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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자·홍정희·노은님/5월 화단 수놓는 세 여성작가

    ◎박근자­17년만에 침묵 깨고 야심찬 개인전/홍정희­1천호 초대형 회화 등 40여점 출품/노은님­독일서 역량 발휘… 4년만에 귀국전 국내 서양화단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두 여성작가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 한 여성작가의 야심있는 개인전이 나란히 열려 5월화단을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개인전을 갖는 박근자씨(64)와 초대형 회화를 갖고 관객을 만나는 홍정희씨(51),독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노은님씨(50)가 그 주인공들. 저마다 예술세계는 달라도 세 작가는 강렬한 표현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한결같이 국내외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계 원로 유현목 감독의 부인인 박근자씨는 17년만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나화랑(545­2151)에서 개인전을 펼치고 있다.30일까지. 23년전 한국여류화가회 초대회장을 역임,여성작가들의 역량을 하나의 힘으로 묶어내는데 발판을 마련한 박씨는 자신의 예술세계에는 끊임없는 실험정신을 강인하게 추구해온 인물로 꼽힌다.젊은 작가들의 요란스러움에 비해 한결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출품작들은 꾸준히 자기세계를 다듬어 온 흔적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추상과 구상을 하나의 세계로 묶어 『보는 이의 긴장을 야기시키면서 작가자신은 진솔한 자기와의 대결을 보인다』(미술평론가 오광수)는 그의 작업들은 화면위에 오브제를 부착하면서 대립적 관념을 자아낸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734­6111)에서 6년만의 개인전을 갖는 홍정희씨는 1천호(460×230㎝)크기의 초대형 회화 4점과 3백호 연작 2점등 1백호 이상 대작만 40여점을 출품했다.지난 1∼2년간 제작된 「탈아」란 주제의 이 작품들은 작가가 작업에 외곬수로 매진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씨의 작품 역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차분해졌다.전통 오방색의 분할과 대비로 화려하지만 말끔히 정리된 색면추상의 출품작들은 『대범한 색면분할과 그 대비에 의한 공간구성,예리한 선묘와 색면대비에 의한 화면구성으로 독자적인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다』(미술평론가 이일)는 평을 들었다. 재독작가 노은님씨는 지난 92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이후 4년만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원화랑(514­3439)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5일까지 펼치는 전시회에서 그는 예의 화선지위에 생명체로 보이는 두터운 묵선의 형상을 담은 작품들과 함께 과감한 색면추상의 근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24살에 간호원으로 독일 함부르크로 간 그는 생활이 안정되면서 미술에의 집념을 불태우기 시작,80년초부터 독일화단에 진출했다.짙은 붓자욱의 고졸하고 소박한 동물그림으로 독일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10여년 사이에 현지의 여러 미술상(85년 독일산업회 미술작가상등)을 타내고 50여회의 개인전,20여회의 굵직한 그룹전에 참여하는등 왕성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중진이다.〈이헌숙 기자〉
  • 개펄의 생삼성(외언내언)

    얼마전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개펄은 살아있다」라는 다큐멘타리가 방송돼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무심히 보아넘길 개펄속에 크고 작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심해 개펄이 유난히 발달돼 있는 편.썰물이 빠져나간뒤 개펄에서 조개를 캐고 낙지를 잡아 갯마을 어민들의 소득을 짭잘하게 올려준다.두세시간 바지락을 캐면 5만∼6만원의 수입을 올릴수 있었으니까. 해안의 굴곡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바다를 막아 둑을 쌓고 간척지를 만드는 입지조건이 좋은 편.농토가 부족했던 까닭에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은 일찍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것이다.「국토를 넓히자」는 의지가 포함돼 있었다.그래서 삽교천·대호·서산지구 등 대규모 간척사업이 이루어졌고 지금도 공장부지를 얻기 위해 서해안 여러곳에서 추진중이다.87년 착공된 시화지구는 국내최장인 12.6㎞의 방조제를 쌓아 5천1백만평의 바다를 매립한다는 대역사. 국토를 넓힌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간척이나 매립은 환경파괴라는 지적을 받는다.개펄이 없어지면서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개펄이 담당하고 있는 강물속의 중금속이나 폐·오수의 정화작용 능력을 상실해 오염된 강물을 바다에 그대로 흘려보내게 된다.땅을 얻는 대신 바다를 오염시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19세기부터 바다를 막아 국토를 넓힌 네덜란드는 최근 가능한한 둑을 터서 일부나마 원상회복을 시도하고 있다.개펄의 중요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개펄의 경제적 가치가 이를 매립해 농지로 사용할때보다 1.5배나 높다는 연구보고서가 최근 발표돼 화제.전북 계화지구의 개펄을 조사한 서울대 유근배 교수는 김양식 수입만 따져도 같은 면적의 매립지에서 거둔 쌀농사의 순익보다 훨씬 높다고 밝히고 있다.거기다 개펄은 정수처리장 설치비를 절감시켜 준다는 것.개펄의 생산성이 간척지보다 월등 높다는 연구결과는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반영환 논설고문〉
  • 여체 그리기 외길 20년 결산/여성작가 정미연씨 첫 개인전

    ◎오늘부터 19일까지 서울갤러리서/절제된 선으로 생명체의 에너지 포착/「여백의 미」 살려 동양화적 분위기 물씬 여체의 누드작업에만 천착해온 여성작가 정미연씨(41)가 14∼19일 한국 프레스센터내 서울갤러리(721­5969)에서 화력 20년만의 첫 개인전을 마련한다. 여체의 누드그리기에 열중해온 작가는 이 자리에서 「살아있는 선의 격조높은 표현」을 추구해온 누드파스텔화등 50여점을 선보인다. 낡아버린 과제로 전락한 인체표현을 극복한 그의 누드 형상화는 절제와 깊이있는 구성력 위에서 싱싱하고 건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평론가 박래경씨는 『작가는 대상인 인체를 전체적으로 대범하게 포착하는 재능이 있다』면서 『과감하게 대상을 파악하고 있는 그의 나체화들에서 표현력의 확실한 저력이 보이며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 에너지의 전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소한도의 선속에서 집약된 생명체의 힘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누드화들은 여체미의 표현 이전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듯 보인다. 인체가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포착한 작가는 재빠르고 날카로운 손끝으로 생명의 율동을 느끼게 하는 나체상들을 창출해내고 있다. 한국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51)의 부인으로 남편의 영향을 은연중 받아 정씨의 화면에는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화의 분위기 또한 짙게 풍긴다. 미술대학(효성여대 회화과) 졸업후 오랜 시간 크로키 등을 통해 닦아온 자신의 소산물들을 비로소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작가는 『작품세계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한다.〈이헌숙 기자〉
  • 보현산 천문대 준공/국내최대 1.8m망원경 갖춰

    국내 천문학 연구에 새 지평을 열어줄 보현산 천문대가 3일 준공된다.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해발 1124m 보현산위에 건설된 이 천문대는 지난 90년 프랑스 텔라스사와의 장비구입계약 체결후 6년간 총공사비 1백30억원이 투입됐으며 국내 최대의 지름 1.8m 광학망원경과 태양 플레어 망원경,중분산 분광기등 첨단 부대장치를 갖추고 있다. 특히 1.8m 광학망원경은 기존 61㎝소백산 천문대 망원경에 비해 9배나 큰 크기로 12㎞ 떨어져 있는 1백원짜리 동전짜리 동전을 식별할수 있는 정도의 분해능력을 갖고 있어 천체와 우주의 생성,진화,소멸및 생명체의 기원등 우주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할수 있게 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정명세)은 이날 하오 2시 정근모 과기처장관 등 1백50명의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준공기념행사를 갖는다.〈신연숙 기자〉
  • 달에 「고등존재」의 인공구조물이…(박갑천 칼럼)

    사람들은 때로 달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지나 않을까 생각해 본다.하지만 1969년 아폴로11호가 가져온 최초의 돌(월석)에서는 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그걸 꼼꼼하게 조사했던 한 지질학자는 이렇게 말한다.『달은 고비사막 보다 몇만배나 더 깡말라 있다』 그런데 그후 이 논리가 무너진다.1971년 아폴로14호는 달거죽의 옴팬구멍(크레이터)에서 때때로 수증기 같은 것이 솟아 나오는 걸 보았다.이때의 비행사들은 달에 열감성 이온탐지기(SIDE)를 두고왔다.이는 내뿜는 가스를 확인하는 장치.그해 달표면과학회의가 휴스턴에서 열렸을 때 물리학자 존 프리드먼은 SIDE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말했다.『달 깊숙이에 물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물이 있다할 때 생명체 있다는 말을 되뜨다 할순 없다. 지금은 어떤지 아직 모르지만 옛날에는 생명체가 있었던 것일까.미항공우주국에서 일했던 과학자들이『달에는 고등존재(Superior Being)에 의해 오래전에 만들어진 인공구조물들이 있다』고 주장하여 주목을 끈다.그들은 사진과 비디오를 제시하면서 인공탑이있고 15㎞길이의 기하학적인 성이 있다고 소리 높인다.외계인의 짓일까.아니면 달에 고도한 문명이 있었는데 물이 밭으면서 멸망했다는 걸까. 세계의 전설 가운데는 달에 동물이 사는 것으로 그려진 사례가 적지않다.두꺼비·곰·토끼·쥐·개…따위.특히 토끼를 내세우는 경우는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동양 여러나라에 이르기까지 넓다.중국의 고전 「초사」(천문편)의 『그달이 뭐가 좋길래 돌아보면 토끼가 그가운데 있는 것인고』하는 대목도 그것.북유럽이나 미대륙 쪽에서는 달의 거죽무늬를 사람이 물긷는 모습이라 보고도 있다. 중국에서는 해와 달,산이나 바다에 성명을 지어붙이기도 했다.「도경」에는 달의 성이 문씨요 이름은 중이며 자는 자광이라고 써놓고 있다.그런 겨레인 만큼 달에는 미인이 살고 있다고도 생각해 봤음직하다.그 이름은 항아.항아는 본디 하나라제후 예의 아내였다.남편이 서왕모에게서 얻은 불사약을 훔쳐먹고 선녀가되어 올라갔다는 것이다.그 항아가 사는 궁전이름이 항궁인데 「유리로 된듯한 돔모양 구조물」이란게 바로 그것일까. 어차피 지구의 생물이 옮아가 살게돼 있는 미래의 식민지 달.미국작가 아서 클라크가 말하지 않았던가.『21세기엔 달이 캔자스의 밀밭이나 오클라호마의 유전보다 값나가는 재산으로 되리라』고.〈칼럼니스트〉
  • 김 대통령의 환경복지구상을 보고/김윤신 한양대 의대교수(기고)

    ◎「녹색 환경국가 건설」 온국민 참여해야 김영삼 대통령이 「환경대통령」이 될 것을 선언하면서 녹색환경 국가건설을 위한 환경복지 구상을 발표 했다. 이는 21세기를 맞아 인간과 자연과의 연대를 회복한 「환경공동체」 안에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획기적 구상이다.환경관계자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희소식이다. 특히 환경에 관한 기본 철학이 되는 5대 기본 원칙에서부터 구체적인 정책의 추진방향을 밝힌 7대 실천과제를 조목조목 제시한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이에 앞서 환경부도 환경과 복지의 세기가 될 21세기에 대비하고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기본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환경비전 21」을 내놓았었다. 국제적으로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환경문제를 고려한 새로운 다자간 무역질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환경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대통령의 환경구상은 「환경비전 21」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실천하기 위한 선언적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정부는 숱한 환경정책을 제시했으며 1백여개에 이르는 민간 환경단체들도 환경보전운동을 전개해 왔다.대통령의 새로운 환경선언을 접하며 느끼는 것은 지금 우리 주변의 환경이 어떤 상태이냐는 것이다. 대기·바다·대지에 존재하는 생물체와 비생물체간에 상호 조화를 이루며 자기조절 능력을 갖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지구생태계의 원리이다.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개발과 소비로 인해 자연의 정화능력이 약해져 지구의 모든 생물체가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파괴되어가는 지구의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환경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는 김대통령의 환경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 개개인 뿐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생태학적 인식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선 국민들 스스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걸맞는 생활을 체질화,검소한 생활에 앞장서고 자원의 재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지방화 시대에 맞는 환경친화적 지역관리 체제도 구축해야한다. 기업은 인류의 생존조건에 부합하는 환경윤리관을 정립하고,그에 맞는 생산조건을 갖춰야 한다.자연을 중시하는 경제로 전환,상품의 생산과 유통·소비에서 생기는 각종 환경오염과 정화비용을 기존의 상품가치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경제철학과 경영이론이 필요하다. 매스컴을 통한 환경교육과 계몽운동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며,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다 장기적이고 선진화된 환경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이 우주가 벌이고 있는 「생명의 잔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우주의 대생명체와 인간이 동일운명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이런 바탕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녹색환경 국가건설의 지름길이다.
  • 북한붕괴 권력투쟁아닌 경제난서 비롯/오코노기 마사오(지구촌칼럼)

    ◎경제관리 능력 이미 상실… 탈북자 늘어나는게 증거 북한의 체제붕괴위기가 최근 현실성 있게 논의할 수 있게 됐다.그러한 논의는 어느 면에서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무 빠른 면도 없지 않은 듯하다. 너무 늦었다는 관점으로 말하자면 북한지도부는 80년대 후반이후 국제적인 고립화,경제적 곤란의 심각화,남북격차의 확대등으로 이미 「살아남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그러한 위기는 신냉전시대에 전개된 남북한 군비확장경쟁과 한국의 제2의 고도경제성장으로 정점에 달했다.88년 서울올림픽이야말로 전후 40년이상 계속된 남북한 체제경쟁의 종착점이었다. 북한은 더욱이 동구제국의 체제전환과 한국승인,소련과 한국의 국교수립,소련해체,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중국과 한국의 국교수립등 냉전종결과 그 이후 국제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그 사이에 진전된 사회주의 우호국가들의 체제전환과 시장경제도입은 특히 북한의 대외경제관계의 기반을 붕괴시켜 국내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북한의 기간산업은 석탄채굴의 부진,석유수입의 격감,원자재의 부족등이 겹쳐 생산이 크게 저하했다. 북한은 또 93년에서 95년까지 3년동안 계속된 냉해·우박·수해등으로 곡물생산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자존심이 높은 북한 지도부도 한·일 양국으로부터 쌀지원을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에 구원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에너지와 외화의 부족에 더해 식량의 결핍에 직면한 북한지도부는 이미 경제적인 관리능력을 상실하고 있다.이러한 정세속에 94년 7월 「위대한 수령」이 사거했다. 그러나 김정일체제의 정치기반은 일반적으로 상상되고 있는 이상으로 강인하다.무엇보다도 북한에는 수령제를 대신할 정치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우상숭배적인 종교집단내의 권력관계와 흡사하다.북한의 정치체제에서는 최고지도자(수령·교조)의 지위가 탁월할 뿐 아니라 그 후계자도 「전대 수령의 위업을 계승해 뒤를 이어나가는 지도자」로 「본질적인 의미에서 노동계급의 수령」인 것이다. 솔직히 말해 제네바 북·미핵합의이후 김정일비서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정치문제,즉 지도부내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경제문제 특히 심각한 식량문제다.바꿔말하면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에 취임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그의 정치지도력에 관한 여러가지 억측에도 불구하고 당서기국과 군대의 역할이 증대된 것 이외에는 인사에도 이상이 보이지 않고 정책적인 일관성이 상실된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러한 특이한 일원적 정치체제하에서도 곤란에 직면해 「신앙심」을 잃는 자는 외벽이 무너지는 것처럼 서서히 탈락한다.사실 지난 수년간 늘어나고 있는 탈북망명자의 대부분은 해외노동자·무역관계자·유학생·외교관등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경험한 자들이다.최근에는 당간부의 자제와 김정일의 전처까지 포함되고 있다.이것이 체제붕괴의 초기단계를 의미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탈락자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체제붕괴의 최종단계까지 북한지도부가 정치적인 관리능력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군간부들이 이미 실권을 장악해 김정일을 은근히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한 집단지도체제가 불가능한 것은 박정희이후의 한국의 경험으로부터도 명확한 것이다.오히려 북한에는 옛소련이나 중국과 같은 권력투쟁이 존재하지 않았다.당간부의 좌천이나 강등도 주로 최고지도자의 질책에 기인한 것이었다. 사실 소련·동구모델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사회주의국가라면 북한은 이미 소멸했어야 한다.또 중국형의 사회주의국가였다면 북한은 이미 경제개방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그 어느쪽도 아닌 수령·노동당·인민의 삼위일체가 강조되고 그것이 뇌수·심장·세포의 관계로 예시되는 유기체적 국가(사회정치적 생명체)이기 때문에 북한은 존속돼온 것이다.취약한 경제체제와 강인한 정치체제의 비대칭성이야말로 북한사회주의의 최대의 특징이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의 비대칭성이 앞으로의 북한정세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첫째 식량과 에너지의 결핍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국민에 온갖 희생을 강요해 모든 경제기반이 붕괴되기까지도 북한지도부는 정책결정능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태평양전쟁 말기의 군국일본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단계까지 항전의욕이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 둘째로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기반의 붕괴가 정치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인가,그 타이밍을 외부로부터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바꿔말하면 그것이 이미 가까이 와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가는 모두 북한의 돌연한 붕괴를 바라고 있지 않다. 그러나 셋째로 인도적 관점으로부터 북한주민을 구제하면 지도부도 역시 구제된다.그 결과 종래 정치체제의 생명력이 부활될 것이다. 한·미·일 3국은 이같이 유동적인 북한의 변화에 대비,단순한 정책적 협조이상의 「전술적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 토성탐사 미 카시니호 내년 발사

    ◎4년간 주위 돌며 위성 타이탄의 신비 벗겨 수수께끼에 가득찬 토성의 고리와 위성 타이탄의 신비를 벗겨줄 「카시니탐사기」가 오는 97년 발사된다. 태양계에서 두번째로 큰 행성인 토성의 경우 지난 80년 보이저1호와 81년 보이저2호의 탐사로 인해 무수한 고리의 집합체가 실체를 드러냈으며 토성의 대기에도 목성과 동일한 줄무늬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토성의 다양한 현상을 상세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토성의 주위를 돌며 장기간에 걸쳐 관측할 탐사기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미국의 카시니탐사계획.카시니탐사기는 오는 97년 10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기지에서 타이탄 센토르로켓에 실려 발진,2004년 6월 토성에 도달할 예정이다. 카시니탐사기는 발사된 뒤 우선 금성에 접근해 금성의 중력을 이용,2차례 가속한 다음 다시 지구에 접근,또 한차례 가속한 뒤 태양계의 공간으로 날아가게 된다. 4년간에 걸쳐 토성을 관측할 카시니탐사기에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관측하기 위한 「호이헨스」라는 프로브가 탑재될 계획이다.호이헨스는 카시니탐사기가 토성의 궤도에 들어서고 난지 수개월 뒤에 떨어져 나가 타이탄의 대기중에 투하되도록 돼 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은 지구보다 더 진한 대기상태이며 그 주성분은 질소다.토성의 대기가 오렌지색의 안개로 보이는 것은 유기화합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타이탄에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타이탄은 온도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면서도 내부에서 방출되는 열로 표면이 데워져 있을 경우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이헨스는 먼저 타이탄 대기의 바깥쪽 오렌지색 안개를 관측한 뒤 대기의 온도·기압·밀도등을 탐사할 계획이다.그 다음 구름층을 빠져나와 상공에서 타이탄의 표면을 촬영하게 된다. 호이헨스가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는 토성을 도는 카시니탐사기로 전송돼 지구로 보내질 예정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표면이 메탄이나 에탄의 바다상태이며 이곳에는 대륙이나 섬이 떠 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야심에 찬 카시니탐사계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10여년 뒤에는 베일에 가려진 타이탄의 전모가 벗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생명공학(21세기 첨단과학:2)

    ◎2030년 암 정복 수명 150세 시대로/인체 유전정보 해독… 범죄성향까지 치료/인공장기개발 획기적 발전… 인조인가 탄생/질병예방 주사대신 「과일백신」으로 해결 「2002년에 에이즈전염이 저지되고 2003년에는 위암 및 췌장암이 치료된다.또 2011년쯤 노화·면역질환이 억제되고 2014년에는 아기의 재능유전자 조작도 가능해진다.이어 2030년이면 암이 완전히 정복되면서 마침내 인간의 최고 수명이 1백50세인 시대에 진입한다­」 미국의 저명한 해부병리학자이자 임상병리학자인 제프리 A 피셔박사는 지난 94년말 펴낸 「미래의학」에서 인류의 건강에 대한 미래상을 이처럼 조망,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피셔박사가 이처럼 자신있게 인간의 미래건강을 낙관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미국의 존 네이스비트박사는 이미 15년전 「메가트렌드 2000」이란 저서에서 21세기의 가장 유망하고 주도적인 산업으로 생명공학을 꼽았다.그는 21세기에는 지식·정보산업이 생명공학에 밀려날 것을 일찍이진단했음에도 당시 많은 사람은 이를 하나의 예견일 뿐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2000년을 불과 4년 앞둔 1996년 현재,네이스비트박사의 「예언」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면서 21세기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연료」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공학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유전자 위치·역할 규명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배양,세포융합등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와 생명현상을 만들어 내는 생명공학이 지금까지 거둔 결실로는 포메이토,인공감자씨,슈퍼마우스,슈퍼소 등. 더나아가 생명공학은 90년대 들어서는 연구영역을 동·식물분야에서 점차 인간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암·에이즈·바이러스·노인성질환등 각종 난치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간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90년 이후 전세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생명공학연구의 근간은 「인간게놈프로젝트」다. 「게놈」이란 각 생물이 대대손손 그들만의 고유한 구조와 유전형질을 유지토록 하는 유전정보의 총칭.고양이의게놈은 고양이의 자손을 고양이로 태어나게 하고 인간게놈은 1백조개의 세포로 이뤄진 인체가 인간의 형태로 유지되도록 만들어 준다. 사람의 염색체는 23쌍 46개.이 염색체는 10만개의 유전자로 이뤄져 있고 이 유전자의 성질을 규정짓는 더 작은 염기 30억개로 구성돼 있다.인체게놈연구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밝혀내 인체의 구조·기능을 결정짓는 유전정보를 해독하고 이들의 염색체내 위치를 나타내는 유전자지도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찬 작업이다. 미국·프랑스등 선진 15개국은 90년 10월1일 「인체게놈프로젝트」를 확정,2005년까지 총 30억달러를 들여 「인체설계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6년째를 맞는 게놈연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유전자들이 각각 DNA분자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지와 함께 어느 유전자가 무슨 역할을 하는 지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특정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기능하는 지를 규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태어날 아기가 어떤 유전병에 걸렸는 지를 알 수있을 뿐 아니라 질병의 사전예방도 가능해진다.예를 들어 관상동맥질환의 소인을 지니고 태어난 불행한 아기가 있다면 미리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게 된다. 간단한 생검표본(조직)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일으키는 소인을 제거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인간의 범죄성향 여부까지 사전에 진단,예방적 차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또 폐암·위암·유방암·전립선암·직장암등 유전성향이 높은 암의 진단법에도 획기적인 진전이 예상된다. 미국 케임브리지대학 유전학연구소 피터 굿펠로우 교수는 이와 관련,『2010년을 고비로 모든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완전 판독됨으로써 심장질환·혈우병·알츠하이머·정신분열증·비만등 3천여종의 난치병을 쉽게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난치병 3천여종 퇴치 피셔 박사도 같은 맥락에서 『2010년에 이르면 암 발생률이 지금보다 60%이상 줄어들면서 5명의 환자중 4명이 완치될 것이며 20 20년쯤이면 90%이상의 암을 예방·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을펴고 있다. 인간을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수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생명공학분야는 이른바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 프로그램」(인체기능첨단과학연구). 21세기 초반에 「6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와 같은 인조인간을 탄생시킨다는 목표아래 추진중인 인체기능 첨단과학연구는 현재는 인공장기 개발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인공장기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연구가 활발한 인공심장의 경우 지난 82년 미국 유타대 쟈비크 박사팀이 심근경색환자에게 처음 이식,1백12일간의 생존기록을 세워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인공심장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2000년까지 몸안에 심는 인플랜트식(이식)을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이어 20 10년이 되면 모든 조절장치가 내장되도록 함으로써 다른 사람은 전혀 눈치조차 챌 수 없게 만든 인공심장을 사서 갈아 끼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공장기 개발분야의 발전은 내장기관의 개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눈과 귀까지도 완전히 인플랜트가 가능토록 해주는 기술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자들은 현 단계에서는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이 해결되지 않아 인공눈이 원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2015년쯤이면 인공눈과 인공귀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눈과 귀보다 훨씬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2005년을 전후해 사람이 아닌 영장류를 심장·폐·췌장의 공급원으로 하는 이종이식도 보편화될 전망이다.이종이식은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지만 다만 사람과 영장류 사이의 면역학적 적응력을 보강해 줄 강력한 항이식거부제의 개발이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종이식도 보편화 한편으로 위염이나 콜레라를 예방해주는 「과일백신」도 생명공학이 이뤄낸 소중한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스크립연구소 마이크 헤인 박사팀은 최근 유전자조작을 통해 위염을 일으키는 균이나 콜레라균을 죽일 수 있는 감자와 바나나를 실험실에서 배양해냈다.이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표면단백질을 분리한 뒤 감자와 바나나에 유전자를 이식,형질을 변형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과일백신은 현재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5∼10년 뒤에는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따라서 21세기에는 주사를 맞는 대신 과일을 먹는 것으로 예방접종을 대신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을 앓지 않고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그런 만큼 생명공학은 「기존의 난치병」과 「새롭게 나타나는 질병」의 거센 저항과 도전을 받아가며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것임에는 틀림없다.
  • 세작가/이미자씨·강미선씨·오숙례씨/여성의 정겨움돋보이는「3색전」

    ◎이미자­과거 서민여성의 한… 낙천·풍자적 처리/강미선­생활속의 평범한 물건 섬세하게 묘사/오숙례­전통민화바탕… 독특한 조형언어 구사 오늘날같은 시대에 「여성만의 것」이란 표현에는 얼마든지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본능이나 관습으로 규정지어진 남녀의 고유영역이 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다움」이란 개념은 특히 많은 여성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그러나 여성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의 소담하면서도 정겨운 삽화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봄을 앞두고 맞추기라도 한듯 세 여성작가가 바로 이같은 추억의 형상들을 되살려낸 작품전을 가져 눈길을 끈다.「추억과 설화속의 여성상」을 주제로 인물전(28∼3월5일,단성갤러리)을 갖는 이미자씨와 「생활의 일기전」(24∼3월5일,덕원갤러리)을 펼치고 있는 강미선씨,전통 민화를 바탕으로 개인전(28∼3월5일,덕원갤러리)을 마련한 오숙례씨가 그 주인공들. 이들은 화단에 생소한 얼굴들이지만 일상의 작은 사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부여한 충실한 작업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미자씨(39)는 공예작업으로 전통적인 풍속화에 나타난 여성을 현대적인 여성상으로 형상화했다.대학졸업후 10년만에 다시 금속공예를 시작하여 첫 개인전을 갖는 그는 아줌마·숙모·할머니·무당·기생 등 과거 추억속에 스러져간 우리네 여인들을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만들어 냈다. 이씨의 작품속 여성들은 과거 서민여성의 삶을 다룬 우리의 풍속화가 그들의 어두운 면,슬픔,한을 모두 삭이고 낙천적·풍자적으로 밝게 처리한 것처럼 희화적으로 밝게 묘사돼 있다. 금속공예의 장식성과 순수성,고급취향을 거부한채 조각적·회화적 요소를 가미시킨 점 또한 남다르다. 「생활의 일기전」을 갖고 있는 강미선씨(36)는 한국 여인네들의 일상에서 언제나 손에 잡히는 것들,명태·주전자·밥상 등에서부터 안경·시계·목도리·핸드백에 이르기까지 아주 평범한 물건들을 뜻밖의 형태로 만들어내고 있다.언뜻 투박해 보이는 화면위에 면밀하고 섬세한 배치로 사물을 올려놓은 솜씨는 매우 특별하며 한지위에 먹으로펼쳐낸 그림들은 과거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구수한 맛을 안겨준다. 오숙례씨(43)는 우리의 전통 민화·민담들을 연구하며 이끌어낸 형상들을 은은한 한지의 화면위에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수도암 가마솥」「종가집 인상」등 작품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학습하는 가운데 얻어진 영감을 독특한 조형언어로 드러내고 있다. 염색한 닥지의 결을 살려 엷게 벗겨낸 투명한 한지의 배접위에 나무재료로 고안한 아기자기한 형상물들을 조화시킨 그의 작업들은 묻어두고 싶은 이야기는 배면으로 잠재시키고 당장 하고싶은 이야기는 전면으로 부상시키는 독자적 작품양식을 취하고 있다. 많은 장르에서 끝없는 전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미술계에 이들의 「여성스러운 복고회귀」는 애정어린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 공포의 암석 소행성 베일 벗긴다

    ◎NASA,「에로스」 탐사선 발사… 20억㎞ 여행 시작/행성표면 32㎞까지 접근… 조직·특성 연구/궤도이탈 따른 지구충돌 가능성 등 예측 화성과 목성궤도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소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소행성에는 40억년전 태양계 생성의 단서가 담겨 있을 것으로 인식돼 왔다. 또 달,화성,지구 등에 있는 분화구나 6천5백만년전 공룡의 멸종사실이 암시하듯 정상궤도를 이탈,다른 행성에 타격을 가할 공포의 암석으로 인식돼 있기도 하다. 오늘날 일부 행성들은 지구 가까이 접근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지구 궤도를 교차해가기도 한다.어느 미래에 지구로 돌진해 와 태양을 가려 버릴 먼지를 일으키고 기후를 변화시켜 지상의 생명체에 위협을 가할지 모를 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세계 최초로 이들 암석덩어리 중 하나를 추적할 우주선을 발사,행성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나섰다.미국 뉴욕타임스지등 외신에 따르면 NASA는 16일 케이프 케네베럴 우주발사기지에서 소행성 「에로스」를 추적할 우주선을 발사했다. 자동차 크기의 에로스탐사선은 3년동안 20억㎞를 여행,「에로스」행성 표면위 32㎞까지 접근해 탐사작업을 벌이게 된다. 에로스 탐사작업은 NASA가 예산긴축하에서 시도하고 있는 저가 우주탐사사업의 제1탄으로 공식명칭은 NEAR(지구근접 소행성 랑데부).이 사업에는 목성탐사선 갈릴레오 예산의 6분의 1도 안되는 1억7천만달러가 투입되며 미국 우주개발사상 최초로 민간팀인 존스 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가 우주선제조와 운영을 맡았다. 에로스는 40㎞정도 길이를 가진 길다란 행성으로 태양계에서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는데 앞으로 지구궤도를 지나가 지구와 충돌가능성이 있는 첫번째 행성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탐사는 태양계의 기원과 구성뿐만 아니라 소행성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들에 대답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한 과학자는 『지금까지의 행성연구가 자동차안에서 스냅사진을 찍는 정도였다면 이제부터의 조사는 차에서 내려 대상을 자세히 보면서 연구하는 성격의 것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에로스 탐사선은 행성의 크기와 모양,부피,질량,중력장,회전상태,표면성분,지질학,형태학,조직,물질분포와 자기장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탐사선은 발사후 화성궤도밖으로 멀리 비행,소행성 마틸드 촬영임무등을 수행한뒤 3년후인 99년 2월 최초로 4백82㎞의 거리에서 에로스와 근접조우를 시작하게 된다. 주위에 방해물이 없는 경우 탐사선은 에로스에 계속 접근,그해 3월 과학조사활동에 가장 적합한 궤도인 고도 32∼48㎞까지 다가서며 2천년말까지 정밀관측을 계속할 계획이다. 에로스는 189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망원경에 의해 처음으로 관측됐다.그후 수십년간 지상 망원경과 레이더에 의한 관측결과 이 행성은 넓이가 뉴욕 맨해튼의 2배정도이며 지구에 접근하고 있는 수백개의 소행성중 두번째 크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로스의 구성물질은 그 생성기원 만큼이나 수수께끼에 싸여있다.암체의 대부분은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처럼 규산염과 같은 물질의 초기적 원시물질들로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학자들은 초기 태양계의 상태에 대한 단서들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소행성에서 이같은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과학자들은 이같은 과학적 통찰에 덧붙여 우주에서 지구로 다가오고 있는 「킬러 행성」의 가능성과 씨름하고 있는 인류에게 도움이 될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이들은 행성들이 대기권 및 지구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것인지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안전지침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 우주와 생명/스티븐 와인버그 등 지음(화제의 책)

    ◎세계적 석학 14명의 과학에세이 세계적인 석학 14명이 우주의 탄생에서 생명의 미래까지 21세기 과학 쟁점들을 파헤친 에세이.발행부수 64만부를 자랑하는 미국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지난 94년 창간 1백5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 「우주의 생명」「우주의 진화」「지구를 구성하는 원소」「지구의 진화」「지구 생명의 기원」「지구 생명의 진화」「외계 생명체를 찾아서」「지능의 출현」「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지구 생명의 미래」등 열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문은 로봇의 등장 가능성과 그 구실.이 책은 인간이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고,인체를 인공적 대용품으로 교체하며,결국은 두뇌 내부를 구성하는 회로망까지 프로그램화한 로봇인간을 만들어 인간을 잇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따라서 뇌는 비록 죽어 없어지더라도 컴퓨터 로봇에게 옮겨준 마음은 새롭고 영원히 변형돼 살게 되리라는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 “지구 닮은 행성 찾아라”/미등 각국 경쟁 본격화

    ◎처녀자리·큰곰자리서 2개 발견/전파·적외선 망원경망 설치 추진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아라」 지구에서 35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와 큰곰자리 성좌에서 물의 존재가능성이 큰 행성계 2개가 새로 발견된 것을 계기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계 추적이 새로운 우주경쟁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타임지등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지의 행성계,특히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지닌 행성발견을 주요목표로 한 야심적인 25년계획을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지상망원경과 새로운 우주항공기 시스템을 이용,조사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천문학자들의 예측대로라면 수천개의 별에서 수백개의 행성계가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미국 항공우주국이 이같은 계획을 세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천문학자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전파천문학자들은 2년전 최초로 태양계 외에 또다른 행성계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이같은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연것은 8년동안 태양과 유사한 별 1백20개를 체계적으로관측해 온 캘리포니아 천문학자들.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제프리 마시박사와 폴 버틀러 박사는 지난달 17일 처녀자리와 큰곰자리 성좌에서 생명체 존재가능성이 큰 환경을 가진 새로운 행성계 존재를 발표해 천문학계를 흥분속에 몰아 넣었다. 처녀자리의 행성은 질량이 목성의 8배이상이며 모성과는 태양과 지구의 절반정도 거리에 있어 수분과 유기물이 존재하기에 알맞은 온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항공우주국은 허블우주망원경을 개량하거나 2세대 우주망원경을 설치해 실제사진을 얻는 계획도 세웠다.이 계획에는 또 적외선 망원경 네트워크를 우주 깊숙이 설치해 직경 0.5마일정도의 대형 전파망원경 효과를 내자는 것도 있다.
  • “오리온성운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

    ◎허블망원경으로 행성 닮은 이상한 점 발견 지구정지궤도를 돌고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그동안 렌즈이상 등의 결함을 지녔던 허블우주망원경이 지난 93년 완벽하게 수리된뒤 최상의 성능을 자랑하면서 본격적으로 우주탄생의 신비를 파헤치는 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근호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밝은 별의 집단인 오리온성운의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이 점은 물론 망원경렌즈의 이상으로 보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점들이 반짝이는 정도로 보아서는 도저히 렌즈이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망원경에서 관측된 몇개의 점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것들이 생성초기의 행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와 빛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스와 빛이 아니라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행성의 존재는 먼 우주에 지구에서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전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중에서 행성만이 DNA가자라고 복제될 수 있는 공기밀도와 온도를 제공하고 있다. 오리온성운은 대표적인 별들의 생성공장으로 추정돼왔다.지난 17 80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쉘은 오리온성운을 관찰하고는 『미래의 태양이 될 혼돈에 싸인 물질들의 집단』이라고 말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최근 관측한 결과가 바로 이와 일치한다.오리온성운의 중심부에는 수소와 먼지가 중력에 의해 집중돼 있으며 이 부분에서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개의 별들이 만들어져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같이 항성과 행성으로 이루어진 별의 집단을 생성하게 된다는 가설이 이제서야 증명될 단계가 오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오델수석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허블우주망원경팀은 태양계와 같은 커다란 집단은 물론 개개의 별들의 생성과정도 오리온성운을 통해 밝혀낼 에정이다. 지난 95년 봄에도 허블우주망원경은 오리온성운을 15개의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전송해왔다.로버트 오델수석연구원은 『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성운의 중심에서 초음속의 속도로 격렬하게 돌고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고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지금까지 행성의 생성과정에서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부분을 밝혀줄 수 있는 단서가 되리라는 확신에 차있다.
  • 「건물 조명예술」 국내 첫 연출/갤러리 현대

    ◎불 작가 얀 케르샬레 초청 설치 조명예술의 환상적인 빛의 조화가 전체를 에워싼 건물이 국내최초로 등장했다. 경복궁옆 삼청동 가는 길인 종로구 사간동에서 최근 새 건물로 문을 연 갤러리현대가 지난 22일 밤 조명쇼의 첫 불을 밝힌 것. 밤이 긴 요즈음 어스름한 저녁 5시쯤부터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이 조명쇼는 프랑스의 유명한 조명예술가 얀 케르샬레(40)가 내한,1주일간 설치한 작품. 연말이 되면 거리를 수놓는 많은 불꽃등들과 같은 장식용 조명과는 달리 이 조명예술은 건물내부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거리의 흐름을 조절하는 듯 오묘한 멋을 풍기고 있다. 이번 작품은 외벽의 9개 창문에 흰색,오렌지색,파란색의 조명을 설치했다.무생물 건물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환되도록 연출했다. 이 작가는 지난 80년대 이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바스티유오페라,샹제리제거리,노르망디다리등에 네온 할로겐 형광등 등 수천개 조명재료를 동원한 조명쇼를 선보여 세계정상의 조명작가로 인정된 인물.현대적인 감각에 금빛보다는 흰빛을 즐기며 센서에따라 자동적으로 빛의 강도가 조절되는 동적인 개성을 보이는 게 특징.
  • “생명체·자연의 합일 노래”/정현종씨 새 시집 「세상의 나무들」

    정현종 시인(56)이 새시집 「세상의 나무들」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지난 65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한지 꼭 30년만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반평생 작품활동을 통해 시인은 줄곧 개구쟁이 같이 활달하고 생기가 넘치는 작품을 써온 작가로 꼽힌다.상식을 살짝 비트는 유쾌한 유머감각이 살아있고 생명가진 것들이 자연과 혼연일체로 뛰노는 한바탕 축제가 펼쳐지는 공간이 그의 시세계였다. (「설렁설렁」 전문)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바람과 설렁이는 사람이 이루는 행복한 합일을 통해 지은이는 역으로 찌든 문명을 꼬집고 있다. 『구태여 생명사상을 의식하고 시를 쓴건 아니지요.하지만 시는 인문과학이나 자연과학 보다 훨씬 생생하게 생명의 움직임을 전달할수 있는 것 같아요.시는 주장하기에 앞서귀를 기울이고 설명하고 분석하기 보다는 그들의 몸짓을 고스란히 옮겨놓으려 하니까요』 자신의 시론을 이같이 털어놓는 시인은 『내가 시를 썼다기보단 뻗쳐오르는 생명들이 내손을 빌어 시를 밀어올렸다고 해야 할것 같다』면서 웃었다.
  • 골프장 개발 수익사업인가/신동식 논설위원(서울논단)

    골프장 허가가 다시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이미 전국적으로 1백19개소를 허가하여 전국 5개 직할시나 9개도에 골프장 없는 곳이 없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자치단체가 재정확충을 위해 앞다퉈 골프장 추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중에는 1개군 1골프장을 만들어 수입을 늘려야겠다고 밝힌 도도 있고 산림 울창한 곳 3개소를 짚어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자치체도 있다. 골프장은 지금 영업중인 곳 91개소나 건설중인 곳 40여개소중 상당수가 크고 작은 말썽을 빚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서도 그 개발을 쉽게 생각할게 아니다. 허가 받아놓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69개소 중에도 그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물론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조작된 민원도 있지만 골프장을 단순하게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로 허가되는 체육 운동시설 개념이나 수익사업수단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무조건 거부 안되지만 골프장 개발조성 그 자체를 맹목적으로 적대시 하거나 죄악시하는 태도는 물론 바람직스럽지 못하다.쓸모없는 야산 불모지같은 곳을 골프장으로 개발하는 것은 국토의 이용도 내지 생산성 향상이라든가 자연환경 보호관리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골프장의 피해를 필요이상으로 과장하는 태도도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골프장 건설로 상당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간 골프장이 들어선 마을중에는 우물이 줄고 개울물이 오염되어 축산이나 농업에 피해도 있어 왔다. 최근에는 골프장마다 나무와 잔디에 뿌려대는 갖가지 농약으로 새로운 환경파괴를 우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부가 할수없이 밝힌 경우만 해도 그 농약 살포 실태는 심각하다. 골프장 농약 살포량이 해마다 느는 것은 물론 그 종류도 94종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에는 소나무 솔잎 혹파리나 솔나방 제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포스팜액제,지오릭스등 맹독농약이 포함돼 있다. ○환경평가를 제대로 이 맹독농약은 동식물등 여러 생명체뿐 아니라 인체에도 그 피해가 커서 일반 농가에서는 접할수도 없게 한정 판매하는 농약이다.골프장에 살포된 농약은 그 골프장에만 잔류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장 나무와 풀에 살포된 농약은 바람을 타고 상당한 거리까지 날아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대기호흡하는 생물체에 영향을 미친다. 토양에 스며든 독성 농약은 빗물에 씻겨 하천 수서생물에 피해를 주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따라서 환경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우리보다 수십배나 많은 수의 골프장을 갖고 있는 일본에선 큰 문제가 없는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수익과 비용 따져봐야 자연생태학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장이 들어선 산지나 구릉지 토양은 거의가 사질토이다. 잔디를 입힌후 물을 자주 주지 않으면 여름에도 잘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곳에 우리 토양에는 생소한 외국산 잔디까지 심어 무리하게 푸르름을 유지하려고 과다한 비료를 주고 농약까지 살포하며 많은 지하수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한곳 면적을 18홀 기준으로 약 30만평으로 잡고 있는데 그 곳에 뿌리는 비료와 농약, 지하수를 생각해보라. 그 양이 얼마나 엄청날 것이며인근 마을에 누적되어 생태계에 작용할 것임은 상식적으로도 가늠할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영국같은 초지가 자연적으로는 유지될수 없다는 것이 생태학자들의 결론이다. 골프의 종주국인 영국도 원래 식물재배가 어려운 황무지 초지에서 하던 골프가 농경 가능지를 잠식하면서 부터는 그 개발규제를 아주 강하게 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기준에 위반하면 그 제재가 대단하다. 골프장으로 인한 수익과 자연 피해및 오염으로 치를 비용을 계산해보는 지혜를 시·도가 갖기 바란다.
  • 기업과 자본주의/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시론)

    자본주의체제의 핵심은 역시 기업이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자본주의체제하에서는 기업의 발전이 바로 국가경제의 발전이다.정부의 재정도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자금도 대부분 기업으로부터 나온 돈이다.선진강대국이란 한마디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이며 후진국이란 기업다운 기업이 별로 없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을 향한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이번의 도약에도 성공하면 우리 후손은 자랑스러운 선진한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고,만약에 실패한다면 영원히 후진국민의 모습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찔하기까지 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우리가 제2의 도약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업이 계속해서 번창해주어야 한다.대기업은 세계 초일류위 다국적 기업으로 커야 하고,많은 중소기업은 지금의 대기업 수준으로 커야 한다.그리고 수많은 새로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출현해야 한다. 우리의 기업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게 하는방안은 무엇인가? 기업은 양질의 자본주의 토양에서만 잘 자랄 수 있는 생명체다.아무리 우수한 사람이 있어도 잘 발달된 자본주의가 없이는 기업은 계속 커갈 수 없다.자본주의란 개인이 자기 하고 싶은대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고 남은 것은 자신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물려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선진국은 한결같이 잘 발달된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다.땀흘려 일해서 돈버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고,또 남이 그렇게 해서 번 돈도 존중해주는 가치관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그러한 가치관과 전통의 토대 위에서 철저한 사유재산을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제도를 확립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한때 일부 지식인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식인이 자본주의체제를 옹호하고 있다.그러나 선진국이 오늘날과 같이 발달된 자본주의를 갖게 된 배경에는 많은 지혜로운 기업인의 세심한 노력이 있었다. 기업은 자본주의라는 운동경기에서의 승자다.승자인 기업이 자본주의체제하에서 가장 신나는 그룹이다.따라서 자본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그룹인 기업이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할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하다. 자본주의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승자가 아닌 다른 그룹도 자본주의를 좋아해주어야 한다.비록 자신이 승자는 아니지만 같이 참여해 볼 만하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야 한다.승자가 아무리 원해도 패자가 자본주의를 원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그래서 기업과 기업인은 자본주의체제의 실체와 그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경기의 결과를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경기를 계속 키워나가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의 거대기업이 많은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대학을 설립하고,공익재단을 설립하고,지식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또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기업과 기업인은 그동안 너무 쉬운 방법으로 자본주의체제 유지를 해왔다.기업이 자본주의게임의 패자인 가난한 사람이나 목소리 높은 관객인 지식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정치인에게 돈 대고 관료를 구워삶아 가지고 다소 삐뚤어진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해온 것이다.그래서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건전한 자본주의틀이 완전히 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제 한국자본주의를 제대로 만들고 그것을 키워나가기 위해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 BAM철도 시발지/타이셰트(시베리아 대탐방:31)

    ◎마을 간격 수백㎞… 끝없는 삼림지대로/쿠즈바스탄전 연결 철도,지난 65년 건설/9월초까지 휴가시즌… 가족 여행객 많아 시베리아 여행중 관광지마다 졸업여행을 온 단체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중학교만 졸업하면 여학생의 경우는 곧바로 결혼적령기(16∼18세)가 되고 남자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니 졸업여행이다 사은회다 해서 요란하게 기념식을 갖는 것이다. 모스크바를 떠난지 꼭 열흘째 되는 날 현지시간으로 상오10시10분 크라스노야르스크역을 떠났다.모스크바에서 출발한 특급 「러시아2호」를 다시 탔다.다음 행선지는 세계최대의 담수호를 만날 이르쿠츠크.시베리아여행중 최고의 경관을 구경할 구간을 지나게 된다.이르쿠츠크주로 진입하면서 모스크바와의 시차는 5시간으로 늘어나 마침내 한국과 같은 시간대가 됐다.모스크바와 한국과의 시차는 원래 6시간이지만 러시아전역에서 3월말부터 9월말까지 서머타임을 실시하기 때문에 시차가 지금은 5시간이다. ○차창밖은 초봄 풍경 크라스노야르스크 역을 벗어나며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본격적인 타이가지대이다.크라스노야르스크 이전에 나타난 타이가는 숲이 아주 촘촘했다.반면 이제는 아주 성긴 숲이 계속되고 있다.베료자는 아직 잎을 달지 못해 헐벗은 겨울나무 풍경이다.체료무하도 꽃을 달지 못했고 타이가 침엽수 「리스트니차」는 이제 갓 연푸른 잎을 내밀기 시작했다.크라스노야르스크 시내를 벗어나며 차창밖으로는 갓 초봄의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숲의 밀도가 떨어진 타이가 곳곳에 산불흔적이 보이고 철로변 양지쪽의 잔디밭에는 점심휴식시간인듯 철도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초봄의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동시베리아로 접어들며 느끼는 여행의 또다른 맛은 곧은 철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기차는 구릉과 산허리를 이리저리 휘감으며 나아가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서시베리아에서는 그저 막막한 숲,대지만 보며 길이 일직선으로만 나있었다. 차창밖 타이가지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시베리아 인구의 80%는 중소,대도시에 모여있다.그래서 철로변에도 인가를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타이가지대로 들어가면 작은 마을들이 같혹 있지만 마을간 간격이 보통 수백㎞씩 된다.대시베리아철도가 완공되기 전인 18 90년 시베리아횡단여행을 했던 작가 안톤 체호프는 여행기에서 『타이가의 위력과 신비는 그것의 무서운 침묵이 아니라 그 끝을 알고 있는 생명체가 철새들 뿐 이라는 사실에 있다』고 썼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탄 열차는 객실 한칸에 양옆 2층으로 된 4명이 타는 침대차였다.2명씩 타는 최고급보다는 한결 서민적이고 값도 싸다.그런 탓인지 양옆으로 러시아인 이웃들이 많이 탔다.대부분 휴가를 받아 다른 도시의 부모친척을 만나러 가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었다.러시아에서 휴가철은 보통 5월말부터 시작해 9월초까지 이어진다.직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1개월∼2개월씩의 휴가가 주어진다. ○최고 2개월간 휴가 출발 30분만에 남부 아바칸에서 BAM철도의 출발점인 타이셰트로 연결되는 지선과 만나는 우야르역을 지났다.우야르에서 타이셰트까지는 두 선로가 1백㎞거리를 두고 거의 평행되게 달려가 타이셰트에서 합쳐진다.남쪽의 이 아바칸­타이셰트선은 시베리아철도가 붐비면서 지난 19 65년 건설됐는데 서쪽으로 쿠즈바스탄전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산업철도다.아바칸에서 서쪽으로 사이아나산맥을 넘어 쿠즈바스까지의 구간은 많은 터널을 지나며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아바칸을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칸스크역이 나타난다.「칸강변의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인구 10만명 내외의 작은 마을이지만 16 28년 요새로 건설돼 매우 오래된 마을로 유명하다.처음에는 변경수비를 맡은 에니세이 코작이 살았으나 17 17년부터 모스크바∼이르쿠츠크를 연결하는 시베리아 트랙(길)이 통과하면서 급작히 발달했다.「스파스카야」「페트로파블로프스카야」등 유서깊은 교회건물들이 많은데다 섬유·양초·비누 생산지로 꽤 이름높은 곳이다.아울러 이글스트롬·모자렙스키·살라비요프·발렌베르크등 이름난 데카브리스트들이 이르쿠츠크 유형길에 머문 것으로도 유명해진 마을이다. ○바이칼호 부근 도착 이튿날 상오8시30분 마침내 「자(뒷쪽)오제르느이(호수)」지역에 진입했다.드디어 바이칼호수와 연관된 이름이 나타난 것이다.낮12시40분에 클루치역을 지났다.모스크바로부터의 거리는 44 67㎞를 가리켰다.클루치는 「열쇠」라는 뜻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주가 끝나는 마지막역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마침내 여행을 시작한 뒤 13번째 주인 이르쿠츠크주로 들어섰다.비류사강을 지나며 곧바로 타이쉐트역을 지났고 이어서 기차는 다시 방향을 틀어 이르쿠츠크까지 한동안 남진을 계속한다.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도 훨씬 따뜻해졌다. 옆칸에는 북극해에 연한 튜멘주 영토내 야말­네네츠키 자치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가족이 타고있었다.부부가 8살난 딸아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휴가를 맞아 하바로프스크에 사는 노부모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47살이라는 이 건장한 노동자는 북부 혹한지대에 사는 노동자들의 애환과 생활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기다리라고 한 뒤 문을 걸어잠그고는 무려 30분 이상 전가족이 옷치장을 하고난 뒤에야 사진촬영에 응하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지난 77년 콤소몰(청소년동맹)로부터 튜멘북부 건설현장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고 그곳에 간 뒤 도로·철도·공항건설·유전·가스개발등에 참여했는데 점점 더 북쪽으로 올라가 지금은 거의 북극해 바로 밑인 노브이 우렌고이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당시 오지 건설공사장 참여자들은 「까라차예바」라고 불렀는데 모두들 건설영웅 대접을 해주어 우쭐한 기분으로 일했다고 했다.지금도 「시베리아 나트바브카」라고 부르는 오지 특별수당 덕분에 타지역에 비해 월급이 2백50%나 된다.그러나 그동안 힘들게 벌어 저축한 돈이『최근 몇년 사이의 인플레로 제로가 됐다』고 그는 한탄했다. 그곳은 지금도 겨울이면 영하 50도를 밑도는 날이 많다고 했다.반면 한여름에는 영상 40도나 되는 무더위에 모기가 들끓어 일하기가 보통 힘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겨울에는 자고 나면 눈치우는 게 제일 큰 일이고 공기중 증기가 얼어붙어 불과 2∼3m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날이 많다고 한다. 이런 오지에 살면서도 전가족이 구김살 없이 활달하고 친절한 심성을 지키고 있는 게 퍽 인상적이었다.발랴라는이름의 어린딸은 학교에서 배운 푸슈킨의 시를 졸졸 외워보였다.
  • 벙커C유 제거 21일째 남해안 생업의 현장

    ◎청정해역 아직도 기름과 싸운다/소리도 반경 1백리 해역은 죽음의 바다로/일대 섬마을 어귀마다 흡착포부대 산더미/보름간 유처리제 29만ℓ 살포… 후유증 우려 「내고향 남쪽 바다…」로 시작되는 명곡의 고향,청정 해역이 온통 벙커 C유로 뒤덮였다.어민들의 기름과의 싸움도 21일째 계속되고 있다.씨 프린스호가 좌초한 소리도 반경 1백리 해역은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질만큼 황폐화됐다.5백리 길인 부산 앞바다까지 기름이 번져 해수욕이 금지되기도 했다.당장의 피해만도 전남 여천지역에서만 자그마치 1천억원.기름을 없애느라 뿌린 유처리제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2∼3년 후의 피해는 이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생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기름을 걷어내는 남해안을 가보았다. ○소리도 일요일인 13일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연도마을 해변가.아낙네 30명이 갯바위와 해안가의 돌멩이 및 모래에 찌든 기름 찌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남자들은 수거한 흡착포를 비닐부대에 담아 리어카와 경운기로 날랐다.마을 어귀의 1백m에 이르는 방파제에는 흡착포 부대가 쌓여있어 사람이 제대로 지나다니기 어려웠다. 여천군 남면의 안도,금오도,대두라도,화태도는 물론 화정면의 월호도,개도,백야도,돌산도 등 소리도에서 1백리 이내에 자리잡은 섬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소리도에서 1㎞ 쯤 떨어진 역포마을 공동어장.마을 앞 1백㏊의 공동 어장에서 자라던 자연산 돌미역,우뭇가사리 등은 기름막으로 탄소 동화작용이 억제돼 줄기가 말라 비틀어졌다. 이 곳은 1종 어장.어민들에게는 문전옥답이다.조상 대대로 가꾸어온 생업의 터전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기름 찌꺼기들이 지저분하게 덮여있다. 이 마을 김남종(37)씨는 『먹이가 되던 바닷물과 자연산 미역이 오염돼,1억2천만원을 들여 만든 축양장에서 2년 동안 키워 온 전복과 소라 30만개가 다 죽게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소리도 공동어장의 직접적인 피해가 자그마치 8억원.여천군의 경우 남면과 화정면,돌산읍의 전체 7천6백여가구 가운데 27.7%인 2천1백여가구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전체 2백31곳(3천2백95㏊)의 각종 양식어장 가운데 58.6%인 1백33곳(1천3백42㏊)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소리도가 있는 남면이 82곳에 8백99㏊로 전체 피해지역의 67%를 차지하며 돌산읍 31곳 3백81㏊,화정면 20곳·62㏊도 피해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2∼3년에서 길게는 10년 후에 나타나는 2차 피해.마구 뿌려댄 유처리제 때문이다.보름 정도의 방제 기간에 자그마치 29만3천4백62ℓ가 뿌려졌다. 여수 수산대 양식학과 양한춘(63)교수는 『93년 9월 말 광양만 앞바다에 벙커C유 1천여t이 유출됐을 때 뿌린 유처리제로 바다 밑 15m에서 자라는 전복과 소라 등 패류까지 전멸했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이번에 『2∼3개월이 걸려도 좋으니 제발 유처리제를 뿌리지 말라』고 요청했었다.그러나 편리함 때문에 역포 마을앞 새고막 양식장 3백㏊를 비롯,금오도·안도 일대 바다에 무차별로 살포됐다. 소리도 덕포마을의 김의옥(49)씨는 『해변에서 기름찌꺼기를 제치고 땅 밑을 팠더니 기름막이 1m까지 스며들었다』며 『바다도 속으로 골병이 들어 전복,소라,바지락이 곧 전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대 해양학과 윤양호(40)교수는 『침전된 유처리제와 기름찌꺼기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자정작용을 감안해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밝혔다. ○안도 소리도에서 남쪽으로 8㎞ 가량 떨어진 안도.서고지 마을 앞 가두리 양식장 10여㏊에는 수천마리의 광어와 우럭(조피볼낙)이 하얀 배를 뒤집고 떠올라 있다.양식장 칸막이(가로 세로 각 7m)마다 기름덩어리가 된 죽은 고기 투성이였다.5명의 아낙네들이 뜰채로 기름을 걷어내고 있었다. 마을 앞에는 서낭당 돌더미를 연상시키는 죽은 물고기 더미가 30개를 넘어섰고 좁은 길마다 기름 흡착포 등 수거물 부대가 어지럽게 나뒹군다. 남면의 대두라도,화태도,화정면의 월호도,개도,제도,돌산도의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2백여㏊의 양식장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어느 곳에서나 떼죽음을 당한 수천마리의 넙치,광어,우럭 등이 악취를 풍긴다. 대두라도 봉통과 선창마을 80여가구 1백80여명은 가두리 양식장 13㏊(5백20조)가 유일한 수입원이다.이장 박행규(42)씨는 비어가는 양식장을 바라보며 술로 화풀이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했다.박씨는 『지난 해부터 1㏊ 양식장에서 길러온 우럭,농어,참돔 18만5천여마리(시가 2억∼3억원)가운데 살아있는 고기는 셀 수 있을 정도』라며 『잠결에도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견딜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남해 어민들은 광양만에 이어 2년여만에 터진 이번 사고로 남해바다는 치명적인 골병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미조면 조도 어촌계장 이옥렬(60)씨는 『64.4㏊의 공동 어장에 밀려온 기름띠로 어패류와 해조류가 폐사해 직접 피해액만 10억9천여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남해지역 어촌계의 공동어장 9백60㏊는 총 95억6천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을 조사하는 남해군 수협 김철범(39)씨는 『어민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거제지역도 남부·동부·일운면 연안도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었다.이 곳의 「피해 대책위」 강계근(55) 위원장은 『멸치가 가장 잘 잡히는 철인데도 유화제가 뿌려진 해역에서는 멸치 구경을 할 수 없다』며 『38개 어촌계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또 『사고가 피서철과 맞물려 와현·구조라 등 해수욕장에 피서객의 발길마저 끊겨 한 가구당 3백만∼4백만원에 이르던 여름 장사를 허탕쳤다』고 덧붙였다. 이 곳 어민들도 2차 오염으로 입게될 간접 피해액은 95억여원의 직접 피해와 맞먹는 74억9천여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보상 문제◁ 산정기준을 둘러싸고 주민과 선박회사및 보험사간에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여수수산대 교수를 비롯,주민이 지정한 용역업체인 고려검정(주),보험사를 대표하는 협성검정(주),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유조선주 유류오염연맹(ITOPF)등 4개 기관이 합동으로 피해지역에 대한 샘플링 조사를 하고 있다. 어민들은 유처리제에 의한 어류와 패류의 2차 오염과 멸치떼 등 어군이 형성되지 않은데 따른 간접 피해의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또 기름 찌꺼기를 흡수한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은 물고기와 패류 등 생태계 전반에 미칠 3차 오염의 피해도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양만 사고에서는 9백30억원의 보상을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고작 35억2백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때문에 어민들은 지금까지 단 한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 의견/이봉길 해양경찰청 방제과장/첨단 방제장비 확보 시급/유조선사 등 참여 전문 방제업체 설립 긴요/「해양 오염방지법」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기름유출 사고가 대형화되고 있다.특히 청정해역인 남해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79년부터 94년까지 15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3천5백43건의 선박사고 중 47.2%인 1천6백67건이 남해안에서 생겼다. 지난 93년 9월 말 광양만에서 일어난 1천여t의 벙커C유 유출사고는 남해안 일대 양식어장 등을 망쳐 9백여억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혔다. 불행하게도 이런 해난사고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또 대형화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때문에 효율적인 방제수단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해양오염 방제공단」(가칭)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대형 첨단 장비도 확보할 계획이다.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완벽한 방제에 한계가 있다. 외국에서는 대형 선박사고에 대비해 민간 차원의 방제협의체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이번 씨 프린스호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석유회사와 유조선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위기관리 기금을 조성하고 전문 방제업체를 운영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씨 프린스 사고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달 21일 5개 정유회사와 유조선사가 모여 민간의 방제협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었다. 막대한 피해를 낼 수밖에 없는 기름 유출사고는 초기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주무 부서인 해양경찰청이 보유한 방제정은 80∼1백40t짜리 10척이 있으나 파고 2.5m만 돼도 출항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사고 때도 기상 상태가 나쁜 데다 기관실의 화재로 폭발의 위험이 높아 초기 방제를 제대로 못했다. 해양경찰청의 장비는 이밖에도 기름 회수기 34대,또다른 기름 회수기종인 스크루 스키머 3대,오일펜스 8.2㎞가 있다.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등은 시간당 수백t을 회수하는 유회수 전용선박만 20여척 이상을보유하고 있다. 지난 89년 3월 미국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즈호 사건(원유 4만t 유출)을 계기로 미국은 기름오염방지법(OPA)을 제정했다.이 법은 결국 지난 5월13일 국제협약을 채택하는 근거가 됐다.우리도 방제장비 현대화와 함께 이와 비슷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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