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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업 2곳 내년 국내시장 상장”

    “美기업 2곳 내년 국내시장 상장”

    “내년에 코스닥에 상장할 미국 기업이 최소 두 곳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증권시장 상장 설명회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온 최홍식(51·부이사장) 코스닥본부장은 지난 15일 현지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최근 2~3년간 여러 나라 거래소들이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쏟아왔습니다. 홍콩거래소 같은 경우엔 올해에만 미국 쪽에서 무려 80여 차례나 상장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설명회 몇 번으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장래를 위해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펼 계획입니다.” 그는 해외 기업 유치의 장점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고 환(換)리스크가 없이 다른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해외 기업 상장 유치는 난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시를 한국어로만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장 문턱까지 갔던 기업들이 번역 비용이나 소송 때 필요한 비용 등이 겁나 막판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만 아직 자국어 공시를 고집하고 있는데 해외 소재 기업에 대해 영문 공시를 가능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는 “향후 유치를 위해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부문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 공략할 것”이라면서 “꾸준히 실적을 내는 우량기업들을 발굴해 외국기업은 불안하다는 투자자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새너제이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시간제’ 新고용시대

    ‘시간제’ 新고용시대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7곳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 165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대신 4~6시간만 일하는 근로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6000명 뽑겠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2700명을 채용하고, 삼성디스플레이(700명), 삼성중공업(400명), 삼성물산(400명), 삼성엔지니어링(400명), 삼성생명(300명) 등 20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직무별로는 개발지원(1400명), 사무지원(1800명), 환경안전(1300명), 생산지원(500명) 등 120개 분야에서 선발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면서 고용을 보장받고 정규직과 차별 없는 임금 및 복리후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다. 삼성 관계자는 “결혼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은퇴 후 경제활동을 원하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채용할 예정”이라면서 “우선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일정 수준의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32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은 SK그룹은 연말까지 SK텔레콤 고객센터 상담원 등 50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는 5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 10개 계열사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 5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직무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개발지원 등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푸드빌, CJ E&M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500명을 뽑고, 한화그룹은 15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앞서 각각 200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멀리 보면 고용 안정과 생산성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비정규직 근무 연수가 2년으로 제한된 까닭에 해마다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새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실정”이라면서 “이들의 지위를 정규직으로 올려주면 고용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시간제’ 新고용시대

    ‘시간제’ 新고용시대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 7곳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 165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대신 4~6시간만 일하는 근로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6000명 뽑겠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2700명을 채용하고, 삼성디스플레이(700명), 삼성중공업(400명), 삼성물산(400명), 삼성엔지니어링(400명), 삼성생명(300명) 등 20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직무별로는 개발지원(1400명), 사무지원(1800명), 환경안전(1300명), 생산지원(500명) 등 120개 분야에서 선발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면서 고용을 보장받고 정규직과 차별 없는 임금 및 복리후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다. 삼성 관계자는 “결혼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은퇴 후 경제활동을 원하는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채용할 예정”이라면서 “우선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일정 수준의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32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은 SK그룹은 연말까지 SK텔레콤 고객센터 상담원 등 50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는 5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 10개 계열사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 5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직무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개발지원 등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푸드빌, CJ E&M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500명을 뽑고, 한화그룹은 15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앞서 각각 200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멀리 보면 고용 안정과 생산성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비정규직 근무 연수가 2년으로 제한된 까닭에 해마다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새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실정”이라면서 “이들의 지위를 정규직으로 올려주면 고용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출판계도 갑을전쟁

    출판계도 갑을전쟁

    국내 출판 유통업체들이 외국 출판기업의 밀어내기 등 변칙 판매 행위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교육전문 다국적기업 피어슨의 한국법인인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이하 피어슨코리아)는 호평BSA, 타운북스 등 12개 국내 유통업체들이 도서대금을 갚지 않았다며 15억원의 물품대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업체들은 밀어내기로 도서를 떠넘긴 뒤 반품도 받지 않고 대금을 내라는 것은 전형적인 갑의 횡포라며 반발했으나 1심에선 패소했다. 국내 업체들은 밀어내기 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 2심을 준비 중이어서 이번 분쟁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거래실태 호평BSA는 피어슨코리아와 2005년 1월부터 2010년까지 10억원에 이르는 컴퓨터 관련 도서를 거래해 오다 2012년 4월 2억 4000여만원의 물품대금반환소송을 당했다. 이 회사 심상호 대표는 “영업자가 반품이 된다고 해 책을 입고했다”며 “반품이 되지 않으면 책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6년 9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5만부(7억원)나 되는 엄청난 물량을 떠안았다. 타운북스는 2008년 7월 피어슨코리아로부터 10억원에 이르는 영어교육교재(ELT)를 독점 공급받은 뒤 이듬해 10월 7억원가량의 재고가 있는데도 같은 도서를 10억원가량 수입해야 했다. 피어슨코리아는 2012년 5월 미납 도서 6억원에 대해 대금청구소송을 냈다. 타운북스 측은 “피어슨코리아 영업 직원이 연말 매출목표를 채우기 위해 도와 달라고 해 책을 들여왔는데 반납도 되지 않고 돈을 달라고 하니 이런 상도의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타운북스 측은 피어슨코리아가 집에서 학습할 수 있는 e러닝 시스템을 구축해 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8억 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 밖에 3억원의 물품대금반환소송이 제기된 팬컴 등 나머지 업체들은 양사의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미국과 한국의 출판 판매 거래방식의 차이, 피어슨코리아의 변칙영업과 횡포, 피어슨코리아의 경영진 교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피어슨코리아와 국내 업체들의 거래방식은 이원화돼 있다. 원서(原書)는 피어슨코리아가 주선해 국내 업체가 피어슨으로부터 직수입하는 방식이지만 피어슨코리아, 피어슨아시아 지사의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피어슨의 영어참고서나 번역서 등은 피어슨코리아가 국내 도서유통업체를 선정해 판매한다. 원서는 수입상이 주문물량을 정함에 따라 표면상으로는 ‘주문판매방식’이다. 그러나 수입상들은 타운북스의 사례에서 보듯 피어슨코리아 영업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관행적으로 물량을 과다 수입해 왔다. 피어슨코리아가 수입상 변경 등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반면 번역서 등의 거래는 판매하고 남은 것을 반품하는 ‘위탁판매방식’이다. 번역서 유통업체들도 영업실무자들이 매출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며 협조를 요청하면 선(先)출고를 받아들였다. 피어슨코리아 전 영업직원은 “본사 방침과는 달리 부서 단위에서 국내 상황을 고려한 영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연말 매출을 고려하여 다음 해 발생할 매출을 앞당겨 발생시키는 이른바 ‘밀어내기 매출’(Forward Sales)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피어슨코리아가 전자출판시대에 대비, 2010년 경영진을 출판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IT업계 영업자들로 교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 경영진이 한국식 출판 거래관행에서 IT업계 영업방식인 주문거래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경과 및 전망 1심에서는 대형 로펌 김&장을 내세운 피어슨코리아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거래종료 시 재고 반품, 미판매분 도서의 반품 등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어슨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법조계 주변에서는 당시 영업자들이 반품에 대해 증언하는 등 여러 가지 정황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반품이나 위탁거래를 뒷받침해 줄 물증을 찾아 2심에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또 최근 법원이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에 대해 대리점의 손을 들어주는 등 우월적 지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사회분위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거래처를 변경할 경우에는 기존 업체의 책을 신규 업체에 넘겨 정산한 뒤 새로운 거래관계를 구축하는 게 일반적인데 피어슨코리아가 재고도서의 반품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 말하고 있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방송·게임·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中企에 해외진출 정보 제공·상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간 운용하는 예산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현재 150여개의 사업을 수행 중이다. 진흥원의 주요 사업은 크게 콘텐츠 제작 지원, 콘텐츠 해외진출 지원, 문화기술(CT) 육성, 창의인재 양성과 산업기반 조성, 정책개발 및 조사연구 등 5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콘텐츠 제작 지원의 경우 장르별 특성과 발전 단계를 고려해 지원한다. 방송은 경쟁력 높은 미니시리즈 드라마 외에도 단막극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중점 지원을 펼치고 있다. 최근 포맷바이블 제작, 신규포맷파일럿 제작 등 방송계 회두로 떠오른 포맷 관련 지원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수출효자상품인 게임은 온라인 게임의 해외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해외 서비스에 필요한 플랫폼과 네트워크 외에도 통합빌링시스템, 고객대응센터, 공동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게임 ‘글로벌서비스 플랫폼’(GSP)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분당에 신생 게임개발사에 대해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도 운영 중이다.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산업은 기획부터 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제작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국제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중점 지원하고 있으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 패션 콘텐츠에 대한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다양한 음악 장르의 활성화를 위해 인디 음악 등 여러 장르에 대한 신인 뮤지션 발굴, 앨범 제작, 공연 개최 등 음악 산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진출 지원의 경우 한콘진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해외진출에 필요한 시장 정보 제공, 전문가 상담, 더빙, 번역, 자막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콘텐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로스앤젤레스), 중국(베이징), 일본(도쿄), 영국(런던) 등 주요 시장 지역에 해외 사무소를 설치하여 국내 콘텐츠 기업과 현지 기업의 비즈니스 상담과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캐릭터라이선싱페어(7월),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9월),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10월), 패션문화마켓(Fashion KODE·10월), 국제콘텐츠콘퍼런스(DICON·11월) 등 매년 다양한 국제 행사를 통해 국내외 산업 관계자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 산업의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총상금 6억원 규모의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작가들이 안정으로 시나리오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스토리창작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글로벌 시대] 책의 힘으로/사사가세 유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장

    여기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시 관악구. 압구정처럼 멋진 가게가 줄지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통근하는 데 편하지도 않지만, 이 동네에서는 책과 도서관의 힘으로 풍부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네의 여기저기에 독특한 도서관이 있다. 골목 안쪽의 빌딩 2층에 있는 도서관 ‘책이랑 놀이랑’. 그 안에는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열람실에 놀이 도구가 있다. 방문했을 때는 엄마와 아이가 신문지를 이용해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아이도 엄마도 웃는 얼굴이 빛나고 있었다. 놀이 시간이 끝나면 책을 읽거나 빌려 간다고 한다. 입구에는 유모차가 몇 대 세워져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에 타고 엄마와 책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가는 것일까. 놀다가 지쳐서 그림책을 끌어안고 잠들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떠오른다. 관악 문화관·도서관 1층에 있는 취직정보센터인 ‘잡 오아시스’에는 취직 정보와 관련한 도서들이 마련돼 있다. 체육센터 안이나 숲속에도 도서관이 있다. 2010년에 관악구 내에 5개였던 도서관이 무인 도서관까지 포함해 29개까지 늘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이라는 목표에 따라 내년 중에는 40여개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작 지원도 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존중하고, 지식이나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젊은 시절 읽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한다.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서관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고, 새로운 발상의 도서관을 태어나게 한다. ‘인터넷 시대야말로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책의 힘으로 구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 구청장과 직원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이야기책 속의 등장인물들 같다. 구청장의 이야기 중에는 미우라 아야코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들도 연이어 나오곤 했는데, 구청장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지인이나 친구들이 적지 않다. 내가 열심히 읽었던 ‘료마가 간다’ 같은 장편소설도 독파해 함께 감상을 이야기하며 의기투합한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어떤가. 일 때문에 신문이나 시사 잡지는 읽지만 소설을 읽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일본어로 번역된 소설이라도 3년 전쯤에 한수산씨의 ‘까마귀’를 읽은 정도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계절은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두꺼운 책은 무리지만, 시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말에 ‘관악산 시 도서관’에 가 보았다. 여기도 폐쇄된 입산 티켓 판매소를 개조한 독특한 도서관들 중 하나다. 도전의 결과는 참패. 도서관은 아늑했지만, 단어의 의미가 함축된 시는 소설 이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제 곧 한국 근무를 끝내고 귀국한다. 일본의 서점에서 번역된 한국 소설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자. 6년간의 한국 생활로 한국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책의 힘을 빌려 한국 친구들과의 공감대를 쌓아 올리기 위해….
  • “그의 사상은 막다른 골목 같은 현재의 출구될 것”

    “그의 사상은 막다른 골목 같은 현재의 출구될 것”

    “톨스토이는 과거로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가 보여 준 세계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실질적인 문제들이지요. 악에 폭력으로 대항하지 말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그의 종교적·도덕적 사상은 막다른 골목과 같은 현재의 상황에서 출구가 될 것입니다.” 고려인 3세 러시아 작가 아나톨리 김(74)은 19세기 말 톨스토이의 철학이 21세기 현대인의 삶에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문화원에서 ‘러시아 현대 문학에서의 톨스토이의 영향’이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19세기 말 러시아에는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제안이 있었다. 하나는 폭력적, 혁명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러시아의 성립을 주장한 레닌의 제안이고 또 하나는 개인 내면의 도덕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고 한 톨스토이의 제안이었다”며 “하지만 레닌의 길을 선택한 러시아가 지난 70년간 쌓아 온 것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톨스토이는 권력을 지닌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고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결코 사회가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길을 택했다면 러시아 사람들은 훨씬 행복할 수 있었을 테지요.” 작가는 톨스토이가 자신의 사상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죽는 비극을 맞았다고 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라는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우리는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위대한 경험을 갖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1939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아나톨리 김은 1973년 단편 소설 ‘수채화’로 데뷔한 뒤 1984년 발표한 ‘다람쥐’로 모스크바예술상,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으며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00편이 넘는 그의 작품은 29개국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현재 모스크바 근교의 작가촌에서 러시아 정부가 제공한 집에서 살고 있는 그는 “우리 집에 어머니의 무덤에서 가져온 흙과 톨스토이가 묻힌 야스나야폴랴나에서 가져온 흙이 함께 있다”며 “그만큼 톨스토이는 내 가슴 속에 깊이 자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러시아에서 새 장편 ‘천국의 기쁨’을 출간했다. 등장인물만 100명이 넘고 플롯이 여러 개 섞인 환상주의 소설이다. 강릉 김씨인 작가는 이 작품에 자신이 문학적 내력을 물려받은 조상 김시습과 시인 이상(본명 김혜경)을 등장시켰다. “석기 시대 사람이 시공간을 여행하는 내용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조상인 김시습과 이상을 만나죠. 지구상 모든 인류의 국적은 하나이고 민족이란 개념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제 평소 지론대로 전 지구의 역사를 아우른 작품이라고 할까요(웃음).” 글 사진 모스크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묵묵히 앉아 백성을 살피고 있는 세종대왕을 잠시 알현한다. “전하,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돌아왔다고 하옵니다.” 아무 말이 없다. 다시 아뢴다.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이 23년 만의 일이라고 하옵니다. 기쁘지 아니하십니까.” “….” 이번에는 주변에 있던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세종대왕 앞으로 모였다.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기르자~” 세종대왕은 그제서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이 한글날 567돌이다. ‘돌아온 공휴일’이어서 한글에 대한 사랑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다시 한번 뜻깊게 되새기게 한다. 한글날의 유래를 잠시 되짚어 본다.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아래서 조선어학회는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국권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2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 한글 창제 480돌을 맞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가졌다. 바로 한글날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 정인지 서문에 ‘구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글날은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 즉 민족 정체성을 한데 뭉쳐 주권을 회복하자는 실천적 저항운동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이상규(60) 경북대 교수는 열정적으로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로 알려져 있다. 남북 언어학자들이 참여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국어 연구와 어문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에는 ‘세종학당’ 설립을 통해 한글 세계화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그는 ‘한글 고문서 연구’ ‘언어지도의 미래’ ‘한국어방언학’ ‘둥지 밖의 언어’ ‘방언의 미학’, 그리고 최근에는 한글날을 앞두고 조선어학회 33인의 열전을 담은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한글날 직전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났다. 잠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종로에서 열리는 이번 한글날 행사 때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논문집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2500권을 나눠 주면서 훈민정음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다시 알릴 예정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최근에 펴낸 책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을 꺼낸다. 그는 “우리의 말과 글이 일제의 굴레에서 말살의 위기를 겪는 동안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희망의 땅을 일군 조선어학회 33인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루지 사업의 일환으로 광화문거리에 조선어학회 33인 기념탑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내고 ‘光化門’이라는 한자 현판을 달았고 그 앞에 세종대왕 좌상이 있지 않느냐”면서 “대한민국은 한글 공동체임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한글날이야말로 5대 국경일 가운데 한글공동체의 진정한 축제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 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대왕은 한자와 한자를 빌려 쓴 이두와 구결의 불편함으로 인한 지배계층과 백성들 사이 소통의 단절,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지식과 정보의 차등을 뛰어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요. 다시 말해 일반 백성을 교화하고 지식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탁월한 애민정신에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문자 자체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글은 인류가 만든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창제 연대가 밝혀진 문자라는 점, 그리고 문자의 구성과 조직 면에서도 매우 과학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글 표음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글의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한국어가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 ‘국제공용어’로 채택돼 세계 속의 한글, 한국어로 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어 사용자는 8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8~10위의 주요 언어권에 속하며, 근래 ‘세종학당’의 세계 진출로 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종학당’은 현재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51개국 113곳에 세워져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한국어가 계속해서 꽃을 피워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문자는 사용 공동체가 강한 결속력을 갖게 하고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도록 하는 인자입니다. 로마자는 이라크 지역에서 만들어져 로마에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으로 물 흐르듯 퍼져 나갔습니다. 이렇듯 우리 한글도 자연스럽게 상대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문자가 없는 종족과 그런 국가의 표음문자로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의 언어학자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부처 간의 효율적인 지원과 운영이 절실하고 반듯한 표준학습 교재, 교원, 교육시설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에서도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글을 전 세계에 나눠 주는 ‘한글나눔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우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국어 어휘 기반의 70%가 한자어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외래어와 전문용어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우리말의 생태 기반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이르고 있지요. 사전에도 없는 외국어 한글 표기가 마치 표준어인 양 언론을 통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문 연구의 성과로 과학, 인터넷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외국인의 한국어 배우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맞춤법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어 기계화를 통해 역기능을 줄이는 것, 즉 사전을 활용하고 또 워드에 어문 교정기를 장착해 불편을 최소화하면 된다. 띄어쓰기 문제는 이미 자동교정 기술의 정확도가 거의 90%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제를 바꿨다. 아직도 ‘한글파’니 ‘한자파’니 하는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민감하고 난해한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 소통의 원칙을 지식인이나 국가 지도자의 눈높이에 맞추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한자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언어를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있듯이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도 있거든요. 말과 글은 하나입니다. 한글이 중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수천년 누적돼 온 우리 문화유산이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연구하려는 사람에게 한문의 학습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이런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한글로 읽을 수 있도록 번역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창의적 발전을 위해 한글과 한자를 이념적 대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글 중심의 소통구조 속에서 필요하다면 대량 번역 작업을 통해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한글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단다. 한글의 미래에 대해서는 “앞으로 컴퓨터 언어가 인지와 추론까지 가능한 기술로 발전한다면 미래 로봇산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면서 걸어다니면서 한글 텍스트 입력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언어의 자동 번역이 가능한 단계가 눈앞에 와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한글을 단순한 의사소통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융성과 미래 지식 정보화 기술력의 한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은 풍화하지 않는 주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순간처럼 흩어지지만 글자는 지식과 정보를 고정하는 창고의 기능을 하는 순기능과 더불어 개인과 세상을 어두운 감옥으로 유폐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한글공동체 구성원입니다. 우리 모두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며, 언어 질서를 우리 스스로 순화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겠습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상규 교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 ‘세종학당’ 설립 주도 195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및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방언의 통시 음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언조사 연구원과 울산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객원연구교수, 중국해양대학교 고문교수 등을 거쳤으며 국립국어원장, 남북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 및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외에 한국문학언어학회장, 국어정책학회장, 한글학회 이사, 방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방언학’ ‘경북방언사전’ ‘둥지 밖의 언어’ ‘방언미학’ ‘언어지도의 미래’ ‘한글고문서연구’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집으로는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디지털시대의 한글미래’ ‘우리말 연구’ 등이 있다. 일석학술장려상(1986년), 외솔학술상(2011년), 봉운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돈,돈,돈 하는 청춘들이여 더 가치 있는 걸 찾아보게

    “지금 사회는 젊은이에게 시장에서 소비자가 되라는 것 이외에 어떤 가치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를 지배하는 돈의 가치, 사적인 이익에 대항해 다른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내야 합니다.” 현대 철학의 중요한 사상가 중 한명인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76)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이자 세계적 명성의 좌파 지식인인 그는 경희대와 지제크-바디우 네트워크, 유령학파가 새달 2일까지 여는 철학 축제 ‘멈춰라, 생각하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5일 방한했다. 20대에 사르트르주의자였고 68혁명을 계기로 1970년대 내내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현실사회주의 실패 이후 새로운 정치적, 철학적 대안을 모색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공산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바디우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이나 의료처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소수의 권력 집단이 결정하는 의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가짜 민주주의”라면서 “모든 인민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공산주의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현실과 관련해선 “현재 북한 체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일 뿐 사적 소유와 금융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회인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앞으로 건설될 한국은 남한이나 북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한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가능한 것일까. 그는 “금융 독재가 이뤄지고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자본주의는 확실히 절망적인 세계이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정치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처럼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절망을 선전하는 프로파간다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새로운 생각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詩)적인 말하기’를 통한 시적 진리를 옹호해 온 바디우는 28일에는 심보선, 진은영 시인과 같은 장소에서 ‘시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불어로 번역된 진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바디우가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서는 시와 철학, 시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바디우는 “시와 철학은 두 가지 다른 양식이자 실천인데, 나의 작업은 둘 사이에 보편화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시야말로 인간성을 건축하고 구성할 수 있는 훌륭한 양식”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철학은 개념을 설명하거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지만 시는 언어를 통한 창의적 실천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며 두 시인에게 시와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철학을 전공한 진 시인은 “시와 철학은 연인의 관계에 가깝다”면서 “시가 난관에 빠지면 철학적인 고민을 통해 어떻게 언어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철학의 난관에 부딪히면 시로 도망가 바디우가 말했던 ‘사건적 사유’를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해 심 시인이 쓴 ‘스물세 번째 인간’을 두고는 시와 현실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바디우는 “시는 현실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심 시인이 시를 통해 전하는) 위로가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실천하는지에 시의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디우는 30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단식농성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며 새달 1일 오후 7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문화와 보편성’ 강연을 끝으로 첫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펑리위안처럼… 中 서열 2, 3위 부인 공개 내조

    펑리위안처럼… 中 서열 2, 3위 부인 공개 내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50)이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면서 다른 최고 지도자들의 부인들도 이전의 ‘그림자 내조’에서 벗어나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장의 부인 신수썬(辛樹森·왼쪽·64) 여사가 지난 25일까지 9박 8일간 이어진 장 위원장의 해외 순방 때 시종 함께하는 모습이 27일 중국중앙(CC)TV의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 화면을 통해 보도됐다. 신수썬은 화면에서 보라색, 분홍색, 하늘색 등 화사한 색상의 패션을 선보였으며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남편이 지난해 말 중국 집단지도부인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중국건설은행 부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동북재경대학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11기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문제에 대한 제언으로 신문 지면을 장식한 바 있다.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부인 청훙(程虹·오른쪽) 수도경제무역대 영문과 교수는 지난 연말 남편이 총리에 선출된 뒤에도 ‘미국 자연문학 고전 전집’을 번역, 출간하는 등 학술과 출판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뤄양(陽)해방군 외국어대, 중국사회과학원 문학박사 출신으로 영어 실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두 부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리 총리의 해외 순방 때 함께해 중국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펑리위안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2013년 에이즈 고아 위문 활동’에 참석하는 등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친선대사로 꾸준히 공익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이날 홍콩 대공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오랜 시간 동안 지도자 가족들이 베일에 가려 있었고 이에 따라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도 많았다”며 새 지도부가 가족들을 대외에 공개해 대중의 감시를 피하지 않는 것은 투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새 영화] ‘블루 재스민’ 우디 앨런의 허영과 불안, 평단 사로잡다

    [새 영화] ‘블루 재스민’ 우디 앨런의 허영과 불안, 평단 사로잡다

    ‘블루 재스민’은 최근 몇 년간 우디 앨런 감독이 내놓은 작품 중 최고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2005년 ‘매치 포인트’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왕성하게 영화를 찍던 감독이 ‘왓에버 웍스’ 이후 4년 만에 미국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로튼토마토 등의 평점 사이트에서는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재스민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영화는 미국 뉴욕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비추며 시작한다. 일등석에서는 칼 라거펠트의 트위드재킷을 걸치고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손에 든 재스민이 신경증적으로 수다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의 최상류층이던 재스민은 샌프란시스코의 서민층으로 추락하는 중이다. 완벽한 남자인 줄 알았던 남편 할(알렉 볼드윈)은 금융 사기를 주도한 죄로 철창 신세가 됐다. 샤토 마고의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어떤 전용기가 좋은지를 화제로 올리던 시절은 허망한 과거로 변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생 진저(샐리 호킨스)가 살고 있다.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진저는 정비공인 남자 친구 칠리(보비 카나베일)와 소박한 일상을 보낸다. 재스민은 동생 집에 얹혀살게 되고도 좋았던 과거를 잊지 못한다. “너는 늘 그런 수준밖에 안 돼”라며 동생을 무시하고, 천한 일은 할 수 없다며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다. 재스민은 달콤한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깨어나 비루한 현실을 마주할 때는 외면하거나 신경증에 빠진다. 영화가 샌프란시스코와 번갈아 비추는 뉴욕에서의 풍족한 시절은 그 자체로 하나의 꿈 같아 보인다. 재스민은 진저에게도 여기 아닌 어딘가에 더 나은 삶이 있다고 은근히 부추긴다. 문제는 감미로운 유혹에 그치는 줄만 알았던 속삭임이 이들 앞에 당장이라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선택지로 제시될 때다. 파티에 참석한 두 사람은 우연히 마음에 맞는 남자를 만난다. 진저는 음향 회사에 다니는 남자 알(루이스 C K)과, 재스민은 정치인을 꿈꾸는 부유한 외교관 드와이트(피터 사스가드)와 사랑에 빠진다. 꿈은 이제 눈앞에서 현실처럼 아른거린다. ‘반지의 제왕’ ‘바벨’ 등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블란쳇은 감독의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원제는 ‘우울한 재스민’ 정도로 번역될 테지만 재스민의 허영과 불안, 강박은 블란쳇의 푸른 눈을 통해서야 오롯이 응시된다. 영화의 결말에는 작은 반전이 있다. ‘블루 재스민’은 반전 이후 블란쳇의 마지막 표정으로 기억될 영화다. 98분.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철학자 지제크·바디우 공산·자본주의를 말하다

    철학자 지제크·바디우 공산·자본주의를 말하다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왼쪽)와 알랭 바디우(오른쪽)가 서울에서 대중 강연을 한다. 이들은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경희대와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 등에서 열리는 ‘멈춰라, 생각하라’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공산주의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대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슬로베이나 출신의 지제크는 24~26일 사흘 동안 ‘자본주의·이데올로기·기술’에 대해 공개 강연을 하며, 29일 세션에서 ‘공산주의: 분리된 이념’을 주제로 발표한다.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는 27일 세션에서 ‘긍정의 변증법’을 발표하며, 28일에는 심보선, 진은영 시인과 함께 ‘시인들과의 대화’ 행사를 갖는다. 새달 1일에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공개 강연을 한다. 두 학자는 매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학술대회를 열어 글로벌 자본주의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안 등을 논의해 왔다. 서울은 런던, 베를린, 뉴욕에 이어 네 번째 도시다. 행사에는 이들 외에 중국 신좌파 대표 지식인인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를 비롯해 알렉산드로 루소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 황호덕 성균관대 교수, 이택광 경희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들이 참석한다. 한편 이들의 방한을 앞두고 관련서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도서출판 길은 두 학자의 2004년 대담집인 ‘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와 바디우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형식으로 쓴 ‘사유의 윤리’를 냈다. 출판사 오월의봄은 바디우가 정치와 철학의 관계에 대해 쓴 ‘투사를 위한 철학’을 번역 출간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광진구 다문화부부 적응 돕는다

    서울 광진구가 결혼이주여성의 원활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모국어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주고,의사소통이 어려워 사회 적응이 힘든 다문화가족의 한국 생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광진구는 올 하반기부터 베트남과 중국뿐 아니라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등의 언어에 대한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구는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지역 결혼이주여성을 뽑아 자양4동 다문화가족 쉼터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들은 다문화가족 상담 통역 서비스, 결혼 전 배우자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남성들을 위한 통역 서비스, 입국 초기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공동체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4대 보험 적용과 주 28시간 근무, 월 75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한다. 구는 지난 7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1명을 선발해 자양4동 다문화가족 쉼터에 배치한 후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통·번역 서비스를 해 오고 있다. 또 한국어능력 자격을 갖춘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통·번역 전문 인력으로 채용해 이달부터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 결과에 따라 더욱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는 다양한 국적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을 배치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결혼이주여성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공동체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을 보듬을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또 불거진 대학가 논문표절 의혹

    또 불거진 대학가 논문표절 의혹

    중앙대 경영학부 A교수가 같은 학부 B교수가 3년 전 발표한 영문 논문을 한글 논문으로 표절해 지난 5월 학회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교수의 한글 논문이 B교수의 영문 논문을 거의 번역한 수준으로 볼 만큼 유사해 중앙대 교무처가 관련 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중앙대는 지난 5월 대한경영학회 학술지인 ‘대한경영학회지’ 26권에 게재된 A교수의 한글 논문 ‘자산특수성 상황에서 생산방식 선택이 기술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2010년 8월 한국경영교육학회 ‘경영교육연구’ 62집에 수록된 B교수의 영문 논문 ‘자산 특수성 상황에서 기업의 거버넌스 선택이 기술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비교한 결과,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제목에서 한 단어만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도입부와 관련 이론, 연구방법, 결론 등 논문 전체에서 유사점이 있다는 게 대학의 판단이다. 특히 두 논문이 제시한 2가지 가설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가설이란 보통 논문 저자가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에 앞서 예상되는 경우의 수를 주관적인 판단을 가미해 제시하는 것인데, 두 논문에서 제기한 가설이 2가지인 데다가 내용 역시 같다는 얘기다. 이어 가설을 뒷받침할 ‘표본 및 자료수집’과 이를 통해 도출되는 결론도 판박이 수준이라고 대학 측은 보고 있다. A교수는 표절 의혹에 대해 “논문에 대한 의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며 “대학 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논문을 냈던 B교수는 “논문과 관련해 A교수와 상의한 적은 없다”면서 “대학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 기회를 주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논문 유사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학계는 일부 인용이 아닌 번역과 같은 이번 표절 건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 수위를 예상하고 있지만, 중앙대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A교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새 학기에 A교수가 강의를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무처 측은 이와 관련, “현재 예비 조사를 마쳤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위원회를 꾸려 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결론이 명확히 날 때까지 대학은 어떤 입장도 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교수의 논문을 게재한 ‘대한경영학회지’ 역시 최근 A교수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경구(동의대 교수) 학회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해 사실이 드러나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논문편집위원회가 매달 수십편을 일일이 검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A교수에 대한 조사 권한은 학교와 학회 측에 있다”면서 “만일 예산 지원을 받은 논문이라면 철회 권고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생각나눔] 성범죄자 알림 서비스 한국어로만?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자말(32·여)은 2년 9개월 전에 입국해 한국인 남편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고 했다. 잇따라 들려오는 한국의 성범죄 뉴스 때문이다. 그는 “성범죄 사건이 자주 보도되는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성범죄자가 있을 것 같아 두렵다”면서 “어떻게 (성범죄자를)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올 1월 기준 144만 6000여명으로 크게 늘면서 이들에게도 성범죄자 신상과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주 인원에 비례해 성범죄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외국인도 성범죄자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성폭력 등의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신상은 2010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현재까지 법원에서 공개 명령을 받아 홈페이지에 등록된 성범죄자는 1만 754명 중 3406명이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르면 내용을 알 수 없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어 서비스만 하고 있는 탓이다. 금천외국인노동자센터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서는 성범죄자 정보를 100%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범죄의 피해는 피해자에게만 그치지 않고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범죄자 정보는 외국인을 포함해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외형상 다국어 서비스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결혼 비자 등으로 입국해 외국인 등록번호를 받은 외국인들도 볼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 중인 성범죄자 알림 서비스 홈페이지(www.meganslaw.ca.gov)는 한국어는 물론 아랍어·러시아어·베트남어 등 모두 13개의 언어로, 주(州)에 등록된 성범죄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별도의 실명인증 과정 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존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에 외국어 서비스를 더하는 일에는 부정적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성범죄자의 주소 변경은 매주 약 50건씩 발생하고 판결문 요약문도 하루에 50~60건씩 새로 들어오기 때문에 새 정보를 일일이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막대한 돈이 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 만큼 추진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성범죄 예방 문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지난 3일 개막한 일본의 도쿄국제도서전은 규모 면에서는 후발 주자인 중국의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밀리고 있지만 세계 제2의 출판 시장을 자랑하는 ‘출판 대국’답게 전세계 출판 경향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것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20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1994년 첫 행사부터 매년 참가해온 한국이 처음으로 주제국(주빈국)으로 초청돼 의미가 더욱 크다. 최근 국내의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아직은 한·일 양국 간 출판 교류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드라마·가요에 이어 ‘출판 한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주제국 행사의 하나인 ‘한·일 출판 포커스’ 세미나에 참석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은 한·일 간 저작권 무역 역조가 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도 점차 한국 책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출판 한류’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한·일 출판 교류에 힘써온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는 “일본에선 황석영·신경숙 작가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공지영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김애란 등 유망 신진 작가들을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주제국관 중 최대인 500㎡ 규모의 한국관에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통신사부터 시작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조명한 ‘필담창화 일만리’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안내하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의 특별전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일 양국의 번역 도서 50종씩을 전시한 ‘한·일출판교류전’에도 인파가 몰렸다. 다이닛폰출판사에 근무하는 요타 와나가와는 “한국에서 번역된 일본 책들이 많아서 놀랐고, 책 표지 등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주제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이었다. 4일 오후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특임교수의 대담은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본질적 가치, 효용과 더불어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책의 변화 등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입시를 위한 강압적인 독서 교육이 책읽는 즐거움과 감동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내 인생 최초의 책은 문자로 적힌 책이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오감으로 전해지던 생명의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머니의 몸’ 같은 책,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여권의 저서를 쓴 저술가인 다치바나 교수는 “최근 2400자 원고 하나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다”고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을 즐겨 읽고 만드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이러한 책의 재생산이야말로 국가의 문명을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열린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도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30년 지기인 이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정치적 차이점과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유교 문화의 핵심 정신, 즉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선 오정희, 한강, 김연수, 김애란 등의 국내 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말하다’ ‘여성의 자의식과 문학’ ‘문학에 있어서의 소통이란’ 등을 주제로 일본 작가들과 문학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일 양국 출판인들의 학술 세미나도 마련된다. 글 사진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영화 프리뷰] ‘빅 픽처’ 부유하지만 지루하게 살 것인가 가난하지만 뜨겁게 살 것인가

    [영화 프리뷰] ‘빅 픽처’ 부유하지만 지루하게 살 것인가 가난하지만 뜨겁게 살 것인가

    폴(로맹 뒤리스)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성공한 변호사다. 높은 연봉과 그림 같은 집,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자식들까지. 그러나 그의 내면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에 시달린다. 한때 사진가를 꿈꿨던 그는 이제 현실과 타협한 위태로운 중산층일 뿐이다. 최고급 카메라와 암실을 구비해 보지만 그것이 실은 생기 없는 삶에 대한 헛헛한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런 남편에게 지쳐 가는 건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이웃에 사는 사진가 그렉과 불륜에 빠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우발적으로 그렉을 살해한다. ‘빅 픽처’(The Big Picture)는 더글러스 케네디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영화다. 2010년 국내에 출판된 뒤 주요 서점에서 3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던 화제작이다. 작가는 기사 작위를 받을 만큼 프랑스에서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화의 내용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로, 번역된 프랑스판 제목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식들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폴은 고민 끝에 그렉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가짜 여권을 만들고 아내에게는 그렉의 이름으로 ‘촬영 제의가 와서 급하게 떠난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요트를 타고 나가 시체를 유기한 뒤 배는 폭파시켜 버린다. 신문에는 폴의 부고가 뜬다. 몬테네그로에 정착한 그는 그렉으로 살아가며 잃어버린 사진가의 꿈을 키워 간다. 문제는 그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된다. 전 유럽이 주목하는 작가가 된 그는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의 설정은 전반적으로 원작과 유사하지만 결말은 크게 다르다. 새 삶을 시작한 폴이 사랑에 빠지는 신문사 사진부장의 역할은 줄어들었고, 아내가 유명해진 그렉(폴)을 찾아오는 장면도 없다. 그러나 영혼 없이 안정적인 삶과 가난하지만 뜨거운 삶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고 묻는 질문은 같다. 되돌릴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뒤에야 삶을 직시하게 되는 아이러니도 그렇다. 영화의 후반부는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만에서 촬영했다. 최근 개봉한 ‘사랑은 타이핑 중!’의 로맹 뒤리스가 주연했고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카트린 드뇌브도 얼굴을 비춘다. 극 중에서 그렉으로 살아가는 폴이 찍는 사진들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앙트완 다가타가 찍은 작품들이다. 115분. 청소년 관람 불가. 4일 개봉.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당신의 책]

    새 교육(스콧 니어링 지음, 이달와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부인 헬렌 니어링과 함께 소박하고 단순하며, 환경친화적인 삶을 지향한 인물로 각광받아온 저자가 1910년 27살 나이에 미국 공교육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미국의 성공적인 공립학교, 홈스쿨, 보습학교 등을 취재하며 얻은 진보적인 교육운동의 가치와 내용들은 100년의 시차를 건너뛰어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352쪽. 1만 5000원.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론(김정한 편저, 소명출판 펴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이론가 최장집의 민주주의론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주요 논점인 정당정치 및 정치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비판과 쟁점들을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해 성과와 한계를 정리했다. 김용복 경남대 교수,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등 10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408쪽. 2만 9000원. 린 인(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구글, 월트디즈니, 스타벅스를 거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저자가 여성 리더십에 대해 쓴 책. 샌드버그는 2010년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주제의 TED 강연에서 여성이 직장에서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현상을 지적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번역판에는 한국 여성의 사회경력단절 현상, 가사와 육아 관련 통계 등을 제시하며 한국의 현실에 대한 조언도 실었다. 328쪽. 1만 5000원. 정조와 18세기(역사학회 편, 푸른역사 펴냄) 한국에서 18세기가 상공업 발달, 문예부흥, 영·정조 탕평군주의 시대였다면 서양에서의 18세기는 절대왕정, 계몽사상, 시민혁명의 시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부의 세기라 할 만했던 18세기 조선의 역사를 서구 및 동아시아와 교차해 비교분석했다. 루이 14세와 정조를 비교한 김기봉 경기대 교수의 글을 비롯해 2011년말 ‘역사로 본 18세기’를 주제로 열린 역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9편을 엮었다. 364쪽. 2만 3000원. 인종 차별의 역사(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하정희 옮김, 예지 펴냄) 인종차별은 기원이 고대 그리스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명속에서 인종차별이 어떻게 생겨나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집단학살이라는 거대한 비극으로 달려갔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되짚는다. 또한 인종차별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난도질해 왔으며,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통렬히 비판한다. 384쪽. 2만 3000원.
  • 朴대통령, 訪美 준비 ‘외교·경제 열공’

    박근혜 대통령이 첫 미국 방문 출발 사흘 전인 2일 청와대 외교·경제·홍보라인 등 참모진의 도움을 받으며 막바지 방미 준비에 전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현안 때문에 바빴는데 오늘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방미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나서는 첫 국제 무대이기도 한 방미 일정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양국 정상회담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다. 외교와 경제 파트 참모진과 수시로 회의하면서 양국 사이에 오갈 메시지와 쟁점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원 합동회의 연설을 영어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연설문의 문구와 단어를 결정하는 데도 신경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통역관의 번역 실수를 지적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후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코드명은 ‘새 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대통령의 외국 순방이나 정상회담이 있으면 실무 준비 차원에서 행사에 명칭을 붙이는데 이를 코드명이라고 한다. 새 정부의 기조인 ‘국민 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외국 순방 행사명은 ‘태평고’였다.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한라산’이라는 행사명을 붙였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대각개교절·석가탄신일 앞두고 원불교·조계종 수장 ‘공존·상생’을 말하다

    대각개교절·석가탄신일 앞두고 원불교·조계종 수장 ‘공존·상생’을 말하다

    오는 28일은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창교한 대각개교절이다. 그런가 하면 다음 달 17일은 불교계 최고의 축일인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원불교와 불교 조계종의 최고 행정수반인 남궁성 교정원장과 자승 총무원장이 대각개교절과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나란히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두 수장의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강자는 약자 돕고, 약자는 강자 배워야” “이 세상엔 항상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둘이 대립하면 세상이 불행에 빠지는 만큼 강자는 약자를 이끌어주고, 약자는 강자에게서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지요” 지난 15일 전북 익산시 총부에서 기자들을 반갑게 맞은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우선 소태산 대종사의 초기법문 ‘강자약자 진화상요법’(强者弱者 進化上要法)을 소개한 뒤 “결코 갈등을 억압과 투쟁으로 풀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약자는 강자를 투쟁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인정하고 장점을 흡수할 때 진정 강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또 강자는 약자를 앞에서 끌어줘야 그 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 시대에 원불교 대각개교절의 의미는 뭘까. “우리 모두가 어디에 있든 은혜로운 관계 속에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게 가장 큰 메시지입니다.” 윈윈과 상생이야말로 대각개교절에서 새길 수 있는 가장 큰 의미란다. 그래서 원불교의 정신을 세상에 더 넓게 펴기 위해 2015년 창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원불교 경전을 세계 10개 국어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원불교 교단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정신을 살리는 게 장기적으로 원불교를 발전시키는 길이라 믿습니다. 교정원장은 특히 요즘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시류와 시대를 읽되 편승하지 말고, 변화하는 시대가 가져올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고 귀띔했다.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선 “비단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주변국과 공조해 풀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남북 상황이 긴박해도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협상도 어떤 관계도 서로 이롭고 윈윈하는 방향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이익이 되어 돌아온다는 이른바 ‘자리이타’. “세상의 삶 속에서 은혜롭게 살기 위해 상대방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표현하다 보면 상호 은혜로운 관계로 바뀐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불교 수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최근 성균관장의 구속 사태는 어떨까. “무엇보다 종단 내부의 화합을 이루지 못한 탓이 큽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언제나 진리 앞에서 긴장하는 마음이 식어선 안 될 터인데 교단 성장에 집착하거나 목표지향적인 종교가 된다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유연한 남북관계로 국민 안심시키길” “지금 남북한이 갖고 있는 통일 인식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평화를 강조하지만 그 개념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남과 북이 아무리 인식이 다르다 해도 우리 쪽에서는 언제까지나 평화를 공존과 상생의 개념으로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먼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초긴장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의식, 단호한 어조로 평화론을 폈다. “남의 존재를 서로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감을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장군멍군’식의 치고받기보다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를 관심 있게 보았다”는 자승 스님. 새 정부의 중점과제 중 문화 융성에 특히 주목했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문화 융성을 이루려면 전통문화와 근대문화를 잘 아울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새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미래창조과학 중 창조야말로 불교에서 보자면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며 고정관념을 바꿔 새로운 발상을 일으킬 때 참다운 창조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주제 표어 ‘세상에 희망을 마음에 행복을’은 무슨 뜻에서 택한 걸까. “지금 우리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최근 초긴장 상태의 남북관계를 포함해 양극화며 세대·계층 간 갈등 등 뭣 하나 시원한 게 없지요. 누구나 힘들고 살기 힘든 지금 진정한 마음의 행복을 다 함께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일상과는 괴리된 추상적 행복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현실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상태, 그 마음의 행복은 바로 공존과 상생의 화합정신에서 찾아질 수 있단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는 오는 2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을 점등식을 시작으로 열린다. 광화문광장에 불을 밝힐 석가탑등은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해체 수리 중인 석가탑의 원만 복원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통일신라의 화쟁사상을 상징하기도 하는 석가탑에 불을 밝혀 한반도 평화를 통한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것이다. 그 주변에 놓일 동자·동녀는 바로 국민의 희망과 행복을 뜻한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은 이제 더 이상 불교와 불교 신자만의 뜻깊은 날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으면 합니다. 더불어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성찰하고 이웃과 모든 생명들에 대한 동체대비를 실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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