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생물학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완성도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생명체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개항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사업성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290
  • [산하기관 탐방] 수산물품질검사원

    [산하기관 탐방] 수산물품질검사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불량 수산물 수입 차단, 수출 수산물 품질향상과 원산지 표시 등을 감시·감독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다. 또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품질인증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고, 수산물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수산물품질검사원의 위치와 기능에 대해 아는 일반인은 드물지만 검사원의 13개 산하 지원중 한 곳인 인천지원이 지난 2002년 중국산 수입꽃게에서 납덩이를 적발해 낸 ‘납꽃게’ 사건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었다. ‘납꽃게’ 사건에서 보듯 검사원의 첫째 기능은 검사와 검역이다. 검사관들이 수출입 수산물의 서류검사와 관능검사(형태·색·선도·온도 등) 뿐 아니라 물리·화학·미생물학적 정밀검사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히스타민·포르말린 검출기인 ‘분광광도계’, 수산물 질병검사에 쓰이는 유전자증폭기, 수은·납·비소·구리 등 유해 중금속을 측정하는 원자흡광광도계 등 20여가지 첨단 정밀검사장비를 보유, 가동하고 있다. 검사원은 또 국내산 수산물의 위생관리를 위해 생산·저장 및 출하 후 거래되기 전 단계에서 중금속·항생물질 함유 여부나 식중독균·패류독·복어독 검사를 실시, 부적합의 경우 출하연기나 용도전환, 폐기조치를 취한다. 국산으로 둔갑하는 외국산 수산물 원산지표시, 유전자 변형 수산물의 유통관리와 정보 제공업무도 수행한다. 품질검사원 이상남 검사과장은 “지난해 중금속·세균·독소가 검출됐거나 물을 주입한 조기·낙지 등 410건 1016만 달러어치의 부적합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산 수산물 생산 감소와 수입 증가로 같은 기간 검사실적은 9만 5000여건에 이르러 2003년 8만건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고양 품질검사원 1층 로비는 톱날꽃게·목탁가오리·꺼끌복 등 희귀 수산동물과 국내산과 외래산 수산물을 비교 진열한 수백개의 박제를 전시한 유리 표본실로 꾸며져 있다. 특별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지만 학생들을 포함, 누구든 견학이 허용된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nfpqis.go.kr)도 흥미롭게 꾸며져 둘러볼 만하다. 우리수산물 식별요령을 외국산과 대비해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또 유사품종 구별, 수산물 요리 안내와 함께 수산물 방언집, 쇼핑몰도 갖췄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요즘은 ‘우담발라’가 꽤 자주 피는 것 같다. 연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충북 단양군청과 충남 논산 성불사에 우담발라가 피었다고 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법화경’에 보면 우담발라는 부처나 전륜성왕(轉輪聖王) 같은 성인이 출현할 때만 핀다고 한다.3000년에 겨우 한 번 필까 말까 한다는데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실상 풀잠자리알 또는 곰팡이에 불과하단다. 어쨌든 우담발라가 피어 있는 성불사의 금륜 스님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을유년에는 평화와 번영,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싶다.”고 했다. 우담발라. 작디 작은 몇십 송이 꽃인가, 곰팡이에 스님은 참 크고 묵직한 기원을 매달았다. 그런데 나는 우담발라가 피면 등장한다는 전륜성왕과 ‘정감록’의 진인왕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전륜성왕은 부처의 세속적 모습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불경을 결집한 아소카 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불심이 깊고 태평성대를 실현할 왕이 바로 전륜성왕인데 민중은 진인왕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정감록의 진인은 무엇보다 현실의 고난을 헤쳐 간 민중의 꿈을 형상화시킬 의무를 졌다. 진인왕은 조선왕조의 기득권층인 양반을 벌주고 신분구조를 뒤엎으며, 서구열강과 그들의 종교를 물리치고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민중의 구세주였다. ●진인은 못된 양반을 생지옥으로 1785년 정조 9년 또 한 차례 정감록 사건이 터졌다. 주모자들은 나라가 셋으로 쪼개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유씨, 장씨, 김씨가 삼국의 왕이 된다고 했다. 그 뒤 나라를 통일할 진인(眞人)은 제주 700개 섬 가운데 어딘가 숨어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사건의 주모자들은 그 진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면서 이미 서씨와 정씨 두 사람이 진인의 명에 따라 사람들의 허물을 낱낱이 기록한 일종의 ‘선악적(善惡籍)’을 작성중이라고 했다. 18세기말 민중이 진인의 출현에 걸었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되는 게 그 ‘선악적’이란 장부다. 딱히 양반의 허물만 기록한다고 명기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민을 못살게 구는 양반들의 악행을 기록하는 데 그 중점이 있다고들 여겼을 것이다. 진인은 민중의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무식한 아랫사람들로서야 당장 무슨 벼슬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저 양반놈들 망하는 꼴 좀 보자.’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현실은 물론 정반대였다. 여러 지방에서 양반들은 동약(洞約)이나 향약을 실시해 장부를 비치해두고 말 안 듣는 하층민들을 기록해 뒀다가 벌을 줬다. 윗사람을 몰라본다, 불효한다, 형제간에 불화한다는 등의 죄명이 양반들의 ‘선악적’에 기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인이 민중의 편에서 선악 장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진인의 인기를 더욱 높였을 법하다. 통상적으론 양반 편에서 작성하는 것인데, 양반을 벌줄 수 있는 선악적이라니 얼마나 통쾌하랴. 진인의 상벌은 현세에서 시행된다는 점도 민중으로선 무척 달가운 일이었다. 자기들은 별다른 죄도 없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약자들을 괴롭히며 놀고먹는 양반, 놀부 같은 그들이 밉고 싫었을 것이다. 민중은 자기들 눈앞에서 그런 못된 양반들이 생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민중들은 지옥이란 말을 꺼낼 때마다 자연스레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범어 나라카·Naraka)은 사후세계란 뜻인데 그 참혹한 광경은 ‘목련경’에 자세하다. 석가모니의 큰 제자 목련존자의 지옥방문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문맹인 사람들도 지옥도란 종교화를 통해서 지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불교의 지옥은 종류도 많아서 각기 8대 열지옥(뜨거운 지옥)과 한지옥(추운 지옥)이 있고, 그 아래 또 32개 소지옥이 있다고 한다. 진인은 선악 장부에 기록된 악인을 문자 그대로 생지옥에 보낼 것이 분명했다. ●푸른 옷(靑衣)은 천주교 신부요, 서구열강이다 진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었다.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소리 같기도 한데, 진인은 서양 종교인 천주교도 퇴치해야만 했고 서구열강도 물리쳐야 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말까지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북경에 파견된 조선의 사신일행이 거기 와 있던 예수회 신부를 알게 된 것은 이미 17세기부터였으나 천주교가 국내에 유입되어 본격적인 신앙운동이 벌어진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조정은 잔뜩 긴장하여 천주교를 엄금하였지만 그 세력은 제법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층민들의 일부는 천주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정의 ‘계몽’도 한몫했지만 천주교에서 조상의 제사를 금지한다는 게 그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천주교에 대한 민중의 반발과 두려움은 정감록에도 감지된다.1923년판 정감록의 일부인 ‘무학비결(無學秘訣)’에서 푸른 옷이 남쪽에서 쳐들어오는데 ‘스님 같되 스님은 아니라’고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여태 한반도엔 없었던 새로운 부류의 성직자 즉, 신부들이 침략자란 것이다.‘푸른 옷’은 본래 좀더 먼저 쓰인 ‘도선비결(道詵秘訣)’에서만 하더라도 미지의 외부인으로 해석될 뿐이었다.‘푸른 옷을 입고 남쪽에서 오니 오랑캐도 아니요, 왜적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필 왜 푸른 옷인지를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가 천주교의 국내 활동이 심각성을 띠게 되자 푸른 옷은 어느덧 서양신부로 비화됐다. 19세기 초에는 서양 함대의 파병을 요청하는 천주교 신자 황사영의 편지가 발각되어 여론이 비등했다. 연달아 천주교박해사건이 터졌으며 국내에 잠입한 프랑스 신부도 처형되었다.19세기 중반에는 그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공격했고 설상가상 통상문제로 미국함대도 쳐들어 왔다. 그러자 이제는 서구열강 자체가 침략의 장본인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를 기록한 것이 역시 정감록의 일부인 ‘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이다.‘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동시에 침략한다. 이때 정씨가 바다 섬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온다.’ 역사란 아이러니요, 거기서 나는 또 정감록이 갖는 현실 적응력을 본다. 서양선박의 출몰을 계기로 17세기 후반에 해도진인설이 등장했었는데(연재3호 참고),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세기 말엔 거꾸로 해도진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서양함대요, 서양신부였으니 말이다. ●동학의 최제우 새 세상 구현할 진인으로 1859년 최제우는 서학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동학’이란 이름의 새 종교를 만들었다. 그 뒤 1894년 동학은 서양과 일본을 물리치고 탐관오리를 내쫓아 백성을 구하겠다며 갑오동학농민운동을 벌였다. 한 마디로 동학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내부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외세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바탕 위에 동학은 새 세상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이른바 ‘후천개벽’이다. 최제우의 제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에게서 진인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그들에게 최제우란 존재는 새 세상을 구현할 초인이었다. 진인은 서양세력의 위협에서 민중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가져다줄 구세주였다. 그러나 모든 일을 진인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방씨, 두씨 및 곽씨 성을 가진 3장군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각각의 성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의 활약상이 ‘토정가장결’에 나와 있다. “곽장군이 요동의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과 서남 오랑캐를 무찌른다.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돕고 이씨를 공격한다. 그러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나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인은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한다 두어 줄밖에 안 되지만 숨가쁜 격변, 그것도 국제적인 변화를 예언한다. 하층민중이 국제정세에 민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들 나름의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주목되는 구절은 일본과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조선의 이씨왕조를 무너뜨린다고 한 점이다. 먼저 외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고 그런 다음 비로소 내부문제에 착수한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 아는 대로 일·청 두 나라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한국을 괴롭힌 장본인으로 수백 년이 지난 뒤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19세기말 한국에 진출, 내정을 간섭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런 까닭에 대다수 민중은 진인이 나타나 그들 두 나라도 없애버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일본의 멸망에 대한 기대가 커, 일본 정벌론까지 등장하게 된다. 정감록의 한 파트인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엔 호랑이해부터 뱀해 사이 진인이 일본을 쳐서 항복을 받는다고 했다. 호랑이는 섬나라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왕이며 뱀은 용과 더불어 성인, 또는 왕을 상징한다. 구한말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도 한국 사람들은 이를 호랑이로 인식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포항과 장기 앞바다에 등대를 설치한 것에 원한을 품기도 했다. 그곳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데 등대가 세워지면 호랑이 꼬리에 불을 지른 셈이라는 것이다. 호랑이를 죽이려는 계략이라며 등대를 당장 허물라고 했다.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막강한 일본을 이기려면 그런 주술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예언서에 언급된 일본정복설은 허망한 소망에 불과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한국산 미곡을 수입했고, 값싼 면직물을 한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은 전례 없는 쌀 부족에 시달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면직물을 당해낼 길 없어 일반 농가의 면포(綿布) 생산은 위축돼 갔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른 뒤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예언서에는 그런 역사적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했던 민중의 열망이 표현돼 있다. ●진인왕과 보양법, 밀교 그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을 이룰 진인왕에 관해 정감록의 일부인 ‘동차결’은 이렇게 점치고 있다.‘태조의 성은 정(鄭), 이름은 홍도(紅桃), 자는 정문(正文), 무오생이다. 섬 가운데 평실에서 나와 계룡산에 건국한다.’ 정진인의 이름 ‘홍도’(붉은 복숭아)는 도교적이다. 복숭아는 수명과 성적 능력을 상징한다. 특히 그 빛이 붉다면 복숭아 중에서도 일품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름은 ‘정문’, 문(文)을 바로잡는다고 돼 있다. 통치 질서와 윤리도덕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진인은 유교적 덕성을 겸비한 존재다. 무오생이라 함도 의미가 있다.10간의 5번째인 ‘무(戊)’와 12지의 7번째인 ‘오(午)’는 각기 중간의 홀수, 즉 중양(重陽)이다. 진시황의 생일도 단오 또는 중양이었다. 이런 남성은 불세출의 영웅이라 한다. 진인왕은 도교적 성격이 강한 만큼 도교서적에 나오는 진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도교에선 양기, 성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면 절로 진인이 된다고 본다. 그것이 양생법이다. 불교의 분파인 밀교에도 거의 똑같은 가르침이 있다. 당나라 때 도사 손사막이 지은 ‘방중보익(房中補益)’을 보면, 정액을 잃지 않고 93명의 여성과 성교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몸에 내재한 이성성(二性性)을 살리게 돼 진인이 된다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만 밀교는 물론 힌두교에서도 다 그렇게 봤다. 정액을 몸 밖으로 쏟아내지 않고 변화시켜 뇌로 보낼 수만 있다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사종교의 지도자들은 이를 빙자해 간음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들로서는 진인 될 수행을 했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1937년엔 백백교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주 전해룡은 간음과 범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무려 350명의 남녀신도를 살해했다고 한다.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의 특징을 ‘동차결’은 이렇게 적어놓았다.‘여러 대를 두고 내려오던 양반은 상사람이 되며, 상사람은 오히려 양반이 된다. 부처를 섬기는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뽑아 쓴다.’ 짧은 내용이지만 정감록을 믿던 민중에겐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진인왕이 평등사회를 실현한다고 볼 순 없지만, 조선사회의 신분질서를 뒤엎고자 한 민중의 의지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상사람이 양반되고 양반이 상사람 된다고 하였으니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인왕은 유불선 삼교합일의 바탕 위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불교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재를 불교에서 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또한 여기서 나는 조선후기 민중이 성리학적 지배 이념에 반발해 불교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음을 본다. 조선말의 혁명가 김옥균도 불교신자였으며, 이동인과 같은 개화승려도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융성시킬 진인왕은 전륜성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에 보이는 전륜성왕은 모두 4명이다. 공교롭게도 예언서에서 진인왕에게 왕업을 도울 세 아들이 있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신라의 진평왕도 아들의 이름을 동륜, 금륜 등으로 불렀다. 그 역시 스스로를 전륜성왕으로 봤다는 증거다. 전륜성왕 가운데 첫 왕은 철륜왕인데 진인왕이 그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동륜왕·은륜왕·금륜왕이 차례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신자로서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은 진인왕의 협력자인 세 아들에게도 당연히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전륜성왕이 출현할 때 우담발라가 핀다고 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미 우담바라는 피었다. 과연 전륜성왕은 오는 것일까. 전륜성왕이 가진 7개의 보물 중 하나인 거사보(居士寶)는 고아, 노인, 병자 등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을 모두 구원하는 능력이 있다. 더러 전륜성왕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예언서 속의 진인왕은 서양열강, 중국, 일본을 평정하고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구축한다고 했다. 정감록은 당대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었다. 그 예언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안이란 점에서 정감록은 예언서로서 생명력을 오래도록 유지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코드로 읽는책] 키의 신화/카트린 몽디에 콜·미셀 콜 지음

    ‘롱다리신드롬’은 현대에만 유효할까. 영화와 광고속 행복의 주인공은 왜 대부분 훤칠한 외모를 갖고 있을까. 현대가 이미지의 시대여서 그런지 큰 키의 효용가치는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비단 현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자신보다 키가 큰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동반할 때면 항상 말이나 차를 타고 다녔고, 키가 작았던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는 굽이 높은 신발만 신고 다녔다. 키란 인간에게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왜 작은 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큰 키에 대한 이같은 열망을 분석하려면 단순한 현대미학적 이유를 넘어 수천년 전의 신화와 전설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키의 신화’(카트린 몽디에 콜·미셀 콜 지음, 이옥주 옮김, 궁리 펴냄)는 그리스와 스칸디나비아, 동서양의 갖가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거인과 난쟁이들을 소재로 인간이 만들어낸 키에 대한 환상을 넘겨다 본다. 또 첨단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유전자 조작으로 키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생겨날 도덕적, 철학적 문제들을 짚어본다. 1718년 앙리옹이라는 금석학자는 나름의 수학법칙을 응용해 창세기부터 인간의 키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아담은 약 40m, 이브가 38m였다는 결론을 내고, 두 사람의 실수 이후 구세주가 도래할 때까지 인간의 키가 끊임없이 줄어들었다는 것. 노아는 33m였고, 헤라클레스는 3.33m, 줄리어스 시저는 1.62m 식으로 내려갔고, 다행히 예수의 탄생으로 하락세가 멈추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난쟁이와 거인의 실존은 인간의 잠재적 상상력을 통해서 인증되었다. 호메로스는 오랜 세월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신념들을 뿌리내리게 한 이야기들의 근원을 제공한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피그미에 관한 것으로 호메로스가 ‘일리아드’에서 언급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키가 50㎝ 정도 되는 피그미들은 자고새가 끄는 마차에 올라타 자신들의 곡식을 가져가려고 하는 학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도록 운명지어져 있고, 여자들은 세살에 임신하고 열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신화속 인물 중엔 키가 75㎝ 정도 되는 트리스피탐인과 미르미돈도 있는데, 이들 난쟁이들도 피그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초라하고 운명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반대로 거인, 거대화는 곧 신격화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들은 키는 몸무게와 달리 생물학적 운명이지만, 유전공학 발달로 이같은 운명을 벗어날 날도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될 경우 과연 인류라는 존재를 일정한 수치에, 어떤 하나의 신체적 평균에 의존시키는 것이 바람직할까. 만일 그렇다면 보편화된 규격화로 인간의 세계가 오히려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물론 키에 대한 인식도 그때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지 모른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식물단백질 ‘오스모틴’ 비만·당뇨 억제 기능

    포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과일에 다량 함유돼 있는 식물 단백질이 비만과 당뇨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비만과 당뇨를 효과적으로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기대된다. 경상대 윤대진 교수팀은 식물 단백질인 ‘오스모틴’(osmotin)이 지방분해 및 당뇨억제 기능을 가진 동물 호르몬 ‘아디포넥틴’(adiponectin)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이날 생물학분야 권위지인 ‘몰러큘러 셀’(Molecular Cell)지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성숙한 과일에 다량 포함돼 오스모틴은 30여년전 처음 발견됐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오스모틴을 효모세포에 투여, 이 단백질이 ‘pho36’이라는 수용체와 결합해 생체내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하고 지방대사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오스모틴이 동물에서 지방산 산화와 당 흡수를 조절하는 아디포넥틴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진 사실도 확인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의원님들 정자 의원님 앞으로

    “의원님들, 정자 좀 기증하세요.” 시험관 아기에게 생물학적 부모 신원을 알려주도록 의무화한 법이 시행된 뒤 정자기증자가 급감한 데 불만을 품은 의사가 법을 만든 주체인 의원들을 상대로 정자를 기증하라는 화풀이(?)성 편지를 보냈다. 호주 빅토리아주(州) 멜버른에 있는 모나시 불임클리닉이 지역구의 45세 이하 남성 의원들에게 정자를 기증하라는 편지를 보내 의원들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난 14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클리닉의 갑 코박스 박사는 “의원들이 정자기증자가 될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봤는지 물었다.”면서 “아직까지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기증자가 되면 시민 참여도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98년 호주는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기가 18세가 되면 생물학적 부모의 신원을 알려주도록 의무화한 법을 제정했는데 이후 정자 기증자가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시드니 남서부 앨버리의 한 불임클리닉이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정자 기증 대가로 2주간의 공짜 호주여행을 제공하는 등 병원들이 정자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하버드대 서머스총장 여성차별 발언 물의

    |워싱턴 연합|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이 과학과 수학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것은 사회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남녀간 선천적인 차이 때문일 수 있다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보스턴 글러브는 18일 서머스 총장이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국(NBER) 비공개 회의에서 “도발적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과학ㆍ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 숫자가 적은 이유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이 1주일에 80시간씩 일할 수 없는 점과 함께 고교 때 과학·수학 성적 최우등생 중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점을 들고 이는 남녀간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미 전국의 저명 학자 50명 중 매사추세츠 공과대 낸시 홉킨스 생물학 교수는 서머스 총장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해 버리는 등 일부 참석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홉킨스 교수는 보스턴 글러브에 “거의 기절하거나 토할 뻔했다.”며 “(하버드대의)똑똑하고 젊은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남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니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홉킨스 교수는 남녀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증거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총장은 취임 이래 3년간 하버드대 고위 보직을 받는 여성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점 때문에 이미 남녀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일요영화]

    [일요영화]

    ●쥐라기 공원(SBS 오후 11시 45분) ‘ET’‘인디아나 존스’‘쉰들러 리스트’로 유명한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3년작.‘쥐라기 시대’ 화석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추출한 공룡의 DNA를 첨단 기술로 복원해 낸 공룡들이 일대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SF 오락영화.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거액의 제작비와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블록버스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성공으로 전세계적으로 공룡 붐이 일기도 했다.1994년 아카데미 영화제 음향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코스타리카의 이슬라 누블라에 차세대 유전공학 기술로 쥐라기 공원을 세운 존 해먼드 회장(리처드 아텐보로). 그러나 공룡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공원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한다. 해먼드 회장은 제나로 변호사와 고생물학자 그랜트 박사(샘 닐), 고식물학자 새틀러 박사(로라 던), 수학자 말컴 박사(제프 골드 블럼)를 공원에 초대한다. 그는 어린 관람객들의 반응을 미리 시험할 겸 자신의 손자, 손녀도 동행한다. 금전 문제로 해먼드 회장에게 앙심을 품은 컴퓨터 전문가는 경쟁사에 공룡의 배아를 팔아 넘기기로 계약을 맺고, 그랜트 일행이 공원에 들어온 날 보안시스템 작동을 중단시키고 공원을 몰래 빠져나가려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폭풍우까지 겹치자 해먼드 회장은 투어를 중단시키려 하지만, 전력이 끊겨 그랜트 일행은 공원 한가운데에 갇히고 마는데….125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더 셀(KBS1TV 밤 12시 20분) 타셈 싱 감독의 2000년작. 빈센트 도노프리오, 제니퍼 로페즈 주연. 연쇄살인범의 머리 속 세계를 탐험한다는 엽기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공상과학 스릴러물. 제니퍼 로페즈가 납치된 희생자를 찾기 위해 혼수상태에 빠진 연쇄 살인범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는 과학자 역할을 했다. 하얗게 표백되어 버려진 일곱번째의 여자시체….FBI 특수요원 피터는 강변에서 발견된 마지막 시체를 검시한 결과, 범인이 포드 자동차를 타고, 희귀종인 알비노 셰퍼드를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이 무렵, 또 다시 줄리아라는 여자가 실종된다.FBI의 총력전으로 범인 칼 스타거는 검거되지만 불행히도 놈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피터는 범인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심리학자 캐서린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가 갖고 있는 악몽의 근원을 연구해 왔는데, 이번엔 연쇄살인범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 마지막 희생자의 소재를 알아내야 한다.107분.
  • [삶과 경영 이야기] (40) LG생명과학 양흥준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40) LG생명과학 양흥준 사장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세로 도전하는 것 뿐입니다.” 말단 연구원으로 출발, 이공계 출신 전문경영인(CEO)으로 우뚝 선 LG생명과학 양흥준(楊興準·58) 사장은 우리나라 생명과학산업을 일궈낸 ‘산파’이자 ‘대부’로 꼽힌다. 양 사장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80∼90년대, 불모지나 다름없던 생명과학분야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투자에 주력했다.20여년이 지난 지난해 4월 호흡기 질환 항생제 ‘팩티브’를 ‘국산신약 1호’로 내놓는 등 성장산업으로의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수학교과서,1주일 만에 ‘뚝딱’ “교과서에 적혀 있는 그대로 암기해야 하는 과목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적어도 내가 해야 할 몫이 남겨져 있던 과목은 수학과 과학뿐이었습니다.” 양 사장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 모든 지식이 나열돼 있는 인문·사회과학 과목보다 계산이나 실험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자연과학 과목에 훨씬 흥미를 느꼈다. 이 때문에 그는 새학기가 시작된 지 1∼2주일 만에 수학교과서에 실린 모든 문제를 혼자 힘으로 풀어냈다. 물론 선생님의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실험을 할 수 있는 과학시간은 ‘탈출구’나 다름 없었다. 그는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경상도 ‘깡촌’이라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었다.”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내고 실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던 순간들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결국 양 사장은 망설임없이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선택했다.1969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충북 충주의 한 비료회사에서 근무하던 그는 1978년 LG생명과학의 전신인 ㈜럭키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 LG와 첫 인연을 맺었다. ●성공은 새로운 도전 위한 디딤돌 양 사장은 연구소에서 전자제품을 세밀하게 가공하는 데 쓰이는 PBT라는 고분자 수지를 만드는 공정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 한국 화학산업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PBT는 전자, 전기, 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품으로 당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3개국뿐이었다. 또 국화꽃 향기가 파리와 모기 등 벌레들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 인체에 해가 없는 피레스로이드 살충제 제작공정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양 사장이 개발한 공정들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과감히 유학의 길을 선택한 것은 80년대 중반.“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면서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를 가꾸기보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지난 89년 미국 워싱턴대에서 단백질 분리에 관한 연구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다시 ㈜럭키에 재입사했다. 연구에만 주력하는 외곬로 비쳐졌던 그가 96년에는 LG화학의 기술 및 사업전략을 담당하면서 연구원으로서의 둥지를 박차고 나왔다. 이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을 거쳐 2002년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첫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탄생한 LG생명과학의 CEO를 역임하면서 경영인으로서의 삶을 활짝 열었다. ●위기는 끝이 아닌 과정 양 사장이 ‘성공의 문’만 두드린 것은 아니다. 10여년간 500억원을 쏟아부은 퀴놀론계 항균제 신약 팩티브가 2001년 12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의해 신약 승인 유보 판정을 받았다. 미국이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60∼7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형선고’에 가까운 충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재신청을 준비하던 2002년 4월 개발 제휴사인 미국 GSK사로부터 공동개발 포기라는 ‘비보’도 접해야 했다. “신약 개발 경험이 없는 데다 승인 여부도 불투명해져 눈앞이 캄캄했죠.GSK는 자사 전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신약 승인이 물건너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그는 당시 심정을 이같이 털어놓았다. 그러나 양 사장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신약 승인을 다시 추진했다.A4용지 10만쪽 분량의 방대한 자료도 빠짐없이 준비했다. 결국 2003년 4월 국내 제약사상 최초로 미국 FDA 신약 승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공식 판매에 들어간 팩티브는 연간 40억달러(약 4조 2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의 10%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국내 제약회사가 700여개에 이르지만, 우리 스스로 개발한 약이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는 방증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가장 가능성 있는 분야인 만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도 된다고 했다. ●지나친 이공계 부각은 차별 이공계 연구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한 양 사장은 과학적 마인드가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훨씬 쉽게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연구든 경영이든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확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을 요구하는 연구 경험은 시련이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여긴다. 이 같은 철학 때문에 이공계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이공계 교육 프로그램이 잘못됐거나 이공계 전공자들의 실력이 낮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이 아닌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시쳇말로 ‘꼬여내는’ 방식으로 이공계를 부각시키는 것은 우대가 아닌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요즘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물리학·화학·생물학 등 기초과학은 구식이고, 생명과학 등 응용과학은 최첨단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실 응용과학을 깊이 연구하다 보면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한데 이를 멀리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특히 양 사장은 최근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는 생명과학분야조차도 갈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연구 인력의 능력은 선진국과 차이가 없지만, 조급증에 휘둘려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내는 능력이나 이 같은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선택과 집중이 승부수 양 사장은 1897년 국내에 근대적 의미의 제약사가 설립된 지 106년 만에 신약 개발의 염원을 풀었다. 동시에 한국을 세계 10대 신약 개발국의 반열에도 올려놓았다. 특허기간이 끝난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을 복제하거나 염기만을 일부 바꾼 제너릭제품(개량신약)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인력과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모든 분야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항암제나 항생제 등 우리가 특화할 수 있는 분야에 전략을 집중해야죠.” 이 같은 신념에 걸맞게 LG생명과학은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2100억원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700억∼8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사용했다. 연구개발인력도 전체 직원 1000여명 중 400명에 육박하며,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LG생명과학은 현재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과 B형간염 치료제 등 제2, 제3의 신약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약을 만든다는 신념이 없다면 연구에서 상품화까지 10∼20년이 걸리는 신약 분야에 발을 담글 수 없죠. 풍성한 가을걷이를 위해 봄에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양 사장의 도전정신은 끝이 없어 보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양흥준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양흥준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통한다. 깔끔한 인상에 온화한 표정, 여기에 경남 창녕 출신으로 사투리 억양이 묻어나오는 말투에서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양 사장은 특히 분기별로 맥주집에서 직원들과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추진에 있어서만큼은 결단력과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갖췄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 20여년간 ‘한 우물을 판’ 양 사장은 신약 팩티브 개발과 국내 생명과학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5월 발명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상머리에 앉는다는 양 사장은 과학뿐만 아니라, 경영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서적을 탐독하는 ‘책벌레’이기도 하다.
  • 김영준교수팀 “아토피 피부염 치료길 열렸다”

    김영준교수팀 “아토피 피부염 치료길 열렸다”

    면역체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사람 몸을 보호해 주지만 그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하면 오히려 패혈증, 아토피 피부염 등 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간단한 염증을 암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지, 즉 면역조절 메커니즘 이상의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에따라 암,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질병의 예방과 신약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세대 생화학과 김영준(43)교수 연구팀은 DNA칩 진단법을 활용,‘NF-kB’와 ‘AP-1’이라는 두개의 면역신호 전달체계간 상호기능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면역기능 이상의 발생 원인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저널 ‘네이처 면역학’지 인터넷판에 10일자로 게재됐으며 책자로 발간되는 2월호에도 실릴 예정이다. 김 교수팀은 면역체계가 균형있게 유지되려면 두 신호전달체계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즉,AP-1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겨 NF-kB신호체계의 활동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전체 면역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아토피 피부염 등 질병을 일으키고 장염이나 대장염 등을 암으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와 DNA칩 제조전문 벤처인 디지털지노믹스 윤정호 박사, 세종대 분자생물학과 하정실 교수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화는 있을지언정, 진보는 없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이란 절망적 목소리뿐이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이고 병적인 비관주의적 사고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고 저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문부호를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답답함뿐인 걸 어쩌랴. ●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실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살육의 기술과 규모를 키우는 인류의 광기, 개발과 물질만능 뒤안의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연재앙들만 보아도, 진보는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긴 어렵다. 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묻는다. 최초의 인간이 석기나 맨손으로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먹다가 현대인이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해 요리해먹게 된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석기시대의 선조들보다 나은 인간이라가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영역에서 진보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는지를 해부하고, 이를 통해 진보사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파헤친다. 먼저 생물학적 진화를 과연 진보와 발전의 개념으로 연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기생생물의 예를 들어 밝힌다. 바다에 사는 게에 기생하는 주머니벌레는 유충때 자유롭게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숙주인 게의 몸속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눈과 다리, 신경조직은 완전히 퇴화하여 사라지고, 대신 앞쪽 끄트머리에서 가느다란나 관들이 나와서 벌레 자체가 생식선화한다. 이처럼 기생생물은 진화가 오로지 진보와 발전이 아닌 퇴행도 함을 잘 보여준다. 생물이 고도로 진화해 탄생했다는 포유류중 하나인 개 1마리에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화에서 진보와 상승발전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 멸종 지은이는 생물들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크고 작은 재앙들의 연속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구가 생긴 이후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가 멸종의 재앙을 맞았으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만일 진화과정에서 중단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재앙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사에서 발생한 갖가지 재앙들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한데도 그러한 사실을 잊은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더 나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진화를 점점 더 큰 재앙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폭력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이며, 정교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멸종을 맞은 수많은 생물, 아니 우리 선조인 구석기인들만 해도 막대한 재앙을 일으킬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현대인 즉 ‘연미복을 입은 석기시대인’은 진보의 기치를 높이들고 대량소비와 환경파괴란 폭탄을 짊어지고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진보성을 띠고 있는가. 지은이는 이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의 증거로 내세우는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 습성과 행위 충동, 즉 파괴본능을 더 조장한다. 파괴본능으로 무장한 인간의 원시적 행위 충동들이 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삶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문명인 것이다. 그 노골적인 예가 바로 국가간의 전쟁이다. 구석기시대의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감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면, 현대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혹은 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문명화 과정은 오히려 갖가지 도구들의 축적과 함께 인간의 폭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의 파괴본능 되레 조장 이 책은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고,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도 지구의 황폐화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헛된 희망을 땅에 묻어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인간이 우주조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을 버리고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곳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앙을 향한 발걸음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만과 광기로 점철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헛된 희망일 듯싶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트래버스·앵거스· 메이지·오클리 지음

    사자들이 떼지어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들판에서 뛰어놀고, 발 밑에서 부스러지는 흙과 뺨에 부딪치는 바람만을 느끼며 아프리카 대지 위를 달리는 파란눈의 아이들. 문명에 길들여진 시선으로 보기엔 짜릿한 모험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속엔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뚫고 나아가야만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기에, 아프리카에서 살고있는 아이들이 직접 쓴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에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 담겨있다.‘낭만’으로 포장될 수 없는 생생한 자연과, 이 속에서 훌쩍 성장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시선 속에 빛나는 것.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의 법칙 1999년 책을 쓰기 시작할 당시 6∼16세였던 메이지·트래버스·오클리·앵거스(사진 왼쪽부터)는 5년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체험한 일들을 번갈아가며 기록했다.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다 내친김에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이사하기로 결심한 엄마 케이트를 따라나선 아이들은, 오카방고 삼각주에 있는 마운의 새 집에서 아프리카의 생활을 시작한다. 말라리아가 위협하고 오물이 섞인 물이 나오는 ‘이상적’이지 않은 생활 앞에서 처음엔 멈칫대지만 이내 적응해간다. 야생동물이 우글대는 숲으로 소풍길을 나섰다가 코끼리나 사자떼에 놀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자를 연구하는 피터아저씨를 따라 숲속 산타와니 캠프로 이주해, 울타리 없이 바로 야생과 호흡하는 천막 생활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곧바로 피터아저씨의 사자 연구 프로젝트를 돕는다. 책의 장점은 흥미진진한 야생의 생활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점. 아이들은 사자 연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이해가 자연을 보존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숲속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하면 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야생동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서 “관광객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총을 쏴서 맹수를 제압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마치 잘 쓰여진 모험 성장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험담 속에 깊이있는 시선이 번뜩이는 것. 아이들이 썼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인 관찰력과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문장도 한 몫했다. ●가족의 의미 함께 일깨워 새아빠가 된 피터아저씨와 함께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이들의 모습도,‘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에 젖어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족과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듯싶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젊은이,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책이다. 책 뒷부분에는 백과사전이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이들만의 ‘사자 관찰 파일’을 실었다.1만 5000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사회플러스] 낙동강등 2007년부터 폐수규제 강화

    오는 2007년부터 낙동강·금강·영산강 주변 공장들에 대한 폐수배출 허용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환경부는 6일 ‘폐수배출 허용기준 적용을 위한 지역 지정 규정’을 개정, 이들 3대강 주변 지역을 폐수배출 ‘청정지역’으로 변경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정지역 내에 있으면서 하루에 폐수를 2000㎥ 이상 배출하는 공장은 폐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현행 ‘60㎎/ℓ 이하’에서 ‘30㎎/ℓ 이하’로 대폭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3대강 유역의 청정지역 면적은 현재 2만 2026㎢(전체 유역의 56.7%)에서 2007년 2만 5553㎢(65.8%)로,2009년에는 2만 8665㎢(73.8%)로 늘어나게 됐다. 환경부는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연간 오염물질 배출한도를 정하는 수질오염총량제를 시행할 경우에는 현행 폐수 기준을 계속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새해부터 행정고시도 PSAT 도입

    새해부터 행정고시도 PSAT 도입

    올해 치러지는 주요 국가시험에 변화가 뚜렷하다. 행정고시에 PSAT(공직적성평가)가 도입되고 변리사 시험의 영어과목이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되는 등 시험내용이 바뀌는 것부터 주목해야 한다. 군법무관 1차 시험은 올해 치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부정사태에 따른 부정행위 대책도 한층 강화됐다. 수험생 편의를 위한 시험정책도 눈에 띈다. ●PSAT 확대 등 과목 변경 다음달 25일 치러지는 행시(행정·공안·기술직)에 PSAT가 도입된다.PSAT는 지난해 외무고시에 처음 도입됐다.PSAT 도입에 따라 1차 시험과목이 변경된다. 행정·공안직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한국사, 헌법 등 4과목으로 치러진다. 기술직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한국사와 선택과목(물리학·화학·생물학개론) 등 4과목이다.1차 영어는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1차 합격자에 한해 일정 기준을 넘는 성적표를 제출하면 된다. 기준은 토플(CBT기준 197점 이상), 토익(700점 이상), 텝스(625점 이상),G-텔프(65점 이상), 플렉스(625점 이상) 등이다. 오는 3월6일 치러지는 변리사 시험도 영어과목이 없어지고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원서접수 때부터 기준점수(행시 기준과 동일)를 넘는 성적표를 제출해야 한다. 군법무관 1차 시험은 올해 치러지지 않는다. 지난해 1차 합격자에 한해서만 올해 2차 시험이 치러진다. 법무부와 국방부는 앞으로 군법무관 시험을 별도로 치르지 않고,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군법무관을 뽑을 예정이다. ●부정행위 방지대책 대폭 강화 수능부정 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시험 관리당국이 엄격한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회계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시험 당일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면 성적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특히 1차가 두꺼운 옷을 입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치러지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다. 특허청은 3월6일 치러지는 변리사 시험때 각 시험장에 민간 경비요원을 배치, 부정행위를 적발하기로 했다. 휴대전화 시험부정에 대비, 전파차단기나 전파탐지기 동원도 검토하고 있다. 2∼4월에 1차 시험이 치러지는 다른 국가시험 주관부서도 휴대전화 부정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 예정이다. ●수험생을 배려한 시험정책 수험생들의 불만 가운데 하나가 답안지 작성이 틀렸을 경우 새로운 답안지에 다시 옮겨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싸움이 당락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답안지 작성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회계사 시험에서는 이같은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답안작성이 잘못됐더라도 수정액으로 고치면 그만이다. 올해부터 수정액으로 고친 답안지도 판독기가 읽어낼 수 있도록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편의 때문인지 응시료가 종전 1만원에서 5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특허청은 답안지 마킹 방법을 ●에서 |로 바꿨다. 동그라미보다 직사각형에 마킹하는 것이 더 편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또 원서접수도 100%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까지는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해도 사진은 시험당일 따로 내야 하는 불편이 따랐었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2004 결산] 사라진 별들-꽃은 졌으나 그 향기는 영원하리라

    세월은 정직하다. 그 어김없는 흐름에 올해에도 각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사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는 법. 그들이 남긴 지혜와 역정은 오롯이 남아 후세의 귀감이 된다. 현실이 실타래처럼 꼬일 때마다 그들의 부재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각부 종합 ■ 국내 ●정·관계 지난 9일 한국 외교계와 야당사에 큰 획을 그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과 이민우 신민당 전 총재가 나란히 타계해 세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 전 장관은 10여년 동안 한국 외교사의 주요 현장을 지킨 ‘외교사의 산 증인’으로 65년 한·일협정을 비롯, 베트남 파병 등 외교사의 길목에서 기틀을 다졌다.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6선을 거쳐 87년 신민당 총재로 정계 은퇴하기까지 정치 인생 40여년을 외곬으로 야당을 지켰다. 유도 10단으로 대한유도회장, 대한체육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남다른 체력을 자랑하던 5선 의원 출신의 신도환 전 신민당 최고위원도 세월을 비켜가지 못했다. 관계 인사로는 장예준 초대 동력자원부 장관을 비롯, 79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이한빈 전 부총리,98년 한은법 개정 뒤 첫 한은 총재에 부임해 외환위기 타개를 이끌었던 전철환 전 한은 총재, 내무부와 보건사회부 장관을 거친 뒤 노태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홍성철씨 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밖에 5·16 직후 군정에 반대하다 군복을 벗은 원충연 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이 캐나다에서 생을 마감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부인 홍기 여사도 세상을 떠났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수사받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납품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자살’로 삶을 마감해 충격을 던졌다. ●재계 카지노의 대부로 불렸던 전낙원(77)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지병으로 타개했다. 그는 73년 국내 최초의 서울 워커힐호텔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관광공사로부터 인수, 이를 기반으로 호텔과 면세점, 건설 등 관광·레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파라다이스그룹을 일궈냈다. 대한산업그룹 창업주의 아들로 40여년간 대한전선을 중견그룹으로 키워낸 설원량(62) 대한전선 회장도 지난 3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박남규(83) 전 조양상선그룹 회장도 해체된 조양상선그룹의 재기를 보지 못하고 지난 2월26일 세상을 떴다. 또 장기하(72) 전 진로그룹회장은 9월에, 이은범(76) 전 범양사 사장은 5월에, 양회문(53) 대신증권 회장은 9월에 타개했다. ●사회·체육계 사회분야에서는 종군위안부로 고통을 겪은 김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만년에 김 할머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머물며 종군위안부의 피해실태를 증언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원일한 전 연세대 재단이사와 설대위 전주예수병원 원장 등 두 사람의 미국인도 눈에 띈다. 원씨는 연세대와 YMCA를 설립한 언더우드가(家)의 3세이다. 미국 이름이 데이비드 존 실인 설씨는 전쟁 고아와 버림받은 노약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체육분야에서는 1970년대 씨름왕 김성률씨와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 이원우씨, 송만덕 한양대 배구감독 등이 많지 않은 나이에 부음을 알려 안타까움을 더했다.1935년 프로자격을 얻은 한국인 프로골퍼 1호로 국제대회 첫 출전과 국내대회 첫 우승 기록을 보유한 연덕춘씨도 타계했다. ●문화예술계 문화예술계에서는 우리 문학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해온 큰 인물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져 안타까움을 남겼다. 연작시 ‘초토의 시’에서 한국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의 세계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줬던 한국 시단의 원로 구상(85) 시인은 7개월여의 폐질환 투병 끝에 지난 5월11일 별세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 ‘다보탑’으로 친숙한 시조 시인 김상옥(84)은 부인 김정자 여사가 먼저 세상을 뜨자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다 장례식 이틀만인 지난 10월31일 세상을 하직해 세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국민의 애송시 ‘꽃’의 시인 김춘수(82)는 기도폐색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4개월간 투병을 벌이다 지난달 29일 끝내 타계했다.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꽃’‘꽃밭에서’등 350여편의 주옥 같은 동시를 지은 아동문학가 어효선(79)도 지난 5월15일 소천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농부 작가 전우익(79)은 지난 1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의 저서를 통해 그가 전해준 소박한 삶의 소중함은 더욱 가치있게 다가온다. 1953년 출판사 ‘일조각’을 설립, 반세기 동안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계 원로 한만년 대표도 ‘한국사신론’(이기백 저),‘고가연구’(양주동 저) 등 기념비적인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예술계에서는 60년대 한국 액션영화를 누빈 악역 스타이자 영화배우 독고영재의 부친인 원로배우 독고성(75)이 지난 4월10일 별세했다.‘빨간 마후라’를 작곡한 작곡가 겸 평론가 황문평(85)도 800여곡의 영화·드라마 음악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 재즈계, 타악 연주계의 거목인 김대환(71),‘오뚜기 인생’의 가수 겸 음반제작자 김상범((66),‘곡예사의 첫사랑’을 부른 가수 박경애(50)도 올해 우리가 떠나보낸 스타들이다. ●학계 올해 학계도 훌륭한 스승을 잃었다. 사학계에서는 동양사학계의 거목 고병익(80) 박사와 연세대 황원구(74) 교수가 5∼6월 잇따라 별세했다. 실증주의사관의 확립자로 불리는 국사학계의 태두 서강대 이기백(80) 교수도 6월 타계했다. 한글학회에서도 ‘한글지킴이’ 허웅(86) 한글학회 회장이 1월26일 눈을 감았고 지난달 21일에는 KBS 라디오프로그램 ‘바른 말 고운 말’로 유명한 한글재단 한갑수(91) 이사장마저 세상을 떠났다. 진보사회과학계의 큰별 서울대 김진균(67) 교수도 2월14일 별세했다. 민족과 계급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한 김 교수는 늘상 정권의 핍박에 시달렸지만 그가 만든 산업사회연구회는 진보학술운동의 모태였다.‘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도 김 교수의 작품이다.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육각수이론을 창안해 ‘물박사’로 통했던 전무식(72) 박사와 한국 핵의학분야를 개척한 전 서울중앙병원장 이문호(82) 박사가 8월13일, 지난 5일 각각 별세했다. 또 전 과학기술처장관 최형섭(84) 박사도 5월29일 타계했다. 화학야금학을 공부한 최 박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소장, 과기처 장관을 지내면서 과학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받았다. ●종교계 올해 종교계는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세수 77)의 입적이 무엇보다 큰 뉴스였다. 지난달 30일 원적에 든 숭산 스님은 달라이 라마, 틱 낫한 등과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으며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진력해왔다.1966년 일본 홍법원 개설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세계를 돌며 32개국에 120여개의 선원을 세웠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꽃)라는 가르침 속에 한국 불교 세계화에 일생을 바친 숭산 스님은 5만여 눈푸른 납자와 제자들을 뒀다. 기독교 쪽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지낸 조용술 목사가 지난달 15일 84세로 별세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신대를 나와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재단이사장,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복음 전파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 국외 한 시대를 풍미한 지구촌의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숱한 영광과 오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한줌의 흙이 됐으나 그들이 남긴 자취는 또렷하다. 올해 사라진 인물들을 되돌아본다. 야세르 아라파트(75) 35년간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을 이끈 중동의 풍운아. 이집트 태생으로 지난달 파리의 군병원에서 사망했다.59년 무장단체 ‘파타운동’을 설립했다.67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96년 자치정부 수반이 됐다. 테러와 평화협상을 병행하면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94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말년에는 부패와 개인축재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의 사망으로 중동의 평화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로널드 레이건(93) 구두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B급 영화배우에서 미 40대 대통령(81∼89년)에 올랐다. 뛰어난 정치감각과 유머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됐다. 공급경제학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했고 우주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타워스’를 구상,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 퇴임 이후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타계했다. 자크 데리다(74) 이성 중심의 전통적 서양철학에 반기를 든 ‘해체론’의 창시자.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두로 10월 파리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언어의 명료성과 통일성이 아니라 다극적 의미를 강조, 니체나 하이데거와 같은 ‘반(反)철학’의 후계자로 평가된다. 레이 찰스(74) 노래로 미국 내 흑백통합을 이룬 흑인 솔 음악의 거장.7살 때 시력을 잃고 15살 때 고아가 됐으나 천부적인 자질로 13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았다.‘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8월 사망했다. 말론 브랜도(80) ‘대부’의 돈 콜리오네 역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워터프런트(50년)’와 ‘대부(73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두번째 상은 북미 인디언에 대한 미국의 차별정책에 항의해 거부했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51년)’,‘지옥의 묵시록(79)’ 등에서 열연했다.7월 타계. 크리스토퍼 리브(52) 가슴에 ‘S’자를 달고 붉은 망토를 걸친 불멸의 ‘슈퍼맨’.78년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슈퍼맨에 발탁된 뒤 83년까지 3차례 시리즈에 출연했다.95년 승마대회에서 목뼈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 재활치료 끝에 휠체어를 타고 영화에도 출연했으나 10월 심장마비로 숨졌다. 장애인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다. 에스티 로더(97) 지난 4월 타계한 미 화장품업계의 여왕. 그가 창안한 ‘공짜샘플’과 ‘고급매장’ 전략은 20세기 모든 마케팅의 표본이 됐다. 부엌에서 만든 미용크림으로 46년 에스티 로더를 창업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현재 세계 130여개국에서 50억달러어치의 화장품을 판다. 프랜시스 크릭(88)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처음 발견한 영국의 생물학자. 지난 8월 결장암으로 미 샌디에이고에서 숨졌다. 인간의 유전정보가 다음 세대로 복제되는 과정을 밝힌 공로로 62년 노벨상을 탔다. 생명공학 산업의 기초를 일궈 다윈과 멘델에 견줄 만한 과학자로 평가된다. 이밖에 할리우드의 여배우로 ‘킹콩’의 페이 레이(96)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스릴러 ‘사이코’에서 열연한 재닛 리(77)가 8월과 10월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내전을 카메라에 담은 전설적 사진작가 앙리 브레송(96)은 8월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슬픔이여 안녕’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69)은 9월에 타계했다. 자신을 마담으로 부르도록 한 네덜란드의 여왕 줄리아나(94)는 1월에, 장징궈(蔣經國) 전 타이완 총통의 부인인 장팡량(蔣方良·88)은 지난 15일 사망했다. 1968년 북한에 피랍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의 함장 로이드 부커(76)는 1월에 죽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창시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66)은 이스라엘의 헬기 공격으로 숨졌다. 의약업계의 황제 잭 에커드(91)와 이탈리아 자동차 왕국 피아트의 움베르토 아그넬리(69)는 5월에 운명을 달리했다.
  •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게놈 프로젝트에서 인간배아복제까지. 전문연구가들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유전자와 생물’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도 최근 부쩍 늘어났다. 언론에서도 외국 유명 연구소의 연구결과라며, 생물의 어떤 특징이나 요소가 알고 보니 이러저러한 유전자 때문이었다는 식의 보도를 이따금씩 내놓는다. ●생물발생·진화과정 관찰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분자생물학 권위자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자크 모노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책에서 “진화란 결국 미시세계에서의 교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단선적이고 합목적적인 진화론에 대해 자크 모노는 아무리 분자를 쪼개고 원자를 나누고 유전자를 들여다봐도 왜 인간은 눈이 두 개이고 코와 입은 하나인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그런 형태가 인간의 삶에 적합한 방식이 됐지만, 그렇다 해서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이영완 옮김, 뜨인돌 펴냄)는 이런 자크 모노식 주장을 지구상의 다채로운 생물종을 통해 펼쳐내보이고 있는 책이다. 미국 조지아대 교수인 지은이 존 애비스 박사는 유전자를 통해 생물의 발생과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계통유전학자다. 그래서 환경에서의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책에 담고 있다. ●아르마딜로 복제 통해 번식 예를 들자면 뱀은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에 따라 분비하는 독이 다르다.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는 아르마딜로는 자손의 번성이라는 목적에 걸맞지 않게 자궁이 작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복제를 통해 번식한다. 이 때문에 새끼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똑같다. 자연상태에서는 복제양 ‘돌리’ 이전에 이미 복제를 통한 번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 거대한 킹 크랩의 조상이 사실은 조그마한 소라게라거나, 한동안 너구리계통으로 오해받았던 팬더가 곰쪽 혈통이라는 등의 최신 연구결과도 담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유전자 분석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이었다는 증거가 아직까지는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제시된다. ●고원의 에버그린오크 뿌리길이 21m나 이외에 5000만년이 넘도록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잎꾼개미, 고원에서 살기 때문에 뿌리 길이가 21m에 이르는 에버그린오크,6500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인도양쪽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물고기 실러캔스 등의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꼭 유전자와 생물이라는 거창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옮긴이의 말처럼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논술이 술술]작은 인간/마빈 해리스

    세계화로 그 특징이 표현되는 현대는 또한 ‘문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다양한 문화들을 손쉽게 접하고 있으며, 또한 그 문화들의 경제적 상품적 중요성과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는 ‘문화 위기의 시대’이기도 하다. 세계화와 더불어 전 세계의 문화는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미국식 대중문화의 영향 아래 더욱더 획일화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행동을 생물학적인 요인으로 설명하고 규제하려는 시도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문화 인류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여러 양식과 상식들을 살펴보고 있다. 인류의 삶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계급 구분은 왜 생겨났으며 질투, 전쟁, 가난 그리고 남녀 차별은 불가피한 것인가 하는 여러 문제들을 문화 인류학의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인간의 조건 가운데 얼마만큼이 유전적 요인이고, 얼마만큼이 문화적 유산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마빈 해리스는 이러한 근원적인 탐색의 결론으로 ‘인류는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쓴 마빈 해리스는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문화 인류학자 가운데 하나이며,1953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을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과 비교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예컨대 마빈 해리스는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를 ‘권력과 부를 획득하고 지키기 위해 문화적으로 구성된 전략’이라고 규정한다. 우리 사회의 소비 현상은 이러한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화인류학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그것은 성적, 인종적, 종교적 차별과 갈등들을 좀더 폭넓은 시각에서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줄 뿐 아니라, 사회 역사적 차이 아래 놓인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성찰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것이 탐구하고 분석하는 것은 각 사회의 특수한 문화 양식이지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나름의 한 걸음 나아간 이해이다. ■생각해보기 ▲이 책에서는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를 ‘권력과 부를 획득하고 지키기 위해 문화적으로 구성된 전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과소비의 특성을 원시 부족에서 나타나는 과시적 소비 현상과 비교해 그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책에서는 여성의 사회 지위가 무엇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지 간략히 밝히고, 자신의 생각을 써보자.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종우월주의 의식을 비판해 보자. ▲‘종교와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써보자. ▲이 책에서는 ‘인류는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 뜻을 적절한 보기를 들어 풀이하고, 자기 생각을 밝혀보자.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2∼고3 -관련 교과:중등 사회,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한길사), 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을유문화사), 문화의 수수께끼(마빈 해리스·한길사), 식인과 제왕(〃·한길사), 음식 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 샤머니즘(미르치아 엘리아데·까치글방), 성과 속(〃·한길사), 이미지와 상징(〃·까치글방),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창작과비평사),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2(주강현·한겨레신문사) -기출논제:한양대 1996년 정시 인문계 논술,2002년 정시 논술, 부산대 1997학년도 정시 자연계 논술, 고려대 1998학년도 정시 인문계 논술, 한국외국어대 2004년 정시 논술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 (www.unidream.co.kr)
  • [고시플러스] 지방농업연구사 2명 모집

    ●강원도 철원군(www.cheorwon.gangwon.kr)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방농업연구사 2명을 모집한다. 모집직렬은 식품환경과 원예직.20세 이상 45세 이하로 관련학과의 석사 이상 학위자 가운데 채용분야 세부전공 관련 논문 발표자에 한해 응시가능하다. 식품환경직의 관련 전공은 농화학, 농생물학, 환경학, 환경공학, 식품가공학, 미생물학 등이며 세부전공은 식품가공학과 식품공학이다. 원예직의 관련 전공은 원예학, 조경학, 농화학, 환경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식물학 등이며 세부전공은 채소·특작이다. 공인영어성적도 요구된다. 지원자는 토익 590점 또는 토플 500점 이상 등의 외국어 성적이 있어야 한다. 지원서는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철원군청 자치행정과로 방문 또는 우편접수한다.(033)450-5238.
  •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박사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 박사

    그는 절제를 모르는 우리 사회의 음주습관에 대한 경고로 말문을 열었다. 이런 음주습관 때문에 최근 바이러스성 간염은 주는 반면 알코올성 간염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우리가 술로 섭취하는 알코올의 80∼90%는 간에서 대사를 하는데, 간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알코올 양은 생맥주 1500∼2000㏄ 분량인 60∼80g입니다. 이 용량을 초과하면 마치 오토바이 엔진으로 트럭을 끄는 것 같은 현상이 빚어져 ‘침묵의 장기’라는 간도 더는 견뎌내지를 못하게 되는 거죠.” ●간, 하루 알코올 감당량은 생맥주 2000CC 정도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윤승규(46) 박사.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2002∼2003년 연속 등재됐는가 하면 지금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간질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주목받는 간 전문의다. 그와 지방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지방간이란 지나치게 섭취한 지방이 활용되지 못하고 지방에 쌓인 상태를 말한다.“꽃등심을 생각하면 됩니다. 꽃등심에서 보듯 간 조직 사이에 지방이 잔뜩 끼어 간 기능을 방해하죠. 우리 간은 생각보다 치밀한 조직인데, 지방간으로 세포가 제 역할을 못하면 5000여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는 거지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방간은 세포의 몸통인 세포질에 쌓이는데, 이 경우 세포핵이 한 쪽으로 밀리면서 기능에 방해를 받는다. 지방간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간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는데, 술이 원인인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는 최고 35%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많게는 20%가 조직의 섬유화로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을 일으켜 결국 간암이나 말기 간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음주 국가로 분류돼 있고, 갈수록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는 터라 그의 설명에서 일종의 전율마저 느껴진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겁니다. 주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원인인데,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운동을 싫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경우 비만율이 지난 88년 12.5%에서 98년 35.6%로 10년새 3배로 늘었고 이중 30% 이상이 지방간을 가졌습니다. 이 정도면 상황이 이해가 됩니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음주와 관계없이 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상태에서 간경변-간암이나 간부전의 경로를 거치게 된다. 비만뿐 아니라 지나친 다이어트도 단백질과 활동에너지 결핍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부를 수 있다. ●술 종류보다 음주량이 중요 이어 그는 술과 지방간의 상관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간에는 알코올을 대사시키는 2개의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일단 섭취한 알코올의 80%는 간세포의 알코올 탈수소효소, 나머지는 마이크로좀-에탄올산화계에 의해 대사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음주량이 적량을 초과하면 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간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지요.”물론 알코올 대사 능력은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해 개인차가 있고, 개별 영양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음주는 확실히 간에 대한 ‘혹사’거나 ‘학대행위’다.“지방간은 술의 종류보다는 섭취하는 총량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음주는 간의 대사기능을 크게 떨어뜨려 지방간 발생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람직한 음주 유형은 적량을 마신 뒤 적어도 48시간 정도 간이 휴식기를 갖도록 하는 겁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대사 기능이 약해 잘 취하고 간 손상도 심하므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대사기능 약해 잘 취해 그는 ‘술은 자주 마시는 것보다 좀 과하더라도 한번 마신 뒤 며칠 쉬는 게 낫다.’는 주장에 대해 “그럴듯한데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술은 중독에 이르기 전에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알코올 중독에 이른 간 질환자의 경우 금주령을 어기고 자꾸 술을 마셔대는 바람에 치료가 어렵다는 사례도 곁들였다. 진단과 치료 얘기도 나눴다.“질환의 심각성에 견줘 진단은 간단한 편입니다. 통상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조직검사를 활용하는데, 혈액검사에서 감마GTP(간질환 진단 효소)가 정상치의 기준인 50을 넘고,SGOT와 SGPT가 35∼40정도면 이상신호로 봅니다. 이 3개 수치가 동반 상승하면 지방간에 의한 간염을 의심하지요. 초음파나 조직검사는 보다 확실한 결과를 알고 싶을 때 사용하는 진단법입니다. “치료는 병증을 초래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알코올성은 금주, 비알코올성은 원인질환 치료가 우선입니다. 예컨대 비만이 원인이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무조건 체중을 줄여야 합니다. 또 당뇨병은 혈당 조절, 고지혈증은 혈중 지질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요.” ●야채·고단백 저지방식 충분히 섭취를 치료는 식이요법이 무척 중요하지만 알코올성이냐, 비알코올성이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야 한다.“흔히 술꾼들은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데, 이는 잘못된 버릇입니다. 알코올성이라면 신선한 야채나 과일, 고단백 저지방식을 먹어야 하나 비알코올성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은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그에게 식이요법의 강도를 묻자 ‘적당하게’라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먹고 살았던 조상의 지혜가 배어 있음을 아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 윤승규 박사 ▲가톨릭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연구교수▲대한내과학회·대한소화기학회·대한간학회·대한간암연구회·한국분자생물학회·미국간학회·아시아태평양간학회 정회원▲미국간학회우수논문상·일본간염학회 학술상·대한간학회 최우수논문상 등 수상▲현, 대한간암연구회 학술위원장▲현,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최재천 글

    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최재천 글

    절묘한 만남이다.21세기의 핵심코드로 부족함이 없는 ‘생명’의 끈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잡고 있는 세 사람, 황우석과 최재천, 그리고 김병종. 비록 책이라는, 출판사가 깔아준 멍석 위의 만남이지만 쉰하나 동갑내기인 이들의 생명을 향한 ‘의기투합’은 몰가치성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낚아채고도 남음이 있다. ‘나의 생명 이야기’(황우석·최재천 글, 김병종 그림, 효형출판 펴냄)는 김병종의 머리말처럼 생명을 주제로 만난 두 과학자와 한 예술가의 삼인행(三人行)이다. 두 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에 한 예술가는 색깔과 향기를 입혔다. 세 사람이 누구인가. 황우석은 21세기의 과학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로 생명복제의 신기원을 열어가고 있는 생명공학자요, 최재천은 동물과 곤충의 행동 연구를 통해 인간 삶, 나아가 생명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나선 동물학자다. 김병종은 대표적 한국화가로서 ‘바보예수’‘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생명의 끈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란 한 직장에서 오랜 세월 지내온 인연으로 맞닿아 있으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생명’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삼고 있지만, 그 무게와 울림은 사뭇 다르다. 황우석과 최재천, 두 과학자는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짬짬이 생명의 소중함을 담은 글을 써왔다. 배아 복제, 흔히 말하는 ‘생명복제’와 생태·환경적 관점에서 출발하는 동물행동학은 어쩔 수 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 같지만 이 책에서 두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결국 ‘인간의 아름다운 삶’이라는 귀일점에서 만남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접점엔 사람·동물·식물이 화합하는 김병종의 그림이 가세하며 생명성을 완결시킨다. 세 사람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 ‘내게 생명이란 우리집에서 키우던 소의 순한 눈망울, 봄이면 샛노란 솜털이 개나리보다 탐스럽던 병아리, 암탉이 막 낳은 따뜻한 달걀, 그런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던 내 부모형제와 이웃들…. 생명은 그런 것이다.’ 황우석의 생명 인식은 이처럼 소박하면서 귀소본능적이다. 어렸을 적 농촌에서 소와 함께 들판을 쏘다니며 풀을 뜯겼던 그는 소와 평생을 함께하겠노라고 결심했다. 소가 친구처럼 가깝고 좋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새끼 많이 낳는 소, 튼튼하고 잘 자라는 소를 연구해서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삶을 기름지게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그의 소망은 훗날 송아지 ‘영롱이’ 복제와 인간 줄기세포 복제로 귀중한 열매를 맺으면서 인간 삶의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천의 ‘생명’에 대한 출발점 역시 귀소본능적이다. 그는 어렸을 적 강릉 할아버지 댁에서 자라며 삼촌들과 논병아리를 잡으러 다녔던 강릉으로의 귀소본능 때문에 잠을 설친 밤이 셀 수 없다고 했다. 황 교수와 마찬가지로 생명을 주제로 한 눈부신 연구의 바탕엔 역시 귀소본능이 깔려 있던 것. 2지망으로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뒷걸음치다 빠진 생물학 안에 내가 꿈꾸던 삶이 있다는 걸 발견한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고 했다. 수많은 동물을 연구하는 과정은 결국 동물속에서 인간을, 인간속에서 동물을 엿보는 것임을 그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다. 또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환경 및 생태 문제에 천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21세기의 새로운 인류상인 ‘공생인(共生人)’으로 귀결됨을 강조하고 있다. 김병종 교수는 1990년대까지 ‘바보예수’ 연작을 발표하며 ‘종교적 희생’을 바탕으로 한 생명사상을 붙들어 왔다. 그리고 80년대 말 작업실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 생명에 새로 눈을 뜬다. 그는 이번 책에 생명의 메시지가 강한 그의 작품들을 녹여 넣으면서 때로는 어릴 적 일기 같은, 때로는 ‘생명에 대한 단상’같은 짧은 해설을 붙였다. ‘낙락장송의 숲에 엎드린 아이는 내 유년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서늘한 소나무 숲에서 한나절을 보내곤 했다. 그 숲에 가고 싶다.’‘숲에서’(1992)란 이 작품속의 소나무 숲에 엎드린 아이는 모양도, 색깔도 소나무와 같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 속에 찾아야 할 대상처럼 나무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아이는 김병종인 동시에, 어릴 적 황우석, 그리고 최재천이다.1만 1000원. ■ 황우석·최재천·김병종 세 사람의 특별한 인연 황우석과 최재천, 김병종은 한 직장에 적을 둔 동갑내기인 데다 모두 ‘생명’이란 테마를 연구와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정도 인연이면 서로에 대한 생각도 각별할 터. 김병종은 ‘우레와 같은 명성에도 조금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초지일관 연구에 매진하는 황교수를 볼 때면 새삼 그가 아사(我師)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논어의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의 바로 그 ‘아사’다. 즉 셋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황교수가 바로 그다. 최재천에 대해선 ‘화가의 눈과 음악가의 귀를 가진 과학자’로 표현한다. 황우석 교수는 김병종에 대해 ‘칼을 잡고 피를 보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마음이 메말라오는 것을 느끼는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내 친구 김 화백의 ‘생명의 노래’를 듣고 그 온기로 조그마한 생명의 열매를 맺고 싶다.’고 했다. 최재천 교수는 ‘황우석 선생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 소라면 내 삶에는 대관령이 있다.’며 ‘스스로 감자바우 촌놈이란 걸 은근한 자랑으로 흔들며 살아왔는데, 진짜 촌놈 황우석 선생과 나란히 글을 쓰려니 나는 그저 촌놈이고 싶어 안달하는 얼치기 촌놈’이라고 존경심을 담은 동질감을 표시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여성의 경제력 족쇄되느냐” 헌재 재판관도 진지한 질문

    “호주제는 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봉건적·구시대적 제도다.” “건전한 가족육성과 계승을 위한 전통적 관습이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졌다.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가릴 마지막 5차 공개변론이 열린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참고인의 설명을 경청했다. 변론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 남성 중심의 사회로 변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인류의 역사를 20만년으로 보면 농경사회는 1만년 전에 시작돼, 인류 역사의 95%는 남성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중섭, 피카소의 그림과 임신 당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미국 여배우 데미 무어의 사진 등을 참고자료로 들며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게 되면 남성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호주제가 폐지되면 부계 중심의 중압감에서 남성이 해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일 재판관은 최 교수의 설명을 들은 뒤 “미토콘드리아의 발견과 호주제의 상관 관계는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권성 재판관은 “수렵생활로 진화하면서 남성 중심이 된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냐.”면서 “호주제가 여성이 경제적 힘을 기르는 데 족쇄가 되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최후 변론에서 “평등하고 건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의 대리인으로 나온 구상진 변호사는 최 교수에게 “법률적 내용은 모르지 않느냐.”고 물은 뒤 “생물의 수정과 번식에는 정자로부터 전달되는 중심소체가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동물들의 세계를 기준으로 인간 사회의 제도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호주제는 건전한 가족제도의 보호육성이라는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