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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엔 삶과 흔적 녹아 있어… 느리게 가야 위안 받고 희망 보여”

    “길엔 삶과 흔적 녹아 있어… 느리게 가야 위안 받고 희망 보여”

    지난 6일, 겨울을 홀로 비켜 간 듯한 제주 올레 7코스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바다의 물결은 겹겹이 빛을 발하고 누렇고 흰 억새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그렸다. 제주 올레길은 지난해 9월, 10주년을 맞았다. 1997년 제주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해변으로 이어지는 첫 코스가 개장한 이래로 지난 10년간 모두 26개 코스(425㎞)가 생겨났고 누적 탐방객이 770만명에 이른다. 올레길을 탄생시켜 ‘길을 잇는 여자’라고 불리는 서명숙(60)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과 ‘걸어서 성북 한 바퀴’라는 이름으로 서울 성북구의 곳곳을 걸으며 골목길 복원에 힘쓰는 김영배(50) 성북구청장이 길(올레) 위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서귀포시 대륜동 속골천에서 법환포구까지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의 제주도 방언) 2시간여 동안 기자의 주선으로 대담을 진행했다.▶한 사람은 올레길을 개척하고 한 사람은 골목길 살리기에 힘을 쓴다. ‘길에 대한 애착’이 두 사람의 공통점인 거 같다. -김 구청장 처음 구청장이 되고 나서 내가 성북구를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북구의 경계 지역이 어디고 인접한 강북구, 도봉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성북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떤지, 그 사람들의 고민은 뭔지 등을 고민했다. 적어도 성북 지역의 땅은 다 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사람이 살아가는 통로고 거기에 생명이 있고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서 이사장 19세에 제주에서 서울로 온 다음에 50세까지 살았다. 딱 50세가 되는 해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800㎞)을 걸었다. 처음에는 작은 마을, 목장, 구릉. 성당을 보면서 감탄을 하다가 20일쯤 지나니까 감동이 무뎌지면서 제주도 생각이 많이 났다. 서울에서는 오히려 너무 바삐 살다 보니까 제주도 생각을 못 했다. 산티아고 자연에 노출되다 보니 절로 ‘원자연’(原自然)이 생각이 난 것이다. 어릴 적 친구랑 소풍 갔던 길. 단물 나는 풀을 뜯어 먹었던 기억, 엄마와 외갓집 제사에 갔던 길 등 어릴 때 봤던 단편적이지만 인상적인 풍경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아, 제주도의 그 길들이 남아 있을까. 많은 길이 사라졌겠지만, 또 남아 있는 것은 찾아서 잇고 화살표 같은 것으로 표시를 해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두 사람이 지향하는 길은 도심 속 대로(大路)와 다른 것 같다. -김 구청장 우리 구에서 ‘골목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왜 골목길이냐’는 질문이 꽤 있었다. 골목길에는 일종의 흔적이 남아 있다. 상당수 사람은 내가 원하고 해 보고 싶은 것은 바깥에 있다고 치부하고 지금 내가 발 디디고 있는 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 삶이라는 게 바로 여기 있다는 것을. 그런 흔적이 묻어 있는 골목을 희망의 장소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도시 속에서 얼굴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얼굴과 삶을 찾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 이사장 골목길과 달리 도심의 삐까뻔쩍한 대로는 이쪽과 저쪽의 거리가 너무 넓다. 구색으로 만든 산책로는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다들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한다. 누구도 거기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거다. 그 길은 차가 주인이다. 굉장히 편리해 보이지만, 사람은 머무르기 힘들다. -김 구청장 좋은 도시는 다양한 분기점이 있다.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고 그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마치 대로의 일방통행 같다. 자기 선택권 없이 얼굴 없는 사람들이 짐짝 취급당하면서 우르르 같은 곳으로 가고 있다. -서 이사장 길 위에 야생화 하나도 저마다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데, 사람은 얼마나 다르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똑같은 체제에서 똑같은 경쟁을 하고 똑같은 길을 가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패자가 되겠는가. 여러 방식의 삶을 살면 경쟁을 덜 해도 되는데 말이다. -김 구청장 돈의 가치만으로 도시를 조직하니까 높은 빌딩과 대로가 필요하고 골목길을 없애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이라는 책에서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나를 염두에 두고 ‘K구청장에게’라는 글을 썼다. 거기에 그는 ‘도시를 떡 주무르듯 하면 안 된다’고 썼다. 그 글을 읽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도시를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떡처럼 주무르려고 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다 망가지는 것이다. 사람의 도시가 되려면 우선 길이 연결돼야 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올레길의 성공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뭘까. -김 구청장 올레길은 새로운 삶의 푯대가 됐다. 올레길이 시작된 게 우리 국민이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부터 딱 10년 된 2007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레길은 사람들이 찾아 나가는 새로운 희망의 길이다. -서 이사장 내가 죽지 않으려고 산티아고에 갔고, 돌아와서 길을 냈다. 올레의 인기는 그 당시 나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방증이다. 길은 시간과 열정으로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 공사를 해서 토목으로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길을 잇는 여자이지 길을 만드는 여자가 아니다. 식물도 땅이 너무 메말라 있으면 싹이 트질 못하듯 마음 밭에 사람의 위로가 흡수되려면, 자기부터 좀 땅이 비옥해져야 한다. 자연에서 회복한 뒤에야 사람이 주는 위로가 제대로 흡수될 수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 원래 사람이나 자연은 리질리언스, 즉 자기복원력이 있다. 대한민국의 90% 이상이 도시화됐다. 도시는 점점 황폐해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 되고 있다. 올레길이 우리 사회에 던져준 메시지는 ‘이제 그만 가야 한다’는 것,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길을 지나는 속도도 중요한가. -서 이사장 느리게 걸어야 목적지에 갈 수 있다.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빨리 가면 잘못된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러면 절대 그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것이다. 설령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탈진한 채 도착할 것이다. 그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좀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가는 사람은 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온전하게 자기 것이 되는 거다. -김 구청장 마을 민주주의를 하면서 솔직히 그런 고민을 했다. 구청장으로서의 성과가 있어야 하고 그걸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마을 민주주의는 빨리 할 수가 없었다. 각자의 삶에 주인인 사람들이 모여 주인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되겠나’라는 고민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민주주의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아무리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절차를 끝까지 밟아야 하고 그 과정에 충실한 것, 그 자체가 민주주의다. ▶올해 두 사람의 행로(行路)를 밝힌다면. -김 구청장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편으로 설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함도 있다. 하지만 기대와 희망을 좀더 갖고 싶다. 대한민국도 분기점에 서 있다. 풍요로운 행복을 기준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가. 우리가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지방분권 개헌을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중요한 길목에 와 있다. -서 이사장 올해로 제주 4·3사건 70주년이다. 제주에서는 너무 오랜 세월 아팠던 이야기다. 권력자들은 과오니까 덮고 민중은 두려우니까 덮으면서 70년을 지내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지만, 그 뒤 정권 10년 동안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4·3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환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제주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시사저널 편집국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 23년에 걸친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 위에서 고향 제주를 떠올렸다.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제주에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귀국 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했다. 10여년간 25개 코스 425㎞에 이르는 제주의 길을 이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2007년 행사기획 비서관을 지냈다. 2010년 민선 5·6기 성북구청장으로 당선된 후 ‘걸어서 성북 한 바퀴’라는 이름의 도보 행정을 벌이며 골목길 보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자치분권개헌 추진본부 상임대표를 맡아 지방분권 개헌에 앞장서고 있다.
  • 간식처럼 오도독 오도독…분필에 중독된 임신부

    분필을 간식처럼 오도독 씹어 먹는 20대 여성이 화제다. 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은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세츠서주(州) 올덤출신의 전업주부 레베카(25)가 평범한 음식 대신 분필을 즐기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7살 딸 알리야를 둔 레베카는 둘째를 임신하면서 이상한 욕구에 시달렸다. 임신 16주차에 입덧이 가라앉고 나니 딸 아이의 색 분필을 먹어보고 싶은 이상한 충동을 느낀 것이다. 레베카는 “분필을 핥았는데 느낌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덥석 물었다. 깨무는 순간 입 안에 마른 질감과 바삭거리는 소리가 좋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딸의 분필을 다 먹어치울 수 없었던 엄마는 그때부터 온라인으로 매달 분필 한 상자를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에 적게는 2개 씩 많게는 10개까지 해치웠다. 몇 시간 동안 분필을 베어물지 않으면 정신이 혼미할정도로 그녀의 중독은 심해졌다. 레베카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체내 미네랄 부족과 관련된 증상인 ‘이식증’(pica syndrome)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식증은 영양가치가 전혀없는 섭취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물질을 먹으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썼지만 그녀는 둘째를 낳을 때까지 분필에 대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했다. 열달 후인 지난해 11월 2일 다행히 둘째 아들 루벤이 3.8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신기하게도 레베카의 분필에 대한 욕구는 그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 몸이 이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며 “다른 여성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조산사나 담당의사에게 의견을 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더선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수민 “연기 롤모델 전지현, 다양한 캐릭터 소화하고파” [화보]

    이수민 “연기 롤모델 전지현, 다양한 캐릭터 소화하고파” [화보]

    배우 이수민의 패션 화보가 공개돼 화제다. 이번 화보에서 이수민은 몽환적인 분위기 소녀의 모습과 시크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화보 촬영이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수민은 개봉을 앞둔 영화 ‘내안의 그놈’에 대한 근황을 전했다. 첫 스크린에 도전한 그는 “오랜 꿈이었던 영화에 도전하게 되어 기쁘다. 힘들어도 더 열심히 하려는 원동력이 된다. 작은 목표를 이뤄 뿌듯한 마음이 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수민은 “호흡을 맞추는 B1A4 진영 오빠와 라미란 선배님이 연기적인 고민에 대해 도움을 주셨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현재 나이로 할 수 있는 작품이 한정적이다 보니 성인이 되고 싶은 생각을 종종 했다며 연기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작년 한 해도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사극에 도전하며 새로운 연기를 선보인 이수민. 사극 연기를 해본 소감을 묻자 그는 “중저음인 내 목소리 톤이 사극과 잘 맞아 긴장했던 것보다 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너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또한 연기력 논란에 대해 입을 연 그는 “부족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소리가 나 자신을 자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논란 없이 처음부터 칭찬을 받았으면 자신만만해져 연기를 더 소홀히 했을지도 모르겠다. 비난이 아닌 비판은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린 나이에도 강한 마음과 성숙한 답변을 던져 놀라게 했다.계속해서 성장하는 배우 이수민.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대한 질문에 그는 “교복을 벗기 전에 드라마 ‘학교’와 같은 청춘 로맨스 작품을 꼭 찍어보고 싶다”라고 답했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누아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김옥빈, 전지현 선배님처럼 여자가 누아르 작품을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옷을 입혀놔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이수민은 롤모델로 전지현을 꼽으며 ‘엽기적인 그녀’, ‘암살’등 좋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모습이 멋있다며 존경하는 마음을 전했다.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주변 친구들이 많은 그는 친한 연예인으로 프리스틴, 트와이스 다현을 언급하며 꾸준히 연락하고 친분을 유지한다고 전했고, 이상형에 관한 질문에 그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하는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목표에 대한 질문에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작품만 활발하게 해도 한 해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무엇보다 스스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bnt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홍준표, 전국 돌며 인재 영입 ‘삼고초려’

    홍준표, 전국 돌며 인재 영입 ‘삼고초려’

    2주간 전국서 광역단체장 후보 물색 6·13 지방선거용 ‘인재 영입’을 위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자청한 홍 대표는 8일 대구·경북(TK)을 시작으로 2주간 전국을 돌며 굵직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직접 물색할 예정이다. 또 홍정욱 전 의원 등 출마 고사 의사를 밝힌 유력 후보들을 다시 만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5일 최고위원 회의 대신 휴식을 취한 홍 대표는 주말 정국 구상을 마친 뒤 오는 8일부터 본격적인 인재 영입에 돌입한다. 홍 대표는 신년인사회 겸 지역을 돌며 지방선거 예비주자들을 만나 면담하고, 영입 추진 인사들과 접촉해 설득에 나선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천과 관련해서는 오해를 사지 않는 범위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정도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TK와 부산·경남(PK)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한국당은 극심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당은 홍 전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영입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비공개 인재 영입 과정이 섣불리 공개되면서 후보가 부담을 느꼈거나, 민심의 척도로 통하는 당 지지율이 정체 중인 것과 연관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최근 당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그중에 일부는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다른 분들은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 것을 (언론이) 불출마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우파 진영이 총동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종국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이 아닌 한 직접 만나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홍 대표가 홍 전 의원은 두 번 정도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홍 대표가) 영입이 끝났다고 보지 않고 있고 너무 조기에 언론에 공개되면서 출마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 그런 말을 한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몇 번 더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018, 한반도의 첫 자락을 열다 -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018, 한반도의 첫 자락을 열다 - 포항 국립등대박물관

    “얼어붙은 달 그림자 /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 모으는 작은 섬 / 생각하라 저 등대를 / 지키는 사람의 / 거룩하고 아름다운 / 사랑의 마음을”(동요, 등대지기) 등대(燈臺)는 희망이다. 또한 등대는 눈감은 듯, 엄동설한 물길 건너온 뱃사람의 지친 여정의 끝을 알려주는 신호다. 안식이며, 촛불이다. 뭍에 올라 바람벽 가운데 반듯한 한 끼 밥상 흔들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첫 돋을볕이 퍼졌다. 한반도의 동쪽끝, 호미곶에 위치한 국립등대박물관에서 바라다보는 해돋이 광경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올라온 이 빛이 올 한 해 한반도 구석구석, 노피곰 떠올라 대한민국의 앞길도 훤히 비춰주기를. 등대처럼. 포항에 위치한 국립등대박물관으로 가 보자. 박물관 여행 전에 등대에 관한 기본 상식 하나 정도는 알아두면 유용하다. 일반인들이 보는 등대의 색은 크게 두 종류다. 흰 색과 빨간색. 그 중 흰색 등대는 左舷標識(좌현표지)로 항로의 왼쪽에 설치되어 선박이 등대 오른쪽으로 이동하라는 신호다. 반대로 빨간색 등대는 右舷標識(우현표지)로 등대표지 왼쪽으로 이동하라는 항로표지다. 야간에는 하얀 등대는 녹색등을, 빨간색 등대에는 빨간등을 점등하여 배들이 안전하게 항로 운항을 도와준다. 포항에 위치한 국립등대박물관은 원래 1985년에 만들어진 장기갑등대박물관을 계승하여, 2002년 3월에 국립등대박물관으로 승격한 곳이다. 이 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로 1903년에 세워진 인천항 입구의 팔미도 등대에서 1998년에 세워진 유인등대인 독도등대까지 아우르는 한반도 전역의 등대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 보관, 전시하고 있다. 현재 국립등대박물관은 등대관, 해양관, 야외전시장, 테마공원,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등대관과 해양관에는 다양한 상설 전시 및 기획 전시가 연중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해돋이 체험을 하러 온 방문객들에게 또다른 재미와 볼거리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하여 등대와 항로표지를 흥미롭게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국립등대박물관 체험학교>, <해양문화 예술행사>, <등대해양문화 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익숙하지 않았던 등대와 관련된 다채로운 경험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야외전시장에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을 법한 등부표와 부표, 공기사이렌, 로란-C 송신안테나, 태양광발전장치 등 진귀한 유물들도 실물 전시되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는 최적의 휴식장소도 제공하고 있다. <국립등대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해돋이를 위해 포항을 방문한다면. 가성비가 높은 박물관.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관람객.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3. 가는 방법은? - 해맞이를 하는 호미곶 광장 바로 옆. 포항시외버스 터미널에서 200번 버스. 구룡포 환승 센터에서 호미곶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호미곶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많다. 4. 감탄하는 점은? - 실물 전시되는 등대와 관련된 진귀한 유물이 많다는 사실. 볼거리가 풍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내실에 비하여 명성은 크게 나지 않은 듯. 6. 꼭 봐야할 장소는? - 야외 전시실. 등대생활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죽도시장 내 소머리국밥 '장기식당'(247-0764)/ 물회 '태화횟집'(251-7678), 국수 '할매국수'(284-2213)/물회 '해구식당'(247-5801)/지역번호는 054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lighthouse-museum.or.k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호미곶 광장, 죽도시장, 보경사, 오어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포항은 예로부터 죽도시장을 중심으로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생각보다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지진피해에 따른 복구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소년에서 숙녀로’ 어느 음악가의 30년 성전환 사진일기

    ‘소년에서 숙녀로’ 어느 음악가의 30년 성전환 사진일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펠란 출신 음악가 아이슬리 로이스트(32)의 지난 30여년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일기가 화제다. 아이슬리는 소년에서 아름다운 숙녀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아이슬리는 최근 caters TV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의 성전환 과정을 사진 일기로 만들어 공개했다. 그녀는 “제 영상이 여러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많은 트랜스젠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꽃무늬 스커트를 입은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사진 일기는 ‘그녀’의 과거 4살 이후 개구쟁이 ‘소년’일 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후 “나는 열아홉살 때 화장을 시작했고 이젠 커밍 아웃 할 때가 왔다”는 자막과 함께 점점 여성색이 짙은 뮤지션으로서의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리고 5년간의 호르몬 치료를 거쳐 마침내 그녀가 원하는 성전환수술을 한 이후 의 모습들이 소개된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는 그녀의 금발 모습은 여성으로서의 완전하고 진정한 변화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슬리는 “내가 4살 때 ‘잘못된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여성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단지 여성으로 보여지길 원했었고, 나를 모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현재 수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녀는 최근 모델과 배우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사진·영상=STORY TRENDER by CatersTV/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故김주혁 유작 ‘흥부’ 2월 개봉 확정 ‘진짜 흥부는 천재작가?’

    故김주혁 유작 ‘흥부’ 2월 개봉 확정 ‘진짜 흥부는 천재작가?’

    故김주혁 유작 ‘흥부’가 설 개봉을 확정하며 참신한 발상의 새로운 사극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새로운 관점과 설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풍자와 해학,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흥부전’은 아직 작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흥부’는 바로 이 작자 미상의 소설 ‘흥부전’을 쓴 작가가 ‘흥부’라는 설정을 보여준다.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전혀 다른 두 형제 ‘조혁’(김주혁)과 ‘조항리’(정진영)를 통해 영감을 얻어 탄생시키는 작품이 바로 ‘흥부전’이라는 것. 그간 스크린에서는 ‘장화, 홍련’, ‘전우치’, ‘방자전’, ‘마담 뺑덕’ 등 고전소설을 영화로 새롭게 그려낸 작품들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는 기존에 알고 있던 스토리가 아닌 새로운 관점과 해석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흥부’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전’이지만 누구도 모르는 ‘흥부전’의 작가와 그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을 밝힌다는 참신한 스토리로 색다른 재미를 예고한다. 여기에 ‘흥부’는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담은 스토리 안에 허구를 가미해 흥미를 더한다.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형과 헤어진 ‘흥부’, 과도한 세도정치로 힘을 잃은 왕 ‘헌종’, 그로 인해 날로 피폐해졌던 백성들의 삶 등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가상의 캐릭터들이 결합한 ‘흥부’는 보다 풍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내면의 아픔과 고독을 가진 인물로 재해석하고 광대 공길을 극으로 끌어들인 ‘왕의 남자’,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얼굴을 통해 앞날을 보는 관상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관상’ 등과 같은 대표적 팩션 사극 작품들에 이어 2018년 ‘흥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극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색다른 설정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2018년 새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흥부’는 오는 2월 설 개봉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윤식당2’ 박서준 “형님 제가 할게요” 씩씩한 알바생의 한 마디

    ‘윤식당2’ 박서준 “형님 제가 할게요” 씩씩한 알바생의 한 마디

    ‘윤식당2’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의 캐릭터 영상이 공개됐다.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측은 “4인4색 멤버들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한식당을 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의 모습이 담겼다. 전무를 맡은 이서진은 “장사가 얼마나 되는지 봐야지”라며 윤식당2 장사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다. 알바생으로 등장한 박서준은 “형님 제가 할게요”라며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모습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정유미는 “이따 알려줄게, 선생님 뭐 좋아하시는지”라고 말해 박서준과의 돈독한 케미를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특유의 말투로 “팔자에 없는 비빔밥 장사를 해보겠다고... 근데 내일 손님 하나도 안 오면 어떻게 해?”라고 말해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tvN ‘윤식당2’는 오는 5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사진=tvN ‘윤식당2’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월드피플+] 색맹 소년에게 ‘색’(色) 선물한 직장 동료들

    [월드피플+] 색맹 소년에게 ‘색’(色) 선물한 직장 동료들

    선천적 장애로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한 10대 소년을 위해 직장 동료들이 뜻을 모아 ‘컬러’를 선물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공개됐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달 23일, 미국 아칸소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콜 윌리엄스(17)는 동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동료들이 전한 선물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그 안에 담긴 안경을 본 뒤 곧바로 눈물을 터뜨렸다. 윌리엄스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받은 선물은 다름 아닌 색약교정용 안경이었다. 색맹인 윌리엄스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349달러(한화 약 38만원)짜리 교정 안경을 사지 못하고 불편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알고 있었던 동료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윌리엄스에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컬러풀한 세상’을 선물한 것이다. 선물의 ‘정체’를 알게 된 뒤 눈물을 왈칵 쏟은 윌리엄스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준 이들을 일일이 껴안았다. 이를 바라본 동료들도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윌리엄스는 “학교에 갈 때 어울리는 컬러의 상하의를 고르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세상의 컬러가 이렇게 밝고 선명한 지 몰랐다”면서 “이 안경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색맹인 나는 특히 초록색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초록색이 제일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록색을 훨씬 선명하게 구별할 줄 알게 됐으며,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색이 됐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한 동료는 “그가 생맹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직원들에게 안경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두환 전 대통령 합천 생가 지붕 인조볏짚으로 단장

    전두환 전 대통령 합천 생가 지붕 인조볏짚으로 단장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지붕이 인조볏짚으로 단장됐다. 합천군은 2일 전 전 대통령 생가 본채·헛간·곳간·대문 등 목조건물 4개동과 담장 위에 있는 천연볏짚으로 된 지붕을 걷어내고 인조볏짚으로 만든 새 지붕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인조볏짚 지붕도 천연볏짚 지붕처럼 용마름과 이엉 등을 엮어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얹었다. 군에 따르면 천연볏짚 지붕은 새로 교체한지 3~4개월 지나면 색이 바래고 지저분해 보이는데다 해마다 천연볏짚 지붕 교체작업을 하는데 2000여만원이 들어간다. 군은 최근에는 영농 기계화로 천연볏짚 구하기도 쉽지 않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지난달 말 1800여만원을 들여 인조볏짚 지붕으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인조볏짚 지붕은 한번 설치한 뒤 2년만다 한번씩 코팅작업만 해주면 10년여 동안 쓸수 있어 천연볏짚 지붕보다 관리가 쉽고 예산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한차례 코팅작업을 하는 비용은 100여만원이다. 전 전 대통령 생가는 율곡면 내천리 632㎡ 터에 1983년 복원해 공개하고 있다. 군은 생가를 찾는 방문객 집계를 하지 않고 있으며 방문객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선미, 2018년 ‘주인공’으로 컴백 “‘가시나’ 신드롬 이을까”

    선미, 2018년 ‘주인공’으로 컴백 “‘가시나’ 신드롬 이을까”

    가수 선미가 오는 18일 싱글 ‘주인공’을 발매하며 5개월만에 컴백한다. 솔로 가수 선미가 지난해 발표한 ‘가시나(Gashina)’에 이어 오는18일 5개월만에 컴백해 흥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독보적인 분위기와 음악적 색깔로 가요계 흥행 돌풍을 이끌어온 선미가 오는 18일 컴백 소식을 알렸다. 또한 선미는 공식 SNS를 통해 컴백 소식과 함께 크레딧 티저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개된 크레딧 티저에는 컴백 곡 제목인 ‘주인공(Heroine)’과 발매 일시, 프로듀싱 크레딧 등 주요 발매 정보와 함께 검정색 배경에 빨강, 분홍, 노랑색의 꽃들이 얼음 속에 얼어 있는 이미지가 담겨있다.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은 ‘가시나’가 장미꽃으로 메인 컨셉을 표현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얼음꽃’ 이미지가 ‘주인공’에서 어떻게 그 의미를 표현해 낼지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킨다. 선미의 2018년 첫 싱글이 될 ‘주인공’은 더블랙레이블(THE BLACK LABEL)이 지난 해 선풍적인 선미 신드롬을 일으켰던 ‘가시나’에 이어 다시 한번 프로듀싱을 했으며, 작사에는 테디(TEDDY)와 선미가, 작곡은 테디와 신예 프로듀서 24가 함께 했다. 선미는 이번 ‘주인공’에도 작사에 이름을 올리며 공동 음악 작업에 참여했음을 알렸다.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아티스트로서 선미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뒷받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 중이다. 2018년을 시작할 이번 싱글 타이틀 ‘주인공’에도 선미의 독보적인 매력이 가득 담길 예정이다” 라고 밝혀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가수 선미는 지난 2013년 솔로 앨범 ‘24시간이 모자라’를 발표, 선미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이어 2014년에는 첫 번째 미니앨범 ‘Full Moon’ 을 발표, 타이틀곡 ‘보름달’이 대성공을 거두며 대세 여자 솔로 가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또한 지난 8월 발표한 선미의 스페셜 에디션 ‘가시나’는 뮤직비디오 공개 하루 만에 100만뷰 돌파, 발매 이후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 인기가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포함 음악방송 5관왕에 오르는 등 막힘 없는 행보를 보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선미는 오는 18일 오후 6시 싱글 ‘주인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시향 ‘3색 신년 음악회’

    서울시향 ‘3색 신년 음악회’

    새해를 맞아 신년 음악회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3대 공연장을 돌며 3가지 색깔의 신년 음악회를 가져 눈길을 끈다.서울시향은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랑스에서 온 두 음악가 지휘자 파스칼 로페, 프랑스-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적자(嫡子)로 통하는 오귀스탱 뒤메이와 함께 2018년 시즌 첫 연주회를 연다. 프랑스의 낭만과 정열을 재현하는 무대다.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로 포문을 열고, 피겨 여왕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에 사용되어 더 큰 사랑을 받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프랑크의 ‘저주받은 사냥꾼’,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 실려 유명한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를 곁들인다. 뒤메이와는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쇼숑의 ‘시’, 라벨의 ‘치간느’를 협연한다. 1만~7만원. 1588-1210.지난해 5년 만에 재개한 세종문화회관과의 신년 음악회를 올해도 이어 간다.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페라 갈라를 준비했다. 이 무대는 독일 출신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지휘봉을 잡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테너 강요셉, 소프라노 여지원과 함께 베르디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보엠, 도니제티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에 등장하는 아리아를 선사한다. 문의 3만~9만원. (02)399-1000.25일에는 대원문화재단이 롯데콘서트홀에 마련한 신년 음악회 무대에도 오른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음악감독 출신의 거장 바실리 시나이스키가 지휘봉을 잡는다. ‘차이콥스키의 밤’이라는 주제에 맞춰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협연한다. 전석 초대로 진행되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CEO 2000여명이 대상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믿었던 친한 친구에게 염산 테러당한 여성

    믿었던 친한 친구에게 염산 테러당한 여성

    친한 친구가 던진 염산에 맞아 평생 지울 수 없는 흉터를 갖게 된 한 여성이 ‘배신당했던 과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최근 처음 털어놨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1일(이하 현지시간) 얼굴에 입은 끔찍한 화상으로 하마터면 시력을 잃을 뻔했던 나오미 오니(25)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오니는 2012년 연말 맞이 쇼핑을 하러 나갔다가 의문의 여성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슬람교도 여성들이 착용하는 니캅으로 위장한 여성이 오니의 뒤를 따라왔고, 그녀가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얼굴에 염산을 투척한 것이었다. 오니는 “느낌이 이상해 옆을 봤는데 검은색 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아주 차가운 눈빛이었다. 난 그녀가 나와 다른 방향으로 가길 원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했다. 직감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얼굴에 염산을 맞은 오니는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해 울면서 문을 두드렸다. 딸의 비명을 들은 엄마는 충격으로 얼어붙었지만 가까스로 오니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다. 그러나 상태는 심각했다. 다행히 실명은 면했지만 수차례 피부 재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니는 “자신의 피부가 녹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끔찍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바로 그녀를 공격한 범인에 있었다. 감시카메라 영상을 검토한 런던 경찰은 니캅 차림의 여성이 바로 오니의 학교 친구 메리 코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네는 오니가 자신보다 더 밝은색 피부를 가진 것에 대한 시기심을 이기지 못해 그녀에게 염산 테러를 가했던 것이었다. 오니는 “난 그녀가 내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왜 그녀가 내게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녀에게 배신당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아파했다. 한편 친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코네는 12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된 상태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사비는 순서를 기다린다. 복도의 고요함은 일부러 꾸며진 듯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 사비를 지나쳐 간다.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를 향한 적의가 있다. 사비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깜빡 졸았던 걸까. 그의 이름이 들린다. 관료, 학자들. 권위로 데워진 공기가 거북하다. 사비가 의자에 앉고도 그들은, 한참 동안 파일을 뒤적거린다. 넘어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구겨지는 문서들. 무작위적인 리듬으로, 자기 역할에 몰입한 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비는 그게 잘 안 된다. 침묵을 깨야 한다면, 그만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 위원이 말한다. “우리는 첫째로 근무자들의 파견지 이탈 건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을 불렀어요.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당신에게 형식상의 협조를 바랄 뿐입니다.”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다른 위원이 말한다. “둘째로 최근 보고된 인간 반출 사건을 조사할 겁니다. 이 경우 당신의 위치는 썩 좋지 못해요.” 기관의 배려를 기대했던가. 그래도 사비는 동요하지 않는다. 마음 작용의 세부사항들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그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한다. 일정한 어조로 이어지는 질문들. 때로는 위원들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탈과 반출. 그것은 사비의 언어가 아니다. 사비와 위원회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 위원회는 사비를 의심하고 있다. 그가 아는 만큼 말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비는 그들만큼이나 아는 게 없다. 오히려 그에겐 새로운 질문거리만 가득하다. 심문은 계속될 것인가? 사비는 구금되지 않는다. 위원회에 그럴 권한은 없다. 즉석에서 다음 출석을 예고받는다. 서명하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그의 뒤로 문이 닫힌다. 이미 어두워진 복도.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무수히 많은 창문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곳을 지나기가 두려워진다. 그는 골목길을 택한다. 그 길은 비밀스럽다. 불규칙한 계단을 내려가고, 곳곳에서 오래된 그림자들을 본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은 다른 골목과 맞닿아 있다. 사비는 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주변을 살핀다. 담벼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다. 왼편 불 밝힌 상점에, 진열대 사이로 점원이 보인다. 그녀는 웃고 있다. 웃음은 준비된 기호다. 그녀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소는 신비한 제안 같아서, 사비는 다른 생각에 물들지 못한다. 달콤하다.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다. 진열대에 술병이 빼곡하다. 사비는 화려한 단어들을 본다. 덧붙은 상징들도. 갖가지 색과 형태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똑같이 중요한 동물들과 도형들. 그는 방향감각을 잃고, 발을 헛디뎌 술병을 모두 깨뜨리게 될 것만 같다. 땀이 맺힌다. 손등으로 땀을 닦는데 불쑥 인사말이 들린다. 사비는 점원의 입을, 눈을 본다.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수동성을 엿본다. 그녀의 조화롭지 못한 목소리가 거슬린다. 사비는 짧은 사이 실망을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부러 들릴 듯 말 듯 대꾸한다. 점원은 한발 물러나 웃음으로 돌아간다. 어떻든 그녀는 변함없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사비는 다른 반응을 기대해도 좋았을 것이다. 선택이 한정되어 있고, 외부에서 주입되었더라도 온전히 그녀만의 것으로 머무는 감정들을. 손가락으로 아무 병 하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상품을 스캔하고, 가져가 버린다. 사비는 그런 행동이 그녀만큼 시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포장이 사비의 손에 들린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상점을 나선다. 사비는 단조로운 풍경을 내다본다. 버스가 이미 지나온 길도 다시 훑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느리고, 목적지에 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모로를 만나려면 한참 더 외진 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은 도시 외곽도 아니고,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어중간하다. 기억이 맞는다면 이쯤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가 떠나자 어두워진다. 멀지 않은 곳에 파도가 친다. 사비는 도로를 벗어나 흙길로 들어선다. 길가를 내려다보니 경사가 가파르다. 풀이 자라지 않은 길을 골라 내려간다. 해안이 있고, 움푹 들어간 형태로 숲을 등진 주거지가 보인다. 집은 몇 채 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비는 알 것 같다. 그 집은 모로의 성향과 닮아 있다. 작고, 뽐내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 본다. 모로. 기척이 없다. 사비는 집 주위를 돈다. 창문에 얼굴을 대지만, 안을 볼 수 없다. 사비는 모래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불을 밝힌 집이 몇 채 보인다. 이편은 어둠이다. 사비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든다. 파도 소리가 불쾌하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그는 갑작스럽게 고향의 선율을 느낀다. 단조로운 흐름이다. 어떤 이유로 연상되는 것일까. 선율은 감각에 새겨졌고, 때때로 통증처럼 거기에 있다. 흐릿하게. 불빛 속에 남자가 보인다. 그는 작은 고깃배 옆에 앉아 그물을 손보고 있다. 사비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그물을 놓고 일어선다. “오늘은 너무 늦었는데.” 사비는 그를 살핀다. 심술궂은 눈. 주름들. 그리고 들쭉날쭉한 억양. 하지만 흐릿하게나마 장난기가 비친다. 관리자의 인상이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쪽으로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야.” 사비는 고개를 돌려 어둠을 본다. 그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린다. “초입에 있는 작은 집을 찾아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비는 손가락을 들었지만, 어떤 것도 가리키지 못한다.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실수인 것처럼, 그의 뒤로 현관문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자는 그물을 추스른다. “나도 이곳 사람들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는 사비를 훑는다. 사비의 손에는 술병이 있다. “들어오겠나?” 그를 따라 들어간다.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것 같다. 사비는 아직도 그런 경험을 잘 설명해낼 수 없다. 테이블과 낡은 의자들과 벽에 붙은 계획표. 책장 위에 술병을 놓는다. 사비는 그가 의자를 권할 때까지 기다린다. 남자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책장의 지저분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사비는 대부분의 책 제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 앉아.” 남자는 술을 따른다. 그는 두꺼운 책을 고른다. 그의 손은 책을 옭아매는 성긴 보금자리 같다. 사비는 술잔을 들어 입을 적신다. 책을 들고 있는 남자의 손마디를 살펴본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노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짐작과는 다르다. 어쩌면 그는 오랜 세월 학자로서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관한 학자인가. 언어들? 비밀스럽고, 신비 가득한 형태로 눈을 어지럽히며 우리를 넘어서는 의도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바깥 세계의 소란. 막연히 우상화되는 시인들. 남자는 책장을 넘긴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눈을 치켜뜬다. 사비는 어서 그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책을 읽는다. 한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그의 얼굴이 곧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요즘 이곳은 어때?” 사비는 말을 꺼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남자는 책을 내려놓는다. “예전에는 좋았지.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려워.” 흔해 빠진 의견. “여길 떠나는 자들이 늘었지. 그게 뭘 말해주겠나?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걸.” 사비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자네도 누군가를 찾아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건 핑계에 불과해. 난 많이 봐와서 잘 알지. 결국엔 떠나는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잘 선택한 거야. 여긴 매력을 잃었어. 다신 돌아오지 말게.” 남자는 다시 책을 펼쳐 든다. 사비는 침묵 안에서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진다. 바깥 그리 멀지 않은 물밑 어딘가에서 불분명한 형체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모래사장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심해의 생명체가 몸을 비틀며 기어온다. 호흡하는 비늘과 가시들을 과시하면서. 성미 급한 놈이다. 거대한 입속으로 겹겹이 덧난 이빨에는 독이 흐른다. 놈은 모래를 파헤쳐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으로 숨는다. 구덩이 위를 지나는 자들을 모두 집어삼키려고. 놈의 입과 뱃속에서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모로의 흔적도 그곳에 걸려 있다. 대기는 신음으로 가득해 질식해 버릴 것 같다. 사비는 술잔을 내려놓고, 남자의 구겨진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그는 가끔 입술을 달싹이는 것 말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비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려다본다. 시간을 체감하는 신체기관이 있다면, 그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물스럽게 늘어졌을 것이다. 확장된 외연으로서 발에 차이고 목을 휘감았을 것이다. 사비는 말한다. “그래도 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해.” “쉽지 않을 거야.” 사비는 그에게 나약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서 준비해야겠어. 언제 다시 방문하면 될까?” 남자는 손을 내젓는다. 조금 더 기다려 보지만 그뿐이다. 현관을 나선 사비는 바깥 공기에 압도당한다. 사비는 이보다 더 적은 자극을 원한다. 사비의 생각은 몇 차례나 분절된다. 구덩이라니. 잠을 자고 싶다. 잠을 자야만 벌어진 틈을 이어 붙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정신은 점점 파편화되어, 말라죽은 나무의 껍질처럼 떨어져 나간다. 다른 가능성이 물꼬를 튼다. 모로의 작은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환하다. 아니, 그 집은 모로의 집보다도 좀더 넓고 안락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비는 그 집이 여전히 모로의 집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비는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잘 손질된 정원수. 초인종을 누르자 미소 짓는 점원이 나타난다. 사비는 놀라지 않는다. 그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집 안에 들어선다. 집은 거대한 하나의 침실이다. 사비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녀의 유년 시절과 일상, 갈등과 고민에 관한 이야기 속 세부사항을 통해서 그녀가 가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처럼 모든 이야기로부터 달아나 버린다. 그녀는 이미 이 세계의 어떤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오직 행위의 화신으로, 사비에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녀가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서 근심 따위는 느낄 수 없다. 시간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오래도록 평화롭다. 그러나 그녀의 품에서 사비는 결코 잠들지 못한다. 사비는 얌전히 눈을 감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이 또렷하다. 그는 속으로 진짜를 흉내 낸 것들을 모조리 비웃고 있다. 사비는 구두를 손에 들고 주거지의 불빛들을 지난다. 움푹한 해안선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을 뛰어넘는 힘이 가해진 것처럼 보인다. 사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의 작용. 가령 겨울이 길어지고, 낮 동안의 빛은 더욱 희미해지는 것. 예측할 수 없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땅한 이유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사비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고향에서는 더 자주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구심을 품은 자들은 모두 돌아오라고. 사비는 그래도 아직은 끝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작고 허름한 집이 보인다. 짐승은커녕 곤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문틈에 얼굴을 대고 문을 밀어본다. 열릴 듯이 삐걱거린다. 그뿐이다. 절망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다른 감정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기척이 있다. 보드라운 목구멍을 갓 넘어온 따뜻한 숨결이 거기에 있다. 사비는 창문을 들여다본다. 소용없는 짓이다. 물러서서 구두를 던진다. 창문이 깨지고, 깨진 틈으로 모로를 찾는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비는 창문을 넘는다. 유리 조각에 옷자락이 긁힌다. 사비는 벽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온다. 한쪽 구석이다. 구석에서 소리가 난다. 사비는 다가가 몸을 기울인다. 그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 아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방식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본다.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멈추고, 감춰두었던 예리한 날로 그의 목을 긋는다. 사비는 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순간 생동하는 가능성을 모두 외면하기로 하자. 이미 어둠 안에 놓인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거의 엎드린다. 아기를 섬기려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기는 울음을 멈춘다. 시큼한 냄새가 난다.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놀랍도록 위안을 준다. 손을 떼고 싶지 않다. 파도 소리가 바람에 묻히기도 한다. 사비는 그를 흔드는 손길에 의해 깨어나 돌아본다. 모로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짓누르려는 듯이. 사비도 모로를 본다. “사비. 왜 이렇게 늦었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떡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러나 아기는 없다. 감정들이 고스란히 흘러 나간다. 그는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일행은?” “혼자야. 모두 흩어졌어.” 모로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모로, 아기가 실제로 있어?” “있어.” “어디에?” “내 몸에.” 사비는 모로와 아기를 동시에 생각해 본다.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로가 실수한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어쩌려고?” “데려갈 거야.” “그걸 왜?” “왜라니. 기념해야지.” “기념하기 위한 거라면 다른 걸 가져가. 더 적합한 것으로.” 하지만 사비는 더 적합한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냥, 인간들을 내버려 두자.” “이제 와서 그럴 순 없지.” 어떤 말을 해도 소모적일 것 같다. 사비는 문을 열고 내다본다. 반드럽게 깔린 살굿빛 사장과 바다 위로 드넓은 하늘의 풍광이 우연처럼 놓인 것 같다. 관리자의 집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고깃배는 보이지 않는다. “모로. 관리자를 만났어? “아니. 그는 통 잠들질 않아.” 그래서 모로는 여태껏 사비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관리자는 찌푸린 눈으로, 어째서 그것이 기념이 되느냐고 묻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사비는 그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그와 멀어져야 한다. 그가 현실의 무미건조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비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평선까지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그 작은 배를 타고 어떻게 플랫폼까지 가는 것일까. 사비는 문을 열어 둔다. “그가 거절할 수도 있어.” “넌 그저 꿈에서 깨어나 배를 기다리면 돼.”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인지 알고는 있는 거야?” “플랫폼에서 만나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동작을 되감는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 눕는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본다. 이해할 수 없는 거짓이다. 인간의 생에 남겨진 일이라고는 끊임없는 불만족뿐이다. 그런 그를 일부러 고통과 마주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기념이라고? 사비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게다가, 인간은 우리의 고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감각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비는, 모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로는 사비의 첫 작품이다. 모로는 사비와 같으면서도, 그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모로는 흉내에 불과한가? 모로를 볼 때면 사비의 심정은 늘 복잡하다. 그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모로는 자유롭다. 그건 사비가 줄 수 없는 매혹적인 개념이다. 고깃배가 가까워진다. 사비는 몸을 일으킨다. 관리자가 배에서 내린다. 그의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 배 안에는 손님이 있다. 그는 몸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그의 형태마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먼 곳에서 왔으리라. 손님은 땅에 발을 딛는다. 체구가 크다. 사비는 사구에 올라선다. 그러나 손님은 사비를 의식하지 않고 사구를 돌아나간다. 그는 사비가 그랬던 것처럼, 휴식도 없이 곧바로 어떤 목적을 좇는다. 관리자가 사비에게 손짓한다. 사비는 그를 도와 배를 끌고 올라온다. “인사를 나눴나?” 사비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답하는 대신에 눈으로 먼 곳을 좇는다. “뭐, 상관없겠지.” 관리자가 앞서 배를 끌고 간다. 사비는 고물을 민다. 경사진 모래언덕이 난감하다. 사비는 배를 홀로 떠받들고 있는 것 같다. 닳고 부서지고 덧댄 흔적을 본다. 사비로서는 짐작조차 못 할 물밑의 진실을 견디는, 볼품없는 배다. 사비는 때때로 뒤를 돌아본다. 모래사장에는 깊은 족적이 남는다. 관리자는 모래도 털지 않고 그대로 현관을 넘는다. 그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먼지 앉은 잔에 술을 따르고, 계획표에 문자들을 휘갈겨 쓴다. 사비는 문틀을 붙잡고 관리자의 집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는 계단에 버티고 서서 말한다. “우릴 플랫폼에 데려다줘.” 관리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 그 말은 관리자에게 닿기도 전에 허물어진다. 사비는 문턱을 넘는다. 그와 동시에 부엌의 작은 문이 닫힌다. 하지만 관리자는 부엌을 돌아보지 않는다. 관리자의 널찍한 등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서 본 그는 매끈한 석상이다. 사비는 그를 찔러보고 싶다. 사비는 부엌으로 다가간다. 작은 문 너머로 속삭이는 소리, 고약한 획책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굴욕감이 드는 순간, 사비는 성급하게 문고리를 돌린다. 방 안에는 그물과 비린내와 모래가 뒤엉겨 있다. 굴욕을 만회할 수는 없다. 관리자는 펜을 놓고 돌아선다. “곧 출발할 수 있겠어.” 관리자는 계획표를 보란 듯이 손바닥으로 친다. 사비로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관리자가 묻는다. “규모는?” “나와 내 동료 모로, 그리고 아기 하나.” 관리자는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말한다. “인간?” “작은 인간.” “인간은 안 돼.” 가라앉은 관리자의 말투에는 파고들 틈이 없다.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얼마 전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까 배 타고 들어오는 손님 봤지. 방침이 바뀌었어.” 방침.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어디서 온 손님인데?” “무례한 질문이야. 더 나은 질문을 해봐.” 사비는 그가 계속 말을 이어 가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단 하나의 인간도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모두 모아놓고서, 조용히 끝낼 거야.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가 하려는 일이야.” 생각보다 일찍 다가온 절멸 소식이 놀랍다. 그리고 그것이 벅찬 화려함 가운데 섬광처럼 오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천천히,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당혹스럽다. 사비는 미소 짓는 점원을 떠올려 본다.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들은 함께 사라지거나, 새로운 주인이 되겠지. 아마도 이 계획에서 기계들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머물게 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것의 모방만이 넘쳐나겠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도 모를 거야.” “인간은 안 돼.” 그 말은 하나의 구호처럼 들린다. 관리자는 거의 즐기고 있다. 짧고 단단한 문장에 부딪혀 박살 나 버리는 다른 빈약한 문장들. 탈취와 도주의 이미지들이 의식에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사비는 이보다 더 큰 말썽에 휘말릴 자신이 없다. 관리자는 벌써 이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책을 고른다. 그가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관리자는 무한히 여유롭다. 그러나 사비는 그렇지 않다. 사비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사비로서는 관리자와의 불균형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 작은 인간의 무게가 그만큼 그를 누른다. 몇 가지 짧은 생각이 든다. 작은 인간이 기계로 변환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손님의 행방. 관리자가 손짓하며 사비의 주의를 끈다. 그는 사비가 마주 앉기를 바란다. 팔걸이가 있고, 등받이가 짧은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 사비에게 술잔을 건넨다. 사비는 한동안 의자에 꺼질 듯이 파묻혀 있다. 그는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알코올 냄새가 올라온다. 어떤 생각을 재촉하려는 듯이. 그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관리자가 말한다. “그런데 네 동료는 지금 어디 있지?” “자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사비는 말을 아낀다. 관리자는 사비에게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비는 부엌의 작은 문을 본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감각을 희롱하는 미세한 자극들이 흘러나온다. 관리자는 무릎 위로 책을 펼친다. “이 책을 알아볼 수 있나?” “전혀.” “이건 아주 형편없어. 두서없는 소리로 가득해.” 관리자는 손끝으로 문장을 긋는다. “그런데 여기. 이 대목을 봐.” 처벌에 관한 기록이다. 오래전 일이다. 여기에 선대 관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그는 기계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무차별. 그것은 경력을 망가뜨리는 불온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던 선대 관리자는 도망쳐 나온 도시 기계를 맞닥뜨린다. 기계는 인간과 똑 닮아 있으나, 두려움의 표현이 어설프다. 도시 기계는 이보다 더 멀리 도망갈 수 없다.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선대 관리 자는 도시 기계를 데려와 별장에 숨겨준다. 그는 거기서 인간처럼 지낸다. 먹고 읽으며, 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추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피 행각은 발각된다. 선대 관리자는 인간으로부터 원성을 듣는다. 도시 기계의 죄목은? 언급되지 않는다. 고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대 관리자와 인간을 중재한다. 간단하게 합의된 결과로 선대 관리자와 도시 기계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선대 관리자는 도시 기계로 이식되고, 성공적으로 결합한 그것은 도시로 보내진다. 그것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후 관리자의 관할이 분명해진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이 글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였다는군.” 관리자는 책을 덮는다. “그럼 지금 읽은 건 뭐야?” “그건 말일 뿐이지.” 너의 꿈속에 있는 것처럼 실체 없는 경험들이지. 눈이 감긴다. 사비는 희미하게, 부엌의 작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본다.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이다. 그가 그물을 끌고 사비에게로 다가온다. 사비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것은 가능성인가? 손님은 도심에 다다른다. 한낮의 공터에서, 그가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쪼그려 앉아 동그란 통을 내려놓는다. 단순하게 생긴 물건이지만,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그는 잠금을 풀고 뚜껑을 비스듬히 걸쳐 놓는다. 그것은 흐릿한 기운을 방출한다. 화산재가 분화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진다. 바다 한가운데에 어색하게 솟은 지면이 있다. 사비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을 알아본다. 플랫폼이다. 간소하고, 누구도 이용한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하다. 사비는 배를 타고 있다. 배는 젓지 않아도 나아간다. 플랫폼 위로 모로와 유모차가 보인다. 모로는 배에 탄 사비가 플랫폼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비는 아래를 본다. 수면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의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불안정해서, 곧 다른 얼굴로 바뀌어 버릴 것 같다. 그는 수면을 내려다보지 않기로 하고 발을 디딘다. 플랫폼에 어렵게 올라선다. 그가 타고 온 배는 점점 멀어져 간다. 모로가 말한다. “저걸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래.” “재주도 많네.” 사비는 뒤돌아본다. 그것은 배가 아니라 가시 돋은 심해의 생명체다. 어떻게 날카로운 등 위로 올라탈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로의 얼굴은 테두리가 불분명하다. 잘못 손대는 바람에 윤곽이 번진 것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모로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로란, 언제나 모로와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비가 말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어.” “말해봐.”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을 봤어.” 그런데 사비는 이야기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정돈될 수 없다.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더라도 머리와 꼬리와 몸통이 뒤섞일 거란 확신이 든다. 사비가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오직 그런 확신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모로는 이야기를 기다린다. 사비는 모로의 기다림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끝이야?” “그건 아니지만. 이야기할수록 이상해질 거야.” “말해봐. 천천히, 한 마디씩.”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모차의 바퀴가 앞을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가다간 바닷속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그는 함정을 팠어.” 플랫폼이 기울면서 경사가 진다. 유모차는 빠르게 굴러간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 붙잡혀 있는지도 모르지.” 모로는 지면이 기울어도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다. 모로는 사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가 원하는 게 뭔데?” 유모차가 바다에 빠진다. 사비는 모로를 밀치고 뛰어간다. 물 위로 빈 유모차만이 떠다닌다. 사비는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엎드린다. 아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비의 얼굴은 더는 수면에 비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수영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숨을 참는 것도 서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거추장스럽다고 느낀다. 부품을 해체하듯, 그의 기관들을 하나씩 벗어던져 버리고 싶다. 유영에 매혹된 그는 모든 의지를 멈추게 하고 싶다. 사비는 바람 없는 골목을 걷는다. 길가에는 부랑자들이 누워 있거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그들은, 사비의 구두를 본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을 본다. 그들은 달그락거리며 바닥을 기어온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닿지도 않는 사비의 외투 자락을 당긴다. 아버지. 그들 가운데에서 들리는 말. 지금 뭐라고 했소? 사비는 그 말을 잡으려고 성큼 다가간다. 부랑자들의 넝마를 걷어차고 깡통을 뒤집는다. 형제여. 누구요? 사비는 그중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그늘진 얼굴이 드러난다. 그는 사비다. 사비는 그 점을 단번에 알아챈다. 사비와 그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재능, 어떤 노력을 발휘해도 알아낼 수 없다. 그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넝마를 주워 든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눕는다.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가린다. 모로가 이곳을 지난다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으리라. 물속으로 거대한 손이 들어와 사비를 건진다. 사비는 플랫폼에 한쪽 어깨를 걸친다. 관리자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제 가야 해.” 물속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기가 힘들다. 도둑맞은 기분. 사비는 주위를 둘러본다. 플랫폼이 갈라지고, 돌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은은한 광택을 내는 검고 길쭉한 돌이, 누런 연기에 가려 희미해진다. 안개인가? 아니, 매캐한 냄새가 난다. 벌써 시작된 걸까. 관리자는 분주하다. 사비는 말한다. “내 동료가 여기 있었어.” 관리자는 사비를 플랫폼 위로 끌어올린다. “아니. 우리 둘뿐이야.” 관리자는 사비를 잡아끌어 그의 몸을 돌덩어리에 밀착시킨다. 돌덩어리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관리자는 긴 벨트로 사비의 몸통을 돌덩어리에 묶는다. 그가 벨트를 잡아당길 때마다 사비의 몸이 들썩인다. 플랫폼의 조각난 지면이 맥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관리자는 돌덩어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같은 벨트로 자신을 묶는다. 그가 돌을 두들기며 소리친다. 사비는 알아듣지 못한다. 돌덩어리가 한 뼘 정도 떠오른다. 돌의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사비는 처음 이곳을 둘러본 이래로 자신이 추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점점 수가 느는 모조들의 대열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 느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의 깊은 곳으로부터 빛이 새어 나온다. 납빛이다. 그는 순식간에 삼켜지고, 튕겨 나간다. 지면에 부딪힐 때 그는 몸이 조각나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사비는 홀로 엎드려 있다. 얼어붙은 해변이다. 돌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자 이명을 느낀다. 그의 감각들이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놀라지 않는다. 사비는 곧장 걸어간다. 해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걸음걸이에 여유를 가져야 할까. 길가에 자라난 풀들을 본다. 저택을 가리는 담벼락, 교차로에는 행상들이 있다. 사비는 그들의 생기 잃은 표정을 보고 고향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는 단지 직관만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한다. 이곳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금방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훼손된 집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몇몇 구조물을 알아볼 수 있다. 그의 보금자리에는 폐기물이 쌓여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그곳이 한때는 집터였음을 어렵게 알 수 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 기대어 앉는다. 그는 시간의 위력을 실감한다. 잠들길 바라지만. 축축하고, 악취가 올라온다. 빗방울의 점성이 높다. 모로는 없다. 사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난다. 그 아기다. 그의 발치로 아기가 기어온다. 어렴풋이 전해지는 작은 인간의 의도.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아기는 귓속말로 그에게 꿈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 흠잡을 데 없는 억양이다. 그러잖아도 사비는 위원회의 통보를 각오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돌아왔지 않은가. 사비는 아기를 앞장세워 꿈으로 향한다. 아기의 목덜미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 [포토] ‘핑크색 잘 나오게 해주세요~’

    [포토] ‘핑크색 잘 나오게 해주세요~’

    조련사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카 펫 그루밍 살롱에서 차이니스 크레스티드의 털을 염색을 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광수 서울시의원 “희망마을-별빛마을 동네 숲 가꾸기는 6개원간의 기적”

    김광수 서울시의원 “희망마을-별빛마을 동네 숲 가꾸기는 6개원간의 기적”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김광수 의원(국민의당, 노원5)은 6개월간 활동하여 기적같은 성과를 이룬 희망마을과 별빛마을에서 지난 19일 ‘동네 숲 가꾸기’ 준공식을 가졌다. 김 의원은 허름한 마을의 환경개선울 위해 ‘동네 숲 가꾸기’ 사업을 제안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동네 숲 가꾸기’ 사업은 서울시에서 진행한 골목길 가꾸기 주민참여 사업으로 서울시비영리단체 수암사랑나눔이가 제안서를 제출하여 선정이 됐다. 김 의원은 지난 추석 명절 10일의 연휴 8일 내내 마을가꾸기에 열정을 쏟으며 마을을 재생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매주 토·일요일을 마을 재생사업에 투자했다. 골목길 사업은 희망촌과 별빛마을 두 곳에서 진행됐으며 희망촌(덕릉로 134길 4 ~ 130가길 16)은 총 길이 420여m에 면적3,300㎡ , 별빛마을(덕릉로 129길 19 ~ 163)은 총길이 750여m에 면적7,100㎡이다. 특히 희망촌은 40년 넘게 사용하고 있던 연탄창고와 아랫마을과 윗마을을 연결하는 88개의 낡은 계단, 골목길에는 버려진 각종 집기들이 난무한 곳이다. 우선 지역주민에게 사업설명회를 하고 별빛마을에서 첫 번째 일정으로 굴다리정원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곳은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버린 곳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땅을 파고, 방부 경계목을 설치한 후 사철 푸른 남천과 회양목, 맥문동을 식재하여 새로운 정원이 생겼다. 이렇게 새로 생긴 정원이 3곳이 되었다. 지저분한 골목길은 하나 둘씩 바뀌어가고 700m 골목길의 벽에 색색을 바꾸며 페인트칠을 하고 벽화를 그려 멋진 골목길이 만들어졌다. 화가가 밑그림을 그려 주었고 봉사단원과 주민들은 붓을 들고 색을 입혔다. 연꽃을 그린 사찰 3곳은 100여m가 넘었으며 이곳 연꽃벽화는 오고가는 등산객들의 촬영장소로 바뀌어 가고 있다. 희망마을에는 88개의 계단이 있는데 설치한지 오래되어 난간은 삭아서 부스러지고, 계단은 모두 부서지고 깨지어 다니기에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쓰레기를 치우고 묵은 때를 벗겨 내으며 연탄광은 주인의 허락을 받아 철거해 그 자리에 번듯한 휴식 전망대를 만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 일 년 동안 매주 일요일에 빠짐없이 일을 하며 흙을 퍼 오고, 삽질을 하고, 거름을 섞고, 수많은 쓰레기를 치우고, 그 곳에 나무와 꽃을 식재하고, 옷을 4벌이나 버리면서 페인트칠을 함께 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바뀐 마을을 보고 지역주민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기쁘다”며 “주민 여러분들이 유지 관리를 잘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김 의원은 일반 주택이 많은 상계2,3,4,5동을 다니면서 늘 골목길에 쌓여 있는 불필요한 생활용품을 보며 서울시에 골목길 가꾸기 공모사업을 신청하게 되었으며 상계동 3곳을 지정해 사업을 진행해 1차로 ‘행복나눔길’을 조성, 지난 10월 26일에 준공식을 가졌고 오늘 별빛마을과 희망마을을 준공하게 된 것이다. 오늘 준공식에는 그 동안 고생한 봉사단원과 지역 주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하반기 히트상품] 삼성전자 - QLED TV

    [2017 하반기 히트상품] 삼성전자 - QLED TV

    삼성 ‘QLED TV’는 최신 디스플레이 소재인 메탈 퀀텀닷을 기반으로 세계 유일의 컬러볼륨 100%를 구현한 화질을 자랑한다. 어떤 밝기에서도 색이 바래거나 뭉개지는 문제점 없이 정확한 색을 표현해준다. 1500에서 2000니트(니트=1㎡ 공간에 촛불 1개를 켜 놓은 밝기)에 달하는 최고 밝기로 빛과 컬러를 완벽하게 살려주고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리얼 블랙을 구현할 뿐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 봐도 색이 변하지 않도록 시야각 문제도 해결했다.또한 QLED TV는 TV를 설치한 어느 공간과도 조화를 이룬다. 360도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에 사용 편의성까지 더해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고 설치된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TV와 함께 머무는 공간의 품격을 완성해준다. QLED TV는 1.88㎜의 ‘투명 광케이블’과 원커넥트로 모든 TV 주변 기기들을 깔끔하게 연결할 수 있어 공간 제약 없이 어디에나 설치 가능하고, ‘밀착 월마운트’로 TV와 벽 사이의 틈새 없이 벽에 일체감 있게 부착·설치할 수 있다. QLED TV는 스마트 기능을 통해 사용자 개인에 맞춘 다채로운 스마트 TV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TV가 외부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해 표시해주며 스마트 TV 첫 화면에서 라이브 TV, OTT, 인터넷 서비스 등 모든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원 리모컨’ 하나로 주변기기까지 제어가 가능하며 ‘지능형 음성인식’으로 채널이나 프로그램 이름 외에도 ‘골프 채널’, ‘드라마 채널’과 같은 채널 카테고리 검색을 지원한다. 방송 중인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TV 광고에 나오는 노래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아… 여기도 있었지

    아… 여기도 있었지

    모든 여행지를 늘 온전히 전하지는 못한다. 지면 사정상 게재되지 못하거나, 축소되는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 소개하려는 곳들이 바로 그런 여행지들이다. 허리 끊긴 자태도 곱구나 ① 강원 정선 광덕마을 용소폭포산간 계곡이라면 어디나 ‘용소’ 폭포가 있다. 대개는 가장 묵직하고 깊은 풍경을 갈무리한 폭포에 ‘용소’를 붙이기 마련이다. 강원 정선의 광덕마을에도 용소폭포가 있다. 덕래산이 품고 있는 오지 중의 오지 마을이다. 한데 폭포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폭포 위 바위벼랑이 U자형의 말발굽 형태로 파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기보다 사람이 개입해 만든 풍경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앞서 일제강점기 때엔 정기를 끊겠다며 산허리에 정을 박기도 했다니 폭포의 생애가 참 기구하다. ‘가인박명’이 꼭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표현은 아닌 모양이다. 광덕마을 용소폭포의 들머리는 ‘거칠현동’(居七賢洞)이다. 조선 건국에 반대하며 낙향한 일곱 명의 고려 유신이 숨어들었던 땅이다. 이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지은 한시가 바로 ‘정선아리랑’의 시초다. 여기서 개미들마을과 물고기 모양의 ‘천년돌다리’가 조성된 미리내마을을 지나면 광덕마을이다. 아귀 이빨처럼… 거꾸로 고드름② 경기 연천 경원선 역고드름겨울이면 역고드름이 영그는 곳이 있다. 고드름이 땅바닥에서 솟아 거꾸로 자라는 희한한 풍경을 연출한다. 경기 연천 신서면 대광리 옛 경원선 폐터널이 무대다. 고드름은 보통 처마 아래 생긴다. 한데 연천의 역고드름은 땅속에서 솟는다. 터널 위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고드름이 내려온다. 이 둘이 뾰족한 끝을 마주하고 있다. 석회암 동굴의 종유석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고드름의 크기도 당연히 커진다. 개수도 많아진다. 터널 입구에 영근 고드름의 모습이 꼭 이빨 늘어선 아귀의 입을 보는 듯하다. 신망리역 등 주변 관광명소를 찾을 때 함께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폐터널엔 아픈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건설되다 일본의 패망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탄약창고로 쓰이다 폭격을 받기도 했다. 돌아와~ 명태 살리기 전진기지③ 강원 고성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명태는 ‘1어4색4미’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한때 ‘국민생선’이라 불릴 만큼 우리와 친숙한 녀석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연안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급기야 2014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살아 있는 어미 명태는 50만원, 죽은 개체에도 5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살아 있는 암컷 한 마리가 ‘기적적’으로 강원 고성의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 신고됐다. 암컷은 곧바로 수컷 몇 마리와 합사됐고, 자연 부화에도 성공했다. 최근 이 암컷의 후손들이 동해안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 토종 명태가 우리 바다로 돌아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고성의 수산자원센터에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엿볼 수 있다. 명태와 관련된 여러 기록물들을 전시해 뒀다. 고랭지 배추밭 변신은 아쉬워④ 강원 평창 육백마지기강원 평창의 육백마지기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 가운데 하나인 ‘평창 아리랑’의 발상지다. 청옥산(1233m) 육백마지기 일대에서 산나물을 뜯고 채소를 가꾸며 살던 주민들이 삶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른 노래가 평창아리랑이다. 육백마지기는 말 그대로 600말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육백마지기는 강릉의 안반데기, 태백의 매봉산처럼 고랭지 배추 경작지였다. 한데 지금은 변했다. 높드리를 가득 채웠던 배추밭은 사라지고 산비탈 여기저기에 풍력발전기만 가득하다. 배추가 자랐던 너른 공간 대부분은 풀밭으로 변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포스터 사진 같은 분위기다. 풍경은 한결 고와졌지만 예전의 척박한 분위기가 사라진 건 못내 아쉽다. 나라 안 고랭지 배추밭들이 죄다 태백의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를 닮아 가면 대체 뭐가 좋아지는 걸까 싶다. 붉은 바위들 파도처럼 솟았네⑤ 터키 카파도키아 로즈 밸리일부에선 터키 카파도키아를 ‘지구가 품은 달’이라 부른다. 지구 밖의 것처럼 보이는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어서다. 그 가운데 크즐쿠츠르는 매우 빼어난 해넘이 전망대다. 제 이름보다 영어식 표기인 ‘로즈 밸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계곡에 서면 발아래로 바람과 비, 그리고 시간이 조탁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잘 벼린 칼들이 파도처럼 여러 겹으로 곧추선 듯한 모양새다. 바위들이 하나같이 붉은빛을 띤 것도 이채롭다. 그러니 ‘장미의 대지’란 이름도 얻었을 터다. 해질 무렵이면 날 선 바위들이 더욱 붉게 물든다. 계곡 뒤로는 카파도키아를 낳은 에르지예스산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현지인들은 종종 이 계곡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다. 해넘이를 보기 위해 찾는 연인도 꽤 많다. 이런 곳에서 사랑을 맹세한다면 아마 평생 흐려지지 않을 듯하다. 그 젊은 날의 기억이 문신처럼 날카롭게 새겨질 테니 말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철회, 박근혜 지시였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철회, 박근혜 지시였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굴욕적 이면 합의를 했을 뿐 아니라,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지원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정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위안부 합의에는 양국 공동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공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밀 합의문 존재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없다”며 존재를 부인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외교 수장인 윤병세 전외교 장관은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 참석해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에 대한 발표문 외에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한일 간 비공개 합의문이 있느냐”고 거듭 묻자, 윤 전 장관은 “제가 아는 한 없다”고 답했다. TF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쪽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해외에 상(像.소녀상), 비(碑.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것,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을 요청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피해자들과 상의 없이 일본 측 요구를 수용했다. 이 부분은 비공개 합의서에 적시됐다.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의 구체적 계획을 물었고, 박근혜 정부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는 합의에 포함된 ‘불가역적 합의’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외교부의 의견도 묵살했다. TF는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했으나 합의에서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이같은 내용을 비공개로 처리한 것은 국민 감정을 거스를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인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설립과정 역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여가부 산하에 설립된 재단으로, 피해자 동의 없이 지급을 강행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당시 외교부와 여가부, 재단 관계자들은 생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지급 동의를 얻기 위해 개별 면담을 개인별로 적게는 1차례에서 많게는 7차례까지 실시했고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설득한 것이 녹취록 등을 통해 드러났다. 재단은 총 246명의 피해자 중 현재까지 92명에게 현금 지급을 완료, 재단에 현재 남아 있는 기금은 61억원이다. 생존 피해자 47명 가운데 현재까지 면담이 성사된 피해자는 38명이며, 이 중 34명에게 현금 지급을 완료했다. 사망자 199명 중에서는 68명의 유족이 현금 지급을 신청했고 58명에게 지급이 완료됐다고 여가부는 밝혔다.현금 지급이 완료된 피해자 경우에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노환이나 문맹 등으로 지급 신청서를 작성하기 곤란한 경우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했고, 일부 피해자는 보호자의 설명에 ‘으으’ 같은 의성어만 반복해 정말로 현금 수령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동의했더라도 지급되는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에 대한 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교부를 통해 위안부 합의 성사 9일 만인 2016년 1월 6일 민간이 추진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 등재사업’의 정부 지원을 철회할 것을 여성가족부에 지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 추진이 원칙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실은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관여하지 말고, 추진 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군 위안부 국외자료 조사 사업’에 공모한 기관의 책임연구원이 한일 합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을 한 것을 문제 삼아 이 기관이 선정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등 위안부 관련 사업에 개입했다. 정대협을 비롯한 위안부 단체들은 TF보고서 발표 직후 한일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여가부는 이번 점검과 관련, “한일 합의 발표 이후 화해·치유 재단 설립과 운영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고, 현금지급사업 집행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 “정부는 TF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피해자 중심 접근’에 충실하게 피해자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완벽한 흑인이 낳은 완벽한 백인 딸…100만 분의 1 확률

    완벽한 흑인이 낳은 완벽한 백인 딸…100만 분의 1 확률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여성이 피부가 새하얀 백인 딸을 출산했다. 전문가들은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완벽한 백인이 탄생할 확률이 100만 분의 1 정도로 희박하다고 말한다. 영국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 버밍엄에 살고 있는 4년 전 소피아 블레이크는 백인 남자친구인 크리스토퍼 퍼킨스와의 사이에서 딸 티아라를 출산했다. 블레이크는 출산 직후 조산사가 자신에게 건넨 딸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부색이 완벽한 흑인도, 흑인과 백인 사이도 아닌 완전한 백인의 색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란 눈동자까지 가지고 있어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블레이크는 “처음 딸을 안았을 때에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산사에게 이 아이가 내가 낳은 아이가 맞는지 되묻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인들뿐만 아니라 출산한 병원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까지도 흑인인 그녀가 백인 아기를 출산한 사실을 쉽게 믿지 못했다. 블레이크는 “사람들은 티아라가 내 딸이라는 것을 전혀 믿지 못한다. 얼굴 생김새 뿐만 아니라 피부색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누군가는 딸에게 ‘넌 왜 엄마를 닮지 않았니’라고 물으면, 나는 딸이 혼혈이라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다들 쉽게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블레이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흑인이 완전한 백인을 낳을 확률은 100만분의 1 정도로 희박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블레이크의 가족 중에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전혀 없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티아라의 탄생은 더욱 놀라울 수 밖에 없다. 블레이크는 “아마도 딸이 학교에 가게 되면 다른 엄마들은 내가 티아라를 입양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들이 완벽한 흑인이거나 또는 완벽한 백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많이 알리겠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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