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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데이터 강국으로 가는 길/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고] 데이터 강국으로 가는 길/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문명 사회 진입 이후 경제·사회의 변화는 데이터와 함께해 왔다. 시작은 데이터의 기록을 통한 지식 혁명이다. 활자와 인쇄매체의 등장으로 구전으로만 공유되던 지식이 계급과 세대의 벽을 넘어 전수되면서 계단식 사회 성장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 단계는 개인용 컴퓨터(PC)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대량 데이터의 축적과 검색이 가능하게 된 정보 혁명이다. 흩어져 있던 대량의 정보가 저장되고, 이를 손쉽게 꺼내 쓸 수 있게 되면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정보의 소유와 처리가 가능해졌다. 세 번째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데이터 융합을 통한 데이터 혁명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ICT를 통해 데이터가 융합됨으로써 산업 성장의 촉매가 되는 새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현대 경제를 데이터 경제라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9일 데이터 융합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한 가명정보의 분석과 결합을 허용함으로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혁신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금융서비스의 가격은 낮아지고 이용은 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과 쇼핑 정보의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주부도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운행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면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의 보험료는 낮아질 것이다. 오는 7월부터 이런 변화가 현실화된다. 데이터 혁신은 서비스의 질적 성장뿐 아니라 산업의 외연 확장을 위한 물꼬도 터 준다. 자율주행차와 AI 탑재 스마트가전, 소비자 선호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금융판 넷플릭스 등 인간의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영역에서 무궁무진한 신산업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데이터 혁신은 내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정된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형벌과 과징금을 비롯한 엄격한 사후 처벌을 도입했다. 정부는 하위 법령에도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데이터 활용과 정보보호의 균형을 달성할 계획이다. 데이터 3법의 개정은 데이터 혁명의 선두에 서기 위한 경기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제는 법률을 토대로 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데이터를 통해 어떤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민간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데이터 강국’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 NASA “화성탐사로봇 이름 투표하세요”…후보 9개 선정

    NASA “화성탐사로봇 이름 투표하세요”…후보 9개 선정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7월 발사할 차세대 화성탐사로봇에 정식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름짓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NASA는 현재 임의로 ‘마스 2020’라고 불리고 있는 총중량 1040㎏의 차세대 화성탐사로봇의 이름으로 9개를 최종 후보에 올렸다. 이번 공모전은 미국 유치원생부터 12학년생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사로, NASA는 유치원부터 4학년(K-4), 5학년부터 8학년(5-8) 그리고 9학년부터 12학년(9-12)이라는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3개의 이름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이름과 이를 제안한 학생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 인듀어런스(Endurance·인내), K-4, 버지니아의 올리버 제이컵스.• 테네시티(Tenacity·불굴), K-4, 펜실베이니아의 에이몬 라일리.• 프로미스(Promise·약속), K-4, 매사추세츠의 아미라 섄쉬리.• 퍼서비런스(Perseverance·끈기), 5-8, 버지니아의 알랙산더 마더• 비전(Vision·전망), 5-8, 미시시피의 해들리 그린.• 클래리티(Clarity·명석), 5-8, 캘리포니아의 노아 베니테스.• 인저뉴이티(Ingenuity·독창성), 9-12, 앨라배마의 바니자 루파니.• 포티튜드(Fortitude·강인), 9-12, 오클라호마의 앤서니 윤.• 커리지(Courage·용기), 9-12, 루이지애나의 토리 그레이.NASA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특설 페이지(go.nasa.gov/name2020)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름에 투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마감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는 28일 자정(GMT 05시)이다. 이에 대해 NASA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투표가 끝나면 9명의 결선 참가 학생은 NASA 행성과학부 주임 로리 글레이즈와 NASA 우주비행사 제시카 워킨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탐사로봇 조종사 닉 윌시 그리고 2009년 당시 6학년 학생으로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를 제안한 클라라 마 등 패널과 함께 이번 탐사로봇에 붙일 이름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탐사로봇의 임무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있는 JPL이 맡게 됐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공모전은 탐사로봇의 새 이름을 정하고 그것을 제안한 학생을 발표하는 3월 초에 끝날 것"이라면서 “수상자는 오는 7월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새로운 화성탐사로봇을 싣고 떠날 우주선의 발사 모습을 참관하는 초청장도 받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게 될 ‘마스 2020’은 다음해 2월 화성 북반구에 있는 지름 45㎞짜리 제제로 크레이터 안에 터치다운할 예정이다. 이 탐사로봇은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 테스트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인류의 화성 탐사를 돕고 장차 지구로 수집한 표본을 보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번 공모전은 NASA의 오랜 전통이다. 지금까지 NASA의 모든 화성 탐사로봇은 아이들이 이름들을 지었는데, 1996년 소저너(Sojourner)가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2003년에 선정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역시 모두 학생들이 지은 이름이다. 이런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샐러리캡·FA 등급제… KBO ‘새 시대’

    샐러리캡·FA 등급제… KBO ‘새 시대’

    C등급 FA, 보상 선수 없이 이적 가능 최저연봉 인상·육성형 외국인 도입도 국내 프로야구에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이 도입된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도 21년 만에 크게 바뀐다. 전력 불균형 해소와 선수 권익 향상 등을 위해서다.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년 첫 회의를 열고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전격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앞서 FA 등급제를 올해 시즌 종료 후 실시하기로 했다. 샐러리캡 상한액은 2021년과 2022년 외국인·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옵션 실지급액·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출발한다. 이 금액은 2023년부터 3년간 유지된다. 이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재논의된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별도의 샐러리캡을 적용한다. 외국인 선수(최대 3명) 계약 때 지출할 수 있는 최대 비용을 400만 달러(연봉, 계약금, 옵션, 이적료 포함)로 묶었다. 신규 외국인 선수 고용 비용은 100만 달러로 유지된다. 샐러리캡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 2회 연속 초과 시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등 위반 횟수에 따라 페널티가 강화된다. 리그 참여 제한 등의 강력 제재는 없다. 때문에 선수 측 반발을 줄이기 위해 각 구단이 상한액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사치세(부유세) 개념의 소프트캡을 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는 또 샐러리캡 시행과 동시에 현재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1년씩 단축하기로 했다. 선수 최저 연봉은 2021년부터 현재 27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상된다. FA 등급제는 최근 3년간 평균 연봉과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를 정해 선수를 A~C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보상 규정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순위 산정 때 기존 FA는 제외한다. 예를 들어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경우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 현금 보상 또는 보호 선수(20명)를 제외한 선수 1명과 연봉 200% 현금 보상의 기존안을 유지하지만 B등급(구단 4∼10위·전체 31∼60위)의 경우 보호 선수를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한다. C등급(구단 11위 이하·전체 61위 이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도록 했다. 리그 운영도 다소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올해부터 3명 등록, 3명 출전으로 바뀐다. 2023년부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최대 2명까지 둘 수 있다. 육성형 선수는 퓨처스리그에 출전하고 1군 외국인 선수가 다치면 대체로 활동할 수 있다. 정규리그 1위가 2개 구단이 나올 경우 별도의 1위 결정전을 연다. 또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1∼2, 5∼7차전을 홈에서 치르게 하는 등 홈 어드밴티지를 강화했다. 지난해 논란이 된 3피트 라인 위반 수비 방해 관련 자동 아웃이 폐지된다. 또 경기 중 투수를 제외한 전 선수가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리스트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전설적인 세터 키릴로바 55세에 현역 복귀

    전설적인 세터 키릴로바 55세에 현역 복귀

    세계 여자배구 최고의 세터로 1980∼90년대를 풍미한 이리나 키릴로바가 55세에 현역 복귀를 선언해 화제다. 세계 배구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월드 오브 발리’는 21일 “키릴로바가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 선수로 돌아온다”면서 “키릴로바는 이탈리아 리그 세리에C에 속한 아시카르 노바라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1965년생인 키릴로바는 옛 소련 여자 배구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세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990년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에서는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소련이 해체된 뒤에는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에서 뛰었으며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브라질, 이탈리아 프로 무대에서 2012~13시즌까지 현역으로 뛰며 27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러시아 여자배구 대표팀 코치, 크로아티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2017년 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탈리아 출신 배구 감독과 결혼해 현재 이탈리아 북부 도시 노바라에서 살고 있는 키릴로바가 뛸 팀은 4부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팀이다. 팀에 백업 세터가 없어서 키릴로바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AP통신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1회, 올스타 6회, 퍼펙트게임에 빛나는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34)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개막 전 40인 로스터에 포함되면 연봉 100만 달러를 받는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줄곧 시애틀에서만 뛰었던 그는 통산 169승136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오른손 강속구 투수다. 구속이 떨어지며 최근 3년간 하향곡선을 그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SOS초시생-②출입국관리] “외국인과 다양한 문화에 열린 마음 가졌다면 지원하세요”

    [SOS초시생-②출입국관리] “외국인과 다양한 문화에 열린 마음 가졌다면 지원하세요”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한국인이 바로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들이다. 사증 발급부터 심사, 체류자격 허가 연장, 체류자격 변경, 출입국 위반 사범 단속 업무까지 출입국관리 직류 공무원들이 하는 역할은 방대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이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출입국관리 직류 7급 공채시험에는 820명이 응시해 18명(2.2%)이 합격했으며, 9급 공채시험에는 8133명이 응시해 276명(3.4%)이 합격했다. 외국인 관련 업무에 흥미를 느끼고 출입국관리 직류 공채시험에 처음 도전하는 ‘초시생’(初試生)을 위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심사6과 정지원 계장과 조사과 이승연 반장이 멘토로 나섰다. 21일 두 사람에게 출입국관리 직류 업무와 합격 노하우에 대해 들었다.-왜 출입국관리 직류를 선택했나. 정지원 “대학 때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에서 6개월간 인턴을 하던 중 같이 일한 공무원이 ‘외국인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으면 출입국관리 직류에 지원해 보는 건 어떠냐’고 추천해 줬다. 그때 공직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흥미 있는 분야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의 입장에 많이 공감하게 됐다.” 이승연 “고등학생 때 막연히 외국인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한국 체류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이 분야에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출입국관리 직류를 선택했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있나. 정지원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 심사과에서 내외국인 출입국 심사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출입국 심사대에서 도장을 찍어 주는 사람이 바로 나다(웃음).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와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다.” 이승연 “인천공항 조사과에서 일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 동향조사, 기획조사 업무를 담당한다. 외국인 불법 체류 첩보가 들어오면 조사하고 법 위반 사실을 발견하면 심사해 퇴거 결정까지 한다.” -출입국관리 직류의 일이 매우 다양한데. 이승연 “출입국관리 직류는 체류·국적·난민·조사·보호까지 굉장히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은 감식과, 정보분석과 등 외국인 관련 업무가 확장하는 추세에 있다.” 정지원 “이번이 두 번째 업무다. 첫 업무는 사증 발급과 일반 행정 업무였다. 출입국관리 직류라 하면 심사관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사증을 발급받는 업무부터 외국인 체류, 체류 허가 연장, 체류 자격 변경, 출입국 위반 사범 업무, 난민 업무 등 매우 범위가 넓다.”●외국인에게 좋은 인상 심어 줬을 때 뿌듯 -실제로 일해 보니 어떤가. 정지원 “포르투갈어를 전공했다. 공항에서 내가 인턴을 했던 브라질에서 온 사람이나 포르투갈인을 만나면 매우 반갑다. 그분들의 언어로 몇 마디 말을 건네면 굉장히 반가워한다. 처음 보는 출입국심사관이 자신들의 말을 하니 놀라는 이도 있다. 그렇게 한국에 대해 내가 좋은 인상을 줬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승연 “외국인들이 국내에 입국하고서 출입국 관리법을 위반할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처리한 사건이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며 신기하다고 느꼈다. 조사 업무를 하다 보면 현장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한번은 마사지 업소에 불법 취업한 태국인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단속하러 나갔는데, 고용주가 ‘어떤 권한으로 단속을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더라. 함께 간 선배 공무원들이 관련 법령을 설명하며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서 많이 배웠다.” -어떤 이들이 출입국관리 업무에 적합할까. 정지원 “다양한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출입국관리 업무를 하는 게 좋다. 출입국 심사 시간은 짧지만, 외국인의 문화와 언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으면 자신도 흥미를 느끼고 국내 입국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에 호의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승연 “외국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이 지원하면 좋다.” -필기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정지원 “출입국관리직은 국어, 영어, 한국사 등 필수과목 외에 헌법, 행정법, 형사소송법, 국제법 등을 본다. 나는 철강 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다가 사직서를 내고 시험을 준비했다. 일자리를 그만두고 배수의 진을 친 터라 더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절박하게 준비했다.” 이승연 “출입국관리 직류와 다른 직류 시험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외국인을 상대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외국인 정책, 외국어에 관심이 있으면 면접시험 등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된다.” -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 이승연 “면접을 보기 전 출입국관리 업무에 대해 상세히 알고자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 가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둘러보고 팸플릿도 가져왔다. 또 정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관련 정책도 유심히 들여다봤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자진출국을 하면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대책을 시행 중인데, 배경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등을 사전 조사했다.” -실제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왔나. 정지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한국 체류 외국인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테니 국제 문제에 밝은 인력을 확보해 외국인과 내국인이 상생하며 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승연 “기본적으로 국가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물었다. 또한 딜레마적 상황을 예시로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했다. 1번을 선택해도 문제가 되고, 2번을 선택해도 문제가 되는 유형의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는 어떻게 답해야 하나. 이승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적절한 균형을 찾아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좋다. 정답이 없는 문제다 보니 얼마나 순발력 있게 창의성 있는 답변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공직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도움이 될 자격증이 있을까. 정지원 “우리 업무 중에 이민통합이라는 게 있다. 이주 결혼여성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업무다. 그 업무와 관련해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출입국관리 업무를 하는 이들 중에 그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이 꽤 되더라. 퇴직 후 이주 여성들과 재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 합격하는 데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자격증이다.”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공부법 찾으세요 -시험공부 중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정지원 “나는 반드시 합격하리라고 믿고 합격한 이후 일하는 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출퇴근하며 동료를 만나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고 믿게 되더라. 합격하고 나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확신이 중요하다. 자신을 믿고 시험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승연 “나의 공부 방법이 내게 잘 맞는 것인지, 내가 합격선에 올라와 있는지 불확실했다. 그때마다 합격자 수기를 읽었다. 그러면서 나만의 공부법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밤에만 공부하고, 어떤 이들은 아침에만 공부하는 등 제각각 맞는 공부법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그런 뒤 출입국 외국인 정책 등을 잘 조사해 면접에 대비하는 게 좋다. 공부가 안 될 때는 아예 하루 이틀 정도 공부를 접고 산에 오르거나 바람을 쐬러 가는 것도 좋다. 그렇게 ‘이탈의 시간’을 보내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샐러리캡· FA 등급제…KBO ‘새 시대’

    국내 프로야구에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이 도입된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도 21년 만에 크게 바뀐다. 전력 불균형 해소와 선수 권익 향상 등을 위해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20년 첫 회의를 열고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를 전격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앞서 FA 등급제를 올해 시즌 종료 후 실시하기로 했다. 샐러리캡의 첫 상한액은 2021년과 2022년 외국인·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옵션 실지급액·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출발한다. 이 상한액은 2023년부터 3년간 유지되며 이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재논의된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별도의 샐러리캡을 적용한다. 외국인 선수(최대 3명) 계약 때 지출할 수 있는 최대 비용을 400만 달러(연봉, 계약금, 옵션, 이적료 포함)로 묶었다. 신규 외국인 선수 고용 비용은 100만 달러로 유지된다. 샐러리캡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 2회 연속 초과 시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등 위반 횟수에 따라 페널티가 강화된다. 리그 참여 제한 등의 강력 제재는 없다. 사실상 각 구단이 상한액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사치세 개념의 소프트캡을 도입해 선수 측 반발을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는 또 샐러리캡 시행과 동시에 현재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1년씩 단축하기로 했다. 선수 최저 연봉은 2021년부터 현재 27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인상된다. FA 등급제는 최근 3년간(2018∼2020년) 평균 연봉과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를 정해 선수를 A~C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보상 규정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순위 산정 때 기존 FA는 제외한다. 예를 들어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경우 전년도 선수 연봉의 300% 현금 보상 또는 보호 선수(20명)를 제외한 선수 1명과 연봉 200% 현금 보상의 기존 보상안을 유지하지만 B등급(구단 4∼10위·전체 31∼60위)의 경우 보호선수를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한다. C등급(구단 11위 이하·전체 61위 이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도록 했다. 리그 운영도 다소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올해부터 3명 등록, 3명 출전으로 바뀐다. 2023년부터는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최대 2명까지 둘 수 있다. 육성형 선수는 퓨처스리그에 출전하고 1군 외국인 선수가 다치면 대체로 활동할 수 있다. 정규리그 1위가 2개 구단이 나올 경우 별도의 1위 결정전을 연다. 또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1∼2, 5∼7차전을 홈에서 치르게 하는 등 홈 어드밴티지를 강화했다. 지난해 논란이 된 3피트 라인 위반 수비 방해 관련 자동 아웃이 폐지된다. 또 경기 중 투수를 제외한 전 선수가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리스트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安 “노선 맞는 분들 힘 구할 것” 제3지대 ‘통합의 문’ 열어뒀다

    安 “노선 맞는 분들 힘 구할 것” 제3지대 ‘통합의 문’ 열어뒀다

    창당 질문에 “대한민국 방향부터 말할 것” 광주서 “국민의당 지지자에 사과 드린다” 4년 전 ‘녹색 돌풍’ 근거지서 새 출발 의지 “현 정권, 이미지 조작에만 능해” 맹비난 손학규 “최선 다해 여건 마련, 安 도울 것”4·15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한 안철수 전 의원이 귀국 후 첫 행선지로 호남을 택했다. 4년 전 국민의당 ‘녹색 돌풍’의 근거지 호남에서 새 출발 의지를 다진 안 전 의원은 거대양당에 날을 세운 반면 제3지대 ‘통합의 문’을 열어 뒀다. 안 전 의원은 20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광주 5·18 민주묘역을 잇따라 참배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뿐 아니라 박주선·최도자 등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현충탑과 학도의용군의묘, 김대중·김영삼·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안 전 의원은 참배를 마친 후 중도·보수 통합 논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거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은 머릿속에 없다”면서 “절박하게 지켜봤던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국민께 먼저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선거공학적인 이합집산에는 선을 그으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범(汎)중도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이어 광주로 향했다. 그의 광주 방문은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5·18 민주묘역 참배에는 김동철·주승용·권은희 의원 등이 추가로 합류했다. 안 전 의원은 1982년 영혼결혼식을 올리며 합장된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소에서 주변을 물리친 뒤 홀로 10분가량 참배하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정당과 다시 힘을 모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노선과 방향만 맞다면 많은 분들의 힘을 구하겠다”며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2년 전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이들 세력이 국민의당을 떠난 것에 대해서는 “부족했던 저에 대해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전남 장성 백양사휴게소에서 기자들과 한 짧은 오찬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안 전 의원은 최근 검찰 인사 논란을 겨냥해 “현 정권 문제를 수사하는 검사를 인사 내는 건 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고 자기 편 먹여살리기에만 관심 있는 세력”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도 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관심 없다고 했잖냐”고 자르는 모습도 보였다. 안 전 의원은 21일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장관과 그를 옹호하는 진영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참여연대 모든 직책에서 사임처리된 뒤 자진 탈퇴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용중도 정당’을 선언한 안 전 의원은 만약 손 대표가 전권을 내주고 자진 사퇴하면 바른미래당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보수통합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며 실용적 중도정치를 지향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최선을 다해 여건을 마련하고 돕겠다”고 밝혔다. 양자 회동에 대해 손 대표는 “내가 공개적으로 얘기했으니 곧 (안 전 의원이) 연락할 것”이라며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광주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서울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션-부가부, 홀트아동복지회에 유모차 기부

    션-부가부, 홀트아동복지회에 유모차 기부

    홀트아동복지회(회장 김호현)가 션 홍보대사와 네덜란드 프리미엄 스트롤러 브랜드 ‘부가부(Bugaboo)’가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에 유모차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가수 ‘션’이 부가부 유모차를 사용했던 것을 시작으로 맺어진 부가부와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성사되어 그 의미를 더한다. 션 홍보대사는 지난 2007년부터 아내인 정혜영 홍보대사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의 홍보대사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입양대기아동과 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해 힘써왔으며, 대표적으로 저소득 가정 아동 및 청소년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꿈과 희망지원’의 여름 캠프에는 매년 참석해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부에 함께한 부가부는 세계 최고의 모듈형 스트롤러로 잘 알려진 유모차 기업이다. 부가부 역시 그리스 난민 캠프에 스트롤러를 기부하는 등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부가부 코리아 이소영 지사장은 “이번 기부를 기점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고자 하며,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홀트아동복지회 김호현 회장은 “션, 정혜영 홍보대사와 부가부의 따뜻한 선행에 홀트아동복지회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홀트아동복지회는 1955년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고 고통받던 아이들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는 입양복지로 출발했다. 이후 아동복지, 미혼한부모복지, 장애인복지, 지역사회복지를 비롯해 다문화가족지원, 해외빈곤 아동지원에 이르는 전문적인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국내외 대표 아동복지기관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구라, 열애 고백 “결혼 생각? 조촐하게 할 것”

    김구라, 열애 고백 “결혼 생각? 조촐하게 할 것”

    ‘놀면 뭐하니?’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깜짝 고백했다. 18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인생 라면’에서는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유재석이 ‘유산슬 라면’을 대접하는 ‘인생 라면’ 집을 전격 운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국민 MC 유재석이 사장인 ‘인생 라면’ 집에는 2019년 지상파 3사 ‘연예 대상’을 빛낸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장성규,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 등 예능계 후배들이 방문한 데 이어 김구라와 박명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명수는 김구라에게 “여자친구 생겼던데?”라고 말했고 김구라는 “혼자 살 순 없잖아”라며 쿨하게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순순히 인정한 김구라에 박명수는 “그건 좋아. 나도 박수 보내. 혼자 사는 것 보다 같이 사는 게”라며 응원했고, 김구라는 “우리가 또 장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이 나이에 뭘 얘기하기는 그렇다. 뭔가 결심히 섰을 때 얘기하겠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유재석은 “결심이 서시면, 저희도 가야죠”라고 결혼식에 가겠다고 했고, 김구라는 “난 그런데 결혼식은 안 할 거다. 해도 극비로 할 거다”라고 밝혔다. 김구라는 결혼에 대해 “조촐하게 식구들끼리 해야지. 내 나이에 결혼식은 좀 그렇다”고 털어놨다. 유재석은 “결혼 생각은 있구나?”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김구라는 “혼자 살 순 없으니까”라고 인정했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김구라의 새 출발을 응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편 김구라는 결혼 18년 만인 2015년 이혼했다. 아들은 래퍼 그리(본명 김동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雪國을 찾아서… 冬花를 만나다

    雪國을 찾아서… 冬花를 만나다

    우리가 꿈꾸던 겨울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낙엽송 숲 위로 흰 눈이 소복이 쌓이고, 산새들이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오가는, 판타지 영화 같은 그런 풍경들 말입니다. 눈 덮힌 숲에 들면 세상 더없이 적요한 시간도 이어지겠지요. 눈이 완벽한 방음재 역할을 해 줄 테니까요. 그러나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이제 그런 풍경들과 마주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요. 지난주 제법 눈이 많이 날리던 날, 강원 정선과 태백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눈이 오면 설국으로 변하는 명소들을 중심으로 여정을 꾸렸습니다. 그 여정에서 만난 소담한 겨울을, 설경에 목마른 당신에게 지금 전송하려고 합니다.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귀하다. 거의 실종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에 눈이 가장 많이 쌓인 지역의 기록이 0.3㎝에 불과했다. 이는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12월 적설량이라고 한다. ●연중 만항재 최고의 풍경은 ‘설경’ 강원 정선의 만항재, 함백산 등은 이 일대에서 빼어난 설경으로 소문난 곳이다. 비교적 눈이 잦고, 지대가 높아 한 번 쌓이면 제법 오래간다. 만항재는 흔히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들꽃 명소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들꽃들이 피고 진다. 한데 이게 전부는 아니다. 겨울에는 눈의 꽃이 핀다. 큰 눈이 내리면 만항재와 함백산 일대에 펼쳐진 거대한 낙엽송 숲이 설국으로 변한다. 딱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이다. 이런 이유로 설경 깃든 만항재를 연중 최고의 풍경으로 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태백, 영월 등과 경계를 맞댄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포장도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개다. 해발 1330m나 된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태백과 고한을 잇는 싸리재(1268m) 등보다 높다. 이 덕에 힘들게 겨울산행을 하지 않아도 최고의 설경을 즐길 수 있다. 고갯길 꼭대기 주변에 ‘야생화 산책로’, ‘하늘숲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쉼터에서 차 한 잔 사 들고 눈 덮힌 숲을 자박자박 걷는 맛이 각별하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눈꽃산행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해발 1573m의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태백의 지붕’이라 불리는 태백산(1567m)보다 높다. 하지만 만항재와 고도 차는 243m에 불과하다. 만항재에서 1시간 남짓이면 함백산 정상에 닿는다. 다만 정상을 앞두고 일부 구간에서 코가 땅에 닿을 만큼 된비알이 이어진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다. 만항재 아래쪽에 함백산 등산로 들머리가 있다. ●들머리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정암사 만항재 아래 삼탄아트마인은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TV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얻은 유명세가 여태 이어지고 있다. 만항재 들머리의 정암사도 필수 방문 코스다. 경남 양산 통도사 등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절집의 자랑은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다. 높이 9m의 7층 모전석탑(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은 탑)이다. 최근 수마노탑을 국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탑의 주 건조재료는 석영질 보석의 일종인 마노(瑪瑙)다. 옛 자장율사가 탑을 쌓을 때 용왕의 도움으로 마노석을 옮겼다 해서 ‘수’(水)자를 붙여 수마노탑이라 부르게 됐다. 기도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새해나 입시철에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수마노탑이 있는 계곡은 열목어가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제73호)이다. ●화절령 초입 도롱이못은 겨울왕국 만항재에서 고한 방면으로 내려가면 이른바 ‘꽃꺾이재’(화절령)와 만난다. 산골 아낙들이 진달래 등 야생화를 꺾으며 넘었다는 고개다. 화절령 초입의 도롱이못이 선사하는 설경이 빼어나다. 낙엽송 숲 가운데에 형성된 작은 연못이다. 탄광 함몰사고가 빈발했던 1970년대 화절령 일대에 살던 광원의 아내들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연못에 올라 도롱뇽의 생사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도롱뇽을 보면서 남편 또한 무사할 것이라 믿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것이다. 도롱이못이란 이름도 도롱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만항재에서 화절령을 지나 새비재 타임캡슐 공원까지 가는 ‘새비재길’이 조성돼 있다. 원래는 화절령과 새비재를 잇는 16㎞ 정도의 등산로였던 것을 만항재까지 늘인 것이다. 전체 길이는 32㎞ 정도다. 대부분의 구간이 내리막길이어서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다만 거리가 길어 하루에 다 도는 것은 쉽지 않다. 이틀에 나눠 걷기를 권한다. 만항재에서 화절령 구간의 도롱이연못이나 정암풍력발전단지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좀더 수월한 산행을 원한다면 하이원 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백운산 정상까지 오른 뒤 천천히 화절령 일대를 돌아볼 수 있다. 새비재길의 모태는 운탄(運炭)길이다. 일제강점기 때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조성한 길이다. 만항재에서 출발해 백운산, 두위봉의 어깨를 짚고 새비재(850m)로 넘어간다. 평균 고도 1000m 내외의 평탄한 길을 따라 산 아래를 굽어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비재 능선엔 고랭지 채소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 공원도 조성돼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 분)가 견우(차태현 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소나무가 지금도 ‘엽기 소나무’란 이름으로 자라고 있다. 소나무 옆 의자에 걸터앉으면 두위봉 등 겹겹이 늘어선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비재에서 예미역 방향으로 내려서는 고갯길도 아름답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도열해 객을 맞는다. 정선의 산들은 불퉁스럽다. 특히 동강 등 강물과 나란히 선 산들은 칼처럼 깎아지른 경우가 많다. 폭도 좁다. 과장 좀 보태 앞산과 뒷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 수 있을 정도다. 현지인들은 이렇게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절벽을 ‘뼝대’라고 부른다. 뼝대는 강물의 공격으로 바위산이 깎여 나간 흔적이다. 깎인 돌과 흙은 강물에 실려가 쌓인다. 오랜 세월 쌓인 돌과 흙은 물길을 막아 돌아가게 하고, 이는 물돌이동이란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말이다.정선엔 뼝대와 강물이 만나 물돌이동을 이루는 곳이 꽤 많다. 그 가운데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은 꼭 한 번 들러 볼 만하다. 뼝대 인근 산자락에 조성된 캠핑장 겸 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면 뼝대를 뱀처럼 감싸며 흘러가는 사행천(蛇行川)의 정수를 굽어볼 수 있다. 뼝대가 감싼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연포마을과 제장마을이다. 연포마을은 ‘하룻밤 세 번 달 뜨는 마을’이라 불린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연포마을에서 제장마을까지는 뼝대로 연결돼 있다. 뼝대 정상부의 능선을 따라 걷는 것을 ‘뼝대 트레킹’이라 부른다. 두 마을 사이 거리는 4㎞쯤 된다. 제장마을 쪽에서 오르면 된비알이어서 경사가 다소 덜한 연포마을에서 출발하는 게 보통이다. 민둥산 설경도 빼어나다. 원래 가을철 억새로 유명한 산이지만, 인적 드문 겨울에 오르는 맛도 각별하다. 특히 눈 쌓인 정상에서 굽어보는 주변 산군들의 자태가 압도적이다. 민둥산 들머리인 발구덕마을은 독특한 돌리네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형이 오랜 기간 서서히 녹아내리면서 형성된 지형을 일컫는다. 강원 양구의 펀치볼처럼, 마을이 산 아래쪽에 너른 접시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만항재에서 태백이 지척이다. 태백산 등 국내 대표적인 겨울 풍경을 품고 있는 고원도시다. 오는 19일까지 태백산눈꽃축제가 열린다. 태백산 국립공원 초입의 당골광장이 주무대다. 다양한 눈조각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글루 카페, 얼음썰매장 등 놀거리도 준비됐다. 글 사진 정선·태백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만항재까지는 승용차도 오를 수 있을 만큼 포장이 잘돼 있다. 다만 제설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어 큰 눈이 내린 뒤엔 정선군청 등에 통행 여부를 확인한 뒤 찾는 게 좋다. 만항재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방문하길 권한다. 상고대가 만든 눈꽃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비재의 타임캡슐공원은 겨울철(3월 말까지)엔 문을 닫는다. 하지만 오르는 길은 늘 열려 있다.→만항재 아래는 만항재야생화마을이다. 곤드레밥, 토종닭백숙을 차려 내는 집들이 있다. 고한, 사북 등 하이원 리조트와 인접한 소읍에도 생태찌개를 잘하는 토박이식당, 한우와 된장소면이 맛있는 윤가네 한우마을, 곤드레밥을 잘하는 산돌솥밥, 만둣국이 맛있는 용석집 등 맛집이 즐비하다.
  • 이재용, 재혼 10년차 근황 ‘수척해진 외모’

    이재용, 재혼 10년차 근황 ‘수척해진 외모’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이재용이 처음으로 관찰 예능에 출연해, 가족과 일상을 전격 공개한다. 이재용은 17일 밤 11시 방송하는 MBN ‘모던 패밀리’(기획 제작 MBN, 연출 송성찬) 47회에 새 식구로 처음 등장한다. 1992년 MBC에 입사한 후 20년 넘게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해온 그는 지난 2018년 퇴사했다. 이후 프리랜서로 새 출발해, 각종 프로그램 MC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관찰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모던 패밀리’ 첫 촬영에 임한 이재용은 10년차 재혼 라이프를 진솔하게 드러냈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늦둥이 아들과 함께 하는 50대 중반 가장의 모습이 인간적이면서도 반전 가득한 매력을 선사할 전망이라고. 이재용은 제작진을 통해 “예능 ‘신입’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부디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모던 패밀리’ 제작진은 “이재용이 모범적이고 순탄한 삶을 산 ‘원조 엄친아’ 같은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위암 투병 등 남모를 아픔이 있다. 그럼에도 일곱 살 아들과 온 몸으로 놀아주는 이재용의 모습이 짠내 웃음은 물론, 격공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이 첫 등장하는 MBN ‘모던 패밀리’는 17일 금요일 밤 11시 방송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반도체·석화 쌍끌이… 1월 수출도 ‘기지개’

    기저 효과 반영… 반등 낙관은 일러 새해 들어 수출이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의 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로 출발했다. 다만 지난해 저조했던 수출에 따른 기저 효과도 반영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3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6억 6000만 달러) 늘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5일(토요일 0.5일로 계산)로 지난해와 같다. 이달 수출이 반등에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설 연휴(24~27일)가 있어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적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1.5%)와 석유제품(30.6%) 등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승용차(-4.6%), 무선통신기기(-4.8%), 자동차 부품(-9.6%) 등은 부진했다. 수출 상대국별로는 베트남(11.7%), 일본(6.0%), 홍콩(26.5%), 중동(45.3%)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지만 대(對)중국(-3.5%), 미국(-12.0%), 유럽연합(-5.9%) 수출은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154억 달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8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서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중하순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은 월 중하순에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수입 품목 중 원유(40.7%), 석유제품(73.0%)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이 높았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황교안 “안철수 들어오도록 노력 중…단계적·전략적 통합”

    황교안 “안철수 들어오도록 노력 중…단계적·전략적 통합”

    유승민 등 차기대선주자 연휴 전 접촉 예정‘패트 기소’ 의원에 공천 불이익 없음 확인“가급적 험지찾아 출마”…‘종로말고 있나’ 질문에 “염두 둔 적 없다”연휴 전 유승민 등 전직 대표·대선주자급 인사들과 접촉 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당에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승민계가 주축이 된 새로운보수당에 이어 우리공화당 등 다른 정당·세력과의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KBS ‘뉴스9’에 출연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의원과 통합 논의로 들어오도록 노력하느냐는 질문에 “들어오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초기에는 (안 전 의원과) 이야기 자체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지만, 이제 간접적이나마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서로 시간을 두고 더 논의를 해야 될 정치세력도 있고, 또 바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그런 부분은 단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황 대표는 새보수당 유승민 통합재건위원장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 중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는 힘이 모아지게 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합의로 이뤄내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이 이날 제안한 ‘당 대 당 통합 대화’와 관련해선 “이제 막 통추위(통합추진위원회)가 출발했다”면서 “논의를 하고 있으니까, 그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유승민 위원장을 비롯해 전직 대표나 대선주자급 인사들과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공화당에 대해선 “(탄핵 등에 대한) 입장이 다르니까 당을 달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 흩어진 지가 벌써 3년 가까이 됐다”면서도 “대화의 끈을 끊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황 대표는 자신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가급적 험지를 찾아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험지에 대해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군데가 있다”면서도 ‘종로 외에 염두에 둔 곳이 있느냐’고 묻자 “염두에 둬본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뭘 하든지, 지역구 출마가 필요하면 지역구에라도 가서 당의 승리에 기여하는 헌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통합 과정에서 대표직은 물론 공천권 지분도 내려놓을 수 있냐는 질문에 “경우에 따라 아주 효율적인 방법도 있겠고, 또 인내가 필요한 방법들도 있는데, 그걸 다 동원해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는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의원들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보호할 부분들은 최대한 변호사들 지원하고, 정무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부분도 만들어갈 것”이라며 공천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거듭 확인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10년 전 30초 지진이 이 나라를 영원히 바꿨다

    10년 전 30초 지진이 이 나라를 영원히 바꿨다

    100억弗 기부금 아이티에 직접 지급 10%정부 “있지도 않은 시설에 다 썼다” 보고서대통령은 “10년간 복구 진전 없었다” 인정트라우마 주민에 정부부패, 생활고, 전염병 2010년 오늘(현지시간 12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30초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발생한 규모 7.0 지진은 나라 전체를 10년간 악몽으로 몰아넣었다. 일주일 새에 7만명이 매장됐으며, 이후 수십만 명이 이들을 따라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이 나라 역사는 지진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지진 이전의 역사는 나폴레옹의 군대를 이긴 노예혁명의 자존심으로 독재와 침략에 저항한 역사다. 이후 역사는 아무것도 적지 못한 빈 종이다. CNN은 지진 뒤 10년이 흐른 아이티를 찾았다. 희망은 있었다. 당시 현장 기사를 소화한 CNN 산제이 굽타는 “세계 모든 곳은 아니지만, TV를 켜거나, 신문을 펼치거나, 동료와 얘기를 나눌 때 항상 아이티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선 소방관이, 아이슬란드에선 구조대원이, 이스라엘에선 병원 천막이 왔다. 중국은 구조견을 보냈고 베네수엘라는 연료용 기름을 보냈다. 아이티와 다른 국가 사이에 연대가 확산되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이미 아이티에 들어와 있던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을 뛰어다니며 행동에 들어갔다.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달러씩 기부하겠다는 행렬이 이어졌다. 국가 재건을 위한 기부 약정이 100억 달러(약 11조 5700억원)를 넘어갔다. 아이티 북부도시 마일로의 산부인과 의사인 헤럴드 프레빌은 “지진 직후 엄청난 희망을 느꼈다”면서 “이 재앙에서 벗어난 뒤 나라의 공공 서비스를 통해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절망은 더 컸다. 지난 11일 조베넬 모이즈 대통령은 아이티가 10년 동안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성명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를 부양할 기본 인프라와 서비스가 부족하다”면서 “지진 이후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 비극적 사건의 상처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청사인 국립궁전을 포함해 2010년 파괴된 뒤 아직도 복구되지 못한 곳이 즐비하다. 재건된 건물들도 혹시 또 지진이 났을 때 주민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견고한지 알 수 없는 상태다. CNN는 아이티 주민들이 10년간 자연재해와 정치 재해를 모두 겪으면서 정신적, 정서적으로 재건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뒤 사지를 잃은 환자나 참상을 목격한 사람들과 함께한 현지 심리학자 마르라인 나로미 요셉은 “시체가 트럭에 떨어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면서 “몇년 동안 길을 걸을 때마다 이 길에서 인부들이 시신을 아이와 어른으로 분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남의 정신 외상을 치료하는 자신조차 외상 환자였다는 증거다.조셉에 따르면 지진 이후 지난 10년간 계속된 이 나라의 불행은 이미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쌓아 올렸다. 허리케인, 홍수, 가뭄이 연이어 찾아왔다. 콜레라가 창궐한 뒤 정부 부패가 드러났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분노는 지금까지 아이티를 정치 불안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조셉은 지진 이전보다 더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거리에 살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기아와 물가상승, 연료 부족으로 지진 발생 10주년 기념일엔 씁쓸한 좌절감만 드러났다. 프레빌 박사는 “지진 10년 뒤 내과 의사인 나는 210개 병상을 보유한 의료시설의 최고 경영자지만, 나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재해구제기구(OCHA)에 따르면 아이티 물가 상승은 이제 가난한 사람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아이티인 40%는 오는 3월까지 식량 불안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10%는 식량 불안정이 긴급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이즈 대통령은 성명에서 “초기에 받았던 국제적 관심은 순식간에 잠잠해졌고 당시 금융 공약은 상당 부분 답지하지 않았다”면서 “받은 원조 중 아이티인 손에 전달된 것은 극히 일부이며, 그 많은 돈은 제대로 된 사업과 장소에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유엔 아이티 부특사를 지낸 폴 파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기부 약속 중 64억 달러가 실제 지출됐으며, 첫 2년간 지출 보고서엔 아이티 정부에 직접 지급된 금액은 10% 미만, 단체와 기업에 보조금으로 지급된 것은 0.6% 미만에 불과했다. 아이티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부패 대응에 관한 문제로 약 2년간 시위를 겪었다. 시위는 연료 가격 인상 불만으로 일어났지만 대규모로 폭발한 것은 과거 정부 때문이다. 전 정부는 기간시설 건설 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낭비하고, 건설되지도 않은 도로와 건물에 대해 대금이 지불된 것처럼 조작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이티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리브 해에서 아이티는 허리케인 벨트 한가운데에 있다. 아이티 경제 연구자인 엣저 에밀은 “만약 아이티 재건이 성공적이었다면 훌륭한 사례 연구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겠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프레빌은 “여전히 사람들이 발 밑에서 땅이 움직이는 느낌을 떠올리는 아이티에 다시 한 번 지진이 오면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난 일단 책상 밑에 숨었다가 내 비상 계획대로 바로 출발해 가능한 많은 사람을 구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까”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천장까지 스크린…VR 같은 몰입감, 아찔한 영화 속 장면들 그대로 느껴

    천장까지 스크린…VR 같은 몰입감, 아찔한 영화 속 장면들 그대로 느껴

    놀이동산 줄서듯 첫날부터 사람 몰려 이틀간 112회차 상영… 2700여명 관람 스크린끼리 맞닿는 곳은 영상 안 나와‘요즘은 집에도 큰 TV를 많이 설치해 놓으니 영화관이 필요 없지 않으냐’고 물으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J CGV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댁의 집 TV는 혹시 정면, 좌, 우, 천장 4개면에 모두 스크린이 있습니까.” 사람들을 어떻게든 영화관으로 끌어내려는 CGV의 열성이 영화관의 진보를 이뤄냈다. CGV의 자회사인 ‘CJ 4D플렉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세계 최초로 ‘4면 스크린 영화관’을 선보였다. 2012년에 3개면(정면·좌·우) 스크린 영화관을 처음 선보인 CGV가 8년 만에 천장 스크린까지 추가해 4개면 영화관을 들고 나온 것이다. CGV는 주로 정보기술(IT)·가전 업체들이 많이 참가하는 CES에 CJ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참가해 전 세계 관람객에게 4개면 영화관을 자랑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있는 4면 스크린 체험부스 앞에는 아침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놀이동산에 줄을 길게 섰다가 입장한 적은 있지만 영화관을 이렇게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7분 후에 입장 가능’이라는 안내 문구까지 등장했다. CGV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사람이 몰려서 CES 개막 첫날인 7일부터 이틀 내내 쉬지 않고 상영을 돌렸다.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밥을 먹어야 했다”고 답했다. 24명씩 입장하는 체험관이 이틀 합쳐 112회차 상영해 2700여명을 불러 모았다.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들어선 영화관 천장에는 정말로 스크린이 달려 있었다. 영화관 전체를 뒤덮은 것은 아니고 천장의 3분의1 정도만 스크린이었다. 7분짜리 영상의 초중반은 할리우드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3개면 스크린에 펼쳐지다가 말미에 ‘1인치’라는 애니매이션이 4개면 스크린에 상영됐다. 갑자기 곤충 크기만큼 작아진 주인공이 탐험을 떠나는 내용인데 영상이 역동적이라 4면 스크린에 적절했다. 집채만 한 사마귀가 등장하는 장면이 천장 끝에서부터 펼쳐지니 작게 변한 주인공의 상황에 더 쉽게 이입하게 됐다. 새가 주인공을 낚아채 하늘을 나는 장면도 천장까지 영상이 나오니 높은 상공의 아찔함이 배가됐다. 어디에 시선을 두더라도 애니메이션 속 세계의 모습이 보여 마치 가상현실(VR) 영상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CGV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12월 1일 부산항에서 출발해 선적으로 18일이 걸려 라스베이거스까지 영화관을 통째로 옮겨 왔다. 이를 조립하는 데 또 일주일이 걸렸다. 4면 스크린에 최적화하기 위해 원본 영상을 컴퓨터그래픽(CG) 등을 통해 수정하고, 천장에 영상을 쏘기 위한 프로젝터도 영화관 앞쪽 바닥 좌우에 하나씩 설치했다. 단점을 꼽자면 정면·좌·우·천장 스크린이 일체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스크린끼리 서로 맞닿는 테두리 부분에만 영상이 안 나와 다소 몰입감이 방해되는 점이 있었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실제 출시되면 표값도 비싸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라스베이거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컴백 D-43 방탄소년단, 17일 먼저 만난다

    컴백 D-43 방탄소년단, 17일 먼저 만난다

    선공개곡 발표…컴백일정 총 4단계융 심리학 개념 활용 트레일러 관심그룹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 발매에 앞서 오는 17일 선공개곡을 발표한다. 방탄소년단은 9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다음 달 21일 발매되는 신보 ’맵 오브 더 솔 : 7‘ 콘텐츠 공개 일정을 알렸다. SNS에 올린 ‘컴백 맵’을 보면 방탄소년단은 네 단계에 걸쳐 콘텐츠를 공개한다. 우선 방탄소년단은 10일 공개되는 컴백 트레일러 ‘섀도(SHADOW)’로 컴백 일정 출발을 알린다. 이어 이달 17일 선공개곡과 ‘아트 필름’을 함께 선보인다. 다음 달 3일에는 컴백 트레일러 ‘에고(EGO)’를 공개한다. 이달 14일·15일·21일·28일, 다음 달 5일에 ‘커넥트,BTS’(CONNECT,BTS)라는 이름의 일정이 온라인,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뉴욕 등과 함께 언급돼 궁금증을 끈다. 방탄소년단이 두 차례 컴백 트레일러 주제로 택한 ‘섀도(SHADOW)’와 ‘에고(EGO)’는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이론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페르소나’ 개념을 내세운 전작과 이어져 이목이 쏠린다.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솔’ 연작은 융 심리학 전문가 머리 스타인 박사가 지도 제작 과정에 빗대 융의 이론을 쉽게 풀어낸 개론서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관심은 이번 앨범 키워드인 숫자 7의 의미에도 쏠려 있다. 컴백 맵에는 푸른색 바탕의 격자무늬를 배경으로 여러 개의 7을 중첩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7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신규 도서 3종 출간

    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신규 도서 3종 출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소개하는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3종을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2014년 이후 5년 만에 새롭게 발간된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시리즈는 ‘한국만화정전: 신문연재만화편, 박석환작’, ‘탐독의 만화경, 박수민작’, ‘지금, 독립만화, 성상민작’의 3종이다. ‘한국만화정전: 신문연재만화편’은 만화평론가이자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박석환 교수가 1909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의 시사만화와 신문연재만화를 통해 한국 근현대만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았다.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관재 이도형의 ‘삽화’를 시작으로 한국근대만화 시기의 작품들과 신문연재만화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들, ‘한겨레 그림판’ 이후 새 시대를 연 작품들을 꼽았다. 또 현대만화의 출발지점이 있는 ‘고바우 영감’과 ‘두꺼비’, ‘왈순 아지매’, ‘고우영 삼국지’, ‘광수생각’, ‘비빔툰’ 등 총 18작품을 소개한다. 또 ‘탐독의 만화경’은 영화 ‘간증’으로 2011년 제29회 토리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수민 감독이 ‘디지털 만화규장각(http://dml.komacon.kr/)’에 칼럼으로 연재한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을 엮은 책이다. 영화감독 이전에 만화광인 저자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만화 각 장면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들여다 본 기록으로 ‘르상티망’, ‘피코피코 소년’,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등 책에서 소개되는 각 작품들을 진지하고 다양한 관찰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지금, 독립만화: 며느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만화와 독립영화 평론 등 다방면에서 평론을 하고 있는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가 지었다. 1990년대부터 현재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독립 출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한국 독립만화의 개념, 자취, 의미 등을 살피면서 한국만화의 새로운 한 축으로 성장한 독립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네모라미’, ‘만화실험 봄’, ‘화끈’, ‘히스테리’, ‘아홉번째 신화’부터 ‘코믹스(COMIX)’, ‘새만화책’, ‘쾅(QUANG)’, 그리고 독립서점과 ‘며느라기’에 이르기까지, 한국독립만화사를 한눈에 읽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규장각 지식총서는 ‘디지털 만화규장각’을 중심으로, 매년 만화문화에 관한 심층적인 지식과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만화문화 전문 도서 시리즈다. 지속적인 출간을 통해 만화 독자들에게 만화의 심도 깊은 지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만화규장각 지식총서는 전국 대형 서점 및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아카이브사업팀(032-310-3054)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진중권 칭찬했다가 ‘정치좀비’ 취급당한 이언주 반응

    진중권 칭찬했다가 ‘정치좀비’ 취급당한 이언주 반응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8일 자신을 “정치 좀비”라고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선이 다르지만 이분이 양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굉장히 예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 사회는 진영을 벗어나기가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그냥 받아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다”라며 “진중권씨도 당적을 정의당에서 탈당하지 않았나. 자기 정체성에 맞는 것을 찾아 가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고 정치현실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창당준비위원장인 이 의원은 보수통합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각 정당들이 동등하게 모여서 통합추진위원회를 한국당 밖에 구성해 통합을 논의해야 다른 정당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가 있다고 했다”며 “‘한국당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굉장히 곤란하고 통합신당을 만들면서 새출발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진영을 떠나서 옳은 얘기하려 한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지만 답례를 해드려야겠다”며 “진영을 떠난 객관적 시각에서 말씀드리자면 이언주 의원은 참 나쁜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에 가시려다 못 가신 것 같은데 영혼 없는 정치좀비는 정계를 떠나야 한다”며 “그것이 이 나라 정치발전의 길이자 좀비님이 조국에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애국”이라고 일갈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새 출발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새 출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시대 구분은 물리적 시대구분이다. 이를테면 1800~1899년은 19세기, 1900~1999년은 20세기, 이렇게 100년 단위로 끊어 구분한다. 그러나 역사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낡은 시대를 접고 새 시대를 여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특정 사건을 기준으로 삼고 싶어 한다. 역사가들은 1789년(프랑스혁명)부터 1914년(제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를 ‘역사적 19세기’로 본다. 100년 조금 넘는 이 시기에 대체로 동질적인 시대정신이 유지됐다고 본다. 19세기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으로 시작돼 민족주의와 자유주의가 전 유럽을 휩쓴 시기다. 프랑스혁명과 동시에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대격변이 시작됐다. 정치혁명과 경제혁명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이중혁명(dual revolution)이라 부른다. 19세기는 산업혁명의 결과 공업사회가 탄생하면서 노동문제, 도시문제, 임금문제, 환경문제 등 우리에게 낯익은 각종 사회문제들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1914년 시작된 ‘역사적 20세기’는 언제 끝났을까. 1989년의 베를린장벽 붕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 사건과 뒤이은 1991년의 구소련 멸망으로 냉전시대가 종식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2001년의 9ㆍ11사태를 ‘역사적 21세기’의 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물리적 시대 구분에서는 21세기의 출발점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예수 탄생을 서기(AD) 1년으로 잡았기 때문에 2001년부터 새 세기의 시작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역사학계는 2000년을 새로운 세기의 출발점으로 판단했다. ‘서기’라는 개념이 생겨난 6세기 서양에서는 0이라는 숫자가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원전(BC) 1년에서 바로 서기 1년으로 옮아갔으므로 서기 1년은 엄밀한 의미에서 곧 0년이다. 따라서 서기 1년에서 99년까지는 사실상 서기 0년에서 99년과 같다는 것이다. 21세기 출발점 논쟁도 20년 전의 일이 됐다. ‘꺾어지는 해’ 2020년이다. 다 같이 기지개를 펴자. 모쪼록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새 출발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오늘의 눈] ‘개망신법’ 통과 더 늦어지면 진짜 개망신/장은석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개망신법’ 통과 더 늦어지면 진짜 개망신/장은석 경제부 기자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라 불리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해를 넘기고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데이터 패권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은 빅데이터 활용의 출발선인 법률 개정조차 여야 정쟁에 막혀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처리한 개인정보를 기업이 본인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재계는 다른 업종 간 빅데이터를 결합해야 새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예컨대 카드 결제 정보와 병원 진료 기록을 결합해 보니 짜장면을 즐겨 먹던 사람은 대장암에 잘 걸린다는 통계가 나오는 식이다. 병원은 짜장면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 대장암 예방 프로그램을 짜주고, 보험사는 대장암 보장 상품을 추천하거나 맞춤형 보험을 만들 수 있다. 빅데이터로 새 헬스케어와 보험서비스가 생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도 축적된 데이터가 있어야 발전한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계 주요국들은 데이터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목표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앞세워 서비스 데이터 제국의 자리를 더 확고히 지키는 것이다. 해외 데이터를 수집하고 외국 정부에 데이터 규제 완화를 압박한다. 중국은 데이터 수호가 목표다. 15억 인구의 빅데이터만 갖고도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에 필요한 소스를 공급하는 데 차고 넘쳐서다. 대신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는 데 데이터·디지털 통상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제조업 데이터 최강국을 노린다.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시켜 일본의 최대 강점인 제조업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개·망·신법’ 처리 지연으로 손발이 묶여 있다. 더 늦어지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진짜 개망신을 당할 처지다. 여야가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의 데이터 정책 전략 부족도 문제다. 2018년 4월 ‘신통상 전략’을 발표하며 캐나다와 호주, 싱가포르 등과 데이터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디지털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개인정보가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사생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 데이터 3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이런 우려를 없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 규모 세계 9위의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한계로 대외 리스크에 항상 취약했다. 미래 원유인 데이터가 없어 또다시 비산유국의 설움을 겪지 않으려면 국회와 정부가 데이터 3법 처리에 발 벗고 나설 때다.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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