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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칼럼]’신데렐라’ 은조에 담긴 청소년 우울증

    [메디칼럼]’신데렐라’ 은조에 담긴 청소년 우울증

    [메디칼럼]KBS 새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은조(문근영 분) 역을 정신과적으로 볼 때 흔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보이는 우울증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화가 나 있는 조숙한 모습, 상대방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해 말을 건 사람이 오히려 무안하게 만드는 모습과 어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전반적으로 반항적인 모습은 바로 청소년에게서 보이는 우울증의 모습이다. 극중 은조의 엄마는 한 남자와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리지 못해 여러 남자와 짧은 동거 생활을 되풀이한 여자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은조는 다른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거나 자신만의 이상을 꿈꾸며 세워보지 못해 자라면서 현실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아이가 되어 더 이상 꿈이 없는 현실에서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해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세상 끝을 가고 싶어하는 현실 도피 아이가 되어 버린다. 이러다보니 스스로 현실과 단절한 은조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더라도 남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면서 자괴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청소년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소녀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중 흔히 나타나는 한 모습으로 치중해서 생각하는 한 모습으로 보이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극중에서 엄마 강숙이 보여주는 것처럼 부자집 안집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의 딸이 무릎이 다친 것은 살피지 않고 대성 딸 서우가 아파하는 것은 위로하고 감싸며 남편 생일날 남편 술 시중 들면서 유달리 친근감있게 보이지만 적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자신의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 이처럼 청소년이 우울증 모습을 보일 때 부모들이 아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위로하지 못할 때 갑자기 아이가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없을 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엄마 때문에 기구한 팔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엄마의 따뜻한 위로를 받지 못한 은조가 서우를 지나치게 미워하는 것도 보살핌을 받으면서 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엄마의 미움이 서우에게 틀어져서 나타나게 되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랑샘터 소아정신과 원장 김태훈@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 땅에서 독립영화 ‘다운받는 방법’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주요 포털 등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9일부터 다음·곰TV·맥스무비 등 주요 포털과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합법적으로 독립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게 됐다. 독립영화 전문 사이트 ‘인디플러그’도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주요 사이트들에 신설되는 영화-다운로드 코너의 ‘독립영화’ 메뉴에서 장편 2000원, 단편 400원에 다운이 가능하다. ‘인디플러그’에서는 다운로드-영화정보 코너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대부분 상업 영화가 저작권 보호차원에서 다운로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일이 자동 삭제됐지만, 독립영화는 영원히 저장 가능하다.  9일 서비스될 작품은 총 85편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경계도시2’의 전편인 ‘경계도시1’(홍형숙 감독)과 홍대거리의 다양한 삶을 밀착해 다룬 태준식 감독의 ‘샘터분식’,신자유주의 자본의 마지막 단계인 파산을 소재로 한국사회를 해부하는 이강현 감독의 ‘파산의 기술’ 등 한국사회를 조망하거나 꿈과 희망으로 얽힌 우리네 이웃들의 일상을 담은 선 굵은 다큐멘터리들이 관객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또 김종관·양익준·남기웅·권종관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과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단편 영화들도 첫 서비스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똥파리’ 양익준 감독의 단편작인 ‘바라만 본다’와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등 도발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은 남기웅 감독의 단편 ‘강철’, 영화 ‘새드무비’, ‘S다이어리’ 권종관 감독의 ‘이발소 異氏’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지난해 ‘독립영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워낭소리’는 아직은 만날 수 없다.  이에 대해 인디플러그 관계자는 “매월 100편 정도씩 콘텐츠를 늘릴 것”이라며 “워낭소리·똥파리 등은 올 7월쯤이면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상업 영화와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최대한 화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며 “독립영화가 가능한 많은 관객들에게 손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독립영화는 다음·곰TV·맥스무비·엠넷·벅스·SK Tistory·시네로·뮤직소다·아이템매니아·비디오팟·해피머니·다운로드존·신세계몰·제로다운·지마켓·프리챌VOD·헬로키노·콘피아·유씨네에서 다운이 가능하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메디칼럼] 자살이 가족에게 주는 슬픔

    [메디칼럼] 자살이 가족에게 주는 슬픔

    [메디칼럼] 몇 년전부터 우리 나라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인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4.3명으로,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로써 한국은 최근 수년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보유해온 국가가 됐다.자살이 10대에서 교통사고에 이어 사망원인 2위에 오르고,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각각 40.7%, 2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이는 미래 희망이자 경제활동 핵심인력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 나라 성장 동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울증이다. 자살이 급증했다는 것은 바로 우리 나라가 살기 행복한 나라가 아닌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 우울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가임 여성이 출산률이 낮아지는 것을 포함해서 신생아 출산률이 감소하고 있고 10대들은 학원과 영어 공부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20대와 30대는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여도 취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자살은 이렇게 국가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괴하게 하는 무서운 것이다. 이번 최진영 자살의 가장 큰 원인도 각별한 사이였던 누나 자실에 의한 압박감일 것이다. 정신과 진료를 할 때 외래 방문중 가장 많은 것은 우울증이다.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방문하여 상담을 할 때 정신과 특성상 가족 현황에 대해서 조사할 때 가족중에서 부모나 형제중에서 자살한 사실이 밝혀질 때 분위기는 아주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면서 얼굴 표정도 너무나도 어두워진다. 이는 수년 이상 지나도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가족 중 또 다른 사람이 우울증 질환을 앓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한 경우 최진영씨처럼 어렵고 힘든 가난한 시절 서로 도우면서 힘겹게 살 때 도움이 되었던 누나 자살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 제2의 자살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가족 친지가 자살하였다고 다른 가족이 꼭 우울증 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성이 언약하고 약한 사람은 친지 자살이라는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지 못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화가 되어 서로간의 도움이 부족할 때 더욱 그렇다. 최진영씨가 자살하게 된 것도 이런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간의 의사 소통이 단절되어 언약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전국민 의료화가 되어 OECD 국가중에서 의료비가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저조하다. 이는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이와 맞물러 있지도 않은 선입관으로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잘인식하지 못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서 건물에서 뛰어 내려거나 음독 자살을 시도하더라도 우울해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단지 더 이상 살기 싫어하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그래서 이를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것도 누구나 쉽게 생길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에 의한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기분이라는 것은 전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우울증이 있으면 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보다 더 많아지게 되면 누군가 자살을 하게 되면 다른 가족들도 자살을 하게 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여러 가지 편견으로 정신과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사회적 기반 확충이며 이를 위해서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더라도 사회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생명 보험과 같은 사보험 가입에서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안이 올해 상반기에 국회에 상정되어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한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를 바란다.사랑샘터 소아정신과 원장 김태훈@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욕심으로 뒤틀린 행복의 가치를 제자리로”

    “욕심으로 뒤틀린 행복의 가치를 제자리로”

    법정(法頂), 이해인, 정채봉, 최인호, 장영희…. 이들의 공통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잘 나가는 작가들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돈과 출세, 명예의 욕망에 사로잡혀 앞만 보며 허덕거리던 평범한 우리네 삶들의 자리를 제 위치로 돌려놓아주곤 했던 영혼의 스승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새달 40주년을 맞는 ‘월간 샘터’의 간판 칼럼니스트들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의 길을 찾아보자.’며 1970년 4월 문고판형으로 창간한 월간 샘터는 지난 4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발행돼 왔다. 올해 4월호로 482호를 맞았다. 지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은 1979년 9월부터 1980년 4월까지 ‘고사순례(古寺巡禮)’를, 1980년부터 1996년까지는 ‘산방한담(山房閑談)’을 연재했다. 시인인 이해인 수녀 역시 1984년 6월 ‘두레박’ 연재를 시작으로 11년 동안 ‘시인의 숲속’, ‘꽃삽’, ‘해인의 뜨락’ 등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데 이어 지난 1월부터 ‘해인 수녀의 고운 말 차림표’를 다시 연재하고 있다. 고(故)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새벽 창가에서’를 4년 6개월 동안, 고 정채봉 작가는 14년 남짓 동안 ‘생각하는 동화’와 ‘이솝의 생각’을 연재했다. 소설가 최인호는 1975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4년(402회)에 걸쳐 연작소설 ‘가족’을 선보여 국내 잡지사상 최장기 연재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작가들의 가르침은 한결같았다. 경쟁과 욕심으로 뒤틀린 행복의 가치를 다시 본연의 것으로 돌려세우자는 것이다. 이는 출판사의 변화도 이끌었다. ‘샘터’는 2005년부터 정기구독료의 1%와 샘터사 모든 책 인세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또한 월간지마다 독서 장애인을 위한 음성 인식 바코드를 넣어 ‘샘터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역대 표지 481개를 한데 모아 40주년 기념호 표지로 꾸몄으며, 다음달 11일까지 샘터 표지 그림작가 40명이 참여한 ‘책과 작가가 만나다’ 전을 서울 대학로 샘터갤리리에서 연다. 창간인 김재순씨는 40주년 기념호에서 “평범한 소망에서 출발한 샘터에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매달 써내려오는 신조(信條)로서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벗이 될 것이라는 다짐이 있다.”며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와 별개로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는 사람의 말이나 글에는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원어민과 함께 영어 동화세계로

    동작구 어린이들이 영어 이야기 속 재미에 푹 빠졌다. 이달부터 원어민 강사가 직접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원어민이 읽어주는 영어동화’ 프로그램이 구립도서관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원어민 강사가 저학년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어 동화를 들려주기 때문에 영어 학습은 물론 정서 함양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동화와 관련된 그림 그리기, 모빌 만들기, 간단한 놀이하기 등 다양한 독서 후 활동을 병행해 영어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출신으로 현재 고려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원어민 강사는 참여아이들 및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개월마다 구립 도서관을 돌아가며 진행되는 원어민 영어동화 구연 프로그램은 ▲동작어린이도서관(3~4월) ▲상도국주도서관(5~6월) ▲약수도서관(7~8월) ▲샘터도서관(7~8월) 순으로 이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간씩 진행되며 무료다. 프로그램 참여 가능인원은 1강좌당 10~15명이며 매달 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법정스님 입적] ‘깨달음의 향기’ 글로 퍼뜨린 법정스님

    법정 스님은 한 법회에서 “깨달았다고 해서 혼자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다.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가야 한다.”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 중생을 구한다는 대승불교 사상)의 가르침을 펼쳤다. 그 말대로 스님은 평생동안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깨달음의 향기’를 널리 퍼뜨리고자 했다. 법정 스님의 글을 두고 대중을 위한 ‘산문(에세이)’과 수행자를 위한 ‘법문’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진솔하고도 쉬운 문장으로 전한 그의 글들은 종교는 물론, 산문·법문이란 장르조차 따지지 않고 동시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님의 대표작은 두말할 나위없이 수필 ‘무소유’다. 1976년 같은 제목의 수필집(범우사 펴냄)에 실린 이 글은 개발독재 시대 물질문명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내던지는 따끔한 죽비와 같았다. “가진 만큼 얽매인다.”는 메시지를 통해 청빈한 삶의 즐거움을 전한 이 작품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수록되면서 스님을 불교계 최고의 문필가 자리에 올려놨다. 이 책은 출간 이래 지금까지 약 290만부가 판매된 종교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이후 나온 책들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스님은 에세이계의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잡았다. 수필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조화로운삶 펴냄) 65만부, ‘홀로 사는 즐거움’(샘터 펴냄) 29만부,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숲 펴냄) 30만부 등이 그런 예다. ☞ [포토]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법정 스님 생전 활동 모습 최근 스님의 입적을 앞두고 차례로 출간된 2권의 법문집도 마찬가지다. 스님이 병상에서 펴낸 법문집 ‘일기일회’(문학의숲 펴냄)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문학의숲 펴냄)은 동안거 결제·해제 법회, 초파일 법회 등 수행대중을 대상으로 한 법문을 모은 것임에도 최근까지 각각 15만부, 8만부가 팔리는 등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 스님은 와병 중에도 이 두 권 법문집과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를 냈다. 최근에는 스님이 법회나 글 등에서 언급한 책을 모은 ‘내가 사랑한 책들’(문학의숲)이 출간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법정론’에서 “법정의 글은 심산유곡의 불심, 고색창연한 불교신앙을 오늘의 이 현실,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이 세계로 끌어 내온 것”이라고 평했다. 그 평가처럼 법정의 에세이들은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현대인들의 메마른 영혼을 적셔주는 감로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법정스님의 명문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무소유’ 중)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일기일회’ 중) ●나 자신의 인간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중)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 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중)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
  • 새해 결심

    새해 결심

    새해가 되면 ‘결심’ 한 가지씩은 다 하시지요? “올해야말로 정말 담배를 싹 끊어버려야지!” “술은 완전히 끊지 못해도 주 1회로 줄여야지.” 등등. 결심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에 가까운 바람도 많지요. “우리 아이 꼭 좋은 학교에 들어갔으면.” “친정엄마 건강이 회복됐으면….”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담배는 끊은 지 오래됐으니 별문제는 없지만 술은 건강 때문에 반드시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 건강하시길 빌고, 아내와 아들놈들 별 탈 없이 지내주길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의 마음.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샘터에서 좋은 책 많이 내서 식구들 모두 풍족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겠지요. 그런데 올해는 지난 수첩을 정리면서 예년과는 다른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매일매일 무슨 회의나 미팅, 점심·저녁식사 약속만 잔뜩 적혀 있는 스케줄 표를 보면서 바쁘게, 열심히는 산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그 무엇’이 빠져 있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많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고마운 분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정작 한 분도 적어놓지 않아 그냥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제 결심은 이렇습니다. 매일 한 명씩 고마운 분의 이름을 적어보자. 감사했던 내용도 짧게 곁들여서. 이런 결심을 하자마자 당장 오늘,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릴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출근길 단골 커피집 아가씨! 작은 컵으로 한 잔을 시켰는데 회사 식구들과 나눠 마시라며 제일 큰 잔에 커피를 가득 담아준 예쁜 아가씨. 수첩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벌써 제 마음이 포근해지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올 일 년, 열두 달, 365일 제 수첩에 가득 채워질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면 더욱….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2010년 2월
  • 동북권 7개하천 내년 봄 재탄생… 밀어·버들치 사는 생태하천으로

    동북권 7개하천 내년 봄 재탄생… 밀어·버들치 사는 생태하천으로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나올 법한 실개천이 서울 우리네 집 앞에서 되살아난다. 서울시는 15일 중랑·우이·묵동·당현(조감도)·방학·도봉·대동천 등 동북권역의 7개 하천을 밀어·버들치 등이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내년 봄까지 탈바꿈시킨다고 밝혔다. 현재 7개 하천은 물이 거의 없는 상태다. 시는 이를 위해 이 하천들에 초고도 처리수를 공급, 맑고 깨끗한 물을 흐르게 하기로 했다. 관련 설계는 다음달까지 끝내기로 했다. 초고도 처리수는 중랑물재생센터의 하수를 고도처리한 물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460억원이다. 시 복원계획에 따르면 도봉천의 경우, 1km에 걸쳐 샘터와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 특히 중랑천 합류지점에 도봉산을 형상화한 벽천분수·수변공간을 만들며 전 구간에 여울과 소(沼)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이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복개로 인해 단절된 방학천에는 실개천뿐 아니라 오픈 스페이스를 이용한 물마루 공원을 만들고, 주변지역의 유래·문화유적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아트 갤러리가 조성된다. 당현천 6.1km 구간엔 연극·연주·음악·전시회를 할 수 있는 소리공원을, 우이천엔 물고기 통로 어도와 여울등을 설치하고, 묵동천엔 계절별 테마를 즐길 수 있는 야외정원 등을 만들 예정이다. 고태규 시 물관리국 하천관리과장은 “7개 하천에 맑은 물이 흐르면 물놀이는 물론, 버들치, 살치 등 다양한 생물이 사는 생태하천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암투병 최인호씨 소설 ‘가족’ 35년 연재 중단

    암투병 최인호씨 소설 ‘가족’ 35년 연재 중단

    암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65)씨가 35년 동안 연재해 왔던 소설 ‘가족’의 연재를 중단한다. 월간 샘터사는 “최씨가 지난 10월호를 끝으로 휴재 의사를 전한 데 이어 연말에 연재 종료의 뜻을 밝혀왔다.”고 11일 전했다. ‘가족’은 1975년 9월호부터 연재된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로, 지난해 8월에는 400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가족’을 가리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던 작가는 그간 빠짐없이 연재를 이어왔으나, 침샘암이 악화되며 지난 2008년 7월호 이후 7개월간 연재를 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호에 수록된 마지막 ‘가족’ 원고에서는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의 유서를 인용하면서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중략)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싶.다.”고 쓰기도 했다. ‘가족’은 샘터 2월호에 실릴 연재 중단 특별기사 ‘402+소망-가족은 인생의 꽃밭입니다’를 끝으로 연재가 마무리된다. 한편 샘터사는 독자들의 감사와 건강 기원을 담은 종이학 1000마리로 감사패를 만들어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와인 마시고 거품목욕… 현대인 닮은 염소

    와인 마시고 거품목욕… 현대인 닮은 염소

    출근길에 버스 매연에 콜록거리고, 퇴근 후에는 와인을 홀짝거리며 피곤한 몸을 핑크색 비누거품이 가득한 욕조에 맡긴다. 발레리나와 B보이처럼 춤을 추지만 춤은 어째 엉성하고, 할리 데이비슨과 같은 육중한 오토바이를 몰며 스피드를 즐긴다. 조각가 한선현이 그리는 의인화된 흰 염소의 모습은 ‘즐거운 지옥’에 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퇴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뻔뻔하게 남의 식탁을 차지하는 좌충우돌 흰 염소의 모습이 현대인을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개구쟁이 흰 염소의 이야기를 나무 부조로 조각하는 한선현 작가가 11월18일까지 서울 동숭동 샘터사옥 내 샘터갤러리에서 드로잉전을 연다. 제목은 ‘염소의 꿈-그리다.’로 단순하다. 나무 부조의 밑그림이 된 드로잉을 포함, 드로잉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작품들이다. 나무 부조에 갇히지 않으면서 훨씬 자유롭고 유머와 위트가 풍부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색깔도 크레파스와 파스텔 등으로 휘갈기듯 마음껏 사용해 즐겁고 화려하다. 이종호 샘터갤러리 디렉터는 “한 작가가 최근 삽화를 그린 동화책이 나오게 돼 이를 계기로 드로잉전을 열게 됐다.”면서 “우화적이면서 어린이 같은 그의 그림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순수함과 동심을 되찾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서 ‘피카소’라는 별명을 지녔던 한 작가는 학창시절 내내 드로잉이 정확하기로 유명했단다. 하지만 이제 그는 테크닉을 버리고 가능한 한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그리고자 한다. 아이와 같은 서툴고 촌스러운 그림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신의 그림이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그림처럼 보이길 희망하지만, 구성이나 색채의 사용은 대단히 깔끔하다. 학창시절에는 잘 그리기 위해 애쓰고, 잘 그리는 작가가 된 후에는 못 그리기 위해 애쓴다. 이는 현대미술의 한 흐름이기도 하다. 관동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까라라에서 유학을 한 뒤 2002년 귀국해 흰 염소를 의인화한 작품들로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이번 드로잉전은 7번째. (02)3675-373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부고]

    ●손승기씨 부친상 문홍택(서울신문 기획사업국·전 스포츠서울본부 광고2팀 부장)씨 빙부상 27일 경남 사천장례식장, 발인 29일 오전 8시 (055)853-4664 ●이준한(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독자지원부)씨 빙부상 27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29일 오전 (031)384-1247 ●조광래(프로축구 경남FC 감독)씨 모친상 28일 경상대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30분 (055)750-8651 ●한영희(샘터사 편집위원·전 조선일보 사진부장)승희(미국 거주)준희(〃)씨 모친상 이창호(미국 거주)최형진(진목도예)씨 빙모상 정점남(홍제초 교사)씨 시모상 2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0일 낮 12시 (02)2227-7569 ●송정우(사업)씨 부친상 배명우(해군 공보파견대장)손성민(사업)씨 빙부상 27일 서울보훈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30분 (02)483-3320 ●박귀남(전 해광물산 대표)씨 별세 정순(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실장)지환(해광물산 대표)씨 부친상 노동훈(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스텝)씨 빙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5 ●이흥채(법무법인 월드)계준(래피드어드밴스)봉학(한양여대 경영과 교수)씨 모친상 백춘기(법무법인 월드 변호사)한천수(현대제철 상무)씨 빙모상 이준범(가람휘갤러리 대표)씨 조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 (02)3010-2294 ●정익수(부영씨엔씨 회장)씨 모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3010-2237 ●강현상(광희보일러 대표)현주(용인 둔전초 교사)씨 모친상 김경일(로또화원 대표)김상철(진흥기업 소장)남기범(서영엔지니어링 상무)씨 빙모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32 ●이광우(전 동아건설산업 사장)씨 별세 상훈(해피플러스 대표)씨 부친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93 ●정영희(전 전북대 상대 교수)씨 상배 이우승(생명보험협회 팀장)함광호(넥선 부장)김영훈(대현회계법인 회계사)씨 빙모상 28일 광명성애병원, 발인 30일 오전 3시 (02)2689-9152 ●이강철(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코치)씨 부친상 28일 광주 그린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10시 (062)250-4407 ●마기혁(현대건설 상무)미옥(대교)남혁(삼아인터내셔널 대표)준혁(서용건설)은혁(서울남부지법 판사)미경(서울대 교직원)근혁(현대건설 차장)씨 부친상 배병문(우남아파트 관리사무소장)씨 빙부상 2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 (02)3010-2631 ●김주열(전남개발공사 사장)씨 부친상 28일 광주 그린장례식장, 발인 30일 오전 10시 (062)250-4410
  • 작은 옹달샘처럼 맑았던 작가의 정신세계 오롯이

    작은 옹달샘처럼 맑았던 작가의 정신세계 오롯이

    ‘계수나무’라고 불리는 어린이 박계수는 매화나무와 대화를 하고, 두루미와 참나무, 물레방앗간 등 만나는 모든 것에 ‘안녕’하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다니는 엉뚱한 개구쟁이다. 폐병에 걸린 어머니가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어 외할머니집에서 자라던 계수나무는 눈오는 어느날 삼촌 손에 끌려 할아버지집으로 옮겨간다. 다도해의 작은 포구인 ‘배들이’에 위치한 할아버지 집에는 이복형인 정수와 정부인이라는 정수형의 어머니, 그리고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도시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흔적이 있다. ‘작은 각시’였던 어머니를 어린 마음에 안쓰러워하면서도 계수나무는 외부의 어두움에 지지 않고 천진스럽다. 노래를 찾아 돌아다니는 정신나간 연신네가 있고, 간이 떨어지면 거미줄로 묶어준다고 하고 우리 애인이 입맞춤해서 붉어진 동백꽃이 핀다고 주장하는 바보 고봉이, 다리를 저는 산지기이자 욕쟁이 용골댁 등을 품어내는 넉넉한 마을 인심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읍내로 시집간 애인을 못잊어 살인을 저지른 순애 삼촌이나, 가슴이 뜨겁던 시절에 수평선 너머 환희와 낭만의 도시가 있는 줄 알았으나 어릿광대처럼 남의 얼굴로 살아버린 것을 깨달은 병든 아저씨를 통해 인생의 어두운 면도 만난다. 어느날 불어닥친 해일로 진흙탕이 된 논과 밭, 할아버지 집, ‘우리 동네’를 보면서 계수나무는 두 다리에 힘을 불끈 싣는다. 그루터기 매화나무에서 피어난 흰 매화처럼 다시 삶을 일궈내겠다고 말이다. 1946년 전남 순천 바닷가에서 태어난 고(故) 정채봉 작가가 투병생활 중에 쓴 장편 동화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샘터 펴냄)를 마지막으로 6년 동안 진행된 ‘샘터정채봉전집’이 마무리됐다. 모두 29권. 고인은 지난 200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종찬 어린이문학평론가가 이 마지막 동화를 두고 “여우가 죽을 때 고향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처럼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고향의 이야기를 그렸다.”면서 “환경파괴와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를 뜻하는 해일로 마을을 쓸어버리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내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달속의 옥토끼들처럼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계수나무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다. 생전에 정 작가는 자연에서 멀어진 세상의 질서에 안타까워하며 “왜 지금 아이들은 신비의 세계를 버려두고 비극의 어른들 세상으로 서둘러 달려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하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안개는 소리내지 않은 새’와 같은 주옥같은 표현들, 작은 옹달샘같이 맑았던 작가의 정신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다. 9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2(이호준 글, 다할미디어 펴냄)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미디어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저자가 전국을 돌며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문화를 생생하게 담았다. 2008년에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는 부제를 달고 같은 제목으로 나온 책의 후속작이다. 서울 종로를 가로지르는 피맛골, 흙집과 너와집 등 고향 풍경, 손모내기와 벼베기 등 농촌의 이야기들이 시적인 글과 함께 담겨 있다. 1만 2000원. ●세계 미술의 역사(DK편집부 지음, 김숙 옮김, 시공아트 펴냄)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주요 예술가 700여명의 정보를 담았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명작 2500여점의 컬러 도판을 수록했다. 연표와 당시 사건을 표로 정리해 보기 수월하다. 6만원.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945년부터 1960년까지(고지훈 해설, 서해문집 펴냄) 신문 기사만으로 역사의 흐름을 엮은 책. 최초 근대신문인 1884년 ‘한성순보’부터 1945년까지를 다룬 1권에 이어 해방 직후부터 1960년 내각책임제 개헌공포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다뤘다. 4권으로 완간 예정. 2만 2000원. ●클래식 승마(김운영 지음, 김영사 펴냄) 클래식 승마는 유럽 귀족들에게 지덕체를 기르는 심신수양법이자 오락이었다. 저자는 경희대에서 학부승마와 CEO승마 등 승마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전문가로서 통찰력과 인내심, 겸손과 성장, 예절과 소통능력 등을 통해 승마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3만 8000원. ●지혜(Wisdom)(앤드루 저커먼 지음, 이경희 옮김, 샘터 펴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피츠제럴드 전 아일랜드 총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제인 구달 등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를 대표하는 65세 이상의 명사 60명의 사진과 짤막한 인터뷰가 담긴 묵직한 책. 12만원. ●깐깐한 화장품 사용설명서(리타 슈티엔스 지음, 신경완 옮김, 전나무숲 펴냄) 현명한 화장품 구매를 위한 가이드북. 화장품의 전반적인 제조 과정, 원료 상식, 화장품 업체의 전략, 세계 동향, 미래의 경향 등을 400여쪽에 걸쳐 설명한다. 그야말로 화장품의 ‘알파와 오메가’. 2만 5000원.
  • “일상의 느낌 그 달 그 달 옮겨 ‘가족’은 내 인생 자서전일 것”

    “일상의 느낌 그 달 그 달 옮겨 ‘가족’은 내 인생 자서전일 것”

    누구는 소설이라 불렀고, 누구는 에세이라고 했고, 누구는 그냥 옆집 아저씨의 소박한 일기장 같은 것이라고 했다. 뭐라고 부른들 어떠랴. 사내는 갓 서른살 된 철부지 남편이자 두 아이의 서툰 아버지였고, 20대에 장안을 떠들썩하게 작품을 썼던 피끓는 청년 작가였다. 꼬박 35년이 흘러 이제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됐다. 아들, 딸은 또다른 가족을 꾸려 자신과 또다른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됐다. 그동안 ‘별들의 고향’, ‘상도’, ‘유림’, ‘해신’ 등 셀 수 없이 많은 화제작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 기간의 우여곡절,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함께 했던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설가 최인호(64)가 197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샘터에서 35년 가까이 연재했던 소설 ‘가족’이다. ●누구는 소설이라고 누구는 에세이라고 ‘가족’이 샘터 8월호에 실리면서 무려 400회를 맞게 됐다. 지난해 암에 걸려 대수술을 받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7개월을 제외하고 빠짐이 없었다. 사실은 작가가 몇 년 전 미국 출장 가는 길에 팩스 등 통신 상황이 좋지 않아 딱 한 달 소설 연재를 빼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가도, 출판사도, 구체적인 시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벌써 단행본으로만 7권이 나왔고, 이번에 두 권 ‘가족 앞모습’, ‘가족 뒷모습’이 8, 9권으로 보태졌다. 엄청난 ‘대하소설’이 된 셈이다. ‘가족’은 소설의 서사를 품고 있는 자전 에세이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부득불 ‘소설’임을 강조한다. 최인호는 단행본 서문에서 “일상 생활에서 느낀 이야기를 그 달 그 달 소설 형식으로 쓴 ‘가족’은 내 인생의 자서전일 것”이라면서 “매달 20장씩의 원고가 8000장에 이르는 장편소설이 되었고 내가 쓴 소설 중 가장 긴 대하소설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열 권을 채운 후 이 교향곡을 끝내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고 있는 몫”이라며 “인생행로를 통해 만나고 스쳐갔던 사람들, 이웃들, 나그네들 모두 한가족임을 요즘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매달 20매의 원고가 모여 대하소설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곡절을 거치며 노년의 삶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느낌의 연장선상이었을까. 그는 가장 최근에 쓴 400회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도 “400회를 쓰는 동안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들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면서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라. 그리고 마음껏 춤춰라.”고 말했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원숙하게 삶을 조망하고 사람을 찬미할 수 있는 최인호가 됐음을 편안한 언어로 얘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단행본에서는 한국의 전통미를 한국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 작가인 주명덕(‘가족 앞모습’), 구본창(‘가족 뒷모습’)이 글맛을 한층 살렸다. 샘터 관계자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8권, 9권이라는 숫자를 붙이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그림 일러스트로 표지디자인을 했는데 실제 얼굴이 들어간 최인호 작가와 어린 아들 도단이가 함께 찍은 사진(1985년 당시)을 넣어 보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신규 입주 대단지 미리 살펴두세요

    신규 입주 대단지 미리 살펴두세요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올 1월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보였던 아파트 전셋값이 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1월(-0.30%) 하락세를 끝으로 2·3·4·5·6월까지 5개월 동안 3.54%나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는 6.69%나 올랐다. 이 가운데 송파구는 다섯달 동안 9.85%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부동산써브 조사에서도 올 들어 서울의 전셋값은 20주 동안 상승하면서 한때 3.3㎡당 585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600만원대로 올라섰다. 상승폭이 컸던 강남권은 강남구 883만원, 서초구 812만원, 송파구 735만원 선이었다. 이같은 상승세는 이사철인 가을이 되면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가을 전세계약 만기가 되는 세입자라면 지금부터 이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쏟아져 전세가격 낮게 형성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신규 입주 단지를 공략하는 것이다.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한꺼번에 전세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입주 초기엔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말 한꺼번에 5563가구의 입주가 이뤄진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109㎡의 전셋값이 입주 초기 2억 3000만~2억 7000만원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주택형의 전셋값은 3억 7000만~4억원 선이다. 인근의 잠실엘스나 신천동의 파크리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등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따라서 올가을 입주를 앞둔 대단지 아파트를 눈여겨봐 두었다가 입주를 전후해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전세난을 피해 가는 요령이라고 할 수 있다. 신규 입주단지 주변 중개업소에 가면 전세매물을 쉽게 소개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신규 입주단지는 입주 초기 편의시설이나 교통시설 부족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사로 인한 소음이나 먼지 등도 당분간 감수해야 한다. ●강동구 고덕동 I´PARK 모두 14개동, 12~20층 규모, 85~215㎡, 1142가구로 이뤄져 있다. 단지 내부에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 주민편의시설과 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입주는 8월 초쯤 이뤄질 전망이다. 묘곡초등학교와 붙어 있으며, 광문고, 배재중·고교, 한영중·고교, 한영외고 등 우수 학군이 밀집해 있다. 방죽공원, 두레공원, 샘터공원 등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어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지하철 3·7호선 고속터미널역과 9호선 신반포역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86~268㎡ 2444가구로 이뤄진 단지로 이달 중순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교육시설로는 잠원초등학교가 단지와 보행도로로 연결돼 있고, 신반포중, 세화여중·고교가 근처에 있다. ●은평뉴타운 2지구 모두 3444가구가 연말쯤 입주를 시작한다. 은평뉴타운 2지구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이 가깝다. 특히 B공구 2블록, C공구 4블록, C공구 6블록 등이 구파발역과 인접해 있어 주변 상업시설 접근이 편리하다. B공구는 2·3·5·11블록에서 총 1890가구가 입주한다. 시공은 포스코건설, 동부건설이 맡았다. 건축규모는 38개동 지하 2층, 지상 6~19층이다. 2블록은 총 434가구, 82~211㎡로 이뤄져 있다. 지하철3호선 구파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A공구 12단지 내에 있는 신설초등학교 이용도 편리하다. C공구 4·5·6·7·8블록에서는 총 1554가구가 입주한다. 52개동 지하 2층, 지상 4~15층으로 금호건설, 두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4·5블록은 82~125㎡ 등으로 구성됐다. 3호선 구파발역 접근이 비교적 쉽다. 6블록은 총 353가구가 입주하며 109~211㎡ 중대형으로 이뤄져 있다. ●진접지구 반도유보라 진접지구 첫 입주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진접지웰(8월 말), 자연앤(11월), 반도유보라메이플타운, 신도브래뉴, 원일플로라(12월) 등 5개 단지 총 2585가구가 입주한다. 이 중 5블록에 위치한 반도유보라메이플타운은 109~111㎡ 873가구로 이뤄져 있다. 단지 인근으로 중앙공원과 왕숙천이 있어 매우 쾌적하다. ●성남 판교신도시 판교신도시에서는 휴먼시아어울림 등 15개 단지에서 모두 7489가구의 아파트가 올해 안에 입주한다. 입주물량이 많은 만큼 전세물량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총 850가구 규모의 휴먼시아어울림(A21의 1)은 127~226㎡로 중대형 면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판교역이 개통되면 걸어서 7분여 거리로 역을 이용할 수 있고 백범초등학교가 2009년 9월 개교예정이어서 교육시설도 가깝다. 이밖에 대장중학교, 하산고등학교 등도 인접해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정성精誠

    정성精誠

    3주 동안 샘터갤러리에서 열렸던 지헌 김기철 선생(77세)의 백자 도예전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요즘 같은 ‘보릿고개’에 갤러리 식구들이 활짝 웃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작품 자체가 뛰어났습니다. 물레조차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손끝으로 빚어, 기계 가마가 아닌 전통 가마에서 구워낸 도기는 인간만의 빛깔이 아니었습니다. 물과 흙, 바람과 솔향기의 어우러짐, 아니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작품의 성공률은 10% 이하로 낮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가격은 뛸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그의 작품을 찾은 데에는 남다른 비결이 더 있었습니다. 정성! 아침에 개장할 때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작가가 손님들을 맞았고, 일일이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채 피지도 않은 매화, 진달래, 목련꽃을 어디선가 구해와 백자 항아리에 꽂았고, 작품 주변에 늘 자연의 향이 떠나지 않도록 솔잎을 깔아놓았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떡이며 과일을 챙겨주던 넉넉한 마음 씀씀이도 잊을 수 없습니다. 요즘 너 나 할 것 없이 사업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음식점 주인들은 “파리 한 마리도 구경하기 어렵다”고 울먹입니다. 체감경기는 더 사정없이 떨어질 기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엔 ‘잘되는 집’이 꼭 있습니다. 회사 근처 헬스클럽도, 제 구두를 닦아주는 단골 수선집도 불황을 모릅니다. 또 동네 돼지고기 목살 전문집은 저녁때 최소한 40분은 기다려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잘되는 집’에는 반드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김기철 선생이 우리에게 온몸으로 보여준 바로 그 정성, 참되고 성실한 마음입니다.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 “연약한 개미들에게 동병상련 느껴”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세상 모든 개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책머리 중) ‘일용엄니’ 탤런트 김수미(60)씨가 연기인생 40년을 맞아 에세이집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샘터 펴냄)를 내고 연약한 인간 세상의 개미들에게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연예계 후배들의 잇따른 자살, 이를 모방한 듯한 젊은이들의 집단자살 등 소식에 안타까웠다.”면서 “인생 후배들을 위한 격려와 조언도 한 마디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때 젊은 시절 우울증을 앓아 자살 직전까지 간 게 수 차례였다. 그러기에 연약한 개미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지면 코끼리는 치명적이지만 개미는 끄떡없지 않은가?”라며 오히려 연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독려한다. 소설책, 요리책, 그리고 몇 권의 에세이까지 발간한데 이어 이번이 여덟 번째 책이다. 그는 “공부가 짧아서 생각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익숙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겸손을 표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는 생각과 느낌들을 어쩌지 못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공책에 만년필로 휘갈길”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책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비롯 배우 김혜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출연했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 대한 비화도 담겨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허수아비와 들쥐/김소연

    [엄마와 읽는 동화] 허수아비와 들쥐/김소연

    너른 들판에 가득 찬 벼 이삭들이 가을바람에 춤을 춥니다. 논 한가운데 서 있는 허수아비의 낡은 저고리도 덩달아 나부낍니다. “허! 그 놈 참 험악하게도 생겼다.” 논두렁을 지나던 이웃 농군들이 허수아비를 보며 흉인지 칭찬인지 한마디씩 던집니다. 농부는 망태 할아범처럼 생긴 허수아비가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니었어요. 허수아비를 세워 둔 후론 얄미운 참새들이 얼씬도 못했으니까요. “금쪽같은 내 곡식들, 잘 지켜야 한다.” 농부 말에 어깨가 으쓱해진 허수아비가 무서운 얼굴로 고함을 쳤어요. “어떤 놈이든 논가에 얼씬만 해라. 이 허수아비님이 가만 안 둔다!” 가을들판엔 허수아비 빼곤 개미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질 않았어요. “내 덕분에 올 해도 풍년이구나.” 허수아비는 한껏 으스댔지만 그 모습을 보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아침에 한번 농부가 나와 둘러볼 뿐, 하루 종일 허수아비 혼자였지요. 따가운 햇살에 머리가 지끈거려도, 차가운 밤비에 옷이 젖어도 누구하나 얘기 나눌 친구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뒷산에서 들쥐 한 마리가 들판으로 내려왔어요. 벼가 다 익어가니, 겨우내 먹을 쌀을 장만하러 오는 게지요. 들쥐는 허수아비가 서 있는 논 한가운데로 들어왔어요. 잘 익은 벼 이삭 하나를 똑 잘라 물고 나가다 그만 허수아비에게 들키고 말았지요. “웬 놈이 남의 벼를 훔쳐 가느냐!” “아이고 깜짝이야. 간 떨어지겠네.” 천둥 같은 고함소리에 놀란 들쥐가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렸어요. “에이, 난 또 뭐라고…. 허수아비잖아.” 들쥐는 허수아비를 보고는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어요. 그리고 놓쳤던 이삭을 입에 물고 제 갈길을 갔어요. “아니, 네 이 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 논에 함부로 들어 온 게냐? 혼구멍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허수아비는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았어요. 자기를 보고도 놀라기는커녕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들쥐가 괘씸했거든요. 하지만 들쥐는 허수아비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어요. “어쩌려고요? 막대 팔로 날 잡으려고요?” “뭐, 뭐라고?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느냐?” “무서워요? 그 우스꽝스러운 바가지 얼굴이 무서워요? ” 들쥐의 대답에 허수아비가 할 말을 잃었어요. “아저씨, 나는 겁쟁이 참새하고는 달라요. 허수아비가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요.” 들쥐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어요. “아저씨는 그저 속 빈 강정이에요. 저고리 속은 텅 비어가지고 논바닥에 쿡 박혀 꼼짝도 못하는 그야말로 허깨비, 그게 바로 허수아비죠.” ‘속 빈 강정? 허깨비?’ 허수아비는 생전 처음 듣는 말에 화 낼 생각조차 잊어버렸어요. “그럼, 이만. 내일 또 봐요.” 들쥐는 멍하니 서 있는 허수아비를 두고 벼 포기 사이로 유유히 사라져버렸어요. 다음날부터 생쥐는 제 멋대로 들판을 오가며 벼이삭을 물어갔어요. “도둑놈 같으니. 당장 나가지 못 해!” 허수아비는 들쥐를 볼 때마다 고함을 지르며 내쫓으려 했지만 들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요. 보다 못한 허수아비가 들쥐를 나무랐어요. “너는 남이 일 년 내내 공들여 키운 곡식을 허락도 없이 축 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 말에 들쥐가 발길을 멈추었어요. “우리 짐승들에겐 이 벼들도 산에서 나는 열매와 다를 게 없는 걸요.” “무슨 소리야? 이 논엔 엄연히 주인이 있는데.” “그거야 사람들끼리 하는 소리지, 어디 이 땅이 생길 때부터 농부 것이었나요?” “그래도 모를 내고 벼를 키운 건 바로 주인 농부라고.” 허수아비는 제가 마치 농부인 양 점잖게 말했어요. “산에 나는 열매는 저절로 큰 줄 아세요? 하늘이랑 바람이랑 산이 서로 도와가며 키운 것이지.” 들쥐는 반들거리는 코를 벌름거리며 대꾸했어요. “따져보면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산에 올라와 마음대로 열매를 따가잖아요. 사람들이 언제 산이나 하늘에 허락받고 가져 간 적 있나요? 지난 봄에는 나무꾼이 다람쥐네 참나무를 통째로 베어갔어요.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긴 다람쥐 가족이 얼마나 울었는데요.” 들쥐의 말에 허수아비가 입맛을 다셨어요. “다람쥐네 식구들한텐 안 된 일이군.”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허수아비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어요. “그래도 너무 많이 물어가진 말아다오. 내 체면도 있으니까.” “그럼요. 저도 염치가 있는데.” 들쥐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다음날, 벼이삭을 물고 이랑 사이를 지나던 들쥐가 갑자기 허수아비 어깨위로 쪼르르 올라왔어요. “아저씨. 혼자 심심하지 않으세요?” “심심하다니. 난 지금 일하는 중인데.” 허수아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들판을 살피며 말했어요. ““근데, 며칠 다녀보니까 이 논에는 아저씨 말고는 메뚜기 한 마리도 안보여요.” “그야 당연하지. 너처럼 맹랑한 녀석이면 모를까, 다들 날 무서워하거든.” 들쥐는 잘난 체하는 허수아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어요. “다들 아저씨를 무서워만 하는데, 슬프지 않아요? 친구 하나 없이?” “친구? 그런 것 보단 내 몫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법이야.” 허수아비 말에 들쥐가 입을 쌜쭉거렸어요. “피~. 그런 게 어딨어. 아저씨, 그러지 말고 제가 아저씨 친구 할까요?” “친구랍시고 논에 있는 벼 맘 놓고 훔쳐가려고?” 허수아비가 어림도 없다는 듯 눈썹을 추켜세웠어요. “치! 아저씬 벼밖에 몰라.” 들쥐는 혀를 쏙 내밀더니 어깨에서 내려가 버렸어요. 들쥐는 그 후 며칠 더 왔다 갔다 하더니, 이후론 나타나질 않았어요. 허수아비는 벼를 훔쳐가는 들쥐가 사라지자 마음이 놓였어요. 그래도 혼자 심심할 때면 들쥐의 또랑또랑한 눈이 생각났어요. 얼마 후, 추수가 시작되었어요. 농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벼를 거두었어요. 그리고 허수아비를 벼 그루터기 사이에 던져놓고 가버렸어요. 이제 허허벌판엔 허수아비만 덩그러니 남았어요. “가을 내내 고생한 나를 쓸모없어졌다고 내버리다니….” 허수아비는 농부의 야속한 얼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어요. 날은 갈수록 추워졌어요. 허수아비가 쓰던 벙거지는 늦가을 찬바람에 떠밀려 어디론지 날아가 버리고, 저고리도 비바람에 헤져 여기저기 찢겼지요. “이제 겨울이 닥쳐오면 얼어 죽겠지….” 허수아비는 힘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저씨. 여기 누워서 뭐하세요?” 어느 틈에 왔는지, 들쥐가 머리맡에 서서 허수아비를 빠끔히 내려다보고 있질 않겠어요? “아니. 너 여기 웬일이냐?” 허수아비는 반가운 마음에 큰소리로 물었어요. 들쥐는 대답 대신 허수아비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중얼거렸어요. “지나가는 길에 와봤더니…. 농부가 그예 버리고 갔구나!” 그 말에 허수아비는 두 볼이 벌게졌어요. “정말 이렇게 있다간 한 겨울에 얼어 죽겠어요.” “그게 허수아비 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허수아비가 체념한 듯 우물거렸어요. “가만있자…, 아! 좋은 생각이 났다.” 들쥐가 논두렁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잠시 후, 볏짚을 잔뜩 물고 온 들쥐는 허수아비 저고리 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들쥐가 저고리 안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허수아비는 간지러워 웃음이 터졌어요. “뭐하는 거야? 히히히….” “저고리 속을 짚이랑 마른 풀로 가득 채우면 바람도 막고, 추위에 끄떡없을 거예요.” 이 말에 허수아비는 웃음을 멈추고 멍한 눈으로 들쥐를 쳐다봤어요. 그러자 들쥐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요. “우린 친구잖아요.” 들쥐는 하루 종일 쏘다니며 마른 풀들을 모아 저고리 속을 채웠어요. 덕분에 저녁노을이 질 무렵, 허수아비는 두툼한 외투를 걸친 것처럼 뚱뚱해졌지요. 들쥐는 손을 흔들며 산으로 돌아갔어요. 밤이 되자 첫 눈이 내렸어요. 밤새 내린 눈은 솜이불처럼 허수아비를 덮어 주었어요. 그래도 저고리 속은 휑하니 찬바람이 가득했어요. 그때였어요. “허수아비 아저씨! 어디 계세요?” 들쥐의 목소리가 눈 쌓인 들판에 울려 퍼졌어요. 허수아비가 서둘러 대답했지요. 들쥐는 허수아비에게 다가와 바가지 얼굴에 덮인 눈을 쓸어냈어요. 허수아비는 들쥐를 보자마자 두 눈이 커다래졌어요. 들쥐는 마치 큰 싸움이라도 한 것 같았어요. 콧등엔 할퀸 자국이 선명하고, 털은 땀과 흙이 범벅인데다 이마에는 멍까지 들었어요. “어떻게 된 거야? 겨우내 집에서 따뜻하게 지낸다더니.” 그 말에 들쥐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어젯밤, 난데없이 오소리가 쳐들어왔어요. 창고에 가득 채워둔 식량을 빼앗더니, 집까지 부셔버렸어요. 간신히 목숨만 구해 도망쳐 나왔어요.” 들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허수아비를 바라보았어요. “아저씨한테 작별인사 하러 왔어요. 먹을 것도, 집도 잃었으니 이번 겨울은 나기 어려울 거예요. 아저씨 부디 안녕히 계세요.” 들쥐가 힘없이 뒤돌아섰어요. “무슨 소리야? 여기가 네 집인데.” 들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어요. “네? 어디가요?” “어디긴. 바로 내 저고리 안이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데.” 허수아비는 뽐내듯 가슴을 쭉 내밀었어요. “겨울동안 나랑 같이 지내자. 들판엔 농부가 떨어트리고 간 이삭도 제법 있으니 양식 걱정은 말고.” 허수아비가 왼쪽 눈을 찡긋하더니 한마디 덧붙였어요. “어때, 친구?” “아저씨!” 들쥐는 연못에 뛰어드는 개구리처럼 허수아비의 품으로 뛰어들었어요. 그제야 허수아비는 온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답니다. ●작가의 말 힘겹게 농사지은 쌀을 훔쳐가는 들쥐는 얄미운 도둑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사람이야말로 자연의 가장 큰 도둑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자연에게 한없이 베풀어 달라고 조르면서 막상 제가 가진 것은 쌀 한 톨도 그냥 내어주지 않으니까요. 곡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눈을 부라리는 허수아비야말로 그걸 세워 둔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요? 혼자서 모든 걸 독차지 하려고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그래서 밤낮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그런 허수아비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약력 ▲2004년 단편 ‘행복한 비누’가 샘터문학상 동화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등단 ▲2007년 창비가 주관한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장편 ‘명혜’가 당선 ▲2008년 창작동화집 ‘꽃신’ 발표 ▲지은 책으로는 ‘명혜’ ‘꽃신’ ‘나불나불 말주머니’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등
  • 故 장영희 교수 수필집 베스트셀러로

    지난 9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故)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단숨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유작 수필집을 펴낸 샘터 출판사에 따르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지난 11일 출간 이후 지금까지 하루 평균 1만 5000부가 판매됐으며 초판 3만부 매진과 3만부 추가 인쇄에 이어 15일에도 3만부를 더 인쇄한다.
  • “우리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

    “이 세상에서 나는 그다지 잘나지도 또 못나지도 않은 평균적인 삶을 살았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다지 길지도 않은 짧지도 않은 평균수명은 채우고 가리라. 종족 보존의 의무도 못 지켜 닮은꼴 자식 하나도 남겨 두지 못했는데, 악착같이 장영희의 흔적을 남기고 가리라.”(에필로그 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됐으면 한다.”(프롤로그 중에서) ●5번째 수필집 출간 하루 남기고 암 투병 중 강단에 복귀해 우리 사회에 많은 감동을 던져 주었던 서강대학교 영미어문·영어문화학부 장영희 교수가 9일 낮 12시50분 쉰일곱 해의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10일 다섯 번째 수필집이자 유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이 출간됐다. 여기에는 힘들게 투병 중이었던 고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인은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이 됐지만 영미문학자이자 수필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2000년 첫 수필집 ‘내생애 단 한번’에 이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 투병 중에도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선친인 고(故) 장왕록 박사와 함께 펄벅의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생전에 영미 시를 알기 쉽게 번역해 소개하는 등 아름다운 삶을 전파했다.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중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됐던 고인은 2004년 다시 척추암 선고를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2년간의 항암치료를 마친 1년 후에는 암이 간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고인은 2005년 봄 다시 강단으로 돌아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다. ●암에 굴하지 않는 용기 보여줘 소아마비와 암 판정을 받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것. 서울 출생인 고인은 1971년 서울대사대부고를 나와 서강대 영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한국문학번역상도 수상했다. 고인은 13일 서강대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뒤 선친이 묻혀 있는 천안의 공원묘지에 안장된다. 유족은 어머니 이길자씨와 오빠 장병우 전 LG 오티스 대표, 언니 영자씨 등 4자매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9시. (02)2227-7550.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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