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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성호 이익시선(이익 지음,김남형 옮김,예문서원 펴냄)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이익의 집안은 대대로 벼슬을 한 명문가였다.그러나 당쟁으로 인해 둘째형 이잠이 역적으로 몰려 장살되자 이익은 관직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한평생 재야 선비로 지냈다.이익의 말년은 불우했다.정치적 박해를 받으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외아들 맹휴의 오랜 질병으로 송곳 꽂을 땅도 없는 빈한한 처지가 됐다.이런 환경 속에서도 이익은 선비로서의 기백을 잃지 않았다.시를 통해 자기극복의 의지를 다졌다.이 책에는 이익의 그런 면모가 담겼다.1만 5000원. ●중국 3천년의 인간력(모리야 히로시 지음,박화 옮김,청년정신 펴냄) ‘손자’‘전국책’‘삼사충고’‘송명신언행록’등 중국 고전에 녹아 있는 리더의 조건을 골라 정리.중국 고전의 주축은 경세제민과 응대사령(應對辭令)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이중 응대사령에 중점을 두어 책을 엮었다.일찍이 일본의 한학자 야스오카 마사도쿠가 중국 고전을 ‘응대사령의 학문’이라고 규정했는데,여기서 말하는 ‘응대사령’은 설득이나 교섭 등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방법을 뜻한다.2만 1000원. ●생명의 물,우리 몸을 살린다(김현원 지음,고려원북스 펴냄) 다양한 실험과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물 이야기.연세대 의대 교수인 저자는 어려서 종양으로 인해 뇌하수체를 제거한 딸을 위해 물질의 정보를 물에 기억시키는 동종요법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 터득한 사실을 토대로 몸에 좋은 물,좋은 기운을 담은 물을 개발했다.책에는 실제 기능수로 만성질환을 고친 사람들의 증언도 실렸다.지난 97년 부도처리된 고려원이 고려원북스로 새 출발하며 두번째로 낸 책.1만 2000원. ●윌리엄 모리스,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이광주 지음,한길아트 펴냄) 영국의 공예 디자이너이자 작가,사회개혁가인 윌리엄 모리스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19세기 미술공예운동을 주도한 모리스는 일반인에겐 벽지 디자이너로 친근하고,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팬터지 소설(‘세계 끝의 샘’‘불가사이한 섬의 물’)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중세 고딕성당에서 종합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모리스는 “진정한 예술가는 곧 건축가”라는 신념을 구체화했다.그 작품이 바로 ‘레드 하우스’다.저자는 모리스는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디자인한 르네상스맨이라고 말한다.1만 3000원. ●질병의 역사(프레더릭 카트라이트 등 지음,김훈 옮김,가람기획 펴냄) 인류의 역사는 곧 질병의 역사다.질병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로마제국을 강타한 역병은 그들이 자랑하던 거대한 하수 시스템인 ‘클로아카막시마’를 비롯한 공중위생들을 무력화시켰다.그런가 하면 멕시코에서 천연두는 아즈텍인들과 싸운 코르테스의 막강한 동맹군이었고,러시아의 동장군은 나폴레옹의 대군을 무찌르는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발진티푸스였다.질병으로 보는 인류 문화사.1만 5000원. ●스티븐 호킹 과학의 일생(마이클 화이트 등 지음,김승욱 옮김) “블랙홀은 검은 색이 아니다.지구 밖에도 생명이 존재한다.우주는 하나가 아니다.” 우주의 본질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놀라운 발견과 연구를 통해 ‘우주의 주인’이라 불리는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온몸이 마비된 루게릭병 환자로 기억력만으로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는 그가 어떻게 우주와 20세기 과학을 지배하게 됐을까.책은 호킹의 불굴의 과학인생을 통해 시간의 역사와 우주의 신비를 읽게 한다.1만 3000원.˝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는 신비롭다.신화의 저편에 있는 동굴처럼….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군인 외에는 아무도 가볼 수 없는 곳.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년 넘게 숨겨진 비경이라는 생각에 일단 처녀림·원시림이라고 치부한다.이번에 나타난 하늘색 청개구리도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생물이니 ‘신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보면 산림이 뜻밖에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산림도 그렇게 울창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비무장지대의 숲의 양은 대략 그것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그동안 북한이 불을 놓으면 남한은 맞불을 놓고,서로 감시하기 위해 시계(視界)청소를 한 결과다. 그렇다고 비무장지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비무장지대는 한국동란의 휴전과 동시에 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여 사람은 물론 짐승도 맘대로 오갈 수 없었다.남방계 생물과 북방계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한반도의 허리부분이 완전히 가로막힌 채 50년 이상 격리돼 있다는 것은 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이나 생물의 이동성향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과거에 군사활동의 결과로 산불이나 시계청소가 이루어졌지만,이는 오히려 다양한 생태경관을 형성하여 진귀한 식물과 곤충,새와 짐승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이한 생태계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비무장지대는 처녀림이거나,원시림이 아니라 ‘특이한’ 생태계다.가볼 수 없는 비경이라는 그리움이 만든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제대로 알아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바로 비무장지대의 진면목이다.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어미 말을 거꾸로 따르다가 무덤마저 잃을까봐 목놓아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의 처지와 닮았다. 하늘색 청개구리가 나타난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우리의 손발이 묶임으로써 이런 귀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보전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또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남북은 역사 이전에 신화를 공유하고 있었다.이제 우리는 이런 신화의 메신저를 맞이하여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이끌어내고,환경공동체로서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나서야 한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토성 위성서 물흔적 못찾아

    |패서디나(미 캘리포니아주) 연합|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동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3일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 표면 사진을 전송했으나 물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과학자들이 밝혔다. 카시니호가 보내온 타이탄 위성 사진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크기의 구름대와 위성 표면의 어둡고 밝은 부분이 드러나 있다.이 사진은 카시니호가 2일 타이탄에서 32만 2000㎞ 떨어진 곳을 지나면서 찍은 것이다. 과학자 엘리자베스 터틀은 “이것은 우리가 이전에 본 어느 것과도 다르다.우리는 타이탄의 표면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과학자들은 타이탄의 화학적 구성이 생명체가 나타나기 이전인 수십억년 전 지구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이탄은 행성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체 빛을 발산하고,지구보다 밀도가 1.5배 높은 대기를 갖고 있으며,탄소가 기저를 이루는 화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과학자들은 타이탄에 탄화수소 바다,혹은 호수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태양계에서 두번째로 큰 행성인 토성은 수세기 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아왔으며,토성의 독특한 대기와 31개에 달하는 위성들의 화학적 특성에 대한 탐사는 행성 형성과 생명체 발생 연구에 새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이틀째 체증…버스노선 10월에 개편키로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틀째인 2일에도 중앙버스전용차로 강남구간은 한밤 정체가 계속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3개월 정도 꾸준히 관찰한 뒤 보완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혀 즉각적인 대증요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시 음성직 교통정책보좌관은 2일 “오는 10월 서울시내 버스 노선에 대한 2단계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면서 “중복노선 통합으로 인한 일부 구간의 환승거리 증가,꾸불꾸불한 노선의 직선화에 따른 운행구간 감소 등 의 문제점은 후속개편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대로 중앙차로 새벽1시 지나서야 풀려 개통 이틀째를 맞은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낮에는 대체로 원활한 흐름을 보였으나 퇴근시간이 되자 전날 밤과 비슷한 현상이 이어졌다.특히 정체현상은 강남 중앙버스차로 구간에서 극심했다. 강남역∼교보생명 강남타워 구간에는 오후 6∼7시 버스중앙차로 양방향 모두 정체 현상을 빚었다.오후 7시를 지나 정체현상이 풀리다가 오후 8시 이후에는 다시 ‘버스 주차장’이 재연됐다. 이는 분당·성남으로 빠지는 광역버스의 대다수가 강남대로를 통과하는 데다 퇴근시간대에는 배차간격이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이 일대의 통행량이 많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차량 3대가 정차할 수 있는 버스전용차로는 밀려드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다.특히 경기도 광역버스는 손님을 많이 태우기 위해 장시간 정차,체증을 부채질했다. 간선버스 402번 운전기사 최기승(43)씨는 이날 오후 9시 신사동에 접어든 뒤 양재역까지 가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이에 따라 이날 ‘버스 주차장’은 신사역 사거리까지 이어졌으며 정체 현상은 다음날 새벽 1시가 지나서야 풀렸다. ●대책없는 ‘티머니’ 새 교통카드(T-money)가 또다시 말썽을 일으켰다.시내버스 7700여대 가운데 5%를 약간 웃도는 400여대에서 카드가 작동하지 않아 한때 승객들이 무료로 승차했다. 서울시 교통국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프로그램의 교체로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는데 단말기를 미처 점검하지 못한 버스가 일부 운행된 것”이라고 말했다.시는 문제가 된 버스에 대해 무임운행을 하도록 조치했으나 환승객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하차 단말기가 아닌 승차 단말기에 카드를 대고 내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 역사마다 새로 깔린 단말기 가운데서도 일부 게이트에서는 교통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게이트를 이용하는 등 혼잡을 빚기도 했다. ●쏟아진 ‘개편 불만’ 교통체계 개편에 대해 만족하는 시민은 10명 가운데 3명에 그쳤다. 교통전문 시민단체인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가 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지난 1일 저녁 광화문 등 도심·부도심의 버스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67%의 시민이 불만족(48.3% 불만족,18.7% 매우 불만족)을 표시했다.지선·간선 등 노선개편에 대해서는 36.2%가 만족(3.8% 매우 만족,32.4% 만족)한다고 답했다.버스안내 시스템과 정류장 안내체계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4%(불만족 52%,매우 불만족 19.4%)에 이르렀다.특히 요금변경에는 77.8%가 불만족(불만족 56.4%,매우 불만족 21.4%)이라고 응답해 가장 많았다.교통개편으로 소요시간이 단축됐다는 시민은 16.4%,59.2%는 오히려 늘어났다고 대답했다. 송한수 이유종기자 onekor@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작가의 말-­대항해 닻을 올리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작가의 말-­대항해 닻을 올리며

    서울신문에 싣는 나의 새 글 ‘바다에 살어리랏다’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조에 충실한 내용이 될 것이다.왜냐하면 나의 천착(穿鑿)이 한반도와 부속도서는 물론 바다 밑에까지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이런 헌법정신과 무관하게 우리의 바다와 우리의 ‘갯것’들은 총체적인 소외 속에 있었고,그래서 평등적 삶과 무관했다.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바다를 우습게 여겨 고작해야 술자리 안주 횟감 정도의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굳이 이웃 해양강국 일본이나 멀리 영국에서 모범사례를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21세기 들어 해양의 존재가 부각되면서,그 문화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일고 있다.마치 동해 일출이 떠오르듯 바다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생선회 값과 수출입 물동량이 뛰고 있고,해변 땅값이 뛰고 있으며,덩달아 섬들이 뛰고 있다. ●거대 담론 아닌 ‘우리네 바다’ 얘기할것 그러나 내 글은 그렇게 ‘뛰는 것들’의 요동과는 무관하다.바다에 관한 한 중심을 잡아갈 것이며,그래서 ‘어물전 꼴뚜기 뛰는’ 식의 우스움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무수한 바다 담론의 요동 속에서 전복되지 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중심잡기에 있다고 믿는다.해양을 통한 부국강병,대외 교류를 핑계삼는 해양의 거대담론에 발목이 잡힌 논의는 피해 갈 것이다.비좁은 물길과 얕은 바다,자잘한 잡고기와 어로에 목숨을 건 무지랭이 어민들,그런 익숙한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돌이켜보면 바다는 천출(賤出)로 내몰린 갯것들의 터전이었다.문화사적으로 철저히 소외돼 왔으며,역사는 있되 기록은 없는 유사무서(有史無書)의 존재였다.유사무서라지만,남은 기록의 신빙성도 허약하며,그나마 절대량이 부족해 기록 없음으로 인한 역사의 재구성은 어렵고 고단한 작업일 것이다.이런 까닭에 내가 풀어내는 갯것 이야기는 생활사,구술사,미시사,일상사,민속사를 통해 거대한 바다의 문화,바다의 역사를 복원해 나가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해양에 뜻을 둔 민속학자로서 이 강토 구석구석의 갯벌마다 찍어놓은 발자취로 유사무서의 텅 빈 여백을 채워갈 것이다. ●우리 웰빙의 원조는 ‘청산별곡’ 아닐까 무심결에 제목을 ‘청산별곡’의 ‘바다(아래아 바다)래 살어리랏다’에서 빌려왔다.요새 웰빙 타령이 흐름이 된 세상인데,우리식 웰빙의 원조는 본디 나문재조개랑 구조개랑 먹고 사는 청산별곡류가 아닌가 싶다.해중산인(海中山人)처럼 바다가 산을 벗하고,산이 바다를 벗하는 유장한 삶의 현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필자와 독자 그리고 바다가 지면상으로나마 네트워크로 연결돼 바다를 벗하며,곳곳을 누비게 되길 기대해 본다. ‘관해기(觀海記)’란 부제도 달았거니와 근대 100년을 지나치면서 그만 사라져버린 옛말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현대식 표현으로는 ‘주강현의 바다읽기’ 혹은 ‘바다 가로지르기’인데,관해는 보다 포괄적·중층적 심미안을 품고 있어 한결 의젓한 품격을 지닌 말이라 생각한다.일상에서도 되살려 두고두고 새롭게 쓸 일이다.더욱이 관해기라고 ‘기(記)’를 붙여 신조어를 만들고 보니 필자로서는 감개무량이지만,순 한글독자들의 반응이 영 다를 수도 있어 걱정도 없지 않다.아무렴 어쩌나.바다같이 너른 마음으로 품어주길 기대해 본다. 지금 내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적 바다만은 아니다.들숨과 날숨을 호흡하는 ‘생명의 바다’ 그리고 ‘인문의 바다’라는 은유적 함의를 오지랖 가득 담고 있다.복합학문적이고 중층적 서술로 접근해 가는 ‘생활문화사로서의 바다’ 혹은 ‘바다의 문화사’를 의도한다면 이해가 빠를까. 천공 우라노스와 대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오케아노스(Oceanos)에서 대양(ocean)이 비롯됐다.한국의 창세무가(創世巫歌)에서는 ‘천지가 암흑하여 하늘과 땅이 갈리고 바다가 생겨났다.’고 하였다.‘위대한 어머니의 자궁’인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났고,문명이 시작됐다.바다는 크고 유장하여 동서고금의 야광주 같은 이야기가 많으며,박람강기(博覽强記)의 절대적 지식량이 요구되는 지구 유일무이의 미지의 공간이다.그러나 아쉽고 또 조금은 ‘쪼잔하다’는 생각을 물리치고 이번에는 우리의 바다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우리 바다만 가지고도 너무나 할 말이 많은 까닭이다.중국,일본,오키나와 이들 이웃과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건너뛸 요량이다. ●‘멍게·해삼에 소주 한잔’ 행운 건질지도 ‘출사표’를 쓰고 있노라니 물때가 됐는지 물길 가득 바다 소리를 앞세운 밀물이 몰려온다.배를 띄울 참이다.서울신문 독자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떠나게 되는 이 도도한 대항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몰랐던 미지의 보물섬에 닻을 내릴 것이다.아니면 황당하게도 해적이나 인어아가씨와 마주치거나,더러는 멍게 해삼에 소주라도 한잔 걸치게 되는 행운을 누릴지 누가 알겠는가.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작가의 말-­대항해 닻을 올리며

    서울신문에 싣는 나의 새 글 ‘바다에 살어리랏다’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조에 충실한 내용이 될 것이다.왜냐하면 나의 천착(穿鑿)이 한반도와 부속도서는 물론 바다 밑에까지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돌이켜보면 이런 헌법정신과 무관하게 우리의 바다와 우리의 ‘갯것’들은 총체적인 소외 속에 있었고,그래서 평등적 삶과 무관했다.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바다를 우습게 여겨 고작해야 술자리 안주 횟감 정도의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굳이 이웃 해양강국 일본이나 멀리 영국에서 모범사례를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21세기 들어 해양의 존재가 부각되면서,그 문화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일고 있다.마치 동해 일출이 떠오르듯 바다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생선회 값과 수출입 물동량이 뛰고 있고,해변 땅값이 뛰고 있으며,덩달아 섬들이 뛰고 있다. ●거대 담론 아닌 ‘우리네 바다’ 얘기할것 그러나 내 글은 그렇게 ‘뛰는 것들’의 요동과는 무관하다.바다에 관한 한 중심을 잡아갈 것이며,그래서 ‘어물전 꼴뚜기 뛰는’ 식의 우스움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무수한 바다 담론의 요동 속에서 전복되지 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중심잡기에 있다고 믿는다.해양을 통한 부국강병,대외 교류를 핑계삼는 해양의 거대담론에 발목이 잡힌 논의는 피해 갈 것이다.비좁은 물길과 얕은 바다,자잘한 잡고기와 어로에 목숨을 건 무지랭이 어민들,그런 익숙한 것들에 바치는 헌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돌이켜보면 바다는 천출(賤出)로 내몰린 갯것들의 터전이었다.문화사적으로 철저히 소외돼 왔으며,역사는 있되 기록은 없는 유사무서(有史無書)의 존재였다.유사무서라지만,남은 기록의 신빙성도 허약하며,그나마 절대량이 부족해 기록 없음으로 인한 역사의 재구성은 어렵고 고단한 작업일 것이다.이런 까닭에 내가 풀어내는 갯것 이야기는 생활사,구술사,미시사,일상사,민속사를 통해 거대한 바다의 문화,바다의 역사를 복원해 나가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해양에 뜻을 둔 민속학자로서 이 강토 구석구석의 갯벌마다 찍어놓은 발자취로 유사무서의 텅 빈 여백을 채워갈 것이다. ●우리 웰빙의 원조는 ‘청산별곡’ 아닐까 무심결에 제목을 ‘청산별곡’의 ‘바다(아래아 바다)래 살어리랏다’에서 빌려왔다.요새 웰빙 타령이 흐름이 된 세상인데,우리식 웰빙의 원조는 본디 나문재조개랑 구조개랑 먹고 사는 청산별곡류가 아닌가 싶다.해중산인(海中山人)처럼 바다가 산을 벗하고,산이 바다를 벗하는 유장한 삶의 현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필자와 독자 그리고 바다가 지면상으로나마 네트워크로 연결돼 바다를 벗하며,곳곳을 누비게 되길 기대해 본다. ‘관해기(觀海記)’란 부제도 달았거니와 근대 100년을 지나치면서 그만 사라져버린 옛말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현대식 표현으로는 ‘주강현의 바다읽기’ 혹은 ‘바다 가로지르기’인데,관해는 보다 포괄적·중층적 심미안을 품고 있어 한결 의젓한 품격을 지닌 말이라 생각한다.일상에서도 되살려 두고두고 새롭게 쓸 일이다.더욱이 관해기라고 ‘기(記)’를 붙여 신조어를 만들고 보니 필자로서는 감개무량이지만,순 한글독자들의 반응이 영 다를 수도 있어 걱정도 없지 않다.아무렴 어쩌나.바다같이 너른 마음으로 품어주길 기대해 본다. 지금 내게 바다는 단순한 자연적 바다만은 아니다.들숨과 날숨을 호흡하는 ‘생명의 바다’ 그리고 ‘인문의 바다’라는 은유적 함의를 오지랖 가득 담고 있다.복합학문적이고 중층적 서술로 접근해 가는 ‘생활문화사로서의 바다’ 혹은 ‘바다의 문화사’를 의도한다면 이해가 빠를까. 천공 우라노스와 대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오케아노스(Oceanos)에서 대양(ocean)이 비롯됐다.한국의 창세무가(創世巫歌)에서는 ‘천지가 암흑하여 하늘과 땅이 갈리고 바다가 생겨났다.’고 하였다.‘위대한 어머니의 자궁’인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났고,문명이 시작됐다.바다는 크고 유장하여 동서고금의 야광주 같은 이야기가 많으며,박람강기(博覽强記)의 절대적 지식량이 요구되는 지구 유일무이의 미지의 공간이다.그러나 아쉽고 또 조금은 ‘쪼잔하다’는 생각을 물리치고 이번에는 우리의 바다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우리 바다만 가지고도 너무나 할 말이 많은 까닭이다.중국,일본,오키나와 이들 이웃과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건너뛸 요량이다. ●‘멍게·해삼에 소주 한잔’ 행운 건질지도 ‘출사표’를 쓰고 있노라니 물때가 됐는지 물길 가득 바다 소리를 앞세운 밀물이 몰려온다.배를 띄울 참이다.서울신문 독자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떠나게 되는 이 도도한 대항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몰랐던 미지의 보물섬에 닻을 내릴 것이다.아니면 황당하게도 해적이나 인어아가씨와 마주치거나,더러는 멍게 해삼에 소주라도 한잔 걸치게 되는 행운을 누릴지 누가 알겠는가.˝
  • 여성 생명과학 최고상 울산의대 나도선 교수

    나도선(羅燾善·55) 울산대 의과대 교수가 올해의 여성 생명과학기술 최고상(진흥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서울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나 교수는 “여성 과학자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 상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코리아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생명과학분야의 여성 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제정한 것으로,올해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 교수는 1986년 국내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당시 척박했던 유전자 재조합 연구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한국 생화학 분자생물학회’ 37년 역사상 최초로 뽑힌 여성 회장이기도 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기고] 뮤지컬이 나아갈 길/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뮤지컬 비평가

    “창작 뮤지컬의 육성,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즘 들어 자주 듣는 질문이다.한류열풍이 중국과 동남아를 강타하고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의 주요 수상작이 되면서 부쩍 우리 공연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탓이다. 그러나 답변은 늘 곤궁하기 마련이다.‘우리 것’과 ‘남의 것’을 가르는 평면적인 사고는 공연가에선 그리 어울리지 않는 다소 편협한 발상이기 때문이다.한번 만들면 수십 가지 형태로 복제돼 여러 창구(window)를 통해 소비되는 영상물과 달리,무대 위 공연은 매번 한 땀 한 땀 직접 재연되는 특징이 있다.요즘엔 자막을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대부분 그 나라 말로 번안돼 무대에 올려진다는 것도 공연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래서 뮤지컬 산업에 창작이냐,수입이냐 하는 논쟁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그 지역의 예술가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무대라면 그것은 창작극과 다름없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지하철 1호선’이 독일의 원작 ‘Linie 1’보다 더 설득적이고 감동적일 수 있다. 세계 뮤지컬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도 마찬가지다.이들 지역이 뮤지컬의 세계적 명소가 된 것은 새로운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 기능뿐 아니라 세계 공연물들의 열린 시장 기능이 또한 있기 때문이다.최근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맘마 미아!’,십여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등은 미국이 아닌 영국산 뮤지컬들이다.또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뱀파이어의 춤’이 있는가 하면,아르헨티나산 퍼포먼스 ‘델 라 구아다’도 있다. 국산 뮤지컬 ‘난타’도 오프 브로드웨이의 상설 극장에서 막을 올려 인기몰이 중이다.웨스트엔드도 다를 바 없다.‘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파리의 노트르담’은 오랜 기간 영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대표적인 프랑스산 현대 뮤지컬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공연물의 국적을 캐묻는 사람은 없다.이미 자국 제작진과 배우들에 의해 재생산된 뮤지컬 작품은 순수 창작에 준한 예술성이 가미됐다고 보기 때문이다.무대 위 최고의 영예라는 토니상에는 과거 작품을 되살린 것에 대한 리메이크상은 있어도 수입 뮤지컬 부문은 아예 구분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외국 것을 가져다 재생산한 문화상품을 다시 그 나라에 되팔 수 있는 것이 무대 위 예술세계다.‘레 미제라블’이 대표적인 사례다.80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 프랑스산 뮤지컬은 86년 영국인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영어 버전으로 환생해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물론 말만 바꾼 것은 아니다.무대 디자인의 존 나피어,연출의 트레버 넌 등 영국의 내로라하는 무대 예술가들을 총동원해 전작과 다른 새 생명을 잉태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문학세계의 금언이 무대예술에서도 매한가지라는 것을 알려준 전형적인 사례다. 수입 뮤지컬의 증가가 창작 뮤지컬의 발전을 저해한다고만 볼 순 없다.오히려 좋은 수입 뮤지컬은 시장 규모와 뮤지컬 저변 인구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문제는 명성에만 의존한 채 우리화에 게으른 ‘얼치기’ 수입 뮤지컬의 범람이나 번안이 가능한 수준임에도 직수입해 돈벌이에만 급급해하는 단시안적 행보들이다.누가 번역하고 연주하든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세계적 명성에 주눅들어 작품 이면에 담긴 의미는 분석해보지도 않은 채 직역에만 의존하며 원작자와 싸울 줄 모르는 안일함이야말로 우리 뮤지컬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진정 필요한 것은 수입,창작에 관계없이 완성도를 따져 물어 옥석을 구분할 줄 아는 우리만의 잣대요,관객이나 비평가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발전적 사고다.단편적인 ‘내 것’,‘네 것’의 논쟁을 벗어난 우리 뮤지컬의 한 차원 높은 성숙을 기대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뮤지컬 비평가 ˝
  • [정가 카페]

    ■ 김덕룡 “소금같은 黨 만들자”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염창동 새 당사 입주식에서 “한나라당은 소금처럼 국민에게 필요한 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염창동은 옛날 서해안에서 운반해 온 소금을 보관하던 창고”라며 소금창고라는 뜻을 지닌 염창동(鹽倉洞)’의 유래를 소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소금은 모든 생물의 원천이기도 하고,그래서 모든 생명의 원천을 말할 때,빛과 소금을 말한다.”며 “한나라당이 황사바람이 부는 황량한 사막에 천막을 치고 환골탈태를 다짐했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당사 현관 앞 화단에는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염원한다는 뜻으로 ‘기다림 2007년’이라고 이름 지어진 2m짜리 10년생 소나무가 식수됐다. 당사 전면에는 ‘민생실천’이라고 적힌 가로 8m,세로 5m짜리 걸개그림도 내걸렸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김혁규 “파병은 국익위한것” “우리 외교는 소나기 외교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 16일 기자와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국익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라크)파병을 지연시켜선 안 된다.”면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의총 때 한 의원이 이라크 임시정부랑 파병문제를 협의하자고 했는데 안타깝더라.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 아닌가.미국 조야에서는 과연 우리가 파병을 약속대로 이행할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며 여당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 단계에서 무산된 뒤 발언을 자제해오다가 이날 모처럼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어 “타이완이 왜 미국과 관계가 좋으냐.타이완은 미국 주요인사 부인들의 생일까지 챙기는 정성을 다하고 있다.일이 터진 다음에야 국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독자의 소리] 걱정되는 ‘생명 경시’ 풍조/윤형근 (인천 중부경찰서 소연평경찰초소 경장)

    불량 만두를 만들었다고 지목받은 만두업체 사장이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한강에 몸을 던졌다.근래에 들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비리 혐의로 조사 받던 고위 공직자가 투신하고,빈곤을 이기지 못한 서민이 죽음을 선택한다.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니 생명 경시 풍조가 어느덧 이 지경까지 됐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하는 이들은 ‘용서해라,무거운 짐 때문에 간다.’라고 유언한다.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자살은 무거운 짐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자식과 부모,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살은 결코 최선책이 아니라 책임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라는 말이 있다.‘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뜻이다.죽을 힘을 다해 새 길을 모색하다면 자살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윤형근 (인천 중부경찰서 소연평경찰초소 경장)˝
  • [메트로 라운지]성공시대-지하철역 꽃가게

    ‘꽃을 든 남자’는 부끄럽다.그래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들은 꽃을 쥐고 다니는 거리를 최소화한다.이들의 쑥스러운 고충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사람은 꽃 배달과 컨설팅을 해주는 가게 주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입구에 위치한 꽃가게 ‘해피 꽃 예술’의 김순희(46)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꽃에 관심이 많아 20여년 전부터 취미로 하던 꽃꽂이가 직업이 됐어요.10년 전 3년쯤 삼성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다 지난 2001년부터 이곳에 가게를 새로 열었죠.” 2평 남짓한 꽃가게의 하루 매출은 25만원 정도.순이익만 한 달에 300만∼400만원가량 낸다.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꽃 가게의 최대 대목인 5월에는 순이익만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5월에는 8일 어버이날을 시작으로 14일 로즈데이,15일 스승의 날,20일 성년의 날 등 굵직한 행사가 자리잡고 있다.크리스마스가 낀 12월의 순이익은 600만원을 웃돌며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가 떠오르는 2월에도 이문을 제법 많이 남긴다.꽃은 원가의 3배를 가격으로 책정하는데 최고 10배까지도 남길 수 있다.김씨가 도시철도공사에 내는 5년치 임대료는 1억 2000만원. 하지만 이에 따르는 대가도 만만찮다.김씨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도매시장에서 꽃을 사온다.하루 종일 꽃에 물을 주고 잎과 화분을 쉴 새 없이 닦는다.또 김씨의 가게는 지하철역에 위치한 좁은 공간이어서 날마다 점포 안에 꽃을 넣고 빼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아이들의 저녁식사를 챙기러 집에 가는 오후 3∼5시를 제외하면 쉬는 시간도 없다.잠시 한가한 틈을 내면 부지런히 꽃 관련 책자를 읽는다.가게 안에는 무료함을 달랠 TV조차 없다. “하루 가운데 꽃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대는 낮 12∼1시,저녁 6∼8시죠.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매상이 가장 많은 셈이죠.” 가장 잘 팔리는 꽃은 장미와 선인장.사무실 책상위에 놓을 작은 꽃의 수요도 많다.주요 고객은 사랑에 빠진 일반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축하 화환을 보내는 일반 기업체도 많다.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광화문 지하도의 리모델링 탓에 매상이 크게 줄었다.2명이던 직원도 1명으로 줄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판단해 매일 새벽시장에서 꽃을 사들인다. 꽃다발과 화분이 팔리는 비율은 대략 6대4 정도.김씨의 가게에서 장미 한송이는 2000원이며 100송이는 포장을 포함해 8만∼10만원선이다.화환은 15만원선에서 팔린다.정서상 가격의 10%는 깎아 주기도 한다. “작년 2월쯤에 32세쯤 돼 보이는 한 남자가 아침에 꽃 100송이를 주문했습니다.오후 2시에 배달해 드렸죠.그랬더니 그날 퇴근길에 찾아와 꽃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그는 이후에도 매일 장미 한 송이씩을 1년 넘게 사가더니 결국 꽃을 받은 여성과 결혼했다고 한다.김씨는 꽃이 사랑의 성공담에서 조력자가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삼성생명 3조원 계약자 몫 전환

    3개월동안 금융감독당국과 생명보험업계 사이에 첨예한 마찰을 불러왔던 생명보험사들의 유가증권(주식·채권 등) 투자 평가이익 배분문제가 양쪽 주장을 절충하는 선에서 11일 일단락됐다.감독당국은 평가이익의 상당부분을 주주(생보사) 몫에서 떼어 계약자(고객)에게 돌려주는 데 성공했고,생보사들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타격을 덜 받게 됐다.하지만 실제 계약자의 손에 쥐어지는 액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시끌벅적했던 것만큼의 고객 실익은 없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생보사,부당하게 주주몫 더 챙겼다.” 생보사 투자유가증권 평가익의 회계처리 문제는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월 “삼성생명이 계약자 몫으로 배정돼야 할 2조원 규모의 평가익을 자본계정에 부당하게 편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보험은 배당여부를 기준으로 유배당과 무배당 상품으로 나뉜다.유배당 상품은 보험료가 다소 높은 대신 보험료를 운용해서 얻는 이익을 일정비율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분배받을 수 있다. 반면 무배당 상품은 보험료가 다소 싼 대신 투자이익을 배당받지 못한다.즉 유배당 보험료에서 생기는 투자이익은 일정부분 계약자 몫이 되지만 무배당 보험료로 인한 이익은 주주 몫이 된다. 2001년 저금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배당상품이 주종을 이뤘기 때문에 주주와 계약자간 배분 문제가 크지 않았다.그러나 저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 생보사들이 무배당 상품에만 주력하면서 배당의 태반을 주주가 챙기는 구조로 변했다.이를 바로잡아 실제 돈을 낸 계약자들의 몫을 확대해 주자는 게 애초 금융당국,특히 이 부위원장의 방안이었다. ●당초 안에서 후퇴한 금감위 금감위는 이에 따라 평가 및 처분이익의 배분기준을 자산운용에 따른 총손익이 아닌,책임준비금 비율로 일원화하는 안을 냈다.또 책임준비금 비율 산정은 ‘당해 평가연도’ (당기)가 아닌 ‘보유기간 평균’ (누적)에 바탕해서 산출토록 했다.그러나 업계는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실제로 주주와 계약자에게 배분해 주는 게 아니라 장부상의 이익인 만큼 굳이 나누지 말고 일괄적으로 주주몫(자본계정)에 넣어야 한다.”며 반발했다.삼성생명은 “실제 처분하는 것도 아니면서 정서상 배당에 대한 기대감만 불어넣어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몫은 자본계정에,계약자몫은 부채계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 재무구조가 나빠진다는 것도 주된 반발 이유였다.감정적인 대목도 작용했다.삼성생명 고위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도둑질한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감위는 평가익 배분기준을 책임준비금 비율로 하는 방안은 예정대로 강행했으나 책임준비금 누적 산정은 업계요구를 수용해 일단 보류하고 ‘구분계리’(무배당·유배당 별도 회계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업계는 금감위의 안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업계 관계자는 “우리 의견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위헌시비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당초 안을 강행하기보다는 업계와 협조해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보험계약자 몫 더 늘어나긴 했는데… 삼성생명의 경우,계약자 몫이 3조 20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됐다.기존 규정으로는 유가증권 투자 평가익 7조 7000억원 중 주주몫으로 6조 7000억원,계약자몫으로 1조원이 배정됐으나 새 규정이 적용되면 주주 3조 5000억원,계약자 4조 2000억원으로 역전된다.대한생명,교보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규모가 삼성생명만큼 크지는 않지만 일정액을 계약자몫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이 돈은 장부상 평가일 뿐 실제 계약자 손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금감위 관계자도 “평가이익은 미실현 이익이고 장기간 지속되는 보험계약의 배당원천이기 때문에 현재의 계약자가 직접적으로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단순 차익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실제로 계약자들에게 크게 도움되는 것도 아닌데 금융감독 당국이 변죽만 크게 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대화법으로 풀어쓴 고전 3권

    “도가사상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하이데거는 기존의 유럽 철학을 규탄하면서 선생님의 사상을 발전의 동력이자 원천으로 간주했어요.미국의 어떤 학자는 ‘도덕경’이 ‘미래의 유토피아 세계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죠.선생님의 생태지혜 또한 사람들의 찬양을 받고 있지요.”(몽접) “나는 세상일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5000자의 ‘도덕경’으로 서술하고 마침내 서쪽으로 은둔했네.후대 사람들에게 수많은 수수께끼와 무한한 사상적 공간,나아가 후대에 형성된 ‘노자학’을 남겨두려 한 것은 아니라네.이것은 정말로 무심하게 버드나무를 꽂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니,인위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 일이 없구나!”(노자) ●옛 성현들 현대로 불러내 가상대화 시도 고전 속 옛 성현들을 현대로 불러내 가상인물과 대화를 나누는,색다른 방식의 고전읽기를 시도한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노자와 장자에게 직접 배운다’(콴지엔잉 지음,노승현 옮김),‘공자와 맹자에게 직접 배운다’(린타캉 등 지음,강진석 옮김),‘손자에게 직접 배운다’(왕빈 지음,정광훈 옮김) 등 세 권.도서출판 휴머니스트에서 펴낸 이 책들은 ‘묻고 답하기’‘공격과 방어’‘문제제기와 해명’ 등 다양한 대화법을 동원해 고전의 세계를 명쾌한 언어로 풀어낸다.이제 고전은 더이상 난해하고 엄숙하기만한 텍스트가 아니다.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더없이 친근한 지혜의 샘이 될 수 있다. ●‘몽접’과 함께 하는 심오한 도가의 세계 ‘노자와 장자에게 직접 배운다’에 나오는 화자 몽접은 장자의 ‘호접몽’ 고사에서 빌려온 이름.몽접은 노자와 장자의 대화 파트너로 우리를 도가의 심오한 세계로 이끈다.“삶에 얽매이지 말고 죽음에 속박되지 말라.”“새는 깊은 숲에 머무르지만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쥐는 강물을 마시지만 배부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고,생명의 참뜻을 깨우칠 수 있을까. ●‘작림’따라 지혜로운 공맹사상의 숲으로 ‘공자와 맹자에게 직접 배운다’에서는 작림이란 인물을 따라 공맹사상의 숲으로 들어간다.공자와 맹자는 큰 지혜를 지닌 사람이다.지혜는 지식과 다르다.지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퇴색하거나 낙후돼 현실적인 의미를 상실하기 십상이다.하지만 진정한 지혜는 시대가 변해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오히려 역사의 발전에 따라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다.공자와 작림의 대화 한 자락.“군자의 인격을 소유한 자는 어떤 힘을 가지게 되나요.”(작림) “군자는 굳은 지조가 있는 자입니다.삼군을 호령하는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일개 필부가 품은 지조는 빼앗을 수 없습니다.하물며 군자의 지조를 빼앗을 수 있겠습니까.지조를 품은 선비와 인자는 자신이 살고자 인을 해치지 않고,자신을 희생해 인을 이루는 자들입니다.”(공자) ●손자병법 특강 ‘의경’과 같이 듣기 ‘손자에게 직접 배운다’는 ‘전략의 예술가’ 손자가 들려주는 손자병법 특강이다.이 책에서도 손자와 시종일관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 있다.의경이란 젊은이다.“내가 장수를 뽑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지혜,신의,아끼는 마음,용맹,엄격함의 오덕(五德)이오.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임무를 맡길 수 없소.”(손자) “지혜를 오덕 중에서도 가장 앞에 놓으셨네요.여기서 지혜가 가리키는 건 무엇인가요.”(의경) “지략과 계책을 의미하오.”(손자) 책 중간중간에 오왕 합려가 ‘엑스트라’로 나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그는 자신의 총희를 둘이나 죽였음에도 인재를 잃을 수 없다는 신념에서 손자를 장군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이 책들은 대화의 형식을 통해 성현의 지혜를 구하고 도를 들려준다.사실 대화체의 저술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중국 철학에서 공맹(孔孟)의 저작은 대부분 대화체다.중국의 현학이나 불학,이학,심학 관련 저작들도 대화체가 많다.서양에선 일찍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대화록을 세상에 남겼으며,흄·디드로 같은 철학자들도 대화체 형식의 명저를 냈다.이번에 선보인 ‘각색된’ 대화체의 책들은 고전과 독서대중의 간극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새로운 출판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각권 1만 2000∼1만 4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제2금융 ‘M&A위기’

    한국투자증권,대한투자증권,LG투자증권 등 3개 대형 증권사의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증권·보험 등 제 2금융권 구조조정이 앞으로 급류를 타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60개가량의 업체가 난립한 증권업계는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다. ●한투·대투 다음달 중 새 주인 윤곽 드러날 듯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인수전에는 현재 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금융,동원증권,영국계 PCA,미국계 칼라일-AIG 등 6곳이 참여하고 있다.인수 희망업체들은 오는 18일 실사를 끝내고 정부측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낸다.다음달 중순쯤 우선협상 대상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일 “국민은행과 동원증권이 각각 대투나 한투 중 한곳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나은행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고,PCA는 가격이 안 맞으면 언제든 포기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또 우리금융은 LG투자증권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대투·한투 인수에는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하면 촘촘한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업계에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이미 국민은행은 한일생명을 인수,지난 2일 KB생명으로 출범시키면서 보험업계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업체 수 너무 많다.” 국내 증권사 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4개에서 현재 44개로 10개나 늘어났다.금융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은행·보험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업체 수가 줄었지만 증권사는 반짝 증시호황과 온라인 보험사 출현 등으로 늘면서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여기에다 외국계 증권사 15개까지 포함하면 59개에 이른다. 이에 따른 과도한 경쟁에다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수수료 인하 바람,은행·보험 등 경쟁업종의 자산관리서비스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증권사와의 경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다.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의 자산은 52조 6000억원으로 외국계 증권사(2조 4000억원)의 22배나 되지만 순이익(세후)은 550억원 적자를 기록,2096억원 흑자를 본 외국계에 크게 뒤졌다.자기자본 이익률은 외국계가 18.33%인 반면 토종 증권사들은 -0.48%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꾸준히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그러나 증권사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곳이 거의 없어 시장자율의 인수합병은 전무하다시피 했다.올 2월 미래에셋그룹이 SK투신운용을 인수한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지난해 자진폐업한 건설증권이나 곧 폐업할 예정인 모아증권은 오랫동안 인수희망자를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대투나 한투에 인수희망자들이 모인 것도 증권업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는 두 회사의 자산운용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중소형은 모두 잠재적 매물” 보험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의 등장과 저가(低價)경쟁,자산운용의 어려움 등으로 영업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이 특히 어려움이 심하다.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매물은 SK생명 한곳뿐.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생보사 중 상당수가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안다.”며 “중소형 손보사 가운데 몇 곳은 생존차원에서 합병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온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내년 4월 자동차보험을 은행창구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방카슈랑스 시행을 전후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문희상 “나는 총독도 권노갑도 아니다”

    요즘 정치권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다.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력에다 지금은 ‘대통령 정치특보’라는 ‘마패’까지 차고 있는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기자들은 물론 여당 의원과 야당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문 의원의 말에는 틀림없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을 것이란 ‘강박적 확신’이 그의 입을 더욱 커 보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2일 오전 문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몇몇 기자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그를 수배하고 나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기자들이 따라붙었다.‘체구는 장비,머리는 조조’란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기자들의 ‘허기’를 동물적으로 감지했는지,처음엔 피하는 듯하다가 이내 작심하고 얘기 보따리를 풀어제쳤다. 그는 국회 본청 앞에서 서서 얘기하다가 “차라리 의원회관 내 방에 가서 2라운드를 하자.”고 제안해 오히려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옮긴 자리에서 문 의원은 무려 1시간 이상 기자들과 치열한 문답을 주고받았다.민감한 현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들에게 그는 “옛날식으로 판단해선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수차례 요구했다. 지금 당지도부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과 관련해 소장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데,김혁규 총리 지명에 문제가 없겠는가. -물론 없다.김혁규 총리 지명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을 모두 만났나. -지도부가 재선 이상은 다 만났다.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초선들은. -초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턱걸이 과반인데,반대하는 의원이 몇명이라도 있으면 표결에서 인준이 안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대통령 임기 2기가 첫 출범하는데 만일 부결되면 대통령은 물론이고 당지도부가 뭐가 되겠나.지금까지 정당사를 보면 중대사,즉 당의 명운이 걸린 일은 한사람도 반대한 적이 없다.기묘하더라.위기의식이 생기면 저절로 당을 아끼는 마음,즉 부모를 생각하는 효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김혁규 의원에 대한 검증은 됐나. 검증에는 단계가 있다.1차는 지명권자가 검증하는 것이고 2차는 여당과 국가기관이 재산과 부동산투기 등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지명을 한다면 이 정도는 걸러졌다고 보는 것이다.남은 것은 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청문회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되면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끝났나.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것은 끝났다.국가기관이 그런 거 안하고 뭐하겠나.지사 3번 했다면 국민적 검증은 끝난 것이다.한나라당이 공천을 3번이나 준 것은 검증이 다는 얘기 아닌가. 상생하자면서 굳이 야당이 반대하는 김혁규 총리 카드를 관철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굳이 과반 여당의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자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기분 나쁘다고 안된다고 하면 되나.힘있는 쪽이 양보하라고 하는데,한나라당은 힘있을 때 봐줬나.윤성식 감사원장 부결시키고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반대하고 김두관 장관을 해임시키지 않았나. 김혁규 의원은 언제 총리로 지명하나. -빠를 수록 좋다.총리대행체제를 오래 끌 순 없으니까.5일 재보선 끝나고 6일은 현충일,7일은 국회 개원일이니까 이르면 8일이 되지 않겠나. 3개 부처 입각 구상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장파들이 당·청관계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는데. -오해다.당·청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당·청 고위정무회의까지 생겼다. 당에서는 정무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바로 옛날식 사고다.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옛날식 수법이다.노 대통령은 실용적이다.수평적 의사소통을 강조한다.당 대표에게 힘을 주려는 세리머니 차원에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대통령과 자주 만난다고 지도부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니다.대통령이 참석하면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 형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대신 필요할 때는 대통령이 참석한다. 일부 소장파들이 ‘청와대 파견 총독’이라고 공격하는데. -공격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총독이니 해서 권아무개(권노갑을 지칭)처럼 하는 것같이 보도됐는데,그말은 마치 ‘고자가 간통한다.’는 소리와 같다.세상이 바뀌었다.대통령이 당정분리 선언했다.참여정부는 원초적 불능이다.대통령이 당 인사권 하나도 행사하지 않는다.급사 한명 임명하지 않았고 공천장 하나 준 적 없다.옛날엔 원내총무가 전략을 매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정균환 전 민주당 총무한테 물어봐라.제왕적 총재가 있으니 권 실세,박지원도 생긴 것이다.나는 정치특보로서 대통령의 의중이 잘못 전달되는 것을 제대로 잡아줄 뿐이다.나는 당직이 없는 ‘깍두기’다. 문 의원이 당에 군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나.의원들한테 전화 한 통화 건 적이 없다.내가 지도부 문책론 얘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만일 총리 인준이 부결되면 어떻게 되겠나.언론이 제일 먼저 문책할 것이다.‘여당 왜 이러나.’라면서.나도 사표낼 수밖에 없다.지금도 유아무개(유시민) 등이 전당대회하자고 하는데 부결되면 가만 있겠나. 최근 소장파들을 만났나. -딱히 만날 필요가 없다.정장선·송영길 의원 등이 전화를 걸어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안영근 의원은 직접 만났다.우상호 의원은 일부러 찾아와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이기우 의원 등은 내 주변사람들이다.다들 그런 얘기 안했다고 하더라. 초선 의원들이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은 안드나. -그렇게 옛날식으로 사고해선 안 된다.시대가 바뀌었다.기자들도 인정해야 한다.나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나도 과거다.틀을 깨야 한다.제일 먼저 국민이 깼다.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고,총선에서 승리한 것이다.다음으로 젊은그룹이 깼다.그다음이 나 정도다.겁만 낼 게 아니다.발길질을 해야 건강한 태아다.카리스마는 없어졌다.이젠 제왕적 정치인은 있을 수 없다.신기남도 천정배도 박근혜도 아니다.나는 총독이 될 수 없다.1인자가 없는데 어떻게 2인자가 있겠나.기자도 막연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문희상은 옛날 권노갑이 아니다. 대통령이 소장파들의 불만에 대해 불쾌해하지 않나. -눈하나 깜짝 안할 분이다. 국회 인준 대상 인사 문제는 대통령이 당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협의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얼마전 개각과 관련해 당의 의견 구했다가 큰 논란이 있지 않았나.인사는 보안이 생명인데 그런 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인사는 행정권의 가장 중요한 요체다.입법부가 견제권이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본질적인 것을 건드리면 안된다. 총선 전 대통령이 1당에 총리를 준다고 했으면 열린우리당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당 사람으로 임명한 것이다.김혁규 의원이 열린우리당 소속 아닌가.대통령이 당의장,원내대표와 상의했다.그런데 지도부가 바뀌었다.따라서 지난달 20일 새 지도부에 대통령이 다시 김혁규 총리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대통령의 말은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달라.”는 의미였는데 당 지도부가 못알아듣는 것같다.지도부가 나서서 의견수렴을 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아 나만 ‘독박’을 썼다.그런데 천정배 원내대표가 나중에 “그말의 의미를 몰랐다.”고 하더라. 무슨 말인가. -그때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안됐을 때니까.천정배 원내대표와 신기남 의장 생각에는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이 안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대통령은 의원들을 잘 설득하라는 취지였는데,그냥 자기들 선에서 이해하고 넘어간 것이다. 대통령 정치특보 대신 정무장관을 맡는 게 낫지 않나. -지금은 정무과잉,정치과잉이라는 게 대통령 컨셉트다.우리는 지금 너무 정치에 매달려 있다는 게 대통령 메시지다.국회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얘기했는데. -정반대로 보도됐다.인위적 정계개편이나 영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통합하고 싶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다.양당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돼야 되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당에서 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이쪽(우리당)은 반대가 더 많다.나도 아쉬움은 있다.하지만 참여정부 임기 안에 합당은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별 입당은 허용하나. -스스로 걸어들어오겠다면 가려서 받을 수는 있다.우리와 맞는지를 따져봐서….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약력 ▲경기도 의정부 출생(59) ▲중앙초등,경복중·고,서울대 법대 ▲14·16·17대 국회의원 ▲민족연합청년동지회(민청) 중앙회장 ▲민주당 대표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대통령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대통령 정치특보 ˝
  • 문희상 “나는 총독도 권노갑도 아니다”

    문희상 “나는 총독도 권노갑도 아니다”

    요즘 정치권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다.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력에다 지금은 ‘대통령 정치특보’라는 ‘마패’까지 차고 있는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기자들은 물론 여당 의원과 야당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문 의원의 말에는 틀림없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을 것이란 ‘강박적 확신’이 그의 입을 더욱 커 보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2일 오전 문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몇몇 기자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그를 수배하고 나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기자들이 따라붙었다.‘체구는 장비,머리는 조조’란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기자들의 ‘허기’를 동물적으로 감지했는지,처음엔 피하는 듯하다가 이내 작심하고 얘기 보따리를 풀어제쳤다. 그는 국회 본청 앞에서 서서 얘기하다가 “차라리 의원회관 내 방에 가서 2라운드를 하자.”고 제안해 오히려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옮긴 자리에서 문 의원은 무려 1시간 이상 기자들과 치열한 문답을 주고받았다.민감한 현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들에게 그는 “옛날식으로 판단해선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수차례 요구했다. 지금 당지도부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과 관련해 소장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데,김혁규 총리 지명에 문제가 없겠는가. -물론 없다.김혁규 총리 지명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소장파 의원들을 모두 만났나. -지도부가 재선 이상은 다 만났다.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초선들은. -초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턱걸이 과반인데,반대하는 의원이 몇명이라도 있으면 표결에서 인준이 안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대통령 임기 2기가 첫 출범하는데 만일 부결되면 대통령은 물론이고 당지도부가 뭐가 되겠나.지금까지 정당사를 보면 중대사,즉 당의 명운이 걸린 일은 한사람도 반대한 적이 없다.기묘하더라.위기의식이 생기면 저절로 당을 아끼는 마음,즉 부모를 생각하는 효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김혁규 의원에 대한 검증은 됐나. 검증에는 단계가 있다.1차는 지명권자가 검증하는 것이고 2차는 여당과 국가기관이 재산과 부동산투기 등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지명을 한다면 이 정도는 걸러졌다고 보는 것이다.남은 것은 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청문회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되면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끝났나.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것은 끝났다.국가기관이 그런 거 안하고 뭐하겠나.지사 3번 했다면 국민적 검증은 끝난 것이다.한나라당이 공천을 3번이나 준 것은 검증이 다는 얘기 아닌가. 상생하자면서 굳이 야당이 반대하는 김혁규 총리 카드를 관철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굳이 과반 여당의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자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기분 나쁘다고 안된다고 하면 되나.힘있는 쪽이 양보하라고 하는데,한나라당은 힘있을 때 봐줬나.윤성식 감사원장 부결시키고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 반대하고 김두관 장관을 해임시키지 않았나. 김혁규 의원은 언제 총리로 지명하나. -빠를 수록 좋다.총리대행체제를 오래 끌 순 없으니까.5일 재보선 끝나고 6일은 현충일,7일은 국회 개원일이니까 이르면 8일이 되지 않겠나. 3개 부처 입각 구상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 -바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장파들이 당·청관계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는데. -오해다.당·청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당·청 고위정무회의까지 생겼다. 당에서는 정무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바로 옛날식 사고다.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옛날식 수법이다.노 대통령은 실용적이다.수평적 의사소통을 강조한다.당 대표에게 힘을 주려는 세리머니 차원에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대통령과 자주 만난다고 지도부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니다.대통령이 참석하면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 형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대신 필요할 때는 대통령이 참석한다. 일부 소장파들이 ‘청와대 파견 총독’이라고 공격하는데. -공격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총독이니 해서 권아무개(권노갑을 지칭)처럼 하는 것같이 보도됐는데,그말은 마치 ‘고자가 간통한다.’는 소리와 같다.세상이 바뀌었다.대통령이 당정분리 선언했다.참여정부는 원초적 불능이다.대통령이 당 인사권 하나도 행사하지 않는다.급사 한명 임명하지 않았고 공천장 하나 준 적 없다.옛날엔 원내총무가 전략을 매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정균환 전 민주당 총무한테 물어봐라.제왕적 총재가 있으니 권 실세,박지원도 생긴 것이다.나는 정치특보로서 대통령의 의중이 잘못 전달되는 것을 제대로 잡아줄 뿐이다.나는 당직이 없는 ‘깍두기’다. 문 의원이 당에 군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나.의원들한테 전화 한 통화 건 적이 없다.내가 지도부 문책론 얘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만일 총리 인준이 부결되면 어떻게 되겠나.언론이 제일 먼저 문책할 것이다.‘여당 왜 이러나.’라면서.나도 사표낼 수밖에 없다.지금도 유아무개(유시민) 등이 전당대회하자고 하는데 부결되면 가만 있겠나. 최근 소장파들을 만났나. -딱히 만날 필요가 없다.정장선·송영길 의원 등이 전화를 걸어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안영근 의원은 직접 만났다.우상호 의원은 일부러 찾아와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이기우 의원 등은 내 주변사람들이다.다들 그런 얘기 안했다고 하더라. 초선 의원들이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은 안드나. -그렇게 옛날식으로 사고해선 안 된다.시대가 바뀌었다.기자들도 인정해야 한다.나도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나도 과거다.틀을 깨야 한다.제일 먼저 국민이 깼다.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고,총선에서 승리한 것이다.다음으로 젊은그룹이 깼다.그다음이 나 정도다.겁만 낼 게 아니다.발길질을 해야 건강한 태아다.카리스마는 없어졌다.이젠 제왕적 정치인은 있을 수 없다.신기남도 천정배도 박근혜도 아니다.나는 총독이 될 수 없다.1인자가 없는데 어떻게 2인자가 있겠나.기자도 막연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문희상은 옛날 권노갑이 아니다. 대통령이 소장파들의 불만에 대해 불쾌해하지 않나. -눈하나 깜짝 안할 분이다. 국회 인준 대상 인사 문제는 대통령이 당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인데 협의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얼마전 개각과 관련해 당의 의견 구했다가 큰 논란이 있지 않았나.인사는 보안이 생명인데 그런 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인사는 행정권의 가장 중요한 요체다.입법부가 견제권이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본질적인 것을 건드리면 안된다. 총선 전 대통령이 1당에 총리를 준다고 했으면 열린우리당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당 사람으로 임명한 것이다.김혁규 의원이 열린우리당 소속 아닌가.대통령이 당의장,원내대표와 상의했다.그런데 지도부가 바뀌었다.따라서 지난달 20일 새 지도부에 대통령이 다시 김혁규 총리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대통령의 말은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달라.”는 의미였는데 당 지도부가 못알아듣는 것같다.지도부가 나서서 의견수렴을 하면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아 나만 ‘독박’을 썼다.그런데 천정배 원내대표가 나중에 “그말의 의미를 몰랐다.”고 하더라. 무슨 말인가. -그때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얼마안됐을 때니까.천정배 원내대표와 신기남 의장 생각에는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이 안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대통령은 의원들을 잘 설득하라는 취지였는데,그냥 자기들 선에서 이해하고 넘어간 것이다. 대통령 정치특보 대신 정무장관을 맡는 게 낫지 않나. -지금은 정무과잉,정치과잉이라는 게 대통령 컨셉트다.우리는 지금 너무 정치에 매달려 있다는 게 대통령 메시지다.국회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다.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얘기했는데. -정반대로 보도됐다.인위적 정계개편이나 영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통합하고 싶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니다.양당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돼야 되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당에서 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이쪽(우리당)은 반대가 더 많다.나도 아쉬움은 있다.하지만 참여정부 임기 안에 합당은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개별 입당은 허용하나. -스스로 걸어들어오겠다면 가려서 받을 수는 있다.우리와 맞는지를 따져봐서….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약력 ▲경기도 의정부 출생(59) ▲중앙초등,경복중·고,서울대 법대 ▲14·16·17대 국회의원 ▲민족연합청년동지회(민청) 중앙회장 ▲민주당 대표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대통령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상임고문,대통령 정치특보
  • [국회의원 모임결성 ‘붐’] 여야 공동모임 순항할까

    “17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함께 하는 각종 모임들이 끝까지 순항하며 소기의 목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새 국회가 개원할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모임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양산되는 가운데 이들 모임의 취지와 순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릇 모든 모임의 생명력은 지속성과 성과물에서 나온다.”고 전제한 뒤 “그간의 여야 의원 공동모임은 지속성도 없었고,성과물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용두사미 식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6대 국회에서도 ‘바른정치실천연구회’‘평화와 통일 포럼’‘경제비전21’‘국회통일시대산업정책연구회’‘국회한민족통일연구회’등 여야 의원 공동모임이 줄을 이었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됐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의원 12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에는 일정액의 정책·연구비가 지원되는 만큼 성과도 없이 끝낼 모임이라면 애시당초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모임의 경우,구성원들이 속한 정당의 입장과 개인적 소신이 다르기 때문에 당내 모임보다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따라서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전의 각종 모임처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7대 국회에서는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대거 합류,이전의 각종 모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어린 전망도 나온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국회의원 모임결성 ‘붐’] 여야 공동모임 순항할까

    “17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함께 하는 각종 모임들이 끝까지 순항하며 소기의 목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새 국회가 개원할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모임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양산되는 가운데 이들 모임의 취지와 순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릇 모든 모임의 생명력은 지속성과 성과물에서 나온다.”고 전제한 뒤 “그간의 여야 의원 공동모임은 지속성도 없었고,성과물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용두사미 식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6대 국회에서도 ‘바른정치실천연구회’‘평화와 통일 포럼’‘경제비전21’‘국회통일시대산업정책연구회’‘국회한민족통일연구회’등 여야 의원 공동모임이 줄을 이었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됐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의원 12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에는 일정액의 정책·연구비가 지원되는 만큼 성과도 없이 끝낼 모임이라면 애시당초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모임의 경우,구성원들이 속한 정당의 입장과 개인적 소신이 다르기 때문에 당내 모임보다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따라서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전의 각종 모임처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7대 국회에서는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대거 합류,이전의 각종 모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어린 전망도 나온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치위기 몰린 샤론

    ‘샤론,끝나는가?’ 이처럼 요즘 이스라엘 언론들에 아리엘 샤론 총리 행정부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지난 2월 샤론 총리가 들고 나온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철거 및 이스라엘군 철수’라는 정치적 도박이 샤론 총리의 목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샤론의 가자지구 철수안은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전폭적인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이 안이 처음 나온 2월에만 해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오랜 분쟁을 해결할 묘안으로 국제사회의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3개월 사이에 상황은 급반전했다.샤론 총리의 집권 리쿠드당 등 이스라엘 내 보수정당들이 제일 먼저 반기를 들었다.리쿠드당은 지난달 2일 당대회에서 샤론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안을 부결시켰다.그후 샤론 총리는 각료회의 결정을 통해 이를 관철시키려 했다.그는 30일 소집한 각료회의에서 철수안에 반대하는 각료는 해임될 수도 있다는 협박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과반수 각료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스라엘 우파 정당들이 철수안에 반대하는 것은 이스라엘군의 일방적 철수가 팔레스타인의 테러 공격에 굴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테러를 더욱 잦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샤론 총리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정당 국민동맹은 유대인 정착촌이 하나라도 철거된다면 즉각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까지 위협하고 있다.단독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리쿠드당은 120석의 크네세트(의회)에서 우파인 국민동맹과 민족종교당,중도파인 시누이트당의 협조를 얻어 힘겹게 68석의 과반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 철수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연정 파트너의 협력을 잃어 정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정부를 존속시키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내세운 철수안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어느 쪽이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다.철수안을 지지하는 야당 노동당과 손잡는 제3의 길도 있지만 리쿠드당과 노선 차이가 워낙 커 제대로 된 협조관계가 이뤄지기 힘들고 오래 존속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샤론 총리는 31일 새로운 철수안을 리쿠드당에 내놓았지만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당내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날 예정됐던 새 철수안의 의회 상정은 6월 8일로 미뤘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 송정숙 이사장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자원이나 문화자산을 가려 훼손을 막고 관리 활동을 펴는 시민환경운동이다.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자원봉사가 이 운동의 원동력이다. 국내에서는 10여년전 광주 ‘무등산공유화운동’이 시발이다.현재 해남 당두리 철새 도래지 등에서 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서초구 우면산 개발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이 트러스트를 조직, 벌써 9000여명의 환경파수꾼을 모았다.재단법인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인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을 만났다. ●개발에 숨통조이는 시민의 허파 지난 1983년 정릉에서 서초동으로 거주지를 옮긴 송씨는 지금까지 21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서초동이 말하자면 제2의 고향인 셈이다.벌판이던 우면산 일대는 강남 개발의 붐을 타고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그러나 개발의 불도저는 하루가 다르게 자연을 마구잡이로 밀어냈다. “지난 2000년 지정된 개발행위 허가제한지역은 내년 8월 6일까지만 적용이 됩니다.더 이상 우면산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죠.지난해에는 토지 소유주들이 아파트나 주유소를 지으려고 허가신청까지 냈습니다.” 법이라는 산소호흡기를 걷어내면 우면산은 곧 생명력을 잃는다.토지를 이용해 최대 이문을 남기려는 개발업자들에게 환경보호는 헛구호일 뿐이다.지난 2002년 난개발을 우려한 주민들이 부랴부랴 한 데 모였다.이들은 매입을 통해 우면산을 보호하자는 데 동의하고 지난해 6월 창립 총회를 가졌고 법인 등록까지 마쳤다.그러나 현실적으로 155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녹지를 매입할 수는 없었다.‘개발 1순위 지역’을 우선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서초동 산 56의3인 예술의전당∼서초동 산51의1인 서울시교육원입구까지 총면적 2만 9600㎡(약 8954평)인 사유지 34필지와 국·공유지 3필지가 우면산트러스트의 매입 1차 대상지이다.이 지역은 현재 농지와 임야지역으로 자연녹지,등산로,약수터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면산파수꾼 9000여명 모여 “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거대 자본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대신 집단민원 같은 시민운동을 펴야 합니다.천문학적인 매입 비용 탓에 우면산 일대를 모두 사들일 수는 없고 먼저 주요 지점만 집중적으로 사들일 계획입니다.” 1차 매입 대상지 가운데 남부 순환대로변 1000여평을 우선 협상 대상지로 꼽았다.공원에 출입하는 요충지로 먼저 이곳을 확보하면 상징적인 효과까지 의미가 크다.일단 여기에 드는 비용을 공시지가의 두배 선인 30억원으로 책정하고 모금에 나섰다.지난해 6월20일부터 시작된 모금액은 가파르게 쌓여 현재 8억 8000여만원에 이르렀다.여기에 서초구가 기부하는 10억원까지 합하면 목표금액에서 11억여원이 모자란다.기부액을 약정한 사람들만도 9000명에 이르렀다.1계좌당 1만원. “2002년 말 구청을 중심으로 우면산 보호 모임이 생겨 처음부터 참여했습니다.창립멤버 30여명 가운데 임시의장을 맡다가 정식 재단이 세워지자 이사장으로 선출됐죠.” ●내가 사는 곳… 불평만 할 수 없었다 구청에서 환경운동에 나서는 것이 선거법에 저촉됐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실상 휴면상태에 있었다.선거도 끝난 만큼 다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우면산 트러스트에는 김기수 전 검찰총장,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고승덕 변호사,가수 김창완,영화배우 고은정씨 등이 참가하고 있다.재단법인의 회원은 법인의 구성으로 토지 공동 소유주가 된다.법적으로 녹지로 지킨다는 전제 하에 토지주인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적으로 상당히 좋아요.트러스트 시민운동은 불편사항이란 욕구불만을 쏟아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돈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투자해서 책임도 지고 수고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송씨는 언론인 출신이다.서울시내 여기자를 다 꼽아봐도 20명이 안 되던 시절인 지난 1961년부터 취재현장을 누볐다. “당시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었습니다.시험을 쳐서 갈 수 있는 직업이 은행원,기자,선생님 등이 고작이었죠.하지만 한 번도 그 일이 지겹다거나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일부 편견이 존재하지만 기자란 직업이 여성에게 잘 맞는다고도 했다.언론사가 보수적인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차별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개인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공정하다고 말했다. ●女기자서 女장관까지 ‘남다른 길’ 보건사회부 장관은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있다 제의를 받았다.여성 특유의 감성,맛깔스러운 어휘 선택과 분석력이 돋보였던 그의 칼럼은 이미 언론계에 정평이 나 있었다.뭔가 새로운 일을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장관 재직 당시 약사법 때문에 많이 휘둘린 것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장관은 차분하게 앉아서 정책을 구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땅에 발을 붙일 새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서울과 과천을 오가며 승용차 안에서 업무를 보기 일쑤였다. “재직기간이 좀 길었으면 기획도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죠.우리 사회는 항상 격동상태에 있어서 입안,집행,결정하는 사람이 정착하기가 쉽지 않아요.” 요즘에는 외부 원고를 소일거리 삼아 가끔 쓰면서 지내고 있단다.하나뿐인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비교언어학을 공부하고 있다. “손주가 둘 있는데 그애들 이름으로도 트러스트 계좌를 만들어야겠어요.멀리 떨어져 사는 할머니가 해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인 것 같아요.”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내셔널트러스트란 영국은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여파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프랑스의 석학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맨체스터를 방문하고 난 뒤 “더러운 하수구에서 전세계를 비옥하게 만드는 땀의 강물이 흘러 나오지만 인간은 문명의 기적을 이룩한 여기서 야만인이 됐다.”고 토로했다.이에 변호사 로버트 헌터는 “사유지라서 산림을 보호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보호할 대상을 소유하겠다.”면서 내셔널트러스트협회를 만들었다. 영국에서 처음 출발한 이 운동은 점차 스코틀랜드,호주,아일랜드,미국,일본 등으로 퍼졌다.1907년 영국에서는 내셔널트러스트법도 만들어졌다.현재 영국 국민의 5%인 300만명이 회원이며 국토의 1.5%,해안선은 17%를 소유하고 있다. ■ 송정숙 이사장 프로필 ▲1936년 10월28일 대전 출생 ▲1957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2년 수료 ▲1960년 건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3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졸업 ▲1962∼1970년 한국일보 기자 ▲1972년 서울신문 문화부장 ▲1980∼1993년 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년 신영연구기금 이사장 ▲1993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3∼1998년 서울신문 고문 ▲2003년∼현재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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