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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산불 3년’ 헬기 르포/ 숯검댕 숲·황톳빛 산 그속에 ‘희망의 싹’이…

    검은 숯검댕을 달고 유령처럼 늘어선 죽은 나무숲,푸석거리며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토양,그 틈새에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자라나는 작은 생명의 싹들…. 강원도 동해안의 산불 발생지역은 황량한 사막의 죽은 모습과,자연의 생명력이 태동하는 두 얼굴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산불로 모든 것이 초토화된 지 3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이다.한식날인 6일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 본 산불지역은 여전히 삭막하기만 했다.최북단 고성군 현내면에서부터 남단 삼척시 원덕읍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동해안의 태백산맥 자락은 양양군과 속초시 일대의 국립공원 설악산 자락만 남겨놓고 온통 황톳빛 민둥산 일색이다. ●여의도 78배 삼림 여전히 삭막 꼭 3년 전인 2000년 4월7일.이날부터 9일동안 번진 산불로 삼림이 불덩이에 휩싸이며 잿더미로 변했다.여의도 면적의 78배(2만 3258㏊)나 되는 면적만 봐도 당시의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산불이 강풍을 타고 날아다녔던 탓에 골짜기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외딴 섬처럼 남아있는 푸른색의 숲들이 오히려 낯설기만 하다.민둥산 능선마다 벌목과 식목을 위해 거미줄처럼 이어진 작은 산길도 흉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토의 허파 역할을 하며 관동팔경의 풍치림을 자랑하던 동해안 소나무 군락지도 온데간데 없다.흙먼지 바람만 휑하게 불어대는 삭막한 땅으로 변한 모습이 가슴을 절로 아리게 한다.산불로 집과 세간살이를 몽땅 태우고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다는 송태설(60·고성군 죽왕면)씨는 “봄철만 되면 가위눌린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지금도 산불 얘기만 나오면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강릉시 사천면 인공조림지역에서 간이소방차로 물주기에 나선 함석호(38·강릉시)씨는 “사람들의 한 순간 실수로 중요한 자연이 어떻게 망가지는 지를 잘 보여준 교훈”이라며 “동해안 산들이 울창한 옛 모습을 찾으려면 적어도 50년에서 100년은 걸려야 할 것같다.”고 안타까워했다.함씨와 함께 식목에 나선 최종욱(39)씨는 “인간이 만든 재앙은 인간이 다시 가꾸고 살려내야 한다.”며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고 가꾸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이 푸른숲의 혜택을 보지 않겠느냐.”고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옛모습 찾으려면 50~100년” 한숨 산불피해 지역은 지난해 여름,태풍 ‘루사’ 때 폭우 속에 무너져내려 또 한차례 시련을 겪었다.손톱으로 할퀴어 놓은 것같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낸 붉은 산들은 나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주민 최돈희(41·강릉시 초당동)씨는 “3년 전 산불은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는 데,수해까지 겹쳐 살기 좋은 동해안의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아름드리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동해안 명물인 송이가 다시 돋아나려면 수십년은 족히 걸리지 않겠느냐.”고 한숨지었다.설상가상으로 고성군 일대에 산불을 피해 군데군데 살아있는 소나무 군락지들은 지난 겨울 잦았던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뚝뚝 부러져 산불피해의 동병상련을 앓는 듯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산불 피해 삼림지역 가운데 해안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선을 긋고 지나는 국도 7호선이나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변에는 지난 3년 동안 벌목작업과 인공조림이 이뤄져 어느 정도 새 단장이 됐다.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은 어림잡아 전체 산불면적의 20%쯤 될까.아직도 광활한 피해지역 대부분은 자연복원을 기다리며 고스란히 남아 있다.이같은 지역은 백두대간과 인접한 내륙 쪽이 대부분이다.아직 벌목도 안된 죽은 나무들은 세찬 풍파 속에 껍질이 벗겨진 채 회색빛 유령처럼 남아 있다.조상들의 묘지를 쓴 선산이 험준한 대관령 아래에 있어 3년째 벌초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김동일(54·삼척시)씨는 “봄철만 되면 간간이 묘목을 심으며 가꾸려하지만 산세가 깊고 면적이 워낙 넓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작년엔 수마까지… 사막처럼 푸석푸석 산불이 두번이나 휩쓸고 지나간 고성군 죽왕면과 삼척시 근덕면·원덕읍 일대는 아예 토양이 푸석푸석하게 사막의 모래흙처럼 변해 나무들이 제대로 자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강릉시 사천면 지역도 숱한 산불로 흙이 푸석푸석하기는 마찬가지다.강릉시 사천면 최종두(40)씨는 “나무를 심어 놓아도 활착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망의 숲에도 새 살이 돋아나듯 곳곳에 생명이 움트고 있다.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수년째 방치된 피해지역도 가까이 들어가 살펴보면 죽은 나무 밑동에서 어린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다.왕성한 자연의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주종을 이루던 소나무는 거의 사라졌지만 때죽나무·졸참나무·굴참나무·신갈나무·물푸레나무 등 활엽수가 소나무를 대신해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이들 나무는 벌써 2∼3m 높이의 키를 보이며 제법 숲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이달 중순 쯤이면 새싹들이 잎을 삐죽 내밀면서 민둥산도 푸른색 옷을 갈아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복원지역 회복속도 더 빨라 산불지역을 수시로 찾아 식생을 조사하고 있는 강원대 정연숙(46·생물학) 교수는 “인공조림 지역보다 자연 그대로 남겨놓은 지역이 더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며 “육안으로는 사막처럼 보이지만 곤충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개체 변화가 거의 없을 만큼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또 “죽은 나무의 싹인 ‘맹아’들은 병충해에 약하고경제적 가치가 떨어지지만 해마다 도토리 등의 열매를 생산해 숲속에 뿌리며 건강한 활엽수림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조림으로 심은 산수유가 노랗게 꽃을 피우는 사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죽은 나무 사이에는 새로 돋아난 싹들과 함께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새로운 숲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속초·강릉·삼척 조한종기자 bell21@
  • “예순으로 안 보인다고요? 훌라후프 덕 톡톡히 보죠”/‘理事 쇼호스트 1호’ CJ홈쇼핑 고려진씨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물러나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지금껏 제가 누려온 것들을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마음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당초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쇼호스트의 상(像)을 정립하고,후진을 양성하고자 했기 때문이거든요.” ‘이사 쇼호스트 1호’인 전직 아나운서 고려진(高麗珍)씨.예순하나라는 세월의 무게가 무색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여전히 고운 얼굴과 몸매를 간직하고 있다. 1962년 제주 KBS 공채 1기 아나운서로 출발,64년 TBC로 옮긴 뒤 ‘가로수를 누비며’‘동서남북’‘쇼 파노라마’ 등을 진행했던 한국의 대표적 여성 방송인이다. 1987년 은퇴했다가 1995년 CJ홈쇼핑에 쇼호스트로 재입사해 화제를 모았다.쇼호스트는 홈쇼핑TV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일을 한다.1999년 이사로 승진한 뒤 쇼호스트로 프로그램 진행과 사내 쇼호스트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임원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내 자신의 프로그램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매출을 생각하게 됩니다.회사 매출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바로 쇼호스트잖아요.그래서 교육시키는일도 경영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회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부터 쇼호스트 43명을 가르치고 있다.강의가 아니라 한명씩 모니터링해 면담하는 방식이다. “나만의 노하우를 남에게 전수해주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로 그런 기회를 갖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후진을 양성한다는 마음으로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상품 개발자,방송 연출자와 함께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을 연구하고 판매 전략을 짜는 일도 고민한다.경영과 영업 일선을 두루 관장하는 셈이다. “쇼호스트의 이미지를 정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전직인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는 각오를 갖고 새 영역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쇼호스트의 중요성은 TV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직접 사 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 수 있다.홈쇼핑에서는 상품의 질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에 못지않게 판매자의 설득이 큰 몫을 차지한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이나 준비된 멘트를 읊는 앵무새 역할이 아니거든요.모든 원고는 혼자 준비해요.상품 정보뿐 아니라 고객의 심리도 잘 읽어야 하죠.공부할 게 참 많아요.” 물건을 팔려면 경험이 중요한데 주부와 아나운서를 거친 덕분에 경륜을 가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홈쇼핑 천국인 미국에서는 쇼호스트들이 대부분 평범한 용모의 40,50대 주부라는 것을 아세요?” 그녀는 쇼호스트의 외모는 일반 연예인들처럼 미남미녀일 필요는 없다면서 지난 95년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당시 회사측은 국내 처음으로 쇼호스트 요원을 선발하기 위해 뛰어난 용모의 사람들을 1차로 추천했으나 미국 자문단은 대다수를 낙방시켰다. ‘호스트가 섹시하면 시청자들이 상품엔 관심을 갖지 않고 호스트 얼굴만 쳐다본다.’는 것이 자문단의 지적이었다. 덕택에 자신은 가장 좋아하는 일인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겸손해 한다.그녀는 나이가 들어도 카메라 앞에 서면 엔도르핀이 솟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저의 생명은 고객들이 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저는 해마다 올리는 실적을 바탕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몸이에요.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원할 때까지는 계속 방송에 나올 수 있지 않겠어요?” 그녀의 왕성한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데에는 무엇보다 가족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는 설명이다.그녀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육아·가사와 함께 직장생활까지 했을 때에는 남편의 협조가 가장 중요합니다.당시의 일반 정서와 달리 불평 한 번 없이 저를 응원해준 고마운 사람이지요.그런데 이제는 마음속으로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2년전 딸을 출가시키고 성북동 자택에서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무리 연륜과 일의 세계를 강조하지만 변함없는 미모 유지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시절 이후 꾸준히 162㎝에 48㎏을 유지하고 있어요.20대부터 볼링과 골프를 했어요.전국체육대회 볼링부문에 서울시 대표 선수로 참가한 적도 있지요.무엇보다 8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는 훌라후프가 노화를 막아주는 가장 큰 버팀목인 것 같아요.드라마를 보면서도 몸을 가만 두지 않고 계속 흔들어대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꾸준히 움직이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녀의 건강비법인 셈이다. 주현진기자 jhj@
  • 부시의 전쟁 / 여기는 이라크 전선 / 쿠웨이트서 급수 받는 움 카스르

    움 카스르(이라크 남부) 김균미·도준석특파원 타들어가던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움 카스르에 ‘생명수’가 흐르기 시작했다.지난달 30일 움 카스르를 장악한 영국군이 비무장지대(DMZ) 안팎을 가로질러 2.6㎞에 이르는 상수관을 건설,쿠웨이트 정부에서 제공한 식수를 3만 5000여 움 카스르 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DMZ관통 2.6㎞ 상수관 건설 영국군은 지난달 31일 DMZ밖 유엔 이라크-쿠웨이트 국경감시단(UNIKOM) 숙소 근처에서 가동에 들어간 상수관을 공개했다.쿠웨이트의 국경도시인 압달리 농장에서 DMZ내 UNIKOM 사무실로 연결된 상수관을 DMZ밖 이라크쪽 숙소까지 연장하는 공사가 5일 만에 끝나고 식수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새퍼 스프링’으로 명명된 이곳 상수관 근처에는 움 카스르와 움 카야,아즈르마야,심지어 바스라에서 온 물탱커 트럭 10여대가 물을 받아가려고 줄서 있었다.지름 200㎜의 PVC관을 통해 콸콸 쏟아지는 물로 20t짜리 탱커를 채우는 데 드는 시간은 30분.이라크 운전사들과 10대 소년은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의 영국군과 격의없이 얘기를 주고받았다.조금 떨어진 철조망 너머에는 영국군이 국경 근처 마을 주민들을 위해 따로 연결한 관으로 물을 받아가는 주민들 모습이 보였다.이날 하루 동안 100만ℓ의 물이 제공됐다.물맛도 좋고 시원했다. 상수관 연결공사를 담당했던 영국군 휴 워드 소령은 “식수를 매일 200만ℓ씩 움 카스르와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로 공급하게 됐다.”면서 “어제 어린이들이 마실 물이 없어 고통스러워해 하루 앞당겨 20만ℓ를 공급했다.”고 말했다.워드 소령은 탱커 트럭이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이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움 카스르 주민들은 그동안 바스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왔다.연합군의 공격으로 전력 및 상수시설이 파괴돼 마실 물이 귀해지자 움 카스르 주민들은 탱커 트럭에 물을 싣고와 파는 업자들에게 ℓ당 10디나르(약 미화 30달러)를 내고 물을 사마셨다. 새퍼 스프링이 가동되면 무료로 물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되던 지난달 30일 영국군이 물세를 매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새퍼 스프링의물을 개인 탱커 트럭 소유자들이 싣고 마을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수송비와 연료비조로 ℓ당 5디나르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영국군은 돈을 받고 물을 파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英 하루 200만ℓ 물 공급 ‘민심얻기' 식수공급이 재개된 이날 움 카스르 주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30명의 외국기자들은 낭패를 맛봤다.주민들이 언론 접촉을 극히 꺼리고 있다는 것.아니 두려워하고 있다고 영국군측은 설명했다.그러나 이미 서방 TV를 통해 이들의 모습이 공개된 마당에 언론의 주민 접촉을 제한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움 카스르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영국군 스티브 콕스 대령은 시내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사담 후세인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후세인에 충성스러운 민병대나 바트당원들이 언제 보복할지 몰라 집안에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고 했다.여전히 불안하다는 소리다. 시내 곳곳엔 아직 후세인의 사진이 나붙어 있다.미군이 이라크 마을에 진입하면서 후세인의 사진을 찢는 장면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콕스 대령은 “주민들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진을 뜯어낼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은 12년 전 시민봉기를 촉발시킨 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피의 보복을 당하게 만든 미군에 대한 원한과 불신이 매우 깊다.콕스 대령은 “움 카스르 주민들이 우리를 믿도록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물과 전기,안전을 제공하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인 바트당원들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전기공급도 31일 재개됐다. 움 카스르 진주 8일째인 31일까지 영국군은 30명의 바트당원들을 체포했고,나머지 5∼6명과 항구 근처 창고 등에 숨어 있는 이라크 정규군 잔당을 색출하고 있다. 주민들이 바트당원들이 숨어 있는 주소와 이름을 쪽지에 적어 건네주고 있다.영어를 할 줄 아는 의사나 교사가 영국군을 돕고 있다.하루가 다르게 순찰중인 영국군에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영국군과 축구를하는 아이들 모습도 가끔씩 눈에 띈다고 한다. 움 카스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과 30년간 짓밟혔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고 인간답게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콕스 대령은 말했다. kmkim@
  • 詩 안으로 끌어들인 ‘醜의 미학’/김지하 수묵시화첩 ‘절, 그 언저리’

    민주투사,시인,사상가,동양화가….이런 수식어보다는 그저 ‘예술가’란 말이 어울리는 김지하.그가 새 봄 두가지 모습으로 속내를 내비쳤다.하나는 계간 문예지 ‘시작’과의 신춘대담이고,다른 하나는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수묵시화첩 ‘절,그 언저리’(창작과비평사)이다. 시화첩은 2001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절 순례 시 32편에다 매화·난초·달마를 소재로 “만날 먹장난”한 수묵화를 보탠 것이다.가는 곳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상상의 나래 속에 선인들을 불러들여 민족의 앞날을 사색한 힘겨운 기록들이다. 그는 “지난해 시집 ‘화개’의 애잔함·슬픔을 넘어 선(禪)적 생명의 숭고함에로,불(佛)적 영성의 심오함에로 나아가고자 했고,그 과정에서 ‘괴(怪)’와 ‘기(奇)’와 ‘추(醜)’를 도리어 시 안으로 끌이들이고자 했다.”고 말한다. 선문답처럼 들리는 설명을 이해하려면 ‘신춘대담’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김지하는 지난해 ‘붉은 악마와 촛불 행진’으로 터져나온 민족의 역동성을 “역사적 전환기에 나타나는 민중적 힘”으로 바라봤다.이 힘을 문학적 추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론화 이전에 추,괴,기,축제성,골계에 근거한 이미지네이션을 통한 작품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흔히 비정상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는 추,괴,기 등에 당대 문화논리를 전복할 수 있는 힘이 잠재돼 있다.대담에서 그는 김정희의 예를 들면서 그가 당대에 유행하던 우아하고 귀족적인 글씨를 부정하는 그릇을 ‘괴와 기의 미학’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정점을 김지하는 눈 속에서 봄을 예언하는 매화로 비유한다.“유생들은 꽃에만 집착했지만 구부러진 줄기와 몸체,거기에 진짜가 있다.”며 이것이 서구의 ‘추(醜)의 미학’과 통한다는 것.이 미학이 문예부흥·문화혁명을 관통하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절,그 언저리’는 이런 그의 주장을 시와 그림으로 모색한 것이다.환웅·단군의 얼굴을 붉은악마에 연결하는가 하면(시 ‘삼성각’),‘백정의 스승이 되고/민중의 참벗이 된’(‘백정의 난’)동학당소년 접주 김도야가 독학한 수묵기법을 통해 가능성을 찾기도 한다. 이종수기자
  • 이사람/ 노조가 연임 원한 은행장...주주 만장일치로 재선임 심훈 부산은행장

    지난 25일 부산은행 주주총회가 열린 부산 중구 동광동 부산데파트 4층 부산은행 중부지점 강당.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만장일치로 부산은행장의 재선임을 의결하자 심훈(沈勳·62) 행장의 두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지난 3년간의 힘들고 고단했던 순간들이 그의 뇌리를 스치는 듯했다.본점 부장단은 물론 노조에서도 연임을 요청하던 일이 떠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부산은행 발전과 인재 양성에 더욱 힘써 앞으로 3년 후에는 내부에서 유능한 행장이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히 벗겨진 이마와 짙은 눈썹,금테 안경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강직함과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인다.한국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3년 전에 한국은행 부총재에서 좌초 위기에 몰린 부산은행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그 당시 ‘왜 모험을 하느냐.’고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그러나 그는 “고향인 부산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모험에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다. 심훈 행장이 35년간 몸 담았던 한국은행을 떠나 부산은행에 부임한 것은 2000년 7월.당시 이 은행은 크게 두가지 어려움을 맞아 풍전등화와 같았다.부산지역 고객들로부터는 은행의 존립여부에 대한 의심을 받았고,은행 직원들도 지방은행의 도산 분위기 속에서 새 행장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고객들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았고,직원들은 사기가 떨어져 있었습니다.주주들마저 주가하락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심 행장은 은행의 생명인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몸을 던졌다.이 때문에 180개 지점을 링거를 맞아가며 하루에 10여곳 이상 도는 강행군을 이어갔다.비중있는 거래처는 체면을 버리고 직접 찾아갔다.영업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심 행장은 절로 신바람이 났다.이런 과정에서 우연찮게 은행정상화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를 잡았다. 때마침 계약 경신을 앞두고 있는 부산시금고를 잡는데 승부수를 던진 것.부산시금고는 관례적으로 옛 상업은행(현재 우리은행)이 계속 맡아왔다.그는 부산은행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산시금고 유치가 급선무라 생각하고 여기에 매달렸다. “당시 부실한 부산은행이 3조원이 넘는 시 예산을 어떻게 취급하겠느냐.”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었다.심 행장은 우선 지역 언론계를 찾아다니며 당위성을 설명했다.이어 “시금고를 따내지 못하면 부산은행은 망한다.만약 유치에 실패하면 행장을 그만두고 부산시장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부산시 압박전략’을 구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그는 부산시금고 유치에 성공했고,이것이 오늘의 부산은행으로 변신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심 행장은 회고했다.당시 금융계에는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돈을 맡긴 고객들의 예금이탈 조짐이 일고 있었는데 시금고 유치로 고객들의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것.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던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영업에 임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2년여 뒤인 지난해 말 부산은행은 당기순이익 1480억원에 달하는 우량은행으로 변신했다.또 2000년 12월 수신고는 10조 3000억원,고객수는 283만명이었으나 지난해 12월 수신고가 13조,고객수는 315만명으로 수신고가 26% 증가했으며,고객도 28만명이 늘었다고 자랑했다. 1967년 은행설립 이후 최대의 흑자를 내 외환위기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주주배당도 했다.부임 당시 1600원대였던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 현재 50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은행주 가운데 올해 주가가 오른 것은 부산은행이 유일한 점도 돋보인다.총자산 역시 3조 5000억원이나 증가하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입이 8.2%에서 20%대로 대폭 늘었다. 시금고를 유치한 뒤 그는 부산시민들에게 두가지 약속을 했다.부산은행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은행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한 것.또 하나는 고객과 주주에 대한 신뢰를 위해 각종 경영 실적과 목표를 과장하지 않고 정직하게 발표하겠다고 했다.지금도 이 약속을 지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부산시민을 위한 그의 신의·성실의 자세는 그에게 따라다니는 ‘금융계의 상록수’ ‘금융계의 미다스’ ‘경영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하는 대목이다. 심 행장은 부산은행과 거래를 트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유망 중소기업에는 파격적인 저리융자를 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CEO(최고경영자)가 갖춰야할 조건에 대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능력과 강한 리더십,솔선수범 정신과 일에 대한 열정”을 꼽는다.아울러 자기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독특한 그의 음주스타일도 화제다.폭탄주 10잔 정도는 거뜬히 마시지만 ‘2차’는 단호히 거부한다.회식자리가 아무리 길어도 오후 9시를 넘기지 않는다.다음날 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취미는 운동과 영어공부.운동에 만능인 그의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이다.한때 싱글을 치던 골프는 보기플레이 정도로 내려앉았다.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CNN방송 등을 청취하며 국제사회의 흐름을 익히는 등 부산은행 발전을 위해 자신을 던지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새영화/ 새달 4일 개봉 ‘하늘정원’ 시한부 환자 사랑… 뻔한 스토리

    ‘하늘정원’(제작 두손드림픽쳐스·새달 4일 개봉)은 한류 열풍의 주역 안재욱과 이은주가 짝을 이뤘다는 대목에서부터 눈길을 모으는 청춘멜로다.안재욱의 동남아 팬들까지 ‘원정’온 통에 지난 25일 시사회장은 마치 팬클럽 모임 같았다. 영화는 요즘 한국멜로의 공식을 빼고 보탬 없이 그대로 따랐다.시한부 인생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인연이 닿은 남자와 숙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줄거리.빤한 이야기 얼개로 드라마의 매듭을 얼마나 솜씨좋게 묶었다 풀었다 할지,감독의 연출역량에 영화의 성패는 달린 듯하다. 쾌활하고 당당한 성격의 분장사 영주(이은주)는 위암말기 환자.불치병을 후반부에 깜짝카드처럼 들이밀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내는 의도가 의아할 만하다.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하는 젊은 의사 오성(안재욱)이 등장하면서 이내 필연의 끈이 남녀를 묶게 되리란 예감이 든다. 시한부 생명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영주에게,오성은 처음엔 연민을 느낄 뿐이다.그러다 혈혈단신인 영주가고통과 외로움을 못이겨 자신의 병원으로 찾아오자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둘의 감정변화에 초점을 한정할 듯하던 영화는,죽음을 기다리는 그곳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끼워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호스피스 병원이 주요무대인 덕분에 고즈넉한 시골정취(경남 사천)가 멜로의 감성을 한층 북돋운다.그러나 조금만 논리를 따지는 관객이라면 물음표를 찍을 대목들이 많다.설명부족인 사건전개와 성급한 감정변화는 ‘이 영화,속편이야?’싶게 당혹스럽다.부모를 일찍 잃고 외롭게 자랐다는 닮은꼴 환경에서 동류의식을 느낄 만하나,이렇다 할 동기 없이 오성이 영주를 숙명적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설정은 요령부득이다.오성이 “떠나는 슬픔보다 남겨지는 슬픔이 더 가혹하다.”며 그토록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숨겨진 사연이 뭔지,설명을 싹독 자른채 감상적인 대사만으로 눈물나는 로맨스를 어물쩍 엮으려 했다.CF감독 출신인 이동현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
  • [CEO 칼럼] 지금은 ‘석유전쟁’ 중인데…

    “내 돈 쓰는데…” 생각 버려야 ‘자원빈국'서 무한대 소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테러국 지도자를 응징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말고도 ‘석유’라는 인류 최고의 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세녹스’라는 유사 휘발유 붐이 일었다.정부는 뒤늦게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기름값 10원이 아쉬운 서민한테는 제품의 단점보다 장점이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무한대의 풍요를 누려오고 있다.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들,겨울철 아파트에서 반팔 차림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그리고 매일 헤아릴 수 없이 버려지는 1회용품들….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한국이나 한국인이 기대 이상으로 잘 사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아직도 지구에 이렇게 낭비할 자원이 많이 남아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선진국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절약정신을 체득했다고 한다.우리는 그런 말들을 듣게 되면 ‘으레 하는 이야기’로 치부하거나,적당히 동의하는 선에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나 자신이 그렇게 꼬장꼬장하게 ‘따져 가며’ 사는 데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은 까닭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자원빈국이다.초등학교 시절의 교육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며,산림자원이나 수자원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게 없다.그런데도 자원 소비는 ‘아쉬울 것이 없는’ 수준이어서 가끔 죄책감이 들게 한다. 더욱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새롭고 좋은 것만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충분히 쓸 수 있는 물건을 단지 유행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버리고 또 새 것을 찾는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순환구매가 빠르게 이뤄지므로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자원 재활용 수준이 높다고 한다.이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듯하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물건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인된 합의가 있는 것이다.쉽게 사고,쉽게 버리는 소비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거의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상 자원 종속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교육을 통해 유행보다 전통과 기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자원 절약은 소비자만의 의무가 아니다.소비자에게만 자원절약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오래 전 자급자족 체제로 돌아가자는 억지주장이 될 수도 있다.기업은 경영상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공익을 우선하는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생산된 제품이 환경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제품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그리고 소비자의 습관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자원이 더 많이 재활용되고,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또 소비적인 정책보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같은 생산적인 정책에 예산과 인력을 더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부 국가에 편중된 자원을 아까운 줄 모르고 쓰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어린아이와같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자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내 돈 주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따위의 생각은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우리 모두의 생명을 이어주는 귀중한 자원에 사회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김 주 형
  • ‘알기쉬운 심장병 119’ - 박승정 박사가 말하는 ‘심장 건강지키기’ 10계

    생명 유지에 필수적 체액인 혈액을 흐르게 하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무게라야 고작 주먹 크기인 300∼350g에 불과하지만 1분에 60∼100회씩 끊임없이 박동하며 하루에 무려 8톤의 피를 퍼내는 ‘힘들고도 지겨운 일’을 죽도록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심장의 역할이나 피로에 대해 따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데 너무나 중요한 심장이지만,그 심장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소홀한 것도 사람이다. 그런 심장의 반란일까.최근 들어 심장이 고장을 일으켜 빚어지는 돌연사가 늘어나고 있다.원인은 사람들의 잘못된 관리에 있지만,안타까운 것은 이중 상당수가 심장에 대한 무관심,심장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런 심장병을 종류별로 열거하고 병증과 예방·치료법을 알기 쉽게 제시한 의학박사 박승정씨의 새 책 ‘알기 쉬운 심장병 119’(가림출판사)가 나왔다.책을 지은 박승정 박사는 국내 심장병의 권위자로,현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중. 저자는 책에서 동맥경화증은 물론 협심증,심근경색증,부정맥·심근심낭질환 등 다양한 관상동맥질환들을 상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심장병에 적용하는 최첨단 의료기술인 심혈관 조영술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특히 심장병 예방을 위한 건강지침을 따로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그가 말하는 ‘심장병 예방을 위한 건강지침은 ▲규칙적인 운동 ▲여가즐기기 ▲긍정적인 생활 ▲정기 건강검진 ▲성인병 조기치료 등 ‘하자 5가지’와 ▲짠 음식 ▲과식,기름진 음식 ▲담배 ▲과음 ▲혼자 치료하는 행위 등 ‘하지 말자 5가지’로 나뉘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운명론적 절망감 때문에 내키지는 않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인명은 재천(在天)’이라는 말을 믿는다.그러나 사람이 살아 숨쉬는 동안은 인간의 명석함을 더 믿고 싶다.”고.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장편 ‘일요일‘ 낸 獨체류 소설가 배 수 아 이메일 인터뷰“우리시대 빈곤이 작품 모티브”

    “지금까지 내가 만났거나 혹은 직접 만나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빈곤을 읽었다.그것이 작품을 쓰게 된 최초의 모티브다.” 몽환과 환상적 문체가 특징인 소설가 배수아(38)가 장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원래 인터넷사이트(novel21.com)에 연재한 작품들을 수정·보완한 것이다.원고를 넘기고 지난해 12월20일 독일로 훌쩍 떠나 3개월째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있는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이전엔 소설이 나오면 짐을 벗었다는 생각만으로 좋았는데 지금은 외려 마음이 무겁다.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오류가 드러나니까.이는 작가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인데 이를테면 나는 언제나 변하고 있으며,변하기 이전의 상태를 참을 수 없다는 뭐 그런 생각이다.” 세월이 흘러서 그런 것일까.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던 배수아의 문체도 현실 쪽으로 성큼 다가와 안정된 느낌을 준다.인물을 그리되 이미지나 내면 풍경에 기대기보다는 대화나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직접적으로 묘사해 이전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작품은 17편의 에피소드가 연작처럼 얽혀 따로 놀지 않고 맞물려 있다.그렇다고 줄거리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예컨대 표제작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에 나오는 인물은 국립대교수였다가 교통사고로 ‘밥버러지’가 된 ‘마’와 부인 ‘돈경숙’과 아들 세원,그리고 전처인데,이들은 각기 다른 작품에서도 주요 인물의 밑그림으로 등장한다.‘마’의 전처인 박혜전과 그 주위를 얼쩡거리는 백두연,가난해서 결혼을 미뤄온 성도와 진주,그들의 결혼을 말리는 딩크족 부부 김요환과 배유은 등 나머지 인물도 이렇게 톱니바퀴처럼 물리면서 ‘가난’과 ‘사랑’을 주제로 모였다 헤어졌다 한다. 그 만화경 속에 때론 지식인의 허상(백두연,음명애,우균,김요환)을 꼬집기도 하고,때론 돈이 신앙인 영혼(돈경숙,표현정)과 소비만이 미덕인 신세대(세원,털 모델)를 들춰낸다.마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구성을 연상케 한다. “이런 구조는 글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다.‘난쏘공’을 염두에 둔 적은 없다.처음에는 겹치지 않게시도했으나 이야기가 흐를수록 지나치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바람에 불가피한 구성이었다.영화 ‘숏컷’을 기억하는가? 단편소설을 모아 장편영화로 만든 것인데 소설의 구조를 짜면서 그 영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도 있다.” 인물을 드러내는 방식도 재미있어 손을 놓기 어렵다.단편마다 작중 인물을 바로 밝히지 않고 요리조리 돌리면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준다.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의 등장이 혼돈을 줄 수도 있다.이런 기법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작중 인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이유는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혼란스럽지는 않다.왜냐하면 등장인물 누구도 이야기 진행에 주도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산만하다거나 캐릭터에 생명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견해는 고전적 기법에만 의존한 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의도적으로 철저히 분산된 시각이 내가 선택한 화법이었다.” 제목의 의미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그저 식당 이름에 불과한 것”이라며 “글쓰는 동안 정작 스키야키를 한번도 먹지 못했다.”고 말한다.독일에서 4계절을 보낸 뒤 지난해 7월 돌아온 그가 그곳을 되찾은 이유도 궁금해 근황을 묻자 “독일에 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베를린영화제를 보는 것이었다.3월 말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이곳 생활이 생각보다 더 행복해 좀 더 있다가 돌아갈 예정이다.”고 말한다. 방 하나짜리 집을 빌려 콕 틀어박혀 빈둥거리며(?) 음악과 창작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새 장편을 곧 내놓을 것이라며. 이종수기자 vielee@
  • NGO/시민단체 다시 결집,새정부 새만금사업 지속 방침 반발

    ‘사업 중단이냐,재개발이냐’ 새 정부 출범이후 ‘새만금 개발사업’이 전격중단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환경단체들이 정부측이 재개발 의사를 내비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새만금 갯벌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환경·시민단체들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전북도민 공청회에서 “농지로 개발하려는 기본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히면서 또다시 사업중단이냐 개발이냐의 논란에 휩싸였다.환경단체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새만금사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환경단체들은 “개발 목적이 사라진 만큼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사업을 추진해 온 당국은 “백지화는 불가능하며 전북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먹기도 버리기도 거북한 ‘계륵’(鷄肋)이 돼 버린 새만금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의 강도와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를 통해 전라북도 군산,김제,부안에 접해있는 1억 2000만평 규모의 갯벌과 바다,새만금이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모색해본다. ●“법적 대응 등 사업 중단 투쟁에 나설 것” 환경·시민·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등의 투쟁 강도는 과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사생결단의 기세이다.새 정부가 10대 국정운영과제에서 환경정책을 누락시킨 데에는 새만금사업 계속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새만금 갯벌보전과 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새만금 생명의 소리행동’에 들어간 데 이어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은 오는 28일부터 전북 부안 해창 갯벌에서부터 서울까지 모두 270㎞ 거리를 한달 일정으로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할 계획이다.또 행사에는‘세계적 영적 스승’ 틱낫한 스님도 동참할 예정이다.이들은 성명서에서 “새만금은 농지확보라는 미명아래 갯벌에 기대어 사는 2만여명의 전북 어민들의 생계를 빼앗아간 망국적 국책사업의 전형”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총장은 “갯벌의 파괴는 결국 인간의 생명에까지 위협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농림부 장관과의 면담과 함께 공유수면 매립면허 취소를 위한 법률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지난 1998년 전북도의 계획을 추진할 경우 공사완료 예정시기인 2011년까지 당초 사업비 1조 3000억원의 22배가 넘는 29조원이나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예로 들면서 “엄청난 공사비,환경파괴,어민보상문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새만금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재검토 후 친환경적 개발에 나설 것” 그러나 새만금 사업을 전면 백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그 대신 ‘친환경적 개발’‘지방분권적 차원의 사업추진’의 틀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1년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4개의 방조제와 갑문시설 등 외곽시설의 80%가 끝났으며,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1조 4000여억원이 쓰여진 상태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전라북도 등은 이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된다면 이미 시공된 시설이 무용지물로 변하는 등 엄청난 국고 손실이기 때문에 계속해야 한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게다가 방조제를 만드는데 쓰인 흙과 돌이 유실되면서 해양 환경이 파괴되고 선박통행시 사고가 우려되는 등 중단으로 야기되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현석기자 hyun68@
  • 자연친화화가 추경 작품전 “”눈 속에 핀 꽃 보셨나요”

    서양화가 추경의 그림을 특징짓는 것은 푸른색 계통의 단색조다.겨울숲이나 눈 속에 피어있는 꽃 등 자연의 모습을 온통 푸른 화면에 담는다.그에게 색채는 이미 단순한 물질적 요소가 아니다.작가에게 색채는 보들레르가 즐겨 말한 ‘생명의 수액’이요,고갱이 표현하듯 꿈의 언어다. 서울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경 개인전’은 새 생명이 움트는 이 즈음,썩 어울리는 전시다.경기도 가평 설악면 산자락에 작업실을 차린지 5년,작가는 마침내 대자연에 대한 경이를 설중화(雪中花) 시리즈로 재현했다.“스님이 동안거하듯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림에만 매달렸다.”는 게 작가의 말.이번 전시엔 100호 이상 대작만 20점 이상 나와 있다. 추경의 작품은 하나같이 자연친화적 ‘환경미술’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그가 즐겨 그리는 설중화나 겨울숲은 실재의 이미지와 심상의 풍경을 넘나든다.작가가 자연을 화폭에 옮기되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감각을 체득한데서 비롯된다. 작가는 물감을 직접 만들어 쓸 만큼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색을만들어내는데 열정을 보인다.색채란 무릇 변덕스럽고 포착할 수 없으며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하지만 추경 작품의 푸른 색은 그대로 차분하고 이지적인 느낌과 통한다.종종 그림 속의 ‘그림’을 두는 식으로 전면회화의 무료함을 덜어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전시는 31일까지.(02)3457-1665.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 임기제 공직자의 ‘줄辭表’

    공직에 관한 인사 하마평(下馬評)이 이처럼 어지럽게 춤추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예상과 추측이 적중하든 빗나가든 인사보도를 즐기는 독자나 시청자가 유독 많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이같은 인사정보중독증을 한층더 부채질한 계기가 최근 있었다.장관직 국민인터넷추천제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대통령직인수위의 모형이 된 유일한 사례라 할 미국의 대통령직교체위의 원래 주된 임무는 다른 무엇보다도 각료 및 참모진의 인선작업인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인수위는 내각과 국정원장 등 장관급 요직인선이 미처 끝나지도 않은 가운데 지난달 21일 그 활동을 마감하였던 것이다. 밖에서는 전쟁이 터지든 북한 미사일이 동해에 떨어지든 주식이 곤두박질을 치든 오늘도 내일도 인사타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전대미문의 대통령·하급검사의 대좌(對坐) 역시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인사문제 바로 그것이었을 뿐더러,생업에 바빠야 할 국민들까지 끌어들인 격이 되었음은 물론이다.생방송으로 중계된 대통령의 대(對) 국민 설득 이벤트가 비록 성공하였더라도,불과 몇 시간 뒤 또 하나의 장관급 ‘임기직’ 보장이 깨어졌다면 적어도 헌정운용의 차원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 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를 보면서 ‘임기직’ 공직에 대한 우리의 왜곡된 인식을 이제는 가다듬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임기를 보장하지 않는 임명권자에 그 탓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성실히 그러나 엄정하게 임기를 마치려고 하지 않는 당해 공직자의 미흡한 의지가 경우에 따라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2년 임기의 거의 대부분을 남겨둔 채 검찰총장이 사임한 바로 같은 날,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표적 정부산하단체장인 한국방송공사사장이 70일 임기를 남겨둔 채 사임하였던 것이다.여기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대통령제 운영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분명 흠잡을 것 없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그러나 다른 한편 ‘차등(差等)임기제’는 대통령교체에 따른 독식과 판갈이를 막기 위한 헌법제도라는 그 숨겨진 뜻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그것이 헌법상의 임기직이든 법률상의 임기직이든 그 기본 취지는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은 임기 6년,국회의원과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은 임기 4년으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바,우연한 햇수의 선택이 아니며 그것이 바로 임기의 차등화임은 물론이다.주요 헌법기관의 임기를 이처럼 의도적으로 엇갈리게 함에 따라 정부 교체가 초래할 전횡을 차단하고 상호견제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법률에 따른 장관급 ‘임기직’만도 현재 10개에 이르고 있고 대통령소속의 위원회 장들의 경우도 똑같은 취지에서 제도운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특히 이들 기관들은 그 성격상 기관독립성이 생명이라 하여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는 분명 대통령제 정부교체의 어김없는 요청이며 현상인 것이다.이념과 입장,정강과 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자리메움을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다만 정부교체에 따라 새 대통령이 행사할 차관급 이상 고위정무직 200여개 가운데 임기직은 오히려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다시 말해서 ‘임기’를 굳이 붙인 까닭은 주어진 직위의 성격상 필수적이므로 그처럼 제도화되었다고 보아야 마땅하다.요컨대 과거 정부의 관행이 어떠했든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임기제가 통째로 무시된다면 엇갈린 임기 주기가 보완해주기 마련인 견제기능도 기대할 수 없게 됨은 물론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기제공직도 아니며,5년을 보장한다는 교육부총리도,2년 이상을 보장한다는 여타 장관직의 수명도 아니다.진정 바꾸어야 할 것은 인사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다. 권 영 설
  • [공직자 에세이] 한 그루 나무를 심는 마음

    국민의 희망을 안은 새 정부가 힘차게 출범했다.나라 안팎이 많은 어려움에 싸여 있는 이때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국내적으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민족적으로는 북핵문제,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여부로 불안해진 우리 미래를 과연 어떠한 희망으로 바꾸어 내야 할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평화로운 나라를 이루는 것,희망적인 경제발전을 지속하는 것 모두 쉽지 않지만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으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걱정과 희망이 중첩되는 이때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네덜란드 철인(哲人)의 경구가 이 시대에 매우 적합한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적(汎神論的) 사고가 함축된 이 말은 세상의 종말이라는 우주적 사건보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구현되어 있는 자연적 생명을 더 가치 있게 여김으로써 자연의 모든 생명을 신적 존재로까지 격상시키는 지극한 생명존중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한다. 우리가한 포기의 풀도,한 그루의 나무도 이렇게 아끼는 마음이었다면 지하철에 탄 20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사지(死地)에 방치하거나 얼마간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안전하지 못한 자재를 사용하는 어리석음은 범치 말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깊이 반성하게 된다. 둘째,이 말은 주위 여건이 어떻게 심각히 변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철학을 끝까지 견지하겠다는 의미로 스피노자의 강한 사상적 일관성을 알 수 있게 한다.실제 스피노자는 그의 범신론적 철학 때문에 생존 당시 종교권력자와 타 철학자들로부터 심한 비판과 파문을 당했음에도 굽히지 않았다. 국가정책과 대외관계에서의 일관성은 개인의 일관성보다 훨씬 중요하다.그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적 신뢰를 불러일으켜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정착시키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세상의 종말’을 두려워하는 가벼운 행동은 결코 우리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 셋째,그가 일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변의 희망’을 깨달았다는 뜻이기도 하다.개방된 경제체제에서 우리 경제가 외부의 불확실한 여건으로 요동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모든 국민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뢰를 가지고 내실을 기한다면 어떠한 불확실성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얼마 있으면 식목일이다.이미 남부 지역에서는 나무심기가 시작되었다.올 봄에도 ‘내 나무 심기’ 캠페인을 벌여 국민과 함께 총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전국에 심을 계획이다.국민 1인당 1그루가 좀 넘는다. 바라건대 올해 나무심기에서는 우리 모두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변하지 않는 자세와 미래의 희망을 믿는 마음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심었으면 한다.분명 올해 우리가 심은 나무는 훗날 지금의 많은 어려움을 훌륭히 극복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풍요로운 나라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산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최 종 수 산림청장
  • 여자프로농구/우리銀 ‘높이냐’ 삼성 ‘스피드냐’

    우리은행의 ‘트리플 타워’와 삼성생명의 ‘국가대표 트리오’가 최후의 화력 대결을 펼친다.농구의 맛을 아는 팬들은 10일 춘천에서 시작되는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을 기대해도 좋다.한 경기 평균 90점 안팎을 쏟아 붓는 우리은행과 삼성이 맞붙기 때문이다.아기자기한 여자농구의 묘미는 물론 남자농구 못지 않은 파워와 스피드도 기대된다. 자존심 대결도 흥미진진하다.창단 이후 첫 챔프 등극을 꿈꾸는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은 “결승에서 삼성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해 왔다.“우리은행이 타이틀스폰서 프리미엄을 누렸다.”고 주장한 삼성을 실력으로 누르겠다는 뜻이다. 통산 다섯번째 우승을 노리는 삼성은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과 4차례 겨뤄 모두 졌다.구겨진 ‘명가’의 자존심을 챔프전 승리로 회복해야 한다. 두 팀의 공격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우리은행 타미카 캐칭(183㎝) 이종애(187㎝) 홍현희(191㎝) 트리플 포스트는 난공불락에 가깝다.특히 정규리그 득점 1위(444점) 3점슛 2위(38개) 가로채기 1위(64개)에오른 특급용병 캐칭을 막기는 쉽지 않다. 이미선 변연하 박정은 김계령 등 국가대표 주전들을 거느린 삼성은 토종의 파괴력에서는 단연 돋보인다.특히 포인트가드 이미선과 포워드 변연하 박정은 트리오는 스피드를 앞세워 쉴 새 없이 내외곽 슛을 터뜨린다.화려함과 조직력을 겸비했다는 얘기다. 승부는 결국 수비에서 갈릴 전망이다.몸싸움을 싫어하는 삼성의 ‘공주들’이 캐칭을 어떻게 묶느냐가 관건이다.우리은행으로서는 변연하와 박정은 가운데 한명은 반드시 봉쇄해야 한다.삼성 박인규 감독은 “발이 빠른 변연하와 키가 큰 김계령 등을 이용해 변칙수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우리은행 박 감독은 “파이팅이 좋은 조혜진과 김나연이 변연하와 박정은을 묶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삼성라이온즈 새 구단주 이수빈씨

    프로야구 삼성의 새 구단주에 삼성생명 이수빈(사진·64) 회장이 6일선임됐다.현명관 구단주가 전경련 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구단을 이끌게 된 이 구단주는 지난 82년 창단 때 초대 사장을 지냈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교육상식’파괴 日도쿄 시나가와區

    “교육의 상식을 부순다.” 도쿄 시나가와(品川)구의 조그만 실험이 세간의 주목을 끈다.실험의 핵심은 초·중학교를 한 울타리로 묶는 것이다.학교만 하나가 되는 게 아니다.교육과정도 기존의 초등학교 6년,중학교 3제에서 4-3-2제로 바뀐다.이달 초 이런 개혁방침이 발표되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상식을 깨는 실험이 문제아를 없애고 침체된 일본 교육을 회생시키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내 기대를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初.中과정 4.3.2학제 '실험' |도쿄 황성기특파원|시나가와의 실험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가 9년 동안 한 학교에서 일관된 교육을 받으며 줄곧 성장해 가도록 한다는 교육개념이다. 당연히 학교 건물은 초·중학교가 같은 땅에 들어선다.대신 한 건물에 초·중학교가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4-3-2이다.기존의 6-3제로는 어린이들 몸과 마음의 발달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게 시나가와 구 교육위의 판단이다.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남자의 변성기,여자의 초경 같은 제2차 성징을 가르치는 성교육을 초등학교 5,6학년에 가르쳤으나 이제부터는 3,4학년 때 가르쳐야 한다.아이들의 신체성장이 급속히 빨라졌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다.집단따돌림(이지메),등교거부,교실붕괴 같은 현상이 초등학교 6년을 마치고 중학교로 올라가면 급증하는 현상을 “왜 그럴까.”하고 시나가와구는 진지하게 고민했다.시나가와에 사는 초등생 1만명 중 33명인 등교거부가 중학생이 되면 세자리 숫자로 늘어난다. 초등학교·중학교가 갖고 있는 조직·문화·풍토의 차이에서 어린이들이 받는 ‘문화충격’이 너무나 크다고 시나가와구는 결론내렸다.그런 충격을 4-3-2가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시나가와구의 상식을 부수는 교육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초·중학교 각 1개교가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연구개발학교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뭐든지 해봐라.”라는 규제행정으로부터의 해방이 실험을 가능케 했다. 시나가와구에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소위 일관(一貫)학교의 실현을 일군 밑바탕이다.2006년 4월 개교할 4-3-2제초·중 일관교의 건설에는 무려 30억엔(약 300억원)이 들어간다.기존 초등학교를 부수고 주변 땅을 일부 사들여 짓는다.재정이 빈약한 자치단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4-3-2제 운영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특히 핵심인 커리큘럼은 이제부터 전문가들을 모아 연구에 들어가게 된다.다만 초등학생들이 5학년부터 배우고 있는 도덕과 특별활동을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이 섰다. 발표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학부모들에게 꽤 인기가 높아 문의가 쇄도한다.3년 뒤 일관학교로 흡수될 제2히노 초등학교의 다케우치 히데오 교장은 “4월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다.”면서 “일관학교로 흡수된다는 정보 탓인 듯하다.”고 풀이했다. 구의회는 물론 문부성도 새로운 학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높은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학생은 1320명으로 시작한다.초등학교에 해당되는 1∼6학년은 한 학년 3학급,한 학급 40명으로 정했다.중학생에 해당되는 7∼9학년까지는 한 학년 5학급,한 학급 40명이다.당초 중학생 과정은 4학급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학부모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 1개 학급씩을 늘렸다. 교원도 지금의 6-3제 학교에 비해 갑절 많은 70명 체제로 출발한다.교장 1명에 교감 2명,각 학급 담임과 각 과목 교사로 구성된다. 시나가와는 내년에 4-3-2제 학교 추가건립 계획을 내놓는다.예정으로는 구가 설정한 5개 블록에 각 1개씩의 4-3-2제 학교를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고교까지 포함한 4-3-2-3제의 일관고교도 생각해 봤지만 현행 일본 법률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구 교육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marry01@ ◆또다른 실험 '학교선택제' 시나가와구는 또 하나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학교선택제’이다.한국처럼 일본도 사는 곳 주변의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통학구’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구는 과감히 무시했다.시나가와 주민이라면 지역 내에서 어린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학부모가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를 골라 보낼 수 있게 했다.초등학교는 2000년,중학교는 2001년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신입생의 16.6%,중학 신입생의 21.8%가 학교선택제를 이용했다.오는 4월 입학생의 경우 초등학교(17%),중학생(23%) 모두 지난해부터 증가하는 등 주민들 반응이 좋다.일부 학교는 지원자가 몰려 추첨을 통해 ‘교통정리’하기도 했다. 도미타 스요코 교육개혁과장은 “학교 선택의 편리성을 주민에게 부여하는 것은 물론 학교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선택을 당하는 학교가 되도록 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학제 도입 와카쓰키 교육장 |도쿄 황성기특파원|‘문제아’였다.특정의 가치를 강요하는 학교사회에 익숙해질 수 없어 반항을 일삼는 그는 선생님에게 언제나 “또 너냐.”라는 꾸짖음을 듣고 자랐다.그런 그가 시나가와 교육실험의 주역이다. “문제아였기 때문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어린이들에게 어떤 고민이 있고,괴로워하는지를 모르고서는 어린이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와카쓰키 히데오(57) 시나가와구 교육장이 4-3-2제의 발상을 내놓은 것도 바로 자신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었다. ●새 학제가 왜 필요합니까. 해마다 4월1일(일본의 신학기는 4월부터)이면 시나가와뿐 아니라 일본 어느 중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경이지만 교사들은 신입생들에게 “여기는 중학교다. 지금까지 했던 것이 앞으로도 통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훈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그러나 어린이에게 있어서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캘린더가 바뀔 뿐 인생은 이어지는 겁니다. 중학교 2,3학년 형들이 무섭고,선생님도 무섭고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갑자기 바뀝니다.그래서 등교거부가 늘어납니다.담배,절도,집단따돌림,생명까지 빼앗는 폭력을 일으키는 스트레스가 생기는 겁니다. 신체와 마음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일관학교의 필요성이 거기에 있습니다. ●다른 이점이라면. 4-3-2가 되면 학교에서 어린이의 존재 의의가 달라집니다.초등학교 4학년은 어정쩡합니다.아래 동생도 있지만 아직도 위에 형들이 잔뜩 있는.그러나 새 학제에 의해 4년생이 리더가 됩니다.또 4-3-2의 중간과정인 3의 마지막 학년 7년생(중1)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새 학제로 뭐가 달라집니까. 커리큘럼,교재가 상당히 바뀝니다.물론 모든 것을 다 바꿀 수는 없어 문부성이 정한 학습지도요령은 그대로 소화합니다.일관학교에서는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한 다음부터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A군과 B군의 수업 내용,수업 시간이 달라집니다.좋아하는 과목을 더 공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줍니다.5년생부터 실시되는 도덕과 특별활동을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합니다. 당연하지만 초·중학교의 선생님이 함께 근무합니다.중학교 선생님이 초등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중학생을 가르칩니다.아직 법적인 장애가 있지만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일본의 학력저하 추세를 새 학제가 막을 수 있을까요. 통계로 보면 분명히 학력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만 일본 어린이들이 머리가 나빠졌다거나 능력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의욕이 떨어진 것뿐입니다.기껏 상급학교에 가기 위한 게 공부의 목적입니다.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인생의 목적,이상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4-3-2 일관학교는 “네가 산수를 공부하는것은 성적을 올리거나,입시에 합격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일본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교장입니다.교장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됐습니다.내가 교장이 되려고 했던 것은 내 교육이념을 실천하고 이상으로 삼았던 학교를 만들어 어린이를 키운다는 인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일본의 ‘바보 교장’들은 일단 교장이 되면 안 잘리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전혀 철학이 없어요. 문부성이 이렇게 하라니까,교육위가 이렇게 하라니까,선생님들에게 “이렇게 합시다.”라고 합니다.교육에 대한 정열이 전혀 없습니다. 시나가와구의 여러 시도에 대해 “이런 거 해도 괜찮은가?”라는 문의가 많이 옵니다.지시받는 체질이 돼버린 겁니다.겨우 이런 정도 하고 있는 게 화제가 되는 것만 보더라도 일본 사회나 교육이 얼마나 보수적이었는가를 방증합니다. ●예상되는 과제라면. 역량을 가진 교원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입니다.남녀 교원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까도 중요합니다.커리큘럼을 어떻게 짜는가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이제 시작입니다. ●이 제도가 확산될까요. 그동안 (일본 교육이)미지근한 물에서 얼렁뚱땅해 왔지만 이제 학부모들이 가만 있지 않습니다.그들이 더 적극적입니다.그런 흐름에 지방자치단체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와카쓰키 교육장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교육학과 졸업.도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 구 교육위,도쿄도 교육청 근무와 일선 교사를 오갔다.두 곳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다.1999년부터 임기 4년의 시나가와구 교육위 교육장.
  • ‘한낮의 꿈’展 여는 한지작가 함 섭 .흠씬 두들겨서 그리는 그림

    서양화를 전공했지만,함섭(61)은 좀처럼 서양화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대신 한지작가라는 꼬리표가 숙명처럼 따라다닌다.“유화로는 아무리 해도 이 세상 다른 예술가들과 유사한 그림밖에 그릴 수 없었다.”는 ‘한계’에 이르러 발견한 것이 한지작업이라는 작가의 설명은 조금은 공허하게 들리지만 어쨌든 그는 한지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국내에서보다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값을 쳐주는 작가가 바로 함섭이다.그가 한지작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70년대 초부터.이미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한결같다.닥섬유,오방색,기(氣) 같은 것이 그의 작품을 규정하는 키워드다. 작가 함섭의 최근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6∼15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린다.출품작은 ‘한낮의 꿈’연작.멀리서 보면 유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종이부조’같다.닥종이와 식물성 풀,그리고 넓적한 풀붓이 이뤄낸 앙상블이다.때문에 미술재료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의 작품을 온전히 알기 어렵다. “종이도 숨을 쉬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알려진대로 전통 한지를 바탕재로 사용한다.보통의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양잿물로 삶지만,그는 볏짚 재와 함께 삶은 한지만을 고집한다.양잿물을 사용한 한지는 산도가 너무 높아 오래가지 못한다.볏짚 재로 삶아야 산도 35% 이하의 질긴 닥종이가 나온다.이렇게 탄생한 닥종이를 황백이나 치자 등으로 만든 천연안료에 담그면 알록달록한 오방색 종이가 된다. 함섭의 작업은 적지않은 완력을 필요로 한다.삼겹지를 깐 사각의 화면 틀에 풀 먹인 종이를 내던지거나,일정한 길이와 형태로 오리고 꼬아 올린다.때로는 글자가 꽉 들어찬 고서의 낱장이 펼쳐지기도 한다.그런 다음 솔로 힘차게 두들겨주면 표면이 반반해지면서 깊은 질감의 작품이 태어난다.100호 크기의 작품은 솔로 1만번 이상 흠씬 두들겨 맞아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게 작가의 말.요컨대 함섭의 작품은 멍들어야 새 살이 돋는 그림,죽어 거듭 나는 묘한 그림이다.거기에서 생명의 기를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람객의 몫이다.(02)544-8481∼2. 김종면기자 jmkim@
  •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5大이하 재벌도 내부거래 조사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4대그룹외에 5대그룹 이하로 전면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재벌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시기와 대상 등을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는 5대그룹 이하의 경우에도 자산총액 순위와 관계없이 내부거래 혐의가 짙은 것으로 판단되는 상당수 기업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침은 재벌개혁을 위해 철저하게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이남기(李南基) 위원장이 이번 조각에서 유임되면서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 인력 등을 감안해 조사시기는 4대그룹은 상반기 중에,5대그룹 이하는 4대그룹 조사가 끝난 하반기에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잡음이 일었던 한화그룹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그룹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올해부터는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미리 예고하고 조사하겠다.’고 공론화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면적인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데스크 시각]불구덩이에 조심해 들어가라고?

    기자들에게는 취재 수첩이 있다.사건기자라면 나름대로 사건을 분류해 놓은 취재 파일도 있다.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고 있어 온갖 신종 사건과 범죄들로 새 파일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바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다.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대형사고만 해도 삼풍백화점 붕괴,KAL기 괌 추락,씨랜드 화재,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성수대교 붕괴 참사 등 헤아릴 수도 없다.끔찍한 기억이 생생한데 또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빚어졌다. ‘어찌 우리는 이렇게도 달라지지 않는가.’하는 참담함을 느낀다.대구지하철 참사는 시간과 장소와 사람만 바꿔놓으면 앞서의 대형참사 취재 파일과 다른 게 없다.늑장 대처,안전에 대한 무방비,우왕좌왕한 당국,구조적 문제점,상황 조작과 은폐,현장 훼손 등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판에 박은 듯 똑같다.더욱이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는 것마저 똑같다.사고가 터지면 부랴부랴 안전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다가 기껏해야 책임자 몇명을 처벌하고 피해자 보상이 끝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단 한 가지도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 대구지하철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첫 소식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기자들은 단순사고라고 판단했다.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전동차에서 불이 났고,방화범이 드러났기 때문에 승객들이 대피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다.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다.안전에 대한 조그만 상식과 근무자들의 책임감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질식하고 불에 타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후에도 인명피해를 줄일 기회는 적어도 5~6차례는 더 있었다.최초의 화재가 발생한 뒤 방화범이 옷에 불이 붙은 채 뛰쳐나오는 장면이 폐쇄회로 TV에 잡혔다.하지만 근무자들은 모니터 화면이 연기로 꽉 찰 때까지 상황을 알지 못했다.역무원도 자리를 비웠다.1079호 기관사는 불이 난 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지 않았다.기계설비사령실에는 화재경보음이 울렸으나 근무자들은 오작동으로 판단해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않았다.이 순간 1080호 전동차는 충분히 대피할수 있는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수백명을 실은 1080호가 중앙로역에 접근했을 때 운전사령실은 “조심 운전해 들어가시기 바랍니다.지금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고 방송했다.기관사는 불이 옮겨붙자 문을 여닫는 마스컨키를 뽑아 도망가 버렸다.이 순간순간들이 죽지 않아야 될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데도 당국이나 지하철 관계자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기는커녕 녹음테이프를 조작하고 상황을 은폐하려 했다니 할 말이 없다.얼마전 ‘타이타닉’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타이타닉에 관객이 몰렸던 것은 젊은 연인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장렬히 사라지는 모습,죽음을 앞둔 연주자가 승객들을 위해 끝까지 바이올린을 켜던 모습,선원이 여자와 어린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우고 자살하는 모습 등 자기 몫을 다하는 책임과 희생이 영화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안전 무방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책임감이나 직업윤리의식 부재에 더 큰 책임이 있다.끔찍한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안전대책과 함께 우리사회의 사회병리학적·정신분석학적 치료도 반드시 곁들여야 한다. 김 경 홍 honk@
  • 이슈 따라잡기 /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폭 수술

    *국가과기위 대통령이 위원장 맡아 42개기관 운영·예산체제 개편 착수 국무총리실 산하로 돼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체제가 새 정부들어 개편될 전망이다. 1차적인 동인(動因)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다.국민의 정부 때 출범한 이 위원회는 그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왔으나 새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기구로 탈바꿈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과 관련,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차관급)이 간사로서 모든 부처의 연구개발사업과 예산을 조정해 명실상부한 과학기술분야 정책의 최고 의결기구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기획예산처가 맡아 온 연구개발예산의 사전 조정기능까지 과학기술위원회가 수행토록 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총리실은 한국개발연구원(KDI),교육개발원 등 4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분야별로 ▲경제사회연구회(14개) ▲인문사회연구회(9개) ▲기초기술연구회(4개) ▲산업기술연구회(7개) ▲공공기술연구회(8개) 등 5개 연구회로 나눠 이른바 ‘연구회 체제’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학관련 연구회인 공공기술·산업기술·기초기술 등 3개 연구회가 과학기술위원회로 소속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3개 연구회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전자통신연구원,항공우주연구원,생명공학연구원 등 19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소속돼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26일 “연구회의 조정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새 정부의 연구회 운영방향이 확정되는 대로 연구회 정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4년전 도입된 연구회 체제에 대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일부에서는 “관련 부처의 간섭을 피하려다 연구회라는 더 무서운 시어머니를 모시는 꼴”이라며 독자적인 예산 자율권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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