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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피플+] 사고로 하반신 잃은 남성, 장애 여성 만나 인생역전한 사연

    [월드피플+] 사고로 하반신 잃은 남성, 장애 여성 만나 인생역전한 사연

    사고로 불구가 된 남성이 수차례의 극단적인 선택 끝에 희망을 찾게 된 삶의 여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베트남 남성 응웬 반 녀(32). 그는 지난 2010년 23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잃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배설 기능조차 인공 장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건장한 20대 남성에게 신체의 절반이 잘려 나간 현실은 지독히 잔인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육체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은 훨씬 더 심했다. 한순간 삶의 빛이 꺼진 암흑 속을 헤매야 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수차례 시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마지막 순간 생명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이후 그는 술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술을 마실수록 비참한 자신의 인생만 더욱 또렷하게 인식될 뿐이었다. 절망 속에 빠져 살던 그에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당시 출산을 마친 누나가 조카를 데리고 그의 집에 들어와 지냈다. 하루는 아기가 울자, 누나는 아기를 어르고 달랬고 아기는 다시 곤히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사랑이 아기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데, 나도 저 아기와 같지 않은가? 울며 불며 바둥거리는데 내게도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도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누나 또한 “그렇게 죽으려 해도 살아났다면, 제대로 살아보라”고 충고했다. 이후 그는 하노이 타이빈 성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그곳에서 인생의 반려자인 응아를 만났다. 근위축을 앓는 그녀는 무뚝뚝한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그의 거동을 도왔다. 하지만 그는 ‘밝은 미래는 감히 나의 몫이 될 수 없다’는 비관적 생각에 빠져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헌신적인 도움과 진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장애인끼리의 결혼을 승낙하지 않았다. 장애 남성에게는 한 가정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들은 하노이에 작은 집을 구한 뒤 새벽 4시에 기상했다. 길거리에서 차를 파는 장사를 하면서 다양한 IT 수업을 수강했다. 한 달에 700만동(36만원)을 벌어 300만동(15만4000원)을 저금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야채 위주의 식단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후 둘은 회사에 취업해 알뜰히 더 많은 돈을 모았다. 이윽고 2017년 그의 잔고에 2억동(1030만원)이 모였다. 은행에서 7억만동(3600만원)을 대출받아 광고, 웹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장애인 40여 명을 고용한 뒤 그는 하루 18시간 일을 했다. 그의 성실함 덕분에 사업은 승승장구하며 번창했다. 지금은 은행 빚의 절반을 갚았고, 지난해에는 새 아파트로 이사까지 했다. 이사 첫날 그는 “우리 이제 결혼해요. 이제 내가 당신을 평생 돌봐줄게요”라면서 프러포즈를 했다. 그녀의 부모도 그들의 결혼을 마침내 승낙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감동적인 결혼식을 치렀다. 죽음의 문턱에서 배회하던 한 남성이 가족과 연인의 사랑으로 당당히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이제 이들의 다음 목표는 아기를 갖는 것이다. 병원 치료를 통해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희망이 실현되길 바라고 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jongsil74@naver.com
  • 홍남기 “러, 소재·부품·장비 공동펀드 조성하자”

    홍남기 “러, 소재·부품·장비 공동펀드 조성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러시아에 소재·부품·장비를 육성하는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가 시급한 가운데 러시아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겠다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홍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 ‘한러 경제기업인 대화’에서 “러시아는 기초 원천기술을 사업화해 해외 판로를 확보하고, 한국은 소재·부품·장비의 수입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러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협을 촉진하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국가 간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경제적 가치사슬이 지속적으로 부식될 경우 국가 간 연결고리는 끊어지고, 전체 경제권은 침체된다”면서 “아무리 경제적으로 강한 국가라도 주변국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면 전체 가치사슬에서 고립되고 소외돼 쇠락의 길을 면하지 못한다”며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향후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경우 극동의 접경지대를 남북, 러시아, 중국이 공동으로 개발해 유라시아의 가치사슬을 다시 연결하고, 동북아 번영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전력·가스·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 연구, 러시아 조선소 현대화,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빠른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 “지난 6월 개시된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타결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살인적 근무 신고했더니 “내년에 처리”… 노동자 패싱한 노동청

    살인적 근무 신고했더니 “내년에 처리”… 노동자 패싱한 노동청

    48주간 연장근로 한도 초과 시달린 동생 “야근 관행 없애야” 남기고 극단적 선택 과로사 추정 뇌심질환 산재 4년 새 2배 “유가족에게 산재 절차 등 안내해 줬으면” “과로사 땐 즉시 근로감독해야” 지적도“제 동생 이름은 장민순입니다. 유명 인터넷 강의업체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난해 1월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장향미씨는 4일 “동생이 죽기 한 달 전 제 앞에서 펑펑 울면서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직장 상사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처음 털어놨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과로사·과로자살로 가족과 동료를 잃고 회사 및 정부와 싸워 온 사람들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다음달 28~29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아시아 직업 및 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대회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장씨는 화가 나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동생이 다니는 회사를 신고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 “올해 근로감독 일정이 끝났으니 내년 2월 이후 다른 업체 신고가 들어오면 같이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생은 포괄임금제에서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고 한다. 장씨는 “동생이 일한 129주 중 1년에 가까운 48주를 연장근로 제한 한도를 초과해 근무했다”면서 “입사 초기 극심했던 야근은 조금씩 줄어들다가 동생이 죽기 한 달 전 입사 초와 같은 강도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가족 식사 자리에서 동생은 “신입들이 야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게 마음 아프다. 야근 관행을 없애고 싶어 (시민단체에) 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흘 뒤 동생은 장씨에게 이메일로 출퇴근 기록을 증명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록을 전달했다. 장씨는 “그게 동생의 마지막 이메일이었다”고 했다. 이튿날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심질환과 정신질환을 사유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건수는 2014년 각각 471건(승인율 22.6%), 45건(33.3%)에서 지난해 925건(41.3%), 166건(73.5%)으로 급증했다.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해 지난 7월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전국집배노조 허소연 교육선전국장, 간호사 박선옥·서지윤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이민화 활동가 등은 이런 수치를 증명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2017년 6월 희망퇴직 압박과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형부의 과로자살 이후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배고은씨는 “유가족들이 처음 만나는 경찰관들이 감수성을 갖춘 질문을 하고, 산재 절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해 줄 수 있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또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유가족들이 고인의 직장 동료에게 증언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미 회사 측의 압력이 가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로사 아웃’ 공동대책위원회 한인임 정책팀장은 “일본은 과로사가 발생하면 바로 근로감독에 돌입하는데 이 시기는 산재 신청이 접수된 시점”이라면서 “다른 노동자도 과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로사 예방법 제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살인적 근무 신고했더니 “내년에 처리”… 노동자 패싱한 노동청

    “제 동생 이름은 장민순입니다. 유명 인터넷 강의업체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난해 1월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장향미씨는 4일 “동생이 죽기 한 달 전 제 앞에서 펑펑 울면서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직장 상사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처음 털어놨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과로사·과로자살로 가족과 동료를 잃고 회사 및 정부와 싸워 온 사람들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다음달 28~29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아시아 직업 및 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대회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였다. 장씨는 화가 나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동생이 다니는 회사를 신고했다고 한다. 일주일 뒤 “올해 근로감독 일정이 끝났으니 내년 2월 이후 다른 업체 신고가 들어오면 같이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생은 포괄임금제에서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고 한다. 장씨는 “동생이 일한 129주 중 1년에 가까운 48주를 연장근로 제한 한도를 초과해 근무했다”면서 “입사 초기 극심했던 야근은 조금씩 줄어들다가 동생이 죽기 한 달 전 입사 초와 같은 강도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두고 가족 식사 자리에서 동생은 “신입들이 야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 게 마음 아프다. 야근 관행을 없애고 싶어 (시민단체에) 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흘 뒤 동생은 장씨에게 이메일로 출퇴근 기록을 증명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록을 전달했다. 장씨는 “그게 동생의 마지막 이메일이었다”고 했다. 이튿날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심질환과 정신질환을 사유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건수는 2014년 각각 471건(승인율 22.6%), 45건(33.3%)에서 지난해 925건(41.3%), 166건(73.5%)으로 급증했다.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해 지난 7월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전국집배노조 허소연 교육선전국장, 간호사 박선옥·서지윤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이민화 활동가 등은 이런 수치를 증명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2017년 6월 희망퇴직 압박과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형부의 과로자살 이후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배고은씨는 “유가족들이 처음 만나는 경찰관들이 감수성을 갖춘 질문을 하고, 산재 절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만 해 줄 수 있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또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유가족들이 고인의 직장 동료에게 증언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미 회사 측의 압력이 가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로사 아웃’ 공동대책위원회 한인임 정책팀장은 “일본은 과로사가 발생하면 바로 근로감독에 돌입하는데 이 시기는 산재 신청이 접수된 시점”이라면서 “다른 노동자도 과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로사 예방법 제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50달러 훔친 이유로…무려 36년이나 감옥서 보낸 남자 석방

    총 50달러를 훔친 혐의로 무려 36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앨라배마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앨빈 케너드가 지난 27일 재심을 통해 석방 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58세의 나이가 돼 청춘을 모두 감옥에서 보낸 케너드의 사연은 안타깝다. 케너드가 처음 범죄를 저지른 것은 지난 1979년으로 그의 나이 18세였다. 당시 케너드는 주유소에 침입해 강도짓을 벌인 혐의로 처음 체포됐으며 이후 총 3건의 2급 강도죄로 기소돼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의 인생이 감옥에 묶이게 된 것은 1983년 주머니칼을 들고 빵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벌인 혐의 때문이었다. 빵집에서 총 50달러를 훔쳐 체포된 그는 가석방없는 종신형이라는 가혹한 형을 받았다. 이는 같은 죄를 세번 이상 저지른 자를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삼진아웃 법' 때문이었다. 당시 앨라배마주법 상 같은 범죄를 4번째로 저지른 그에게 판사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가혹한 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된 그는 지금까지 무려 36년이나 수감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00년 대 초 삼진아웃법은 가석방 기회를 주는 것으로 개정됐으나 소급적용되지 않아 케너드의 경우 재심사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운명이었던 케너드에게 희망이 빛이 찾아온 것은 판사의 '호기심' 덕이었다. 케너드의 변호인인 칼라 크라우더는 "판사가 50달러 짜리 강도사건으로 종신형을 살고있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지 알게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케너드와 비슷한 250명의 사람들이 감옥에 있다"면서 "이같은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과 정치인, 주지사가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케너드의 출소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목수로서의 새 삶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예술이 된 폐공장 벽 파산은행 명단… 밝은 미래 약속한 거짓된 권력

    예술이 된 폐공장 벽 파산은행 명단… 밝은 미래 약속한 거짓된 권력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은 거짓 이력으로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취업하려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에게 한 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그럼에도 자본 권력은 빨아먹을 피조차 굳어가는 사람들에게도 밝고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며 그들을 유혹한다. ‘복지 천국’에서 나고 자란 3명의 예술가는 이런 현실을 두고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 국제갤러리가 지난해 8월 부산 수영구 망미동 폐공장 터에 문을 연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전시회를 둘러보던 중 ‘기생충’의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덴마크 작가 그룹 슈퍼플렉스(SUPERFLEX) 개인전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는 설치와 회화 작품을 통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인류 당면 과제를 다룬다. 옛 고려제강 공장 뼈대를 그대로 살린 갤러리에 들어서면 두 벽면에 걸쳐 글과 숫자가 빼곡하게 적힌 검은 패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두 금융위기 때 ‘망한’ 은행의 이름과 날짜다. 토마토저축은행,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의 파산 기록도 담겼다. 맞은편 벽면에는 파산한 은행의 로고를 변형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 세계 금융 권력의 소멸 과정을 추적한 설치미술 작품 ‘파산한 은행들’(Bankrupt Banks)이다. 전시회장을 찾은 작가 야콥 펭거는 “파산한 은행들, 그리고 그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 영향력을 키우는 은행들의 성공과 소멸을 보면서 거대한 세계 경제구조가 돌아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면서 “파산한 은행들은 ‘선샤인 뱅크’처럼 주로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의 은행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검은 패널과 은행 로고 회화 사이 넓은 바닥은 파란색 조형물이 가로지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꺾은선 그래프 혹은 주가변동 그래프가 떠오르는 형상이다. 작가들이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18개월간 가치 변동을 추적해 시각화한 작품 ‘나와의 연결’(Connect with me)이다. 작가는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를 ‘자유경제시장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이 또한 실패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걸 표현했다”면서 “작품 ‘파산한 은행들’은 금융기관이 거대 경제구조를 책임졌던 구시대 경제를 의미하고, ‘나와의 연결’은 개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처럼 개인이 경제구조를 책임지는 새 시대의 경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입구 벽면에는 바닥에서 약 1m 높이에 파란 유리조각 3개가 붙어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작가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서에서 예측한 100년 뒤 상승한 해수면을 표현했다”면서 “현재 인류가 처한 한계와 또 미래에 다가올 재앙을 가시화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 의미를 설명했다.이 밖에 캔맥주에 ‘공유경제’ 개념을 담은 작품 ‘프리비어’(FREE BEER)는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작가들은 덴마크 양조 전문가가 만든 맥주 제조 방법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공개했다. 저작물 이용 표시(CCL)를 하고 같은 맥주를 만들거나 이를 변형한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또 이윤 창출을 위한 상업적 활용도 허용한다. 갤러리 인근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이를 변형해 개발한 ‘프리비어’ 7.0 버전을 판매한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부산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85세 이상 오래 살고 싶다면 낙관론자가 돼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85세 이상 오래 살고 싶다면 낙관론자가 돼라

    적극적인 운동 참여·금연·적은 음주량 비관론자보다 평균수명 11~15% 길어“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들었지만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었다.” 독설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낙관론자’는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견해를 가진 사람’, ‘비관론자’는 ‘인생을 어둡게 보아 슬퍼하거나 절망스럽게 여기거나 앞으로 일이 잘 안될 것이라고 봐 아무런 것에 희망을 갖지 않는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낙관론자들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노력하면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도 많지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들은 모두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보훈센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센터, 보스턴대 의대 정신의학과, 역학과, 하버드대 의대 공중의학과, 사회·행동과학과, 보건·행복연구센터, 역학과,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 네트워크의학부 공동연구팀은 낙관적인 생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기대 수명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예외적 수명’(exceptional longevity)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85세 이상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SA’ 27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1976년에서 2004년까지 ‘간호사 건강연구’(NHS)에 참여한 미국 여성 중 30~55세에 해당되는 6만 9744명과 미국보훈처의 1961~1986년 ‘고령화 연구’에 참여한 남성 중 41~90세 1429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여성의 경우 2014년까지 10년 동안, 남성에 대해서는 2016년까지 30년간 사망률과 교육 수준, 만성질환 여부, 음주 및 흡연 여부와 정도, 운동 정도, 세계관 등을 비교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낙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수명이 11~15% 정도 길었고 85세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은 50~70% 더 높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충동적인 감정과 행동을 더 잘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현재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낙관론자들은 비관론자들에 비해 운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술을 적게 마시는 등 건강한 습관을 갖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르위나 리 보스턴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낙관론이 수명 연장과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심리사회적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라는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모두 낙관론자로 가득 차 있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아 의도치 않은 재난, 재해로 세상은 이미 폐허가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비관론자들만 있다면 발전에 대한 원동력을 갖지 못해 세상은 여전히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지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리영희 선생의 말씀처럼 세상이 좀 더 살기 좋고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나눠 쓰고 바꿔 쓰는 강북

    서울 강북구가 다음달 21일 강북문화예술회관 마당에서 ‘꿈의 장터’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재활용 활성화를 목표로 마련된 꿈의 장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중고물품을 판매하거나 물물교환을 한다. 판매소 120여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의류, 장난감, 책, 소형가전, 핸드메이드 용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싼값에 살 수 있다. 이와 함께 분리배출 유도를 위해 우유팩, 폐건전지, 폐휴대전화를 생활용품과 바꿔 주는 행사도 진행된다. 우유팩 200㎖ 80개나 500㎖ 50개 또는 1000㎖ 30개당 휴지 1롤, 폐건전지 20개당 새 건전지 2개(AA사이즈), 폐휴대전화 1대당 재사용봉투(20ℓ) 2장 등이다. 1명당 우유팩은 휴지 2롤까지, 폐건전지는 100개까지, 폐휴대전화는 3대까지만 교환 가능하다. 단체를 제외한 중고물품 판매를 희망하는 누구나 장터에 참여할 수 있다. 접수 기간은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다.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bestbun3@hanmail.net), 팩스(02-985-0128), 복지관 방문 등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주민들이 무심코 버리기 쉬운 폐품을 실생활에 유용한 물품으로 교환해 감으로써 폐기물 감량 필요성에 대해 십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강우 ‘99억의 여자’ 출연 확정..어떤 역할? [공식입장]

    김강우 ‘99억의 여자’ 출연 확정..어떤 역할? [공식입장]

    배우 김강우가 KBS2 ‘99억의 여자’에 출연한다. 우연히 현찰 99억을 움켜쥔 여자 ’정서연(조여정 분)’과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다 ‘정서연’의 존재와 마주하는 ‘강태우’의 이야기를 그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연출 김영조)’에서, 김강우가 전직 경찰 ‘강태우’역으로 출연을 확정 지었다. 김강우가 연기할 강태우는 뇌물 누명을 뒤집어쓰고 경찰서를 떠나기 전까지,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사건의 냄새를 맡는 순간 돌진하는 일명 ‘미친 소’로 불리던 독불장군. 천직이라 믿었던 경찰직에서 밀려난 후 더 이상의 희망도 목표도 없이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유일무이한 자랑거리였던 동생이 사망하고, 동생이 죽게 된 진짜 이유를 찾아 나서다 정서연의 존재를 포착한다. 전작 MBC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달달한 로코킹으로, MBC ‘아이템’에서는 광기 넘치는 절대악으로 분해 장르불문 반전 매력을 선보였던 김강우는, ‘99억의 여자’ 강태우를 통해 진실을 쫓는 냉정하고 거친 겉모습과 그에 가려진 애틋함을 함께 그려낼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한편 김강우와 조여정이 출연을 확정 지은 KBS 2TV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는 11월 방송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이란 핵·홍콩 갈등 물꼬만 튼 G7… 트럼프는 ‘리조트 세일즈’

    이란 핵·홍콩 갈등 물꼬만 튼 G7… 트럼프는 ‘리조트 세일즈’

    트럼프 “여건 조성 땐 로하니 만날 것” 로하니 “제재 해제해야 대화” 거부 속 새달 유엔총회서 극적 만남 가능성도 “내년 G7은 내 리조트서… 푸틴도 초청” 트럼프 발언에 “부당 이득” 논란 가열 中 “G7, 홍콩 문제 간섭 권리없어” 반발26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란 핵과 홍콩 시위 등에 대한 ‘긴장 완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G7 정상회의의 미국 개최지를 두고도 논란이 가열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동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이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수주 안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올바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이란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7일 테헤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고 지난해 복원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미·이란 중재 노력이 완전한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G7 정상회의로 미·이란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로하니 대통령이 선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했지만 미·이란 물밑 접촉은 재개되는 분위기”라면서 “다음달 유엔총회에 로하니 대통령이 참석하는만큼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 지원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이란의 실질적 1인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대미 강경 입장 등이 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7 정상들은 또 홍콩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다. 이들은 “홍콩의 번영을 위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폭력적인 사태로 진전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시위대 요구인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에 대해선 “어렵다”고,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무력 사용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거부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G7 정상들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데 강력한 불만을 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홍콩 사무가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떤 외국 정부나 조직, 개인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국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고, 회의를 자신의 리조트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텐트 바깥에 두기보다는 텐트 안으로 들이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면서 “나는 분명히 그(푸틴 대통령)를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할 수 있다면서 “이는 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알맞은 장소를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직무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靑 “청문회 전에 왜…” 당혹…文대통령은 정면돌파 무게

    압수수색·검찰 수사로 돌발 변수 겹쳐 “청문회 검증할 텐데 檢 갑자기 뛰어들어” 새달 재송부 요청 때 임명 시기 판가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27일 최종 확정된 가운데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검찰 수사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철회를 고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법적 일정(30일)을 확대 해석해도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는 날짜는 다음달 2일인데, 그마저 지켜지지 않고 3일로 넘어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오랜 진통 끝에 인사청문회 날짜가 정해졌기에 청문회를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업무 능력, 정책 비전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검찰 압수수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청와대는 여론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진통 끝에 청문회 일정을 합의했고, 청문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도 조 후보자의 적격성을 판단하게 될 텐데 갑자기 검찰이 뛰어든 셈”이라며 “자칫 인사권자(대통령)의 판단마저 제약할 수 있는데 청문회를 앞두고 왜 압수수색을 했는지…”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검찰의 증거 수집을 위한 절차일 뿐 피의 사실 여부는 이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문제”라고 했다. 조 후보자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기류는 이전 청문 과정에서 ‘문제적 후보자’에 대한 대응과는 조금 다르다. 현 정부 들어 공직 후보자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는 “결정적인 흠결은 아니다”란 반응을 보였다. 실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1명에 이른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및 장학금 논란으로 불거진 ‘공정’ 이슈가 2030세대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또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할 당사자란 점에서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법은 없었던 걸로 알지만, 사회지도층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을 잘 알고 있다”며 “일단 청문회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최적임자란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속전속결로 동남아 순방 기간(9월 1~6일) 전자결재를 할지, 청문회 과정과 여론 향배를 좀더 살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재송부 요청을 하면서 제출 시한을 어떻게 정할지에 따라 임명 시기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열흘 이내 시한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도록 돼 있다. 기간 안에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는다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즉 문 대통령이 시한으로 제시한 바로 다음날이 임명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틱톡 아직도 안 써? 눈알젤리 먹어봤니?… 초딩들의 ‘인싸’ 되기

    틱톡 아직도 안 써? 눈알젤리 먹어봤니?… 초딩들의 ‘인싸’ 되기

    15초짜리 동영상 편집 앱 ‘틱톡’ 핵인싸템 조작 쉬운 ‘브롤스타즈’ 초통령 게임으로 눈알젤리·먹는 색종이 ‘군것질 먹방’ 인기 유행 민감 세대… 인싸·아싸 계급 되기도 형제·자매 없고 친구는 놀이터보단 학원 어울림보단 자극적 짧은 동영상 더 끌려 “무조건 허락 대신 대화로 자존감 키워야”초등학교 4학년 정다예(11·가명)양은 또래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 반드시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여자 아이돌이 착용해 유행하기 시작한 ‘반짝이 붙임 머리’를 해 달라고 어머니를 졸라 여섯 가닥 붙였다. ‘인스’(인쇄소 스티커·가위로 하나씩 오려 사용하는 스티커)가 유행하자 예쁜 스티커들을 한가득 사다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정양이 호시탐탐 노리는 궁극의 ‘인싸템’(유행 아이템)은 ‘구관(구체관절) 인형’이다.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머리와 옷, 신발, 화장까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구관 인형은 키즈 유튜버들의 체험 영상 조회수가 많게는 100만건을 넘어선다.정양은 스스로를 ‘인싸’(인사이더·유행을 이끌고 친구들이 많은 사람)와 ‘아싸’(아웃사이더·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의 사이에 있는 ‘중싸’로 여긴다. “진짜 예쁘고 인기 많은 인싸들이랑도 잠깐 친해질 뻔했지만 제가 따라가긴 힘들었어요. 지금보다는 좀더 인기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인싸’를 꿈꾸는 정양이 열심히 챙겨 보는 건 유튜브다. 부모와 일주일에 두 번만 보기로 약속한 유튜브에서 ‘가을 초등 코디’, ‘새학기 가방 싸기’ 같은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개학하면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학용품을 가지고 다닐지 고민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초등학생들은 유행에 민감한 세대다. 과거에도 ‘인싸’라는 신조어가 없었을 뿐 친구의 미니오락기에 군침을 흘리고 자물쇠 달린 일기장을 친구와 공유하는 것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요즘 초등학생의 ‘인싸 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파급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초등학생들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인싸춤’, ‘인싸템’ 같은 유행을 확산시킨다. 초등학생들의 구매력에 주목한 대중문화계가 이에 반응하고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초등학생들의 ‘인싸 문화’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과거엔 연예인, 지금은 유튜브 또래 따라 하기 창작동화 ‘진짜 인싸 되는 법’(좋은책어린이 펴냄)의 조은경 작가는 “또래들이 유튜브에 올린 ‘액체괴물 만들기’ 동영상을 보며 액체괴물을 사고, 자신의 유튜브에 액체괴물 만들기 동영상을 올리는 게 초등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짚었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연예인을 따라 했다면 요즘은 유튜브에 나오는 또래 친구들을 따라 하죠. 친구 따라 인싸템을 사는 게 보다 손쉽게 느껴지기 때문에 유행을 으려는 성향이 과거보다 강해졌어요.”초등학교 남학생들의 대세 게임은 ‘브롤스타즈’다. 핀란드의 게임사 슈퍼셀이 지난해 말 출시한 모바일 슈팅 게임인 브롤스타즈는 기존의 슈팅 게임과 달리 조작이 쉬워 새로운 ‘초통령’ 게임으로 등극했다. 브롤스타즈 열풍은 학교 앞 문방구로도 이어진다. 브롤스타즈 캐릭터가 새겨진 열쇠고리와 딱지를 뽑는 기계 앞은 늘 초등 남학생들로 붐빈다. ‘브롤스타즈 뽑기’ 체험을 하는 키즈 유튜버들의 동영상도 수십건에 달한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인스’와 ‘떡메’(한 장씩 떼어 쓰는 접착력 없는 메모지) 등 예쁜 디자인의 문구류를 수집하는 문화가 퍼졌다. 스티커를 사 모았다가 친한 친구들끼리 한 장씩 교환하거나, 인스와 떡메에 소소한 선물을 더하고 포장해 친구에게 선물한다. ‘눈알 젤리’, ‘지구 젤리’, ‘먹는 색종이’ 등 이름조차 난감한 군것질거리들도 유튜버들의 ‘먹방’을 타고 확산돼 초등학생들의 ‘인싸 간식’이 됐다. 초등학교 고학년 사이에서는 유튜브와 틱톡 같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어야 인싸 중의 인싸, ‘핵인싸’로 인정받는다.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초등 감정 사용법’(생각정원 펴냄)의 저자인 한혜원 교사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가 많은지, 또 동영상 조회수가 높거나 ‘좋아요’를 많이 받았는지 등의 여부가 내가 (인싸로 구분되는) ‘대집단’에 소속돼 있는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튜버가 장래희망 1위에 오른 사실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중국에서 개발된 동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은 15초짜리 동영상을 찍고 다양한 필터를 적용해 공유하는 앱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10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김서윤(12)양은 “반 친구들 중 절반이 넘게 틱톡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쁘고 화장을 잘하는 ‘인싸’ 친구들이 틱톡도 열심히 해요. 예쁘게 꾸며서 가만히 셀카를 찍는 동영상만 올려도 댓글이 많이 달리거든요.”●“유튜브 관심없다고 아싸”… 차별 도구 되기도 초등학생에게는 인싸와 아싸의 구분이 일종의 계급처럼 구분짓기와 차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정은수(가명)군은 책 읽기와 코딩을 좋아할 뿐 유튜버들의 유행어 같은 것엔 관심이 없다. 붙임성이 좋아 친구를 어렵지 않게 사귀지만 게임 유튜브를 보는 친구들에게서 ‘아싸’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정군의 어머니 이윤영(42)씨는 “생각도 깊고 성격도 둥글둥글한 아이인데 가끔 듣는 ‘아싸’라는 말에 상처가 큰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은경 작가는 “한 초등학교 남학생은 ‘반에서 아싸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인싸라면서 무리 지어 다니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기를 바라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은 요즘의 어린이가 또래와 부대낄 기회조차 없는 외로운 처지라는 데서 원인을 짚는다. “형제자매가 많지 않고 동네 놀이터에서는 친구들이 사라졌어요. 친구들은 학원에서 잠깐 만날 뿐이죠.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납니다.” 어려서부터 어울림보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서로 짧은 말과 영상으로 자극하는 문화”에 갇혀 자연스레 유튜브에 몰입하고 유행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초등학생들의 구매력을 간파한 기업들이 키즈 유튜버 등 또래를 내세워 펼치는 마케팅과 초등학생의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들도 인싸가 되지 못하는 아이들을 외로움으로 내몰곤 한다. ●‘인싸템’ 사 준다고 외로움 해소되진 않아 ‘아싸’가 될까 봐 고민하는 자녀를 바라보며 부모들은 ‘인싸템’을 사 줘야 할지, 틱톡을 하는 것을 허락해 줘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싸템’을 사 주는 게 아이들의 외로움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들을 둘러싼 자극적인 콘텐츠와 급변하는 유행, 끊임없이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이겨 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노워리 상담넷은 “아이의 또래문화를 하지 말라고 마냥 다그치거나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는 것 모두 좋지 않다”면서 “아이가 바라는 것을 충분히 듣고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가족 안에서 인정받는다는 욕구를 충족하게 되고 자존감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한혜원 교사는 ‘마음이 단단한 아이’가 진짜 인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단점과 약점도 인정하되 자책하지 않는 ‘자기 수용력’, 실패에 주눅들지 않는 ‘자기 효능감’ 등을 내면화한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으로 아이의 마음을 쉽게 단정해 버리거나 자신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는 타인의 평가에 자신의 가치를 매겨 버린다”면서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고 있음을, 성장하고 있음을 격려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동구 칼럼] 멍석은 잘 깔려 있다

    [이동구 칼럼] 멍석은 잘 깔려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창시자 칼 볼프강 도이치는 “국가들 사이의 통신과 접촉이 빈번해질수록 통합의 지수가 높아진다”는 가설로 유명하다. 하지만 일본을 둘러싼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는 그의 가설이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의 웬만한 나라들은 서로 활발한 무역과 인적, 경제적 교류에도 불구하고 정치, 역사 문제 등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 중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인한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2005년 8월 11일자)에서 과거사를 통한 정치적 화해 없는 아시아 공동체 논의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유럽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이뤘지만, 아시아는 50~100년 안에 겨우 경제공동체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독일처럼 일본도 전쟁 행위의 모든 것을 인정, 사죄하고 개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의례적으로 ‘사죄합니다’ 하고는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행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올해도 일본의 나루히토 천왕은 “깊은 반성”의 뜻을 밝혔지만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에 공물을 보냈고, 의원들은 집단 참배했다. 최근 미국의 역사학자도 유사한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브래진스키 교수는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의 기고 칼럼 ‘일본이 과거의 죄를 속죄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글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반성하고 이웃 국가들과 화해하지 않은 것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한일 갈등과도 연관된다”고 주장했다. 또 “1990년대 이래 일본 지도자들은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성명을 수십 차례 발표했지만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행동으로 이런 성명들을 훼손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회주의적인 한국의 지도자들은 인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을 공격하기에 편리한 목표라는 것을 발견했다. 역사적 분노를 살리고 유지하는 것은 유용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본은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정권 홍보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가 성공적으로 복구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려고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곳에서도 올림픽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의 세계 언론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우리 국민 중에는 올림픽 불참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수사에 그친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기회로 아시아와 세계인들에게 과거사를 반성하고 화해의 메시지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에서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새 시대로,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 도쿄올림픽에서 우호·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몸짓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준 셈이다. 히틀러처럼 올림픽을 정권 홍보에 활용치 말고, 아시아인을 향한 ‘과거사 사죄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등지의 피해자들은 수십년째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27년 동안 소녀상 앞에서 집회하는 고령의 피해자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만약 아베 총리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아시아인의 오랜 갈등이 화해의 역사로 바뀔 수 있는 성공적인 도쿄올림픽을 열게 될 것이다. 독일은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 이후 기회 될 때마다 과거사를 반성해 왔고, 나치 전범에게는 끝까지 죄를 물었다. 이달 초 ‘바르샤바 봉기’ 75주년을 맞아 독일은 또다시 과거를 반성했다. “일본이 아시아 두뇌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나 그것은 독일과 같이 과거와 결별했을 때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아시아의 지적 리더로 잘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라고 한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고견(니혼게이자이신문 2011년 1월 9일자)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는 한국과 아시안인,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 사과에 필요한 멍석은 충분히 깔려 있다. yidonggu@seoul.co.kr
  • 통합축제 새 지평 연 보성… 발굴 의병만 777명 ‘의향’ 알린다

    통합축제 새 지평 연 보성… 발굴 의병만 777명 ‘의향’ 알린다

    철쭉·서편제·다향 등 4개 축제 함께 개최 율포 활어잡기 페스티벌 새달까지 열려 비수기없는 사철 관광으로 지역 활성화 8년 간 못 풀었던 도시가스 공급도 해결 김철우(55) 보성군수는 전남 22개 시군 중 가장 젊은 자치단체장이다. 그러나 정치 경력이 풍부해 최연소 정치인이란 타이틀과 인연이 많다. 1998년 제3대 보성군의원에 출마해 전국 최연소 당선이란 기록을 썼다. 3선을 하며 5대에는 전·후반기 의장을 지낼 정도로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는 의리와 뚝심의 정치인으로 불린다.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민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32년간 민주당을 지키고 있다. 중앙당 부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해 중앙 인맥도 풍부하다. 김 군수는 지난해 취임 후 “꿈과 희망이 넘치는 보성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녹차와 소리의 고장을 넘어 군민들이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군정을 펴나가고 있다. 오랜 정치 경험으로 상황 판단과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김 군수는 부임 1년 동안 이전 군수들이 엄두도 못 냈던 걸쭉한 사업들을 해결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고 있다.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조치에 따른 갈등과 맞물린 상황에서 예부터 충신열사가 많아 의향이라 불려온 ‘의병의 고장’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지난 5월 통합 페스티벌 관광객 60만여명 보성군은 축제를 통합해 새로운 대한민국 축제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사계절 비수기 없는 지역’을 실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로 지역축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5월 봄철 축제 통합페스티벌로 지역 모든 축제를 통합했다. ‘5월 하면 보성으로!’라는 말을 연결 짓도록 했다. 지난 5월 축제를 통합 개최해 관광객 60만여명을 불러모았다. 이 기간 경제적 파급 효과는 766억원에 이른다. 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보성다향대축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판소리의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서편제 보성소리축제를 동시에 열었다. 전국 최대 철쭉 군락지에서 펼쳐지는 일림산 철쭉 문화축제, 율포해변 활어잡기 페스티벌 등 4개 축제를 같이 개최했다. 군 전체를 하나의 축제장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는 다채로운 내용을 즐길 수 있게 하면 더 오랜 기간 방문객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겠다는 게 전략이었다. 계절을 연결하는 ‘율포해변 활어잡기 페스티벌’은 지난 5월부터 다음달까지 매주 토요일 율포해변 일원에서 만날 수 있다. 상설화 결정에 대해 김 군수는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를 고민하던 중 청정 득량만의 제철 수산물을 활용하는 활어잡기 축제는 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어민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으로 상설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군수의 판단은 적중해 성황을 이루면서 유료 참가자만 회차당 1000명을 육박했다. 보성읍 시내 활성화 성공사례는 진도 등 인근 시군부터 전북 무주군, 경북 예천군 등 축제 관계자들이 견학하러 올 정도다. ●보성읍 도시가스 사업 1100억원 투입 2023년이면 보성군 보성읍에 도시가스가 공급돼 주민 9000여명이 혜택을 받는다. 보성읍 도시가스 공급 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돼 8년 넘게 경제성 미비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태로 표류해왔다. 김 군수가 취임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보성읍 에너지 복지 현실화가 코앞까지 왔다. 보성군 벌교읍은 지난해 8월부터 도시가스가 공급됐으나 보성읍의 경우 한국가스공사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진행 등을 자진철회하면서 사업 무산 위기에 놓였다. 김 군수는 그동안 연료비 절감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계한 소외지역 에너지 복지차원으로 사업 논리를 바꿨다. 인적·물적망을 총동원해 사업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김 군수를 비롯한 군 직원들은 매주 1회 이상 중앙부처를 방문하고, 국회의원을 면담하고, 유관기관을 수시 방문해 보성군의 생각과 사업 논리를 피력했다. 결국 1년여 만에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 군수는 “숙원사업 해소를 위해 국회, 중앙정부, 가스공사 등을 찾아다니며 보성읍 가스 공급의 당위성 설명과 건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지난 2월 청와대 주관 전국시장·군수·구청장 초청 국정 설명회에서 보성읍에 도시가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한 게 밑거름이 돼 국무회의 통과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보성읍 도시가스 사업은 장흥~보성~벌교(58㎞)를 잇는 가스배관 주 관로 사업이다. 사업비 1100여억원이 투입된다. 도시가스 공급이 완료되면 주민들은 연간 연료비 80여만원을 절감하고, 연간 32억원(4000가구)이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임진왜란~광복 350년 의병사 종합판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언급됐듯 ‘보성 가서 주먹자랑 하지 마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용감하게 싸운 보성군민의 용기와 패기에 붙여진 일본의 두려움이었다. 지난해 군은 ‘보성의병사’ 제작에 착수해 의병 777명을 발굴해냈다. 평민 중심의 의병들은 전장에서 살아남을 때만 기록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보성사람들이 의병 활동에 가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성은 밀고자가 적어 일본이 의병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성군민 전체가 의병을 지키고 의병활동에 도움을 주는 잠재적 의병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성의 의병사는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1592년부터 광복한 1945년까지 약 350년간 세월을 모두 포용하는 우리나라 의병사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광해군의 스승이자 퇴계 이황의 제자 죽천 박광전 선생은 노령인 나이에 700여명의 의병을 일으켜 진주성 전투에 참전, 승리를 이끌었다. 보성에서 창의한 전라좌의병이 진주성 전투 등 전국구로 의병활동을 펼친 기록은 보성 의병이 지역방위를 넘어 전국적인 의병활동에 적극 나섰다는 것을 뜻한다. 호남에 가장 먼저 3·1 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 장소도 보성이다. 보성은 6·25 전쟁 전후로 민족상잔의 아픔을 담은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로 아픈 역사를 문학적으로 승화하는 등 의병역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포괄하는 문화적 자원까지 겸비했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고 선조에게 보낸 장계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를 쓴 곳이 바로 보성의 열선루다. 이순신 장군은 보성에서 10일간 머물며 수군을 모병하고, 군량미를 확보해 명량해전에서 승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보성의 선거이 장군, 최대성 장군 등과 함께 싸웠다.백범 김구 선생은 1898년 보성 득량면 쇠실마을에서 약 40일간 피신 생활을 했다. 광복 후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하고 다시 쇠실마을을 찾아 보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서재필 선생은 외가인 보성 문덕면 가내 마을에서 보성군수 서광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갑신정변에 참여했다. 홍암 나철 선생은 벌교읍에서 태어나 민족 대종교를 만들고, 만주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을 전개한 호남 의병 정신을 계승한 인물이다. 김 군수는 “보성은 녹차의 고향 다향, 서편제의 본향 예향, 충신열사가 많은 의향으로 3보향의 고장이다”며 “국가 위급 시마다 구국활동을 펼쳐왔던 남도의병의 중심지역이라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추락하는 위스키 시장… 반등 꿈꾸는 업계 생존전략

    추락하는 위스키 시장… 반등 꿈꾸는 업계 생존전략

    골든블루, 4종 가격 평균 14% 인하 임페리얼 이달 초 내려… 윈저 내릴 듯 주류 라인업 확대… 매각·구조조정도경기 불황, 김영란법, 음주 문화의 변화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국내 위스키 업계가 갖가지 생존 전략으로 반등을 꿈꾸고 있다. 가격 인하와 주류 라인업 강화, 브랜드 매각 등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절박하기만 하다. 지난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 2459상자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8년(284만 1155상자) 상황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위스키 브랜드는 가격 인하를 통해 위스키를 외면해 온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이날 골든블루는 위스키 4종의 가격을 평균 14% 인하한다고 밝혔다. 앞서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업계 최초로 지난 1일부터 위스키 가격을 15% 내렸다. 이로써 국산 위스키 ‘톱3’ 브랜드 가운데 2개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나머지 1개인 윈저를 가진 디아지오코리아는 “가격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윈저도 대세에 따라 곧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었던 위스키의 가격 인하가 가능해진 것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국세청 고시 ‘리베이트 쌍벌제’의 영향이 크다.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측과 받는 쪽 둘 다 처벌하는 제도다. 리베이트 관행이 특히 뿌리 깊었던 위스키 업계는 새 고시 시행으로 인해 리베이트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위스키 비즈니스가 B2B에서 B2C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가격과 시음회 등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어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스키 회사들은 동시에 기타 주류 라인업을 늘리는 등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위스키로만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골든블루는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의 국내 유통권을 획득했으며 주류업체 오미나라와 손잡고 고급 사과증류주를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월 ‘홉하우스13’이라는 맥주 신제품을 3년 만에 내놓았다. 마지막 생존 카드는 브랜드 매각과 구조조정이다. 글로벌 위스키 회사 페르노리카 한국 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올 초 임페리얼 영업·판매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넘긴 뒤 희망퇴직을 받아 220여명이었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대폭 줄였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손학규 “내년 총선 바른미래당이 승리할 것”…사퇴 언급은 없어

    손학규 “내년 총선 바른미래당이 승리할 것”…사퇴 언급은 없어

    내분과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평화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만든 ‘대안연대’(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와의 통합을 거부하고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제3당 바른미래당이 크게 약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진로와 내년 총선 전략을 담은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패권주의와 의회 무시, 그리고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은 계속되고, 정치는 실종됐다”면서 “제게 남은 꿈과 욕심은 바로 이러한 한국정치의 잘못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충분한 권한을 갖고 대통령과 국회가 협조해서 국정을 다스리는 것, 정당 간 협조와 연합으로 국정이 안정되고 원만하게 운영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저의 마지막 꿈”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특히 “거대 양당의 싸움과 횡포를 극복하고 의회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면서 “바른미래당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3당을 굳건히 지켜 다당제의 기본 틀을 유지해 연합정치의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좌우의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중도의 길로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서 “이것이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보수대통합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은 양당정치로의 회귀, 구태정치로의 복귀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또 “지역정당으로 퇴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평화당 또는 대안연대와의 통합 역시 거부했다. 손 대표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기적을 보실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절망이 중간지대를 크게 열어놓을 것이고, 그 중심을 잡는 바른미래당에게 민심이 쏠릴 것이다. 제3지대를 튼튼히 장악하기만 하면 총선은 바른미래당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손 대표는 “손학규와 안철수, 유승민이 함께 화합해서 앞장서면 다음 총선은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 유승민 (전) 대표. 저와 함께 가자. 이제 싸우지 말고 함께 승리의 길로 나가자”라면서 “우리 다함께 바른미래당으로 튼튼하게 자리 잡고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의 모든 개혁세력이 제3지대에서 함께 모여 대통합 개혁정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의 길로 나가자”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제 곧 총선을 준비하겠다.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인재개발위원회를 가동하겠다”면서 “청년과 여성의 인재 영입에 특별히 공을 들이겠다. 새 인물 영입과 공정한 공천은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과감히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서 당을 새롭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손 대표는 “여성과 만 50세 이하 청년들로 공천의 50% 이상을 채우겠다.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으로, 100% 국민참여 공천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면서 “천 시스템을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다양하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손 대표는 또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국 내각’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좀 엉뚱하게 들리실지 모르겠고, 별로 받아주실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거국 내각을 구성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주실 것을 건의한다”면서 “거국 내각과 함께 장관 인사 등 주요 국사를 위해서는 야당을 포함한 국가 원로로 구성된 가칭 ‘국가통합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론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손 대표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남은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면서 당내에서 제기되는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해남 물결 따라가니 남도 묵객 붓끝이네…화맥 길러낸 몽유진도

    해남 물결 따라가니 남도 묵객 붓끝이네…화맥 길러낸 몽유진도

    남도는 예부터 유배의 땅이었습니다. 수많은 정객들이 유배돼 시인 묵객으로서의 삶을 살았지요. 반도의 끝이라 할 전남 해남, 진도 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재능은 고스란히 지역의 후예들에게 이어졌습니다. 밭고랑에서 풀 뽑는 아낙조차 즉석에서 절창(絶唱)을 뽑아낸다던가요. 진도에 들면 시, 서, 화는 물론 소리 자랑 말라는 말이 전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해남 역시 녹우당을 중심으로 ‘남도 문화르네상스’를 꿈꾸고 있지요. 그렇게 해남으로, 진도로, 예술이 꽃 피는 해안선을 따라 ‘남도 예술기행’을 다녀왔습니다.외지인들이 해남과 진도를 묶어 돌아볼 경우 해남을 거쳐 진도로 가는 게 순서다. 그래야 좀더 효율적으로 두 지역을 돌아볼 수 있다. 해남에선 ‘예술이 꽃피는 해안선-예술가와 함께하는 남도 수묵 기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박2일(2박3일) 동안 예술가, 큐레이터 등과 동행하며 예술을 체험하고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흥사 수묵화 체험, 템플스테이, 해창 막걸리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고산의 녹우당… 윤두서 자화상 압권 녹우당으로 먼저 간다. 해남 윤씨의 종택이다. 무엇보다 당호가 독특이다. 푸를 녹(綠) 자에 비 우(雨) 자를 쓴다. 말 그대로 ‘초록비’라는 뜻이다. 바람 불면 집 뒤 비자나무에서 우수수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녹우당이 고택 전체를 뜻하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이 집의 사랑채를 가리키는 당호였다. 녹우당은 조선의 17대 왕 효종이 고산 윤선도에게 하사한 집이다. 82세 되던 해 낙향을 결심한 고산이 당시 수원에 있던 집을 뜯은 뒤 배로 싣고 와 해남에 다시 지었다. 차양 역할을 하는 사랑채 앞쪽의 겹처마, 높낮이로 아버지와 아들의 기거 공간을 구분한 공간 배치, 회랑 형태의 나무 기둥 등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고산의 14대 손이 거주하고 있다. 집 뒤 풍경도 웅숭깊다. 300년 묵은 늙은 소나무와 고풍스런 돌담길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녹우당 아래는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이다. 해남 윤씨 관련 유물을 전시,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전시관은 단층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2층 건물이다. 1층은 로비 등 손님맞이 공간이고, 대부분의 작품은 지하층에 전시돼 있다. 도드러지거나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주변 풍경과 차분하게 어우러지려는 건축 의도가 읽힌다. 이곳에 국내 최고의 초상화로 꼽히는 ‘윤두서 자화상’(국보 제240호)이 있다. 강렬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극사실주의 작품을 보듯 한올 한올 섬세하게 묘사된 수염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작품 하나만 보더라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울림을 안긴다. 아울러 윤선도가 실제 사용한 나침반,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오우가’ ‘어부사시사’, 고려시대 유일한 노비문서인 ‘지정14년 노비문서’(보물 제483호), 윤두서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때 보던 옛 거울과 동국진체의 서예 작품 등 흥미로운 유물들을 진품으로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흥사서 차 한잔 대흥사는 해남을 대표하는 대가람이다.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절집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흥사에서는 사찰음식 체험,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수묵화 체험도 재밌다. 쥘부채에 삐뚤빼뚤 자신만의 수묵화를 그려 넣는 프로그램이다. 체험장은 대흥사 무량수전이다. 추사 김정희가 편액 글씨를 남긴 곳. 오래된 건물의 그늘에 들어 저만의 부채를 만들다 보면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고 없다. 대흥사에서는 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다반사(茶飯事)다. 차 시음 행사는 저 유명한 일지암에서 열린다. 대흥사에서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닿을 수 있다.일지암은 우리나라 차의 중흥조 초의(1786~1866) 선사가 차와 더불어 선(禪)을 수행하던 곳이다. 일지암(一枝庵)이란 이름은 “뱁새는 나무 끝 한 가지(一枝)에 살아도 편안하다”는 중국 당나라 시승 한산의 시구절에서 따왔다. 뱁새는 흔히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지는 동물로 인식되지만 불가에서는 다소 다른 모양이다. 불가피하게 오지랖을 넓혀야 하는 재능 많은 새가 황새라면 뱁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평범한 새다. 스스로가 뱁새여서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행복한지 일지암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풍경도 빼어나다. 두륜산과 멀리 남해 바다가 네모 창틀 안에 다 담긴다. 이 정도면 뱁새의 호사라 할 만하다.●왜구 물리친 울둘목에 서린 이순신 정기 예향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울돌목에 서면 느낌이 다르다. 일본에 난데없이 한 방 맞은 요즘엔 더욱 그렇다. ‘바다가 울면 물이 돈다’는 울돌목(명량·鳴梁)은 해남과 진도 사이를 흐르는 해협이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1597)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시속 20∼30㎞의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조류를 이용해 왜선을 수장시킨 것으로 전한다. 진도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중 하나인 ‘강강술래’(국가 무형문화재 8호)도 바로 이곳에서 비롯됐다. 해남 쪽에 우수영관광지, 진도 쪽에 녹진관광지가 각각 조성돼 있다. 실경산수화 같은 울돌목 풍경을 보려면 녹진전망대를 찾는 게 좋다. 진도대교와 주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돌목 인근의 우수영문화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명량대첩과 해남사람들의 이야기를 벽화 등 조형미술 작품에 담아 조성한 마을이다. 약 2㎞ 안에 갤러리,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우수영관광지에서 진도대교를 건너면 진도 땅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진도아리랑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이쯤에서 진도 민초들의 노래 한 자락 들어보자.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에 실린 시 ‘운림산방으로 오시어요’(서지은 지음)의 한 구절이다. “노오란 울금을 곱게 빻아//(…) 첨찰산 병풍에 첩첩이 발라놓고//(…) 귀하디귀한 새빨간 보석알 닮은, 홍주(紅酒)를/ 그대 오시는 쌍계사 언덕 어귀에//(…) 비단치마 폭처럼 넓게 펼쳐 올리겠나이다//(…) 가만히 가만히/ 그대, 어서 오시어요” 이런 은근한 초대를 받고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다. ●시·서·화·창 뛰어난 진도… 첫 민속문화예술특구 진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문화예술특구다. 시·서·화·창,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진도에 전해 오는 민속음악들은 대개 섬사람의 삶과 애환을 꿰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시름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한을 눈물로 맺지 않는다. 고된 삶을 노래하면서도 결국엔 내일의 희망을 그린다. 군립민속예술단의 김오현 단장은 “다른 지역 씻김굿과 달리 진도의 씻김굿은 음악적 요소가 강하다”고 했다. 진도의 씻김굿은 경쾌하다. 장단조차 슬픔의 절정에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슬퍼도 비통에 빠지지 말라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여기서 본다. 진도에서는 ‘토요민속여행’ 등 상설 공연 4개를 비롯해 예능보유자와 함께 하는 ‘진도 전통 문화공연’ 7개 등 모두 13개의 민속공연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민속공연 부자’다. 이 가운데 진도씻김굿(국가무형문화재 72호) 진도다시래기(국가무형문화재 81호) 진도만가(도 무형문화재 19호) 등에 대해 ‘진도 상·장례문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보배섬’ 진도(珍島)의 옛 이름은 ‘옥주’다. ‘비옥할 옥’(沃) 자를 쓴다는 게 정설이지만, 어차피 그마저 불확실한 것이라면 ‘구슬 옥’(玉) 자로 바꿔 쓴다고 해서 그리 틀리지는 않을 터다. 구슬은 곧 보배다. 물론 잘 뀄을 때라야 그렇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라고 했으니 말이다. 지금 진도가 예향으로 이름을 날리는 건 역사 속 수많은 ‘구슬들’의 예기가 잘 드러나도록 섬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북돋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 첫자리가 운림산방이다.●조선 대가의 화실 ‘운림산방 ’ 서지은 시인이 “겹이어 몇 대를 붓을 들던 그 옛날 조선의 대가의 화실”이라 표현했듯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소치 허련(1808~1893)에 이어 5대에 걸쳐 직계 화맥(畵脈)이 이어지고 있는 남종화의 산실이다. 오각형 모양의 연못 운림지와 소박한 정자 사이로 소치가 손수 심었다는 배롱나무가 절정의 붉은 빛을 토해 내고 있다. 정자 뒤로는 진도의 진산 첨찰산이 운림산방을 감싸고 있다. 진도 사람 몇몇은 이 같은 안온한 풍경을 두고 ‘몽유진도’(夢遊珍島)라 부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빗댄 표현으로, 진도의 실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운림산방 옆은 소치기념관이다. 소치 허련의 작품은 물론 미산 허형과 남농 허건, 임전 허문 등 후손들의 수묵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수묵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여백이다. 여백은 단순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공간이 아니다. 전시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피다 보면 여백이란 것이 그리지 않음으로써 그림이 그려지는 매우 독특한 공간이란 걸 알게 된다. 글 사진 해남·진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 번호 061) →진도의 4개 상설 공연 가운데 ‘토요민속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전국 15개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3년째 이어져 오고 있어 진도의 ‘프랜차이즈 공연’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에도 선정됐다. 진도 아리랑과 강강술래, 씻김굿 등 무형문화재 공연이 한 시간 남짓 펼쳐진다. 공연 뒤에는 관객과 출연진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군립민속예술단 주관으로 열린다. 공연은 무료다. 544-8978. ‘금요국악공감’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린다.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요일엔 진도군 보유 무형문화재 중심의 ‘진수(水)성찬’(1만원)이 오후 7시 30분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일요일엔 ‘일요상설공연’(5000원)이 오후 2시 해창민속전수관에서 각각 관객을 만난다. 이 밖에 ‘진도아리랑 오거리’ 등 버스킹 공연을 수시로 진행한다. →해남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남도 수묵기행’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행촌문화재단(533-3663)에서 받는다. →해남 읍내 천일식당(536-4001)은 80년을 이어온 떡갈비로, 진일관(532-9932)은 한정식으로 각각 소문난 집이다. 진도 신호등회관(544-4449)은 전복비빔밥을 잘한다. 전복의 암수 내장을 함께 쓰는 게 독특하다. 양념장이 강해 다소 맵게 느껴질 수 있다.
  • [사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참광복이다

    74주년 광복절을 맞은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을 핑계로 대한민국의 급소를 노리고 감행한 경제보복의 끝이 보이지 않아서다. 올해가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지만 광복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선열을 뵐 낯이 없다. 아베 신조 정권은 과거를 성찰·반성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들은 전략물자의 부정한 유출이라는 근거도 없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반도체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일본은 적반하장격 도발을 사과하고 하루빨리 보복 조치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몇 차례나 강조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는 해방 직후 김기림 시인이 쓴 ‘새 나라 송(頌)’에 나오는 구절이다.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노래한 김기림의 시를 대통령이 인용한 것은 해방 74년, 한일 국교 정상화 54년이 된 2019년 일본이 한국을 다시 흔들려 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면서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강력한 대일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경축사는 일본을 안보와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보고 미래를 열어 가자는 데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대화를 제안했다. 또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정에 가까운 의견을 나타냈다. 평창동계올림픽,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동아시아 공동 번영의 좋은 기회라면서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와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는 언급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대한민국을 흔들려고 시도하면 경제력을 키워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부당한 수출 규제에 맞서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뛰어넘는다는 극일(克日)은 있으되 반일 메시지를 담지 않은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광복절 직후 제3국에서 개최하려던 한일 외교차관 회담이 무산됐지만, 경제전쟁을 해소하려는 대화를 서두르는 게 양국 모두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일본이 조속히 깨달았으면 한다.
  • 설문조사로 ‘경제강국’ 키워드 …한복 입은 文 “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로 ‘경제강국’ 키워드 …한복 입은 文 “할 수 있습니다”

    독립군가 ‘여명의 노래’로 오프닝 공연 文, 김기림·심훈 시구절 인용 ‘자강’ 피력 광복회장 박수 유도에도 황교안 메모만 한국당 “대책 없는 낙관·北 짝사랑” 혹평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책임 있는 경제강국’이라는 표현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경축사에 무엇을 담을지에 대해 민정·정무 비서관실에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다수의 국민들이 경제적 독립을 다른 어떤 분야의 독립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 경축사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상향식 광복절 경축사’를 만든 셈이다. 올해 경축사 작성의 실무작업은 준비기간만 한 달 반 정도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광복절 경축식에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나란히 전통 의상인 두루마기 차림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항일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오프닝 공연에는 독립군가 ‘여명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고, 충남 지역 독립유공자 후손과 가수 김동완씨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송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아베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과소평가했다”며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문 대통령께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호응했고,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수를 치지 않았고 종이에 뭔가를 메모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 경축사에는 다양한 문학적 비유가 등장했다. 저항 시인 심훈의 ‘그날이 오면’,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의 ‘새 나라 송(頌)’, 남강 이승훈 선생 어록, 제헌헌법의 기초가 된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 등이 인용됐다. 특히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는 ‘새 나라 송’ 구절엔 자강 의지가 함축됐다는 평가다. 앞서 문 대통령은 ‘광복 직후 경제건설 의지를 담은 희망적 메시지를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참모진이 이 대목을 발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이 아무르 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의 농부들과 콩농사를 짓고,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라는 구절은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향한 ‘오마주’로, 남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상징한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현실 인식은 대책 없는 낙관과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며 “말의 성찬으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에 납북시인 김기림 등장한 까닭은?

    광복절 경축사에 납북시인 김기림 등장한 까닭은?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키워드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극일과 자강 의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구절로,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1908년 출생, 1958년 사망 추정)이 해방 직후인 발표한 시 ‘새나라 訟(송)’에서 발췌한 것이다. 경축사의 얼개를 매만지는 단계에서 문 대통령은 ‘광복 직후 문학 작품 등에서 경제건설의 의지를 담은 희망적 메시지를 찾아보라’고 당부했고, 눈이 밝은 참모진에 의해 김기림의 시가 소환된 셈이다. 김기림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이상·정지용 등과 함께 ‘모더니즘의 기수’로 이름을 알렸고, 후기에는 현실 참여문학에 몰두했다. 평론가로서 모더니즘을 비롯한 서양 문학사조를 소개하고 지평을 넓히는 데도 앞장섰다. 모더니즘의 기수였지만, 중반기 이후에는 사회 참여적 견해를 강하게 드러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도 보인다. 광복 후 좌파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면서도 월북 대신 서울에서 대학 강의를 계속했지만, 6·25 전쟁때 납북된 이후 정확한 소식이 끊겼다. 때문에 1988년 해금 전까지 김기림과 그의 작품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기림은 1936년부터 3년간 일본 센다이의 도호쿠 대학에서 유학했다. 이런 인연으로 한일관계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던 지난해 11월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학자·시민 등의 정성이 모여 도호쿠 대학내 기념비가 세워졌다. 기념비는 식민지 시대 극복의 염원을 담은 김기림의 대표시 ‘바다와 나비(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를 구현했다. 경축사 도입부에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심훈(1901~1936)의 ‘그날이 오면’ 중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대목도 인용됐다. 이 시는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중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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