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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들 입맛에 안 맞으니 안 받아” 기관장 선임 구설에 오른 문체부

    “자신들 입맛에 안 맞으니 안 받아” 기관장 선임 구설에 오른 문체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으니 안 받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럴 거면 뭐 하러 임원추천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출판계 관계자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새 원장 선임 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출판진흥원 이사들이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후보 2명을 냈지만, 문체부가 ‘적격자 없음’으로 최근 결론 내고 반려했기 때문이다. 앞서 임추위는 지원자 4명 가운데 종교전문 출판사 대표 A씨와 서울지역 구청장 출신 B씨를 최종 후보 2인으로 정했다. 이 과정까지 3개월 가까이 걸렸지만, 문체부가 모두 거부하면서 임추위 구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준정부기관 원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문체부가 임추위의 후보자를 거부하고 있다거나 문체부 인사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정권 임기 말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낙하산 선임’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진행 중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임 원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정설에 대해 긴급 진화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신임 콘진원장에 조현래 문체부 종무실장이 내정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콘진원 임추위에서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이를 콘진원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 실장이 후보에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문체부가 이 가운데 한 명을 정하는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판진흥원이 이번에 구성한 임추위는 출판진흥원 전체 이사 7명 가운데 5명과 외부 인사 2명의 7명으로 구성했다. 출판진흥원 전체 이사 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이 출판사 대표다. 출판진흥원 노조는 9일 자료를 내고 “특정 출판단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원자를 밀어주려고 고의로 다른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 모두 낙하산 인사 원장 논란이 불거진 곳이어서 관심이 더 쏠린다. 2012년 설립한 출판진흥원은 지난 정부 시절 1·2대 원장 낙하산 인사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임명 철회 시위를 겪었다. 콘진원도 김영준 전 원장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근무했던 다음기획 대표 출신인 점, 2012년 18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캠페인전략본부장을 맡았던 점으로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지난 1월에는 콘진원이 2018년 경영평가에서 매출 실적을 과대보고해 작성·제출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결국 김 전 원장은 사표를 냈다. 이번에도 문체부 측 인물이 신임 원장이 되면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어서 문체부가 무리하게 인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도는 가운데, 문체부가 관련한 해명을 명확히 하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운다. 두 기관장 선임에 대해 문체부 각 부서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된 사항은 정식 발령 전까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출판계 인사는 문체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후보자를 거부한 이유를 비롯해 내정설이 도는 이가 후보에 들어 있는지도 ‘인사 문제’를 이유로 함구하면 결국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타란티노 감독 “내글 비난한 어머니에 한푼도 안줄것”

    타란티노 감독 “내글 비난한 어머니에 한푼도 안줄것”

    영화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킬빌’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명장 쿠엔틴 타란티노(58)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동전 한푼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애플 팟캐스트로 ‘더 모멘트’에 출연해 어릴 때 자신의 글에 대해 신랄한 평가를 내렸던 어머니에게 한 푼의 돈도 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것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팟캐스트에서 학교 숙제 대신 시나리오를 쓰는 데 몰두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의 어머니 코니 자스토필은 학업에 전혀 능력이 없는 아들을 심하게 꾸짖었다고 타란티노는 털어놓았다. 특히 그녀는 기나긴 잔소리 도중에 아들의 글쓰기에 대해서 거론하며 욕설과 함께 완전히 끝났다고도 했다. 타란티노는 “어머니가 나의 글에 대해 빈정댈때 나는 머리 속으로 생각했다”면서 “내가 작가로 성공하면 절대 한푼도 어머니에게 주지 않겠다고. 집도, 휴가도, 고급 차도 모두 받지 못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고 말했다.타란티노는 아직도 어린 시절 맹세를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그렇다. 어머니의 개인연금을 도와드리긴 했지만 집과 차는 사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머니에게 새 집을 사주면 어린 시절 타란티노에 대한 어머니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제안에 “당신이 아이들을 대할 때라도 그 말에는 결과가 따른다”며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에 대해 비꼬는 부모의 말에는 상응하는 결과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란티노는 12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으며, 두 번 수상에 성공했다. 그의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성적을 거둔 것은 2012년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로 4억 2000만달러(약 48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타란티노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토니 타란티노와 헤어지고 재혼했다. 타란티노는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타란티노란 성의 발음이 좋아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타란티노는 자신의 성에 대해 “가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만약 내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타란티노를 성으로 쓰지 않고, 쿠엔틴 제롬이 되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 ‘삼성·LG·애플’ 하반기 무선이어폰 大戰 펼친다…“가성비로 승부보자”

    ‘삼성·LG·애플’ 하반기 무선이어폰 大戰 펼친다…“가성비로 승부보자”

    올해 하반기 무선이어폰 시장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품들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LG전자부터 삼성전자와 애플까지 전작에 비해 가격대를 낮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에 나서게 된다. 외부 소리를 차단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은 20만~30만원대 고급 제품에서 주로 이용 가능했는데 이제는 10만원대 제품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상대적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에 가성비 제품을 새로 내놔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세 회사 중 LG전자가 가장 먼저 신제품을 내놨다. 지난달 26일 무선이어폰 ‘톤프리’ 시리즈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3종이 나왔는데 가장 저렴한 것이 16만 9000원이고, 가장 비싼 제품은 24만 9000원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탑재했다. 지난해 10월 LG전자의 무선이어폰 중에 처음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넣은 ‘톤프리’ 모델은 21만 9000원이었는데 가격 선택폭이 넓어졌다. 이번 제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플러그&와이러스’ 기능이다.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비행기에서도 충전 크래들을 멀티미디어의 3.5㎜ 단자에 연결하면 무선이어폰으로 송출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기기를 통해서는 무선이어폰 사용이 어려웠던 고충을 해결한 것이다.위생관리 기능도 더 강화됐다. 충천 케이스에 이어폰을 5분만 넣어두면 자외선(UV) LED가 유해세균을 99.9% 살균해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여름철에 이어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면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UV 살균 기능 덕에 이러한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톤프리 새 제품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시간 동안 끊김없이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충천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5분 충전으로 약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전작 대비 0.4g 가벼운 5.2g에 불과한 것도 장점이다. LG전자는 포항공과대학교 인체공학연구실과 협업해 약 300명의 각기 다른 귀 모양을 연구해 최적의 편안함을 찾아냈다.삼성전자는 오는 11일 열리는 갤럭시 신제품 언팩(공개) 행사에서 새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2’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인 ‘갤럭시버즈 프로’의 실속형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버즈2에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탑재됐음에도 출고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17만~19만원대로 책정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됐던 전작인 ‘갤럭시버즈 프로’의 출고가는 23만9800원, ‘갤럭시버즈 라이브’는 19만8000원이었다. 또한 급속 충전 기능으로 5분간 충전하면 최대 55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수 성능은 수심 1m에서 최대 30분간 견딜 수 있는 수준인 IPX7 등급으로 전망된다.애플도 올해 하반기 중 ‘에어팟 3세대’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쯤에 공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당시 공개 목록에 등장하지 않아 하반기 출시설이 제기됐다. 예상대로 나오게 되면 2019년 에어팟 프로 출시 이후 2년 만에 나오는 애플의 무선이어폰 신제품이 된다. 이용자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애플 무선이어폰의 배터리 수명이 다 될 때쯤 신제품을 내놔 교체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에어팟 3세대도 10만원 후반이나 20만원대 초반의 가격대로 나올 것이라 보인다. 9월쯤 애플의 새 스마트폰인 ‘아이폰13’ 시리즈와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귀를 틀어막는 커널형이 아닌 오픈형 디자인이란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안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3억 1000만대로 지난해보다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점유율은 애플이 26%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샤오미(9%), 삼성전자(8%) 순이었다.
  • 자전거·스케이트보드 공중에서 휙휙… 125세 올림픽의 회춘

    자전거·스케이트보드 공중에서 휙휙… 125세 올림픽의 회춘

    경기장에는 흥겨운 음악 소리가 가득하다. 장내 아나운서는 쉴 틈 없이 선수들의 경기를 설명하고 흥을 돋운다. 몇몇 선수는 마치 힙합 경연에 나선 것처럼 스왜그(힙합에서 멋을 의미하는 단어) 넘치는 행동으로 호응을 유도한다. 도쿄올림픽에 새로 합류한 사이클 BMX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보딩의 경기 장면이다. BMX 프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딩은 서핑, 클라이밍 등과 함께 이번 올림픽에 새로 합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젊은층을 공략하고자 추가했다. 신규 종목 중 야구, 가라테가 개최국 일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했고 양궁·사격·유도 등의 혼성 종목이 성평등 기조를 반영한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목적을 지녔다. BMX 프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딩은 확실히 기존 스포츠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일단 선수층이 어리다. 올림픽 종목에 출전한 많은 선수가 더 나은 신체를 만들고자 4년 동안 노력하고 때로는 한계에 다다른 신체적 조건, 역량에 의해 메달 색깔이 바뀌기도 하는 것과는 다르다. 10대 초중반~20대 초반이 주축인 이 종목은 운동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을 가진 선수가 여럿 있다. 선수가 경기하는 동안 관중도 함께 호흡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멋진 기술 하나가 나왔을 땐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선수가 기술을 부리다 넘어지면 같이 탄식한다. 다른 많은 종목이 경기할 땐 선수가 집중할 수 있게 조용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 중엔 장비를 멋지게 내던지는 허세로 객석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도 있다. 게다가 선수들은 진짜 서로 친구 같다. 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케이트보딩 남자 파크 결승에서 우승한 키건 팔머(18·호주)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다른 나라 선수들을 끌어안고 해맑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종목이 격식을 갖춰 챔피언을 예우해 주는 것과는 또 달랐다. 한국 선수가 없어 한국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이들 종목은 넓은 기자실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넘쳤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종목이 바뀌기도 하겠지만 젊은 선수와 젊은 문화로 가득한 이들 종목은 꽤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 110분 사이다 풍자… 작정하고 판 깔았네

    110분 사이다 풍자… 작정하고 판 깔았네

    19세기 조선 후기 서민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이야기방, 매설방을 그대로 옮긴 무대는 110분간 그야말로 신명 가득한 놀이판을 벌인다. 지난달 27일부터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판’이 3년 만에 마주한 객석에 시원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동서양 음악의 신명 나는 조합 뮤지컬 ‘판’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 달수가 당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벌던 직업인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인 매설방 주인 춘섬과 전기수가 읽을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이 극을 이끈다. 2015년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0분 남짓 공연으로 처음 선보인 뒤 CJ문화재단 신인 공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거쳐 국립정동극장 창작공연 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2018년 초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1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 상황과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무더위로 힘든 관객들을 위해 ‘판’은 작정한 듯 제대로 판을 펼친다. 전통연희 양식에 서양음악을 덧대 흥겨우면서도 매우 세련된 선율이 흐른다. 국악 퍼커션과 대금 등 우리 소리와 함께 스윙, 보사노바, 클래식, 탱고를 접목한 색다른 음악이 저절로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게 한다. 판소리 ‘흥보가’, ‘춘향가’ 속 대목을 비롯해 양주별산대놀이, 꼭두각시놀음, 가면극, 인형극 등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이어진다. 전기수 호태(김지훈·원종환 분)의 매력도 독보적이다. ●재채기 소리마저 “엘에이치!” 양반들과 권력자가 매설방을 경계할 만큼 솔직한 풍자가 가득했던 이야기도 지금 현실로 그대로 옮겨 왔다. 사또가 건물(탑)을 쌓자 “헌 땅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고 ‘초품아’, ‘역세권’, ‘똘똘한 한 채’ 등 욕망이 담긴 단어들이 가사 곳곳에 담겼다. 어디서 돈 냄새가 난다던 달수는 “엘에이치(LH)”라며 재채기를 한다. 재치 있는 연기와 음악, 인형극이 함께 어우러진 풍자라 자연스러운 웃음을 부른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을 빗대 달수가 매설방인 주막을 들어설 때 춘섬은 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달수는 ‘백신침’을 맞았다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지금의 거울이기도 하다. ●시대를 위로하는 이야기의 힘 쉴 새 없이 웃도록 만드는 재미있는 ‘판’은 이야기의 힘을 단단하게 노래한다. “이야기는 나눌수록 좋다”면서 “이야기로 치유되는 것을 보니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는 춘섬과 “그릇은 비싼 게 좋지만 책은 손때 묻은 게 좋다”는 이덕의 말은 함께 나누는 이야기의 소중함을 간결하지만 묵직하게 전한다. 그 시절 이야기꾼들이 그랬듯 배우인지 연희꾼인지 헷갈릴 만큼 신나는 놀이 한판을 땀 흘리며 맛깔나게 풀어내는 배우들이 이야기로 치유를 건넨다.
  • 자전거·스케이트보드 공중에서 휙휙… 125세 올림픽의 회춘

    자전거·스케이트보드 공중에서 휙휙… 125세 올림픽의 회춘

    경기장에는 흥겨운 음악 소리가 가득하다. 장내 아나운서는 쉴 틈 없이 선수들의 경기를 설명하고 흥을 돋운다. 몇몇 선수는 마치 힙합 경연에 나선 것처럼 스왜그(힙합에서 멋을 의미하는 단어) 넘치는 행동으로 호응을 유도한다. 도쿄올림픽에 새로 합류한 사이클 BMX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보드의 경기 장면이다. BMX 프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드는 서핑, 클라이밍 등과 함께 이번 올림픽에 새로 합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젊은층을 공략하고자 추가했다. 신규 종목 중 야구, 가라테가 개최국 일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했고 양궁·사격·유도 등의 혼성 종목이 성평등 기조를 반영한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목적을 지녔다. BMX 프리스타일과 스케이트보드는 확실히 기존 스포츠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일단 선수층이 어리다. 올림픽 종목에 출전한 많은 선수가 더 나은 신체를 만들고자 4년 동안 노력하고 때로는 한계에 다다른 신체적 조건, 역량에 의해 메달 색깔이 바뀌기도 하는 것과는 다르다. 10대 초중반~20대 초반이 주축인 이 종목은 운동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을 가진 선수가 여럿 있다.선수가 경기하는 동안 관중도 함께 호흡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멋진 기술 하나가 나왔을 땐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선수가 기술을 부리다 넘어지면 같이 탄식한다. 다른 많은 종목이 경기할 땐 선수가 집중할 수 있게 조용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 중엔 장비를 멋지게 내던지는 허세로 객석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도 있다. 게다가 선수들은 진짜 서로 친구 같다. 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케이트보드 남자 파크 결승에서 우승한 키건 팔머(18·호주)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다른 나라 선수들을 끌어안고 해맑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종목이 격식을 갖춰 챔피언을 예우해 주는 것과는 또 달랐다. 한국 선수가 없어 한국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이들 종목은 넓은 기자실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넘쳤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종목이 바뀌기도 하겠지만 젊은 선수와 젊은 문화로 가득한 이들 종목은 꽤 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 롤렉스 시계 코로나로 품귀?…1년반 기다려야 살수있어

    롤렉스 시계 코로나로 품귀?…1년반 기다려야 살수있어

    코로나19의 발병 이후 반도체, 중고차, 롤렉스 시계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일 지난해보다 반도체와 중고차, 롤렉스 시계의 가격이 더 올랐지만 롤렉스 품귀 현상은 전략적이라고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시계 공급망이 붕괴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고 시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멘타 와치’의 애덤 골든은 지난해 발생한 시계 제조의 어려움은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밝혔다. 골든은 고급 시계 제조업체에서 공급망 붕괴가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특별히 롤렉스는 전략적으로 유통망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롤렉스 대부분의 모델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롤렉스는 소매 수준에서 누가 무엇을 사는지까지 관리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의 롤렉스 가게를 방문한 골든은 구입 가능한 시계가 여성용 데이트저스트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많은 가게에서 새 롤렉스 시계를 사려면 1년 반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골든은 시계는 여전히 브랜드가 선호하는 공인 판매상에 공급되고 있다며 부족한 재고분은 진짜가 아니라 오해라고 강조했다. 롤렉스는 매년 백만개의 시계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골든은 “롤렉스는 시계가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면서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수요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롤렉스의 신상품 공급 조절로 재판매 시장에서 시계 가격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예를 들어 스틸 데이토나는 미국에서 롤렉스가 1만 3150달러(약 1500만원)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고가 시계 온라인 플랫폼인 크로노24에는 3만 6000달러까지 가격이 매겨져 있다. 중고 시계 시장에서 롤렉스는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로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롤렉스의 판매 규모는 29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골든은 “롤렉스가 최근의 공급부족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해서 공급을 늘리면, 중고 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롤렉스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손때 묻은 책 속 이야기처럼…땀 흘리며 제대로 벌인 놀이판이 건네는 위로와 웃음

    손때 묻은 책 속 이야기처럼…땀 흘리며 제대로 벌인 놀이판이 건네는 위로와 웃음

    19세기 조선 후기 서민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이야기방, 매설방을 그대로 옮긴 무대는 110분간 그야말로 신명 가득한 놀이판을 벌인다. 지난달 27일부터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판’이 3년 만에 마주한 객석에 시원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뮤지컬 ‘판’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 달수가 당시 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벌던 직업인 전기수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인 매설방 주인 춘섬과 전기수가 읽을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이 극을 이끈다. 2015년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20분 남짓 공연으로 처음 선보인 뒤 CJ문화재단 신인 공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거쳐 국립정동극장 창작공연 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2018년 초연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1년 넘게 이어진 팬데믹 상황과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무더위로 힘든 관객들을 위해 ‘판’은 작정한 듯 제대로 판을 펼친다. 전통연희 양식에 서양음악을 덧대 흥겨우면서도 매우 세련된 선율이 흐른다. 국악 퍼커션과 대금 등 우리 소리와 함께 스윙, 보사노바, 클래식, 탱고를 접목한 색다른 음악이 저절로 몸을 움직이며 리듬을 타게 한다. 판소리 ‘흥보가‘, ‘춘향가’ 속 대목을 비롯해 양주별산대놀이, 꼭두각시놀음, 가면극, 인형극 등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이어진다. 전기수 호태(김지훈·원종환 분)의 매력도 독보적이다. 양반들과 권력자가 매설방을 경계할 만큼 솔직한 풍자가 가득했던 이야기도 지금 현실로 그대로 옮겨 왔다. 사또가 건물(탑)을 쌓자 “헌 땅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고 ‘초품아’, ‘역세권’, ‘똘똘한 한 채’ 등 욕망이 담긴 단어들이 가사 곳곳에 담겼다. 어디서 돈 냄새가 난다던 달수는 “엘에이치(LH)”라며 재채기를 한다. 재치 있는 연기와 음악, 인형극이 함께 어우러진 풍자라 자연스러운 웃음을 부른다.전염병이 창궐한 지금을 빗대 달수가 매설방인 주막을 들어설 때 춘섬은 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달수는 ‘백신침’을 맞았다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지금의 거울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웃도록 만드는 재미있는 ‘판’은 이야기의 힘을 단단하게 노래한다. “이야기는 나눌수록 좋다”면서 “이야기로 치유되는 것을 보니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이었다”는 춘섬과 “그릇은 비싼 게 좋지만 책은 손때 묻은 게 좋다”는 이덕의 말은 함께 나누는 이야기의 소중함을 간결하지만 묵직하게 전한다. 그 시절 이야기꾼들이 그랬듯 배우인지 연희꾼인지 헷갈릴 만큼 신나는 놀이 한 판을 땀 흘리며 맛깔나게 풀어내는 배우들이 이야기로 치유를 건넨다. 공연은 9월 5일까지 이어진다.
  • 이러니 올림픽선수촌 집단감염…”밤마다 무법천지 야외 술파티”

    이러니 올림픽선수촌 집단감염…”밤마다 무법천지 야외 술파티”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첫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 가운데, 조직위가 밤마다 벌어지는 선수촌 술파티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만이 나왔다. 일본 유력 주간지 ‘슈칸신쵸’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대회 관계자 폭로와 함께 야외 술파티가 벌어진 선수촌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2시쯤, 올림픽 선수촌에서 외국인 선수와 대회 관계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산케이신문 계열 후지뉴스네트워크(FFN, 후지TV가 중심 방송사)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외국인 선수 여러 명이 선수촌 내 노상에서 술을 마시는 등 소란을 피우다 대회 관계자와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문제의 선수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흩어져 모두 숙소로 돌아갔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촌 내 음주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대회 관계자가 선수들과 몸싸움 끝에 발목을 삐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관리 부주의가 거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직위는 입을 꾹 다물었고, 스포츠전문매체 닛칸스포츠가 대신 나서서 “대회 관계자가 다친 건 맞지만 이동 중 입은 부상으로 선수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대회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선수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데일리신초에 “언론에 보도된 것은 그날의 진상과 한참 거리가 멀다. 조직위와 경찰은 사태를 축소 왜곡해 발표했고, 언론도 이를 그대로 받아쓰며 사건이 작아졌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각국 선수들 10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야단법석을 떨었다. 경찰이 출동한 건 새벽 2시지만, 벌써 밤 10시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하지만 조직위 경비 관계자도, 선수촌 경비를 담당한 오사카부경 경찰들도 주위를 지키고만 있을 뿐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 사태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화할 만큼 큰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작은 문제도 아니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선수촌 술파티가 표면화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금지어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선수촌은 밤마다 무법천지”라고 꼬집었다. 야간 경비 담당자의 어학 능력이 떨어져 통제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조직위 전체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런 상태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든 ‘플레이북’도 의미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에 앞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규범집 ‘플레이북’을 공개했다. 먹을 때와 잘 때를 제외한 상시 마스크 착용, 선수들의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의 수칙이 포함됐다. 물론 조직위가 올림픽 기간 음주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선수촌 내에서도 배달 등으로 술을 사들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각자 숙소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하지만 이 원칙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회 관계자가 데일리신초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경찰이 선수촌에 출동했던 지난달 31일 밤 선수촌 야외에서 30여 명의 남녀 선수가 라틴 음악을 틀어놓고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일주일에 일곱 번 조명이 바뀌는 관광명소 ‘레인보우 브리지’를 배경으로 두 손을 높이 치켜든 선수들 옆으로는 맥주캔과 술병이 나뒹굴었다. 얼굴까지는 식별할 수 없으나, 다양한 국적 선수들이 한데 뒤섞여 파티를 즐기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였다. 데일리신초 취재진이 선수촌을 방문한 1일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밤에도 도쿄도 하루미에 있는 선수촌에서는 왁자지껄한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데일리신초 측은 “선수촌과 100m 거리 밖 하루미 부두에서 안을 살폈는데,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대합창 소리가 들려왔다”고 설명했다. 대회 관계자는 “이러면 폐회식 전 언제라도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신초는 이에 대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데일리신초는 “경찰이 출동했던 지난달 31일 사건의 개요, 선수촌 내부에서의 심야 야외 술파티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으나 조직위는 기한까지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회식 논란, 무더위 대책 미비 등 다양한 논란이 불거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조직위는 이제 기능부전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고 무능함을 비꼬았다. 아니나 다를까, 4일 선수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는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 4명과 관계자 1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다카야 마사노리 조직위 대변인은 “집단 감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수촌 첫 집단감염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7명을 포함한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단 12명 전원이 숙박 요양 시설이나 대기 시설로 옮겨졌다. 이로써 그리스는 아티스틱스위밍 듀엣과 팀, 두 종목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 ‘세입자 구하기‘ 나선 바이든…소송 우려에도 퇴거유예 새 조치 내놔

    ‘세입자 구하기‘ 나선 바이든…소송 우려에도 퇴거유예 새 조치 내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집세가 밀린 세입자에 대한 강제 퇴거 유예 조치를 두 달 더 연장했다. 대법원이 의회 승인 없는 퇴거 유예 불가 결정을 내렸지만 민주당 내에서 ‘세입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자 미 정부가 나서 소송을 각오하고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카운티에서 오는 10월3일까지 60일간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성명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백신 미접종자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사람들이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이유로 월세를 제때 못 낸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금지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반발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의회 승인 없는 재연장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퇴거 유예 조치는 지난달 31일 종료됐다. 이에 민주당 내에선 백악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를 내놓은 이유다. 다만 지난달 종료된 기존 퇴거 유예 조치는 전국적으로 적용됐지만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는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만 적용되는 게 차이점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새로운 퇴거 유예 조치가 미국 인구의 90%가량을 대상으로 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의 전국적 퇴거 유예 조치를 CDC에 요구했다. CDC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 전체 카운티의 80% 지역에 해당되며 이 지역에는 미국 인구의 90%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법정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합헌적인지 모르겠다”며 “일부 학자는 그럴 것이라고 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소송이 이뤄질 때쯤엔 아마도 집세가 밀리고 돈이 없는 이들에게 450억 달러(약 51조 5000억원)를 주는 시간을 좀 벌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기존 코로나19 부양책 중 임대료 지원용 연방정부 예산 465억 달러가 아직 현장에 제대로 배분되지 않았다. 소송에 휘말리더라도 일단 이 예산이 배분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복안으로 분석된다.
  • 문체부, 출판진흥원장 후보 모두 거부 논란

    문체부, 출판진흥원장 후보 모두 거부 논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출판진흥원장) 새 원장 후보를 문화체육관광부가 모두 거부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어진 원장 선임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출판계에서는 문체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원장을 앉히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진흥원장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낸 최종 후보 2명에 대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지었다고 3일 밝혔다. 출판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임추위는 출판진흥원 이사 5명과 외부 인사 2명의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출판계 단체와 문체부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임추위는 원장 지원자 4명 가운데 종교전문 출판사 대표 A씨와 서울지역 구청장 출신 B씨를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해 문체부에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고, 문체부가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문체부 측은 무효 결정에 대해 “후보에 대한 인적 사항이 포함돼 결격 사유를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설립한 출판진흥원은 지난 정부 시절 1·2대 원장 낙하산 인사에 임명 철회 시위 사태를 겪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시절 출판 지원 사업인 세종도서 선정에서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게 밝혀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출판진흥원 이사회와 외부 인사가 임추위를 꾸려 문체부에 추천하면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쳐 문체부 장관이 공식 임명하는 형식을 새로 도입했다. 이 방식으로 지난 2018년 출판진흥원 최초로 김수영 원장이 새 원장이 됐고, 지난달 10일 임기를 모두 채우고 물러났다. 출판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문체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 원장 후보가 되자 후보들에 대한 결격 사유를 밝히지도 않고 모두 거부했다. 이러려면 임추위 존재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로 진흥원장 공석 사태가 적어도 2개월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출판진흥원은 “새로 임추위를 구성하고 지원자 재공모 및 면접 등을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의 진정한 가치는? [지효준의 맥주탐험]

    도심 속 수제맥주 양조장의 진정한 가치는? [지효준의 맥주탐험]

    미국 뉴욕 브루클린 남부 레드훅에 자리잡은 수제맥주 양조장 ‘아더하프 브루잉’(Other Half Brewing)은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맥덕(맥주덕후)들이 한 번은 오고 싶어 하는 ‘크래프트 비어의 성지’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 계열을 주력으로 하는 이곳은 오렌지나 망고,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 맛이 펑펑 터지는 맥주들이 일품이다. 항구 지역인 레드훅은 창고와 공장이 많아 범죄와 마약의 온상으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더하프 브루잉같은 힙한 가게들이 속속 들어오며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핫스폿’이 됐다.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아파트 단지 옆에 세워진 ‘징에이 브루잉’(京A Brewing)도 설립 당시에는 작고 영세한 양조장이었지만 꾸준히 ‘중국 특색’ 수제맥주를 출시해 젊은이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징에이’는 베이징의 차량 번호판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신의 지역에서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명칭을 찾아내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이 양조장은 미국 시애틀의 ‘홀리 마운틴 브루잉’(Holy Mountain Brewing)과 애스토니아 ‘뽀할라 브루잉’(Po hjala) 등과 콜라보 제품도 내놔 전 세계에 베이징 맥주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서울 합정동에도 ‘서울 브루어리’라는 양조장이 있다. 개인 주택을 개조해 매장이 작고 아담하지만 수준 높은 수제 맥주로 애호가들에게 ‘대한민국 대표 양조장’으로 평가 받는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맥주 컨셉트와 라벨 디자인을 통해 한국 맥주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일의 제품을 내놓는다. 맥주를 만들 때 생기는 엿기름 찌꺼기를 유기농 양계장에 보내 사료로 쓰고, 이것을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을 가져와 술안주로 만들어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순환 경제’를 실천한다.이들 양조장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맥주를 빚는다는 것과 양조장이 위치한 지역의 식재료를 중시한다는 것,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맥주를 끊임없이 개발한다는 것 등이다. 그들이 출시하는 제품들은 이미 각 도시를 대표하는 수제맥주로 자리매김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동네 주민들에게도 풍성한 주류 문화를 제공한다.도심 양조장은 지역의 주류 제조 시설이라는 지리적 정보 이상의 가치가 있다. 현대 수제맥주는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크래프트 비어’ 문화를 함유한다. 핵심 가치는 다양성과 독립성, 그리고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에 대한 응원 등이다. 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은 지역의 자랑과 애환, 애향심을 담아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들은 마을의 문화와 정신을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맥주를 선보이며 지역사회를 상징하는 이름을 붙인다. 수제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양조장들의 시도를 응원하며 열광한다. 도심 양조장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수제맥주의 가치와 문화를 더 많은 곳으로 전파시켜 사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해마다 가을이 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 신제품이 소개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새 제품을 들고 각종 신기능을 소개하면 관객들은 단순 박수세례를 넘어 미친 듯 열광하며 기뻐한다.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지역 기업에 대한 무한한 응원이자 믿음이다. 칭찬에 인색한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것이어서 부러울 때가 많다. 새로움에 대한 무한한 열광과 지지는 어쩌면 크래프트 비어 문화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은 변화 노력에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 수제맥주의 정신이야말로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유럽에서는 주말이 되면 주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을 브루어리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지역 축구단을 소리 높여 응원한다. 여기서 수제 맥주는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도심 양조장은 더 많은 이들과 수제맥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유리잔에 담겨져 나온 소박한 맥주에는 마을의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대한민국에서도 수많은 도심 속 양조장이 영업 중이다. 이들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동네 맥주’를 선보이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우리가 도시의 양조장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건 그저 알코올 음료를 소비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한민국과 내가 사는 지역사회를 사랑하고 아끼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된 뒤 기회가 된다면 마을의 수제맥주 양조장을 찾아 크래프트 비어의 정신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정리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들, ‘쇼트커트’를 이길 수 없다/유정훈 변호사

    [열린세상] 당신들, ‘쇼트커트’를 이길 수 없다/유정훈 변호사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 ‘쇼트커트’가 화제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쇼트커트는 페미’라며 안 선수를 비방하고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탓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이들을 오랜 기간 방치한 결과다. 근거도 없이 특정 표현을 ‘페미’ 혹은 ‘남혐’으로 몰아 대기업과 공공기관까지 굴복시키며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도록 놓아 둔 것이 남초 커뮤니티를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 연원은 2016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온라인 게임의 성우가 ‘Girls Do Not Need a Prince’(왕자는 필요 없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이 그의 교체를 요구해 게임 회사가 그 요구에 따른 사건이다. 비슷한 일이 조금씩 반복되다가 올해 5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GS25 편의점 포스터에 포함된 엄지와 검지를 모은 집게손, 이른바 ‘메갈 손가락’이 한국 남성의 성기 사이즈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항의가 쏟아졌다. 결국 회사는 사과하고 포스터를 수정했다. 이들은 다른 기업 및 기관의 홍보물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여러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기관마저 사과하거나 디자인을 수정하며 굴복했다. 억지는 받아 주니까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이지 그 자체에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억지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의사 결정을 남초 커뮤니티의 검열에 노출 내지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공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의 생떼를 들어주지 않고 무시함으로써 ‘노란 싹’을 잘라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으니 더 힘을 들여 비판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행태를 ‘논란’ 혹은 ‘논쟁’으로 포장해 언론이 확대재생산하지 않아야 한다. 페미니즘과 연관된 흔적만 엿보여도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는 공론장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사회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평범한 2030세대 남성이 겪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 마련은 정치권의 의무다. 그러나 ‘이대남’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남초 커뮤니티의 왜곡된 인식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는 포퓰리즘이다. 머리 모양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여성 차별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뿌리 깊은 문제이며 페미니즘은 양성 평등을 헌법에 명시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라고, 이런 행동은 우리 사회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금 당신들, 정치 리더들이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의과대학원 학생들을 만나 저소득층에게 기초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 서비스를 위한 돈은 누가 내냐”는 회의적인 질문에 그는 강당에 모인 학생들을 지목하며 ‘당신들, 여기 있는 여러분이 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많은 미국인이 아직도 로버트 케네디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불편하지만 옳은 얘기를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 중에 손가락 모양 가지고 ‘남혐’이라 문제 삼는 행태는 왜곡된 성차별주의라고, 여성의 외모를 타인의 시각과 남성의 기준으로 통제하려 들면 안 된다고, ‘혹시 페미냐’라고 사상 검증을 하려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라고 정면으로 지적하는 정치인이 있나. 우리에게는 남초 커뮤니티를 향해 당신들의 존재와 행동이 페미니즘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 독일 여자 체조 대표팀은 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하반신 전체를 덮는 새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미국 선수는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는 우리가 정한다”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노르웨이 여자 선수들은 얼마 전 유럽연맹 규정을 위반하며 비키니 하의가 아닌 반바지를 입고 유럽비치핸드볼대회에 출전했다. 이들은 1500유로의 벌금을 감수했고, 미국의 가수 ‘핑크’는 벌금을 대납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전진 중에 한국 사회에 ‘쇼트커트 페미’ 같은 퇴행이 범람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성차별주의자들. 세상은 누가 뭐라 하든 변할 것이고, 이미 변하고 있다. 편하니까 쇼트커트를 했다는, 지금 세계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여성을 당신들은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 [금요칼럼] 나무에게로 가는 길/전민식 작가

    [금요칼럼] 나무에게로 가는 길/전민식 작가

    요즘 나는 대부도의 한 사찰로 수목장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닌다.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그곳에서 보내는데 친한 선배의 청과 나흘이라는 시간을 거의 온전히 홀로 보낼 수 있다는 매력, 일정액의 보수가 그런 결정을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낯선 일이었지만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규모가 작은 곳이라 하루 종일 혼자 일을 한다. 올해 문을 열어 드나드는 이들도 드물고 근거지가 사찰이라 더없이 적막한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은 사찰 마당을 거닐며 망자와 망자의 가족을 맞이할 때 어찌해야 하는지 혼자 시뮬레이션을 해 보다 잠시 멈춰 새들의 울음에 홀려 멍청히 서 있기도 했다. 새들이 우는 소리와 바람이 구릉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나무들이 제 몸을 비벼대는 소리들이 이곳의 주인은 정적이라는 걸 절감케 해 준다. 어느 날엔 하루 종일 단 한 사람도 사찰을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겐 훌륭한 시간이지만 수목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망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방문객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가끔은 망자와 함께 유족들을 잔뜩 태우고 들어온 버스가 주차장 마당을 잠깐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 그들은 곧 입을 다물고 조용히 흐느끼는데 그 과정이 꼭 적막을 확인하는 시간 같다. 그들이 모두 나무 아래 모이면 나는 유골을 묻기 시작한다. 유골이 들어갈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벽을 한지로 두른 후 유골을 구덩이에 붓고 온기가 가시게 마사토와 섞는다. 가끔은 그 온기 때문에 섬뜩할 때도 있는데 그게 꼭 산 사람의 체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골이 구덩이 속으로 사라지면 흙을 덮고 그 위에 떼어두었던 잔디를 얹어 준다. 지신밟기를 하듯 손바닥으로 땅을 눌러 주면서 망자들과 나무들이 서로를 잘 맞아들이기를 빈다. 일 끝내고 사람들은 나무 밑에서 안식을 맞이했을까라고 의문을 품어보는데 푸르게 제 머리를 흔드는 나무들을 보면 만족한 눈치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혼자 살아왔든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왔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개의치 않는 눈치다. 아무리 형식적인 절차에 통달했다고 하더라도 나무가 자신을 의지한 망자들과 나눈 교류를 내가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딱히 섭리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나무에게로 가는 그 길이 부자연스럽지도 않고 삶의 진리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으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마음의 부담이 없다는 걸 느끼곤 한다. 유족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원래의 정적보다 더 큰 정적이 사찰을 가득 채운다. 처음 한 달은 그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 맥없이 나무들 사이를 휘젓기도 했다. 나무들을 의지 삼아 줄을 친 거미줄을 걷어내거나 나무 사이 곳곳에 숨은 잡초들을 뽑기도 하고 족히 1시간은 쓸어야 할 만큼 넓은 길과 마당에 하염없이 비질을 했다. 그런 후 나무 주변에 흩어진 말들을 떠올려 본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자세히 말하지 않지만 유골을 든 사람들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들이 살아온 세월이 얼마쯤 느껴지곤 한다. 죽은 자의 신상을 확인하고 그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거의 모든 가족들과 그들이 소곤거리는 말들 속에서 나는 망자의 내력까지도 얼마쯤 엿듣는다. 가족들은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기도 하고 아쉬움을 남겨 놓기도 한다. 그 말들이 나무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을 맞이했을 한 사람의 기억이 깃든 나무들이 바다에서 불어왔을 바람에 몸을 흔든다. 나무들이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살아남는다면 나무가 품어 준 사람들의 기억은 이 별 어딘가에 화석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리란 생각도 해 본다. 죽어 하나의 나무로 다시 기억된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 4차 대유행, 3분기 성장률 발목 잡나… 수출도 소비도 ‘안갯속’

    4차 대유행, 3분기 성장률 발목 잡나… 수출도 소비도 ‘안갯속’

    우리 경제가 올 1분기(성장률 1.7%)에 이어 2분기(0.7%)에도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9% 증가해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3.7%)를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제시했는데, 올해 정부 목표치(4.2%)보다 0.1% 포인트 높은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3분기부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1.6% 포인트,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기여도는 -1.7% 포인트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의 폭발적인 증가가 2분기 성장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소비가 늘었고, 서비스업(1.9%)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14조 9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이 풀린 재정정책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고 한국이 올해 4.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전망치 발표 땐 3.6%를 제시했는데, 3개월 새 0.7% 포인트나 높인 것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3.4%로 0.6% 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3분기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IMF의 이번 전망치도 4차 대유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현재까지는 당초 성장 전망에 부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향후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1~3차 대유행의 학습효과로 4차 대유행의 소비 충격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수출이 2분기에 전기 대비 2.0% 감소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2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낮아진 것도 수출은 2.0% 감소한 반면 수입은 2.8% 증가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건물과 토목이 모두 줄면서 2.5% 감소했고, 1분기 6.1%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2분기에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차 대유행으로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확산세 지속 여부가 변수”라면서 “수출도 이전만큼 기댈 수 없는 상황이라 1분기 정도의 강한 회복세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주인이 버린 뒤 차 타고 떠나자 쫓아가는 허스키 영상에 美 공분

    주인이 버린 뒤 차 타고 떠나자 쫓아가는 허스키 영상에 美 공분

    미국에서 기르던 개를 한적한 도로에 버리고 달아난 운전자의 모습이 촬영된 영상이 퍼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 속에서 버림받은 개는 갑자기 주인이 탄 차량이 떠나자 열심히 뒤를 쫓아가보지만 결국 따라잡지 못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텍사스주 엘패소카운티 호리손시티의 한 도로에서 젊은 남성이 멈춰 선 차량 옆 도로에 앉아 있는 허스키 종의 반려견 목줄을 풀어준다. 그러더니 혼자서 얼른 차량 조수석에 올라 문을 닫아버렸고 차는 개를 남겨둔 채 훌쩍 출발했다. 영문도 모른 채 남겨진 개는 주인이 탄 차량을 한참 동안 쫓아갔지만, 차가 속도를 더 내자 따라잡지 못했다.운전자는 개를 버리고 차에 올라탄 남성보다 더 나이가 많은 남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견을 버린 뒤 차를 타고 도망가는 상황은 뒤따라오던 여성 운전자가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샀다.네티즌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근처에 사람이 있어 도움을 받아서 불행 중 다행”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곧바로 당국에 이 같은 상황을 신고했다. 엘패소카운티 보안관실은 사건이 벌어지고 이튿날 바로 68세 남성을 동물학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SUV를 운전했던 남성은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보석금 5000달러(약 575만원)를 내고 당일 풀려났다. 보안관실은 수사를 계속하고 잇으며 개의 목줄을 푼 젊은 남성도 곧 체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관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물에게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보며 용의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려졌던 개는 생후 10개월가량으로 동물구조단체에 구조된 뒤 바로 다른 가족에 입양됐다. 개를 입양한 가족이 동물구조단체에 먼저 연락했으며, 입양에 필요한 모든 자격도 갖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구조단체는 개가 입양된 후 북극곰을 뜻하는 ‘나누크’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고 전했다.
  • [영상] 재난 영화처럼…높이 100m 모래폭풍 덮친 중국 상황

    [영상] 재난 영화처럼…높이 100m 모래폭풍 덮친 중국 상황

    전 세계가 극단적인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폭염과 폭우에 이어 모래폭풍의 공습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서부 간쑤성 둔황은 순식간에 모래폭풍에 휩싸였다. ‘모래 장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모래폭풍은 눈 깜짝할 새 고속도로를 포함한 도시 곳곳을 뒤덮였다. 당시 도로에 있던 운전자들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전해야 할 정도로 가시거리가 짧았다. 간쑤성 기상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황사의 최소 가시거리는 5~6m로, 최근 5년 내 가장 짧았던 것으로 확인됐다.이번 모래폭풍의 최대 높이는 100m에 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공개한 영상은 마치 재난영화를 연상케 하는 믿기 힘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멀리서부터 밀려드는 모래폭풍은 마치 해안가를 덮치는 해일과도 같았고, 주민들은 손 쓸 틈도 없이 고스란히 모래폭풍에 노출되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모래폭풍을 일으키는 황사는 3~5월에 나타나는데, 7월 중순을 훌쩍 넘어선 최근에도 중국 북부와 서북부 지역 일대에서 대규모 모래폭풍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북부 네이멍구에 모래폭풍이 발생해 약 40분간 도시 전체가 마비됐었다.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이미 폭염과 폭우, 홍수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재앙 수준의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극단적인 기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모래폭풍의 공습을 받은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 유타주에서도 강한 모래폭풍이 불어닥치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유타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차량 20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여러 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당국은 모래폭풍으로 운전자들의 가시거리가 짧아지면서 사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같은 막장극 다른 시청률

    같은 막장극 다른 시청률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던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3에 접어들면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매회 높은 화제성을 보였던 이전 시즌들과 대조적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새 시즌을 시작한 피비(임성한) 작가의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은 시즌2에서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억지 심하다 ” 펜트하우스 시청률 하락세 지난 6월 4일 첫 회를 시청률 19.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펜트하우스 3’는 시청자들의 비판 속에 시청률이 최근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반환점을 돈 6회에는 16.7%까지 내려갔다. 시즌1 최고 28.8%, 시즌2 최고 29.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상반기 주중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효자상품’이지만, 1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동시간대 KBS 1TV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과 어느새 비슷해졌다. 시청자들이 하나둘 ‘손절’하는 건 자극적인 전개와 부족한 개연성에 대한 피로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살인과 납치가 반복되고 죽었던 등장인물들이 계속 되살아나는 등 이전 시즌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신뢰가 떨어졌고 ‘반전’도 힘을 잃었다. ●‘오케이 광자매’ 안정적… 최근 시청률 30% 넘어 부족한 개연성은 김순옥 작가 특유의 ‘순옥적 허용’으로 불리며 재미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억지가 심하다”, “캐릭터가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의 자극적인 요소가 선을 넘다 보니 시청자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됐다”면서 “초반에 내세웠던 부동산이나 교육 문제 등 나름의 주제를 명확히 끌고 갔다면 메시지가 살아났을 텐데 지금은 인물들의 신경전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막장 대모’의 귀환으로 함께 주목받았던 문영남 작가의 ‘오케이 광자매’(KBS 2TV)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어 가는 중이다. 시대착오적인 설정과 갑작스런 전개가 비판을 낳기도 했지만 주말 가족극의 안정적 시청층을 유지하며 최근 시청률 30%를 넘겼다.●“개연성 부족하더라도 재미” 결사곡2 뒷심 5년 만에 복귀한 임 작가의 ‘결사곡 2’의 뒷심은 더욱 매섭다. 1회 4.9%에서 지난 24일 13회 시청률이 13.2%까지 치솟았다. 사망한 신기림(노주현 분)이 혼령으로 계속 등장하는 등 작가의 전작에서도 나왔던 황당한 설정은 여전하다. 그러나 세 여성이 겪는 남편의 불륜과 가정의 갈등, 이혼 과정이 그동안 쌓아 놓은 캐릭터와 서사 위에 펼쳐지며 폭발력을 얻었다. 공 평론가는 “임 작가의 작품은 고정 팬들이 있는데 ‘결사곡’은 전형적인 임성한표 드라마라 할 수 있다”면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어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 재미를 찾으며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 내려가는 ‘펜트’, 올라가는 ‘결사곡’…‘막장 대모’들 엇갈린 후반전

    내려가는 ‘펜트’, 올라가는 ‘결사곡’…‘막장 대모’들 엇갈린 후반전

    ‘펜트하우스3’ 자극적 전개·부족한 개연성시청자 비판 속 시청률 절반으로 하락‘결사곡2’ 갈등 폭발···시청률 13% 급등“자극 선 넘어…개연성 어느정도 있어야”시청률이 30%에 육박하던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3에 접어들면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매회 높은 화제성을 보였던 이전 시즌들과 대조적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새 시즌을 시작한 피비(임성한) 작가의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은 시즌2에서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난 6월 4일 첫 회를 시청률 19.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펜트하우스 3’는 시청자들의 비판 속에 시청률이 최근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반환점을 돈 6회에는 16.7%까지 내려갔다. 시즌1 최고 28.8%, 시즌2 최고 29.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상반기 주중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효자상품’이지만, 15%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동시간대 KBS 1TV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과 어느새 비슷해졌다. 시청자들이 하나둘 ‘손절’하는 건 자극적인 전개와 부족한 개연성에 대한 피로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살인과 납치가 반복되고 죽었던 등장인물들이 계속 되살아나는 등 이전 시즌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야기의 신뢰가 떨어졌고 ‘반전’도 힘을 잃었다.부족한 개연성은 김순옥 작가 특유의 ‘순옥적 허용’으로 불리며 재미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억지가 심하다”, “캐릭터가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의 자극적인 요소가 선을 넘다 보니 시청자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됐다”면서 “초반에 내세웠던 부동산이나 교육 문제 등 나름의 주제를 명확히 끌고 갔다면 메시지가 살아났을 텐데 지금은 인물들의 신경전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막장 대모’의 귀환으로 함께 주목받았던 문영남 작가의 ‘오케이 광자매’(KBS 2TV)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이어 가는 중이다. 시대착오적인 설정과 갑작스런 전개가 비판을 낳기도 했지만 주말 가족극의 안정적 시청층을 유지하며 최근 시청률 30%를 넘겼다. 5년 만에 복귀한 임 작가의 ‘결사곡 2’의 뒷심은 더욱 매섭다. 1회 4.9%에서 지난 24일 13회 시청률이 13.2%까지 치솟았다. 사망한 신기림(노주현 분)이 혼령으로 계속 등장하는 등 작가의 전작에서도 나왔던 황당한 설정은 여전하다. 그러나 세 여성이 겪는 남편의 불륜과 가정의 갈등, 이혼 과정이 그동안 쌓아 놓은 캐릭터와 서사 위에 펼쳐지며 폭발력을 얻었다. 공 평론가는 “임 작가의 작품은 고정 팬들이 있는데 ‘결사곡’은 전형적인 임성한표 드라마라 할 수 있다”면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어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 재미를 찾으며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 우리 아파트 ‘재건축 불가’ 이유가 뭡니까

    우리 아파트 ‘재건축 불가’ 이유가 뭡니까

    “우리 아파트 수돗물은 녹물이다. 공용 하수관이 깨어졌는데, 파손된 부위를 찾지 못해 저층 주민은 누수에 시달린다. 아파트 한 동은 약간 기울었고 …. 이런 아파트를 재건축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윤영흥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장) “작년 홍수에 240가구에서 심각한 누수가 있었다. 엊그제 장마에서도 지하를 비롯해 수십 가구에 심각한 누수가 있었지만 보험회사가 접수를 거부하는 실정이다. 이런 아파트, 재건축하겠다는 우리가 투기 세력입니까.”(이강석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재건축 준비위원장) 서울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이 헌 집을 헐고 새 집으로 다시 짓고자 하지만 통과 절차인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번번이 주저앉고 있다. 최근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태릉우성(1985년 준공·432가구)의 윤영흥 위원장은 25일 “우리 아파트가 재건축되지 않으면 노원구에서 재건축이 허용될 아파트가 없다”며 “평가 결과를 받아 보니 어처구니가 없어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릉우성은 1차 안전진단에서 48.98점(D등급)을 받았으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 결과 60.07점(C등급)으로 재건축 관문을 넘지 못했다. 윤 위원장은 “구조 안전성 평가에서 건물 기울기가 E등급(29.98점)이 나왔는데도 ‘시공 오차’라는 황당한 이유로 재건축 불가인 C등급(33.40점)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술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재건축 불가 판정에 불복하는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가 고덕주공9단지다. 이 단지도 지난달 받아 쥔 재건축 불가 통보를 항목별로 세세히 검토한 다음 지난 20일 이의신청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이강석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 즉 조건부 재건축인 51.29점이 나왔는데, 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인 62.70점이 나왔다”며 “10점 이상의 큰 점수 차는 앞으로 재건축 접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재건축이 허용된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보다 더 심각한 상태도 아니다”라며 “국토안전관리원의 ‘고무줄 잣대’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적정성 검토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전문 업체가 실시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산하의 국토안전관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두 기관만이 판단한다. 두 기관이 내린 적정성 검토 판단에 대해 해당 아파트를 직접 검사한 민간 안전진단 전문 업체들도 신뢰하지 못한다. 안전진단 업체 한 관계자는 “그들이 내린 결론에 대해 우리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많다”면서도 “적정성 판단에 대한 불복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자원 낭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2018년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주거환경 비중을 기존 40%에서 15%, 설비 노후도를 30%에서 25%로 낮추고, 구조 안전성을 20%에서 50%로 높였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충족하더라도 부실시공 등 붕괴 위험이 없으면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준공 37년차로 노원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태릉우성이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던 노원구 5만여 가구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노후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2020년 기준으로 4124동에 이르고, 노원구에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615동이 있다. 윤 위원장은 “도봉구 삼환아파트(1987년·660가구)는 재건축이 허용되고, 우리(태릉우성) 아파트는 안 되는 이유가 뭡니까? 1985년 우리 아파트는 튼튼하게 지어졌고, 작년에 안전진단이 통과된 삼환은 부실하게 건설됐다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우리는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보낸 시그널의 희생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늘구멍 같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 단지가 올해에는 지난 1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1987년·840가구) 외에는 거의 없다. 서울시나 국토부도 안전진단 통과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3기 신도시 완판을 위해 서울의 주택 공급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재건축을 통해 입주하기까지는 빨라도 6~7년이 걸린다. 재건축이 투기수요를 유입해 아파트 가격을 불안하게 한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안전진단을 재건축을 차단하는 정책 수단으로 쓰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정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안전진단이 주민의 주거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을 막는 정무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재건축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데는 성공했다. 상계주공6단지(1988년·2646가구)와 7단지(1988년·2634가구)와 목동 7단지(1986년·2550가구) 등이 재건축 절차 진행을 머뭇거리며 정부의 기조 변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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