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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필이면 왜 666명이냐” 파병 ‘악마의 숫자’ 논란

    “우리 군에 악마의 숫자인 ‘666’의 꼬리표를 붙여야 합니까.” 이라크전의 국군 파병 인원을 놓고 한바탕 ‘악마의 숫자’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2일 국회의 파병동의안 통과 이후 국방부가 파병인원을 666명이라고 발표하자 청와대와 국방부 등 인터넷게시판에 ‘악마의 숫자다.’ ‘불길하다.’며 반대 글이 잇따라 올랐다. 국방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가 워낙 논란이 거세지자 3일 오후 파병인원을 673명으로 조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아이디 ‘별님’은 “기독교 문화권에서 666은 악의 우두머리를 상징하는 숫자다.가뜩이나 반전여론이 드센 상황에서 해외 반전운동가나 성경학자들은 ‘동방에서 악마의 부대가 온다.’고 조롱할 것”이라고 꼬집었다.아이디 ‘기독인’은 “한두 명을 빼든지 해서 피하면 될 것을 굳이 666명을 보내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사려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실제 신약성서 요한계시록엔 666이란 숫자를 ‘불길한 악마의 표지’로 기록하고 있다.한백교회 김진호(42) 목사는 “666이란숫자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악마의 표지’라고 명기된 점은 맞지만 안타까운 것은 파병숫자보다는 혹독한 세계정세에 따른 ‘파병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666명은 건설공병지원단 566명과 의료지원단 100명을 합친 수이며,여기에 다른 의미를 결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다가 결국 인원수를 늘리는 쪽을 택했다.파병 예정지가 물이 부족한 지역인 점을 감안,샘 파는 기술을 가진 병사 7명을 공병부대에 추가키로 한 것이다.이로써 파병 인원수는 ‘악마의 숫자’ 논란에 떠밀려 하루 만에 673명으로 늘어났다. 유영규기자 whoami@
  • 하프 타임 /밀워키 동부지구 8위 고수

    밀워키 벅스가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인 8위를 지켰다.밀워키는 1일 열린 미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샘 카셀과 게리 페이튼이 각각 20점을 넣어 91-86으로 이겼다.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도 올랜도 매직과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앨런 아이버슨이 42점을 쓸어담아 118-113으로 승리했다.필라델피아는 원정 4연승을 거두며 동부콘퍼런스 3위를 고수했다.뉴저지 네츠는 홈에서 휴스턴 로키츠를 맞아 리처드 제퍼슨(30점 11어시스트 10리바운드)이 자신의 첫 트리플 더블을 작성해 110-86으로 이겨 동부콘퍼런스 2위를 굳게 지켰다.
  •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 ‘원본 정지용 시집’ 출간 - ‘정지용詩’ 있는 그대로 보자

    주옥 같은 우리말과 향토색 짙은 정서로 민족시를 풍성하게 일군 시인 정지용.대표작 ‘향수’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시인의 작품 해석에 문제가 많다며 ‘있는 그대로’ 보라고 주문하는 연구서 ‘원본 정지용 시집’(깊은샘)이 나왔다. 주해를 단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현대 표기법으로 바꾸어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 인용하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서 동일한 작품이 조금씩 다른 표기로 인용되는 사례가 나타난다.”며 ‘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이 책에 담긴 치밀한 논거와 관련 자료를 보면 이같은 이 교수의 말이 과장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교수는 이미 나와 있는 정지용 시집의 시어를 도마에 올려 실수를 꼼꼼히 지적한다.예컨대 시 ‘카페·프란스’에 나오는 ‘흐늙이는’이란 표현은 대개 ‘흐느끼는’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흐느적거리는’이 맞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이 교수는 정지용뿐만 아니라 주요한 등 다른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면서 기존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한다.이밖에 ‘재재바르다’를 ‘재재거리다’와혼동한 경우,한자표기와 관련해 발견되는 오류를 들춰낸다. 이 교수의 ‘정지용 바로보기’ 리스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그의 작품세계가 “감각적 재치에 머물러 역사의식을 등한히 했다.”는 비판에 대해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그 논거는 “감각과 정신의 세계를 이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또 “역사나 현실을 직접 이야기할 때 좋은 시가 쓰여진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다.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 교수는 ‘원본’에 나타난 다양한 시어를 예로 들면서 그것이 어떻게 감각과 사유와 정신을 담아내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1만 2000원. 이종수기자
  • 75회 아카데미 영화제 / 反戰무드속 조심스러운 잔치,‘시카고’ 6개 부문 석권

    ‘전반부는 뮤지컬쇼,후반부는 반전(反戰)쇼.’ 이라크전의 와중에 열린 제75회 아카데미는 한판 ‘눈치작전’을 구사했다.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은 13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여우조연상 등 6개의 트로피를,2차대전 유태인 대학살을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전 영화 ‘피아니스트’에 감독상·남우주연상·각색상 등 3개의 트로피를 각각 안겼다.남녀주연상은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와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먼에게 돌아갔다.10개 부문 후보작에 오른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다. ●스타들 의상 간소하고 차분 올해 아카데미가 전쟁을 의식한 흔적은 곳곳에서 여실했다.‘피아니스트’는 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잭 니콜슨,대니얼 데이 루이스 등 막강후보들을 제치고 할리우드의 신예나 다름없는 브로디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건 최대의 ‘뉴스’.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아카데미가 폴란드 출신의폴란스키 감독에게 감독상을 넘긴 것도 파격적인 선택이다. 단골 사회자인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 특유의 재담에 간간이 폭소가 터질 뿐 무대는 시종 ‘표정관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45초 룰(수상소감 제한시간)이 중반까지 칼같이(?) 지켜졌을 정도.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의 대리전을 방불케 했던 레드 카펫 행사가 빠지면서 스타들의 복장도 간소하고 차분해졌다.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최고의 눈요깃거리인 여배우들의 보석치장은 거의 볼 수 없었다.불참 소문과는 달리,행사장에 나타난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은 장식없는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를,여우주연 막강후보인 르네 젤위거는 빨간 드레스 차림에 액세서리는 일절 달지 않았다. ●쏟아진 반전 멘트들 행사장에서 ‘전쟁’이야기를 꺼내 반전 무드를 띄운 건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로저와 나’로 유명한 그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세계는 허구다.선거 결과도 허구이며,미국 대통령은 허구적인 이유 때문에 전쟁에 우리를 보냈다.부시 대통령,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해 객석이 동조와 야유로 술렁거렸다. 이래저래 가장 돋보인 스타는 캐서린 제타 존스였다.줄리언 무어,메릴 스트립을 꺾고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그는 보름여 뒤 둘째아이를 낳을 만삭의 몸으로 ‘시카고’의 쇼무대를 재연해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올해의 공로상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내 생에 최고의 해’ 등에 출연했던 원로배우 피터 오툴에게 돌아갔다. 황수정 김소연기자 sjh@ ●부문별 수상자(작 ▲남우주연상 애드리언 브로디(피아니스트) ▲여우주연상 니콜 키드먼(디 아워스) ▲남우조연상 크리스 쿠퍼(어댑테이션) ▲여우조연상 캐서린 제타존스(시카고) ▲장편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상 로만 폴란스키(피아니스트) ▲작품상 시카고 ▲시각효과상 반지의 제왕 ▲미술상 시카고 ▲단편애니메이션상 첩첩스 ▲단편영화상 디스 차밍 맨 ▲의상상 시카고 ▲분장상 프리다 ▲작곡상 프리다 ▲외국어영화상 노웨어 인 아프리카 ▲음향상 시카고 ▲음향편집상 반지의 제왕 ▲장편다큐멘터리상 볼링 포 콜럼바인▲단편다큐멘터리상 트윈 타워스 ▲촬영상 로드 투 퍼디션 ▲편집상 시카고 ▲주제가상 8마일 ▲각색상 피아니스트 ▲각본상 그녀에게 ◆남녀 주연상 브로디.키드먼 나치 치하,유령처럼 텅 빈 도시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피아니스트는 24일 그 고통의 보상을 받았다.쟁쟁한 대선배들을 제치고 ‘피아니스트’로 당당히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애드리언 브로디(33).그는 단연 가장 빛나는 스타였다. 결과가 발표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못 다물던 그는 “소감을 미리 쓰면 상을 못 탄다기에 준비를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불면증에 시달린 나날이었지만 사랑과 격려가 충만했다.”고 회고했다. 마른 몸,긴 얼굴,처진 눈썹,매부리코를 가진 이 청년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 힘든 얼굴.지금까지 ‘신 레드 라인’ ‘섬머 오브 샘’ ‘빵과 장미’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그가 수상한 데는 물론 연기력이 뛰어났지만,아무래도 반전 여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이번 영화를 통해 전쟁이 가진 비인간적인 면을 깨달았다.하나님을 믿든 알라를 믿든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36) 역시 수상대에 올라서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지난해 ‘물랑루즈’로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그녀는,올해 매부리코를 붙이고 버지니아 울프로 열연한 영화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베를린영화제 등의 여우주연상을 독식했었다. 불참설을 의식했는지 키드먼은 “사람들이 전쟁 시국에 왜 시상식에 참석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예술이 중요하고 아카데미가 전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9·11테러 직후 많은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고,지금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오스카가 사랑한 두 배우는 한목소리로 반전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외교관 통신] 김일수 주영공사

    ‘부시의 푸들’이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미국의 대 이라크전을 함께 치르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지난 20일 대 이라크 개전 이후 시민들의 거센 반전 압력을 받고 있다.지난달 런던에선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반전 시위가 열렸다.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그럼에도 그는 결국 자국 군대의 4분의1에 달하는 4만 5000명의 병력을 대 이라크 전에 파병했다.자신이 소속된 노동당 의원의 3분의1이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하원에서 이라크전 참전안을 관철시킨 것이다.블레어 총리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 역할에 충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과 미국의 관계는 소위 ‘특수관계(special relations)’로 불린다.자조적인 해학을 즐기는 영국인들은 특수관계라는 용어가 미국보다는 영국에서 더 자주 쓰인다며 영·미 관계는 특수관계가 아닌 짝사랑의 관계일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그러나 양국 관계를 무엇으로 규정하든 간에 그 내용을 보면 영·미 관계는 특수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영국은 미국의 식민 모국이었고 19세기 초 영·미 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점령,불을 지른 나라이기도 하다.신생 미국이 유럽의 구질서와 그 영향력으로부터 미대륙을 격리시키기 위해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을 때 가장 염두에 둔 나라는 당시 최고의 해군력을 지니고 있던 영국이었다.20세기 들어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양국 관계는 역전됐다. 미국은 두 차례나 독일의 군사력 앞에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원했다.2차 대전 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형성되어 갔지만 영국이 미국에 대해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식민 모국으로서의 우월감에 대한 환상이 마지막으로 깨진 계기는 1956년 수에즈 운하 사건이었다.영국과 프랑스가 담합,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결정적인 이유는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정부가 이러한 영·불의 군사 작전을 이집트의 민족 자결주의에 반한 식민제국주의로 규정해 지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수에즈 운하 사건 이후 영국의 대미 정책은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미국과의 동맹·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영국은 걸프전,보스니아·코소보 사태,아프간 전쟁은 물론 이번의 대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전쟁을 제외한 미국의 모든 전쟁에 전투 병력을 파견,동참하는 가장 실질적인 군사 동맹국이다.양국 정보 기관간 긴밀한 정보 교환과 상호 협력은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샘을 낼 정도다.경제적으로도 양국은 상호 투자액 합계가 4500억달러로 서로에 있어 최대 투자국이다.양국간 교류는 공식적 정부 인사 교류 인원만도 연 5만명이 넘을 정도다. 정치,경제,군사,정보,문화 등 분야에서 영·미간 각별한 관계는 영국의 유럽공동체 참여에 장애가 될 정도였다.영국은 공동체 창설 후 20여년이 지난 1973년에야 가입했다.영국 내에도 영·미 특수관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영국 장래는 유럽 통합에 있는데 미국과의 특수관계가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영국 정부의 입장은 명쾌하다.영국은 영·미 특수 관계가 미국과 유럽을 연결시키는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대륙을 위해 모두 유익하다고 여긴다. 블레어 총리가 미국과 손을 잡고 이라크전을치르는 것은 사담 후세인 제거에 대한 신념이나 미국에 대한 맹종 의식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특히 냉정,침착이 국민성의 모토인 영국이 감정에 치우쳐 미국을 지원한다고 말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결국 영국은 미국과의 협력이 자신의 국익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경제적으로 미국과 거의 공동 운명체에 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유럽 연합내 발언권은 다른 요소도 있지만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에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실제 영국은 GDP 규모에서 전통적인 경쟁자인 프랑스를 처음으로 앞질러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북아일랜드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고 북아일랜드 공화군(IRA)의 테러가 옛일로 여겨지게 된 데는 냉전 종식 환경 속에서 미국과의 협조 관계를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큰 몫을 했다. ●김일수(金一秀·48) 서울대 경제학과,미국 1등 서기관,동구1과장,러시아 참사관,사우디 공사참사관,구주국 심의관
  • [실크로드를 가다] ①서역 가는 관문 ‘둔황’

    중국 시안(西安)에서 로마까지.일찍이 수많은 여행자들이 목숨을 걸고 다녔던 기나긴 이 길을 후세 사람들은 ‘실크로드’라고 부른다.이 길을 통해 교류된 문명의 씨앗은 동서에서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바닷길 발달 이후 쇠락했지만,당시의 눈부신 흔적은 지금도 전세계 여행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동서 문명 교류의 중심축인 실크로드를 ‘둔황’ ‘투루판·우루무치’ ‘카스’ 등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둔황(중국) 글·사진 임창용 특파원|‘성대하게 번성한다.’란 뜻을 지닌 둔황(敦煌)은 동서문화가 최초로 교류한 장소.시안을 출발해 현재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의미하는 서역(西域)으로 넘어가는 관문이었다. 둔황에 들어서니 도심 한복판 네거리에 서 있는 톈뉘상(天女像)이 불교예술의 도시임을 새삼 일깨워준다.둔황은 수·당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다.이 때 동서의 승려들이 모여 화려한 불교예술을 꽃피웠다. 둔황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500여개의 굴이 뚫려 있는 모가오쿠(莫高窟)·룽먼(龍門)·윈강(雲崗) 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며,중국 불교미술의 보고(寶庫)다.예전엔 굴 앞에 설치한 목조계단을 통해 굴을 드나들었다고 하는데,지금은 송대에 만든 것만 남아 있고 대부분 나중에 만든 콘크리트 계단이다. 모가오쿠는 지정된 가이드를 따라 허가된 곳만 구경할 수 있고 사진·비디오 촬영은 할 수 없다.개방된 굴은 모두 192개.그 중 시기별로 몇 개씩 돌아가며 관람을 허용한다. 한국의 기자를 맞이 한 자오쥔화(趙俊華·45) 둔황시장은 “불상과 벽화 훼손을 막기 위해 보다 엄격한 관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각 굴엔 통풍과 온도 조절장치까지 설치돼 있다.”고 말한다. 한국역사를 연구한다는 중국인 가이드 리신(李新·35)씨를 따라 나섰다.먼저 들어간 곳은 당나라 말기 만들어진 제17호 장징쿠(藏經窟).모가오쿠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00년 장경굴 내 벽에 숨겨져 있던 또하나의 굴(16호)에서 수많은 문서가 발견되고부터다.불교경전은 물론 천문·지리·문화·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문서가 발굴됐으며,신라 때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여기서 발견됐다. 한 두개도 아니고,수백개의 굴 모두에 이토록 다양한 불상과 벽화가 있다니!.입이 딱 벌어질 따름이다.이곳 석굴들은 20세기 들어 서양의 도굴꾼들에 의해 상당부분 훼손됐음에도 그 규모와 다양함,뛰어난 예술성 등으로 관람객들을 압도한다.입장료는 86위안.일부 굴은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모가오쿠를 나와 서북쪽으로 20분쯤 가니 모래산이 끝없이 펼쳐진 밍사산(鳴沙山)이다.바람이 불면 모래가 춤추며 우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밍사산 입구에서 10분쯤 걸어서 들어가면 3000년 동안 마른 적이 없다는 샘 웨야취안(月牙泉)이 나온다.크기가 동서 약 220m,폭은 40m에 이른다.‘사르르 사르르’ 나는 모래 소리가 투명한 호수에 비친 누각과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부드러운 촉감을 만끽하기 위해 맨발로 산에 오르려니 얼마 못가 숨이 턱턱 막히고,푹푹 빠지는 통에 더이상 오르기 어렵다.임시로 설치돼 있는 나무 계단으로 정상에 올랐는가 싶었는데,앞에 더 높은 산이 가로막는다.밍사산은 이렇게 모래산 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진다.그 길이와 폭은 각각 40㎞,20㎞. 계단을 통해 산을 내려가니,20위안을 내라고 한다.나무 계단을 이용했기 때문이란다.장삿속이 얄밉지만 어쩔 수 없는 일.밍사산에선 낙타 타는 재미를 빠뜨릴 수 없다.보통 몇 개의 모래산을 에둘러 돌아오는데,요금은 코스에 따라 20∼50위안이다.여행자를 태우고 길게 줄지어 가는 낙타들은 모래산과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예전 캐러밴들이 사막을 가로지르던 모습도 아마 이랬을 것이다. 시간이 허용한다면 둔황구청(敦煌古城)과 위먼관(玉門關)도 둘러볼 만하다.둔황구청은 송나라 때의 고성.둔황 시내에서 서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황량한 대지 위로 성벽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바로 둔황구청이다.1987년 중·일 합작영화를 찍기 위해 고성과 거리를 실물 그대로 재현했다. 위먼관은 흉노족으로부터 서역을 지키기 위해 한무제의 명령으로 지어진 둔황 서북쪽 관문.동서 길이 24m,남북 길이 26m,높이 9.7m의 흙벽 건축물이다.2000년 이상이흘렀음에도 흙벽에선 견고함이 느껴진다. sdargon@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한무제때 뚫려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한무제 때의 장군 장건(張騫)에서 유래를 찾는다.흉노족 정벌을 위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지나간 루트가 이후 실크로드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당시 장건은 시안을 출발해 둔황,투루판,우루무치,톈산(天山)산맥을 지나 인도방면으로 넘어갔다가 카스,쿤룬산맥,둔황을 거쳐 돌아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을 따라 중국에선 비단을 유럽으로,유럽에선 향신료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를 중국에 전해주었다.특히 불교는 인도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에 전해진 뒤 한국·일본까지 전래됐다.루트를 따라 흩어져 있던 소수민족들은 문화융합에 큰 역할을 다해왔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실크로드엔 크고 작은 길이 무수히 많지만,주요 루트는 3개다.먼저 톈산산맥을 경계로 북과 남으로 나뉜다.북쪽길인 톈산북로(天山北路)는 둔황∼하미∼투루판∼우루무치∼카자흐스탄∼로마,남쪽길인 톈산남로는 투루판∼쿠처∼아커쑤∼카스∼파미르고원∼로마 코스다.나머지 하나는 타클라마칸 사막 남쪽의 시위남로(西域南路)로 둔황∼러우란∼허톈∼카스를 거쳐 톈산남로로 합류한다. ◆가이드 ●항공편 현재 실크로드 가는 길은 멀고 불편하다.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을 거쳐 우루무치나 둔황으로 가야 하기 때문.대기시간까지 합치면 오고 가는 데 이틀을 온전히 보내야 한다.그러나 중국 신장항공사가 오는 5월1일부터 인천∼우루무치 직항로에 주1회(목) 비행기를 띄워 실크로드 길이 한나절권으로 짧아진다.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직항노선은 10월 말까지 운영된다.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는 항공편(1시간30분)이 빠르나,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오아시스의 도시 투루판 등을 거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투루판엔 가오창구청과 훠옌산 등 세계적 유적들이 즐비하다.물론 투루판이나 하미에서 1박해야 한다.둔황 시내엔 철도역이 없고 2시간 떨어진 류위안에 둔황역이 있다.역에서 둔황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자주 출발한다.시내는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먹거리 말로만 듣던낙타발 요리를 둔황에서 맛보자.모양은 도가니 수육 비슷한데 고소하면서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3성급 호텔 둔황빈관에서 코스요리 ‘둔황연’을 시키면 낙타발 요리를 비롯한 17가지 고급요리가 순서대로 나온다.값은 300위안(4만 5000원).상당히 비싸지만 한번쯤 호사를 부려볼 만하다. 모가오빈관의 쓰촨요리점에선 매운 닭고기 냄비(35위안)를 맛볼 수 있고,둔황 시내 사저우 바자르(시장)의 노점식당에서 양고기 꼬치구이나 만두,군고구마,조린 달걀 등을 사먹는 재미도 쏠쏠하다.10위안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둔황,투루판,카스 등 신장자치구 지역은 양고기 음식 일색.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역을 치르기 쉽다.감수할 자신이 없다면 김치,고추장 등 밑반찬을 준비해가자. ●시차 및 환율,물가 한국보다 1시간 늦다.환율은 100위안에 1만 5500원.물가는 상당히 싸다.시장에서 실크 스카프 30위안,수공 동(銅)화병 20위안 정도.물건을 살 때 일단 3분의1 가격으로 후려쳐 깎은 가격으로 흥정을 시작해야 후회가 없다. ●숙박 및 여행상품 3성급 이하호텔만 있다.둔황빈관 ,둔황다주뎬이 비교적 고급스럽다.380위안부터.배낭여행자가 이용할 만한 호텔로는 페이톈빈관이 좋다.숙박료는 280위안.공동침실을 쓰면 침대 하나당 20∼30위안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우림여행사가 5월1일부터 인천∼우루무치 직항편을 이용해 기존의 200만원대가 넘던 실크로드 상품가격을 50만원 정도 줄인 상품을 선보인다. 우루무치∼둔황∼하미∼투루판(6박8일) 129만원,우루무치∼이닝∼둔황∼하미∼투루판 149만원.실크로드상 중국 마지막 도시인 카스를 넣은 우루무치∼이닝∼카스 상품은 159만원이다.(02)771-8366.
  • 94년 美의 北공격설 상황

    “전쟁 직전의 살음판이었다.국제사회 분위기는 하루하루 험악해져갔다.매일 밤 우리 국민을 위해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지난 94년 5,6월 북한 핵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의 증언이다.상황이 절박했다는 설명이다.그는 “미국은 한반도 전쟁 계획에 따라 주한 외국인들의 소개령을 준비한 상태였고,4월 중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선적한 배가 부산항에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공방을 거듭하던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미국의 북한 핵사찰을 둘러싼 갈등이 국면 전환된 것은 94년 5월 초다.당시 워싱턴포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있던 연료봉을 IAEA 사찰관 입회 없이 일방적으로 꺼내고 이를 13일 미측에 통보하면서부터”라고 전했다. 94년 초 테이블위에 올려지기 시작한 미국의 전쟁 계획 ‘5027’이 본격 검토됐고,5월18일 페리 국방장관과 존 샬리카시빌리 합창의장 등은 해외 주둔 사령관들을 워싱턴으로 긴급 소집,한반도 전쟁에 관한 긴급 회의를 열어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클린턴 대통령은 5월 말 미 국방부의 전쟁계획과 관련,샘 넌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에게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날 것을 타진했으나 북한의 거절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월3일 김영삼 대통령은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순방기간 중 클린턴 대통령과 3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전쟁은 안 된다며 강력히 설명했지만,관철시키지 못했다. 북한은 13일 안보리 제재결의 추진에 반발,IAEA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가 실시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점차 심각해져갔다.미 대사관측이 주한 미국인들의 소개작전 계획을 공식 결정한 것은 16일인 것으로 오버도퍼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달 18일 클린턴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중재가 성공하면서 위기는 극적으로 해소됐다. 94년 상황과 지금 상황은 사뭇 다르다.일단 북한의 체제가 당시보다 더욱 취약해져 있다는 점,남북한 관계가 한층 성숙했다는 점,우리 정부가 핵문제 발생 때부터 깊이 개입해 있다는 점이다.미국 또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민감한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수정기자
  • 고시생 인성 교육장 신림동에 ‘쉼터’ 개관

    ‘예비’ 법조인인 고시생들의 인성교육의 장이 될 고시생 쉼터가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등장했다.최근 사법연수원생들의 변호사 윤리시험 ‘집단 커닝’ 사태가 계기가 됐다.쉼터 설립에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의 숨은 지원이 뒷받침돼 화제다. 가톨릭대학교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동추진한 고시생 쉼터 ‘지혜샘’은 지난달 28일 축복식(개관식)을 가졌다.오는 3월말부터 본격 운영된다. 지혜샘에는 신부 1명과 수녀 1명이 상주,고시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과 상담 등을 실시하고,휴식공간을 제공한다.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조성풍 신부는 “고시촌에 상주하는 고시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만화방이나 PC방,비디오방 등 한정된 공간밖에 없다.”면서 “비정상적인 생활과 무한경쟁에 내몰려있는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편안한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혜샘을 운영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지혜샘 운영에는 부장판사를 지낸 현직 변호사가 기증한 5억원이 바탕이 됐지만,기증자는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고있다.가톨릭대 관계자는 “기증자는 자신의 자녀 2명이 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땅한 휴식공간도 없이 삭막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지식교육과 더불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사법연수원생 커닝사건을 계기로 고시생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해 인성교육센터 건립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1523번지(동방상가 2층)에 자리잡은 지혜샘은 총 70평 규모로 명상의 방과 상담실,휴게실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장세훈기자
  • 포브스 발표,‘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10억달러 ‘갑부’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49)가 세계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10억달러 이상 억만장자’에 따르면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9년째 1위를 지켰다.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과 신격호(辛格浩)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123위와 177위에 올랐다. ●가난한 소녀에서 억만장자로 윈프리는 1954년 미국 미시시피주 시골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이모 손에 키워졌다.흑인에 여성,가난하고 뚱뚱한 미혼모라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조건들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산 증인이다. 대학 2학년 때인 1973년 내슈빌의 지방TV 앵커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1984년 시카고 지역방송의 토크쇼 진행을 맡아 한 달만에 바닥이던 시청률을 1위로 끌어올리며 진가를 발휘했다.1985년 성공의 발판이 된 ‘오프라 윈프리 쇼’를 시작했다. 친근한 어조로 상대방 속내를 끌어내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그녀는 여성들의 신뢰를한 몸에 받아왔다.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케이블TV와 인터넷 웹사이트,영화,잡지 등 미디어그룹 하포를 세웠다.윈프리의 재산은 10억달러로 공동 427위이다. ●빌 게이츠 9년째 1위 빌 게이츠 MS회장은 올해 갑부 명단에서도 1위를 차지,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게이츠 회장의 재산은 지난해(528억달러)보다 23% 준 407억달러로 평가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재산이 305억달러로 2위를 고수했다.독일의 알리 슈퍼마켓 체인을 소유한 알브레히트 형제(256억달러),MS 공동창업주 폴 앨런(201억달러),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알 사우드 왕자(177억달러),오라클 회장 로렌스 엘리슨(166억달러)이 뒤를 이었다.샘 월튼 월마트 창업자 가족 5명이 공동 7위에 올랐다. 한편 이건희 삼성회장은 재산이 28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억달러 늘면서 순위도 157위에서 123위로 올랐다.신격호 롯데회장도 1년 전보다 3억달러 는 22억달러의 재산을 보유,225위에서 177위로 뛰어올랐다. 경기와 증시의 장기 침체로 올해 명단에 오른 거부 숫자는 지난해 497명에서 476명으로 줄었다.이들이 소유한 재산 규모도 1조 5400억달러에서 1조 4000억달러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인이 222명으로 전체의 47%,유럽이 121명이며,‘오일 머니’ 덕분에 러시아 갑부 10명이 새로 명단에 올랐다.아시아는 61명으로 지난해보다 9명 줄었다.여성은 37명이다.평균 연령은 64세.40세 이하는 마이클 델 등 25명이다. 김균미기자 kmkim@
  • [공직자 에세이] 바람꽃이 손내미는 제주의 ‘오름’

    제주의 서점 어디를 가더라도 지난 1995년 출간된 이후 줄곧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독자의 손을 기다리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오름나그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원로 언론인이자 산악인인 고 김종철 선생이 도내 330여 오름을 일일이 답사한 순례기를 모은 책이다. ‘오름’은 제주섬 전역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어.그 속에는 온갖 식물이 다투어 피어 있고,말과 노루가 뛰놀며,샘과 계곡이 숨어 있는가 하면,‘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만 8000신(神)들의 이야기가 있다. 올림포스 언덕이 그리스신화의 신의 거처라면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 신들의 거처다.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통신망 구실을 했다.때로는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수려한 풍광에 넋을 잃은 많은 문객들이 시로 화답했으며 목축의 근거지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이렇게 오름은 저마다 제주섬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수만년의 세월을 건너왔다. 해마다 이맘 때면 사람들은 제주에서 전하는 화신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온다.섬 곳곳에 피어 있는 동백을 보며 동백보다 더 붉은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알싸한 향기를 피어내는 수선화에 코끝을 묻기도 한다.온통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밭에 들러 한껏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고 한라산 중턱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 밭에서 잠시 정신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런 꽃들만 있는 게 아니다.새싹이 트자마자 또는 새싹이 트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높은 산정에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계곡에도 아직 잔설이 남아 있을 무렵 온 몸으로 겨울을 밀어내며 인간 세계에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들이 있다. 노루귀·바람꽃 그리고 ‘얼음새꽃’이라 불리는 복수초….이름만 들어도 벌써 봄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꽃들은 어쩌면 사람보다 더 봄을 그리워했기에 먼저 피는지 모른다. 제주 사람들이 언제나 자연과 이웃되어 살아 왔던 모습을 보여주는 예로 ‘코시’라는 것이 있다.이것은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될 경우 토속신과 조상 그리고 자연과 음식을 나누는 의미에서 술과음식을 먼저 뿌리는 ‘의식’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삶을 결코 자연과 분리해 생각하지 않았던 제주 선인들의 덕목을 우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고 나면 더 볼 것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하지만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제주의 오름과 들녘 곳곳에는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좀체 닫지 않은 비경이 숨어 있으며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곳이 결코 한둘이 아니다.얼마 전부터 제주를 다녀가는 분들 사이에서 오름트래킹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무척 반가운 소식이다.새 봄의 기운이 섬 곳곳에 가득한 이 계절,제주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오름에 올라 원시의 바람속에 몸과 영혼을 맡겨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제주의 참모습과 그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진정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베를린영화제 대상 ‘이 세상에서’아프간 난민의 아픔 그려

    제 53회 베를린영화제는 반전(反戰)의 물결을 탔다.영화제 내내 할리우드 영화에 관심이 몰렸지만,15일 발표된 황금곰상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아픔을 그린 유럽 영화 ‘이 세상에서’에게 돌아갔다.이라크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확실하게 반전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세상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청년 두 명이 영국 런던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긴 여정을 디지털로 찍은 작품.영화제의 모토인 ‘관용의 지향’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특히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9·11테러 이후 달라지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세상에서’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평론가들의 별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사회적 의미로 볼 때 납득할 만한 수상이라는 것이 현지 반응.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토머스 하디의 소설을 각색한 96년작 ‘주드’로 국내 관객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은곰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과 남·여우주연상은 균형을 맞추려는 듯 미국 영화에 돌아갔다.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어댑테이션’은 스파이크 존스 감독과 천재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2000년 ‘존 말코비치 되기’이후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남우주연상은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위험한 마음의 고백’에서 TV쇼 진행자이자 CIA요원으로 분한 샘 록웰이 차지했다.여우주연상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디 아워스’에서 열연한 니콜 키드먼·메릴 스트립·줄리언 무어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2001년 황금곰상의 주인공인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가 ‘형제’로 수상했다.‘형제’는 불치병에 걸린 한 남자가 동생과 만나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또 다른 경쟁부문인 아동영화제에 초청된 주경중 감독의 ‘동승’은 수상작에 들지 못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기저귀 전쟁’ 유한킴벌리 승소

    기저귀 샘 방지용 날개의 특허권을 놓고 기저귀 회사들간에 8년간 계속돼온 300억원대 ‘기저귀 전쟁’의 1심 재판에서 유한킴벌리㈜가 이겼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3부(부장 林鍾潤)는 ‘하기스’ 기저귀를 생산하는 유한킴벌리가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큐티’의 쌍용제지㈜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는 원고측에 345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윤창수기자 geo@
  • 설연휴에 온가족 함께 따끈따끈한 비디오를

    가족의 참뜻 일깨워주는 ‘릴로와 스티치' 첨단 테크놀로지 상상 활짝 ‘마이너리티…'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가문의 영광' 알토란같은 설 연휴.자투리 시간을 메우기에 변함없이 좋은 아이템은 역시 비디오! ‘따끈따끈한’최신 비디오를 남 먼저 볼 수 있다면 그 기분도 근사하지 않을까.개봉관에서 놓친 화제작들이 최근 설 연휴를 노리고 줄줄이 등장했다. ●아이 엠 샘(휴먼드라마) ‘코리나 코리나’의 제시 넬슨 감독.숀 펜이 지능장애를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딸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눈물겨운 부정을 멋지게 소화했다. 생모가 도망간 뒤 어렵게 딸을 키우던 샘은 사회복지기관이 딸을 강제로 입양시키려 하자 일면식도 없는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깍쟁이 이미지에서 점점 샘의 감정을 이해하는 여 변호사는 미셸 파이퍼. ●K-19 위도우 메이커(재난액션) ‘폭풍속으로’‘블루 스틸’등 스케일 큰 작품으로 알려진 여류감독 캐서린 비글로.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가 배경.미국에 맞서 소련도 핵잠수함을 건조하지만,대서양 항해도중 방사능 폭발의 위기에 봉착한다. 승무원들은 3차 대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사투한다.100%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었으되 소련군을 세계평화를 지킨 영웅으로 설정한 대목이 매우 독특하다.해리슨 포드가 원칙주의자인 소련군 함장으로 변신. ●릴로와 스티치(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개봉작이 없는 이번 연휴에 일찌감치 ‘찜’해 둘만한 흥행 애니메이션. 어린 소녀 릴로와 말썽꾸러기 외계 생명체 스티치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작품. 깜찍한 릴로의 캐릭터와 원색의 배경그림이 인상적.가족의 참뜻을 일깨우는 과정에 훈훈한 감동이 피어난다.크리스 샌더스 감독. ●트리플 X(첩보액션) ‘분노의 질주’를 연출한 롭 코언 감독.빈 디젤·새뮤얼 잭슨 주연.아찔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킨헤드족 신세대가 주인공으로 나와 분위기가 확 바뀐 첩보물.정부의 골칫덩어리인 반정부 영웅 XXX(트리플X)는 뜻밖에 미 CIA로부터 비밀요원으로 뛰어달라는 협박성 제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데….스노보드를 타고 설원을 누비는 추격전이 압권. ●마이너리티 리포트(SF)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첫 만남이란 사실만으로도 영화팬들을 흥분시킨 화제작. 2050년대 미래사회의 범죄예방 시스템이 중심 소재.미래의 범행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점검하던 특수경찰 존(톰 크루즈)은 뜻밖에 자신이 범죄 예상자로 등장하자 이를 막으려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동료경찰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충격적인 반전,자기부상 자동차 등 첨단 테크놀로지에 관한 상상이 만개한다. ●몽정기(코미디) 한국영화계에 본격 섹스코미디의 계보를 세운 정초신 감독의 흥행작.10대의 성적 호기심과 환상을 솔직하게 그린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학창시절 짝사랑한 선생님을 찾느라 교직을 택한 교생 유리(김선아),그를 짝사랑하는 중학생 제자들,볼품없고 무뚝뚝한 노총각 선생님 병철(이범수)의 유쾌한 삼각관계가 줄거리.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설정도 감상포인트. ●가문의 영광(코미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남부러울 것 없는 조폭 ‘쓰리제이’집안에서 아쉬운 점은 딱 한가지,집안에 ‘가방 끈 긴’ 사람이 없다는 것.막내딸(김정은)의 신랑감으로 서울대 수석졸업자(정준호)를 붙잡으려고 온 식구가 매달렸다.조폭 집안의 큰아들로 망가지는 연기를 불사한 유동근의 변신이 뭣보다 볼만하다. ●밀애(멜로)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 미흔(김윤진)은 옆집 의사 인규(이종원)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육체적 관계만 즐기는 시한부 게임에 들어간다.모처럼 스크린 주인공을 꿰찬 이종원과 김윤진이 불륜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캐릭터를 ‘온몸으로’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실리콘 부작용’ 30대가장 자살

    성형수술용 실리콘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본 한국인들이 미국 다우코닝사로부터 배상을 받게 된 가운데 현직 공무원이 실리콘 시술 부작용을 비관,자살했다. 7일 오전 9시쯤 전북 전주시 P동사무소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동사무소 총무 박모(38·행정7급)씨가 천장 배관에 목을 매 숨졌다. 박씨는 지난 89년 교통사고로 얼굴이 일그러져 콧등과 미간 사이에 실리콘을 삽입하는 성형수술을 받은 뒤 98년부터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2∼3년 전부터는 실리콘이 썩어들어가면서 심한 냄새와 두통 증세에 시달려 왔으며,지난해 들어서는 차츰 눈이 침침해지는 ‘시력 저하’ 현상까지 겹쳤다. 지난해 10월 뒤늦게 병원을 찾은 박씨는 ‘실리콘 부작용으로 눈물 샘이 막혔는데 실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황급히 실리콘 제거 수술을 받았다.하지만 이미 내부에서 부패한 실리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수술 이전에 보였던 부종현상이 그치지 않았고 얼굴은 기형적으로 변해갔다. 박씨의 아내 강모(33)씨는 “남편은 수술 후에도 부종증세가 계속되자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면서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없자 지난 연말부터는 ‘죽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숨진 박씨는 최근까지도 하루에 3차례 병원을 찾으면서 치료에 매달렸지만 실리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했다. 강씨는 “남편은 수년간의 치료로 수천만원의 빚까지 지는 등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신화 6집 ‘너의 결혼식’ 발표/친근한 멜로디 … 돌아온 여섯 전사

    남성 6인조 댄스그룹 신화가 최근 6집 앨범 ‘너의 결혼식’을 발표했다. 만년 미소년일 것 같은 에릭(23) 앤디(21) 이민우(22) 신혜성(23) 전진(22) 김동완(23)은 새 앨범을 내면서,남아 있던 앳된 모습을 벗고 건장한 체격과 말끔한 외모의 보이밴드로 거듭난 느낌이다. HOT·젝스키스 등 같은 또래 보이밴드들이 일찌감치 해체했지만 이들은 데뷔 5년차의 중견 그룹임을 과시하듯 지난해 4월 5집을 발매한 데 이어 최근 새 앨범을 또 발표했다.지난해에는 5집 ‘퍼펙트 맨’으로 MBC·SBS·서울가요대상·골든디스크 등 각종 가요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6집은 슬로 템포의 R&B와 발라드,그리고 볼륨감 있는 힙합곡들로 구성했다.보이밴드답게 쉽고 친근한 멜로디는 여전하다.동생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운명적인 첫사랑이 동생의 신부였다는 대담한 내용의 타이틀곡 ‘너의 결혼식’은 빠른 템포에 비트박스 리듬과 테크노 사운드를 섞은 힙합 곡.SM의 대표 작사·작곡가 유영진이 만든 노래로,강렬한 랩에서 신화의 남성적인 힘이 느껴진다.‘로스트 인 러브’‘후에’‘79’ 등은 이민우가 작사·작곡한 노래며,신혜성도 앨범 끝곡인 ‘노을’의 작사에 참여했다.또 힙합계 선배인 현진영이 R&B 힙합곡 ‘겟업’을 선물했다.이밖에 유영진·유한진 등 작곡가들이 곡을 쓰고 기타리스트 함춘호·샘 리 등이 세션맨으로 참여했다. 주현진기자
  • [우리고장이 원조] 한강발원지

    한반도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로질러 굽이굽이 흐르며 생명의 젖줄 구실을 하고 있는 한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다. 이 강의 발원지는 그동안 강원도 평창의 우통수(于筒水)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국립지리원에서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儉龍沼)를 발원지로 공인하면서 두 지자체간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한강의 발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태백 검용소 태백시 북쪽 금대봉 계곡물이 땅속에 스며들어 다시 솟구치는 검용소는 창죽동(삼수동) 금대봉골에 있다.하루 5000여t씩 용출되는 물은 곧바로 20m의 폭포로 떨어져 창죽천을 만들고 영월의 동강으로 이어지다가 남한강에 이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창의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실제 측량에서 검용소의 물이 우통수보다 32㎞나 더 흐르는 것으로 밝혀졌다.514㎞에 이른다는 한강의 발원지로 검용소를 ‘원조’로 꼽는 주요 이유다.그래서 국립지리원에서 한강의 발원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기슭’이라는 공인까지받았다. 검용소는 서해(西海)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 가장 상류 연못인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발원지의 신비를 더해주고 있다.물 이끼가 푸르게 자란 암반에서 용출되는 검용소의 물은 사시사철 9℃를 유지한다.금대봉 기슭에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석간수와 예터굼의 굴에서 솟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며 검용소에서 다시 솟아 나오기 때문이다. 둘레가 20여m에 이르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용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장관이다.물 흐름도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이 이끼 낀 암반 위의 홈통을 따라 콸콸 쏟아져 내리다가 계곡으로 들어간다. 주변의 숲도 울창해 대낮에도 밀림속 같은 그늘이 드리우고 한여름에도 냉풍이 불어와 한기를 느낄 정도다.잎 넓은 산죽밭과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낙엽송 숲이 연출하는 풍경이다. 낙엽송 숲의 끝점에 육각형의 정자가 있고 그 옆에 ‘태백의 광명정기 예 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고 쓴 기념비가 있어 이곳이 한강 발원지라는 것을알리고 있다.기념비 뒤로 큼직한 암반이 있고 그 위에 검용소가 있다.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맑은 개울물이 함께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개울물길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희귀종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찾아 지저귀며 발원지를 알린다.그래서 금대봉과 대덕산은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일부에서는 검용소 옆 개울이 건기에는 흐르지 않는 건천이어서 물 흐름이 끊어졌으니 발원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지만 한강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면 확연히 발원지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평창 우통수 한반도 중부지방을 동서로 가로질러 굽이굽이 흐르며 생명의 젖줄 구실을 하고 있는 한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강이다.이 강의 발원지는 그동안 강원도 평창의 우통수(于筒水)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국립지리원에서 태백시 창죽동 검용소(儉龍沼)를 발원지로 공인하면서 두 지자체 간,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한강의 발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오대산 서대 밑에 솟아나는 샘물이있는데 곧 한수(漢水:지금의 한강)의 근원이다.’ 세종실록지리지,대동지지,용재총화,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서 한강의 발원지가 한결같이 우통수라고 밝힌 대목이다. 우통수는 한강 줄기 한가운데로 흐르며 물맛이 좋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맑은 빛을 간직한 채 서울까지 흐른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그래서 양반네들은 한강 주변에서 흐르는 물은 먹지 않고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아가 길어온 우통수의 맑은 물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궁중에서 탕약과 약수로 쓰여서 강심수(江心水)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물값도 서너배는 더 쳐 주었다니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믿고 이곳에서 흐르는 물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런 우통수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상원사 수정암 앞에 있다.상원사 들머리 관대걸이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곧 이곳 우통수 샘에서 시작되면서 한강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한강은 비록 여러 곳에서 흐르는 물이 모인 강이지만 우통수가 물 한가운데 줄기가 되어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는것이 중국에 양자강이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름도 ‘한강’이라고 붙였다고 전해진다. 우통수는 지금도 오대산 상원사 위쪽 염불암에서 가까운 길목에 예나 다름없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샘솟고 있다. 오늘날 우통수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변함없는 물줄기를 솟구쳐 내고 있는 것은 깊은 산중에 있어서 사람의 발길이 못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통수를 아끼는 사람들’과 평창군이 물이 넘쳐 흐르도록 하려는 계획과 우통수 주변의 석물과 방문객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려 하고 있어 학계로부터 우통수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들이 거의 찾질 않아 낙엽속에 길조차 분간하기 힘든 우통수 가는 길이 개발되면 역사속의 한강 발원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을지 궁금하다. 인공위성을 통한 거리측량에서 검용소가 좀더 멀리 측정되면서 최근 발원지로 꼽히고는 있지만 옛 기록에 나타난 한강의 발원 기준은 오늘날의 하천 발원지와 다른 기준으로 설정됐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한강의 문화적 발원지로는 우통수가 원조라고 자부해도 될 것이다. ***기타(수정샘.금대산 북쪽계곡.제당굼샘) 이들 지역 외에 주변의 몇몇 곳이 한강 발원지로 꼽히고 있다.실제로 샘물을 이용하는 지역 사람들은 이들 기타지역이 한강 발원지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선 우통수에서 서쪽으로 80여m지점에 있는 샘인 수정샘을 들 수 있다.연중 물이 흘러나오는 이 샘은 파이프를 통해 수정암의 식수원이 되고 있을 만큼 가뭄에도 끊이지 않고 일정량의 물이 흐르고 있고 한여름의 수온도 6℃를 유지하며 물맛이 상쾌하다.샘물은 돌과 나무로 샘 입구를 둘러놓아 보호되고 있다. 또 검용소가 금대산을 중심으로 북사면에 있는 용천(湧泉)이라면 일부에서는 금대산 북쪽계곡을 발원지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천 발원지를 물의 긴 흐름의 연장선에서 보면 일부의 샘이 아닌 하천이어야 한다는 견해 때문이다. 주변의 검용소가 갈수기에는 물흐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물이 고여 흐르는 창죽천의 집수지역을 발원지로 보는 까닭이다. 또 금대산 북쪽기슭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나 무속인들이 제사를 지내던 샘물(제당굼샘)을 한강 발원지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이 샘은 금대산 기슭의 발달된 바위 지형 아래 지표면으로 스며 흐르는 물을 이용해 제당(祭堂)을 쌓고 공터를 인위적으로 만든 터에 물이 흐르는 곳이다.주로 무속인들 사이에 이곳이 한강 발원지라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험준한 태백 준령의 끝자락에서 솟아오른 한줄기 연약한 물줄기는 그 근원이 어디였든 지금도 쉼없이 한강으로 흐르며 생명의 원천이 되고 있다. 태백·평창 조한종기자 bell21@
  • 도전정신으로 정상오른 경영자 4인/능력으로 학력 극복 고졸CEO 성공시대

    ‘짧은 가방끈으로도 꿈★은 이룰 수 있다.’학력이 능력의 척도인 우리 사회에서 학벌의 열세를 딛고 정상에 오른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고교 졸업장이 학력의 전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고등학교를 나와 늦깎이로방송통신대학 등에서 공부한 CEO가 적지 않다.이들은 때로는 좌절과 실패로‘밑바닥 인생’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한순간도 도전정신과 꿈을 버리지않은 공통점을 안고 있다.몸에 밴 성실과 노력을 앞세워 각종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능력으로 대접받는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학벌은 극복의 대상이지 결코 한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2000년 미국 유수의 MBA 출신들을 제치고 첫 아시아 현지인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2년만에 BMW코리아 매출을 3배 이상 올렸다.올해 매출은 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연 평균 매출성장률은 70%. 지난 75년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하트포드 화재보험에 입사,외국계기업에첫 발을 내디뎠다.제약업체인 한국신텍스(현 한국로슈)로 자리를 옮겨 회계전문가로성장한 그는 30대에 대표이사 부사장까지 올랐다.BMW에 합류한 것은 지난 95년.자동차 마니아였던 김 사장은 한달간 밤을 샌 끝에 한국시장진출전략을 직접 만들어 독일 BMW본사를 찾았다.BMW는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분석에 매료돼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라는 중책을 맡겼다. 외환위기로 한차례 고비를 넘긴 김 사장은 고객밀착 마케팅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BMW를 한국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로 끌어올렸다.“모든 아이디어는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며 300∼400명의 고객을 직접 만났다. 서비스센터에서 차를 고치는 동안 무료하게 잡지를 뒤적이던 의사 고객을보고 나서 ‘대차 서비스’를 착안해 냈다.수리기간에 다른 차를 무료로 빌려주자는 것이었다.수리상황이 궁금한 고객을 위해 대기실에 CCTV를 설치,차량 수리 과정을 한눈에 파악토록 해주는 시스템도 구축했다.변호사·의사 등 직업군에 맞게 서로 다른 리스나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고객들의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요즘도 지방 출장을 갈 때면 어김없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고객들의 요구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종규 부산롯데호텔사장 이사장이 부산롯데호텔 CEO가 되기까지의 역정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한다.어린 시절의 극심한 가난탓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나무지게를 지고 다녀야 했다.학교를 빠지고 농사일을 도운 것도 다반사였다.그렇지만 ‘꿈’만은 포기하지 않았다.마산상고를 졸업한 뒤 1968년 롯데제과에 입사했다.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며 성실성을 인정받아 입사 21년만에 이사직에 올랐다. 시련도 있었다.이사로 승진한지 2년만에 직위해제를 당했다.판매촉진 회의도중 사장과의 의견 충돌로 인해 23년간 몸바쳤던 직장에서 쫓겨났다.하지만 이같은 원칙주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그는 잠시 호텔롯데 상임감사직을 맡다가 롯데캐논 영업본부장으로 옮겨 만년 적자였던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데 주력했다.99년에는 롯데삼강 대표이사로 취임,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당시 적자기업이었던 롯데삼강을 30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돌려놓고,2000%를 웃돌던 부채비율을 72%로 낮추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올 3월 부산롯데호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일에 파묻혀살고 있다.지금도 소파와 같은 푹신한 의자에 앉는 것을 거부한다.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직장 생활 35년의 증표는 엉덩이의 시커먼 굳은살이다.직장생활에서 얻는 ‘훈장’으로 여긴다. 그는 아직도 월급 봉투를 아주 소중하게 간직한다.여러차례 이사를 하면서도 이제껏 받아온 월급 봉투와 명세서를 한 장도 빠뜨리지 않고 모아뒀다.롯데제과 입사 당시에 받은 사령장과 1만 3400원의 첫 월급 봉투를 보면서 감회에 젖기도 한다.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 조사장은 최연소 과장,차장,부장을 거쳐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기업 음료계열사의 최고경영자에 올랐다.샐러리맨들의 우상인 셈이다. 그는 음료업계의 ‘무서운 젊은이’로 통한다.거침없는 성격에 몰아붙이는힘이 대단하다.그래서 별명이 ‘생각하는 불도저’이다. 명성에 비춰볼 때 이력은 빈약하기 그지없다.상고 출신으로 입사 뒤 겨우야간대학교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다.홀어머니를 모시고 동생들을 뒷바라지 해야 했던 어린시절은 두번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다. 1995년 그룹 기조실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그에게 특명이 떨어졌다.창사 이래 ‘골칫덩어리’였던 웅진식품에서 ‘돈 되는 물건’을 만들어 보라는 지시였다.당시 인삼드링크 제품을 생산하던 웅진인삼(현 웅진식품)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휘청거렸다.조사장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대추음료 ‘가을대추’를 개발,시판한지 6개월도 안돼 2000억원대의 거대 음료시장을 창출했다.회사의 연간 매출은 50억원대에서 1년만에 35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조사장의 성공가도에 작은 실패들도 없지 않았다.‘가을대추’ 성공에 자신을 얻어 내놓은 ‘여름수박’은 매출부진에 허덕였다.더구나 새로 영입된 경영진과의 갈등은 그를 웅진식품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것도 잠시.그는 99년 웅진식품 사장으로 원대복귀했다.하지만 재정 상태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추가 투자는 엄두도 못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장은 쌀음료 ‘아침햇살’을 내놓으며 단번에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자신이 먼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절대 내다 팔지 않는다.’ 박회장은 관·재계를 두루 경험한 CEO다.1922년 함흥공립상업고를 졸업한뒤 당시 식산은행(현 산업은행)에 입사해 24년동안 근무했다.이후 관계에 진출,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선친이 작고하면서 샘표식품의 경영을 맡은 것이 사업 인생의 시작이었다. 비록 늦게 기업경영을 시작했지만 장류업계의 선두주자로 샘표식품을 키워오기까지는 그의 다방면에 걸친 교우와 이력,그리고 장인정신이 뒤받침됐다. 샘표식품이 창사 이래 3차례에 걸친 ‘간장파동’을 극복한 것은 박회장의평소 소신인 ‘신용 경영’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개인 돈과 회사 돈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연초에 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돈을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라.’는것이다. 그는 ‘자린고비’로 불릴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간혹 간장 회사이기 때문에 ‘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그는 26년간 샘표식품을 경영하면서 회사를 간장 생산량 국내 1위,세계 3위의 식품회사로 키워냈다.또 양적인 성장 못지 않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제품을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덕분에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ISO 9001 및 ISO 14001 인증을 받았다. 산업팀 종합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피아니스트

    영화는 인간의 꿈을 담는 그릇일 때가 많다.하지만 때로는 처연한 역사를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신랄한 시선으로 복기하는 역사서이기도 하다.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내년 1월10일 개봉)는 후자 쪽에 드는 가슴 뻐근한 휴먼드라마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의 폴란드.유태계 폴란드인으로,실제로 어린 시절 나치의 가스실에서 어머니를 잃은 감독은,작심한 듯 전쟁의 광기를 스크린에 고발했다.이야기는 2차대전 당시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에 근거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점령한 독일군은 유태인들을 철조망으로 둘러친 게토에 강제로 격리수용한다.유태인은 반드시 완장을 차야 하며,어디든 출입금지다.젊은 피아니스트 블라텍(애드리언 브로디)에게 한 여인이 다가오지만 얼어붙은 현실에서 사랑은 채 싹을 틔울 수 없다. 처음엔 전장에서 꽃핀 예술혼이나 절절한 연애담을 펼쳐놓겠거니 싶다.그러나 영화는 이내부드러운 호흡을 싹 걷어낸다.전쟁의 광기가 화면을 점령하고,이어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나약하고도 강인한 인간의 불가해한 본성이 싸늘히 전개된다. 영화의 얼개는 생존투쟁을 벌이는 블라텍의 고독하고 숨가쁜 행적 자체.사랑하는 여자에겐 접근조차 못하고 급기야 부모형제마저 학살현장으로 떠나보낸 그는 일용 노무자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낸다.목숨 걸고 수용소를 탈출하지만 나아진 게 없다.숨어지내는 빈집의 창 너머로 보이는 건 불타는 시체,들리는 건 나치의 총성뿐이다. 감독의 뼈아픈 기억 때문일까.담담하다 못해 퉁명스러울 만큼,얄팍한 감상주의를 멀리했다.전쟁의 살의(殺意)앞에서 스러지는 인간의 존엄과 예술혼,실낱같이 꿈틀대는 인간애 등이 고통스럽게 화면을 비집고 다닌다.촉망받던 피아니스트는 총구의 공포에 늘 겁먹은 소시민적 ‘목격자’이지,용기백배한 ‘행동가’가 되지 못한다. ‘쉰들러 리스트’를 위시해 홀로코스트(유태인 대학살)를 고발해온 일련의 작품 속에서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은 오히려 거기에 놓여 있다. 한 인간의 기적적인 생존기를 영웅담으로 윤색하지 않았다는 점.그토록 간절하던 피아노를 눈앞에 두고도 총탄이 날아올까봐 건반 두드리는 시늉만 내거나,통조림 깡통을 따다 말고 살아남기 위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쇼팽을 연주하는 장면 등에서는 감동이 곱절로 불어난다. 유령처럼 텅 비어가는 도시를 홀로 버티는 주인공의 생존기록 말고 촘촘한 드라마 구도는 없다. 끄트머리에 독일군 장교와의 기막힌 우정과 인연이 짧은 소재로 끼어든 정도. 감독의 미술적 감식안은 놀랍다.폭격에 쑥대밭이 된 도시,그 하늘의 이지러진 달,누더기의 피아니스트가 등을 돌리고 혼자 걸어가는 장면 등을 모노톤으로 묘사한 종결부가 오래 잔상으로 남을 듯하다. 영락없이 동유럽인처럼 생긴 주인공은 ‘씬 레드라인’‘썸머 오브 샘’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다. 황수정기자 sjh@
  • 자치구 송년행사 “눈에 띄네”

    “구청에서 마련한 문화 행사로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보세요.” 각 자치구마다 한해동안 주민들이 구정에 협조해준 데 대한 감사 표시와 가족끼리 지난 한해를 되돌아볼 기회 제공을 위해 향기로운 ‘송년 행사’을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오는 21일 오후 7시 구립 여성합창단이 구청 대강당에서 정기 연주회를 열어 숨은 실력을 과시한다.이어 28일 오후 4시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송년음악회가 펼쳐져 주민들에게 모처럼 ‘문화의 향기’를 듬뿍 안긴다.이 자리에는 서울유니온오케스트라의 멋진 클래식 연주가 준비된다.‘풀잎 사랑’의 인기가수 최성수도 열창하게 된다.아울러 29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한차례씩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어머!물고기가 됐어요’를 무료로 상영한다.2127-4702. 자치단체로는 드물게 구립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강동구(구청장 김충환)에서는 공무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력을 뽐낸다.감사담당관실 직원 7명은 23일 오후 4시 구민회관에서 ‘강동미와 스타킹’이라는연극을 무대에올린다.공직사회 일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내용이다.이번이 두번째지만 올해부터는 구정 노력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뜻에서 일반인들도 초청한다.무대에 오르는 직원들은 구립 극단 연출을 맡고 있는 최강지(여)씨에게서 맹훈련을 받아왔다.480-1410∼1. 강서구(구청장 유영) 행사도 이채롭다.28∼29일 강서문화예술회관에서 2시간짜리 외화 ‘아이 엠 샘’(I am Sam)을 상영한다.관람료는 1000원이며 오전 10시30분부터 하루 4회 상영한다.3664-8924.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성탄절 전야인 24일 오후 6시 구민회관에서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을 초청,매혹적인 선율을 선사한다.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 높아 장년층에게 향수가 서린 ‘내 하나의 사랑은가고’의 여가수 임희숙의 가요 퍼레이드도 있다.입장료는 무료.901-5410. 송한수기자 onekor@
  • 예술의전당 21일부터 ‘팝아트’ 전-여배우 얼굴 사진 햄버거 광고

    마르셀 뒤샹은 1917년 남성용 변기를 ‘샘’이란 제목으로 출품해 ‘미술작품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뒤샹의 주장은,비록 기성품이라도 화가가 선택한 순간 그것은 작품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40년 뒤 그의 철학을 뒤따르기라도 하듯 ‘팝아트’가 탄생했다.195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이 미술운동은 60년대 미국으로 옮겨가,유명 배우의 사진을 복제하거나 코카콜라·햄버거등 광고 이미지를 확대·축소해서옮기고,신문을 이용한 이미지 작업,만화 확대 등을 일삼았다. 60년대 팝아트의 대표주자인 앤디 워홀은 작업장을 ‘공장’이라고 부르고,제 작품을 ‘생산’되어 판매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경계가 무너졌고,‘공장’에서 실크 스크린으로 수백장의 판화를대량 생산했다.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본 구조로 하는 번영의 미국,상업문화가 확산되던 60년대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예술의전당은 21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팝아트’전을 연다.1960년 초에서 75년까지의 작품들로,앤디 워홀·로이 리히텐스타인·멜 라모스·제임스로젠퀴스트·에드워드 류세이·로버트 라우젠버그·짐 다인 등 주요 작가 12명의 작품 52점을 전시한다.추상표현주의에서 영향을 받고,그후 극사실주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성문 전시사업담당은 “팝아트의 진수만을 모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팝아트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맛보는 최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입체파·야수파 등 20세기의 다른 미술운동과 달리 팝아트가 특정한 스타일로 규정되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양한 접근방식을보여주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국내에서 팝아트는 90년대 초·중반 두 차례의 ‘앤디 워홀’전을 통해 알려졌다. 이번 전시품은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의 미술관 소장품이 주가 된다.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은 70년부터 ‘그래픽 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워홀·라우젠버그·로젠퀴스트·다인·라모스·리히텐스타인·류세이 등이 입주해 작업했다.휴양지 마이애미에 작업실을 두고독자적으로 작업한 작가들의 작품은 자연스레 마이애미 대학에서 소장했다고. 팝아트의 본산인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대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주요 작가의 작품들이 이번에 대거 전시된다.1964년 아르투로 쉬와르즈의 ‘국제 현대판화 선집’에 든 작품 가운데 워홀의 ‘꽃’‘마릴린’‘리즈’‘모택동’,모라스의 ‘라마’,리히텐스타인의 ‘쉽보드 걸’‘핑커 포인트,초상화에서’등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성문씨는 “현대는 IT(정보통신)를 중심으로 60년대와 비슷한 역동적인사회적 변동이 이루어져 ‘브로드 밴 에이지’로 불린다.이런 시기에 미술은 어떤 조형예술을 보여줘야 하는가를 생각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팝아트는 1960∼70년대에 국한된 ‘박제’인가.그렇지는 않은 것같다.1980년대부터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그래픽스튜디오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고 한다.82년 라우젠버그·다인이,87∼89년 리히텐스타인이,90년에는 구소련의 작가들이 입주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팝아트의 ‘세례’를 받은 극사실주의를 비롯한 수많은 현대 작가들이 ‘일상성’에 주목한 팝아트의정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02)580-1510. 문소영기자 sy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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