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새 생명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출판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쌀 생산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천정배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781
  • [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방자치의 초석, 재정분권/오일만 논설위원

    미래학의 대가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 사회의 최고 가치로 다양성을 꼽으면서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 질서라고 간파했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 체제는 더이상 다양한 가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성찰일 것이다. 국가보다 도시, 지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1995년 민선 자치를 도입해 올해로 21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성인’으로서 독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신문사가 한국지방자치학회,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2016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가 11~12일 이틀간 경북대에서 열렸다. ‘지방분권, 주민자치, 새마을운동’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올해로 21년째를 맞고 있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언들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해 왔던 중앙집권 체제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글로벌 시대 더이상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하혜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21세기 승자로 존속하려면 효과적인 지방분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분권의 성공 여부는 예산, 즉 돈 문제로 압축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복지를 비롯한 각종 예산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 재정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형상 지방재정 규모는 연평균 35% 성장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지난해 44.8%로 떨어졌고 국세와 지방세 간 세입은 8대2의 비율이다. ‘20% 자치’라는 자조 섞인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성공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표를 의식한 지자체 단체장들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거나 일부 지자체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지역사업을 벌여 예산을 낭비해 심각한 재정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도 문제지만 예산 당국이 이를 빌미로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분권을 저지하는 방패막이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단계적인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를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재정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공허하고, 주민 참여 없는 지방자치는 허상에 불과하다. 중앙·지방 정부 간에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지방자치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개성공단 기업 손실 보전해야” 정치권 한목소리

    여야 지도부는 12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과 연쇄 간담회를 갖고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여야 모두 입주기업들의 손실을 우려하며 정부가 충분한 피해보전 대책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 집무실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비롯한 입주기업 대표단과 면담을 하며 피해 상황과 정부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공단 가동 중단 대책과 관련, “무엇보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입주기업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한다”면서 “기본 법령과 제도로 한계가 있을 경우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공단의 우리 측 인력을 강제로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한 것에 대해서도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우리 국민을 추방하고 자산 동결 조치를 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 북한 당국을 규탄한다”며 동결 해제를 촉구했다. 야당 역시 앞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입주기업들의 경제적 손실 보전 방안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 주도록 정부에 촉구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도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대표단을 만나 “입주기업까지 포함한 범정부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한다”며 종합 대책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대북투자피해기업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국회 결의안 발의, 입주업체 피해 실태조사 등을 약속했다. 유창근 협회 부회장은 야당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124개 입주기업과 연계해 5000여개 기업의 생명줄이 여기 걸려 있는데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건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계약 물품이라도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더민주가 단독 소집했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는 무산됐다. 회의 무산과 관련, 외통위 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북풍을 총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통위 양당 간사는 이날 접촉을 갖고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용표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긴급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입주기업들의 피해 보상과 정부 대책을 추궁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다음 주초 협의회를 열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라 철수한 입주기업들의 피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서울광장] 한국군 vs 이스라엘군/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군 vs 이스라엘군/최광숙 논설위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주변의 평범한 40대 여성에게 물어봤다.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그러자 “뒷북 대응만 한다. 우리가 당사자인데 허구한 날 일(북한 문제)만 터지면 미국과 중국에 ‘도와주세요’하는 게 우리 정부가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와 안보 환경이 비슷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우리는 지구상에 남은 최후의 분단국으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적대적인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여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는 나라다. 군사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7위)가 이스라엘(11위)보다 한 수 위다. 세계 126개국의 비대칭 전력, 즉 핵무기를 제외한 전통 군사력을 비교한 순위다. 한국이 군사력에서 이스라엘보다 앞서지만, 전쟁·테러 등의 위협에 처했을 때 이스라엘 국민들은 우리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여 준다. 4년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문제연구소(INSS)가 발표한 ‘2004~2009년 국민 안보 여론조사’를 보자. 아랍 국가들과 전면전이 벌어지거나 테러와 핵·미사일 공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스라엘 국민 70~90%가 “정부를 믿는다”고 답했다. 정부가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한 언론사가 북한 등의 위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70%가 불안하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믿음은 2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중동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경제 기적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집단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군이 있어서다. 이스라엘에는 수학과 과학 성적이 뛰어난 이들로 이뤄진 엘리트 부대가 따로 있다. 우리와 달리 계급이 아니라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우선이다.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수백만 달러나 되는 장비를 다루고, 첨단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출신 대학보다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가 사회생활에서 더 중요하다. 군이 국가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스라엘군은 국민에게 무한 신뢰를 받는다. 우리의 군은 어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몇 년 썩고 나오는 곳”으로 비하할 정도로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의 ‘무덤’ 같은 곳이다. 이뿐인가.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은 군 수뇌부까지 연루된 군산(軍産) 비리로 줄줄이 새는 등 군 기강이 무너진 지 오래다. 그래서 북한의 도발 같은 국가적 위기 관리가 절실한 상황에도 믿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정작 가장 중요한 때에 군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핵(4차례)과 미사일(6차례) 도발을 한 20년 동안 우리 군은 무엇을 했는가. 북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수소폭탄 실험은 핵폭탄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이제 핵무기는 실전 배치만 남았다. 여기에 1만 2000㎞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은 성능을 더 향상시키고 핵을 탑재해 앞으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사정권 안에 둘 게 뻔하다. 우리는 북이 도발할 때마다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나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급파된다는 소식을 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방을 미국에 의존할 것인가. 최근 한·미는 중국의 노골적인 반발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독자적인 제재 조치도 했다. 북에 대한 국제적 제재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능동적·주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북한과의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명운을 걸고 국론을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 군, 나아가 정부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못할 때다. 단순히 첨단 무기 몇 개 더 개발하고 배치했다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제 공격까지 감행할 각오로 어떠한 위급한 상황에도 의연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할 때 비로소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국민이 신뢰하는 군, 정부라야 북한 위협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대응이 힘을 받고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bori@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영원한 청룡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

    [김현회의 축구싶냐] ‘영원한 청룡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

    한 명의 위대한 축구인이 세상을 떠났다. 故정병탁 감독이 지난 10일 향년 74세의 나이로 하늘로 간 것이다. 어린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일수도 있지만 고인이 가는 길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던 故정병탁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고인이 걸어온 발자취가 곧 한국 축구의 발자취였다. ‘축구판 실미도 부대’ 양지에 간 정병탁정병탁은 1942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그리 큰 키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빠른 발을 앞세워 축구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축구 명문인 배재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1학년인 1964년부터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이후 정병탁은 한국 축구의 역사와 같이 하기 시작했다. 군팀이 상한가를 쳤던 1960년대 해병대에 입대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 정병탁은 대표팀에서도 주축 레프트윙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때 정병탁을 비롯한 한국 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며 세계의 주목을 받자 체제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축구팀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바로 ‘축구판 실미도 부대’였다. 정권 실세인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나선 창단한 이 팀은 강제로 각 팀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이들을 뽑아 들였다. 국가대표팀도 아닌 곳에서 강제로 선수를 빼가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린다던 중앙정보부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팀 이름도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중앙정보부 슬로건에서 ‘양지’를 따 왔다. 물론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정병탁도 해병대에서 양지로 옮겨야 했다. 정병탁을 비롯해 김호, 김정남, 조정수, 서윤찬, 허윤정, 김삼락, 이회택, 임국찬, 이세연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렇게 양지라는 한 팀에 모였다. 쌀 한 가마니에 4000원 하던 시절에 무려 매달 2만 5000원이라는 엄청난 급여가 제공됐고 선수단 전원이 중앙정보부가 위치한 서울시 이문동에서 숙소 생활을 하며 천연 잔디 구장을 마음대로 사용했다. 또한 중앙정보부는 양지축구단 활동을 군 복무로 인정, 병역 혜택까지 부여했다. 식탁에는 매일 고기 반찬이 올랐다. 심지어 서독과 프랑스, 스위스, 그리스 등을 도는 105일의 유럽 전지훈련도 떠났다. 물론 이 대단한 팀의 중심에는 정병탁이 있었다. 메르데카컵을 품은 청룡팀의 주장 정병탁은 소속팀 양지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1970년에 출범한 국가대표 1진 청룡의 주장까지도 맡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은 1진 청룡과 2진 백호로 나뉘어 운영 중이었는데 청룡에 직면한 과제는 바로 메르데카컵 우승이었다. 지금은 그 권위가 떨어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메르데카컵은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최고의 대회였다. 1970년 당시 한국의 청룡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홍콩 등 만만치 않은 상대 12개 나라가 치르는 이 대회에는 전국민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1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한국은 두 번째 홍콩과의 경기에서도 비기며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3차전 인도와의 경기 역시 흐름이 좋지 않았다. 먼저 두 골이나 내주며 끌려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청룡의 주장인 정병탁이 나섰다. 한 골을 따라간 한국은 후반 25분 정병탁의 크로스를 박이천이 동점골로 기록했고 10분 뒤에 마침내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정병탁이 왼쪽 구석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회택이 헤딩골로 연결, 극적인 3-2 역전승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정병탁은 이날만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결승 상대는 버마였는데 버마는 예선에서 인도를 2-0으로 완파한 강호였다. 한국으로서는 메르데카컵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전까지 공동 우승을 한 적은 있어도 단독 우승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한국은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3만 5000여 명이 들어찬 가운데 버마와의 결승전이 시작되자 두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33분 마침내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정병탁의 발을 통해 시작됐다. 박이천에게서 패스를 이어받은 정병탁이 이 공을 완벽하게 이회택에게 넘겨줬고 이회택이 날린 슈팅이 버마 골문을 가른 것이었다. 후반 막판 정병탁은 중앙선을 돌파하면서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 슈팅으로 버마 골망을 한 번 더 출렁였지만 아쉽게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정병탁은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12번이나 메르데카컵에 나서고도 1960년 말레이시아와 공동 우승, 1965년 중국과 자유 중국과 공동 우승, 1968년 버마와 공동 우승을 차지한 게 전부였던 한국의 첫 단독 우승이었다. 그의 충격적인 대표팀 은퇴 발표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그리고 시상식이 열리는 순간 ‘청룡’의 주장 정병탁이 말레이시아 라만 수상으로부터 메르데카컵을 건네받더니 번쩍 들어올렸다. 한국이 그토록 염원하던 메르데카컵을 단독으로 품는 순간이었다. 귀국 길에도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몰릴 만큼 국민들의 성원 또한 대단했다. 팀의 주장 정병탁은 모든 국민이 바랐던 메르데카컵을 들고 당당히 귀국했다. 지금이야 메르데카컵 우승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메르데카컵 우승은 아시아 정복을 뜻할 만큼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으니 국민들의 함성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세 개나 기록한 주장 정병탁의 인기 역시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소속팀이었던 양지는 김형욱이 1970년 실각하면서 입지가 줄어 들었고 결국 흐지부지 흩어졌다. 정병탁도 양지를 떠나 신탁은행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무려 8년 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메르데카컵에만 6번을 출전했던 이 대단한 선수의 미래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해외 원정 경기만 18번을 치르면서 경험도 많이 쌓은 정병탁은 한국 축구를 계속 짊어지고 갈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때 정병탁이 한국 축구계가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했다.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습니다.” 아무리 선수 생명이 짧았던 1970년대라고 하더라도 28세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의 대표팀 은퇴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메르데카컵을 들고 금의환향하던 정병탁에게 대표팀 은퇴를 번복해달라고 매달렸다. 고별전 보기 위해 모여든 1만여 팬들그래도 정병탁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대표팀 은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병탁은 이렇게 답했다.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습니다. 또한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병탁의 말을 그대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김용식이 43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당시 청룡팀 트레이너를 맡은 우상권 또한 36세까지 현역으로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8세의 창창한 선수가 체력의 한계를 느껴 대표팀을 떠난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변의 추측이었지만 정병탁이 한창의 나이에 대표팀을 박차고 나온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청룡팀이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대우도 해주지 않았던 데 따른 불만 때문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병탁은 메르데카컵에서 단독 우승을 차지하고 1970년 8월 19일 귀국한 뒤 닷새만을 쉬고 또 다시 청룡팀 합숙훈련에 들어가야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에다 양지 시절 받던 월급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훈련에만 전념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대표 선수 생활이 끝나면 미래에 대해 그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았고 가정 생활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당시 상황상 애국심만을 강요하며 나머지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에 정병탁이 반기를 든 것이었다. 정병탁은 그렇게 28세의 이른 나이에 대표팀에서 물러났고 주장 완장을 김정남에게 넘겼다. 그가 애국심이 없어 대표선수 자격을 일찌감치 반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병탁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양지에 묶여 있고 청룡에 묶인 채 모든 걸 포기해야 했었다. 그는 A매치 통산 39경기 출전에 11골의 기록을 남겼다. 1970년 9월 12일 서울운동장에서 국가대표 상비군 간의 평가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 비공식 경기에 모인 관중수만 해도 무려 1만여 명이 훌쩍 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청룡팀을 떠나는 정병탁이 마지막으로 청룡의 유니폼을 입고 고별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정병탁 보러 가자.” 사람들은 청룡팀의 최초 주장인 정병탁의 모습을 보기 위해 비공식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운동장으로 몰렸다. 이 정도로 정병탁은 현역 생활 내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정병탁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대표팀을 떠났고 이후 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오랜 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이 이어지자 정병탁이라는 이름은 서서히 잊어갔다. 지도자가 돼 돌아온 정병탁의 성공시대그런 정병탁이 다시 축구계로 돌아온 건 1984년이었다. 모교인 연세대 축구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병탁 감독은 연세대에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일을 냈다. 부임 후 5개월 만에 치른 제29회 전국축구선수권대회에서 파죽지세로 결승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결승 상대인 중앙대의 수장이 바로 김기복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40대 초반인 정병탁 감독과 김기복 감독은 양지와 청룡에서 3년 가까이 활약했던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였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정병탁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는 중앙대를 가볍게 2-0으로 제압하고 무려 36년 만의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대학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정병탁 감독은 5개월 만에 지도자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잊혀졌던 정병탁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정병탁 감독도 연세대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김봉길 스카우트 작전’이었다. 1984년 첫 우승을 경험한 정병탁 감독은 곧바로 고교 최대어인 부평고 김봉길 잡기에 나섰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던 김봉길은 사실 고려대행이 점쳐지고 있었다. 부평고 고명수 코치와 고려대 남대식 코치의 사이가 돈독해 김봉길은 당연히 고려대행이 점쳐졌다. 그런데 정병탁 감독이 나섰다. 사실상 김봉길의 고려대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정병탁 감독이 김봉길과 그의 부모를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김봉길과 그의 부모 역시 고려대로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정병탁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에 대해 김봉길은 이런 기억을 떠올렸다. “연세대 훈련이 저녁 6시에 끝나면 저녁 8시쯤 감독님께서 꼭 저희 집 앞으로 오셨어요.” 그렇게 무려 한 달 동안 정병탁 감독은 매일 저녁 김봉길의 집 앞으로 가 그의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선수층이 두터운 고려대보다는 아들이 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연세대를 선택해 달라”는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 김봉길은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결국 연세대를 선택했고 연세대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정병탁 감독은 아주대 행이 유력했던 거제고의 최청일 또한 이런 식으로 설득해 연세대로 데려올 수 있었다. 김봉길은 정병탁 감독을 이렇게 기억했다. “옷도 잘 입는 멋쟁이셨고 굉장히 화끈하면서 남자다우셨어요. 한 번은 우리가 우승을 한 뒤 뒷풀이를 한다고 선수단 전체를 나이트클럽을 데려가기도 하셨죠.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마음껏 놀아라’ 이 말에 다들 반했다니까요. 감독님 모시고 나이트클럽에 갔던 건 참 독특한 추억이죠.”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전남과의 만남정병탁 감독은 연세대에서 지도 능력을 인정받고 이듬해에는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까지도 겸하기 시작했다. 정병탁 감독의 지도자 인생도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이때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1987년 1월 개인적인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강릉을 떠나 서울로 오던 정병탁 감독의 승용차가 마주오던 고속버스와 정면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정병탁 감독은 중상을 입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정신을 차린 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 숨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정 생활을 위해 이른 나이에 대표팀까지 포기해야 했던 정병탁 감독에게는 아내의 죽음이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곧바로 일어섰다. 그를 기다리는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털고 일어난 정병탁 감독은 1989년 또 다시 정상에 섰다. 제37회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1학년생 김도훈과 강철 등을 앞세워 이뤄낸 대단한 성과였다. 특히나 서울 대신고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강철을 대학 진학 후 정병탁 감독이 수비수로 전환시킨 게 ‘신의 한 수’였다. 아마도 정병탁 감독이 없었더라면 강철이라는 훌륭한 수비수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철 스스로도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할 정도다. 결승에서는 프로선수 네 명이 포함된 포철 아마팀을 4-1로 꺾는 등 7경기에서 20득점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렇게 연세대를 아마추어 최강으로 이끈 정병탁 감독은 1992년 연세대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해냈다. 그가 다시 돌아온 건 1994년이었다. 당시 전남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팀 제8구단 창단을 앞두고 초대 사령탑으로 정병탁 감독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가 고향팀 지휘봉을 잡는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연고내에는 차경복 전 경희대 감독과 정태훈 한양공고 감독, 남대식 고려대 감독, 서현옥 중앙대 감독 등 쟁쟁한 인물들이 많았다. 이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남 진도 출신 허정무 감독이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였고 연고는 없지만 지명도가 워낙 높은 이회택 전 포철 감독 또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긴 토론이 이어진 후 최종 선택은 정병탁 감독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포철 감독으로 부임하고 있어 빼오는 게 무리가 있었고 나머지 후보군 중에는 정병탁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 故정병탁을 기리며청룡의 초대 주장이던 그가 이번에는 전남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길조를 상징하는 용을 의인화한 전남의 마스코트가 모습을 드러냈고 팀 이름은 전남드래곤즈로 명명됐다. 전남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정병탁 감독은 박경훈 코치와 여범규 코치를 선임한 뒤 곧바로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드래프트를 통해 대졸 신인 9명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훗날 전남의 상징이 된 김도근(한양대)도 포함돼 있었다. 이뿐 아니라 실업팀에서 뛰던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전남의 전설적인 존재인 노상래와 김태영 등도 이때 정병탁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었고 기존 프로팀에서 활약하던 김봉길(유공)과 박창현(포철) 등도 데려왔다. 정병탁 감독이 선택이 아니었더라면 노상래와 김태영, 김도근 등 ‘전남맨’들은 역사에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광양전용구장이 광양시민뿐 아니라 여수와 순천 지역 주민들까지 몰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정병탁 감독 때문이었다. 여수 출신인 그가 고향에 내려와 프로팀 감독이 되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남은 1995년 5월 7일 역사적인 K리그 데뷔전에서 전북을 상대로 김봉길의 두 골과 노상래의 한 골을 앞세워 3-1 승리를 따내는 등 신생팀답지 않은 선전을 이어나갔고 결국 8개 팀 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엄청난 성과는 아니었지만 현재 전남의 토대를 만든 건 정병탁 감독의 공이 컸다. 하지만 정병탁 감독은 1996년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며 이 자리를 허정무 감독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정병탁 감독은 이해 마라도나가 소속된 보카주니어스의 방한 경기 때 잠시나마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뒤 주무대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이후 정병탁 감독은 과거 양지팀 시절 동료들과 서울시 실버축구단에 속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하기도 했고 경기도 고양시에 ‘정병탁 어린이축구교실’을 창단해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쓰기도 했지만 축구계 주류 무대에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저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정병탁 감독이 향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이자 연세대를 아마추어 최정상을 이끈 지도자이면서 전남의 초대 감독을 맡았던 그는 늘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빛이 날 때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故정병탁 감독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고인이 한국 축구를 위해 보여줬던 헌신을 잊지 않겠다. 이제는 故정병탁 감독이 먼저 하늘로 보낸 사모님과 행복하셨으면 한다. 청룡팀 최초의 주장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故정병탁 감독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자치단체장 25시]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

    3세 때 광복, 8세 때 6·25전쟁 발발, 고교 3학년 때 겪은 4·19혁명과 청년기 내내 이어진 군사독재. 45세가 돼서야 찾아온 민주화와 10년 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까지. 서울 25명의 구청장 중 최고령인 박홍섭(74) 마포구청장은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았다. 역동적인 삶이었지만 무대는 늘 마포였다. 조부 때 마포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초등학생인 손자까지 이곳에 살고 있으니 5대째 토박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칠순을 넘긴 원로 구청장이지만 박 구청장의 구정 철학은 미래를 향해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새 시대에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맞춰 구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신축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력해 관련 교육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채로운 경험 덕에 갈등 조정 능력 키워” 박 구청장의 삶은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평생 전공인 노동 분야와의 인연은 1961년 성균관대 법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4·19혁명 직후였던 당시 법학과에 진학한 고(苦)학생들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사법고시를 통과해 법관이 돼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사시 대신 노동법을 홀로 팠다. “경제가 발전하면 노사 문제가 가장 큰 사회 이슈가 될 것”이라는 중·고교 은사의 조언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는 노동이라는 말만 꺼내도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었다”며 어려움을 떠올렸다. 박 구청장은 대학 졸업 후 1973년 노동계에 첫발을 들였다. ‘한국노총 조직부 차장’이 첫 직함이었다.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전태일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긴 지 3년 되던 해였다. 전 열사의 희생에도 노동운동은 반정부 운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단체교섭·행동권 등이 크게 제한돼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 시대가 오면 빛을 볼 것”이라고 다짐하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생의 변곡점은 불현듯 찾아왔다. 1980년 4월 ‘사북사태’가 단초가 됐다. 이 사건은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광부들이 어용노조의 행태와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하며 일으킨 노동항쟁이었다. 당시 노총 조직부장이던 그는 “사건 현장에서 광부들이 열악하게 살아가던 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받쳐 참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한 신문과의 좌담회에서 탄광 노동자의 생활상을 영국 식민지 때 노동 착취당하던 인도 하층민의 모습과 비교하며 울분을 토했다. 상식적 발언이었지만 상식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가 문제였다. 노총 지도부에 미운털이 박힌 그는 1984년 서울 성수동의 한 문구 수출업체 직원들을 선동해 노동조합을 설립하도록 했다는 명목으로 조직 내에서 좌천됐고 이듬해 동료 4명과 함께 해직당했다. 조직 밖으로 나온 그는 198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처음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마포 갑 선거구에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보름간의 짧은 선거 유세. 결과는 낙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구민이 내게 2만 5000표를 안겨준 모습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읽었고 독재 정권의 생명이 다했음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는 국회의원과 구청장 선거에서 3번의 당선과 3번의 낙선을 경험했는데 지역은 모두 마포였다. 박 구청장은 1993년부터 5년여간 근로복지공사 사장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노동운동하며 근로자의 편에 섰고 공공기관 이사장을 하면서 사용자 입장도 돼 봤다”면서 “정반대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 경험 덕에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발끈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경력 덕에 그는 2002년 민선 3기를 시작으로 민선 5·6기 등 3선째 마포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갈등 조정에 능력을 발휘해 왔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일 없는 마포 만들 것” 마포는 서울의 어떤 자치구보다 뜨거운 동네다. ‘신홍합’(신촌·홍대·합정) 지역에는 젊음의 에너지가 넘친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651만명이 마포를 찾아 1조 685억원을 쓰고 갈 만큼 강북 관광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한때 쓰레기 매립지였던 상암동 일대와 서민 주거지였던 아현동 등에는 아파트가 빼곡하다. 구민들이 구에 바라는 요구가 다양해지고 외부의 관심 어린 시선이 쏠리는 만큼 구청장의 머리는 아플 듯했다. 박 구청장은 “정치와 행정의 궁극적 목표는 구민이 원하는 것을 채워 주는 것인 만큼 원칙대로 하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구가 2006년부터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구민들에게 주거·생활환경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마포구 사회조사 보고서’를 내온 것도 구민들의 바람을 알기 위해서다. 박 구청장이 세운 올해 최우선 정책 목표는 책 읽는 마을 만들기다. 마포에는 공공 도서관이 2곳밖에 없다. 인구가 약 40만명이니 인구 20만명이 도서관 1곳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인구 4만명당 도서관 1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사회 조사 결과를 보니 지난해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우리 구민은 10명 중 2명뿐이었다”면서 “ 마포중앙도서관을 내년까지 건립해 독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성산로 옛 마포구청 터에서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5층(지하 3층) 건물로 2만 153㎡(6096평)에 달한다. 이 건물에는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청소년교육센터도 입주한다. 485석을 갖춘 열람실과 128석의 교육실 등을 만들고 30만권의 장서를 확보할 계획이다. 청소년교육센터에는 음악·미술·무용 등 특기적성, 영어, 진로직업 교육 등을 진행할 시설이 들어선다. 지역의 교육 여건 개선도 박 구청장이 안은 숙제다. “마포가 살기는 좋은데 교육 때문에 목동이나 강남으로 떠난다는 부모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마포 교육을 살릴 특색 있는 ‘킬러 콘텐츠’로 주목한 것이 ICT 교육이다. 그는 “지금은 문명이 바뀌는 시점인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10~20년 전 가르치던 내용을 교육한다”면서 “지역 대학 등과 협의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벌여 아이들이 새 시대와 맞는 방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서강대와 함께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지역 초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벌이고 청소년 등 구민을 초대해 교수,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 등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도 꾸준히 개최할 계획이다. 마포의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바라보는 관광 분야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해 효율성을 높인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마포관광진흥센터에는 관광업 종사 경험이 있는 실무자와 홍보·마케팅 전문가 등을 채용해 전문성을 갖추게 했다. 그동안은 구청 공무원들이 관광 전략을 주로 짰는데 짧게는 1년 단위로 인사이동을 하다 보니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웠다. 여행·숙박·요식업 종사자가 모여 관광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마포 관광포럼’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또 스위스의 ‘등산용 칼’처럼 관광객들이 큰 부담 없이 사 갈 수 있는 마포의 대표 기념품을 개발해 판로를 뚫을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지방자치는 주민의 의사 표현과 참여가 핵심”이라면서 “주민들이 바라는 경의선 숲길 공원과 선형의 숲 조성 사업을 2년 남은 임기 내 꼭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생명의 窓] 고정관념은 진실을 잠식한다/이재무 시인

    [생명의 窓] 고정관념은 진실을 잠식한다/이재무 시인

    암말 같은 여자가 보고 싶다/브라 벗고 맨가슴 내밀어/활기차게 걷는 도발을 보여다오/걸을 때마다 샘물 솟는/젖살은 얼마나 고혹적인가/칭얼대는 아이/젖 물려 달래는 모성이여/브라 속 굴욕,/가짜 교양 남근의 시선 따위/벗어버려라, 상술에 속지 마라,/비 다녀간 여름의 야자수처럼/싱싱하고 푸른 노브라/발랄, 생동하는 거리를 위해/여인이여, 다산의 풍요/물컹, 봉긋한 자랑을 보여다오 -졸시, <노브라를 위하여>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젊은 어머니들은 동네 사람들 앞에서 버젓이 웃통을 드러내 놓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곤 했다. 흔한 풍경이었고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브라자 착용이 여성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침대에서 부부가 함께 자는 것도 건강에 안 좋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를 너무나 당연시하고 부부들은 한 침대에서 자지 않는 것을 외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고정관념이란 무서운 것이다. 나날을 자의식 없이 기계적 관성으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 있는 사람들은 이 자동화된 의식이 진실을 은폐하거나 잠식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대나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통념의 차원에서 볼 때 대나무는 사군자 가운데 하나로 ‘절조’를 표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사실 대나무는 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한다. 또 폭설이라도 내리게 되면 온몸이 땅에 가 닿을 정도로 휘어진다. 흔히 대쪽이라는 말을 쓰지만 이것은 죽은 나무의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살아 있는 대나무에 대쪽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요컨대 대나무는 통념을 버리고 바라봤을 때 결코 강한 나무가 아닌 것이다. 폐사지(廢寺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기록은 전하지만 터만 남아 있는 사찰을 일러 폐사지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산재한 폐사지는 대략 2500개 정도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폐사지를 보면 폐사지가 아니다. 폐사지는 비로소 절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인위를 버리고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간 절이야말로 말의 진정한 의미에서 진짜 절이 아니겠는가. 즉 천연 그대로여서 조금도 인위적인 조작이 섞이지 않는 진실한 모습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 진정한 절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비둘기는 어떤가? 평화인가, 노숙인가? 이렇듯 고정관념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대상에 대한 통념의 사유에서 벗어나 사물과 세계를 낯설게 인식해야 한다. 1960년대 러시아 형식주의자였던 시클롭스키에 따르면 그것은 ‘대상을 친숙하지 않게 만들고, 형태를 난해하게 만들고, 지각과정을 더욱 곤란하게 길어지게 하는 것’이다. 1917년 4월 10일 마르셀 뒤샹은 뉴욕 그랜드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서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출품하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는 당시의 예술에 대한 전통적 고정관념을 뒤집은 일대 사건이었다. 이 유쾌한 도발로 인해 미적 가치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우리는 습관화된 고정관념 속에서 나날의 일상을 살아 내고 있다. 그런데 이 통념의 일상화가 타락을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자동화된 관행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는 부도덕한 사회다. 왜냐하면 통념 속에는 진실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 그리고 현상 이면의 진실에 가 닿기 위해서는 힘들고 아프지만 통념을 뒤집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 [The Best 시티] 양천구 ‘사회적 경제도시’ 만들기

    [The Best 시티] 양천구 ‘사회적 경제도시’ 만들기

    서울 양천구의 특산품은 ‘학원’이다. 단순히 국·영·수 중심의 보습학원을 넘어 예체능과 특목고 입시, 의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한 생물교실도 있다. 학원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곳이 목동 학원가다. 그저 학원이 많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숫자로 표현해 보자. 한집 건너 하나씩 있다는 치킨집이 양천구엔 487곳이고, 최근 발에 치일 정도로 늘었다는 커피숍도 296개다. 외국어·보습학원 수는 1122개다. 양천구 목동이 강남구 대치동과 함께 ‘사교육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2014년 7월 김수영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학원의 사교육을 강화하기보다 양천구 내의 교육 격차를 없애고, 엄마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특산품을 학원이 아닌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도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혁신교육지구로 ‘행복 교육’을 꿈꾸다 양천구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핵심은 ‘삶의 변화’다. 랜드마크가 될 마천루를 올리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양천 유수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 개발 계획도 수립하고 있고, 적절한 시기에 목동아파트들을 재건축할 수 있도록 용역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하드웨어의 변화보다 주민들 삶의 변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의 중심에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있다. 혁신지구 선정으로 구는 서울시와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10억원의 예산에 자체예산 5억원을 더해 마을방과후 강사 양성과 진로직업교육 등 5개 분야 23개 사업을 벌인다. 명품 학군 지역인 양천이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목동13단지에 사는 맞벌이 주부 송모(46)씨는 “목동 안에서도 주상복합에 사느냐, 몇 단지에 사느냐에 따라 학군이 다시 갈린다. 한마디로 인도의 신분제인 카스트제도처럼 존재한다”면서 “학군을 놓고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사이에 꼴찌 부모와 학생은 물론 1등 학생과 부모도 지친다”고 털어놨다. ●차별 불렀던 ‘치맛바람’이 멈추다 그래서일까. 올해 혁신교육지구사업 예산을 놓고 갈등하자 팔을 걷고 나선 사람들은 치맛바람의 주범으로 불린 ‘목동 엄마’들이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1등도 꼴찌도 행복하지 않은 게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엄마들이 나선 주된 이유”라고 전했다. 구는 혁신지구사업으로 목동과 신정·신월동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경력단절여성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신정·신월동 아이들에게 입시 중심의 공부가 아니라 자신들의 꿈을 찾고 펼칠 수 있는 학습 능력을 키워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목동 어머니를 교사로 훈련해 신정·신월동 아이들의 과외 선생님이 되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기쁨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교육지구 예비사업으로 운영한 텃밭 프로그램을 체험한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생명을 키우는 작업을 하며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면서 “새터민 청소년과 저소득층 가정 등에도 체험 교육 등을 지원해 놀면서 배울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에서 ‘경제 새 길’을 찾다 정체기에 놓인 지역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구가 2011년부터 ‘함께일하는재단’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에선 사회적기업·협동조합을 준비하는 40개 팀이 창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140여개 팀이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를 거쳐 갔다.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온라인을 통해 전국 양조장에서 만드는 전통주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술펀’을 비롯해 일상적인 행동을 언제 어디서나 기부로 연결시키는 기부 앱을 개발한 ‘빅워크’ 등도 양천구 출신의 사회적기업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없지는 않다. 술펀의 이수진 대표는 “사무 공간 제공으로 초기 창업에 큰 도움을 받았지만 사무실에 접근하는 교통이 불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복잡한 세무업무 관련 등 공공의 지원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구 관계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더 좋은 목5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 들어설 ‘허브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물류창고, 홍보·전시관, 교육장, 세미나실, 커뮤니티 공간, 사회적경제 중간 지원 조직의 업무 공간을 마련해 애로 사항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목동아파트 재건축에 ‘민심’을 담다 노후한 목동아파트 재건축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 전체 면적 372만㎡, 392개 동 2만 6629가구에 이르는 목동아파트는 1985년 1단지를 시작으로 14개 단지가 1988년까지 입주를 끝냈다. 2013년 1단지가 지난해 처음으로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다. 2~6단지는 올해가 재건축 연한이다. 구 관계자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당겨지면서 나머지 단지들 대부분이 2018년에 재건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는 자문 구실을 할 총괄계획가(MP)로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위촉할 예정이다. 또 교통 전문가를 추가해 목동아파트의 약점으로 꼽히는 교통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용역은 서울시 최초로 지역 주민이 계획 수립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다. 김 구청장은 “‘관’이 주도했던 도시 계획 수립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주민참여단’을 모집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동 재건축 준비가 미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둘레길 조성 사업은 현재의 삶에 활력을 더하는 작업이다. 양천구는 지역의 산과 길, 하천과 공원을 연계하는 총연장 24.5㎞를 잇는 ‘양천 둘레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단계 사업 중 1단계 사업인 산지형 코스 7.2㎞(지양산~매봉산~신정산)를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올해는 용왕산에서 갈산, 안양천까지 이어지는 2단계(7.9㎞) 사업과 목동 중심축 걷고 싶은 거리에서 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3단계(9.4㎞)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김 구청장은 “행복하지 않으면 주머니가 두둑한 삶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해 현재도 미래도 행복한 도시가 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또 통학차량 참변, 유명무실한 ‘세림이법’

    안타깝게도 통학차량 사고가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의 8세 어린이는 태권도 학원 차에서 내린 뒤 곧바로 참사를 당했다. 운전자가 학원 차를 가속으로 출발시키려는 순간에 아이가 앞으로 지나갔고, 차량에 부딪힌 아이는 끝내 숨졌다. 사고를 낸 12인승 통학차량에는 승하차를 인솔할 동승자가 없었다. 어린이 통학차량 사고는 잊힐 새도 없이 꼬리를 물고 터진다. 아이들의 승하차를 도와주는 보호자가 없고, 차량 운전자가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 참사의 공통점이다. 어린 목숨을 앗아간 교통안전 사고에는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 꺼진 불도 두번 세번 다시 보는 마음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세림이법’ 무용론이 나온다. 3년 전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당시 세 살배기 꼬마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이 세림이법이다. 어린이집을 비롯한 학원 통학차량의 안전 강화를 위한 조치를 담은 이 법은 지난해 1월 시행됐다. 학원 차량은 안전 기준에 맞게 구조를 변경해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는 등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학원 원장과 운전자는 교통안전 교육을 받도록 했다. 또 9인승 이상 통학차량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승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학원이나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15인승 이하 통학차량은 아직은 보호자가 타지 않아도 된다. 영세한 학원들의 형편을 고려해 내년 1월까지 법 적용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어린 생명이 위협받는데, 이런저런 사정을 먼저 따진 법 제도가 민망할 뿐이다. 어린이 보호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도로교통법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물렁하다. 보호자 탑승 의무가 유예된 차량이 전체의 3분의1이 넘는다. 하루에 몇 개의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 아이들이 위험천만한 차량을 무방비로 오르내린다는 얘기다. 영세 학원들의 주머니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동승자 의무 탑승을 유예했다면 운전자 안전의식 교육이라도 몇 배 더 강화했어야 한다. 고작 2년에 3시간만 받으면 되는 의무교육으로 뭘 기대하겠는가. 일반 교통 벌점 교육만도 못한 안전 교육이 시간 때우기용으로 굴러가고 있지나 않은지 당국은 당장 들여다보라.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어도 통학차량 운전자가 부주의로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을 받고 해당 학원도 강력한 제재를 받게 해야 한다.
  • 알리안츠생명 대표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 대표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보험은 1일 요스 라우어리어 최고운용책임자(COO)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라우어리어 대표는 암스테르담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싱가포르대학과 앤더슨경영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 보험사 대출은 3년 거치기간… 풍선효과 우려

    은행권이 1일 주택담보대출 고삐를 조이고 나섰지만 ‘풍선효과’를 노리는 보험권은 느긋한 모습이다. 2금융권은 하반기부터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희망자들을 반년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극소수의 대형 보험사만 정부 정책에 동참해 새 잣대를 미리 적용할 뿐이다. 서울신문이 이날 생명·손해보험사 6곳에 문의한 결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은행권과 함께 ‘가계주택담보대출 새 여신심사 잣대’를 미리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은 생·손보협회에서 마련 중인 ‘보험권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적용하겠다는 태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택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보험과 은행 간에)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보험사 대출은 (최대 1년인 은행과 달리) 3년 정도 거치 기간을 둘 수 있어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어차피 2금융권은 하반기부터 시행하라는 게 당국의 지침인 만큼 굳이 날짜를 앞당겨 오는 손님을 내쫓을 필요는 없다”고 털어놨다.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금융권 적용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생명의 자체 대출심사 강화안만 하더라도 ‘능력만큼 빌리고 빌린 만큼 처음부터 나눠 갚으라는’ 은행권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없다. 신고소득 기준, 비거치형 적용 의무화 등 세부사항도 같다. 보험료 가입 기간(대출 조건)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변경해 일종의 ‘안전장치’도 뒀다. 보험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4조원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477조원(12월 기준·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의 7.1% 수준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선수처럼 스키 타고… 겨울 축제와 썸타고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선수처럼 스키 타고… 겨울 축제와 썸타고

    평창 대관령 일대 평균 해발 600~1000m에 있는 스키장들은 한겨울 스키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알펜시아, 용평, 보광 휘닉스파크가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설상 경기가 펼쳐진다. 동계올림픽의 꽃 중의 꽃은 눈밭 위를 질주하는 설상 경기다.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될 곳이다. 강원 3대 스키장은 완벽한 올림픽을 위해 시설을 정비하고, 각종 문화 행사도 열어 스포츠·문화 복합시설로 도약 중이다. #알펜시아리조트 얼음으로 빚은 ‘빙설대세계’ 수도권에서 1시간이면 OK 서울~알펜시아~강릉을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올 11월 개통을 목표로 79%의 공정률을 보이고, 원주~강릉 간 복선철도는 2017년 운행을 위해 6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 알펜시아 주변으로 도로와 철길이 놓이며 수도권과 1시간대로 성큼 가까워진다. 알펜시아는 이런 접근성 개선으로 매력적인 사계절 종합리조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올 시즌부터는 숙박시설과 스키장, 워터파크 운영 중심에서 ‘365일 문화가 있는 리조트’로 변화를 시도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미 올겨울 세계 3대 겨울축제 가운데 하나인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를 시작으로 동요콘서트 ‘구름빵’, 록밴드 ‘갈릭스’ 콘서트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 그랜드 오픈 이후 숙박과 스키, 워터파크 중심에서 6년여 만에 축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공자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는 약 6만 6000㎡ 부지에 하얼빈시가 인증한 중국 아티스트 400여명이 수원화성을 포함해 천안문, 콜로세움 등 세계 유명 건축물 30여개를 눈과 얼음으로 조각해 전시한다. 또 얼음 회전목마, 개썰매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겨울왕국의 모습을 선보인다. 가족뮤지컬 예매율 1위인 동요콘서트 ‘구름빵’ 공연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펼쳐진다. 또 통신업체 광고 삽입곡 ‘잘생겼다’의 원곡자로 알려진 록밴드 ‘갈릭스’의 콘서트도 만날 수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 IHG(InterContinental Hotels Group)가 운영하는 5성급 호텔 2개와 콘도 1개, 모두 871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사계절 워터파크, 스키장, 컨벤션센터, 알파인코스터, 동계올림픽 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과 식당가 등을 갖춰 리조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의 구조다. 컨벤션센터는 254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8개 국어 동시통역 시스템을 갖춘 대연회장과 극장식 오디토리움 등 14개의 회의실 및 연회장도 있다. 사계절 워터파크인 오션700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총 2500명까지 수용한다. #용평 리조트 스키 마니아 중심, 선수촌으로 NYT가 추천한 명품 리조트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600가구 들어서는 곳이다. 올림픽 때 스키 알파인 종목의 대회전과 회전 종목도 열린다. 경기가 열리는 레인보 코스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손꼽는 명품 코스다. 국제스키연맹(FIS)에서 경기 코스로 공식인증을 받은 길인 1680m의 레인보 코스는 매년 많은 스키 마니아들이 찾는다. 레인보 코스에서는 1988년부터 4차례 월드컵 스키대회가 열렸다. 해발 1438m의 발왕산 정상에 있는 레인보 코스에서는 맑은 날에는 푸른 동해를 볼 수 있다. 용평리조트 스키장에는 초급자부터 프로급 선수들까지 이용하는 국내 최대인 28개의 슬로프를 갖추고 있다. 동계올림픽 개최와 동시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명품 리조트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강원도 평창군을 ‘2016년 가봐야 할 52곳’에 선정하며 ‘용평 리조트’를 추천했다. 28개의 스키 슬로프 중 초·중급자를 위한 12개의 코스가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들도 자유롭게 이용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용평리조트는 지난해 11월 21일 오스트리아 키츠뷔엘에서 열린 ‘2015 월드스키 어워즈’ 시상식에서 ‘베스트 스키리조트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키장임을 입증했다. 한국의 베스트 스키리조트로 3년 연속 상을 받았다. 지난해 스키장 개장 40주년을 맞은 용평 리조트가 세계적인 리조트로 자리매김한 데는 스키장 안전을 책임지는 패트롤 시스템이 한몫을 했다. 용평 리조트는 1983년 국내 처음으로 패트롤 시스템을 구축해 34년 동안 스키장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패트롤은 스키장 내에서의 모든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다. 패트롤의 주요 업무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과 사고 발생 시 부상자를 응급처치하고 후송하는 일로 나뉜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마음과 강한 책임감이 중요하다. 현재 용평리조트에는 91명의 패트롤이 근무하고 있다. 또 용평리조트는 고객들이 안전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용평리조트는 고객의 혼잡을 줄이고 안전장치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슬로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슬로프 주변에 설치하는 안전 펜스를 구석구석에 촘촘하게 설치해 꼼꼼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의무실에는 3명의 간호사와 1명의 의사가 상주한다. #휘닉스파크 새 슬로프 완성·객실 단장 올림픽 코스 미리 맛볼까 휘닉스파크에서는 동계올림픽 모굴, 에어리얼, 크로스 하프파이프 등 9개 종목에 1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경기가 펼쳐진다. 이미 휘닉스파크는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 준비에 돌입했다. 대회 기간 방문하게 될 선수단, 취재진, 관람객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3단계에 걸친 낡은 시설 개선을 위한 객실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완벽하고 차질 없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직원 서비스 교육을 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을 대비하고자 전 직원 응급구조 교육 이수도 계획하고 있다. 휘닉스파크에서는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다. 동계올림픽의 전초전 격으로 펼쳐지는 이번 테스트 이벤트는 종목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스키·스노보드 월드컵 대회다. 이번 테스트 이벤트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슬로프스타일과 크로스 등 두 면의 슬로프를 신규 조성하고 제설 작업을 완료했다. 그 어느 경기장보다 발 빠르게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스키·스노보드 크로스코스를 일반인들에게 우선 공개해 동계올림픽 붐 조성에 앞장섰다. 일반인들에게 미리 공개된 크로스코스의 경우 2018년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치러질 기본 코스인 만큼 경사면이 다양하고 굴곡이 심해 올림픽 경기의 긴장감을 직접 만끽할 수 있는 코스라는 평가를 받는 등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도 모굴, 에어리얼, 스키·보드 하프파이프, 스키·보드 크로스, 스키·보드 슬로프스타일 등 2018년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클리닉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올림픽 설상 종목들을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슬로프에서 배울 수 있는 특징 때문에 단골이 증가하고 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美 유학 중 사고로 뇌사 빠진 소녀 전 세계 27명에 생명의 장기 선물

    美 유학 중 사고로 뇌사 빠진 소녀 전 세계 27명에 생명의 장기 선물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제주 출신의 미국 유학 소녀가 전 세계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제주 노형초등학교와 아라중학교를 졸업한 김유나(19)양은 2년 전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 21일 오전 1시쯤(한국시간) 교통사고를 당했다. 유나양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고 사고 발생 3일 후인 24일 새벽 현지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다. 곧장 미국으로 달려간 유나양의 부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던 유나양의 뜻을 존중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유나양의 장례식은 다음달 6일 제주 한 성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초중생 7일 이상 무단결석 땐 담임교사 두 번 이상 가정 방문”

    “초중생 7일 이상 무단결석 땐 담임교사 두 번 이상 가정 방문”

    법무부 등이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아동학대 방지 정책의 핵심은 학대받는 아동을 조기에 발견해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천 초등생 폭행치사 사건의 경우 학교와 동사무소 등이 좀 더 일찍 사태 파악에 나섰다면 어린 생명이 부친의 손에 희생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 대상에 아동학대 부문을 추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법무부는 신고 의무 대상을 기존 24개 직군에 더해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와 ‘육아종합지원센터’, ‘입양기관’의 종사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도 기존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즉시’로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신고 의무 대상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죄질이 불량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은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사가 직접 검시하고 부검을 지휘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가해자의 접근 금지, 친권의 상실·정지·제한 청구, 가해자 퇴거 등 임시 조치를 적극 활용해 재학대를 예방하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장기 결석 아동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3월 새 학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7일 이상 무단결석하면 담임교사가 두 번 이상 직접 가정을 찾아가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3개월 이상 무단결석해 ‘정원 외 관리 대상’이 된 학생의 경우 정기적으로 통화하거나 가정을 방문해 안전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정부입법 때 국민의견 반영 시스템 도입

    정부입법 때 국민의견 반영 시스템 도입

    정부 입법 과정에서 국민 누구나 그 내용을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원클릭 통합 입법예고 시스템’이 도입된다. 또 올해에는 ‘규제 프리존’ 도입 특별법과 차량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법안 등 205건의 새 법안이 마련된다. 법제처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업무보고에서 ▲통합 입법예고 시스템 구축 ▲모바일 법령정보 시스템 마련 ▲법령해석 상담센터 개설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부처별로 따로 알리던 새 법령안을 법제처가 4월부터 운영하는 ‘정부입법지원센터’(www.lawmaking.go.kr)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금은 입법 과정에서 일반인이 개인 의견을 내려면 우편, 팩스, 방문 접수를 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홈페이지에 댓글 형식으로 남기면 담당 공무원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도록 한다. 아울러 법제처는 올해 정부 부처별로 신설 또는 개정하는 205건의 법안을 ‘2016년도 정부입법계획’을 통해 일괄 공개했다. 교육부는 학대·방치로 인한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학대상 아동의 행방이 일정 기간 불분명하면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오는 8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는 교육감이 7일 이상 등교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교육장의 보고를 받은 뒤 학교에 다시 다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 수동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또 방산업체에 취업하려는 사람의 방위사업청 근무경력 확인을 의무화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방산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 액수를 올리는 법안을 6월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직 퇴임 변호사의 활동 내역 제출을 의무화하고, 변호사와 그 사무직원의 금품수수 관련 벌금액을 높이는 법안도 추진된다. 경찰청은 차량 전 좌석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다음달 국회에 낼 예정이며, 기획재정부 등은 지역별·전략산업별 맞춤형 규제 특례 적용이 가능한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는 특별법을 오는 6월 제출한다. 또 정부는 ▲해상여객운송사업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해운법(7월 제출) ▲임산부나 영유아의 생명·신체에 피해가 발생하면 산후조리원을 정지·폐쇄할 수 있게 하는 모자보건법(9월 제출) ▲폐기물 배출사업자에게 폐기물의 유해성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폐기물관리법(12월 제출) 등의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205건의 추진 법안 가운데 2건은 다음달에 제출하고, 20대 국회 개원(5월 30일) 이후 8월 말까지 108건을, 9월 정기국회 시작 후 95건을 각각 낼 예정이다. 법제처는 오는 5월 29일 제19대 국회의 임기 만료에 따른 법안 폐기에 대비해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와 관련한 이견 법안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안을 제공할 방침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인천시, 서해 5도 여객선 준공영제 전국 첫 추진

    인천시는 옹진군 서해 5도 등의 도서민과 관광객의 뱃삯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여객선 준공영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옹진군 섬의 생명줄과도 같은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26일 시에 따르면 여객선 준공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용역을 다음달 발주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여객선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없다. 여객선 준공영제는 여객선사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여객선 운임을 낮추는 파급 효과를 낳게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올 들어 중단된 여객선 운임 지원제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옹진군과 함께 각각 연간 7억원씩을 들여 서해 5도 등을 찾는 관광객에게 여객운임의 50%를 지원해 왔으나 올해 들어 중단해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서해 5도 등 인천 지역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고액의 여객선 운임으로 접근성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인천항~백령도의 왕복 운임은 13만 1500원으로 제주도 비행기 값보다 비싸다. 또 인천항∼대청도는 12만 4900원, 인천항∼연평도는 11만 8100원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도서 지역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섬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여객선 준공영제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여객선도 대중교통이라는 인식을 갖고 시내버스와 같이 준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객선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섬 주민들도 여객선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전체가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의 주민들은 여객선을 5000∼7000원에 이용하고 있으나 육지 왕래가 잦아 부담이 적지 않다. 인천시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여객선사 지원 범위 등 제반 사항을 점검할 것”이라면서 “여객선 준공영제 시행은 단지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연계 여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항과 옹진군 섬을 잇는 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사들의 적자는 연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미국 유학 제주소녀 전 세계 27명에게 장기기증

    미국 유학 제주소녀 전 세계 27명에게 장기기증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제주 출신의 미국 유학 소녀가 전 세계 2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제주 노형초등하교와 아라중학교를 졸업한 김유나(19)양은 2년 전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 21일 오전 1시쯤(한국시간) 교통사고를 당했다. 유나양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고 사고 발생 3일 후인 24일 새벽 현지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다. 곧장 미국으로 달려간 유나양의 부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평소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했던 유나양의 뜻을 존중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심장, 폐, 간, 췌장, 안구, 조혈모세포, 신장, 피부 일부, 혈관 일부, 뼈 일부, 신경과 림파선 일부 등을 전 세계 27명에게 기증했다. 미국에서 장기 기증하면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병의 위중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증한다. 유나양의 이모 이수정씨는 “ 유나 외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유나가 불평불만 없이 6개월 동안 병간호하는 등 착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유나양의 장례식은 다음달 6월 제주 한 성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금융·재테크 특집] 한화생명, ‘7개 질병 특약’ 통 큰 종신보험

    [금융·재테크 특집] 한화생명, ‘7개 질병 특약’ 통 큰 종신보험

    한화생명은 최근 보험상품 개발의 자율성 확대 정책에 따라 새 전략을 구상 중이다. 영업 현장에서 많은 고객을 만나는 설계사의 의견과 고객들의 요청을 상품에 직접 반영하기로 했다. 첫 작품이 ‘한화생명 H플러스 변액통합종신보험’이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종신보험의 기본인 사망 보장에 7가지 주요 질병을 특약(플러스7대질병보장특약Ⅱ)을 통해 100세까지 보험료 갱신 없이 보장하는 것이다. 해당 질병은 암(소액암·전립선암 등 제외)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말기신부전증, 말기폐질환, 말기간질환, 장기간병 등 주요 성인 질환이다. 최초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1회만 보장했던 여타 상품과 달리 7가지 주요 질병을 각각 따로 보장했다. 진단 자금 지급과 무관하게 80세, 100세 시점에 고객이 살아 있으면 납입한 특약 보험료의 절반씩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7대 질병 보험료 납입 면제 특약’에 가입하면 7대 질병으로 진단받거나 질병 또는 재해로 50% 이상 장해 시 주 계약에서도 보험료 납입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변액보험인 만큼 수익률이 좋으면 보장 금액이 늘어난다. 발병률이 높은 60세부터 80세까지 계약자의 적립금이 예정 적립금보다 크면 계약 시 약정한 7대 질병 진단 자금에 5년마다 증액된 보험금을 더해 지급한다. 최저 가입 보험료는 월 10만원이며 가입 연령은 만 15~70세다.
  • 퇴직연금 수익률·수수료율 비교 사이트 연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과 수수료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수익률 및 수수료율을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통합공시 시스템을 만들어 이르면 이달 중 운영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는 현재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금융업권별로 따로 이뤄지고 있다. 또 수익률을 확인하려면 각 협회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더욱이 수수료율은 금융회사별로 공시가 이뤄지고 해당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아 비교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 마련된 비교공시 시스템은 업권을 구별하지 않고 연금 가입자가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비교하면 금융사 간 경쟁을 통해 연금 가입자들이 더 좋은 상품을 들 수 있을 것으로 금융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2008년 6조 6000억원이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11조원을 넘어섰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지역에서 꽃피는 미래 먹거리] 임실 치즈, 순창 장 만들기… 농업+체험으로 ‘삼락농정’ 푸른 꿈

    [2016 경제 새 길을 가자-지역에서 꽃피는 미래 먹거리] 임실 치즈, 순창 장 만들기… 농업+체험으로 ‘삼락농정’ 푸른 꿈

    전북도의 도정 제1 키워드는 ‘농업’이다. 전통적인 농업을 넘어서 최첨단 농생명식품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6차 산업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6차 산업을 농어촌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도입했다. 최근에는 지역 대표 관광지와 농촌관광을 연계한 ‘토탈 관광’으로, 6차 산업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락농정’(三農政)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정했다.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사람 찾는 농업’으로써 농민, 농업, 농촌이 즐거운 농업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포부다. 전북은 2010년부터 6차 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농외소득원을 개발해 농촌인구 감소, 농업소득 불안정, 도농 간 소득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전북만의 차별화된 농산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일본 오야먀 농협의 6차 산업 모델을 벤치마킹 했다. 당시 6차 산업은 생소한 분야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은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과감히 이를 시도했다. 6차 산업은 2012년에 본격화했다. 완주 로컬푸드, 김제 로컬랜드, 정읍 선농, 진안 진안마을, 남원 지산누리, 고창 드림카운티 등 8개 모델을 선정했다. 임실 치즈와 장수 레드 푸드도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1차적으로 이들에 약 40억원씩 231억원을 지원했다. 농산물의 단순 생산과 단순 판매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고, 농식품 산업을 기반으로 생산, 가공, 판매, 체험 등을 복합해 새로운 소득창출 모델을 만들었다. 또 직판장과 농가레스토랑 사업 모델에도 숙박, 체험, 가공 등을 함께 추진하는 특성을 반영했다. 읍·면의 지구단위 6차 산업이 시·군 전체 농가가 참여하는 플랫폼 역할도 이끌어냈다. ●로컬푸드 직매장 급신장… 타 지자체 롤모델 전북도 6차 산업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완주군에서 시작한 로컬푸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완주 로컬푸드는 지역농업 9개소와 축협이 공동출자해 제3섹터형 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농민들이 생산한 제품에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 전시·판매하고 농가레스토랑까지 운영하는 형태다. 그 결과 로컬푸드 직매장의 매출은 2012년 54억원에서 2015년 319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참여농가도 출범 초기에는 400농가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1500농가로 증가했다. 참여 농가의 월평균 소득은 180만원으로 사업시행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소비자 판매가의 90%가 농가들의 손에 쥐어졌다. 일반 시장에 내다 팔 경우 농가 실질 소득은 판매가 50% 수준이다. 이 사업은 전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는 성공사례가 됐다. 로컬푸드 매장은 전북에 20개소, 전국에 80개소로 확대됐다. 이에 힘입어 완주군의 귀농 귀촌 인구도 2012년 132가구에서 2013년 414가구, 2014년 747가구, 지난해 1200가구로 늘었다. 순창 장류 산업은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장류산업 생산액은 2011년 335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늘었다. 장류 관련 방문객이 86만명에서 135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순창군 전체 방문객이 246만명에서 400만명으로 급증하는 기폭제가 됐다. 임실 치즈마을은 치즈를 테마로 한 체험관광 붐을 일으켰다. 진안의 아카시아 꽃차, 고창의 광맥 등은 기존에 판매가 되지 않거나 소득 기여가 낮던 품목을 상품으로 발굴해 소규모 농가의 신규 소득창출 기회도 제공했다. ●카드 한장으로 관광 시도… 6차 산업 고도화 전북의 6차 산업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전북은 정부가 2014년 6월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자 다음해 5월 관련 산업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또 6차 산업 지원센터 9곳을 설치해 체계적으로 농가를 지원하는 기틀도 구축했다. 이곳은 온·오프라인 체계를 정립해 현장 맞춤형 지원을 한다. 지원분야는 6차 산업 사업자 인증, 사후관리, 현장 코칭, 전문교육, 우수사례와 제품 발굴, 안테나숍 운영, 실태조사, 제조·가공시설 지원, 정책수립 등 다양하다. 사업자에게는 2%의 저리로 필요 자금을 융자해준다. 시설자금은 30억원을 3년 거치 7년 균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한다. 올해는 14개 사업에 정책자금 119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같은 자금지원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다. 나아가 전북도는 1, 2차 산업 자원, 인적 역량, 관광 거점이 융·복합된 ‘토탈 관광’을 6차 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 선정했다.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토탈 관광’은 14개 시·군의 대표 관광지와 생태관광지, 농촌관광 거점마을을 연계해 관광명소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전북은 고유의 농촌 문화와 잘 보존된 생태적 자원을 활용한 농촌 관광이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높아 시장이 확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북 전역을 카드 한 장으로 관광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도 지자체 최초로 시도하는 등 6차 산업 고도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