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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Review] 성벽 허문 女과학도 ‘희망 메시지’

    과학 앞에는 여성도 남성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남학생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여학생들이 대학원과 사회에 진출하면서 하나둘씩 과학계에서 사라진다. 오늘날 과학기술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은 이들 중 살아남은 소수이고, 과학을 해서 행복한 여성들이다.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APCTP 기획,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과학계라고 하는 거친 세계에 내던져진 여학생들에게 역할 모델이자 조언자가 되어 줄 성공한 과학자를 만나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팀장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 과학커뮤니케이션팀이 기획한 ‘세계의 여성 과학자를 만나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선배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인터뷰어로서 과학을 사랑하고 전공한 야심만만한 여학생 5명이 선발되었다. 안여림·윤지영·윤미진·안은실·손혜주. 이들은 2년여에 걸쳐 서울과 도쿄, 뉴욕, 워싱턴, 시카고를 돌면서 ‘행복한 선배 과학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들이 만난 사람들은 가와이 마키 일본 이화학연구소 리켄표면화학연구실 주임연구원, 김명자 국회의원, 지나 콜라타 뉴욕타임스 과학전문기자, 서은숙 메릴랜드대 천체물리학과 교수, 김영기 시카고대 입자물리학과 교수, 노정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김유미 삼성SDI 임원 등 7명이다. 표면 화학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가와이 마키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믿으라.”는 것.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기회는 알아서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연구와 가정 생활을 병행하는 어려움에 대한 그의 낙관적인 태도도 놀랍다.“집에 돌아오면 식사 준비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연구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와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다음날 출근해선 가정일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지요. 내겐 그런 생활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나 콜라타 과학전문기자는 “자기 꿈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이제 남녀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환경적인 요인은 별로 없고, 대부분의 직업은 뛰어난 능력만 있으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원래 수학자가 되려고 했지만 창조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반면 글쓰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과학전문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글을 통해 과학을 다루고, 과학과 일반인들이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에 그는 행복해 한다. 김영기 교수는 현대 물리학의 비밀을 밝혀낼 ‘힉스 입자’를 추적해내는 실험을 미국에서 이끌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내가 공부할 때는 분명 차별이 많았겠지만, 그런 것에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에 너무 민감하면 오히려 자기가 손해를 본다.”며 의미있는 충고를 해준다. 노정혜 교수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좋아하는 길을 찾았으면 마음을 들여 끝까지 밀고 나가라. 그럼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확신한다. 과학을 선택해 행복한 이들의 속깊은 이야기들이 잔잔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문학으로 전한 유물론 철학

    백과전서파 계몽철학자인 프랑스의 드니 디드로(1713∼1784)는 철학 저서 외에 소설, 희곡론 등 다방면의 글을 남긴 문필가로도 유명하다. 디드로는 스스로를 철학자로 생각했고, 문인으로 보이기를 좋아했다.‘달랑베르의 꿈’(김계영 옮김, 한길사 펴냄)은 디드로의 철학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인 동시에 철학을 문학의 형태로 기술한 역작으로 꼽힌다. ‘달랑베르의 꿈’은 디드로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다. 대화는 세 갈래다. 먼저 두 철학자가 토론한다. 한명은 유물론자이고 다른 한명은 상대방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한다. 유물론자는 물질이야말로 유일한 하나의 실체며, 물질은 보편적 감성을 갖는다는 전제아래 생명의 기원과 감각과 사고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두번째 대화는 유물론자와 대화를 나눴던 철학자가 꿈을 꾸면서 중얼거리는 말을 그의 연인이 기록해두었다가 의사와 나누는 이야기다. 첫번째 대화에서 다루어진 모든 주제에 주석이 붙고, 실제 사례들이 덧붙여진다. 세번째 대화는 의사와 철학자의 연인이 성(性)과 관련된 과학적·도덕적 문제들에 관해 나누는 대화로, 성의 해방과 이종교배에 관한 환상을 정당화한다. 대화의 주인공은 모두 실존 인물이다. 첫번째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디드로 자신과 당시 수학자·기하학자로 명성을 떨쳤던 달랑베르다. 달랑베르는 디드로와 함께 ‘백과사전’의 공동편찬자로 출발했다가 중도에 그만뒀다. 두번째 대화에서 달랑베르의 말을 옮긴 이는 달랑베르의 실제 연인이었던 레스피나스이고, 달랑베르의 말을 해석하는 의사는 오늘날 내분비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보르되다. ‘달랑베르의 꿈’은 과학과 철학의 부정확한 용어들과 확실치 않은 가설들에 대한 직관을 은유로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철학과 문학이 훌륭하게 결합한 예로 평가받는다. 문학적인 기교와 더불어 형이상학적 사유, 그리고 물리학·화학·생물학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두루 갖춘 디드로의 탁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는 과거의 학설들과 당시의 학설들이 뒤섞여 있고, 여기에 아직 정립되지 않은 미래의 학설까지 제시돼 있다. 논리정연함보다는 유추로 가득 찬 글은 생동감이 넘치지만 그만큼 까다롭다.1769년 여름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오랫동안 발표되지 못하다가 1782년이 되어서야 소수의 한정된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2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엔 北제재 목록 확정… 적용은 나라별로 다를듯

    |워싱턴 이도운·베이징 이지운특파원|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위원회는 1일(미국시간) 수백건에 이르는 제재 대상 품목을 확정했다. 확정된 제재 품목의 명단은 안보리가 지난 14일 합의한 대북 결의 1718호에 부칙으로 첨가된다. 제재위원회가 이날 확정한 품목은 핵공급그룹(NSG)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생화학무기 수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G)이 정한 제재대상 품목을 원용한 것이다. 대부분이 핵과 화학·생물학 무기 및 미사일의 개발과 생산에 관련되는 제품 및 기술들이다.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보복으로 동결할 구체적인 북한 자산과 여행을 제한한 북한 인사의 선정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이행 방안 보고서 작성 준비에 들어갔다. 제재위는 결의 채택 후 30일이 되는 13일까지 이 보고서를 받은 뒤 90일 안에 제재효과 강화방안 건의사항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제재 대상 품목이 확정됐더라도 이에 대한 각국의 법률적 상황과, 이에 따른 해석 및 시각차에 따라 접근법이나 대응 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처럼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제재를 극대화하려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한국처럼 제재를 최소화하려는 나라가 생겨난다.”는 얘기다. 품목 확정과정에서 논란이 됐듯,‘사치품’에 대한 개념이 저마다 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이미 제재 품목으로 지정된 물품과 서비스에 대해 북한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미 테러지원국 등으로 지정된 북한에 대해 각종 국내법 및 국제규범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관심은 다른 나라들, 특히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과 한국을 전적으로 동참시키는 쪽에 쏠려 있다. 미국이 유엔 결의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국무부 고위관리 등으로 구성된 팀을 동북아 지역에 보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중국은 벌써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제재강도를 조절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제재위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베이징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하겠지만 적극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집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와 북한산 상품의 전면 수입금지 등 사실상 대북 봉쇄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jj@seoul.co.kr
  •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겁니다”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겁니다”

    “진화는 끝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것입니다.”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초청으로 31일 한국에 온 조지 마틴(79)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는 진화생물학으로 노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노화연구의 대가다. 마틴 교수는 노화의 원인을 공적인(public) 요인과 개인적(private) 요인으로 분류하고 최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유전인자 등 개인적 요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고, 질병, 살육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짧았을 때는 몰랐던 유전인자들이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새롭게 발현되면서 진화론 측면의 노화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중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좋은 일만 하는 유전자, 젊을 때는 좋은 일을 하다가 중년 이후 나쁜 일을 하는 유전자, 살아가면서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유전자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인간은 유익한 유전자를 선택하거나, 해가 되는 유전자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상태를 최적화시켜 가는데 노화현상은 이러한 ‘자연선택’의 힘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유전자들의 성격과 조절인자 등을 알아내면 유전자 경로를 변경함으로써 노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초파리실험 결과를 보면, 노산을 통해 태어난 초파리들로만 번식을 계속했을 때 수명이 한층 연장되었다. 이는 생식성이 강한 유전자만이 선택돼 더 건강한 개체를 낳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아직 포유류 실험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인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노화연구는 특정한 약이나 식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노화의 원인을 밝혀내는 기초연구에 치중하는 것이 인류복지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마틴 박사는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조로증의 일종인 워너스 증후군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노화연구연합, 오라클 사가 출연한 엘리스 재단의 과학담당 책임자 등으로 기초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한국은 100세 노인의 비율에 있어 여성이 이례적으로 높고, 단일인종에 가깝다는 면에서 생태학적 상황이 아주 특이합니다. 노화측면에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죠.”마틴 박사는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 등의 100세노인 연구결과를 주목하며 공동연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Local] 충남 수질오염총량관리센터 운영

    충남도는 내년 1월부터 ‘수질오염총량관리센터’를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설치되는 이 센터는 시·군에서 개별 관리하던 수계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센터는 도 출연기관인 충남발전연구원에 부설기구로 설치되며 도직원 1명과 수질 관련 전문가 9명이 배치된다. 도는 센터 운영을 통해 오는 2010년까지 공주, 논산, 금산, 부여, 연기, 청양 등 금강 본류와 지류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2급수로 정화할 계획이다. 이어 2016년까지 예산, 당진, 천안, 아산, 홍성 등의 삽교호 본류와 지류를 2급수로 끌어올린다. 이들 수계는 2급수도 있지만 상당수 지점이 3∼4급수에 그치고 있다. 센터는 시·군으로부터 수질 관련 자료를 모두 받아 분석하고 현장조사를 거쳐 개발제한, 환경기초시설 확충 등 대책을 세워 수질을 관리한다. 도는 내년에 이를 위해 11억원을 투입한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미국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중간인 11월7일 실시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대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신문은 중간선거의 현장에서 3회에 걸쳐 각 당 후보와 유권자, 선거 전략가와 운동원,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취재, 선거 흐름을 짚어봤다. ■ 첫 무슬림의원 유력 엘리슨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협력과 평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무슬림(이슬람교도)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유력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당 키스 엘리슨(43) 후보는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을 정치의 영역으로 흡수해야 미국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인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 공원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엘리슨 후보는 승리를 예감한 듯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선거에서 내건 이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의’다.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은 하늘로 치솟는 데 반해 근로자의 임금은 정체돼 있다. 한편으로 극빈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의료보험이 실시돼야 한다. 유럽이 하고 있고, 일본도 한다. 미국인은 비싼 의료비를 내면서 혜택은 적게 받고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도 중요한 문제다. 자연 에너지를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라크 전과 조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라크 전은 실패한 전쟁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이라크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라는 말을 이따금씩 한다. -어떻게 이슬람을 단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은 이슬람을 잘못 규정한 말이다. 이슬람교의 요체는 평화다. 무슬림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9·11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 특히 의회는 미국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인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당선되면 워싱턴에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우선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47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고 있다.1997년 이후 오르지 않은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 ▶미국과 무슬림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생각인가? -우선은 나를 뽑아준 미네소타 제5선거구를 대표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마틴 루터 킹 목사다. ▶왜 이슬람교도가 됐는가?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무슬림이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더 갖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창하며,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면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인다.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선거에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종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정책을 갖고 그들을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이 내심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엘리슨 후보가 출마한 미네소타 주 제5선거구는 백인이 73%, 흑인이 13%, 히스패닉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의 앨런 파인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 결정적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엘리슨 후보의 당선은 확실시된다. dawn@seoul.co.kr ■ 공화 바크만 후보 동행기 |스칸디아(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북부 미네소타 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스칸디아. 가을이 무르익은 9월30일 이 마을의 길버트슨 농장에서 옥수수 미로찾기(Corn Maze)행사가 시작됐다.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 만들어진 미로 안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 나오는 전통 행사다. 농장 주인인 게리와 아네트 길버트슨 부부는 이번 행사를 ‘미군에게 바치는 축제’로서 개최했다. 길버트슨 부부의 둘째딸 멜리사가 현재 이라크전에 참전중이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미네소타 주 방위군과 2차대전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공화당은 안보, 민주당은 민생” 아침 8시30분. 공화당의 미셸 바크만 후보가 비서진들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 상원의원인 바크만 후보는 미네소타 6선거구에 도전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안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어 이 행사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내에서 활동중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테러를 가했던 사람들”이라고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을 일체화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선거운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총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옹호했다. 바크만 후보는 안보 다음의 이슈로 첨단기술 산업 지원과 세금 제도 간소화를 제기했다. 회계 변호사 출신인 그녀는 “미국의 세금 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금 체계를 단순화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남편과 다섯명의 자녀도 적극 후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 기준은 같다.” 농장 안주인인 아네트는 딸을 이라크에 보낸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딸 멜리사는 “나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자원입대해 지난 3월 이라크로 파병됐다. 아네트는 멜리사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당초 계획대로 중학교 생물 교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아네트는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싶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옥수수 미로찾기 행사에 참가한 켄 하먼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베테랑. 하먼은 공화당에도 투표하고 민주당도 찍었던 무당파 유권자. 하먼은 “참전용사 처우 정책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후보 공약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그는 주지사와 상·하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지만 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같다고 말했다. 스칸디아 주민인 수전 길슨은 공화당 지지자. 길슨은 “후보와 선거 이슈에 따라 다른 선택도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원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수전은 “지역보다 국가 전체 이슈를 좀더 중요시한다.”면서 “주지사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의 공원에서 만난 앤 스는 민주당 지지자. 그녀는 당원으로 가입했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왜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앤은 “민주당 후보들은 부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 “부시 정부는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앤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의료보험 제도와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민주당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이번 선거 의석과 판세 분석 - 상원 33석·하원 전지역구서 실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간선거의 장기화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면서 상·하원 선거 판세는 야당인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 임기 6년인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5석, 민주당이 4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 100석 가운데 이번에 선거가 실시되는 자리는 33석. 이 가운데 29곳은 이미 당선자가 확정적이다.29곳의 판세를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77석의 의석과 합쳐 분석하면 공화당이 48석, 민주당 48석을 갖게 된다. 따라서 승부는 두 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테네시, 미주리 등 4개주에서 갈라지게 된다. 임기 2년인 하원 선거는 전국 435개 지역구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31석, 민주당 201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공화당에서 16석을 끌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구가 많은 동부지역에서 약진 현상을 보여 전국적으로 20석 가까운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서기 3000년 인간 평균수명 120세”

    서기 3000년, 인류는 키가 약 2m, 평균 수명은 120세, 피부색은 갈색이 될 것이라고 인류학자가 내다봤다. 런던 정경대학 다윈연구센터의 올리버 커리 박사는 현재 영양, 의학, 이주의 경향으로 볼 때 앞으로 1000년 동안 인류는 키가 더 크고, 수명이 연장되며, 인종간 차이가 더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커리 박사는 인류의 평균 신장이 180∼210㎝가 되고 남성과 여성은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남성은 균형잡힌 이목구비, 사각진 턱, 굵은 음성을 갖게 되고, 여성은 흰 피부, 크고 또렷한 눈, 탱탱한 가슴, 윤기있는 머리카락, 매끄러운 피부를 갖게 된다. 인종간 피부색 차이는 점점 모호해지고, 대부분 인류의 피부는 갈색톤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더 먼 미래로 갈수록 인류는 기술과 의학적 도움에 대한 과잉의존의 결과로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중요한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을 잃게 된다. 1만 2000년쯤 인류는 사랑, 공감, 신뢰, 존경 같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과 감정적 능력을 많이 상실한다. 가공식품의 확산으로 인류는 음식을 씹을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턱이 약해진다. 위생의 향상과 의약품에 대한 의존으로 신체 면역체계도 급속히 약화된다.10만 2000년쯤 인류는 ‘유전적 부유층’과 ‘유전적 빈곤층’의 뚜렷한 2개의 종으로 나뉘게 된다.유전적 부유층은 키가 크고, 날씬하며, 건강하고, 창조적인 반면 유전적 빈곤층은 키가 작고, 지저분하고, 건강하지 못하며, 지능이 떨어지는 인간형이 될 것이라고 커리 박사는 진단한다. 기술적·생물학적·환경적 경향을 분석한 커리 박사의 미래 시나리오는 소설 ‘타임머신’에서 인류를 허약하고 부유한 유전적 상류층과 원숭이처럼 생긴 노동자 피지배 계층으로 분류했던 공상과학 소설가 H G 웰스의 시나리오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TV 채널 브라보의 의뢰로 앞으로 1000년,1만년,10만년 후 인류가 어떻게 진화할지 연구한 커리 박사는 인류의 미래는 “좋은, 나쁜, 추한” 이야기의 사이클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런던 연합뉴스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숙적의 화해 필요한 시기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숙적의 화해 필요한 시기

    정치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敵)도 없다.’는 말이 곧잘 쓰인다. 정계개편이 빈번했던 굴곡의 한국 정치사를 반영한 것이리라. 그런데 유독 이 말이 맞지 않는 케이스가 있다. 바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관계다. 흔히 ‘숙명의 라이벌’ 또는 ‘숙적(宿敵)’이라 표현되는 양 김의 관계는 지난 10일 전직 대통령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YS와 DJ는 이날도 예외 없이 날선 대립각을 표출했다.1970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선 이래 40여년간 이어진 끝없는 경쟁관계의 연장선이다. 포문은 언제나 그렇듯 YS가 열었다.YS는 DJ를 똑바로 응시하며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공식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경협사업의 전면 중단과 함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그는 “김정일을 만난 뒤 평화가 왔다고 했는데, 핵 위기가 오지 않았느냐.”며 남북정상회담마저 싸잡아 비난했다.YS의 이같은 발언에 DJ의 심사가 뒤틀렸을 것은 뻔한 일.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과 이를 가능케 한 햇볕정책은 DJ가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삼고 있는 사안 아닌가. 더욱이 면전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야 했으니…. 그런데도 DJ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YS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DJ가 자리가 자리인 만큼 확전을 원하지 않은 탓일 게다. 오랜만에 공개된 양 김의 앙숙 관계를 계기로 이제는 두 사람이 화해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양 김 모두 대통령이란 최고의 자리까지 지냈기에 더욱 그렇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계속 냉랭하고 불편한 관계를 지속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그러나 솔직히 양 김의 진정한 화해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무림의 맹주’를 자처하는 양 김의 기본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없어서다. 서로 자신을 ‘지존(至尊)’으로 여기며 상대방이 굽히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쪽 태양이 없어질 때에서야 화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물학적 화해론’도 이를 바탕에 깔고 있다. 급(級)은 다르지만 상도동계 핵심인사였던 최형우와 서석재의 관계도 이와 비슷했다. 상도동 비서 출신의 서석재와 당 청년위원장 출신의 최형우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상대방을 무시했다. 그런 골 깊은 갈등의 끝은 결국 1997년 최형우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종말을 고한다. 김덕룡과 함께 최형우가 쓰러지는 현장에 있었던 서석재는 그 뒤 최형우를 문병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대립과 반목의 연속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회한인 셈이다. 지금 북한의 핵실험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불안하다. 경제 및 안보는 물론 온갖 위기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호남의 대표성을 지닌 DJ와 YS가 갈등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에 앞장선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고 기뻐하겠는가. 영호남 갈등의 골을 풀 수 있는 인물은 사실 두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두 사람의 생물학적 화해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양 김이 화해의 장정에 서둘러 나섰으면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jthan@seoul.co.kr
  • [부고]

    ●이종환(포항건축회관 대표)창환(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장)명환(캐나다 거주)상환(한일정식 대표)씨 부친상 김현국(한비통상 대표)서만규(사업)씨 빙부상 11일 경북 포항의료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54)245-0420●오광용(운수업)씨 모친상 윤치흥(회사원)김석훈(안산시의회 의장)씨 빙모상 11일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8시 (031)416-1356●이창성(한국도로공사 군포지사장)광성(캐나다 거주)경성(증권예탁결제원 부장)씨 모친상 10일 한양대부속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2290-9457●피재년(이천서비스 대표)재호(개봉중 교감)재만(삼성에버랜드 상무)씨 모친상 김상태(금천구청 녹지과장)이재희(경인교대 교무처장)씨 빙모상 1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7●박태기(부산진경찰서 팀장)성기(김앤장법률사무소 부장)찬기(사업)씨 모친상 11일 건국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30분 (02)2030-7901●윤증호(알프스21 관리부)성명(조선대 생물학과 교수·해양생물연구센터장)씨 부친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0●지경희(국민대 교원지원팀 차장)씨 별세 1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392-3499●이상철(미국 거주)상봉(번영교통운수)상헌(KT링커스 강북지사 부장)상엽(시네마서비스 상무이사)씨 부친상 11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921-1099 ●김부겸(대우증권 둔산지점 부장)인겸(서울시 강북구청)씨 모친상 11일 충남 논산장례식장, 발인 13일 오전 8시 (041)732-9244●박우배(성빈센트병원 외과교수)순배(미국 거주)형배(제일산부인과 원장)창배(화인건축 대표)종배(미국 거주)씨 모친상 11일 경희의료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2)958-9548●경인수(사업)용수(칩솔루션 대표)씨 모친상 박창진(전 LG생활연수원 소장)이주열(한국은행 정책기획국장)신원섭(하나은행 카드사업부장)씨 빙모상 11일 미국 LA 로스 알라미토스병원, 발인(현지시간) 14일 오전 10시 (562)622-9093●이춘복(공인회계사·전 삼성증권 상무)인복(티지엠상사 대표)씨 모친상 11일 부천 순천향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 (032)327-4004●방성근(MBC 예능국 부장)씨 부친상 11일 서울 둔촌동 보훈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2)478-9899●김영선(영진3M테이프 대표)씨 별세 대용(영진케미컬 과장)미정씨 부친상 11일 적십자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2002-8934
  • 대학 실험실은 ‘시한폭탄’

    대학 실험실은 ‘시한폭탄’

    10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19동 지구환경과학관 3층 해양공동생물실험실. 건조기와 인큐베이터, 고압멸균기, 냉장고가 실험실 내부가 아닌 복도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뿜어내는 열기가 상당하다. 복도에는 캐비닛, 약품통, 제빙기 등 장비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제빙기에 가로막힌 소화전은 불이 났을 때 재빨리 가동하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화전에 붙은 점검딱지. 최종 점검일자가 무려 11년 전인 1995년 10월7일이다. 천장에 붙은 화재 경보기는 두 개 중 하나가 깨져 있다. ●화재 경보기도 깨진 채 방치 18동 자연과학관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2층 세포생물학실험실 복도에는 알코올과 포르말린 등 인화성 강한 화학약품들이 잠금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다.3층 분자미생물학연구실 옆 소화전도 형성분석기와 휴지통 등으로 가려져 있고 질소탱크 7개가 복도에 즐비하다.4층 미생물생태학연구실 복도는 각종 연구설비 때문에 어깨를 좁혀야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자연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정모(36)씨는 “지난 9년 동안 소방 시설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캐나다에서 연구할 땐 화재 경보 시스템은 물론이고 1주일이 멀다 하고 비상대피 훈련을 했는데 우리는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국내 대학 이공계 연구실험실의 현 주소다. 화재나 폭발이 난다 해도 이상할 게 없고, 사고가 났을 때의 신속한 조치도 힘든 상황이다. 학생과 교수진은 불안을 호소하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학교는 거의 없다. 서울대가 이 정도이니 다른 대학들의 여건은 말할 것도 없다. 올 들어서만도 지난달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에서 발생한 전기누전 추정 화재를 비롯해 10건가량의 화재가 발생했다. ●서울대 실험실 472곳 소화기조차 없어 서울 한남로 단국대 자연과학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하 1층 연구동의 소화기와 비상유도등은 먼지가 잔뜩 끼어 있고 소화전에는 점검표조차 붙어 있지 않다. 복도에는 아세토니트릴과 메탄올 등 각종 화공약품이 가득하지만 그 옆에는 고전압 급속냉동기가 가동되고 있다. 연구실과 복도의 화재 경보기와 스프링클러는 모두 깨져 있다. 분자생물학과 대학원생 박모(24)씨는 “내년 9월까지 캠퍼스를 옮긴다는 핑계로 학교측이 사고위험을 무시하고 있고 소방서도 이런 상황을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서울대 환경안전원이 펴낸 서울대 실험실 안전백서에 따르면 서울대 내 실험실 1334곳 중 35%인 472곳에 소화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101곳은 비상통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고,71곳은 두 개 이상이어야 하는 출입구 중 하나가 폐쇄돼 있다. 2004년 5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 연구시설은 규모에 따라 옥내 소화기(연면적 33㎡ 이상), 옥내 소화전(1500㎡ 이상), 스프링클러(5000㎡ 이상), 자동 화재탐지 설비(2만㎡ 이상)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연구기관들은 1년에 한 번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만을 관할 소방서에 내도록 돼 있어 사실상 규정이 사문화돼 있다. ●안전 실태조사도 외부위탁 감독 허술 올 4월 시행된 연구실 안전환경조성에 관한 법률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여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연구기관이 안전관리규정을 작성해 게시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과학기술부 연구실안전과는 인원부족으로 실태조사마저 외부에 위탁한 상태다. 위탁기관 조사보고도 다음달이 돼야 완료되기 때문에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울소방방재본부 예방담당 고승 주임은 “위험한 약품을 다루는 실험실은 따로 방재규정을 둬야 하지만 모든 실험실이나 연구실이 위험물질을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라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따로 규정을 두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씨줄날줄] 이그노벨상/육철수 논설위원

    과학적 발견에는 재미있는 우연이 많다.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자신의 콧물 한 방울에서 페니실린 곰팡이를 찾아냈다. 물리학자 오토 슈테른은 생활이 어려워 싸구려 시가를 피웠는데, 그 연기에서 양자론을 이끌어냈다. 하인리히 헤르츠는 방전 실험 도중 라디오파를 발견했는가 하면,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연구실 바닥재인 이탈리아산 대리석에서 중성자 현상을 알아내 원자탄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위대한 발견들이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잡은 격이긴 하나,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일상 속에 파묻혀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주변의 하찮은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기에 인류는 지금 첨단 과학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노벨상 시즌이 시작된 요즘, 약방의 감초처럼 때맞춰 등장하는 게 ‘이그노벨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한 이 상은 하버드대학의 유머 과학잡지(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했다. 해마다 10개 부문에서 시상하는데, 이 상을 받으려면 웃음을 선사해야 하고 새로운 발상의 가능성을 주는 연구여야 한다. 보잘 것 없거나 희한한 연구에 몰두하는 무명 과학자들이 주로 받고 한바탕 웃자고 주는 상이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다. 상의 명칭은 소다수를 발명한 가공인물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tius Nobel)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어의 ‘이그노블’(ignoble·품위 없는)과 노벨상의 노벨(Nobel)이 합쳐져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논문심사와 시상은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맡는 점도 흥미롭다. 상 받은 연구업적 가운데는 ▲수탉은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증명 ▲남성 조각상들의 음낭 크기 연구 ▲초당 20회 나무에 머리를 박는 딱따구리가 두통을 느끼지 않는 이유 등 일반인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게 대부분이다. 노벨상감 업적이 위대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 차 오늘도 우연에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연구자’들이 있기에 과학은 진정 더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블로그 세상] 진화론자, 인간을 말하다

    [블로그 세상] 진화론자, 인간을 말하다

    Narrow Roads of Gene Land evopsy.egloos.com ‘유전자 나라의 좁은 길’을 따라 진화심리학의 세계를 여행해볼까요? 생물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이 분야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은 너무나 익숙한 우리 자신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들이랍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하게 되는 생각과 행동들, 그 속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컴퓨터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한 스페인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스페인어에는 명사에 성性의 구별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예컨대 스페인어에서 ‘집(casa)’은 여성 명사이지만 ‘연필(lapiz)’은 남성 명사입니다. 한 학생이 물었습니다. “컴퓨터는 남성인가요, 여성인가요?” 바로 답을 알려주는 대신, 그 교사는 학생들을 남학생과 여학생 그룹으로 나눈 다음 각자 토론해서 컴퓨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판단해보라고 했습니다. 남학생 그룹이 발표하길, 컴퓨터는 틀림없이 여성 명사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1. 그들을 만든 이 말고는 아무도 그 내부 논리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2. 그들이 같은 동료 개체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는 외부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3. 대단히 사소한 실수도 장기 기억 모듈에 단단히 저장하여 나중에 언제라도 꺼내 쓴다. 4. 하나 장만해서 한시름 놓았다 했더니, 그걸 위한 액세서리들을 사는 데 매달 받는 월급의 절반을 쓰고 있다. 한편 여학생 그룹은 컴퓨터가 남성 명사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1. 그거 갖고 뭘 좀 해보려고 하면, 먼저 작동 스위치부터 매번 눌러줘서 부팅시켜야 한다. 2. 갖고 있는 데이터는 엄청 많지만 스스로 생각하지는 못한다. 3. 우리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라고 생긴 거지만, 많은 경우 그들 자체가 문젯거리다. 4. 하나 장만하자마자,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더 좋은 모델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학생 그룹이 이겼답니다. 여자가 웃기만 해도 남자들이 착각하는 이유 진화심리학자들은 이성이 나에게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이 나에게 성적인 관심을 표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때도 성별 간에 차이가 나타나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컨대 ‘도끼병’도 남자와 여자의 경우가 다르다는 거죠.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이성의 직장 동료나 학교 동기가 웃으면서 자판기 커피를 나에게 뽑아준 행동을 놓고 ‘저 남자(혹은 여자)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접근하는 게 아닐까? 이넘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 하며 상대의 관심 유무를 판단할 때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그 역치(threshold value, 생물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낮다는 겁니다. 즉, 남자들은 이성의 별것 아닌 언행을 가지고 ‘아싸, 저 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하고 ‘도끼병’에 걸릴 가능성이 여자보다 더 높다는 거지요.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수컷의 번식 성공도는 교미의 회수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반면 암컷의 번식 성공도는 자식을 잘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자원량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죠(베이트만의 원리라고 합니다). 즉 남자는 기회가 닿는 한 여러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는 게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별것도 아닌 이성의 언행을 두고 저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이렇게 착각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여자는 헌신적으로 가족을 돌볼 능력 있는 남자를 잘 고르려다 보니 그렇게 착각을 덜 하게 설계되어 있죠. 어느 날 이 이론을 제 지도교수 데이빗 버스가 학부 수업에서 강의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웬 예쁘장한 여학생이 다가와서 “어머 교수님, 오늘 설명하신 그 이론이 저한테 일어난 상황이랑 딱 들어맞아요” 하더랍니다. 자기는 원래 누구와 얘기할 때도 잘 웃는 편이라 남자친구가 항상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고, 결국 그 때문에 대판 싸우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그때는 남자친구가 도대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이 말을 하는 도중에도 줄기차게 미소를 생글거리는 어여쁜 여학생의 얼굴을 보노라니, 교수님의 머릿속에 슬금슬금 이런 생각이 들더니 종내 떠나지 않더랍니다. “허 참, 이 여학생 나한테 완전히 푹 빠졌구먼.” 블로그 주인장은 누구? 전중환 님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관심이 많은 진화심리학자입니다. 생물학과에서 ‘개미의 행동’을 연구했고, 미국에서 유학 중인 지금은 텍사스대학에서 진화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협력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고요. 월간<샘터>2006.09
  • [씨줄날줄] 공생관계/강석진 수석논설위원

    공생은 생물학이나 생태학에서 사용되던 말이다. 같은 지역에 사는 두가지 다른 종류의 생물이 서로 해를 끼치지 않거나 이익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관계를 뜻한다. 공생과 대비되는 말은 기생이다. 기생관계는 어느 한쪽에 해가 될 경우를 뜻한다. 공생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도 동원된다. 노동력의 해외 이주가 자유로워지면서 사회학 분야에서는 토착 사회와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공생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여성 대 남성’,‘장애인 대 비장애인’등 대립하는 두 집단이나 소수자 문제에서 대립구조를 뛰어넘는 개념으로서 크게 기대를 모았다. 초기 페미니즘은 여성 대 남성의 관계를 ‘피억압자 대 억압자’의 관계로 파악하였다. 시몬 보부아르는 남성은 ‘절대’,‘주체’인데 비해 여성은 ‘타자’라고 갈파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1980년대 이후 여성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공생이 강조되었다. 물론 공생론에 대해서는 피억압자인 여성이 마치 남성과 대등한 관계에 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생이 이야기되는 등 공생론은 여전히 21세기 새로운 인간관계의 키워드로 남아 있다. IMF사태 이후 공공부문에 기업 경영기법을 도입한다는 취지로 공무원이 휴직하고 민간기업에 취업했다가 돌아오는 ‘민간휴직제’가 도입됐다.2002년 처음 실시됐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엊그제 드러난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의 민간기업 파견 실태는 당초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공무원들이 민간기업 파견시 약정한 보수를 훨씬 뛰어넘는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 근무중 부처를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돌아와서는 유관부서에 근무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또 얼마간 근무하다가 민간기업으로 고액연봉에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공무원 임용령에 위배되거나 윤리의식의 마비라고 할 수 있다. 민간휴직제로 정부가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부적절한 공생은 사회에 대해선 기생관계가 되고 만다. 좋은 취지의 제도였는데 안타깝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커리어 우먼] “차세대 연골치료제 내년 임상실험”

    [커리어 우먼] “차세대 연골치료제 내년 임상실험”

    “기업경영과 연구활동은 실전과 연습의 차이다. 연구할 때는 실수로 시약을 망쳐도 피해가 개인에게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영은 개인의 실수한 파장이 엄청나게 클 수 있다.” 과학자에서 바이오벤처기업인 리젠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에 성공한 배은희(46) 대표가 말하는 과학과 사업의 차이다. 6년 전 가보지 않은 ‘사업가’의 길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추호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배 대표. 연골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조직공학용 지지체 생산을 목표로 하는 리젠을 이익을 내는 성공한 바이오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KIST 인증 1호 벤처… “내년엔 이익 낼것” 2000년 직원 한 명으로 시작해 현재 13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배 대표의 최대 목표는 이식할 수 있는 안전한 인공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배 대표는 “그동안 바이오벤처회사들은 이익을 내고, 이익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곳이 아니었다. 기술개발에 치중하면서 적자를 내는 게 당연시됐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R&D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매출을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내년에는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해 리젠의 전체 매출 180억원 가운데 바이오 부문은 11억원에 불과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자신한다. 리젠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증 1호 벤처기업으로 2000년 6명의 박사들이 창업했다.2003년과 2004년 유젠바이오, 이노테크메디컬과 합병한 뒤 2005년 7월 코스닥등록업체인 삼우통신공업과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올해 툴젠·팬젠과의 주식교환 계획이 무산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시너지효과를 위해 끊임없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리젠이 개발한 지지체는 이식부위 주변 조직의 진피세포들이 투여 부위에 모여들어 진피 조직으로 성장·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는 적용이 상대적으로 쉬운 음경에 먼저 시술하고 있다. 리젠이 눈독 들이고 있는 분야는 내년부터 임상실험에 들어가는 연골치료제다. 배 대표는 고위험·고수익의 신약이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상장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기능성 웰빙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열린사고로 실용적인 과학실현이 꿈” 배 대표의 변신은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가 단초가 됐다. KIST에서 선임연구원으로 5년째 일하고 있던 2000년,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과학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정부에서 벤처지원을 늘리면서 불기 시작한 벤처창업 붐에 연구 이외에는 문외한이었던 그녀가 합류했다. KIST의 박사급 연구원 4명과 다른 대학 출신 2명 등 6명이 리젠바이오텍을 설립했다.“책임지는 자리여서 맞벌이였던 내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했고, 연구보다 경영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주위에서 판단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고 겸손해했다.“진짜 기로는 2002년 연구원과 사업가 중에서 선택해야 할 때였다.”는 그녀는 책임질 일이 많아 돌아가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어려웠던 일은 역시 자금문제였다. 다행히 주위에 회사의 비전을 믿고 기다려준 좋은 사람들이 많아 고비를 넘겼다고 공을 주위에 돌렸다. 배 대표는 굳이 성공 요인을 꼽으라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위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열려 있는 사고방식을 들었다.“혼자 모두 해야 한다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동기부여를 중시한다. 배 대표는 리젠이 벤처거품이 터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고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1997년 생활용품회사의 CF에 출연했던 색다른 경력도 갖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배은희 사장은 ▲1959년생 ▲83년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92년 뉴욕주립대 세포분자생물학 박사 ▲98∼2002년 KIST 의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2000년 리젠바이오텍㈜ 창업 ▲2005년 ㈜리젠 대표이사 ▲중소기업기술혁신추진위원회 위원,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 벤처협회 이사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어떤 희망도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절망이라 부른다. 절망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와 같다. 절망의 극치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 주는 에너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재앙들을 다 퍼뜨려 놓고 뚜껑을 닫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실존하면서 희망만을 아직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누구나 다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대개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욕을 희망으로 삼는다. 돈을 벌고 싶은 희망, 출세하고픈 희망, 시험에 합격하고픈 희망 등등 다양한 희망을 갖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희망을 단적으로 소유론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희망의 철학적 의미를 화두로 삼은 20세기 가톨릭 실존철학자 마르셀은 저 소유론적 희망을 ‘나는 …을 희망한다.’(I hope that…)라는 구절로 간략하게 묘사했다. 이것은 희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의 희망은 내가 소유하고픈 내용과 같다. 그런 희망이 달성되는 경우에 나는 만족을 느낀다. 만족의 현상은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먹어서 포만상태에 이른 것과 유사하다. 포만상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걸스러운 기분에 젖은 식곤증처럼, 생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판단공백의 상태를 동반한다. 거기에 비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하여 시기와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들은 식곤증에 취해 있는 만족계층과 달리 더욱 또렷하게 의식이 깨어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계급전복을 준비한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의 모습이다. 만족의 게걸스러움과 불만의 분노는 다 소유론적 희망의 취득여부와 직결된다. 소유론적 희망은 결국 인생에서 만족을 누리려는 욕심과 직결되어 있다. 이 욕심을 불교에서 오욕(五欲=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 부른다. 세상살이는 예나 이제나 이 오욕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나고, 화의 분노가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명분화하기 위하여 그럴싸한 이론을 다 끌어들인다. 인간의 사회적 투쟁은 거의 대개 이 오욕의 쟁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벌이는 소유론적 불만이나 절망을 분노의 명분으로 표시한다. 아집(我執)에 찬 분노의 명분이 진리의지와 만나면, 그 분노는 진리의 투쟁이란 법집(法執)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아집과 법집이 뒤엉키면, 소유론적 욕심이 결국 결사항전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사회의 정신문화가 일반적으로 속물적인 소유론적 희망만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면, 그 사회는 그만큼 만족과 불만의 양극단에서 늘 요동친다. 속물적 희망은 오욕의 소유만을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속물적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소유적 지배층의 거만떨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원한의 심리를 품고 있는 소외층의 대등 질투심리와의 양극사이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에 속물이 아닌 것처럼 도덕적으로 온갖 좋은 말씀을 내놓던 분이 일단 자기의 출세와 직결되는 순간에 벼슬을 놓칠까봐 명예욕에 추하게 매달리는 탐욕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배층의 게걸스러움을 싫어하던 소외층의 가열찬 투사가 하루아침에 지배층에 오르자마자 자기가 그토록 미워한 그 오욕의 탐욕에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은 그가 투사이든 지배층이든 소외층이든 도덕적 설교자이든 다 속물적 소유욕을 인생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의 부정부패는 모두가 다 속물적 탐욕의 근성을 희망으로 갖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속된다. 우리는 생각이 깊은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악을 박살내려고 흥분하지 말고 속물근성에 빠지지 않는 깊이 있는 사회를 일구자. 그러기 위하여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소유론적인 것에서 존재론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인생의 희망을 소유론적인 만족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존재론적 기쁨으로 인생을 승화시키려는 마음의 전환에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불만의 심리는 늘 복수의 심리를 속으로 감추고 있다. 역전의 상황이 오면, 불만의 심리는 복수한다. 만족의 심리는 남들에게 으쓱대면서 과시하려는 충동을 띠고 있고, 불만의 심리는 속으로 응어리를 품고 있어서 비뚤어진 공격성을 감추고 있다. 과시적이든, 열등의식으로 비뚤어졌든 다 공격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열린 마음의 기쁨이 삶의 희망으로 등록되겠는가? 나는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록 TV 드라마에 사랑 극이 너무 넘쳐나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의 깊지 않은 희비극이 화면에 벌어져도, 우리는 진실로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안이나 바깥에서나 서로 모래알처럼 살면서 “제까짓 것” 한다. 속물적 욕망만이 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곳에 절대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융결(融結)하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족한 자나 불만스러운 자나 다 속으로 타자에 대하여 “제까짓 것” 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과 기쁨, 불만과 괴로움은 다르다. 만족의 포만감은 꽉 차서 더 이상의 여백이 없는 닫힌 마음의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나, 기쁨은 5세기 말 신플라톤주의자로서 익명의 철학자인 가짜(Pseudo)-디오니시오스의 말처럼 ‘자기의 확산’(self-diffusion)과 같다. 만족은 자아위주로 닫힌 느낌이지만, 기쁨은 우주로 자기가 확산되는 열림의 느낌을 준다. 불만은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띠고 있지만, 괴로움은 내적 평안을 찾으려는 긴장완화의 요구를 품고 있다. 소유적 만족보다 존재의 기쁨을 찾으려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적 계산과는 무관하다. 낙관적 계산은 속물적 욕심의 취득이 계산적으로 명백할 때에 생긴다. 그러나 존재의 희망은 오히려 속물적 인생의 무상함과 괴로움의 자각에서부터 움튼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속물적 오욕(五欲)의 소유적 다과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존재론적 요구’가 마음에서 싹틀 때에, 존재론적 희망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온다. 속물은 소유나 적어도 허영의 과시에 사로잡힌 수인(囚人)과 같다. 짝퉁으로도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속물은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가짜 소유로 채우려는 자기체면에 걸린 수인이다. 희망을 소유에서 존재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죽음의 응시에서 가능하다. 죽음은 소유의 수인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약이다. 속물들은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처럼 산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죽음이 있음을 그들도 알지만, 그들의 지금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죽음의 생각을 그들은 유예한다. 속물들은 세상에 가장 친사회적으로 사는 것처럼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사실상 가장 고독한 인생을 산다. 소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열린 기쁨의 마음을 모른다. 속물사회에서는 다 고독하다. 지옥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나 모두 고독한 곳이다. 존재론적 희망은 괴로운 번뇌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생의 요구에서 싹튼다. 모든 번뇌는 소유의식에서 생기고, 그 소유의식은 집착을 낳고 나의 마음을 뇌쇄시켜 거기에 중독되게 한다. 앞에서 본 마르셀이 그의 저서 ‘편력하는 인간’에서 희망의 철학을 가르친다. 희망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나는 우리를 위하여 그대 안에서 희망한다.’(I hope in you for us.)는 것이다. 소유의식을 지우는 것이 번뇌에서 해방되는 첩경이다. 소유의식은 잘난 척하거나 으쓱대는 자만심과 같이 간다. 불만도 역설적인 소유의식에 다름 아니다. 마음의 존재론적 혁명은 마르셀이 언명하였듯이 겸허하며 요란스럽지 않고 수줍은 듯한 마음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마르셀이 말한 ‘그대’의 이인칭은 고요하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과 같다 하겠다. 소유로 들뜬 속물들은 수줍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이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면서 살아 왔다. 오욕을 사냥하는 소유론적 속물근성을 떠나서 자기 마음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 온 그 고요한 본성에 인사드리고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마음이 약속하는 순간에, 존재론적 희망은 문득 솟아오른다. 내가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희망하는 그 순간은 동시에 만족과 불만이라는 소유적 삶의 수인(囚人)상태를 벗어나 나의 존재와 인연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함께 기쁘게 해주려는 열린 마음의 상태로 변하는 마음의 비약이 생기는 순간과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웃이 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우리를 위하여’라는 말이겠다. 존재론적 희망은 나의 본성인 ‘그대’와 나의 일상적 마음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요, 그런 일치는 이웃들과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되는 융결의 띠를 형성한다. 이 ‘우리’는 소유론적 폐쇄적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네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자기와 타인이 둘이 아님)의 ‘우리’다. 마르셀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가 ‘코러스’(chorus)를 들었을 때에 느끼는 마음의 환희가 바로 존재론적 희망에 아주 가깝다고 하겠다. 코러스의 감동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열려 있고 서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기쁨을 맛본다. 우리 사회가 속물근성의 자기 감옥을 부술 때에,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 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추상적 구호로서의 같은 민족끼리의 감상을 넘어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경계하는 모래알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기쁨을 주고 서로서로 친절한 이웃이 될 것이다. 속물적 희망을 존재론적 희망으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곧바로 우리가 전대미문의 도약판을 밟고 비상하는 순간이 될 것이고, 각자의 좁은 감옥을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이런 신기한 일도…” 2000년전 볍씨 싹 틔워

    “이런 신기한 일도…” 2000년전 볍씨 싹 틔워

    “어쩌면 이렇게 신기한 일이….지금부터 2000여년 전인 진시황(秦始皇) 시대와 비슷한 시기의 볍씨에서 보드라운 새싹이 돋아났어요.” 중국 대륙에 2000년 전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기한 일이 발생,고고학 등 관련학계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지구 허젠(河間)시 문물보관소는 4일 출토된 2000년 전 ‘동한(東漢)시대 고묘(古墓)문물’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고 밝혀,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연조도시보(燕趙都市報)가 12일 보도했다.동한시대는 진시황의 진나라 다음에 곧바로 이어지는 중국의 통일 왕조로 BC 202년부터 AD 220년까지 존재했다. 9일 오전,허젠시 문물보관소의 한 직원은 닷새 전에 출토된 동한시대 고묘 문물의 보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문물창고의 철문을 힘껏 열어졌혔다.채색도자기함의 부장품 양식을 살펴보던 궐자는 그만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2000년 전의 채색도자기함의 표면에 볍씨처럼 보이는 곡물에서 솜털같은 새싹이 삑삑하게 돋아나는 신비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이 소식은 고대 고고학·생물학·농업학계 등으로 순식간에 퍼지며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동한시대 고묘는 4일 허젠시 룽화뎬(龍華店)향 신좡(辛庄)촌의 한 농민이 발견한 것으로 푸른 벽돌로 이뤄진 이 고묘는 동한시대 초중기에 건설됐다. 고묘 출토과정에서 발견된 채색 도자기함에는 곡물의 열매가 붙어 있었는데,그 열매는 외형이 완벽하게 보존된 볍씨인 것으로 추정됐다.문물관리소 직원은 이 볍씨가 붙어 있는 채색 도자기함을 문물창고에 보관했다. 7일 허젠시 톈궈푸(田國福) 문화국장이 문물창고를 둘러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던 중 9일 문물관리소 직원이 다시 창고 정리와 보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철문을 열었을 때 채색 도자기함에 붙어 있던 볍씨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볍씨가 지난 2000년 동안 부패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된 것에 대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고묘 속은 비교적 습기가 많아 쉽게 부패하는 까닭에 보존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만일 이 볍씨가 동한시대의 부장품인 것으로 확인된다면,볍씨의 항병(抗病)·항충(抗蟲)·항한(抗旱) 등은 물론 저장 조건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멍더룽(孟德榮) 창저우사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 볍씨가 오랫동안 많은 영양분을 너무나 소모한 탓에 새싹의 ‘체력’이 비교적 잔약해 보인다.”며 “그대로 놔두면 꽃을 피우지 못할 공산이 큰 만큼 조심스럽게 보관·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노래 좋아하지만 좋은 추억일뿐”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노래 ‘연(라이너스)’의 작곡가가 쓴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따르면 연세대 생명과학부 조진원(48) 교수팀이 암억제 요인으로 알려진 p53과 당뇨 및 당뇨합병증의 발병에 관여하는 O-GlcNAc과의 수식화(修飾化)를 6년 만에 밝혀냈다. 조 교수팀은 이번 연구 성과로 당뇨합병증 치료제 개발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논문의 교신저자가 조 교수라는 점 때문이다. 조 교수는 1979년 제2회 TBS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우수상과 작사상을 받은 라이너스의 ‘연’을 작사·작곡한 주인공. 이후 같은 해 홍종인과 부른 ‘사랑하는 사람아’를 직접 불러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생물학과에 진학했던 조 교수는 작사·작곡을 취미삼아 했다가 가요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아’도 원래 다른 친구가 부르기로 했는데 홍종인과 음색이 맞지 않아 얼떨결에 제가 불렀죠.” 대학 졸업후 본격적으로 생물학에 투신했지만 노래와의 인연은 쉽게 끊기지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기독교방송(CBS)에서 ‘꿈과 음악 사이에서’라는 심야 라디오 프로를 1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7080세대의 음악이 재조명을 받으며 여러번 TV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출연을 거절했다고 한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을 뿐, 본업은 역시 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죠. 노래 하느라 연구에 뒤처졌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조 교수가 다음달 14일 연세대 출신 동문가수가 한데 모이는 자선콘서트에서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절친한 동료교수인 김기정(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다. 조 교수의 노래사랑은 그의 홈페이지(biology.yonsei.ac.kr///glyco)에서 조 교수가 작사·작곡한 노래 5편으로 확인할 수 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인류의 문명은 기술과 기능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칸트가 그의 논문 ‘추측해 본 인류사의 기원’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은 구약 창세기의 사건이 인류에게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출발점과 같다고 찬양했다. 즉 기술과 기능은 원죄의 토대 위에서 탄생됐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봐도 무시 이래로 홀연히 인간에게 분별심이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취사선택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마명(馬鳴)스님이 ‘대승기신론’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분별심은 인간 무의식의 가장 깊은 아뢰야식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불각(根本不覺)으로서 부처가 되기 전에는 소멸되지 않는 근본무명과 같다.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인간지성이 원죄나 근본불각의 소치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기술과 기능을 사유하는 철학에 하나의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술과 기능은 소유적 무의식의 소산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인간 무의식의 욕망에는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 욕망이 함께 이웃하고 있다고 이미 ‘철학산책’의 시작(1·2·3회 글)에서 언급되었다. 전자는 소유론적 욕망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욕망에 해당한다. 전자는 자아중심으로 모든 것을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이 없이 일체가 일체에 대하여 존재하도록 도와주려는 자비의 원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본능에 의한 생물학적 소유욕이 지능에 의한 사회학적 소유욕으로 환유법적인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11·12·18·31회 글) 기술과 기능은 지능에 의한 인간의 사회학적 무의식의 소유욕과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로 인간의 무의식에서 소유적인 본능과 존재론적 본성의 차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되어 있어서 인류는 그 차이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능과 본성은 다 마음의 자발적 기호(嗜好)와 같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뱅베니스트가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의 제문제(I)’에서 기술했듯이,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유와 존재를 거의 혼동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가지고 있다’로 소유와 존재가 통용되어 쓰이듯이, 이런 현상은 범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긴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의식이다.‘가지다’라는 소유동사가 타동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동사처럼 수동형으로 쓰이지 않는 범 지구적 현상은 소유동사를 존재동사처럼 상태동사로 봤던 인류의 무의식이라고 뱅베니스트가 통찰했다. 둘째로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능(지성=이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능은 본능의 소유욕을 환유법적으로 장소 이동한 것이다. 지능이 사회적인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두 가지의 경향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지능의 꾀로써 사회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낳으려는 경제기술주의의 욕망과, 또 다른 하나는 이기적 생존추구를 불의로 미워하면서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회도덕주의적 욕망이 생겼다. 동양의 순자철학은 전자의 성향을 대변하고, 맹자철학은 후자의 것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기술적 이성이라 불리는 형이하학과 도덕적 이성이라는 형이상학이 구분된 것도 같은 지능(지성=이성)의 두 가지 철학적 표현이라 하겠다. 상기의 두 가지 관점을 우리가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디 무의식적으로 소유와 존재가 아주 이웃해 있는데, 지성(지능=이성)의 철학이 경제기술적이든 사회도덕적이든 사회생활의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재로 사유하지 못하고, 존재를 다만 소유의 정신화(은유화)로써 여기게 하는 장본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사회도덕의 형이상학도 기실 경제기술과 같은 소유의 영역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철학자가 하이데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기술론이든 정신론(도덕론)이든 다 존재자(존재를 실체화한 것)의 철학이고, 그 존재자의 철학은 지성이 파악한 개념적 소유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통찰했다. 명사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철학사가 존재를 소유의 정신화(은유화)인 양 착각하게 했다. 좌우간 재래의 자본주의적 기술론은 성공했으나, 사회주의적 정신론은 실패했다. 이제 21세기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관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술론의 본질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기능이라 부른다. 기술론은 기능적 사고로 이어진다. 기능적 사고는 효능과 생산고로 집약된다. 효능과 생산고는 계산 가능한 이익의 목록을 만들게 하는 기준이고, 그 목록에 빠져 있는 것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르셀이 잘 지적했듯이, 기술적 가치만을 숭상하는 기능주의는 늙음과 병약함을 비기능적 몰가치로써 푸대접한다. 말하자면 비기능적 몰가치는 기능적 효율과 생산고의 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같다. 늙음과 병약함은 노후 기계처럼 폐품처리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다. 기능사회에 접어들면, 이미 노인과 병약한 환자들은 남들의 평가이전에 스스로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의 쓸쓸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들은 스스로 안 늙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지만, 그런 행태는 노인들의 절망을 재촉할 뿐이다. 그 경우에 죽음은 낡은 기계의 멈춤과 같다. 죽음은 소유활동의 끝일 뿐이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무상함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해주는 신비로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은 기계의 생명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의 시작임을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전혀 이해 못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사형수들의 얼굴이 왜 성자처럼 해맑아지는지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이해 못한다.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기술과 기능은 다른 한편으로 인생에서 존재론을 폐지시키는 절망을 부채질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이 기술론의 의미를 잘 분석해 놓았다. 그의 ‘강연과 논문집’에서 하이데거는 근대기술의 본질을 ‘도발로서의 탈은폐’(disconcealment as provocation)라고 정의하였다. 기술이란 낱말인 ‘테크닉’(technique)은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파생되어 나왔는데, 테크네는 ‘현성으로서의 탈은적’(disconcealment as bearing-fruit)의 의미를 뜻한다. 같은 단어인 ‘disconcealment(Entbergen)’가 근대기술에서는 도발적인 ‘탈은폐’로, 고대 테크네에서는 현성(現成=저절로 피어남)으로서의 ‘탈은적’으로 하이데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disconcealment’를 그냥 다 ‘탈은폐’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은폐와 은적의 한국어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는 범인이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스스로 사라지는 은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 구별은 하이데거의 기술론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에, 재래의 번역처럼 일률적으로 옮기면 그를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는 자연이 스스로 현시하는 탈은적의 행위(꽃피기/열매맺기)를 인간이 도와주는 정도의 잔기술을 말하고, 근대의 테크닉은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현시하기 전에 인간이 강제로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고 토해내도록 강요하는 거대기술을 말한다. 탈은폐는 자연이 인간의 소유와 이익에 필요한 것을 빨리 대량적으로 토해낼 것을 심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근대기술은 자연이 은폐시켜 놓은 것을 인간이 강제적으로 탈은폐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근대기술의 탈은폐화 방식을 하이데거는 독특한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이라 불렀다. 본디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은 ‘발판 사각대’나 ‘받침대’처럼 테크네 정도에 맞는 잔일하는 소도구를 뜻하였으나, 이것이 근대 테크닉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데거가 그것을 ‘Ge-stell’이라고 띄어 썼다. 이 말은 피의자를 심문하고 때로는 주리를 틀면서 고문까지도 하는 심문대의 의미로 변한다. 더구나 ‘Ge-’는 ‘집단적’이란 의미의 뉘앙스를 풍기는 전철이므로 Ge-stell은 단독으로 하는 심문대가 아니라,‘집단 신문대’의 의미를 띤다. 인간이 자본의 축적과 집단적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고자 자연에 대하여 주문사항들을 재빨리 토해내라고 집단 도발하는 그런 의미가 하이데거가 본 근대기술의 본질이다. 하이데거가 같은 단어를 고대 그리스적인 의미와 근대 기술론적 의미로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단어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같은 단어들을 이중적 의미로 썼다는 것은 내가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능의 소유와 본성의 존재가 인간의 무의식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이웃하고 있다는 인류사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근대기술의 ‘집단심문대’(Ge-stell)의 방식은 단지 자연에 관한 인간의 도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도발적 심문의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 잉태시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이 바로 인간 자유의 도발적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했고, 사회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으로 인간사회의 평등을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인위적으로 사회성원들을 심문하고 주리를 틀었다. 하이데거는 기술자체가 위험하기보다 오히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인간 마음의 위험성은 인간자아의 무한 의지와 그 소유욕의 위험성을 말한다. 마음의 무한 소유욕으로 인간이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죽음의 신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두뇌의 사이버네틱스가 철학적 사유와 시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는 우려했다. 지구의 사막화 이전에 인간마음이 온전히 황폐화될 것임을 그는 예견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기 전에,‘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하고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사상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최근 한국의 인터넷 매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가운데 ‘몸짱’과 ‘얼짱’이 있다. 거의 매일 날씬한 몸매나 멋진 남녀들의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몸짱과 얼짱에 관한 기사 없이는 신문이나 포털이 존재할 수 없을 것처럼까지 보여진다. 물론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적 현상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죽을 때까지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장소다. 따라서 몸의 생물학적 의미는 우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동시에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상징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몸은 건강이나 질병과 연관되어 일차적으로 문제되지만, 사회-문화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이념체계에 의하여 생산되며, 또 몸은 일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즉 몸은 사회적 산물이며 동시에 사회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힘이다. 그러나 몸의 사회적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잊혀졌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몸의 문제는 격리나 감금, 또는 고문과 같은 체벌(體罰)과 관련시켜 근대이성의 폭력적 구조를 고발한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의 연구를 필두로 해서,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서 여성해방운동과 접목되면서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여성의 몸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데 있어서 남성위주의 몸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런던의 빅토리아와 앨버트(Victoria & Albert)박물관에는 1800년경에 그려진 작자미상의 ‘아름다움을 위한 학교’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우락부락한 남성들이 여성을 천장에 매달고 목을 강제로 늘이기도 하고 여성들의 몸매를 자로 재어 보고 야단치며 조련시키는 장면들을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어느 일본의 대기업이 영국에서 여직원을 채용할 때 미모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가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이 직장을 얻기 위해서 성형수술까지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이곳 언론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것도 여성 몸의 사회적 생산이 아시아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 온 남성의 욕망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민족국가 단위의 경계를 허물고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움직이는 자본과 이를 연결시키고 있는 정보의 그물망이 한국여성의 몸을 엮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여성의 몸을 서양의 유행산업이 경쟁적으로 개발해온 여성미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을 포함한 모든 상징적인 것이 상품과 정보로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우리의 삶을 생산하는 ‘제국(帝國)’의 ‘생물학적 권력’을 문제삼는 네그리와 하트의 견해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몸이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경향에 맞서 진정한 ‘몸의 귀환(歸還)’을 내세우며 여성주체로서의 몸을 정립하려는 서양의 많은 담론이 한국사회에서 몸의 사회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몸짱과 얼짱으로 현재 도배되는 정보와 광고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건강과 아름다움이라는 이름 밑에 몸에 가해지는 폭력과 전횡(專橫)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몸짱과 얼짱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보다는 ‘마음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서양과 달리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여기고 진정한 몸사랑(愛身)을 가르친 동양의 사상적 전통을 새삼 떠올려 본다.
  • [발언대] ‘공무원범죄’ 인식 변화와 통제시스템 구축/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경찰수사보안연수소 경위·서울신문 자문위원

    얼마 전 신경림 시인이 경찰대학 경찰수사보안연수소에서 경찰관을 대상으로 ‘공직윤리’ 특강을 했다. 쉬는 시간 시인에게 붓과 한지를 건네자 일필휘지 답이 돌아왔다. ‘경찰이 힘이 있으면 나라가 힘이 있고 경찰이 깨끗하면 온 백성이 배부르다.’ 이 글을 게시판에 붙여놓았다. 교육을 받던 한 경찰 연수생이 그 글을 보고 가슴에 새기는 듯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노시인이 공무원인 경찰을 보면서 왜 힘과 깨끗함을 연상했을까. 사실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이 윤리·도덕적 검증없이 여기저기 고위 공직에 진출하는 것에서부터 불투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투명한 공직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 범죄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용어로써 공무원의 범죄행위를 지칭할 때 부정부패라는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의 부패란 단백질이나 유기물이 부패균에 의해 유독한 물질과 악취를 발생하게 되는 변화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물학적 당연한 변화를 공직의 부패와 연관시킴으로써 죄의식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무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패는 공직자가 직무상의 의무에 반해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익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패 공무원의 문제를 해당 공무원의 양심적, 윤리적 차원의 비리로 취급해 이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를 가하는 것으로 결말지어 왔다. 형법상의 뇌물수수·직무유기·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가혹행위·공무상비밀누설·선거방해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병역법·조세범처벌법 상의 각종 직무범죄뿐 아니라 행정법 또는 당해 공공기관의 내부규정에 의하여 징계를 가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이러한 범주에 해당한다. 얼마전 건설업자로부터 2900만원을 받아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교육공무원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집단탄원서를 122명의 동료 공무원들이 법원에 냈다. 제 식구를 감싸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 공직사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뿐이 아니다. 부장판사·부장검사·전직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등이 법조브로커와 유착해 저지른 각종 법조비리 사건들이 뉴스에서 흘러나오면 도대체 누가 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모든 국민들이 개탄한다. 법원·검찰 등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들과 한 식구나 다름없는 검사만이 수사할 수 있는 기형적인 우리의 수사구조부터 개혁되어야 한다. 삼권분립의 기본은 아무리 힘이 있는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그 기관에 부여된 권한에 상응하여 타 기관에 의한 통제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범죄를 전담하여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가 신설되어야 함은 물론 형법을 포함한 각종 특별법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될 수 있는 새로운 법령이 입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범죄에 있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가능할 때 국민은 공직자를 신뢰할 수 있다. 지영환 국립경찰대학 경찰수사보안연수소 경위·서울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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