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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對北결의문 채택] 미사일 물품·기술 구매금지 ‘요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5일(현지시간) 채택한 북한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한 결의문의 주요 내용이다. 안보리는 1993년 5월11일의 결의안(825) 등을 재확인하고 핵·화학·생물학 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체계가 핵·화학·생물학 탄두의 운반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앞서 적절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아 민간 항공 및 해상 업무를 위협한 데 대해 더욱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밝힌다. 또 북한의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과 핵무기 개발 추진을 개탄하면서 2005년 9월19일 중국,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에 의해 발표된 북핵 공동선언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시아와 그 이상 지역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1) 2006년 7월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를 비난한다.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2)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각국의 사법당국과 국내법, 국제법에 따라 북한을 감시하면서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회원국들에 요구한다.(3) 유엔 회원국들이 미사일 혹은 미사일 관련 물품, 재료, 제품, 기술을 북한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하고 북한의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재정적 자원을 북한에 이전하지 말고 이러한 행위를 감시하도록 회원국들에 요구한다.(4) 유엔 회원국, 특히 북한에 대해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삼가고 자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 또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핵확산 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5) 전제 조건없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진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한다. 특히 모든 핵무기와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에 NPT 협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 규정에 재가입하도록 촉구한다.(6) 6자 회담이 이른 시일내에 재개되는 방안을 지지한다. 또 한반도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목표가 달성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6자회담 당사국들이 9·19 공동성명의 이행 노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촉구한다.(7)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유의하기로 결정한다.
  • 대구 금호강 상받았다

    대구시의 금호강 수질개선 사례가 유엔환경계획(UNEP) 아시아·태평양 환경개발포럼(APFED)의 국제환경상 은상을 수상하게 됐다. 대구시는 1983년부터 1조 8000억원을 들여 금호강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점 등이 아시아·태평양 환경개발포럼으로부터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금호강 수질은 지난 1984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ℓ당 1112㎎에서 15년후인 99년에는 환경기준 2등급(ℓ당 6㎎이하) 수준인 ℓ당 5.7㎎을 달성, 지금까지 그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 수질개선에 따라 금호강에는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을 비롯해 버들치 등 3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쇠백로 등 23종의 조류가 살고 있다. 이번 환경상에는 대구를 포함해 전세계 31곳이 경합을 벌였으며 금상에는 2만달러, 은상에는 7000달러씩의 상금이 주어진다. 금상은 코코넛 껍질을 친환경적으로 이용한 솔로몬 군도가 차지했으며 호주의 애들레이드는 대구시와 함께 은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7월 말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비브리오 패혈증 백신 기술 개발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하는 백신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전남대는 10일 이준행(46·의학과·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이 비브리오 패혈증 예방효과가 탁월한 백신균주와 함께 비브리오균 구성성분을 이용한 백신강화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2001년부터 과학기술부의 국가지정연구실(NRL) 사업지원을 받아 패혈증 비브리오균 치사능에 관여하는 RTX 독소를 발굴하고,RTX 독소유전자 결손 돌연변이 균주를 제작한 데 이어 최근 보다 안전한 백신균주 개발을 위해 세포 독소 및 단백분해효소 유전자를 추가로 결손시킨 ‘삼가 돌연변이 균주(CMM781)’를 만들어냈다. CMM781 균주는 패혈증 비브리오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약독화 생균백신 균주이며, 이에 대한 특허권은 전남대 산학협력단이 보유하고 있다.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CMM781 균주는 패혈증 비브리오 균의 특징인 세포독성 및 용혈현상을 유발하지 않으며, 탁월한 백신효능을 지니면서 동물에 직접 투여해도 야생균주에 비해 1000배나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CMM781 균주로 면역시킨 동물은 비브리오균에 높은 항체를 지니고, 치사량의 패혈증 비브리오균을 감염시켰을 때 대조군의 쥐들은 18시간 이내에 모두 사망한 반면 CMM781 균주로 면역시킨 쥐들은 모두 생존했다. 이 균주는 궁극적으로 인체 백신 개발을 목적으로 하지만, 어류백신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가축 백신 개발에도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30대 ‘토종박사’ 홍성철씨 서울대 교수로 특채

    30대 물리학자가 이례적으로 서울대 교수에 특별채용됐다. 생물물리학을 전공한 올해 36세의 홍성철 박사로 서울대는 지난 6일 홍 박사를 자연과학대학 물리학부 조교수로 특채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가 공모절차 없이 교수를 특채한 것은 2003년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59·음대)씨에 이어 두번째다. 홍 박사는 1994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석·박사 학위도 모교에서 받은 ‘토종박사’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후 과정부터 새로운 영역인 생물물리학 분야를 개척, 일리노이대와 하워드휴즈 메디컬인스티튜트에서 생체분자 쪽을 연구해 왔다. 생물물리학은 물리학을 생물학에 확대 적용해 생명현상의 본질을 물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영역으로 최근 바이오 산업의 급부상과 함께 각광받고 있다. 그는 “모교에 와서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간단히 소감을 밝혔다. 오세정 자연과학대 학장은 “신생 분야의 우수 인재들은 해외 명문대의 채용 제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공채만을 고집하다간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고 특채 배경을 설명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책꽂이]

    ●CEO의 습관(김성회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기업체 CEO가 들려주는 성공 습관 49가지.15년간 자기계발·인물인터뷰 전문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CEO의 으뜸가는 덕목으로 지구력을 꼽는다.1만2000원. ●가슴으로 말하는 엄마 머리로 듣는 딸(데보라 태넌 지음, 문은실 옮김, 부글북스 펴냄)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자폐증이란 엄마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지 않아서 생긴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폐증이 생물학적인 이유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모든 관계의 어머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화해시킨 책.1만2000원.●일본의 제일부자 손정의(이노우에 아쓰오 지음, 하연수 옮김, 김영사 펴냄)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일본 부자 40인’ 가운데 자산총액 70억 달러(약 6조 5000억원)로 1위를 차지한 재일 한국인 손정의. 재일교포 3세인 그는 1981년 PC용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한 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운영 등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해 큰돈을 벌었다. 인터넷 황제 손정의의 꿈과 도전을 소개.1만900원.●이복남의 자연분만은 아름다워라(이복남 지음, 글을 읽다 펴냄) 서양에서는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낳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우리는 어떤가. 세계 제왕절개수술 1위다. 태어날 때부터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나라 여성들은 골반이 유연하다. 아이를 낳는데 서양 여성들의 절반 정도의 힘을 들이고도 순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자연분만의 복음을 전하는 책.1만5000원.●예수처럼 경영하라(밥 브리너 지음, 최종훈 옮김, 청림출판 펴냄) 예수는 장차 위대한 사도가 될 바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무슨 일을 해야할지 일러 줬다.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공격적인 채용을 한 것이다. 예수를 지상 최대의 조직을 만든 경영자로 규정하는 이 책은 예수가 바쁜 사역 가운데서도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 진정한 쉼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9800원.●천년 순정의 땅, 히말라야를 걷다(김홍성 지음 세상의 아침 펴냄) 라다크는 ‘지상에서 가장 순결한 땅’이라 불린다. 해발 고도 3500m를 훌쩍 넘어선, 이 삶의 극지에서도 라다크 사람들은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10년 가까이 네팔에 머물며 히말라야를 넘나든 저자의 히말라야 트레킹 이야기. 떠나는 자에게 길은 아름답다.1만5000원.
  • 약품효능 조작 8개기관 적발

    약품효능 조작 8개기관 적발

    의약품 생물학적동등성 시험기관들이 복제의약품 효능시험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중 상당수는 조작 사실을 부인하다 결국 덜미가 잡혔다. 연구기관들의 도덕불감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6일 의약품 생동성 시험기관 2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추가로 조사한 의약품 337품목 가운데 55품목의 시험결과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 발표된 1차 조사에서 조작 혐의를 부인했던 기관 9곳 중 8곳의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혐의를 부인하다 추가 조사에서 조작사실이 확인된 곳은 랩프런티어, 경희대, 중앙대, 바이오메디앙, 아이바오팜, 충남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바이오코아 등 8곳이다. 이 기관들은 카피약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를 평가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진행하면서 시험결과를 조작했다. 관련 약품은 30종으로 식약청은 이 가운데 생동성 시험 의무 품목인 17개 카피약의 허가를 취소하고 판매를 금지했다. 또 생동성 시험 의무 품목은 아니지만 대체조제용으로 허가받은 13개 카피약은 대체조제를 금지했다. 이와 함께 55개 약품의 조작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식약청은 1차 조사에 이어 카피약 337종을 조사하고,55종의 시험자료가 조작된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생동성시험 조작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법적 공방도 확대될 전망이다.1차 발표 이후 동아제약 등 관련 제약사 13곳은 지난달 식약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또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식약청의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현재 폐기명령이 정지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별개로 조작 시험기관과 해당 제약사를 상대로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해 조작 약품에 들어간 건강보험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2)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12)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취리히·다보스(스위스) 함혜리특파원|스위스의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이 대학의 수학과를 다녔고, 교수(물리학과)의 경력을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공계 분야에서 이 대학은 교수들은 물론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박사후 과정(Post Doc) 연구원들에게 ‘꿈의 대학’으로 불린다. 학교 규모로는 다른 영·미권의 명문대학보다 작지만 유럽의 대학 가운데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의 대학으로는 최정상급이다.1855년에 설립됐다. 롤프 프로발라 홍보담당 국장은 “이공계 분야의 명문대로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최첨단의 연구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ETH 취리히는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교수 초임 연봉 1억 5000만원… 하버드대와 엇비슷 교수들의 초임 연봉은 약 15만 5000달러(약 1억 5000만원). 미국 공립대학 정교수의 연봉(11만달러)보다 50%쯤 많다.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명문 사립대 교수들의 연봉(14만∼15만달러)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조건이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우 정교수가 받는 평균 연봉이 미국 공립대학은 7만∼10만달러 수준이지만 이 대학의 교수들은 20만∼50만달러를 받는다. 박사과정 학생의 연봉은 2만 8000∼4만 8000달러(약 2800만∼4800만원) 정도다. 최태열(나노 유체역학연구소 선임연구원)박사는 “높은 보수를 제공한다고 해서 우수한 인적자원이 무조건 몰려드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훌륭한 유인책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미국의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연구소의 책임자인 교수에게 연구원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연구소 운영비가 충분하게 지원되기 때문에 연구성과나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을 받지 않는 점이 미국대학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에서 연구는 각 학과(15개) 밑에 독립적으로 조직된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보통 정교수들이 연구소장이 된다. 각 교수마다 3∼5명의 선임연구원 및 박사후 과정 연구원을 두고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계공학과의 경우 13개 연구소가 있고 그 아래에 세분된 연구실들이 모두 39개가 운영된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분야별로 나눠진 실험실에서 연구하며, 학부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다. 교수들은 연구소의 연구원과 박사과정 학생들을 선발하고, 학교에서 지급되는 기본 연구비(연구원의 급여 포함)를 각 실험실에 배분한다. 교수들은 연구소라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높은 실적을 내야 하는 부담은 없다. 다른 대학의 교수들처럼 매년 의무적으로 논문을 제출하거나, 기업체로부터 좋은 연구 프로젝트를 따 와야 하는 부담이 없다. 강의에서도 자유롭다. 수년간 진행한 연구가 실패로 끝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ETH 취리히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리스크 캐피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데르스 하그스트렘 학술 마케팅 국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한 연구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얻는 것은 많고 그런 지식이 쌓여 첨단기술도 나오는 법”이라며 “교수들이 다른 스트레스나 부담을 받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능력 뛰어난 교수 ‘삼고초려´ 초빙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교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선 수년간의 노력과 엄청난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백질체학의 최신 연구분야인 시스템 바이올로지에서 최고 권위자인 루디 에버솔드 교수를 미국의 시애틀에서 취리히로 ‘모셔오기’ 위해 3년간 공을 들였다.2003년 계약을 공식발표한 데 이어 스위스에서 같이 연구할 연구원들을 미리 시애틀로 보내 에버솔드 교수와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그런 다음 2005년 1월 연구소를 취리히로 옮겼다. 에버솔드 교수와 그의 시애틀 연구팀을 패키지로 스카우트, 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든 비용은 1억 8000만달러(약 1800억원). 시스템 바이올로지 연구소의 이후근 박사도 에버솔드 교수와 함께 시애틀에서 취리히로 건너왔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는 교수들간 경쟁도 치열하고, 연구비를 따려고 제안서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만 ETH 취리히에서는 이런 부담이 전혀 없어 연구에만 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각 연구소에는 기계 및 전자분야의 작업을 도맡아 주는 기술자들이 있다. 학생들이 필요한 도면이나 원하는 실험장치를 설명하면 이른 시일 내에 기술자들이 만들어준다.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학기간도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독일에서는 석사 취득후 박사학위를 받는 데 7년 정도 걸리지만 ETH 취리히에서는 석사 취득 후 3∼4년이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취리히시 북서부에 조성 중인 제2캠퍼스 사이언스 시티는 쾌적한 환경, 실험기자재나 설비 등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물리학 연구동의 지하에는 최첨단 시설의 청정룸까지 갖춰져 있어 연구원이나 학생들이 반도체, 초고속 마이크로칩, 나노 공학 등 하이테크 분야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36만㎡(약 11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조성되는 사이언스 시티는 1957년 첫삽을 뜬 이래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박사·석사·MBA과정 절반이 외국인 이같은 연구환경 덕분에 ETH 취리히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우수한 인재들로 가득하다. 전체 358명의 교수들 중 외국인은 206명(58%)이나 된다. 외국인학생은 학부의 경우 12%에 그치지만 박사과정과 석사,MBA과정에서는 절반이 외국인이다. 석사 이상의 과목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ETH 취리히의 신경과학 연구소와 취리히 대학의 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마틴 슈밥 교수는 “기초 과학은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은 ETH 취리히의 학구적 전통은 그동안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력이 됐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한국인 유학생이 말하는 ‘연구환경’ |취리히 함혜리특파원|취리히 연방공대에는 현재 유학생 10명과 6명의 박사후 연구원 등 한국인 16명이 있다. 이들은 취리히 연방공대의 강점으로 인적자원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최상의 연구환경을 꼽는다. 지난해 9월부터 화학과 유기합성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옥염씨와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권오필(물리학과·비선형 광학실험실)박사, 최태열(기계공학과·나노 유체역학연구소)박사로부터 연구분위기를 들어봤다. ▶취리히 연방공대의 연구환경을 한국과 비교한다면. -(전)포항공대에서 석사를 하고 이곳으로 왔다.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갖춰진 설비도 놀라웠지만 부수적인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전문기술자를 배치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배려하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권)물리학 연구실이 있는 사이언스 시티의 연구동(棟)은 최첨단 연구설비가 모두 갖춰져 있다. 이곳에 있는 각 동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로 꼽힌다. ▶연구인력에 대한 대우는. -(전)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박사과정에 지원하려고 면접하러 올 때에도 모든 비용을 학교측이 부담했다. 박사과정 1년차인 나의 경우 정상 급여의 60%를 받아 한달에 2500스위스프랑(200만원 정도)을 받는다. 매년 10%씩 인상되고 1년에 25일의 유급휴가도 있다. -(최)무엇보다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할 줄 아는 곳이다. 학생이든, 연구원이든 생활하기에 충분한 보수를 제공해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다. 졸업 후 새 직장을 찾는 학생들이나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연구원에게도 3개월 동안 월급이 나온다. ▶수업 방식은. -(권)학부학생들의 경우 입학은 자유롭지만 매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진급한다. 재시험은 한 차례만 기회가 있어 1,2학년 학생들은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한다.2학년이 끝날 때 남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입학생의 3분의2 정도다. 물리학과의 경우는 절반 정도다.7학기(3학년 후반기) 이후 심화과정에 들어가 각자 특정한 연구실을 선택해 과제를 한다. 교수들은 이에 맞춰 특성화된 과목을 개설한다. 실험과 연구는 조교(박사 후 과정 연구원)의 도움을 받는다. 연구원 1명당 3∼4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연구 분위기는. -(최)한국에서는 학과간 벽이 높아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다른 학과의 연구실에서도 자유롭게 실험을 할 수 있어 융합 과학의 추세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 -(전)한국에서 석사를 할 때에는 잠자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의 ‘월화수목금금금’식 연구를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집중력이나 능률은 이곳이 훨씬 높다. -(권)이른 시간에 연구성과를 내고, 많은 논문을 써서 발표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를 하더라도 좋은 내용을 찾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기초에 충실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물적·심적 ‘여유’가 취리히 연방공대의 힘이다. lotus@seoul.co.kr ■ “외국 유명대학과 협력 강화 미래사회 기술자·리더 양성” |다보스(스위스) 함혜리특파원|매년 재계와 정계의 세계적인 거물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생물학과의 6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2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이 심포지엄은 생물학과 3,4학년 학생들과 교수, 연구원 등이 참석해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 참가자는 680명. 지난해 10월 취임한 에른스트 하펜 총장도 생물학과 교수 자격으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하펜 총장은 인터뷰에서 “명문대학으로 남으려면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외국의 유명대학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목표는. -10∼15년 후 미래 사회는 지금의 사회와 많이 다를 것이다. 훨씬 진보된 지식기반 사회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엔지니어와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독일의 디 차이트 조사결과 수학, 생물, 화학, 물리 등 과학 분야에서 ETHZ가 (유럽에서)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유럽내에서 이공계 분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우리가 가장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명문대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우수한 인적 자원은 명문대학의 기본 조건이다. 좋은 교수가 있는 곳에 좋은 학생이 있고, 좋은 학생이 있어야 좋은 교수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세계 톱수준의 교수진과 연구진,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지원, 인프라 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적자원의 국제화 비율이 다른 어느 대학보다 높은데. -스위스는 인구 700만명의 작은 나라다. 우수한 외국인들의 도움이 없이는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연구 프로젝트의 국제 교류를 중시하는 이유는. -과학, 교육, 문화, 시장경제 등 모든 것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에서 국제적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학생들은 일찌감치 다른 문화를 접촉하며 국제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이다. ▶앞으로 ETHZ의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나. -기술만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사회도 진보한다. 이런 미래 사회에 맞춰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기본 목표다.15년 뒤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2020 프로젝트’가 마련돼 있다. 재정 분야에서 현재 85%나 되는 국가의 지원 비율을 낮추고 지식과 기술의 전환 작업이 쌍방향으로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구소 창업도 보다 활발히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제2의 MIT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대학인 동시에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대학이 되는 것을 원한다.ETHZ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책꽂이]

    ●로봇 테리 이야기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들이 경험한 갖가지 에피소드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현장감 있게 소개했다.‘지식전람회’ 시리즈 제13권. 프로네시스.194쪽.9000원 ●지구에 뭐가 있지 외부 세계에 대해 분명하게 인지하고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4∼6세 사이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물에 대한 구체적 개념과 언어적 표현력을 길러주기 위한 유아교육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진과 간결한 문장으로 이뤄진 설명을 통해 새, 물고기, 곤충, 산, 바다, 숲 등 우리 주위에서 항상 접하는 사물에 대한 기본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비룡소. 각권 24쪽. 각권 6000원. ●하늘의 법칙을 찾아낸 조선의 과학자들 이순지, 정초, 이향, 김석문, 홍대용, 지석영 등 조선시대 천문학을 연구했던 과학자들의 지치지 않는 도전의식과 업적을 담았다. 한겨레아이들.176쪽.9500원. ●지도 따라 세계 속으로 인종, 특산물, 문화, 동물분포 등 대륙별 주요 항목들을 그림 자료와 수치 정보 등을 통해 자세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어린이용 세계지도책. 월드 아틀라스 시리즈 제2편. 키다리.80쪽.1만 2000원. ●빛나는 우리 문화유산-전통시장편 5일장, 남대문시장, 평화시장, 서울 경동 약령시장, 대구 약령시장, 경기 모란 시장 등 보통 소시민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갖가지 시장의 모습들을 소개한다. 우리 전통, 관습, 유물, 유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꾸민 ‘빛나는 우리 문화유산’ 시리즈 제7권. 배동바지.160쪽.7900원
  • [이사람]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사람]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9회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가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회의로 세계적인 과학자와 과학기술전달자들이 모여 보다 쉽게 대중에게 과학기술을 전달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는 ‘연구문화광장 2006’도 첫 선을 보였다. 과학자를 중심으로 방송프로듀서(PD), 과학기자·저술가, 전시큐레이터 등이 ‘대중의 연구이해’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과학자들이 받는 연구비는 국민들의 세금이다. 따라서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은 일반인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 두 행사를 공동기획한 나도선(57)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의 생각이다. 나 이사장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계의 첫 여성 기관장이 됐다. ●“과학 모르면 문맹… 책 통해 이해 높여라”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대중이 뒤처지고 소외되면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이 바로 과학자라는 게 나 이사장의 신념이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과학도 문화의 일부로 인식되는 ‘과학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이사장은 일반인들이 일생생활에서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과학을 만날 수 있는 생활과학교실을 대폭 확대, 현재 423개의 생활과학교실을 운영중이다.2004년말 270개에 비해 1.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4월에는 과학자 94명이 100가지의 소(小)주제에 대해 쓴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우리나라의 대표적 과학기술자 47인을 소개한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도 내놨다. 재단경영에는 업무과정관리시스템(BMP)과 6시그마를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들이 반영돼 지난달말 발표된 87개 정부산하기관 대상 2005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문화·국민생활유형 14개 기관중 3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9위에서 6계단이나 상승,87개 기관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꾸준한 학회활동… 여성지위 향상에도 힘써 그의 삶은 과학의 대중화와 여성의 지위 향상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짜여진 직물 같다. 나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인 인터루킨-2를 포함, 종양 괴사인자, 아넥신 등을 만들어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과학자다. 과학자인 나 이사장이 연구와 과학 대중화이외에 여성 과학자의 지위 향상에 관심을 가진 것이 표면화된 시기는 2001년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을 결성하면서부터다.2003년에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결성했다. 여성운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능력있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 나라다. 그는 국가경쟁력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일을 해야만 높아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이 화두가 될 시기를 기다리면서 지도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렀다. 우선 학회 활동에 적극 참가했다.1993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에서 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임원(편집간사)을 맡았다. 이후 학회에서 계속 다양한 직책을 맡았고 2005년에는 회장에 선출됐다. 나 이사장은 “아마 그런 학회 활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학회활동을 통해 각 분야를 이끄는 학자들과 만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고급 정보에 접할 수 있었다. 리더십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학문으로 평가받는 학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연구에도 매진했다. 나 이사장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을 통해 동료 여성 과학자들이 학회와 단체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리더십을 형성하는데 힘이 돼주고 싶었다. 포럼의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을 만들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과총) 초대 회장 시절에는 ‘아모레태평양 여성과학자상’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여과총에서 61명의 여성 과학자들의 삶과 꿈, 역경 등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 ‘여성, 과학을 만나다’를 펴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단체활동이 상당부분 무보수이고 모임이 대부분 일과 후 저녁시간에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왜 힘들게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던 후배들이 몇년이 지난 지금,“그때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더욱 보람을 느낀다. ●“멘토가 그리웠다” 이공계 고민 상담도 나 이사장은 ‘WISE(Women Into Science & Engineering)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이공계 여학생의 고민을 상담해 준다. 이공계 남학생들의 이메일 문의에도 정성껏 답한다.‘21세기 여성과학자의 기회와 도전’이라는 제목의 대중 강연도 수시로 연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을 되돌아 볼 때마다 멘토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이유다. 조언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너는 과학자가 될 소질이 있으니 열심히 해봐.’라는 한마디만 들었더라면 더 큰 용기를 얻었을 것 같단다. 그래서 이공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도록 돕는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과학자인 덕분에 첨단과학의 발전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모르는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는 흥미진진함을 만날 수 있기에 과학자가 된 것이 인생 최대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미지와 난관을 흥미진진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그래서 젊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1949년 수원 출생 ▲71년 서울대 약학과 졸업 ▲77년 서울대 약학대학원 졸업 ▲82년 미 북일리노이대학 생화학 박사, 앨라배마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연구원 ▲8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전공학센터 생화학연구실장 ▲90년 울산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2001년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03년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04년 과학기술부 ‘올해의 여성과학자상’ 수상 ▲05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 3월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7) 택일적 사고와 이중적 사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7) 택일적 사고와 이중적 사고

    사회생활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간되는 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사회생활에서 인간은 온갖 괴로움을 경험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철학사상은 이 사회생활을 큰 화두로서 취급했다. 예컨대 순자 사상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군서생활을 하듯이 생존을 위한 사회적 규칙준수의 법을 지능적으로 잘 본받으면, 사회생활의 악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순자는 사회성원에게 생물학적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이 최우선적 정치의 목적이라 여겼다. 그러나 맹자 사상은 이와 전혀 다르다. 사회생활에서 이기심이 모든 악의 진원지이므로 저 이기심을 도덕심으로 바꾸면, 인간은 양질의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순자의 철학은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홉스의 현실주의 사상과 유사하고, 맹자의 철학은 18세기 프랑스의 루소의 이상주의 사상과 이웃하고 있다. 이기심을 다소 인정하는 현실주의든 이기심을 부정하는 이상주의든 다 행복한 사회생활의 창조방식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좋은 사회생활의 창조를 위한 철학사상은 역사 속에서 구체화된다. 로마사에 정통한 20세기 프랑스의 역사가인 폴 벤은 그의 저술 ‘역사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에서 현실주의적 사회철학의 경향을 ‘백성을 양떼로서’(people as flock) 생각하는 사고와 연계시키고, 이상주의적 사회철학의 경향을 ‘백성을 어린이로서’(people as child) 생각하는 사고와 유관하다고 분류했다.‘백성을 양떼로서’ 생각하는 현실주의적 정치의 유형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며 포식자로부터 양떼를 잘 지켜주는 것을 으뜸의 사명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반하여 ‘백성을 어린이로서’ 생각하는 이상주의의 정치는 아버지의 심정처럼 자식이 부도덕한 일에 탐닉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건전하게 키우는 것에 일차적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로마정치가 원로원 중심일 때에 전자가, 황제 중심일 때에 후자가 각각 유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저 두 정치이념의 성향은 강조점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이지, 흑백 논리처럼 단순한 유무의 문제가 아니겠다. 나는 로마사에 근거한 저 두 유형의 정치 스타일이 모든 역사에 거의 다 적용될 수 있는 이념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저 두 유형의 어느 쪽이 실질적 사회생활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다. 이 글은 저 두 유형이 공통적으로 하나의 큰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말하고, 제삼의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그 공통의 한계가 택일적 사고방식을 사회철학의 기본논리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주의는 늘 이/해(利/害)의 대립에서 전자를, 이상주의는 늘 선/악(善/惡)의 대결에서 역시 전자를 선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현실주의는 경제주의고, 이상주의는 도덕주의다. 이기적인 경제와 반이기적 도덕은 서로 궁합이 잘 맞지 않아 상충적이지만, 다 지성(지능의 철학적 표현)의 분별력 위에 공통적으로 서 있다. 경제적 이익은 나에게 좋은 것이고, 도덕적 선은 내가 속한 사회에 좋은 것이다. 칸트가 밝힌 사회생활의 본질로서의 ‘비사교적 사교성’(26회 글)에서 비사교성은 경제적 이익과 연관되고, 사교성은 도덕적 선과 직결된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경제와 도덕의 양자간 우선택일의 문제의식으로 일관되어 왔었다. 순자의 철학은 경제우선의 사상이고 벤이 본 ‘양떼로서의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이념과 상통하고, 맹자의 철학은 도덕우선의 사상이고 벤이 본 ‘어린이로서의 백성’의 이념을 연상시킨다. 전자는 나에게 좋은 것이고, 후자는 사회에 좋은 것이다. 다 좋은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맹자의 사상은 좀 애매한 데가 있다. 그는 이기적 이(利)와 도덕적 선(善)을 각각 다른 것처럼 분리시키기도 하였고, 그 둘을 다 좋은 것(好)으로 수렴시키기도 하였다. 이런 맹자의 모호한 입장은 이유가 있다. 분리의 이유는 이기심과 사회성의 차이를 강조하는 뜻이고, 둘 다 좋은 것으로 수렴되는 것은 이익이든 선이든 다 인간에게 ‘좋은 것’이라는 점에서 상통하기 때문이다.‘좋다’(好=good)라는 말은 경제적 실용이나 도덕적 선에 다 적용된다. 경제적이든 도덕적이든 좋은 것은 분별심의 작용에 기인한다. 나의 지성이 분별하고 판단하여 좋은 것을 선택하고 나쁜 것을 배제하는 택일의 논리를 다 공통으로 지닌다. 지성은 분별과 택일의 논리다. 그런데 인류역사가 그동안 몸바쳐 왔던 이 분별과 택일의 논리가 세상을 다 평안하게 하고 구원해 주는 희망의 사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의 분별이 사회생활에 갈등을 빚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얼음장수와 우산장수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익세계의 본질이다. 도덕적 선은 이와 달리 사회적 일치의 화음을 낳는 것으로 그동안 인류는 착각해 왔다. 늘 이상주의가 그 공상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주의에 비하여 명분적 우위를 뽐내면서 잘난 체해 왔다. 그러나 도덕적 인(仁)의 가치는 보통 좋으나,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어리석음으로 바뀌어 작전의 패배를 낳고, 의(義)의 가치는 원칙으로 좋으나, 깡패집단의 의리로 변하고, 직(直)의 가치도 정직하다는 점에서 옳으나, 너무 예리한 칼날처럼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주위를 숨막히게 하며, 용기의 가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선을 집행하는 가치나, 그 이면에 늘 거칠고 난폭한 폭력을 안고 있다. 이차대전시 중죄인의 집단으로 구성된 미 육군특공대의 혁혁한 전공의 실화는 용기의 이중성을 잘 그려준다. 사회를 떠나서 인간의 존재방식은 불가능하고, 사회생활 안에서 늘 무수한 이해관계와 도덕가치관의 갈등으로 인간은 괴롭다. 또 인간은 경제가 망가지고 도덕이 타락하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도 없다. 어떻게 경제와 도덕이 다 건강하면서 인간이 사회적으로 괴로움을 덜 받고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여기서 원효가 사유한 길을 다시 음미한다. 그의 사유는 철학적으로 이중부정과 이중긍정의 길을 현시한다. 이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택일의 사유가 지니는 분별적 지성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택일적 경제주의는 이기적 아집을 낳고, 택일적 도덕주의는 위선적 법집을 낳는다. 위선적 법집은 순수선이 사회적으로 불가능한데, 도덕주의가 순수선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절대적 진리라고 우기는 고집이 결국 법집을 낳고, 그 법집은 아집보다 훨씬 더 고약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의와 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기심과 다른 대의명분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아집과 법집을 탈출하는 길로서 이중긍정의 사유를 원효가 제시한다. 얼음장수와 우산장수의 손익을 아주 다른 별개의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익과 손해는 좋고 흐린 날씨처럼 교대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이익과 손해는 없으므로 이중긍정의 차원에서 내가 웃을 때에 늘 우는 사람이 동시에 이웃에 있다는 것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원효는 설파한다. 이익의 이면에 손해가 엎드리고 있고, 손해가 이익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이중긍정의 사고가 세상의 사실임을 자각케 한다. 도덕도 마찬가지다. 노자가 언명한 바와 같이 ‘선은 불선의 스승이고, 불선도 선의 자산’이라는 말을 원효는 동의한다. 선이 불선의 스승이라는 말은 쉽게 알 수 있는데, 불선이 어떻게 선의 자산이 되나? 그것은 불선이 선을 증장(增長)시킨다는 의미겠다. 불선이 선의 바깥에 별개의 독립적 실체로 실존하는 것이 아니고, 선의 이면에 은닉되어 있기에 불선은 선의 배설물과 같은 셈이다. 모든 선이 불선을 머금고 있으므로 선은 오만 방자해지거나 독선의 아만을 띠지 않게 된다. 자기의 선행이 절대적이 아니라 불선의 역기능을 이미 세상에 뿌렸는데, 절대선을 사회에 심어놓은 것처럼 위선자들이 설친다. 그래서 노자는 불선이 선의 자산이라고 언급했겠다. 원효는 노자처럼 선/악으로 명칭을 대립화하는 것이 아니라, 선/불선, 악/불악의 이중성처럼 상관적으로 세상보기를 종용한다. 그 양면성이 곧 상관적 차이(pertinent difference)로서 차연(差延=differance)(26회 글)이다. 차연은 차이(差異)와 연기(延期)의 인조적 합성어인데, 차이가 변증법적 모순의 관계가 아니고 상보적으로 상대방의 것이 자기에게 연기되어서 서로 이중적 잡종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현대 해체철학의 용어다. 이런 이중긍정이 사실상 성립되기 위하여 원효는 먼저 이중부정의 사고방식이 선결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중긍정은 세상의 사실을 보는 방식이고, 이중부정은 그 이중긍정이 이원성(duality)으로 빠지지 않고 이중성(duplicity)으로 인식되게 한다. 선/불선, 악/불악의 이중성은 각 변이 자기 동일성을 지니는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서로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도 성립하므로 각각은 다 상대방의 흔적에 불과한 셈이다. 도장의 양각과 음각의 양면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리라.(26회 글) 그러므로 양각과 음각은 다 그 자체 자기 것이 없는 공(空)이다. 모든 색(色=물질)의 이중긍정적 구조(善/不善)는 자기 것이 없는 이중부정(非善/非不善)의 공과 같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생활이 괴로움의 연속이므로 그 괴로움의 연속에서 탈피하면서 경제와 도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은 세상사를 이중긍정적인 포괄법으로 읽는 길이라고 원효가 갈파했다. 포괄법은 세상사를 호/오와 선/악의 택일법으로 보지 말기를 종용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시건방지게 세상을 보면서 자기 것은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것은 절대적으로 악마적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다. 그런 이중성의 긍정이 가능하기 위하여 원효는 이중부정의 초탈법을 또한 익힐 것을 종용한다. 초탈법은 세상사의 일체가 다 인연법에서 생긴 환영(幻影)이므로 이익과 선 앞에서 좋아 흥분하지 말고, 손해와 불선 앞에서 좌절하지 말 것을 제의한다. 초탈법은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의 사상이 아니다. 사회생활의 기준이 지성이면, 인간은 호/오의 선택에 갇힌다. 철학의 종말은 지성의 종말과 같다. 과학에 지성을 맡기고, 철학은 세상사가 다 환영임을 깨닫게 하면서 영성의 길을 떠나려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씨줄날줄] 괜찮은 일자리/육철수 논설위원

    삶은 생명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래 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의 저자 잉에 호프만은 생체시계를 천천히 작동시켜 에너지 소비를 늦춰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쁘게 사는 사람은 그만큼 생명에너지를 빨리 소진시켜 일찍 죽고, 느릿한 사람은 오래 산다는 가설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호프만이 얘기하는 ‘생물학적 게으름’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먹으라는 개념과는 다르다. 일(노동)을 하되, 최상의 생체환경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면서 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호프만의 주장을 ‘백수=게으름=장수’란 개념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도 있고, 그들은 오히려 심신의 무기력과 사회적 좌절·고립감으로 생명에너지를 훨씬 더 소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적절한 노동은 생명과 건강을 유지시켜주며 삶의 보람을 준다. 일을 하면 돈을 벌고 마음의 평온과 건강을 얻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직업을 가졌을 때보다 정신건강이 11%나 떨어지고, 발병확률이 8% 증가된다는 연구결과는 참고할 만하다. 결국 정년연장과 일자리 창출은 조기 은퇴자나 실업자들의 생명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2004년 30만개에서 2005년엔 14만개로 줄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괜찮은 일자리’란 ‘자유, 공평, 안정,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성별 차이 없이 생산적인 노동기회를 주는 일자리’로 정의된다. 손 연구원은 일자리의 안정성(근속연수)과 명목임금(월평균 240만원)만을 기준삼아 양질(良質)의 일자리를 알아봤다고 한다. 여기에는 대략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공기업 등의 정규직 수준의 일자리가 속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알짜일터가 1년만에 16만개나 감소한 것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듯해 안타깝다. 지금 우리 노동시장은 경기침체와 학력과잉 등으로 마음에 쏙 드는 일자리를 고른다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기업의 투자부진이 일자리 상실의 주원인이라는 진단이 이번에도 내려졌는데, 기업은 나몰라라 하고 정책은 갈피조차 못잡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철새는 온난화 어떻게 적응할까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철새들이 일찍 돌아오고 있다. BBC는 2일(현지시간) 유럽에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철새들의 이동 양식도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철새들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장거리 이동하는 것은 그동안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철새들이 식량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해 부화하는 것은 진화에 따른 행동 양식으로 믿어졌기 때문이다. 철새들은 AI(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요인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어 이들의 이동 양식은 요주의 대상이다.스칸디나비아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30년 이상 수집된 관찰 자료에 따르면 철새들은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북유럽에 예전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다의 수온이 오름에 따라 바다새의 먹이가 영향을 받았다. 일년에 알을 두개씩 낳는 바다오리와 같은 철새는 식량때문에 예전같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들이 겨울을 보내는 아프리카에서는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고 메뚜기를 박멸하기 위해 다량의 살충제가 사용되면서 먹이가 줄어들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닐스 크리스티안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철새들의 이동양식 변화는 광주기와 일조량에 따른 생물학적 반응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새들은 가능한 좋은 자손을 기르기 위해 광주기에 으레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새들은 일년에 한번씩 번식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유전적으로 가장 빨리 적응한다. 때문에 기후 변화에 민감한 유전적 반응을 나타낸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의 폴 도널드 박사는 “유럽에서 철새들의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1970년 이후 121종의 철새 가운데 54%가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거나 멸종됐다고 밝혔다. 특히 제비, 흰머리딱새, 휘파람새 같은 장거리 철새들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유럽에서 일찍 봄이 시작되면서 철새들이 아프리카에서 빨리 날아올 뿐 아니라 벌레들도 일찍 부화하고 있다. 때문에 새들이 알을 까고 새끼를 기를 때 먹이가 부족해졌다. 새들의 먹이인 벌레와 주기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식량 부족으로 새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인간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환경·생명] 멸종위기 동·식물 10년간 순차적 복원

    [환경·생명] 멸종위기 동·식물 10년간 순차적 복원

    ♥정부가 추진 중인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복원사업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이달 중순쯤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나, 학계 전문가·환경단체 등이 날선 비판을 내놓으며 막판까지 반발하고 있다. 복원대상 종(種)과 복원지역 선정의 타당성 시비는 물론 “수 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란 방침을 굽히지 않아 앞으로 사업 타당성 등을 둘러싼 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추진될 종 복원사업 종합계획의 뼈대가 사실상 결정됐다. 환경부는 지난 1월 “동물 28종과 식물 36종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64종을 전국 17개 국립공원에서 복원할 것”이란 내용의 잠정안을 발표(서울신문 1월23일자 20면 참조)한 바 있는데, 그동안 검토과정에서 일부가 수정됐다. ●호랑이·늑대·표범·크낙새 등 빠져 우선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1급 포유동물(12종) 가운데 7종이 최종 복원대상으로 선정됐다.2001년부터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을 비롯, 산양과 사향노루, 여우, 스라소니, 대륙사슴 그리고 해양포유동물인 바다사자 등이다. 늑대와 수달, 붉은박쥐, 호랑이, 표범 등 나머지 5종은 우선적인 복원대상에서 제외됐다. 호랑이와 표범은 당초 북한산국립공원에 5만평의 인공증식장을 세워 복원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인공증식장 시설 설치에 따른 자연파괴 ▲투자액 대비 효과 미흡 등 이유로 대상에서 빠졌다. 1급 멸종위기 조류(5종) 중에선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에서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황새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올빼미와 수리부엉이는 “복원의 시급성이 낮다.”는 이유로,1990년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크낙새는 “원종 확보가 어려운 데다 기존 서식처인 광릉의 서식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역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파충류 중에선 남생이가, 어류는 꼬치동자개와 감돌고기 등 6종이 복원대상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순차적인 복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멸종위기 식물 36종은 올해 소백산·덕유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국립공원 별로 식물원을 건립, 복원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환경부 김홍주(자연자원과) 사무관은 “복원대상 종과 서식지의 선정 및 복원일정 등이 담긴 종합계획을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통용기준 지켜야” 그러나 이런 정부방침에 대해 “(멸종위기종을 풀어놓을)서식처의 환경이 적정한지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부족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불거졌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국책사업인데도 환경부가 공개적 여론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향후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상황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전문가 등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 부설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수의과대학) 소장은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려면 야생동물 방사와 관련한 국제적 전문기구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종합계획 수립을 1년 만이라도 늦춰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최근 환경부에 제출했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최태영 선임연구원도 “여우·사슴·스라소니 같은 멸종위기종이 국민정서에 친근하다고 해서 기념관을 세우거나 도로 건설하듯 복원이 진행돼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복원사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그동안 6개월여 검토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야생동물 방사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야생동물 방사 지침’은 복원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질병전파 가능성, 사후조사를 통한 생태계 영향 확인 등 3단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생략된 채 추진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론 ▲복원대상 종의 유전적·형태학적 연구 ▲국내의 야생생존 개체 수 조사 ▲사육실태(질병 경력 등) 파악 ▲복원 성공을 위한 서식지의 크기 및 먹이조건 등 생물학적 조사연구 ▲사람이나 다른 야생동물에게 질병전파 위험성 ▲복원 이후 위협요인 등에 대한 전반적 연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항 소장은 “1년여 연구용역만으로 멸종위기종을 10년 만에 복원시키겠다는 (환경부의)계획은 상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러나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정보 등을 공개하기 곤란하지만 제기되고 있는 모든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 종합계획을 일단 수립한 뒤 추진과정에서 수정할 수도 있는 데다, 현 상태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외국 복원사례와 교훈 외국의 멸종위기 동물 복원사례는 우리에게 복원의 과정과 절차, 성공 요인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 복원에 따른 부작용과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치밀한 사전검증 등 준비작업을 거친 점이 눈에 띈다. 해당 종의 복원 타당성 등에 대한 여론수렴 절차도 공개리에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야생동물 복원사업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다. 아칸소 주는 1958년부터 11년 동안 250마리의 아메리카 흑곰을 도입해 현재 야생 개체수가 2500마리까지 늘었다. 해마다 20∼40마리씩, 오랜 기간 꾸준히 시행돼 성공적인 복원사례로 거론된다.“어린 야생곰을 도입 즉시 방사함으로써 야생 적응력과 생존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로키산맥의 회색늑대 복원사업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긴 논의를 거쳤다.1966년 복원 논의가 본격 시작된 뒤 복원팀 구성(1974년)과 복원계획 수립(1982년), 국민 의견수렴(1985∼1993년) 등을 거쳐 29년 만에 로키산맥 북부지역에 회색늑대 66마리가 시험방사(1995년)됐다. 이런 장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아이다호·몬테나 주 등 로키산맥의 회색늑대는 1000여마리로 불어나게 됐다. 미 정부는 올해 2월 회색늑대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 복원의 성공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콜로라도 주는 2002년 말 스라소니 복원에 나섰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체수가 적어 번식이 잘 이뤄지지 않자 최근 150∼180마리의 스라소니를 추가로 도입해 방사했다. 수달은 아이오와 주에서 성공적으로 증식됐다. 남획으로 인해 미시시피 강과 아이오와 중앙부 등 일부 지역을 빼곤 거의 멸종상태였으나 1985년 16마리의 수달을 들여와 주 곳곳에 방사해 안정적인 개체군을 확보한 상태다. 캐나다의 여우 복원사례도 유명하다. 북미에서 가장 작은 식육동물로 대초원에 서식하던 ‘스위프트 여우’는 남획과 극심한 기후변동으로 인해 1930년대 캐나다의 초원지대에서 사라졌다. 캐나다 정부는 1976년 복원계획을 수립,7년 뒤인 1983년부터 시험방사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동안 모두 700여마리의 여우를 풀었으나 코요테가 포식자로 등장, 불과 20% 남짓한 개체만 야생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150마리의 여우를 추가 도입해 방사, 현재는 야생에서 650여개체 이상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정부는 2000년 5월 스위프트 여우를 ‘멸종’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급을 조정했다. 프랑스는 1996년 피레네 산맥에 불곰 3마리를 방사해 2003년 현재 15마리가량으로 불렸고, 오스트리아 역시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불곰을 들여와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효고 현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황새를 인공증식해 100여마리까지 확보한 뒤 지난해 9월 5마리를 야생으로 처음 날려보내는 성과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박사는 “미국의 회색늑대 복원사업은 환경단체와 목축업자 등의 반대로 인해 많은 시간과 대가를 지불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간의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생물서식처를 무참히 파괴하면서 다른 쪽에선 종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 국가 프로젝트로 종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사회를 비롯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바다속 괴물과 더위 식혀볼까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TV에는 벌써부터 더위를 식혀줄 납량특집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28일부터 매주 수·목 오후 8시50분 방송하는 해양 미스터리 시리즈 ‘서피스’(SURFACE)는 바다속 괴생명체와 인간의 승부를 다룬 시리즈물로 눈길을 끈다. 이 시리즈는 미국 NBC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초까지 방영된 최신물로, 방영 당시 저녁 시간대 성인 시청률에서 비스포츠 부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보통의 미스터리 시리즈들이 생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는 데 반해 이 시리즈는 괴생명체의 정체뿐 아니라 이것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잠수정 하나가 산산조각이 난 장면으로부터 시리즈는 시작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해양생물학자 로라 도트리가 잠수 탐사에 나섰다가 깊은 바다 속에서 처음 보는 생명체를 목격한다. 한편 뉴올리언스에 사는 보험설계사 리치 코넬리는 동생과 함께 멕시코만으로 잠수 여행을 갔다가 괴생명체에게 동생이 끌려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게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14세 소년 마일스는 바다에서 젤리 같은 알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와 부화한 생명체를 식구들 모르게 은밀하게 키운다. 시리즈는 이들 3명의 주인공이 괴생명체의 비밀에 접근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괴생명체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정부기관의 태도는 모호하다. 정부기관 소속 과학자인 알렉산더 서코 박사와 펜타곤 요원인 데이비스 리는 철저하게 이 비밀스러운 생명체의 보안을 지키려 한다. 시리즈는 괴생명체가 바다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기형적인 포유 동물인지, 인간에 의해 DNA 변형이 일어난 재앙적인 생명체인지, 아니면 외계에서 온 또 다른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상상을 유도한다. 미스터리 요소뿐 아니라 비밀을 찾고 있는 쪽과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요원 사이의 화끈한 추격전도 볼 만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기후 창조자/팀 플래너리 지음

    기상이변에 대한 경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와 유럽에서만 2만 6000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시무시한 폭염, 어느 때보다 강력한 허리케인과 혹독한 가뭄·홍수 등은 실로 위협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엄청난 ‘인재지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세계적인 환경생물학자인 팀 플래너리가 쓴 ‘기후 창조자’(이한중 옮김·황금나침반 펴냄)는 예리한 학자적 통찰과 설득력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집대성했다.‘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라는 부제에서 보듯, 기후 창조자인 인류가 기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5년에 걸친 연구와 집필,250여개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와 수천명의 연구결과물을 토대로 기후변화의 현상과 원인은 물론, 기상이변 위기에 봉착한 오늘날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최근 10년간 지구는 그동안 겪지 못한 엄청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을 경험했다. 숱한 생물종들이 멸종했고 북극해 연안의 이누이트족은 살 곳을 잃었다. 이같은 인재지변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누구인가. 저자는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를 둘러싼 각국의 신경전을 비롯, 정·재·학계가 벌여온 지구온난화 논쟁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교토의정서에 저항하는 미국과 호주 정부를 비판하면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동안 기후변화 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한 것은 “기후변화가 심각한 정치적·산업적 함의를 담고 있어 이 문제로 인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러나 인류가 앞으로도 무절제하게 살아간다면 우리 세대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명의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저자는 너무 거창하고 정책적인 제안이 아닌, 누구나 마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침을 제시한다.‘기후문제에 적극적인 정치인에게 투표하라’‘태양열 온수기와 집열판을 설치하라’‘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와 가전제품을 사용하라’‘품질 좋은 샤워기 꼭지로 교체하라’‘연료효율을 자동차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라’‘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나와 내 가정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라’‘직장에 에너지 진단을 요구하라’ 등이다. 기상이변에 의한 멸망의 길이냐, 아니면 기후 창조자인 인류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구원의 길이냐. 선택을 망설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진행되고 있음을 이 책은 경고한다.1만 85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대법, 성전환자 호적 性정정 허용

    대법, 성전환자 호적 性정정 허용

    대법원이 사법사상 처음으로 ‘이브가 된 아담’과 ‘아담이 된 이브’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성적 소수자인 성전환자의 사법 구제의 길이 열린 셈이다. 지금까지 각급 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여부를 판단하면서 성염색체 구성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는 생물학적 관점과 심리적·정신적인 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통념설에 따라 엇갈린 결정과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2일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50대 여성 A씨가 호적상 성별과 이름을 바꿔달라며 낸 개명 및 호적정정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성별정정 등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대법원에는 A씨의 사건 외에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뒤 호적 정정을 신청한 2명의 사건이 올라와 있고 앞으로 유사한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런 권리들은 질서 유지나 공공 복리에 반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며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바뀐 성에 따라 활동하며 주위 사람들도 바뀐 성을 허용하고 있다면 사회통념상 성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호적정정의 기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성전환자에게 호적상 성별란의 기재사항을 바꿔줘도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성 변경은 기존의 헌법과 법률이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섭 홍희경기자 newworld@seoul.co.kr
  • 성적 소수자 ‘인권’ 보호

    대법원은 결국 생물학적 성(Sex)이 아니라 사회적 성(Gender)을 선택했다.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가지고 있는 성전환자의 요구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혼선 빚었던 호적정정 기준 마련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각급 법원별로 차이를 보여온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성전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호적정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정신과적 치료로도 성전환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의학적 기준에 맞춰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 등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사회적 성을 인정한 결과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출생시에는 통념상 생물학적 성에 따라 법률적 성이 평가되지만 이후 한결같이 생물학적 성에 불일치감과 위화감을 갖고 반대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신체적·사회적 영역에서 전환된 성 역할을 한다면 전환된 성이 성전환자의 법률적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불과 10년 전인 1996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성으로 볼 수 없다면서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았던 대법원으로서는 큰 변화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성적 소수자라고 할 수 있는 성전환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적극 보호한다는 대법원의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비록 대법관들의 의견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라졌지만 양쪽 모두 성전환자의 법률상 문제 등은 궁긍적으로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다수의견은 현재 입법이 없다는 이유로 성적 소수자의 고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개별적 판단을 거친 성전환자들은 호적상 성별정정을 해주는 등의 사법적 구제수단의 방법을 열어놓자는 것으로 풀이된다.●바뀐 성의 권리·의무 가져… 반면 정정 이전의 법률관계는 그대로 호적상 성별을 바꾼 성전환자의 경우 바뀐 성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리와 의무는 똑같이 가진다. 예를 들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한 경우 생리휴가를 갈 수 있고 병역의 의무가 없어진다. 반대로 여성이 남성으로 된 경우에는 병역의 의무가 부여돼 징병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은 다만 혼란을 막기 위해 호적정정 이전의 법률적 권리 등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자식을 둔 남성이 여성으로 호적을 정정했다고 하더라도 자식들과의 법률관계는 여전히 ‘아버지’로의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호적 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기존의 신분관계,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시행초기의 혼란 등을 막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성전환자의 혼인관계다. 대법원 기준에는 결혼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빠져 있어 기혼자라도 호적정정을 신청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성별이 바뀔 경우 남·남 또는 여·여 커플이 돼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률상 혼인 무효나 취소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는 호적변경 신청 당시 미혼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2002년 7월 부산지법에서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받아줄 때도 당시 재판부는 ‘미혼 또는 이혼을 한 성전환자’로 대상을 한정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주목되는 대법의 성전환자 인정 판결

    대법원이 어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성(性)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사회질서 유지를 내세우며 취해 오던 보수적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50대 신청인은 호적이 남성으로 바뀌게 됐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소수자 인권보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 성에 대한 인식을 성염색체 구성에 따른 생물학적 성뿐만아니라 사회통념적인 성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전통 등으로 인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선 성전환증(症)은 의학적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성전환증자는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판단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만 최대 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이런 안팎의 현실을 인정, 성전환 수술을 받아 사회통념상 바뀐 성으로 인식되는 것이 명백하다면 성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공공복리나 질서에 반하지 않으면 전환된 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회통념을 앞서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성전환증자와 함께 살아갈 만큼 성숙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무조건 참고 지낼 것을 강요하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선 의학적으로 성전환자를 판별할 수 있는 명쾌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번 판결로 사회적 다수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민·형법, 병역법 등 관련법도 손질해야 한다.
  • 30년전 잃은 생모 찾고보니 前직장동료

    미국의 한 여성이 찾고 있던 생모가 전 직장 동료로 밝혀져 화제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생후 4일째 일리노이주 부부에 입양된 미셸 웨첼(30)은 지난해 말 고지혈 증세가 나타나 ‘생물학적’ 가족의 심장질환 여부 등 병력을 살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생모 찾기에 나섰다. 그는 입양기관을 찾아가 생모가 미용업에 종사한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 자신이 근무했던 미용실에도 있었음을 알아냈다. 미셸과 어머니 캐시 헨젠(55)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아이오와주 데븐포트의 한 미용실에서 함께 일했던 것이다. 모녀는 얼마 전 식당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헨젠은 1975년 이혼 당시 미셸을 임신하고 있었고 어린 두 딸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 형편이 나빠 이혼 후에도 전 남편과 한 집에 사는 등 다툼이 이어져 도저히 아기를 키울 수 없었다.1976년 미셸을 낳자마자 5분 만에 모녀는 이별했다. 미셸은 그러나 일리노이주 가족과는 잘 맞지 않았고 고교 졸업 후 데븐포트로 와 미용학교를 마친 뒤 미용실에 취직했다. 당시 헨젠은 예약 담당이었는데 종종 두 딸이 찾아올 때마다 미셸은 “나도 헨젠 같은 어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했다고 한다. 하늘이 두 번 맺어준 인연의 모녀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자고 다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세포 젊게해 수명연장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인간 노화억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태국(42) 교수팀이 ㈜씨지케이(CGK·대표 김진환)와 공동으로 인간 노화억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내용은 12일 오전 2시부터 네이처 케미컬바이올로지 온라인(Advanced Online Publication)판 커버스토리에 ‘세포의 노화과정을 가역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조절물질 개발’이란 제목으로 발표되고 이 잡지 7월호에도 실린다. 개발방법은 네이처 프로토콜지에 ‘자동화된 고효율 이미징 시스템을 통한 노화억제 신약후보물질의 스크리닝-개발 방법’이란 제목으로 소개된다. 김 교수팀은 화합물 2만개를 스크린하는 과정에서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변화시켜 수명을 연장케 하는 약제 화합물(CGK733)을 발견했다. 이 물질을 세포에 주사한 결과 성장과 세포분열이 재개되면서 노화 세포의 모양이 젊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물질을 제거하면 세포 노화가 다시 진행되고 주입하면 젊어지는 등 노화 세포의 프로그램을 가역적으로 임의 조절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김 교수는 “과학적 증거 없는 노화억제 건강보조식품은 많았지만 세포를 치료, 과학적으로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김 교수팀이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매직(MAGIC·MAGnetism-based Interaction Capture)이라는 원천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세포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직이란 신기술을 이용해 1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이 물질을 개발했다. 이에따라 신약 물질을 이용, 노화 조절은 물론 치매 등 노화 관련 질병치유 가능성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인간세포 안에서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조절되는 바이오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재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유전체학, 단백체학, 시스템생물학 등 전반적인 생명과학과 신약개발, 임상진단, 바이오센서 등 분야에서 여러가지 효과와 성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쥐를 통해 치매 등 노화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실험하고 있다.”면서 “노화를 억제하는 상처 치료제나 주름 개선제 등 개발은 3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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