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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난줄 모르고 새 승객싣고 질주

    불난줄 모르고 새 승객싣고 질주

    3일 서울 지하철에서 50대 남자가 불을 질러 2년 전 대구 참사의 악몽이 재현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승객 150여명이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동차 3량은 완전히 못쓰게 됐다. ●방화 목격 승객들 옆 객차로 대피만 이날 오전 7시11분쯤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7017호 전동차(기관사 금창성)가 서울지하철 7호선 가리봉역에서 철산역으로 가던 도중 8량 가운데 7번째 객차에서 불이 났다. 목격자 윤순자(66·여)씨는 “6번째 객차에서 50대 중반쯤 되는 남자가 불룩한 등산용 가방과 노란 봉지를 들고 7번째 객차로 넘어왔다.”면서 “그는 경로석에 앉아 무료신문 등을 뭉치더니 우유팩에 든 액체를 뿌리고 라이터를 켰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7번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 10여명이 황급히 6번 객차로 대피했다. 오전 7시13분쯤 전동차가 철산역에 도착하자 6,8번 객차에 있던 승객 80여명이 급히 하차했다. 철산역 정차 당시 기관사 금씨는 화재 발생 사실을 몰랐다. 소리를 지르고 지하 2층 승강장에서 지하 1층으로 뛰어나가는 승객들을 본 역무원 3명이 이들의 대피를 돕고 다른 승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승강장 맨 앞에서 기다리던 몇몇 승객은 뒤쪽에서 불이 난 줄을 모른 채 전동차에 오르기도 했다. 철산역 손광헌(45) 부역장은 “직원들이 ‘7번 객차에 연기만 자욱할 뿐 불은 보지 못했다.’고 해 진화작업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 싣고 달린 전동차…급박했던 순간 10분 기관사 금씨는 광명사거리역에 도착하기 직전에야 육안으로 화재 사실을 확인하고 “객차에 화재가 났으니 광명사거리역에서 모두 내리라.”고 남은 승객 70여명에게 경고방송을 했다. 전동차가 광명사거리역에 도착하자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역무원 2명이 승강장에 있던 소화기로 초기 진화 작업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승객들도 모두 대피했다. 금씨는 오전 7시22분쯤 불이 꺼진 것으로 잘못 알고 광명사거리역을 출발, 천왕역을 거쳐 오전 7시31분쯤 종착역인 온수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7017호 전동차는 차량 내부가 가연성 물질로 가득찬 구형 차량인 데다 남아 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10분 가까이 불을 안고 달리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수차례나 신호대기에 걸려 온수역 도착도 지연됐다. 불은 온수역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8시54분쯤 완전히 껐다. 처음 불이 붙은 7번 객차와 8번 객차가 전소되고 6번 객차는 절반쯤 탔다. 이날 불이 난 전동차가 가리봉역에서 온수역으로 가는 동안 6대의 전동차가 온수역을 출발, 반대방향으로 달렸지만, 별다른 상황보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검정색 바지 입은 50대 남자 추적 중 경기 광명경찰서는 강력반 형사 20여명을 투입,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검은 바지를 입고 등산용 가방을 멘 173㎝가량의 50대 남자를 쫓고 있다. 정진관 형사과장은 브리핑에서 “다른 목격자를 찾고 있으며, 용의자가 화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인근 병원에 화상환자가 있는지 탐문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훈 박지윤기자 nomad@seoul.co.kr
  • 닭띠 인사 10명의 “새해에는…”

    닭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민간에서는 밤에 횡행하던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일시에 지상에서 사라진다고 믿었다. 이처럼 상서롭고 신통한 을유(乙酉)년 닭의 해를 맞아 사회 각계의 닭띠동갑 저명인사들로부터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1933년생) 올해는 우리민족이 광복 60주년을 맞는 의미 깊은 해다. 사람으로 치면 회갑을 맞는 만큼 나라가 안정되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모두 과거 분단의 모습을 딛고 평화통일의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 ●최근덕 성균관장(1933년생) 닭은 아침을 열고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동물이다. 이런 닭의 모습과 같이 을유년은 우리 민족이 새롭게 화합하는 해로 자리잡았으면 한다.60갑자를 돌아 광복의 해인 을유년으로 돌아온 만큼 새로운 시작이 있어야겠다. 유교계도 ‘신(新)유학’의 원년으로 삼아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유교를 확립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이장호 영화감독(1945년생) 새해에는 나의 영화 데뷔작인 ‘별들의 고향’을 뮤지컬로 만들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2005년 우리 사회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시기를 더 좋은 시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해인 수녀·시인(1945년생) 달걀 같이 동그란 희망을 키우는 2005년이 되길 바랍니다. 첫째,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열려 있는 사랑과 기도로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둘째, 일상의 소임에서 가꾸어 가는 잔잔한 기쁨과 감사로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셋째, 타인의 잘못을 받아들이는 이해와 용서로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넷째, 온유와 겸손으로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다섯째, 옳고 그른 것을 잘 분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로 복스러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양인자 방송작가(1945년생) 새해 가장 큰 바람은 지난 여러해 동안 각박하기만 했던 우리 사회가 좀 더 정의롭고 정직하게 변해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제게 ‘우리가 이해관계에 얽매였을 때 한 발짝씩 양보한다 하더라도 평생 100m도 채 양보하지 못한다.’고 하시더군요. 좀 더 서로를 배려하고 우리 이웃을 생각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1945년생) 2005년은 짧게 보면 현 정권이 집권 후반기로 들어가는 해이다. 길게 보면 광복 60주년을 맞고, 더 길게 보면 국가주권을 상실하며 근대에 발을 들인 1905년으로부터 100년째 되는 해이다.2005년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발현돼 국가적으로 생산적인 대타협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일본 학계와 함께 동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 ●강석우 탤런트(1957년생) 일상생활과 작품 모두에서 친근한 아버지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KBS 성장 드라마 ‘반올림’은 그래서 더 애착이 많이 간다. 요즘에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남매와 함께 인라인을 타거나 산책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중년의 나이에 드니까,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더 많아졌다. 연기자로서 ‘진∼한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든다. ●강원래 가수·안무가(1969년생) 2004년은 라디오 프로그램도 새로 맡고, 강릉에 ‘클론댄스스쿨’도 세우는 등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됐다.2005년에는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망은 다시 음반을 내는 것과 아내를 닮은 닭띠 2세를 갖는 것이다. 새해를 맞은 국민들에게 힘내시라고 응원의 구호를 외치고 싶다.“쿵따리샤바라” ●최정원 뮤지컬배우(1969년생) 오는 5월 나의 이름을 걸고 콘서트를 한다. 꼭 잘 됐으면 한다. 어머니로서 소망은 딸 수아가 항상 건강하기를 바란다. 수아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더 나아가 세계 모든이들이 건강하기를 염원한다. 건강해야 사랑을 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나라 가수·탤런트(1981년생) 안녕하세요?장나라입니다. 캐럴이 울려 퍼졌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이제 2005년 새해가 밝았네요. 나라도 지난해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올 한해 계획을 가만히 짜봅니다. 지난해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더라도 올 한해 기운차게 새출발하세요. 내년에는 닭띠(헤헤 저도 닭띠여요.)해니까 모두들 금달걀을 듬뿍 낳으실 거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모두들 건강하세요!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마라도 등대지기 김석천 항로표지관리소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마라도 등대지기 김석천 항로표지관리소장

    지난 풍진(風塵)세상의 먼지를 털고 새 옷을 입어 보자. 어디로 갈까. 산사(山寺), 바다, 아니면? 파도가 거칠고 바람이 몹시 부는 곳이면 어떨까. 처음 시작되는 이름이 ‘마(麻)’에서 ‘마(馬)’로 바뀐 곳, 최남단이 좋겠다. 맞다, 그 섬이구나. “산다는 일이 싱거워지면 제주 들녘으로 바다로 나간다. 그래도 간이 맞지 않으면 섬 밖의 섬 마라도로 간다.(∼)산다는 것이 싱겁다, 간이 맞지 않는다, 살맛이 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마음의 장난이다.” 20년 동안 제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김영갑씨의 ‘그섬에 내가 있었네’가 문득 생각난다. 또다름의 풍진세계가 다가온다. 올해는 아픈 역사를 되새길 일도 유난히 많다. 을사조약 100주년, 광복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 굵직한 화두다. 어이해야 하나. 생각의 나침반을 우선 저 멀리 돌려 보자. 국토의 한 점밖에 안되는 낮은 그 곳으로. 마라도는 우리 땅의 막내이자 맨끝. 어쩌면 오랜 세월 동안 줄을 잘못 서서 홀대를 받아왔다. ●90년째 국토 시작의 불 밝힌 마라도 등대 마라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반도의 허리가 삭둑 잘린 상황에서, 마라도는 반도 시작의 불을 밝히는 곳이다. 그렇다, 마라도의 등대. 온갖 선박의 항로를 밝혀주는 생명의 길잡이가 있는 곳이다. 거친 파도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90년째 묵묵히 걸어왔다.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지금은 세계 각국의 해도(海圖)에 어김없이 표기될 정도로 창대해졌다. 마라도 등대는 을사조약 체결 10년 뒤인 1915년 3월 첫불을 밝혔다.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을 염두에 두고 주위 작은 섬들과 교신하기 위해 군사통신기지를 설치하면서 시작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말.50여명을 태운 마라도행 유람선이 제주 남제주군 송악산 선착장을 막 출발했다. 겨울바다여서 그런지 파도가 꽤 높았다. 유람선 오른편 창가너머로 얼굴을 돌렸다. 바다와 맞닿은 송악산 절벽자락에 뻥 뚫린 동굴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들어왔다. 유람선 안내원이 선내 방송을 통해 “보다시피 송악산 해안가에는 모두 25개의 인조동굴이 있다.”면서 “저 동굴은 일본군이 연합군 함대가 인근을 지날 때 어뢰공격이나 가미카제식 공격을 하기 위해 어선을 숨겨 놓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일제는 10m 간격으로 해안을 돌며 동굴을 파놨으며 공사에는 인근 주민들이 강제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20여분후 저 멀리 마라도 등대가 보였다. 마라도의 전체 둘레는 4.2㎞, 가장 높은 곳이 해발 30m. 그 위에 마라도 등대탑이 16m 올라가 있었다. 한폭의 풍경화 같았다. 외부인의 침입(?)에 대한 경고일까, 아니면 홀대받아온 막내의 ‘몽니’일까. 배가 마라도 해안가에 가까워질수록 파도는 더욱 거세졌다. 잠시후 배는 가까스로 접안했고 관광객들은 ‘와’하는 탄성을 지르며 발을 내디뎠다.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풍진의 먼지를 털어내려는 듯 사방팔방에서 바람이 세차게 몸을 감았다. ●등대 대표로 보신각 ‘화합의 종’ 울려 등대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제주지방해양수산청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라는 문패가 있었다. 좌우로 살폈다. 아무리 둘러봐도 발 아래에는 망망대해뿐. 뒤로는 한라산, 동으로 대마도와 일본열도 구나카이현, 서쪽으로는 중국 남쪽 상하이와 마주하는 북태평양이 펼쳐진다. 아, 이곳이 시작이구나. 누가 국토의 끝이라 했던가. “마라도 등대는 올해부터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됩니다. 최근 이곳에 해양문화공간을 완공했거든요. 이는 곧 세계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 해양문화의 시발점을 상징합니다.” 김석천(43) 항로표지관리소장. 등대근무 경력만 20여년째의 베테랑. 그는 섬(우도)에서 자라 고교를 졸업한 뒤 곧장 등대원의 길을 걸었다. 우도에 3년, 추자도에서 5년 등 주로 제주의 섬 등대에서 근무했다. 마라도에는 1년여 전에 부임했다. 등대원들은 옛날과 달리 공무원 신분으로 2년마다 순환근무를 하게 된다. 을유년(乙酉年) 새해를 맞는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 우선 31일 서울 보신각 ‘화합의 종’ 제야 타종 인사 16명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됐다. 개인적으로는 등대원 생활 20년 만에 처음이지만 전국 유인등대 43개소 가운데 대표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159평 해양문화공간 최근 완공 또 있다. 다름아닌 타종식이 있던 날 마라도 등대시설에 새로운 해양문화 공간이 들어선 것. 그는 “마라도가 결코 국토의 끝이 아닌 광복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장소가 될 것”이라고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 공간에는 대지 159평에다 100여평의 전시실 외에도 휴게공간 ▲사진촬영 코너 ▲거꾸로 보는 세계 지도 ▲광파의 시초인 장작불 모형의 조형물, 특히 마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꿈을 보관할 수 있는 타임캡슐까지 만들어 먼훗날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등대 탄생 90년 만에 동방의 새로운 불을 밝히는 국토사랑의 장소로 탈바꿈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10초마다 한번씩 깜박이는 마라도 등대의 불빛은 최장 40㎞까지 뻗어 나간다. 등대에는 태양과 풍력 에너지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기가 끊겨도 불빛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것. 최근에는 위성항법 장치까지 설치돼 마라도 주위를 항해하는 모든 선박에 기상 상태 등을 실시간 제공해 주고 있어 한차원높은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새해 소망요? 마라도는 1년내내 아무리 많은 파도가 쳐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불이 한번도 꺼지지 않는 곳입니다.2004년의 괴롭고 어두웠던 풍랑은 이미 지나갔지요. 올해는 다들 힘든 일이 있어도 등대처럼 어두운 길에 불을 밝혀주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또 “관광객들 중에는 마라도를 어떤 낙도의 외딴섬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마라도를 국토사랑의 순례지로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아울러 피력했다. 김 소장과 함께 일하는 등대원 고성봉(39)씨는 “이곳 30여가구의 주민들이 마라도에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희망을 안겨주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춘광(34)씨는 “경제난의 여파가 마라도에도 불어닥쳤다.”면서 마라도를 떠나는 주민이 생겨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의미있는 지적을 했다. 전교 학생수가 3명이 고작인 마라분교의 김혜지(4학년)양은 “요리사가 꿈”이라면서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해 소망을 얘기했다.3학년의 김영일군과 2학년의 김은영양은 열심히 공부해서 장차 선생님과 변호사가 되겠다며 활짝 웃었다. 마라도 김문기자 km@seoul.co.kr ■ 마라도 등대에 얽힌 사연 ‘군인집’으로 불렸던 마라도 등대는 한때 파괴될 뻔한 위기가 있었다. 마라도 주민들에 따르면 1948년 4·3사건 때 서북청년단들이 쳐들어와 등대를 부수려고 했다는 것. 그러나 당시 나봉필이라는 주민이 서북청년단들을 겨우 설득시켜 위기를 면했다고 한다. 그후 나씨는 자진해서 등대지기가 됐고, 또 마을 주민들과 조를 짜서 밤마다 등대에 올라가 손으로 직접 불을 밝혔다고 한다. 나씨는 정부수립때까지 무료봉사로 등대를 관리했으며 정부수립 후에 밀가루와 구호물자 등으로 3년 동안의 보수를 한꺼번에 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후 등대운영은 정부측으로 넘겨졌다. 한편 ‘마라’란 명칭은,1702년(조선 숙종 28년) 제작된 ‘탐라순력도’에 ‘麻羅島’로 표기돼 있다. 칡넝쿨이 우거진 섬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그 이후 언제부터인가 ‘馬羅島’로 표기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어부들 사이에는 남쪽에서 부는 바람인 ‘마파람’에서 유래됐다는 해석도 있다.
  • ‘총각네 야채가게’ 자연마케팅 새바람

    ‘총각네 야채가게’ 자연마케팅 새바람

    ‘총각들이 몰려오고 있다.’총각들이 운영하는 야채가게가 채소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5평짜리 조그마한 야채가게로 시작한 ‘총각네 아채가게(자연의 모든 것)’가 지금은 10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급성장한 덕분이다. 지난 27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총각네 야채가게’. 가게 안에는 저녁 준비에 분주한 주부 10여명이 시금치·무·대파 등 소포장된 야채 봉지들을 손에 들고 계산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는 10여명의 주부들이 ‘어떤 과일이 맛있을까.’하고 신중히 생각하며 과일을 고르고 있고, 옆에는 총각들이 주문받은 야채와 과일 등이 포장된 봉지들을 1t짜리 트럭에 싣는데 여념이 없다. 마치 시장통을 옮겨놓은 듯한 왁자지껄한 모습이었다. ●대기업등 하루 서너곳서 판매 벤치마킹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들렀다는 정춘희(63·강남구 대치동)씨는 “집과 가까워 자주 오지만 항상 야채가 신선하고 질도 좋은 데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며 “젊은 청년들이 힘차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삶의 활력을 얻는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만 판매 품목은 다른 보통 야채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과·배·귤·석류·곶감 등 과일을 비롯해 배추·무·대파·시금치 등이 주요 품목이다. 가격도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신선하고 질을 따지는 까닭이다. 이날 기준으로 사과 한박스(45∼50개) 5만 7000원, 귤 한박스(10㎏) 1만 6000원, 석류(18개) 2만원, 무(개) 500원, 시금치(450g) 1500원, 표고버섯(300g)은 3000원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선 ‘당일 구매,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야채가 언제나 싱싱하다는 점이다. 이영석 사장이 직접 매일 밤 12시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 나가 경매상황 등을 지켜본 뒤 시장을 누비며 최고급 야채를 구해와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소의 경우 하루만 지나면 표가 나기 때문에 원가가 남지 않는 떨이상품으로 팔더라도 그날그날 모두 소화하고 있다. ●고객이 맛 만족 않으면 100% 교환 이곳에서 만난 주부 강미현(36·강남구 대치동)씨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처럼 타임서비스(영업시간 중간 일정시간 떨이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것은 물론,‘총각’ 직원들이 남은 상품을 들고나가 인근 식당 등에 가두판매에 나서기도 하는 등 억척스럽게 일하는 모습은 상품의 질 못지않게 다른 가게로 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털어놓는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맛보기 전략’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눈으로 보고 느끼기보다 소비자들이 직접 맛있고 싱싱하다고 느끼도록 해 준다는 것. 과일의 경우 아무리 비싸더라도 맛을 보여주는데, 나중에라도 살 수 있는 잠재적인 손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방명환 총각네 야채가게 전략기획팀장은 “야채가게를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상품의 질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쓴다.”며 “소비자들이 사서 집에 가 맛을 본 뒤 맛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양에 관계없이 100% 교환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5평 구멍가게서 첫깃발 연순익 25억 신화창조 ‘총각네 야채가게(자연의 모든 것)’는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지금의 대치동 매장 옆에 5평 남짓한 구멍가게로 출발했다. 실력보다 정실에 좌우되는 이벤트 회사가 싫어 그만두고 나온 이영석 사장이 오징어 행상 등을 통해 번 돈이 종자돈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6년여만에 서울과 수도권에 직영점 2개를 비롯해 분점 6개, 가맹점 2개 등 모두 10개의 매장을 갖춘 중소기업(직원 100여명)으로 키워냈다. 올해는 200억원의 매출과 20억∼3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질 좋은 야채 상품과 소비자 만족 서비스, 젊음의 활력 등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이 덕분에 이영석 사장은 시장을 보고 장사하랴, 강연하랴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500여개의 기업에 강연을 실시해 마케팅 기법을 전수했다. 오광식 총각네 야채가게 총괄팀장은 “삼성전자 직원들도 견학을 다녀가는 등 하루 평균 견학 오는 곳이 3∼4곳이나 된다.”며 “그래서 아예 견학과 강연을 겸하는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만들어놨다.”고 털어놨다. 특히 LG전자와는 제휴를 맺고 LG전자 하이프라자 서울 대방점에 ‘숍인숍’ 형태로 진출했다. LG전자의 이벤트 행사가 열리면 ‘총각네 야채가게’도 옆쪽에 딸기·석류 등 과일 할인행사를 펼쳐 LG전자의 주소비자층인 가정주부들을 끌어들이는데 시너지 효과를 높여 준다는 것. 이들의 제휴는 조직이 나날이 커지는 ‘총각네 야채가게’가 LG전자의 조직시스템을 배우고,LG전자는 ‘틀에 박히지 않은’ 총각네의 친밀감과 즐거움을 주는 고객 서비스시스템을 배우는 등 두 회사의 의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기자들의 ‘솔직토크’]SEOUL IN 이렇게 만들었다

    [기자들의 ‘솔직토크’]SEOUL IN 이렇게 만들었다

    서울신문이 주2회 발행하는 타블로이드판 수도권섹션 ‘서울in’제작에 참여하는 기자들이 올 한해를 마감하면서 지면에서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취재진은 서울in이 고고성을 울린 지난 6월 1일 이후 7개월 동안 매주 두 번씩 닥치는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휴일과 주말을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부족한 점이 더 많았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질책과 격려를 ‘보약’ 삼아 더욱 제작에 전념할 것이다. 서울 18명, 수도권 4명 등 모두 22명의 서울in 제작진은 내년에도 서울시민과 수도권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기 위해 현장으로 제일 먼저 달려갈 것을 약속드린다. ● 반성 ‘죄와벌’ 톨스토이 작품?/이유종 기자 -올해를 뒤돌아보니 반성할 게 먼저 떠오릅니다. 톨스토이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한참 톨스토이 이야기를 풀어놓던 관장이 생뚱맞게 ‘죄와 벌’을 언급하는 거예요. 전 분명히 고등학교 때 읽었거든요. 하지만 생각 없이 톨스토이의 ‘죄와 벌’이라고 기사에 썼습니다. 그걸 깨달은 것은 이미 윤전기가 돌아간 뒤였습니다. 다행히 인터넷 기사는 고쳤지만 관장이 나중에 전화했더라고요. 그냥 “죄송합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지요. 마감에 쫓기다 보니 벌어진 오보였습니다. 이런 실수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잠실3동에 거주자가 한 명 산다’는 내용의 잠실 재건축 관련 기사를 썼지요. 그런데 ‘재개발’이라고 써서 넘겼습니다. 독자들의 예리한 눈을 피하지 못했지요. 인터넷 포털의 뉴스 사이트에 뜬 그 기사에 ‘재건축 제대로 공부하라.’는 내용의 대글이 수십개나 달리고, 이메일을 10여통이나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유인촌 기록의 진실은/고금석기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 10월 매주 수요일 오후에 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가 남산 마라톤 코스를 일반 시민과 뛰는 행사가 있었죠. 그때 유 대표와 함께 뛰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대표가 서울신문과 서울시가 주관한 하이서울 한강마라톤대회에서 하프마라톤을 59분에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의심하지 않고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면에서 본 선배가 “그 정도면 세계신기록 감이다. 다시 확인해라.”고 해서 유 대표에게 다시 확인하니까 “죽어도 맞다.”는 겁니다. 그래서 재단 관계자에게 또 확인해 봤지요. 역시나 “유 대표가 건망증이 심하다. 앞의 1시간을 빼고 말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오보 아닌 오보를 날린 셈이죠. 그래서 정정기사를 내야 했습니다. 男의원을 여성으로 표현/이동구기자 -의회면도 크고 작은 실수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다른 매체들이 다루지 않았던 분야였던 만큼,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의회제도 등 시의회를 소개하는 기사부터 썼지요.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실수들이 잇따랐습니다. 남자 의원을 여자 의원으로 표현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큰 실수였어요. 또 자치구의 한 의원은 “난 재선인데 3선으로 나왔다.”면서 기자가 이 때문에 문책을 당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해 주기도 했습니다. 더 조심스럽게 기사 썼어야/서재희기자-‘어떤 것으로 골라야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시장 정보’를 전할 때는 상인들의 말에 기댈 때가 많습니다. 한번은 서울 경동 약령시장에서 ‘국내산 한약재가 무조건 효능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전했다가 국산 한약재를 만드는 농민에게 항의를 받았습니다. 불황과 외국 농산물 개방으로 농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스럽게 쓰지 못한 게 죄송스러웠습니다. 이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이틀동안 꼬박 날을 새면서 대리운전을 취재했습니다. 경기가 나쁘니까 신용불량자는 물론 계약직 교사까지 대리운전에 나서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죠. 그런데 운전사들은 “왜 이런 것을 취재하냐.”며 반문하더군요. 세상과 가까이 있어야 하는 기자를 일반 사람들이 멀게 느끼는 것은 기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 보람 사람만이 희망/이효연기자 -서울in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지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교육 기자인 저는 당연히 지역 밀착형 교육 기사를 계속 써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학교의 관현악단의 이야기가 어느새 유명세를 타더군요. 이렇게 작고 소박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신이 납니다. 또 학교를 직접 돌아다니며 좋은 뉴스를 찾다 보니 어느덧 ‘사람의 귀중함’을 깨닫게 됐습니다. 오지에 있는 김포 석정초등학교 이근택 교장선생님이 천문대를 운영하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다시 살려 냈습니다. 또 젊은 시절 탄광에서 잡부로 일했던 경험을 가진 한 교장선생님은 배고픈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함께 축구를 해 줍니다. 이런 훌륭한 선생님 한분 한분이 사람과 마을,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뛴만큼 인정받아/강동형 기자 -서울in이 나오는 날 아침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타블로이드판 서울in을 찾았는데 안 보였습니다. 순간 ‘배달 사고다.’하고 아찔했습니다. 혹시나 싶어 타사 기자에게 “보지 못했냐”고 물어보니 “다른 기자들이 (참고하려고) 다 가져갔다.”고 했습니다.‘뛴 만큼 인정을 받는구나.’ 싶어 흐뭇했습니다. 서울in이 여기까지 온데는 데스크를 보는 임태순부장, 노주석차장, 그리고 편집팀의 공이 큽니다. 편집을 맡고 있는 이기석 편집전문기자(국장급)를 비롯해 강기석 부장, 이경석 차장은 서울in 제작 마감이 주말에 걸려 있는 탓에 지난 7개월 동안 한 번도 일요일에 쉴 수가 없었습니다. 기사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이들이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일동 박수) 우수중소기업 소개 뿌듯/김병철기자 -‘성공시대’와 이전의 ‘뜨는 기업’은 주인공과 기업의 판로 확대나 수익 증대에도 한 몫 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쌀버거’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경기도 평택의 ㈜라이스랜드 정인순 사장은 지난 14일 성공시대에 소개된 뒤 국무총리실 등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체 등에서 문의 전화가 잇따랐으며, 최근에는 대기업 2곳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지난 7월에 소개된 안산 반월공단 ㈜유한전자는 기사 덕분에 초절전 멀티탭을 공공 기관에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건실한 기업을 도와줬다는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마니아 난의 호응도도 높았습니다. 특히 1000원숍은 방송은 물론 뉴질랜드와 중국 등 외국에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까지 받았을 정도였죠. 처음에는 어설프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독자들에게 좋은 창업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송기원씨 맛집기행 히트/이두걸 기자 -소설가 송기원 씨의 맛집 기행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남대문시장의 막내횟집 주인은 “기사가 나간 뒤 두서너달이 지나도록 사람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몰려와서 놀랐다.”고 서울in 자랑에 입이 마르지 않습니다.“사람 냄새 나는 송기원 씨의 기사를 읽다 보면 어머니의 시골 밥상을 마주한 것 같다.”는 호평을 주위에서 많이 듣습니다. 주위에 맛집 관련기사가 넘쳐나는 요즘에도 송기원씨의 기사가 돋보이는 까닭이겠지요. -누드브리핑과 부동산페이지, 논술키워드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누드브리핑이 주요 독자가 서울시 공무원들이라면 부동산 페이지는 주부들이 애독자입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병영체험을 소개한 ‘동작그만‘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또 부동산기사를 쓴 기자를 찾는 문의 전화가 쇄도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깨달은 현장의 중요성/송한수기자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다 보니 ‘현장’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지난 여름 아이스하키장에 취재를 갔지요. 물론 반팔 차림이었습니다. 거기서 얼어죽을 뻔 했습니다. 감기까지 걸렸지요. 또 한 번은 현장에서 시민들과 있다가 사진 기자가 위에서 찍은 사진에 제 모습이 신문에 실리면서 소갈머리가 없는 ‘비밀 아닌 비밀’까지 다 들통났죠. 하지만 덕분에 대머리 동호회 기사 한건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서울in 초반에 실렸던 ‘섬 재테크’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평소 가지 못하던 인천 연안의 섬들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새삼 느낀 것은 섬들도 부동산 가치가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섬도 부동산을 지렛대 삼아 계층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죠.‘섬 주민들은 떡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얘기는 전설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1박2일로 진행된 취재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저녁 때 섬 주민들과 회를 곁들여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섬주민들은 술기운이 돌아야 속마음을 드러내더군요. 대개가 하소연이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다만 시간에 쫓겨 섬주민들의 다양한 생활 패턴이나 생각 등을 조명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유영철 관련 기사도 기억에 남습니다.‘지금 그곳은’란에 싣기 위해 유영철이 살았던 원룸을 찾아갔지요. 그 건물은 방이 나가지 않아 집주인이 곤혹스러워하더군요. 또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고 “유영철이 살았던 원룸을 ‘호러 투어 코스’로 개발하자.”는 등 황당한 대글을 많이 올렸던 게 떠오릅니다. ● 다짐 우리만의 시각 가질것/김기용기자 -서울in은 출발할 때부터 다른 언론사에서 다루지 않는 작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방향을 잡고 출발했습니다. 내년에도 그 취지에 맞게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도 얼마든지 크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사회적인 큰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나 하는 회의도 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시각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취재나 기사 작성이나 좀 더 과감해져야 하겠죠. 올해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제작에 나서겠습니다. -의회면 기사를 다루다 보면 ‘지방의회나 의원들이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언론을 잘 활용할 줄 모르고 가까이 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중앙 언론으로부터 너무 소외돼 있었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지방의회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지방 의원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서울사람만은 위한 서울기사/김유영기자 -취재기자의 입장에서 항상 수도권 특화에 대해 고민하지만 중앙용 기사와의 구분 때문에 곤혹스럽습니다. 중앙 기사로 둔갑한 서울 지역의 기사들이 정보시장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탓이죠. 중앙지들은 대개 사회, 경제면에서 전국 기사뿐 아니라 서울의 기사를 흘려 쓰곤 합니다. 때문에 취재 기자들은 서울사람들만의 서울 기사를 찾는 데 고심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밀착형 기사나 심층취재, 생각의 전환 등으로 차별화된 기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기사를 찾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입사한 뒤 경제부에만 몸담고 있다가 서울in을 만들면서 간만에 ‘사람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즐거움과 함께 그만큼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서울신문은 시청팀만 8명입니다. 타사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은 편입니다. 인원 숫자만큼 새해에도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피부에 와닿는 기사들을 많이 발굴하겠습니다. 아자아자. ● 방담 참석자 강동형·김병철·이동구·김학준·송한수·이두걸·김유영·이유종·김기용·서재희·고금석 기자(이상 지방자치뉴스부), 장세훈 기자(경제부), 이효연 기자(사회부)
  • 1일 公社 출범 신광순 초대 철도公사장

    1일 公社 출범 신광순 초대 철도公사장

    “마부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이라고 했어요.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철도는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조직입니다.”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한국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신광순(56) 철도청장이 30일 임명됐다. 신 청장은 105년 국영철도시대를 마감하고 공영철도의 문을 연 첫번째 경영인이 됐다. 신 청장은 “공사 사장 임기 중에 수익을 올리기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과 환경 조성을 조성하고 인재를 등용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출범에 대한 우려도 큰데. -철도가 국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새 출발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대 수입원인 고속철 수입이 예상(1조 2000억원)의 50%에 머물고 있고 매년 원리금과 시설사용료(3000억원)로 1조 2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고속철 전체 수입으로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3조 2교대 근무제 적용에 따른 증원과 비용 부담도 불가피해졌다. 출범 첫해 역점 추진 과제는. -공사 전환으로 신분 불안을 느끼는 직원들과 전환과정에서 빚어졌던 구성원간의 갈등 봉합이 현안이다. 직급 및 직렬 통합은 예정됐던 수순으로, 보직관리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특히 내년 1월 중 2000명이 넘는 공사 1기 공채를 단행하고 3월부터 현장에 배치시켜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 공사의 경영 전망은. -운영부채 상환시점인 2012년을 자립 원년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부대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 부대사업은 임대와 재산수입으로 철도 수입의 5%에 불과하다. 공사는 2010년까지 총 수입의 20%인 4조원을 올릴 계획이다. 이미 6개 역세권 및 부동산개발 전담회사가 가동됐다. 카드사업, 철도 인프라를 활용한 관광사업 등도 기대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내년 한해에만 6700여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전문성이 필요 없는 단순 업무의 외주화와 함께 적자역 정비 및 사무소도 대폭 줄인다. 정부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운영부채는 당연히 공사가 맡겠지만 시설부채에 대한 정부의 출연비율 35%를 60%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선로사용료와 고속철 부가세를 고속철 2단계가 개통되는 2010년까지 유예해줄 것을 건의했다. 시설부채 상환 문제와 연계돼 있어 면제는 어렵겠지만 철도공사의 안정화를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 철도산업 전망과 임원의 역할은. -철도의 르네상스는 남북철도의 연결이 관건이다. 주변국들의 염원도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경의선 연결이 기대되고 있다. 철도가 재조명되고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프랑스와 일본을 필두로 중국과 러시아에도 직원을 파견할 계획이다.5명의 상임이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선임했다. 권한과 함께 책임을 크게 부과했다. 최연혜 부사장이 경영 전문가이기 때문에 부대사업과 서비스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신 청장은?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지 33년만에 지난 10월16일 철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1급인 차장에 임명된 지 10개월만의 쾌속 승진이다. 기술직 최초의 기획본부장이며, 서기관 승진 10년만에 기관장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씨줄날줄] 발레리노 이원국/이용원 논설위원

    국내에서 발레가 처음 무대에 등장한 것이 1925년의 일이라지만 발레가 대중에게 환호를 받으면서 전성기를 누린 시점은 1990년대 후반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발레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두 기둥이 지탱해 오는데 당시 ‘발레 대중화’의 깃발을 들고 앞장선 단체는 국립발레단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태지 당시 단장과 이원국·김용걸·김지영·김주원 같은 탁월한 발레 스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장점은 명확하게 구분됐다. 유니버설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고른 수준의 무용수들을 확보해 군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이루었고 화려한 무대배경 역시 세계무대에서 뒤질 게 없을 정도였다. 반면 국립의 자랑은 최고의 개인기를 갖춘 스타를 확보한 데 있었다. 이는 연예계의 스타 시스템을 발레에 적극 도입한 최태지 단장의 ‘전략적 선택’이 성공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뒤 사인을 받으려고 로비에 줄을 선 발레 팬들의 행렬은 항상 국립 쪽이 길고도 길었다. 국립발레단의 스타 4인방 가운데 이원국은 독특한 존재였다. 나머지 3명에 비해 큰형, 큰오빠 뻘로 나이가 많았다. 또 다른 이들이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오래 단련의 세월을 보낸 반면 이원국은 고교 시절 늦깎이로 발레를 시작했다. 그전에는 상당히 거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게 본인의 고백이다. 그러나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성은 곧바로 꽃 피었고 그가 무대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는 팬들을 휘어잡았다. 국내에서 발레리나보다 발레리노(남자 발레 무용수)가 공연의 중심에 선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원국이 지난 26일 ‘호두까기 인형’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에서 은퇴했다.37세라는 나이가 발레리노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은퇴 소식을 들으니 김지영·김주원과 함께한 공연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김지영의 발랄한 ‘끼’와 더할 나위 없는 테크닉도, 발레리나로서 가장 아름다운 상체 선을 가졌다는 김지원의 풋풋함과 우아함도 이원국의 카리스마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발레 인생에서 새 길을 걷게 된 그를 무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한해를 마무리할 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함께 가던 목욕탕이 생각납니다.“으∼ 시원하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이렇게 뜨거운 탕속으로 불러들이셨고, 손수 때를 밀어주시곤 하셨죠. 지나고 보니 한해의 묵을 때를 떨어내고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였던 것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목욕의 추억을 따라 온천여행을 떠날까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준비로 온천여행만한 것도 없는 것같습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롯데 오션캐슬의 노천스파는 해넘이를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바깥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닷바람이 살갗을 파고듭니다. 바닥은 너무 차가워 맨발로 걷기 힘들 정도입니다. 무거운 몸에도 종종거리며 가까이 있는 탕에 뛰어들었습니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안았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말입니다. 몸이 나른해 집니다.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도대체 얼마만의 휴식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나?’하는 생각에 잠깁니다. 눈을 감고 온기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올 한해가 영화필름처럼 스쳐갑니다. 아버지 암선고, 폐렴을 앓던 4살난 아들이 “아빠 나는 왜 자꾸 아프지, 나 때문에 힘들지.”라고 했던 말,“직장 다닌다고 다 당신처럼 집안일에 소홀할까?”라는 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줬던 일…. 계속되는 상념에 마음도, 온천물에 몸도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잠시 몸을 식혀봅니다. 바로 앞에 꽃지해수욕장에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새 한기가 스며듭니다. ‘썬셋스파’에 몸을 담그자 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변한 바다가 텅빈 머리, 멍한 눈을 가득 채웁니다. 스트레스와 술·담배로 지친 몸과 마음이 금새 치유되는 것같습니다. 중앙에 있는 ‘바데풀’로 갔습니다. 강한 물기에 발바닥을 자극해주는 ‘플로팅’에 올라섰습니다. 물 속에서 몸이 붕붕 떠오릅니다. 발바닥이 간질 간질. 넥샤워, 워킹마사지 등 허리와 다리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뭉쳤던 어깨와 허리가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습니다. 추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온천물 속에 숨어서 해넘이를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눈물이 솟아 오릅니다. 매일 졌다 뜨는 해가 오늘은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음까지 씻어내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합시다. ■온김에 여기도 들러보세요 안면도에 가면 자연휴양림(041-674-5019)은 꼭 한번 들러 볼 만하다. 붉은 빛깔을 띠며 향기가 진한 안면도의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이곳은 가족끼리 한 해를 마감하는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숲속을 가족들과 손을 잡고 걷다보면 한해 동안 묵은 감정들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눈이 오면 더욱 아름답다. 산림전시관과 한국정원 등 볼거리도 많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 승용차 주차료 3000원. 지금 서해안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 제철이다. 태안군 남면 당암리는 굴밥집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자연산 굴밥집(675-2775)이 유명. 이 집은 소위 ‘깜장굴’이라는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 굴을 쓰기 때문에 향이 뛰어나다. 굴과 인삼, 대추, 호두, 은행 등 20여 가지를 넣고 지은 돌솥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김에 싸먹는 맛이 일품.1인분에 8000원. 배, 사과 등과 굴을 넣고 만든 굴물회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1만원. 자연산 굴밥집 10% 할인쿠폰 지금 안면도에는 ‘못생겨도 맛은 좋은’ 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살이 흐물하고 생김새가 다소 징그럽지만 일단 국을 끓여 놓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놀부네 수라상(674-5657)은 물텀벙이탕으로 유명하다. 일명 ‘곰치’,‘물메기’ 등 각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틀리다. 물텀벙이는 태안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보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먹는다. 쌀뜨물에 신김치와 무를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물텀벙이와 달래, 냉이를 넣고 끓인다. 물텀벙이살은 흐물거리듯 이내 입속에서 녹아내리고 내장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4인가족 기준으로 2만 5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노천탕 길보드 TOP10 1. 안면도 오션캐슬은 꽃지해변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하 420m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해수를 사용하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파라디움’ 또한 이곳의 자랑. 2. 구례 지리산온천은 신비의 약수라고 불리는 게르마늄 온천수를 사용한다. 물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야외에는 남근석과 노천탕이 있다. 남근석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3. 아산 온양관광호텔은 1990년에 ‘국내 최초의 노천탕’을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폭포와 나무 등 조경이 아름답다. 4. 칠곡 도개온천은 지하 820m 화산암반에서 용출되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사용한다. 실내 옥돌열탕, 노천 옥돌탕 등은 이곳의 자랑. 5. 수안보 파크호텔은 지하에서 용출되는 53℃의 약알칼리성의 물을 사용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좋다고 한다. 노천탕에서 눈 덮인 월악산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 6. 문경종합온천은 노천탕과 찜질방, 황토사우나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쉴새 없이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노천탕이 좋다. 7. 금호 화순리조트는 대형 수영장과 3개의 노천탕에 온천수를 사용한다. 원목으로 만든 노천탕은 느낌이 좋으며 온천수를 약수처럼 마시면 해소천식과 신장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수영장에 미끄럼틀과 대형 튜브 슬라이더가 있어 가족들에게 딱이다. 8. 일동 유황온천은 온천수에 많은 유황을 포함하고 있다. 달걀 썩는 냄새는 유황 탓. 온탕과 냉탕 2개의 노천탕을 가지고 있으며 길이 15m의 냉탕이 자랑이다. 9. 월출산온천관광호텔은 월출산의 정기를 받으며 노천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지하 600m 맥반석 암반대에서 용출하는 100% 천연 온천수만을 사용해 물이 좋다. 게르마늄을 비롯하여 20여종류의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함유된 알칼리성 맥반석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10. 이천 스파플러스는 일본까지 물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 약 500년 전 조선 세종 때부터 사시사철 솟아나는 더운 샘물로 유명한 이곳은 지하 980m에서 솟는 36℃의 물을 온천수로 쓴다. 각종 미끄럼틀과 이벤트 탕 등 종합 워터파크 개념의 온천이다. 안면도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돗토리·시마네현 온천여행 해외온천은 멀어서 가기가 꺼려진다? 혹은 방문경험이 별로 없어서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의 온천을 가보자. 몸을 담그면 ‘休∼’하는 탄성과 함께 한해의 묵은 피로가 풀리는 3색 온천여행. 그럼 이제 출발해보자. ●파란 동해가 보이는 가이케온천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10분. 공항에서 20분만 차를 이용해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변을 끼고 있는 가이케온천이 나온다. 푸른 동해를 끼고 일본 전통의 온천장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40개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다. 이곳의 특징은 해변을 바라보며 온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짭조름한 맛의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욕탕에 몸을 담그면 온몸이 미끌거린다. 해수온천이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탕에서 나와도 오랫동안 피부가 매끈거리는 느낌이 지속된다. 시바노 가이케온천협회장은 “저녁 식전, 취침 전, 그리고 아침 중 최소 두번은 온천을 이용해야 건강, 미용 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일본전통 조식, 석식을 포함해 온천, 숙박까지 1인당 12만원 정도. ●하얀 물색의 미사사온천 가이케온천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40분가량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1시간정도 들어가면 미사사온천가에 도착한다. 미사사 온천수의 특징은 라듐온천이라는 것. 피부에 특히 좋아 스킨처럼 얼굴에 지속적으로 발라주면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암예방에 탁월해 식수로도 이용되는데, 맛은 좀 밍밍해 속이 약간 울렁거린다. 그래도 몸에 좋다는데 한 컵 크게 꿀꺽. 실제로 이 온천주변 주민들의 암발생률은 일본 전체에서 최저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1860년대에 지어진 이곳 온천가에서 가장 오래된 기야여관이 유명하며 가격은 숙박과 온천 조·석식을 포함해 1인당 15만원 정도. 일왕이 머물렀다는 이와사키 여관은 같은 조건으로 20만원대. ●빨간 노을이 일품인 신지코온천 시마네현의 마쓰에 시에 위치한 신지코온천의 최고 장점은 신지코 호수의 아름다운 붉은 일몰을 보며 노천탕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다는 것. 이 온천지역은 작은 온천장들이 큰 온천장들을 상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는 상태. 그중 여성중심 여관이라는 간판을 내건 ‘덴텐테마리’여관이 유명하다. 남자 혼자선 예약이 안 되며, 여성들은 일본 전통 여관 복장인 유카타를 수십 종에서 골라 입을 수 있고, 에스테틱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가격은 15만원. ■여기도 가보세요 ●한·일 우호교류공원 일명 ‘바람의 언덕’. 해풍이 워낙 거세 날개만도 2t이 되는 거대한 돌풍차의 날개가 빠르게 돌고 있다. 이 돌풍차는 1819년 12명의 조선어부가 해안에 표류해 치료와 숙식 등의 환대를 받고 돌아간 사건(?)을 기념하려고 조성한 것. 언덕에서 동해 경치를 바라보는 전망도 일품. ●마쓰에성과 호리카와유람선 요나고 공항에서 30분 거리의 마쓰에시에 위치한 6층 높이의 성. 나무 성 6층에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하지만 조망보다 더 즐거운 것은 마쓰에성 호리카와(해자) 유람선 여행이다. 유람선의 해자 일주시간은 50분. 고타쓰라 불리는 일본식 히터에 몸을 녹이며 사공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요금은 1인당 1만 2000원. ●하나카이로 일본 최대규모의 플라워파크로 직경 50m, 높이 21m의 거대한 유리온실이 여기에 있다. 사계절 내내 400종류의 꽃을 만날 수 있다. 화요일은 문을 열지 않으며 요금은 3000원. 하지만 요나고 공항을 이용하는 한국관광객의 경우 비행기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입장. ●아다치미술관 일본 메이지시대의 유명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1만 3000평의 정원은 사계절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어느 때나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요나고 공항에서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요시간은 30분.2만 2000원. ■이렇게 가세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뿐. 요나고행은 월·목·토 주3회로 오전 9시50분발 한 편이 있다. 인천행은 월·목·토 낮 12시20분, 한 차례씩만 운항한다. 투어이천(02-318-1177), 한화투어몰(02-311-4342), 롯데(02-399-2300)여행사 등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외 문의는 www.japanpr.com을 이용할 것. 일본 현지에서는 시마네현 국제과(0852-22-6462)와 시마네 국제센터(0852-31-5056)에 전화하면 한국말로도 문의가 가능하다. 일본 돗토리·시마네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리기사 꿈 실은 ‘고양이 버스’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리기사 꿈 실은 ‘고양이 버스’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 대리운전 기사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치열한 경쟁으로 대리운전 요금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자칫 택시비가 더 많이들 텐데…. 정답은 대리운전 기사의 발을 자처하는 셔틀 버스에 있다. 캄캄한 새벽에만 다니는, 보통사람들에게는 감추어진 그들만의 교통수단을 ‘고양이 버스’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의 동화적 상상력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자정부터 서울과 의정부, 일산, 분당, 인천, 부평, 수원, 안산, 안양 등 수도권의 밤거리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버스안의 세계는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쟁터’다. 22대의 25인승 버스가 14개 노선에서 하루 평균 3300㎞를 달린다. 손님은 한국대리운전협회 회원 4000여명. 매일 1000여명이 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28일 오전 1시10분. 한 대의 셔틀 버스가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을 미끄러지듯 벗어난다. 지난 4월부터 운전대를 잡았다는 추창호(58)씨의 이른 하루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추씨는 낮에는 유치원 버스, 밤에는 고양이 버스를 모는 ‘투잡스족’. 그는 오늘도 의정부에서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앞까지 1번 노선을 새벽 4시까지 두 차례 왕복해야 한다. 추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48분. 손님이 있는 목적지에 1분이라도 빨리 닿아야 공치지 않는 대리운전 기사들과 고양이 버스 기사의 시간 싸움에 버스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오전 1시30분, 하계역에서 버스에 오른 우모(54)씨는 무척 고단해 보였다. 서울 을지로에서 의정부를 오가며 3건을 뛰었다고 한다.4만 5000원을 받았지만 택시비 6000원에 회사 공제금 20%를 제하면 얼마나 남을지…. 그는 파주에서 전자부품을 만드는 영세업체 사장이다. 깊어지는 불황에 지난해 11월에는 집까지 팔았지만 어려움은 풀리지 않았다. 직원 2명의 월급을 주기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밤이면 새벽 3시까지 대리운전 기사로 뛰고 있다.“내년에는 제발 경기가 풀려 웃어 봤으면 좋겠다.”는 우씨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어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셔틀 버스 안에서도 쉬지 못한다. 쉴 새 없이 호출신호가 울리는 단말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용케 손님의 호출을 받은 대리 기사들이 중간에 내릴 때는 남은 이들의 부러운 시선이 뒷모습에 박힌다. 태릉입구역을 지나면서 버스는 대리 기사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영동대교를 건너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강남으로 접어든다. 모든 대리 기사의 마지막 ‘전투지’다. 버스 안에는 기대감과 묘한 흥분의 기류가 흐른다. 1시58분. 신기하게도 1분의 오차도 없이 버스는 종착지인 프리마호텔 건너편에 정확히 멈췄다.5분 뒤 버스는 다시 의정부로 달려가야 한다. 추씨는 오전 3시10분 신곡동 출발점에서 두 번째 운행을 시작할 것이다. 추씨는 새해 방학네거리에서 압구정동까지 편도 16㎞의 조금 짧은 노선으로 옮긴다. 밤을 하얗게 밝히고 한달에 100만원을 손에 쥘 뿐이지만 추씨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인다. 추씨는 유치원 버스에서도 한 달에 12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눈붙일 겨를 없이 이어지는 일이 환갑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로 운영하던 공장을 접고 긴 실직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추씨는 ‘노동은 행복’이라는 작지 않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날 버스 안에서 만난 여성 대리운전 기사 정모(46)씨는 동대문 시장에서 미싱 일을 한다. 정씨는 아이들 교육비를 벌겠다고 밤마다 도로로 나선다. 아이들이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노총각 박모(35)씨에게 새해에 이루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잠시 주저하더니 꼭 결혼을 하고 싶단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새벽길, 가슴이 따뜻해진 때문인지 춥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거대한 수도권의 밤거리를 내달리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기조차 했다. sunstory@seoul.co.kr
  • [데스크 시각] 100주년과 야구 위기/김민수 체육부 차장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는 1901년 낯선 한국땅을 밟았다. 그는 한국말을 배우고, 이름도 길례태(吉禮泰)로 고치는 등 한국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자신이 학창시절 즐기던 야구가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인사동 태화관 앞마당에서 모시적삼에 갓을 쓴 한국인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인들은 ‘서양식 격구(擊球)또는 타구(打球)’라고 부르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호응에 힘을 얻은 질레트는 1905년 봄 황성기독교청년회(YMCA) 회원들에게 야구 장비를 지급하고, 경기를 가져 제법 팀으로서의 골격을 갖추게 됐다. 국내 야구계는 이때를 한국야구의 원년으로 삼는다. 내년 을유년(乙酉年)은 질레트가 한국에 야구를 들여온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야구계로서는 무척 경사스럽고 의미있는 해다.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을 대도약의 전기로 삼겠다며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중이다. 야구협회는 ‘야구의 날’을 선포하고 1905년 당시 경기 모습을 재현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 계획이다.KBO도 내년 11월 명실상부한 한·미 올스타전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야구협회와 KBO가 내놓은 100주년 사업은 지나치게 외형에 치중한 느낌이다. 내용면에서도 단발성 이벤트 성격의 ‘안이한 발상’에 그쳐 구태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작금의 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는 1960∼70년대 고교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를 디딤돌로 1982년 프로야구를 출범시켰고, 메이저리그에서도 10여명이 활약하는 등 강국으로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감정을 등에 업은 정치판의 대리전 양상으로 성장한 프로야구는 취약한 뿌리 탓에 1995년 연 관중 5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추락을 거듭했다. 내년에도 경제 침체에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비상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야구계는 분명 위기인데 내실보다는 겉치레에 신경쓰는 모습이 씁쓸함을 더한다. 야구 위기의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프로스포츠의 핵심인 스타의 부재가 주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팬들의 시선은 슈퍼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기 때문에 스타가 없는 곳에 팬들이 몰릴 리 없다. 스타가 곧 야구살리기의 해법인 셈이다. 지난해 ‘국민타자’ 이승엽은 아시아 최다인 56개의 홈런을 폭죽처럼 쏘아올리며 잠자리채와 뜰채를 든 관중을 몰고 다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해외 토픽에까지 등장했다. 올해 관중이 14%나 줄어 230만명에 그친 것도 그의 일본 진출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면 비약이 심한 것일까. 위기 탈출의 해법을 잘 아는 야구인들이지만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위기를 부채질하기도 했다.90년대 후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미국프로야구는 한국의 유망주들을 저인망식으로 ‘싹쓸이’ 스카우트에 나섰고, 일부 지도자와 학부모 등은 개인의 능력에 아랑곳없이 보내고 보자는 식으로 내몰아 국내에 스타 기근을 불러왔다.KBO는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겠다며 이들이 복귀할 경우 일정기간 국내무대에서 뛰지 못하게 하는 유예기간을 둬 퇴로를 차단해 버렸다. 결국 우리의 예비 스타들이 해외에서 방황하다 시들게 하는 꼴이 됐다. 이제 야구인들은 야구를 살리기 위해 단합된 모습으로 새출발해야 하고,KBO는 장·단기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 향후 100년을 착실히 준비해야 할 시점을 맞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김민수 체육부 차장 kimms@seoul.co.kr
  • 새 청계천 내년 10월1일 준공식

    청계천 복원공사 준공식이 내년 10월1일 열린다. 서울시는 24일 내년 5월 청계천에 놓일 다리 22개가 모두 완공되는 등 구조물 공사가 매듭되고, 같은해 6∼9월 주변 조경작업과 장마철 방재시스템을 점검 등을 거쳐 10월1일 준공 기념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준공일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홍보 탑’을 복원공사 출발점인 중구 태평로 입구에 설치했다.‘D-280’이자 성탄절인 25일 자정부터 LCD(액정표시장치) 전광판을 통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원통형으로 만든 카운트다운 탑 기둥은 새해인사와 각종 시책사업을 알리는 홍보 전광판으로 이용된다. 현재 청계천 복원공사는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그때 그사람’들 만난다

    가수 심수봉(사진 오른쪽)이 10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5년 만에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초청했다고 심수봉의 소속사 오스카엔터테인먼트(대표 전홍준)가 22일 밝혔다.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28∼29일 이틀간 공연을 갖는 심수봉은 이날 오전 박 대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직접 초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심수봉입니다.”라고 운을 뗀 글에서 “지난 25년 동안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노래를 불러왔던 것 같습니다. 꿈처럼 구름을 밟고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군요.”라며 회한의 세월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번 공연과 새로운 음악을 통해 지난 과거의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내는 희망의 출발로 삼겠습니다.”라며 10·26사태와 관련해 겪었던 불운한 과거사를 깨끗이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또 “저의 공연이 국민 모두가 기대해 마지 않는 상생과 화합을 약속하는 작은 마당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박 대표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민주당 한화갑 대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도 함께 초대했다고 밝혔다. 소속사측은 초대 의원들의 스케줄을 정확히 알 수 없어 4회 공연의 해당 좌석을 모두 비워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심수봉은 최근 10·26 사태의 영화화와 관련, 최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가 사실을 왜곡해 허구가 진실인 양 오도될 경우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영화를 보고 난 뒤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상)일본, 우경화의 실태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상)일본, 우경화의 실태

    지난 주말 일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의 주요 이슈는 대북제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 제주도 정상회담 때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반면 일본 우익은 내년 역사교과서 검정을 앞두고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쇼사(扶桑社)판 교과서의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도쿄도에서 현실화됐고 사이타마현도 새역모 부회장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를 새 교육위원에 선임함으로써 이에 동조하고 있다. 내년 본격적으로 불거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도쿄 이춘규특파원|내년 일본 중학교의 역사교과서 채택에 대비, 왜곡된 역사교육을 선도하는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에 맞서 양보없는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이하 네트21)’의 다와라 요시후미(63) 사무국장은 20일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넘쳤다. 도쿄 지요타구 사무실에서 만난 다와라 국장은 “2001년보다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는 등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국민여론이 우리 편”이라고 낙관했다. 이를 방증하듯 새역모는 당시 회원이 1만 1000명 가량이었으나 7800명으로 준 반면, 네트21은 2000명에서 오히려 5200여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02년 9월 북·일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한 뒤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됐지만 ‘국민들이 자학사관에서 영광사관으로의 변화를 용인할 정도’로 우경화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와라 국장은 “내년 1월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본격적인 반대운동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초 정기국회서 새역모를 지원하는 극우 정치인들이 “자학사관을 버리고 영광사관을 가르치도록 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에 나서면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역사교과서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시 말해 교육기본법·헌법 개악 반대투쟁과 연결지어 여론 홍보전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그는 한국의 교과서운동본부나 중국의 학자들과도 연대투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내에 살고 있는 ‘민단’ 등 민간조직과도 연대할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의 지식인들과도 네크워크를 결성, 해외에서도 여론 조성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다와라 국장이 밝힌 향후 일정은 대략 이렇다.‘역사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가 내년 3월 일부 공개되고,4월20일쯤 문부성 검정 검토의견이 나온다.5월초를 전후해 견본책이 발행되고,6월 교과서 전시회가 열린다. 그리고 7∼8월엔 교과서 반대·채택의 총력전이 벌어지게 된다.’ 새역모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궁극적으로 일본을 ‘전쟁하는 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한 일본내 극우세력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해 히로시마·후쿠오카·시가 현 등지에서 새역모측의 교과서 채택운동이 무산된 적이 있다. 새역모는 자민당이 당력을 집중하며 왜곡교과서 채택을 지원하고 있는 등 일본의 우경화를 유리한 조건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오히려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587명의 회원이 줄었고, 지난 7년간 1만여명의 회원이 탈퇴했다는 것이다. 올해 회원 수 8만명 목표는 고작 10분의1만 달성했고, 활동자금도 8000만엔을 책정했지만 태부족, 현재 5000만엔 모금을 독려 중이라고 한다.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나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 등 자민당 의원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새역모의 역사교과서 채택을 돕고 있지만 새역모가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 정도로 격하한다. 자민당과 일부 우익세력이 1994년부터 역사교과서 개악을 시도하며,1997년 급기야 새역모를 자민당의 ‘별동대’격으로 출범시켰지만 국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사이타마현이 지난 20일 새역모 부회장 출신인 다카하시를 교육위원에 선임했으나 주민의 80% 이상이 그의 임명에 반대했다. 따라서 자민당이 집권당이고,47개 도·도·부·현 의회의 절반 정도를 자민당이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교과서 채택이 이뤄지는 578개 채택 지구(시·구·정·촌) 교육위원회는 새역모 교과서 반대여론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과서를 개별적으로 채택하는 사립중학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다와라 국장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새역모가 문부과학성에 압력을 행사, 개정 교과서 원고를 검정이 끝나는 내년 3월까지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아직 대략적인 내용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군인 현장 교원들이 검정과 채택에서 제외된 것도 썩 좋은 일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선 새역모측이 교과서 판형을 크게 하고, 도표와 사진을 많이 넣어 디자인을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식으로 고쳤을 정도로 추정하는 정도다. 네트21의 힘도 아직 약한 실정이다.250여개의 단체에 회원 수가 5200여명으로 비교적 큰 시민단체에 속하지만 47개 광역단체의 절반 정도만 지방조직을 갖추고 있다. 교과서 반대운동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미디어 대책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와라 국장은 “반대운동을 일반 국민들에게 많이 알리고 동참을 호소해야 하는데 일본의 신문과 TV는 우리 활동을 너무 작게 취급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가장 큰 장벽’이란 표현까지 썼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는 다수인 ‘중간층’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2001년 ‘새역모 교과서 NO’ 운동 때처럼 내년에도 이들 중간층이 ‘정의의 편’에 서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taein@seoul.co.kr
  • 불교·증산도 동지팥죽 나눈다

    오는 21일은 동지. 동양에서는 새로운 양(陽)의 기운이 시작되는 날로 ‘작은 설’이라고 해 제사를 지내고 축하하는 풍속이 있었다. 묵은 기운을 털고 새해의 액운을 쫓는 의미에서 붉은 팥죽을 쑤어 먹었다. 동지와 종교와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가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끓인다. 음력 11월 초순에 동지가 드는 애동지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팥죽을 끓이지 않고 절에 가서 팥죽을 먹고 돌아오는 풍습도 전해진다. 민족종교인 증산도에서도 동지가 되면 우주의 주재자인 상제에게 천제를 올리는 ‘동지치성’을 봉행하고 팥죽을 나눠 먹는다. 특히 증산도의 경우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는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로,4대 명절의 하나로 꼽힌다. 불교의 동짓날 행사는 우리 전통 민속이 종교적 차원으로 한층 심화된 것.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주지 원담)는 동지를 맞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팥죽나누기 행사를 벌인다.21일 낮 12시 인사동 일대 내외국인 관광객과 시민 등 2000여명에게 팥죽 공양을 베푼다.(02)732-2115. 증산도 대학생연합회도 19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에게 팥죽과 시루떡을 나눠주는 행사를 펼친다.(02)735-8192. 동지는 마음을 나누는 날! 팥죽을 먹으며 마음 속의 사악함을 씻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날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깜찍 발랄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깜찍 발랄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깜찍하게, 발랄하게, 그리고 더욱 아름답게’ 재기발랄한 10∼20대 젊은이들의 쇼핑 명소인 롯데백화점 영플라자가 오픈 1주년을 맞아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던 6층 공간을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스트리트(길거리) 패션을 한층 강조한 ‘영 패션시티’로 리모델링해 지난 3일 재오픈한 것이다. ●6층 리모델링… 스트리트 패션 한층 강조 패션 1번지인 명동 특유의 독특하고 재미 있는 컨셉트를 도입한 ‘영 패션시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영 스트리트 멀티숍(편집매장·같은 상품의 여러가지 브랜드를 한데 모음)’. 지난 2003년과 2004년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에 참가, 주목받은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비롯해 청담동·압구정동 등 패션가의 젊은 브랜드, 동대문 언더마켓의 유망 브랜드 등으로 짜여진 10개 브랜드가 선보여 젊은 패션 리더들을 유혹하고 있다. 김경몽 롯데 영플라자 팀장은 “롯데 영플라자가 10∼20대를 겨냥한 패션 전문점인 만큼 영 패션의 새롭고 다양한 브랜드들을 강화하는 것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리모델링하게 됐다.”며 “독특한 캐릭터숍과 멀티숍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주고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주요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수출 브랜드등 참신·다양한 제품 갖춰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 참가의 대표주자는 ‘쿨상천’. 지난 2003년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에 출품해 호평받았으며 ‘발랄한 20대’를 모토로 내세운 것이 특징. 일본 쇼핑몰인 비너스포트와 도쿄의 멀티숍인 ‘J.Porsh’, 히로시마 멀티숍인 ‘L.W.D’에 입점돼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단품 티셔츠와 머플러가 주요 상품. 티셔츠 1만 5000∼7만 5000원, 머플러는 1만∼4만원이다. 원피스·액세서리 브랜드인 ‘달’과 진·유니섹스 브랜드인 ‘유스타일’, 코디 단품 브랜드인 ‘쇼룸’, 니트 브랜드인 ‘쥬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코너이다. 영 캐주얼 컨셉트에 수공예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꾸민 ‘달’은 이국풍의 원피스와 스커트, 실버 소재의 액세서리가 주요 제품들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로드숍을 운영하면서 인정을 받고 있다. 원피스의 가격은 3만 5000∼10만 5000원. 유니섹스 캐주얼인 ‘유스타일’은 두꺼운 데님 위주의 진과 점퍼로 구성했다. 진은 4만 5000∼9만 5000원이며 데님 점퍼는 6만 5000∼25만 5000원이다.‘쇼룸’은 여성캐주얼을 중심으로 화려한 색상의 의류가 주종을 이룬다.2004년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고 일본 파르코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가격대는 3만∼30만원이다. 미국 스타일의 테마숍인 ‘쥬마’는 세련되고 자유로운 도시여성을 강조한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지하몰에 여성의류 매장 3개를 운영하며 니트 등을 위주로 구비하고 있다. 재킷과 코트 7만 2000∼39만 8000원, 티셔츠와 니트는 1만 8000∼12만 8000원이다. ●“젊은 세대 감각에 ‘딱’… 가격도 ‘딱’” 친구와 함께 온 이정미(21·여·대학생)씨는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고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해 쇼핑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진경혜씨는 “젊은이들에게 비교적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로 구색을 갖추고 있는 데다 개성 있고 세련된 디자인이 많아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언더마켓으로 불리는 동대문 브랜드들이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며 대거 들어선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일본 다이마루(원단) 티셔츠 브랜드인 ‘미스터 아시아(옛 도큐센)’와 영 캐주얼 토털패션 브랜드인 ‘갸하하’, 여성캐주얼 브랜드인 ‘제이문(J.Moon), 캐릭터캐주얼 빈티지룩 브랜드인 옥소 등이 그들이다. 박우진 롯데 영플라자 멀티캐주얼 담당 바이어는 “동대문 브랜드들이 백화점으로 들어온 만큼 기존의 동대문 브랜드들과 차별화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며 “그 첫 걸음으로 ‘도큐센’을 ‘미스터 아시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나만의 스타일… 리폼 이용해 볼만 의류판매와 함께 액세서리 페인팅 및 리폼 서비스를 실시하는 브랜드 ‘랑송’ 등의 캐릭터 숍도 인기를 끌고 있다.‘랑송’은 자신의 세컨드 브랜드인 메들리 픽스의 판매와 함께 리폼 서비스를 실시한다. 리폼 대상은 가방·옷·신발·모피 등 모든 품목이 가능하며 리폼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랑송이나 랑송의 서브 브랜드인 메들리 픽스 제품은 무료지만, 다른 브랜드들은 리폼비용을 받는다. 예컨대 바지를 스커트로 개조할 경우 7만원 이상, 신발은 가장 쉬운 윗부분 페인팅을 리폼하면 5만원 정도를 받는다. 김민환 랑송 숍마스터는 “리폼을 옷수선 쯤으로 잘못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요즘은 리폼을 디자이너와 상의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으로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새옷을 리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아기자기한 맛을 추구하려면 잡화 및 액세서리 브랜드로 꾸며진 멀티숍을 찾아야 한다. 스페인 직수입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자하라’는 고강도 천연재료인 레진 소재의 목걸이, 귀고리, 반지 등의 액세서리를 선보이고 있다. 수담은 섬세하고 기품 있는 수공예 핸드백과 스카프 등을 내놓았다. 메가숍(같은 브랜드의 여러가지 상품을 한데 모음)도 톱셀러 코너. 진캐주얼 브랜드인 ‘캘빈 클라인’과 스포츠 및 캐주얼 브랜드인 ‘DOHC’가 손님을 맞고 있다.‘캘빈 클라인’은 진캐주얼 외에 언더웨어·액세서리 등이 복합적으로 꾸며졌고 ‘DOHC’는 스포츠·유니섹스 캐주얼과 언더웨어, 신발, 스포츠용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한나라 국보법 더 전향적이어야

    지금 여야 극한대립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이철우 의원 파문은 열린우리당의 국보법폐지를 견제하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서 파생됐다. 임시국회 공전 이유도 4대입법을 여당이 강행처리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야당이 떨치지 못한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가 국보법 대화테이블에 앉아야 대치정국은 해소된다. 국보법 대화가 이뤄지려면 야당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어제 한나라당이 의총을 열고 국보법 대안을 논의한 것은 한가닥 기대를 갖게 한다. 한나라당내 새정치수요모임과 국가발전연구회는 반국가단체 정부참칭조항을 손질하고, 법명칭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바꾸는 안을 마련했다. 보수적 의원모임인 자유포럼은 불고지죄 삭제 등 개정폭을 좁힌 안을 제시했다. 조만간 다시 의총을 소집해 두가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이 법명칭을 바꾸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여권에서 거론되는 대체입법안과 절충이 가능해진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0월 ‘국보법 폐지후 형법 보완’을 당론으로 확정하기에 앞서 반국가단체 개념을 살린 대체입법안을 검토안 중 하나로 제시했던 적이 있다. 여당내에서는 아직도 대체입법으로 협상하자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보법 당론을 확정하더라도 여당이 폐지안을 철회할 때까지 국회 제출을 유보할 뜻을 밝혔다. 자칫 꼼수로 비칠 수 있으며, 협상의 정도가 아니다. 여당은 폐지안, 야당은 전면개정안을 내놓고 조금씩 양보해나가면 대체입법 등으로 절충이 이뤄질 수 있다. 대신 여당은 ‘강행처리는 없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야 한다. 사회가 어지럽고, 경제가 어렵다. 여야가 국보법 대타협을 이룬다면 국론분열, 사회갈등 양상은 훨씬 줄어든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보수·강경 목소리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당 명칭 변경만으로는 중도개혁까지 포용하는 새 야당이 될 수 없다. 국보법 절충을 주도해 새출발을 국민들에게 알리라.
  • 클래식·힙합 넘나드는 화려한 선율

    크로스오버 그룹 스위트박스가 26일 오후 7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스위트박스는 익숙한 클래식 선율에 힙합, 댄스, 팝을 섞은 세련된 음악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 매력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제이드와 독일 출신의 프로듀서 지오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 새 앨범에 실릴 신곡들도 소개한다. 스위트박스는 지난 1998년 지오와 미국 출신의 흑인 여성 보컬리스트 티나 해리스로 출발했다. 데뷔 앨범 ‘스위트박스’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Don’t Go Away’‘Everything’s Gonna Be Alright’ 등의 신선한 노래로 대중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제이드가 교체 투입된 뒤 발표한 2집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올해 잇따라 발표한 3집 ‘제이드’와 4집 ‘아다지오’가 동반 히트하면서 다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아다지오’는 지난달까지 13주째 국내 팝차트 1위를 달렸다. 파헬벨의 ‘캐논’을 샘플링한 타이틀곡 ‘Life is Cool’은 특히 온라인·모바일 음악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휴대전화 벨소리나 컬러링, 싸이월드에서 내려받기 인기곡에 올라 있다.(02)563-711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중도론/임춘웅 언론인

    근자 우리사회에 중도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양분시켜 왔던 좌와 우, 보수와 진보 같은 이념적 분화현상이 우리사회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속으로 몰아 넣었고 그 결과 사회파탄마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러 그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중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론의 토양은 비교적 비옥한 편이다.‘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극도의 혼돈 속에서 자기 모습을 찾아 내는 데는 그 소용돌이가 얼마간 잦아든 다음, 그러니까 해가 지고난 저녁 무렵에나 가능하듯이 피투성이 싸움에 쌍방이 지쳐 있을 무렵에서 중도를 생각하게 된 것일 것이다. 수구적인 좌파와 수구적 우파의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달 23일 창립된 ‘자유주의 연대’가 그 하나이다. 일부 대학교수들도 비슷한 목적으로 내년초 ‘자유주의 교수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한다. 종교계에서는 ‘기독교 사회책임’이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안 연대’가 재계와 노동계의 합리적 주장들을 함께 포용해 보겠다고 나섰다. 정계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한나라당의 ‘새정치 수요모임’이 그런 것들이다. 극단을 피해보자는 노력들이다. 그러나 중도가 이 나라의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적 기능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자유주의 연대’는 “이제 제2기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야 하고 그 핵심은 자유화 운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정체가 모호하다.‘시장의 인간화’라든지 ‘상생의 자유주의’라는 말도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중도론자들이 우리사회의 분열현상을 이념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좌파, 우파 하며 수없는 논쟁을 해왔지만 그런 이념논쟁에 과연 실체가 있었는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좌와 우의 구분은 본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개입정도, 복지예산의 비율, 세금정책 등이 그 기준이 되는데 그동안 있었던 좌우논쟁은 실체없이 수사만 난무했다. 다시 말하면 오늘의 사회 갈등은 상대를 서로간 좌와 우로 색칠한 가공의 싸움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 합의서’는 우파이고,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성명’은 좌파이며, 박정희 정부가 도입한 고교평준화 정책이 노무현 정부에서 좌파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를 아예 통제했던 때는 우파였고 아파트 분양가 일부 공개는 좌파적이라는 식이 이념논쟁의 실상인 것이다. 우리사회 갈등과 대립의 핵심은 주류와 비주류간의 밥그릇 싸움인 것이다. 건국이래 한국사회의 중심에 서 있었던 기득권 주류와 그동안 소외돼왔던 비주류간의 갈등이다. 비주류란 계층적 비주류, 지역적 비주류, 학문적·이념적 비주류가 혼합돼 있다. 이념적 비주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단이 정확해야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이런 현상을 덮어두고 이념적으로 접근하려 들면 중도가 상황을 헛짚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또 중도가 어느편에 서면 곤란하다.‘뉴 라이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다른 편에서 ‘올드 라이트’와 뭐가 다르냐고 묻게 되면 이미 중도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치권내의 중도론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도는 무엇보다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순수해야 한다.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중도가 하나의 세력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밥그릇 싸움을 위해 이념을 빌려 쓰듯 중도가 세력화하자면 이념적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 같지 않다. 기든스의 ‘제3의 길’도 좌우 양편에서 협공을 받고 있는 터에 실체도 없는 이념논쟁에서 중도이념이란 공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오늘의 이념 갈등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밝히고 차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도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도론은 오늘의 잘못된 현상에 대한 하나의 반성이고 모색이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새 출발은 반듯한 자기성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때문이다. 임춘웅 언론인
  • [서울광장] 노(NO)라고 말하는 한국/이기동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NO)라고 말하는 한국/이기동 논설위원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설명하면서, 실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쓰는 게 탈이라고 했다. 그는 하도 답답해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통화내용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두 정상의 대화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 화기애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에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APEC정상회의 참석길 LA에서부터 시작해, 유럽순방을 마치기까지 작심한 듯 충격적인 외교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주외교를 내세웠지만, 발언상대는 누가 봐도 미국이다. 발언수위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아갔다.‘북한핵은 자위수단이다. 누구든 한국 국민의 뜻을 벗어나는 걸 강행할 수 없다. 북한체제 붕괴는 가능하지 않다. 한반도야 깨지든 말든 핵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은 안 된다….’ 하이라이트는 미국과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북한체제가 결국 무너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북한이 더 불안해한다는 요지의 프랑스 동포간담회 발언이었다. 물론 북한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에 응하라는 요지의 주문이다. 하지만 주 과녁은 역시 미국이다.1기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2기때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할 만한 발언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발언이 한·미 동맹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질 신뢰와 효율성의 저하이다. 앞서 소개한 청와대 인사의 말과 달리 외교부내 많은 인사들은 부시 1기때부터 한·미간에 실질적인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노 대통령의 집권과정과 반미정서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두 여중생의 비극적인 죽음과 반미촛불시위속에 탄생한 정부다. 초기 미국 신용평가기관들의 ‘한국 때리기’가 있었고, 이어 자주와 동맹논란을 겪고, 주한미군의 감축결정이 있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반미의 대가로 치부하면 그뿐 아니냐고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아주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2기 부시행정부를 1기때처럼 보낼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게 식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일관계를 모델로 한 새 안보공동선언을 만들어 새 출발을 다짐하고, 또한 양국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와이즈멘(Wisemen)그룹’이라도 가동해 소원한 거리를 좁혀보자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순방길 발언들은 대미외교 기조가 ‘미국에 대해 할 말을 좀 하는 편’ ‘여기에 대해 미국이 좀 놀라는 편’의 수준에서 요지부동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에 좀더 많이 놀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바보가 아니다. 노 대통령 발언의 최종 지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것이 남북정상이 만나,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볼지 모른다. 카드를 다 내보이고 하는 외교는 없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데 미국은 바라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더라도 무력사용은 막겠다고 공개하면서 제대로 된 외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맹을 버리고 자주로만 살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대미외교의 기반을 다시 잡아야 한다. 너무 자주파 인사들로 짜여져 방향선회가 어렵다면, 외교안보 라인업을 새로 짜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당국자끼리 최소한의 스킨십이라도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 없는 외교는 무망하다. 적어도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자주외교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내세워 폐쇄적 국수주의의 대명사로 치부받는 이시하라 신타로와는 다른 유의 자주라야 하지 않겠는가.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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