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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외모와 다른 실제 나이? 후성 유전학에게 물어봐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외모와 다른 실제 나이? 후성 유전학에게 물어봐

    연예인들이 나오는 토크쇼를 보다 보면 자신의 나이가 실제와는 다르다고 깜짝 고백해 팬들을 놀라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여, 날 위해 울지 말아요’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에바 페론은 정치적 이유로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군대에 가기 위해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것으로 속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스포츠 분야에서는 좀더 좋은 성적을 위해 나이를 오히려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국 체조 대표팀이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당시 만 14세에 불과한 여자 체조선수의 나이를 16세로 속여 출전시킨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단체전 동메달을 박탈당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에 참가하는 축구선수들의 정확한 생물학적 나이를 체크하기 위해 손목뼈 검사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뼈나이를 측정하는 손목 스캐닝은 비교적 간단하게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오차 범위가 커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정확한 나이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과학자들은 환경 등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한 DNA 변화를 찾는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연령을 파악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신뢰성 높은 증거 기반 검사법인 후성유전학적 기법을 개발하는 이유는 현재 유럽 각국에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난민’ 대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유엔에서는 회원국들에게 “18세 미만의 난민들에게는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부 난민들이 이런 관용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실제 나이보다 어리다’고 주장하면서 유럽 각국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극렬 매체들은 이런 사례들만 모아 보도하면서 대중들의 난민들에 대한 혐오증과 폭력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이 상황이랍니다. 연구자들은 ‘후성유전학 시계’라는 분자 검사를 이용해 기존 방법보다 좀더 정확하고 빠르게 생물학적 나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드 ‘CSI’에서 흔히 봤던 장면처럼 입안을 면봉으로 슥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후성유전학적 기법으로 나이를 예측할 때 오차는 1~2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기존 뼈 스캔을 통한 해부학적 검사에서 나타나는 오차 범위는 3~4년이기 때문에 훨씬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후성유전학 시계 검사법으로도 어떤 사람의 나이가 17살 11개월인지 18살인지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적 기법을 사용할 때는 항상 윤리적 문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후생유전학 기법을 활용한 난민 나이 측정에 대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의 이름으로 자칫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검사 대상자의 완벽한 동의와 프라이버시 보호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럽에서는 범죄자 대상 DNA 검사를 할 때도 개인의 질병 여부 같은 은밀한 정보는 수집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범죄자에게도 허용되는 인권을 우리와 다른 타자라고 해서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모순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씨줄날줄] 출산력(出産力)/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출산력(出産力)/이순녀 논설위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3년마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를 한다. 정부의 인구 정책이나 보건·복지, 저출산 분야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1964년에 첫 조사를 했으니 올해로 54년째다. 만 15~49세 가임기 기혼 여성 표본 가구를 방문해 임신, 출산, 양육, 건강상태, 경제적 여건 등을 파악한다. 해당 가구에 거주하는 미혼 남녀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보사연이 지난 7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실시하는 올해 실태조사가 여성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출산력(出産力)이란 용어가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비하하는 표현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과거 어르신들이 다산(多産)을 덕담인 양 건네면 신혼부부는 예의로라도 “힘닿는 데까지 낳겠다”고 얘기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런 일반적인 인식의 연장선에서 보면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아이를 얼마나 낳을 수 있는지 생물학적인 힘(力)을 조사한다는 건 그야말로 몰지각한 발상이다. 하지만 출산력이란 용어 자체는 죄가 없다. 출산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단어 ‘퍼틸리티’(fertility)를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오해와 달리 출산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은 물론 출산 이후의 양육 문제와 출산 의지 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 저출산 문제를 다룰 때 합계출산율을 주로 얘기하지만, 출산율보다 출산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 잘못은 정부에 있다. 보사연 입장에선 과거부터 써 오던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욕을 먹는 상황이 억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회 인식의 변화에 무심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2016년 말 행정자치부는 지역별 가임 여성의 수를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발표했다가 ‘가임기 여성지도’냐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곧바로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런 어이없는 곤욕을 치르고도 정부의 인식 수준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반면 직전 실태조사 시기였던 2015년과 지금은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당사자인데도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서 매번 소외당한 채 죄인 취급 받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은 오로지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지 국가가 강요할 수 없다”고 당당히 주장한다. 현 정부는 ‘출산이 애국’이라는 식의 낡은 프레임 대신 비혼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등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나듯 여성의 입장에서 좀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여성비하 논란 부른 ‘출산력’ 안 쓴다

    여성비하 논란 부른 ‘출산력’ 안 쓴다

    조사표는 현관 앞 부착 대신 우편함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출산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명칭을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또 여성 거주지를 범죄에 노출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조사 메모지’ 대신 앞으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낮은 봉투를 사용할 방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출산력 조사는 196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사로 출산행태 변화와 요인을 분석해 정부의 인구정책, 가족보건정책, 가족복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사용한다. 1982년부터 매 3년 주기로 15~49세 기혼 여성, 20~44세 미혼 남성, 20~44세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7~9월 1만 가구를 선별해 조사 중이다. 논란은 ‘출산력’이라는 용어에서 비롯됐다.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 여성 비하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보사연 홈페이지에는 ‘여성은 아이를 낳는 기계가 아니다’, ‘남성의 생식 능력은 왜 확인하지 않느냐’는 내용의 비판 글 1000건이 쏟아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사연은 대체 용어를 찾기로 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차기 조사에서는 전문가와 통계청의 자문을 받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조사 명칭과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을 범죄에 노출시킨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빈집 현관문에 출산력 조사표를 남겨 여성 혼자 사는 집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알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사연은 “부재중 스티커를 부착해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우편함에 별도 봉투에 담은 메모지를 넣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할 것”이라며 “조사원 교육도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49세가 25세로…하루 커피 1잔값 회춘약 나온다

    49세가 25세로…하루 커피 1잔값 회춘약 나온다

    인류의 꿈인 불로장생이 현실이 되는 날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이 수명 연장을 위한 약물 연구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데일리메일 호주판 등 현지언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의 일부 연구자는 현재 인간의 수명을 최대 150세까지 연장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연구자를 이끄는 미국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이자 글렌 노화생물학센터 공동소장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이른바 ‘미래의 회춘약’으로도 불리는 니코틴산 모노뉴클레오티드(NMN) 관련 연구의 선구자들 중 한 명이다. 최근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NMN을 이용해 손상된 DNA를 회복하는 약물을 개발했다는 연구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싱클레어 박사에 따르면, NMN 기술을 이용하면 손상된 장기를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비 상태가 된 환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그는 NMN 기술이 상용화돼 시판되면 알약 하루분의 가격은 커피 한 잔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연구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는 NMN 시약 가격이 100㎎당 약 40만 원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비밀은 우리 몸의 타고난 세포 회복 기능에 있다. 살아있는 생물의 세포는 매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손상되며 이를 복구하는 기능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복구 기능은 노화에 의해 쇠퇴하는 것이다. 싱클레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복구 기능에 니코틴아미드아데닌디뉴클레오티드(NAD)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물질의 전구체(NMN도 그중 하나에 해당)를 투여해 노화한 세포가 젊어지는 것을 증명했다. 또 쥐를 사용한 실험에서는 수명이 최소 10% 늘어나는 것도 확인했다. 또 이 약물은 노화와 관련한 탈모를 줄이는 효과도 보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쥐 실험에 불과하지만 싱클레어 박사팀은 오는 2020년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싱클레어 박사는 스스로 개발한 이 약물의 안전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심지어 그는 이를 자기 몸에 투여하고 있는 데 “생물학적인 나이가 24세 더 젊어졌다”고 말한다. 현재 그의 나이는 만 49세이므로 만 25세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 그는 가족에게도 약물 치료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현재 만 79세인 아버지에게 1년 전부터 치료를 시작했으며 아버지는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활동적으로 변했으며 래프팅과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40대 처제는 원래 폐경기에 접어들었지만 치료 이후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싱클레어 박사는 아직 대규모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과학적인 증명과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Narith Thongphasuk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급격한 기후변화는 생물 멸종 부른다

    [달콤한 사이언스] 급격한 기후변화는 생물 멸종 부른다

    올 여름 북반구 전체는 불볕 더위에 시달렸다. 폭염의 원인으로 많은 것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주요 원인으로는 역시 지구온난화가 꼽히고 있다. 유럽과 미국 연구진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생물의 적응속도와 맞지 않아 종국에는 생명체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국립자연사박물관 거시생태학, 진화 및 기후연구소,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 통합생태학부, 지구과학연구소, 영국 버밍엄대 생명과학부, 스웨덴 우메오대 생태학 및 환경과학부,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생물학연구소, 미국 지질조사국, 애리조나대 자원학 및 환경학부 국제공동연구팀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환경 적응을 방해해 멸종에 이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물다양성의 변화를 초래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진화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학의 트렌드’(Trends in Ecology & Evolution) 8월 31일자에 실렸다. 생물체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자연 변화에 대해 반응을 하게 된다. 꽃이 개화시기를 바꾸고 동물들이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꾸거나 몸의 일부 형태를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생물의 환경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있었던 지구환경 변화와는 달리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멸종한 생물종과 현재 멸종 위기종들의 생태를 분석한 결과 자연의 보이지 않는 변화속도가 적응력을 뛰어 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자연의 빠른 변화속도는 종의 적응과 생존가능성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생물 적응속도와 환경 변화속도가 불일치할 경우 생물이 환경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체수가 줄어들고 종국에는 멸종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부적응-멸종-종다양성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반복되면서 지구 전체 생물종의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는 만큼 정치인과 환경 관련 의사결정자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를 이끈 데비 노그스브라보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화석과 다른 생물학적 아카이브를 이용해 지구 역사를 통틀어 무한한 사례에 접근할 수 있어서 다양한 유형의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었다”라면서 “과거의 생물집단 멸종은 미래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세포가 띄우는 드론을 잡아라

    [이대호의 암 이야기] 암세포가 띄우는 드론을 잡아라

    우리 몸은 이상 세포가 생겨도 자체적인 면역 기능으로 없애버린다. 이상 세포가 암으로 자랄 수 없도록 말이다. 반대로 암세포 입장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잘 회피해야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다. 실제로 암세포는 면역 기능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이용한다. 그중 하나로 암세포가 ‘생물학적 드론’을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몸속 세포들은 다양한 크기의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를 세포 밖으로 내놓는데 이를 ‘엑소좀’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는 엑소좀이라는 구조물을 드론처럼 미리 멀리 띄워 보내서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 특히 ‘T림프구’를 지치게 만든다. 지친 T림프구는 결국 암세포에 도달하지도 못하거나 겨우 도달해도 힘이 빠져 암세포와 싸울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세포들은 엑소좀을 내놓을 때 원래 세포들이 각자 갖고 있는 표식자를 엑소좀 표면에도 붙여서 내보낸다. 정상세포는 엑소좀을 많이 분비하지 않지만 암이 생기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연구진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는 악성 흑색종 환자의 혈액에서 엑소좀을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악성 흑색종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PD-L1’이 엑소좀 표면에도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래 암세포는 세포 표면에 PD-L1이 나타나게 한다. PD-L1이 암세포 주변에 있는 T림프구 표면의 ‘PD-1’과 결합하면 T림프구 기능이 억제된다. 즉 암세포가 면역억제 물질을 표면에 많이 나타나게 하면 결과적으로 면역기능이 억제돼 우리는 암세포를 죽일 수 없게 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PD-1과 PD-L1 결합을 방해해 면역 기능을 다시 살리고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죽일 수 있게 만든다. 그런데 암세포는 엑소좀에도 PD-L1을 붙여서 면역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암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은 혈액을 타고 먼 거리의 T림프구와 결합해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즉 암세포가 수많은 엑소좀을 퍼뜨리면 마치 많은 드론을 멀리 띄워 보내는 것처럼 몸 전체 T림프구 기능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암세포가 내놓는 드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엑소좀을 빨리 발견할 수 있다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암 진단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혈액은 치료 과정 중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 엑소좀 변화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즉 치료 효과를 더 빨리,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암의 진행·재발 여부도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엑소좀 표면 표식자와 내용물을 측정할 수 있으면 면역관문억제제나 분자표적치료제 효과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 아직은 엑소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엑소좀은 악성 흑색종뿐만 아니라 폐암이나 유방암에서도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 [여기는 중국] 공룡 흔적담긴 세계자연유산에 발자국 남긴 中관광객들

    [여기는 중국] 공룡 흔적담긴 세계자연유산에 발자국 남긴 中관광객들

    중국을 여행하던 여행객 4명이 모래로 가득한 지역을 지나갔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이 밟은 것이 그저 흔해 빠진 모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20살의 리 씨와 17살 쉬 씨 및 일행 2명은 얼마 전 간쑤성(省) 장예(張掖)를 방문해 광활한 자연을 구경했다. 당시 이들은 마치 사막처럼 높게 쌓인 모래 위를 자유롭게 걸었고, 이를 동영상으로 담아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동영상공유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올라간 뒤 이들은 곧바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리 씨와 쉬 씨 등 일행들이 밟은 것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단샤(Danxia)로 불리는 이곳 지형은 융기나 풍화, 침식 작용과 같은 내‧외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대륙의 붉은색 역암 및 사암에서 발달한 경관을 의미한다. 간쑤성의 간사 지형은 중생대 쥐라기부터 신생대 제3기까지의 기간에 형성된 암반 지형이며 ‘단샤지질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붉은색과 노란색을 띠는 모래가 특징이며, 공룡 화석 등 공룡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고생물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장소다. 영상 속 여행객들은 “우리가 지금 6000년이 넘은 오래된 지형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는 해당 장소가 역사적 가치가 높고 보호해야 하는 장소임을 알면서도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들 여행객들에 의해 훼손된 장소는 적어도 20만~40만 년 동안 오랜 지층 활동을 통해 생겨난 것이며, 이는 값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해당 영상을 발견한 장예시 당국은 곧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현재 대중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까지 피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이 제한구역에 들어가게 된 연유를 조사하고 있으며, 시 당국은 난간을 수리하고 점검하는데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방사선 기술로 이용해 문화재 보존 나선다

    방사선 기술로 이용해 문화재 보존 나선다

    # 1968년 일본 사이탐현 이나리야마 고분에서 발견된 금착명철검에는 칼 앞뒤로 글자가 쓰여져 있어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명확하게 판독되지 않던 글자들은 1978년 X선과 감마선 투과 시험 결과 115자의 한자가 금으로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이후 1983년 금착명철검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 1977년 프랑스는 원자력청 소속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기관인 지역보존연구소(ARC-Nucleart)를 통해 문화재 보존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1977년에는 방사선 조사기술을 이용해 이집트 람세스 2세 미라의 생물학적 손상을 억제하도록 처리했다. 선진국들은 문화재를 보존하고 분석하는데 방사선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방사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는 28일 대전 국제원자력교육훈련센터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문화재 분석과 보존기술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뫼스바우어 분광기, 감마선조사시설, 전자선실증연구시설, 이온빔가속기 등을 활용해 문화재 진단, 보존처리를 비롯해 문화재 관련 공동연구 및 학술발표 등 다양한 방면의 협력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감마선 공명현상을 이용해 가장 미세한 에너지까지 측정할 수 있는 뫼스바우어 분광법은 오래된 건물의 단청 안료, 도자기 유약 등에 포함된 철 화합물의 상태를 확인해 원본과 비슷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또 철 화합물과 수분을 포함하는 대기질이 석조 문화재에 주는 영향도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바로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또 방사선 조사기술을 이용해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일으키는 흰개미, 권연벌레와 곰팡이도 문화재 손상 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목재 뿐만 아니라 서적, 의복 등 유기질 문화재 보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 고분자 중합기술을 이용하면 부식이 심한 목재도 단단하게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방사선 기술로 문화재 건전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한편 손상된 문화재도 복원하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자리잡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문화재 보존 연구는 방사선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는 사회현안 문제이면서 기초과학 연구의 실용화 노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심장 건강 지키려면 하루에 6~8시간 자야 한다” (연구)

    “심장 건강 지키려면 하루에 6~8시간 자야 한다” (연구)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면 시간은 하루에 6~8시간 사이가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리스 심장전문의 에파메이논다스 파운타스 박사(오나시스 심장외과센터)가 이끄는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남녀 총 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논문 11건의 조사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8년 유럽심장학회(ESC·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학술회의(25~29일)에서 발표했다. 평균 수면 시간이 이보다 짧거나 긴 사람들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물론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 역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9년의 추적 조사 동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수면 부족’ 그룹은 수면 시간이 6~8시간인 ‘수면 적정’ 그룹보다 그 위험이 11% 더 높았다. 그런데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8시간보다 많은 ‘수면 과다’ 그룹은 그 위험이 무려 33%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심장 건강을 악화하는 데 수면 부족은 물론 수면 과다의 영향이 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운타스 박사는 “이번 결과는 잠을 적게 자는 것은 물론 많이 자는 것 역시 심장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잠은 우리 몸에서 심장질환에 관여하는 당 대사와 혈압, 그리고 염증 같은 생물학적인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이밖에도 수면 시간이 5시간 이하이면 심장질환 위험이 두 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와 잠을 쪼개서 자면 동맥경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람의 뇌 그대로 모방한 인공 신경세포 나왔다

    사람의 뇌 그대로 모방한 인공 신경세포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뇌신경세포를 그대로 흉내낸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서울대, 중앙대, 포스텍 공동연구팀은 전이금속 물질인 ‘탄탈옥사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연결부위인 시냅스의 기능을 그대로 모사한 인공 시냅스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인터페이스’ 최신호에 실렸다. 시냅스는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이 신경 전달물질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축색돌기와 수상돌기가 만나는 부분으로 수 십 조에서 수 백조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이 시스템은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적은 에너지로도 고도의 병렬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서 컴퓨터 공학자들은 시냅스의 생물학적 기능을 모방한 인공 소자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탄탈옥사이드를 이중층으로 만들고 표면을 제어해 고성능 인공 시냅스 소자를 만들었다. 이 소자는 전기신호 강도에 따라 탄탈옥사이드층의 저항값이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시냅스의 신호전달 시스템을 흉내냈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기억을 저장하는 장기기억 강화작용과 기억을 지우는 장기억제작용 같은 기억의 생성, 저장, 삭제 과정인 시냅스 가소성 구현에도 성공했다. 특히 기존 컴퓨터 소자와 달리 낮은 전력으로도 병렬연산이 가능해 상용화될 경우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처리에도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 등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소자 기술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명재 DGIST 지능형소자융합연구실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인공 시냅스 소자의 단점을 보완한 동시에 뉴런 기능을 최대한 모방함으로써 인간의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시스템 인공지능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 ●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 ●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염전…인류가 바꿔놓은 세상을 보다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염전…인류가 바꿔놓은 세상을 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지중해의 염전은 마치 한폭의 추상화 같다. 염전 내 구획은 미생물의 영향으로 알록달록 파스텔톤 색상으로 변했고 곳곳에 쌓인 소금 더미는 흰색 물감을 덧칠한 듯하다. 최근 미국 CNN 등 외신은 독일의 항공촬영 사진작가 톰 헤겐(27)이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등에서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열기구, 헬리콥터, 또는 비행기를 이용해 촬영한 항공사진 시리즈를 소개했다. ‘소금 연작’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작품은 인간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 것으로, 작가는 염전 외에도 채석장이나 농지, 탄관 산업의 부산물로 색이 변한 수로의 모습도 작품에 담고 있다. 원래 석사학위 논문에 담기 위해 시작했다는 작가의 이같은 프로젝트는 오랜 기간 계속돼 이제 ‘서식지’(HABITAT)라는 제목의 포토북으로 출간된다. 작가는 과거 뭔헨에서 열린 한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전시회는 인류세 탐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인류세는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새로운 지질시대에 관한 개념으로,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 탓에 지구의 환경 체계가 급격하게 변했고 이에 따라 인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헤겔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인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지구의 지질학적·생물학적·대기학적 과정을 바꿔 놔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 쓰는 자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항공촬영을 전문으로 했으며 3년 전부터는 스스로 조립한 쿼드콥터(프로펠러 4기를 탑재한 드론)에 카메라를 달았다. 그리고 드론을 날리는 동안 모니터를 통해 자신이 담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냈다. 촬영 전에는 구글의 지도서비스 ‘구글 어스’로 촬영 장소를 사전 답사하고 일기예보를 보고 촬영 날짜를 잡았다. 이에 따라 헤겐은 항공촬영을 두고 “힘든 준비에 기반을 둔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사진은 이른바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일출 직후나 일몰 직전에 촬영한 것이 많다. 하늘에서 카메라로 내려다보면 모든 이미지를 한 화면에 온전히 담을 수 있고 이는 사진에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항공 촬영을 할 때 피사체인 시설이나 농장, 또는 자연 경관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런 것은 모두 땅 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톰 헤겔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미 6마리만 모여도 저절로 분업…인간보다 낫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미 6마리만 모여도 저절로 분업…인간보다 낫네

    무더운 날씨지만 저녁때면 선선해진 요 며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느지막하게 동네 산책을 하곤 합니다. 가로등 옆 벤치에 잠깐 앉을라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뭔가를 한참 관찰합니다. 어깨너머로 보니 개미떼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들고 줄지어 가는 모습입니다. 개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서 영감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숲속을 산책하면서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영감을 받아 ‘개미’라는 작품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동물들의 사회 행동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사회생물학’을 창시하게 된 것도 개미 덕분입니다. 윌슨 교수는 어려서부터 개미 관찰하기를 좋아해 대학에서도 개미들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개미들이 페로몬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지요. 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군집생활을 하면서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사이언스’에는 개미들이 집을 짓거나 터널을 뚫을 때 막힘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최소의 인원만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미국과 독일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그렇다면 개미들이 이렇게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집단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나 원리는 뭘까요. 미국 록펠러대 사회진화·행동연구소, 프린스턴대 생태학·진화생물학과, 스위스 로잔대 생태학 및 진화학과 공동연구팀은 ‘클로널 레이더 개미’ 집단 100개를 관찰한 결과 역할 분담은 6마리 이상 모일 때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클로널 레이더 개미는 다른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군집은 이루지만, 생식에 특화되고 집단 결속력의 근원인 여왕개미 없이 모든 개미가 일을 하고 번식에 참여하는 독특한 종입니다. 연구팀은 모두 비슷해 보이는 개미들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배에 각기 다른 색깔을 칠한 뒤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개미들은 6마리 이상만 모이면 마치 프로그램된 듯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임무를 나누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각각의 활동이 구체화되고 세분화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일개미라도 개미집이 커지고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A일개미는 집의 위쪽, B일개미는 집의 아래쪽에서 일하는 식입니다. 또 이런 역할 분담은 집단 내 개체의 생존율, 생식수준(출산율), 집단의 확장 시기, 군락 형성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도 합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록펠러대 다니엘 크로나우어 교수는 이에 앞서 개미들의 역할 분담이 ‘ilp2’라는 물질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27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ilp2는 개미의 대사를 촉진하고 생식능력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호르몬 물질입니다. 이런 동물 행동학 연구결과들을 접하다 보면 최근 쏟아져 나오는 좋지 못한 뉴스들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어떻게 미물(微物)인 개미만도 못한 짓들을 하는지,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edmondy@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뉴스AS] 목적 잃고 혐오 낳는 일베·워마드… 독일처럼 혐오 표현 강력 처벌을

    [뉴스AS] 목적 잃고 혐오 낳는 일베·워마드… 독일처럼 혐오 표현 강력 처벌을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와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행태가 도를 넘어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워마드 사이트에는 지난 17일 청와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게시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앞서 이 사이트엔 예수 성체를 훼손한 사진과 성당 방화를 예고한 글이 올라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일베에는 지난달 말 노인 여성과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진과 게시글이 등록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혐오·차별 발언을 일삼는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이 쏠린다. 과연 이런 사이트에 대한 폐쇄나 청소년 접근금지 등 조치가 가능할까.방통위는 지난 13일 “관계기관과 협의해 워마드와 일베 등 차별·비하·혐오 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기관 중 하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반사회적·비윤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매체물에 한해 청소년들의 접근을 제재할 수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가입할 수 없다. 더 확장해 적용하면 특정 게시물에 대해서는 성인도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그러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는 음란물이나 사행성 게시글에 관한 규정만 포함돼 있어 법개정이 필요하다. 방통위는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차별·비하·혐오를 드러내는 매체물도 제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혐오사이트 폐쇄까지 갈 길이 먼 이유 워마드는 ‘생물학적 남성’을 혐오하는 커뮤니티로, 여성 혐오에 저항하던 ‘메갈리아’에서 파생됐다. 지난 5월 대학 누드크로키 수업 모델이었던 남성의 나체 사진이 올라간 곳이 워마드다. 최근까지 남자 화장실에서 찍은 불법촬영물(몰래카메라) 사진을 지속적으로 게시했고, 지난달엔 여성을 억압하는 교리가 있다는 이유로 천주교에서 신성시하는 성체를 훼손해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여성인권신장이라는 애초의 목적은 점차 방향을 잃었고, 반대의 극단에 있던 일베와 닮아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베가 혐오 대상으로 삼은 여성·장애인·이주민·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그대로 따른다는 의미다. 일베의 ‘여성 혐오’ 화살이 워마드에선 ‘남성’을 향한다. ‘한남충’(한국남자를 벌레에 빗댄 단어), ‘한남유충’(남자아이를 비하)’, ‘느개비·앱충’(아버지를 모욕) 등 혐오 표현을 일삼고, ‘주혁해’, ‘재기해’, ‘종현해’ 등 고인이 된 남성을 조롱하기도 한다. 지난달 초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기해’라는 발언을 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동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월 남자 목욕탕에서 찍었다는 아이들의 나체 사진이 워마드에 올라갔다. 경찰은 워마드 운영자에게 사진 삭제를 요청했지만 협조하지 않자 ‘아동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혐오 표현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혐오·차별 사이트를 폐쇄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여러 차례 올랐다. 그러나 사이트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통위는 전체 게시물 중 ‘불법정보’가 70%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한다. 불법정보 비중만 보는 게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제작 의도도 고려해 폐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워마드는 여성인권신장을 목적으로 만들었고, 일베는 인기 게시물을 공유하는 형태로 태어나, 취지로만 보면 폐쇄할 근거가 없다. 심영섭 방심위원은 “사이트를 폐쇄하려면 불법성을 뚜렷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음란물을 유통해 수익을 얻거나 사행성 도박을 부추기는 여타 상업적인 사이트와 달리 워마드는 여성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이트 폐쇄하려면 음란성·사행성 등 규명 2016년 폐쇄된 소라넷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과 아동 음란물 등을 공유한 혐의가 명확히 입증됐다. 또 운영진이 사이트에 성매매나 도박 사이트 광고까지 붙여 최소 100억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여러 도박사이트도 도박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폐쇄가 가능했다. 워마드와 일베는 소라넷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폐쇄할 근거가 없다. 음란물이 공유된다는 사유만으로도 부족하다. 이미 지난 2월 ‘일베 사이트 폐쇄를 요청합니다’는 청원에 청와대는 “불법 정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아래 형사처벌을 비롯한 민·형사 대응과 게시물 삭제 등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법적 폐쇄 절차도 있다”면서도 “일베의 불법정보 게시글 비중이 사이트 폐쇄 기준(70%)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개별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폐쇄 조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도 같은 기준(유해 정보 비중이 70% 이상)을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폐쇄나 청소년 접근금지는 법개정 이후에나 가능하다. 사이트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 심 위원은 “방심위가 반드시 고려하는 게 표현의 자유”라며 “반국가·반체제 성격이 강한 사이트가 아닌 이상 함부로 차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이트 폐쇄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활동을 100% 막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활동하도록 몰아붙일 수 있다”면서 “관심을 끌려는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억압을 공론화하면서 이슈를 만드는 것을 즐길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법적 신뢰 갖춘 후 혐오·차별 문제 해결해야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베는 보수 우파가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공공연하게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를 혐오하도록 내버려 뒀다”면서 “그런 일베는 오랜 기간 지켜보다가 이번 워마드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왜 여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지?’라는 감정적인 의구심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워마드 운영자나 남성 불법촬영(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에 대해 워마드 회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그간 남성들의 여성 몰카 사진엔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경찰이 왜 여성이 가해자일 때만 신속히 수사하느냐는 불만이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일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하고 유포하며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편파수사’ 비판을 일축했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몰카 범죄를 예로 들며 “불법촬영물을 만든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책임을 확실히 물게끔 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선행하면서 정부기관과 법집행기관에 신뢰를 갖게 한 뒤 차근차근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국가가 주도해 대책 마련 혐오 사이트 문제의 해법은 해외 사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부터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법’을 시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혐오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가짜뉴스를 올리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트위터·유튜브·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은 자사 콘텐츠에서 혐오 표현을 발견하면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위반하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혐오 표현을 일삼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는 유통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셈이다. 일본이 혐오 표현에 대응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혐오, 이른바 ‘혐한’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렸다. 혐한 시위가 조직적으로 열리자 시민사회가 나서서 의회를 압박했다. 결국 2016년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국가가 주도해서 혐오 표현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식품 속 과학] 식품과 발암물질/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식품 속 과학] 식품과 발암물질/박선희 한국식품안전관리 인증원 이사

    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다. 그래서 식품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됐다는 소식은 해당 제품의 소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71년부터 지금까지 1000가지 이상의 요인을 확인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의약품, 중금속 등 화학물질뿐 아니라 바이러스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 분진과 같은 복합혼합물, 방사선이나 태양복사열 등 물리적 요인,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유해물질, 흡연이나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이 포함돼 있다.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명확한 ‘그룹1’에는 알코올 중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단백질이 탈 때 생기는 벤조피렌,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 폐경기 치료제인 호르몬제, 흡연 등 120종이 있다. ‘그룹2’는 사람이나 실험동물에서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는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것들이다. 튀김요리에서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 녹색 채소를 염장발효시킬 때 나오는 아질산염, 과일주 등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에틸카바메이트, 살충제(DDT) 등 82종이 있다. ‘그룹2B’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고사리, 초절임채소, 납 등 302종이 있다. ‘그룹3’은 발암성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제한적이어서 다른 그룹에 분류할 수 없는 것으로 카페인, 콜레스테롤, 페니실린 등 501종이다. 나머지 ‘그룹4’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것들이다. 다만 같은 발암물질 그룹이라고 해도 강도는 다르다. 발암성 강도를 확인하는 것이 ‘위해 평가’다. 통상 위해 평가로 사람이 어떤 화학물질을 매일 평생 동안 섭취해도 위해를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해 ‘1일 섭취허용량’(ADI)을 정한다. 그러나 발암성시험과 유전독성시험에서 발암성과 독성이 확인되면 ADI를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발암성시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됐다고 해도 유전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은 ADI를 설정한다. 대부분의 식품에는 유해성분과 유용성분이 공존한다. 발암성의 특성이나 섭취량에 관한 정보 없이 단순히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만 강조하면 위해성이 과대하게 부풀려져 불안감만 확산된다. 식품을 선택할 때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으로 더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안전성을 정량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 폭염의 날씨에도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나가는 인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참석이 이뤄졌다. 이날 집회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불법촬영 등의 성범죄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인 만큼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하고,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술 및 비수술 트랜스젠더까지 배제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북단에는 남성 통행이 금지됐고,광장 주변에서 남성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시도하면 경찰이 제지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총 7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지금까지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가 1차 시위(5월19일) 1만2000명, 2차 시위(6월9일) 4만5000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별도의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문재인도 한국남자’,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한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의 일상이었지만, 청와대 청원과 경찰 신고에도 돌아온 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 있어서 여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 각 부처는 여성의 삶을 실제 개선할 정책을 시행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광화문서 ‘몰카 규탄’ 시위…붉은색 입은 ‘생물학적 여성’만

    오늘 광화문서 ‘몰카 규탄’ 시위…붉은색 입은 ‘생물학적 여성’만

    그동안 혜화역에서 열혔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4일 규모를 더욱 확대해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 시위를 주최해온 ‘불편한 용기’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제4차 시위에는 5만여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할 수 있으며 드레스코드는 ‘붉은색’이다. 주최 측은 앞서 2∼3일 사법 불평등에 대해 경찰과 정부를 비판한다는 뜻을 담아 트위터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불편한용기’ 등 검색어를 반복 게재하는 ‘검색 총공’을 벌였다또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3500만원을 목표로 후원금을 모금한 결과,이달 1일에 이미 목표액의 105%를 달성했다. 이번 4차 시위는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묵념·의례로 시작해 구호·노래, 재판·삭발 퍼포먼스, 성명서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성차별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남(男) 가해자 감싸주기 집어쳐라’, ‘여남(女男) 경찰 9대1로 만들어라’, ‘자칭 페미 문재인은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칠 예정이다. 사법부와 경찰, 불법촬영 가해자를 규탄하는 의미로 ‘독도는 우리 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아리랑’ 등의 노래를 개사해 부른다. 참가자들은 혜화역 인근에서 3차까지 시위를 진행하는 동안 주변을 지나는 일부 시민이 동의 없이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으려 하면 ‘찍지 마’라고 외쳤으나 광화문이 대표 관광지인 만큼 이날은 이런 구호를 외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들을 찍으려 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아 ‘증거’로 수집할 것이라고 주최 측은 전했다. 주최 측은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따른 운영진의 입장문’을 통해 “시위에 사용되는 그 어떤 단어도 남성혐오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에게 쓴 단어는 ‘재기(再起)’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민 지지를 얻은 대통령께 그 발언에 맞게 ‘페미 대통령’으로서 재기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더 저렴한 차보험료율 받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 전환한 남성

    더 저렴한 차보험료율 받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 전환한 남성

    자동차 보험회사가 청구하는 높은 요금이 불만이었던 한 20대 남성은 더 저렴한 차 보험료율 받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을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앨버타 주에 사는 남성 데이비드(가명, 24)는 지난 4월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 처음으로 자신의 보험 전략을 자세히 소개했다. 데이비드는 올해 초 새 차를 구입했고, 자동차의 충돌 또는 전복으로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각종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사는 데이비드의 운전 기록을 바탕으로 4517달러(약 505만원)의 요금을 청구했다. 경미한 충돌과 한 두 번의 속도위반 딱지를 떼인 데 비해 그에게는 과한 금액이었다. 그는 보험 중개인에게 “궁금해서 그러는데 내가 여자라면 보험료가 얼마나 듭니까?”라고 물어보았고, 3423달러(약 382만 5000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캐나다와 미국에서 25세 미만 남성 운전자들은 여성 운전자보다 더 많은 자동차 보험료를 지불해야한다. 통계적으로 남성이 차 사고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성차별로 인지한 데이비드는 화가 나서 그의 보험 중개인에게 서류상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포기를 몰랐던 데이비드는 앨버타 주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성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성전환 수술을 원치 않았던 그는 담당 의사에게 성별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자신이 정신적으로는 여성임을 증명하는 소견서를 받았고, 모든 필요 서류를 구비한 뒤 이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메일로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라고 되어있는 새 출생증명서와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그는 “꽤 충격을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내가 체제를 부순 것 같은, 승리한 기분이 들었다. 서류상 성별 변화로 1년에 거의 1100달러(약 123만원)을 절약했다”고 자랑하며 “허점을 이용했다. 난 생물학적으로 100% 남성이지만 법적으로 여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캐나다 트랜스 커뮤니티 회원들은 데이비드의 비용 절감 전략에 분노를 보였다. 트랜스 동맹 사회(Trans Alliance Society) 전 회장은 “그의 행동은 트렌스젠더의 권리를 빼앗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기를 주는 꼴”이라며 “지금껏 변화를 만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동기에 의구심을 던지고, 전 과정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앨버타 주의 한 선출직 공무원도 그가 위증죄를 저질렀고,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레딧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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