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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참사 6개월] 해경 해체 앞두고 딜레마

    세월호 참사 다음달에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경찰청 해체’를 전격 발표한 이후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습책으로 극단적 방안을 택한 것은 사고 본질에 대한 심층적 진단 및 해경 고유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론만을 의식한 ‘하책’이라는 지적이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 선원들의 폭력 저항이 강도를 더해 가는 상황에서 해경이 해체되면 불법 조업 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해경 등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해경은 조직 해체 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 소속 해양안전본부로 재편된다. 이 경우 해경의 기본 조직은 유지되지만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선적인 것은 사기 문제다. 해경은 직원들의 사기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일선 해경대원은 “바다에서 불법 낚시를 단속할 때 상대가 ‘당신들은 경찰이 아니지 않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종 예산 낭비도 필연적이다. 일례로 전국에 있는 지방해양경찰청과 경찰서는 물론 해경 함정들까지 현판과 로고, 함정명 등을 바꿔야 하며 도로에 있는 안내표지판도 교체해야 한다. 해경이 국가안전처로 편입되더라도 해양경비·안전·오염방제 기능은 유지하지만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어간다. 수사권이 없어지면 중국 어선을 나포하더라도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어선과 선원을 경찰청 해사국에 인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속기관과 수사기관이 이원화되면 해상 공권력이 약화돼 단속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해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선원들이 만세를 불렸다는 얘기까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해경 해체 여파로 해양주권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해경은 기본적으로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기관”이라며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해양학계에서는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해상기관을 잇달아 강화하는 현실에서 해경을 해체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짧은 가을·이른 겨울… 기능성 재킷 하나면 “산행준비 끝”

    짧은 가을·이른 겨울… 기능성 재킷 하나면 “산행준비 끝”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지만 어쩐지 오래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른 새벽 또는 늦은 밤 체감온도는 종종 초겨울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하루 기온차가 10도를 넘나드는 요즘 같은 변덕스러운 환절기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제일 반기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옷 입기 까다로운 계절, 과학계 뺨치는 기술 개발을 통해 탄생시킨 기능성 의류들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를 비롯해 업체마다 자체 개발한 특수 원단을 사용해 방풍·방수·투습을 기본으로 갖췄다고 내세우는 재킷 하나만 마련하면 일상생활은 물론 야외에서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불황기 가벼워진 주머니를 고려한 듯 햇빛 좋은 날 겉옷처럼 입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내피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기능을 갖춘 재킷들이 앞다퉈 쏟아져 굳은 소비심리도 동할 법하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견디는 최고의 방법은 겹쳐 입기다. 이 원칙은 나들이 때 더욱 중요하다. 땀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이 우수한 속옷을 먼저 갖춰 입고, 몸의 온기를 보존하는 기능을 갖춘 플리스 또는 울 소재 셔츠나 조끼 또는 재킷을 챙겨 입어야 한다. 겉옷은 비나 바람 등을 차단하고 몸 안쪽에서 발생하는 땀과 열기를 배출해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끄떡없는 고어텍스 등의 원단을 사용한 재킷이 좋다. 움직일 때 벗어 땀 배출을 쉽게 하고, 잠시 멈춰 휴식할 때는 두툼하게 챙겨 입는 것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고어텍스의 마스터 클라이머로 활동 중인 산악인 손용식 강사는 “가을철은 일교차가 커 산행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계절”이라면서 “몸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근육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옷차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어텍스 소재는 ㎡당 수십억 개의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 방수·방풍·투습 기능이 뛰어나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아 ‘제2의 피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블랙야크가 이번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내놓은 남성용 ‘레오파드 재킷’(53만원)은 한 벌로 세 벌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멀티 아이템이다. 고어텍스 재킷과 패딩 내피가 분리돼 각각 또는 함께 착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생활에서 재킷 따로, 패딩 내피 따로 입었다가 등산이나 트레킹 등 야외활동에서는 함께 겹쳐 입을 수 있어 유용하다. 패딩 내피는 블랙야크에서 자체 개발한 ‘야크패딩’을 사용했다. 배색 패턴을 적용해 단순하면서도 멋스럽다. 청바지, 워커 등과 함께 맞춰 입으면 한층 맵시가 돋보여 젊은 층의 인기가 많다. 그레이, 선샤인, 올리브, 블랙 올리브 등 네 가지 색상으로 나왔다. 블랙야크 상품기획부 박정훈 부장은 “아웃도어 시장에서 야외활동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아우트로’(아웃도어+메트로)의 개념이 정착된 지 오래”라며 “최근 들어 짧은 가을, 이른 겨울 등 계절 변화에 맞춰 실용성을 높인 멀티형 아이템이 인기”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의 ‘VX 다이내믹 재킷’(17만원)도 변덕스럽고 애매한 날씨에 유용한 제품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구스다운급의 보온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발수가공 처리된 나일론 원단을 사용해 땀과 물에 강해 두루 착용하기 편하다. 아웃도어 수요층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사각형과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으로 입체감을 살려 날렵한 맵시를 뽐낼 수 있다. 목 안쪽 부분에 부드럽고 포근한 털을 달아 보온성도 갖췄다. 비슷한 디자인에 울 소재를 사용한 ‘VX 울 재킷’(23만원)도 내놔 찬바람 거세지는 계절에도 시장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이 제품은 습도조절 및 항균 기능을 높였다. 인체 공학 설계에 어깨, 목, 소매, 밑단에 신축성 좋은 원단을 사용,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최근 몇 년 새 시즌마다 젊은 감각의 제품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젊은 층에 왠지 고루한 느낌을 주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즌에도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하는 제품들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주요 테마 중 하나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다. 상록수 로고를 이국적으로 재해석한 프린트를 적용하는 등 아메리칸 원주민의 감성을 의류에 적극 반영했다. 여성 트레킹 라인의 경량 다운 재킷 ‘스칼렛’(36만원)은 상단 부분에 배치한 네이티브 아메리칸 프린트가 시선을 끄는 제품이다. 허리 부분을 주름 처리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한층 강조했다.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해 보온성도 기본으로 갖췄다. 다운 재킷의 유행이 얇고 가벼운 제품에서 중량감 있는 제품으로 이동했다. 남성용 중량 다운재킷 ‘주노’(46만원)는 2030 남성들이 반색할 만하다. 길이가 짧아 경쾌해 보이면서도 스포츠 브랜드 제품과 달리 소매와 밑단을 다른 원단으로 처리하고 어깨 부분에 나일론을 덧대 출근용 코트로도 무난하게 착용할 수 있다. 모자에 달린 라쿤 털이 포인트로 따뜻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을 준다. 허리 안쪽의 줄을 당겨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플리스 소재 재킷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가볍고 따뜻하며 색상도 화려해 겉옷으로도 좋고 다른 재킷이나 코트에 포인트로 받쳐 입기에도 좋다. 잭울프스킨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 입을 수 있는 플리스 재킷을 내놨다. 독일로부터 기술 전수를 받아 자체 개발한 플리스 소재 ‘나눅’을 사용해 따뜻하고 땀 배출도 쉽다고 강조한다. 성인 남녀를 겨냥한 ‘파인 콘 재킷’(남성용 17만 8000원·여성용 19만원)과 더불어 최근 아웃도어 시장에서 귀한 고객으로 대접받는 아동용 재킷도 함께 선보였다. ‘키즈 범블비 재킷’(11만 5000원)은 모자가 달린 앙증맞은 디자인에 양쪽에 주머니를 달아 실용성을 더했다. 나이트 스카이 스트라이프, 핑크 패션 스트라이프, 블루베리 스트라이프, 아이비 그린 스트라이프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알록달록한 네 가지 색상으로 나왔다. 남녀아 공용이다. 패밀리룩 연출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자 잭울프스킨은 특별행사도 마련했다. 30일까지 성인용과 아동용 재킷(다운 포함)을 함께 사면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귀농에도 전관예우라니/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귀농에도 전관예우라니/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국토교통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그간 상승곡선을 그리던 귀농 인구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다. 덕분에 전 국민의 91.58%가 전 국토의 16.58%에 해당하는 도시 지역에 밀집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적으로 귀농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건 “부부 나이를 합산하여 100살이 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를 시작하라”던 고령사회 전문가의 충고 덕분이었다.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분명한데, 길고 긴 노후를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지나갈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음에랴. 한데 막상 주말농장의 어설픈 초보 농부가 돼 보니, “왕년에 한자리했음”을 내비치는 건 귀농인들의 첫 금기사항이란 세간의 충고가 무색할 정도로 귀농에도 전관예우(?)가 작동하고 있음을 경험하곤 씁쓸함에 무력함이 밀려왔다. 2년여 전 처음 농장을 시작하면서 과수농사 경험이 전무했던 탓에 인근 블루베리농장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농장주는 공직을 끝내고 철저한 준비 끝에 농장을 시작했다는데, 배수로 및 진입로 공사를 군(郡)에서 지원해주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저장성이 약한 블루베리는 수확기엔 필히 저온 창고가 필요한데 그 또한 군의 지원으로 설치했노라며 은근한 자랑이 이어졌다. 처음엔 순진한 마음에 운이 좋은 분이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실상 대단한 ‘빽’의 소유자임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저온 창고가 정부지원 사업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가, 해당 사업의 배정이 면사무소 담당임을 확인하기까지는 수십통의 전화가 필요했다. 다시 수 통의 전화 끝에 가까스로 담당자를 알아내고 정부 지원을 받아 저온 창고를 설치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문의했다. 즉각 “면에 1곳이 배정되는데 (생면부지의) ‘아줌마’에겐 차례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의 황당함과 불쾌함이라니. 이번엔 유독 새들로 인한 피해가 심해 조망(鳥網) 설치의 필요성을 절감한 우리는 개인이 설치하기엔 비용 부담이 만만찮아 이 역시도 정부지원 사업으로 진행 중이란 정보를 어렵사리 접하게 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기에 예의 그 농장을 또 방문해 보니 이미 멋진 조망이 설치돼 있는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시(최근 이 지역이 시로 편입됐음)의 지원 50%, 본인 부담 50%로 설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에 시의 로고가 새겨진 천막까지 버젓이 설치돼 있는 모습을 보자니 분노를 넘어 허탈함에 웃음이 나왔다. 농촌, 농민, 농업 살리기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 사업이란 명목하에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지원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진짜 정보’는 전혀 공개, 공유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현실인 듯하다.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농민에게 실제로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는지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돼 있는 것 같다. 덕분에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고 있음을 현장에선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는지. 정보통신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농촌에서도 원하는 농민 누구에게나 필요한 농정관련 정보가 물 흐르듯 공개되고 공평하게 공유되길 희망한다. 특히 정부 지원사업의 경우라면 보다 공정하고 더욱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길 절실히 원하는 동시에, 그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또한 필히 수반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닐하우스 지원 사업이 이뤄지던 당시 일부에선 비닐하우스를 짓고 창고로 썼다는 일화나, 비닐하우스 업자들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는 도덕적 해이가 있었음은 만인의 비밀이다. 향후 고령사회에서 귀농은 소일거리 중심의 작은 텃밭에서부터 적정 규모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농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처럼 ‘아는 사람’에게만 우선적 혜택을 주는 배타적 방식이나, 전관예우식 편파적 지원이나, 정보 공개 및 공유를 꺼리는 폐쇄적 운영이 고수되는 한, 귀농 트렌드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계되는 우리의 꿈은 요원할 것만 같다.
  • [프로배구] 안산에 바친 승리

    [프로배구] 안산에 바친 승리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을 가늠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감히 ‘위로’라는 말을 입에 담겠나. 안산시민과 하나가 됐다는 생각으로 그저 열심히 경기하겠다.” 20일 연고지 경기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안산·우리카드컵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B조 한국전력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김세진 OK저축은행(전 러시앤캐시)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수들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들어섰다. 가슴에는 ‘We Ansan!’(우리가 안산!)이라는 슬로건을 적었다. 등번호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기적을 일으켜라!’고 썼다. 시민들과 슬픔을 나누겠다는 구단 측의 의지였다. 보통 유니폼에는 홍보 효과를 고려해 소속팀의 이름이나 스폰서의 로고를 삽입한다. OK저축은행은 이번 대회 동안 ‘We Ansan!’ 유니폼을 계속 입는다. 구단 관계자는 “작은 디자인이 바뀔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는 정규 시즌까지 이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은 경기장을 찾은 3400여명의 배구팬 앞에서 한국전력에 3-0으로 완승했다. 강영준(15득점), 심경섭(14득점), 한상길(10득점) 트리오가 39점을 합작했다. 세터 싸움에서 OK저축은행이 완승했다. OK저축은행의 세터 이민규는 67개의 토스 가운데 31개를 정확하게 배달한 반면 한국전력 이적 후 첫 출전한 권준형은 59개의 토스 중 22개만 성공했다. 특히 이민규는 3세트 23-17로 앞선 상황에서 2개의 서브를 잇달아 점수로 연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앞서 열린 남자부 A조 경기에서는 LIG 손해보험이 대한항공에 3-1로 이겼다. LIG에 이번 대회는 의미가 크다. 모기업이 KB금융그룹으로의 인수 절차를 밟고 있어 다음 정규 시즌부터 가슴에 KB를 새기고 코트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팀 에이스 김요한은 “프로 생활을 LIG에서 시작했다. 이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치르는 대회”라고 아쉬워하면서도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다. 새 팀으로 바뀌어도 우리의 정신을 배구판에 새기겠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여자부 B조 경기에서는 현대건설 황연주가 41득점해 김연경(페네르바체)이 갖고 있던 컵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김연경은 2010년 대회에서 38점을 올렸다. 양철호 감독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현대건설이 KGC 인삼공사를 3-1로 꺾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에누리닷컴, 브랜드 로고 변경하고 홈페이지 전면 개편

    에누리닷컴, 브랜드 로고 변경하고 홈페이지 전면 개편

    에누리닷컴이 ‘스마트한 쇼핑 허브’라는 새로운 브랜드 비전에 맞춰 수정한 새 로고를 공개했다. 에누리(enuri)의 ‘e’를 강조한 새 로고는 여러 상품 정보를 비교(Comparison), 발전(Conversion)시켜 하나의 쇼핑 가치를 창조하는 모습을 상징화했다. 새롭게 변경된 로고는 스마트한 쇼핑에 대한 비전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색상을 담고 있다. 특히 ‘스마트블루’ 색상을 메인 컬러로 채택하여 심플하고 이성적인 비교 쇼핑에 대한 고객의 긍정적인 기대치를 극대화했다. 에누리닷컴은 이번 로고 개편을 통해 ‘에누리 가격비교’라는 브랜드 네임을 새롭게 내세울 계획이다. 세상의 모든 최저가 상품을 스마트하게 비교하여, 고객들의 현명한 소비를 돕고자 하는 가격비교 본연의 자세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PC 웹사이트와 모바일웹도 새단장했다. 고객 편의성 개선에 중점을 둔 이번 리뉴얼에서 에누리닷컴은 검색창 및 상단 메뉴를 일부 변경했다. 특히 오랫동안 유지됐던 회색톤의 디자인과 작은 검색창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분위기의 홈페이지를 완성했다. 더 커진 검색창은 변경된 로고와 일체감 있는 디자인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며 직관적인 검색을 용이하게 해준다. 카테고리 내비게이션을 담당하는 상단 메뉴도 기존 10여개 대분류에서 6개로 재편했다. 많이 찾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메뉴를 단순화시킴과 동시에 ‘자세히 보기’를 삽입함으로써 세부적인 분류 선택도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모바일웹은 PC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새 로고와 검색창을 적용하여 통일성을 유지했다. 모바일 앱은 새롭게 변경된 로고에 맞추어 앱 아이콘과 초기 구동 화면을 새롭게 구성했다. 에누리 가격비교 사이트기획팀 이현진 팀장은 “이번 로고 변경 및 사이트 새단장을 시작으로 전체적인 사이트 리뉴얼이 계속될 예정”이라며, “향후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신규 서비스와 모바일 신규 앱 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에누리 가격비교에서는 사이트 새단장을 기념하여 축하메시지를 남김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 아이패드 에어 △ 기어핏 스마트워치 △ 새로텍 보조배터리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해당 이벤트는 에누리 가격비교 홈페이지 (http://www.enuri.com/event/Event_Reply_2014.jsp?from=naver)에서 오는 27일까지 응모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정치연 선거용품 주문 후 파기 중소기업 10여곳 연쇄부도 위기

    “우리 회사뿐 아니라 협력업체 9곳 모두 줄줄이 부도날 판입니다. 오늘도 협력업체에 줘야 할 돈을 빌리러 다녀오는 길입니다. 중소기업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던 분들이 어떻게….” 11일 바이크커뮤니케이션 A 이사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 공장 사무실 입구에는 6·4 지방선거 때 쓸 예정이었던 선거·유세용품들이 박스째 그대로 있었다. 인근 330여㎡ 규모의 물류창고 2곳에 쌓아 놓은 박스들은 천장에 닿을 지경이었다. 박스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로고와 블루바이크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블루바이크는 새정치연합이 유세 차량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권장한 캠페인이다. 당 색깔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칠해진 자전거와 후보 포스터 게시대, 정책 홍보 가방 등이 관련 용품들이다.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권장했지만 각 선거캠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탓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이 발뺌하면서 애꿎은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떠안았다. A 이사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지난달 22일까지 선거운동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해서 직원들이 야간작업하며 준비했다”며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직접 만난 새정치연합 고위 관계자도 중앙당에서 하는 것이니 걱정 말고 제작하라고 하더니 이제 와선 나 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바이크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자전거, 자전거 도장, 선거용품 조립, 물류 및 포장, 원자재 업체 등 모두 10여곳의 중소기업이 선거용품 제작에 참여했다. 자전거 5000대, 정책 홍보 가방 5000개, 정책 홍보 배낭 5000개 등의 납품 비용은 모두 38억 5000만원에 달한다. 블루바이크 운동원 자전거 166대, 관련 전단지와 안내서 각각 96개, 766개를 발송했지만 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16개 시·도당에 시연회 차원에서 납품한 제품도 수거하지 못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중앙당 관계자가 납품에 필요하다고 요구한 50만원이 든 봉투 20개도 전달했다.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관계자에게 300만원도 전달했다. 바이크커뮤니케이션은 지난달 27일 새정치연합에 납품 대금과 금품 갈취에 대한 탄원서를 냈다. 그러자 다음 날 새정치연합 사이트 자료실에 게시됐던 블루바이크 캠페인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바이크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조치도 없자 지난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들을 고소했다. 9일에는 추가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제품 포장 및 배송을 맡았던 물류업체의 B 대표는 “오죽하면 마포대교 난간에 올라서서 이 억울함을 알려야 하나 생각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또 “제가 가진 물류창고 2곳으로는 모자라서 경기 파주, 포천 등의 물류창고 4곳을 빌렸는데 매달 1200만원씩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가 구두로 용품 주문을 지시했더라도 중앙당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중앙당에서도 관계자들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명품 수입차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 타보니

    명품 수입차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 타보니

    마세라티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엔진 소리를 글로 옮기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시동을 켜는 것과 동시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기분 좋은 중저음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요란한 굉음을 앞세우는 스포츠카도, 승차감을 앞세우는 세단도 아니라며 자기 정체성을 소리로 표현한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자동차 튜닝 전문가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동원해 악보를 그려 가며 엔진 소리를 조율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단지 소리 때문에 액셀에 자꾸 발이 갈 정도니 이 분야에선 명불허전인 듯하다. 고속도로 위에 올라간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는 주행 성능 면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올라가는 속도에 운전하면서 늘 속도 위반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3.0ℓ V6 엔진이 이 정도면 상위 모델인 3.8ℓ V8 엔진은 어느 정도일까. 상상이 기대를 낳게 만든다. 시승한 S Q4는 최고 출력 410마력, 최대 토크 56.1㎏·m를 구현한다.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4.7초이니 어지간한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제한을 걸어 놓은 탓에 최고 시속이 284㎞다. 최근 고급 수입 차종에 유행처럼 쓰이는 신형 ZF 자동 8단 변속기는 더욱 세밀한 변속과 높아진 연비(ℓ당 7.6㎞)를 안겨줬다. 4륜 구동인 데다 서스펜션 역시 수준급이어서 시속 200㎞에 가까운 속도에서도 도로를 움켜쥔 채 달리는 느낌이다. 도로 상황에 맞춰 토크를 재분배해 주기 때문에 웬만한 곡선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 운전대에 앉은 이를 우쭐하게 하는 대목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상어 머리를 형상화한 앞태부터 물 흐르듯 유려한 측면부와 후면, 특유의 삼지창 로고까지 마세라티의 디자인은 강인함 속에 우아함을 갖췄다. 거리에서 무수히 꽂히는 부러운 시선을 은근히 즐기게 한다. 마치 킬힐에 미니스커트를 차려입은 연예인과 팔짱을 끼고 유유히 활보하는 기분이다. 흔해져 버린 벤츠나 BMW를 몰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달콤한 경험. ‘이 맛에 마세라티를 타는구나’라는 속물근성이 삐져나올 정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부 실내 장식의 디자인과 꼼꼼함은 동급의 벤츠나 BMW와 비교해 2% 부족하다. 전작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11㎝ 정도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동급의 벤츠나 재규어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승차감과 운전 소음 역시 감점 요인이다. 단 마세라티는 운전자에게 드라이빙의 재미를 넘긴 채 뒷자리에 탈 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가격은 거만하다. S Q4의 가격은 1억 6810만원이다. 마세라티의 수입사가 엔트리급 일부 모델의 가격 정책을 손볼 예정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너무 먼 당신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광주시장 후보 지지율 높이려 ‘최명길 vs 태진아’ 나섰다

    광주시장 후보 지지율 높이려 ‘최명길 vs 태진아’ 나섰다

    광주시장 후보 지지율 높이려 ‘최명길 vs 태진아’ 나섰다 최대 격전지인 광주시장 선거에서도 연예인 간 ‘간접대결’이 흥미롭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는 윤장현 후보 지지에 나섰고, 가수 태진아씨는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위한 로고송을 불렀다. 최명길씨는 김 대표와 함께 2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윤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유스퀘어 광장에서 시민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윤장현 후보 부인도 참석할 예정이다. 단아한 외모에 주로 중년층에게 인기가 있는 최명길씨는 김 대표와 함께 서울 등 수도권에서 ‘맘(MOM) 편한 이야기’ 행사를 해 주부층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수 태진아씨는 자신이 직접 강운태 후보 로고송을 녹음했다. 자신의 히트곡인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동반자’를 개사해 ‘시장은 아무나 하나 기호 5번 강운태입니다’를 직접 불렀다. 강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 태진아씨가 ‘흔쾌히’ 받아들여 로고송을 제작했으나 세월호 참사 여파로 로고송을 활용하지 않다가 최근 며칠 전부터 유세차량 등에서 틀고 있다. 강 후보 측은 태진아씨의 노래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 한모씨는 “광주시장 선거가 치열하다 보니 최명길씨도 직접 보게 되고 태진아씨 목소리도 직접 듣게된다”며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주시장 여론조사 결과 ‘시소 게임’ 전국적 관심사 부상

    광주시장 여론조사 결과 ‘시소 게임’ 전국적 관심사 부상

    광주시장 여론조사 결과 ‘시소 게임’ 전국적 관심사 부상 광주시장 선거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새정치연합이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한 데 이어 이에 대한 반발 여론에 힘입어 무소속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잇따르고 있다. 무소속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는 2일 “시장에 당선되면 시민자치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후보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광주공동체 완성을 위해 광주발전을 염원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진보, 보수, 여야 정당, 무소속을 모두 아우르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시민자치 공동정부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광주공동체의 분열과 씻기 어려운 반목을 조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는 같은 날 “악성 네거티브 선거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무차별 폭로와 비방, 신상 털기 등 악성 네거티브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이 시간 이후 그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하는 악성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며 “비방과 비난, 흑색선전 등 구태정치로 표를 얻기보다 공명정대한 선거방식으로 시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소속 강운태 후보는 “윤 후보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윤 후보가 실천에 옮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는 윤장현 후보 지지에 나섰고, 가수 태진아씨는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위한 로고송을 부르는 등 연예인 간접대결까지 등장했다.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 결과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운태 후보가 앞선 가운데 윤장현 후보의 추격으로 초접전 양상도 벌어졌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광주 유권자 511명(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3%p)을 대상으로 유선전화(69%)와 무선전화(31%)를 이용해 RDD(임의 전화걸기)방식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강운태 후보 38.7%, 윤장현 후보 28.2%로 강 후보가 10.5%p 앞섰다. MBC와 SBS가 여론조사기관인 TNS, R&R 등에 공동의뢰해 지난달 26∼28일 유권자 500명(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을 대상으로 유선전화(68%)와 무선전화(32%)를 이용해 RDD 방식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강 후보 36.5%, 윤 후보 31.4%로 강 후보가 5.1%p 앞섰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유권자 500명(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을 대상으로 유선전화(50%)는 RDD 방식으로 무선전화(50%)는 패널 DB를 활용해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윤장현 후보 34.4%, 강운태 후보 33.3%로 윤 후보가 1.1%p 앞섰다.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기독교의 무엇을 어떻게 담을까

    한국기독교의 무엇을 어떻게 담을까

    개신교계의 숙원사업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역사문화관) 건립과 관련해 교계 안팎의 여론을 수렴하는 첫 공청회가 열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사문화관 건립위원회는 오는 3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무엇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모임에서는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국내외 박물관의 전시물·사료 분석과 역사문화관 사료 모집의 기준점, 건립의 공감대 형성과 명확한 목표점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김권정 박사(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개’와 장로회신학대 임희국 교수의 ‘미국장로교 아카이브 소개’에 이어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의 전시물과 전시방안’에 대한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발제 후에는 세계선교신학대 김승태 교수, 이성숙 여성사전시관장, 채현석 전 건국대박물관장이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무엇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이에 앞서 개신교계가 지난 2월 발족한 역사문화관 건립위는 NCCK 회원교단(예장통합·감리회·기장·구세군·성공회·복음·기하성·정교회·루터회)과 비회원교단(예장합동·예장합신·예장백석·기성·기침·독립교단)을 비롯해 연합기관 소속 목회자와 학계, 정·재계를 포함한 한국교회 대표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편 건립위는 최근 제작한 역사문화관의 로고를 22일 공개했다. 건립위는 “새 로고는 한국 역사와 교회를 품고 우리가 함께 역사를 이어가야 함을 형상화했다”며 “건립위 전체 슬로건인 ‘이음과 엮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6·4 지방선거 D-14] 율동 없애고 로고송 최소화… 여야 앞다퉈 ‘조용한 선거’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6·4지방선거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 개시일인 22일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조용한 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유세과정에서 율동을 전면 금지하거나 로고송을 최소화하는 등 괜한 역풍을 우려해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과거 선거가 민주주의 축제나 잔치 분위기에서 치러졌던 것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20일 지방선거 유세에서 중앙당이 제작한 공식 로고송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율동은 전면 금지하도록 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2일부터 정상적인 유세활동을 시작하되 조용한 선거운동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모든 후보자와 전 당원이 국민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도록 더욱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부터 당을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윤 사무총장이 선거 종료일까지 여의도 당사에서 취침하며 선거 상황을 24시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선거를 최대한 차분히 치르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유세에서 율동을 금지하고 당원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도 자제하도록 했다. 월드컵송의 하나인 ‘승리를 위하여’를 대표 로고송으로 선정했었으나 세월호 참사 후 이를 취소하고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등 희망을 주는 곡을 사용하기로 했다. 박용진 홍보위원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국민의 말씀을 듣고 응답하겠다는 콘셉트로 선거를 치르겠다”면서 “기존의 선동형, 축제형 유세가 아니라 타운홀 미팅(자유공개토론)형의 유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어깨띠와 현수막, 점퍼 등 소품에 모두 노란 리본을 달도록 했고 캐치프레이즈 역시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를 내세웠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 캠프도 이번 선거에 유세 차량을 쓰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가진 캠프개소식도 ‘오픈하우스 캠프’라는 이름으로 요란한 행사 없이 차분하게 진행했다. 반면 모바일 중심의 쌍방향 소통은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선거운동용 애플리케이션인 ‘내 손 안에 상황실’을 만들었다.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선거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6·4 지방선거 D-16] 與 수도권 위기감 속 ‘반성론’ vs 野 앵그리 맘 공략 ‘심판론’

    [6·4 지방선거 D-16] 與 수도권 위기감 속 ‘반성론’ vs 野 앵그리 맘 공략 ‘심판론’

    ■ 與 ‘수도권 한 곳이라도’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 참패의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19일 발표될 청와대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대국민 담화에 담긴 진정성이야말로 국민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지방선거 전 마지막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8일 “사실상 담화의 수위가 선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면서 “(대국민 담화가) 국민 여론의 호응을 받으면 일상복귀론도 자연스럽게 탄력을 받겠지만, 만에 하나 여론이 더 악화된다면 선거가 주체할 수 없는 결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세연 6·4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통화에서 “쉽지 않은 선거지만 수도권에서는 최소 한 곳 이상 확보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생각한다”면서 “승패나 유불리를 감히 논할 수 없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어느 정당이 국가 시스템의 전면 혁신을 더 깊이 있게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책 대안 제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일상복귀론’을 놓고선 중앙선대위 내부에서도 찬반론이 교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중앙선대위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2일부터 지방 위주로 당 상징색인 빨간 점퍼 착용, 로고송 게시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은 후속 민심수습 대책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특검 실시에 대해 “검찰 수사가 미진하고, 국민들이 이에 대해 합리적 의혹을 제기한다면 여당이 선제적으로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해진해운 관련 범죄에 관여한 사람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현행법 때문에 못 한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겨냥한 ‘유병언법’의 상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野 ‘수도권에 승부수를’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현재 6·4 지방선거에서 최소 여섯 곳을 광역단체장 당선 가능 지역으로 분류하고, 3곳 정도를 경합 지역으로 보고 있다. 당은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워 ‘앵그리 맘’을 핵심 공략 계층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여론조사와 당 내부 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호남 3곳과 서울, 인천, 충남 등을 당선이 유력한 지역으로 꼽고 있다. 노웅래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과 인천은 지지율이 들쑥날쑥한 지역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여당의 대처에 대한 실망감과 비판론이 형성되면서 야당 후보들이 앞서가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며 “여기에 백중세인 강원과 충북, 세종시 등에서 선전한다면 최대 9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열세였던 경기에서도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어 막판 뒤집기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반사이익을 보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판세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내면적으로 분노하고 있지만 저희 당에 대한 지지나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투표 참여 의지와 같은 것으로 조직화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 기준으로 적극적 투표층은 40%를 약간 넘는데, 이 기준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선거”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선거대책위원회 명칭을 ‘국민안심선대위’로 결정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2일부터 당을 선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최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이념 공세와 박심(朴心) 마케팅 등의 보수층 결집 전략에 대해 세월호 심판론으로 맞서면서 동시에 ‘조용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22년 된 쏘나타의 회춘

    22년 된 쏘나타의 회춘

    “가게 앞에 세워 놨더니 무슨 차인가 싶어 한 번씩 쳐다보네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는 홍영표(45)씨의 22년 된 쏘나타는 수억원짜리 럭셔리카가 부럽지 않다. 오래된 듯한데 어제 막 뽑은 새 차처럼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자태로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호기심 가득한 젊은이들은 외국 영화에 등장한 클래식카를 발견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한다. 홍씨에겐 재산목록 1호였지만 보름 전만 해도 앞 유리창에 달갑지 않은 폐차장 광고지만 수북하게 쌓였던 차였다. ‘다들 주저앉을까 봐 걱정하던’ 그의 쏘나타가 새봄을 맞아 ‘회춘’(回春)하게 된 건 현대차의 복원 프로젝트 덕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7세대 LF쏘나타의 출시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10월 ‘쏘나타 기네스’ 이벤트를 열었다. 1~3세대 모델을 대상으로 최고연식, 최다 주행거리, 최장기간 보유자를 찾는 행사에 1500여명이 몰렸다. 특별한 사연이 담긴 쏘나타를 세대별로 1대씩 선정해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1988년에 나온 2세대 모델인 홍씨의 차가 가장 먼저 제 모습을 찾았다. 지난 12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현대차 북부서비스센터에서 환골탈태한 쏘나타를 인도받은 홍씨는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좋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92년 제과점 창업과 동시에 구입했지만 차가 달린 거리는 고작 6만 6000㎞. 1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두 아이를 돌보며 생업에 집중하느라 근거리 배달용으로만 썼다. “잔고장, 사고 없이 20년 넘게 함께해 왔으니 ‘행운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죠. 또 소음도 적고 이 차만큼 잘 달리는 차도 없어요.” 복원 작업을 주도한 유기석 현대차 북부서비스센터 판금도장팀장은 새내기 시절 출시됐던 옛 쏘나타의 출현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야매’로 흔적을 땜질해 온 외관은 볼썽사나웠다. 움직임이 적어 지면의 습기를 그대로 빨아들인 차체는 도장을 벗겨낼수록 심하게 부식한 몰골을 드러냈다. 엔진과 하체 상태가 좋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비사들이 처음엔 (일을 맡길까 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기도 했어요(웃음).” 경력 20년의 정비사 6명이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는 심정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 팀장은 “각을 잘 살려 도장을 하는 게 중요한데 이 모델을 본 적 없는 젊은 기술자들은 엄두를 못 내죠. 우리 모두에게 진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덮개를 걷어내자 은회색 쏘나타가 빛을 뿜었다. 시간을 두 배나 들여 흡집에 강한 수용성 도장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공을 들인 덕이다. 머플러, 브레이크 시스템, 도어트림까지 죄다 교체했고 번호판은 물론 지금은 볼 수 없은 ‘HYUNDAI’ 로고가 박힌 뒤태도 살아났다. 복원에 들어간 돈은 자그만치 1300만원. 유 팀장은 “부식이 심한 일부 외장 패널은 금형을 새로 짜서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25일 대한민국 최장수 브랜드(26년)의 전통을 부각시키고자 쏘나타 모터쇼를 연다. 이 자리에 홍씨도 초대돼 차는 물론 그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커버스토리] 은밀하게, 치밀하게… 30초 노출 전쟁

    [커버스토리] 은밀하게, 치밀하게… 30초 노출 전쟁

    요즘 드라마 시장은 간접광고(PPL) 때문에 울고 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1월 방송법이 개정돼 PPL의 허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PPL 규모는 매해 평균 40%가량 상승하고 있다. 요즘은 시청자들의 리모컨 재핑(채널 이동) 현상이 심해 프로그램 앞뒤의 광고 주목도가 낮아져 아예 드라마 속에 광고를 녹이는 PPL 기법이 유행하고 있는 것. 2~3개월 동안 꾸준히 특정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고 케이블을 통해 자주 재방송되는 것도 PPL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이유다. PPL이 가장 많이 붙는 방송 장르는 트렌디 드라마와 일일 홈드라마이다. 드라마 장르 특성상 신제품을 노출하기 좋고 무엇보다 주부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 드라마나 의학 드라마는 무거운 분위기 탓에 PPL이 재미를 보기 어려운 장르로 꼽힌다. PPL이 TV 화면에 노출되기까지는 작가, PD, 배우, 광고주 등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보통 PPL은 PPL 업체에 소속된 드라마 마케팅 프로듀서가 담당한다. 이들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계약한 PPL 업체의 이름과 노출 횟수 등이 담긴 자료를 작가에게 건네면 작가는 적당한 에피소드에 제품을 녹인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존심 센 거물급 작가들의 경우 PPL을 꺼려 했지만 최근에는 PPL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방송 관계자들은 “고액의 출연료, 원고료 등으로 제작비가 높아져 외주 제작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작가들의 원고 협조가 비교적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덕분에 요즘은 김수현, 노희경, 이경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도 PPL이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 PPL이 등장하는 방식도 갈수록 진화한다. 생뚱맞게 제품만 노출되는 방식은 옛말. 드라마 내용 전개에 있어 ‘필연적’ 요소로 둔갑하는, 다시 말해 PPL에도 스토리텔링 기법이 적용된다. 가장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기법이 등장인물의 직장(직업)을 통해 노출되는 방식이다.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남자 주인공 준구(하석진)가 대표로 있는 전자회사나 태원(송창의)이 잡지사 대표로 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모두 제작 지원 및 PPL에 참여한 업체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지난해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오영(송혜교)이 립스틱을 바르는 설정으로 PPL 제품의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무리한 PPL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PPL을 동원하려다 보니 작가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경희 작가는 지난해 인기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가 제작 지원을 한 ‘치킨 마루’와 이름이 같아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 후유증은 후속작의 PPL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작가가 집필한 KBS 새 주말연속극 ‘참좋은 시절’에는 ‘참좋은 여행’, ‘참존 화장품’ 등 드라마 제목과 비슷한 업체의 PPL 제의가 잇따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드라마에 PPL을 전혀 티 나지 않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작가도 있다. 김은숙, 박지은 작가가 그들이다. 김 작가는 PPL 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제품 이름을 바꿔 작품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작가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때부터 PPL을 자유자재로 활용했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 또다시 대박을 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작가는 PPL로 제작비 지원이 원활해야 드라마 스태프들의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 줄 수 있다는 윈윈 의식이 강한 대표적인 스타작가”라고 귀띔했다. PD의 협조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 PPL 대행사의 관계자는 “PD는 드라마가 자기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배우나 작가보다 설득하기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감독이 PPL이 과도하다면서 촬영을 거부해 배우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와 PD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PPL 업체의 제품을 착용하는 결정권은 상당부분 배우에게 있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는 아무리 비싼 PPL이라 해도 배우가 거절한다면 백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상당수 배우들은 상황이 억지스럽다는 이유로 PPL을 거절하거나 자신이 모델로 있는 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PPL이 들어올 경우에도 난색을 표한다. 극 중 스타가 제품 모델로 있는 업체에서 PPL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건 그래서이다. 또 반대로 PPL을 먼저 했다가 해당 업체의 모델로 극 중 배우가 발탁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시장이 급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는 PPL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최근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캠핑 장면에서 출연진이 PPL 협찬을 한 A업체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착용했지만, 경쟁사인 B업체의 모델인 주연배우 이민호는 그 장면에서 빠지고 나중에 합류하는 식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SBS 주말연속극 ‘결혼의 여신’은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제주도 올레길 데이트 장면에서 남녀 주연배우 남상미와 이상우에게 협찬했던 아웃도어 의상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해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배우의 스타일리스트가 하필 신상품이 아닌 전년도 상품을 골라 재고가 다 떨어져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해프닝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한 광고주들의 요구도 점점 집요해지고 있다. 카메라 등 전자제품의 경우 로고만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진 전송 등 세세한 기능까지 노출하거나 커피숍의 경우 음료수뿐만 아니라 빵이나 과자 등 부속 음식까지 소개하면서 “맛있다”는 대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식이다. 요즘 모양이 비슷비슷해진 휴대전화의 경우는 앞, 뒤, 옆 등 3면을 모두 노출시켜 달라는 요구까지도 보태진다. PPL 때문에 극 중 인물의 직업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중견 연기자는 PPL 때문에 직업이 어묵 장사에서 양장점 운영주로 바뀌었다. 드라마 흐름에 따라 관련 제품의 PPL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는 화장품 업계를 소재로 다뤘지만 결국 마지막에 회사가 망한다는 설정 때문에 화장품 PPL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PPL 시장이 확장하면서 극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무리한 PPL은 갈수록 골칫거리다. 최근 종영한 KBS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은 만년 백수였던 왕돈(최대철)이 PPL 업체였던 피자 체인의 사장이 되는 설정으로 막을 내렸고 지난해 SBS 사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주막에 PPL 업체의 로고를 무리하게 넣으려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아침 드라마에서 출연자가 “요즘에 황사가 얼마나 심한데 예민한 내 피부 좀 생각해줘”라면서 PPL 업체의 로고가 노골적으로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최근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집집마다 똑같이 놓인 인터넷 전화기가 거슬린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방송법에 명시된 규정을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한류 바람을 타고 국내 중소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등 순기능도 있으므로 규제만 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케팅 프로듀서 임정민씨는 “극의 흐름을 저해하는 과도한 PPL은 자제되어야 하겠지만 한류 드라마의 경우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발판이 되는 등 순기능이 많고 드라마 시장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 크다”면서 “국내는 외국에 비해 법 규제가 까다로워 대기업이 PPL을 꺼리는 등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교황의 깜짝고백 “한국을 사랑한다”

    교황의 깜짝고백 “한국을 사랑한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바티칸에서 추기경으로 공식 임명됐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는 고 김수환(1969년) 추기경, 정진석(2006년)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추기경을 배출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 2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15개국 19명의 새 추기경 가운데 12번째로 추기경으로 선포됐다고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3일 발표했다. 서임식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 이름을 라틴어로 일일이 호명했으며 염 추기경은 ‘안드레아 염수정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이란 이름의 추기경으로 선포됐다고 서울대교구 측은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신임 추기경들과 함께 신앙고백과 충성서약을 마친 데 이어 교황과 포옹을 했으며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 추기경 반지를 수여받았다. 주케토는 성직자들이 쓰는 작은 모자이며 비레타는 주케토 위에 쓰는 삼각 모자로 성부·성자·성령의 삼위를 상징한다. 추기경 반지는 사도 베드로의 후계인 교황과의 일치를 뜻한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로마시내 트레스테베레 지역의 성 크리솔로고 성당을 명의 본당으로 지정받고 이 성당의 명의사제로 임명하는 칙서도 받았다. 한편 이날 서임된 새 추기경 가운데 염 추기경을 비롯한 16명은 80세 미만으로 교황 선출 투표권을 갖는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교황선출권을 갖는 추기경은 122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서임식은 폐쇄회로 TV를 통해 성베드로광장의 군중에게 중개됐으며 한국인 참관객들은 염 추기경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했다고 서울대교구 측이 전했다. 서울대교구 측은 특히 염 추기경이 서임식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하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한국인들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24일 열릴 예정이던 새 추기경들의 교황 공식 알현 행사는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이날 교황 알현 때 교황의 방한을 적극 요청하고 이에 대한 교황청의 공식적인 교황 방한 일정이 공표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이와 관련해 염 추기경은 서임식에 앞서 지난 21일 열린 추기경 회의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에서는 현재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고 있다”며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으로 흩어져 가족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과 이번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된 상봉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강복해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26일 로마를 출발, 27일 오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수직적 리더십 집권 전보다 심해… 메르켈 민심 수용 새기길”

    “수직적 리더십 집권 전보다 심해… 메르켈 민심 수용 새기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과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중앙대 명예교수)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1년에 대해 “‘내 생각이 원칙’이라는 식의 대통령 리더십으로는 민주주의적 국가 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박하게 평했다. 이날 서울신문사에서 이뤄진 특별대담에서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의 집권 1년과 여야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내각제 개헌이 바람직하다. 시기적으로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대담 내용.→박 대통령의 1년 국정운영을 점수로 매긴다면. 윤여준(이하 윤) 저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리더십의 성격이 수직적, 폐쇄적, 권위적이라고 비판했다. 집권 이후를 보니 제 걱정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집권 1년도 되기 전에 사회 일각에서 퇴진운동이 일어났다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시간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이상돈(이하 이) 본인 내재적인 측면도 있지만 전임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정국 등 의도치 못한 측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벽파계획’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대통령 지시사항이 ‘벽’이라면 공무원들이 벽을 깨부수듯 지시사항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국정운영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이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럴듯하게 꾸미거나 회피하는 언행을 못해 더 진통을 겪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 박 대통령 특유의 ‘원칙과 신뢰’의 태도는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내 생각이 원칙이다’는 규정자 의식은 곤란하다. ‘내가 아니면 아니다’는 고집으로는 안 된다. 이 박 대통령과 비교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한국에선 ‘대타협의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2005년 총선 당시 메르켈은 슈뢰더 전 총리의 우파적 개혁정책 ‘어젠다 2010’이 사회적 반발을 얻은 덕분에 집권했는데 집권 뒤 자기 원칙은 폐기하고 슈뢰더 정책을 받았다. 메르켈이 선거에 나타났던 민심을 받아든 게 아닌가 생각해볼 부분이다. →대통령 단임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윤 민주국가는 반응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 지금은 반응성은 거의 없고 책임성도 물을 수 없는 상태다. 5년 단임제라는 정치제도의 탓이 크지만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의 탓이 크다. 이 대통령 단임제라고 국민심판을 안 받는 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했고 그 외 여권이 중간선거에서 매번 패하지 않았나. 윤 여당에 (중간선거로) 책임을 묻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2012년 총선 직전 한나라당이 당 이름과 로고를 다 바꿨다. 집권세력을 심판할 중요계기를 앞두고 심판의 대상을 바꿔버린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제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개헌한다면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 분권형이나 이원집정부제는 의미가 없다. 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의원내각제로 가는 게 맞다. 개헌논의는 국회에서 하면 된다, 블랙홀이 아니다. 개헌논의를 국민에게 개방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학자들은 권력집중의 폐해 때문에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저는 동의 안 한다. 권력은 나뉘지 않는 속성이 있는데다 요즘 국가안보, 내정 등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다. 내정과 안보를 줄 긋듯 분리하기 어렵다. →분권형이나 대통령중임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분권형 대통령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 윤 결국 사람이 먼저냐 제도가 먼저냐의 문제다. 제도를 통해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 →6·4지방선거의 정치·역사적 의미와 야권연대나 전격 통합의 가능성은. 윤 이번 선거가 중간심판의 성격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집권 1년차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간심판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 여론 관심이 온통 안 의원의 신당, 야권연대에만 쏠려 있는데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방분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방선거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지도자들이 ‘야권연대’, ‘단일화’, ‘신당’ 같은 말초적인 데에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야권분열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는 주장은 원천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지금 민주당의 전체 판세를 보면 여당을 이기지 못한다. 신당 창당 여부와 관계없이 지는 선거다. 우리는 이미 (민주당이) 잃어버린 표를 가져올 뿐이다. 이번 기회에 신당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당선시키느냐도 중요하지만 새 정치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이 구정치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냐 혹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냐를 놓고 볼 때 이번 선거는 불행히도 후자 쪽이 더 강하다. 민주당의 문제는 항상 호남이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개혁, 쇄신을 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100년 만에 동북아 안보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 역사문제와 안보·경제 분야는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엔 한·일 관계에 비공식 채널이 있었는데 이제는 끊어져 버린 게 아닌가 걱정도 든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어야 함은 말할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이 국내정치의 긴장을 풀어야 남북관계도 풀린다. 윤 일본에는 아베 총리의 극우적 언행에 반대하는 지식인, 중산층 계층이 두껍다. 이들과의 시민적 교류를 병행해야 한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중 지도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외교안보라인을 보면 군 출신, 국방통은 많지만 외교안보통은 보이지 않는다. →역사교과서 논란은 어떻게 보나. 윤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해석학의 영역으로 과거 사건에 대해 해석상의 논쟁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이념을 앞세운 나머지 사실 관계조차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념 잣대에서 불리하면 팩트를 고치는 게 어떻게 교과서인가. 역사학자들이 학문적 논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미국 고등학생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지휘관 이름은 몰라도 일본계 주민들을 집단수용소에 가뒀던 것은 다 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보도연맹, 노근리 사건은 아는데 6·25 전쟁의 중요 전투는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권위 있는 우파 전통의 교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관련 특별검사제 도입 논란이 장기간 지속됐다. 이 의혹이 터져 나왔던 지난해 여름에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했으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윤 박 대통령이 업보로 짊어지고 가야 한다. →야당의 특검 정치공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이 야권에서 정치공세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해 재판하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믿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붕괴한 마당에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시도한다 해도 이에 실패한 정권·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대선 불복을 떠나 야권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이슈다. 대선개입의 규모보다 국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객관적 사실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으로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앞으로 이 정부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것이다. →지도자 자질 논란이 많다. 국가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를 알아야 한다. 영국은 그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마가릿 대처, 토니 블레어를 총리로 원했다. 성공하는 대통령·총리는 ‘소통과 위임의 달인’이 돼야 한다. 소통은 기본이고 좋은 사람을 써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로 혼자서 껴안고 가면 100% 실패한다. 세세한 문제도 챙긴 미국 존슨, 카터 전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된 이유다. 윤 대통령은 두 가지 기초소양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의 핵심 가치가 공공성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공인 의식이 없으면 권력을 마치 물려받은 유산처럼 착각해 모든 병폐의 근원이 된다. 둘째,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윤 의장이 안철수 의원에게 다시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 지금 새 정치의 심벌은 안철수다. 새 정치 요구 현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에 생겼고 안철수란 사람이 다른 정치인과 다르기 때문에 이름 석자 앞에 ‘새 정치’란 단어가 붙은 것 아니겠나. 새 정치를 만드는 데 헌신한다고 했으니 도울 뿐이다.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은 제 소망이 있지만,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면 돕지 않았을 거다. 진행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상돈 前비대위원은 새누리당 쇄신과 19대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12년 초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정치쇄신위원으로 활동하며 박근혜 후보의 중도보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비판적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최근 새정추에 합류해 창당 준비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 의장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각종 선거에서 이름을 날린 보수진영의 대표적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문민정부 때에는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다.
  • ‘명가재건’ 리버풀 새 유니폼 “멋지네”

    ‘명가재건’ 리버풀 새 유니폼 “멋지네”

    이번시즌 ‘명가재건’에 성공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가시권에 두고 있는 리버풀의 2014-15 시즌 유니폼 디자인이 유출되어 팬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홈, 어웨이, 서드(third) 유니폼은 심플한 디자인에 리버풀이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색을 조합하여 디자인 된 것이며, 가슴 부분엔 리버풀의 스폰서 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로고가 박혀있다.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번 시즌보다 낫다’는 반응이다. 특히 리버풀의 상징인 붉은 색 칼라를 심플하게 사용한 홈 유니폼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며 각각의 팬에 따라, ‘어웨이 유니폼이 별로다’라거나, ‘서드 유니폼이 너무 밋밋하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첫번째 사진= SNS에 유출되어 공유되고 있는 리버풀의 2014-15 유니폼 디자인.(트위터) 두번째 사진= 해당 유니폼에 대한 팬들의 반응.(트위터) 이성모 스포츠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맘마미아’ 김보민 이어 김영희 폭풍 눈물 ‘잔인한 차별 대우’ 경악

    ‘맘마미아’ 김보민 이어 김영희 폭풍 눈물 ‘잔인한 차별 대우’ 경악

    ‘김영희 눈물, 김보민 폭풍눈물’ ‘맘마미아’에서 김보민 아나운서와 개그우먼 김영희가 폭풍 눈물을 흘렸다. 1일 방송된 KBS2 ‘맘마미아’ 새해 특집에 출연한 김보민 아나운서와 김영희는 서러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보민은 “입사 당시 동기들 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노현정 아나운서였다. 방송을 할수록 차별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또 “부산 KBS로 순환근무를 갔을 당시 전임자가 강수정이었다. 한 선배가 ‘너는 강수정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도 별로고 방송도 못하는데 뭐로 어필할래?’라고 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김영희는 “개콘에 코너가 없으면 내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쓴다. 테이블마다 코너 이름이 붙어 있다. 새 코너 회의를 하러 왔는데 앉을 테이블이 없었다. 그게 민망해서 커피숍에 있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영희는 “솔직히 김지민 선배가 부러웠다. 모두들 그렇듯 기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꽃거지에 이어 뿜엔터테인먼트로 대박을 치더라”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김영희 눈물에 나도 짠했다”, “김보민 폭풍눈물, 얼마나 서러웠으면”, “김보민 김영희 눈물에 공감했다. 사회는 냉정한 곳이다”, “김영희 눈물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가 있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KBS(김영희 눈물, 김보민 폭풍눈물) 뉴스팀 boom@seoul.co.kr
  • 김보민-김영희, 못나갔던 과거 회상하며 눈물

    김보민-김영희, 못나갔던 과거 회상하며 눈물

    1일 방송된 KBS2 ‘맘마미아’ 새해 특집에 출연한 김보민 아나운서와 개그우먼 김영희는 서러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보민은 “입사 당시 동기들 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노현정 아나운서였다. 방송을 할수록 차별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또 “부산 KBS로 순환근무를 갔을 당시 전임자가 강수정이었다. 한 선배가 ‘너는 강수정처럼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도 별로고 방송도 못하는데 뭐로 어필할래?’라고 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김영희는 “개콘에 코너가 없으면 내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쓴다. 테이블마다 코너 이름이 붙어 있다. 새 코너 회의를 하러 왔는데 앉을 테이블이 없었다. 그게 민망해서 커피숍에 있기도 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영희는 “솔직히 김지민 선배가 부러웠다. 모두들 그렇듯 기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꽃거지에 이어 뿜엔터테인먼트로 대박을 치더라”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사진 = KBS 뉴스팀 boom@seoul.co.kr
  •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소니가 앞뒤로 몸을 흔든다. 몸을 숙일 때마다 등의‘보호외국인’이란 흰 글자가 형광등 불빛에 번쩍거렸다. 흔들림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 근무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여자 보호실에는 그녀와 나 단 둘뿐이었다. 입술이 바싹 타들어 갔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당직실로 연락하라고 이 반장은 말했었다. 소니가 요란하게 몸을 떨더니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당직실 내선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은 갔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반장은 밤새 직원이 당직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라 했었는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망연히 소니만 바라봤다. 소니는 비린내를 맡은 임산부처럼 헛구역질을 해댔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니가 말했다. “언니, 제발, 소니 물 줘.” 소니의 일그러진 입가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눌한 소니의 말투는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던 소니도 영문을 모른 채 나를 따라 웃었다. 보호소를 안내해주던 이 반장은 말했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소니한테 물어보라고. 저래 보여도 사무소에서만큼은 나보다 선임이니깐.” 이 반장은 소니를 가리키면서도 내 쪽을 흘끔거렸다. 철장 안의 소니보다 나를 더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살아오며 항상 마주쳐야 했던 눈빛이었기에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면 많은 혼혈을 봤을 텐데. 마치 외국인을 처음 본 사람처럼 계속해서 곁눈으로 슬그머니 흘겨봤다. 아마도 같이 일하는 사람 중 혼혈은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이 반장이 가리키고 있는 소니를 쳐다봤다. 내 옅은 커피색 피부보다 소니의 피부는 희었다. 소니의 피부는 한국인들이 살색이라 부르는 옅은 귤색에 가까웠다. 나는 종이컵에 물을 따르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소니가 언니, 하며 나를 불렀다. 그녀는 한 아름 크기의 원을 손으로 그렸다. 나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지만 왜 그렇게 많은 물이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았다. 소니가 다시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가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왔다. 대야 한가득 담긴 물을 본 소니는 구역질을 멈췄다. 소니는 대야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수면 위를 내려다봤다.‘후훕 후훕’소니의 날숨과 들숨소리가 보호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을 내려다보던 소니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대야에 담갔다. 넘쳐난 물이 바닥을 적셨다. 정수리까지 잠기자 찰랑대며 흘러넘쳤던 물결이 잠잠해졌다. 소니의 숨소리가 사라지자 보호소는 파도가 멈춘 바닷가처럼 고요해졌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얕은 내 숨소리뿐이었다. 소니의 앞머리가 흘러내렸다. 수면 위로 소금쟁이 발자국 같은 작은 물결이 일렁였다. 얼마나 지난 걸까.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가라앉은 지 오래였고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소니는 미동조차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마음이 초조해졌다. 철창을 열려는데 소니가 대야에서 고개를 들었다. 물방울들이 그녀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다. 소니가 소매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소니 땅 멀미했다. 이젠 괜찮다.” 땅 멀미? 배를 오래 탄 선원들이 뭍에 올라오면 멀미를 한다고 하던데, 그걸 말하는 건가. 소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온전히 자기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소니는 지금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쇠창살에 기대앉은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바다에 살았다. 발, 땅에 안 디뎠다.” 물방울이 소니의 이마에서 볼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다. 채 마르지 않은 물방울의 궤적을 따라 형광등 불빛이 반사됐다. 소니가 손바닥으로 얼굴의 물기를 훔치며 말했다. “소니 여러 여름 전, 바다 떠났다.” 그녀는 땅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라선 땅은 흔들렸다. 바다에서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울렁거림을 겪어야 했다. 바다를 떠나야 했던 이유를 그녀가 설명했지만 어눌한 발음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땅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에서도, 쪽방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매 순간 속은 메슥거렸다. 나는 며칠 전 봤었던 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소수종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바다 집시라 불리는 그들은 육지에 올라오면 오히려 멀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와 주변 국가의 압력 때문에 땅에 정착해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엄마가 동생을 낳다 죽었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얼굴도, 목소리도 심지어 그녀의 국적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내 피부색을 보며 다큐멘터리에 나온 저들처럼 바다와 강렬한 해가 있는 지역 출신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소니의 피부색은 그들이나 나보다 옅었다. 지하층 계단에는 해가 들지 않았다. 등이 나간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은 갈아주지 않고 있었다. 흐릿한 빛에 의지해 현관문을 열었다. 안은 말라버린 우물 속처럼 컴컴했다. 벽을 더듬자 콘크리트의 냉기가 손끝에 스며들었다. 스위치를 찾지 못한 나는 어둠 속에서 신발을 벗어야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채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무릎과 정강이로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찔끔 오줌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퀴퀴한 지린내가 밀려왔다. 나는 팬티를 갈아입을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침대까지 기어가 누웠다. 첫 밤샘근무였고 한밤중에 소동까지, 피로에 찌든 몸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얼마나 잔 걸까? 알 수 없었다.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눈가를 만졌다. 다행히 손끝에 느껴지는 물기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눈에 무슨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꿈을 꾸며 눈물을 흘린다는 걸. 무슨 꿈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치 교통사고 후의 기억상실증처럼 꿈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깨어날 때마다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허기가 엄습해왔다. 더듬거리며 일어나 방에 불을 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밤중이었다. 통증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라면 두 개를 끓였다. 밥까지 말아 먹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다 먹고 난 냄비를 싱크대에 놓았다. 수도꼭지를 틀자 빈 냄비 속으로 물이 쏟아졌다. 냄비 속 옅어진 갈색 국물이 거품을 내며 소용돌이쳤다. 밥풀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리다 넘쳐나는 물을 따라 개수대로 흘러갔다. 땅멀미를 한다는 소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미할 때처럼 속이 울렁였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동생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울렁임은 더욱 심해졌다. 배를 채우면 이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지 않을까. 찬장에서 감자칩을 꺼내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듯이 넘겼지만 메스꺼움은 쉬이 달래지지 않았다. 보호실 철문이 열리고 이 반장과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이런 곳이 처음인지 창살 안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어린이 팔뚝만 한 쇠봉이 한 뼘 간격으로 세워진 창살 안에는 다양한 피부색의 여자 외국인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마루 형식으로 된 바닥에 국적별로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소니만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사무소 직원이 아닌 듯 남자는 관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검은색 쟈켓에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특징 없는 인상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십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이 반장이 소니를 조사실로 호출했다. 남자는 조사실로 들어갔다. 둘은 삼십 분 정도 조사실에 있었다. 가끔 소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웃음이었다. 끈적끈적하니 교태가 묻어있는 웃음이었다. 조사실에서 나온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어그러뜨렸다. 황당하다는 웃음 같기도, 싱겁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남자와는 다르게 뒤따라 나오는 소니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남자는 이 반장에게 짧게 말을 전한 후 돌아갔다. 나는 이 반장에게 다가갔다. 저분은 누구예요, 라는 내 물음에 이 반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순순히 돌아갔다. 내 태도에 이 반장은 당황한 듯싶었다. 쩝쩝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시더니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소니가 진짜 이름일까?” 나는 그제야 이 반장이 비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지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잘 직시하지 못했다. 나의 피부색을 처음 본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는 바로 꼬인 가방끈을 고쳐 매듯 낯을 바꾼다. 마치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어떤 반감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본 나로서는 더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 반장은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히고는 말했다. “당연히 진짜 이름 아니지. 소니 들어봤잖아. 워크맨 만드는 전자회사” 작년 겨울, 한 베트남인이 여고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은 십분 정도 모 포털 사이트 검색어 톱을 차지했다. 첫눈이 오기 전날 대대적인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이 벌어졌다. 그날 밤 노래방을 덮친 경찰은 손님의 노래에 맞춰 탬버린을 치고 있는 소니를 붙잡았다.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첫눈을 맞으며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졌다. 그녀의 지문과 일치하는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넘겨진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사무소 내에 있는 보호실에 임시로 수감된다. 제일 먼저 그들의 국적을 확인하는데 가끔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국적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니는 아예 한국어를 모르는 척했다. 여러 언어의 통역사들이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연기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협조하지 않는 한 그녀의 모국어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굉장히 난감해했다. 직원들은 소니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수거된 소지품에서 신원의 단서를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신분증부터 휴대폰, 수첩, 메모 등. 그러나 그녀의 소지품이라고는‘SQNY’라고 로고가 박힌 짝퉁 휴대용 라디오뿐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은 발각되었지만, 그녀의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신원의 실마리가 될 이야기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해 겨울 마지막 눈이 녹았지만, 여전히 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심문에 잘 대답하다가도 신분이 노출될 만한 질문이 들어오면 입을 다물거나 딴소리를 해댔다. 그 엉뚱한 말들 때문이었을까, 심문했던 직원들 중 몇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보내져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 그녀의 사진이 포함된 협조문도 보내졌다.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사의 소견과 자기네 국민이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몇몇 국가는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보호실은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 임시 수용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골치 아플 것을 눈치챈 외국인 보호소는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이름이 없으니 불편함을 느낀 직원 하나가 그녀를 소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 이름이 맘에 들었는지 자신을 소니라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근무 첫날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이 반장에게 했다. 소니가 바다에서 왔다는 내 말에 이 반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소니는 신입이 오면 꼭 한 번씩 골탕을 먹이더라고. 내가 말해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냥 맘 편하게 신고식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해.” 이 반장은 은근히 흐뭇해하는 눈치였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이 반장은 말했다. “나도 올 초 여기 사무소로 발령받아 왔을 때 감쪽같이 속았다고. 소니가 자기는 동생한테 이름을 빼앗겼다는 거야.” 소니는 자신이 일 가구 일 자녀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이 반장에게 말했었다. 소니의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다. 첫아이가 소니이자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됐던 그녀의 아버지는 앞으로 태어날 남동생을 위해 그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대신 미리 지어 놨던 남자 이름, 남동생에게 주어질 이름으로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곧 태어난 남동생이 가져가 버렸다. 그녀는 이름도 없고 서류상으로도 태어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소니의 비밀을 알게 된 이 반장은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 중국대사관에 동생 이름을 문의해 봤더니 그런 자는 없다는 거야.” 소니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해진 내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건드려진 것 같았다. 나는 만난 적 없는 엄마와 기억나지 않는 꿈을 떠올렸다. “아마도 소니는 여기서 두 번째 겨울은 나지 못할 것 같아.” 이 반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나 보다. 내 반응에 이 반장은 신이 났는지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윗분들이 그녀를 풀어주려 한다고 했다. 어차피 더는 그녀의 신원을 알아낼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둬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혹시 간첩이 아닐까 ’누군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방금 전 소니를 조사했던 남자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남자가 지었던 표정으로 봐서 그녀는 간첩이 아닌 게 분명했다. 창살 사이로 소니를 바라봤다.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녀는 시치미를 뚝 떼고 티브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터운 쌍꺼풀에 불거진 광대뼈, 두꺼운 입술 위로 큼지막하게 자리한 뭉툭한 코. 아무리 뜯어 봐도 어디 사람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속으로 삼키듯 소니를 발음해 봤다.‘SONY’라는 글자를 전 세계 사람 모두 소니라고 발음한다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똥별 같은 느낌을 주는 소니라는 어감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한다고 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았다. 비록 ‘SQNY’라 적힌 그녀의 라디오는 짝퉁이지만.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팔을 뻗어 보려 했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야간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낮에는 앓는 사람처럼 곯아떨어져 버렸다. 벨소리는 곧 끊어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동생에게서 부재중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 제사 때는 집에 올 거지?’ 동생의 문자를 다 읽은 나는 그대로 이불 위로 쓰러졌다. 가만히 천장을 응시하며 꿈을 기억해 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추억처럼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 문을 열자 어제 먹다 남긴 치킨이 보였다. 차가운 치킨을 데우지도 않고 먹기 시작했다. 살코기는 푸석댔고 닭 껍질은 질겼다. 차가울 뿐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씹을 뿐이었다. 접시 위의 치킨은 모두 없어졌지만, 허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온전한 것을 찾아 수북이 쌓인 닭 뼈 사이를 뒤적였다. 손에 닭 목이 걸려 올라왔다. 튀김가루가 다 떨어져 앙상해진 닭 목을 통째로 씹었다. ‘빠드득’ 입안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어금니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입 밖으로 삐죽거리며 새어 나왔다. 엄마의 제사는 연극 같았다. 나는 엄마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엄마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 되어 아직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낳았는지, 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 대신 단속에 걸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보호실로 들어올 때마다, 엄마 또래의 외국인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마치 쏘기 직전의 활처럼 소니와 나이지리아 여자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어제 들어온 금발의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커다란 눈망울로 둘의 눈치만 살폈다. 나는 슬며시 수화기를 들어 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벌써 외국인 보호소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난민신청 문제로 이송이 지연되고 있었다. 소니는 그동안 보호실의 터줏대감처럼 행동했었다. 워낙 오래 있었고 기가 셌기 때문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들은 그녀에게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여자는 자신의 덩치를 믿고 그녀를 무시했다. 아슬아슬했던 둘 사이가 결국 터지려 하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소니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금이 그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니의 영역은 티브이 맞은편 창가 아래였다. 사람들은 아무리 보호실이 붐벼도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었다.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다른 수감자들과는 달리 소니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그곳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낮잠을 청했다. 소니가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먼저 주먹을 날렸다. 소니의 주먹이 정확히 나이지리아 여자의 얼굴을 때렸지만, 나이지리아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이지리아 여자가 성큼 달려들어 소니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검은 표범을 연상시키는 그녀는 보통의 남자보다 몸무게도 더 나갔으며 몸도 더 우람했다. 작은 키에 마른 편인 소니는 금방이라도 찢길 듯 위태로워 보였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소니의 머리를 흔들어 대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 기세에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구석으로 도망쳤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나도 멈칫했다. 아직 이 반장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뭉치로 뽑혀 휘날리는 소니의 머리카락을 보자, 큰일 나겠다 싶었다. 무작정 안으로 뛰어들어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파리를 쫓듯 팔을 휘젓자 나는 그대로 날아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틈에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깨물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소니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다.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 소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눈초리는 찢어질 듯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두 손으로 꽉 쥐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흰자위로 금이 가듯 붉은 실핏줄이 섬뜩하게 번져 갔다. 이 반장이 도착했을 때 나이지리아 여자는 제발 놓아 달라며 울고 있었다. 나와 이 반장, 우즈베키스탄 아가씨가 달려들어 겨우 소니를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소니의 입은 거품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뚝은 처참하게 살점이 뜯겨 있었다. 소니는 분이 안 풀리는지 몇 번이고 이를 드러내며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보고를 받은 김 실장이 달려왔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김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소니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다음 날 아침,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반장이 들어왔다. “같이 병원 좀 가줘야겠는데.” 이 반장은 소니와 나를 차에 태우고 인근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싸움을 보고 김 실장이 특별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여자 수감자가 외출할 때는 반드시 여직원이 동행해야 했다. 소니는 차창 밖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선지 살짝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병원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았다. 여러 번 왔었는지 이 반장은 간호사와 아는 척을 했다. 대기 순번을 보니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접수를 마친 이 반장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들었다. 느긋한 그의 모습을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지금쯤이면 거의 집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당장 쓰러질 것같이 피곤했다. 핸드폰 벨소리가 고요한 대기실에 울렸다. 이 반장이 황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들만 이리저리 바삐 움직일 뿐 대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멍하니 티브이만 들여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밖으로 나간 이 반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어올 때만 해도 어스레했었는데 어느새 대기실은 햇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슬슬 데워지기 시작한 볕은 커피 잔의 온기처럼 따스했다. 머리가 무거워지며 눈꺼풀이 스르륵 감겨 왔다. 고개를 흔들어 봤지만 집요하게 따라 붙는 졸음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슬쩍 소니를 쳐다봤다. 소니도 대기실의 다른 이들처럼 아침드라마에 넋을 놓고 있었다. 열중했는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 쥔 손이 스르륵 풀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사막에 있었다. 작은 모래 구릉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었다. 나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일 높아 보이는 모래 구릉으로 올라갔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예상대로 모래벌판 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질척이는 모래 속에서 한참을 달렸지만, 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 없었다. 기진맥진해진 나는 멈춰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 격양된 노인의 언성과 가는 아이의 음성, 사투리도 들려왔고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도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무력감에 빠져 주저앉는데 저 멀리 누군가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히잡 같은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쫓았지만, 그녀와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두려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녀가 바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떠 보니 간호사가 보였다. “괜찮으세요?” 손을 들어 눈가로 가져갔다. 축축한 물기가 만져졌다. 나는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 냈다. 간호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환자분 어디 가셨어요? 진료실로 들어오시라는데.” 옆을 보니 소니가 앉아 있어야 할 의자가 비어 있었다. 뒤통수가 서늘해지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기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뒷줄에 새로 온 이들이 보였다. 화장실로 달려가 봤지만, 소니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소니를 봤는지 물어봤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이 탁 막혀 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 반장이 들어왔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소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 이야기를 들은 이 반장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이 반장을 쫓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반장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소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뿐, 어디로 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수많은 목소리와 거리의 소음들이 한꺼번에 귀로 파고들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 내 모습이 이상했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흘끔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문득 스쳐 가는 한 여자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옆모습은 소니와 닮아 보였다. 황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챘다. 안경을 쓴 여자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소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여자에게 사과한 후 무턱대고 앞으로 걸어갔다. 정류장이 보였다. 버스가 멈춰 서자 소니와 닮은 여자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나는 누구를 쫓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가방을 멘 여자를 따라갔다. 한참을 쫓는데 여자가 핸드폰을 꺼냈다. 이번에도 소니가 아니었다. 여자의 한국말은 너무나도 유창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반장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돌아갈까. 그러고 보니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데 옅은 커피색 피부의 손등이 보였다. 보호소 철장 안에 이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도망쳐 나온 게 내가 아닐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간판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일그러진 간판의 글자들은 처음 보는 외국어처럼 낯설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여기 이곳의 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빈 석상처럼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던 걸까, 핸드폰이 울렸다. 이 반장에게 온 전화였다. 그는 소니를 찾았으니 집으로 퇴근하라 했다. 소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자신의 영역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는 내 기분은 가을비처럼 오락가락했다. 도망친 것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돌아와 준 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다. 소니는 도망친 지 네 시간여 만에 자기 발로 사무실에 돌아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어디를 갔다 온 건지 몸이 달 정도로 궁금해했다. 하지만 소니는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이 반장이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왔다. 병원 근처 지하철역의 개찰구와 그 앞 대합실을 찍은 CCTV 영상이었다. 하단의 숫자는 소니가 도망친 날의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반장이 ‘저기다. 저기’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화면 끝에서 소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삼십 분이었다. 병원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십분 정도 거리였다. 내가 졸자마자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녀는 대합실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하단의 숫자가 열두 시를 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일어서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도 눈길을 보내지도 않았다. 이 반장이 비아냥거렸다. “돈이 없으니 아무 데도 못 가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아는 소니는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사람을 속여서라도 갈 사람이었다. 이 반장은 의심스러운 장면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며 한 번 더 비디오를 틀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화면을 스쳐 지나갔고 의자에 앉은 소니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반장과 나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소니의 도주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까 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건 이후에도 소니는 예전과 다름없이 행동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텃세를 부렸고 자신의 영역에 누워 드라마를 봤다. 그렇게 소니가 또다시 겨울을 보호소에서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첫눈 예보가 있던 날 소니의 석방이 통보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소니는 거품을 물고 뒤로 나자빠졌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자신의 몸에 자해를 했다. 결국, 소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단호했다. 그런 소동을 부렸음에도 다음 날로 석방이 미뤄졌을 뿐이었다. 새로 온 소장은 골치 아픈 문제를 빨리 치우고 싶어 했다. 이 반장은 병원에서 돌아온 소니를 잘 감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첫날처럼 보호실에는 나와 소니 둘만이 남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다른 수감자들은 일찌감치 외국인 보호소로 보내 버렸다.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니는 자리에 눕지 않았다. 불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지하철역을 말하는 건가,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소니가 말했다. “사람들은 걸을 때 참 무서운 얼굴을 한다. 그런 얼굴로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니는 고개를 돌려 나의 눈을 바라봤다. 소니의 눈동자는 마치 갓난아기의 눈처럼 샛말갰다. 사람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흰 얼룩 같은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어제 내릴 거라던 첫눈은 오늘 아침에야 내리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소니는 예정대로 오늘 아침 석방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이송되어 왔기 때문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소니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마치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거리에는 눈이 쌓여 가고 있었다. 나는 소니의 발자국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벌써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에 의해 어지럽혀 있었다. 무작정 소니의 흔적이라 짐작되는 발자국을 따라갔다. 눈바람이 날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자국들은 뭉개졌다. 나는 발자국을 놓쳤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역 앞이었다. 나는 역으로 들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역은 붐볐다. 부딪히지 않게 나는 어깨를 움츠려야 했다. 그때, 왠지 낯이 익은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망친 소니가 앉았던 지하철역의 의자였다. 나는 그 의자로 가 앉았다. 소니의 말대로 사람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빠르게 내 앞을 지나쳐 갔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우개로 지워지듯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점점 옅어져 갔다. 결국, 신기루처럼 모두 사라져 버렸고 역에는 나 홀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소리들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주변 소음은 오히려 증폭되어 귓전을 때렸다. 전차가 진입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전차는 A시 공단역으로 갈 것이다. 엄마는 A시 공단역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버지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소니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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