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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마스크 시대 소통의 기술

    [배민아의 일상공감] 마스크 시대 소통의 기술

    얼마 전 지인의 사무실에 잠시 방문할 일이 있었다. 간단히 서류만 전달하면 되는 일이라 30분 무료주차 시간 안에 다녀올 생각에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마스크를 차에 두고 왔음을 알았다. 다행히 열화상 카메라 체크만 하고 출입이 가능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한 아주머니가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결국 승객이 탄 엘리베이터 세 대는 그냥 보내고 네 번째서야 빈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스카프를 입까지 올려 두른 후 업무를 마치고, 내려올 때는 9층에서부터 비상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탓에 모두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매너 없는 사람이 되었을뿐더러 시간 초과로 주차 요금까지 냈던 날이었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돼 외출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시계와 액세서리를 챙기듯 외출의 목적과 의상에 따라 마스크의 색깔이나 소재를 고른다. 한 달여 전만 해도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더러 보였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스크 없이는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도 많아졌다. 지금이 특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심지어 입사 면접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하니 이제는 얼굴의 반이 가려진 상태에서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이다. 원래도 마주 오는 사람을 잘 쳐다보지 않았지만 마스크 착용으로 먼저 인사해 오는 이웃을 뒤늦게 알아본 몇 번의 경험 후 마스크에 가려진 인물 정보를 빨리 파악하는 훈련을 위해 몇 가지 재미로 해 보는 일이 있다. 일테면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쓴 사람들의 대강의 신상을 유추해 보는 일이다. 눈, 코, 입, 표정을 통해 사람을 만나던 때와 달리 눈빛만으로 상대의 연령대와 성향, 외모 등을 짐작한 후 동행자와의 대화나 통화 내용을 통해 애초의 짐작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다. 또 카페에서는 눈만 보고 전체 외모를 상상해 보다가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을 때 실제 모습과 상상했던 모습이 얼추 비슷한 경우도 확인한다. 물론 얼굴 외에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행동 등이 부차적으로 그 사람을 보여 주는 단서이기도 하지만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상대방을 읽고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 중 하나로 이제는 눈만 보고 상대와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사람을 사귀려면 눈을 보라고 할 만큼 눈은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고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 사람은 몸의 모든 기관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만 그중에서도 미묘한 감정까지 모두 표현해 주는 것이 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고도 하고, 미운 사람을 쳐다볼 때면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고 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으면 눈도 웃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화가 나면 눈살을 찌푸리고, 미운 감정이 들면 눈을 흘기고, 놀라면 눈이 커진다. 눈만 보아도 상대의 마음이, 감정이, 인성이, 심성이, 그 순간의 마음속 미묘한 갈등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려한 말기술로 속이려 해도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은 가리지만 우리의 마음까지 가려지는 건 아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고, 행복한 사람일수록 상대의 눈을 적극적으로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감염병의 우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로 가리지 못하는 눈과 눈의 소통을 통해 행복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바란다. 힘들게 이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해 따스한 눈길을 전달하자. 서로의 행복 에너지를 뿜어주는 눈의 대화가 지금의 우울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찌질 키보드 워리어, 눈떠 보니 목숨 건 게임 속

    찌질 키보드 워리어, 눈떠 보니 목숨 건 게임 속

    마술봉을 휘두르던 해리 포터가 양손에 총을 들고 나타났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건즈 아킴보’ 얘기다. 게임 액션 코미디를 표방하는 ‘건즈 아킴보’는 실제로는 파리 한 마리 못 죽이지만 키보드만 잡으면 날아다니는 찌질한 남자가 진짜 목숨을 건 게임 ‘스키즘’에 강제 로그인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렸다. 평범한 직장인인 마일즈(대니얼 래드클리프 분)는 밤이면 무차별적 키보드 워리어가 된다. 온라인상에서 욕설을 거듭하다 괴한의 침입을 받은 마일즈. 자고 일어나니 양손에 권총이 박혀 있고, 진짜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임 ‘스키즘’에 강제 접속돼 있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실제 세계에서 서로를 죽이는 게임 ‘스키즘’을 전 세계 수십만명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상대 플레이어인 닉스(사마라 위빙 분)를 24시간 안에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마일즈는 동시에 닉스의 추격을 받는다. 이후 영화는 시종일관 총성이 요란하고 유혈이 낭자해 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지를 익히 알게 한다. 어벤져스’, ‘더 울버린’, ‘호빗’ 등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에서 시각 효과를 담당했던 제이슨 레이 하우덴 감독은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에서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오락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춘 가운데 뜻밖에 숨어 있는 주제 의식은 묵직하다. 마일즈는 어머니 장례식에도 회사 사장의 눈치를 보고 가야 했을 만큼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는 인물이었고, ‘스키즘’에 광분하는 시청자들은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마일즈의 전 여자친구로 ‘스키즘’ 운영자들에게 인질로 잡히는 노바(나타샤 류 보르디초 분)의 현란한 머리 색깔이 ‘인스타그램’의 로고 색깔과 비슷한 것마저 의미심장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우리들의 영원한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킬링 플레이어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그의 작은 체구,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 등이 소시민의 성장 서사를 더욱 뒷받침한다. 97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표 탐나 소신·명분 버리는 여야, 총선 후 뒷감당 자신있나

    총선전이 가열되면서 여야 공히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개발 공약도 난무해 모두 합치면 사업비가 무려 100조원이 넘는 규모라고 한다. 제21대 국회 임기 4년간 과연 모두 실현될지 의문이다. 당의 평소 신조나 정책 방향과 180도 다른 공약들로 귀를 의심하기도 한다. 당의 ‘색깔’까지 바꾸는 ‘카멜레온 공약’을 쏟아낸다면 총선이 끝난 뒤 어떻게 뒷감당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더 중요해지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등 수도권 출마 일부 후보들이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경감 공약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카멜레온 공약이다. 이는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며 강경하게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흐름에도 역행된다. 일부 후보들은 지난 1일 경기 수원시에서 이뤄진 민주당 지역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게 직접 종부세 완화를 건의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책 역행 부담감 때문에 공론화는 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1주택 종부세 부담 경감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공약도 표를 위한 카멜레온 공약으로 손색없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그제 긴급 대국민브리핑을 자청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의 현금을 즉각 지급해야 하고, 더 신속한 집행을 위해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 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대해 그동안 ‘총선용 퍼붓기’, ‘포퓰리즘’ 등으로 원색적 비난을 퍼붓던 통합당의 소신과는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혼란을 초래한다며 내놓은 제안이지만, 급작스런 ‘당론 변경’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이에 민주당은 황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문은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늦어도 4월’에는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단지 선거용으로 유권자 표만을 염두에 둔 선심성 공약으로 전락한다면 곤란하다고 판단한다. 통합당의 제안대로 국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려면 25조원이 필요하다니, 정부가 계획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 지급을 위해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안 9조원보다 최대 16조원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발생시킨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에 둘 필요는 없지만, 정책의 전환에는 그에 합당한 설득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다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주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유럽 도시들은 외곽 신도시에 우리와 같은 단지형 아파트를 급작스럽게 짓기 시작했다. 단위가구가 결합해 건물이 되고, 주거동이 모여 단지가 만들어지는 단순 반복과 확장의 과정이다. 마치 공장 생산품처럼. 이런 시스템은 단기간 대량 공급으로 주거 문제를 해소할 수는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함께 사는 도시 공동체를 파괴하고, 외적으로는 주변 도시와 부조화해 단절되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도시와 환경, 공유와 소통을 고려한 도시의 집합주거 유형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앙리 시리아니의 유전자 유럽에서 도시 집합주거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때 그 중심에 있던 대표적인 건축가가 프랑스의 앙리 시리아니다. 1936년 페루에서 태어난 그는 1965년 프랑스로 건너와 A.U.A. 등에서 일했다. 1976년부터 독자적인 건축 활동을 시작한 시리아니는 페루에서 참여했던 저가형 집합주거 프로젝트의 경험과 실천이론인 ‘도시 단편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연구했다. 저가형 집합주거를 위해 근대 집합주거의 특징인 ‘반복과 규격화’라는 장점을 수용하면서 전통도시의 장점인 장소성, 주변과의 조화 그리고 단지의 편안함을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다. 도시 단편론은 근대 이상도시 실현의 문제점과 과거 전통도시의 한계성을 파악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는 실천적 연구였다. 이 개념이 적용된 그의 프로젝트는 ‘누아지-2’, ‘생드니 아파트’, ‘에브리-2 아파트단지’, ‘베르시 주거단지’ 등이다. 그가 실현한 주거단지의 특징은 구도시 공간의 특성인 가로, 광장, 정원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구도심 재개발 아파트뿐만 아니라 신도시 계획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적용해 과거와 현재의 도시 풍경을 단절 없이 연결했다. 미국 건축이론가 케네스 프램턴은 시리아니의 도시 단편론과 건축물을 근대 집합주거 유형을 기존 도시와 접목하려는 새로운 모색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시리아니는 근대건축의 거장인 르코르뷔지에의 사상과 이론 그리고 건축 어휘를 평생 따랐지만, 도시와 집합주거에 대한 이론과 사상에서는 그 결을 달리하며 선명한 자기 생각을 펼쳤다.르코르뷔지에가 혁신을 위한 기념비적인 건축을 추구했다면, 시리아니는 시대적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건축의 본질인 공간을 탐구하고 그것을 실천했던 건축가였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거창한 개념에 집중하기보다는 삶의 근본을 이루는 건축의 중요성과 도시 분위기 형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설계한 주거공간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지나치게 멋을 부리거나 과도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풍요로운 공간을 구성하고, 평범하고 저렴한 재료로 공간의 질을 높여 격조 있는 집을 만들었다. 제한된 면적과 공사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임대주택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잘 드러나는데, 사용자가 10평 크기의 집을 12평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계획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입구와 홀, 복도는 풍요로운 분위기를 내면서 입주자들의 자존감을 높여 줬다. 물론 그가 집합주거만 설계한 건축가는 아니다. 말년에 준공한 페론의 ‘1차 세계대전 전쟁박물관’과 아를의 ‘고대 유적박물관’에서 빛과 동선으로 만들어 낸 장면은 현대건축이 지닌 자유로운 공간의 진수를 보여 준다. 시리아니는 미래의 건축을 담보하는 교육자다. 1977년부터 2001년까지 프랑스 건축 8대학(파리 벨빌 건축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금도 페루에서 건축교육자들을 길러 내고 있다. 특히 건축 8대학에서 에디트 지라, 클로드 비에, 로랑 살로몽, 로랑 보두앵 등 프랑스 건축가들과 함께 만든 우노 스튜디오는 교육을 통해 시대를 대변하는 보편적 건축, 미학을 교육하고 사회의 저변을 넓히는 건축교육의 모델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시리아니는 근현대건축의 본질인 공간의 가치, 건축가의 소양을 중점적으로 교육했다. 그의 건축 특성처럼 스타 건축가를 만들기보다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시민과 같이 이 시대의 일꾼으로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건축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바우하우스 교육 목표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 당시 우노 스튜디오에는 그의 건축교육 방법과 철학에 매료돼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특히 한국 유학생이 많았다. 아마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을 보냈던 학생들의 건축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 듯하다. 현재 시리아니의 제자들은 한국 건축계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건축교육자로서 파리에서 경험했던 그의 교육 방법론을 국내 대학에 접목해 다음 세대의 건축가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시리아니는 국립박물관 공모전 심사와 강연을 위해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인 대부분이 살아가는 아파트와 그런 문화 속에서 지어진 제자들의 건축물이었다. 그는 단순 반복으로 만들어진 강남의 고가 아파트단지를 보고 개탄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와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국가에서 살아가는 주거의 질은 개도국의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그리고 그날 옛 제자들과 만난 장소는 파리 우노 스튜디오의 강의실이 됐다.●건축이 삶과 관계 맺고 그 안에 들이는 방법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나는 ‘두물머리 주택’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매년 한 채 정도의 집을 지었다. 주택설계는 사소한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사무실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건축이 시작된 근원적인 장소이고, 삶과 가장 밀접한 고민을 풀어 가야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또 건축가의 사유의 변화가 선명히 드러나는 곳이다. 초기 몇 채의 주택을 짓고 난 후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우리나라의 환경과 몸에 맞지 않고 삶에 녹아들지 않음을 느꼈다. 이후의 작업은 땅을 읽고 풍경을 들이는 방식이나 건축이 우리 삶과 관계 맺고 그 안에 들이는 방법에 더 밀착돼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이었다.첫 번째 작업인 ‘두물머리 주택’은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현장에서 직접 접목되는 과정이었다. 중심 생각은 경사진 대지에서 땅과의 관계를 통해 동선을 따라 장면을 만들고 내외부의 경계를 없애 주변 풍경을 담는 것이었다. ‘자운당’은 유학 시절 매료됐던 ‘백색의 건축’에서 벗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주된 관심이었다. 그 작업을 통해 주택에서의 복층 거실이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강화도에 있는 ‘동검리주택’은 은퇴하신 고3 담임 선생님의 집이다. 노년의 삶을 고려해 층고를 낮추고 기복이 심한 대지에 대비되는 수평의 집을 계획했다. 전면 창을 통해 시각적으로 내외부의 경계를 없애 원시 자연을 경험하게 했다. 그런데 공간적으로 매우 풍요롭고 극적인 장면이 때로는 일상의 편안함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극적인 경관을 가진 집은 오히려 외부 풍경을 절제해 담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그 이후 작업이 계속 이어진 판교 신도시 주택단지는 단기간 주거 유형과 구축법에 관한 다양한 탐구를 가능하게 한 건축 실험실이 됐다. 덕분에 유사한 크기와 비슷한 대지 조건에서도 매번 다양한 재료의 물성, 크고 작은 치수, 시공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대부분 밀집 지역에서 거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당을 품고 대지 경계를 따라 채를 놓는 내향적인 집을 계획했다. 집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하늘로 열려 빛과 바람, 자연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담고 내부 공간에 표정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모든 집은 우리나라 기후에서 주어진 지형과 조건에 대해 고심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이었고, 생산 방법과 재료에 대한 경험을 쌓아 보완했다. 특히 입주 후 사는 모습을 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초기 주택에서 벽을 자르고 접고 띄우고, 천장을 낮추고 높이고 기울여 눈에 띄는 다양한 변화에 집중했다면, 경험이 쌓이면서 가장 일상적이고 드러나지 않는 것, 편하고 쉬운 것, 특별하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설계 시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생활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간과했던 부분이 크게 드러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이 변화했고 변화할 것이다. ●작은 차이가 만드는 큰 변화 졸업 설계 발표 후 시리아니는 마지막 당부와 덕담을 건넸다. ‘배우고 학습한 모든 것을 잊어라.’ 그때는 지나쳤던 말들이 지금은 그 의미가 크게 와닿는다. 그동안 나는 시리아니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비평적 시각을 가졌다. 오히려 루이스 칸, 알바 알토, 루이스 바라간 등 다른 색깔의 건축에 심취했다. 그리고 주변 가까이 있는 것들에 발을 딛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시리아니의 가르침은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시리아니와 르코르뷔지에의 후예가 되기보다는 고루한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었다.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은 항상 변화한다. 새로운 생각은 작은 실행이 되고, 축적된 경험은 다시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생각은 언제나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의 시도가 지금은 새로운 해법이 되지만 다음 작업에선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절대적인 진리나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작은 차이가 변화를 만들 뿐이다. 나도 한 학기가 끝날 때 제자들에게 선현의 구절인 ‘배움의 방법은 동화하는 것에 있고 앎의 방법은 잊어버리는 것에 있다’는 글귀를 전한다. 시리아니의 유전자가 나를 거쳐 다음 세대에 전해지길 기대하며, 우리 도시가 좀더 좋은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건축가 정재헌(경희대 교수)
  • [서울광장] 정의당, 더 정의롭게 싸워라/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의당, 더 정의롭게 싸워라/이종락 논설위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새 선거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최대 수혜 정당이 정의당이 될 것으로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진보정당 최초의 교섭단체 구성(20석)까지 기대해 봄 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실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위성정당 적자 논란을 벌이는 열린민주당 등이 난립하면서 정의당의 지지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6~20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3.7%로 떨어졌다. 23~27일 조사에서는 4.6%로 다소 반등했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의 정당 득표율인 7.2%에는 한참 못 미친다.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직후인 2018년 8월 첫 주에 14.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4가지 정도를 꼽는다.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정의당의 정체성 상실 △지역구 민주당과 비례대표 정의당을 지지하는 교차투표에 대한 몰이해 △비례대표 후보 선정 문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체에 대한 오판 등을 거론했다.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데스노트’(부적격 후보자 명단)에 넣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과 검찰개혁을 위해 조 전 장관을 옹호한 탓에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었다. 정의당의 청년 후보들로 꾸려진 청년선거대책본부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정의당이 보인 태도를 반성한다”고 공개 사과했을 정도다. 정의당 지도부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교차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ㆍ정의당 지지층은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는 성향이 강한데 정의당 지도부가 아직도 환상에 빠져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16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 중 20%가 정의당을 지지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싸움이 전개되면서 열린민주당으로 대거 빠져나가 당 지지도가 5%도 안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노 전 의원의 별세 이후 1000여명이 정의당에 입당했지만 그중 60~70%는 친문(문재인 지지)세력이라는 얘기도 있다. 비례대표 선정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정의당엔 악재다. 비례대표 6번을 받았던 신장식 후보는 음주 및 무면허 운전 논란 끝에 사퇴했다.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은 여전히 정의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 선거법에 대한 당 지도부의 몰이해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현행 선거법은 특정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제 후보를 같이 낼 경우 지역구에 한 명이 당선되면 비례대표제에서 의석 한 개를 뺀다. 이런 제도의 맹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낸 소수정당이 불리하고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부린 민주당과 통합당에 유리해 거대 양당의 대결을 고착화했다. 결국 정의당 지도부는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한다는 이상만 추구했지, 새로운 선거법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다. 심 대표는 지난달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역구 후보 단일화 논의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정의당을 20대30 정도로 전략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의 눈치를 보고, 중앙무대에서는 “인위적인 정당 간의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럼 해결책은 없을까. 정치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원리원칙으로 돌아가 진보정당의 가치와 필요성을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차피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 정치가 심화될 게 뻔하고, 모정당과 비례위성정당들 간의 주도권 다툼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의당은 색깔을 더욱 강하게 내야 한다. 거대 정당이 품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농민, 청년과 여성, 소외된 약자들을 정의당은 여전히 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정의롭게 싸워야 한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목매는 어정쩡한 자세보다는 제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당하게 말이다. jrlee@seoul.co.kr
  • 소수정당 첫 유세지엔 ‘전략’ 담겼다

    소수정당 첫 유세지엔 ‘전략’ 담겼다

    정의당 노동자 공략 지축차량기지로민생당·국민의당 호남에 방점반미자주 민중당 美대사관 찾아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군소정당들은 각 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의 키워드는 ‘노동자’였고,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 방점을 찍었다. 민중당은 ‘반미자주’였다. ●심상정 “노동위기 최전선에 서겠다” 정의당은 첫 일정으로 경기 고양 지축차량기지를 찾았다. 경기 고양갑 후보인 심상정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지하철 운행 시작점인 이곳에서 심야 노동자들을 만났다. 심 위원장은 “정의당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위기를 막는 최전선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총선 슬로건인 ‘당신을 지킵니다’를 거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여수~광양 국토대종주 이틀째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오로지 민생, 오직 민생, 기호 3번 민생 정당 민생당이 이곳 가락시장에서 1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손 위원장은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시당 선대위 출정식도 열었다.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낸 국민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출정식을 여는 대신 권역별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당 알리기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광양까지 35㎞를 달리며 국토대종주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안 대표는 출발지를 여수 이순신광장으로 정한 데 대해 ‘국난 극복’과 ‘총선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여수는 안 대표 부인의 고향이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시작됐던 곳이다. ●민중당 “한미 방위비협상 반대” 진보정당인 민중당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당의 ‘반미자주’ 성향이 반영된 일정이었다. 민중당은 “올 한 해에만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돈이 9조 5000억원이다. 미군이 한국사회에 주둔하는 것 자체가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를 규탄하며 미대사관저 담을 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김유진 비례대표 후보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열린민주당도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열린민주당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참배 후 “광주 열사들의 희생정신과 민주화 정신을 열린민주당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군소정당들의 이유 있는 첫 유세 장소…정의당 ‘노동자’ 민중당 ‘미대사관’

    군소정당들의 이유 있는 첫 유세 장소…정의당 ‘노동자’ 민중당 ‘미대사관’

    민생당, 열린민주당 5·18 민주묘지 찾아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전남 여수에서 국토대종주 시작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군소정당들은 각 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의 키워드는 ‘노동자’였고,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 방점을 찍었다. 민중당은 ‘반미자주’였다. 정의당은 첫 일정으로 경기 고양 지축차량기지를 찾았다. 경기 고양갑 후보인 심상정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지하철 운행 시작점인 이곳에서 심야 노동자들을 만났다. 심 위원장은 “정의당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위기를 막는 최전선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총선 슬로건인 ‘당신을 지킵니다’를 거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민생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오로지 민생, 오직 민생, 기호 3번 민생 정당 민생당이 이곳 가락시장에서 1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손 위원장은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시당 선대위 출정식도 열었다.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낸 국민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출정식을 여는 대신 권역별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당 알리기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광양까지 35㎞를 달리며 국토대종주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안 대표는 출발지를 여수 이순신광장으로 정한 데 대해 ‘국난극복’과 ‘총선승리’ 의미를 부여했다. 여수는 안 대표 아내의 고향이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시작됐던 곳이다. 진보정당인 민중당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하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이 당의 ‘반미자주’ 성향이 반영된 일정이었다. 민중당은 “올 한해에만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돈이 9조 5000억원이다. 미군이 한국사회에 주둔하는 것 자체가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를 규탄하며 미대사관저 담을 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김유진 비례대표 후보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열린민주당도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열린민주당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참배 후 “광주 열사들의 희생정신과 민주화 정신을 열린민주당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제주 4·3 사건 치유 방안 함께 만들어 갈 것”

    “제주 4·3 사건 아픔 치유 방안 마련에 함께 노력할 것” 경기도의회더불어민주당 제56차 정례브리핑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대표의원 염종현·부천1)은 제주 4·3 사건 72주년을 맞아 불행한 역사에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더 이상 아픈 역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진정으로 역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간곡히 요청 드린다. 제주 4·3 사건은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것이며, 여순사건, 한국전쟁, 빨치산 토벌로 이어지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사건의 출발점이었다. 1945년 8·15 해방으로 민족독립과 새나라 건설의 기대가 드높았지만, 미·소 양국의 분할점령, 냉전체제의 형성을 틈탄 친일세력의 재등장으로 이러한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그 와중에서 터진 비극이 제주 4·3 사건이다. 좌익과 우익이 정치권력을 두고 싸우는 동안 3만∼8만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이 희생됐다. 제주도 전역이 초상집이 되었다. 살아남은 유족들은 빨갱이로 몰려 숨 죽이며 살아왔다. 1960년 4·19혁명과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조금씩 얘기가 나오다가 민주정부가 수립된 후인 2000년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처음으로 공식적인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2003년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민 400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고, 2006년에는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4·3 위령제에 참석했다. 그 후 보수정권 하에서 잊혀졌다가 현 정부 집권 후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위령제에 참석하여 공식적으로 국가의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4·3 사건의 진상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명예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국가의 책임에 따른 배·보상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2017년 12월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고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오히려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세력에 의해 희생자와 유족들을 ‘빨갱이로 모는’ 색깔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4·3 사건이라는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서를 말하기 전에 고통 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라고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의 본질이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임을 분명히 하고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서 진정한 화해와 치유의 출발점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며, 유족들의 아픔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고, 진실과 반성에 기초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진정한 화해를 이루고, 피해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그분들의 희생에 대해 부족하나마 배·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만들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한다. 아울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업에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노력할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리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136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 높이 2.022m·무게 160㎏…세계에서 가장 큰 루빅 큐브 등장

    높이 2.022m·무게 160㎏…세계에서 가장 큰 루빅 큐브 등장

    세계에서 가장 큰 루빅 큐브가 영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섯 가지 색깔의 플라스틱 주사위로 된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빛깔로 맞추는 장난감 퍼즐인 루빅 큐브는 루빅스 큐브라고도 불리며, 1970년대에 헝가리에서 처음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재성을 입증하는 도구로도 사용되는 루빅 큐브의 초대형 버전을 만든 사람은 영국 서퍽 주에 사는 토니 피셔(54)다. 그는 2016년에 이어 4년 만에 또 다시 ‘세계에서 가장 큰 루빅 큐브 만들기’에 도전했다. 전직 고고학자인 이 남성이 제작한 루빅 큐브의 가로, 세로, 높이는 2.022m에 달한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의 이 큐브는 무게가 160㎏에 달한다. 이는 2016년 첫 도전 당시 제작했던 큐브의 길이인 약 1.57m보다 50㎝가량 더 큰 것이다. 피셔는 지난해 11월 강화 플라스틱과 파이프를 이용해 초대형 루빅 큐브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제작에 소요된 시간은 330시간, 약 14일 정도로 알려졌다. 피셔는 “어릴 때부터 기네스 세계기록 모음집을 즐겨봤다. 가장 빠르게 달리거나 가장 높은 산에 오르는 등의 놀라운 기록에 흥미를 가졌었다”면서 “나의 꿈은 내 이름이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으로 초대형 루빅 큐브를 기획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강화 플라스틱을 이용해 크기를 키우는 것에만 중점을 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처럼 회전이 가능한 루빅 큐브 제작을 꿈꾸게 됐다. 결국 회전이 가능한 루빅 큐브 제작에 성공했으며, 제작이 끝난 지 약 4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기네스 세계기록 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현재 이 남성은 구독자 16만 8000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큐브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어느 곳을 찍어도 인생샷이네… 인테리어 어디서 했어?”

    “어느 곳을 찍어도 인생샷이네… 인테리어 어디서 했어?”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는 ‘2020 트렌드 노트’를 통해 올해 키워드 중 하나로 ‘변화하는 공간’을 꼽았다.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집안에서도 인증을 위한 ‘찍을 거리’를 만들고자 인테리어에 변화를 준다는 것. 실제 집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자랑하는 ‘테마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도와주는 공간 테마별 맞춤 아이템이 인기다.에이스침대 ‘BMA-1157’은 곧게 뻗은 직선과 코너 부분의 곡선미가 안정감 있게 조화를 이루는 원목 프레임 침대다. 천연 원목에 패브릭 쿠션을 조합해 심플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넛과 오크 2가지 컬러의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다. 탈착식 패브릭 쿠션은 브라운과 오렌지 컬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원목 프레임과 패브릭 쿠션 사이에 여백을 줘 개방감과 동시에 유니크한 멋까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원목 프레임 부분은 최고급 백 참나무와 호두나무만을 사용해 원목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냈다. 매트리스인 ‘로얄 에이스 400’(ROYAL ACE 400)은 에이스침대 인기 매트리스 라인인 ‘하이브리드 테크’(HYBRID TECH)의 상위 모델이다. 매트리스의 탄력을 좌우하는 스프링은 에이스침대가 자랑하는 세계특허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을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독립형 스프링과 연결형 스프링의 장점을 모두 모아놓아 한국은 물론 세계 15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인체의 무게를 받는 상단에서 보디라인에 완벽하게 맞춰주고, 하단 스프링에서 한 번 더 받쳐준다. 꺼짐, 소음, 빈틈, 흔들림, 쏠림 현상을 개선해 최적의 숙면을 돕는다. 매트리스의 수명도 늘려준다. 에이스침대는 다음달 5일까지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이 적용된 침대 구매자에게 사은품을 주는 ‘더 줌 페스티벌(The Zoom Festival)’을 한다.LG하우시스 2015년 처음 선보인 LG지인 창호 ‘수퍼세이브 시리즈’는 지금까지 50만 세트 이상 팔렸다. 올해 LG하우시스는 기존 357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하고 ‘수퍼세이브3 플러스’를 새롭게 추가해 내놨다. 수퍼세이브3 플러스와 업그레이드한 수퍼세이브5·7에는 ‘윈드클로저’를 적용해 단열성능과 기밀성을 한층 강화했다. 윈드클로저는 창짝이 맞물리는 부위의 빈틈을 최소화해 외부로부터의 바람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창틀 물구멍을 통해 모기나 날파리 등 해충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줄이고 빗물이 배수되도록 하는 방충배수캡을 3가지 제품에 모두 달았다. 또한 수퍼세이브3 플러스의 옆면과 수퍼세이브5 옆면·하단에 각각 레일 커버를 적용해 창호 레일 부분 청소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지난해 LG하우시스는 LG전자 ‘베스트샵(BEST SHOP)’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하는 ‘LG지인(Z:IN)’ 인테리어 매장을 입점시켰다. 가전과 인테리어 제품을 원스톱(One-Stop)으로 살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구축한 것. 현재 전국 20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베스트샵에 입점한 LG지인 인테리어 매장은 창호, 바닥재, 벽지, 인조대리석, 인테리어필름 등 LG하우시스의 자재부터 주방, 욕실 관련 용품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체험형 매장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다는 게 LG하우시스 관계자의 설명이다.한샘 한샘은 ‘모두가 즐거운 우리집 사용법’이란 주제로 ‘2020 봄·여름 시즌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발표했다. 소비자 방문 조사와 더불어 전문 연구기관과의 협업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 ▲신혼부부를 위한 84㎡ ▲유아 자녀가 있는 집 84㎡ ▲중등 자녀가 있는 집 113㎡ 등 생애주기별 3가지 모델하우스를 선보였다. 먼저 신혼부부를 위한 84㎡는 거실·안방·부엌은 부부가 함께 대화하고 식사할 수 있는 공용 공간으로, 나머지 2개 방은 부부 각각의 취미 공간으로 구성했다. 인테리어는 한샘리하우스 스타일패키지 ‘수퍼 화이트’로 꾸몄다. 깨끗한 흰색의 벽과 창호, 밝은 나무 색상의 바닥재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줬다. 유아 자녀가 있는 84㎡는 거실을 가족이 함께 놀이·학습을 하는 ‘가족 놀이터’로 꾸몄다. TV를 없애고 모듈형 소파를 배치해 놀이·학습 등 목적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인테리어는 한샘리하우스 스타일패키지 ‘모던 그레이’로 꾸몄다. 라이트 그레이색 마감재에 밝은 나무색 마루를 조합해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줬다. 중등 자녀가 있는 113㎡는 회사 다니는 아빠와 재택근무 하는 엄마, 중학생 자녀가 함께 사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각자 집중해서 업무·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특성을 반영했다. 인테리어는 한샘리하우스 스타일패키지 ‘모던 브라운’으로 꾸몄다. 부드러운 크림, 베이지 색상의 벽 마감재에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이 살아있는 월넛 색상 마루를 조합했다.에몬스가구 집을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 홈인테리어 시장 역시 자유자재로 형태·색상을 바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가전·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에몬스가구는 고급 소재를 적용한 오더 메이드(주문 제작) 방식의 프리미엄 소파 ‘리젠스’의 블루 컬러를 선보였다. 기존 라이트 그레이, 그레이, 네이비, 누드, 브릭 브라운 컬러에 이어 블루까지 추가하며 총 6가지 색깔의 라인업을 갖췄다. 리젠스는 1인, 3인, 4인, 카우치형, 코너형 등 작은 평수부터 대형 평수까지 공간에 맞게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주문 제작을 통해 소파 길이를 10㎝ 단위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소파는 2.0~2.2㎜ 두께의 통가죽을 입혀 내구성이 좋다. 독일 헤티히(Hettich)의 하드웨어를 사용해 헤드레스트(머리 받침 부분)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머리부터 허리까지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하이백 스타일로,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리젠스는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0.5㎎/L 이하인 E0등급의 합판과 이탈리아 엘라스틱 밴드, 항균 패딩, 환경친화 에코본드 등 최상급 자재로 만들었다. 노현관 에몬스가구 홍보실 부장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인기 제품인 만큼 블루 컬러 제품을 보강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한솔홈데코 섬유판 강마루인 ‘한솔SB마루’는 기존 강마루에 주로 쓰이던 합판이 아닌 물에 강한 내수 목재 보드를 코어 소재로 사용해 기존 강마루보다 내수성이 좋고 하자 발생률이 낮다. 최근 한솔홈데코는 SB마루의 내수성을 보여주고자 60도 이상 난방과 100% 가습을 반복하는 등 가혹 실험 장면을 유튜브 채널 ‘한솔 알쓸인잡’을 통해 공개했다. 실험 영상에 따르면 물, 주스를 일반 강마루와 한솔SB마루에 부어본 결과 일반 강마루는 마루 안으로 물과 주스가 스며든 반면 한솔SB마루는 스며듦 없이 원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일반 강마루와 SB마루를 히팅 플레이트 위에 올려놓고 온도 변화를 측정해본 결과 SB마루가 가장 빨리 가장 높은 온도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히팅 플레이트를 끈 후 잔열 테스트 결과도 열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솔SB마루는 코어층의 밀도가 높아 강마루보다 찍힘과 눌림에 강하다. 미끄럼방지 기능도 추가돼 노인, 어린이, 반려견이 있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등급인 ‘Super E0’ 자재를 사용하고 4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톨루엔·라일렌·메틸렌·스타이렌)을 넣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 종류는 ▲우드·대리석(390㎜×790㎜) 패턴의 ‘SB오리지널’ ▲헤링본 시공이 가능한 ‘SB엣지’ ▲표면이 더욱 강한 ‘SB강’ ▲무늬·질감이 같으면서 표면까지 강한 ‘SB엠보’ 등 4가지가 있다.제너럴네트 새 가구를 들여놓거나 이사를 할 때는 새집증후군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앤메디(GN MEDI) 항균스프레이’(원 안)는 담배·음식물·대소변 냄새 등 각종 악취나 새집증후군 대표 물질인 폼알데하이드 같은 유해 성분을 없애준다. 어린이 안전성을 위협하는 차아염소산수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살균·제균 스프레이와 다르게 미네랄 성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인시험기관에서 피부 자극 시험을 한 결과 음성 반응을 보이며 저자극 인증을 받았다는 게 제너럴네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항균 제품은 공기정화 기능이 없지만 지앤메디 항균스프레이는 탈취·항균 기능을 모두 갖춰 각종 악취가스와 유해가스를 대부분 없애준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적용 가능한 점을 인정받아 과학기술통신부가 주관하는 장영실상을 받기도 했다. 벽지와 시트지, 블라인드, 가구, 의류, 침구류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제너럴네트 관계자는 “폐렴균이나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의 유해 세균에 대한 항균성 테스트를 한 결과 99.9%의 세균 감소율을 보였다”며 “일시적으로 세균을 없애는 타사 제품과 달리 분사 후 72시간이 지난 뒤에도 항균 기능을 99.9%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분법적 본능을 넘어서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분법적 본능을 넘어서

    인간이 가진 오류 중에는 연속적인 대상을 불연속적으로 인식하거나 표현하면서 생기는 문제에 기인하는 것들이 있다.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연예인들 가운데는 누가 더 좋은지 등 여러 대상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수 선택지에 대한 미세한 선호의 차이를 판단하는 일에 능숙하지 않다. 반면 선택지가 단 두 가지만 있을 때는 둘 중 하나를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다수의 선택지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비교해 최종적으로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이상형 월드컵’은 이런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선택지를 둘씩 짝지어 연속해서 비교할 때 우리는 두 대상에 대한 자신의 순간적인 반응을 보다 쉽게 파악하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선호하는 대상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문제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치환하는 것을 ‘이분법’이라 한다.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이분법 중에는 외부의 자극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공통적인 습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종 외부 자극에 대해 본능적으로 유불리를 따져 반응하게 된다. 이분법적 본능에는 장점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타인을 친구와 적으로 나누어 인식하려는 습성이 대표적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들이 생존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내(內)집단 충성이란 진화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종교나 신념을 기준으로 친구와 적을 가르는 방식이 매우 간단했다는 점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문명사회에서 여전히 생각의 차이를 두고 타인을 친구와 적으로 나누는 습관은 많은 경우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이분법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이분법의 기준을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이 제시할 때 쉽게 발생한다. 경제학자 해럴드 호텔링이 제시한 ‘해변가의 아이스크림 트럭’ 이야기를 보자. 해변에 두 대의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고 관광객이 둘 중 더 가까운 아이스크림 트럭을 이용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관광객에게 가장 유리한 두 트럭의 위치는 양쪽 절반의 가운데일 것이다. 그러나 트럭 한 대가 해변의 중앙으로 조금 움직인다면 그 트럭은 그만큼 상대 트럭으로 향하는 관광객을 빼앗게 되며, 결국 두 트럭은 최종적으로 모두 해변의 중앙으로 이동하게 된다.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점은 두 트럭이 이렇게 이동을 하더라도 처음 위치에 비해 더 큰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관광객은 더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된다. 곧 전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링 현상은 선택지가 단 둘 뿐일 때 이들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꿀 수 있게 할 경우 전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호텔링 현상은 경쟁하는 두 정치세력이 왜 서로 비슷한 색깔을 띠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쓰이며, 위의 분석 또한 그대로 성립한다. 선택의 기준을 정치세력들에게 그대로 맡길 경우 전체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세력들이 이분법적 본능을 이용해 특정 문제의 찬반만으로 다수를 점하려는 시도에 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특정 문제를 누가 제시하느냐일 것이며, 안타까운 점은 이때 다시 친구와 적이라는 이분법적 본능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 30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남자… 그가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방법

    30년간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남자… 그가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방법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1’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직관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저마다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꼼꼼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면, 보잘것없는 존재도 보잘 것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메시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여기에 위로받는다. 구마가이 모리카즈(1880~1977)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일본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가운데 한 명인 그는 ‘풀꽃1’의 메시지를 철저하게 실천한 선구자였다. 구마가이는 보잘것없는 존재를 자세히 보면서 예쁨을, 오래 보면서 사랑스러움을, 살아 있음 자체의 기쁨을 화폭에 담아냈다. 구마가이는 ‘붉은 개미’(1971)를 그렸다. 모델은 자신의 정원에 사는 붉은 개미들. 이게 뭐 대수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30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매일 정원을 산책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나면 어떨까. 그것은 대수로운 사건이 된다. 이 작품은 구마가이가 붉은 개미를 흘낏 보고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그는 엎드려서 붉은 개미를 자세히, 오래 보았다. 십수년의 세월이다. 그런 구마가이의 노년을 영화화한 작품이 ‘모리의 정원’(2018)이다. ‘남극의 쉐프’(2009) 감독 오키타 슈이치의 연출작으로, 연기파 배우 야마자키 쓰토무(구마가이 역)와 기키 기린(히데코 역)이 부부로 출연해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까 ‘모리의 정원’에서 주인공은 셋이다. 구마가이와 히데코, 그리고 정원이다. 두 사람과 자연은 떼려야 떼어지지 않는 삼위일체다. 정원 옆의 아파트 건설은 훨씬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말하는 개발업자에게 히데코는 이렇게 대꾸한다. “하지만 해를 가릴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 여기에는 많은 나무와 벌레가 살고 있으니까요.” 정원은 구마가이뿐 아니라 그녀의 것이기도 했다. 히데코 역시 자세히, 오래 보는 사람이다. 50년 넘게 그녀는 남편을 그렇게 보아 왔다. 두문불출해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 혹은 요괴로 불리는 구마가이는 그래서 히데코의 입장에서 기인이 아니었다. 작은 것에서 진리를 포착하는 일을 그녀도 하고 있었으니까.“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 ‘풀꽃2’의 구절이다. ‘모리의 정원’은 이웃을 친구로, 친구를 연인으로 변화시키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찾은 답은 시간과 정성이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이 곧 정성을 기울인다는 거니까. 이것이 인식을 우정으로, 우정을 사랑으로 바꾼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생태주의가 단순한 환경 보호에 국한되지 않는 사상임을 일깨운다. 존재의 고유성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라. 보잘것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 ‘모리가 있는 장소’(원제)에서만 그렇지는 않을 테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현대모비스, 모빌리티 미래 본 자율주행 전기차

    현대모비스, 모빌리티 미래 본 자율주행 전기차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도심 공유형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 S’(M.VISION S)를 선보였다. 엠비전 S는 주변 차량과 보행자, 신호등 변화 등을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으로 인식하며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만능 전자바퀴라고 불리는 ‘e코너 모듈’이 적용돼 차체 크기도 2인승 소형, 5인승 중형, 중형 버스 등으로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엠비전 S는 공유형 차량이지만 개인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공한다. 승객의 감정 변화를 인식해 조명 색깔을 바꾸고, 승객이 원하는 음악과 동영상을 보여 준다. 또 승객은 엠비전 S 내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다. 엠비전 S는 클린 모빌리티를 지향한다. 전기차 콘셉트이지만 구동 장치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충북 충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전용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2공장도 짓고 있다. 2공장이 완공되면 연 4만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이 수소연료전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가 융합된 클린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내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라이다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라이다 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라이다 기술 1위 업체인 ‘벨로다인’에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감자는 16세기 후반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유입됐다. 사람들은 이 못생긴 덩어리를 ‘악마의 사과’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1770년대 이상 저온으로 밀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기근이 심각해지자 감자는 비로소 식품으로 받아들여졌다. 밍밍하고 텁텁한 감자를 먹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불만이 높았다. “이런 건 개도 안 먹을 거다.”하지만 감자는 점점 없어서는 안 될 작물이 됐다. 같은 면적의 땅에 감자를 심으면 밀을 심었을 때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었다. 전쟁도 감자 재배를 확산시켰다. 군대가 농작물을 징발해도 땅속에 묻힌 감자는 안전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고향인 네덜란드 누에넨에서 습작에 몰두하던 시기에 이 그림을 그렸다. 농부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먹을 것이라곤 접시에 수북이 쌓인 감자와 정체가 불분명한 검은 음료뿐이다. 커피 또는 커피 대용으로 마셨던 치커리 차일 것이다. 매달려 있는 등불에 농민들의 거친 얼굴과 마디 굵은 손이 도드라져 보인다. 방구석과 천장은 어둠 속에 잠겨 있다. 통상적인 아름다움은 없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에는 경건함이 떠돈다. 반 고흐는 사람들 얼굴을 살구색으로 마무리했다가 곧 후회하고 ‘더러운 감자 색’으로 다시 칠했다. 그에게는 해부학적인 정확성이나 기술적 완성도보다 그림이 갖는 진실성이 중요했다. 그는 농민화를 매끄럽고 보기 좋게 그리는 것은 잘못이며, 농민화에는 거름과 비료가 쌓인 마구간 냄새,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농민들의 땀방울이 배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못 만족했으나 이 그림을 본 동생 테오와 몇몇 사람들의 반응은 뜨악했다. 테오는 차마 뭐라고 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색깔이 너무 칙칙하고 인물 묘사도 조잡하다고 흠을 잡았다. 반 고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가 옳았다. 그는 이 그림으로 습작기를 마치고 한 사람의 화가로 탄생했으며 닮고 싶어 하던 농민화가 프랑수아 밀레를 뛰어넘었다. 이 그림을 파리에 있는 테오에게 보낸 뒤 반 고흐는 누에넨을 떴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술평론가
  • 통합당 “경찰·선관위, 노골적 민주 편들기…관권선거 위협”

    통합당 “경찰·선관위, 노골적 민주 편들기…관권선거 위협”

    경찰·선관위에 ‘선거방해 엄단’ 공문25일에는 선관위 항의 방문 계획미래통합당은 24일 4·15 총선을 앞두고 친여 단체와 함께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노골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이를 ‘여권의 조직적 선거방해 공작’으로 규정하고 이날 경찰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25일에는 선관위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검찰, 선관위, 민주당이 장악한 지자체가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고 있어 관권선거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통합당 후보에 대한 선거방해·선거공작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조국수호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 방해 행위가 전국에서 도를 넘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위법 발언과 양다리 걸치기를 서슴지 않는 민주당의 경박성도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계획적인 선거방해 곳곳서 발생” 회의에서는 선거방해 사례로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정 후보와 맞붙는 서울 광진을, 김태우 후보가 민주당 진성준 후보와 대결하는 서울 강서을 등이 거론됐다. 광진을에서는 오 후보를 따라다니며 피켓 시위를 해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이 대진연 회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1인 시위에 나선 오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각종 시민단체 이름으로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선거운동 방해행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강서을의 김 후보는 ‘민주당 측이 조직한 감시단 단원들이 선거운동을 따라다니며 불법 촬영을 하고 욕설을 하는 등 방해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후보는 “일거수일투족을 불법 촬영·감시하는 사찰의 배후를 색출하기 위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정되지 않으면 선대위 차원 중대 결단” 이진복 본부장은 “통합당 후보들이 당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직무유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시정되지 않으면 중앙선대위 차원에서 중대 결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근식 선대위 대변인은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중앙선관위가 여당에 편향적으로 선거법을 해석하면서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비례한국당’, ‘안철수신당’ 명칭 사용은 불허하더니 ‘더불어시민당’은 하루아침에 허락하고 로고와 당 색깔까지 비슷하게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자기들 시스템 안에서 비례대표 명단을 이미 확정했고, 비례대표 명단 1∼10번인 분들을 갑자기 급조한 더불어시민당에 후순위로 보냈다”며 “적어도 미래통합당은 공식 결정한 비례대표 후보를 다른 당으로 이적시키는 것을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의당 지지율 ‘바닥’

    정의당 지지율 ‘바닥’

    비례대표 투표 의향도 1주일새 1.2%P 뚝 ‘정의당만의 색깔’ 보여주기 전략 나설 듯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지지율이 2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논란을 벌이는 상황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2% 포인트)한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셋째 주 3.9%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비례대표 후보 투표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도 정의당을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지난주 7.2%보다 1.2% 포인트 하락했다. 정의당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여기에 친문(친문재인)·친조국을 내세운 비례 정당 열린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 음주운전 경력으로 인한 신장식 후보의 사퇴 등 부정적인 소식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유권자들에게 ‘진보성’을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당시 정의당은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때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총선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얽힌 고리를 끊고 정의당만의 색깔을 보여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고래싸움에 등 터진 정의당…2년만에 최저 지지율

    고래싸움에 등 터진 정의당…2년만에 최저 지지율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지지율이 2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논란을 벌이는 상황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2% 포인트)한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셋째 주 3.9%를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비례대표 후보 투표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도 정의당을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0%로, 지난주 7.2%보다 1.2% 포인트 하락했다. 정의당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여기에 친문(친문재인)·친조국을 내세운 비례 정당 열린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 음주운전 경력으로 인한 신장식 후보의 사퇴 등 부정적인 소식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유권자들에게 ‘진보성’을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당시 정의당은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때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선명한 주장을 하지 못하는 젠더 이슈를 중심으로 파고든다는 생각이다. 이날 정의당 조혜민 성평등선거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문제적 발언을 한 법사위원은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이들이 21대 국회에 출마할 수 없도록 민주당과 통합당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사한 의원들이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민주당 송기헌 의원),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거냐’(통합당 정점식 의원)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녹색당과의 연대 국면에서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대해 ‘소모적’이라고 언급한 것과 최근 세종갑 지역의 홍성국 후보가 “노래방, 찜질방 룸싸롱 등 ‘방’들은 20년간 내수의 견인차” 등의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 정의당이 공격적으로 대응한 것도 최근 바뀐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의당 지지자와 민주당의 진보성향 지지자가 겹치는 점은 고민거리다. 정의당이 최근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던 것은 노회찬 전대표의 별세 뒤인 2018년 8월 첫 주로 당시 14.3%를 기록했다. 당시 정의당에는 고 노 전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조국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대거 입당하기도 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총선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얽힌 고리를 끊고 정의당만의 색깔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정의당의 예전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선거전략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계란 흰자 1000번 휘젓다 보면 코로나 스트레스 녹는다

    계란 흰자 1000번 휘젓다 보면 코로나 스트레스 녹는다

    날이 포근해져 서호준(33)씨는 외출을 하고 싶지만 집에 머무른다. 대신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계란을 깼다. 요즘 유행하는 수플레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뒤 흰자에 설탕을 넣고 1000번쯤 저었다. 흰자가 걸쭉하게 됐을 때 소금을 넣은 노른자와 섞고, 폭신한 오믈렛을 구웠다. 서씨는 “팔이 아팠지만 재미가 있었다”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평소에 하지 않던 흥미거리를 찾게 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셀프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즐길 거리를 찾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순이·집돌이들도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아우성이면서도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19의 유행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집콕족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1000번 저어 만드는 계란 오믈렛’이 등장하기 전, 손목이 아플 정도로 저어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가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달고나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 설탕과 물을 적어도 400번 이상 휘저어 크림처럼 만들어 우유 위에 부어 마시는 음료다. 실제 도전한 이들은 하나같이 “손목이 시큰하다. 400번이 아니라 4000번은 저어야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달고나 커피 관련 게시물은 지난 21일 기준 8만 3000건이 넘었다. 최지선(26·가명)씨는 “자동 거품기로 만들 수도 있지만, 손목으로 저어서 만들고 나면 힘든 도전을 깬 것 같은 뿌듯함도 있다”면서 “일상이 무료한데 카페에서 파는 것 같은 달콤한 음료를 집에서 마실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했다. 초코우유를 만드는 가루와 휘핑크림 등으로 만드는 변형 레시피도 나왔다.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신지혜(26·가명)씨는 요즘 집에서 컬러링북을 구매해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 중 컬러링북을 우선 찾았다. “코로나19에 대한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힐링이 되고 좋았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전시회에도 가고 미술에 더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선해(27·가명)씨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도안에 따라 작은 크기의 비즈를 붙이는 보석십자수에 열중하고 있다. 펜으로 비즈를 집어 도안에 표시된 색깔에 맞춰 하나하나 붙이면 된다.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비즈를 붙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난다. 이씨는 “집콕 생활이 몇 달은 이어질 것 같아 큰 도안을 골랐다”면서 “단순 노동을 하면 잡념도 사라지고 완성돼 가는 그림에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거품 반죽기·스도쿠와 퍼즐 판매 급증 관련 제품의 매출 증가세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동안 우유 거품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거품 반죽기는 67% 증가했다. 콩나물 키우기 등을 할 수 있는 새싹재배기와 채소씨앗도 같은 기간 각각 25%, 17% 더 팔렸다. 스도쿠와 퍼즐(954%), 직소 퍼즐 및 액자(211%) 판매도 급증세다. 전국 어린이집·유치원과 학교의 개원과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들도 육아 팁을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육아 사회적기업인 그로잉망의 이다랑 대표가 지난달 25일 제안한 ‘#아무놀이챌린지’가 그중 하나다. 이 캠페인은 ‘가정보육 시간을 성공적으로 플렉스할 집단지성’들에게 ‘세상 모든 집의, 세상 모든 놀이를 모아 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집에서 아이와 놀거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사진으로 올리면 된다. 놀거리가 떨어진 사람들에게 톡톡 튀고 재미있는 놀이를 공유한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물건을 이용해서 노는 점도 특징이다. 부모가 화장솜이나 면봉으로 그림 도안을 그려 주면, 아이가 붓이나 물약통을 이용해 색칠을 하기도 한다. 종이컵으로 탑을 쌓거나 공예를 만들기도 한다. 휴지심을 풀로 붙여 그림을 그린다. 이윤경(36·가명)씨는 자녀들과 함께 콩나물을 키우고 멸치똥도 딴다. “콩나물은 하루에 물을 2~3번만 주면 되고 빨리 자라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듯하다”면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이웃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폭락한 감자 구매 ‘포케팅 열풍’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자택 생활을 SNS에 공유하는 이벤트 ‘으라차차칩거생활’을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했다. 달고나 커피를 만든 사진이나 일기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인천연수구육아종합지원센터도 ‘#사회적거리두기’를 공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착한 소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김규원(21·가명)씨는 매일 오전 10시면 ‘포케팅’(포테이토+티케팅)에 뛰어든다. 여느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 못지않은 난이도에 1분 30초 남짓이면 감자가 품절이다. 지난해 고랭지 감자 생산량이 2018년보다 52% 늘었는데, 코로나19로 납품길도 막히면서 감자 도매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어려움을 겪는 감자 농가를 위해 창고에 있는 감자 10㎏을 5000원에 판다며 SNS에서 홍보를 하면서 ‘포케팅’ 열풍이 시작됐다. 연이은 품절에 지난 18일부터는 하루 판매량을 8000박스에서 1만 박스로 늘렸다. 헬스장처럼 여러 사람이 실내에 모여 하는 운동도 어려워지면서 홈트레이닝(홈트)으로 몸을 푸는 사람들도 많다. 매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맨손 운동을 알려 주는 영상이나 책 덕분에 어렵지 않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운동용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났다. 김지인(28·가명)씨는 헬스 게임인 ‘링피트’를 시작했다. 김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살이 찌고 면역력에 대한 걱정도 생겼다”면서 “헬스장에 가지 않고 혼자서 운동을 하면 목표를 지키기 어려운데 게임을 하니 조금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쓰나미에 휩쓸려 바다로 갔다가 살아난 ‘기적의 소’ 그후…

    쓰나미에 휩쓸려 바다로 갔다가 살아난 ‘기적의 소’ 그후…

    지난해 9월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을 덮쳤을 당시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다가 두 달 후 멀쩡히 살아서 발견된 ‘기적의 소’가 새끼를 출산했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소 한 마리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시더 아일랜드에서 출산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새끼는 지난 2월 초 태어났으나 어미의 경계가 심해 한 달도 더 지난 지금에서야 그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소를 돌보고 있는 목장 측은 16일(현지시간) “방목하는 야생 소라 사람 접근이 어려웠다”라면서 “새끼는 한쪽 눈은 갈색, 다른쪽 눈은 파란색인 ‘오드아이’다”라고 밝혔다. 홍채 이색증인 오드아이는 양쪽 눈 색깔이 다른 현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새끼를 낳은 소는 지난해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시더 아일랜드에서 방목되던 다른 소들과 함께 허리케인 도리안이 만든 ‘미니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다. 시더 아일랜드에 서식하던 약 30마리의 소 중 목숨을 부지한 건 고작 6마리뿐이었다. 당시 살아남은 소들은 ‘바다 소’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머지 소는 모두 익사했으며 야생마 28마리도 죽었다. 두 달 후, 시더 아일랜드와 약 30km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 룩아웃곶국립해안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3마리 소가 추가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의 강한 바람 탓에 길을 잃은 소들이 쓰나미에 휩쓸렸다가 무려 8km를 헤엄쳐 육지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더욱 놀라운 사실은 3마리 중 한 마리가 임신 중이었다는 것이다. 즉시 구조작업을 진행한 현지 목장은 임신한 소에게 허리케인의 명칭을 따 ‘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지난달 4일, 도리는 무사히 새끼를 출산했다. 소의 임신 기간이 279일~287일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허리케인이 강타했을 당시 도리는 임신 5개월이었던 셈이다. 현지언론은 도리가 임신 상태에서 새끼를 지키기 위해 쓰나미에 휩쓸린 와중에도 필사의 헤엄을 치는 모성애를 발휘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내놨다. 지난해 9월 미국 남동부와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휩쓴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은 바하마에서만 2500명의 실종자를 내는 등 최악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야기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친문 비례 ‘더불어시민당’ 출범… 정개련 “양정철 작품” 격앙

    친문 비례 ‘더불어시민당’ 출범… 정개련 “양정철 작품” 격앙

    민주 현역 10명 이적 추진, 총선 후 복귀 미래당 “합류 결정한 적 없다” 즉각 반박 ‘색깔’ 다른 녹색당·민중당은 배척 당해 하승수 “처음부터 친문·친조국 창당 계획” 조국·이국종은 ‘열린민주당’ 출마 고사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시민을 위하여’가 18일 당명을 ‘더불어시민당’으로 정하고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 및 영입 절차에 착수했다. 참여를 타진하다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한 녹색당, 민중당 등 군소정당들의 힘겨운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역시 민주당에 버림받은 정치개혁연합은 “민주당이 처음부터 (가치 연합정당이 아닌) 위성정당을 만들 계획이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희종·최배근 시민을 위하여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평화인권당, 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고 오늘 미래당도 합류하게 됐다”며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견 직후 미래당은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 공동대표는 “당선 안정권을 보수적으로 16명 정도로 생각할 때 9~10번까지가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영역이고 민주당이 그 뒷번호”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민주당 비례 후보 25명은 10~11번 이후부터 배치될 전망이다. 더불어시민당은 투표용지상 앞번호를 받기 위해 민주당 현역 의원의 이적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우 공동대표는 “최소한 10명 정도를 모실 예정”이라며 “그래야 미래한국당에 대응한다는 취지가 산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난 뒤 당을 해산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더불어시민당은 곧바로 비례대표 후보 국민 추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공모는 오는 22일까지 제한경쟁 5개 분야(공공보건의료, 소상공인, 검찰개혁, 중소기업 정책, 종교개혁)와 이를 제외한 일반경쟁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우·최 공동대표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의당의 합류 의사가 늦지 않길 바란다”며 정의당에 대한 동참 촉구를 이어 갔다. 하지만 정치개혁연합 등 다른 곳과 함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끝났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연합 조성우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할까, 말까만 정하는 것이지 본인들이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참여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협상을 주도해 이해찬 대표에게 직보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공동대표는 “양 원장 등 소수가 준동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친문(친문재인), 친조국(전 법무부 장관) 세력인 ‘시민을 위하여’와 처음부터 위성정당을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색당도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허울뿐인 선거연합”이라며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의 후보 추천 프로그램 ‘열린 캐스팅’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국종 전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정준희 교수 등이 추천됐지만, 이들은 불참 뜻을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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