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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신성공산 그룹들] (2)두산

    [변신성공산 그룹들] (2)두산

    재계 인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두산만큼 짧은 시간에 화끈하게 변신한 그룹도 없다.”고 말한다. 그랬다. 두산은 포목상으로 출발해 술 회사를 거쳐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재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기존에 있던 사업을 키워서가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사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고작 10년. 모험이 쉽지 않은 기업 나이(110년)를 고려하면 더욱 드라마틱하다. 자산을 투입해 올린 수익률(ROIC)은 10년 전 적자(-0.4%)에서 올 연말 14%를 내다보고 있으니 체증도 없다. 1896년 서울 종로4가 배오개에서 포목업으로 출발한 두산그룹이 ‘100년의 자존심’을 버리고 변신을 모색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의 맥주 전쟁이었다.93년 지하 암반수에서 끌어올린 하이트맥주가 출시되면서 두산 OB맥주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제품을 내놓고 맞섰지만 번번이 시장에서 밀렸다. 위기의식이 급속히 퍼졌다. 급기야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96년 ‘종합검진’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냉혹했다.“체질(주력사업)을 바꾸지 않으면 오래 못 산다.”는 시한부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간판기업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부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번뇌 끝에 박용성 당시 그룹 부회장은 “바꾸자.”고 결단을 내렸다. 이른바 ‘걸레론’(‘내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부실기업이 아닌 우량기업 매각)으로 유명한 두산의 구조조정 서곡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96년 12월 OB맥주 서울 영등포공장 매각을 신호탄으로 음료사업, 케이블TV 영업권, 두산씨그램(양주사업)을 잇따라 팔았다.99년 카스를 인수하면서 맥주사업 재기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미련을 버리고 2001년 OB맥주 지분(5600억원어치)을 벨기에 인터브루(현 인베브)사에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종가집’ 브랜드로 유명한 식품사업을 대상그룹에 과감히 넘겼다. 두산측은 부인하지만 알짜배기 소주사업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새 피를 수혈하라”…M&A 본격화 이렇게 해서 두산은 총 3조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이제는 새 기업을 사들일 순서였다.2000년 12월 자산 3조 6000억원짜리 대형 공기업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치열한 경합 끝에 인수했다. 당시 한국중공업은 매출액만 2조 4000억원으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보다 많았다. 체질 변화를 조언한 매킨지조차 “덩치가 너무 크다.”며 만류했을 정도였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셈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2003년 3364억원짜리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과 2005년 1조 8973억원짜리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따라 삼켰다. 올 들어서는 중장비 할부금융을 위해 금융회사 연합캐피탈(760억원)과 보일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미쓰이밥콕(1600억원)을 인수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변신에 성공한 결과 그룹의 산업재와 소비재 비중은 1995년 3대7에서 10년새 8대2로 완전히 역전됐다. 해외사업 비중도 50%를 넘어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갔다. ●체질 변화 성적표 우선 투하자산 수익률이 95년 적자에서 지난해 9%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14%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96년 1653억원에서 지난해 6702억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창사 이래 올해 처음으로 1조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 올해 매출액도 사상 최대치인 13조 6000여억원(9월말 현재 9조 3000억원)이나 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그 비결을 인재 경영에서 찾는다. 이른바 ‘2G전략’이다. 사람의 성장(Growth of People)을 통해 사업의 성장(Growth of Business)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4인의 명상여행’전 동행 해볼까

    함께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 있었던 네 사람에게 40년 세월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대 미대 61학번 동기인 이강소·심문섭·오천룡·현혜명 4인의 작가가 40년 세월을 돌아보는 전시 ‘4인의 명상여행’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에스파스솔에서 갖고 있다. 이강소 심문섭은 한국, 오천룡은 파리, 현혜명은 LA에서 각기 왕성하게 활동해온 중견작가들이다. 오리나 새를 단순한 필획으로 표현한 듯한 명상적 회화작품으로 유명한 이강소는 이번엔 사진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작중 하나인 ‘From a dream-06001’에서 보듯 익숙한 듯하지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세상이 전해주는 기운을 포착해내고 있다. 오천룡은 1971년 파리로 간 뒤 추상에서 구상으로 회화 영역을 넓혔고 화려하면서도 진지함이 깃든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업은 얼핏 보면 즐거운 상상력을 표현해놓은 듯하다. 하지만 ‘창조의 힘은 화가들의 눈으로 오랫동안 경험한 예민한 관찰력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엔 현실에 바탕을 둔 사실적주의적 사유가 배 있다. 여류작가인 현혜명은 미니멀한 화면 구성과 자연적 모티프의 조합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미감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목신, 토신, 메타포 등의 조각 시리즈로 많이 알려진 심문섭은 신작 ‘The presentation’ 연작을 통해 작가가 창조해낸 자연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12월16일까지.(02)3443-7475.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신청뒤 번 돈으로 집 사도 될까

    Q6개월 전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습니다.1주일 전쯤 파산 선고를 받고 면책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산신청 뒤 1000만원 넘게 현금을 모았습니다. 버는 돈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게 되더군요. 곧 면책결정을 받으면 제 앞으로 집을 사놓을까 생각 중입니다. 전세 7000만원 끼고 제 전재산 1000만원을 투자하면 살수 있는 8000만원대 집이 나왔습니다. 제 벌이로는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장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집을 사도 될까요. - 지돈희(43) A법률적인 문제도 있고, 올바른 투자인지 결정해야 할 문제도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해야겠습니다. 첫째로 채권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둘째로 새로 채무를 얻어 투자를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십시오. 통합도산법 382조 1항은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지돈희씨가 파산신청을 했더라도 파산선고 전에 벌어서 모은 돈은 법률상 채권자들에게 돌아가야할 파산재단의 범위에 속하게 됩니다. 파산선고가 신속히 이뤄지면 별 문제가 없지만, 법원의 재판이 지연되면 채무자의 새 출발을 저해하게 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파산신청시를 기준으로 그 이후 소득을 원칙적으로 채무자에게 귀속시키지만, 우리는 법을 개정하면서 그저 과거를 답습해 이런 불합리가 생기게 됐습니다. 물론 실무상으로는 파산신청 뒤에 생긴 재산에 대해 묻지 않으니, 사실상 신청시 기준으로 채무자가 활동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면책이 된 뒤 채무자가 새 재산을 취득해 파산 채권자의 주의를 끌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통합도산법 569조 1항은 채무자가 사기파산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거나 채무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으면 파산 채권자가 면책 후 1년 이내에 면책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돈희씨의 경우 사기파산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파산선고까지 파산재단에 속할 재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지돈희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았다고 주장할 여지는 남게 됩니다. 물론 불합리한 법조문 때문에 실제로 채권자가 면책취소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반드시 지돈희씨의 면책을 취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법적으로 공격받아 이에 응소한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새 부채를 부담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즉 집을 산다고 하지만 지돈희씨의 몫은 1000만원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7000만원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담입니다. 세입자가 나갈 때 이 보증금은 돌려줘야 하는 채무가 됩니다. 이를 확보할 자신이 없으면 나중에 곤경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또 집값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 집값이 6000만원이 되면 팔아도 세입자에게 1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합니다. 통합도산법 564조 1항4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파산, 면책을 받고 7년 동안에는 새로 파산, 면책을 할 수 없습니다. 한번 면책을 받는 사람이 다시 부채를 지는 것은 위험하고 치명적인 투자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집값이 급등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자율을 정책적으로 낮게 유지한 탓도 큽니다. 앞으로 하락이 예상된다고 한다면 지돈희씨의 선택은 나중에 보면 어리석었던 결정일 수 있습니다. 신중한 결정을 권합니다.
  • “민주당 승리보다 게이츠 국방 임명이 한국에 더 긍정적”

    “민주당 승리보다 게이츠 국방 임명이 한국에 더 긍정적”

    ㅣ워싱턴 이도운특파원ㅣ중간선거 참패가 확연해진 8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첫 조치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부시 대통령은 참패의 원인을 “이라크에서의 진척이 미진했던 데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라고 인정하고 이란과 북한 통(通)인 로버트 게이츠(63)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방장관에 지명했다.이에 따라 이라크와 이란 핵,나아가 한반도 등 대외정책에 상당한 노선 수정이 예고된다.서울신문과 9일 단독 인터뷰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게이츠 지명자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보를 갖고 북한을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을 잘 아는 그의 등장이 한국에겐 긍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까? -미국 의회도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러나 역시 한반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부다.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북한 정권 모두 중요하다.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도 동참하기를 원했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한미관계는 좋았다.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북한을 포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클린턴 정부와 사이가 벌어졌다.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포용하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내켜하지 않는다.그런 차이들이 있다. →그래도 의회 역할이 있는 것 아닌가? -의회 분위기와 관련해 매우 우려되는 점이 있다.현재 한미관계는 사실 정부보다 의회 분위기가 더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북한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매우 신경질적인 정치적 인식이 있다.그것은 북한을 도무지 다룰 수 없는,경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따라서 지금같은 상황에서 1994년 제네바 합의같은 것을 정부가 들고 온다면 의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왜 그같은 인식이 퍼져 있을까? -그건 미국인 일반의 정치적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정치인이란,특히 2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하원의원들은 지역주민과 정치적 인식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쪽은 중간선거 과정에 미-북 양자협상을 주문했는데? -그같은 목소리들이 계속 힘을 유지할지 지켜봐야 한다. →미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임명하도록 요구한 대북정책조정관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알려진 대로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관한 한 (강경과 온건) 두 세력으로 나뉘어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만일 두 목소리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선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의회 활동을 지원받기 위해 로비회사도 고용하고 있다.그런 노력들이 도움이 될까?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실제로 행동하는 것,그리고 말하는 것이다.홍보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때 한미 정상회담이 있는데. -북한 핵실험 이후 처음 갖는 정상회담이라는 의미가 있다.그러나 APEC에서의 정상회담은 길지 않을 것이다.부시 대통령이 그 전에 북한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북한 핵문제 접근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회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이 북한의 핵보유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가 사실상 인정된 상황이지만 미국이나 한국,중국,러시아 모두 어떤 물리적 조치를 취하는 움직임이 없었다.용납할 수 없다고 하지만 북한의 핵과 공존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제3국으로 이전하면 위중한(grave)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것은 군사적 조치를 말하는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에 놀랐나?럼즈펠드 장관의 대북 인식은 어떤 것이었나? -럼즈펠드 장관과 오찬을 하면서 북한 정책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그 때 럼즈펠드 장관이 북한에 대해 확립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로버트 게이츠 내정자는 어떤 인물인가? 오래 전부터 그를 알아왔다.그는 미국의 고위인사 가운데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아는 인물이다.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일본,중국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 정보계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에게 북한은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그래서 북한을 미국 정보의 ‘블랙홀’이라고 한다.게이츠는 한국이나 한국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한 경험은 없다.그는 작전보다는 정보 분석에 몰두해온 사람이다. →게이츠 지명자가 북한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무엇인가? -게이츠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정보맨’은 다른 나라가 무엇을 하는지,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연구하는 이들이다.따라서 어떤 주의나 주장을 옹호하지 않는다.그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할 것이다.북한을 모르던 럼즈펠드가 가고 북한을 잘 아는 게이츠가 오는 것은 한국에게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본다. →럼즈펠드 장관의 해임으로 전시작전권 이양 등에 변화가 있을까? -그것은 정부간 합의였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럼즈펠드 장관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면 리처드 롤리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 등도 함께 나간다는 소문도 있다. -롤리스 부차관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럼즈펠드 장관이 롤리스 부차관을 신임한 것은 그가 동북아 업무에 정통하기 때문이다.사적인 관계가 아니다.부시 대통령이나 게이츠 지명자가 국방부를 많이 바꾸려할지 모른다.그러나 게이츠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변화를 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전시작전권이 이양되면 미군이 철수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국방부에서 듣는 얘기들에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현재 합의된 2만 5000명에서 숫자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대폭 감축하거나 완전 철군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과 미국 관리들이 상대방을 대놓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따금 그런 상황이 양국 지도자에 의해 초래된 경우가 있었다.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에서 좋은 만남을 가졌기 때문에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그 전(경주) 정상회담은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지 않느냐. 한국이나 미국이나 민주국가이기에 생각을 얘기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보도될 수 있다.문제는 이런 일들이 상대에 매우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두 정부가 조금 더 금도(禁度)를 발휘하길 바란다. →외교통상부 장관에 내정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에 대해 워싱턴에서 일부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한국의 개각이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송 실장의 (전쟁 관련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그러나 송 실장과 미국 관리들의 관계는 괜찮다고 본다.그는 워싱턴에서 이방인이 아니다.반기문 장관처럼 미국을 잘 안다.좋은 출발을 하길 바란다. dawn@seoul.co.kr
  • 투어챔피언 홍진주, 오늘 美무대 데뷔

    ‘세번째 신데렐라, 또 그 분을 맞을까.’ 지난 9월1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솔룩스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처음으로 국내 정상에 선 홍진주(23·이동수F&G)는 “이제야 ‘그 분’이 오셨다.”고 우스개처럼 소감을 밝혔다. 유난히 샷감각이 좋을 때 골퍼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 지난해 KLPGA 선수 가운데 ‘옷발’이 가장 잘 받는다는 ‘베스트드레서’에 뽑히고도 실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되레 풀이 죽었던 그로서는 뼈있는 한 마디였다. 생애 첫 승을 거둔 한 달 남짓 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국내대회인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안시현-이지영에 이어 세번째 ‘신데렐라’로 거듭난 그가 투어 직행 티켓을 쥐고 처음 선 미국무대에서 또 ‘그 분’을 맞겠다고 벼른다. 홍진주가 9일 밤부터 나흘 동안 미국 모빌의 매그놀리아그로브GC(파72·6253야드)에서 열리는 LPGA투어 미첼컴퍼니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100만달러)에 출전한다. 미국무대 데뷔전.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투어 챔피언들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홍진주에겐 내년 ‘루키 시즌’ 연착륙을 위한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홍진주는 “이번 대회를 통해 미국무대 첫 해를 자신있게 출발할 수 있는 성적표를 얻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6일 현지에 도착한 홍진주는 폭우로 연습라운드는 걸렀지만 근처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대회에 불참하는 한희원(28·휠라코리아)의 캐디인 숀을 임시로 고용한 홍진주는 “컨디션은 좋다. 다만 코스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새 코스에 새 선수들과 부담없이 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주를 포함한 한국선수의 시즌 12승째 달성 여부도 관심. 디펜딩 챔피언 김초롱(22)을 비롯,42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한국선수들은 모두 15명. 시즌 다승 공동선두 캐리 웹(호주)이 빠진 무대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6승째 단독선두로 도약할지도 주목거리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타임誌 올 최고발명품 ‘유튜브’

    타임誌 올 최고발명품 ‘유튜브’

    올해 79세의 영국인 피터는 2차대전에 참전한 뒤 레이더 기술자로 일하다 은퇴한 것 이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피터와 함께(Meet Peter)’라는 동영상 커뮤니티를 가진 국제적인 스타가 됐다. 피터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순식간에 세계적 유명인이 되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의 등장 덕분에 세상은 바뀌었다. 수천명의 보통 사람이 순식간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7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올해의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타임은 올해 기술 부문에서 흥미로운 발명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수백만명의 이용자가 큰 부담 없이 서로 즐기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것은 유튜브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유튜브는 2004년 차드 헐리와 스티브 첸, 조위드 카림 등 20대 3명이 더 손쉬운 방법으로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법을 논의하다 생각해 낸 사용자 제작콘텐츠(UCC) 기반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이다. 지난해 1월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출발한 유튜브는 같은 해 4월 동물원여행 비디오 하나로 출발, 현재 매일 1억회의 비디오클립(짧은 길이의 동영상물) 조회를 기록하며 매일 7만개의 새 비디오 클립이 게시되고 있다. 타임은 유튜브가 기술적·사회적·문화적인 혁명을 가져 왔다고 평가했다. 우선 웹카메라와 비디오캠코더를 이용한 저가의 동영상 생산측면에서 기술적 혁명을 이뤘으며, 동영상 제작주체(평범한 개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회적 혁명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또 기존의 걸러지고, 정제된 톱다운 방식의 비디오 영상물이 아닌 현장감 있는 영상물들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혁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색엔진 구글이 자신들의 기업인수 합병 사상 가장 많은 액수인 16억 5000만달러(1조 5800억원)에 유튜브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유튜브의 위력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밖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에는 휘발유 1갤런으로 3145마일을 달리는 자동차, 젖지 않는 나노섬유로된 우산,3000개의 센서를 장착한 아기공룡 장난감,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만든 말하는 그림 등이 포함됐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창밖에 있는 사람과 집 안에 있는 사람 중누가 더 행복할까요?비오는 날, 상큼한 공기를 상상해 보세요.《울지 마, 자밀라》중에서지은이 : 이해선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여행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1990년부터 오지를 떠돌며 사진을 찍어왔다. 1993년 바탕골 미술관에서 가진 ‘낯선 시간들’이란 이름의 첫 개인전으로 자신을 세상에 알렸으며, 이후 티베트 라다크 방랑기인 《10루피로 산 행복》과 이스터 섬 체류기인 《모아이 블루》를 출간하여 많은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현재도 여행 칼럼리스트로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 특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오지에 관한 기록들은 그녀 특유의 감성과 잘 어우러져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개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이 작업이 여행 사진작가로서의 이력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녀를 오지로 이끌게 한 신비한 힘, <인연>이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2002년 가을, 작가는 삽살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평소 삽살개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삽살개의 먼 조상이 <티베탄 테리어>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녀가 많은 글에서 누누이 밝혀 왔듯이 <티베트>은 마음의 고향이자, 영혼이 돌아갈 곳으로 그녀는 믿고 있다. 그녀 자신의 전생은 분명 티베트 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 <티베트>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뿌리내린 삽살개를 만난 순간, 그녀는 이것이야 말로 <운명>이라 여겼다. 지은이 : 치우(지은이는 아니지만...)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2002년 8월생으로 태어난 지 2개월 만인 2002년 10월, 개의 신분으로 비행기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 방랑벽이 있는 첫 주인과는 채 한 달도 같이 못살고 돈가스집으로 살러 와서 지금껏 돈가스집 주인과 살고 있다. 2003년 6월 청삽사리와 결혼, 그해 8월 여덟 자녀의 아빠가 되었지만 자식도 빼앗기고 그해 겨울 아내와의 성격차로 갈등하다 강제 이혼 당하고 혼자가 된다. 주인의 구박 아닌 구박 아래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려고 집을 나갔다가 새 사랑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2004년엔 한 달 간 인근 개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투견들의 참상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아 이 책의 화자를 자청했다. 2006년 현재 돈가스집을 정리한 주인과 함께 농촌으로 들어와 흙을 파고 살고 있다.
  • [이 한권의 책] 적응하는 순간 더이상 행복은 없다

    프린스턴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카네만 교수는‘인간의 감정은 비합리적일 수 있으나 이성은 합리적이다.’라는 상식적 통념을 무너뜨리는 실험결과와 이론 틀을 제시해 행동경제학을 출발하게 했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 또한 이와 맥을 같이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행복추구에서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실험적 증거들을 제시했다. 이는 그 당시 사회과학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한 파급효과가 큰 이론 틀을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사례중심으로, 유머 넘치게, 그러면서도 매우 독특하고 심도있게 전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길버트 교수가 내놓은 연구결과의 핵심 주제는 ‘미래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까.’에 대해 우리가 항상 잘못된 예측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값비싼 새 자동차를 사면, 최신 휴대전화를 사면, 짝사랑하던 그 사람과 결혼하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면,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나면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해지지 않는다. 반면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버리고 떠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까지 깊은 슬픔을 느끼지는 않는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사건이 나에게 얼마나 행복 혹은 불행을 가져다줄지에 대해 잘못 예측하곤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길버트 교수는 이러한 ‘정서적 예측’의 오류가 인간이 진화하면서 발달시킨 뇌의 ‘적응적 정서-인지적 메커니즘’ 또는 일종의 ‘정서적 면역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인간 진화과정에서 뇌는 우리가 최상의 행복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진화된 기관이 아니다. 뇌 기능의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조절하는 데 있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환경에 잘 적응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행복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또한 경험을 통해서도 때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과거에 큰 정서적 부담을 겪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잊고 또 다시 그 일이 미래에 별로 정서적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며 어리석게도 다시금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진화적으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도록 결정되어 있는 정서, 인지 체계를 지닌 인간이 어떻게 하면 그런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예측이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래의 자신의 행·불행과 그에 대한 자신의 정서적 반응의 폭에 대해 잘못 예측하는 것이 인간 마음의 기본 특성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그리고 뇌의 기능이 행복 보장이 아니라 적응에 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보다 현실적 혹은 실용적으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넘치는 행복을 무작정 예상하지도, 과도한 고통과 슬픔을 염려하지도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열린 마음을 갖게 될 때 행복의 진짜 모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
  • 고국품서 부르는 ‘황혼 사랑가’

    고국품서 부르는 ‘황혼 사랑가’

    흰색 부케를 수줍게 쥔 신부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의 신랑이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쌍춘년이라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부부가 탄생했지만 2일 인천 연수동 인천 사할린 동포 복지회관 앞뜰에서 열린 결혼식은 특별했다. ●고국에서 찾은 새 인생, 새 반려자 이날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할린 동포들은 백용하(70)·최화자(68)씨 부부와 오종학(70)·김영하(71)씨 부부. 어릴 때 일본의 압박을 피해 부모따라 사할린으로 이주해간 한인 2세들이다. 이후 일제가 패망했으나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탄광이나 국영농장, 건설노무자 등으로 일하며 어렵게 지내야 했다. 정부로부터 영주귀국 지원을 받아 지난 2005년 경기도 안산의 요양원에서 만난 사이다. ●“자식은 사할린에 있는데….” 하얀색 연미복을 차려입은 신랑 백용하씨는 “처음 하는 결혼도 아닌데 잠을 잘 못잤어. 그래도 기분은 좋네.”라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영주귀국했다. 귀국 후 안산시립요양원에서 최화자씨를 만나 친구처럼 지내다 최씨에게 점점 마음이 끌렸고 청혼했다. 하지만 신부 최씨는 곱게 차려입은 한복이나 화사한 화장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표정이었다.3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고생했던 기억에다 사할린에 두고 온 자식 생각에 “결혼하니까 좋네요.”라면서도 끝내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과 합동 결혼식을 올린 또 다른 커플은 오히려 신부가 잔뜩 상기돼 있었다. 신부 김영자씨는 “역사의 바퀴가 돌고 돌아 고국 품에 안긴 것도 감사한데 남은 인생 함께 보낼 사람을 만나 새 출발하니 너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오종학씨에게 청혼을 받은지 반년 만에 족두리를 쓴 그는 “지난 9월에 모국방문단으로 왔던 친지들에게는 남편될 사람을 보여줬는데 아이들에게는 사진만 보여줘서 아쉽다.”면서 “우리가 러시아에 갈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음 맞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번 결혼식은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의 주최로 열렸다. 한복, 신혼여행 비용 등 결혼에 필요한 것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신접살림은 대한적십자사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 차릴 예정이다.60년 넘게 타향살이를 하면서 돌아온 고국은 ‘황혼 결혼’보다는 ‘황혼 이혼’이 많을 정도로 낯선 곳. 그래서 이들은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인연이다. 결혼식 이후 계획을 묻자 신랑 백씨는 “뭐 살아봐야 아는 거지.”라면서 농담을 한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서로 마음 맞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의지 하면서 잘 살아야지.” 인천 나길회기자 kkirina@ 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경남 양산 천성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남 양산 천성산

    가지산∼운문산∼신불산∼취서산으로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의 끝자락, 예부터 경치가 빼어나 ‘영남의 소금강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천성산(922.2m). 경남 양산시 웅상읍, 상북면, 하북면의 경계를 이루는 천성산엔 지금 억새가 한창이다. 천성산은 사철 끊임없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산홍을 이루고,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어 신년 일출 산행지로도 손꼽힌다. 또 20여개의 늪지를 품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특히 화엄늪과 밀밭늪은 희귀동식물들의 서식처로도 유명하다. ‘천성산에 공룡이 살고 있다?’ 이름하여 천성산 공룡능선. 설악산 공룡능선이 포효하는 육식공룡의 거친 모습이라면, 내원사매표소 향하는 길에서 만난 공룡은 유순한 초식공룡의 형상. 공룡능선은 상리천과 성불암계곡 사이에 위치한다. 공룡의 등줄기를 향하는 길. 곧추선 산길의 만만찮은 경사는 시작부터 숨을 거칠게 만들고, 이마에선 줄곧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드디어 능선이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조망의 즐거움이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능선에 올라서면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바위벽.‘산 너머 산’이다. 바위능선 왼편은 천길 낭떠러지. 공룡능선은 말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새로운 봉우리가 쉴 새 없이 기다린다. 무감각한 걸음을 내딛는 사이 집북재에 다다른다. 그 옛날 원효가 화엄강론을 펼치기 위해 흩어져 있던 1000명 제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고 북을 쳤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천성산 제2봉(812.7m)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정상에는 군사시설물이 서 있어 더 이상 올라설 수 없다. 군 시설물을 우회해 내려서면 화엄벌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원효대사가 제자 1000여명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전설의 화엄벌이다. 이곳은 1999년 발견된 고층습지로 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태양은 서서히 밝기를 다하고, 홍룡폭포 쪽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내원사 주차장을 출발해 공룡능선∼집북재∼천성산 제2봉∼정상을 거쳐 홍룡사로 하산하면 약 6∼7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장 잘 알려진 등산로는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 내원사계곡을 따라 812.7m봉에 올랐다가 집북재를 거쳐 산하동 계곡이나 성불암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 특히 산하동 계곡은 골짜기 풍광이 뛰어나다. 산행 시간은 5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산 동쪽의 미타암과 법수원 쪽으로 오르면 기암을 보면서 산행할 수 있어 좋다. # 교통정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로 나와 부산 방면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천성산 내원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며, 진입로에서 산행들머리까지 10분 정도 소요된다. 글 사진 김도훈(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 10회 청소년연극제 본선대회

    올해로 10회째인 전국청소년연극제가 새달 1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본선 대회를 연다. 대산문화재단, 한국연극협회,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는 전국청소년연극제는 1997년 전국 130개 고교,2300여명의 학생들로 출발한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연극축제다. 전국 16개 시·도 예선에서 선발된 18개교가 본선에서 실력을 겨룬다. 시상식은 10일 오후 2시.(02)3673-1297.
  • ‘진화한 탱크’ 가을걷이 축포

    ‘진화한 탱크’ 가을걷이 축포

    ‘진화한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가 마침내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움켜쥐었다. 최경주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웨스틴이니스브룩골프장(파71·7295야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이슬러챔피언십(총상금 530만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브렛 웨터릭, 폴 고이도스(이상 미국) 등 공동 2위그룹을 4타차로 따돌린 완승. 지난해 10월 크라이슬러클래식 이후 1년 만에 밟은 정상이다. ●68→26위 껑충… 투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최경주는 아시아 최고의 골퍼라는 영예도 함께 누렸다. 뒤늦게나마 시즌 마수걸이승으로 통산 4승째를 거둬 PGA 투어의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다승을 쌓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상금 95만 4000달러를 챙겨 올시즌 상금랭킹도 26위(226만 7348달러)로 껑충 뛰었다. 투어 진출 뒤 최다 시즌 상금. 무엇보다 상금랭킹 68위에 머물렀던 최경주는 30위 이내가 아니면 출전이 불가능했던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 나가게 된 건 물론, 내년 개막전인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과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출전권까지 덤으로 챙겼다. ‘두 마리 토끼’는 사실상 전반홀 최경주의 손에 들어왔다.2위 그룹과 1타차로 출발한 최경주는 1번홀(파5)에서 이글퍼트를 떨궈 순식간에 3타차로 거리를 벌렸다. 이후 주춤했던 최경주는 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안정을 되찾았고, 그 사이 경쟁 상대였던 엘스는 전반에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쏟아내고, 버디 1개로 3타를 잃으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고이도스도 전반 이븐파로 제자리 걸음. ●“지금 상태론 안된다” 스윙 개조등 자기혁신 최경주의 시즌 막판 우승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개조’와 ‘변신’의 산물. 지난 8월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버티려면 지금 스윙으로는 안 된다.”면서 새 코치를 영입, 스윙 개조 작업에 나섰다.3주 전엔 드라이버 교체까지 감행, 비거리를 눈에 띄게 늘리는 등 ‘셀프 리노베이션’에 주력했다. 결국 이번 대회 직전까지 ‘PGA 투어 진출 이후 최악’이라는 눈총까지 받았던 그는 ‘3개월의 농사’ 끝에 넉넉한 결실을 수확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관할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데…

    Q5000만원 정도 빚을 지고 있는데, 연체시키고 나니 이자만 월 150만원이 넘게 됐습니다. 다른 소비를 안 해도 빚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파산신청을 해 새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들리는 소문이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파산절차 진행이 늦고 면책률도 떨어지며 벌이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개인회생을 강권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실망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나요. - 이정화(34) - A우리 법원에 파산법원이 따로 없고 일반 법관과 직원이 파산재판을 업무분담 형태로 돌아가며 맡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인 지역에서 파산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들이 인사이동으로 새로 파산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2∼3개월 정도 재판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라도 상환하도록 하는 게 합당하다는 식의 절충적인 사고가 종종 눈에 띕니다. 생계비 근처 소득을 간신히 벌기에 저축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부 면책을 부여하거나 개인회생을 받도록 유도하는 게 예입니다. 파산신청은 일생 일대의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파산을 생각하고 있는 채무자로서는 파산재판을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적정하게 진행해주는 다른 지방 법원으로 가서 재판을 받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게 당연합니다. 특히 면책 여부에 관해 애매한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채무자라면, 관할 선택에 있어서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법관별 재판기준을 통일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법률 문제만을 심판한다는 한계가 있어 지역 사이 편차는 근절될 수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파산사건은 채무자 주소지 법원의 관할이고, 이는 전속관할로 규정돼 있습니다. 채무자 주소지 법원이 파산사건을 관할해야 하고, 다른 법원에 파산사건이 접수되면 관할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하도록 돼 있습니다. 살고 있는 주소지뿐 아니라 재산 소재지 법원에도 선택적 관할을 인정해 이론상 여러 개의 파산사건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는 미국에 비해 채무자에게 덜 우호적인 제도인 셈입니다. 전속관할은 채무자 재산이 거의 대부분 다른 지역에 있고, 채권자가 다른 지역에 있을 때에도 원칙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예를 들어 빚에 몰려 야반도주를 감행한 채무자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멀리 경상도부터 전라도까지, 심지어는 제주도에 있더라고 서울에서 열리는 파산사건 심리에 참여해야 합니다. 물론 법에는 심판 편의를 위해 주소지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송절차 자체가 사무집행상 번거로움을 야기시키고, 담당 법관으로서도 일을 회피하지 않고 그냥 진행하려고 하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전속관할의 규정은 채무자와 관련된 다른 사람에 대한 파산사건이 다른 법원에 계속되어 있을 때에는 완화됩니다. 우선 법인이 파산, 회생 신청을 하였을 때 그 법인 대표자는 법인의 신청 사건이 제기된 파산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회사의 대표가 부산에 산다면 서울의 회사와 함께 서울의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영업을 하는 채무자는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 소재지의 지방법원 본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채무자는 관할 고등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의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세번째로 연대채무나 보증채무처럼 여러 사람이 같은 채무를 부담할 때 또는 부부가 파산신청을 할 때에는 관할법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주소를 둔 보증인이 서울에 파산신청을 하면 주채무자의 주소지가 제주라도 서울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채무자의 배우자가 부산에 거주한다면 여기에 묻어서 같이 서울에 파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주민등록과 임대차계약서 등 주거의 권원을 증명하는 서류를 주소지에 대한 입증으로 요구합니다. 본래 법이 규정하는 주소지는 채무자가 기와침식(起臥寢食), 즉 일어나고 눕고 자고 먹는 주거생활을 행하는 곳이지만 획일적인 편의를 위해서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합니다. 어떤 채무자는 주소지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보다 평이 좋은 법원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른바 위장전입을 해 파산신청을 제출, 쉽게 면책을 받는 것이지요. 농지를 취득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농지를 사기 위하여 농촌에 거주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주민등록 전입을 하였다가 고관이 될 때 구설수에 오르지만 다른 불이익을 받은 예가 없듯이, 파산 사건에서도 특히 불이익을 주지는 않고 정도가 심한 경우에 이송하는 정도입니다. 본래의 주소지에서의 실무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법원이 차마 내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삼성 ‘KS 연장 불패’

    삼성 ‘KS 연장 불패’

    유리할 것도,불리할 것도 없는 잠실 중립경기를 앞두고 서로의 생각은 달랐다.전날 피말리는 혈투 끝에 한발 앞서간 삼성은 3승의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행 버스에 오르고 싶었다.반면 한화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새출발을 원했다.그만큼 승부는 팽팽했다.삼성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이동 전날 경기를 일찍 끝내야한다.”면서 빠른 승부를 원했다.그러나 승리를 위한 양 팀의 줄다리기는 기어코 4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승부가 갈렸다. 삼성이 다시 한화를 잡고 정상등극에 1승 만을 남겨놓게 됐다.삼성은 26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 10회 터진 ‘걸사마’ 김재걸의 짜릿한 2타점 적시타로 4-2,승리를 거뒀다.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 연장승부는 역대 처음.종합전적 3승1패로 앞선 삼성은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게 됐다.반면 홈에서 2연패를 당한 한화는 벼랑 끝에 몰리면서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5∼7차전은 28일부터 중립지역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2·3루의 찬스에서 김재걸은 상대 두 번째 투수 문동환을 상대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폭발시키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전날 10명의 투수 가운데 8명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던 삼성은 이날도 6명을 투입하는 ‘인해전술’로 귀중한 승리를 낚았다. 한화는 특급 소방수 구대성의 존재가 아쉬웠다.구대성은 전날 4이닝동안 63개의 공을 던져 이날 투입이 불가능했다.선발 류현진에 이어 6회 2사부터 등판한 문동환은 위태위태하게 마운드를 끌고 갔지만 결국 연장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정규리그 다승왕(18승) 류현진은 5와 3분의2이닝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문동환 혼자 뒷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망가면 추격하고,달아나면 쫓아가는 접전이 이어졌다.선취점을 올린 것은 삼성.2회 진갑용이 상대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뽑아내면 기선을 잡았다.그러나 한화는 3회 클리어의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4회에는 한상훈의 1점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반격에 나선 삼성은 7회 1사 만루에서 조동찬의 내야땅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은 2-2로 맞선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똑같이 득점기회를 맞았지만 모두 득점에 실패,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대전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사자 연장서 또 웃다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는 잠실 중립경기를 앞두고 서로의 생각은 달랐다. 전날 피말리는 혈투 끝에 한발 앞서간 삼성은 3승의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행 버스에 오르고 싶었다. 반면 한화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새출발을 원했다. 그만큼 승부는 팽팽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이동 전날 경기를 일찍 끝내야 한다.”면서 빠른 승부를 원했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양 팀의 줄다리기는 기어코 4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승부가 갈렸다. 삼성이 다시 한화를 잡고 정상등극에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삼성은 26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 10회 터진 ‘걸사마’ 김재걸의 짜릿한 2타점 적시타로 4-2, 승리를 거뒀다. 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 연장승부는 역대 처음. 종합전적 3승1패로 앞선 삼성은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반면 홈에서 2연패를 당한 한화는 벼랑 끝에 몰리면서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5∼7차전은 28일부터 중립지역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2-2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2·3루의 찬스에서 김재걸은 상대 두 번째 투수 문동환을 상대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폭발시키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날 10명의 투수 가운데 8명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던 삼성은 이날도 6명을 투입하는 ‘인해전술’로 귀중한 승리를 낚았다. 한화는 특급 소방수 구대성의 존재가 아쉬웠다. 구대성은 전날 4이닝 동안 63개의 공을 던져 이날 투입이 불가능했다. 선발 류현진에 이어 6회 2사부터 등판한 문동환은 위태위태하게 마운드를 끌고 갔지만 결국 연장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정규리그 다승왕(18승) 류현진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문동환 혼자 뒷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망가면 추격하고, 달아나면 쫓아가는 접전이 이어졌다. 선취점을 올린 것은 삼성.2회 진갑용이 상대 선발 류현진을 상대로 좌월 1점 홈런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한화는 3회 클리어의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4회에는 한상훈의 1점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반격에 나선 삼성은 7회 1사 만루에서 조동찬의 내야땅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은 2-2로 맞선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똑같이 득점기회를 맞았지만 모두 득점에 실패,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승장 선동열 삼성 감독 이틀 연속 연장승부를 하다 보니 힘들다. 전병호를 3∼4이닝만 던지게 한 뒤 배영수를 일찍 투입하려고 교체 시점을 몇 번이나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후반에 투입한 게 좋았다. 배영수를 최대한 아끼겠다는 생각에 오승환으로 바꿨고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이기에 밀어붙였다. 남들은 어떻게 봤을지 모르나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오승환에게 자신있게 던지라고 주문했다.5차전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총력전을 펼치겠다. 선발로는 브라운이 나가고 배영수는 승기를 잡을 경우 중간으로 투입하겠다. 점수 차가 어떻게 되든 마무리는 오승환에게 맡길 것이다.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직전 감기 몸살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끝까지 그를 믿겠다. ●패장 김인식 한화 감독 결국 불펜 숫자가 부족한 게 이틀 연속 연장전에서 진 패인이다. 삼성처럼 좌우 투수가 많다면 괜찮을 텐데 오늘 지면 벼랑에 몰린다는 생각에서 그동안 믿어왔던 투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해줬다. 다만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비롯해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어제, 오늘 모두 홈런 한 방으로 끝나는 야구가 안 됐다. 역부족이다.5차전에서는 정민철을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련 극복 ‘오뚝이’ 문동환 선발로…중간 계투로…

    문동환(34·한화)에겐 ‘회춘’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부상으로 버림을 받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그의 야구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나 다름없다. 올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당발’처럼 뛰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 초년병 시절의 파괴력마저 느낄 수 있다. 문동환은 올 정규리그에서 무려 16승(9패1세)을 챙겼다. 팀 후배인 ‘괴물 루키’ 류현진(18승)에 이은 다승 2위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에선 그의 진가가 더욱 빛났다.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루키임을 감추지 못한 채, 기대를 저버린 사이 문동환은 중간계투로 변신해 고비마다 승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역시 큰 경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문동환은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했다. 초반에는 선발로 두 차례 나왔지만 신통치 않았다. 첫번째는 5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승패없이 물러났고, 두번째는 무려 방어율 15.00을 기록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이후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꿔 팀 승리의 방정식을 만들었다.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구원승을 올렸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4차전에서도 2와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그리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3과3분의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버텼다. 중간계투로 3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0’다. 문동환은 생애 첫 챔피언 등극을 꿈꾼다. 롯데 시절인 1999년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지만 ‘새가슴’이란 오명으로 1패만을 기록, 우승 문턱에서 돌아선 아픈 기억이 있다. 시련이 길었던 탓에 문동환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1997년 프로에 데뷔해 순탄한 출발을 이어갔다. 프로 2,3년차에 각각 12승과 17승을 쌓으며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0년 팔꿈치 부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 해 인대 제거수술에 이어 2년 뒤에는 인대 접합수술을 받아 팔은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2003년 롯데로부터 버림을 받아 야구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한물갔다.’는 평가와 함께 ‘퇴물’로 취급받던 그는 2004년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거듭났다.‘재활공장’이라는 김인식 감독을 만난 것도 그에겐 큰 행운이었다. 지난해 10승을 올리면서 보란 듯이 일어선 문동환은 정규리그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눈부시게 활약, 진가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것. 한화가 우승을 일궈낸다면 MVP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승부의 분수령인 삼성-한화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25일 오후 6시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삼성은 하리칼라, 한화는 최영필을 선발로 예고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프리즈’로 돌아온 박한별

    가수들도 목청보다 가슴 크기로 승부하는 요즘 세태에 ‘얼굴’ 하나 믿고 배우됐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에게는 큰 짐이었다.‘시네마틱 드라마’를 표방한 5부작 드라마 ‘프리즈(Freeze)’로 오랜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한별이 그랬다. 박한별은 ‘원조 얼짱 스타’다. 네티즌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영화 ‘여고괴담3’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이런 높은 주목과 기대에 걸맞은 수준의 완성도는 보여주지 못했다. 어딘가 허술하고 부족해 보였다.‘얼짱’이라는 타이틀은 여러 기회를 제공해줬지만, 배우로 넘어가는 문턱은 그리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종영된 MBC드라마 ‘한강수 타령’ 이후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작품 의뢰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자신감이 없었죠. 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뒤 나서고 싶었어요.” 아무리 업그레이드 중이라지만 속 편할 리 없다.“저하고 같이 얼짱으로 나왔던 친구들이 계속 발전하니까,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프리즈’를 선택한 것은 남다른 기대 때문이다.27일부터 케이블채널 채널CGV를 통해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사실 올해 초 촬영을 마친 작품.‘연애시대’로 유명한 옐로우필름이 다시 온전한 ‘사전제작’에 도전한 작품이다. 이 사전제작 덕을 톡톡히 봤다 한다.“그러니까…,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예전엔 어리고 경험은 없는데 (촬영)현장에서 바로 부딪치니까 주눅이 들었거든요. 이건 사전제작이다 보니 준비단계에서부터 촬영할 그 순간까지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저도 충분히 제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었고요. 그래서 편안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제게는 연기자로서, 어떤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박한별이 맡은 역할은 390살 먹은 흡혈귀 ‘중원’(이서진 역)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진한 여고생 ‘지우’다.“예전에는 ‘어린 애, 이쁜 애’라는 이미지가 싫었는데 여고생이라는 역할은 또 다른 거 같아요.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데다 약간은 엉뚱하면서 발랄한 게 제 실제 성격하고도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편안하게, 별 어려움 없이 촬영했어요.” 박한별이 전한 에피소드 한토막. 어느 날 감독님이 상대역 이서진과의 포옹신을 키스신으로 바꿔놓았단다.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양념통닭 같은 군것질을 즐겼던 박한별은 촬영 직후 먹었던 음식물을 알아맞히는 이서진 때문에 부끄러워 죽을 뻔했다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0월의 창] 새 출발하는 아름다운 당신

    [10월의 창] 새 출발하는 아름다운 당신

    글 강상구 (주)SP 대표이사, S&P 변화관리 연구소장 세상은 공평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일 년에 한 살씩만 주어진다. 그러나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그 느낌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초등학교 때엔 얼른 어른이 되어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마음껏 놀아보려 한다. 성년 전에는 빨리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지만 세월이 더디게 간다. 나이에 따라 세월의 속도감도 달라진다. 삼십대는 30킬로, 오십대는 50킬로로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빨라짐을 느낀다. 젊은이는 세월을 향해 달려가고 노인은 세월 가는 것을 피해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세월에 밀려가기에 바쁘다. 나무를 가로로 잘라 보면 자른 면에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테가 나타난다. 이것은 해마다 하나씩 생겨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나이테라고 하며 연륜이라고도 한다. 연륜이 많은 나무는 큰 재목으로서 그 값어치가 상승한다. 사람에게도 연륜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인 존경을 받든지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다. 사람이 연륜을 쌓는다는 것은 인생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요즈음의 직장 풍토는 고직급자나 장기근속자들은 비싼 인건비와 생산성 문제로 밀려나고, 정치권이나 일반사회에서조차도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는 말이 거리낌 없이 표출되어 고령자들이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육체적으로는 젊은 사람이나 노인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노인이지만 생각은 청춘인 사람도 있다. 또한 나이가 많아도 철이 안 든 사람이 있고 어려도 속이 깊은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나이만으로 ‘젊었다, 늙었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문제는 나이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는 나이에 비해 훨씬 늙어 버린 사람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기 위해 출발점에 서 있을 때 누구나 긴장감과 떨림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여행을 출발할 때는 새롭게 만나게 될 세상에 대해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을 것이다. 자연도 새로운 출발의 시기에는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봄이 되면 겨우내 막대기 같았던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한 꽃을 피우고 나무들도 연두색으로 몸단장을 한다. 마치 새색시가 신랑을 맞이하듯 새로운 출발에 대한 떨림을 나타내는 듯하다. 가을도 마찬가지이다. 푸른색은 빨갛고 노란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이와 같이 새로운 출발이란 색깔과 모습이 달라진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하며 기대감과 설렘을 일으킨다. 열대지방은 일 년 내내 여름만 계속된다. 반면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사계절이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계절마다 새롭게 준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계절마다 새롭게 준비할 것이 많다.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여러 차례의 새 출발을 한다. 이것은 정체와 안이함을 깨어버린다. 새로운 것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긴장감과 성장의 씨앗을 보게 한다. 인생에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사계절이 없을까? 물론 있다. 어린이, 청년, 중년 그리고 노년이라는 사계절이 있다. 자연은 춘하추동이 반복을 하지만 사람의 사계절은 반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사계절 이상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매일이 새로운 계절이 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인생의 춘하추동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새로운 출발을 꾀하는 인생설계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된다. 나이를 따질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혹시 지금 새 출발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다면 ‘시작이 반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속담을 상기해 보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시작해 보자. 실력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 그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컴퓨터를 못하면 지금 바로 배우자. 배우기 시작하면 별것이 아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자. 고객이나 상사 앞에서 말을 더듬거리면 지금 당장 웅변학원에 등록하자. 새 출발은 시기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든지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다. 누구도 당신의 출발을 방해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밤하늘을 가르며 떠오르는 새 아침의 태양은 아름답기보다는 장엄하다.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새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창공을 날 때보다는 날기 위해 깃을 활짝 펼 때다. 새 출발을 기다리는 당신, 매일 아침마다 새 출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 당신이 있음으로서 세상이 발전하고 아름답게 변화한다. 강상구 ·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법대 졸업. 삼성에서 교육, 인사, 경영혁신 및 변화관리를 담당하였으며, 2006년 현재 (주)SP 대표이사와 S&P 변화관리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3가지 습관과 변화관리》《성공하는 변화관리 리더십》《성공하는 나의 비전 만들기》《성공하는 삼성의 변화관리》《1년만 미쳐라》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새영화] 거룩한 계보

    [새영화] 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의 영화들에는 그만의 아우라가 분명하다. 웬만한 영화적 감식안만 있다면 사전정보 없이도 이내 그의 작품을 짚어낼 수 있도록 곳곳에 ‘장진 스타일’을 매복시켜 놓는 일관된 재주를 부려왔다. 19일 선보이는 ‘거룩한 계보’(제작 KnJ엔터테인먼트)는 사뭇 다르다. 언어유희에 가깝게 대사 자체를 코믹하게 비트는 장기나 익살은 한눈에도 많이 자제된 느낌이다. 액션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새 영화에 우정을 주제어로 심어놓은 감독은,‘최소한’의 유머로 균형을 살려 그로서는 ‘최대한’ 진중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 ‘친구’가 부산사투리로 우정의 점성을 결정적으로 더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질펀한 호남사투리가 등장인물들의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직설적 은유장치가 됐다. 이렇다할 반전장치 없이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도 역시 이전의 장진 방식과는 차이가 좀 있다. 어릴적 단짝친구였다가 나란히 같은 폭력조직에 몸담게 된 세 친구가 조직의 배신과 음모를 뚫고 우정을 확인해 나가는 줄거리. 보스의 적을 찌르고 수감된 동치성(정재영)은 교도소에서 단짝친구 순탄(류승룡)을 만나고,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보스의 음모를 알아챈 뒤 탈옥해 복수를 벼른다. 보스의 새 오른팔이 된 친구 주중(정준호)과의 대결이 불가피하고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의리와 우정이라는 누아르의 고전적 메시지를 집중 부각시킨다. 감독의 특장이 엿보이는 대목은 치성과 순탄 일행이 무너진 담벼락을 넘어 탈옥하기까지의 코미디 라인에 있다. 감방지하의 터널을 뚫어 탈옥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온몸으로 부딪쳐 담벼락을 금가게 하는(추락하는 비행기 잔해에 어이없이 벽이 무너진다.) 등의 상황은 넉살이 빛나는 조폭코미디의 시퀀스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최대장점은, 단순한 조폭코미디처럼 출발했다가 갱스터+액션+누아르로 장르를 포섭해 나가는 ‘장르 백화점’의 오지랖에 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친구’(후반부의 어릴적 회상장면들은 심하게 오버랩된다.)를 비롯한 조폭액션물들의 익숙한 재미를 요령껏 답습한 듯 진부한 맛의 한계가 분명하다. 감독 장진에 대한 신뢰만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팬이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주길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자락 바람 치마에 휘감으면

    한자락 바람 치마에 휘감으면

    취재, 글 박혜란 기자 한국 사람처럼 어깻짓하기, 일본 사람처럼 걷기, 중국 사람처럼 미소 짓고 태국 사람처럼 손짓하기, 몽골 사람처럼 뒤돌아보기…. 무용가 백향주(32세)의 몸 안에서 동아시아의 몸짓과 표정과 정신이 충돌하고 조화하고 꽃을 피운다. 관음보살춤, 초립동, 무당춤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 ‘최승희 춤’의 마지막 계승자로 주목받았지만, 그는 스승과도 다르다. “왜냐하면 최승희는 그때, 저는 지금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로 하여금 삶의 반려자로 무용, 그것도 동아시아 무용을 선택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집안의 부모자식, 형제자매의 국적이 다 제각각이지요.” 그의 부모님은 조총련계 재일한국인 2세였다. 그는 재일한국인 3세로 태어났고, 한국 국적을 택했다. 역사, 민족, 국가의 문제는 그에게 3인칭이 아닌 1인칭,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한국춤도 아니고 일본춤도 아니고, 대체 어느 나라 춤이냐고 따지는 이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제 춤이지요.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소통하게 하는 것, 다양한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느껴왔습니다.” 언젠가 그의 손금을 본 이가 ‘굴곡 많은 인생’을 예언한 적이 있다. 예언처럼 유독 많은 위기와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중 세 번의 전환점은 그를 더 높고 먼 곳에 다다르게 했다. 세 번의 황홀한 성장통 “열다섯 살에 북경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아마추어에서 전문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거지요. 그때 전문가의 세계란 것에 무척 충격을 받았어요. 2만 명이 참가하는 콩쿠르란 게 상상이 가나요? 수개월에 걸쳐 심사가 진행되고 끝없는 경합이 벌어지지요. 문자 그대로 배틀이에요. 사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나이였죠. 하지만 그때 강한 신념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한민족의 대표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결심도 대단했지요. 덕분에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따고 외국인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최연소 입학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는 열아홉 살에 솔로 리사이틀을 가졌다. 그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시간여 동안 한 사람이 여러 얼굴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독무는 이십대 후반에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독무 공연 준비를 북한에서 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양아들인 김해춘 선생님께 배웠지요. 난 우리 선생님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했습니다. 연습이 어찌나 혹독했던지 쓰러진 적도 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혀를 깨물고 하라!’ 그러시더군요. 말씀대로 혀를 꽉 깨물고 했더니 너무 아파서 정말 쓰러지지는 않게 되더군요. 그때 저는 아, 명성이란 게 이런 거구나,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노력을 쏟아부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혹독한 훈련 덕분에 그 후 10년을 쉽게 넘어갈 수 있었지요.” 인연이 다하고 태어나는 곳 인생의 세 번째 전환점은 한국과 인연을 맺으며 찾아왔다. 1998년 그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무용가로서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가졌다. “누가 부모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감히 공연을 고집하겠습니까. 제가 한국 무대에 선다는 것은 부모님이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는 타국에서 우리말, 글을 지키고자 30년간 노력하셨지만 한순간에 딸을 잘못 가르친 사람이 되고 말았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2년 전에 돌아가셨지요.” 다정다감한 ‘변종 경상도 싸나이’ 이용권 씨(39세)와 사랑에 빠져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그는 예쁜 딸도 낳았다. 그리고 이제 한 사람의 무용가로서 홀로서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30년간의 준비를 맺음한 곳이자, 더 넓은 세계로 발돋움하는 새 출발의 거점인 셈이다. 독립을 위한 무대로 그는 비보이브레이크 댄스팀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과 제가 가진 서로 다른 ‘코드’가 소통한다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기대해요. 함께 연습하며 춤의 새로운 재미를 새삼 발견하고 있어요.” 아시아인 백향주는 그의 스승들이 그에게 했던 것처럼, 한국인들에게 냉정한 충고를 건넨다. “한민족은 머리가 아주 비상합니다. 한국춤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추기 어려운 춤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현실은 왜 그런지 침체되어 있지요? 저는 그 이유가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든 공유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따라야 발전한다고 봅니다. 물론 좋은 부분만 이것저것 떼어와서 새로운 걸 조합해내는 건 결코 공유가 아니지요. 상대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할 때 진정한 공유가 이루어지는 거지요. 더군다나 예술에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나요? 예술가가 혼자 살고자 하면 다 죽이게 돼요. 그럼 결국 예술가도 죽게 되겠죠.” 월간<샘터>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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