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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직전 환자 인공호흡기·항암제 등 연명 의료 중단 가능

    죽음 직전 환자 인공호흡기·항암제 등 연명 의료 중단 가능

    국회가 8일 12월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처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웰다잉법’을 비롯한 22개의 비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개 법안 등 쟁점 법안 등 ‘밀린 숙제’는 다시 1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재개정하는 방침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 시작 직후 전날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가결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규탄 및 핵 폐기 촉구 결의안’을 재석 인원 207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북한 핵실험 강행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또 정부에 확고한 안보 태세와 북한 핵 보유 시도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국회는 이날 회복 가능성이 없는 중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조건과 절차를 다룬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적용 대상을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규정했다. 이런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해당 분야 전문의를 포함한 2명 이상의 의사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단이 가능한 연명 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으로 한정했다. 이 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시행된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쟁점 법안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관심 법안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생활임금제법)과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기반조성지원법(탄소법)도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생활임금제법은 저소득 근로자의 주거·교육·문화비와 물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정 최저임금을 현행보다 20% 이상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소법은 전북 지역에 ‘탄소밸리’를 조성해 이 지역이 탄소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물적 지원을 하는 법안이다. 광주에 아시아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아시아문화도시조성사업특별법과 같은 호남 지역 발전 지원법이다. 쟁점 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이 다시 1월 임시국회로 미뤄진 가운데 이날 설상가상으로 획정위의 김대년 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획정위가 해체되거나 국회의장 산하로 돌아가야 한다는 관측과 주장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 위원 3분의2 이상을 의결 요건으로 하는 의사 결정 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이러한 결과를 내게 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선진화법 재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의장의 의안 직권상정 조건과 대상을 확대하고 법사위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게다가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경우 직권상정을 요구해서라도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지가 확고해 9일부터 시작될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오는 11일까지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을 중심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8일 본회의 통과안 22건(결의안 및 법안명 = 내용)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규탄 및 핵폐기 촉구결의안 = 핵프로그램 조속히 폐기 촉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김석진) 추천안 ·국가인권위원회법 = 인권위원 자격요건 구체적 명시 ·법무사법 = 부수 사무처리 근거 명시 ·민사소송법 = 진술보조제도 도입 ·전자금융거래법 = 대포통장 모집위한 광고행위 금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피해금 환급 특별법 =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의 중지를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요청 ·전기통신사업법 = 금융사기 및 불법광고에 이용된 전화번호 사용 금지 ·원자력 진흥법 = 원자력연구개발사업 부담금 부과기준을 ‘전년도’에서 ‘전전년도’로 변경 ·방송법 = 외주제작사에 간접광고 판매 권한 부여 ·방송광고판매대행법 =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민간위원에게 뇌물죄 적용시 공무원으로 의제 ·교육공무원법 = 10년 이상 재직 교원 무급 휴직 허용 ·초·중등교육법 = 외국인 학생이 학업 목적으로 홀로 국내체류시 외국인학교 입학대상에 포함 ·공공외교법안(제) = 공공외교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국민건강보험법 = 무한책임사원·과점주주에게 체납보험료의 제2차 납부의무 부과 ·검역법 = 검역감염병 종류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영유아보육법 = 어린이집 간호사가 영유아 투약행위를 돕도록 함 ·호스피스법(제) =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건설산업기본법 = 건설업 등록기준 주기적 신고제도 등 폐지 ·건축법 = 소규모 건축물 및 분양 목적 건축물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자를 지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 지정개발자의 범위 및 지정요건 확대 ·유료도로법 = 무정차 통행료 수납시스템 도입 *(제)=제정안, 나머지는 개정안
  • “폐지 주워 보험 들 사람 있겠나” 저소득 실버보험은 ‘탁상행정’

    “폐지 주워 보험 들 사람 있겠나” 저소득 실버보험은 ‘탁상행정’

    금융 당국이 지난해 10월 서민금융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저소득층 실버보험’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12개 보험사가 뛰어들었지만 신청 건수는 두 달간 고작 80여건에 불과하다. 보험업계는 “차상위계층 이하가 대상자인데 폐지 주워 암보험 들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볼멘소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6일 서민과 취약계층을 돕는다며 ‘서민금융 신상품 3종 세트’를 내놨다. 이 중 하나가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차상위계층) 고령자에게 보장성 보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실버보험’이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 기존에 들었던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한해 일시적으로 돈을 못 내 연체가 되면 미소금융재단이 이를 대신 내준다는 내용이다. 2~5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해당되며 10만원 한도로 1년간 지원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흥국화재 등 12개 보험사가 참여했다. 당국은 당초 5000명 정도가 혜택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청자 수는 84명에 불과하다. 보험사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대상자 자체가 적고 파악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사가 대상자를 발굴해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지원 신청을 하면 재단이 보험료를 내는 구조인데 기본적으로 ‘차상위계층’을 가려내기가 만만찮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령과 연체 사실 파악은 가능하지만 소득 여부는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면서 “65세 이상의 계약 실효 위기자 800여명을 찾았지만 이 중 차상위계층을 알 수 없어 모두 문자 메시지와 안내장을 보냈더니 ‘기분 나쁘다’는 항의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애초 대상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고살기 팍팍하면 보험부터 깨는 게 통상적인 관행인데 누가 얼마나 보험을 유지하려 들겠느냐는 것이다. 되레 재산을 다른 데로 빼돌린 ‘무늬만 차상위계층’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보험업계는 “보건복지부가 차상위계층 명단을 추려 주면 보험 가입자와 직접 대조해 신청률을 높일 수 있지만 복지부가 개인정보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결국 전시행정이 된 셈인데 (그런데도 당국이) 보험사만 닦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측은 “보험설계사가 관리하는 65세 이상 노인 가입자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보험) 실효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제도를 소개하도록 교육 중이지만 (설계사가 많아) 시간이 걸린다”면서 “앞으로 복지부를 통해 차상위계층에 대한 실버보험 홍보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해외여행 | 세부 가족여행을 위한 체크리스트check list

    해외여행 | 세부 가족여행을 위한 체크리스트check list

    누가 그랬다. 아이를 데려가는 여행은 부모에게 휴식이 아니라 고난이라고. 그럼에도 많은 가족여행자들이 세부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교육적인 일정들이 많은데다, 굳이 리조트를 벗어나지 않고도 충분히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 완벽한 가족여행을 위해 챙겨야 할 세 가지를 꼽았다.이곳에 도착했다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도, 모험의 동산처럼 보이는 리조트도 모두 다 우리의 것!스노클링에 나선 아이들의 발장구가 바쁜 제이파크 아일랜드의 프라이빗 비치●check list 1방점은 리조트에 찍어라편안한 휴식도, 신나는 놀이도 리조트 안에서 즐긴다!벗어날 수 없을 거야, 제이파크의 매력 아침 일찍 눈 비비는 아이들 데리고 머나먼 투어에 나섰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 가족여행이라니, 피곤하다. ‘짧은 동선’과 ‘많은 즐길거리’가 충족되는 가족여행이 편하다. 이것저것 살 게 많을 때 복합 쇼핑몰이 제일 편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고 보니 리조트를 나가지 않고 여행을 즐기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그래서 선택했다. 제이파크 아일랜드 세부를!뙤약볕에도 고카트를 향한 아이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다아이도 엄마도 엄지 척 키즈 아일랜드 무엇보다 우선 소개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을 위한 키즈 아일랜드이다. 대부분의 리조트,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키즈클럽이라지만, 아이들의 적응 문제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제이파크 아일랜드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한국인 선생님이 상주하고 있는 제이파크 아일랜드의 키즈 아일랜드는 아이들이 쉽게 분위기에 적응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1~3세 유아들을 위한 베이비 케어, 3~10세 아이들을 위한 키즈클럽, 4~12세를 위한 조이캠프로 나뉜다. 이중 조이캠프는 영어로 프로그램이 진행돼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 그리기, 물놀이, 게임 하기 등등 액티비티와 접목시켜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고.키즈 아일랜드는 아이들에게도 보람찬 시간이지만, 동시에 부모에게도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 아이들이 동행하기 힘든 호핑투어 등 관광을 다녀오거나 리조트 안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워터파크의 재미를 책임지고 있는 슬라이드는 아이들과 성인들의 치열한 달리기 대회가 열리는 장소다슬라이드 타고 슝슝 워터파크 제이파크 아일랜드는 세부에서 가장 큰 ‘워터파크’를 보유하고 있는 리조트다. 메인 수영장인 아일랜드 풀을 비롯해, 아바존 리버, 웨이브 리버, 비치 풀 등 다양한 타입의 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 중 백미는 3개의 슬라이드.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흥미진진한 즐길거리다. 국내 워터파크에서 길게 늘어선 줄에 포기하고 말았다면, 이곳에서는 기다릴 필요 없이 슬라이드를 탈 수 있다. 또 안전 요원이 상주하고 있고, 놀이 시설의 크기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더 안전하다. 이용권을 한 번 구매하면 하루 동안 내내 워터파크 시설을 즐길 수 있다.진짜 세부의 바다를 보여 주고 싶다면, 제이파크 아일랜드가 바라보고 있는 프라이빗 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얕은 바다여서 어린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적다.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다 속 탐험을 하는 아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물고기들이 많이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이다. 마린 스포츠 센터에서는 제트스키, 패러 세일링, 웨이크 보드 등 좀 더 역동적인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막탄 스위트의 널찍한 침실. 침실보다 더 넓은 거실과 부엌 공간을 함께 누려 보자쾌적하고 넉넉하게 객실 즐길거리가 수없이 많아도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은 객실의 상태다. 가족이 묵기에 공간이 좁거나, 편의 시설이 제대로 잘 갖춰지지 않을 경우 피로만 더해질 뿐. 총 556개의 객실을 갖춘 제이파크 아일랜드는 대부분의 객실이 스위트 카테고리 이상부터 시작된다. 어떤 객실이건 기본적인 크기와 시설이 보장된다는 것. 한 가족 여행객에게는 최대 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막탄 스위트가, 두 가족 여행객에게는 최대 6명을 수용하는 세부 스위트 객실이면 충분하다. 좀 더 오붓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독채로 이뤄진 풀빌라를 이용하자.모든 객실에 넉넉한 크기의 거실이 딸려 있다. 보통 한 공간에 침실과 소파가 놓인 것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복작복작한 답답함을 느끼는 대신 내 집처럼 편안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조리기구를 갖춘 부엌은 엄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성인들에게도 그들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재미 삼아 당겨 봐 더 팔라스 카지노 지난 5월에 오픈한 ‘더 팔라스 카지노The Palace Casino’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 슈퍼6, 바카라, 블랙잭 등의 게임을 지원하고 있다. 가족여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부담을 가질수록 진짜로 부담이 커질지어니, 재미 삼아 들러 보자.제이파크 아일랜드는 국내 대부분의 여행사를 통해 객실 예약을 할 수 있다. 웹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한국인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지 필요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Quezon National Hwy, Cebu www.jparkisland.co.kr +63 32 494 5000▶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아미고!어느 날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어느 날은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그리고 어느 날은 화려한 불쇼를 보여 주고 있는 이들은 바로 ‘아미고Amigo!’ 아미고는 제이파크 아일랜드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책임지고 있는 스태프들이다. 각종 공연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워터파크의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조성 또한 이들의 몫이다. ‘게스트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는 아미고는 오늘도 제이파크 아일랜드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mini interviewAmigo 켄Ken 우리는 노래, 춤, 에어로빅, 불쇼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한다. 공연이 비는 시간에는 워터파크에서 수건을 정리하는 등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손을 보태기도 한다. 우리는 이 모든 활동을 ‘게스트가 웃을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이지Jayjie 나는 이곳에서 활동한 지 2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든 일이 재미있다. 원래는 춤을 추는 것이 전공이었는데 이곳에서 노래도 시작하게 됐다. 게스트를 위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 더 보람찬 것 같다. 메이May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게스트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 공연을 하거나, 팀빌딩 프로그램을 함께할 때 힘차게 호응해 주고 즐겁게 참여해 주면 진짜 뿌듯하다.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을 꼽자면, 단연 불쇼가 아닐까?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미고의 활동을 통해 여행자들이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 단 하나다!제이지·메이 맞다, 맞다!●check list 2바다로 뛰어들 준비예로부터 가족휴가는 바다와 떼 놓을 수 없는 법!날루수완섬은 연푸른 바다색을 뽐낸다.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더없이 적합하다힐루뚱안섬에서 호핑을 즐기는 사람들걱정은 접어 두고 즐기는 세부의 바다 휴양지 최고의 미덕은 역시 ‘에메랄드빛 바다’다. 심연을 보는 것처럼 어둡고 침침한 청색이 아니라 청량하고 맑은 빛을 뽐내야 하는 법. 막탄섬에서 40분 거리에 자리한 날루수완섬Nalusuan Island으로 호핑투어를 떠나는 순간, 의심은 필요 없게 됐다. 만점짜리 바다가 세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해변에 발을 딛고 고개를 돌려 봐도, 한참을 배를 타고 달려 멈춘 바다 한가운데서도 푸르고 투명한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자들이 몇 번이고 세부를 다시 찾아오는 이유다.손바닥만한 크기의 날루수완섬은 감격스러운 색을 선물해 주는 곳이다. 선착장 반대편으로 얕은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의 색보다도 물빛이 연하다. 스노클링 장비로 물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바닥에 닿은 발이 보일 정도다. 허리춤까지 오는 깊이에, 물속에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어서 물이 무섭거나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어도 부담이 없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스노클링에 도전한다면, 이곳에서는 가벼운 마음을 갖는 것이 좋겠다. 기대했던 파랗고 노란 열대어들을 보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대신 둥실둥실 편안한 마음으로 물길에 몸을 맡긴다면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에 동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날루수완섬과는 달리 힐루뚱안섬Hilutungan Island 인근은 좀 더 활기에 차 있다. 색색의 열대어와 산호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힐루뚱안섬은 막탄섬에서 약 20~30분 거리에 자리한 섬으로 국가에서 어류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그만큼 다양한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 덕분에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같은 해양 스포츠가 발달해 있단다. 띄엄띄엄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들은 이곳의 진가를 알고 찾아온 여행자들이 많다는 증거다.날루수완섬보다 깊이가 깊고 파도도 센 편이지만 세부의 생명력을 느끼기에는 이만 한 곳이 없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운이 좋다면 그 사이로 보석처럼 화려한 빛을 내는 열대어도 목격할 수 있다. 어디서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물속 풍경이라지만, 볼 때마다 신기한 것도 물속이다. 힐루뚱안섬으로 들어가는 이들은 기대에 찬 얼굴, 돌아오는 이들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다.동화 속에 나올 법한 올랑고 철새 도래지. 강아지는 제 집마냥 습지를 뛰어다닌다. 철새가 많이 없는 계절이라 하더라도 이곳의 이색적인 식생은 아이들에게 신기한 경험이 될 테다살아 있는 섬으로 모험을 떠나요 그러고 보니 세부는 바쁘게 재촉하지 않을 때 진가를 드러낸다. 바다의 영롱한 빛깔과 유유히 헤엄치는 열대어들을 가슴에 담는 데는 여유가 필요한 법. 올랑고섬Olango island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새들의 주유소’라는 별명이 있는 올랑고섬은 세부의 유명한 철새도래지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자들은 세부를 여행할 때 꼭 빼놓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수천 마리의 새들을 이곳에서 관측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남반구인 호주, 뉴질랜드와 북반구의 알래스카를 이동하는 철새들이 중간지점인 올랑고섬에서 잠시 쉬어가며 다시 떠날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철새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2시경.섬을 빙 둘러보니 철새가 머물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모래밭으로 이뤄진 넓은 습지가 조성돼 있어 물가를 좋아하는 철새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해초와 작은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하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도 철새도래지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은 커뮤니티를 조성해서 철새의 먹이인 해초를 키우고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을 벌인다고.기대를 안고 철새 관측소에 갔지만 불행스럽게도 철새가 찾아오는 시즌이 아니었던지라 망원경으로 한두 마리의 새를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곳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습지를 따라 형성된 맹그로브 숲과 물속으로 보이는 각양각색의 작은 물고기들은 서운한 마음을 한순간에 녹여 주었다.호핑의 꽃은 요트라네​나무 배인 방카의 시설이 조금 아쉽다면, 요트를 이용한 호핑에 나서 보자. 방카가 그저 이동 수단이라면 요트는 그 자체가 즐길거리다. 좀 더 안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겠다. 화장실을 비롯해 에어컨과 TV까지 갖추고 있다. 이용자들을 위해 와인과 과일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일반 방카에 비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된 가격은 최고의 매력이다. 보통 오후 시간대에는 조류 변화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호핑을 할 수 없지만, 요트 호핑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직접 조류를 분석하는 수고와 함께 안전장비를 철저하게 갖추고 있는 덕이다. 요트는 최대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현재 요트 호핑 투어는 하나투어에서만 예약이 가능하다.●check list 3보는 것이 곧 배우는 것‘놀면서 배우는’유익한 여행의 탄생!망고의 재탄생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Profood Mangoes Factory세부에서 망고를 먹지 않으면 반쪽짜리 여행이 되고 만다. 아이들에게 망고의 헌신적인 생애(?)를 알려주고 싶다면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를 찾아가자. 프로푸드는 필리핀 최대 규모의 망고 생산 기업으로 필리핀 전역에 총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부에 자리한 프로푸드 망고 팩토리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총 17.5헥타르 규모의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말린 망고, 망고 쥬스 등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망고 갤러리에서는 이곳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최소 10명부터 투어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성인은 200페소, 어린이는 100페소다. Highway, Maguikay, Mandaue City, Metro Cebu +63 32 346 1228 profoodgallery.com딩가딩가 노래하세 알레그레 기타 공장Alegre Guitar Factory세부에서 망고만큼 유명한 것이 기타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멕시코의 기타가 필리핀 세부까지 전해졌다고. 직접 기타를 제작하는 작은 공방들이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알레그레 기타 공장은 3대가 이어오며 규모를 키워 가고 있는 곳이다. 가족이 모여 만들던 것에서 지금은 3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커졌다. 이곳에서는 기타를 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성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입해 온 목재로 제작한 기타들은 재료에 따라 독특한 소리를 낸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덕에 가격 또한 저가부터 고가까지 각양각색이다. 여행자가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기타도 다수 판매하고 있다. 포크기타부터 클래식기타, 우쿨렐레나 만돌린까지 제작한다. Looc-Basak Rd, Lapu-Lapu City, Cebu공들인 손길을 느껴 봐 아바타 액세서리Avatar Accessories헝겊부터 나무, 조개껍질까지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액세서리를 만든다. 세계적인 쥬얼리쇼에 참가할 정도로 세부에서는 유명한 액세서리 숍이다. 액세서리를 구매할 수 있는 쇼룸과 직접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손수 제작하는 제품임에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머니가 술술 열린다. C/o PHILEXPORT-Cebu Chapter, 3rd Flr. LDM Bldg., Cuenco Legaspi Streets, 6000 Cebu City, Cebu +63 32 254 9268​날루수완 섬▶travel infoAIRLINE아침부터 저녁까지 추억으로 꽉꽉, 필리핀항공 새벽 잠을 가볍게 보충하고 오전11시경 도착한 세부. 인천 출발 시간이 다소 이른 새벽 7시30분이었지만 비행거리가 4시간밖에 되지 않으니 몸은 가뿐하다. 더구나 반나절의 시간은 관광을 하기에도, 휴식을 취하기에도 넉넉하지 않은가. 도착하는 날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 마지막 날도 꽉 채워 즐기고 싶다면 저녁 늦게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되겠다. 그래서 새벽 1시40분에 세부에서 출발하는 필리핀항공의 PR484편은 항상 인기 있는 항공편이다. 오후 10시까지 머무를 수 있는 제이파크 아일랜드의 레이트 체크아웃을 이용하면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즐기고, 침대에서 조금 뒹굴 수도 있다. 그야말로 잠들기 직전까지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tip 필리핀항공 똑똑하게 이용하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왕이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해 보는 건 어떨까? 매년 하반기 오픈하는 ‘통항공권’은 묶음 항공권을 특가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다. 본인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이통’, 본인과 동반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커플통’으로 구성돼 있다. 매수에 따라 최저 20만원대부터 40만원대로 이뤄져 있어 특가를 톡톡하게 누릴 수 있다. 또 하나, 필리핀항공이 운영하는 에어텔 브랜드인 ‘필플러스텔Philplus TEL’에서는 항공과 숙박이 묶인 상품을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일반 레저를 포함해 골프, 어학연수, 상용 등 다양한 타입의 상품이 준비돼 있다.Mall아얄라 몰Ayala Mall세부 시내에 자리한 복합 쇼핑몰. 세부에서는 손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실제로 길을 잃을 만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행길이라면 안내데스크에서 지도를 먼저 받아 두자. 가장 추천하는 곳은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슈퍼마켓.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으니 눈을 크게 떠야 한다. Cebu Business Park, Archbishop Reyes Avenue, Cebu City 6000, Metro Cebu, Cardinal Rosales Ave, Cebu City, Cebu +63 32 516 3025 일요일-목요일 10:00~21:00, 금·토요일 10:00~22:00시티 타임 스퀘어City Time Square타임 스퀘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리브 슈퍼클럽Liv Superclub’은 소위 ‘제일 잘 나가는’ 클럽이라고. 밤이면 온갖 꽃단장을 마친 남녀가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클럽 외에도 바, 카페, 레스토랑 등의 숍이 2층 건물을 빽빽이 채우고 있으니 입맛대로 놀아 보자. Mantawi Ave., North Reclamation Area, Subangdaku, Mandaue City, Cebu +63 32 239 4397Restaurant아바세리아 델리 & 카페Abaseria Deli & Cafe필리핀관광청이 인증한 세부의 맛집. 세부의 전통 양식을 고급스럽게 풀어낸 가구와 장식품들이 돋보인다. 정성을 들여 꾸민 가정집에 들어온 것처럼 안락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음식의 맛 또한 부담스럽지 않고 푸근하다. 새끼 돼지를 통으로 구워내 즉석에서 손질해 내어주는 구이 요리가 인상적이다. 후식으로는 구아바 향기가 달달하게 올라오는 구아바커피를 추천! 물론 구아바를 싫어한다면 무조건 피하시길. 39-B Pres. Quirino St., Villa Aurora, in Kasambangan, Cebu City +63 32 234 4160날루수완 아일랜드 레스토랑Nalusuan Island Restaurant바다를 걸치고 지어진 널찍한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놀이를 하며 가득 품은 바다의 기운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유리 없는 기둥 사이로 바람이 한 가득 들어온다. 가볍지만 맛 좋은 필리핀 요리를 맛볼 수 있다.tip 세부 공항이용료 잊지 마세요!여행이 모두 끝났더라도, 주머니에 750페소만큼은 꼭 남겨두자. 세부에서 출국시 공항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수하물을 부치고, 따로 마련된 부스를 찾아가 비용을 내면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영수증이 없으면 출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없으니 잊지 말고 확인할 것.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제이파크 아일랜드 리조트 www.jparkisland.co.kr,필리핀항공 www.philippineair.co.kr
  • 성북 ‘1000개의 건물지킴이로’

    성북 ‘1000개의 건물지킴이로’

    “‘주민 안전’은 과잉 대응이 소극적 대응보다 낫다는 것을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배웠습니다.” 4일 김영배 성북구청장과 구 직원들이 오패산로 숭곡시장 옥상에 모였다. 안전시무식을 하기 위해서다. 숭곡시장은 1968년 준공된 상가건물로 천장재가 대부분 뜯겨나가고 벽 곳곳에 금이 갔다. 2001년 D급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14가구가 살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이날 직접 균열폭 진행 측정기를 숭곡시장 건물 곳곳에 붙였다. 숭곡시장뿐 아니라 전국 최초로 구의 모든 위험시설에 1000개의 균열폭 측정기를 달았다. 1000개의 안전 지킴이가 이날 구에 설치된 것이다. 건물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균열폭 측정기는 이상이 있으면 바로 담당 공무원과 연결되는 직통 핫라인 전화번호가 표기된 안내판과 함께 달렸다. 처음에는 영(0)점으로 설치되지만, 균열이 진행되어 폭이 커지면 담당 직원에게 연락하면 된다. 주민들이 원하면 균열폭 측정기 설치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공무원뿐 아니라 500여명의 구민으로 구성된 방재단도 안전 지킴 활동에 함께한다. 48년 전에 형성된 숭곡시장은 거의 고사 상태다. 1층의 유리가게, 반찬가게, 이발소, 식당 등의 소매업도 거의 폐업 상태다. 옥상에는 슬레이트와 벽돌로 된 불법 건축물이 다닥다닥 하나의 마을처럼 자리잡았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열악한 옥탑방에 거주하고 있다. 숭곡시장은 이미 구에서 상수도시설을 수리하고 옥상 바닥에 페인트칠을 다시 하는 등 관리를 했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라 한계가 있다. 재건축을 하려고 해도 숭곡실업을 비롯해 65명이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합의가 어려운 상태다. 새해 첫 업무를 쓰러져 가는 건물 옥상에서 한 김 구청장은 “균열폭 측정기는 작지만 큰 안전 표식”이라며 “우리의 작은 노력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자”고 시무식에 참여한 50여명의 직원과 함께 각오를 다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해외여행 | 세 가지 빛깔 네팔 여행

    해외여행 | 세 가지 빛깔 네팔 여행

    히말라야를 품은 순백의 나라, 설산만큼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대지,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무욕의 삶….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네팔의 표정은 훨씬 다채로웠다. 카트만두, 포카라, 치트완으로 떠난 백, 청, 홍 세 빛깔 네팔 여행기. ●白 포카라Pokhara히말라야 미니 트레킹 포카라에 머문 사흘 내내 찌푸렸다. 네팔의 우기(6~9월)는 9월 중순 끝자락으로 몰려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늘은 잿빛에서 먹색으로, 다시 희붐하게 변색하며 비를 흩뿌리다 거두길 거듭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Annapurna는 그 너머에서 아득했다. 짙고 자욱한 흰 벽 뒤로 안나푸르나안나푸르나 지역은 에베레스트Everest 지역과 함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을 구성하는 산군이다. 만년설로 새하얀 안나푸르나 주봉8,091m을 비롯해 안나푸르나Ⅱ7,939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마차푸차르Machhapuchhre 6,998m 같은 고봉준령이 불쑥 잇따르며 수직의 위용을 과시한다. 산 좀 탄다 싶으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나 마차푸차르 베이스캠프MBC 3,700m로 방향을 잡는다. 시간, 체력, 경험 모두 충분치 않을지라도 사랑코트Sarangkot 1,592m나 푼힐Poonhill 3,210m 같은 전망대가 있으니 안나푸르나 조망은 어렵지 않다. 관건은 언제나 날씨다. 안나푸르나로 향할 때 그 전초기지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페와 호수Phewa Lake 덕분에 호반 휴양도시의 정취가 물씬하다. 맑은 날이면 안나푸르나 연봉이 호수 표면에 그대로 내려앉는데 그 환상 같은 풍경을 쫓아 노 젖는 배들로 호수는 복작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부질없을 줄 알면서도 작은 나무배에 올랐다. 거무튀튀한 구름에 막힌 빛이 호수 물빛을 괴이할 정도로 짙은 옥빛으로 만들었을 뿐 안나푸르나의 반영은 없었다. 날씨 흐린 게 제 탓도 아닌데 여자 뱃사공은 기회 날 때마다 탁한 허공을 가리키며 저 즈음에 안나푸르나가 있다는 둥 어쨌다는 둥 졸지에 죗값을 치렀다. 끝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꼭 보고야 말겠다는 헛된 욕심만 부풀렸다. 안나푸르나 미니 트레킹은 그래서 더 비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Australian Camp 1,920m를 목적지로 삼았다. 푼힐 전망대나 사랑코트 같은 대중적 코스에 비하면 생소하지만 그만큼 덜 북적이고 더 호젓하다. 포카라에서 차량으로 40~50분쯤 굽이진 산길을 오르면 칸데Kande 1,750m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산행거리다.그저 산을 좋아할 뿐이라는 원로급 산악인 여럿도 동행했다. 소싯적부터 히말라야를 숱하게 오르내린 산악인의 아우라는 숨길 수 없었다. 꼬박 이틀을 걸어 올랐던 길을 이제는 차로 단박에 오르니 그 감회도 남달랐으리라! 초행 초보 트레커의 기운을 북돋기 위함이었을까, 일순 안나푸르나가 구름 커튼을 젖히고 빼꼼히 내려봤다. 푸른 다랑이 논 위로 드러난 은빛 자태가 눈부셨다. 극적인 등장에 우왕좌왕 헤매다가 금세라도 숨을까 조마조마했다. 저 위에 오르면 더 가까이에서 더 웅장하게 맞이할 수 있겠지, 숨이 헉헉대는 가파른 길이었지만 흥이 났다.그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등하교하는 산간 마을 꼬마들과 마주칠 때면 밭은 숨이 창피했다. 나마스테! 이방인과 현지인의 길이 교차했다. 구름이 몰려오니 서둘러라, 하산길의 이방인이 조언했을 때 이미 때는 늦었었나 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흰 벽은 아무리 기다려도 걷힐 성싶지 않을 만큼 짙고 자욱했다. 아랫마을 담푸스Dampus로 옮겨 다시 기회를 엿봤지만 아예 비가 내렸다. 더 이상 욕심 부릴 수 없으니 차라리 후련했다. 빗속에서 노래가 퍼졌다. 인생을 읊조렸고 사랑을 갈구했다. 산사람들의 노래는 처연했다. 4년 전 9월 중순, 안나푸르나 남벽 등정을 위해 떠났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박영석 대장과 대원을 위한 조가였다. 조가는 비와 안개를 뚫고 더 다가갈 수 없는 아득한 산에 스몄다. 서로들 촉촉해진 눈을 피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靑 치트완Chitwan네팔 정글 사파리 네팔의 단편만 알았던 덕에 치트완은 흥미로웠다. 위로 솟은 수직의 히말라야 대신 수평의 평야와 밀림이 드넓었고, 카트만두의 소음과 번잡함은 찾을 길 없이 고요하고 평온했다.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노니는 그곳에서, 아련한 향수에 젖었다. 수평의 푸른 대지에서 향수에 젖다새로운 네팔을 만나는 데는 카트만두에서 소형 비행기로 30분이면 족했다. 치트완 바라트푸르공항Bharatpur Airport에 내리자마자 덥고 습한 기운이 턱 몰려왔다. 네팔 남부 지역이니 당연했지만 히말라야 설산의 차가운 기운만 떠올렸던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평야도 생경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나라에서 해발 60m에 불과한 수평의 대지가 이토록 광활했다니….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타루Tharu족이 살고 있는 치트완 사우하라Sauraha 마을은 아련한 향수를 불렀다. 영락없이 30~40년 전 우리네 시골마을이었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하릴없는 아낙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너른 풀밭을 운동장 삼은 천진난만한 동네 꼬마들 사이로 물소가 풀을 뜯었다. 호박잎 줄기를 벗기는 처자는 수줍은 미소로 이방인을 바라봤다. 흙벽과 나무로 지은 집은 초라하다기보다 따스함으로 정감 어렸다. 조무래기들은 자기들이 찍힌 사진을 보며 까르르르 웃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찍어 달라 카메라 앞에 섰다. 잊었던 어린 시절 해질 무렵의 풍경이 떠올라 아련했다. 그 마을에서 치트완 정글 탐험에 나섰다. 치트완은 197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유네스코는 1984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렸다. 희귀종인 외뿔코뿔소와 멸종위기종인 벵골호랑이 등 40종 이상의 포유동물과 450종 가량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단다. 마을에 호랑이와 코뿔소 조형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카누에 정글 트레킹 그리고 코끼리 등에 업혀서까지 치트완 정글 곳곳을 누볐는데, 932km2에 달하는 전체 면적을 생각하면 진면목에 다가서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투어용’으로는 탁월했다.나무 카누에 올라 마을과 정글을 가르는 라프티강Rapti River의 흐름을 따랐다. 땅 속과 위, 그리고 물 속에서 각각 1,000년씩 총 3,000년을 살 정도로 단단하다는 살Sal나무로 만든 카누였지만 야생 악어와 맞닥뜨렸을 때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물 속에 손을 넣지 말라는 정글 길잡이의 지시에 충실할 수밖에…. 강 양쪽 둑으로 공작새며 이름 모를 야생조류들도 출몰했는데 악어와 달리 평온함을 선사했다. 탐험객의 긴장이 느슨해졌다고 판단한 건지, 길잡이는 카누에서 내려 정글 트레킹에 나서기 전 잔뜩 겁을 줬다. 코뿔소와 곰은 물론 호랑이와도 마주칠 수 있으니 반드시 뭉쳐서 다녀야 한다는 둥, 코뿔소가 달려들 때는 지그재그로 도망쳐야 한다는 둥, 얼마 전 마을의 한 소녀가 호랑이에게 공격당했다는 둥 진지했다.정작 정글에서 만난 것은 순하고 겁 많은 사슴과 들소뿐이어서 맥이 풀렸다. 호랑이와는 마주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 아니냐며 스스로 다독였다. 다음날, 코끼리를 타고 정글 투어에 나섰다가 강가 진흙에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보니 더욱 그랬다.조련사까지 포함해 5명을 등에 업고 물살 센 강을 건너고 빽빽한 숲을 비집는 코끼리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연민만 극복한다면 코끼리 정글 트레킹은 이곳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정글 탐험법이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코끼리 걸음 특유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정글의 정취를 느긋하게 누렸다.호랑이쯤 못 보면 어때, 일찌감치 욕심을 버렸는데 풀숲에서 뭔가 바스락거렸다. 기연가미연가 시선을 집중하려들자 쑤욱 육중한 몸을 드러내는 코뿔소! 코끼리에게 덤벼들면 어쩌나 걱정도 잠시, 녀석은 관심 없는 듯 느릿느릿 제 갈 길 가며 제 볼일을 봤다. 무사의 철갑을 두른 듯 빈 틈 없는 그 투박한 외양이 맘에 들었다. ●紅 카트만두Kathmandu세계문화유산 순례 4월 네팔을 흔든 강진은 수도 카트만두에도 상처를 남겼다. 생명과 문명이 스러졌다. 5개월이 흘렀어도 상흔은 있었다. 다행히 흐릿했다. 삶은 일상을 되찾았고 흔들린 건물은 다시 섰다. 카트만두의 세계문화유산도 변함없이 여행자를 반겼다. 카트만두 첫 여행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타멜 시장Tamel Market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카트만두의 대표적 전통시장이다. 이어지다 갈라지고 다시 합류하기를 반복하는 골목 길목마다 삶의 활기가 펄떡였고, 골동품이며 과일이며 옷가지며 삶을 지탱하는 물품으로 빼곡했다. 크고 작은 불탑과 힌두교 건축물도 가세해 티베트불교와 힌두교가 혼재된 네팔의 색채를 더했다. 네팔의 옛 왕국들은 카트만두 밸리Kathmandu Valley로 불렸던 카트만두 분지 일대를 본거지로 삼았다. 카트만두, 박타푸르Bhaktapur, 파탄Patan 왕국이다. 왕궁과 함께 네팔 전통 건축물이 보존돼 있어 가치가 높다. 유네스코도 일찌감치 그 가치를 인정했다. 네팔의 8개 세계문화유산 중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Lumbini를 제외하고 모두 카트만두 밸리에 있다. 이러니 카트만두 여행은 곧 세계문화유산과의 동행일 수밖에 없다. 타멜 시장의 인파에 밀리다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에 다다랐다. 왕궁이라는 뜻을 지닌 더르바르는 이곳이 옛 왕궁이었음을 알려 줬다. 힌두교의 원숭이 수호신인 하누만에서 이름이 유래된 하누만 도카Hanuman Dhoka 왕궁이 중심이다. 자간나트 사원Jaganath Temple에 서서 광장을 둘러보니 어떤 건축물은 나무 버팀목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가시지 않은 지진의 상흔이었다. 자간나트 사원 처마 받침목의 ‘에로틱 조각Erotic Carving’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 무거운 마음이 조금 가셨다.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남녀의 성애 장면을 조각했다고 하는데 노골적이어서 살짝 민망했다. ‘살아 있는 신’ 쿠마리가 살고 있는 쿠마리 사원Kumari Ghar에도 들렀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힌두교의 여신을 대신하는 살아 있는 신으로, 3~8살 소녀 중에서 선택해 이곳에 모시고 초경 때까지 섬긴다는데, 종교적 행사가 아닌 이상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갇혀 지내는 셈이니 외지인의 시각에서는 측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대 고도 중 파탄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박타푸르가 이를 달랬다. 옛 정취가 고스란하고 규모도 컸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에 세워진 옛 건축물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중세 도시에 현대인이 거주하는 풍경은 압권이었다. 세계적 문화재 속에 일반인의 주거지가 함께 있다니, 놀라웠다. 광장과 골목마다 가게가 즐비했고 사원이나 왕궁 앞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무리 지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타우마디Taumadhi 광장의 위용이 가장 높았는데, 하늘로 솟은 5층 규모의 냐타폴라Nyatapola 사원 덕택이었다. 그 사원에 올라 내려다보니 박타푸르가 한눈에 들어오며 마치 중세시대로 거슬러 간 듯했다. 옛 왕국이 아니더라도 세계문화유산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보드나트Bodhnath는 네팔에서 가장 큰 불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티베트 불교 순례자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순례자들은 거대한 스투파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의식을 치렀고, 한 번 돌릴 때마다 불교 경전을 한 번 읽은 것과 같다는 ‘마니차’는 멈출 틈이 없었다. ‘네팔 속의 작은 티베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원숭이가 많아 원숭이 사원으로도 불리는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0년 역사를 지닌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원인데, 힌두교 양식도 보태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3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하얀 돔과 황금빛 첨탑이 눈부신 스투파가 압도했다. 스투파에 새겨진 ‘부처의 눈’은 신성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네팔 힌두교 사원을 대표하는 파슈파티나트 사원Pashupatinath Temple도 지나칠 수 없었다. 네팔 최대의 힌두교 사원이자 성지인데, 외지인에게는 네팔 힌두교인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로 더 의미가 있다. 사원 앞으로는 인도 갠지스Ganges강으로 연결된다는 바그마티Baghmati강이 흐른다. 살아서는 여기에서 몸을 씻고 죽어서는 이곳에 뿌려지는 게 힌두교도의 종교적 소망이라고 한다. 강둑에 늘어선 화장시설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장작불이 꺼지면 바그마티강에 뿌려지겠지, 누군가의 마지막 소망이 이뤄지고 있는 그 순간, 어린 소녀는 그 강에서 머리를 감았다. ▶travel infotravel TIP지진 이후 네팔여행2015년 4월25일 지진 발생 이후 우리 정부는 네팔 여행 안전정보를 상향 조정했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3개 등반지역에 대해서는 ‘철수권고’를,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여행자제’ 조치를 취했다. 이번 취재는 지진 후 5개월 뒤인 9월 중순에 이뤄졌다. 전문 산악인과 미디어로 구성된 답사팀이 직접 네팔의 주요 여행지를 경험했으며 답사결과를 토대로 여행에 무리가 없다는 점을 주네팔한국대사관 등에 전했다. 대한항공도 지진 여파로 주 1회로 감편했던 인천-카트만두 노선을 10월2일부터 주 2회로 정상화했다. 주네팔한국대사관측은 우기(6~9월) 이후 여행안전정보 단계 재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11월10일 현재까지 기존 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네팔 여행 적기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기(6~9월)가 아닌 10월부터 5월까지가 적기다. 네팔 남부 치트완은 고온다습해 한여름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관문도시인 포카라는 상대적으로 덜 덥고 덜 추운 편이다. 고도에 따른 기온차가 심한 만큼 겨울철 트레킹에는 특히 방한에 신경 써야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과 문화탐방3대 주요 등반 지역 중 안나푸르나 지역을 중심으로 트레킹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기존의 푼힐 전망대 등을 대신해 트레킹 전문여행사인 혜초여행사가 새롭게 개발한 미니 트레킹 코스다. 하산까지 6시간 가량의 트레킹으로 안나푸르나를 조망할 수 있다. 혜초여행사는 우리네 둘레길처럼 히말라야 주변을 걷는 ‘히말라야 라운드’ 상품, 네팔 문화탐방 상품 등도 운영하고 있다. 혜초여행사 www.hyecho.com 02 6263 2000 히말라야 산악 비행기Mountain Flight국내선에 투입되는 소형 항공기를 이용해서 카트만두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한 바퀴 돈다. 손쉽게 히말라야 연봉을 만날 수 있는 방법. 왕복 1시간 가량 소요되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까지 볼 수 있다. 조종석도 잠깐 구경할 수 있다. 비수기에는 170달러선이지만 성수기에는 230달러 수준까지 오른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가능하다.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혜초여행사 www.hyecho.com, 대한항공 kr.koreanair.com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불법 도박’ 오승환·임창용 약식기소…향후 거취에 日 관심 집중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프로야구 스타 오승환(33)과 임창용(39)이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서 둘의 거취에 한국은 물론 일본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30일 두 선수에게 단순 도박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로써 야구 인생의 중대 기로에 섰던 오승환과 임창용은 크게 한숨 돌리며 다음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앞서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불법 도박에 연루돼 한국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신과 야쿠르트의 전 마무리 오승환과 임창용이 약식기소로 벌금이 부과될 전망”이라며 가벼운 처벌을 기정사실화했다. 일본 언론은 사건이 일단락되기는 했으나 두 선수 모두 내년 소속이 정해지지 않은 까닭에 향후 행보에 주목했다. 두 선수의 ‘컴백’에 실낱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모양새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의 일본프로야구 입성은 쉽지 않다. 오승환이 몸담았던 한신은 이미 새 마무리를 구한 데다 명가 요미우리도 선수들의 불법 도박으로 홍역을 치른 터라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괌에서 개인훈련 중인 오승환은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도박과 관련해 비교적 관대하다. 오승환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불펜 보강이 절실한 구단이 오승환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승환의 미국행이 불발될 경우 보유권을 쥔 삼성으로 ‘유턴’이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이 임창용을 방출한 마당에 오승환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창용은 KBO의 징계 수위에 따라 선수 생명이 갈릴 전망이다. 내년에 거의 뛸 수 없을 정도의 장기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면 불명예까지 떠안은 임창용을 품을 구단은 없다. 하지만 출장 정지 기간이 30경기 이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오피니언 필진 새로워집니다

    [사고] 서울신문 오피니언 필진 새로워집니다

    새해부터 오피니언 필진이 대폭 바뀝니다. 역량 있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월요일 게재되는 ‘특별칼럼’ 필진에는 김일수 고려대 법대 명예교수와 이현청 한양대 교수(전 상명대 총장), 최광식 고려대 교수(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 새로 참여합니다. ‘열린세상’에는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등 24명이 합류해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신설되는 에세이 칼럼에는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 등 4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참신한 글을 선보입니다. ■새 필진(가나다순) ●특별칼럼 김일수 고려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이현청 한양대 교수· 전 상명대 총장, 최광식 고려대 교수 ·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열린 세상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구희진 대신자산운용 대표, 김도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서병조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원, 오세정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이공현 지평 대표변호사·전 헌재 재판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전범수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조인호 연세대 언론대학원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생명의 창 정찬주 작가 ●글로벌 시대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 최석영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문화마당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최진영 소설가 ●에세이 칼럼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 양진건 제주대 교수, 이호준 여행작가
  • 내년 개방형 직위 39개 민간만 채용

    정부가 내년 한 해 28개 부처의 실·국·과장급 직위 91개를 공개모집 방식으로 충원한다. 이 가운데 민간인만 응모할 수 있는 직위는 39개다. 나머지 52개 직위는 민간인과 공무원 모두 지원 가능하다. 인사혁신처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 정부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계획’을 사전 공고했다.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실·국·과장급 직위에 외부 전문 인재를 채용한다는 취지로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12월 말 현재 기준으로 전체 정부 부처 실·국·과장급 직위 3700여개 가운데 437개가 개방형 직위로 지정된 상태다. 이 중에서 91개 직위의 임기가 내년에 끝나 새 인력이 충원된다. 내년에 공개모집으로 선발되는 91개 직위를 직급별로 보면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중앙과학관장,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고용노동부·관세청·국토교통부·외교부의 감사관, 국가보훈처 제대군인국장, 기상청 항공기상청장 등 고위 공무원단 34개 직위,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콘텐츠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 공정거래위원회 고객지원담당관, 전북대 산학협력과장 등 과장급 57개 직위다. 특히 지난 8월 민간인 전용으로 처음 지정된 경력 개방형 직위는 모두 165개로 이 가운데 현재까지 23개 직위만 충원됐다. 내년에는 39개 직위에 민간인을 추가로 앉힌다. 당장 내년 1월 선발이 이뤄지는 민간인 전용 경력 개방형 직위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 심의관, 국민안전처 비상대비훈련과장 등 2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檢 ‘김수남표 중수부’ 반부패 TF 새달 초 신설

    검찰이 권력형 비리 등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조직을 다음달 초 검찰총장 직속으로 신설한다. 평상시에 소규모로 운영되다가 큰 사안이 터지면 일선 수사인력을 보충받는 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약화된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박정식 검사장)와 법무부는 검사장급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특별수사조직 신설에 나선 것은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와 일선 검찰청 특별수사부서로 비리 수사 기능이 분산되면서 부정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졌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중수부처럼 일사불란한 수사조직을 신설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총장 후보자 때 인사청문회에서 “대검 중수부와 같은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직의 수장은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인 김기동(51·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이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새 조직은 상설기구가 아닌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된다. 평소에는 10명 안팎의 검사가 배치돼 있다가 과거 저축은행 비리나 최근 방위사업 비리처럼 전국 단위의 부패 범죄를 수사할 때 인적·물적자원이 집중 투입되는 식이다. 보고 체계는 TF 팀장에서 대검 반부패부장, 검찰총장으로 단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보고·지휘 체계처럼 일선 검찰청과 대검의 지휘 라인이 얽힌 구조로는 보안 유지나 수사의 신속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TF가 설치될 기관은 서울고검이 유력시된다. 국가정보원 증거 조작 사건과 ‘성완종 리스트’ 의혹 등 대형 사건을 맡았던 검찰 특별수사팀들이 서울고검에 사무실을 둔 전례가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일선 검찰청 특수부는 검사실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사의 생명인 보안성과 신속성이 지켜지기 어렵다”면서 “특수수사 TF가 생기면 과거 중수부처럼 부장검사급이 소팀장이 되고 그 밑에 검사들과 다수의 수사관이 밀도 있는 내사를 벌여 효율적인 대형 비리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검사는 “부정부패 수사 역량이 강화되면 결국 국민이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제도만 잘 운영된다면 과거 중수부 체제의 단점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중수부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하명 수사 도구’라는 비판에 따라 여야 합의로 폐지된 중수부를 검찰 내부 결정으로 되살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상설기구가 아닌 TF 형식을 취한 것 자체가 검찰 스스로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대선 전에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사항을 백지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가 대형 사건들을 주로 맡게 된다면 중앙지검 내 특수부의 역할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이번 주말엔 ‘우주 놀이공원’서 무중력 체험 어때요?

    [명인·명물을 찾아서] 이번 주말엔 ‘우주 놀이공원’서 무중력 체험 어때요?

    2013년 우주에서의 생존 스토리를 그려낸 영화 ‘그래비티’, 2014년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휴먼 SF영화 ‘인터스텔라’, 그리고 지난 10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살아남고자 사투를 벌이는 영화 ‘마션’까지 마치 약속한 듯이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국내에서 개봉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현상과 더불어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제 우주는 우리에게 더이상 멀리 있기만 한 영역이 아니다. 인천 강화도에 자리한 ‘옥토끼우주센터’는 우주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족시켜 주기에 안성맞춤인 테마파크로 손꼽힌다. 2007년에 개장한 이 시설은 국내 최초로 항공우주연구원, 공군우주연구소 등과 함께 200억원을 투자해 4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우주 체험을 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본관인 우주과학박물관에는 학생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우주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500여점의 실물과 모형의 항공, 우주 전시품들이 4개 층에 걸쳐 마련돼 있다. 전시관은 우주의 탄생인 빅뱅이론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비행기, 우주선, 로켓발전사관, 화성탐사관, 우주생활관, 외나로도 우주센터관으로 이어진다. ●화성 생명체 찾아 떠난 모형 탐사선 4종 전시 화성탐사관에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 떠난 바이킹, 소저너, 스피릿, 아레스 등 4종의 모형 탐사선이 전시돼 있다. 우주생활관에서는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어떻게 먹고 씻고 잠을 자며 어떤 방법으로 용변을 해결하는지 등 원초적인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섹션에서는 안내원들의 친절한 설명과 도움이 제공된다.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우주인 생활상과 우주 탐사 장비들을 보면 어느새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3D영상관에서는 우주 관련 애니메이션인 ‘스페이스 독’과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주중 16회, 주말 17회에 걸쳐 30분 간격으로 15분여 동안 상영한다. 아무래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우주체험기구장이다. 무중력 체험과 중력가속도를 체험할 수 있는 G포스, 방향감각 훈련 등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7종의 필수 관문 테스트 체험 기구들이 사람 신체에 맞게 갖춰져 있다. 놀이기구 같은 스릴을 만끽할 수 있기에 아이들에겐 당연히 최고의 인기 코스다. 옥토끼우주센터 측은 주말에 방문객이 몰릴 경우 1인승 우주 공간 이동 장치 MMU를 타기 위해선 20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인천 서구 청라지구에서 왔다는 박성민(38)씨는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빌 것 같고, 평일에는 단체 손님이 많이 온다고 들어 미리 전화를 통해 단체 예약이 없는 요일에 시간을 내 찾아왔다”고 말했다. ●우주서 실제 사용한 카메라·노트도 볼 수 있어 모든 체험 장치들은 엄격한 놀이기구 제작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정기적으로 정비를 엄격히 함으로써 방문객의 안전관리를 우선시한다. 이어 위로 가는 통로를 따라 올라가면 3층 소유즈관에 도착한다. 소유즈관에는 국내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탑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의 궤도 모듈과 귀환 모듈이 실제 크기로 제작돼 있으며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모형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우주에서 사용한 카메라와 노트, 연필 같은 용품과 우주선에 쓰인 실제 부품들이 전시돼 있다. 현재는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어 소유즈관은 내년 1월 중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마지막 4층에는 과학원리체험관과 어린이과학교실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에 마련된 우주과학체험존은 우주과학 분야에서 실제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과학 원리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우주비행사의 중요 요건 중 하나인 집중력과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스파크링’에서는 링을 시작점부터 끝까지 신중하게 옮기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옆에서는 비행기가 뜨는 원리인 베르누이 정리의 이해를 학생들이 간단한 작동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 비행기를 직접 띄워 볼 수 있다. 두 자녀와 함께 인천 연수구에서 온 정강운(35)씨는 “교육적 효과를 높여 주는 체험 기구들을 아이들이 직접 다뤄 볼 수 있어 멀리서 온 보람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주과학박물관 코스의 끝에서는 우주복 입기 체험이 가능해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며 만들기 체험존도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별자리 마법 고리와 목걸이를 만들 수도 있다. 24개월 이상 유아부터 중학생까지는 마법 고리 무료 체험 쿠폰을 준다. 4층까지 모두 관람을 마치면 외부 연결 통로를 따라 야외 테마파크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우주과학박물관의 모든 코스를 꼼꼼히 둘러보는 데 통상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외부로 나가는 입구엔 카페테리아가 있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고 날이 좋을 때는 야외 테라스에서 도시락 피크닉도 할 수 있다. 테마파크에는 로봇공원, 새 체험장, 사계절 썰매장, 물놀이장, 공룡의 숲, 토끼의 성 등 각기 다양한 콘셉트의 체험 공간이 산책로를 따라 자리한다. 무엇보다 10만여 그루의 영산홍이 야외 공원을 메우고 있어 여름에는 자연수목원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물놀이장은 6월에서 8월까지만 개장하고 물대포 공원 역시 겨울에는 열지 않는다. 반면 사계절 썰매장은 계절에 따라 잔디썰매장과 눈썰매장으로 변신해 가며 운영한다. 또한 3300㎡ 규모의 숲 속에 전시된 40여종의 대형 공룡들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물 크기와 유사한 모형 공룡들이 움직이며 소리를 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지난해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가 다녀간 곳으로 유명하다. 매표 담당 직원은 “실제로 방송 직후 방문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 하루 최대 3000여명이 다녀간 날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매달 평균 1만 5000명~2만명 정도의 방문객이 꾸준히 찾는다. 최근에는 초지진과 광성보, 고려궁지 등 강화도에 산재한 유적지를 거쳐 찾는 방문객이 많고, 서울에서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온 캠핑족과 펜션객도 있다고 한다. ●인근 다양한 박물관·평화전망대도 ‘볼거리’ 인근에는 강화전쟁박물관, 역사박물관, 화문석문화관 등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과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평화전망대가 있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강화가 특산품이 많은 곳이다 보니 먹거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강화도를 대표하는 마니산도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여 거리여서 드라이브를 겸해 찾는 젊은 커플이 많다고 한다. 우주의 신비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자연 친화적인 야외 공원이 공존하는 옥토끼우주센터는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안겨주는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테마파크여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은 입장할 때 안내데스크에서 묶어 주는 손목 링 하나로 실내외 모든 시설을 추가 요금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유아(4~5세) 1만 3000원, 소인(6세~중학생) 1만 5000원, 대인(고등학생~65세) 1만 3000원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6시 폐장(주말은 7시)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불빛축제와 얼음 불빛축제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도 마련돼 있다. 강화도로 통하는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84번 국도를 따라가면 좌측에 있다. (032)937-6917~9.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아하! 우주] 2015년 발견된 주목할 만한 ‘외계행성’

    [아하! 우주] 2015년 발견된 주목할 만한 ‘외계행성’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에 빠져든 올해, 스크린이 아닌 우주에서는 영화보다 훨씬 흥미로운 행성들이 발견됐다. 지난 7월 인류는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지금은 왜소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과 조우했다. 그러나 태양계 밖에는 그보다 훨씬 더 셀 수 없이 많은 행성들이 존재한다. 천문학자들이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찾아낸 외계행성의 개수는 1000개가 넘는다. 이중에는 슈퍼지구, 곧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외계세계도 분명 존재한다. 올 한해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외계행성(外界行星)들을 정리해봤다.     - 지구 반만한 매우 가볍고 뜨거운 외계행성 발견 지난 6월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과학단체인 SETI 연구소측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 ‘케플러-138b’(Kepler-138b)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지구로부터 약 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 위치한 케플러-138b는 항성 ‘케플러-138’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다. 이 논문이 더욱 가치가 높은 것은 케플러-138b의 크기와 질량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지구보다 작은 크기의 행성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그 사이즈를 측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연구팀은 행성과 항성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중력과 인력의 소위 ‘줄다리기 힘’을 측정해 케플러-138b의 크기와 질량을 계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케플러-138b의 크기는 지구의 절반 만하지만 질량은 지구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케플러-138 주위를 단 10일 만에 공전할 만큼 항성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놓여있다. - ‘슈퍼지구’ 유력후보 발견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브리핑을 통해 항성 ‘케플러-452’와 그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케플러-452b는 지구의 1.6배 크기로 단번에 '슈퍼지구’의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이같은 근거의 이유는 항성 케플러-452가 우리 태양과 유사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케플러-452의 온도는 태양과 비슷하며 특히 케플러-452b는 생명체 서식 가능 구역으로 불리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다. 곧 행성이 항성(태양)과 너무 가깝지도(뜨겁지도) 멀지도(춥지도) 않은 적당한 지역에 위치해 있을 경우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행성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케플러-452b는 지구와 무려 14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사실 인류가 방문하는 것은 꿈 속에서나 가능하다. - 태양 2개 뜨는 영화같은 ‘타투인 행성’ 발견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살던 특이한 외계행성이 있다. 바로 태양이 두 개 뜨는 행성 ‘타투인’이다. 만약 이곳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면 항상 대낮일 것 같은 ‘타투인’ 행성이 지난 8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은 ‘골디락스 존’에 속하는 ‘케플러-453b’가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도는 소위 타투인 행성이라고 발표했다.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의 ‘케플러-453계’(system)에 위치한 케플러-453b는 태양계의 ‘큰형님’ 목성과 토성같은 덩치 큰 가스형 행성이다. 이 때문에 케플러-453b는 골디락스 존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 놀라운 점은 케플러-453b가 두 개의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케플러-453b는 우리 태양에 각각 94%, 20%만한 크기의 항성을 지구달력으로 240일 만에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기우뚱한 모습으로 공전한다. - 갓난아기 ‘외계 목성’ 발견 우리 태양계의 ‘큰형님’ 목성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어린 나이의 외계행성이 지난 8월 발견됐다.미국 스탠포드 대학 등 공동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96광년 떨어진 곳에서 목성의 ‘아기 시절’에 해당되는 행성을 찾았다는 연구결과를 유명과학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칠레에 위치한 제미니 천체망원경(Gemini Planet Imager·GPI)으로 포착한 이 행성의 이름은 ‘51 에리다니 b’(51 Eridani b). 목성보다 2배나 더 큰 질량을 가진 51 에리다니 b는 태양과 토성 거리보다 조금 더 먼 거리의 항성을 공전한다. 물론 목성같은 가스형 행성인 51 에리다니 b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행성의 대기는 유해한 메탄이 자욱하며 표면 온도 또한 섭씨 400도를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이 발견이 가치가 높은 것은 행성의 나이가 불과 2000만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구 나이인 45억 년과 비교하면 아직 행성으로서는 아직 젖도 못 뗀 수준. 연구에 참여한 트레비스 바만 애리조나 대학 교수는 “이 행성을 통해 수십 억 년 전 목성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면서 “행성 형성 그림맞추기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아낸 것과 같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 크기는 지구, 온도는 금성닮은 행성 발견  지구와 비슷한 크기 및 중력, 금성과 유사한 대기환경을 가진 행성이 태양계 밖에서 발견됐다. 지난 11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39광년 떨어진 곳에서 외계행성 'GJ1132b'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성은 지구 지름보다 약 16% 더 큰 1만 4800㎞로, 지면은 암석과 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질량은 지구보다 60% 더 크며 지구에서 약 39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이 행성은 모항성인 백색왜성 'Gliese 1132'의 궤도를 돌고 있으며, 모항성과 GJ1132b와의 거리는 지구-태양보다 더 가깝다. GJ1132b의 표면 온도는 137~307℃로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합하지만 중력의 힘은 지구와 상당히 비슷하고, 금성의 환경과 유사해 ‘쌍둥이 금성’이라고도 불린다. 이 행성의 대기는 대부분 헬륨과 수소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과거에 이 행성에 물이 존재했다면 분명 산소와 이산화탄소도 존재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 인터스텔라의 현실화…14광년 거리 ‘슈퍼지구’ 발견 이달 중순 호주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지구’ 중 가장 가까운 거리인 14광년 떨어진 뱀주인자리에서 ‘울프(Wolf) 1061c’라는 이름의 외계행성를 발견했다. 지구 질량의 4배가 넘는 이 암석형 행성은 '울프 1061'이라는 이름의 적색왜성을 공전하는 3개의 행성 중 하나이다. 이중 울프 1061c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해 있는데, 액체로 된 물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새로 발견된 이 3개의 외계행성들은 조그만 적색왜성 둘레를 각각 5일, 18일, 67일 만에 공전한다. 그 질량은 지구에 비해 각각 1.4, 4.3, 5.2배쯤 된다. * ‘외계 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 지난 2009년 NASA가 쏘아올린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수년 간의 분석이 필요할 만큼의 막대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왔다. 올해 1월 NASA는 케플러가 찾아낸 외계행성 후보 가운데 확인된 것만 1000개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아직 확인을 기다리는 후보는 모두 4175개에 달한다. 케플러가 조사한 별의 숫자가 우리 은하의 1000억 개가 넘는 별의 극히 일부인 15만 개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숫자다. 1000번째를 기념하는 외계 행성은 두 개로 케플러 - 438b와 케플러 - 442b다. 케플러 – 438b는 지구에서 475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으며 지구보다 12% 정도 큰 외계 행성으로 모성 주위를 35.2일을 주기로 공전한다. 케플러 – 442b는 더 먼 110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으로 지구보다 33% 정도 더 크며 공전 주기는 112일이다. 앞으로 외계행성과 그 안에 숨어있을 슈퍼지구 찾기는 차세대 행성 사냥꾼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맡는다. 오는 2017년 발사예정인 TESS는 사실상 임무가 종료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대신해 약 3000개 이상의 새 외계행성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지름 100km 짜리 떠돌이 혜성, 지구 충돌 가능성은?

    지름 100km 짜리 떠돌이 혜성, 지구 충돌 가능성은?

    100km 짜리 떠돌이 혜성이 위험하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이 거대 혜성이 지구를 강타할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관심을 쏟고 있는 데 반해, 장주기 혜성이 잠복하고 있는 목성 궤도 너머의 우주공간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 수많은 위협들 수백 개에 이르는 이 커다란 혜성들은 20여 년 전에 발견된 것으로, 센타우루스 족이라 불린다. 이들 혜성은 먼지가 뒤섞인 얼음 뭉치들로,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출발한 불안정한 궤도를 가지고 있다. 혜성의 크기는 대개 50~100km 정도로, 한 개 혜성의 질량이 이제껏 지구에 근접했던 모든 소행성들의 총질량을 넘어선다. 이 혜성들의 궤도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궤도를 가로지른다. 따라서 혜성이 이들 거대 행성들의 중력장을 스쳐지날 가능성이 상존하며, 행성의 중력에 의해 지구 쪽으로 내동댕이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는 그 가능성에 대해 4만~10만 년에 한 번 꼴이라고 밝혔다. 혜성은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분해되기 시작하고, 그 잔해들이 꼬리로 방출되어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거대 혜성의 분해에서 발생하는 잔해물들은 간헐적으로 지구에 쏟아져들어오는데, 무려 10만 년에 걸쳐 잔해물 포격이 지속된다고 왕립 천문학회 저널 ‘천문-지구물리학’에 발표된 논문에서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 빌 네이피어 버킹엄 대학 교수는 “지난 30년간 우리는 소행성과 지구 충돌 문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우리 연구는 바로 이웃 행성뿐 아니라, 목성 궤도 너머의 센타우루스 족에 대해서도 주의를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옳다면 이들 먼 혜성들이야말로 심각한 위협이며, 우리는 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구상의 최초 생명은 물과 유기물질을 가져다준 혜성의 포격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름 10 ㎞ 이상의 초거대 충돌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은 6500만 년 전 백악기-제3기 대멸종을 일으킨 칙술루브 충돌로, 많은 과학자들은 이로 인해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름 1㎞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50만 년에 한 번 꼴이며, 지름 5㎞짜리의 제법 큰 충돌은 대략 천만 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혜성이 가져올 위험요소는 이뿐이 아니다. 새 연구는 지구 궤도에 도달한 혜성이 뿜어낼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 등은 핵겨울 같은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자들은 “이 위협은 심각한 것으로, 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연구자들은 센타우루스 족이 가져올 위협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NASA는 태양계 내에서 발견된 지구접근 천체 1만 2,992에 대해 현재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그중에서 잠재적 위험 소행성으로 분류된 개수가 1,607개나 된다니, 적은 숫자는 아니다. 새 연구는 이 목록에 지구를 위협하는 수백 개의 우주 바위들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지자체장에게 신청… 변경위원회가 결정, 허용 땐 뒤 7자리 중 마지막 2자리 교체

    법규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후속 대책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회 논의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23일 행자부에 따르면 유사시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도록 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 제출됐다.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개인정보 집단유출을 계기로 짰던 새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헌법 불합치 원인은 자동 소멸된다”고 말했다. 마구잡이 변경이 아니라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새 정부안은 공포 후 1년을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앞서 2011년엔 국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주민등록번호 변경 거부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지만 각하된 바 있다. 새 주민등록법엔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 또는 재산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성폭력 및 성매매 관련 피해자로,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주소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등록번호에 오류가 있어 정정을 신청할 때도 물론이다. 변경 신청서를 접수한 자치단체는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에 적합 여부를 결정하도록 청구,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자 과반수 찬성으로 적합 판정을 받으면 신청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 위원회는 행자부 내 고위공무원과 전문가 등 12명으로 설치한다. 위원들은 필요할 경우 사실 조사를 벌이고 신청인이나 관계 공무원을 출석시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새 법안 시행을 가정해도 새 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하게 된다. 현행대로 뒷번호 7자리 가운데 2~5번째인 최초 등록지 지역번호를 유지한다면 마지막 2개 숫자가 바뀌게 된다. 행자부는 새 법안을 시행할 경우 신청서식 마련과 업무 신설을 위한 정보시스템 개선, 변경위원회 운영 등 행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연간 6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주인공에 몰입… 무대 서면 에너지 넘쳐” 첫 뮤지컬 주연 꿰찬 대학생 ‘괴물 신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개막 한 달도 안 돼 ‘공연 목표 수입 1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거두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사를 새로 쓰는 동시에 장차 한국 뮤지컬을 떠받칠 걸출한 ‘괴물 신인’도 낳았다. 배우 최우혁(22)이다.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우혁은 앙리 뒤프레와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빅터의 친구가 되고 빅터를 대신해 누명을 쓰고 죽기까지, 앙리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표정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가며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앙리의 삶에 확신을 가지며 앙리 자체가 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앙리는 뭔가에 꽂히면 모든 에너지를 그것에 쏟아붓는 ‘열혈 청년’인데 그 점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영국 여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김희철 프로듀서와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 감독 등이 제작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한국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연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그해 개최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올해의 창작 뮤지컬,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을 석권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해요.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두 남자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 생명의 본질 등을 되새겨 보게 해요. 스토리가 탄탄하고 음악도 웅장합니다. 배우도 관객도 모두 감동을 받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최우혁은 지난해 초연을 보고 ‘프랑켄슈타인’ 무대에 꼭 오르고 싶어 오디션에 지원했다. 앙상블 오디션을 봤는데 실력을 인정받아 주연 오디션으로 급이 올라갔고, 대학생 ‘초짜’ 신분으로 주역에 최종 캐스팅됐다. 최우혁은 “천운이 계속 따라 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말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음악 감독이 공연 시작을 알리자 박수 소리가 물결치듯 밀려왔다. 시체로 무대에 올라 실눈을 뜨고 객석을 봤는데 아찔했다. 리허설 땐 스태프를 합쳐도 객석에 있는 사람이 50명이 채 안 됐는데, 1000명 넘는 관객이 무대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무대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잘할 게 아니라 실수만 하지 말자며 집중 또 집중했어요. 공연 뒤 다른 배우들은 무대에서 울먹였어요. 저는 무대에서 내려와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이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격려해 주고 연출가께서 ‘난 믿고 있었다’며 안아 줬을 때, 그제야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공연 초반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걱정돼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걱정이 줄어들었다. 각 장면에 더욱 몰입하게 됐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에너지도 솟구쳤다. “‘프랑켄슈타인’ 쫑파티 때 웃으면서 참석하고 싶어요. 그렇게 됐다는 전제 아래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면 관객분들이 기대까진 아니어도 ‘이번엔 어떤 연기를 보여 줄까’ 하는 궁금증만이라도 가져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내년 3월 2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6만~14만원. 1666-8662.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삶의 끈 잇게해준 내 생명의 동아줄

    삶의 끈 잇게해준 내 생명의 동아줄

     60세 김모 할아버지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와 혈혈단신 전국을 떠돌기 시작한 것은 고작 열 살 무렵이었다. 껌팔이, 앵벌이, 구두닦이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스물두 살에 처음 취업을 했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칠 대로 지쳐 10년 남짓 만에 찾은 고향은 김씨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김씨는 막막한 심정으로 고향의 문 닫은 공장 건물에서 숨어 지내다 도둑으로 몰렸다. 억울하다고 항변해도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김씨는 강도, 절도를 반복하며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은 강원도 춘천 의암댐 부근 야산이었다. 세상을 등지고 그곳에 비닐 움막을 짓고서 살았다. 아무도 찾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김씨의 지우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다. 똑같을 수는 없지만, 수많은 사람이 김씨와 같은 고통을 안고 산다. 사회보장제도가 이전보다는 촘촘해졌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현장은 아직 인력과 예산 문제로 허덕인다. 그럼에도 복지공무원들과 통합사례관리사들은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각지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제도가 한부모가정, 노숙인, 장애인, 결혼 이주여성, 탈북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힘이 된 사례를 공모했다. 사회보장급여를 지원받은 사례와 복지통(이)장 또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참여해 취약계층을 지원한 사례로 나눠 공모한 결과 전국에서 모두 262건이 응모했고 2차례 심사를 거쳐 지원받은 사례와 지원한 사례 각 5건의 대상을 23일 선정했다. 대상을 포함해 최우수, 우수 등 모두 80건의 사례를 뽑아 포상키로 했다. 수기에 등장한 사회복지 현장 실무자들은 삶이 버거운 이들의 짐을 덜어주고자 한 번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립할 때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찾아 지원했다. 김씨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씨는 야산을 찾아온 춘천시 희망복지지원팀의 도움을 받아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됐다. 2개월치 월세를 지원받아 주거지부터 옮겼고 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보증금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우체국 공익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았다. 김씨는 수급비와 기관 지원금을 모아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다. 매출이 오를 때쯤 김씨에게는 푸드트럭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통합사례관리사의 도움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공헌캠페인인 기프트카를 신청해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기프트카를 받아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부지런히 일한 덕에 월평균 500만원의 매출을 냈다. 김씨는 3개월 만에 당당히 소득 신고를 하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보육원·양로원을 찾아 붕어빵 봉사를 하고 있다. 공적복지제도와 민간 분야 사회복지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상승효과를 낸 사례다. ●남편 잃은 이주여성, 새 보금자리를 찾다  위기의 순간에 작은 도움이 이주 여성에게 희망을 찾아준 사례도 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 A(30)씨는 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오갈 데가 없어졌다.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남긴 집과 땅을 뺏으려 했다. 마을 이장은 A씨의 사정을 전북 완주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완주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A씨의 정서적 지지 기반이 되어 주었고 A씨는 한국어학당을 다시 다니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완주군 고문변호사는 남편의 유산 문제를 해결해 줬고 군 희망복지지원단은 새집을 선물했다. 지역 협동조합은 A씨의 두 딸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선물했고 완주 문화의 집 홈패션동아리는 A씨의 집에 커튼을 선물했다. 크고 작은 도움이 꼬리를 물고 ‘홀로서기’를 응원했다. 한국어조차 서툴렀던 A씨는 중학교 급식실에 취직해 직접 생활비를 벌고 있다. ●아들 학대받던 80세 노모, 일자리를 얻다  광주시 상무동의 지역복지사들은 의무 부양자와 본인 명의의 집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80세 할머니를 돕고자 머리를 짜냈다. 할머니는 폭력적인 큰아들을 피해 두 아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생활하고 있었다. 신안염전 노예였던 막내아들은 밖에 나서기를 두려워했고 정신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이 간신히 청소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상무2동 복지협의체는 두 아들을 위해 서구정신보건센터를 소개해 주고 지역 청소년수련원의 폐품을 할머니가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고물상 부부는 할머니를 위해 손수레를 무상 제공했다. 할머니를 지원한 상무2동 복지협의체 민간위원 서기수씨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보다 이웃들끼리 관심을 두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방법을 지역에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고 돌이켰다. ●세상 등지려던 아버지, 옷가게를 열다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복지협의체는 5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자포자기한 정모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내가 죽고 나서 첫째 아들은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됐고, 정씨는 생계·육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소득 활동을 하지 못했다. 정씨의 취업도 문제였지만 첫째 아들의 심리 치료도 시급했다. 호평동 복지협의체는 관내 동부희망케어센터를 연계해 가족심리치료를 진행했다. 또 외식업체와 반찬업체 등 지역 후원자를 통해 매주 정기적으로 반찬을 지원했다. 지난 6월에는 방송사의 도움으로 거주지 인근에 옷가게를 열 수 있게 됐고, 옷가게를 운영하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컨설팅에 나섰다. 호평동 복지협의체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정씨의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자녀와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역 복지사들은 때로 금이 간 가족 관계를 복원하는 데 나서기도 한다. 김모(58)씨는 골절 사고를 당한 뒤 생계가 어려워지자 아들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통합사례관리사는 월미도까지 가 김씨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그를 격려하고 김씨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줬다. 마음을 다잡은 김씨의 아들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고 대학에도 합격했다. 한때 자살 기도까지 했던 김씨는 가족과 함께 인생 재도전을 하고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하! 우주] 100km짜리 떠돌이 혜성 위험 - 지구충돌 가능성

    [아하! 우주] 100km짜리 떠돌이 혜성 위험 - 지구충돌 가능성

    100km 짜리 떠돌이 혜성이 위험하다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이 거대 혜성이 지구를 강타할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관심을 쏟고 있는 데 반해, 장주기 혜성이 잠복하고 있는 목성 궤도 너머의 우주공간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 수많은 위협들 수백 개에 이르는 이 커다란 혜성들은 20여 년 전에 발견된 것으로, 센타우루스 족이라 불린다. 이들 혜성은 먼지가 뒤섞인 얼음 뭉치들로,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출발한 불안정한 궤도를 가지고 있다. 혜성의 크기는 대개 50~100km 정도로, 한 개 혜성의 질량이 이제껏 지구에 근접했던 모든 소행성들의 총질량을 넘어선다. 이 혜성들의 궤도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궤도를 가로지른다. 따라서 혜성이 이들 거대 행성들의 중력장을 스쳐지날 가능성이 상존하며, 행성의 중력에 의해 지구 쪽으로 내동댕이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연구는 그 가능성에 대해 4만~10만 년에 한 번 꼴이라고 밝혔다. 혜성은 태양에 접근함에 따라 분해되기 시작하고, 그 잔해들이 꼬리로 방출되어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거대 혜성의 분해에서 발생하는 잔해물들은 간헐적으로 지구에 쏟아져들어오는데, 무려 10만 년에 걸쳐 잔해물 포격이 지속된다고 왕립 천문학회 저널 ‘천문-지구물리학’에 발표된 논문에서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 빌 네이피어 버킹엄 대학 교수는 “지난 30년간 우리는 소행성과 지구 충돌 문제를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우리 연구는 바로 이웃 행성뿐 아니라, 목성 궤도 너머의 센타우루스 족에 대해서도 주의를 게을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옳다면 이들 먼 혜성들이야말로 심각한 위협이며, 우리는 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구상의 최초 생명은 물과 유기물질을 가져다준 혜성의 포격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름 10 ㎞ 이상의 초거대 충돌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은 6500만 년 전 백악기-제3기 대멸종을 일으킨 칙술루브 충돌로, 많은 과학자들은 이로 인해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름 1㎞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50만 년에 한 번 꼴이며, 지름 5㎞짜리의 제법 큰 충돌은 대략 천만 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 혜성이 가져올 위험요소는 이뿐이 아니다. 새 연구는 지구 궤도에 도달한 혜성이 뿜어낼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 등은 핵겨울 같은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자들은 “이 위협은 심각한 것으로, 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연구자들은 센타우루스 족이 가져올 위협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NASA는 태양계 내에서 발견된 지구접근 천체 1만 2,992에 대해 현재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그중에서 잠재적 위험 소행성으로 분류된 개수가 1,607개나 된다니, 적은 숫자는 아니다. 새 연구는 이 목록에 지구를 위협하는 수백 개의 우주 바위들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사설] ‘安 신당’ 호남 기반만으로 새 정치 실현하겠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어제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자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2013년 11월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한 이후 2년 1개월 만의 재도전이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정권 교체를 위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창당의 변을 밝혔다. 그는 범국민적 연합체 개념의 신당 구상과 함께 2월 설 연휴 전 신당을 구체화한다는 일정표도 제시했다. 안 의원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그의 머릿속에선 ‘중도 전국정당’을 그리는 듯하지만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도 성향의 제3당 구상이 현실 속에 구현할 경우 거대 여야의 양당 체제가 보인 극한 대결의 정치를 완화하고 다양한 민의를 정책에 반영하는 등 다원 정치의 기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신당 창당으로 가는 과정을 보면 정반대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안 의원과 정치 행보를 같이하겠다고 밝힌 의원들은 대부분 호남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탈당 대열에 가세한 김동철 의원 역시 호남을 연고지로 하는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의원은 수도권에서 신당 간판으로 출마할 경우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을 했는지 아직 탈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의 신당 추진을 환영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다. ‘안철수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비우호적인 호남의 표심을 흡수해 호남에 신당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反)새누리당, 비(非)새정치민주연합이란 기치로 신당의 윤곽을 잡으면서 기존 호남 신당 세력과의 연대 문을 열어 뒀다. 내년 총선 직전까지 복잡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거듭할 가능성이 커졌다. ‘안철수 신당’이 강력하고 유능한 야당 체제 재편의 기폭제가 돼 건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행 소선구제 아래서 제3당의 출현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야권의 분열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고착시키면서 여당의 어부지리에 기여하는 지역 정당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이 정치생명의 연장을 노리는 일부 노회한 구태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 귀화선수 전지희 ‘첫번째 탁구왕좌’

    귀화선수 전지희 ‘첫번째 탁구왕좌’

    ‘귀화 선수’인 전지희(23·포스코에너지)가 귀화 4년 만에 탁구종합선수권 첫 정상에 올랐다. 전지희는 20일 충북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제69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문현정(31·KDB대우증권)을 4-1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는 2011년과 2013년 대회 등 두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매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귀화 선수가 국내 탁구 최대 규모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곽방방, 당예서, 석하정에 이어 네 번째다. 전지희는 귀화 당시 법원에 국내 첫 ‘인천 전(田)씨’로 호적을 만들어 ‘인천 전씨의 시조’라고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지희는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양하은(21·대한항공)을 4-1로 꺾고 올라온 문현정을 맞아 첫 세트를 5-11로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2세트를 11-9로 균형을 맞추고 3세트 접전 끝에 16-14로 전세를 역전시킨 뒤 4세트와 5세트 각각 11-8과 11-7로 낙승을 거둬 생애 첫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남자 단식에서는 무명의 박강현(19·삼성생명)이 리우올림픽 대표팀의 정영식(23·KDB대우증권)을 4-0(11-8 12-10 11-7 11-7)으로 꺾고 정상에 올라 새 ‘탁구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준결승 상대였던 국가대표 ‘맏형’인 주세혁(35·삼성생명)과 정영식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식 출전자로 내정된 에이스들이다. 단식 우승은 넘겨줬지만 정영식은 앞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차세대 에이스’ 장우진(20)과 김경민-박찬혁(KGC인삼공사) 조를 3-1(12-10 11-6 11-13 18-16)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한편 장우진은 전날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수비 전문’ 주세혁의 페이스에 말려 경기가 안 풀린다며 탁구대를 라켓으로 찍고 탁구공을 발로 차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7] 낯설지만 무서운 신경근육질환 주의보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7] 낯설지만 무서운 신경근육질환 주의보

    아주 낯설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병이 있습니다. ‘근디스트로피’ ‘샤르코 마리 투스병’ ‘폼페병’ ‘파브리병’ 등이 그런 병입니다. “그런 병도 있어?” 하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요. 비교적 익숙한 루게릭병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까요. 이 병의 한 유형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을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부르니까요. ‘근육질환’이라면, 대부분 피로나 무리한 활동으로 근육이 뭉치거나 결리는 증상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말하는 근육질환은 이런 일반의 생각과는 크게 다릅니다. 근육이 지속적으로 약해지다가 마침내 소실되면서 환자들이 근육을 이용하는 모든 활동을 못하게 되는 중증 질환이니까요. 여기에 ‘신경’이라는 용어를 하나만 더 붙이면 ‘신경근육질환’이 됩니다. 말초신경과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을 뜻하지요. 말초신경이란 두개골이나 척추 속에 들어 있는 중추신경계에서 갈라져 나와 근육이나 피부 등 멀리 떨어진 말단 장기를 중추신경계와 연결 시켜주는 신경, 즉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신경을 ‘그물망’이라고 말할 때 그 그물망에 해당되는 최전선의 신경을 뜻합니다. 이 말초신경은 중추신경계가 결정한 명령을 근육 등 모든 장기에 전달하고, 통각(통증) 등 곳곳의 장기가 감지한 감각 정보를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신경과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것을 신경근육질환이라고 합니다.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고, 유병률도 세부 질환에 따라 많게는 2500명에 1명, 적게는 4만 명에 1명까지 다양합니다. 신경근육질환은 거의 모든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병의 진행될수록 장애의 범위와 정도가 악화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감각이 무뎌지거나 사소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통증이 발생하다가 점차 팔과 다리의 근육 소실로 이어져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지요.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니까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말을 하지만, 근육 소실만 하더라도 얼마든지 심각성을 부여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이 소실되면 자기 능력으로는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소화기 근육이 소실되면 음식을 먹거나 소화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그로인한 결과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전문의들은 이런 신경근육질환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조기진단’을 꼽습니다. 일단 병증이 진행 단계에 접어들면 환자의 신체 기능이 빠르게 떨어져 노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은 형언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사회적으로도 노동력 상실에 따른 부담에다 출산 및 장애인 문제 등으로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신경근육질환은 완치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조기진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면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합병증과 장애를 어느 정도는 제어 또는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조기에 진단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국가나 사회단체 등에서 의료 비용 등을 상당 부분 지원·보조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될대로 되라고 방치하지 않을 바에야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장기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건 불문가지의 사실이지요.  영양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이상이 원인 증상을 육안으로 살피는 것 말고는 다른 진단 방법이 없었던 19세기에는 근육이 위축되는 신경근육질환을 영양상태가 나빠서 생기는 문제(dystrophy)라고 생각했습니다. 근육질환에 근디스트로피(muscular dystrophy)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신경근육질환은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현재 근디스트로피로 불리는 질환도 신경근육질환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사실, 한 가지로 묶어서 신경근육질환이지 세부적으로는 많은 병들이 있습니다. 그 종류를 먼저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왜냐 하면 개별 질환에 따라 다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신경근육질환은 근육 소실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하위질환으로 나눠지며, 개별 원인을 찾아 최종 진단에 이르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신경근육질환의 종류 대표적인 신경근육질환으로는 국내 신경근육질환 중 환자가 가장 많은 근디스트로피를 들 수 있습니다. 또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유병률 증가를 보인 샤르코 마리 투스병, 최근 특이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 치료를 통한 증상 개선이 가능하게 된 폼페병과 파브리병, 그리고 척수성 근육위축, 루게릭병, 중증근무력증 등이 모두 신경근육질환에 포함됩니다.  -근디스트로피: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사지 몸통을 움직이는 근육뿐 아니라 호흡근육까지 단계적으로 약화·소실되는 병. 국내에서 진행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약 3500명의 환자가 근디스트로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남.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통계에 잡혀있지 않음. -샤르코 마리 투스병: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는 병. 손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발 또는 손 모양이 변하는 것이 특징임. 유병률은 2,500명당 1명 꼴로, 유전되는 희귀질환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편이며, 국내에서도 최근 10년간 환자수가 3.3배 가량 증가했음. -폼페병: 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α-글루코시타아제(GAA)’의 결핍으로 발생함. GAA의 결핍 상태에서는 섬유조직에 당이 쌓이게 되는데, 이 병이 어려서 발병하면 심근육에, 성인이 된 뒤에 발병하면 사지 근육에 당이 쌓이면서 근력을 약화시킴. 특히 영아기에 발병할 경우 보통 1년 이내에 심부전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음. 최근에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GAA를 대신하는 효소를 대체함으로써 근력 개선이 가능하게 됨. -파브리병: 폼페병과 마찬가지로 GAA의 결핍으로 ‘GL-3’이라는 인지질이 신장·심장·혈관·신경계에 축적되면서 발생함. 사지 통증과 발열이 초기 증상의 특징이며, 이 밖에 한쪽에 치우친 마비 또는 운동실조, 팔다리의 심한 급성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데 전문의들은 이를 ‘파브리 위기’ 증상이라고 지적함. 나이가 들면서 GAA의 활성도가 더 떨어지면서 신장과 심장, 뇌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모계 유전병으로, 보인자의 경우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특징임. -척수성 근육위축: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퇴화하는 유전성 신경근육병으로, 팔다리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면서 근력 저하가 나타남. 대부분 어릴 때 발병해서 매우 느리게 진행됨. 주로 어깨와 엉덩이를 중심으로 양쪽 근력이 대칭적으로 약화되고, 삼킴장애와 혀가 경련이 일어나듯 떨리는 부분 수축이 나타남.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운동신경이 점차 퇴행한다는 점에서 척수성 근육위축과 비슷하지만, 성인에게서 발생하고, 진행이 매우 빠르며, 환자 중 10%만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 척수성 근육위축과 다름. 일반적으로 팔다리 움직임이 어눌해지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말기에는 거동을 못하게 되면서 호흡근육까지 마비되어 사망에 이름. 이 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된다는 점임. -중증근무력증: 신경의 명령이 근육으로 전달되는 접합 부위에 생긴 장애. 근력 약화와 근육 피로가 나타나는 병으로, 다른 신경근육병과는 달리 피곤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쉬면 호전되는 특징을 보임.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과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 발음이나 목넘김에 문제가 생기는 입주변의 마비 현상이 주요 증상임. 증상이 심해지면 기계를 통해 인공호흡을 해줘야 하는데, 이 때문에 과거에는 많은 환자들이 호흡부전으로 사망했으나 최근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정상 생활도 가능함. 국내에서도 최근 10년 새 환자 70%나 늘어 문제는 최근 들어 환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덩달아 전체 의료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한신경근육질환학회가 분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5~2014년 신경근육질환 환자수 및 진료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신경근육질환의 국내 환자수는 2005년 8059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1만 3609명으로 약 70%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른 진료비는 2005년 약 149억원에서 2014년에는 4배 이상 증가한 642억원으로 집계됐더군요.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은 예전과 달리 증상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진료 수준이 발전하면서 보다 정밀하게 환자를 가려내기 낼 수 있어서일 것이기도 할 겁니다. 여기에 환경 요인 등 후천적인 발병 원인이 작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 이를 입증할만 한 근거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료비가 10년 사이에 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들의 치료 의지가 적극적이라는 뜻인데, 이는 아직 만족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히 치료 효과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다 새로운 치료 방법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것도 진료비 증가에 한 몫을 하겠지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실제로 국내에는 더 많은 환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경근육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 다른 병으로의 오해, 그리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기 전에 병원을 전전하며 증상의 원인을 찾는 과정이 길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폼페병의 경우 예상 발생률은 인구 4만명당 1명이어서 국내에는 최소한 1250명의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0여명에 불과합니다. 폼페병 환자의 진단 시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확진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8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고요.  진단이 늦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 대부분의 신경근육질환은 완치보다 병증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치료 목적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조기진단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근육의 기능 저하 및 괴사가 팔다리와 몸통 근육은 물론 호흡근까지 침범, 결국 휠체어와 호흡 보조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자발적으로는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대부분의 신경근육질환은 희귀질환인 탓에 질환에 대한 연구자료가 많지 않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은 진단이 늦을수록 환자의 삶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많다는 점입니다. 신경근육질환자의 연령과 유병 기간에 따른 문제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유병 기간이 5년 미만인 환자의 휠체어 및 호흡 보조기구 사용률은 30% 이하인 데 비해 유병 기간이 15년 이상인 환자의 휠체어 사용률은 70%, 호흡 보조기구 사용률은 약 60%로 나타나 경과에 따른 장애 정도가 생각보다 커지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합니다. 이는 진단 시점이 1년 지연될수록 환자의 휠체어 사용률은 연 13%씩, 호흡 보조기구 사용률은 연 8%씩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신경근육질환의 또 다른 문제는 후유증입니다. 대부분의 후유증은 신체의 변형이나 행동 및 지각능력의 결손으로 나타납니다. 병증이 나타난 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조기구 의존도가 높아지며, 이는 환자 개인의 자발적 활동의 제약을 뜻합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신체적 고통은 물론 노동력 상실로 인한 경제력 어려움, 심리적 위축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환자의 가족 또한 자발적으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환자를 돌보느라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쉽게 삶의 질 저하라고 말하지만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후유증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애 상태에 빠져 갈수록 상태가 심각해진다면 어느 누가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국내 신경근육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경근육질환 환자 중 94.7%가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답니다. 이런 장애인 등록 비율은 신경근육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가 간병·치료비 및 보조기구 지원 등의 장애인 복지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 환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가 가동되고 있기는 합니다. 의료비의 경우, 입원 및 외래 본임부담금은 등록일로부터 5년간 10%만 내면 됩니다. 보조기대여비 및 간병비 등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제적 지원 규모도 매월 120만원 가량 됩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이 필요없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기에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의사들이 ‘조기진단’ ‘조기치료’를 강조하면 더러는 “의사들이 제 배 불리려고 저런다”며 삐죽거리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입니다. 신경근육병이라도 조기에 진단해 적절하게 치료하면 장애와 합병증을 줄여 환자 스스로 일상 생활과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병을 가진 환자라도 보다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가족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신경근육병이 오로지 절망 뿐인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만 이뤄지면 치료가 가능한 신경근육병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폼페병이나 파브리병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 여부와 진단이 가능할 뿐 아니라 효소 대체치료라는 방법으로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켜 생명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런 유형의 신경근육병이라면 진단이 곧 치료와 직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니 이상하면 의심하고,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모든 병은 징후와 조짐을 보인다 낯설고 막막한 신경근육질환이지만,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치료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조기진단인데, 조기진단은 ‘뭔가 이상하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중증이라도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면 진단으로 이어질 턱이 없으니까요.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징후와 조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이나 또는 당신의 소중한 누군가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신경근육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가우어(Gower’s sign) 및 트렌델렌버그(Trendelenburg’s sign) 징후라는 게 있습니다.  이 증상은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불편하고, 걷기나 달리기가 어려운 현상은 거의 모든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지요. 여기에서 더 심해지면 제자리에서 일어서기가 어렵고, 그 과정에서 자주 넘어지게 됩니다. 이는 하지 근육이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걸음을 걸을 때 이상이 생겨 엉덩이를 좌우로 뒤뚱거리는 트렌델렌버그 징후를 보이거나 앉은 자세에서 일어설 때 손으로 바닥과 무릎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나는 가우어 징후를 보이게 됩니다. 숨이 가쁘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 것도 중요한 증상입니다. 이런 증상은 신경근육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증상 중 하나로, 호흡근육이 약해지면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것인데, 특히 누워있을 때 호흡이 더 어렵기 때문에 자는 동안 숨가쁨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런 호흡 장애는 밤 시간에 숙면을 어렵게 해 낮에 유난히 졸립고, 두통·불면증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원인 없이 혈액 수치가 높아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증상입니다. 신경근육질환 환자는 간기능 관련 효소 수치가 올라가는데, 만약 혈액검사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간수치가 상승하고 근력 약화가 동반되는 경우라면 혈액검사를 통해 신경근육질환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 퇴행된 근육에서 혈액 안으로 근육효소가 빠져 나오기 때문에,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틴 키나아제의 농도가 높은 경우에도 추가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얼굴 근육에 부조화가 나타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굴 부위에서 신경근육질환이 발현되는 경우 눈을 뜬 채로 잠을 자거나 휘파람이 잘 불어지지 않게 됩니다. 또 혀의 근육이 위축돼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이른바 연하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거론한 이런 신경근육질환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낯선 질환들입니다. 낯설다는 건 흔하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관심을 가지기 어렵고, 조기에 병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록 희귀하고 낯선 질환이지만 한번 발병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쉽고, 후유증도 어떤 징환보다 심각합니다. 만약, 당신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이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구나 증상을 겪고 있으면서도 아직 정확한 진단을 못 하고 있다면 이 글을 통해서 뭔가를 얻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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