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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혜민의 월드why] 우주선부터 무기까지…‘초소형’에 빠진 세계

    [송혜민의 월드why] 우주선부터 무기까지…‘초소형’에 빠진 세계

    영화 ‘맨인블랙’에서는 주인공이 그야말로 손바닥 만큼이나 작은 권총을 본 뒤 비웃지만, 이 무기의 위력에 화들짝 놀란 후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입증한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히는데, 작은 것에 푹 빠진 것은 비단 영화 속 주인공만은 아니다. 세계는 그야말로 ‘초소형 전쟁’ 중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게, 더 작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일명 ‘초소형화’에서 유독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과학과 의학, 군사 등으로 꼽힌다. 이들의 ‘초소형을 향한 집착’은 어떤 결과를 낳았으며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과학, 의학, 군사 분야의 초소형 기술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 초소형 기술은 단 시간 만에 우주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의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팀이 발표한 인류 최초의 ‘항성 간 여행’ 일명 인터스텔라 트래블(interstellar travel)에는 초소형 우주선이 필수 도구로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초소형 우주선 1000여개를 최종 목적지이자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는 것인데, 현존하는 최첨단 우주선을 이용해도 3만 년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다. 하지만 개당 무게가 20g에 불과한 초소형 우주선 ‘나노크래프트’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노크래프트는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으로, 기존 우주선보다 크기가 수 만 배는 작은 만큼 무려 1000배나 빨리 알파 센타우리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이 우주선에는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과 카메라, 전원장치, 항법 및 통신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분야 역시 초소형 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으면서도 첨단 기술을 탑재한 ‘맵고 작은 고추’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역시 선두는 미국이다. 미군은 올해 8월 초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초소형 드론을 무기화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명 ‘블랙 호넷’이라는 이름의 이 드론은 크기 20×9×5㎝, 무게 18.25g에 불과하며, 작은 몸체에 적외선 카메라 3대를 장착하고 있어 반경 2.4㎞ 이내 적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외형은 장난감 헬리콥터와 매우 유사하다. 성인의 손바닥보다 작고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정찰 비행 중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미군의 설명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블랙 호넷은 근거리에서 살펴봤을 때에도 새가 날아다닌 것으로 보일 만큼 위장이 쉽다. 당장 전투에 투입되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만큼 실전배치가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공지능 AI의 빠른 발전 속도는 더욱 작고 정밀하며 똑똑한 무기 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의학계도 초소형 열풍에서 무관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길이 3㎜, 너비 1㎜에 불과한 인체삽입용 무선 센서가 개발됐다.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개발한 이것을 뇌나 신경 등 인체에 삽입하면 사용자는 이물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동시에, 센서가 이식된 부위의 장기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뉴럴 더스트’(Neural Dust), 일명 신경 먼지라 부르는데,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머리카락 절반 두께에 불과한 버전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초소형 경쟁은 인류에게 다양한 편의를 가져다준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인명피해를 최대한 줄여줄 것이며, IT와 우주과학 분야의 초소형 기술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신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의학계의 초소형 기술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와 세계에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초소형 기술에도 이면은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예상치 못한 오류와 불완전성…잿빛 미래 우려 초소형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되겠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버그’가 가져다 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기도 하지만, 이미 인류는 위에 나열한 다양한 기술이 영화나 소설 속 한 장면에서 현실이 된 것을 목격했다. 예컨대 웨어러블 기기의 발달을 넘어 신체에 직접 칩을 이식해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인류는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아닌 악성코드로 인한 실제 좀비를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철저하게 프로그래밍 된 AI가 접목된 칩에서 발생한 오류 또는 일순간 판단의 실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결국 보다 손 쉬운 살상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카메라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는 끊임없는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도 있다. 회사와 집,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이 누구에게나 노출된 공간이자 동시에 창살없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상 그 이상의 기술 발달 속에서 인류는 영원히 완벽한 존재를 찾지도, 만들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한 세계의 ‘초소형 홀릭’에는 분명한 ‘고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초소형 기술의 발달이 다양한 것을 작아지게 하는 동시에, 이를 올바르게, 정확하게 활용하려는 인류의 의지는 커져야 마땅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新전원일기] 원주 ‘고니골’ 조영준 대표

    [新전원일기] 원주 ‘고니골’ 조영준 대표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우리나라 산천의 모습과 정서, 고향의 맛과 시골 사람들의 정,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일어서는 사람을 붙잡고 각종 야채들을 신문지에 싸서 둘둘 말아주던 아줌마들, 집 앞 나무에서 감이며 밤이며 바로 따서 가방에 찔러 넣어주던 이장님, 주름진 손을 흔들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촌부와 노모의 모습, 반가운 손님 왔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돼지 잡아 잔치 벌인 일 등. 나에게 각인된 농촌은 그런 구수한 정이고 따뜻한 마음이며 흐뭇한 기억이다. 그래서일까. 흙을 만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스스럼없이 다가가진다. 마치 몇 번 만난 사람처럼 인사를 나누게 된다. 자연과 마주하고, 그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정직하고 진실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 친환경 무농약 뽕… 잠든 양잠산업 깨우다 강원 원주시 고산리에 위치한 고니골 농장은 옛 지명 ‘곤의골’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곤의골 마을은 1839년 기해박해 때 천주교 교우 가족들이 피신해 정착한 곳으로 ‘곤란을 당했지만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저는 곤의골에서 태어나서 쭉 이곳에서 자랐어요. 농장 이름을 ‘고니골’로 붙인 것도 그 이유에서죠. ‘곤의골’ 발음이 어려워서 소리가 나는 대로 상호를 바꿨더니 ‘고니’라는 새를 키우는 곳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 때문에 처음 3년은 답변하느라 고생했어요. 하하하” 울림이 좋은 목소리를 가진 조영준(57) 대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10만평 규모의 고니골 농장은 국내 유일의 양잠테마단지로 120년 동안 4대째 양잠을 지켜온 가족 기업이다. 4대째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게다가 양잠은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어 꽤 오랜 시간 주춤했던 농업 아닌가. 하지만 조 대표는 단 한번도 자신의 길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 일을 도와서 할 때도 농사일이 힘들다거나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농부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고니골 농장은 3만평 규모의 친환경 무농약 인증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가루, 누에환, 누에 비누, 뽕잎환, 뽕잎차, 뽕잎나물, 뽕잎진액, 뽕잎비누, 오디잼, 오디진액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6차 산업을 수백년 전부터 했다고 봐야 해요. 자, 보세요. 콩을 심으면 1차 산업이죠. 메주를 쑤어서 장을 담그면 2차 산업이고, 그걸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3차 산업이에요. 단지 기존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특정한 이름을 붙여주질 못했던 것뿐이에요.” 백번 맞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도 1995년에 시작한 ‘뽕잎음식 무료 시식회’로 이미 오래전에 6차 산업에 발을 디딘 셈이다. 그렇게 출발한 무료 시식회는 ‘고니골 농장 고객 만남의 날’이라는 좀 더 멋진 타이틀을 달고 매년 7월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 올해로 벌써 27번째 생일을 맞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누에와 뽕잎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무료로 먹으며 건강한 맛을 즐기고 누에, 고치, 뽕잎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농장을 알리기 위해서 재미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1년에 한번씩 고객을 초청해서 정성껏 대접하는 것만큼 좋은 홍보 전략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에요.” 이 행사 덕에 고니골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향토산업 육성 사업으로 30억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양잠테마단지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지역에 흩어져 있던 13개의 양잠 농가를 모아서 법인을 만들었다. 사라져 가는 양잠산업을 살리고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셈이다. # 누에도 사람도 뽕잎을, 자연을 만끽하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뽕 따러 가셔야죠.” 조 대표가 건네준 시원한 뽕뿌리 달인 물을 한 입에 털어 마시고 따라나섰다. 뽕밭으로 가는 길에 나의 눈을 잡아끈 것은 수령이 120년 된 할배 뽕나무였다. 이곳에 있는 뽕나무 중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나무로 농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마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1982년에 심기 시작했다는 뽕밭은 녹차 밭처럼 고랑을 사이에 두고 정갈하게 심겨 있었다. 이제 녀석들은 누에들이 도착하면 영양 가득한 최고의 식사거리가 될 것이다. 5월 중순과 8월 중순, 1년에 두 번 개미누에 160만 마리가 고니골 농장에 들어온다. 누에는 워낙 예민해서 밥 끓이는 냄새, 찌개 냄새조차도 심하면 금세 죽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농장에 강아지는 고사하고 병아리 한 마리도 키우지 않는다. 누에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누에가 잠을 네 번 자고 5령기에 접어들면 하루에 먹어치우는 뽕잎 양이 어마어마하다. 160만 마리가 하루에 먹어 치우는 뽕잎의 양이 대략 2t 정도가 된다. 2000평의 뽕밭을 이틀에 끝내는 꼴이다. 누에의 식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정오를 알렸다. 조 대표는 농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100여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식당은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 함께 식사하는 곳이다. 음식은 자연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했다. 최근 10년간 먹은 적이 없는 뽕잎 나물은 맛이 기가 막혔다. 뽕잎을 넣고 삶았다는 돼지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고기를 삶을 때 뽕잎을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기름 성분을 제거해 줘요. 뽕잎이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게다가 고기 맛도 한결 더 살려주죠. 그거 아세요. 원주의 대표 음식이 뽕잎황태밥이에요. 아, 그걸 맛보셔야 하는데” 뽕나무는 잎부터, 가지, 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효자 작물이다. 뽕잎은 가루와 환과 나물로, 가지는 밥, 국, 찌개를 만들 때 함께 넣어 끓이면 음식의 맛을 더욱 살려주며, 뿌리는 달여 마시면 잇몸 염증에 효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뽕잎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아낸 장본인이다. 사람들에게 뽕잎을 야채로 인지시키고 좀 더 쉽게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건조 뽕잎나물과 냉동 뽕잎나물을 만들어 한 살림에 납품하고 있다. 물론 뽕잎과 누에로 만든 가공식품도 함께 말이다. # 옥수수 밭에서도 살아남은 뽕… 희망을 배우다 1960~7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양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친구들도 하나둘씩 고향을 떠났다. 누에를 키우던 농가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뽕나무를 캐내 버리고 돈이 되는 특용 작물로 옮겨 갔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은 도리어 2만 그루의 뽕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모두가 등을 돌리는 사양산업을 끌고 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조 대표가 군대를 제대한 후 먼저 한 일은 형이 심어놓은 2만 그루의 뽕나무를 도끼로 찍어내는 일이었다. 결국 현실 앞에 가업의 의지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이 고향을 떠나고 뽕나무 2만 그루를 심느라 떠안은 빚은 고스란히 조 대표의 몫이 되었다. 한겨울인데다 산골짜기다 보니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낼 수도 없었다. 아버지와 조 대표 는 단둘이서 2만 그루나 되는 뽕나무를 도끼로 모두 베어 불태워 버렸다. 베어내고 남은 뿌리에는 제초제를 뿌렸다. 뿌리까지 모두 죽였으니 3대를 지켜온 뽕나무와는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이 선물한 생명의 힘은 강했다. 그 이듬해 봄이 되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뽕나무 뿌리에서 싹이 올라온 것이다. 그는 또다시 제초제를 뿌렸다. 싹이 또 올라오면 또다시 제초제 뿌리기를 수차례. 그리고는 고랑마다 옥수수를 심었다. 뽕나무를 키우던 3만평 땅에도 콩, 팥 등 잡곡농사를 지었다. 뽕나무는 마음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그를 불렀다. “영준아, 옥수수 밭으로 올라오너라.” 조 대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옥수수를 심은 밭인데 어느새 자란 뽕나무가 옥수수보다 더 높이 자라 있는 게 아닌가. “보통 옥수수가 2m 50㎝ 정도 자라거든요. 그런데 뽕나무가 햇빛을 보려고 살기 위해 뚫고 올라온 거죠.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니까 완전히 뽕밭인 거예요. 예전보다 더 튼튼하게 올라왔더라고요. 그 생명력에 감동을 받았죠.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배웠어요. 자신과 싸워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이, 조 대표와 뽕나무는 어쩌면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뽕나무에서 배운 강인한 생명력이 그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다. 때마침 잡곡농사 때문에 농약 중독증에 걸린 그에게 농약을 멀리해야 하는 양잠만큼 적합한 농사는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본격적인 양잠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제 고니골 농장은 연간 2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즐거운 테마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생산, 가공, 유통, 체험으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4억원이나 된다. 오랜 시간 그 어떤 반대와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뽕나무밭을 지켜온 조 대표의 한결같은 의지 때문이리라. # LED 400만개 ‘빛의 나라’… 미래를 가꾸다 고니골 농장에 어둠이 깔리면 생명의 숲은 ‘빛의 나라’로 변신한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불빛 축제가 성공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가져왔다. 조 대표는 10만평에 400만개의 각종 발광다이오드(LED)와 대형 조형물, 그리고 레이저를 설치해 겨울밤 내내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체험을 만들어 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조 대표의 도전정신이 또 한번의 홈런을 날린 것이다. “‘겨울에도 우리 농장을 찾게 할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어요. 그래서 조사를 했는데 겨울에 빛 축제를 하는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 이거다. 제대로 한번 해 보자 결심하게 된 거죠.” 마을 입구부터 시작되는 1만 송이 LED 장미길부터, 100m 사랑의 터널, 은하수처럼 빛나는 뽕나무 밭은 사람들을 또 다른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산골짜기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던 17살 소년은 이제 원주를 대표하는 체험테마단지의 수장이 됐다. 고니골 농장의 빛 축제도 지역을 빛내는 겨울철 대표 축제가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올겨울, LED 빛으로 물들 고니골 농장의 모습이 궁금하다. 따뜻한 뽕잎 차 한 잔과 함께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마음에도 따뜻한 불이 켜질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 ‘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대권 도전 선언 김부겸 의원 “대선 경선 출마 준비해와… 제3지대론 관심없다”

    대권 도전 선언 김부겸 의원 “대선 경선 출마 준비해와… 제3지대론 관심없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한명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30일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돼 온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민주당의 생명은 역동성과 다양성’이란 제목으로 글을 남겼다.  그는 “새 지도부가 균형보다는 집중에 무게가 실린 구성인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역시 당원의 선택이다.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라면서 “이 당이 그렇게 정해진 길로 쉽게 가는 당이 아니다. 제가 만나 본 당원들의 뜻도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생명은 역동성과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대세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다. 치열해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이대로 평이하게 가면 호남을 설득하지도, 중간층을 끌어오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위 제3지대론은 관심 없다”면서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최소한 신당을 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저는 당내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수성구갑에 출마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고 31년 만에 대구 지역에서 야당 의원이 배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 김 의원은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돼 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부겸 “대선 출마 준비해왔다…멈추지 않을 것”

    김부겸 “대선 출마 준비해왔다…멈추지 않을 것”

    더불어민주당 김부겸(4선·대구 수성갑) 의원이 내년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또 ‘제3지대론’을 비판하며 더민주에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무능하고 부패한 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앞만 보고 갈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8.27 전대 이후 두 가지 말이 돌고 있다. ‘친문당이 되었으니 대선 경선도 끝난 셈 아니냐?’, ‘친박, 친문을 제외한 중간세력들이 제3지대로 모이는 것 아니냐?’”라며 “물론 새 지도부가 균형보다는 집중에 무게가 실린 구성인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시 당원의 선택이다.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그렇다고 해서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다. 이 당이 그렇게 정해진 길로 쉽게 가는 당이 아니다. 제가 만나 본 당원들의 뜻도 그렇지 않다”라며 “우리 민주당의 생명은 역동성과 다양성이다. 저는 우리 당이 대세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며 “치열해야 한다. 감동적이어야 한다. 이대로 평이하게 가면 호남을 설득하지도, 중간층을 끌어오지도 못한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론에 대해선 “소위 제3지대론은 관심 없다.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인가”라며 “최소한 신당을 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저는 당내에서 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명보험료 年 216만원… 사망 때 4750만원 보장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연간 생명보험료 216만원을 내고 사망 때 4750만원을 보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보유계약 금액은 4749만 8000원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시작된 1993년 544만원에서 22년 사이에 8.7배 불어났다. 늘어난 보험금만큼 보험료 규모 역시 증가했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의 보험밀도(인구당 보험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1인당 평균 생명보험료로 1939달러(약 215만 9000원)를 지출했다. 2001년 국민 한 사람의 평균 생명보험료가 약 98만 70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4년간 생명보험료 지출 규모가 약 2.2배 늘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선박 명명식에서 밧줄 자른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배우자…“매우 이례적”

    선박 명명식에서 밧줄 자른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배우자…“매우 이례적”

    대우조선해양이 2009년 선박 명명식에서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배우자에게 배의 밧줄을 자르게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 명명식은 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친 선박을 선주에 인도하기 전 선박의 이름을 붙여주고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행사다. 명명식에는 선주와 관련이 있는 여성이 선박의 대모(godmother)나 후원자(sponsor)를 맡아 배를 조선소에 연결하는 밧줄을 도끼로 자른다. 조선소를 떠나 바다라는 세상으로 나가라는 의미로 사람에 비유하면 아기의 탯줄을 끊는 셈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9년 8월 17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한 쌍둥이배 노던 제스퍼(Northern Jasper), 노던 쥬빌리(Northern Jubilee)호 명명식에서 송 주필의 배우자가 노던 쥬빌리호의 밧줄을 잘랐다고 밝혔다. 노던 제스퍼호의 밧줄은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의 배우자가 잘랐다. 그러나 대모는 선주사가 선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주로 선주사 경영진의 배우자나 딸, 선주사나 금융업체 고위 관계자 등이 이 역할을 하며 산업은행처럼 조선업체 대주주 자격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배를 건조한 조선소 여직원이 하기도 하지만, 컨테이너선처럼 여러 척을 동시에 발주할 때 선주사의 배려로 한 두 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선의 경우 홍보 효과를 위해 판빙빙과 소피아 로렌 등 유명 여배우가 대모를 맡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언론인 배우자가 명명식을 거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평소 일반인이 경험하기 힘든 일을 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대모를 맡는 이유는 이 행사가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천주교의 세례의식과 접목됐기 때문이다. 세례의식에서는 남성이 남자아이의 대부(godfather)를, 여성이 여자아이의 대모를 맡는데 서양에서는 배를 여성으로 간주한다. 오늘날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중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이 대모를 맡는다. 명명식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전통으로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인도에서는 샴페인 병 대신 코코넛을 뱃머리에 깨부수며 일본에서는 악령을 쫓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은도끼를 특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추경 합의 여야 이제 ‘쪽지예산’ 솎아내야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 26일 심의를 재개하는 데 이어 30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그제 합의했다. 애초 여야는 추경안을 지난 22일 처리하기로 했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를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인 끝에 무산시켰다. 여야는 일단 서별관 청문회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증인에서 제외하는 대신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열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세우는 데 합의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견 접근에 성공한 것은 추경안 처리 지연에 따른 국민적 비판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모처럼 정치력을 발휘해 의견 접근을 이룬 데는 최소한의 긍정적 평가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이번 추경은 기본적으로 고용 절벽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조선·해운 산업 분야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대책을 마련하고자 긴급 편성한 것이다. 따라서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추경 집행이 정치권의 줄다리기 때문에 늦어진 만큼 여야는 그야말로 배전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의 있게 심의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추경안의 목표가 이렇듯 뚜렷한데도 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제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행태를 반복했다는 데 있다. 대부분 지역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쪽지예산’의 문제점은 그동안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선심 예산이 ‘일자리 추경’에마저 똬리를 틀고 있다는 현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그것도 여야가 ‘나눠 먹기’식으로 사실상 담합한 결과라니 한심하기만 하다. 애초 국회 예산정책처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이 3분기에 모두 집행된다면 올해와 내년 각각 최고 2만 7000명과 4만 6000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29% 포인트와 0.189% 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치권 탓에 3분기 전액 집행이 쉽지 않아졌고, 설상가상 상당 액수가 선심성 지역구 예산으로 새나간다면 경제 회복의 불쏘시개로 추경에 대한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지역 개발 사업 예산은 남김없이 솎아내야 할 것이다. 지역구 인심만 얻으면 국가는 거덜나도 좋다는 사람들을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가.
  • ‘기재부 출신’ 조경규, 청문회서 뭇매…“환경부가 거추장스러우니까…”

    ‘기재부 출신’ 조경규, 청문회서 뭇매…“환경부가 거추장스러우니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6일 연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조 후보자가 경제부처 출신 관료라는 점을 들어 ‘자격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조 후보자가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총무처·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등 대부분 경제부처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지적, “경제 우선논리로 일관해왔던 공직자가 아닌가”라면서 “환경부가 거추장스러우니까 경제부처에서 ‘트로이의 목마’로 조 후보자를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조 후보자의 발언에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각오가 있는데, 본인이 쓰기보다는 부하직원이 쓴 것 같다. 대독장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환경생태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데, 조 후보자의 이력에선 그런것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환경부 수장으로서 기재부 경험이 장점이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것 같다”면서 “기재부를 설득하는 것은 잘 할 수 있지만, 환경부 장관으로서 종합적인 관점이라는 이름 하에 비환경적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가 상존한다. 환경부 수장으로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 관점인가”라고 질문했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기재부 근무하면서도 사회, 환경, 교육, 복지, 고용과 같은 사회분야에서 근무를 많이 했고, 관계부처와의 이견조정 등 업무를 해왔다”면서 “환경가치를 우선하면서 경제·개발 부처의 주장하는 바에 조화와 균형이 있도록 하고 부처간 이견에 대해선 소통하면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장남을 자신의 근무 부처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특혜’를 주지 않았느냐는 추궁도 이어졌다. 이용득 의원은 “조 후보자가 2000년대 초반 기획예산처에 근무할 당시 장남이 기획예산처 도서실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2005년 혁신인사기획관으로 재직할 때에는 컴퓨터 자료입력 등 봉사활동을 했다”며 “자식에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 그렇다면 도덕성과 자질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확인서를 받게 한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의 눈높이에선 조금 신중치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구 대표팀 ‘김치찌개’ 아닌 회식 성사…양효진 “기분 좋다”

    배구 대표팀 ‘김치찌개’ 아닌 회식 성사…양효진 “기분 좋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 대표팀과 대한배구협회의 회식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중국 음식점에서 성사됐다. 서병문(72) 대한배구협회 신임 회장이 ‘짜장면 제안’에 한 간부가 “안 됩니다. 큰일 납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남지연을 포함한 선수들과 이정철 대표팀 감독, 서 회장 모두 웃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김치찌갯집에서 회식한 것이 최근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자리를 주재한 서 회장은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혈전을 치르던 지난 9일 협회의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이 날 만찬은 서 회장과 선수들 간 정식 상견례를 겸한 귀국 환영 행사로 열렸다. 선수들은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양효진(27·현대건설)은 옆자리의 김수지(29·흥국생명)한테 “회식할 때는 김치찌개보다 이런 음식이 낫다. 대접받는 기분도 들고”라며 웃었다. 양효진은 “김치찌개도 맛있지만 오랜만에 회식하면 ‘우와 오늘 뭐 먹지?’ 이런 설렘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매일 먹는 김치찌개보다는 이런 음식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리우올림픽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배구협회는 대표팀의 ‘40년 만의 메달 획득’ 목표가 좌절된 뒤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이런 점을 의식한 서 회장은 “여러분이 그 키에 리우에서 서울까지 이코노미석을 타고 오느라 고생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텐데, 기탄없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선수들은 한번 말문이 트이자 리우올림픽을 치르며 겪은 불편을 서 회장에게 하소연하며 적극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연주(30·현대건설)는 “대표팀이 처음 소집된 후 한참 동안 각자의 팀 연습복을 입고 훈련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유니폼이 통일되면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란(32·KGC인삼공사)은 “중요한 국제 대회에서 이겼을 때 승리 수당을 받으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선수들의 건의 사항을 깨알같이 받아적었다. 남지연(33·IBK기업은행)은 대표팀 훈련을 돕는 직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고,이효희(36·한국도로공사)는 손발을 맞출 기간이 하루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서 회장 바로 옆에 앉은 김연경(28·페네르바체)은 선수들의 건의 내용을 부연 설명했다. 회식 자리는 두 시간여 만에 끝났다. 서 회장은 “앞으로 여러분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성화재 본사 사옥 새 주인에 부영

    부영그룹이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사옥의 새 주인이 된다. 부영은 올해 초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 사옥도 5750억원에 매입했다. 삼성화재는 23일 본사 건물 매각을 위한 입찰에서 부영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지상 21층, 지하 6층으로 연면적 5만 4653㎡ 규모다. 지난 5일 진행된 삼성화재 본사사옥 입찰에는 부영그룹을 비롯해 신한카드, 중국 안방보험(동양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부영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4300억~4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과 삼성화재는 늦어도 9월 말까지는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부영그룹이 삼성화재 본사 건물까지 사들이면 삼성 금융 계열사 빌딩 매입비만도 약 1조원에 이른다. 부영그룹이 도심권 사옥을 잇따라 인수하는 이유는 오피스 임대업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이르면 다음달 인천 영종도에 한진그룹(1333억원)과 인천시(167억원)가 공동 투자한 ‘왕산마리나’가 문을 연다. 해상 면적 12만㎡, 육상 면적 9만 8000㎡로 300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정비까지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리나다. 인천국제공항과는 차로 10분 거리. 왕산해수욕장도 지척이다. 한진은 배후 부지에 리조트와 호텔도 지어 수도권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국내외 해양·레저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왕산마리나 관계자는 “직간접 고용 효과가 3000명이 넘는다”면서 “해양 레저와 의료 관광 등을 접목해 마케팅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국내 마리나 산업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마리나는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과 계류장, 해안 산책길, 상점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를 말한다. ●동북아 거점형 마리나 클러스터 추진 걸음마 단계인 ‘한국형 마리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랴오디그룹은 지난 5월 충남 당진의 왜목마리나항만 개발에 1148억원의 사업 투자를 제안했다. 왜목마리나는 지난해 7월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선정된 이후 사업 시행자를 찾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랴오디그룹은 계류 시설과 장비 대여시설 등이 갖춰진 클럽하우스뿐 아니라 숙박과 수변 상업시설까지 모두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박할 수 있는 선박 300척 가운데 70%(210여척)를 중국 등 해외에서 유치할 계획임도 밝혔다. 중국은 마리나 산업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박창호 인천재능대 회계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왜목은 충남에 있지만 경기도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사실상 ‘수도권 마리나’로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 투자는 지역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왜목마리나 부대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 경제에 43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9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수부가 지난 12일 착공한 경북 울진의 후포마리나 항만 개발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후포마리나에 2019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553억원을 투입해 30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동해안 최고의 국제 리조트형 마리나항만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요트 수요를 겨냥했다. 정성기 해수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후포마리나를 동해의 해양스포츠 메카로 만들어 길이 24m 이상의 슈퍼 요트를 비롯해 겨울철 남쪽으로 내려오는 러시아 레저 선박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중간이자 러시아가 남쪽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해 중간 기착지로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해수부는 2013년부터 후포마리나를 포함해 전국 6곳을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로 생산유발 효과 1조 2400억원, 고용 창출 8730명,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6300억원의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서해는 중국, 동해는 러시아, 남해는 일본 등 동북아 요트·보트 수요를 타깃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해양마리나 네트워크를 통해 관광·서비스산업까지 동반 성장하는 ‘마리나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美 델레이 年 4200억 생산유발 효과 마리나는 해양·관광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해양 레저의 꽃’으로 불린다. 요트·보트의 계류장을 넘어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숙박, 쇼핑, 문화 공간이 결합된 복합 휴양시설이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해안의 마리나델레이 해양리조트 단지는 1965년 상업항에서 마리나항만으로 전환됐다. 현재 선박 5300척을 접안시킬 수 있으며 각종 호텔과 쇼핑센터,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3억 80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했다. 일자리도 2173개가 새로 생겨났으며 관련 세금도 2020만 달러(약 220억원)를 거둬들였다. 마리나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요트 부자들의 휴양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마리나를 찾는 상당수 소비자들은 열 번에 한 번 정도만 배를 탈 뿐 대부분 주변 시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박 교수는 “일반인 100명이 마리나를 찾으면 배를 타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이며 대부분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거나 주변 관광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호주 퀸즈랜드 골드코스트 마리나 클러스터는 정부 주도의 거점형 마리나 항만 배후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400여개 업체를 육성하고, 45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에 72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박 교수는 “항구에 200m짜리 상선이 오는 것과 10m짜리 요트 20척이 들어오는 것은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마리나는 화물이 아닌 사람의 이동도 이뤄지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크며, 무역항보다 레저항의 경제 효과가 5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전 세계 마리나 수는 2만 3000여개로 이 중 90%가 북미와 유럽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70개), 중국(89개) 등에서 활발하다. 세계해양산업협회에 따르면 마리나 이용 수요가 해마다 3%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레저 선박 수는 2900만척으로 시장 규모가 2013년 기준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국내도 레저 선박 수와 요트·보트 조종 면허 취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마리나 시설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레저 선박 수는 1만 5172개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신규 요트·보트 면허 취득자 수도 1만 5059명으로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는 총 32개 마리나가 운영되고 있지만 총 계류 용량이 2181척으로 전체 레저 선박의 14%만 정박이 가능하다. 마리나항만 개발 수요는 2019년 9400척, 2024년 1만 2200척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홍장원 KMI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배를 수용할 공간이 없어 아무 데나 정박하는 것은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마리나 건설을 통해 생활 레저 보급과 관광 수요에 대응하고 수리·정비와 배후단지 조성을 통해 중소 제조업을 살린 미국 연안 지역처럼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 놀이’ 등 선입견 극복은 과제 국내 마리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홍 실장은 “소비시장을 키워야 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상시 수리·정비와 24시간 출입국 검사를 해주는 기능이 마리나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마리나항만은 현재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수요 분석과 배후단지 수요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과거 무역항을 만들 때는 수출입이라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항만 시설만 만들면 배들이 들어왔지만 마리나는 일종의 ‘클럽하우스 문화’로 접근성과 배후 수요 등에 대한 치밀한 고민 없이 지어만 놓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양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안전도 담보해야 한다. 박 교수는 “수심과 안전 거리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마리나를 즐기기에 적합한 안전한 해안을 조성하고, 미국의 베이와치(해상구조대)처럼 유사시에 생명을 지켜줄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놀이’라는 선입견도 극복해야 한다. 통영 요트학교에서는 1인당 2만원이면 4시간 동안 딩기요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낙동강에 마리나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이승재 서울마리나 대표는 “강·호수는 바다보다 물이 잔잔해 해양 레저 초보자들이 경험하기에 부담이 없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질투의 화신’ 공효진 “기상캐스터 역할, 볼륨업이 생명”

    ‘질투의 화신’ 공효진 “기상캐스터 역할, 볼륨업이 생명”

    ‘질투의 화신’ 공효진이 기상캐스터 역할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SBS 사옥에서 진행된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공효진은 “기상캐스터가 아나운서와는 차이가 있더라”며 역할에 대한 고민 포인트를 설명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공효진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표나리’ 역을 맡게 됐다. 표나리는 씩씩하고 생활력 강한 인물로, 녹록치 않은 기상캐스터 생활과 만만치 않은 뉴스룸 사람들과의 하루하루를 유쾌하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공효진은 이번 역할에 대해 “기상캐스터들은 볼륨업을 장착해야 한다. 그것이 유행이고 승부의 차이”라며 신경 썼던 디테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에서는 엉덩이 뽕이 특징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여름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사랑과 질투 때문에 뉴스룸의 마초기자와 기상캐스터, 재벌남이 망가지는 유쾌한 양다리 삼각 로맨스로, 오는 24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하반기 대기업 공채 역시나 ‘좁은 문’

    하반기 대기업 공채 역시나 ‘좁은 문’

    현대차 30일부터 원서 접수 LG 12개사 새달 1일부터 채용 삼성 새달초 전망…학점 안 봐 SK는 100명 늘린 1600명 선발 이달 말부터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하반기 공개 채용이 시작된다.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으로 선발 인원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좁은 문’이 예상된다. 스펙보다는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직무적합성 검사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개발, 플랜트, 전략지원 분야에서 하반기 신입 채용을 위한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9월 중 자체 인·적성검사(HMAT)와 1~2차 면접, 그리고 12월 신체검사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서 오는 25∼26일 이틀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채용 박람회(잡페어)를 진행한다. 잡페어에서 자기소개(PR) 프로그램을 통과할 경우 하반기 공채 때 서류전형을 면제시켜 준다. 잡페어에서는 인사 담당 직원들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대화를 하며 채용 노하우를 얻는 ’채용토크‘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LG그룹은 현대차그룹에 이어 9월 1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LG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실트론·화학·하우시스·생활건강·생명과학·상사·CNS, 서브원, 실리콘웍스 등 12개 사가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통합 채용포털 사이트인 ‘LG 커리어스’(http://careers.lg.com)에서 최대 3개 계열사에 대해 원서 접수를 받는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LG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보는 인성검사인 ‘LG 웨이 핏 테스트’와 적성검사를 본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는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뽑았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월 초쯤 하반기 공채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자체 인·적성검사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에 응시할 수 있다. GSAT는 10월 중 시행된다. 지난해 연간 채용 규모는 1만 4000명 수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제한을 없앴다. SK그룹도 9월 중 하반기 공채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규모는 지난해보다 100명가량 많은 1600여명으로 잡고 있다 10월 중 필기시험을 치르고 11월 중 면접 등 나머지 전형을 진행한 뒤 12월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지난해 상반기 채용부터 스펙 관련 항목을 없앴다. 포스코도 9월 초 하반기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다. 채용 규모는 미정이다. 현대중공업·두산그룹은 하반기 공채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오혜리·이대훈 승리로 이끈 비결은? 이전과 다른 ‘특별한’ 훈련

    오혜리·이대훈 승리로 이끈 비결은? 이전과 다른 ‘특별한’ 훈련

    오혜리(28·춘천시청)의 금메달과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의 동메달을 이끌어 낸 힘은 평소 국가대표팀이 기피해온 ‘근력운동’을 한 데에서 왔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태권도 대표팀은 올해 1월부터 8주간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근파워를 강화하는 훈련만 했다. 8주 내내 발차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박종만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은 “당시 많은 태권도인이 ‘미친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고 털어놓았다. 태권도 선수들은 근육이 두꺼워지면 유연성과 순발력이 떨어진다면서 근력 강화 운동을 기피해 왔다. 하지만 대표팀의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한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 김언호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얼굴에 발이 스치기만 해도 득점이 인정되는 데다 전자호구시스템에 헤드기어가 처음 도입돼 변수가 생긴 이번 대회에서는 쉴 새 없이, 그리고 더욱 빠르게 공격할 필요가 생겼다. 같은 체력이라도 효율적으로 쓰고, 가용범위를 넓히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스포츠생리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태권도는 힘 있게 빨리 차기가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이 발차기를 더 빨리하려면 근력이 필요하다. 발차기를 1만 번, 10만 번 연습할 필요가 없다. 근육을 만들어놓고 100번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대표팀 코치진에게 생각의 전환을 요구했고 코치진도 이를 받아들였다. 김 박사의 훈련 프로그램은 근육의 파워와 스피드를 함께 끌어올리는 근파워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여러 점프 동작을 반복하면서 하체 근육을 발달시키는 ‘플라이오메트릭’ 등으로 좌우 밸런스를 갖추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 매일 1시간 반가량의 근력 강화훈련은 태권도 기술 훈련을 시작하고도 7월 말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까지 계속했다. 김 박사는 “처음에 대표 선수들을 만나보니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안 한 선수도 있더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대훈과 오혜리다. 이번 대회 남자 68㎏급에서 화끈한 공격력으로 태권도 경기의 묘미를 선사하며 동메달을 딴 이대훈은 이전까지는 근력 운동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 턱걸이를 한 개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10개씩 6세트를 해낼 정도로 전체적으로 근력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늘었다. 20일(한국시간) 여자 67㎏급에서 금메달을 딴 오혜리도 근력 강화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스물여덟 살의 오혜리는 8강전을 치른 뒤 약 45분 만에 준결승전을 뛰었다. 준결승과 결승, 두 경기는 모두 한 점 차의 힘겨운 승부였지만 끝까지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혜리는 금메달을 딴 뒤 “부족한 게 뭔지 알고 준비한 것이 웨이트트레이닝이었다. 기초를 많이 잡아줬고 선수 개개인에 맞춰서 도움을 줬다”면서 “체력이 부치다는 느낌이 없었다. ‘잘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웨이트트레이닝을 안 하고 왔으면 경기를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하는데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한테는 꼭 필요한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자신감을 얻은 부분 중 하나도 그것이다”라면서 “신의 한 수 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알프스서 추락사’ 20대 스카이다이버 장기기증… 6명에 새 생명

    ‘알프스서 추락사’ 20대 스카이다이버 장기기증… 6명에 새 생명

     해마다 여름이면 수많은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들이 찾는 알프스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8일 영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달 7일 알프스 몽블랑 인근 살랑슈에서 베이스 점프에 참가한 영국인 스카이다이버 데이비드 리더(25)는 해발 4808m 지점에서 점프한 뒤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그대로 추락했다.  그는 머리를 비롯한 전신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프랑스 안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뇌사 판정을 받았다. 높은 건물이나 산에서 뛰어내리는 베이스 점프는 스카이다이빙과 비슷하지만 사고 위험이 더 큰 익스트림 스포츠다.  리더의 여자친구는 페이스북에 “머리에 상처가 심했다. 기적을 바랐지만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리더가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전했다.  리더는 노르웨이에 있는 실내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 훈련을 지도해왔다.  앞서 이달 14일에는 프랑스 오트사부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남성이 추락사하는 등 13∼14일 이틀간 알프스 일대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로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가습기살균제 ‘사과 못한다’는 정부… “제조사 기금 검토”

    가습기살균제 ‘사과 못한다’는 정부… “제조사 기금 검토”

    의원들 허술한 관리·감독 질타 “사과 없인 응어리 안 풀려” 국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6일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한 첫 기관보고를 갖고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체계에 대해 질타를 쏟아 냈지만, 정작 정부는 공식 사과를 거부했다. 다만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피해자 보상과 관련, “명확하게 인과관계가 증명되기 어려운 분들에 대해선 제조·판매사들이 일정 규모의 돈을 출연해서 기금을 만드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은 이날 기관보고에서 “국가가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켰는지 책임감을 갖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국조실장은 “위로의 말씀을 다 드렸고, 정부로서 도의적 측면에서 일정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족에게 최대한 지원을 한다”고만 답했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은 “정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아무리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는 것”이라며 환경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 국조실장의 답변 범주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입장은 없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만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를 부여했다는 지적에 “좀 더 세밀하게 챙겨 보지 못한 점은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의 판에 박힌 답변이 이어지자 특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깊을지 이해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가해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이 국조실장은 “다양한 시각이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위는 오는 22~26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영국 본사 등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경제 블로그] 미래에셋 부동산 쓸어담는 이유는

    [경제 블로그] 미래에셋 부동산 쓸어담는 이유는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그룹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대체투자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로 국내 펀드 시장에 르네상스를 불러온 투자업계의 큰손이 부전공으로 눈을 돌린 셈입니다. 미래에셋이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 대신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체투자 운용자산은 지난 9일 현재 8조 8255억원입니다. 2007년 말 2조 4983억원에서 매년 평균 30% 가까이 불어나 3.5배나 증가한 것이죠. 미래에셋그룹은 몇 년 전부터 자산운용의 중심축을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로 옮겨 왔습니다. 최근 전남 여수의 경도 해양관광단지에 1조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2006년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미래에셋이 10년간 해외 부동산에 쏟아부은 돈만 5조원. 올 들어서도 미국 6개 도시의 페덱스 물류센터를 5100억원, 하와이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비치 앤드 스파를 9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부동산 투자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저성장 시대 속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낮은 경제성장률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 투자로는 예전 같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면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로의 전환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형증권사도 분위기에 동참 중입니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독일 최고층 빌딩인 코메르츠방크 타워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대체투자팀을 신설해 호주의 대형 할인점 울워스 본사와 적십자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 물류센터, 호주 캔버라 루이사로손 빌딩 등 투자처를 다각화 중입니다. 대체투자는 전통적인 투자수단에 비해 유동성은 낮고 리스크는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체투자를 향한 국내 투자업계의 흐름이 한 발 앞선 혜안일지 분위기에 편승한 섣부른 투자일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새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위기의 순간, 18년 전으로 돌아간 남자의 누명 벗기

    [새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위기의 순간, 18년 전으로 돌아간 남자의 누명 벗기

    단순하게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간여행하는 것은 고전적인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타임 슬립, 타임 리프, 타임 루프, 타임 워프 등 개념도 다양해졌다. 타임 슬립은 어떤 사고나 사건을 계기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과거로 가는 경우를 말한다. 타임 리프는 과거 특정한 시간대로 돌아가는 능력을 일컫는다. 최근 들어서는 타임 루프가 자주 등장한다. 쉽게 말해 일정 시간이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빌 머리와 앤디 맥다월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블랙홀’(1993)이 우선 떠오른다. 악당과의 추격전이 반복되는 ‘레트로액티브’(1997)에 이어 최근 들어선 열차 테러를 막는 과정을 그린 ‘소스코드’(2011), 외계인과 무한 전투를 벌이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에 나왔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나만이 없는 거리’도 타임 루프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2006년,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29세 사토루(후지와라 다쓰야)는 만화가 지망생이다. 그에겐 시간이 반복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 데, 스스로 ‘리바이벌’이라고 부른다. 그때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는 일을 바로잡으면 시간이 다시 흐른다. 리바이벌 현상으로 교통사고를 직감하고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식이다. 사토루는 어느 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다가 시간을 되돌리게 되는 데 눈을 떠보니 1988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들이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올해 초까지 약 3년 반가량 연재된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서스펜스 추리물, 성장물에 아동 학대와 무관심, 소외 등 사회 문제를 녹여낸 이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빼어난 심리 묘사, 유머 감각, 파격적인 전개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1~3월 방영된 12부작 TV 애니메이션도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연출과 유려한 영상미로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흐름은 같지만 일부 설정이나 내용이 원작 만화와는 달라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에 견줘 만화 설정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지만 러닝타임의 한계 때문에 원작 파괴가 뒤따른다. 차곡차곡 섬세하게 쌓아 가야 할 이야기들을 단 몇 줄 대사로 처리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원작 내용을 크게 바꾼 종반부가 엉성해진 점이 결정적인 패착. 원작을 빛냈던 심리 묘사와 유머 감각도 제대로 옮겨 심지 못해 만화, 애니메이션 팬들은 무척 아쉬워할 것으로 보인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현장 행정] ‘할매’ 뜨니 예뻐진 성동

    [현장 행정] ‘할매’ 뜨니 예뻐진 성동

    마을 할머니들 29명 참여 화분 가꾸고 전봇대 옷입혀 “조그만 변화가 마음을 움직이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11일 성수동 새촌마을 입구를 작은 화분과 나무 등으로 꾸민 것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일순 성동희망나눔 대표가 “여기 계신 29명의 마을 할머니가 만든 화분과 예쁜 나무들이 삭막했던 마을 입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답했다. 새촌마을 변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29명의 마을 할머니는 ‘떳다 할매’라고 불린다. ‘새촌’이란 마을 이름은 6·25 한국전쟁 이후 새 집들이 들어섰다고 붙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새촌마을은 점점 노후화됐고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새촌마을의 작은 변화를 마을 할머니들이 이끌고 있다. 동네 할머니들이 나서서 후미진 골목과 낮은 담장에 예쁜 화분을 놓았고 손수 짠 알록달록한 뜨개천으로 전봇대를 따뜻하게 감쌌다. 또 항상 쓰레기 무단투기가 벌어지는 자리에는 ‘쓰레기 대신 관심과 정성을 주세요’라고 적힌 화분이 놓였다. 삭막했던 담장에는 예쁜 그림이 그려졌다. 이렇게 마을 골목 곳곳에 할머니들의 정성이 더해지면서 새촌마을이 변했다. 나윤심(83)씨는 “40여년을 살았던 마을 곳곳을 꾸미니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라면서 “앞으로도 화단이나 화분의 꽃과 식물이 잘 자라게 매일 물을 줄 거야”라고 말했다. 조순여(72)씨는 “우리 집 앞에 있는 지저분했던 전신주에 예쁜 옷을 입히니까 골목길이 환해지는 거야. 어때, 예쁘지 않아”라며 웃음 지었다. 성동구 성수동이 주민참여형 도심재생 사업으로 변하고 있다. 곳곳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이 마을 곳곳의 담벼락을 예쁜 그림으로 꾸미는 ‘그림 마실’, 지역 공터나 놀이터에서 각종 전통놀이를 어린이와 함께 진행하는 ‘응답하라, 우리 동네 놀이터’, 동네 담벼락을 타일 등으로 꾸며 새로운 조형물로 만드는 ‘도시에 꿈을 나르는 공예’, 마을 어린이와 함께 마을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미는 ‘상상공장, 마을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새로운 형태의 도심재생을 실험하고 있다. 이렇게 성수동을 바꾼 17개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의 결과를 오는 23일 분당선 서울숲역 앞에 있는 공익문화공간인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전시한다. 변화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정 구청장은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은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마을의 작은 변화를 만드는 공동체 복원 사업”이라면서 “내년, 내후년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 변화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김군호 행자부 과장에게 들어본 ‘주민등록 발전안’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김군호 행자부 과장에게 들어본 ‘주민등록 발전안’

    18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발급받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에는 생년월일, 성별, 출생 신고지 등 다양한 고유식별정보가 담긴다. 주민등록번호 발급이 처음 시작된 지 올해로 49년째다. 행정자치부 주민과는 주민등록법에 근거해 주민등록 제도를 총괄한다. 지난 5월 개정된 주민등록법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은 주민과의 몫이다. 김군호(43) 행자부 주민과 과장에게 주민등록 제도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통신 등이 발달하면서 주민등록번호의 쓰임은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선거인명부 작성, 질병관리, 취학, 납세, 병역, 치안 등 분야에 활용되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금융거래 시 본인 확인을 위한 수단 등으로 폭넓게 활용됩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2014년 1월,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태는 주민등록번호의 활용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편의상 주민등록번호 활용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현상 이면에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0여개국도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지만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는 출생신고지역 정보를 담고 있는데다, 전입신고를 통해 개인의 이동경로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2년 전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면서 피해를 당한 국민은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내년 5월 30일부터 시행됩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 노출로 생명, 신체, 재산, 성폭력 등의 피해를 당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신청자에 한해서입니다.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번호변경을 신청하면 내년 5월 행정자치부에 설치될 예정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심의하게 됩니다. 이 내용을 담은 새 주민등록법이 지난 5월 공포됐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가능해진 것은 1968년 제도 시행 후 처음입니다. 지난 5일 행자부 자치제도정책관 소속으로 설치된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추진단’은 앞으로 9개월여간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이 들어왔을 때 자료 검증·사실조사 방안을 만들고, 변경 결정을 위한 심사기준 등을 마련하게 됩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 정보인 앞 6자리와 성별 정보인 뒤 첫 자리를 뺀 나머지 6자리를 바꾸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민과에서는 내년에 주민등록제도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입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가능하게 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13자리에 여러 가지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현행 시스템이 행정 효율과 편의를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의번호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주민등록제도 시행 50년을 맞아 주민등록번호를 둘러싼 갖가지 쟁점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합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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