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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알렉 로스의 미래산업 보고서(알렉 로스 지음, 안기순 옮김, 사회평론 펴냄) 미국 국무부 혁신 담당 수석자문관으로 전 세계 혁신의 현장을 둘러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20년간 세계경제를 주도할 산업을 전망했다. 책은 미래에 유망한 분야로 로봇공학과 생명과학, 돈의 암호화,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를 지목하는 한편 이처럼 변화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끝에 저자가 구한 해법은 개방성과 청년 창업, 여성의 적극적 사회 진출, 미래 세대 교육으로 압축된다. 저자는 특히 미래 주인공인 자녀 세대에게 코딩과 같은 기술언어와 통합적 사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38쪽. 1만 8000원.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리히 프롬 지음, 장혜경 옮김, 나무생각 펴냄) 에리히 프롬이 1930년대부터 쓴 강연록, 논문, 저서의 글을 모은 책. 국내 미발표작들로 에리히 프롬의 마지막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가 엮었다. 에리히 프롬은 이 글들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남이 바라는 나’가 아닌 진짜 삶에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진짜 삶을 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인 무력감이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밝히고, 무력감을 억압할 경우 자주 나타나는 반응을 짚는 한편 진짜 삶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경험적 판단을 하지 않고, 모든 것에 감탄하며, 갈등 조정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208쪽. 1만 3000원.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강병균 지음, 살림 펴냄) 40여년간 불교를 수행한 수학자 강병균 포항공대 교수가 날카로운 논리와 지성으로 불교를 비롯한 종교를 비판한 책. 종교에 들어 있는 ‘환망공상’(환상·망상·공상·상상)을 제거해야 빛나는 지혜를 대면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종교지도자들이 하는 말 속에 ‘환망공상’이 많은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 ‘환망공상’ 없이 인류의 정신 문명이 발달할 수 없지만, ‘환망공상’은 자칫 혹세무민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맹목적 열정에서 벗어나 과학과 이성의 눈으로 종교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536쪽. 2만 3000원.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교유서가 펴냄) 인간 역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역사가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산업혁명 이전의 밤에 대해 일기나 여행기 등 개인의 기록부터 잡지, 그리고 철학과 인류학 관련 학술연구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의 20년 노고가 깃들여 있다. 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그에 대한 방비책, 밤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망상이나 악몽, 밤에 즐기던 사교행위와 놀이, 불면증 등 밤의 역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서술과 풍부한 도판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 돌베개가 발행한 ‘밤의 문화사’의 개정판이다. 652쪽. 2만 8000원. 힙합하다: 한국, 힙합 그리고 삶 1, 2(송명선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 한국 대중문화의 대세로 떠오른 힙합 음악과 문화를 다뤘다. 딱딱한 해설서나 난해한 학술서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힙합 아티스트 42명이 직접 말하는 힙합 인생이 이 책의 포인트다. 혼혈아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도끼, 이민자 출신으로 방황을 거듭해야 했던 타이거JK, 힙합을 하기 위해 궂은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은 MC메타를 비롯해 빈지노, 다이나믹듀오, 타블로, 지코 등 내로라하는 힙합 뮤지션들이 힙합을 통해 희망을 찾고, 세상을 평정한 스토리들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 거칠지만 생명력 있는 문장, 금색과 은색으로 두른 표지까지 ‘힙합’스럽다. 1권 304쪽, 2권 312쪽. 각권 1만 8000원.
  • “한옥 이미지 살리기 세계유산 지키는 길”

    “한옥 이미지 살리기 세계유산 지키는 길”

    “내 마을이 인근 문화재로 인해 낙후돼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없다면 어느 누가 문화재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문화재가 있어 마을이 더 살기 좋아져야 사람들이 문화재를 더 아끼고 보존합니다. 문화재로 삶이 윤택해지면 문화재를 지키지 말라고 해도 지킵니다.” 경주·공주·부여·익산 등 신라·백제 4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나선화(67) 문화재청장의 소신이다. 그의 이 같은 지론이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시작된 한옥 지원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고도가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생활 환경이 낙후돼 살기 힘들고 자녀도 제대로 키울 수 없다며 외면했던 젊은이들까지 고도로 되돌아오고, 상가가 조성되면서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나 청장은 “고도가 생명력을 얻으면서 사람들 인식도 ‘문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데서 ‘문화재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진다’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나 청장은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고도를 둘러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고도라고 하는데 말만 고도지 고도 이미지와 어울리는 게 전무했기 때문이다. 허허벌판에 탑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거나 붕괴된 성곽만 있는 등 죽은 땅이나 매한가지였다. 인근 주민들의 삶도 열악했다. 나 청장은 ‘이래서는 관광객들이 찾고 싶은 마음 자체가 들지 않겠다’고 여겨 고도 옛 모습 복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도를 길이길이 보존하는 방법은 고도 이미지를 되살리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4개 고도는 세계유산이에요. 그에 걸맞게 세계적인 명소가 되려면 우리만의 문화적인 특성이 있어야 합니다. 전 세계의 삶의 모습이 하나가 돼 가면서 각국의 전통이 더 주목을 받고 있어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주거 공간인 한옥은 우리의 전통 건축양식입니다. 한옥 조성으로 고도 이미지가 되살아나면 외국 관광객들도 더 많이 고도를 찾을 겁니다.” 나 청장은 고도 유적지 주변 전봇대들의 전선 지중화 사업도 지자체와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주 유적지 주변 2㎞, 공주 2㎞, 부여 5.68㎞ 정도의 전선 지중화가 진행됐다. 나 청장은 “익산은 올해부터 의욕적으로 하려 하고 있다”며 “한옥과 어우러져 고도의 역사적 가치가 제대로 발현하려면 전선 지중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청량하다, 고도에 부는 한옥 바람

    청량하다, 고도에 부는 한옥 바람

    지난 20일 충남 공주 송산마을. 한옥과 슬레이트 지붕의 낡은 옛집이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골목으로 들어서니 곳곳에서 한옥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박연수 공주시 고도육성팀장은 “예전 이 마을은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 죽은 곳이었는데, 한옥 지원 사업으로 생기를 되찾고 있다”고 했다. ●생기 되찾은 공주 송산마을… 에어컨 없어도 시원 송산마을은 무령왕릉을 비롯해 백제 웅진 도읍기의 왕실 무덤 7기가 모여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 인접해 있어 40년 넘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집이 주변 도로보다 낮아 비만 오면 침수되기 일쑤였다.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펄펄 끓었다. 집이 허물어져도 고칠 수 없었고, 증개축을 하지 못해 겨울 추위와 여름 무더위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그랬던 마을이 최근 들어 확 바뀌기 시작했다. 완공돼 주민이 살고 있는 한 한옥으로 들어가 봤다. 푹푹 찌는 바깥과 달리 시원했다. 에어컨, 선풍기 같은 냉방 장치가 하나도 없는데도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박대수(56)씨는 “정부에서 한옥과 담장 신축에 1억 200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부모님 편하게 사시라고 대출을 조금 받아 지었다”며 “옛날엔 문화재 인근 마을이라 집을 고치지도 새로 짓지도 못했는데, 이젠 정부에서 집 지으라고 지원금까지 주니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1억원 지원받은 공터, 고풍스런 체험형 숙소 변신 송산마을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공산성 인근 지역도 한옥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식당과 숙박시설 밀집 지역이라 송산마을보다 규모가 큰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비용 관계로 신축을 하지 못한 식당이나 숙박업소는 정부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아 외관을 기와로 고풍스럽게 꾸몄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공터에 한옥 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지은 신영기(48)씨도 정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았다. 1층은 살림집, 2층은 숙박시설이다. 신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 한옥 지원 사업 얘길 듣고 이곳으로 옮겨 왔다. 아이들이 전통을 체감하며 지낼 수 있어 좋다. 주말엔 관광객들로 2층 방이 꽉 찬다”고 했다. 송산마을과 공산성 인근에 한옥 7채를 짓고 있는 한옥전문업체 한옥애 공병곤(56) 대표는 “2018년까지 한옥 신축 신청이 꽉 차 있다. 다른 업체 3~4곳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지금은 한옥이 오밀조밀 모여 있지 않은데 2년 뒤쯤엔 자연스럽게 한옥마을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경주·공주·부여·익산 등 신라와 백제의 고도(古都)가 옛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시작된 한옥 지원 사업이 올 들어 본궤도에 오르면서 죽은 마을들이 생명력을 되찾고 있다. ‘고도 보존’에서 ‘고도 보존 및 육성’으로 정책을 바꾼 점과 1억원 지원책이 주효했다. ●2018년까지 경주·공주·부여·익산 각 100채 신축 지난해 시작된 고도 한옥 지원은 2018년까지 4년간 479억원을 투입해 주거와 가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고도별 한옥 100채씩을 짓는 게 목표다. 한옥 신축 1억원, 가로변 건축물 외관 개선 사업 3000만원, 담장 및 대문 2000만원, 간판 200만원 등을 보조한다. 지원 대상 지역은 경주 인왕동과 황남동(35만 7559㎡), 부여 쌍북1리(8만 1310㎡), 공주 송산리 고분군과 정지산 주변(26만 6863㎡), 익산 금마 고도지구 내 일원(37만 92㎡)으로,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수십 년간 개발을 하지 못한 지역들이다. 김삼기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장은 “고도 주변 주민들 여론조사를 했는데 주거 환경 개선 의견이 제일 많았다”며 “2004년 3월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고도 주변 지역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 가능해진 데 이어 지난해 예산이 마련되며 한옥 신축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한옥 인식 긍정적으로 변화… 올 사업 늘어 4개 고도 한옥 신축은 지난해 30채에서 올 상반기에만 50채로 급증했다(표 참고). 공주의 한옥 신축이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16채로 4개 고도 중 가장 많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19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력 덕택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 고도 지역 내 전 가구를 방문하며 한옥 지원 사업을 홍보했다. 처음엔 주민들이 집을 짓는 데 정부에서 1억원을 지원해 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한옥은 살기 불편하다는 왜곡된 정보도 떠돌았다. 이정열 공주시 고도육성팀 주무관은 “수십 년간 규제만 해온 관에 대한 불신이 컸고, 그런 정부에서 큰 금액을 지원해 줄 리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며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불신과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는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은 기존 규제 중심 보존·관리에서 벗어나 문화재로 인한 직간접적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주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질병의 근원 ‘독종’ 세균, 항생물질은 사람 콧속에(연구)

    질병의 근원 ‘독종’ 세균, 항생물질은 사람 콧속에(연구)

    항생제 내성 세균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신약을 개발 중인 생물학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곳은 바로 우리 인간의 코였다. 독일 튀빙겐대 연구진은 인간의 코안에 사는 특정 세균이 만든 항생물질에 보통 항생제가 듣지 않아 질병을 키우는 끈질긴 생명력의 ‘슈퍼 세균’을 죽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고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27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안드레아스 페셀 교수는 “인간과 관련한 세균이 실제로 효과 있는 항생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이미 대규모 선별 조사에 관한 계획이 시작됐는데 우리는 이 발생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생물질이 더 많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항생물질은 일반적으로 토양에 사는 세균에서 얻게 된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슈퍼 세균은 이 같은 현재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예전에는 가벼웠던 증상이 잠재적으로는 치명적인 감염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세균은 앞으로 10년 안에 암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은 왜 생기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의료진의 항생제 과잉 처방과 환자의 무분별한 복용에 있다고 한다. 결핵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일부 세균은 이미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 연구진은 황색포도상구균이 코속에 있는 사람이 전체의 30%밖에 안 되며 나머지 70%에게는 없는 이유를 조사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중증의 세균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실제로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세균은 항생제 내성을 발달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 다른 포도상구균속 세균으로 인체 중 특히 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필로코커스 러그두넨시스(Staphylococcus lugdunensis)가 황생포도상구균과 싸우는 항생제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 화합물은 ‘러그두닌’(lugdunin)으로 명명됐다.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새롭게 발견한 이 항생물질이 피부에 감염된 세균을 제거하거나 개선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해로운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페셀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매우 예기치 못하고 흥미로운 발견이며 항생제 개발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몸에는 1000종 이상의 세균류가 있어 발견을 기다리고 있는 항생제 생산 균 또한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인간의 몸에 있는 세균 집단은 새로운 항생제 공급원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때’를 놓치면/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때’를 놓치면/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고, 아무리 명약이라도 소용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된다. 정치도, 정책도, 심지어 자리에 들고 나는 것과 말 한마디까지 그렇다. 때는 시간이고 기회다. 그리스 신화는 ‘시간’을 두 가지로 본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는 일정한 속도,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되돌릴 수도, 정지시키거나 속도를 높이거나 늦출 수도 없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어느 때나 같다. 그러나 그 물리적, 기계적 시간도 개인의 현실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같은 시간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짧고, 어떤 사람에게는 길고, 어느 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또 어느 순간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때론 느낌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바로 그 ‘소중한 순간, 기회, 올바른 척도’로서의 시간이다. 기회(occasion)라는 단어도 카이로스에서 나왔다. 카이로스는 발에 날개가 달려 있어 재빨리 잡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그리스 어느 도시에 있다는 ‘앞머리는 길고 뒤는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에 발에 날개가 달렸다’는 ‘기회’란 이름의 동상도 아마 카이로스일 것이다. 그 동상에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뒷머리가 없는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새가 날아간 후에는 꼬리를 잡으려 해도 소용없다. 우리 사회는 그 카이로스의 시간을 참으로 많이 흘려보냈고, 지금도 그것을 무시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골든타임’이란 ‘때’를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희생자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여름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일도 우물쭈물하다 ‘호미로 막을’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어느 공무원은 이 정부가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어쩌면 점점 더 깊어지고 음습해진 부정부패만은 확실히 없애 줄 것이란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바랐다. 심지어 노조와 종교계까지.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도 각자 어느 정도 감수할 각오까지 했다. 사회 정의와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지 않은 정권이 없었지만, 특히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부터 도덕성과 청렴성이 높았고, 각오도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정말 구호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면 집권 초기의 권력의 힘과 사회 분위기, 국민 정서를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때를 놓쳤다. 인사의 ‘덫’에 걸렸고,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았고, 의지가 부족했다. 그 결과 기득권 세력과 내부 집단의 도덕적 해이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만약 정부가 이것 하나만이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았다면 오히려 ‘있는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은 팽개치고 특권과 지위를 이용해 오로지 자기 욕심만 더 채우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니었을 것이다. 법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검사장이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아 1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까지 챙기고, 검찰 조직은 그것을 제대로 감시하고 차단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류 화장품 졸부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재판 로비에 나선 변호사, 적자투성이인 기업을 흑자라고 속이고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자기 호주머니에 챙겨 넣은 기업인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새 국가 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도 그렇다. 3년 전에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국가 브랜드는 어차피 정권이 끝나면 바뀔 테지만, 지금보다는 생명력도 길고, 창의 한국과 창조경제가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으니 누가 감히 표절 시비를 붙겠는가. 국민의 생각을 모으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때가 늦으니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까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그렇다. 어느 시인(이형기)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시간까지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그때를 무시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은 사람 앞에 시간은 잔인하다. 카이로스는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 [기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보이는 것들/박세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기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보이는 것들/박세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과학자들이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편향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모순’(矛盾)이 좋은 예다. 중국 초나라 때 창(矛)과 방패(盾)를 팔던 상인이 자신의 창은 세상의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 하고, 돌아서서는 자신의 방패가 세상의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가만 지켜보던 손님이 “그럼 당신의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자 상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흔히 앞뒤 다른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으로 이해한다. 반면 과학자는 인간은 편향의 동물이므로 창이나 방패 한쪽의 얘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으로 새긴다. 25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안)’이 국무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의결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모순을 떠올린 이유는 유독 상충하는 주장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본 계획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지 38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이다. 38년은 긴 시간이지만, 그사이 우리는 과거 380년 동안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포켓몬고로 대표되는 증강현실을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기저는 과학이다. 가지 않은 길을 걱정만 하고, 지나온 길을 돌아가자 했다면 만날 수 없었던 변화다. 방폐물은 그동안 우리가 전기를 쓴 부산물이므로 모두의 책임이라는 대전제에 다들 동의하고, 정책이 단박에 이뤄지지 않고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정부가 기본 계획을 내놓으니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폐물)를 꺼내 가라 하고, 절차가 잘못됐으니 처음부터 다시 하라며 목소리만 크다. 정치권은 다른 이슈로 경황이 없고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산업부 장관이 한마디 하면 총리나 대통령이 지시하면 가능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문제에는 생각보다 많은 절차와 규제, 과학적 체계와 국제적 약속이 얽혀 있다. 정부 정책이 확정되고 그에 따른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를 각 발전소 부지에 임시 보관한 이유도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킨 미국 하버드대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근작에서 “도덕적인 이해가 과학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랜 유교 문화권의 영향인지 우리는 참과 거짓으로 상황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크지만, 이번 정책은 정부 신뢰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포화를 앞둔 시점에서 국제적 기술 동향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당면 과제다. 사용후핵연료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꺼내 옮기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가 하는 상세한 모든 내용은 법으로 명문화해야 정책이 생명력을 얻는다. 각자 주장이 달라도 한목소리로 고준위방폐물 절차에 관한 법안 마련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날아다니는 미생물 비만을 전염시킨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날아다니는 미생물 비만을 전염시킨다?

    미생물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 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생물을 뜻한다.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 몸을 이루는데, ‘생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하고 분열하며 생육하는 살아 있는 존재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약 100조개 이상, 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미생물은 인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의 다양한 역사와 쓰임새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생물을 향한 인류의 탐구, 어디까지 왔을까? ●비만 치료 ‘효자’로 떠오른 미생물 미생물은 크게 인체 내부, 특히 장(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과 바다나 숲 등 쉽게 접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장내 미생물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질병 예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최근 미생물이 ‘효자’로 떠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것은 이미 10여년 전이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은 비만과 미생물 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는데,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비만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날씬한 쥐에게 주입한 결과 마른 쥐가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장내 세균은 후벽균(피르미쿠테스·)과 의간균(박테로이테데스)으로 분류한다. 이들 두 세균은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벽균의 경우 비만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어 ‘비만 세균’이라고 부르는 반면 의간균은 비만을 막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후벽균이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했지만, 체중 감량 52주 후에는 후벽균이 70%대로 떨어지고 거의 없던 의간균 비율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만이 ‘전염’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영국의 ‘웰컴 신탁 생거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비만뿐만 아니라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의 질병이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현재 세계 학계에는 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 왔던 자폐증이나 우울증 역시 장에서 발생한 신경독소 물질이 뇌까지 이동하면서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강한 생명력… 화성탐사선 동행 계획도 미생물은 인체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혹은 생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과학계는 미생물이 현존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왔는데, 지난 5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미국지질조사소(USGS), 버지니아해양과학원(VIMS)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하수와 호수 녹조현상 간 상호작용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호수에 질소화합물이 다량 유입되면 녹조현상이 유발되고 수질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폐사하거나 독소가 생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호수로 질소가 유입되는 경로 중 하나가 지하수의 유입과 배출이며, 이때 미생물이 지하수가 포함한 해로운 형태의 질소를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 주거나 해로운 질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는 미생물이 세계 곳곳의 수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주 환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 미생물은 생명체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화성의 추운 기후와 낮은 중력, 그리고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러한 미생물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의 화성 탐사선에 특정 미생물을 ‘동행’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美, 미생물 연구에 2년간 1390억 쏟아 미생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임기 마지막 과학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생물이 인간을 비롯해 소나 돼지 등 가축, 더 나아가 우주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 사업에는 2년간 무려 1억 2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9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4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나섰고, 관련 분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원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각각 10억원, 4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이 점차 늘고 있긴 하나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미생물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길 희망한다. huimin0217@seoul.co.kr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지방공항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지방공항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323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15개 공항을 이용한 항공 여객은 전년 대비 10.7% 상승한 1억 1865만명이다.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기관 간 협업을 통해 위와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국내 관광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러나 외래 관광객 방문지의 80%가 서울 및 수도권, 18%가 제주도 등 국내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고,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 비율이 2012년 29.7%에서 2014년 20.2%로 줄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풀어 나가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먼저 외래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의 다양한 관광 명소를 발굴하고 이를 관광객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양의 경우 지방 소도시들이 주목받으며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남서부 작은 어촌에서 나폴레옹의 휴양지로 유명해진 해변도시 비아리츠, 철광석을 캐던 공업도시에서 문화와 미술의 도시로 변모한 스페인의 빌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광지들은 지역 특유의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획일화된 관광 패턴에 지친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세계 구석구석으로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처럼 지방 관광이 성공을 거둔 요인 중 하나가 관광지의 매력에 못지않게 인근의 지방 공항을 활용한 손쉬운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지방마다 선조들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 고유한 특색이 있는 지역별 먹거리, 산과 강을 따라 펼쳐지는 유려한 자연환경 등 세계인이 부러워할 만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관광지란 한국인에겐 정겨운 곳이지만,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좌식, 온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방바닥에 앉아 식사하고 잠드는 문화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 따라서 오고 가기 쉽고, 묵기에 편안하고, 내년에 다시 오고 싶은 지역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숙박시설, 연계 교통망, 식당 환경, 다양한 언어로 표기된 간판 등 하드웨어의 개발은 물론 지역별 고품격 문화 콘텐츠와 같은 소프트웨어 역시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대구, 청주, 무안, 양양 등 지방국제공항에 국제 노선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렇게 외래 관광객들의 지역 접근성을 높여 나가야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정책은 소외받던 지방 도시 구석구석까지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항공·관광 업계 또한 지역 관광지의 매력도를 높이고 전반적인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해 다양한 부서가 협업을 시도하며 ‘지방 도시’를 살리기 위한 활기찬 변화를 이끌고 있다. 낙후되고 촌스러운 장소라는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돌파구가 될 지방 도시에 주목할 때 ‘2016~2018 한국 방문의 해’ 역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
  • [‘포켓몬고 광풍’] “포켓몬이기 때문에 성공… 본질은 AR 아닌 콘텐츠”

    [‘포켓몬고 광풍’] “포켓몬이기 때문에 성공… 본질은 AR 아닌 콘텐츠”

    “‘포켓몬고’는 그것이 ‘포켓몬스터’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최근 ‘게임사전’을 발간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장은 14일 “포켓몬고 열풍의 본질은 증강현실(AR)보다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AR 게임 중 유독 포켓몬 고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 자체의 힘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켓몬스터는 1996년 일본 닌텐도가 출시한 비디오게임이다.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면서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 이용자의 상당수는 포켓몬스터와 함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몬스터볼을 던져 포켓몬을 수집하고, 알을 부화시키고 포켓몬을 육성한다는 원작의 스토리를 디테일한 게임성으로 되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일본은 일찌감치 이 같은 지적재산권(IP)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 힘을 기울여 왔다. 콘텐츠 하나가 성공하면 더 많은 창작자가 합류해 이를 시리즈로 발전시키고 애니메이션과 영화, 게임 등으로 생명력을 이어 가는 작업이 활발하다. ‘어벤져스’, ‘아이언맨’과 같은 영화들이 이러한 ‘트랜스미디어’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시간 세계인들에게 각인돼 온 고유의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다. 콘텐츠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 만화와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창작자에 대한 대우가 제자리걸음인 탓이 크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장금’ 등 성공한 한류 콘텐츠가 트랜스미디어의 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오래 이어 가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다. 이 같은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게임업계는 자사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등 지적재산권을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인기 게임을 뮤지컬과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드는 한편 넥슨의 ‘네코제’와 같은 문화 페스티벌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워크래프트’ 등 자사의 게임을 영화로 만드는 미국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류 교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 타 미디어로의 확산에 이르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비만 치료부터 우주 정착까지…미생물 활용백서

    [송혜민의 월드why] 비만 치료부터 우주 정착까지…미생물 활용백서

    미생물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 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생물을 뜻한다.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 몸을 이루는데, ‘생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하고 분열하며 생육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약 100조 개 이상, 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미생물을 인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의 다양한 역사와 쓰임새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생물을 향한 인류의 탐구, 어디까지 왔을까? ◆미생물 활용법-인체편 미생물은 크게 인체 내부, 특히 장(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과 바다나 숲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계는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있어 장내 미생물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질병 예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최근 미생물이 ‘효자’로 떠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이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은 비만과 미생물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는데,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비만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날씬한 쥐에게 주입한 결과 마른 쥐가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장내 세균은 후벽균(피르미쿠테스·Firmicutes)과 의간균(박테로이데스·Bacteroidetes)으로 분류한다. 이들 두 세균은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벽균의 경우 비만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어 ‘비만 세균’이라고 부르는 반면, 의간균은 비만을 막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후벽균이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했지만, 체중 감량 52주 후에는 후벽균이 70%대로 떨어지고 거의 없던 의간균 비율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만이 ‘전염’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영국의 ‘웰컴 신탁 생거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비만뿐만 아니라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의 질병이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현재 세계 학계에는 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왔던 자폐증이나 우울증 역시 장에서 발생한 신경독소 물질이 뇌까지 이동하면서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미생물 활용법-환경편 미생물은 인체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혹은 생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과학계는 미생물이 현존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왔는데, 지난 5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미국지질조사소(USGS), 버지니아해양과학원(VIMS)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하수와 호수 녹조현상 간 상호작용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호수에 질소화합물이 다량 유입되면 녹조현상이 유발되고 수질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폐사하거나 독소가 생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호수로 질소가 유입되는 경로 중 하나가 지하수의 유입과 배출이며, 이때 미생물이 지하수가 포함한 해로운 형태의 질소를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주거나 해로운 질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는 미생물이 세계 곳곳의 수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주 환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 미생물은 생명체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화성의 추운 기후와 낮은 중력, 그리고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러한 미생물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의 화성 탐사선에 특정 미생물을 ‘동행’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생물 연구에 쏟아지는 관심과 투자 미생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임기 마지막 과학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생물이 인간을 비롯해 소나 돼지 등 가축, 더 나아가 우주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 사업에는 2년간 무려 1억 2100만 달러, 한화로 약 139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4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나섰고, 관련 분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 원을, 미래창조과학부과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각각 10억 원, 4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이 점차 늘고 있긴 하나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미생물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길 희망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신혜, 숨겨둔 화보 B컷 공개 “예쁨주의보 발령”

    박신혜, 숨겨둔 화보 B컷 공개 “예쁨주의보 발령”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 출연 중인 배우 박신혜의 숨겨진 화보 B컷이 공개됐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촬영한 ‘싱글즈 6월호’ 화보 B컷이 공개됐다. 박신혜는 드라마 촬영 돌입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닥터스’의 여주인공 유혜정에 푹 빠진 듯 상큼하면서도 건강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화보 속 박신혜는 깨끗한 피부톤에 베이비로즈 립 컬러로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뽐내는가 하면 2016년 유행하는 다양한 틴트 컬러의 선글라스와 가방 등을 믹스매치하여 패셔니스타로서의 매력을 과시했다. ‘닥터스’에서 막다른 골목의 문제아에서 사명감 가득한 의사로 성장하는 유혜정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박신혜의 계속된 변신에 귀추가 주목된다. ‘닥터스’는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 방송. 사진=그림공작소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뮤지컬은 감동의 집약체… 제 삶에 또 다른 길 열어줘 설레”

    “뮤지컬은 감동의 집약체… 제 삶에 또 다른 길 열어줘 설레”

    “뮤지컬은 가수에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노래뿐 아니라 연기와 춤으로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으니까요. 감동의 집약체인 뮤지컬 무대에 꼭 서고 싶었습니다.” 꿈이 이뤄졌다. 가수 케이윌(35)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8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로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달 18일 첫 공연에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헌신적이고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주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역을 열연해 갈채를 받았다. 케이윌의 ‘노트르담 드 파리’ 출연은 지난해 월드투어로 내한한 프랑스 오리지널팀 배우들이 케이윌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온 게 계기가 됐다. “콰지모도 역을 했던 분이 제 노래를 들어봤는데 제 목소리가 콰지모도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추천을 해 주셨고, 배우들과 함께 온 제작사 분들도 캐스팅 제안을 하셔서 오디션을 보게 됐습니다.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되니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제 삶에 또 다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합니다.” 케이윌은 과거 혼자 오디션을 보러가기도 했다. 캐스팅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여러 제작사에 그의 목소리가 알려지면서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성공적인 데뷔는 그의 노력과도 무관치 않다.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는 왜 이 작품을 썼고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작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몇 날 며칠 궁리했다. 프랑스 배우들과 국내 배우들의 공연 장면을 보면서 콰지모도의 폭넓은 음역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도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좀더 노래를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콰지모도가 돼 그의 모든 것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관객분들이 제 노래와 연기를 이질감이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데뷔작으로 대형 작품의 주역을 꿰차 부담감도 컸다. “저보다 먼저 뮤지컬에 데뷔한 선후배 가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모두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근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죠. 그간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어도 이렇게 큰 작품으로 시작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콘서트는 제가 책임지면 되지만 뮤지컬은 저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부담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죠. 주위 시선도 ‘기대 49, 우려 51’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가수와 뮤지컬 배우는 확연히 다르다고도 했다. 가수는 노래할 때 자신이 주인공이 돼 ‘나라면 그런 상황에선 어떤 감정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되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노래할 땐 제 과거 경험을 토대로 이런 감정으로 부르면 되겠다는 느낌이 와요. 근데 뮤지컬은 제가 아니라 맡은 배역, 즉 콰지모도 입장이 돼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래를 불러야 하더군요. 카메오로 잠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연기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 쉽지 않았어요. 신선하면서도 많이 힘든 부분이었죠.” 그는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이든 대중가요든 예술적 관점에서 본다면 제가 부르는 노래, 제가 펼치는 퍼포먼스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가수든 뮤지컬 배우든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닥터스’ 김래원, 박신혜바라기 ‘정공법 로맨스’ 눈빛+말투에 여심 ‘철렁’

    ‘닥터스’ 김래원, 박신혜바라기 ‘정공법 로맨스’ 눈빛+말투에 여심 ‘철렁’

    오랜 시간 박신혜를 향한 사랑을 지켜온 ‘혜(혜정)바라기’ 김래원이 요령 없는 정공법 로맨스로 박신혜는 물론 월화 안방극장 여심을 모조리 사로잡을 전망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닥터스’ 홍지홍(김래원 분)의 사랑은 13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주 방송된 SBS ‘닥터스’ 3-4회에는 13년의 세월이 흘러 신경외과 의사 선후배가 된 지홍과 혜정(박신혜 분)의 운명적인 재회가 담겼다. 재회의 순간에 지홍은 “결혼했니? 애인 있어?”라는 담백한 질문으로 그간의 오랜 기다림을 드러내는가 하면, 혜정의 ‘아니’라는 답변에 은근한 미소로 “됐다 그럼!”이라고 답하며 기쁨과 안도감을 내비쳤다. 지혜(지홍+혜정) 커플 로맨스에 불씨를 지핀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설렘을 안기며 ‘닥터스’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기도. 지홍과 혜정은 4회 말미 체육관 결투 장면에서 오고 가는 공격 속, 미묘한 감정들을 주고받는 모습으로 로맨스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터. 오늘(4일) 방송될 ‘닥터스’ 5회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명쾌하게 혜정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는 지홍의 직진 로맨스가 그려진다. 지홍은 흔들림 없는 믿음과 진솔한 감정을 예고 없이 표현하며, 잠들어있던 혜정의 연애 감각을 조금씩 일깨울 예정이다. 이에 제작진은 “최근 작품에서 연기한 카리스마 넘치고 무게감 있는 역할들도 좋았지만, ‘닥터스’를 통해 역시나 김래원의 주 종목은 로맨스, 멜로 장르임을 톡톡히 입증하고 있는 듯하다. 김래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눈빛과 말투, 목소리와 제스처 등이 ‘홍지홍’과 딱 맞아떨어진 덕에 캐릭터의 매력이 200% 발현되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이어 “’홍지홍’이란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캐릭터의 감정을 절묘하게 읽어내고 그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능력이 탁월하다. 드라마의 주 무대가 병원으로 옮겨가면서 로맨스, 메디컬 등 극 장르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데, 한 여자를 지고지순히 사랑하는 남자로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지닌 의사로서 다각도의 매력을 선보일 그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멜로를 아는 남자 김래원의 ‘정공법 로맨스’가 그려질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5회는 오늘(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늘의 전통, 내일을 담다

    오늘의 전통, 내일을 담다

    전통이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지속되어 현재에도 살아 움직이며 그것을 받아들여 다음 세대에 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 무엇’이라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민족학자인 장 푸이용은 정의했다. 전통이란 더이상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바탕이 되는 가치 혹은 문화 그 자체라는 얘기다.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특별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고전: 전통, 오늘의 일상’전은 우리의 전통 공예가 어떤 수용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시대와 교유해 왔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일찍이 만들고 아끼다’, ‘어여쁘게 다듬어 사용하다’, ‘비롯되고 이어지다’ 등 세 가지 주제로 근대부터 현대까지 100여점의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친왕 나전찬합 등 근대화 수용한 공예품 선봬 ‘일찍이 만들고 아끼다’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거친 세월을 헤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 했던 기록과 그 흔적들을 보여 준다. 1907년 설립된 최초의 전문기술교육학교인 공업전습소, 1908년 이왕가에서 공예전통의 진작과 공예를 통한 산업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한성미술품제작소, 일제강점기에 운영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와 일본경질도기주식회사 등에서 제작된 근대 공예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영친왕이 일본에서 사용하던 나전찬합, 은제 양주잔과 주전자, 청자해태 잉크스탠드 등 조선의 마지막 장인들이 근대화를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보여 준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립 공업전습소에서 1908년 만들어진 고려요 재현품이 공개된다. 아울러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의 발행인으로 알려진 고 한창기(1936~1997) 선생이 디자이너 이상철과 함께 구상한 ‘쓸모 있고 아름다운 우리 세간’도 전시된다. 아름답던 우리 식기가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로, 결 고운 우리 목제 가구가 철제 캐비닛으로 빠르게 대체되던 1970년대 전통문화의 부활을 꿈꾼 이들이 내놓았던 유기로 된 연잎칠첩반상기, 우일요의 백자 칠첩반상기, 부곡도방의 다기세트, 백동식기 등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홍정실 입사장의 촛대와 향로, 금입사굽다리접시 세트도 소개된다. 홍정실 입사장은 “공예는 우리의 시대와 삶을 증거하고 후손들에게 전할 수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면서 “전통을 체화하는 과정에서 전통공예는 활력과 생명력을 얻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유전자를 잉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개량된 장독대·옹기 등 일상에 스민 작품 소개 ‘어여쁘게 다듬어 사용하다’에서는 의식주와 관련된 전통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보여 준다. 우리 공예문화가 아름답게 다듬어지고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삶의 공간이 얼마나 윤택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생활에 맞게 개량된 장독대와 옹기 외에 분청이나 옻칠, 방짜유기 등 전통 공예 기술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다기, 피처, 스트레이너 등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선별한 공예작품들이 소개된다. ●시대 재해석한 장인들 통해 미래 문화 가늠 ‘비롯되고 이어지다’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해석한 장인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오늘을 사는 전통, 전통에서 미래를 꿈꾸는 작업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 유일의 지우산(종이우산) 장인인 윤규상의 작품, 전통의 방식으로 비단신과 가죽신을 만드는 안해표 화혜장의 작품 등 재단법인 예올이 선정한 장인 8명의 공예작품들이 전시된다. ‘문화와 창조경제’를 주제로 지난 22~2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아셈(ASEM)문화장관회의를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은 무료다. 광주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신혜 김래원, 꿀 떨어지는 ‘닥터스’ 비하인드컷 “9살 나이차 무색”

    박신혜 김래원, 꿀 떨어지는 ‘닥터스’ 비하인드컷 “9살 나이차 무색”

    박신혜 김래원의 ‘케미’가 안방극장을 설레게 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의 두 주인공 김래원 박신혜의 꿀 떨어지는 촬영 현장 비하인드컷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은 김래원과 박신혜가 명장면으로 꼽았던 지홍(김래원)과 혜정(박신혜)의 설렘 가득한 자전거 등굣길의 비하인드 컷들로 힐링 메디컬 드라마 ‘닥터스’만의 싱그럽고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더상상 이상의 연기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김래원의 박신혜의 커플 케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20일 첫 선을 보인 ‘닥터스’는 감성을 자극하는 오충환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따뜻하고 깊이 있는 하명희 작가의 필력, 김래원, 박신혜, 이성경, 김영애 등 각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화제의 드라마로 급부상했다. 연출, 작가, 배우까지 삼박자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어벤저스 팀 출격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이를 입증하듯 ‘닥터스’는 첫 회부터 공중파 3사 월화드라마 시청률 수성을 거머쥠은 물론 2회 시청률이 16.2%(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는 등 ‘닥터스 신드롬’을 향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닥터스’ 1-2회에는 운명처럼 만난 선생님 지홍에게서 삶의 희망을 발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꾸게 된 반항아 혜정의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러나 2회 말미, 마음을 나눈 친구 서우(이성경)와 오해가 쌓이고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 결코 순탄치 않은 미래가 다가올 것임이 예고돼 향후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뇌, 인간의 지도(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펴냄) 좌·우뇌의 기능 분담을 처음 확인한 사람은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저자다. 인간의 정신·행동을 대상으로 삼는 인지과학을 결합한 인지신경과학이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했다. 쉽게 말하면 뇌와 마음의 관계 연구다. 책은 창시자가 서술한 인지신경과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자니가는 뇌의 작동을 중앙처리장치의 통제가 아닌, 수많은 국소회로의 상호작용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뇌의 발달에 후천적인 경험이나 학습도 영향을 미치고, 자유나 책임 따위의 사회적 가치는 둘 이상의 뇌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뇌 결정론’을 해체한다. 500쪽. 2만 5000원.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김형태 지음, 문학동네 펴냄) 경제와 예술을 엮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인 저자는 회화, 조각, 건축, 생명공학, 물리학, 경제경영까지 전방위 지적 탐험을 통해 예술과 기업을 번성시키는 다섯 가지 힘의 요체를 파악했다. 그 힘은 투시력, 판을 뒤집는 능력, 원형력, 생명력, 무거움과 가벼움의 충돌과 균형 등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미술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28년차 ‘컬렉터’인 저자는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경제를 보고, 경제를 통해 예술을 볼 수 있으면 자기 분야에만 집착할 때 발생하는 집중의 딜레마, 전문가의 역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416쪽. 1만 9800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로데베이크 페트람 지음, 조진서 옮김, 이콘 펴냄) 17세기 암스테르담은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처음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한 공식적인 주식회사였다. 이렇게 출발한 주식거래 시스템은 암스테르담을 작은 상업도시에서 유럽 전체의 금융허브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주식과 거래라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제도가 그리 멀지 않은 17세기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선물, 옵션, 파생상품, 그리고 트레이더와 브로커가 모두 이 시기 탄생했으며, 증권거래소가 어떻게 17세기 이후 서유럽을 패권국가로 만들었는지 그 비밀이 담겨 있다. 400년 전 이야기를 통해 금융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 376쪽. 2만원.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알베르드 슈페어 지음, 김기영 옮김, 마티 펴냄) 히틀러의 건축가이자 군수장관이었던 인물의 회고록. 슈페어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각료 중 유일하게 교수형을 면한 히틀러의 핵심 측근이다. 나치 전범 중 유일하게 ‘정상적 인물’이면서 동시에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던 저자는 히틀러의 건축적 욕망을 채워주는 건축가였고 과대망상에 가까운 규모와 연출을 실현해주는 기술자 역할을 했다. 전쟁 막바지에는 히틀러에 맞서 문화유산과 산업 시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슈페어는 제3제국 지도부의 공동책임을 제기했다. 슈페어는 회고록의 원고를 1953년부터 작성해 1966년 10월 슈판다우 형무소에서 출소한 후 완성했다. 896쪽. 3만 7000원. 살면서 꼭 한번 아이슬란드(이진섭 글, 중앙북스 펴냄) 평범하나 열정적인 30대 보통 직장남이 음악과 함께한 아이슬란드 여행기다. 저자는 3년간 아이슬란드를 세 번이나 여행한다. 음악 칼럼을 써온 저자는 음악과 여행을 한데 묶는 작업을 즐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아이슬란드의 압도적 대자연과 생경한 현지음악을 엮어 정리했다. 저자가 엄선한 아이슬란드 음악 모음집을 먼저 들어야 한다. 음악으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면 아이슬란드 풍광을 사진으로 보자. 오직 백색 눈밭과 투명 얼음만 가득할 것 같은 총천연색 절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지 친구들과 소통해 정리한 알토란 같은 여행 정보들이 담겨 있다. 256쪽. 1만 4000원.
  • [길섶에서] 물꼬 트기/구본영 논설고문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농촌에서 살던 유년 시절이 생각난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동네 어른들은 논두렁의 물꼬부터 텄다. 논 아래로 물의 일부가 흘러가게 해 벼가 송두리째 잠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생활의 지혜였다. 한때 수질 악화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던 시화호가 되살아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1987년 물막이 공사가 시작된 후 ‘죽음의 호수’라는 소리를 듣던 시화호였다. 그러나 2011년 방조제 일부 구간을 헐어 해수를 유통시키자 생명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히 ‘갈등 공화국’이다. 자신의 주장만 마구 밀어붙이면서 상대나 상대 진영을 자꾸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다 보니 갈등은 수렴되지 않고 확산되기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이든 인간사든 일정한 물꼬를 터놓고 퇴로를 열어 둬야 봇물이 터져 버리는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필자는 생뚱맞게도 근대 정치사상의 비조(鼻祖) 격인 마키아벨리의 명언을 떠올렸다. “무슨 일이든 상대를 절망에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한….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진작가 구본숙의 음악같은 사진들

     음악을 시간의 예술이라 한다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화의 조화를 펼쳐내는 자연 역시 음악과 닮아 있다. 시대를 거치면서 그 모습이 조금씩 달리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전음악의 생명력과 같이 자연의 속성도 그러하다.  음악가들과 클래식 공연 현장을 중심으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상주 사진작가 구본숙이 이번에는 자연으로 시선을 돌려 음악과 자연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을 선보인다.  ‘헤테로포니(HETEROPHONY)’라는 제목으로 광주 금호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구본숙은 ‘Fermata(늘임표)’, ‘Repeat Mark(도돌이표)’, ‘Tone Cluster(음덩어리)’ 등 음악용어를 타이틀로 한 15개의 작품들을 통해 거대한 자연 속의 하모니, 리듬감들을 큰 이미지로 그려낸다. 일렬로 서 있는 자작나무의 안개 자욱한 전경에서 음악적 쉼과 반복적인 순환의 고리를 느끼고, 여러 그루 모여 있는 나무들에서는 톤 클러스터를 발견한다. 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화두를 안고 들고 오가던 선재길에서는, 마치 누에가 무한한 시간의 실타래를 뽑아 낸 것 같은 자연을 본다. 자연의 여백과도 같은 텅빈 들판은 모든 악기들이 소리를 멈추는 ‘Generalpause(쉼표)’를 보여준다.  서울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구본숙 작가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2004년에 입사해 기록해 온 음악의 현장들을 2006년 ‘Breath’, 2008년 ‘New Year Concert’ 등 지속적인 개인전으로 선보여왔다. 전시는 29일까지. (062)360-8436.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불상을 보면 ‘법’이 보인다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불상을 보면 ‘법’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이 지난 12일 끝났다.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나라현 주구지(中宮寺) 목조반가사유상은 이제 일본으로 자리를 옮긴다. 도쿄국립박물관의 ‘미소의 부처-두 점의 반가사유상’ 전은 오는 21일부터 2주일동안 열린다. 중앙박물관 전시 기간 동안 두 차례 강연회도 있었다. 오하시 가쓰아키 일본 와세대대학 교수의 ‘백제의 불교 전래와 일본 불교미술의 성립’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의 강연은 반가사유상, 나아가 불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제시한 획기적 내용이었다. 그는 아함경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부처가 죽림정사에 있을 때 임종을 앞둔 비구가 있었다. 부처가 달려오자 비구는 일어나 예배를 드리려 했고, 부처는 손을 잡아 자리에 누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썩어질 몸을 보고 절해서 무얼 하겠느냐. 법(法)을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법을 보리라.” 사실상의 불상불가론(佛像不可論)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씀이었다. 이런 가르침 때문에 불상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은 부처의 말씀을 어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불상을 만들었을까. 강 원장은 조형예술의 본질은 보주(寶珠)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보주란 ‘우주에 가득찬 대(大)생명력’을 상징한다. 글자의 뜻은 ’보배로운 구슬’이지만, 원이나 공 모양은 물론 사각형이나 육면체도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고정된 형태가 없고 형태가 없을 수도 있다. 흔히 원이나 공 모양으로 표현한 것은 우주를 그렇게 인식한 데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보이지 않는 ‘대생명력’을 해독하는 이론이 ‘영기화생론’이다. 우주에 충만한 신령스러운 기운(靈氣)이 생명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영기는 보이지 않지만 미술에서는 구체적인 무늬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영기문(靈氣文)이다. 화생은 ‘종교적인 신비한 탄생’을 의미한다. 영기문에서 만물이 탄생하고, 만물에서 다시 영기가 발산한다. 결국 보주와 영기문이란 보이지 않는 대생명력의 순환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미술적 장치다. ●대생명력 표현 방식, 기독교도 같아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로마와 기독교 문명에서도 대생명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아테네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의 주두(柱頭·Capital)와 로마 바티칸 미술관 천장에 그려진 체사레 네비아의 ‘미카엘 대천사’,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로제트창(窓)이 한결같이 영기화생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해 서울신문에 ‘세계의 조형예술 용(龍)으로 읽다’라는 시리즈로 10개월 남짓 이 같은 이론을 펼쳐 보였다. 무량보주(無量寶珠)도 이해해야 한다. 무량보주란 보주에서 생겨난 보주가 무한하게 확산해 우주에 가득 차는 모습을 상징한다. 고려불화의 명작인 일본 다이토쿠지(大德寺) 수월관음도에서 물방울 무늬처럼 보이는 무량보주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슈라바스티의 기적’이라고 알려진 조각도 석가모니가 천불화현(千佛化現)의 초능력을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부처의 모습을 한 대생명력이 무한하게 발산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불상, 끝없는 생명의 생성을 상징 그러니 불상의 부처는 부처가 아니고, 불상의 머리는 머리가 아니며, 불상의 의복도 의복이 아니다. 불상 대좌의 연꽃도 연꽃이 아니고, 여기저기의 당초문도 당초문이 아니다. 대생명력을 조형언어적으로 표현한 것을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려 드니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상은 끝없는 생명의 생성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강 원장은 이날 국보 제78호를 ‘일월식 사유상’이라 명명했던 과거 자신의 논문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페르시아 사산조(朝)의 영향으로 해와 달을 장식한 것으로 보고 일월식(日月飾)이라 했지만, 보주의 무량한 발산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주구지 사유상의 두 갈래로 땋아 올려 둥글게 묶은 듯한 머리 모양도 머리가 아니라 새로운 대생명력의 발산이고, 머리카락이 어깨로 흘러내린 듯한 모습도 영기문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사실상 반가사유상을 말하는 기회를 빌려 불상의 실체를 밝히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강 원장은 결론적으로 “최초로 불상을 만든 위대한 장인은 석가모니가 아닌 법을 표현한 것이지만, 그러면서 석가모니의 가르침대로 ‘불상을 보는 것이 곧 법을 보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불상의 원리가 그렇듯 반가사유상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dcsuh@seoul.co.kr
  • 우리 춤의 원천, 그 진수를 찾고 싶다면

    우리 춤의 원천, 그 진수를 찾고 싶다면

    삼국유사의 ‘처용랑 망해사’ 모티브로 풀어내는 전통 춤 부채춤·산조춤 등 무대 올라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한국 무용 레퍼토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조흥동 명무가 의기투합한 ‘무원’(舞源)이 17~1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된다. 제목 그대로 ‘우리 춤의 원천’이 되는 대표적인 작품들로 꾸며진다. 조 명무가 총 구성과 안무를 맡았다. 공연은 2부로 구성된다. 1부 무혼(舞魂)은 삼국유사의 ‘처용랑 망해사’ 이야기를 모티브로 전통 춤을 풀어낸다. 신라 헌강왕이 쉬던 물가인 개운포, 처용과 역신, 왕이 용을 위해 세운 절 망해사 등에 얽힌 이야기를 전통 무용으로 형상화한다. 우리 춤 안에 내재된 심오한 정신세계를 대변하고 있는 궁중무용과 불교의식을 중심으로 역사와 철학이 담긴 우리 춤의 혼도 표출한다. 20명의 무용수들이 배를 띄우고 놀며 화려하게 춘 궁중무용인 선유락을 시작으로 처용무, 가무보살, 나비춤, 바라춤, 승무 등이 이어진다. 2부 무맥(舞脈)은 오늘날까지 오랜 역사를 이어 온 한민족의 삶을 담는다. 한민족의 희로애락과 생동하는 정서를 예술적으로 승화한 민속무용 작품들이 선보인다.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부채춤을 시작으로 풍류를 의미하는 한량무, 흥을 돋우는 장고춤, 신명을 노래하는 호적시나위, 한민족의 기를 형상화한 산조춤, 한의 정서를 그려낸 살풀이춤, 약동하는 한국인의 생명력을 표현한 오고무가 무대에 오른다. 조 명무의 신작 산조춤도 접할 수 있다. 고 김진걸 명무에게서 산조춤을 전수받은 조 명무가 산조 가락에 맞춰 새롭게 안무한 춤으로 이번 공연에서 첫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무대와 의상도 우리 춤의 품격에 맞게 준비했다. 1부에선 무대 색상을 무채색 계열로 표현해 한국인의 담백한 정신세계와 공간을 묘사하고 2부에선 원색 중심의 오방색을 배제하고 한국적인 다양한 색상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느낌을 살릴 예정이다. 조 명무는 “우리 춤이 대중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는 또 다른 근원이 되는 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만~3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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