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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입은 웅녀모습 기대하세요”

    “한복입은 웅녀모습 기대하세요”

    강렬한 색채와 힘찬 붓놀림으로 동물과 산수를 화폭에 담아온 한국화가 사석원(45)씨는 최근 ‘곰’ 한마리와 씨름중이다. 지리산에서 뛰쳐 나온 곰이 아니다. 다음달 8일∼11월9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2005 아름다운 버디베어’서울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술품’곰이다. 전 세계 곰들의 축제인 이번 행사에는 유엔 회원국 12개국의 예술인들이 각국의 혼과 숨결을 담아 제작한 곰 조형물 124개가 전시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미국의 자유 여신상 등 전 세계의 인물, 풍물 등이 그려진 이 곰들은 둥글게 손을 맞잡고 서서 아름답게 치장한 자신의 몸매를 선보이게 된다. 사씨는 이번 행사 조직위원회로부터 한국의 곰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방배동 작업실에서 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에 매달려 있다. “단군의 자손인 우리에게 곰은 친숙한 동물입니다. 한복 입고 고무신을 신은 웅녀의 모습을 그려 넣을 생각입니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 특수제작된 흰 곰에 밑칠 작업을 해 놓았다. 깨지지 않으면서 가벼운 특성의 유리섬유로 제작된 2m 키의 이 흰 곰을 앞으로 한국의 색채를 가득 담은 웅녀로 변신 시킬 계획이다. “전 인류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버디 베어 전에 작품 의뢰를 받고 너무 기뻤어요. 유행을 좇아가지 않고 우리의 미(美)를 기반으로 한국의 정체성, 색깔, 문화, 신화를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웅녀를 탄생시켜야죠.” 평소 동물들을 친근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내는 그는 이번 곰 작업에서는 민화적 요소를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붉은 색, 노란색, 파란색 등 밝고 화려한 원색들을 많이 사용하고 곰의 얼굴은 우리 목각 인형처럼 친근하게 표현할까 합니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방북할 당시 1m 키의 곰 한마리를 제작, 북한에 보냈다. 북한의 이번 행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전시되는 모든 곰들은 경매에 부쳐져 수익금은 아름다운 재단과 유니세프(UNICEF)한국위원회에서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아름다운 버디베어’전은 독일의 한 부부가 지난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인류의 사랑과 평화를 가꿔 나가자는 취지의 행사를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곰을 내세워 지구촌 나눔 행사로 키워진 이 행사는 지난 2002년부터 세계 순회에 들어 가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터키, 일본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내년에는 북한 평양을 비롯, 호주 등에서도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서울戀街] (4) 인사동 거리

    [서울戀街] (4) 인사동 거리

    제아무리 길눈이 밝아도 인사동에서는 누군가에게 소개받은 맛집이나 술집을 한번에 찾아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 골목인가 싶으면 엉뚱한 가게들이 나오고, 저골목으로 가면 막혀 있고…. 인사동 거리는 600m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로 작은 골목들이 실핏줄처럼 비집고 뻗어 있어 총 길이가 20㎞는 족히 된다. 목적지를 찾지 못해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골목 중간중간 아담하고 소박한 가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어린 시절 소풍 가서 ‘보물찾기’를 했던 기분으로 인사동을 샅샅이 뒤져보자. ■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인사동의 명물 가게들은 작은 미술관 같다. 채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 주인 겸 작가인 ‘시민 예술가’들이 만든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쇼핑 센터에서 구하기 어려운 기발한 창작품을 만나고 싶으면 이곳에 가보자. 아이 쇼핑만으로도 즐겁다. ●창작품 집합소, 쌈지길 최근 인사동의 최고 명물로 자리잡은 ‘쌈지길(www.ssamziegil.co.kr)’.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창작 공예품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자기·옷·가구·장신구 등 공예품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유머가 있는 생활소품을 트럭에 실어 놓고 파는 ‘닭똥집’, 고양이가 있는 금속공예 장신구를 다루는 ‘성냥갑’, 전문 작가들의 작품집인 ‘손내옹기’,‘박종훈점’,‘이도공방’, 배재대학교 목칠공예과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배재대조옻칠’ 등 50여개가 넘는 가게들이 모두 갤러리와 진배없다. 지하 1층 ‘황진사진관’에서는 손님의 생생한 표정을 찍어 흑백 사진으로 현상해준다. 중간 중간 잔디무늬 의자가 마련돼 쉴 수 있고,2층 ‘세이지 그린티’와 4층 ‘하늘정원’에서 녹차 음료나 생과일 주스를 마시며 한 숨 돌릴 수 있다. ●직접만든 탈과 금속공예품 파는 곳 쌈지길에서 안국역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오른편에 공예가 정성암씨가 만드는 탈 전문 판매점 ‘탈방’이 나온다. 하회탈, 본산대탈을 10∼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만원을 넘지 않는 탈 모양 열쇠고리 등 기념품도 판매한다.734-9289. 해 모양 간판이 돋보이는 ‘제3공간’에는 금속을 이용해 만든 형형 색색 생활 소품이 가득 걸려있다. 한 개쯤 사놓으면 볼 때마다 웃음지을 것 같은 아기자기한 시계, 촛대, 옷걸이,CD꽂이를 찾을 수 있다.737-8928. ●작품 한복 사거나 구경하려면 쌈지길 맞은 편에는 연예인, 외국 대사 부인 등이 자주 찾기로 유명한 고급 한복점 ‘꼬세르(737-6587)’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과 수도약국을 맞은 편 ‘파랑돌(720-6001)’에서는 수십∼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한복을 판다. 일상 한복으로 입기엔 가격대가 높지만 생활 한복집이나 혼수용 한복가게에서 보기 힘든 특이하고 세련된 작품 한복을 볼 수 있다. ●고미술품 쉽게 사기 옛날 사람들이 만든 고미술품을 찾는다면 수도약국에서 탑골공원 쪽으로 나가는 길을 가야 한다. 골목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골동품 가게’들이 있다.‘고도사(735-5815)’와 ‘동예헌(730-5550)’ 등 규모가 큰 곳에서 철마다 테마별 전시회를 이용하면 해석하기 힘든 고미술품을 쉽게 감상하고 살 수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우리 먹을거리 즐기기 전통의 거리인 인사동 개량 한옥엔 먹을거리터들이 많다. 삐걱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마당의 나무와 꽃이 반겨준다. 비라도 내리면 풀잎마다 맺히는 물방울이 처마의 운치와도 잘 어우러진다. 높은 서까래가 뿜어내는 한옥의 고즈넉함은 음식 맛에 정겨움을 더한다. 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찻집·술집 등을 소개한다. 민가다헌 명성황후 조카인 민익두 대감의 집을 개조해 만든 퓨전 음식점.1930년대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룡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화장실과 목욕탕을 실내에 배치한 개량 한옥으로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됐다. 한옥의 서까래 아래에서 구한말 서양에서 유행하던 빅토리아풍의 의자에 앉아 프랑스 화가 로트렉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다. 허브비빔밥 1만 5000원. 저녁세트 5만원 안팎.733-2966. 사과나무 인도 향신료를 사용해 만든 카레의 일종인 ‘달’(dal)을 닭가슴살과 밥에 비벼 먹을 수 있게 만든 치킨달밥(5000원)이 유명하다. 저녁에는 닭가슴살에 치즈를 얹어 구운 ‘닭치즈 바비큐’나 간장에 떡볶이를 절인 ‘궁중떡볶이’ 등의 퓨전안주(1만 5000원선)와 시원한 생맥주를 마셔도 좋다.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도 있다.722-5051. 전통다원(경인미술관 내) 전통차를 마시면서 전시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저택의 안채를 이용한 전통찻집으로 대청마루, 안방, 건넌방 등을 모두 터서 찻집으로 만들었다. 한옥의 넓은 마당에 앉아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8가지 한약재를 10시간 동안 다려 만든 한방 쌍화차는 6000원. 간식으로 먹기 좋은 모듬떡은 4000원.730-6305. 리틀 인디아 한국 전통의 거리에서 이국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곳. 입구부터 장식된 인도풍 공예품들은 주인이 직접 인도에서 사온 것들이다. 직접 발효시킨 인도식 요구르트인 ‘라씨(1만∼1만 2000원)’도 빼놓을 수 없다. 사모사(인도 만두·8000원), 닭고기커리(1만 1000원)도 대표 메뉴다.730-5528. 아빠 어렸을 적에 자갈이 깔린 철로를 지나 문을 열면 어두운 실내에 옛물건들이 많다. 교복, 가방, 구식 흑백 텔레비전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뉴판도 70년대 ‘바른생활’국민학교 교과서로 만들어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야생초를 채취해 100일 동안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산야차는 5000원.733-3126. 명상 아루이 황토와 백자갈이 깔린 마당에서는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 차를 먹으면 주인의 안내에 따라 그림명상·돌명상·선(仙)체조 등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손발이 찬 여성들을 위한 행복우린차, 흡연자를 위한 해맑은차, 식중독·숙취에 좋은 하늘잎차는 각각 1만원.722-6653. 신일 주머니 가벼운 데이트족들을 위한 전통 남도 음식 전문점이다. 보쌈, 재래 된장찌개, 참조기, 밑반찬 6가지, 계란찜, 수육, 굴, 홍어무침, 전, 나물이 어우러져 한상으로 나오는 신일정식은 1만 2000원으로 근처 한정식집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739-5548. 사원(732-3002)은 마당에 장독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궁중식을 기본으로 10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온다. 사원정식은 1만원·간장게장정식은 2만원. 산촌(735-0312)은 사찰음식 전문점이다. 은은한 불경소리를 들으며 산중요리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점심정식은 1만 7000원·저녁정식은 3만원. 사천(734-5798)의 불고기 정식(1만 9000원)은 양념이 독특하다. 김유영 김기용기자 carilips@seoul.co.kr ■ 특이한 곳 찾아보기 아름다운 차 박물관 한국 중국 스리랑카 영국 등 세계 각국 110여가지의 차와 차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가야부터 조선까지의 찻잔·토기뿐만 아니라 티베트·중국의 다기류가 전시됐다. 또 젊은 작가들이 구워내는 도자기를 전시·판매하기도 한다. 대금·소금 등 국악공연도 격주로 열린다. 한옥 마당에서 차를 팔기도 한다. 명전, 우전, 세작, 황산모봉, 황차, 로즈힙, 아쌈, 실론 등 400여종의 차를 ‘티스토리’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관람료는 없다.735-6678(www.tmuseum.co.kr). 북스(VOOK’S·갤러리카페)VOOKS는 ‘VISUAL+BOOK+SHOP’의 합성어다. 입구에 걸린 ‘한 점의 그림이 수천마디의 말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구호답게 그림책들이 30여평의 가게벽면에 빼곡하게 꽂혀 있다. 미술 사진 디자인 건축 등 직수입 서적이 1만여권으로 비주얼 서적으로는 시내 대형서점보다도 많다. 가격대가 수만원에 달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볼 수 있다. 독서를 하거나 세미나를 열기에도 좋다.5000원의 문화비를 내면 허브티·라테·커피 등을 보면서 책을 앉아서 볼 수 있다.737-3283(www.gallery.co.kr). 미술관 관람 인사동은 예술의 거리답게 학고재, 인사아트센터, 노암갤러리, 갤러리 타블로 등 많은 화랑들이 몰려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도 많아 들어갈 때 기죽기 쉽지만 관람료는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그냥 가서 감상하면 된다. 사진 촬영이나 음식 반입은 금지다. 마음 내키면 인사아트센터(736-1020) 앞에서 순회버스를 타고 평창동까지 나갈 수 있다.1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는 국립민속박물관, 환기미술관, 영인문학관, 이응노미술관, 김종영미술관, 가나아트센터 순으로 운행한다. 나이프갤러리 성보갤러리 골목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곳에 들어가면 ‘세상에 칼 종류가 이렇게 많았어?’라고 감탄할 만하다.4000여개의 번뜩거리는 칼날이 광채를 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뛰어난 검법을 자랑하는 거합도(居合道) 한정욱 사범이 모은 칼들이며 판매도 한다.735-4430(www.knifegallery.co.kr) 빛나리 앤틱샵 손목시계, 회중시계, 탁상시계 등 종류별·시대별로 값을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다양한 시계들이 사방에서 똑딱거린다.720-6413(www.bitnali.com). 김유영 서재희기자 carilips@seoul.co.kr
  • [톱 셀러] 농협 ‘아침마루’ 출시 60여가지 ‘품질 보증’

    [톱 셀러] 농협 ‘아침마루’ 출시 60여가지 ‘품질 보증’

    농협이 친환경 농산물을 대표하는 ‘아침마루’라는 공동브랜드를 개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전국 하나로클럽 등에서 선뵈고 있는 ‘아침마루’는 유기농쌀을 비롯한 사과, 배, 감귤 등 모든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의 브랜드로 사용된다. 물론 생산, 유통, 판매 등 전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마친 제품이라야 이름표가 붙여진다. 특히 농협측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 중에서도 품목별로 당도, 규격, 색채 등 엄격한 자체심사를 통과한 최고급 농산물만이 ‘아침마루’ 브랜드로 판매된다.”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전국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농협매장의 친환경농산물 전문코너 등에서 ‘아침마루’ 브랜드만 보고 손쉽게 믿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아침마루’ 브랜드로 판매되는 농산물은 쌀, 사과, 배, 감귤, 단감 등 계절 과일과 깻잎, 상추 등 엽채류에 이르기까지 60여 가지다. 농협은 출시기념 행사로 무료시식회와 함께 전국 60여 매장에서 친환경농산물 10% 할인판매를 실시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전통불화 재해석’ 신주호 개인전

    “우리 미술의 뿌리랄 수 있는 불교 예술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불화(佛畵)를 그리는 젊은 화가 신주호(37)씨의 개인전이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갤러리에서 열린다. 보통 불화하면 강한 색채에 세밀한 묘사의 전통 탱화가 연상되기 쉽지만 그의 불화는 종교적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 미술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불교적 상징성을 강하게 표현하면서도 미술적 보편성을 확보한, 독특한 화면 구도 덕분이다. 이는 그가 불화의 현대화라는 화두를 잡고 꾸준히 작업을 해 온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관음(觀音)신앙이다. 관음 신앙의 주인공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화신으로 불교 신도라면 생활속에서 가장 가깝게 만나는 보살이다. 불교 신도들이 힘들고 어려움에 처할 때 가장 먼저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와 따뜻한 손을 통해 이 세상 힘든 일도 거뜬히 이겨나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작품 ‘관음을 찾다 Ⅱ’에서는 중생의 음성을 도구로 해탈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는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화폭에 담았다. 관세음보살 주변 황토색의 무수한 선들은 대중의 외침이고, 청색 바탕의 화면분할은 우주 삼라만상을 뜻한다. 두손을 모으고 있는 관세음보살과 영혼과 육신을 치유해주는 정병(淨甁)의 모습이 간결한 색채로 평안함을 선사한다. “능엄경에서 관세음보살은 바로 음성을 도구로 가르침을 깨달았다고 자신의 해탈 수행법을 밝혔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그의 불화는 기존 불화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자신만의 단아한 색채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돋보인다. 특히 종교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불화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데서 그의 힘이 느껴진다.“불교사상은 역사적으로 우리 사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우리 문화의 근간이 되는 만큼 불교사상을 주제로 한 작품이 가장 한국적인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02)399-115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이경형칼럼] 피플 퍼스트와 ‘高建 현상’

    [이경형칼럼] 피플 퍼스트와 ‘高建 현상’

    미국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은 1992년 7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본격적인 선거 유세에 들어가면서 ‘Putting People First’(PPF)로 명명된 집권 비전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국민 제일주의’공약은 실업자 증가, 빈부 격차의 확대, 교육의 질 퇴보, 의료체계의 난맥상 등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의 공화당 행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재정 운용방안이 뒷받침된 정책 대안들을 내놓았다. 클린턴 후보는 “PPF는 미국을 통합하고,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계획”이라면서 “우리 정책은 진보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고, 기존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것과도 다른 새로운 정책”이라고 선언했다. 심대평 충남지사는 지난주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중부권 신당’의 싱크탱크인 ‘피플 퍼스트 아카데미(People First Academy,PFA)설립기념 심포지엄을 갖고 사실상 신당 태동을 공표했다.11월 창당 발기대회를 앞두고, 신당의 정치 노선과 정책 방향의 틀을 마련할 아카데미의 이름을 ‘피플 퍼스트’로 한 것을 보면, 클린턴 후보의 집권 비전 ‘푸팅 피플 퍼스트’를 상당부분 벤치마킹할 것처럼 보인다. 당시 클린턴을 승리로 이끈 것은 많은 정책 대안들이 기존의 민주당과는 달리 중도적인 색채를 띠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앞으로 신당이 어떤 이념이나 정책 노선을 표방할지는 모르나, 이른바 ‘중부권 신당’이라는 점에서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또 하나의 지역 정당 출현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정치에 있어 구조적으로 잘못된 모순중 하나가 바로 지역할거주의였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영남·호남·충청권의 맹주로서 ‘3김’은 한국의 정당문화를 보스정치의 우리 안에 가두었고, 그 결과 ‘3당 합당’이니 ‘DJP 연합’과 같은 보스들간의 거래가 판을 쳤다. 벌써부터 신당 주변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해 ‘제2의 DJP연합’을 구축하고, 고 전 총리를 내세우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의 3자 대결구도가 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들 한다.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정책도 노선도 없이 그저 충청표+호남표로 계산되는 지역구도의 정치 역학을 언제쯤 탈피할 수 있을지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지금 신당이든 기존 정당이든 “왜 조직도, 세력도 없는 고건씨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가”하는 질문을 진지하게 해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만이 ‘고건 1위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재신임 국민투표 용의, 대연정 제의 등 예측을 불허하는 정치 패턴,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 사회 갈등의 증폭 등 임기 전반에 나타난 불만 요소들이 안정된 정치, 경륜 있는 행정, 화합형 리더십 등을 희구하는 여론으로 결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대권 경쟁은 인물도 중요하지만 정책 없는 인물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본다. 진정으로 ‘피플 퍼스트’를 하려면 지역 짝짓기 위에 인물을 얹어 놓으려 할 것이 아니라,‘국민 제일주의’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동·서양 영화 결합해야 세계서 인정”

    ‘아시아의 스필버그’로 불리는 홍콩의 쉬커(徐克)감독과 배우 양차이니(楊采 ), 전쯔단(甄子丹), 쑨훙레이(孫紅雷) 등이 영화 ‘칠검’ 홍보차 13일 한국을 찾았다. 영화 ‘칠검’은 중국의 무협소설가 양우생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홍콩·중국·한국 합작으로 만들어진 작품.166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무술을 금지하는 ‘금무령’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검객 7인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무협물이다. 올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쉬커 감독 등은 한국 배우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소연과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보람영화사의 이주익 대표와 함께 13일 오전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연 배우인 리밍(黎明)은 개인사정상 참석지 못했다. 쉬커 감독은 “원작 소설이 워낙 긴 내용이라 어떤 부분을 삭제하고 강조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동양 특유의 색채가 짙은 액션을 통해 무협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그는 “동양의 영화가 서구 영화와 결합해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고 강조하면서 “한류는 한국의 좋은 작품과 배우들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생각하며,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조선에서 잡혀와 초소남과 사랑에 빠지는 노예 녹주역을 맡은 김소연은 “영화를 통해 훌륭한 감독과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특히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해 세계적인 영화인들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29일 국내 개봉되는 ‘칠검’은 ‘한국특별판’으로 2시간 30분에 달하던 본래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줄이고, 전쯔단의 대사도 한국어로 더빙하는 등 한국 관객들을 배려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런 전공] 화장품과학

    직업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는데 맞춰 특색있는 학과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 학과를 졸업하면 곧바로 관련 분야로 진출해 전공을 활용할 수 있다. 대입 시즌을 앞두고 이색 학과를 연속 게재한다. 자동체, 반도체 산업과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사람의 생리에 맞는 천연 신소재 개발은 물론 기초·색조·모발 화장품과 향수 연구·개발에 관한 분야를 공부한다.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은 화학이다. 기초 화학 및 실험, 유기화학, 생화학, 생리학 등 기초 화학 과목에서부터 화장품 개론, 기초 화장품 제조 실험, 화장품 물성 분석, 색채학 등 화장품 제조 관련 과목, 피부 노화 및 면역학, 피부미용학, 스킨케어 관리학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 졸업하면 화장품 제조업체나 재료업체, 관련 연구소, 제약업체, 수입업체, 피부 미용 관련 업체 등에 취업할 수 있다. 생명공학 관련 회사나 연구소,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 관련 국가 공무원으로도 길이 열려 있다. 피부미용관리사나 메이크업분장사, 위생사, 산업위생관리기사, 산업안전기사, 고분자제품제조기사, 공업화학기사, 화학분석기능사 등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 현재 학과가 개설돼 있는 곳은 충북 영동대와 충남 중부대 등 두 곳이다. 수능 반영비율은 영동대의 경우 언어(40%)+외국어(30%)+과학탐구(30%), 중부대는 언어와 수리, 외국어 가운데 두 영역 성적을 각 40%, 과학탐구 20% 반영한다. 비슷한 학과가 개설된 곳도 있다. 대전 배재대의 분자과학부 향장화학, 대전 목원대의 생의약화장품학부의 화장품, 대구한의대의 화장품약리 전공 등이 있다. 배재대는 언어와 수리, 외국어 가운데 두 영역을 각 40%, 과학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가운데 한 영역을 20% 반영한다. 목원대는 언어·수리·외국어 가운데 두 영역을 각 40%, 과학탐구를 20% 반영한다. 대구한의대는 언어와 수리 중 한 영역, 외국어, 과학탐구를 각 3분의1씩 반영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책꽂이]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서하진 지음, 창해 펴냄)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중산층 주부 연수는 어느날 남편의 애인에게서 ‘떠나달라’는 경고성 전화를 받고, 익명의 남자가 보낸 꽃다발을 배달받는다. 두가지 사건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찌든 연수에게 새로운 삶의 욕망을 불어넣는다. 청계천 복원 기념사업의 하나인 ‘맑은내 소설선’의 두번째 작품으로, 오간수교를 소재삼았다.8000원.●그런데, 소년은 눈물을 그쳤나요(이재웅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난 이미 늙은 소년이었다.’는 황량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열두살 소년의 성장기.‘나’는 몸을 파는 누나의 곁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지독한 가난을 대면하며 자본주의가 빚어낸 비인간적인 현실을 고발한다.2001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번째 장편소설.9000원.●새의 노래(시배스천 폭스 지음,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펴냄)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사랑에 실패한 뒤 프랑스 전장으로 뛰어든 한 영국인 청년의 눈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한다. 전쟁과 로맨스가 조합된 탁월한 서사시를 그리는 작가로 유명한 시배스천 폭스의 대표작.1만 2000원.●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데라야마 슈지 지음, 김성기 옮김, 이마고 펴냄)1960∼70년대 문학, 연극,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위적인 활동을 펼쳤던 일본 예술가 데라야마 수지의 수필집. 도발적인 상상력과 역설로 가득한 내용은 사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인기가 식지 않는 까닭을 엿보게 한다.1만 2000원.●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이홍섭 지음, 세계사 펴냄)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강릉, 프라하, 함흥’‘숨결’등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서정성과 불교적 색채가 짙은 시어들로 맑고 투명한 삶의 풍경과 무욕의 세계를 그려낸다.6000원.●빛나 보이는 것, 그것은(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아쿠타가와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등 일본 문단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휩쓴 작가의 가족소설.16세 소년 에도 미도리가 별난 가족들과 살아가면서 겪는 성장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9500원.
  • [마광수의 섹스토리] (14) 하느님은 야한 휴머니스트다

    [마광수의 섹스토리] (14) 하느님은 야한 휴머니스트다

    나는 젊은 여자이다. 나는 어느날 대낮에 문득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우리 집이 아니었다. 원색의 물방울이 통통 튀어오르는 이곳이 어딘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저 멀리서 까만 피부의 육감적인 여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키가 한 175㎝ 되어 보이는, 카펫처럼 뒤로 축 늘어진 여자의 머리카락은 투명한 것 같기도 하고 금빛 같기도 하고 은빛 같기도 해서,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햇빛에 비추어 뭔가 자꾸 반짝반짝거려서 얼굴은 통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대비되는 스판덱스 하얀색 탱크톱을 가슴 언저리에 걸친 그 여자는, 호피 무늬의 일본식 부르마를 입고 있어 귀여운 고등학교 학생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저 호피무늬로 봐서는 정글의 왕자 타잔의 애인인 제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탱크톱과 부르마 안에 있는 가슴과 엉덩이는 바늘로 콕 찌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가슴에서 배꼽으로, 배꼽에서 등 뒤로 연결된 ‘도롱뇽 문신’이 그녀의 피부를 더 탄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배꼽과 골반은 피어싱을 하여 직경 8㎝의 여러 고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배꼽과 짧은 옷들에 비해 신발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굽 높은 빨간색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부츠가 타이트하게 다리를 감싸쥐고 있어서 그녀가 내 앞으로 걸어올 때마다 다리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지될 정도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보니, 반짝거리는 것이 목걸이와 귀걸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백 개의 총천연색 비즈로 연결된 목걸이는 그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옆에 있는 비즈로 인한 빛이 충돌되어, 새로운 빛깔의 아름다운 색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귀걸이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져,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맞부딪치며 짜르르 하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보인다. 비즈 목걸이로 인해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있다. 완벽한 몸매만큼이나 얼굴도 그 자체가 예술이다. 그녀의 형광톤 연두색 속눈썹은 뜨거운 태양빛을 차단할 수 있는 차양 효과를 지닐 만큼 길고 풍성하다. 당장이라도 빨려들어갈 만한 커다란 눈은 한 쪽은 연보라색, 다른 한 쪽은 오렌지색인 ‘오드 아이’다. 눈 바로 아래에는 눈물점 같이 다이아몬드를 박아 놓아 청순한 매력까지 느껴진다. 높진 않지만 꽤 오똑한 코,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크고 도톰한 입술이 관능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여자가 누구일까? 그녀가, 누워 있는 나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끼워진 가지각색의 반지에는 금줄이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일어났다. “오우, 젊은 여인이여, 네가 바로 야한 여자로구나!” 나는 이 여자가 나를 ‘야한 야자’로 인정해줬다는 사실에 놀랐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알고 있죠?” “난 다름아닌 ‘하느님’이니라. 너는 나를 그저 보통 여자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맙소사! 이렇게 관능적으로 생긴 여자가 하느님이라니! 지난 22년간 살면서, 그리고 19년간의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는 하느님이 여자일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더군다나 마릴린 먼로보다 더 멋진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자라니! 나는 그녀의 손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관능의 군침’을 삼켰다. 길디 긴 손톱들이 나의 레즈비어니즘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지간에, 일단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모두 천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 환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천국 또는 지옥으로 갈 것인지 점수를 책정하는 적격심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 내가 있는 곳은 적격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쉴 수 있는 쉼터 비슷한 곳인데, 여기서 최대한 이틀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말을 듣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쓰러져 있던 풀밭은 이 평원에서 아득히 먼 곳까지 이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풀과 나무, 꽃들이 산재해 있었다. 공기도 어찌나 맑은지 지상세계에서 안구건조증으로 안약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던 나였지만 여기서는 안약은커녕 눈에 핏줄 하나 서지 않았다. 나는 하느님의 이야기가 끝난 후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러면 이곳에는 오고 가는 사람만 있겠네요? 저는 이렇게 푸른 나무와 꽃들이 있는 곳이 너무나 좋아요. 여기서 더 머물 수는 없을까요?” 그러자 ‘하느님’은 이렇게 대답했다.“얼마든지…. 이곳의 공식 명칭은 사실 ‘야하디야하라’일세. 그리고 이곳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영혼들을 달래주고 적격심사장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두 명 있지. 그들의 이름은 지구상에서는 ‘아담’과 ‘이브’로 알려져 있지. 지구상에서 제일 많이 팔린다는 ‘성경’이란 책을 보면, 그들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나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내가 곧바로 응징을 내리는 것으로 쓰여 있지만 그것은 다 억측일 뿐일세. 자 나를 보게. 내 요염한 모습을…. 내가 그렇게 매몰차게 보이는가? 사람들은 날 존경하는 듯한 입에 발린 말을 할 대로 다 해놓고서, 아담과 이브에게 바로 죄값을 치르게 하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내고 말았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성경’이라는 책에는 내가 이브에게 아이를 낳는 고통을 주고, 아담에게는 땀을 흘리고 일을 해야만 하는 고통을 주었다고 나와 있더군. 사실 그건 내가 준 벌이 아니라네. 특히 성욕은 다만 자연적인 욕구일 뿐이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가 무엇인지 아는가?대부분 ‘식욕’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식욕 이전에 ‘성욕’이라는 강한 욕구가 잠재해 있다네. 그럼 ‘배가 고파 죽겠는데 어떻게 성욕이 생길 수 있느냐.’는 반문이 곧 튀어나오겠지.…물론 인간의 생명활동을 일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식욕이네. 하지만 식욕의 대상, 즉 음식물은 어디서 오는가? 잘 생각해 보게.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은 육식이건 채식이건 모두 성욕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들이야. 즉, 생식욕구로 인해 동식물들이 생산해 놓은 씨앗, 열매, 고기들이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인 걸세. 결국 우리의 생명활동에 일차적으로 중요한 식욕 역시 성욕의 도움을 받아야만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 이브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갖게 된 것은 죄값으로 받게 된 것이 아니야. 그건 섹스에 부수되는 또 하나의 ‘즐거운 고통’일 뿐이지. 그리고 아담이 땀 흘리고 일을 한다는 의미는 지상 인간들이 해석한 직업적 개념의 ‘일’이 아니야. 아담의 진짜 ‘일’은, 여자와의 인터코스로 인해 땀을 흘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네.” 나는 하느님의 색다른 논리에 순간 당황했다. 아담과 이브의 잘못으로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원초적 본능’으로 인한 즐거움이 그들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그러나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하느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겨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할 땐 어쩌죠? 저는 혼자 있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요.” “내가 필요할 때는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큰 소리로 외치게. 내가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지만, 이 말 역시 ‘주여, 왜 날 버리시나이까?’란 뜻이 아니라네. 진짜 뜻은 ‘주여, 감사함에 몸서리칩니다.’라는 의미일세. 내 원 참, 지상세계 인간들은 뭐든지 자기 스스로에게 편한 대로 해석을 해서 문제야. 내가 예수를 꼭 낳고 싶어서 지상에 내려가 예수를 낳았지. 어쨌든 예수는 나의 아이네. 아이 낳고 몸이 망가질까봐 천사에게 섹스하는 일을 대신 시켰지만 말이야.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구원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하느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지금까지 내가 속고 살아온 기분이 들었다.‘종교’라는 것을 만들어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기술한 사람들이 가증스럽고 우스워졌다. 무엇보다도 나는 하느님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유쾌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쳤다. “페미니즘 만세!…여자 하느님 만세!”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럭셔리 리조트 허니문

    ‘동화속 궁전같은 예쁜 파빌리온,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로맨틱한 저녁 식사’올 가을 허니문의 새로운 트렌드는 ‘럭셔리 리조트’. 관광보다는 고급 리조트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려는 추세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로’ 보다는 ‘어떤 리조트로’가 오히려 중요한 선택 요소로 바뀌었다. 호텔과 달리 독립 별장형인 리조트에는 간섭받지 않는 자유가 있고, 안락한 쉼이 있다. 한적한 열대 해변에서 휴양을 즐길 수 있고 스노클링과 카누, 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스파(spa)가 준비돼 있다. 이런 점에서 태국 크라비의 라야바디 리조트는 새롭게 떠오르는 허니문 명소다. 하룻밤 숙박료가 100만원에 이르지만 전세계 수많은 허니무너들이 라야바디의 매력에 이끌려 이 곳을 찾는다.‘공주의 땅’이라는 의미가 담긴 라야바디는 둘만의 로맨틱한 첫날밤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크라비(태국)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버섯지붕 그네소파 공주병은 이곳 풍토병 재스민 향기 넘치는 ‘공주의 땅’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라야바디 리조트(www.rayavadee.com)와의 첫 만남은 상큼한 재스민 향기로 시작한다. 리조트 직원들이 환영 인사와 함께 건넨 ‘갈렌’(재스민 꽃으로 만든 화환)은 쌓인 여독을 한꺼번에 풀어준다. 간단한 체크인을 거쳐 만난 곳은 독립 별장형 ‘파빌리온’(papilion). 해변 안쪽 야자수 숲속에 육각형 모자를 쓴 방갈로인 파빌리온은 동화 마을을 연상시키는 예쁜 궁전이다. 그야말로 ‘공주의 땅’임을 실감케 했다. 리조트내에는 104개 파빌리온이 있다. 구조는 1층 거실과 2층 침실로 이뤄진 단독 빌라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빌라 곳곳에는 조각품과 미술품들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1층에 있는 그네 소파가 인상적이다. 외부와 내부 인테리어는 태국 전통양식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 더없이 아름답다. 내부는 고급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2층 욕실에는 아담한 욕탕에 리조트에서 직접 만든 비누와 보디로션 등이 갖춰져 있다. 건물은 시암건축학회로부터 건축상을 받고 태국관광청으로부터 남부지방 최고의 숙박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남아 최고의 리조트로 1996년에는 ‘엑설런트 어워드’도 수상했다. 허니무너들이 즐겨 사용하는 딜럭스 파빌리온(77개)은 개인적으로 예약할 경우 공시 가격이 1박에 3만 5000바트(91만원 정도)로 태국은 물론 세계 다른 휴양지에서도 손꼽히는 톱클래스 리조트다. 철저한 사생활이 보장돼 있어 공개하지는 않지만 해외 유명 연예인들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라야바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한적한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리조트 지역은 섬이 아닌 육지지만 석회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크라비 공항이 있는 시내에서 들어올 때 보트로만 출입할 수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공항에서 타라 부두까지 리조트 전용 밴을 타고 온 뒤 다시 전용 보트를 타고 10∼15분쯤 걸린다. 로맨틱한 프라낭 비치의 일몰 라야바디는 남마오·라일레이·프라낭 등 3개의 해변을 끼고 있다. 해변의 길이가 1㎞ 남짓해 해수욕은 물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리조트는 한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걷는 게 귀찮다면 파빌리온에서 전화 ‘0’을 누르고 ‘버기(Buggy) 플리즈’라고 하면 버기(리조트내를 오가는 소형차)가 문 앞까지 온다. 주로 선착장 등으로 이용하는 남마오 비치는 주변 절경이 아름답다. 해변을 끼고 펼쳐진 주변 경관은 중국의 계림을 연상시키는 석회암으로 된 기암괴석들이 짙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기암괴석들이 라야바디를 아무도 육로로 접근할 수 없는 은밀한 낙원으로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압권은 프라낭 비치. 대부분의 허니무너들은 프라낭 비치를 좋아한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의 절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해수욕은 색다른 재미다. 특히 비치에 있는 석회암 동굴 그라토(Grotto) 안에서 식사를 하며 바라보는 석양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온다. 식사 메뉴는 해산물과 바비큐 등 리조트 일류 요리사들이 직접 나와 조리를 하는데 맛이 일품이다. 동굴 안이라서 모기가 많은 것이 흠. 하지만 직원들이 친절하게 몸에 뿌리는 모기약을 뿌려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해변에서 보이는 ‘해피 아일랜드’는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을 불렀던 셀린 디옹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는 곳이다. 썰물때는 걸어서 섬까지 다녀올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전통 타이식당인 크루아(Krua)에서는 먹기가 아까울 만큼 예쁜 ‘비혹’(Vi Hok)이라는 요리와 게요리를 즐길 수 있다. 로맨틱한 쪽빛바다 라야바디 리조트 앞바다는 하늘 빛을 그대로 담았다. 리조트와 인접한 바다는 평범한 바닷물 빛이지만 이곳에서 조금만 나가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물빛이 아름답다. 그래서 대부분 허니무너들은 리조트에서 제공한 전용 보트를 타고 앞바다로 향한다. 이 곳에서 피피섬까지는 배로 1시간 남짓 걸리는데 그 곳까지 갈 필요없이 30분 거리에 있는 코씨섬과 텁 아일랜드만 가도 ‘아이스 블루’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물빛을 만난다. 목적지는 바닷물이 유리알처럼 투명한 코씨섬의 샤크 포인트. 가는 길에 ‘르오야오’라 불리는 롱테일보트들이 속속 예쁜 섬들을 찾아 모여 든다. 스피드 보트는 하루 대여료가 30만원을 호가하지만 6명이 탈 수 있는 롱테일보트는 하루 4만 5000원 정도(1500바트)로 저렴하다. 샤크 포인트에는 미리 호주, 일본 관광객들이 호핑을 즐기고 있다. 바닷물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맑다. 물에 준비해 간 빵을 던지자 열대어들이 몰려든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 빵을 손에 들고 있자 고기가 손에 달려든다. 물 아래에는 산호가 하늘빛에 아름답게 비친다. 1시간의 호핑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크라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텁(Tup) 아일랜드. 크라비를 소개하는 안내책자나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이 섬은 썰물때면 인근 모어섬과 치킨 아일랜드와 연결이 되는데 푸른 바닷물 사이로 걸어서 다녀올 수 있다. 해변에서의 점심은 또 한번의 감동이다. 대부분 1회용 플라스틱 도시락에 점심을 먹는데 라야바디는 직원들이 해변에 접시며 포크, 나이프 등을 세팅해 놓고 점심을 제공한다. 아이스박스에 얼려온 시원한 음료도 갈증을 충분히 날려준다. 호핑투어를 마친 뒤 스파 파빌리온에서 즐기는 스파 마사지는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준다. 고급스러운 데크에서 즐기는 스파는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또 저녁 10시까지 운영되는 게스트 서비스 라운지에 들르면 무료로 책과 각종 DVD 등을 빌려 볼 수 있으며, 한국어가 가능한 인터넷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여행 메모 크라비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방콕에서 국내선을 타고 들어간다. 인천에서 방콕까지 5시간, 방콕에서 크라비까지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푸껫에서 크라비까지 버스가 운행되는데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타이항공이 하루 3차례 운항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환율은 1바트에 25원(매매기준율). 건기인 10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여행하기 가좋다. 허니문 상품은 전문여행사인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에서 판매한다.3박5일에 159만 9000원. 쓰나미로 10만∼20만원 정도 낮아진 값이다.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하면 라야바디에서 3박을 하며, 밤 비행기로 출발할 경우 방콕 콘라드 호텔에서 1박을 하게 된다. 그라토 저녁 식사를 비롯해 전일정 최고급 리조트 식사가 포함된다. 여행사 직원이 리조트에 상주하고 있어 여행에 불편이 없다.(02)536-4200. ■신혼부부들이 뽑은 럭셔리 리조트 Best 허니문 전문여행사인 가야여행사에 따르면 올가을 허니문 트렌드는 ‘해변이 아름다운 동남아 지역의 럭셔리한 리조트에서 오붓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허니무너들은 70∼80%가 비행시간을 고려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를 여행지로 택하고, 숙소는 고급 리조트를 선호한다. 관광보다는 리조트에서의 휴양과 해양레포츠, 스파 등을 즐기며, 일정은 5∼6일 일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니무너들이 선호하는 허니문 명소 4곳을 뽑아 소개한다. (1) 개인풀서 석양보며 그녀와 수영을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섬에서 석양으로 유명한 짐바란 해변의 부키트 페르마이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7개의 빌라마을에 위치한 총 147개의 단독빌라와 환상적인 개인풀이 있다. 짚으로 장식된 발리 전통 스타일의 인테리어, 환상적인 발리의 공예품, 화려한 색채와 무늬의 직물들로 한껏 사치를 부린 빌라에서 포시즌만의 호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짐바란 베이를 바라볼 수 있는 개인풀은 마치 바다의 한 조각을 떼어 놓은 듯 반짝인다. 유럽풍 욕조와 샤워시설이 갖춰져 대리석으로 마감된 개별 욕조 안에서는 향기로운 꽃잎들과 허브로 피로를 씻을 수 있다.1박에 550달러(약 55만원)부터. 홈페이지 www.fourseasons.com (2) 진주같은 바다서 그이와 해저산책을 ‘진주조개 농원’이라는 뜻의 펄팜 리조트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 사말섬에 둥지를 틀고 있다. 무인도처럼 조용한 리조트는 다바오에서 배로 45분 거리이다. 남중국해를 바라보고 있는 코티지는 필리핀 전통 양식에 따라 대나무 등 재활용이 가능한 천연재료로 만들어졌다. 아쿠아스포츠센터에는 스노클링을 비롯해 카누와 카약,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윈드 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다. 다트와 당구, 테니스, 농구, 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완비돼 있다.1박에 185달러(약 18만원)부터. 홈페이지 www.pearlfarmresort.com (3) 광활한 모래사장 저편에 우리 미래가…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에 위치한 채러팅은 문명을 떠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자 하는 허니무너에게 제격이다. 광활한 모래사장 저편으로 아름다운 남중국해가 펼쳐지는 판타이 해변과, 울창한 열대의 정글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해변은 수십m를 걸어나가도 허리 정도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얕아 스노클링과 윈드서핑, 세일링, 카약 등 각종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5백만 유로를 투자해 개보수를 마치고 트라이던트 4개급 빌리지로 재탄생하였고, 세계 최고의 스파 체인 만다라가 운영하는 스파 빌리지를 강화했다.5박6일(항공포함) 딜럭스 패키지의 요금이 1인 144만 6000원부터. 홈페이지 www.clubmed.co.kr (4) 케빈 코스트너도 빠져버린 태고의 자연태고의 자연과 현대의 문명이 어우러진 호주 최고의 리조트. 호주 북부 퀸즐랜드 해안의 동쪽에서 33㎞ 떨어진 헤이만 섬에 있다. 시설이 워낙 고급이라 호주에서도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귀족 리조트다.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도 이 곳의 단골로 알려져 있다.1987년에 문을 연 리조트는 미국 여행잡지인 트래블 앤드 레저에서 실시한 리서치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호텔’,‘태평양 지역에서는 제일 좋은 호텔’ 등으로 선정됐다. 고운 모래 해변과 울창한 열대숲, 쾌적한 기후, 프랑스 이탈리아 아시아요리 등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리조트로 첫손에 꼽히는 곳이다. 요금은 620 호주달러(약 48만원)부터. 홈페이지 www.hayman.com.au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5) 천연염색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5) 천연염색

    ‘살짝 물들인 듯한 쪽빛 명주색의 새벽’,‘홍화로 잘 염색한 모시를 닮은 저녁노을’(詩 : ‘노을의 연가’에서 ). 우리 하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천연의 식물에서 색소를 추출하여 수많은 색을 창출한 우리민족의 감각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색채문화는 유구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는 천연의 재료로 채색되어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풀꽃으로 물을 들여 옷을 입었다. 한해살이 쪽으로 청(淸)을 내고, 괴화로 황(黃)을, 잇꽃으로 홍(紅)을 물들였다. 거기에 소귀나무 열매인 양매로 흑(黑)을 내고 옷감색인 백(白)을 포함해 오방색으로 생활 속에서 멋을 부렸다. 거의 모든 천연염료는 약재나 식용으로 사용되므로 이를 소재로 염색을 할 경우 독성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약리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00여년 동안 우리민족과 숨결을 같이했던 천연염색은 색상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화학염색에 비해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첨가하는 매염(媒染)제의 종류와 양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가슴이 아리도록 우리의 정서에 깊이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다. 천연염색은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전통색채의 마술(魔術)인 것이다. 사진 글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염색장 중요 무형문화재 115호 정관채씨 “합성염료 때문에 우리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지만 우리생명의 본향이 전통인 걸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한 때 중학교 미술교사였던 정관채(48·염색장,2001년 중요 무형문화재 115호 지정)씨는 고향인 나주에 공방을 짓고 쪽을 재배하며 염색장의 맥을 잇고 있다. 쪽염색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늘어나는 것이 큰 보람이다.“치자나 쪽으로 물들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 외국인들을 상상해 보세요.” 제자 대부분이 한복제작자, 대학강사,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이 좋은 작품을 내도록 도와서 전통염색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게 꿈이란다. “농사에 들이는 정성과 자연에서 잠시 색을 빌리겠다는 겸손함이 있어야 고운 마음의 색깔을 낼 수 있지요.” 직접 농사를 지어 염료를 수확하는 정씨는 재능보다 물들이는 사람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책꽂이]

    ●랄랄라 하우스(김영하 지음, 마음산책 펴냄) 경쾌한 제목처럼 내용도, 형식도 톡톡 튀는 산문집. 작가가 운영하는 미니 홈피의 틀을 그대로 가져왔다. 소소한 일상사, 문학에 대한 생각, 독자들과의 소통흔적 등이 ‘프리토크’‘사진첩’‘방명록’으로 구분돼 실렸다. 작가의 말처럼 “친구집에 놀러가서 친구가 올 때까지 남의 방에서 뒹굴면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하기”좋은 책이다.9900원.●불륜과 남미(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뜨거운 태양과 대자연의 풍광이 어우러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빚은 일곱편의 단편소설집.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색채감과 분위기를 잘 살린 하라 마스미의 그림과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사진이 눈을 즐겁게 한다.1만원.●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야사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살아있는 터키의 신화로 불리는 작가의 소설선. 납치혼과 명예살인에 희생되는 여인의 삶을 그린 표제작과 오스만제국과 쿠르드족의 갈등을 풍자한 ‘아으르 산의 신화’등 전통과 악습으로부터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8500원.●그후, 일테면 후일담(김영현 지음, 천년의시작 펴냄) 소설가 김영현이 ‘남해엽서’(1994),‘겨울바다’(1988)에 이어 내놓은 세번째 시집. 오십줄에 들어선 작가는 ‘외줄 자전거를 타는 소녀’처럼 아슬아슬하게 감내해온 삶의 긴장을 반추하고, 인생의 허망함을 성찰한다.6000원.●그 여자의 자서전(김인숙 지음, 창비 펴냄)‘감옥의 뜰’로 올해 이수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작가의 신작 소설집. 어느 졸부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여성작가가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남편과 헤어지고 중국으로 건너온 ‘나’의 이야기인 ‘바다와 아이’, 실연의 상처로부터 기억과 정체성의 의미를 묻는 ‘밤의 고속도로’ 등 8편을 묶었다.9500원.
  • [유망 자격증 20선] (2)컬러리스트

    [유망 자격증 20선] (2)컬러리스트

    기능보다는 비주얼이 주목받는 시대. 디자인적인 요소가 부각되면서 각광받는 국가자격증이 있다. 바로 ‘컬러리스트’ 자격이다. 색(color)전문가로 최근 이색직업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색채를 분석하고 개발하는 전문 컬러리스트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색채가 들어가는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 자격증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컬러리스트 강점이다. ●다양한 활용, 만족도 높아 자격 취득자의 활동 영역도 그만큼 다양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인테리어, 웹디자인, 광고홍보, 캐릭터마케팅, 섬유디자인, 구매담당(MD), 교사, 헤어디자인,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등등 자격 취득자의 진출분야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또 컬러리스트 자격은 활용도가 높다 보니 취득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삼성에버랜드 디자이너 2년차인 김정민씨는 “컴퓨터그래픽을 통한 실내설계를 맡고 있는데 색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 디자인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뿐더러 인사카드에도 자격취득 사실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국가자격으로 신설된 지 3년 남짓만에 인기가 대단하다. 컬러리스트기사 자격의 경우 2002년 신설 당시 2000여명이 응시했지만,2년 후인 2004년에는 지원자가 1만여명으로 5배가 늘었다. ●그룹스터디로 시험 대비 컬러리스트 자격증은 기사자격과 산업기사자격으로 나뉜다. 현재 컬러리스트 기사는 3300여명, 컬러리스트 산업기사는 3100여명이 배출됐다.80%이상이 여성이며, 디자인 전공자가 대부분이다. 기사자격의 경우 4년제 대학 졸업자나 관련분야의 경력이 4년 이상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산업기사는 2년제 대학의 학력이나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시험은 필기 및 실기시험으로 치러진다. 필기시험 과목은 기사의 경우 ▲색채심리·마케팅 ▲색채디자인 ▲색채관리 ▲색채지각론 ▲색채체계론 등이며 산업기사는 ▲색채심리 ▲색채디자인 ▲색채관리 ▲색채지각의 이해 ▲색채체계의 이해 등이다. 또한 실기시험을 위해서는 색채의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비효과 표현도 능숙해야 한다. 특히 기사자격 시험에서는 색채계획서 작성은 물론 도면작성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하지만 특별히 수험서나 학원수업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그룹스터디를 통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졸업반인 김민경씨는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주위에서 컬러리스트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친구들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컬러리스트 준비카페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

      수중결혼식 비용 모두 2만원, 답례품은 사진 든 예쁜 카드로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한국 최초의 수중결혼식이 12월 14일 하오 2시 수심 3m의「워커힐·풀」속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7번째인 이 수중경사를 구경하려고 모여든 인파는「워커힐·풀」을 가득 채웠는데 하객들은 모두 신발을 벗어 들고 입장. 구두가 뒤바뀌는 소동도 벌이고. 7백여 하객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 먼저 신랑인 현용남(玄勇男)(30·기독교방송근무)군이 물속에 입장, 다음 신부인 이애자(李愛子)(25·기독교방송근무)양이 노란「스폰지」로 된 수중「드레스」에 면사포를 쓰고 물속에 입장. 식은 수심 3m의 물속에서 진행되어 하객들은 장내에 특설된「마이크」를 통해『지금 결혼서약서에「사인」했습니다』『이제 곧 한국최초, 아니 세계최초의 수중「키스」가 있겠습니다』하고 소개되는 것으로 겨우 식의 진행을 알 수 있는 정도. 그동안 하객들은 물위에 떠있는 흰 꽃송이 5, 6개가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모습과 때때로 흰 물거품이 솟아오르는 것만을 구경하고 있을 뿐. 신랑의 할머니뻘 된다는 한 할머니는 흰 물거품이 솟아오를 때마다『저거 저러다 물먹는 거 아니냐?』고 초조해 하기도. 고대(高大) 밴드가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드디어 수중결혼식의「클라이맥스」인「키스」가 성공한 순간 두 개의 소형 축포가 터지고 색채도 선명한「핑크」빛 축연(祝煙)이 물속에서 솟아올라 장내는 삽시간에「핑크·무드」. 식이 끝난 후 신랑 현용남씨가 밝히는 바로는, 이 진기한 수중결혼식에 든 비용은 모두 2만원. 청첩장은「스쿠버·다이빙·클럽」에서 찍어주고「워커힐·풀」은「워커힐」측이 무료제공. 대신 이 두 원앙은 첫날밤을「워커힐」에서 지냈다.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겐 예쁜「카드」가 답례선물로 주어졌는데 이「카드」엔 수중결혼식 광경사진이 들어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2/22 제1권 제14호 ]
  • 中 수묵화엔 한류의 얼굴이…

    ‘동양 철학과 미학의 만남, 수묵화’. 수천년에 걸친 전통 양식의 수묵화가 현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계승되고 변화되었을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한국과 중국의 수묵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중 현대수묵전’에서는 수묵화의 전통을 어떻게 하면 현대의 문화에 맞게 표현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온 양국 현대 수묵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등샤오밍 리화성 통중다오 등 중국 작가의 작품 70여점, 서세옥 유근택 송수련 등 한국작가의 5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한국과 중국은 ‘동시대성’이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중국 황이한의 ‘중국신인류’(2004)는 가슴을 드러낸 여인을 비롯해 패왕별희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여인, 우리 가수 HOT 멤버의 얼굴 등을 표현, 중국 젊은세대가 이끄는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렇듯 중국 현대 수묵화에는 일상 생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서양화의 조형관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을 반영,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방정책이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변화된 사회현실과 새로 유입된 문화 영향이 현대 수묵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번 작품을 낸 중국 작가들은 심천시의 공공미술기관 중 하나인 심천화원 소속작가들. 심천화원은 10여명의 작가에게 작업장과 연구시설을 공동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현대수묵화는 선배들이 추구해 온 추상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홍석창의 ‘수묵조형’(2002)은 한국화에서 추상의 영역을 확립한 서세옥 등의 작품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다. 다만 먹빛 외에 약간의 색채가 삽입되고 구도가 더 복잡한 점이 다르다. 한국 현대 수묵화의 역사는 50년대 이후 수묵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있다. 전시에 출품한 한국작가들은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수묵화단을 이끈 작가들이다. 시립미술관 김학량 큐레이터는 “수묵화의 고답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대 삶과 어울리는 수묵화를 창조해내는 양국 수묵화가들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했다. 새달 18일까지(02)2124-8800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터치 아프리카/정해종 지음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언 킹’에 자주나오는 말 ‘하쿠나 마타타’를 기억하시는지? 동부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는 스와힐리어인 이 말의 의미는 ‘걱정하지 말아요.’로, 일상 속에 뿌리박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의 근성이며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지 않는 이상 화급을 다투는 일이 없을 듯한 아프리카인들. 이들의 시간 감각은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는 완만함이라는 정신의 소산이 아닐까?‘터치 아프리카’(정해종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는 ‘원시성’‘굶주림’‘게으름’ 등 수많은 부정적 이미지들로 도배된 아프리카의 외피를 뚫고 들어가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프리카인들의 진정성을 들여다본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제3세계 미술로서는 예외적으로 이미 70년대 전 세계에 선보인 쇼나 조각과 철기시대 이전의 떠돌이 삶을 유지해온 부시먼들의 평면 예술을 펼쳐보인다. 일찍이 11세기에 거대한 석조 유적을 남길 정도로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쇼나족.‘돌로 만든 집’이란 의미의 짐바브웨를 구성하는 민족중 70%를 차지하는 쇼나족들은 이제 다시 그들 안의 ‘정령’을, 급변하는 사회에서 잊혀졌던 내밀한 신앙을 돌 위에 고백하듯 조각하고 있다. 단단한 돌을 기계의 도움 없이 일일이 손으로 깎아 만들어낸 부드러운 아름다움, 단순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 속에 엿보이는 고난의 천진한 승화. 쇼나 조각은 오히려 속도와 돈에 휩쓸려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자본주의 문명사회의 미술을 초라하게 만든다. 극도로 원시적인 농경 형태조차 이루지 못하여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열등한 종족 취급을 받았던 부시먼들은 어떤가. 이들은 동굴 바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술작품을 남겼던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지금은 종이 위에 그들의 꿈과 희망을 그리고 새긴다. 때문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무엇이 원시적이고 미개하다는 것인가?오히려 개념을 비틀어 모호성 속에 숨기거나, 관념적 주제에 빠져 기계적으로 작품을 생산하거나, 복잡한 재료와 기법으로 포장한 작품들보다 그들의 단순성이, 누구에게나 여과 없이 와닿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훨씬 세련되고 현대적이지 않은가?” 남아공의 작은 도시인 나이즈나의 미술품인 ‘라피아 클로스’에서 저자는 이응노 화백의 문자 추상 작품을 본다. 야자나무 섬유를 이용해 짠 직물에 손바느질로 박아놓은 전통문양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형태와 몹시 흡사하다. 궁벽한 삶과 문화적 촌티가 낳은 물건이 20세기에 이르러 유럽을 중심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왜인가? 이는 문양의 배치 자체가 현대의 서양 추상 미술 작품에 비해 전혀 손색 없는 조형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들의 미술이 퇴행적이라 할지도 모른다. 이들은 왜 현대를 얘기하지 않고, 조상과 옛 이야기만을 고집하느냐고.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그들이 생각을 멈춘 게 아니라 일관된 신념을 버리지 않는 것이며, 그것이 진실에 가깝다는 믿음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시인이면서 출판기획자로 오래 활동한 저자는 새 천년 시작과 함께 아프리카 미술 전문 기획자로 변신, 굵직굵직한 전시를 통해 국내에 아프리카 미술의 진수를 선보여 왔다. 덕분에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젠 쇼나 조각과 부시먼들의 평면 미술이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저자는 그러나 책을 통해 단순한 아프리카 미술로의 안내를 넘어 아프리카 그 자체의 정체성에 접근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작가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꿰뚫는 아이덴티티 말이다. 그들은 말한다.“우리는 단순함을 가장 미덕으로 여겨왔고 그 힘으로 현대를 견디어 왔으며, 자연을 거슬러본 적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자연의 사람들”이라고.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고향에 묻혀 ‘제주화풍’ 외길 변시지 화백

    고향에 묻혀 ‘제주화풍’ 외길 변시지 화백

    바다와 산이 온통 황토빛이다. 어찌 색의 구별이 없을까만, 평생 제주 바다를 응시해온 노(老)화가는 파도와 바람, 조랑말이 어우러지는 무채색의 진풍경을 길어올렸다. 30년동안 제주도에 묻혀 살며 한국의 전통미를 추구해온 변시지(79) 화백. 그의 그림에는 자연과 인간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경지가 담겨 있다. 황토빛 바탕에 먹빛, 두가지 색뿐이다. 여기에 단순한 구도를 통해 깊은 심연에 감춰진 제주도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변시지처럼 색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역설적으로 색감이 느껴지도록 표현한 작가는 많지 않다. 바다도, 산도 누런 색이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바다는 바다색, 산은 산의 색, 자연 그대로의 색으로 다가온다. ●“독창적 작품은 역사·문화 풍토가 밑바탕” 자신만의 예술적 뿌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 쳤던 변시지 화백을 만나러 제주도를 찾았다. 장마 끝무렵의 빗줄기가 간간이 해안가에 뿌리는가 싶더니 산과 바다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안개가 제주에 진주하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마주친 안개 속 풍경들을 통해 첫인상에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강렬한 황토빛의 변시지의 작품세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검푸른 파도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다, 해안가 벼랑에 쓰러질 듯한 초가집. 안개 낀 들판의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움을 견디고 있고, 모진 바람에 갈기조차 성치 않아 보이는 조랑말 한 마리가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세계’ 변시지가 화폭에 담은 제주도다. “예술에서 풍토는 창작의 모체(母體)다. 독창적인 작품이 나오려면 역사와 문화가 담긴 풍토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스페인 출신 피카소가 프랑스에서 활동을 해도 그의 작품에는 스페인의 정열이 그대로 담겼듯이.”그에게 제주도는 끝없이 샘솟는 예술의 원천이다.“제주도에 살지 않았으면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주의 바람이 화폭의 물감을 말리면서 농익은 빛을 우려냈다. 제주의 색으로 황토빛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아열대 태양빛의 농도가 극한에 이르면 흰빛도 하얗다 못해 누릿한 황토빛으로 보인다.” ●“70년대 해외유학 ‘붐´ 때 나는 귀향” 다른 화가들이 프랑스 등 해외로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70년대 중반. 그는 거꾸로 고향 제주도로 회귀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쉽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와 화려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그렸는데 겉껍질은 제주의 모습인데 정작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없었어요.” 화폭에 담지 못한 열정을 술잔에 채웠다.“2년동안 술로 지샜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사라져 해안가 자살바위 근처를 배회하는 일도 허다했지요. 하지만 ‘예술적 패배’가 싫어 캔버스와 싸우고 싸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제주화풍’의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 2년간은 그림 못 그리고 술로 새워 변시지 하면 떠오르는 황토빛 그림은 한국의 미(美)를 길어올리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노 화가의 정진이 빚어낸 결정품. 일본에서 얻은 화려한 명성과 찬사를 뒤로 한 채 가족과 떨어져 홀로 귀국할 때부터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기성 화단의 부와 명예를 벗어던지고 홀연히 중앙 화단을 떠나 제주도로 낙향한 것은 예술을 향한 혹독한 채찍질이었다. 그는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노년을 즐길 나이. 하지만 이 노 화가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예술의 길을 걷고 있다. 당초 1년 정도 생각하고 내려왔던 제주도 생활이 어느새 30년을 훌쩍 넘었다. 서울에 있는 부인 이학숙(동양화)씨와 첫째딸 정은씨도 화가다. 변시지의 작품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인 한 사내가 자주 등장한다. 쓸쓸해 보이는 그 사내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작품 ‘귀로’‘기다림’ 등을 보면 변시지의 마음은 저 바다 건너 뭍, 가족이 사는 곳을 향해 있는 듯하다. ●“점만 하나 찍어 제주도 되는 그림 그리고파” 그의 그림이 “조용하게 정지된 것 같지만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그는 “그림 속 사람은 조용하게 서 있지만 내심은 모순, 비리, 부정에 대한 저항심으로 끓어 오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응답했다. 바다와 산의 색채가 같다는 지적에는 “바다와 산이 누런색이지만 굳이 색을 쓰지 않아도 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다.”며 “아무도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은 없다.”고 했다. 변시지의 그림은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화도 아니다. 그림에 ‘경계’가 없어진지 오래다. 현란한 ‘색’도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작품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3년 전만 해도 아침 식사 전에 붓을 들면 아침도 점심도 잊고 어두워져 전깃불이 들어올때까지 그렸어요. 앞으로 선 하나, 점 하나로 완성되는 작품, 점만 하나 찍어도 제주도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예술은 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이지만 “예술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지까지 이르러 작품을 남기는 것”이 그의 꿈이다.‘제주도 화가’ 변시지가 60년 작품 활동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6일∼11월4일 서귀포 기당미술관에서 연다. 대표작 ‘폭풍의 바다’ 등 80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미술관은 변 화백의 친척인 재일교포 강구범씨가 1987년 지어 서귀포시에 기증한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제주도의 관광명소다. 제주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변시지 화백은 제주도 서귀포 출신 변시지 화백은 6세 때 가족이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면서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쳤다.1948년 23세에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광풍회전’에서 최연소 최고상 수상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광풍회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며 화가로서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당시 40,50대 선배 화가들이 그와 마주치면 자존심의 상징인 베레모를 벗고 인사했을 정도였다. 아들의 수상 소식에 감격한 어머니는 장롱 깊이 넣어 두었던 한복을 꺼내입고 그의 아틀리에에 드나들었다. 그후 일본 화단에서 개인전을 하면 모든 작품이 팔리는 등 승승장구하며 잘 나갔지만 마음 한구석 공허함을 느꼈다. 평론가들로부터 ‘일본인의 기질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라는 작품평을 듣고 민족의식이 솟구쳤다고 변 화백은 말했다. 마침 “조국의 미술발전을 위해 서울대 강의를 맡아달라.”는 윤일선 서울대 총장의 제의를 받고 1957년 귀국했다. 그러나 자유당 말기 중앙 화단은 반목과 질시로 어지러웠고, 그는 그런 화단과 타협하지 않았다.‘소신발언’의 여파로 서울대에서도 스스로 나와 마포고 미술교사, 서라벌예대 미술과 교수를 거쳐 제주도에 새로운 예술 세계의 둥지를 틀며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제주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명예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섬, 파島에 실려온 그리움…

    섬, 파島에 실려온 그리움…

    새벽바람을 타고 북녘의 장산곶에서 수탉의 홰치는 소리가 꿈결인 양 들리는 곳. 자욱한 안개사이로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 솟아있는 기암괴석.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파란 바다뿐인 서해의 마지막 섬 백령도. 그 옛날 황포돛배에 몸을 싣고 울렁울렁 흔들리기를 보름해야 닿을 수 있던 섬, 백령도는 아직도 그때의 순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고한 자태의 두무진 바위들, 파도와 자갈이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를 감상할 수 있는 콩돌해변 등 때묻지 않은 자연과 까나리, 해삼, 멍게 등 맛있는 해산물이 가득한 백령도를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백령도로 떠나자. 글 사진 백령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30분이나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섬 백령도. 태곳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천하제일의 절경 백령도 여행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두무진(頭武津).‘투구를 쓴 장군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이곳 기암들은 짙푸른 바다에서 70여m까지 하늘로 치솟아 올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령도 북서쪽 2㎞정도 절경을 이루고 있는 두무진을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이용한 해상관광이 적격이다.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에 올랐다.‘쿵짝∼쿵짜짝’ ‘뽕짝’의 가요소리 드높게 배는 두무진 포구를 출발한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큰공을 세운 이대기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칭찬했던 선대암을 기점으로 두무진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온다. 줄줄이 이어져 있는 크고 작은 바위에 잠시 넋을 잃는다. 파란 바다를 따라 찬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름 모를 바위들의 위엄. 우리나라에서 최고라 해도 과찬이 아닐 듯싶다. 또 바위마다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세찬 파도와 바람에 시달려 할머니의 주름진 손처럼 깊은 골이 패어있는 모습에 또 한번 탄성이 나온다. 선대암을 지나 장군바위, 물개바위, 말바위, 대감바위, 남근바위, 병풍바위, 쌍굴바위, 촛대바위 등 갖가지 사연을 지닌 바위들의 형상이 다양하다. 자세히 그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삼라만상의 모습들이 그 안에 있다. 세파에 지쳐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치는 우리의 얼굴이 그곳에 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의 시달림을 받으면서 끝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질긴 그들의 삶이 우리와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주름진 얼굴 사이에도 생명이 살고 있었다. 까만 가마우지와 하얀 괭이갈매기. 가끔씩 나타나는 물범 또한 위로가 되었으리라. 어느덧 배는 다시 항구로 들어간다.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바위들의 모임은 없을 것이다. 두무진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있는 효녀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 인당수가 바로 여기다. 심청이 몸을 던졌다가 연꽃으로 환생했다는 전설 속의 연봉바위는 그 옛날 중국으로 가던 상선들이나 사신들이 처음으로 기착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유람은 40분 정도 걸린다. 어른 8000원. 문의 (032)836-1448.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래사장 백령도의 관문인 용기포부두에 내리면 왼쪽으로 모래사장이 시원스레 펼쳐져있다. 천연기념물 391호인 사곶해수욕장은 길이 3.7㎞로 언뜻 보면 일반 해수욕장과 다를 바 없는데 석영이 부서져 형성된 모래바닥이 아스팔트만큼이나 단단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행기가 오르내려 천연비행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10여년전 백사장 뒤로 담장을 설치하면서 펄이 생기기 시작해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세계적인 명소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파도와 콩돌의 절묘한 하모니 백령도의 숨겨놓은 자랑은 콩돌해안. 천연기념물 392호인 이곳은 오군포 포구에서 1㎞에 걸쳐 형성돼 있다. 콩돌을 가지고 나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문구가 그 귀중함을 알려준다. 먼저 ‘크르르 좌르르’ 파도가 칠 때마다 구르는 콩돌소리가 여느 해수욕장에선 좀체 들어보지 못한 노래다. 콩돌 또한 다른 지방의 것과는 다르다. 흰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들이다. 또 크기도 계란만한 것에서 콩알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자연이 빚어낸 색채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파도가 거칠어 수영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피서철에는 찜질을 즐기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심청의 자취를 찾아 심청이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 심청이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연꽃이 밀려왔다는 연화리. 곳곳에서 심청의 효심을 볼 수 있다. 심청전의 무대였던 사실을 기리기 위해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심청각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심청전과 관련된 판소리, 영화, 고서, 음반 등을 볼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이밖에도 초기 기독교 역사가 정리되어있는 중화동교회, 사곶과 회동 사이 820m를 이어 막아 형성된 인공호수인 백령호앞에 하늘거리는 수풀더미도 볼 만하다. ●사곶냉면, 꼭 먹어보세요 백령도의 해산물은 자연산이다. 육지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양식을 구해오기가 오히려 더 힘들단다. 백령도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까나리액젓으로 국물을 내는 사곶냉면(032-836-0559)이다. 추천 메뉴는 반냉면. 물냉면 육수를 반쯤 넣고 비빔냉면 다대기를 올린 것으로 맛이 그만이다. 면발 또한 즉석에서 뽑아 아주 부드럽다. 또 짠 김치와 굴, 홍합 등을 만두 속에 넣어 빚은 짠지떡은 두메칼국수(836-0245)가 오리지널. 어른 손바닥만한 만두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란 말을 실감케한다. ●더욱 가까워진 백령도 3000t급 만다린호가 운항해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온바다의 데모크라시5호와 진도해운의 백령아일랜드호가 하루 한차례 인천연안부두에서 출발한다. 기존 선박은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에 도착한다. 소요 시간은 4시간 가량. 만다린호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백령도까지 직항해 운항시간은 비슷하다.8월15일까지는 10% 할증된 성수기 요금을 받는다. 만다린호 일반실 5만 6500원, 일등실 6만 2000원, 데모크라시5호·백령아일랜드호 4만 7900원. 문의는 온바다(032-884-8700), 진도해운(888-9600). 전화나 인터넷으로 배편을 예약해야 한다. ●어디서 자나 백령도에는 아직 호텔급 숙소가 없다. 옹진모텔(836-8001), 이화장모텔(836-5101) 등 10여개의 장급 여관이 있다. 마을마다 3∼8실 규모의 민박을 겸하는 집들도 많다. 백령면사무소(836-1771). ●현금지참 필수 백령도는 섬이 크기 때문에 걸어서 여행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 택시비가 비싸 택시를 이용하기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민박집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섬에는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주말에는 현금인출기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현금을 충분히 가지고 가는 것이 낭패를 면할 수 있는 길이다. 까나리여행사(888-1911), 서해여행사(836-1101).
  • X마스 카드 12만장을 그린 인간 옵세트

    X마스 카드 12만장을 그린 인간 옵세트

      『인간이란 초극(超克)되지 않으면 안될 그 무엇이다』란「니체」의 말에 심취, 바로「초극」을 위해 만 1년 동안에 정확히 12만 3천 장의「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낸 사나이가 있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337장의 그림을 그려낸 셈. 가위「니체」도 혀를 내두를 만한 초인적 작업량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서 선을 하는 자세로 그려 이 초인의 이름은 한 국(韓 國)(30) - 본명은 봉호(鳳浩)였으나「세상에 나와보니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아예 한 국으로 고쳐버렸다는 이 초인의 고향은 전북 완주군 용진면 산정리. 지금도 어머님이 고향에 계시다. 딸 없는 5형제 중 넷째. 국민학교 5학년 때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회람을 시키고 학교 환경정리를 도맡을 만큼「그림 재주는 남에게 알려진 것」이란다. 그러다 철이 들면서부터는「동서고금, 각종각색의 만권서적」을 독파하고 비로소「문학이란 신천지가 눈앞에 보여」시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을 빌면「일찍이 19살 때 전북대에서 특강을 한 바 있으며 지방방송국에서 장자(莊子), 노자(老子), 논어(論語) 등을 강론」했다는 것. 그리고 전주에서 20세 전후 해 시화전을 두 번 가졌다고. 『지금도 시작(詩作)은 계속하고 있다』며 빽빽이 앞뒤로 시가 쓰여진 대학「노트」10여권을 풀어 내놓는다. 나이가 들면서부터 동양철학에 깊은 흥미를 느껴 법혁경(法革經), 열반경(涅槃經), 화엄경(華嚴經) 등 불경을 읽고 다음엔 노·장 철학, 그러다 27세 되던 해 달마선사(達磨禪師)가 소림사(小林寺)서 9년 동안 면벽(面壁)하고 난 후에 쓰여진「선문염령(禪問拈領)」을 읽고 선(禪)에 심취하게 됐다고. 그림 그리는 자체가 선(禪), 하루에 10시간씩 작업 「정신과 육체의 고도의 조화」가 즉 선이라는 이 청년은 이때부터「무념무상의 경지에서」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좌선(坐禪)이 앉아 견디는 것」이듯「선화(禪畫)란 그림 그리는 자체가 선」이라는 것. 12만 3천 장이란 어마어마한 양의 그림을 그려내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지난해 모 주간지에 4만여 장의「크리스마스·카드」를 손수 그려냈다는 사람의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 새벽 4시쯤 일어나 호롱불 밑에서 시작, 5시간 그리고 아침을 먹고 나서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낮에는 충분히 쉰 뒤 밤 9시부터 시작, 12시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하루에 10시간을 그림 그리기에 소비한 셈. 최고로 많이 그려 본 것은 하루 820장. 좀「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3, 4백장을 그렸단다. 물론 가끔 쉬는 날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 서울, 전주, 산정, 세 곳을 1년 동안 전전하며(장소를 옮긴 건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서) 그려낸 그림이 모두 12만 3천 장. 가위「인간 옵세트」라 불릴 만하다. 몸엔 온통 채색 투성이고 여름이면 손바닥에 물집이 생겨 한지(韓紙)를 손바닥에 붙이고 그려야 했다. 붓을 쥔 손가락마다 굵은 못이 박히고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래도 새 기록을 세우고 싶어 작업을 계속했다. 붓을 놓은 건 11월 초순. 한간방 가득히 그림이 쌓이고서야 붓을 멈췄다. 세어보니 12만 3천 장. 처음엔 흰 종이에 동양화 소재들을 골라 그리고 때때론 추상화나 구상화도 그렸다. 그러나 묵화(墨畵)로 돌아 매란국죽(梅蘭菊竹)만 그렸다. 물론 그림마다 전혀 다를 수야 없고 비슷하게 50~60점. 그러나 가다 싫증나면 또 바꾸곤 했다.「동양화에 입체감을 준 건 내가 사상 최초」라는 이 사나이는『죽(竹)은 곧고 바른 애정의 불변성, 란(蘭)은 유현한 우정과 깨끗한 사랑, 국(菊)은 서릿바람에도 싱싱·굳은 절개, 매(梅)는 눈 속에서도 피는 깊고 높은 사랑』을 의미한다고 한바탕 자랑. 「동양화에 입체감」이란 건 매(梅)에 붙은 눈송이를 짙은「화이트」로 점묘(點描), 양감(量感)을 주었다는 얘기. 게다가 이 사나이는「창조만이 예술이라고 할 때 올 데까지 다 온 현대 미술의 마지막 탈출구는 양(量)의 미학」이라며 인간「옵세트」화가 지상의 미학임을 주장하기도. 어쨌든 엄청나게 그려놓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것들을 상품화해 볼 생각이 난 거다. 그래서 시골처녀 20명을 40여 일간 동원해「예쁘게 상품화」했다.「크리스마스·카드」로 판매하겠다는 것. 이래서 4만 7천 장의「카드」가 모여졌다. 나머지 것들을 모두「카드」화 하고 싶었지만「돈이 모자라서」고향인 산정에 남겨두었다. 머리 뜨거워 쇠베개 베고 선화(禪畵)라면 그림 그린 것으로 족하지 판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으냐니까. 『그림 팔아 공공사업에 쓸 수 있지 않느냐?』며 이익금으로 고향에 도서관을 마련하고픈 게 현재로선 지상의 욕심이라고. 자신을 평해「비비파(非非派)」라고 부르는 이 인간「옵세트」는 아직 미혼-. 『현실세계에 처음 부딪쳐 본 것이 첫 사랑이었는데 결국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결혼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노라고. 학력을 밝히길 굳이 거절하는 이 청년은『「사르트르」가「노벨」상 수상을 거부한 것과 같이 그런 류의 권위를 인정하기 싫어』안 밝히는 것이라고.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니까『어렸을 땐「예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젠 한국의 장자(莊子)가 되고 싶다』 한시(漢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황혼녘의 산책을 좋아한다. 체중 57kg, 키 172cm. 다소 마른 편인 이 인간「옵세트」는 뒷머리가 뜨거워 베개를 베고 자지 못하고 칼등이나 쇠붙이를 베고 자야만 잠이 든다는 괴짜. 그래도 잠이 오느냐니까『그래야만 잠이 온다』며 아예 베개마저 철제(鐵製)로 특별주문해 만들어 두었으니 올 겨울부턴 푹 단잠을 자게 되었다고-. 이 괴짜의 정신세계를 엿보기 위해 자작시 일부를 소개하면-. 심측(深測)으로 매혹(魅惑)하는 그대 눈 바라보면 악마(惡魔)도 뉘우치게 할 어떤 힘에 이끌려 아름다히 만물(萬物)을 치장하는 맑은 햇살 대하듯 천심(天心)의 원광(元光) 사위게 할 가슴속 진홍(眞紅)의 장미(薔薇)! …… 죽은 자를 되살리고 간 자 죽이던 가이없는 사랑이여! 그 고운 눈의 비밀(秘密)이란 색채(色採)짙은 내 환상(幻像) 빼고나면 그 미쳐난 화인(畵人)이여! 해골(骸骨)쪽들 어수선히 웃고 있을 뿐인가? (『반역자(叛逆者)』첫 연(聯)과 마지막 연 ) [ 선데이서울 68년 12/15 제1권 제13호 ]
  • 8월 무더위 식혀줄 빙상발레·뮤지컬 공연 잇달아

    8월 무더위 식혀줄 빙상발레·뮤지컬 공연 잇달아

    8월 한더위를 꽁꽁 얼려줄 빙판 위의 축제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발레·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들이 은반 위를 동화처럼 환상 가득한 무대로 꾸민다. 바다로 산으로 떠나지 못하면 어떠리. 온가족이 함께 은반으로 팬터지 여행을 떠나보자. ●상트 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23∼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세종문화회관은 대극장을 꽁꽁 얼음 무대로 꾸민다. 아이스 발레를 보고 싶은데 공연장의 불편한 교통사정 때문에 망설여 왔다면, 아주 반가울 소식일 듯. 지난해 8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는데 14회 공연 전석이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러시아 발레 예술 미학과 고난도 아이스 스케이팅의 완벽한 조화를 유감없이 확인해 볼 수 있다.‘호두까기 인형’(23∼25일)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26∼28일) 등 2편을 나눠 공연한다. 예술총감독은 전설적인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인 마하일 카미노프. 연출자 겸 안무자인 콘스탄틴 라사딘은 누레예프, 바리시니코프 등과 함께 러시아 3대 발레리노로 꼽히는 스타이다.3만∼7만원. 어린이 50% 할인.(02)548-4480. ●볼쇼이 아이스쇼(24일∼9월19일 목동 아이스링크) 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이 서울의 여름을 식혀준다. 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의 환상적인 공연은 이미 5차례의 내한무대를 통해 ‘인기 검증’을 받은 상태. 우아함과 스피드가 어우러진 고품격 무대를 펼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은 1986년 당시 아이스 발레계의 세계적 실력자이자 러시아 공훈예술가인 이고르 보블린이 창단한 단체. 이후 ‘라스푸친’‘20세기의 파우스트’‘사운드 오브 정글’‘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60여개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 선보여 왔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엘레나 베레츠나야·안톤 시카룰리체 커플 등 스타들이 이번 공연을 책임진다.‘신데렐라’‘메리 포핀스’‘백조의 호수’‘캣츠’ 등 다양한 테마들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3만∼7만원.(02)368-1515. ●디즈니 뮤지컬 ‘디즈니 온 아이스’(19∼28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지난해 내한 무대에서 10만장의 티켓을 매진시켰던 인기 아이스 뮤지컬. 올해 프로그램은 ‘정글 어드벤처’. 정글을 무대로 한 디즈니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정글북’‘타잔’‘라이온 킹’ 등 3편을 한데 묶은 구성이 돋보인다. 공연 단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재의 무대를 전문으로 꾸며온 미국의 펠드엔터테인먼트. 야자수 뱀 암석 등 화려한 색채감의 열대 소품들이 아프리카 밀림의 느낌을 생생히 살려낸다.3만∼7만원.(02)2113-6869.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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