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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 동식물 경제적 가치

    멸종위기 동식물 경제적 가치

    특정 생물의 멸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흔히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년뿐”이라는 표현을 인용한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이 같은 경고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 미국 학술지 ‘최신 생물학’에는 ‘꿀벌 멸종≠인류 멸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연구팀은 자두, 체리, 망고 등 특정 작물 재배에 벌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유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벌에 의존하는 작물이 5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며 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 3일 출판된 미 국립과학회원보(PNASA)에 따르면 미국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의 15%가 호박벌에 의존하고 있고,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30억 달러에 이른다. 멸종 위기의 동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벌의 예처럼 식량 문제와 직결된다. 8만종 안팎의 식용 식물 가운데 20%가 식량 수요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일반 쌀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텍사스야생벼 등 나머지 80%에 속하는 식물을 보존한다면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가 좀 더 쉬울 수 있다는 얘기다. 2006년 미 플로리다주 ‘꿀벌 실종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위기 의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생하는 일일초의 멸종에 대부분의 사람은 무관심할 것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탁월한 항암 물질인 택솔을 함유하고 있는 태평양 주목나무의 위기는 우리나라 국민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이 34%에 이르는 상황에서 꿀벌 못지않은 걱정거리다. 미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에 따르면 미국에서 탐조 여행을 포함, 야생동물을 보기 위한 관광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최소 850억 달러다.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는 연어는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서 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특정 동식물이 가진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각 종은 생태계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물 홍합, 샐비어, 나팔꽃 등은 인간에게 환경 오염을 경고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여자의 눈물, 남자 성욕 떨어뜨린다

    여자의 눈물, 남자 성욕 떨어뜨린다

    여성의 눈물이 남성의 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기분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물에 함유된 화학 성분이 특유의 향기를 이성에게 풍겨 생물학적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연구팀은 6일 남성이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으면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었다. 또 눈물은 맥박 수 등 성적 흥분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생리적 지표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12명의 여성에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를 보여준 뒤 눈물을 채취했다. 이어 실험에 참가한 남성 100명의 코 밑에 진짜 눈물과 소금물을 각각 묻힌 뒤 이들에게 여성의 사진을 보여 주고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 결과 진짜 눈물을 코 밑에 묻힌 남성은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정도가 현격히 떨어졌다. 또 피실험자의 침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해 보니 실제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은 호르몬의 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눈물이 남성에게 화학적 신호를 보내 남성 호르몬 수치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애초 연구진은 눈물이 타인의 동정심 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고 실험을 계획했다가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사짓 슈스한 박사는 “여성은 말이나 표정을 동원하지 않고도 페르몬(이성을 유인하기 위해 분비되는 화학물질)만으로 남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북 확전론’ 과 그 이후/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북 확전론’ 과 그 이후/이기철 사회부 차장

    지난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피격사태다. 새해 벽두에 왜 지난 일을 끄집어 내느냐고? 이렇게 묻는다면 냄비근성으로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좋지 않은 일을 덮어두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6·25전쟁 이후 가장 충격적이었고, 분열적인 사건이었다. 연평도 피격 때 확전론이 들끓었다. 용기와 겁쟁이, 분노와 자존심이란 말이 와글와글했다. 이를 선동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청와대도 여기에 말려 ‘확전 자제’ 발언을 주워담았다. #1.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됐다. 오래 전에 끝난 전쟁이지만 전쟁 발발과 관련해서는 되새겨볼 만하다. 당시 침공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사담 후세인이 감췄다는 것. 하지만 대량살상무기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세계의 정보기관들이 이를 피드백한 결과 퇴역한 이탈리아 정보기관(SISMIS)의 정보브로커가 건네준 17쪽짜리 문서에서 비롯돼 전쟁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이라크 침공의 도화선이 됐다. 문서는 이라크가 서아프리카 니제르로부터 농축우라늄인 ‘옐로 케이크’를 반입했다는 첩보였다. 이라크를 이잡듯 뒤졌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나오지 않았다. 문서는 조작된 것이었다는 게 세계 정보기관들의 평가다. 조작된 문서가 여론을 선동해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다. 우리도 곱씹어봐야 한다. #2. 1967년 6월 5일 오전 8시 1분. 이스라엘의 전투기들이 시나이반도를 건너 이집트의 공군기지를 기습, 초토화시켰다. 이집트의 나세르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낌새가 분명해지자 이스라엘이 한발 먼저 움직여 타격했다. ‘6일 전쟁’이다. 이스라엘이 승리한 요인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 공군 및 군 최고사령부의 야간 근무 피로도 심화와 교대 근무자의 느슨해진 시간대를 찾아냈다. 최고의 취약시간대를 오전 8시 1분으로 결론내고, 기습으로 이집트 공군을 무력화시켰다. 정보전의 승리였다. 연평도 피격 당시 북한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우리군이 확전을 했으면 어땠을까? #3. 1973년 10월 5일 늦은 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몇 시간 내에 전쟁이 발발할 것임을 예고하는 정보를 최후통첩 격으로 국방부에 보냈다. 이집트 최고사령부가 적색 비상사태에 돌입했기 때문. 모사드는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전쟁 발발을 경고했으나 허사였다. 다음 날 아침 모사드의 즈비 자미르 부장은 국방부를 방문했다. 국방부는 텅 비어 있었다. 유대인 최대 명절인 욤키푸르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국가 비상을 알릴 라디오방송마저 휴무였다. 모사드의 설득에 국방부가 겨우 움직였다. 이스라엘 전역에 비상경보가 울리자 북쪽에서는 시리아가, 남쪽에서는 이집트가 협공을 시작했다. 서전에서 이스라엘은 크게 패하고 겨우 자국땅을 지켰다. 이스라엘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욤키푸르 전쟁’이다. 이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모사드의 자미르 부장은 승진과 칭찬이 아니라 잘렸다. 적극적으로 전쟁 위험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묻는 조치였다고 한다. #4. 1983년 3월 8일, 이라크 공군은 100ℓ의 생화학적 무기를 할라브자 지역에 살포했다. 5분 만에 5000명의 쿠르드인들이 즉사했다. 과거 소련 정보기관 KGB 제1총국 산하 12국은 생물학무기 연구의 본산이었다. 이 부서 과학자들은 에볼라, 탄저균 등 위험한 바이러스들의 무기화에 성공했다. 소련 붕괴 이후 이들 중 일부가 북한에 포섭됐다는 것이 정보기관의 분석이다. 우리는 전면전이 아니라 해도 확전에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안보가 새해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올들어 남북한 대화국면이 조성될 기류가 다분하다. 북한의 연합성명,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의 방한과 미·중 정상회담 등이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안보는 분노 섞인 용기나 요란한 훈련의 차원을 넘어 정밀한 분석과 정보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산화한 장병 유족들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chuli@seoul.co.kr
  • 마을주민 떨게 한 ‘흡혈괴물’ 잡고 보니…

    마을주민 떨게 한 ‘흡혈괴물’ 잡고 보니…

    털이 전혀 없는 검은 피부에 날카로운 송곳니 등 전설 속 흡혈괴물 ‘추파카브라’(Chupacabra)를 떠올리게 하는 짐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 주에서 사살된 채 붙잡혀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 특이한 생김새를 가진 이 동물을 두고 주민들은 추파카브라, 들쥐, 고양이, 너구리, 주머니쥐라는 갖가지 추측을 내놓았으나 그 정체가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최근 생물학 연구팀이 사체를 분석해 추파카브라가 아닌 털 빠진 라쿤(미국너구리)란 사실이 밝혀냈다. 야생동물 전문 생물학자 스티브 더비 박사는 최근 “이 동물이 흉측해 보이는 건 사실이나 털이 없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문을 연 뒤 “골격적 특징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는 일반적인 라쿤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비 박사는 “최근 기생충으로 인한 피부병으로 야생 코요테와 라쿤 등 동물이 털이 빠지는 현상이 종종 보인다. 유독 미국 중동부 지방과 멕시코 일대에 사는 동물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유전적 문제인지 전염병 때문인지는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의 정체가 라쿤으로 밝혀지기까지 추파카브라의 실존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1990년 중반 미국 중동부 일대와 멕시코 부근에서 정체불명의 동물들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흡혈괴물을 둘러싼 소문은 퍼졌고 주민들은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에서는 미군 유전자 복제 실험결과로 만들어졌다거나 외계 생명체라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과학계는 흡혈괴물의 정체는 흡윤개선(기생충에 의한 피부병)에 감염된 동물이라고 잠정 결론 지은 상태다. 흡윤개선에 감염된 동물은 털이 빠지거나 혈관이 수축돼 피부가 쭈글쭈글하게 변하는데, 이 모습이 흉측한 괴물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 게다가 피부병으로 쇠약해진 동물이 비교적 포획하기 쉬운 염소 등 농장의 가축을 습격하면서 ‘흡혈괴물’로 과장돼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사진설명=지난달 잡힌 라쿤(위), 추파카브라 이미지(아래)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토플 장학생에게 듣는 ‘영어 공부법’

    토플 장학생에게 듣는 ‘영어 공부법’

    새해가 되면 연말쯤 ‘영어 달인’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그래서 TOEIC 만점을 만들어준다는 교재도 사고, 드라마로 귀가 열렸단 수기에 솔깃해 미국 드라마를 통째로 내려받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달인’과 ‘일반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1년이 지나면 왜 영어 실력이 현격하게 차이 나는 걸까. 영어 달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부족한 2%를 찾기 위해 지난해 ETS TOEFL 장학생으로 선발된 2명을 만나봤다. 부산대생 김호준씨와 한양대생 조은송씨는 성장하는 동안 장기 해외 체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로 다양한 영어 공부법을 섭렵한 끝에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아버지와 놀이처럼 영어대화 국어·과학 수업도 영어로 필기 6살 은송이가 가족들과 동물원에 갔다. 아빠는 “은송아, 기린 목이 길다.”라고 하더니 곧 이어 “The giraffe has long neck.”이라고 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은송이가 “하늘이 참 푸르다.”라고 하면 아빠는 “The sky is blue.”라고 말을 받아줬다. 아빠의 영어는 때로 어법에 맞지 않았고, 단어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아빠의 영어를 들으며 “영어 단어가 친숙해졌고, 놀이처럼 재미있어졌다.”고 조은송씨는 회상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인 은송씨의 아버지 조희련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버지 조씨는 경찰대에서 영어 회화 수업을 받으며 “나중에 영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아이들을 교육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들과 영어로 말하기를 실천하고, 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말을 붙였다. 말을 배울 적부터 영어에 흥미를 느낀 은송씨가 영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버지와 영어로 대화를 했어도 막상 외국인을 접하면 자신감이 사라지지는 않던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외국에 살다 온 친구들보다 발음이 좋지 않다는 것은 늘 콤플렉스로 작용한다. 친구들이 쓰는 욕(slang)이나 일상적인 표현을 못 알아들을 때는 “한국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오히려 더 분발한 측면도 있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어떤 언어를 배울 때에도 자신감이 없어서 말을 내뱉지 못하고 공부를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극복하느냐, 못 하느냐에 승부수를 띄웠다. 어차피 한국말이 아닌 언어를 원어민처럼 하기는 힘드니, 최대한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가정 학습으로 영어를 배운 셈인데, 그럼 수준 높은 영어를 배우기가 어렵지는 않았나. -어렸을 때 아버지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기초를 다졌다면, 이후에는 어머니의 공이 크다. 매주 일요일 오후마다 동생과 영어 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영어 동화책을 사고, 한달에 한번씩 비디오를 바꿔가며 봤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미국 드라마 프렌즈(Friends)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했다. 사실은 너무 재미있어서 공부에 방해가 될 정도로 보고 또 봤다. 처음에는 자막과 함께 보고, 내용을 이해하면 자막 없이 보면서 모르는 문장을 찾아봤다. 통째로 외우다시피 해서 자막 없이 미드를 이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국어나 과학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영어로 필기했다. 처음에는 단어 한두개만 영어로 썼지만, 점점 영어 필기 분량이 늘어났다. →여전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나. -2009년 겨울에 친구와 괌에 여행을 갔는데, 현지에서 영어를 해 보니 다른 점이 많았다. 말하는 속도도 생각보다 빨랐고, 안 들리는 단어도 있어서 당황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한국에서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좌절감 대신 “한국에서 이 정도 실력을 만들었으니 다음에 기회를 잡으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외국에 나갈 기회가 없더라도, 한국에서 최대한 실력을 갖추고 외국에 가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 비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영어는 계단식으로 느는 것 같다. 잘하게 되는 순간이 따로 있다기보다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말하기와 듣기만 되다가 읽기와 쓰기도 되는 식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 시험 아닌 실생활용으로 연습 다큐멘터리·뉴스도 좋은 교재 “이공계 학생이 무슨 영어야.” 언뜻 생각하면 인문계열 학생보다 자연계열 학생이 영어를 쓸 기회가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영어 교재를 활용하는 이공계 수업이 많아지고, 해외 석학들의 강의를 직접 듣는 채널도 넓어졌다. 영어를 잘할수록 전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회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부산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07학번 김호준씨는 영어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게 된 좋은 예로 꼽힐 만하다. 미국 드라마를 보며 영어에 흥미를 붙인 김씨는 홍콩 중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간 뒤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외국인 친구를 만나 다양한 삶의 모습과 형태를 알게 된 것이 큰 보람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홍콩에 있었을 때 향수에 시달리며 빨리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도 “그럴 때마다 나를 붙잡은 것은 좋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미소였다.”고 회상했다. →미국 드라마를 영어 공부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미국 드라마로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 있나.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영어를 접하고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미국 드라마가 맞지 않는다면, 다큐멘터리·영화·뉴스 등 다른 프로그램을 봐도 좋을 것이다. 그중에서 미국 드라마를 선택한 것은 언젠가 유학을 갈 것에 대비해 미국에서의 일상생활이나 문화를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공계 학생이라서 그런지 ‘빅뱅이론’이란 드라마에 심취했다. 과학 이론밖에 모르는 어설픈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만드는 사건들이 재미있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와 자막을 보면서도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어서 여러 차례 봤다. 영어 연습을 할 때에는 ‘가십걸’도 도움이 됐다. 뉴욕 고교와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일상 대화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영어를 익히기에 적절했다. →홍콩 교환학생 시절, 영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영어는 ‘금테를 두른 언어’와 같았다. 영어는 다른 언어보다 우월한 무언가였다. 영어를 잘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잘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홍콩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만나고 그들의 언어를 익히면서 영어도 하나의 언어로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언어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나눌 것인가,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였다. 언어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홍콩 현지 사람들이 쓰는 광둥어를 배우기도 했다. 택시 기사나 학교 식당 직원들과 서툰 광둥어로 이야기하자 그들이 매우 신기해하면서 호의를 베풀었다. 언어가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영어 공부법에 대해 한마디로 조언을 한다면…. -토플 첫 시험에서 97점을 맞았다. 이 점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영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영어 시험 공부를 하더라도 시험 자체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실제 영어 사용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하기 바란다. 또 영어 실력에 완성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만 봐도 세련되고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구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자신감을 갖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잘못 말했을 때의 어색함,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행착오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 있게 영어를 구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서울신문 신년특집] 정부·기업·전문가→ 참여하는 대중으로 중심축 이동

    [서울신문 신년특집] 정부·기업·전문가→ 참여하는 대중으로 중심축 이동

    “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이끄는 시대는 지났다. 누가 좀 더 발전된 아이디어를 찾아내 활용하느냐가 곧 기회가 될 것이다.”(올레센) “‘나’와 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배척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공동체의 기본이다.”(이준승)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여는 올해의 키워드로 ‘집단지성’이 주목받고 있다. 집단지성의 현상과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미래문제 연구집단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악셀 올레센 소장과 한국의 대표적 미래 싱크탱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준승 원장의 지상대담으로 꾸렸다. 두 사람은 집단지성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각 국가와 기업이 이 같은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지성이 주목받고 있다. 집단지성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이준승 원장 집단지성은 블로그, 트위터 등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통 도구와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바탕이다.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유로운 소통이 집단지성의 핵심가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한두 명의 천재가 이끌어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어느 국가나 기업이 좀 더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듣고 싶지 않겠는가.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마련된 만큼 향후 적용분야와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올레센 소장 우리 연구소에서는 집단지성의 근간을 1910년대 유행했던 아나키즘(무정부주의)에서 찾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나키즘 사상이다. 물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현실사회에서 실현될 수 없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지식사회에서는 이 같은 일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아나키즘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를 합성한 단어인 신조어 ‘아나코노미’를 만들어냈다. 아나코노미는 기업들이 많은 직원을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형태다. 소비자들이 기업의 운영 방향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고 실제로 이에 대한 새로운 보상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집단지성은 트렌드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사회구조를 바꿀 대변혁인가. -올레센 집단지성은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지난해 내부고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 파문이 있었고, 2년 전에는 이란이 어린 학생의 잔혹한 죽음을 담은 비디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각 국가는 과거처럼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콘텐츠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곧 상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소셜 커머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소규모 생산자들은 전통적인 유통망을 벗어나 직접판매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과거처럼 브랜드 파워만 가지고는 시장에서 승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준승 단기적으로는 인터넷조차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했던 정보격차 양극화를 해결할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위키피디아,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는 누가 좋은 컴퓨터를 가졌느냐보다는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중요하다.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을 지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제3세계를 대상으로 벌여온 ‘100달러 노트북 보급 운동’ 같은 정보격차 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곧 권력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정보를 갖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권력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래학은 국가와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점차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미래 예측의 중요성과 기술에 대해 말해달라. -이준승 미래 예측은 하나의 길을 찾는 작업이 아니다. 보다 나은 가능성을 찾는 시도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국가든 개인이든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점인 관심사다. 다만 누가 근접한 해법을 얻어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이 중요한 것이다. -올레센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면 곧 현재를 걱정하게 될 것’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과거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미래 전망은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앞을 내다보고 도로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운전 중 장애물과 위험은 무엇인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미래는 결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없다. 수십년간 실험해 본 결과 사회, 경제, 기술,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예측하는 미래는 다른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모아놓으면 몇가지 커다란 흐름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다시 개별적인 분야로 분리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면 보다 나은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열렸다. 10년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올레센 앞으로 10년은 세계적 권력 전환의 시대, 서양에서 동양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중국은 2020년이면 미국의 두 배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갖게 될 것이고, 이는 유럽과 미국의 명목적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이다. 이에 대응해 유럽과 미국은 노동정책을 개혁하고, 경쟁력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만 유럽은 변화를 외면할 수 없을 때까지 민주적 권리를 부르짖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본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응할 분명한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과제다. -이준승 한국 중심으로 말하자면 인구증가율과 성장률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남북 간의 평화, 빈부격차 해소,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등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성패가 달려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쟁력은 여전히 과학기술에 있다. 특히 선진국을 모방하는 기존의 추격형 연구개발(R&D)을 얼마나 빨리 창조·선도형 R&D로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을 거론하자면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또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을 전통적인 자동차, 조선, 기계 등과 접목하는 융합기술이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올레센 소장은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는 1970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미래문제 연구집단이다.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으로 미래에 대한 국제잡지 ‘시나리오’를 발간한다. 지구적 변화와 사회 움직임에 대한 폭넓은 예측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2008년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미래 4대 시나리오’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악셀 올레센 소장은 경제, 인적관리(HR), 연구전략 분야에 탁월한 역량을 보인 미래학자로 2004년부터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준승 원장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을 목표로 1999년 설립된 미래연구 및 평가 싱크탱크다.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를 예측하고 정책 수립에 참여하며 14조원에 이르는 국내 R&D 예산 조정과 배분에 관여한다. 매년 미래예측 국제포럼을 개최, 유망기술 발표에 주력하고 있다. 이준승 원장은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로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을 지낸 뒤 2008년부터 KISTEP 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임 민간위원이다.
  • 레즈 이모부부에 정자 기증 ‘10대 조카의 비화’

    레즈비언 이모 부부에게 정자를 기증했던 15세 조카가 돌연사하면서 가족 비화가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달 초 사망한 찰리 로우덴(20)이 이모와 그의 레즈비언 배우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정자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현지 노섬벌랜드 핵삼 종합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은 찰리는 퇴원 뒤 집에서 요양하던 중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에 찰리의 부모 찰스와 린은 이모 사라 애쉬만(40)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자신들의 조카들이 생물학적으로 손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찰리는 5년 전 비공식적으로 그의 이모 사라와 배우자 클레어(30)에게 정자 기증을 제안받았다. 이들 레즈비언 부부는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클레어가 다른 기증자에게 한 번 정자를 받았지만 유산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찰스의 승낙에 클레어는 지금 다섯 살 된 남자아이 칼튼을 출산했다. 3년 뒤 이들 부부는 조카에게 다시 정자 기증을 원했고, 사라는 지금 두 살 된 여자아이를 낳았다. 이들 부부는 실제 아버지의 정체를 비밀로 하기로 했지만 최근 찰스의 죽음에 이모는 그 사실을 고백했다. 이모 사라는 “찰스는 내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훌륭했다. 그가 사망할 때까지는 비밀이었지만 린에게 말해야만 했다. 아이들이 언니(린)의 손자이기에 말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찰스의 어머니 린은 “아들이 사망했을 때 우리(부부)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아들이 남긴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있었다. 단지 아들이 죽기 전에 모든 사실을 알기 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손자들은 우리 찰리를 대신한다. 우리는 찰리 다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얻었다.”며 “이제는 비밀도 아니며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인 사이에 ‘비공식적인’ 정자 기증은 불법이 아니지만 허거된 진료소를 사용해야 하며 규정된 정자 기증자의 나이는 18~45세 사이여야 한다고 영국 인공수정배아관리국(HFEA)이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히틀러의 죽음, 아직도 미스터리

    히틀러의 죽음, 아직도 미스터리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BS의 ‘다큐10+’는 29일 오후 11시 10분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알아본다. 1945년 4월, 유럽은 2차 대전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베를린은 소련군에 포위됐고, 히틀러는 마지막까지 싸울 것을 명령했지만 독일의 패전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5월 2일, 베를린이 함락됐고 히틀러의 흔적은 사라져 버렸다. 나치 정권의 공포를 맛본 사람들은 히틀러를 잡아 죗값을 치르게 하거나, 그의 시신을 보며 죽음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연합국의 수색에도 히틀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히틀러가 도주했거나 막강한 권력자의 비호를 받으며 숨어 있다고 믿었다. 유럽과 남아메리카에서는 히틀러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쏟아져 들어왔다. 소련의 스탈린은 서방이 히틀러를 몰래 숨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히틀러가 수십년이나 생명을 유지했다는 도주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돌프 히틀러는 정말 도망쳤던 것일까? 물론 많은 사람들은 히틀러가 베를린 함락 직전 지하벙커에서 자살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 소련군이 우여곡절 끝에 잿더미로 변한, 히틀러로 보이는 시신을 찾아냈지만 훼손이 너무 심해 신원을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결국 히틀러의 전직 치과 의사들을 상대로 치아 확인 조사를 통해 시신을 히틀러라고 결론지었다. 일각에서는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그 시신이 히틀러가 아니었으면 2차 세계대전은 ‘절반의 승리’로 격하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정말 히틀러는 요술을 부리듯 도주했을까. 그리고 히틀러의 시신은 어떻게 됐을까. 방송은 역사학자들과 범죄 생물학자, 히틀러의 비서였던 나치친위대 장교, 소련 비밀경찰 KGB의 전 베를린지국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 아돌프 히틀러의 최후와 그를 둘러싼 신화, 승전국 간의 갈등 등을 자세히 추적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한날한시 수정’ 11살 차 쌍둥이 탄생

    ‘한날한시 수정’ 11살 차 쌍둥이 탄생

    “우리는 세쌍둥이에요!” 역대 가장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쌍둥이가 탄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쌍둥이 형제나 자매는 몇 초 혹은 몇 분 차이로 태어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영국에서 11세 나이차이가 나는 세쌍둥이 자매가 탄생한 것.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중서지방 월솔에 사는 리사(37)와 남편 안드리아(42)는 지난달 말 체중 3.3kg의 건강한 셋째 딸 라일리를 얻었다. 보통 아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라일리의 탄생 소식은 전 세계 의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 이유는 라일리가 한날한시에 수정된 생물학적인 쌍둥이 언니들이 태어난 지 무려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혼 직후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앓고 난임을 선고받은 리사는 약물치료에도 번번이 실패하자 인공시술을 결심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1998년 9월 영국의 한 난임센터에서 24개 난자와 정자의 인공수정에 성공한 뒤 그녀는 이중 2개를 이식해 이듬해 쌍둥이인 메간과 베사니를 얻었다. 두 딸을 얻은 지 10년 만에 리사와 안드리아 부부는 냉동보관했던 나머지 난자 중 하나를 이용해 셋째 딸 라일리의 임신에 성공했다. 이렇게 태어난 라일리는 언니들과 다른 세기에 태어나 인공시술로 태어난 쌍둥이 중 역대 가장 큰 나이차이를 기록했다. 세 딸의 부모가 된 리사와 안드리아는 “두 딸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생김새를 가진 막내딸이 태어나니 더욱 감격스럽고 신기하다.”고 기뻐하면서 “세 딸이 어렵게 우리 부부에게 온 만큼 세상의 가장 따뜻한 사랑을 주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데일리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함께 크는 상부상조 교육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共)진화(co-evolution)다. 진화란 이기적인 개인 간의 경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우정 어린 협력 덕택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1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게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론이라면, ‘공진화’를 믿는 이들은 “10만명을 고르게 먹여 살려야 그 1명의 천재가 나온다.”고 되받는다.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수호믈린스키 교육사상연구회 편역, 고인돌 펴냄)은 교육 문제에 있어서 공진화를 얘기하는 책이다. 선생님들끼리, 학생들끼리 경쟁시키면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에 명확히 선을 그으며 반대한다. 교사와 아이들을 경쟁시키기보다는 서로 도와주고 북돋아주는 것이 오히려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핀란드 교육혁명’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공진화 논의는 오래됐다. 경쟁이 번영을 낳는다는 생각의 뿌리로는 흔히 ‘사회적 다위니즘’이 꼽힌다. 그런데 그 원조 격인 다윈은 정작 ‘종의 기원’에서 집단 내 협력이 그 집단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생물학자 표트르 크로폿킨은 1902년 ‘상부상조론’에서 “경쟁보다는 협력이 진화에 도움된다.”고 역설하면서 사회적 다위니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선생님들에게’는 옛 소련의 교육학자 바실리 수호믈린스키(1918~1970)의 글에서 추출한 100가지 이야기로 구성됐다. 그는 30권의 저서와 500여편의 논문을 남겼다. 학자였을 뿐 아니라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방 시골 중학교에서 문학 교사로도 일했다. 자신이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선생님들의 구체적인 행동 방식을 일일이 언급한 점이 흥미롭다. ‘학습 속도가 더딘 학생 가르치는 법’, ‘새 교재를 가르칠 때 규칙과 공식을 정확하게 가르쳐야’, ‘학습 속도가 더딘 학생에게 책 읽기를’, ‘사고력 수업이란 자연계를 여행하는 것’ 등의 글들은 몰라서가 아니라 잊고 있었던, 혹은 잊으려 애썼던 가치들을 돌아보게 한다. 때문에 이는 선생님들에게 하는 제안인 동시에 저학년 아동을 둔 학부모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3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마당] 아줌마들의 책읽기/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아줌마들의 책읽기/신동호 시인

    2호선 왕십리역에 내리면 소월공원이 자그마하게 있습니다. 소월이 이 부근에서 서울 생활을 하며 사랑의 변주를 울렸기에 기념이 될 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 왕십리역 9번 출구로 나와 한양대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큰길 가에 소월공원만큼 조그만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조각그림들 위편으로 간판이 걸렸네요. 가끔 커다란 플라타너스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라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인연이 닿아 여기,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소란을 피웠을 조그만 의자에 쪼그려 두달 동안 아줌마들과 책을 읽었습니다. 소녀 같고 때론 수다스럽기도 한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얼굴을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엔 목욕가방을 들고 와서 ‘목욕탕 엄마’, 생물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생물과 엄마’ 하는 식으로 마구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왠지 그 소박한 영혼들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자신과 거리를 두어 보는 것이 독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세계로 함께 여행하고픈 욕심도 들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시작한 책읽기는 ‘닫힌 우물’의 은유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향집 우물은 어머니의 싱싱한 자궁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막혔다는 건 곧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그저 평범한 일상과 씨름하던 아줌마들은 영화 ‘카모메 식당’에 가서는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발견한 모양이었습니다. 의무감과 관계의 짐을 벗고픈 우리시대의 아줌마들. 그러나 아줌마들은 주인공 ‘사치에’의 반복되는 수련 장면을 통해 진리를 발견합니다. ‘지독한 일상을 견디며 지키는 사람에게 비로소 일탈은 의미 있다.’ 설거지와 빨래, 이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아줌마들의 힘이 변화의 원동력임을 옆에서 가만히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아줌마들이 코치하더군요. “‘오늘 저녁 먹고 들어와?’라는 통화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맛있는 거 해놓겠으니 빨리 오라는 뜻?” 그게 아니랍니다. 일찍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일상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상을 살짝 벗어나는 아줌마들의 대화법인 게지요. 며칠 전 여전히 책읽기를 이어가는 아줌마들의 독서 후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책의 겉모양뿐 아니라 책 속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네요. 셰퍼와 배로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님에도 ‘좀 시시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교과서적 지식을 벗어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배경지식의 욕구를 표현한 아줌마도, 더더욱 놀라운 건 ‘세계에 대한 자기 인식과 해석을 목표로 삼았다.’는 그럴싸한 말을 한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에 어려운 몇 고비를 넘었습니다.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이 처음의 난관이었습니다만, 자연세계만의 질서를 읽으며 막막한 시간의 연결선상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 건 놀라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코엘류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조금 쉬어가려는 책이었지만 아줌마들은 거기에서 ‘똑같아지지 않으려는 노력’ 즉, 남들과 같은 건 편리하겠지만 결국 ‘나’를 잃는 것이라는 무거운 진리에 다가섰습니다. 압권은 다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었습니다. 괴테가 너무 잘난 체한다는 농담으로 시작된 이야기. 그러나 자기가 느끼는 대로, 자신 있게 떠들기가 괴테의 잘난 척 비법이라는 인문학의 요체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이불 위에 배를 깔고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밤도 깊고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책읽는 엄마’가 돼 보세요. 세상의 모든 책들이 자신을 제 마음대로 읽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시고요. 소월의 시를,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게 해석하는 시대. 그날 ‘가도 가도 왕십리’ 내리던 비도 그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남자의 눈물에 여성 유혹하는 물질”

    “남자의 눈물에 여성 유혹하는 물질”

    남자의 눈물은 때때로 보호본능을 일으켜 이성에게 호감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남자의 눈물에 여성을 본능적으로 유혹하는 물질이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졌다. 도쿄대학 카주시게 타우하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남성이 눈물이 이성을 유혹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학회지 내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컷 쥐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생성되는 눈물을 채취해 암컷 쥐의 반응을 알아봤는데 그 결과 눈물을 흘린 수컷 쥐나 쥐들의 우리에 암컷 쥐가 평소 보다 훨씬 더 자주 접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암컷 쥐들은 수컷 쥐의 엉덩이를 찌르거나 꼬리를 위로 말아 올리는 등 행위를 하며 수컷 쥐가 요구하는 짝짓기에 평소보다 3배나 더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현상에는 수컷 쥐 눈물 속에 다량 함유된 ESP1이란 페르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수컷 쥐들은 눈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려고 자주 눈물을 흘리는데 이 때 암컷 쥐 콧속의 서골코 기관이 페로몬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수컷의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 연구진은 “이번 생물학적 발견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한 뒤 “이 원리를 특정한 동물 종의 개체 수 조절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화학감각 연구진은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땀에 강한 페로몬이 들어 있어 여성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성적 매력을 끌어 올린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14세 소녀·소년 ‘英최연소 부모’ 됐다

    14세 소년과 소녀가 영국에서 가장 어린 부모가 돼 영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웨일스에 사는 에이프릴 웹스터란 소녀가 지난달 아들 제이미를 낳았다.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동갑내기 남자친구 나단 피셔본으로 밝혀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동네 이웃이었던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고 지난해 말 웹스터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 뒤 웹스터는 학교를 잠시 중단한 채 집에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4주 전 웹스터는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현재 그녀는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으며 아기 역시 건강에 이상이 없다. 아기는 현재 웹스터의 가족이 돌보고 있고 피셔본은 주말에만 웹스터의 집에 방문에 아기를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2세를 얻긴 했지만 두 사람은 아직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아버지인 나단은 “한번도 우리 가족의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먼일인 것 같다.”고 말했으며 웹스터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웹스터의 출산 소식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시선이 집중돼 두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웹스터의 아버지 제프(38)는 “딸이 놀림을 받을까봐 아직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놨다. 당분간 아기는 웹스터의 가족이 돌볼 계획이다. 웹스터의 어머니 마리아(36)는 “딸의 임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제이미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고 소중한 선물”이라면서 “딸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괴·력·난·신(怪力神)’의 사건을 담아낸 역사책 ‘삼국유사’. 승려 일연(1206~1289)은 기이하고 허탄하다는 이유 때문에 버려진 이야기들을 수습하여 ‘삼국사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삼국 역사’를 구성한다. 증명하기 어렵고 경험의 세계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껏 설화로나 취급될 법한 이야기들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았던 일연. 일연이 아니었다면 ‘괴력난신’의 이야기들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삼국유사’의 마치 가공한 듯한 신이한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일연이 전하고 싶었던 바, 역사적 진실과 삶의 역동성을 우리의 현실로 만드는 것. 이것이 ‘삼국유사’와 만나는 방법이 아닐까. ●민족,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 삼국이 고구려, 백제, 신라임엔 틀림없지만 일연은 삼국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역사까지 모두 삼국의 역사 안에 포함시킨다. ‘삼국유사’ 기이편의 이야기들은 그 나라가 크든 작든 그 역사가 길든 짧든, 적어도 하나의 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이적이 일어나며, 이렇게 만들어진 나라들이 한반도의 역사를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연은 자료가 전해지는 한, 한반도에 존재했던 그 어떤 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했다. 단군조선, 위만조선, 마한, 진한, 2부(평주도독부, 동부도위부), 각기 만호씩 되는 72국, 낙랑국, 북대방, 남대방, 말갈, 발해, 이서국, 5가야, 북부여, 동부여, 고구려(졸본부여), 변한과 백제, 진한과 신라, 통일신라, 후삼국 등 ‘삼국유사’에 기록된 상고사는 한반도에 하나의 종족만이 이어져온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종족들의 이합집산에 의해 오늘날의 한민족이 형성되었다는 사실. 단군, 위만, 주몽, 혁거세, 탈해, 수로 등을 시조로 하는 다양한 종족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것임을, 이것이 바로 역사의 진실임을 일연은 웅변하고 있다. 단군조차 환인과 웅녀의 조합으로 탄생했으니, 우리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는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일 뿐이다. ‘삼국유사’는 근대의 민족 만들기 프로젝트에 의해 강조된 ‘단일민족’의 신화 안에 갇혀있지 않았다. 일연은 한반도를 스쳐간 무수한 인연들 하나하나가 곧 우리의 몸이자 우리의 역사임을 기억할 따름이었다.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의 탈주 기이편에서 신라 지증왕에 대한 기록을 보자. ‘제22대 지증왕은 음경의 길이가 한자 다섯 치나 되어 알맞은 짝을 찾기 어려웠다. 사자를 삼도에 보내 짝을 구했다. 사자가 모량부 동로수 아래 이르렀을 때 개 두 마리가 북만큼 커다란 똥덩어리 하나를 놓고서 양쪽 끝을 다투어 물어뜯고 있었다. 모량부 상공의 딸이 빨래하다 숲속에 숨어서 누고 간 것이다. 그 처자는 키가 일곱자 다섯 치나 되었다. 왕이 수레를 보내 맞이하여 왕후로 삼았다.’ 왕후 간택에 관련된 이야기가 참으로 질박하다. 왕의 혼사담이 이처럼 고상하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일연은 이 일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겼다. 비상하게 큰 신체를 소유한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만남. 왕의 생활도 덧칠하지 않으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순한 것인지 모른다. 한편 김부식은 지증왕이 ‘몸집이 크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났다.’고 기술했다. ‘국가’와 ‘권력’에 대해 기술하는 역사는 자연인의 얼굴에 근엄한 표상을 입힌다. 일연은 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국가, 권력, 이름으로 포섭 불가능한 삶의 영역을 전해준다. 기이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신비한 표상을 무너뜨리는 이 역설. 비현실적이지만 지나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일연은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 저만치 탈주해버린다. ●역사에서 삶의 윤리로 승화 어떻게 하면 천지를 ‘울릴’ 수 있을까? 삼국유사는 천지를 감동시킨 사람들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에 대해 답해준다. 감통(感通) 부분이다. ‘경덕왕 때 귀진의 집에 욱면이란 여종은 주인을 따라 미타사의 뜰에서 염불했다. 주인은 이를 미워해 매일 저녁 곡식 두 섬을 찧게 했다. 욱면은 초저녁에 곡식을 다 찧고는 쉬지 않고 염불했다. 잠이 들까봐 뜰 양쪽에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을 꿴 다음 이를 양쪽 말뚝에 매고 합장했다. 마침내 진신으로 변해 연화대에 올라 서쪽으로 올라갔다.’ 일연이 기록한 이 사건은 불교에 관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연은 불교의 역사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의 이적을 통해 결국은 삶의 윤리를 말한다. 출가승, 재가자,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간절하고 절박한 염원과 실천만이 부처가 되는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 ‘신라 성종 때 부처가 되기 위해 백월산의 무등골로 들어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각기 암자를 짓고 미륵과 미타불을 염원했다. 어느 날 스물 쯤 되는 아리따운 낭자가 한밤중에 암자로 찾아온다. 달달박박은 청정 도량에 여자를 들일 수 없다며 낭자를 내친다. 반면에 노힐부득은 한밤 깊은 골짜기에 찾아든 중생을 보살피는 것도 보살행이라 여겨 낭자를 거두어 준다. 게다가 해산하는 낭자를 도와 짚자리를 깔아주고 목욕까지 시켜준다. 이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 덕분에 노힐부득은 미륵존상이 된다. 뒤늦게 깨달은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의 도움으로 무량수불이 된다.’ 탑상(塔像) 부분이다. 불성(佛性)의 깨달음은 사건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서 실현된다. 여자를 피한다고 청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 여자를 내치는 것은 오히려 여색(女色)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건 수행에 있어서 하수다. 여자가 옆에 있어도 유혹이 일어나지 않아야 진정한 수행자다. 노힐부득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자재함으로써 보살행을 실천하여 부처가 되었다. 그러나 달달박박은 마음은 자유롭지 않은 채 불법에만 매인 결과 보살행은 펼치지도 못했다. 이 이야기는 일상 그 한가운데가 수행처이자 깨달음의 장임을 역설하는, 삶의 태도와 윤리에 대한 기록이다. ‘삼국유사’는 ‘괴력난신의 이야기’를 계열화함으로써 사실에 입각한 역사주의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포기해 버린다. 대신 이야기 속 여기저기서 마주하는 역사적 진실과 삶의 방식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기실 역사책에 기술된 객관적 사건들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늘 ‘그 무엇을 위한’ 사실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역사적 사실의 선택이 여전히 국가, 민족, 권력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럴 바엔 일연처럼 역사주의의 객관이라는 엄정성을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삼국유사’를 읽고나면, 이질적인 삶의 욕망과 힘들을 어떻게 하면 국가주의에 포섭당하지 않은 채 기억할 수 있을지를 절실하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길진숙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다? 원인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다? 원인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희귀 증상의 원인이 밝혀져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BS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오와대학의 신경심리학박사 저스틴 파인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공포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44세 여성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위험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소뇌의 편도체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편도체가 제거된 동물들은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지만, 이것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사는 이 여성은 편도체 부위의 유지질 단백질층이 손상된 환자로, 흥분을 느끼지만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이 그녀에게 독사를 보여주자 뱀의 몸통에 얼굴을 가져가 부비거나 날카로운 이빨과 혀에 손을 가져가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면서도 도리어 “매우 재밌고 즐겁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거미로 알려진 타란툴라를 손에 올려놓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내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박사가 그녀의 공포증에 점수를 매긴 결과, 공포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0에서 10까지의 수치 중 어떤 상황에서도 2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에는 이런 증상이 없었지만, 사나운 도베르만 사냥개와 맞닥뜨려 극심한 공포를 경험한 뒤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1995년에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괴한이 칼로 위협하는 사건에 휘말렸는데, 당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바라봤고,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면서 “나 또한 나의 담담함에 매우 놀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편도체와 공포의 상관관계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서, 이와 비슷한 질병 또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로 겪는 심리적 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학술지 ‘최신 생물학’에 게재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장희 “1주일 벼락치기 연세대 입학”

    이장희 “1주일 벼락치기 연세대 입학”

    가수 이장희(63)가 벼락치기로 명문대에 입학한 사연을 공개해 천재임을 인증했다. 한국 포크가요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이장희는 15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중고등학교 이후 음악에 빠져 살았던 이장희는 “학창시절 정말 공부를 안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음악 하는 게 좋았다. 전교생 480명 중에 460등으로 졸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희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장희는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마치고 온 어머니가 자신의 낮은 성적 때문에 좋은 대학을 못가는 사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장희는 “어머니에게 연대가보겠다고 말하고 고등학교 전학년 교과서를 모두 구해서 일주일 동안 벼락치기를 했는데 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벼락치기로 대부분의 과목 공부를 소화했지만 유일하게 안된 것은 바로 수학. 이장희는 연세대학교 면접을 갔더니 면접관이 “이장희 학생은 수학성적이 없네요”라고 말해 출연진을 폭소케 했다. 이외에도 이날 이장희는 과거 배우 윤여정이 가수 조영남과 결혼을 이유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 =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강서정 기자 sacredmoon@seoulntn.com
  • 감자껍질·돼지 배설물도 연료 재탄생

    감자껍질·돼지 배설물도 연료 재탄생

    “10년 전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이 도시가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마치 교통사고나 비만 아동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만큼 허황되게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이 도시에서 석유·석탄·천연가스를 이용한 산업은 모두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이 도시를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쓰레기를 사용하는 도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앱솔루트 보드카’의 고향으로 유명한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크리스티안스타드가 만들어낸 ‘화석연료 제로 도시’를 집중 조망했다. 인구 8만명인 크리스티안스타드는 20년 전만 해도 난방과 공장 가동은 물론 발전도 모두 석탄과 석유로 해결했다. 그러나 10년 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생물학 쓰레기(바이오매스)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변화가 시작했다. NYT는 “크리스티안스타드는 다른 도시들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관심을 가진 것과 달리, 도시의 농업이나 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감자껍질, 비료, 폐식용유, 썩은 쿠키, 돼지 배설물까지도 모두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들 쓰레기를 바이오매스 시스템에 투입하면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난방이나 발전에 사용한다. 일부는 정제해 차량용 바이오연료로도 쓴다. 도시에서 운행되는 모든 버스와 차량 상당수는 바이오연료 전용 차량이다. 기름을 운반하던 차량은 이제 나무와 쓰레기를 옮기는 데 이용되고, 도시 전체는 바이오매스에 맞도록 개조되고 있다. NYT는 “크리스티안스타드는 이 같은 도시개조 작업에 연간 320만 달러를 쓰고 있는데, 이는 화석연료 시스템 유지에 사용되는 연간 700만 달러에 비해 훨씬 경쟁력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바이오매스 산업에 종사하는 한 시민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중동이나 노르웨이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친환경적이고, 시장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스타드의 성공은 최근 몇년 새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장 빨리 받아들인 나라는 독일이다. 현재 독일 전역에 5000개에 이르는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국에도 151개의 바이오매스 관련 시설이 설치돼 있고, 몇 년 안에 대형 농장을 중심으로 8000여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NYT는 “바이오매스 시스템은 유해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아주 적고, 비용은 20% 이상 저렴하다.”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화이자 美그로턴 R&D 센터를 가다

    화이자 美그로턴 R&D 센터를 가다

    “아마도 향후 2∼3년이면 획기적인 치매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기존 치료제처럼 치매의 진행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 진행된 치매라도 증상을 저감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화이자 그로턴 R&D센터에서 만난 로버트 체이픈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치매 치료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제는 타깃 단백질의 항체를 변화시키거나 강화시켜 백신처럼 알츠하이머의 원인인 아밀라아제를 제거하도록 하는 기전”이라며 “이 약제가 화이자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치매환자 세계 각국이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치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인터내셔널(ADI)’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노인성 치매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356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이 같은 치매 환자는 20년마다 2배로 늘어 2030년에는 6570만명, 2050년에는 1억 15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어서 치매 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2010년 3분기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질환의 3분기 진료비는 2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진료 인원도 24.4%가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치매환자 증가 추세의 중심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이처럼 치매 치료와 간병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매치료제의 개발은 제약업계뿐 아니라 각국 보건의료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한 최근의 연구 트렌드는 치매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로, 노인성 치매의 생물학적 진단표지로 간주되고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학자들은 이 같은 방향에서 개발될 치매치료제를 치매가 진행된 환자에게 주입함으로써 치매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더 나아가 치매로 손상된 기억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치매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는 모두 100종이 넘는다. 이 중에서도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연구 상황을 보면 단연 화이자의 연구 성과가 두드러진다. 화이자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애고 뇌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백신과 항체의약품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한 신경 손상과 염증을 차단함으로써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화이자 측 설명이다. 체이픈 선임연구원은 “여러 제약기업들이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새 치료제는 결국 항체를 뇌의 어느 부위에 주입 또는 생성시키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이자 그로턴 R&D센터 측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항체를 이용하는 항체의약품은 현재 임상 2∼3상에 진입해 있으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없앨 수 있는 항원을 주입함으로써 체내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의 백신은 아직 초기 연구단계”라고 설명했다. 필 이어데일 책임연구원은 “화이자 소속 신경과학 분야 연구 인력의 3분의1 정도를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화이자가) 치매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일라이 릴리사 등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와의 차별성도 언급했다. 이어데일 책임연구원은 “항체를 알츠하이머 유발 지점의 한쪽에 착상시키느냐, 양쪽에 착상시키느냐가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와의 차별 지점”이라며 “현재의 추이라면 2∼3년 안에 새로운 개념의 치매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코네티컷 뉴런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인도양의 진주’ 몰디브 포시즌 쿠다후라…여기선 3가지를 잊어라

    ‘인도양의 진주’ 몰디브 포시즌 쿠다후라…여기선 3가지를 잊어라

    한국인은 ‘점’을 찍으며 관광을 한다지요. 셔터를 눌러대며 껍데기만 새기기 바쁩니다. 그리고선 재빨리 다른 곳으로 움직이죠. 아로새길 여유가 있기나 했을까요. “나 거기 갔다왔다.”는 자랑만 한가득입니다. 하지만 요즘 바뀌고 있답니다. ‘점’이 아닌 ‘선’을 긋는, 새로운 여행의 낭만이 생긴 거죠.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 이게 더 멋져 보입니다. 목적이 아닌 과정으로서, 관광이 아닌 여행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 거죠. 인도양 중북부, 적도 남쪽까지 남북으로 760㎞, 동서로 128㎞의 해역에 1190여개의 자그마한 산호섬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이 나라는 리조트 천국입니다. ‘인도양의 진주’ 몰디브지요. 섬들이 워낙 작다 보니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가 자리합니다. 섬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점’을 찍기에도, ‘선’을 긋기에도 부족합니다. # 동아시아 로맨틱투어 대명사… 서양인 가족단위 관광객도 북적 몰디브에서라면 점이든 선이든 따로 고민할 까닭이 없겠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산호섬, 점을 찍고 선을 긋다보면 ‘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대로, 햇살이 비치는 대로 그렇게 여유를 느끼면 된다. 몰디브의 매력은 형형색색의 산호나 에메랄드 윤기 흐르는 파도뿐만이 아니다. 시간 그 자체다. 여정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시간의 배웅을 받으며, 신발을 벗고 모래 위에 누워버리면 족하다. 수도 말레에서 보트를 타고 25분가량 바다 위를 떠가다 보면 쿠다하라 섬의 ‘포시즌 리조트’에 닿는다. 직항이 생기면서 비행시간도 9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어렵지 않은 길이다. 선착장 또한 공항 지척이다. 관광국가답게 사람들은 웃음을 달고 산다. 해연을 뚫고 가는 보트의 길목, 가무잡잡한 현지인이 물수건 하나를 챙겨준다. 그렇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나면 바닷바람이 이내 피부를 간질인다. 포시즌 쿠다후라는 한국인에겐 허니문 장소로 꽤 유명한 곳이다. 평생 한번뿐인 허니문, 첫날밤의 설렘을 안고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 온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가족단위 관광객이 더 많다. 대부분 서양인이다. 아무래도 동아시아에는 로맨틱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곳이다 보니, 가족 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 때문인 듯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포시즌 쿠다후라의 숙소는 ‘천국’이다. 비치 방갈로 58채, 워터 방갈로 38채가 있다. 개인 수영장이 마련된 비치 방갈로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전 객실이 바다를 보고 있다. 주변의 무성한 식물들이 밀림의 풍광도 자아낸다. 워터 방갈로는 멋드러진 라군(산호초 때문에 섬 둘레에 바닷물이 얕게 된 곳) 위에 있는 수상 객실이다. 객실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투명한 바다가 살에 닿는다. 이렇게 96개 객실에 40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방 하나에 4명의 직원이 달라붙는 셈이다. 한국인 직원 2명도 상주하며 의사 소통을 돕는다. 포시즌 쿠다후라는 조용한 리조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레포츠 천국이다. 몰디브 최고의 다이빙 장소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리조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디(PADI) 센터에서 스릴 넘치는 다이빙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전문 강사도 있다. 이곳의 홍보자료에 다이빙 얘기가 맨 앞에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서핑도 재밌다. 초보자들도 1시간만 배우면 서핑보드 위에 설 수 있다. 물론 앙증맞은 열대어들과 함께하는 스노클링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레포츠를 즐기다 몸이 뻐근해지면 스파를 받는다. 포시즌 쿠다후라에는 신비의 ‘스파섬’이 있다. 농구장 두세개를 합친 듯한 아담한 크기다. 이 안에 덩그러니 스파 건물만 있는 게 재밌다. 엎드리면 침대 아래로 바닷 속 풍경이 펼쳐진다. 열대어들이 떼지어 다닌다. 어둑해질 때면 선셋 피싱(일몰 낚시)이나 돌핀 크루즈(돌고래 유람선)로 눈요기를 한다. 섬 주변에는 돌고래들이 나 보란듯 몸을 꼬아대며 점프를 한다. 수십, 아니 수백마리의 향연이다. 빨갛게 상기된 하늘과 돌고래의 모습이 겹쳐질 때면 감히 사진을 찍기 민망할 정도로 장엄하다. 렌즈를 통해 보는 건 대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 총천연색 산호 유명… 보두후라에선 현지인의 참모습이 리조트는 형형색색의 산호로도 유명하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리조트에서 직접 산호를 기르기도 한단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몰디브에서 천연 산호를 보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호는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쓰나미 등 해양 재난 시에도 섬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돼 준다고 한다. 해양 생물학자가 리조트에 상주하며 직접 관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순수과학을 전공해서는 밥벌이조차 막막한 우리로선 꿈도 못꿀 말이다. 쿠다후라의 이웃 섬에는 현지인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여기가 또 인상 깊다. 보두후라란 섬이다. 보트로 5분이 채 안 걸린다. ‘큰’이란 뜻의 ‘보두’와 ‘섬’이란 뜻의 ‘후라’가 합쳐졌다. 즉 ‘큰 섬’이란 뜻이다. 참고로 ‘쿠다’는 ‘작은’이란 뜻이니, 리조트가 있는 곳은 ‘작은 섬’이란 뜻이다. 사실 리조트 천국인 몰디브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보두후라에는 몰디브의 참모습이 숨쉬고 있다. 자연을 벗삼아 뛰어 노는 현지 아이들이 있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부끄러운 듯 웃으며 고개 돌리는 아낙네들이 있다. 이슬람 국가답게 높게 솟은 모스크는 섬의 가운데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몰디브에서라면 의무감에서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시간에 연연할 이유도 없다. 형형색색 산호초가 있고, 무리지어 노는 열대어가 있고,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파도소리도 있다. 신선이 따로 있을까. 글 사진 몰디브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대한항공에서 직항 전세기가 월·목요일 주2회 운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말레공항까지 9시간 정도 소요된다. 저렴한 항공편을 원할 경우 쿠알라룸프르와 싱가포르, 도쿄를 경유하는 노선을 이용해도 된다. ▲기후와 시차 몰디브는 연중 고온 다습한 열대기후다. 연평균 24~30도이며 5~10월은 강수량이 비교적 많은 편. 건기인 11~4월이 여행의 적기다. 시차는 한국보다 4시간이 늦다. 또 일부 리조트는 몰디브 시간보다 1시간 빠른 리조트 타임을 적용, 한국보다 3시간 느린 경우가 많다. 포시즌 쿠다후라도 리조트 타임을 적용한다. ▲화폐 루피(Rufiyaa)를 쓰지만 대부분 미국 달러가 통용된다.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리조트 물가가 꽤 높은 편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하는 게 좋겠다. ▲비용 항공과 숙박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클럽 아일랜드는 포시즌 쿠다후라를 최저 240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4~10월에는 1박을 무료로 제공한다. 숙박에는 조식이 포함돼 있다. 스노클링이나 크루즈 등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은 별도의 비용이 추가된다. (02)512-5211. ▲기타 이슬람 국가인 몰디브 입국 시 술 반입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조트에서 술을 판다. 전기 코드도 한국과 모양새가 다르지만 220V 어댑터가 방에 비치돼 있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된다.
  • [사설] 北 응징하려면 ‘비대칭 전력’부터 보완해야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이 취임 후 연 이틀 연평도와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를 시찰하며 강력한 대북 응징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연평사태로 위축된 장병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믿음직하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한다는 국민 기대에도 부응하는 행보다. 국민들은 야전군 출신 국방장관의 초기행보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의 재도발 시 북한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고 천명했다. 그의 공언대로 북한의 도발에 몇배·몇십배로 즉각 응징하기 위해서는 ‘비대칭 전력’의 현저한 열세부터 보완해야 할 것이다. ‘비대칭 전력’이란 핵, 탄도미사일, 화학·생물학 무기, 장사정포, 잠수함(정) 등 대량살상과 기습공격, 게릴라전이 가능한 무기를 말한다. 국방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남북한 비대칭전력 현황’에 따르면 북한군의 비대칭전력은 우리 군에 비해 절대우세다. 핵·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와 특수전 부대 등 비대칭 전력 우위를 앞세운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이 현실적이고도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의 특수전 병력은 우리의 10배다. 우리 군은 정밀도와 파괴력에서 앞선 한·미 연합전력으로 비대칭 전력 열세에 대비한다지만 국민불안을 해소하기엔 미흡해 보인다. 새 국방팀은 비대칭 전력 열세를 해소하기 위한 정교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한·미 연합 군사전력이 총체적으로는 북한에 앞선다고 하지만, 개전 초기에는 비대칭 전력이 중요하다.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북한의 재도발에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말만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 군은 이전에도 북한 도발은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올 들어 천안함·연평 사태를 통해 구호로만 그쳤음이 드러났다. 김 국방장관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 국방장관의 취임 초 든든한 행보가 천안함·연평 사태로 가라앉은 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민들을 안심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은 말만 앞세우는 무능한 군인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강한 야전군에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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