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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수소연료 개발 본격 착수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위기 속에 정부가 수소연료 생산연구를 통한대체 에너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22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미래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게 될 수소연료 개발을 위해 최근 세부시행과제를 마련,에너지기술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대로 이달부터 연구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세부과제는 ▲금속산화물계 열화학 사이클에 의한 수소제조 ▲태양광 이용 생물학적 수소제조 ▲광촉매 수소생산 기술 등 3개로,우선올해에 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소연료 개발에 앞으로 5년간 민간부문 20억원을 포함해 모두 8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수소는 오는 2020년대에 이르면기존의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각국에서도 수소 제조방법의 개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 의료계 요구안 내용·전망

    의료계가 31일 발표한 대정부 요구안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내용이다.그러면서도 구속자 석방,수배자 해제 등 전제조건을 내세워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들어줄 수 없는 사항을 요구하고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약분업과 관련,▲약국에서 판매하는 포장단위를 용법기준으로 7일 이상으로 하고 ▲국민들의 자가치료의 안전과 남용 및 습관성 위험이 없는 의약품은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팔도록 하며 ▲낱알 판매 유예조치를 없앨 것 등을 요구했다.여기에 대체조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의사의 사전동의가 있는 경우 ▲생물학적 약효동등성이 인정된 의약품은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아울러 대체조제시 환자의 사전동의를 받고 24시간내에 의사에게 문서로 통보하며 약사가조제 및 판매 기록부를 작성,5년간 보관토록 했다. 이밖에 상용처방약 선정,의료보험수가 및 의료보험재정 안정책,대통령 직속의 의료발전특위 상설기구화 등을 요구했다.의과대학의 정원도 현행 70% 수준으로 감축하고 주치의 제도 실시 보류 등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고위관계자는 “의료계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핵심 쟁점은 10개 내외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사태해결의 관건은 의료계가 타결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말했다. 유상덕기자 youni@
  • ‘저서 100권 출간’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문학평론가 김윤식교수(서울대 국문과)가 최근 현장비평서 ‘초록빛 거짓말,우리 소설의 정체’를 펴내 100권째 저서출간이라는 의미깊은 기록을 세웠다.번역,편저,감수 저서까지 합하면 130권이 넘는 김교수를 찾아 책쓰기,문학작품 읽기,그리고 문학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언제부터 100권 째 책저술을 의식하게 되셨나요. 내가 일일이 세어 본 것은 아니고 홋데이란 일본 서지학자가 리스트를 만들어 알려줬어요.이미 90권이 넘어섰을 때였습니다.책 숫자가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많은 책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도 있는지.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많았던 탓입니다.왜 시간이 많았던가.사람은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자기 일만 하는,자기 일에만 몰두하는,‘고약한’ 유형이며,두번 째는 자기 일은 내팽개치고 남의 일,사회에 온갖 열정을 갖고 달려드는 사람으로 이도고약한 유형입니다.대부분의 사람은 이 두 유형의 중간을 적당히 걷고 있는데 나는 첫번 째 고약한 타입으로 자기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시간이많았고 그 시간을 책보는 데 쏟았던 것입니다. ◆책에다 남달리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인상입니다만. 그렇습니다.처음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해야겠군요.‘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학자나 비평가 ‘종자’들을 공동묘지에서 시체나 지키는 신세로 꼬집고 있습니다.책은 관이고 도서관은 공동묘지로 남이 쓴 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시체지기에불과하다는 것이죠.현실을 모르고,시체와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공부나 하고 있는,인간 축에도 못드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비꼽니다. 사르트르만큼 책을 많이 읽었던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스스로 여기서 뛰어나오려고 이렇게 책과 관련된 것을 비하하면서 참여문학의 기치를 높이 쳐든 것입니다.사르트르의 말에 나를 비쳐볼 때꼼짝없이 들어맞는다는 생각,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는것입니다. ◆그래도 책을 쓴다는 건 대사회적인,적극적인 어떤 태도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간접적으로 뛰어나온다고나 할까.극도로 자기 일에만 몰두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나도 알고보면 ‘문제있는’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문학 연구가 출발점입니다.1930년대의 카프 활동은 우리의 진정한 근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73년에 나온 본격적인 첫 책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는데 당시는 반공 이데올로기 절대우위의 유신 시절이었습니다.금기시되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으니 판금도 당하고 보안사에서 내 책을 죄 가져갔습니다.그런데 그때 나한테 대단한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이건 착각이었습니다.이론이나 학문은 어떻든 회색의 세계입니다.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생명의 황금 나무는 녹색’이라고 말할 때의 녹색과 대비되는 회색입니다.헤겔은 법철학 서문에서 ‘회색에다 회색을더해봐야 회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나 책을 내는 건 아닙니다.자신의 책에 대해 더 말한다면. 내가 쓴 책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비평사 연구 같은 학술적인 것,창작품에 대한 현장비평 즉 평론,그리고 학술 예술 문학 방면의 기행 등입니다.나는 본래 어려서 작가가 되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국문과에 가야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산에서 서울로 와 대학 국문과에 갔습니다.그러나 대학은 학문,과학하는 곳이었습니다.잘못 온 것이죠.작가가 된다는 생각을 때려치우고 연구의 길로 나섰습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인데 창작은 못하고 중간적인 비평을 하게 됐고,창작에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으로 많은 기행문을 썼습니다.나름대로 유려한 문장을 실컷 쓰고자 했습니다. ◆책을 많이 썼다는 사실보다 남의 글과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을더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는데 남의 글을 읽는 것에 대해 말하면. 남의 글을 읽는 것이 본업이죠.지난 25년간 소설을 주로 해서 새로발표되는 작품은 거의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읽어왔습니다.왜 이렇게 열심히 읽어왔나,꼭 직업 상의 이유 뿐일까.아까 말했듯 시간이 많아 투자를 많이 한 것이 한 이유가 되고 또 하나는 문학 창작 작품에는 뭔가,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어떤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작가는 평범한 우리와 비슷한 사람으로 결코 비범하다거나 우리보다 뛰어난 사람은 아닙니다.작가들이 작품을 쓸 때는어떤 의도가 있는데 신기한 것은 완성된 작품은 작가가 처음 의도한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작가도 모르는 것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그래서 문학작품이 인간과 세계를 읽는 텍스트가 되는 것이며이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에 매료당해 소설을 끊임없이 읽었다고할 수 있습니다.작가는 보통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작품은 보통이 아닌 것입니다.가치가 있고 나아가 인류의 유산이 됩니다.작품 속에 내가필요로 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작가는 내 스승인 것입니다. ◆거기서 찾은 의미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통속적으로 쉽게 이야기하면 문학은,우리 문학은 ‘인간은 벌레가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인간의 기품,인간성,인간다움을 강조하는 것인데 우리 역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벌레 취급을 받아오곤 했습니다.이데올로기 분단 계급 문제의 와중에서 싸우고 죽고 부당한 대접을 받아온 예가 수두룩한데 그런 면에서 우리 문학은 위대합니다.인간의 위엄과 기품을 지키는데 대단히 큰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반공 이데올로기,기관원 시대나 유례없는 경제발전 속에 숱한 노동자가 벌레같이 희생되어 온 노사문제의 시대에 벌레가아니다라는 명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왔습니다.황석영의 ‘객지’가 그렇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소련과 동구가 붕괴되고 역사의 종말이 운위되기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우리 문학도 달라져야만 했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습니다.94년에 나온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에서 뚜렷해지는데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가 아니라 이제 ‘인간은 벌레다’가 됩니다.여기서 벌레는 인간이하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을 제한했던 꼬리표가 떨어져 나간,확장의 개념입니다.인간은 이제 연어고 철새고 메뚜기고 게놈인 것입니다.세계문학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우리 문학의 이런 조류를 나는 생물학적 상상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비평이란 무엇인가하고 묻는다면. 비평을 학문의 일분야라고 할 때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말한 ‘학문은 예술과 달리 언제가 뒷사람에게 추격당한다’는 말만큼 시사적인 것은 없습니다.누구 작품은 어떻고 저떻고 하고수많은 현장비평을 했던 나로서 비평은 ‘남을 창찬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고 정의내립니다.이 말에 대들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땅처럼 굳건합니다. 김재영기자 kjykjy@. *약력. 김윤식교수는 1936년 경남 진영에서 출생해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71년과 80년 일본에서 연구했다.62년 ‘문학방법론서설’로 등단했으며 현대문학 신인상(73년) 대한민국 문학상 문학평론상(87년) 등을 수상했다.평론가 김현과 ‘한국문학사’를 공동집필한 뒤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와 ‘근대한국문학연구’를 냈으며 80년대에는 평전쓰기를 주력해 ‘이광수와 그의 시대’ ‘김동인 연구’ ‘이상 연구’ 등을 냈다.‘우리 소설과의 만남’ ‘현대소설과의 대화’ ‘한국소설의 표정’ 등 현장비평서 외에 ‘한국현대문학사상론’ 등 문학사상사서도 저술했다.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3)낯선 땅에서

    *우연히 맛 본 '홍탁'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속에 던져 둔다.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그뿐 아니라 찜을 하여도 맛이 독특하다.발효시킨 홍어찜은 날 것 보다는 덜해도 개스는 여전해서 코를 탁 쏘는 맛은 여전하다.삭힌 홍어를 갖은 양념하여 다른 물고기 찜을 하듯이 뭉근하게 쪄서 내는데 살과 뼈를 모두 함께 먹을 수가 있다.잔뼈가많이 들어있는 지느러미께는 마치 중국요리의 샥스핀처럼 부드럽고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그냥 가자미처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과 채썬 무에 미나리 등속과 버무린 홍어무침은 흔히 경조사의 주요 음식으로 나온다.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뾰족하게 솟아난 코를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내가 해남 가서 처음으로 후배를 사귀어 선물을 받은 것 두 가지가있으니 그중 첫 번째가 ‘어란’이다.작은 항아리에 무슨 훈제 소시지 같은 것이 채곡채곡 들어 있었다.큰 아이가 아직도 해남 토박이인 그를 부를 때면 동섭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살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연유가 있다.해남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던 집 안에 수백년묵은 느티나무와 동백나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왔는데 백 오십여평남짓한 마당 안에 또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가지가휘도록 살구가 열려서 초여름만 되면 내 아이들이바구니 가득 따고는 했다.동섭이는 병원 집 장남인데 도시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뜻을 잃고 낙향해서 집안 일을 거들던 청년이었다.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 살구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아서 농담 치고는 좀 괴이쩍게 생각했더니 한참 뒤에 내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성님이야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촌 구석 사람인디 금방이사가뿔면 저놈들이 내를 알것소.내가 이렇게 해둬야 낭중에 날 기억하지 않것소,하는 것이 그럴듯한 그의 대답이었다. 황석영. @
  • 바이오 벤처 미생물 특허출원 급증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미생물 특허출원이 올해들어 급증하고 있다. 1일 특허청에 따르면 생명공학분야 특허출원을 위한 미생물기탁 건수는 6월말까지 217건으로,작년 상반기(158건)에 비해 37%나 증가했다. 미생물 기탁이란 유전자 세균 등 생물학적 물질의 특허출원시 명세서 기재이외에 관련 미생물을 지정 기탁기관에 의무적으로 맡기는 제도다.
  •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생태 제국주의’

    지금껏 우리가 세계사 교과서를 통해 파악해온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는 어땠을까.정복자의 입장으로 기우뚱 ‘이해의 추’를 기울인 채,그들의 지배논리를 뒷받침해주는 상황설명쪽에만 열심히 귀를 세워오진 않았었나. 도서출판 지식의풍경이 펴낸 ‘생태 제국주의’는 역사이해의 그런 맹점을새삼 환기시켜주는 책이다.구대륙의 침입자들보다 더 큰 보폭으로 신대륙을섭렵해들어간 것은 구대륙산(産) 잡초나 질병들이었으며,따라서 유럽 제국주의의 역사는 ‘생태계 정복의 역사’라고 책은 단언한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 미국학 교수인 지은이 앨프리드 W.크로스비는 이같은 논리를 펴기에 앞서 ‘네오 유럽’이라는 신조어부터 만들었다.유럽 본토에서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유럽인이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있는 ‘지배공간’을 아우르는 말이다.주민의 혈통이 거의 전부가 유럽쪽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멕시코 이북 아메리카 등지에 책의 관심은 집중돼있다. 유럽 제국주의의 성공에는 생물학적·생태학적 요소가 결정적으로 뒷받침돼있었다는 주장은 여러 대목에서 설득력을 확보해간다.무엇보다 기후문제.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네오 유럽이 비슷한 위도에 걸쳐져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네오 유럽의 최소 3분의 2가 북반구와 남반구의 온대지방에 속해있다는 것.구대륙인들의 지배이론이나 이념보다도 기후를 비롯한 생태계에의 친화·정복력이 식민지배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세기 초 뉴질랜드.구대륙에서 들어온 가축류의 확산을 가로막은 것은 부족한 풀이었다.백인 침입자들은 그들의 양을 방목키 위해 모국서 가져온 토끼풀을 심었고,꿀벌을 끊임없이 분봉시켜 잡초의 확산을 도왔다.토끼풀은 뉴질랜드를 제국주의에 편입시킨 수훈갑이었다. 이런 논리는 책의 전편에서 생태제국주의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내내 부상해있다.찰스 다윈이 ‘인간의 유래’(1871)에서 보여줬던 통찰력이 새삼 주목받는 건 그래서다.“문명화된 민족들과 야만족들이 만났을 때,치명적인 기후가 토착인종을 후원해주지 않으면 토착인의 투쟁은 아주 짧게 끝나고만다”6장 ‘범위내에 있지만 지배하지 못한 곳들’ 즈음에 이르면 책읽기의 호기심이 한층 더해진다.제국주의가 끝내 정복못한 땅도 있다는,생태제국주의의‘예외조항’을 인정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구대륙과 기후가 비슷한 북회귀선 이북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즉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백인 제국주의자들이 식민개척에 실패한 데는 ‘기후 그 이상의 배경’이 있었다.강력한 중앙정부,탄력적인 국가제도,문화적 자부심….그러나 정복에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그 아태 국가들이 구대륙과 같은 곡물과 가축,미생물 등을 갖고 이미 그생태계에 익숙해 있었던 데서 발견된다.이방인들의 발길에 묻어온 생태계가전혀 낯설지 않았던 것이다.또 제국주의 확산에는 구대륙이 퍼뜨린 질병의위력도 크게 한몫했다.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을 무기력하게 만든 건 유럽인들이 갖고 들어간 병원균,성병이었다. 책이 미국에서 처음 발간된 것은 14년전이다.그럼에도 여전히 현재성을 띠고 빛을 발하는 것은,위압적 제국주의의 속내를 뜯어보게 하는 내밀한 시각을제시하기 때문이다.콜럼버스 시대에서 500년이 지난 지금도제국주의 식민화 프로젝트는 소리소문없이 진행중일 것이므로.안효상 정범진 옮김. 황수정기자 sjh@
  • 정부 약사법개정안 내용

    정부가 13일 국회에 제출한 약사법 개정안은 임의조제는 의료계의 주장을받아들이고,대체조제는 의·약계 의견을 절충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안은 일반의약품의 낱알혼합판매를 규정,임의조제의 근거조항으로 지적된 약사법 39조2항을 삭제하는 대신,일반약의 최소 포장단위는 시장원리에맡겨 제약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생산토록 했다.그러나 즉각 시행할 경우 초래될 국민들의 혼란과 제약회사들의 사전 준비 부족,약국의 재고 의약품 문제등을 감안,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법으로 일정 기간 낱알판매를 허용했다. 대체조제 문제는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에서 의·약계가 협의·조정한 600개 품목 안팎의 상용처방약에 대해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는 대체조제할 수없도록 했다.그밖의 품목들에 대해서는 약사가 대체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약사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의사에게 늦어도 3일 이내에 알리도록 했다.이전까지의 정부안은 대체조제 때 환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했었다. 정부안은 지난 6일 의·약·정이 ‘의사가 상품명으로 처방한 경우 약사는의사의 동의없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할 수 없으나,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품목이나 카피제품을 오리지널 제품으로 대체하는 경우 의사 동의 없이 대체조제할 수 있다’고 합의한 잠정안과 비교할 때 의료계의 입장이덜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안은 상용처방약 목록의 품목 수를 600개 안팎으로 했으나 종합병원,병원,동네의원의 분포 등 지역 실정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했다. 지역내 의사가 상용처방약 목록 이외의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해당 의약품이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에서 협의·조정될 때까지 약사가 대체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유상덕기자 youni@
  • 약사법 개정 좌초 위기

    약사법 개정논의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11일 국회의 중재로 진행되고 있는 약사법 개정 논의에 불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약사회는 이날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시·군·구 분회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확대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의료계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다닐 수 없다”면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일반의약품 판매방식이나 대체조제에 관한법개정 논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의대교수협의회(회장 김현집)는 이날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가 전날 내놓은 최종안에 대해 성명을 내고 “의약분업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는 엄격히 규제돼야 하는데도 시민단체안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제기록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약물 오·남용을 방치하고 국민을 약화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특히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되지 않은 저가 의약품을 사용토록 권장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차액을 의·약사에게 보상하자는 논리는윤리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시민단체안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내에서 신망이 두터워 의사단체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성명은 의·약계간의 의견차이로 국회에서 난항을겪고 있는 약사법 개정작업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상덕기자 youni@
  • 국회 복지위 이모저모/ 의약분업 보완책 집중 추궁

    2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는 ‘의료대란’ 이후 약사법 개정과 정부측 대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추가재원 확보 방안,1개월간의 의약분업 계도기간 준비대책 등을 따졌다.약사법 개정을 위해 ‘의약분업대책 6인소위’도 구성했다. ■정부대책 여야 의원들은 먼저 정부측 준비소홀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민주당 김태홍(金泰弘)의원과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의원 등은 “1개월의 계도기간 운영은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의 준비 소홀을 인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명섭(金明燮)의원은 “대체조제 허용과 관련된 비교용출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추가재원 마련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의약분업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문제점도 도마위에 올렸다.민주당 최영희(崔榮熙)의원은 “임의조제를 금지하면서 30알씩 묶어서 약을 파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약국에서 약을 살 때 주민등록 번호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국민 불편을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의원은 “의료계에서 기본 처방전을 제대로 교부하지 않아 약국 의약품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민건강을 위해질이 낮은 약품은 의사 처방전에 포함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은 없느냐”고물었다. ■약사법 개정 약사법 개정 방향과 합의도출을 위한 방안을 놓고 여야간 다른 시각을 보였다. 민주당 김성순(金聖順)의원은 “약사법 개정을 위해 의약분업시민운동본부,의사협회,약사회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 2명씩을 파견,‘6인 협의회’를통해 합의점을 도출토록 하되 보건복지위의 의약분업 대책소위가 중재역할을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의료계,약사계,시민단체 대표와 정부측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약사법 개정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말했다. ■의약분업대책 소위 구성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의약분업대책 6인 소위’를 구성했다.위원에는 약사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약사 출신을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나라당 김홍신·윤여준(尹汝雋),민주당 김태홍·김성순·이종걸(李鍾杰) 의원 등이 선임됐다. 소위는 오는 7월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료계와 약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개정안 합의 도출을 위한 중재 활동도 벌이게 된다. 최광숙기자 bori@
  • 심리학자 낸시 에트코프 ‘美-가장 예쁜 유전자만‘

    인간이 미(美)를 추구하는 데는 어떤 배경이 놓여있을까.인류역사를 통해 미의 실체에 관한 정의는 끝없는 논쟁을 이끌어내왔다.여성의 미를 얘기할 때그 소란은 더했다.여성미의 기준이 남성우월문화의 조작에 근거한다는 페미니즘적 주장은 때로 치장에 열중하는 여성을 부자연스런 인간유형쯤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낸시 에트코프는 미인을 선호하는 것은사회적 배경과는 무관하며,그것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일 뿐이라고 일축한다.‘美-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살림)는 철저히 생물학에 논거를두고 출발한다.여성미의 가치기준을 남성우월주의 운운하는 페미니스트들의주장을 정면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책은,다윈의 적자생존론처럼 미를 엄연한 진화의 산물로 파악한다.아름다움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진화과정에서 그것은 종족 보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가치평가돼왔다는 것이다.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이를테면 화려한 것을 ‘밝히는’ 암컷 새의 경우.1930년대 유전학자 로널드 피셔는 성의 선택과정에있어 도태의 원리를 그 이유로 제시했다.자신의 새끼가 훗날 짝짓기때 선호대상이 되길 원하므로,암컷 새는 더 크고 화려한 장식물을 단 수컷 새를 좋아한다는,생물학적 접근논리다.결론은 미의 진화다.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일급 신체조건을 갖추려는 수컷새의 노력이 점점 꼬리를 길고 화려하게 만들어갔다. 이 모두에 앞서야 할 논거는 ‘미에 대한 욕구는 생물학적 본능’이라는 명제다.어른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얼굴사진에 생후 3개월짜리 아기도 가장 오래 반응한 실험결과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고,지은이는 예로 든다.이기문옮김.값 9,000원. 황수정기자 sjh@kadily.com
  • 사회·문화적 배경 따라 ‘섹스의 역사’달라진다

    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성직자가 된 젊은 귀족이 있었다.한적한 시골여관에머물게 된 이 젊은 수사는 뜻하지 않은 시험에 든다.여관집 외동딸의 장례식전날, 주인내외 대신 밤새 시체를 지켜줘야 했던 그는 그만 죽은 여자의 미모에 반해 시체를 범하고야 말았다.문제는 그 다음이다.죽은 줄 알았던 여자는 다시 깨어났고 수사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미국 역사학자 토머스 월터 라커가 쓴 ‘섹스의 역사’(원제 Making Sex·황금가지)는 첫장이 이렇게 열린다.‘무슨 엽기냐?’ 싶겠지만,책은 엽기와는하등 상관이 없는 성(性)과학의 고전임을 미리 귀띔해두고 넘어간다. 시체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섹스에 있어서의 남녀,정확히는 여자의 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리 해석돼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이 이야기속 여성의 상태에 대해서는 18세기 이전과 이후의 해석이 판이했다.“여자는 성적 희열에 조금이라도 몸을 떨었을 것이다.해서,여자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수사가 몰랐을 리 없으며 여자 또한 죄를 피하기 위해 땅에 묻히기 직전까지 혼수상태를 위장했음에 틀림없다” 고대 이후 계몽주의 시대 이전까지 통했던 이 논리는 19세기로 들어서면서 전복됐다.“여자는 육체의 쾌락을 느끼지 않고도 임신할 수 있다.따라서 수사는 여자가 살아있다는 걸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쾌락없이는 어떤 생명체도 만들어질 수없다는 낡은 이론이 마침내 깨진 것이다. 책은 생물학적 성인 ‘섹스’와 사회학적 성인 ‘젠더(Gender)’의 관계에깊이 주목하고 있다.젠더와 섹스 모두 불변하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구성돼왔음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주장한다. 여성의 몸이 ‘불완전한 형태의 남성’쯤으로 간주돼온 역사가 얼마나 길었었는지 새삼 놀랍다.‘남성의 생식기를 몸안으로 밀어넣으면 곧 여성의 몸이된다’는 남근적 해부학 이론(여성의 성기는 남성의 불완전한 형태일 뿐이라는)을 제시한 고대로마 갈레누스식 사고방식이 뒤집어진 것 역시 18세기가 지나서였다. 중반을 넘기면서 책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성쪽으로무게중심을 옮긴다.사람들의 인식속에 두가지 성 모델이 확실히 잡아가는 역사를 돋을새김으로 보여준다.“여성의 존재인식은 과학발전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는 지은이는 프랑스혁명 시절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재미난 대목도 많다.정자는 ‘능동적’이고 난자는 ‘수동적’이라는 도식은가차없이 깨진다. 여성의 자궁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난자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정자들의 그림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어본 적이 있는가? 책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난자는 정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서,수많은 정자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달려들어야만 공략이 가능하다는…. 섹스의 역사는 사회·문화적 동인에 의해 간단없이 진화되고 있다는 결론이다.분명,섹스는 지금도 진화중이다.종족번식의 의미를 가졌던 성이 어느새사이버섹스로까지 변이돼 있는 오늘의 상황은 먼훗날 어떻게 해석될까.1만8,000원. 황수정기자 sjh@
  • [기고] 여성시인 폭행사건을 보고

    최근 여기저기에서 술자리와 관계된 성추문들이 터져나오고 있다.일부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의 광주 술자리를 같은 맥락에서 도덕적으로 성토하기도 하지만,나는 이 문제는 왜곡된 성문화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그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이 사건을 빌미로,수구 언론들이 사뭇 거룩한표정을 짓고 호통을 치는 장면은 정말 바라보기 역겹다.5·18을 폄하하고 훼손하는 데 앞장서 왔던 언론이 갑자기 5·18을 들고나와서 ‘도덕성’을 운위하며 호통을 치다니,소가 웃을 일이다.언제부터 한국의 수구 언론들이 그렇게 5·18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나는 5월 18일 광주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젊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그들은 정말 경솔했고,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다른 사람들은 다 몰라도 그들은 5·18을 그렇게 허랑하게 보내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다.그들은 모두 광주의 아들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그들을 향해 저주의 철퇴를 내리치는 극우 언론의 자세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광주의피값으로호의호식하고 있는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현장에서 젊음을 불살랐던 젊은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단죄하는가? 이 사건이 우리나라 특유의 술문화와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그 뒤에 터져나온 진보인사들의 성추행 사건과 이 사건을 묶어서 바라보는 것은 온당하지않다. 장원 교수의 성추행 사건은,젊은 정치인들의 술자리와는 달리,‘성’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문제의 복판에 놓여 있다.진보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는 남성조차 여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마쵸(남성우월주의자)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대부분의 성공한 한국 남성들은 여성을 성공의전리품 정도로 생각한다.권력을 가진 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차지하는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관계 안에서 성은 인격체의 발현으로서기능하지 못한다.얼마전에는 중견 남성시인이 후배 여성시인을 성적으로 모욕하며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났다.가해자는 사건이 불거지자,사과는 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모욕하는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이러한 행태는 피해자인여성을 두 번 모욕하는 행위이다. 적어도 떳떳하게 인정하는 태도라도 볼 수있다면 좋겠다. 이 남성 시인 역시 세련된 어법을 구사하는 현대적인 인사이다.그러나 성 문제에 관한 한,역시 전근대적 마쵸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인터넷 안에서 이 사건은 네티즌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지만,이 사건에대해서 유감을 표현하는 남성문인들은 한 사람도 없다.그저 사건을 쉬쉬 덮느라고 바쁠 뿐이다.이런 사건이 두드러질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 중의 하나는 여성이 유혹자로서 원인을 제공했다는 논리이다.그러면서 늘상 남성은성적 유혹에 약하기 때문에,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나는 성이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남녀간의 사랑의 문제는 생물학적인 결정론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사랑과 섹스 역시 역사적 산물이며,문화적 훈련의 소산이다. 따라서 양성이 진정한 사랑의 실현을 위해서 함께 문화적으로 노력해야 할의무를 가지고 있다.인간은 이미 문화의 인격적 단계로 넘어왔기 때문에 동물의 비인격적성을 인간의 성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틀로 사용할 수 없다.성추행이란 바로 성이 인격적 발현물이 되지 못하게 하는 사건이기 때문에,성추행을 겪은 여성은 심한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한 인간이 진보적이라는 것은,일차적으로는,세계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과거의 바람직하지 않은 구태를 실천적으로 극복해간다는 뜻이다. 여성에 관한 태도는 남성의 진정한 진보성을 가늠할 수 있는가장 확실한 바로미터이다.여성에게 가해지는 폭행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과거의 사람이다.그런데 지금 세계는 과거의 사람을원치 않는다.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거나,아니면 가만히 당신들의 자리에 머물러 있기 바란다. 김정란 성지대교수‘ 시인.
  • [기고] 서울시 공무원 이래도 되나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필자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하였다고 한다.우리 연구실에서 90년대 초부터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서울시수돗물이 대장균과 같은 세균에 자주 오염되어 왔으나 서울시는 이를 계속부정하여 왔다.그러나 96년도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다량 검출되었다.특히 놀라운 점은 분변성 대장균까지 검출되어 서울시 수돗물이 분뇨에의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가 자체조사에서 확인한 사실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우선 그동안 서울대의 연구처럼 수돗물의 안전성이 의심되는 과학적 자료가 나올때마다 서울시는 염소소독을 하니까 대장균이 나올수 없다고 강변하여 왔다.그리고 만약에 대장균이 나와도 그것은 가정의 물탱크를 청소하지 않은개인 탓으로 치부하여 왔다. 그러나 서울시 자체조사 결과는 수돗물이 가정집에 도달하기 전인 가압장이나 배수지에서 이미 대장균이 검출되어 그동안 오염된 수돗물이 가정집에 배급되어 왔음을 확인시켜 준다.또한 대장균 검출시의 염소농도가 법적 기준보다도 최고 4배 이상이나 많이 존재하여 염소소독을 한다고 하여도 미생물학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그래도 서울시는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수돗물이라고 1년에 10억원씩 들여 홍보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대장균에 비해 염소에 대한 내성이 훨씬 강하여 대장균이 검출되는 수돗물이라면 바이러스오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실제 조사 결과 서울시와 부산시의 수돗물이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복합적으로 오염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97년도에 학계에 보고하였다.당연히 서울시와 환경부에서는 부인하고 나섰다.우리의 조사방법과 결과를 믿을 수 없고 염소소독을 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얘기이다.이에 한국미생물학회에서 특별위원회를구성하여 장기간 정밀 검토한 끝에 우리의 방법이 환경부 용역조사팀보다 더정확하고 수돗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한 사실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회가 검토하는 8개월간 서울시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않아 비교검토를하지 못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수돗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한 내용의 논문이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에 최근에 게재되어 우리의 연구방법과 결과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서울시와 환경부는 여전히 방법을 갖고 억지를부린다. 미국환경청은 세포배양법으로 살아있는 감염성바이러스가 검출되면그 수돗물이 오염된 것으로 판정한다.필자는 이 방법으로 검출된 바이러스를종류까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검색법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그런데 서울시는 앞부분의 세포배양법을 한 내용은 빼고 추가적으로 실시한 유전자검색법만 하였다고 틀렸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그러나 최근의 방송토론에서 서울시는 우리가 한 방법이 옳다고 인정하여 일부 언론이 오보하게 만들었다. 또 논문에는 작년도 자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 조사를 하지도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허위사실유포로 형사고발하였다.그러나 그 논문은 작년 8월에학회에 접수하였으니 당연히 그 이전의 자료는 빠질 수밖에 없다. 작년 결과는 다음 논문을 위해작업 중에 있을 뿐이다. 수돗물 바이러스오염 논쟁이 벌써 3년째이고 세균논쟁까지는 7년째이다.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수돗물에 세균과 바이러스가 없다면 방법을 달리 한다고검출될 수 있겠는가? 국내외의 전문가 집단이 인정한 만큼 이제는 서울시와환경부도 오염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요즘캐나다에서는 수돗물이 대장균에 오염되어 9명이 죽고 1,000여명이 감염되었다.서울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어린이질환이나 세균성이질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나 캐나다에서의 사고 모두가 물이 분뇨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수돗물 마시고 죽는 사고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金 相 鍾 서울대교수·미생물
  • 주목받는 3권의 페미니즘 관련서적

    페미니즘 관련서들이 경계해야 할 가장 큰 함정은 대상의 지나친 미화에 있다.‘이러저러해서 여자가 찬밥 대접을 받아왔다’는 식의 다분히 감정적 대응법을 택하기 일쑤여서이다.거기다 필자가 여성일 때 그런 오류의 여지는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다음 두권의 책은,바로 그런 우려에서 자유롭다.‘여성의 성공 왜 느릴까?’(여성신문사 1만8,000원)와 ‘여자와 여자’(롱셀러 7,500원)는 둘다 지은이가 여성이다.전자는 미국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인지과학자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버지니아 밸리언이,후자는 70년대 중반부터 ‘성(性)과학’의 영역을 개척해온 셰어 하이트가 각각 썼다. 우선 ‘여성의 성공…’에는 표제 그대로의 논지가 담겼다.여성의 사회적 성공이 남성에 비해 느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따지되,한줄도 감상주의에 의존하지 않는다.지은이의 폭넓은 관심영역 덕에 책은 페미니즘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려는 독자들에게도 얼마든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생물학적·경제학·심리학·사회학·문화적 데이터들을 두루 확보한 지은이는군데군데 그들을 제시하며 남녀불평등 사례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댄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려면 ‘성별 도식’이란 코드개념부터 유념해야 한다.뭉뚱그려 말해 그것은 성(Sex)과 성별차이(Gender)에 대한 ‘무의식적’ 가설.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성별 학습이 남녀의 역할능력을 불평등하게 구분짓게 하는 모순의 씨앗이란 지적이다.남아와 여아가 장난감과 옷차림을 선택하는 걸 보면,세살즈음부터 이미 성별도식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책은 실례(實例)로 든다(물론 그것은 부모나 사회환경으로부터 습득된 후천적 인식이다).진짜 문제는,‘남자(혹은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성별도식이 일단 한번 자리잡고나면 성장과정에서 무서운 ‘예언력’을갖게 돼 꾸준히 왜곡된 형태의 자기암시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책 제목에 대한 해답은 제3장 ‘성별에 대한 학습’(76쪽)에서절반쯤은 찾아진다.“남성과 여성이 직업전선에 진입할 즈음이면 남녀에 대한 무의식적 가설들이 이미 여성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용한다”고 결론짓는다. ‘여성의 성공…’이 사회진출 이후 남녀불평등의 정도와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여자와 여자’는 그보다 좀더 근원적이고 내밀한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세계 13개국 여성 6,000여명을 인터뷰한 후 ‘여성 인간관계학’을 본격 조명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76년.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성을 유지할 수 있는 덕목은 곳곳에서 엿보인다.기실,무수한 페미니즘 논의속에서도 ‘여성과 여성’간의 관계(relationship)가 표면화된 사례는 좀체 없어왔다.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와 여자의 관계를 놓고 사람들이 농반진반 해온이 말에 책은 정색하고 따진다.오랜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선택’당하는 것으로 평생의 운명을 걸었던 여성들이었기에 은연중에 같은 성(性)을 경쟁상대로 파악해왔을 뿐이라는 논박과 함께. 괜스레 입에 담기 께름칙했던 대목들도 고집스럽게 들춰낸다.성담론이 아무리 무성해도 모녀가 함께 머리맞대고 섹스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제1장영원한 평행선,어머니와 딸),사춘기 시절까지 둘도 없이친한 (여자)친구사이도 일단 한쪽이 이성을 사귀고나면 소원해지고마는 이유(제2장 여자들 사이에도 당연히 우정이 있다) 등 ‘알 듯 모를 듯한’ 여자관계들을 논리적으로 풀어주고 있다.20년을 넘게 페미니즘을 연구해온 지은이는 여성을 남성과대각선 꼭지점에 놓인 상대로 보진 않았다.대신, 신체적 접촉이 금기시된 여성과 여성간의 관계는 ‘제3의 관계’를 통해 복원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여성과 여성이 신체적 접근을 하거나,서로의 몸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한 뿌리깊은 금기가 여성들끼리의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는 얼마든 설득력있다. 덧붙여 한권 더.맥락은 좀 다르지만,‘도움이 되는 친구 해가 되는 친구’(해냄, 8,000원)도 여자들끼리의 우정을 주제로 여성문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닮은꼴이다.모두들 여성을 향한 애정의 시선이 퍽이나 깊다. 황수정기자 sjh@kadily.com
  • [새세기를새롭게 비전’한국21’](17)근검·절약의식 추스르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일어난지 3년도 채 못됐지만 과소비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득은 IMF 이전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소비성향은 지난 82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김포공항은 해외여행객들로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빈다.우리 국민들은 너무 쉽게 IMF사태를 잊어가고있다. 한국의 대중목욕탕에 들어가 본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을 펑펑 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통계상으로도 1인당 물 소비량은세계 최고 수준이다.한국인은 1인당 하루 평균 396ℓ의 물을 쓴다.프랑스(281ℓ)나 영국(323ℓ)보다 훨씬 많다. 우리는 벌써 ‘IMF’를 잊었다. 바로 어제까지 하던 금모으기며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다시쓴다의 줄임말)운동은 벌써 옛얘기처럼 까많게 잊었다.호화사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소비지출은 18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올 1·4분기중 소비성향은 79.4%에달해 소득에서 세금이나 공과금 등을 뺀 돈중에서 80% 가까이 쓴 것이다.오락용품·통신비·외식비·여행비 등의 지출이 적게는 30%,많게는 70%나 늘었다.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 사정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아낌없이 쓰는 물값의 40%는 에너지이다.경상수지 적자와 직결된다.소비벽은 경상수지의 급격한 감소를 부르고 있다. 소비재 수입도 폭발적이다.외제 가구류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91%,위스키는82% 증가했다.외제담배는 73%,바닷가재가 108%,스키용구 233%,골프채는 50%늘었다. 세명이 모여야 담배 피울 성냥불을 붙인다는 독일인들의 절약정신은 몸에밴 습관이다.국민소득이 2만∼3만달러나 되는 선진국 사람들은 근검절약이체질화돼 있다.그것이 경제대국의 바탕이다. 유럽의 어느 국가라도 동네 뒷골목에는 하찮은 물건까지도 주인을 바꿔 다시 쓰기 위한 벼룩시장이 성시를 이룬다.더치페이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에는화장실 물을 아껴쓰기 위해 거의 유료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인들은 가구는물론이고 옷이며 그릇도 대대로 물려쓴다.가전제품도 여러번 고쳐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쓴다.수선점은 늘 붐빈다. 우리는 어떠한가.가전제품은 새모델이 나오기 무섭게 갈아치운다.멀쩡한 것들이 폐품으로 나와 쓰레기장을 메운다.옷이며 음식들은 고급이고 비쌀수록잘 팔린다.상 가득히 차린 음식은 절반도 먹지 못하고 음식쓰레기로 쌓여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한양대 김영산(金永山)교수(경제학)는 “바로 어제까지도 근검절약에 공감하던 우리가 경제가 나아졌다고 해서 과거보다 더할 만큼 낭비벽에 빠지고있는 것 같다”며 “최근 몇년 사이에 겪었던 어려움을 교훈으로 삼고 삶의자세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근검절약을 통한 경제 부흥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몽당연필을 볼펜 자루에끼워서 썼던 과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삯바느질로 평생 모은 돈 5억원을대학에 기증한 할머니.30년동안 구두를 닦아 5억원을 저축한 미화원도 있다. 경제대국은 작은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는 데서 시작된다. 손성진기자 sonsj@. *정신분석학에서 본 과소비. 길거리를 질주하는 고급 외제 자동차,시골에까지 파고드는 초대형 아파트,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화려한 옷,백화점에서 인기를 끄는 명품점,호화 해외여행….주변에서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과소비의 현상들이다.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속내를 내비치는 이같은 현상들의 이면엔 분수에 맞지않는 쇼핑중독과 이른바 ‘졸부’로 통하는 일부 부유층들의 지나친 현시욕이 스며있다.우리는 이런 모습들을 단순히 ‘빈익빈 부익부’,혹은 ‘천민자본주의’ 등으로 치부하지만 정신의학계에선 자못 심각한 정신병으로까지 보고있다. 우선 쇼핑중독의 경우 전문가들은 일종의 정신장애인 ‘충동조절장애’로정의한다.필요에 의한 구매행위가 아니라 긴장감과 막연한 경쟁심리에 따른즉흥적인 구매욕구를 이기지 못해 반복 쇼핑을 하게 되며 이를통해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한다는 것이다.이런 충동을 해소하지 못하면 금단현상까지도보이는게 일반적인데 조울증이나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의식적인 충동,그리고 비슷한 증상의 부모행태,뇌질환 전력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상이 일시적인게 아니고 지속될때는 반드시 의사를 찾을 것을 조언한다.심할경우 우울증 등 생물학적 장애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생물학적 원인이 아니라면 평소 인간관계 등에서 누적된 욕구불만을 정확히 규명해 심리상담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졸부의 현시욕도 정신분석학 측면에선 작지않은 문제다.이같은 부류는 일반적으로 신변 변화에 따른 상승효과를 과소비를 통해 찾는데 자신의 과시와스트레스·긴장을 푸는 파행이 맞물려 역작용을 빚게 된다. 특히 이런 경우는 심리적인 전염성이 강해 사회·병리학적인 치료가 더욱 요구된다고 한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고경봉(高京鳳) 박사(정신과)는 “사회적 측면에서 건전한 소비와 부의 사회환원을 적극 유도해 개인적인 병리현상을 줄여나가는게 가장 중요하며 개인적으로도 여가선용이나 심신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기고] 소비문제 정부와 기업도 적극 동참을 . 소비심리는 경기변동에 민감하기 마련이다.코스닥 열풍이 불자 소비폭발이일어났고 경기침체의 기미가 보이자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사실이 그 실례라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비문제는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있다는게 평소의 생각이다. 서구(西歐)의 소비문화가 산업혁명후 200여년 간의 점진적 발전을 통한 청교도적 종교윤리가 밑받침되어 있다면,우리 사회의 소비문화는 단기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형성되어 상품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올바른소비의식을 갖지 못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소비구조 자체가 소비자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보다는 정부의 정책방향,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측면이 너무 크다는 점도 문제이다. 흔한 예이지만 휴대폰 기기의 폭발적 보급률,거기에다 기기의 잦은 교체,또한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의 엄청난 증가추세와 불과 몇년 간격으로 새 차로 바꾸는 등의 과소비현상은 인구밀집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확산이기도 하겠지만 상당부분 정부나 기업이 조장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회사들이 정부에 적극 로비,전 국토에 고속도로망을 지속적으로 확장케 함으로써 자동차 보급을 유도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이에 비해 유럽각국은 꾸준히 대중교통수단을 개발하여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신속히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교통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책당국도 대도시 대중교통수단을 적극 개발하여 누구나 손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했더라면 우리의 자동차 소비형태가 과연오늘과 같았을까.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소비구조는 달라질 수있다. 게다가 우리가 사용하는 공산품중 상당부분이 독과점 품목들로 소비자로선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으며,상대적으로 기업은 여력이 많아 적극적인광고공세를 펼치게 되고,소비자들은 그 광고에 현혹되어 소비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흔히들 소비절약운동은 으레 민간단체의 몫으로 돌린다.그러나 이제는 정부와 기업도 소비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정부는 소비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며,기업도 자원절약이나 환경보호의 측면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呂運延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아나바다 운동 현주소. 근검절약 캠페인인 ‘아나바다(아껴 쓰고,나눠 쓰고,바꿔 쓰고,다시 쓰기)’ 운동이 시들해지고 있다. 이 운동은 한국기독교여성청년회(YWCA)가 창립 95주년을 기념해 97년 8월제창한 뒤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하지만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그늘을 차츰 벗어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아나바다 운동의 대표적인 현장으로 재활용품 물물교환 장터인 벼룩시장을 꼽을 수 있다.벼룩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금도적지 않지만 전반적인 소비량 증가세를 감안하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아나바다 운동을 위해 개설된 상설 알뜰매장은 전국적으로 240여곳.YWCA는 서울과 부산,대구 등 전국 19곳에서 ‘아나바다 나눔터’를 운영하고있다. 대표적인 아나바다 장터로는 한국기독교청년회(YMCA)가 지역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녹색가게가 꼽힌다. 녹색가게는 전국적으로 5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하루평균 3,000여명이 찾고 있다.서울동대문구에서 녹색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최근 아나바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소 되살아나는 듯 하지만 IMF 직후의 금 모으기운동 등에 비하면 열기가 너무 식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나바다 운동에 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재활용품이 해마다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22일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매일 수거되는 재활용품은 96년 1만2,163t에서97년 1만2,481t,98년 1만2,816t,99년 1만2,980t 등으로 IMF 이후 되레 늘고있는 추세다. 서울YMCA 녹색가게 변선희 사무국장은 “아나바다 운동을 활성화하려면 아파트 등 대단위 주거지역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까운 장소에 장터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제주에 민박형 콘도미니엄

    제주도 특유의 농촌이나 어촌에서 가족 단위로 숙박하면서 제주도의 실생활과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박형 콘도미니엄(펜션)제도가 빠르면 올하반기부터 도입된다. 14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개발특별법에서 도입키로 한 소규모 콘도미니엄업(펜션업)의 시행을 위해 건축과 분양,등록 절차에 필요한 절차를 마련,관계 부처간 협의를 거쳐 조만간 입법예고키로 했다. 펜션이란 일본,유럽 등지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민박풍의 작은 숙박시설로대부분 은퇴한 부부 등이 가족 단위로 경영하고 있다. 펜션업을 하고자 할 경우 도 조례가 정하는 내용에 따라 도지사에게 신청서를 내야 하며,대상 부지는 도시계획구역 외 지역으로서 오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5㎎/ℓ 이하여야 한다. 펜션업 시설은 2층 이하로 동일 지역 안에 객실수는 10실 이하여야 하며 과수원이나 체험농장을 갖추고 동물사육장,잔디밭,어린이놀이터,바비큐장 중 2종 이상을 부지 안에 설치해야 한다.분양 모집 기준은 객실당 2∼20인이며,분양시기는 건축공정률이 50% 이상 진행돼야만 가능하다. 박성태기자 sungt@
  • 백건우씨등 5명 호암상 수상자 선정

    호암재단(이사장 李賢宰)은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白建宇ㆍ54)씨와 미국벨연구소 책임연구관 진성호(陳成浩ㆍ55) 박사 등 5명을 올해 호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예술부문 수상자 백씨는 전세계를 무대로 음악성을 널리 과시했으며,공학상수상자 진 박사는 CMR(초거대 자기저항) 현상을 발견,온초전도체의 실용화를 통해 고주파 필터를 개발하는 등 285개의 국제특허를 보유한 첨단연구분야의 1인자다. 이밖에 과학상에는 햇빛의 작용을 생화학적ㆍ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해 낸송필순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장(64),의학상에는 제1형당뇨병 바이러스를분리해 당뇨병 예방과 정복에 이바지한 윤지원(尹址洹ㆍ65) 연세대 석좌교수,사회봉사상에는 66년 한국으로 건너와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를 창설하고,1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설립한 독일 출신 수녀 하이디 브라우크만(한국명 白惠得ㆍ57) 원주 사랑의집 총원장이 뽑혔다. 지난 90년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湖巖) 이병철(李秉喆) 선생의 뜻을 기려제정된 호암상은 수상자들에게 각각 1억원의 상금과 순금메달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인간유전자 구조 美社서 완전해독

    [워싱턴 연합] 미국의 민간 유전자 연구회사인 셀레라 제노믹스는 6일 인간을 형성하는 DNA속의 화학물질인 염기의 서열구조를 완전히 해독,인간생명의비밀을 풀기 위한 인간 게놈 지도 작성에 중대한 진전을 이룩했다고 발표했다.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셀레라사는 이날 한 사람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하는 첫단계 작업이 끝났으며 이제부터는 유전자 조각들을 모아 적절하게 배열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 게놈은 각 인간세포 속의 DNA를 만드는 30억개의 화학물질인 염기의정확한 서열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지도이며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되는 염기는 인체의 각종 생리현상을 나타나게 하는 8만∼10만개의 인간 유전자를 만들어 낸다.과학자들은 이 생물학적 지도를 이용해 질병,의약품의 작용과정및 인체활동과 관련된 유전자를 파악하게 된다. 셀레라사의 크레이그 벤터 회장은 “앞으로 각기 다른 5명의 유전자를 이용,최종적인 인간 게놈 지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히고 첫번째 사람의 게놈은 다른 사람들의 것에 비해 더욱 완벽하게 배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1세기 과학 대탐험](10)인공종자시대

    황금빛 들녘에는 옥수수만큼 키가 큰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최근 개발된 이 신품종 벼는 쌀이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히 모여 있기 때문에 특별히도정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수확량은 기존의 벼보다 10배쯤 늘어났고 맛의 변형이 자유로워 인삼맛,더덕맛,사과맛 등으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멀리 야산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 유채가 화려함을 자랑하며 만개해있고 그 아래 밭에서는 여인네들이 청바지를 짜는데 사용할 파란색 목화솜을따고 있다. 집앞 텃밭에는 당뇨병 치료용 감자가 수확을 기다린다.비닐하우스에서는 설탕보다 단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2020년경의 농촌 풍경이다.지구상에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는 이제 존재하지않고 화학농약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사라진지 오래다. 생명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체 연구는 인간의 것 뿐 아니라 식물의 것에 대해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생명의 기본설계도를 완성하고,그 설계도면에 따라 각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수천,수만 혹은 십수만개의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게 되면 인간은이제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종류의 유용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생명공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가 이룰 21세기의녹색혁명이다. 얼마 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20세기 최대 생물학적인 연구성과 중의 하나인 ‘인간게놈 프로젝트’(30억쌍에 달하는 인간 유전체의 전 염기서열 규명작업)를 올해 6월에 완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인간질병의 원인을밝히고 그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본 설계도면이 될 이러한 성과는 앞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식물의 유전체에 대한 연구도 인간유전체 연구 못지않게 선진국에서 활발히진행되고 있다.그 결과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벼가 옥수수 키만큼 크고 쌀이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히 모여서 여무는 신품종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반대로 잔디처럼 지표면에 맞닿아서 크는 신품종 옥수수도 선보일 것이다.벼,옥수수,잔디는 모두 화본과에 속하는 인척간의 식물이다.이들 식물의 외형을지배하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이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옥수수같은 벼,잔디같은 옥수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요즘 유전자 조작식품으로 배격받고 있는 제초제 내성 혹은 내충성 콩이나 옥수수는 실상 실험실에서는 10년 전에 개발된 ‘낡은’ 품종이다. 선진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애기장대라고 하는 잡초의 유전체 전 염기서열을밝히게 되며,벼에 대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도 1∼3년 내에 완성될 것으로전망된다.애기장대와 벼는 각각 지구상의 모든 쌍떡잎과 외떡잎 식물의 모델이 된다. 향후 우리는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가 도입된 콩과옥수수를 먹게 될 것이다.또한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유기용매로 가공하지않더라도 유전자 조작으로 카페인을 만드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당도가사과만큼이나 높은 토마토와 감자를 개발하는 것이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는이미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자연적으로 청색을 띠는 면화가 개발되어 이 청색면화에서 뽑은 실로 짠 바지는 염색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푸른빛을 띤 블루진이 될 것이다.노랗거나 빨간 면화를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필수 불가결한 소재이며,현대는 석기와 철기시대를 잇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다.그러나 난분해성의 석유화학계열의 플라스틱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해의 주범이 되고 있다.그 실질적 대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데 현재는 값이 비싸서 의료용 등 한정된 범위에서만사용되고 있다.그러나 조만간 유채나 콩에 미생물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값싸게 생산하여 우리 주변의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철성분이 과도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농사짓기가 어려운 토지에 철을 효과적으로 흡착하는 콩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한벼를 재배하였더니 일반 작물과는 달리 생장에 어려움이 없었으며 생산된 쌀에는 빈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철성분을 보통 쌀보다 훨씬 포함하게됐다는 보고도 있다. 그 뿐이 아니다.금을 흡착하는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한 작물을 광산지역에서 재배하여 수확한 후 이를 태우면열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그 재로부터 금을 얻는 아주 경제적인 제련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미생물로부터 도입된 유전자로 인해 고분자 공해물질을 흡수하여 분해하는 식물이 오염된 토양을 복구하며,일반 작물들도 보리처럼 혹한에 견딜 있도록개량할 수 있을 것이며,선인장같이 건조한 토지에서 자랄 수 있으며,갯벌을마다하지 않는 신품종 작물이 선보일 것이다.바야흐로 인공종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종자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최종 산출물이다.생명공학은 어떤설계도면보다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유전자의 배열에 따라 최소한의 자재를 사용,어떤 기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교한 세포라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 이 세포공장은 매우 적은 에너지를 써서 효율적으로 생산품을 만들며 일반공장에서 쏟아 내는 공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적고 안전한 부산물을 배출한다.생명공학은 유전자를 이용,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존의기술들과 다를 바 없지만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인류 최후의 산업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전은 얼마나 많은 유용 유전자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따라 결정된다.선진 각국이 생물자원 확보와 유전체 연구에 국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바로 21세기를 지배할 생명공학 산업에서 주도권을확보하기 위해서다. ●생명공학시대 대책. 인류는 산업혁명과 유전학 및 유기화학의 발달에 힘입어 20세기의 녹색혁명을 달성했지만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다.따라서 21세기의 녹색혁명은 환경을 지키면서도 농산물의 수확량을 획기적으로늘릴 수 있는 과학기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그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분야가 생명공학이다. 생명공학이 이처럼 21세기를 주도할 핵심기술로 떠오르면서 유용 유전자원의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생명공학 기술의 기본 자원인 유전자원의 확보와 직결되는 것이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의 보존이다.생물다양성은 생태계에 있어서 종 구성의 다양성을 의미하며 생물종에 따라 식물다양성,동물다양성,미생물 다양성 등으로 나뉜다.이 가운데 식물은 산소,식량,위약품 및 산업소재를 생산공급하는 지구상의 가장 뛰어난 공장이다.식물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용기술을개발하는 것은 환경보존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와 생물자원의 무기화 대응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식물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수집 및 활용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자생생물다양성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야생도라지,가시오갈피,주목나무 등 국내에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 및 특용식물자원 등을 수집·보존·활용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식물육종과 유용물질의 생산에 필요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야생도라지의 색소유전자를 도입한 푸른장미,토착희귀식물인 가시오갈피나무와 울릉도와 제주지역의 주목나무 및 자생 은행나무를 활용한 의약품 등이이 연구의 최종산물이다. 2010년 생명공학산업의 세계시장규모가 약 1,000억달러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식물관련이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생물다양성의 생명공학적 활용은 인류가 당면한 식량,환경,및 보건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연구결과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劉長烈 ▲48세 ▲서울대 문리대 식물학과 ▲미 미시간주립대 농학박사 ▲플로리다대 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주요연구 성과=수박,인삼 등의 형질전환 시스템 개발,고구마 세포 배양에 의한 효소(POD)생산(jrliu@mail.kri)
  • [자랑스런 공무원] 대구환경관리청 계획과 朴戌鉉씨

    금호강 118㎞와 유입 지천 18곳을 지난 2년여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걸어다니며 금호강 세부 하천지도를 처음으로 작성한 환경공무원이 있다. 조선시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金正浩)에 빗대 주위로부터 ‘작은 김정호’로 불리는 대구지방환경관리청 계획과 박술현(朴戌鉉·42)환경주사보. 박 주사보는 지난 97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구·경북지역의 수계관리업무를 맡는 동안 전국 하천 가운데 최악의 수질로 ‘죽음의 하천’‘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라 불리는 금호강 하천지도와 금호강 일대의 샛강 오염원조사 결과서를 작성하는 일을 해냈다. 지난 2년여동안 금호강과 샛강 18곳을 수십차례 답사하며 일궈낸 값진 결과다.이들 자료에는 금호강과 샛강 등에 대한 계절별 유량과 오염도,유속,오염원 등 수계현황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금호강 수계관리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다시피해 수질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주사보는 금호강의 수질개선 홍보와 주민 환경의식 고취를 위한 홍보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는 지난 84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11.0mg/ℓ 이었던 금호강의수질이 98년에는 BOD 6.4mg/ℓ로 획기적으로 개선된 사실을 KBS대구방송총국에 보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그 결과 방송국이 연중 기획취재물로 방영,주민들의 환경행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뿐만아니다.박 주사보는 경주와 포항시민의 젖줄이면서도 수질오염 등으로물고기 집단폐사가 자주 발생하는 형산강 살리기에도 앞장섰다. 그는 98년 12월 대구환경지방청장과 관련 자치단체 부단체장,대학교수 등모두 16명으로 형산강살리기 광역협의회를 구성,기관 상호간의 상시 업무협조체제를 구축하도록 했다. 특히 형산강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주지역에서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개발할 경우,이 협의회를 통해 오수처리계획을 심의하도록 함으로써 포항시가 경주시의 협조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길을 트는데 기여했다. 86년 대구환경지청 신설 당시 9급특채를 통해 환경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주사보는 “21세기는 ‘환경의 세기’로 불리는 만큼 주민들의 한 차원높은환경의식과 깨끗한 환경을 보존해 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된다”며 “앞으로 각종 기관·단체는 물론 기업체,학교 등지에서도 환경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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