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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답다, 아니다

    싸이답다, 아니다

    12일 베일을 벗은 ‘월드 스타’ 싸이(36·본명 박재상)의 신곡 ‘젠틀맨’이 첫날부터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곡은 12일 0시에 공개되자마자 멜론, 엠넷닷컴, 네이버뮤직, 벅스, 소리바다, 올레뮤직 등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차로 인해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9시쯤 가장 먼저 음원이 공개된 뉴질랜드에서는 아이튠스 싱글 차트 47위를 기록했다. 국내외 음악 전문가들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틀을 깨지 않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지만 해외 팬들을 고려하면서 싸이 고유의 색을 잃은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자 사운드와 비트가 강한 클럽풍의 댄스곡이라는 데서 ‘강남스타일’과 비슷하고 후렴구에 ‘알랑가 몰라’ 등 비교적 쉬운 발음의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를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가요평론가 노준영씨는 “‘강남스타일’이 자극적인 일렉트로닉 팝에 가까웠다면 ‘젠틀맨’은 감성적인 유로 댄스의 느낌이 강해 임팩트는 조금 떨어져도 싸이 특유의 안무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강남스타일’은 편곡 자체가 속도적으로 빨라 말초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반면 ‘젠틀맨’은 전자 사운드의 느낌이 약해져 음악에 반응하는 속도가 다소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씨는 “그러나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고 미국이나 영국에서 선호하는 B급 정서를 담고 있어 안정적인 팬층을 확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큰 실패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기대에는 부응했지만 싸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느라 음악이 좀 어려워졌다. 쉽고 재미있는 싸이의 기존 색깔을 조금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주문을 외우는 듯한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 경쾌한 비트, 유머 코드 등 ‘젠틀맨’은 싸이 스타일의 완성판”이라고 평가했다. AFP·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CNN, 빌보드, MTV, 인디펜던트 등 해외 매체들도 ‘젠틀맨’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AFP는 “‘젠틀맨’은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라고 소개했고, 음악 전문 매체인 MTV는 “업비트 템포의 ‘강남스타일’이 수백만 명을 춤추게 만들었다면, 신곡은 템포가 느리고 전염성도 덜한 편”이라고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싸이는 1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 ‘해프닝’에서 신곡 ‘젠틀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해마다 100만여명이 창업을 하지만 80여만명이 폐업을 한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3년 후 55%, 5년 후 39%, 10년 후 24%에 불과하다. 창업자 10명 중 5명이 3년 내 문을 닫는 셈이다. 창업 기업의 폐업 횟수는 1.3회, 재창업 횟수는 0.8회로 폐업 후 50%는 재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쓰러지면 재기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패한 기업인은 죄인이 아니지만 일순간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재기를 ‘힐링’으로 접근한 색다른 시도가 남해의 외딴섬,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죽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이 벼랑 끝에 몰린 19명이 지난 2월 24일 무거운 마음으로 섬을 찾았다. 4주간의 시간,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달 21일 통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한 죽도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섬이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폐교를 리모델링한 죽도연수원에서는 ‘실패 중소기업인 힐링캠프’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1년 11월 첫 캠프를 연 뒤 5회째다. 캠프는 3월과 6월, 11월 등 매년 3차례 진행된다. 연수원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세워진 표지판이 눈에 띈다. “묵은 마음 비워서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 가는 곳…허밀청원.” 섬에 내리기 전까지 ‘외인구단’이나 ‘실미도’를 연상했기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글귀다. 가쁜 숨을 돌리려 들어간 연수원 식당에서 형광색 점퍼를 입은 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캠프 참가자들이다. 퇴소를 앞두고 그동안 생활했던 텐트와 침낭 등을 정리해 햇볕에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표정이 밝은 그들의 모습에서는 얼마 전까지 ‘인생 실패자’로 자책하며 방황했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상하(43) 원장은 “이곳에서 ‘재기’는 재창업이 아니라 잃었던 용기를 되찾고 깨진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라며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 마인드가 숨어 있는데 치유 없이 정상적인 패자 부활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4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힐링캠프는 방목 형태로 진행된다. 주입식 강의나 창업 스킬 등 성공 기법을 전수하는 과정은 없다. 100명이 넘는 재능 기부자 중 컨설턴트는 배제하고 종교인과 심리치료사 등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철저하게 ‘의도된 불편함’을 극복하며 스스로 마음을 관리하는 시간의 반복이다. 사업 실패로 같은 아픔을 경험했던 설립자와 한 원장의 신념, 그리고 재기 과정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것을 녹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캠프는 술과 담배, 휴대전화, 지갑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주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취지다. 오전 5시 50분 기상과 함께 편치 않은 산길을 헤치고 명상 바위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취침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식사는 하루 2끼만 제공하고 입소 다음 날부터 퇴소 전날까지 26일간 텐트에서 야영한다. 초기 2주간은 강의장을 제외하고는 대화도 차단된다. 캠프에서는 자급자족을 하기에 농촌 활동도 필수 일과다. 한 원장은 “실패한 기업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환경을 탓하고 남을 원망한다”면서 “신세 한탄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강당에는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와 있는가”, “고난과 좌절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자기 암시 글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캠프 참가자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쉽게 말문도 열지 않는다. 실패의 기간이 길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얼굴은 죽을상이고 의욕은 찾아볼 수 없다. 참가자들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토로하지만 캠프에서는 철저히 무시한다. “나는 잘했는데…”라고 할 때마다 “너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이 되돌아간다. 휴먼 영화를 시청하고 100배 절을 올리고 사이코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야영은 캠프의 ‘백미’다. 산속에 설치된 텐트 간 거리는 30m가 넘는다. 아무런 간섭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회한, 후회의 뜨거운 눈물을 수없이 흘린다고 한다. 18년간 전자계통사업을 하다 2008년 폐업한 김경곤(59)씨는 “여기 온다고 뭐가 해결될까 하는 고민과 창업자금을 받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했다”면서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식품제조유통업을 했던 정영준(51)씨는 위기 탈출을 위해 입소했다. 정씨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매우 유용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실패한 기업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김경곤씨는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이 싫었고 내 이름이 적힌 우편물을 받는 게 두려웠다”면서 “특히 나 때문에 가족까지 피해를 당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당시 자살하는 사람에게 공감이 갔다”면서 “남을 원망하는 마음만 들고,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서 술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회고했다. 사업이 망한 이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작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용을 회복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빚의 늪에서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후반 남성은 “신용 회복을 하더라도 카드 발급이나 대출이 안 되는 등 재기를 위해 기댈 언덕이 없다”면서 “사업이 잘되면 금융권이 제일 먼저 고개를 숙이며 찾아오지만 반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도 금융권”이라고 성토했다. 캠프를 거쳐 간 68명 중 50%가 재창업(12명)을 하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5년간의 아픔을 딛고 대구에서 재기한 향천의 김영만(47) 대표. 그는 2차례 누룽지 제조 업체를 운영하다 무일푼으로 쫓겨났다. 2008년 이후 신용불량자로 4년간 ‘바닥 인생’을 경험했다. 지난해 3월 2회 캠프에 참가한 후 중소기업청의 재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했다. 김 대표는 “항상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4주간의 일정을 마친 5회 캠프 참가자들이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섬을 나섰다. 그토록 힘겨워했던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선 것이다. 오늘의 실패를 자산이자 축복으로 되돌리는 항해가 시작됐다. 글 사진 죽도(통영)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780만원 짜리 ‘명품 개 옷’ 직접 보니

    영국의 한 디자이너가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고가의 ‘명품 강아지 전용 의상’을 공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부드러운 실크 재질과 한 눈에 보기에도 최고급의 액세서리를 더해 만든 이 애완견 옷들을 만든 디자이너는 릴리 샤라베시(Lilly Shahravesh). 평소 자신의 애완견을 모델로 개 전용 의상을 제작해 온 그녀는 최고급 원단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을 공개하기로 유명하다. 가격이 무려 4000파운드(약 700만원)에 달하는 옷은 타조 털로 만든 깃털 모자와 최고급 모직(트위드)으로 만들어졌다. 컬러풀한 색감과 부드러운 안감이 특징이다. 골드빛 실크로 만든 코트는 심플한 디자인과 세련된 깃이 눈길을 끌며 세트로 제작된 새틴(광택이 곱고 부드러운 섬유) 모자와 함께 4500파운드(약 780만원)에 판매된다. 소설 속 ‘셜록 홈즈’의 의상을 연상케 하는 베이지색 모직 코트와 모자는 144파운드(약 25만원), 영국의 백작 부인이 입을 법한 핑크색 모직 코트와 모자는 각각 135파운드(약 24만원), 59파운드(약 10만원)에 달한다. 이 디자이너는 14년 동안 니트 디자이너로 일해 왔지만, 개에 남다른 애정을 품은 10년 전부터 개 전용 의상 디자이너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개 전용 의상은 제작 기간에만 6개월이 소요될 만큼 세심함을 요한다. 모든 의상은 개별 주문을 통해 옷의 주인(개) 몸에 꼭 맞게 제작된다. 그녀는 “개를 끔찍하게 아끼는 유명인사들도 내 숍을 찾아 자신의 애완견을 위한 명품 옷을 구입한다.”면서 “내 브랜드는 잭 러셀 크로스 종인 내 애완견 래빗(6)이 모델로 활약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구가톨릭대 총장 “헤어스타일 골라 주세요”

    대구가톨릭대 총장 “헤어스타일 골라 주세요”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머리 색에 대한 설문조사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백발인 홍철(68)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자신의 머리 색을 두고 학생과 교직원들을 상대로 9일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오는 19일까지 이뤄지는 조사의 결과를 보고 백발을 그대로 둘지 검은색으로 염색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  홍 총장은 “대학 구성원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총장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학생과 교직원들이 학교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헤어 이벤트’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학교 홈페이지와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취업창업센터, 사범대학 로비 등에 마련된 투표판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이뤄진다.  학교 구성원들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검은색과 백발의 홍 총장 캐리커처(사진) 가운데 선택을 하거나 투표판에 있는 캐리커처에 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홍 총장은 “많은 표가 나오는 쪽으로 머리 색을 결정할 할 것”이라면서 “투표한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개교기념일에 선물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백발은 푸근한 느낌, 검은색은 젊고 역동적인 느낌이 든다는 반응이다. 이 대학 영어영문학과 4학년 최진희(22·여)씨는 “총장님의 헤어스타일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다”며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홍 총장은 서울대를 나와 건설교통부 차관보, 국토연구원장, 인천대 총장, 대구경북연구원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류현진 말춤 추며 한류 전도사 변신

    류현진 말춤 추며 한류 전도사 변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말춤을 추며 한류 전도사로 변신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9일(한국 시간) 류현진이 다저스 동료들 앞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지난달 열렸던 ‘다저 아이돌’ 행사에서 유쾌한 모습으로 장기 자랑을 펼친 류현진의 모습이 담겼다. 라커룸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류현진은 푸른 색 티셔츠에 갈색 면바지를 입고 검은 색 선글라스를 쓴 채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또 노래 중간에 함께 제1선발 클레이튼 커쇼와 주포인 맷 캠프를 일으켜 세워 말춤 함께 추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저 아이돌’은 LA다저스가 매년 스프링캠프 때마다 팀 단합을 위해 열리는 일종의 신입 선수 신고식으로 미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패러디한 행사다. LA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처음 참여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장기 자랑을 하는 게 전통이다. 올해 ‘다저 아이돌’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론리 아일랜드’의 노래를 재미있게 바꿔 부른 우완 투수 스티븐 에임스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시각장애인 역 완벽 소화 ‘그 겨울… ’ 송혜교 브라운관 데뷔작은 청소년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1995). 드라마 ‘첫사랑’(1996), ‘웨딩드레스’(1997)에선 단역이나 비중 없는 조연에 그쳤다. 그때 누구도 그녀가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1998년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백야 3.98’과 ‘육남매’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더니,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주인공 오지명의 막내딸 ‘혜교’로 주연과 다름없는 역할을 따냈다. 예쁘장한 16세 소녀의 당돌함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순정녀 ‘은서’(2000), ‘올인’의 ‘수연’(2003), ‘풀하우스’의 ‘지은’(2004)이 그랬다. 하지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얼굴만 예쁜 배우”였다. 어린 나이에 외모로 톱스타에 오른 만큼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했다.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로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배우 송혜교(32)의 얘기다. 클로즈업된 카메라 앞에서 미세한 얼굴 떨림까지 표현하며 시각장애인 여회장 ‘오영’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새롭게 각인됐다. 지난 3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대에는 예쁜 여배우들이 많다. 30대는 다른 것으로 승부를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완숙한 여배우의 농익은 기품이 풍겼다. 그는 “연기는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로 인기를 얻으면 제작자들은 계속 비슷한 역할만 시키더라. (배우에게)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려고 모험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노희경 작가가 ‘영’이란 캐릭터를 두고 제게 모험을 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발성에 힘이 실렸고, 눈이 반짝였다. 송혜교는 ‘그 겨울’로 전작인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노희경 작가와 5년 만에 해후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의 송혜교는 노 작가가 요청한 깊고 진한 감정표현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연기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가시밭길을 걸었다.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2008년), 이정향 감독의 독립영화급 ‘오늘’(2011년) 등 규모가 작은 영화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를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찍었지만, 편집된 영화에선 정작 6분가량만 나왔다. 송혜교는 “몇 주일간 단 두 장면만 찍고 귀국할 때도 있었다. 현장에선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은 연기에 바짝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작품에 대한 열망은 고스란히 ‘그 겨울’에 투영됐다. 못다 푼 연기의 한을 쏟아부은 셈이다. 복지관을 찾아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을 묘사할 때, 오버액션이 너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극중에서 눈이 먼 제가 직접 메이크업을 하는 연기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선 카메라가 멈추고 자리를 옮길 때도 쉬지 않고 울었다. 잠시라도 감정의 곡선이 끊어질까 염려해서다. 그렇게 시청자의 가슴을 뒤흔든 오열 장면이 만들어졌다. 노 작가도 “예전엔 마냥 애 같았는데 이번엔 여자 같았다”며 칭찬했다고 전했다. 상대역 조인성에 대해 물었다. 애정 장면이 “오글거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성씨와 동갑인 데다 2004년 같은 기획사에서 편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런데 솜사탕을 함께 먹는 장면이 너무 낯간지러워 ‘요즘 누가 저렇게 먹냐’고 감독께 항의했다”며 웃었다. 그는 박찬욱, 봉준호 등 ‘색깔 있는’ 감독들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중국의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송혜교는 “저는 노력형 배우”라며 “‘친절한 금자씨’처럼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상처 입은 남자로 변신 성공 ‘그 겨울… ’ 조인성 “외모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렸어요. 젊은 배우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조인성(32).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제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배우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보였다. 2011년 5월 제대한 조인성의 복귀는 연예가의 핫이슈였다. 하지만 제대 후 복귀작품으로 고른 영화 ‘권법’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그의 공백기는 점점 길어졌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 이목이 쏠린 이유다. 다행히 ‘그 겨울’은 멜로물이라는 한계에도 같은 시간대 1위로 3일 종영했다. “‘살았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주변에서 위로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죠.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지고 세상을 너무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억지로 작품을 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는 싫었어요.” 그러던 시기에 그는 ‘그 겨울’의 대본을 만났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인성은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 모든 것을 바쳐 작품에 임했다. 유난히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 부담됐을 법도 하지만 그는 “배우가 나이 들어 가는 과정을 두려워하거나 신경쓰게 되면 더 이상해 보인다. 나 자신이 까발려지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군 제대 이후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서도 넉살 좋게 받아쳤다. “군대 다녀온 배우들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줘야 해요. 2년 동안 매일같이 행군하고 총 쏘고 유격 훈련을 했는데 멀쩡한 ‘꽃미남’ 외모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웃음)? 한편으로는 비교 대상의 작품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의 풋풋한 얼굴로 돌아가려고 살을 빼거나 시술을 해 역효과를 내기는 싫었어요. 외모 대신 나이에 맞는 연기로 승부를 내야죠.” 그의 말처럼 대중은 아직도 영화 ‘비열한 거리’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불안한 청춘의 표상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가슴속에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지만 한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오수 역으로 한층 성숙하게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절제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노희경 작가님이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예전에는 연기가 흔들려 연기 톤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점이 캐릭터와 잘 결부돼서 생동감 있게 느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연기에 집중하느라 상대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릴 때가 많았다는 그는 ‘그 겨울’에서는 상대의 대사나 연기에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유가 생겼다. 시청자들의 코를 시큰하게 했던 오열 장면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남매와 연인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오수는 친오빠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오영을 여자로 느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오수가 돈을 위해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오영을 속이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과 비참함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역을 연기한 상대역 송혜교와 눈을 맞추고 연기할 수 없어서 어색하기는 했지만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는 조인성. 그는 “반사전제작제로 진행된 이번 드라마는 거의 주 5일제로 촬영했고 색 보정 등 완성도가 높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마 당분간은 멜로를 못하겠죠. 저도 보시는 분들도 잊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다음 작품에서는 마초에서 벗어나고 싶기는 한데 완전히 풀어지는 코미디 연기도 어려울 것 같고요…. 벌써 고민이네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LG 곡면 올레드TV 화질 ‘국제 인증’

    LG전자가 곡면(曲面)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해 세계적인 인증기관인 인터텍이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구현한 제품에 부여하는 ‘QPM’ 인증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인터텍은 색 정확도·명암비·색 재현력·균일도·시야각 등 다양한 화질 항목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인증서를 발행했다. LG전자는 기존 올레드 기술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한 WRGB 방식으로 올해 초 세계 최초로 55인치 올레드 TV를 출시했다. 이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3’에서는 오목하게 휘어진 스크린을 적용, 화면 왜곡을 최소화한 곡면 올레드 TV를 선보였다. 곡면 올레드 TV는 세계적인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박상희 LG전자 TV연구소 상무는 “WRGB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해외 고전극, 한국식으로 부활

    해외 고전극, 한국식으로 부활

    고양문화재단이 한국 연극계 명연출가의 작품으로 꾸민 ‘고양새라새 한국연출 3색’ 시리즈를 4월부터 진행한다. 한국 연극의 흐름을 주도해 온 대표 연출가들의 작품과 창작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첫 무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오태석 연출이 이끄는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11~14일)를 준비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한국적으로 변용했다. 밀라노공국을 빼앗긴 프로스페로가 주술을 터득해 자신을 권좌에서 밀어낸 알론조 일당에게 복수를 하는 큰 틀에 삼국유사 ‘가락국기’를 얹었다. 권력 암투와 복수, 용서와 화해가 얽힌 방대한 이야기를 절묘한 비유와 적절한 생략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백중놀이, 만담, 씻김굿 등 전통 풍습을 곁들여 볼거리가 풍부하다. 7월 10~14일에는 한태숙 연출이 대표로 있는 극단 물리의 ‘레이디 맥베스’를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모티브로 했다.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빼앗도록 맥베스를 부추기고 죄의식에 빠지는 왕비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오브제(상징물)와 음악 등이 어우러진 무대미학을 선사한다. 12월 18~22일에는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극단 미추와 함께 선보이는 ‘벽 속의 요정’을 공연한다.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쓴 작품을, 극작가 배삼식이 우리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손 감독의 부인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인 김성녀가 노래를 부르고 1인 다역을 하는 모노극이다. ‘고양새라새 한국연출 3색’은 경기 고양시 마두동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이어진다. 2만 5000~3만원. (031)960-0061.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기대하시라, 안방극장 ‘4월 大戰’

    기대하시라, 안방극장 ‘4월 大戰’

    4월 안방극장이 후끈 달아오른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연초부터 액션과 사극,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피 말리는 시청률 경쟁을 벌여온 가운데 후속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김혜수, 김태희, 신세경 등 여배우들의 3색 연기 대결 외에도 흥행보증 수표로 불리던 사극이 잇따라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일 첫 테이프를 끊는 드라마는 새 월화극인 KBS 2TV의 ‘직장의 신’과 MBC ‘구가의 서’. ‘직장의 신’은 한 자릿수 시청률로 부진했던 ‘광고천재 이태백’ 후속작이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김혜수가 계약직 ‘미스 김’역을 맡아 만능 파견사원의 모습을 선보인다. 2007년 일본 NTV에서 방영된 드라마 ‘파견의 품격’이 원작. 김혜수의 안방극장 복귀는 지난 2010년 MBC ‘즐거운 나의 집’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김혜수는 촬영장에서 직접 굴착기를 조종하고 능숙하게 살사 댄스를 추는 등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드라마스페셜 ‘달팽이 고시원’, ‘마지막 후뢰시맨’ 등을 집필한 윤난중 작가의 작품이다. MBC는 월화극 수위를 달렸던 ‘마의’의 후속작으로 무협활극인 ‘구가의 서’를 선보인다. ‘반인반수’(半人半獸)로 태어난 최강치가 사람이 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빵왕 김탁구’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판타지에 처음 도전한다. 이승기는 지리산의 수호신수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최강치로, 수지는 뛰어난 무예와 궁술을 가진 담여울로 나온다. 이승기는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역할과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는 8일 첫 방송되는 SBS의 새 월화극 ‘장옥정’은 지난해부터 스크린과 안방에 불던 사극 열풍을 대변한다. SBS는 전작인 ‘야왕’과 달리 평일 드라마에 과감히 사극을 편성했다. 장옥정은 숙종의 왕비로까지 신분상승했던 장희빈을 말한다. 까다로워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현대적 해석을 덧입혔다.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는 데뷔 13년 만에 처음 사극에 도전한다. 표독스러운 악녀 연기를 어떻게 색다르게 표현할지에 방점이 찍혔다. 김태희는 ‘천국의 계단’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그간 장희빈과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로맨티스트이자 조선시대 패셔니스타로서 장희빈의 인간미와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SBS는 신인인 최정미 작가에게 과감히 집필을 맡겼다. 1~3% 포인트 차의 살얼음판 경쟁을 벌여온 수목극에서도 후속작들이 고개를 내민다. 치정극과 로맨틱코미디, 사극의 대결 구도다. MBC는 오는 3일 첫 방송하는 새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로 역전을 노린다. 시청률 롤러코스터를 탄 ‘7급 공무원’의 후속작이다. 치정 멜로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계획으로, 송승헌과 연우진이 신세경을 두고 대립하며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두 남자 사이에 놓인 신세경의 연기 변신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주로 밝은 연기를 펼쳐왔던 만큼 남자를 유혹하고 배신하는 멜로 연기를 어떻게 소화해 낼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 무게감 있는 드라마를 써온 김인영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SBS는 오는 4일 ‘내 연애의 모든 것’으로 맞불을 놓는다. 이응준의 동명 장편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신하균이 보수성향의 초선의원으로 출연해 정치색이 완전히 다른 국회의원 이민정과 전 국민의 감시 속에 짜릿한 비밀연애를 벌인다. ‘보스를 지켜라’를 집필한 권기영 작가가 각색했다. 신하균, 박희순의 명품 연기와 함께 이민정, 한채아의 대결구도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목극 1위를 지켜온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후속작이다. KBS 2TV는 ‘아이리스2’ 후속으로 오는 24일 ‘천명’을 방송한다. 살인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 내의원 의관 최원이 불치병에 걸린 딸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TV소설 ‘청춘예찬’과 ‘부자의 탄생’을 집필한 최민기 작가의 작품. 배우 이동욱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출세에는 관심 없고 딸과 함께 있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조선판 딸바보 최원으로 분한다. 이동욱은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가 좋아 작품을 택했다”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바람에도 하늘에도 닿았다, 아리고 아련한 제주 빛깔

    바람에도 하늘에도 닿았다, 아리고 아련한 제주 빛깔

    제주 4·3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이 화제라 하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화가 강요배(61)다. ‘지슬’의 오멸 감독이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예술가로 꼽는 이가 강요배와, 뜬금없이 국방부 금서로 지정돼 화제가 된 자전적 소설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쓴 소설가 현기영이다. 강요배와 현기영, 그리고 4·3항쟁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7권 제주편’에 실려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된다. 팁 하나만 흘리자면 ‘요배’라는 독특한 이름은 4·3항쟁 당시 진압군이 동명이인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람 죽이는 걸 보고 아버지가 절대 같은 이름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불문학자이자 서강대 교수였던 형 이름은 ‘거배’였다. 강요배가 1980년대 민중미술 계열에서 활동하고 1992년 제주 4·3항쟁을 다룬 연작을 내놓은 뒤 제주로 돌아가 제주 그림만 그리는 이유다. 그 강요배가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5년 만의 개인전을 연다. 제주의 풍경을 모은 그림 40여점과 드로잉 10여점이다. “필획이 너무나 중요한데 이걸 요즘 들어 잘 모르는 거 같다”고 호소하는 작가답게 아크릴을 물에다 녹여 쓰는데 붓으로 그렸다는 느낌을 화면 전체에다 꾹꾹 눌러 담았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은 신관 지하 2층의 바람과 지하 1층의 호박 그림이다. 바람을 그린 그림에는 ‘풍천’(風天)이란 이름을 붙여뒀다. 제주 중산간 즈음, 빗방울이 들이치다 햇볕이 쑥 나타나다 또 짙은 수증기에 휩싸이는 식으로 변화무쌍한 섬 날씨 속에서 그 변덕을 다 받아내며 살다 보니 바람에 날리기도 이래저래 휘저어지기도 하는 풀밭의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작가의 집은 제주 한림읍 귀덕리. 특별히 그림 소재를 찾아 헤맨다기보다 “늘 보던 풍경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으면” 그제야 그린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앞에다 두고 있으면 자연스레 막걸리 한 사발 생각날 법도 하다. 호박 그림에는 ‘설중옹’(雪中翁)이라는 이름을 붙여뒀다. 작가 말마따나 “촌에서 보면 이래저래 심어놓고 막 자란 거, 굳이 따먹지도 않는 저런 호박은 지천에 널렸는데” 자리잡고 앉은 모양새나 쭈그러진 표정이 재밌다. 너무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노란데도 머리에다 눈발을 이고 있을 정도로 살아남았으니 주인이 막걸리 마시느라 꽤 게으름 피웠을 법하다. 바람이 푸르르 불어닥친 어두운 날들이 많다 보니 꽃을 그린 그림들 외엔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어둡다. 막걸리 마시기 좋은 풍경만 찾다 보니 그런 건 아니다. “빛이 너무 강한 날에는 색이 날아가 버려요. 빛이 약하고 조도가 낮아야 이런저런 색깔들이 더 풍부해지는 거예요.” 한번 쬐면 정신을 훅 놓아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서치라이트 같은 국가 정체성의 불빛 따윈 멀찌감치 밀어버리고, 그렇게 희미한 색의 결들을 다양하게 살려내는 것 자체가 민중화가로서의 면모인 것도 같다. 그래서 먹장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침침한 제주의 밤하늘 풍경이나 비단결에다 비유해 제주 앞바다를 밝고 화사하게 표현한 ‘명주바다’ 그림이나 어느 그림에서나 중요한 건 색의 질감이다. 역사의 캔버스를 뒤덮고 있는 것은 그런 특별나지 않은 색일는지 모른다. (02)720-1524~6.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법정에 선 프로포폴 투약 연예인 3인 3색

    법정에 선 프로포폴 투약 연예인 3인 3색

    이른바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여자 연예인 3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박시연(본명 박미선·34), 이승연(45), 장미인애(29)씨는 프로포폴 투약에 대해 ‘의료 목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투약 사실은 인정하지만 의사 처방에 따라 의료 목적으로 시술을 받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장씨 측 변호인도 “지방 분해를 위한 카복시 시술에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돼 관행적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한다”면서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미용을 목적으로 고통을 감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씨 측 변호인은 “자료를 검토한 뒤 추후 답변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들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산부인과 전문의 A(45)씨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46)씨도 “프로포폴 사용은 정당한 의료 시술 행위였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판에 나온 여자 연예인들은 초췌한 얼굴로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고개를 숙였다. 이씨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고, 장씨는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검찰에서 밝혔듯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묵묵부답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다음 공판은 4월 8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유치장에 꽃 핀 ‘힐링벽화’

    유치장에 꽃 핀 ‘힐링벽화’

    미대생들이 유치장에 갇혀 불안에 떠는 사람들의 안정을 돕기 위해 지역 경찰서 유치장에 ‘힐링 벽화’를 선물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4일 추계예술대 미술학부 학생들이 그린 유치장 힐링 벽화 10점을 공개했다. 벽화는 추계예대 ‘벽화 동아리’ 회원 등 학생 7명이 재능 기부 차원으로 일주일간 작업해 지난달 완성됐다. 학생들은 여성전용방, 경미범 수용방, 출입문 등 유치장 시설의 기능과 수감되는 피의자 유형 등을 고려해 벽화를 그렸다. 여성전용방 한쪽 벽에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고 맞은편 벽에는 ‘세상을 믿으면 언젠가 나도 열매를 거두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시 ‘인생거울’과 시화를 채웠다. 경범죄자를 수용하거나 석방 직전 피의자가 잠시 머무는 경미범 방에는 잔잔한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씨 벽화를 그려 심리적인 동요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성이 수감되는 유치장 벽에는 넓은 들판에 서 있는 나무와 그 위를 나는 새를 그려 넣어 폐쇄감과 고립감을 최소화했다. 박동근(23) 추계예대 총학생회장은 “서대문경찰서로부터 ‘재능을 살려 벽화를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흥쾌히 응했다”면서 “수감자들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화려하지 않은 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캠퍼스가 있는 이 대학 학생들은 음악, 미술, 영상 등 전공별 전문성을 살려 지역 사회에 재능 기부를 꾸준히 해 왔다. 인근 아현역에 벽화를 그려 삭막했던 역사의 풍경을 바꿨고 매년 9~10월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오페라 공연도 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아동복지시설 등을 돌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박 회장은 “축제 때 소음이 발생하는데 지역민들이 양해를 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학생들도 시민을 위해 재능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양화 전공인 배혜진(21·여)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도 자연스럽게 공연할 기회를 얻어 좋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예술인의 책무인 만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서대문서의 한 관계자는 “유치장에 갇히는 사람들은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라 피의자와 이들을 지키는 경찰관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힐링 벽화는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아들 녀석들(MBC 토요일 밤 8시 40분) 현기와 인옥은 학교에서 다빈과 아람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찾아 나선다. 없어진 다빈과 아람을 찾으며 현기와 인옥은 다시금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병국도 아이들이 없어지자 다빈에 대한 마음을 푼다. 한편 미림의 병을 알게 된 승기는 미림 곁에 있으려 하지만 미림은 석진을 핑계삼아 승기를 밀어낸다. ■OBS 스페셜(OBS 토요일 밤 8시 15분) ‘유배’라는 절망과 좌절에 처한 인간이 어떻게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지 조명한다. 과연 유배자가 겪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대 고독은 어떤 것일까. 추자도에 두 살 난 아들을 숨기고 제주도 관노로 유배 간 정난주, 나주 율정점에서의 정약용, 정약전의 이별 장면 등을 생생하게 재연한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농구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이 처음으로 ‘스타킹’ 무대를 찾았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도로 공을 넣는 것은 물론 왼손으로만 골인시키기부터 안대를 쓴 채 골인시키기까지 우지원은 입이 떡 벌어지는 농구 묘기를 선보인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올해 열일곱 살이 된 동욱이는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다. 엄마 문은희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동욱이를 데리고 준비하는 것에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동욱이를 들고 옮기는 것도 엄마 은희씨의 몫이다. 동욱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은 10년간 반복돼 온 일상이다. ■아빠! 어디가?(MBC 일요일 오후 4시 55분) 아빠와 아이, 단둘이 떠난 제주도에서 보낸 낯선 하룻밤. 그런데 항상 밝고 씩씩하기만 하던 지아와 후가 울음을 터트린다. 한편 환하게 빛나는 제주의 아침은 아빠들의 선착순 아침식사로 시작되고, 만족스러운 식사 후 다섯 아빠와 아이들의 5인 5색 제주도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TV 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 25분) 나쁜 습관을 지니고 있는 견공 네 마리는 난생처음 가족들과 떨어져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합숙에 돌입한다. 낯선 곳에 남겨져 어안이 벙벙한 녀석들. 하지만 이내 견공 본색으로 내무반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KBS2 토요일 오후 6시 15분)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걸그룹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 배인숙 자매가 최초로 동반 출연한다. 이날 왁스는 배인숙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불렀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선곡해 왁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를 꾸몄다. 한편 포맨은 펄 시스터즈의 ‘떠나야 할 사람’을 재탄생시킨다.
  • 시나위·당피리·아리랑·민속춤 … 얼쑤 좋다, 네가지 맛

    시나위·당피리·아리랑·민속춤 … 얼쑤 좋다, 네가지 맛

    국립국악원 소속 4개 예술단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악원 예악당에서 21일부터 새달 18일까지 전통예술 완주 시리즈를 이어간다. 민속악단이 21~22일 ‘수어지교(水魚之交)-풍류와 시나위’로 첫 문을 연다. 상류층과 전문 악사들이 어울려 곡을 연주하던 풍류방을 중심으로 전해온 민간 대풍류의 하나인 ‘취타풍류’와 ‘현악영상회상’의 민간 버전인 ‘줄풍류 중 뒷풍류’를 연주한다. 궁중의 정재 음악으로 주로 연주되는 대풍류나 현악영상회상을 민속음악 어법으로 연주해 자유롭고 경쾌하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서 공연해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린 ‘시나위’ 한바탕도 선사한다. 정악단은 27~28일 ‘당피리의 음악세계를 만나다’ 무대를 꾸민다. 전통악기 중 피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향피리이지만,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궁중 연례·제례악에서는 당피리가 주요 선율을 담당했다. 이 공연에서는 당피리 음악 중 낙양춘, 보허자, 정동방곡, 유황곡, 여민락만, 본령, 해령 등 폭넓고 화려한 음색을 지닌 당피리 중심의 음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4월 4일에는 창작악단이 ‘아리랑, 비상하다’를 올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을 조명한 초연곡을 연주한다. 40여 분에 이르는 장대한 국악관현악곡 ‘아리랑 환상곡’(박영란 작곡)을 비롯해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대금 협주곡 ‘판의 아리랑’, 김성국 중앙대 교수의 가야금 협주곡 ‘아리랑’을 선보인다. 완주시리즈 마지막은 지금까지 전해지는 민속춤을 총망라한, 무용단의 ‘춤, 마음의 지도-4도 4색’이 장식한다. 서울·경기, 충청, 영남, 호남의 특색 있는 춤과 음악으로 구성했다. 경기도 당굿을 원형으로 한 김숙자류 터벌림(본격적인 판을 벌이기 전에 재정비하는 부분)을 시작으로 태평무, 승무, 동래학춤, 삼천포 소고춤, 진도북춤, 진도 씻김굿 지전춤, 살풀이춤, 북 울림까지 이어진다.민속악단·정악단·창작악단 공연은 8000~1만원, 무용단 공연은 1만~2만원이다. (02)580-33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 제복사회, 숨 막히는 사회/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제복사회, 숨 막히는 사회/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거리에 교복이 물결친다. 교복은 제복이고, 개성보다는 집단을 강조한다. 개별 상담보다는 집단 통제에 유효하다. 학생만 제복을 입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의 의상도 제복과 비슷하다. 지난해 어느 봄날, 서울 중구 의주로 근처에서 공식 간담회를 마치고 관계자들과 함께 경찰청 건너편에 있는 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나와서 그런지 거리는 직장인들로 넘쳐났다. 그런데 길을 건너면서 나는 문득 주위 사람들이 거의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남자들은 거의 다 짙은 싱글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짙은 색 넥타이를 맸다. 한 명만 상의 양복을 벗어 팔에 걸쳤는데, 역시 짙은 색 바지와 흰색 남방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여자들은 거의 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짙은 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혹시 다른 색상이 있을까 두리번거리기까지 했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남방을 입었고, 짙은 남색의 면 양복을 상의로 걸쳤다. 단추는 채우지 않았으며,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또한 모두 물빨래하는 면이다 보니, 바지와 상의 모두 구겨진 상태였다. 간담회 참석차 제법 차려입은 의상이었지만, 평일 점심시간 의주로의 넓은 횡단보도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지난해 여름 아침 우연히 본 출근길 여의도의 풍경도 다를 바 없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짙은 색 바지에 흰 반팔 남방 차림이었다. 속옷 상의도 죄다 흰색으로, 남방에 살짝 비쳐 보이는 것까지 서로 같았다. 이처럼 서울 거리는 학생과 직장인이 뒤섞인 제복의 거리다. 할머니들마저 ‘뽀글이 파마’라는 일종의 ‘제복’을 머리에 이고 다닌다. 사람만 제복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다양한 모습의 아파트들이 생겨났지만, 획일적인 직육면체 15층 아파트는 지금도 도처에 우뚝 서서, 한국이 마치 사회주의국가였던 것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교복 착용 여부를 학교장 재량에 맡겼더니 다들 교복을 입혔다. 두발 자율화를 허용했더니, 역시 학교장 재량으로 규제를 가한다. 학교의 규제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으나 일터의 분위기에 눌려 다시금 유니폼 아닌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이 땅에서는 무슨 자율화를 한다고 해도 우두머리 관리자들을 위한 자율화만 있다. 소속감 고취의 명목으로 제복을 입히지만 사실은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정치적 획일화와 통제는 군사정권의 종말과 함께 많이 풀렸으나, 예로부터 겹겹이 싸인 획일 강요와 통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이 땅을 짓누른다. 민주사회의 생명에는 여럿이 있지만, 그 가운데 다양성이 으뜸을 다툰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의 다양함만이 아니라, 생각이나 의견에도 다양함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성의 반대어는 획일성인데, 우리사회는 현재 얼마나 다양한 사회일까? 아직도 ‘국론통일’을 외치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아마도 ‘획일’을 미덕으로 여기고 남과 다른 걸 백안시하고 적대시하던 조선후기 문화의 유풍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 유니폼 사회는 숨 막히는 사회다.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Dead Sea 사해 바다는 죽어 소금을 남긴다. 일종의 유언장이다. 소금의 탄생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로웠다. 대개 바다의 품을 떠난 물은 저수지, 증발지, 함수창고를 유랑하며 한 줌의 소금이 된다. 그러나 사해Dead Sea 소금은 강한 햇볕과 바람만으로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사실 사해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인데, 염도는 일반 해수보다 7~10배가량 더 높다. 어디 염도만 높을까. 피부에 좋은 미네랄도 일반 해수보다 수십배나 많다. 사해 물질로 만든 화장품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하바AHAVA’는 국내에서도 시판 중인 화장품 브랜드 로 이스라엘에선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사해의 명성을 일찍이 들은 유럽인은 이곳에서 몇 날 며칠을 ‘잘 먹고 잘 쉬다 간다’고 했다. 이스라엘 접경지대인 이웃 나라 요르단에서도 사해가 펼쳐진다. 이스라엘에서 사해를 즐기려면 휴양단지인 엔보켁En Boqeq이 좋다. 이곳엔 르 메르디앙, 로열 리모님, 레오나르도, 크라운 플라자 등 이름난 숙소가 사해를 굽어보고 있다. 동남아 풀 빌라 못지않은 사해 리조트에 들어서자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특히 르 메르디앙은 사해의 물을 이용한 스파를 운영 중이다. 굳이 리조트 밖으로 사해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실내에서 사해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 멀리까지 와서 진짜배기 사해를 놓칠 수 있나.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가운 하나 걸치고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인 사해까지 나왔다. 모래가 펼쳐진 틈 사이사이로 소금 꽃이 만발했다. 조심스레 만져 보니 까끌까끌하면서도 끈적끈적하다.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가면 몸이 공중부양 하는 것처럼 부웅 떠오른다. 무중력의 우주공간과 다를 바가 없다. 몸이 따끔따끔하다면 상처를 비집고 사해의 성분이 침투했다는 증거다.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왔을 뿐인데 전신 마사지를 한 것처럼 몸이 매끈해졌다. 그러나 사해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너무 오래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오히려 피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제아무리 ‘수영 황제’ 펠프스가 울고 갈 만한 수영 실력을 뽐낸다고 한들, 헤엄을 쳐서도 안 된다. 사해는 성분도 성분이지만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417m. 사해는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그냥 놔 주지 않았다. 고도차 때문에 귀가 멍해졌으며 소금 꽃의 향기는 오래도록 코끝을 맴돌았다. 1 생물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염도가 높은 사해에선 몸이 둥둥 뜬다. 물 위에 떠서 신문을 펼친 여행자의 표정이 즐겁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사해 즐기기 당일 관광 프로그램, 숙소 등 사해를 야무지게 즐길 수 있는 고급 정보를 현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자. 사해 주변에선 산악 바이크 대회Festival of Mountain Bikes Race, 엔게디 국제 세미 마라톤 대회The Ein Gedi International Semi-marathon Race 등 다양한 스포츠 축제도 열리니 참고할 것. www.deadsea.co.il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 국토의 50~60%를 차지한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어느 배낭 여행객은 바이크로 사막을 누비는 중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척박한 땅에서 받은 후한 대접 Desert사막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황량한 그곳엔 어린왕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이스라엘 국토의 50~60%가 바로 사막이다. 사막을 떠올리면 목이 칼칼해지고 머리가 띵해진다. 이 척박한 토양에도 꽃은 핀다. 이스라엘 민족은 선인장을 닮았다. 강한 조상을 둔 까닭인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네팔이나 남미다. 남자도 여자도 군대를 제대하면 무전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운단다. 유대인은 사막을 일궈 정착하는 삶을 택했지만 유목민인 베두인은 한곳에 뿌리내리는 것을 불명예로 여긴다. 이스라엘, 요르단 등 중동의 사막을 떠돌며 사는 그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 ‘베두’란 말 자체도 아랍어로 직역하면 ‘사막’이다. 일단 베두인의 무대인 사막을 지프차를 타고 달렸다. 황토 빛깔 바람을 일으키며 사륜구동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자, 아웃도어 광고의 한 장면 같은 절경이 펼쳐졌다. 너른 사막의 한가운데는 난데없이 작은 폭포가 보였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그곳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부끄러움도 잊고 첨벙첨벙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기다란 뿔이 매력적인 아이벡스도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네게브 지프 투어는 아프리카 탐방만큼이나 이색적이다. 지프 투어의 막바지, 베두인 숙소를 찾아갔다. 베두인의 손님맞이는 극진하기로 유명하다. 차와 양고기 요리 등을 넘치도록 준비해 손님이 두 손을 들 때까지 대접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다. 접시를 비우면 금방 또 음식을 내어 오기 때문에 소량의 음식을 일부러 남기는 게 좋다. 없는 살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방인을 거두는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거두면 언젠가 자신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단다. 베두인의 공동체 의식은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미덕으로 보였다. 2 사막을 이리저리 떠도는 베두인을 만나면 낙타를 탈 수 있다 2 지프 투어 중 불쑥 나타난 아이벡스. 뿔이 매력적이다 3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이 거대한 사막을 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지프 투어 & 베두인 체험 네게브 사막 일대를 지프차로 달리고 싶다면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비용은 인원수, 코스,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5~6인이 2~3시간을 탑승할 때를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약 39달러가량 든다. 지프투어를 예약하면서 베두인 식사 체험을 동시에 예약할 수도 있으니 참조할 것. 지프 투어 예약 www.negevjeeptours.com, www.negevjeep.com/english 베두인 체험 예약 www.hanokdim.com 예술가의 마을에서 타박타박 Mediterranean Sea지중해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몸집은 작지만 오밀조밀 없는 게 없다. 사해와 사막만 봐도 그랬다. 자그마한 몸으로 어찌 저리 위대한 것을 끌어안고 사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마주쳤을 땐, 사해나 사막을 만났을 때보다 몇 배는 충격이 더 컸다. 대형 쇼핑센터, 유명 호텔, 화려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이스라엘을 향해 던졌던 선입견이 티 없이 맑고 푸른 지중해에 부딪혀 흩어졌다. 이렇게 따뜻해도 이렇게 다정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지중해변과 맞닿은 이스라엘은 ‘평화’ 그 자체였다. 지중해의 물살은 봄의 언덕으로 불리는 텔아비브Tel Aviv,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이 보존된 카이사레아Caesarea, 무역의 중심지 하이파Haifa, 십자군 시대를 재현하는 아코Akko 등을 타고서 분주히 흘렀다. 압권은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20여 분이면 당도하는 텔아비브다. 텔아비브는 항구도시라는 신분을 과시했다. 정통성을 지키는 데 급급했던 여타의 도시와 달리 텔아비브는 외지인이 몰고 오는 낯선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 역할을 한 것처럼 텔아비브도 잦은 싸움에 지친 예루살렘을 대신해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디아스포라를 겪은 유대인이 하나둘씩 텔아비브로 밀려왔으며 1948년, 마침내 이곳에서 초대 수상 벤 구리온이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세울 것을 선언한다”고 낭독하기에 이른다. 정신없이 돌아가던 텔아비브의 시곗바늘이 네베쩨덱Neve Tzedek에선 느릿느릿 움직였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닮은 네베쩨덱은 빛과 색을 중시한 인상파 미술작품과 같다. 세계 각지를 떠돌다 돌아온 유대인의 영혼이 깃든 그곳엔 파스텔톤의 집, 히피족이 장난친 것만 같은 거리 벽화가 알록달록하게 펼쳐졌다. 네브쩨덱만큼이나 예술가의 기운이 충만한 곳은 ‘욥바’다. 욥바의 애칭은 올드 자파Old Jaffa. 텔아비브 해안가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욥바의 갤러리들은 하나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랐다. 그중에서도 욥바의 랜드마크인 베드로의 교회를 따라 내려가다 마주친 일리아나 구어 박물관Ilana Goor Museum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옥상에 서면 욥바 일대가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이 되어 돌아온다. 박물관을 채우고 있던 다소 난해한 미술작품들은 알면 알수록 더 알쏭달쏭해지는 이스라엘과 통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중국통신] “젊은이에 자리 양보합시다!” 노인들 캠페인

    [중국통신] “젊은이에 자리 양보합시다!” 노인들 캠페인

    “젊은이들에게 (버스)자리를 양보합시다!” 지난 15일 정저우(鄭州)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이색적인 구호가 등장했다. 20명 남짓한 노인들이 모여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것. 이들은 머리에 붉은 색 띠를 두르고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문구가 적인 팻말을 들고 길을 나섰다. 노인에 자리를 양보해야 된다는 ‘통념’을 깬 이색 구호에 최고령인 80세의 량(梁)씨는 “노인들은 보통 공원에 가거나 시장에 가서 음식재료를 살 때 버스를 타지만 젊은이들은 출퇴근을 하기 위해 장시간 힘들게 타지 않느냐?” 며 “우리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의 고충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면 젊은 사람들은 강하게 손사래 치곤 한다. 자리 양보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이에 대한 이해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량씨 등 20명의 캠페인 소식에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중화민족의 전통미덕”, “젊은 사람이 아무리 피곤해도 어르신들만큼 힘들까?”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편에서는 “사실 노인들 중에서도 건강한 사람이 많다.”, “어쩔 때는 내가 더 약해 보인다.”, “사실 서 있는 게 노인들 건강에도 좋을 듯”이라는 찬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어려보이고 싶다면 ‘이 컬러’ 필수”

    “어려보이고 싶다면 ‘이 컬러’ 필수”

    해외 연구팀이 붉은색 입술이 여성을 더 어려 보이게 한다는 가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게티즈버그대학과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샤넬의 R&D팀이 20~69세 289명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입술과 눈썹, 얼굴 피부톤 등이 전반적으로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입술, 눈썹 등과 주변의 피부 색깔이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같은 사진의 입술 색에 변화를 준 뒤 이를 일반인에게 보여준 결과, 피부색과 대조적인 붉은 입술의 얼굴이 훨씬 젊어 보인다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연구를 이끈 리차드 러셀 교수는 “연구결과 주변 피부색과 대조되는 붉은색의 입술, 이마 색보다 밝은 색상의 눈썹 등이 사람을 훨씬 어리고 건강하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붉은색 입술은 어려보일 뿐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어 5000년 전부터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 논문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봄, 따뜻한 악몽

    수년 전, 몽골 의료봉사 활동이 생각납니다. 고만고만한 구릉으로 이어진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곳에서 풀을 뜯는 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별천지가 여긴가 싶더군요. 가만히 살펴보니 억센 북방 초원의 잡초들 사이를 꽃들이 뒤덮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들꽃이고 풀꽃이지요. 그 많은 꽃들이 겨루듯 피어 있는데도 초원이 초록인 것은 꽃이 소박해 색이 잘 드러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그런 꽃들을 주섬주섬 따는 저를 보고 현지 운전기사가 한사코 손을 내저으며 곤란한 표정을 짓지 않겠습니까. 무슨 터부라도 있나 싶어 물었더니 알레르기 때문에 몽골인들은 초원의 꽃들을 무척 경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주민들을 진찰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알레르기성 피부질환과 결막염 환자가 정말 많더군요. 그제서야 그 광활한 초원이 마냥 축복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몽골인들과 몽고반점을 공유하는 우리도 다르지 않아 해마다 봄이면 아예 코를 감싸쥐고 살거나 천식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꽃가루 날리는 꽃이며 나무를 모두 없앨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 난감합니다. 의사들은 한사코 꽃가루를 피하라지만 꽃가루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안 들은 것만 못한 처방입니다. 그래서 나온 치료 방법이 면역요법인데, 꽃가루 등 항원물질에 노출을 시켜 몸이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적응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변화의 기미를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항히스타민제를 써야 하는데, 엄밀히 이 방법은 치료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킬 뿐입니다. 몽골에서 눈자위가 거북등처럼 부풀고 갈라진 한 여성 환자를 봤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였는데, 초원에서 양을 먹이며 살아야 하는 그에게 꽃가루를 피하라는 말은 가당치 않은 주문이지요. 도리 없이 항히스타민 제제와 피부용 연고를 건넨 게 전부였습니다. 그 환자가 방을 나서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따뜻한 봄이 악몽”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의 봄을 고통으로 기억하게 하는 꽃가루 알레르기, 이거 정말 대책 없을까요. jeshim@seoul.co.kr
  • 그림도 보고 나들이 하고… 3색 봄맞이 미술전

    그림도 보고 나들이 하고… 3색 봄맞이 미술전

    파란 하늘이 시리다기보다 시원하다 싶으니 봄은 봄이다. 봄나들이 삼아 나서기 좋은 전시 3곳을 꼽았다. 전시 자체도 나들이에 걸맞거니와 전시장 밖 풍경도 그렇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공원을, 서울미술관은 석파정을, 코엑스는 강남을 끼고 있으니 말이다. 뻔한 미술관? 달달한 영화가… 서울미술관 ‘러브 액추얼리’展 등 6월 16일까지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보라는 영상작품은 안 보고 어두운 김에 뽀뽀해대는 연인들 때문에 골치 아프단 소리는 들어봤어도, 뽀뽀를 권장하기 위해 키스 존을 마련해 놓고 바람잡아 주려고 영화 속 뽀뽀 장면만 편집해 반복적으로 틀어주는 미술관은 처음이다. 여기에 두 사람의 뽀뽀 장면을 찍어 휴대전화 등에 바로바로 보내주기까지 한다. 전시작은 유명한 사랑 영화에서 맞춰 골랐고, 작품 옆에 영화 속 대사를 함께 보여준다. 전시는 6개 섹션의 28개 작품으로 구성됐는데, 작품을 분류한 기준은 영화와 대중가요다. 의외로 산뜻하다. 가령 ‘유혹의 소나타’ 공간에는 장지아·손정은처럼 작품의 성적 코드가 강렬한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페티시즘과 관음증을 다루는 이호련의 작품이 나와 있다.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는 작품들을 이안 감독의 ‘색계’, 사라 제시카 파커의 ‘섹스 앤 더 시티’, 박범신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은교’ 속의 대사와 함께 보여주니 그럴 법도 하다 싶다. 하나 더 있다. 세계문화유산급을 넘보는 고전 회화의 명작들을 한데 그러모아 선보이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도 있다. 그런데 아트 프린트 전시다. 기념품점에서 파는 걸 액자에 담아 걸어뒀다. 블록버스터 전시라지만, 솔직히 알찬 전시를 만나긴 쉽지 않다. 미끼 작품에 낚였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차라리 아트 프린트라 할지라도 정말 중요한 그림을 제대로 보자는 제안이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샬롯 섬의 여인’, 로렌스 앨머 태디마의 ‘나에게 더 이상 묻지 말아요’ 등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기에 가장 화려했던 그림 23점이다.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전과 ‘빅토리안 로맨스’(Victorian Romance)전이 열리는, 지난해 8월 첫 개관전을 열었던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 이야기다. 이주헌 관장은 “보통 미술관 하면 정통 미술사의 관점에서 연구·수집·전시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미술관은 이미 너무나 많다”면서 “미술관이라는 말에 부담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영화관 가듯, 미술사 책 도판 보듯 즐길 수 있는 전시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이번 전시는 그런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첫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6일까지. 1만원 (02)395-0100.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뻔한 작가들? 신선함이 물씬 화랑미술제 17일까지 코엑스서… 전국 80개 화랑 참여 “그간 우리가 미술계의 열매만 따먹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차원입니다. 작가 풀을 넓게 재구성해서 작가도, 화랑도 함께 커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의 비장한 선언이다. 협회 주최로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국 80여개 화랑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제31회 화랑미술제의 올해 화두는 ‘변신’이다. 흔히 아트페어라 불리는 미술시장은 얼추 비슷비슷한 풍경이다. 부스비를 내고 참가하는 상업적 행사인 만큼 아무래도 지명도가 어느 정도 있거나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 중심으로 전시가 꾸려지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아트페어가 열리지만 나오는 작가들이나 거래되는 작품들이 대개 비슷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 화랑들이 내세울 수 있는 작가 3명의 작품을, 그것도 되도록이면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이우환, 김종학처럼 ‘척하면 척’ 통할 만한 블루칩 작가들의 이름은 찾기 어렵게 됐다. 겹치기 출연도 거의 없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표 회장은 “비슷비슷한 작가들만 반복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이 한정되고 몇번 반복하다 보니 아트페어들이 모두 비슷해져 버렸다”면서 “이것 자체가 미술시장을 좁히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화랑이 발굴하거나 함께 커 나갈 수 있는 젊은 작가, 중견 작가 중심으로 꾸려졌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강익중·권기수, 국제갤러리는 노충현·문성식, 가나아트갤러리는 데이비드 걸스타인·하태임, 학고재는 강요배·송현숙·이세현 등이다. 표 회장은 “불황일 때 투자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즘처럼 미술 시장이 어려울 때 차라리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서 시장에 내보이고, 또 가능성 있는 작가들과 화랑 사이에 신뢰관계를 구축해 장기적인 인프라를 쌓아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대행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대 화랑협회장인 고(故) 김문호 명동화랑 사장과 권진규 작가 간의 관계를 아카이브로 재구성했다. 특별좌담회도 가나갤러리와 사진작가 배병우, 샘터화랑과 고(故) 손상기 작가 관계를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30여 작가, 3000여점의 작품이 나온다. 1만원. (02)766-3702.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뻔한 상상력? 상상 그 이상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13’展 6월 23일까지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어릴 적 봤던 만화경 같은 풍경이다. 어째 문양들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싶은데, 작가는 그게 몬드리안의 그림이라 했다. 몬드리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평면 공간을 수직, 수평으로 분할했다는 것. “모두들 그 몬드리안 그림의 수직, 수평선이 왜곡되지 않도록 정면에 서서 다 사진을 찍었지요. 그걸 지켜보느라 옆에 서 있다 보니까 그 선들이 모두 틀어져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위치에서 사진을 찍은 뒤 몇 번 합치고 펼쳐 보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풍경이다. 반대쪽에는 영상이 사람 손에 쥐어진 회중시계를 비춰준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 그림에 나오는 시계 느낌이다. 그 시계를 쥔 사람들에게 작가는 자신이 흘렀다고 느낀 시간만큼 시곗바늘을 움직이라 요청했다. 저마다 제 나름의 간격과 감각으로 시곗바늘을 옮기지만, 그게 비슷하진 않다. 박제성(32) 작가의 ‘의식 027-좌표’, ‘의식 102-인위’다. 미술관 바깥에는 동상이 하나 서 있다. 보통 동상이라면 조금 극적이게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상이란 무언가 기념하고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보니 역동적이거나 하다못해 덩치감이라도 있다. 이 동상을 어떻게 썼을까. 작가는 이걸 안테나, 라디오 수신용 안테나로 썼다. 감사하게도 이 작품은 김만술(1911~1996)의 역사(力士). 힘찬 기운을 뽑아 내느라 쭉쭉 내지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니 전파 잡기엔 그만이다. 라디오에서는 채널 선택 부분을 부서뜨렸다. 동상 그 자체가, 하나의 온전히 살아 있는 도체로서 날씨·지역·시간·위치 등에 맞춰 변하는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다양한 전파를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기념비적이지만 그 기념을 홀로 온몸으로 받쳐 들고 서 있는 동상들이 너무 외로워 보여 벌인 작업이라 했다. 백정기(32) 작가의 ‘역사적 안테나’(Historical Antenna)다. 6월 23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젊은 모색 2013’전에 나오는 작품들이다. 독특하고 대담한 표현 방법을 모색하는 젊은 작가를 찾아내기 위한 작업이다. 미술관 학예사들이 1차적으로 97명의 후보군을 뽑은 뒤 7차례에 걸친 합평회를 통해 9명의 작가를 추려냈다. 3000원. (02)2188-6000.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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