 타이완 사람보다 자국 농산물을 아끼는 애국심이 더 강해서일까. 아니면 나라마다 입맛이 달라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은 정부와 농민, 소비자들이 개방을 준비했지만 타이완은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준비된 일본, 서두른 타이완 일본은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과로 6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다. 대신 관세없이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MMA)을 86∼88년 일본내 소비량의 4∼8%로 정했다. 일본은 처음부터 수입쌀의 일부를 밥쌀용으로 풀었다. 개방에 앞서 일본쌀과 수입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도 당시 10년간 관세화를 유예받았지만 수입쌀을 밥쌀용으로 풀지 않고 가공용으로만 썼다. 수입쌀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형편없다.”이다. 농업문제를 연구하는 민간연구소 GS&J의 이정환 이사장은 “일본은 개방 이전부터 품질개량과 농산물 안정성에 신경을 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수입쌀이 싸더라도 안팔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는 것. 당연히 수입쌀 가격은 하락해 10㎏짜리 미국산 중립종은 현재 2700엔(2만 2140원)으로 일본에서 가장 싼 북해도산의 3600엔에도 못 미친다. 가장 비싼 니가타현의 쌀 5340엔에는 절반 수준이다. 가격이 싸지만 인기가 없자 일본 정부는 4년만에 관세화로 전환하면서 쌀시장을 완전개방했다. 반면 타이완은 품질개선을 통해 고급쌀을 내놓을 시간이 없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치중하느라 관세유예화 기간을 1년밖에 받지 못했다. 의무수입물량도 8%에서 출발했다.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상태에서 수입쌀이 들어오자 타이완 쌀값은 폭락했고 농민들은 ‘패닉(공황)’에 빠졌다. 타이완 정부가 지지가격을 설정, 전량수매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희비 엇갈린 수입쌀 관리방식 일본과 타이완은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고관세(높은 관세율)를 유지했다. 일본은 1000%를 넘고 타이완은 560%에 이른다. 때문에 높은 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수입쌀은 거의 없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기 이전까지 두나라는 수입의무물량만 잘 관리하면 자국의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은 연간 의무수입물량 76만 7000t 가운데 국영무역으로 들어오는 66만 7000t을 가공용과 사료용, 원조용에 제한했다. 식당 등 외식업체에는 풀지 못하게 했다. 밥쌀용으로 10만t을 할당했지만 연간 소비량의 1.1%에 불과하다. 수입쌀을 언제까지 팔아야 한다는 시한도 정하지 않아 수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완은 연간 의무수입물량 14만 4720t 가운데 35%를 밥쌀용으로 정했다. 국내 소비량의 4.41%에 해당된다. 또한 일정기간 이내에 수입쌀을 팔도록 해 수확기와 관계없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영무역으로 들어오는 나머지 수입쌀들도 학교급식용 등으로 배정, 타이완쌀의 입지를 크게 좁혔다. ●승패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박사는 “일본의 소비자들은 국산 농산물을 차별적으로 선호하는 ‘홈마켓 바이어스’가 유달리 강하다.”면서 “국내 농산물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고 정부와 농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쌀 브랜드화 전략도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일본의 수입 농산물 안정성 검사가 철저하고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 품질개선 등으로 수입쌀에 대한 ‘내성’을 스스로 키웠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쌀을 국에 말거나 비벼먹지 않아 쌀 자체의 맛이 소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입쌀은 유통기간이 길어 밥맛이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상대가 되기 어려웠다. 타이완은 시장을 개방하기 직전까지 수매제도를 통해 정부가 쌀 가격을 지지했다. 생산하는 물량을 정부가 책임지고 유통마저 관리하다보니 품질개선은 뒷전이었고 경쟁력은 약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관세화로, 그것도 1년만에 전격 개방되다보니 타이완 쌀시장은 둘로 쪼개졌다. 일본과 미국산 쌀은 고품질 시장을, 중국과 태국·이집트 쌀은 중저가·저품질 시장을 파고들었다. 타이완 쌀은 고관세에만 의지, 사실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농림부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돼 관세가 낮춰지면 타이완 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도 타격을 받겠지만 관세감축 등에 대비, 비용절감으로 쌀값을 낮추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이미 강구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日, 품질 지속개선… 국민입맛 잡아” |도쿄 이춘규특파원|주일 한국대사관 김홍우 농무관은 “일본은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고 최근에는 중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등지로 일본의 고급브랜드 쌀을 역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9년 4월 수입쌀이 들어온지 7년이 지났는데 영향은 어떠한가. -수입쌀 1㎏당 341엔(약 2800원)씩 부과하는 관세 때문에 의무수입물량 이외의 외국쌀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2003년 수입 쌀값은 1㎏ 기준으로 태국산 209엔, 미국산 226엔, 호주산 231엔, 중국산 255엔 등이다. 여기에 관세를 부과하면 ㎏당 322∼644엔 하는 일본쌀과 경쟁이 안된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일본쌀을 좋아해 영향은 미미하다. ▶일본인들은 왜 자국쌀을 선호하나. -한마디로 품질이 좋다.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도 영향이 있다. 학교급식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학부모의 몫이지만 지자체 등의 지원으로 일본쌀을 공급, 어려서부터 일본쌀에 입맛이 들었다. ▶의무수입물량은 어떻게 처리되나. -95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678만t이 들어왔다. 밥쌀용은 10%도 안되는 64만t 뿐이다. 가공용 240만t, 원조용 204만t으로 쓰였고, 재고가 170만t이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수입쌀 방어뿐 아니라 공세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상하이 등 중국 연안과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지에 고급쌀 이미지를 활용, 상류층을 겨냥한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일본쌀 수입이 원천규제돼 있다). ▶우리 쌀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우리 농가는 쌀에 대한 의존도가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다양한 수입원 개발이 필요하고 학교급식 등으로 우리쌀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비중이 15% 미만이다. 서비스업 시간제 근무, 공장근무 등 겸업수입 비중이 높다. taein@seoul.co.kr ■ “타이완, 쌀개방후 생산조정제 시행” 타이완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지면적을 줄이는 생산조정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다음은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장자샹(江嘉祥)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수입쌀 시판에 따른 영향은. -2002년 1월 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쌀 수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과거 쌀 산업의 생산구조를 변화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으나 개방을 앞두고 국내 가격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가격이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쌀 상인들이 쌀을 비축하지 않아 시장에서 쌀 유통이 크게 늘었다. 그래서 쌀값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 ▶시장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나.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가와 협의해 경작 면적을 줄이고 쌀 생산량과 판매량을 예고해 시장에 경보를 주는 제도이다. 농민들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수매업무도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연이율 2.5%로 농민회와 쌀 상인들에게 쌀매입 자금을 대여하고 있다. ▶품질개선에 대한 노력은. -쌀 등급제와 품질 인증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식품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타이완 쌀을 팔기 위해 국내외 전시회 참가를 적극 돕고 있다. ▶개방에 앞서 관세화 유예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은 수입쌀 준비에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타결되면 쌀 수입이 더 늘지 않겠는가. -농민들이 정부의 휴경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과잉생산으로 쌀 가격이 떨어져 농사짓는 사람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수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해야겠지만 결국은 품질개선과 경쟁력 제고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설] 세계 LCD산업 메카 된 파주

    LG필립스의 7세대 LCD 파주공장이 그제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51만평 부지에 지난 2년간 5조 3000억원을 들여 1단계 준공을 마친 것이다. 이 공장에서는 42인치·47인치 LCD TV용 패널을 연간 860만장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2012년까지 파주인근 양주·연천 등지 140만평에 27조원을 투입해 4개 산업단지가 더 완공되면 연간 3조원 매출에 직접고용 4만 2000명, 간접고용 1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니 기대가 매우 크다. 환율 급락과 고유가에다 현대차그룹 수사로 우리 경제가 어수선한 시기에 파주공장의 준공은 실로 반갑고 가슴 뿌듯한 소식이다. 이 공장의 준공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하겠다. 우선 삼성전자 탕정공장과 합치면 LCD 생산량이 세계 1위여서 세계 LCD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휴전선에서 불과 10㎞ 떨어져 남북간 인적·물적교류의 요충지가 될 것이며, 북한 개성공단과 연계되면 시너지효과도 아주 클 전망이란다. 외국 투자자에게 안보불안을 불식시킨 점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의미는 정부·지자체·기업, 그리고 주민이 한마음이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점일 것이다. 손학규 경기지사와 관계 공무원들은 신속한 행정지원은 물론이고, 필립스사와 30여차례 협상에 임하는 등 끈기를 보였다. 정부 부처들과 협조해서 걸림돌도 하나하나 치웠다. 주민들은 생활터전을 양보하고, 조상의 묘 이장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LG필립스 공장의 준공과정에 국가경제의 도약,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이 들어있다고 확신한다.
  • [인천이 원조](3)사이다

    [인천이 원조](3)사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셔요.” 이미 고인이 된 코메디언 서영춘씨가 1960년대에 크게 유행시킨 ‘사이다송’이다. 콜라와 더불어 청량음료의 쌍두마차인 사이다. 지난날 학생들이 소풍을 갈 때면 어머니가 은밀한 손길로 배낭에 넣어주던 품목이다. 김밥과 함께 ‘환상의 콤비’를 이뤄 소풍의 의미를 배가시켰고, 지금도 촌 노인들은 “사이다는 소화제”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사이다가 왜 하필 인천 앞바다에 떴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답은 간단하다. 사이다는 인천에서 탄생돼 앞 바다에 병이 둥둥 떠다닐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이다는 미국에서 들여와 지금까지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콜라와는 달리 ‘신토불이형’음료수다. ‘인천부사(仁川府史)’에 따르면 1905년 히라야마 마쓰타로라는 일본인이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해광사 부근에 ‘인천탄산제조소’라는 사이다 공장을 세웠다. 이 회사는 미국식 제조기와 5마력짜리 발동기를 이용해 ‘별표(星印) 사이다’를 생산해냈다. 식혜와 수정과 정도가 음료로 여겨졌던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야릇한 이름과 함께 어색하게 다가섰지만 사이다를 한번 맛본 이들은 금세 톡 쏘는 맛에 매료됐다. 시원한 음료가 없던 시절인 데다 가격까지 싸 사이다는 서민들 사이에서도 “사이다에 인이 박혀서…”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향토사학자인 고 신태범 박사는 ‘개항 후 인천풍경’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인이 싸구려 음료수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빙수밖에 없던 여름철에 시원한 마실거리를 선보였다. 병은 그대로 내놓고 3전이었다.”고 회고했다.‘병은 그대로 내놓고’는 사이다는 마시고 병은 반품했다는 뜻이다. 1916년 9월 미국에서 발행된 월간지 ‘월드 아웃록’에는 경인선 기차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객차 전면에 ‘별표 사이다’ 광고가 보인다. 당시 첨단시설인 기차에 광고를 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는 얘기다. 사이다는 전국으로 전파돼 회사측은 상당한 돈을 벌었다.1929년 당시 하루 생산량은 4500상자에 달했다. 사이다는 처음에 사과즙에 브랜디와 설탕을 넣어 발효시켜 알코올 성분이 1∼6%가량 들어 있었는데, 어느 시기에 오늘날과 같이 구연산과 감미료, 탄산가스 등을 원료로 하는 음료로 바뀌었다. 해방 후에는 인천탄산제조소의 후신인 (주)경인합동음료를 불하받은 손욱래씨가 ‘스타 사이다’를 만들어 인기를 이어갔다. 이 무렵 전국에는 12개의 사이다 제조업체가 있었으나 인천의 ‘스타 사이다’와 평양의 ‘금강 사이다’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다 1950년 5월 서울에서 ‘칠성 사이다’가 출시되는 바람에 판도가 바뀌었다. 경인합동음료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1960년대 초까지 당시 인천의 일간지 ‘인천신보’에 ‘순당, 고급음료, 뉴 스타 사이다’라는 광고를 꾸준히 내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사이다가 ‘별표’로 시작해 ‘스타(star)’를 거쳐 ‘칠성(七星)’에 이르기까지 모두 ‘별자 돌림’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사이다를 컵에 따르면 기포가 톡톡 튀는 모습이 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해석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문경에는 특별한 게 있다

    문경에는 특별한 게 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가정의 달 5월이면 어디론가 떠나자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의 등쌀, 집안에 홀로 계시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에 고민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에 나서보면 어떨까. 짙어진 신록의 기운을 느끼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걸을 수 있는 옛길들이 가득한 곳. 할아버지도, 나이 어린 아이도 함께 즐거워하는 곳. 바로 경북 문경이다. 5월을 앞둔 이맘 때 가장(家長)들은 고민(?)에 빠진다. 무슨 행사와 챙겨야 할 날들은 이렇게 많은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시간적인 여유도 만들기 쉽지 않은 이 시대의 아빠들을 위해 경북 문경에 다녀왔다.3대(代)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로 문경은 전국에서 제일이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박물관과 체험장, 어르신들을 위한 온천과 걷기 좋은 옛길들, 또한 유명한 사찰들이 고루 자리잡고 있다.문경새재, 하늘재를 걸으며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들어보고, 뜨끈한 온천에서 굽을 대로 굽은 아버님 등도 밀어드리자. 도자기 체험, 철로 자전거, 탄광체험 등 다양한 레포츠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문경이다. 또한 4월29일부터 5월7일까지는 한국전통찻사발축제가 열려 더욱 문경 나들이의 재미를 더 할 것이다.상품권이나 현금이 ‘선물´로 제일이라지만 부모님,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행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우리 가슴속에 남겨 줄 것이다. 글 사진 문경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1 동심을 가득 싣고 파란 하늘 길로 문경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은성광업 등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석탄 광산이 성업을 했으며 전국 석탄 생산량의 13%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탄광지역이었다. 하지만 석탄은 얼마 안가 사양산업으로 밀려나면서 문경의 석탄을 나르던 가은선 철도와 탄광들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런 가은선 철도와 폐광지역에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난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가은선에는 가족과 연인이 철로 자전거를 타며 사랑을 속삭이고 폐광에 들어선 석탄박물관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문경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할 일이 철로 자전거 표를 사는 일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표를 구하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경 진남역(054-550-6375)으로 철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어른 두명, 아이 두명이 탈 수 있으며 왕복 4㎞구간을 달린다. 불정역쪽 코스는 낙동강 지류인 영강을 벗삼는 계곡미가 으뜸이고 가은역쪽 코스는 두개의 터널을 지나 맛이 색다르다. 가족과 함께라면 터널을 지나는 가은역쪽이 무난하고 재미있다. 철로 자전거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눈앞에 멈춰 선다. 페달은 물론 브레이크, 안전띠까지 달려 있어 자전거보다 안정감이 훨씬 느껴진다. “하나, 둘, 셋∼” 인솔자의 구령에 따라 발에 힘을 주었다. 철로 자전거의 무게가 60㎏인데도 레일 위를 사뿐히 미끄러져 나아간다. 천천히 움직이던 철로 자전거가 어느새 속도를 붙이더니 제법 빠르게 달린다.“와∼신난다. 아빠 더 빨리 달려”라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르막 경사도 없어 철로 자전거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오래간만에 하는 다리운동이라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가 뻐근해져온다. 좀 쉬려고 하면 “아빠 뭐해 빨리 밟아.”라고 더욱 재촉한다. ‘그래 봉사하는 김에 죽어라 하자.’며 다리에 힘을 준다. 가운데 앉으신 어머님도 싱그러운 봄바람과 향기로운 꽃향기에 “아범 덕에 내가 호사를 누리는구나.”라며 즐거워하신다. ‘덜컹 덜컹’소리를 내며 달리는 철로 자전거에 가족의 행복을 가득 싣고 내달린다. 갑자기 ‘와∼’하는 비명과 함께 들어선 진남터널. 오색전구로 불을 밝혀놓은 터널로 빨려 들어간다. 서늘한 터널 안의 공기와 희미한 불빛에 정신이 든다. 저기 터널 끝에 환한 세상을 향해 영차 영차 힘차게 철로 자전거는 달려간다. 이렇게 철로 자전거로 왕복하는 시간은 보통 40분정도 걸리며 1대당 1만원이다. 하지만 인근 석탄박물관이나 관광사격장 이용자들은 30% 할인해 준다. #2 파란 하늘로 떠나는 하늘재 경남 문경은 예로부터 산줄기 사이로 수많은 고갯길이 열렸다. 문경새재, 영남대로 등 예전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오르거나 물건을 팔러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이 다니던 많은 옛길들이 남아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하늘재란 옛길을 추천한다. 하늘재는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를 잇는 고갯길로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기는 하나 해발 525m의 고갯길이다. 하늘재 여행은 문경읍 관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하늘재 정상에서 미륵리로 내려가는 고갯길은 숲이 우거진 오솔길로 거의 내리막이라 누구나 편하고 쉽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포암산 입구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가 있는 곳에 주차를 한다. 여기서부터 하늘재의 시작이다. 맑은 솔향기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에 세상시름을 잠시 묻어두고 걸어 보자. 잔주름이 깊게 자리잡은 부모님 손을 잡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는가. 굵은 손마디가 가녀리게 변한 아버님, 어머님 손을 잡으며 옛이야기 한번 풀어 보자. 또는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이의 손에서 대견함을 느껴 보자.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늘재 입구에서 아쉽게도 미륵리 절터까지는 2㎞ 남짓으로 천천히 걸어도 40분이 걸리지 않는다. 미륵리 절터에는 원래 미륵대원이라는 석굴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사원은 없고 석불입상(보물 제96호)과 5층석탑(보물 제95호),3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등만 남아 있다. 또 미륵사터 부근 만수계곡 들머리엔 자연경관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관찰로’가 있다. 탐방로에는 150여 종의 야생화와 습지식물, 수서곤충, 소나무, 참나무 군락 등을 만날 수 있다. 군데군데 의자가 있어 쉬기에 그만이다. 가족과 함께 하늘재를 걸었다면 가장은 따로 할 일이 있다. 가족들이 미륵사터를 돌아보고 있을 때 쉬지 말고 포암산 입구에 세워 놓은 자동차를 가져와야 한다. 문경 온천의 물은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경종합온천(054-571-2002)은 꼭 들러 보자. 지하 900m 화강암과 석회암층에서 끌어 올린 칼슘·중탄산온천수를 쓰는데 온천수가 예사롭지 않다. 마치 진흙을 옅게 풀어 놓은 것처럼 온천수가 연갈색을 띠고 있다. 철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온천수가 공기와 만나면서 산화되어 색깔이 변한 것이다. 또한 끈끈하고 하얀 미네랄이 떠다녀 ‘더러운’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6000원 #3 문경 나들이의 재미를 더하는 찻사발축제 문경의 ‘도자기’ 역사가 90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예로부터 질 좋은 흙과 풍부한 땔감, 사통팔달의 요지였던 문경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문경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82개. 동로면에서 발견된 12세기 청자 가마터를 비롯해 19세기의 것까지 다양한 시대의 가마터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문경에 얼마나 도자기가 발전했는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또한 8대를 이어오고 있는 도자기의 장인, 발물레와 전통 망댕이 가마를 고집하는 도공들이 즐비한 곳으로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문경도자기를 더욱 알아준다고 한다. 이런 도자기의 고향 문경에서 오는 29일부터 5월7일까지 한국전통찻사발축제를 도자기전시관 일대에서 연다. 아이들이 도자기를 직접 빚는 체험은 기본이고 한지·자수·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각종 다례시연과 인형극, 노래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또 2005년 8월 문경읍 용연리에서 발굴된 백자공방유적 3기를 문경도자기전시관 망댕이가마 앞에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한편 전통 도자기 분야의 유일한 중요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선생과 전통도예명장인 도천 천한봉 선생 등 문경 전통 작가들 24명의 도자기를 전시하며 특별할인 판매행사 등 재미난 이벤트가 가득하다.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4 ●여기도 빼놓지 마세요 아이들이 중학생 이상이라면 문경관광사격장(054-550-6446)도 좋다.‘앗’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빨간 접시를 향해 ‘빵’하고 총을 쏘아 보는 클레이 사격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부서지는 원반에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간다. 만 14세 이상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사격이 가능하며 조교가 옆에서 도와 준다.25발에 1만 7000원으로 저렴하며 권총, 공기총도 쏠 수 있다. 문경 석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려주는 석탄박물관(054-550-6424)은 실제 은성탄광이 있던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폐광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230m의 갱도 체험로에는 붕괴순간, 갱내에서 도시락을 막는 장면 등 다양한 생활모습들이 실감 넘치는 음향과 조명들로 당시의 긴박감이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여행정보 문경의 맛있는 음식점으로 진남교반 유원지에 위치한 진남정(054-552-7708)을 추천한다. 문경의 명산에서 채취한 능이버섯, 송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석이, 이꽃바라기, 수수버섯, 가지버섯 등 10여 가지를 넣고 사골로 우려낸 육수에 살짝 끓여서 내놓기 때문에 입 안 가득 향긋한 버섯향기가 스며든다.4∼5인용은 5만원,2∼3인용은 3만원으로 가격도 적당하다. 또 게르마늄 성분이 든 거정석을 갈아 사료에 섞어 먹인 약돌돼지 구이와 직접 쑤는 도토리묵·도토리손칼국수로 이름난 문경새재 입구의 ‘초곡관’(054-571-2320)도 유명하다. 찾아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 탄 뒤 문경새재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 [2집이 맛있대] 광주 산월동 첨단지구내 ‘나루터’

    [2집이 맛있대] 광주 산월동 첨단지구내 ‘나루터’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조갯살을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 보면 어떨까. 조개류중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새조개 샤부샤부 전문 음식점이 있다. 광주시 광산구 산월동 첨단지구내 ‘나루터’는 새조개와 모둠조개 등 각종 조개류를 샤부샤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남해안 청정 해역 개펄에서 자라는 새조개는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 담백한 맛이 그 어느 조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안가 주민들은 예부터 산후조리때 새조개를 미역국에 넣어 끓여 먹거나 원기회복을 위한 스태미나식으로 즐겼다.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 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불린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생산량의 대부분이 비싼 값으로 일본에 수출됐다. 이 조개가 일반화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조개는 겨울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다. 나루터 음식점은 여수 가막만과 여자만에서 자생하는 새조개를 재료로 쓴다. 각종 야채와 해산물을 우려낸 국물에 새조개살을 3∼4차례 흔들어 살짝 데친 후 초장에 찍어 먹는다. 실제로 먹어 봐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남은 육수에 찹쌀과 야채를 넣고 끓인 죽맛도 그만이다. 조개모둠 요리도 일품이다. 현지에서 직송한 키조개·백합·죽합·가리비 등 각종 조개의 껍질을 까 큰 접시에 올린다. 냄비에 무·양파·다시마·팽이 버섯 등을 넣고 팔팔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다. 나루터 음식점은 조만간 참장어(일명 하모) 샤부샤부를 계절 요리로 추가한다. 참장어는 여수 앞바다에서 5월부터 10월까지 주로 낚시로 잡는다. 참장어 샤부샤부도 인삼, 대추 등 한약재 들어간 육수에 데쳐 먹는다. 부추·쪽파 등 야채와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 여름철 최고의 스태미나식으로 꼽힌다. 주인 류정용(40)씨는 “음식맛은 육수와 그날 그날 들어오는 싱싱한 재료에서 난다.”며 “우리집은 남해안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곧바로 가져다 쓰는 만큼 한번 찾은 손님은 또다시 찾게 된다.”고 자랑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전경련 “MK 선처를” 검찰에 탄원서 제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수위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재계가 정 회장에 대한 선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25일 정몽구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제단체장들은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생산과 고용의 11%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며, 그동안 정 회장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전체 생산량의 75%를 수출하는 현대차는 대외신인도 확보가 관건이나 이번 사태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 회장에 대한 선처를 요구했다. 전경련 조건호 부회장은 “검찰의 수사는 공정하게 진행되겠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특히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의 직원들까지 여파가 미친다.”면서 “경제5단체장들께서 이런 점에 공감해 오늘 검찰총장께 탄원서를 냈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현대車 글로벌프로젝트 ‘비상등’

    현대車 글로벌프로젝트 ‘비상등’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0일 검찰에 소환된 것과 관련,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따라 오는 27일에서 다음달 10일로 연기됐던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이 또다시 연기된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정 사장의 소환이 확정된 지난 18일 조지아주측에 착공식 연기를 통보했다.”면서 “앞으로 정 사장의 신변처리가 어떻게 될지 몰라 착공식 일정은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1차 연기 때는 5월 중순으로 시기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착공식을 언제 다시 갖자는 잠정 합의도 하지 못했다. 공장 착공식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기아차의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 사장이 이미 출국금지를 당한 데다 소환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지난 3월 소니 퍼듀 조지아주지사와 함께 북미공장 투자계약서에 사인을 한 당사자. 기아차 관계자는 “정 사장이 빠진 채 착공식을 하기보다는 다소 차질이 있더라도 얼마간 미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장 착공식이 자꾸 연기되면서 기아차의 고민도 늘어간다. 기아차 관계자는 “인센티브 규모 등 중요한 부분은 투자계약때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정부의 협조가 적잖게 필요하다.”면서 “동반 진출하기로 한 5∼6개 협력업체들의 인센티브 등 남은 협상이 많은데 앞으로 조지아주에 뭘 요구하기가 껄끄러워졌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착공일정을 자꾸 늦추고 있는 와중에 계약 당사자인 정 사장이 사법처리까지 받으면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 기아차는 공장 건설 자금중 상당부분을 현지 금융권에서 조달할 계획인데 신뢰도에 흠이 가면 대출금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2009년까지 12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의 중국 제2공장 착공식은 지난 18일 정몽구 회장이 ‘간신히’ 참석했지만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체코 노소비체 공장 착공식은 일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그동안 체코공장 프로젝트를 책임져 온 김동진 부회장이 20일 석방됐지만 19일 긴급체포되는 등 3일째 조사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공장 건설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그룹 수뇌부의 잇단 소환으로 일정에는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까지 현재 89만대 수준인 해외생산량을 259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2) 대표 브랜드로 승부한다

    [농업 희망을 쏜다] (2) 대표 브랜드로 승부한다

    16일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최모(66·여)씨는 대형 할인매장의 쌀 코너를 둘러보다가 혼란에 빠졌다.△△표 △△쌀,○○지역 ○○미 등 수십가지 쌀이 있고 가격도 모두 달랐다. 저마다 ‘좋은 비료를 사용했다.’,‘가장 맛있다.’,‘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등의 장점을 내세웠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결국 최씨는 중간 가격대의 쌀을 대충 구입했다. 밀려오는 수입쌀에 맞서기 위해선 ‘품질’이 최우선이다. 가격면에선 수입쌀이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쌀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각 지역에서는 ‘브랜드 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너무 많은 브랜드가 나와 지금은 오히려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가지의 브랜드 쌀로는 소비자 신뢰 얻지 못한다 농림부 조사 결과 2004년 말 브랜드 쌀은 1930개나 된다. 이 가운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179개(9.3%), 상표·의장등록이 된 것은 508개(26.3%)에 불과하다. 나머지, 전체 브랜드의 3분의 2는 인증이나 상표등록 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 302개가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붙이기 때문에 정확히 브랜드 쌀이 얼마만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일회성으로 시판됐다가 사라지는 브랜드 쌀도 상당수에 이른다. 농협은 지난해 말 브랜드 쌀을 2000여개로 추산했다. 학자들은 1200∼1300개 정도로 본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쌀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2004년 수도권 소비자 46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브랜드 쌀에 대한 불만은 ‘어떤 쌀이 좋은지 모르겠다.’(62.4%),‘표시를 믿을 수 없다’(14.5%),‘가격이 비싸다’(8.9%) 등으로 나타났다. 믿을 만한 정보가 없으니 선택할 기준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KREI의 다른 조사에서도 브랜드 쌀 가운데 생산지(39.3%), 품종(19%), 상표명(5.5%) 등을 보고 쌀을 고른다. 아직까지는 ‘어느 지역 쌀이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셈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나와 소비신뢰를 회복해야 전문가와 농민들은 브랜드 쌀을 통·폐합한 대표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KREI 김명환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수입쌀은 국가별로 1,2개의 중·저급미 브랜드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고급미보다 중·저급미를 광역 브랜드로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통합되려면 먼저 RPC들이 지역별 쌀 품종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급쌀 수요는 전체의 5∼10%밖에 안되기 때문에 고급쌀 중심으로만 생산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생산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한국쌀 전업농중앙연합회 엄성호 회장은 “브랜드 수를 줄이고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쌀을 공급하는 것은 농협·지방자치단체·농민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품질을 높이면 80㎏짜리 한 가마니에 30만원 이상되는 고급쌀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RPC에 저온저장 시설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브랜드뿐 아니라 생산, 도정, 저장, 유통 등 단계별로 품질향상이 이뤄져야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맛있는 브랜드 쌀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려면 좋은 품종에 화학비료를 적게 쓴 쌀을 생산해야 하고 도정에서 유통까지의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 판매전문가들을 각 RPC에 파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품질 브랜드 쌀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농림부는 지난달 지역별 대표품종과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자는 ‘고품질쌀 생산·유통대책 추진본부’를 설치했다. 동시에 품질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도태시키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12대 우수브랜드 쌀’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가 쌀의 외관과 맛, 품종혼입률(다른 품종이 섞여 있는 비율) 등을 평가한다. 지난해에는 ‘아산맑은쌀’,‘청원생명쌀골드’,‘안성맞춤쌀’,‘햇살드리’ 등이 우수 브랜드로 선정됐다. 내년까지 30개,2010년까지 100개의 브랜드를 키우면 다른 브랜드 쌀은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논리다. 농협도 브랜드 쌀 관리와 고품종 보급 확대로 품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식품연구원에서 분기마다 RPC별 대표 브랜드 쌀의 품질을 분석, 쌀 품질개선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맛있는 쌀을 찾는 방법은 ▲소비자단체가 선정한 우수 브랜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인증을 받은 품질인증미 ▲도정한 지 15일 이내의 쌀 ▲알이 굵고 싸래기가 없는 쌀이라고 소개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농업용수 부적합 저수지 전국260곳 수입쌀에 맞서려면 최상급 친환경 쌀의 개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꼭 우수한 ‘종자’만이 능사가 아니다. 씨가 좋더라도 재배 여건이 나쁘면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가 없다. 보통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농업용수와 토양, 비료 등이다. 올해 도입된 우수농산물(GAP) 인증제도 역시 생산 단계에서 이 3가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 가운데 토양은 단시일내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비료는 친환경 농법에 적합한 것을 농가가 고를 수 있다. 하지만 물 관리는 농민들의 능력을 벗어난다. 1년 내내 갖은 ‘품’을 들이고도 농업용수 때문에 우수농산물 인증을 받지 못할 수가 있다. 이는 농가소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로 식수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졌다. 하지만 농업용수는 지금도 뒷전으로 밀린다. 지난해 말 한국농촌공사가 전국 저수지 1만 7800개 가운데 492개를 골라 수질을 조사했다. 농업용수에 부적절한 5등급 이상의 저수지가 16.4%인 81개로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농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3297개 가운데 260개가 농업용수에 부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업용수의 오염원은 생활하수 35.8%, 토지 유출수 35.2%, 축산폐수 28.4% 등이다.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는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축산폐수·분뇨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환경기초시설은 도시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농촌에서는 미흡했다. 샘플링한 저수지 492개 가운데 환경기초시설이 설치된 곳은 15%인 76개에 불과했다. 게다가 비가 올 때 저수지로 유입되는 축산분뇨나 농경지 유출수 등을 막을 시설이 필요하다. 이같은 오염원은 범위가 넓어 한 곳에서 처리하는 환경기초시설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저수지 유입부에 ‘인공습지’나 ‘오염물질 침강지’ 등과 같은 별도의 처리대책이 필요하다. 전남 무안 감돈지구에 처음 인공습지가 준공돼 저수지 수질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새품종 개발에 12~15년 성공 확률도 5만분의 1 쌀도 동물처럼 혈통이 좋아야 병충해에 강하고 낱알도 많이 열린다. 맛도 좋고 영양까지 풍부하다. 때문에 품종 개발은 쌀을 소비하는 나라에서는 필수조건이다. 특히 쌀시장 개방에 맞설 ‘수호천사’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산하 작물과학원 유전육종과 김연규 박사는 16일 품종 개발을 ‘인고(忍苦)의 과정’에 빗댔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그는 “신품종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5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품종 1개가 개발되는 데는 보통 12∼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잘해야 한해에 품종 3개가 나온다. 작물과학원의 올해 품종개발 예산은 12억원. 이 돈을 모두 들여도 신품종은 빨라야 2018년에나 나온다. 품종 개발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떠올리면 된다. 두 품종을 교배시켜 후대(後代)를 얻고 그 가운데 각각의 ‘우성’을 띤 개체만 골라 다시 교배시킨다. 이 과정은 전체 개체가 모두 우성을 띨 때까지 되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250개의 쌀 품종이 개발돼 150종이 등록됐다.1970년 이전까지는 ‘찰벼’ 등 재래종과 일본 ‘아끼바레’ 등 품종개량 사업이 중심이었다.70년대에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다수확 품종 ‘통일벼’,80년대에는 병충해에 강한 자포니카 품종 등이 관심이었다. 90년대에는 고품질 쌀, 최근에는 기능성 쌀 연구가 한창이다. 밥을 지으면 향기가 나는 ‘미향벼’, 먹으면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쌀’,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수원 511호’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의 쌀 개발은 디자인 중심이다. 김 박사는 “단순 먹을거리를 벗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을 만큼의 예쁜 쌀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 모양은 물론 일반 쌀보다 2∼3배가 커 씹히는 맛이 묵직한 쌀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개발된 ‘탑라이스’는 품종개량 보다 ‘품질관리’로 만들어졌다. 엄선된 최상급 품종에 비료를 적게 주고 깨진 쌀은 골라내 밥맛이 부드럽고 식어도 잘 굳지 않는다. 가격이 다른 것보다는 2배 정도 비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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