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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위안부 합의, 파기냐 완성이냐/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위안부 합의, 파기냐 완성이냐/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해 말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보고서 발표에 이어 새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후속 조치로 한·일 간 공수 전환이 일어났다. 한국 정부는 외교해법이라는 이름의 꼼수를 주고받은 끝에 얽힐 대로 얽힌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정의로운 해법으로 명예롭게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일본에 제공했다.결과보고서는 정의로운 해결 원칙과 국제정치 현실 사이에서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여 훼손된 피해자 중심주의의 복원과 대외관계 전반을 고려한 균형 있는 외교를 동시에 주문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그리고 금전적 조치라는 3대 핵심 사항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이전’, ‘국제무대에서의 상호 비난, 비판 자제’라는 숙제를 안게 돼 피해자 중심주의 해결이라는 원칙이 훼손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고위급 비밀접촉에서 확정되었고, 그 결과의 일부가 ‘비공개’를 전제로 합의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합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흠결이다. 다음날 발표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단호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의 선택지가 매우 협소해졌지만 흠결이 확인된 이상, 대통령이 그에 상응하는 한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천명한 것은 당연한 도리였다. 새해 들어 원칙과 현실 사이의 착지점은 급격히 좁아졌다. 대통령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에 모시고 그 목소리를 직접 확인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적당히 얼버무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동시에 남북화해 국면이 열리면서 주변국 협조가 절실해졌다.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한국의 외교력을 크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었다.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아시아 평화구상을 실현하는 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키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 대신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엔을 국고로 충당한다는 대안이 피해자 중심주의 구현의 지렛대로 제시되었다. 10억엔의 사용을 위해 일본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10억엔의 의미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서 이 금전적 조치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 표시이며 책임 이행에 따른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확인되면 합의는 피해자 구제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서 온전히 이행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 정부는 거의 죽어 가던 합의를 재생시켜 합의 완성의 기회를 일본에 제공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 기회를 걷어찰 경우 합의는 사문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이행이 지체되어 사문화되는 합의는 허다하다. 1956년의 소·일 공동선언이 그중 하나다. 선언을 통해 소련과 일본은 국교를 정상화한 뒤 교섭을 실시하여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이와 동시에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남쿠릴 4개 섬 중 2개 섬을 소련이 일본에 반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 여론에 밀리면서 4개 섬의 동시 반환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소련과 이를 계승한 러시아는 공동선언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어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2년의 북·일 평양선언도 사문화 일보 직전이다. 이 선언의 핵심은 북·일이 국교정상화 교섭을 시작하고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이 경제협력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 2002년 가을, 일본은 일시귀국한 납치 일본인 5명을 영주귀국시켰다. 북·일 간의 합의에 위반한다고 하여 일단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일본 외무성의 신중론을 질책하며 ‘국가의 의지’로 이들의 영주귀국을 고집하여 실현시킨 사람이 당시 관방부장관이던 아베 신조 총리 자신이었다. 위안부 합의 이행을 위한 본인의 책임은 제쳐두고 한국의 태도만 문제 삼는 아베 총리의 태도는 내로남불이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것인가, 완성시킬 것인가. 일본 정부의 선택이 남았다.
  •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표심 흔드는 최저임금·가상화폐… 지방선거, 경제이슈에 달렸다

    20~30대와 밀접한 최저임금과 가상화폐(비트코인) 논란 등 경제 이슈가 6월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 종부세 논란,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논쟁과 같은 복지 확대 논란 등 지방선거의 승패를 갈랐던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자영업자 한국당 지지율은 1.3%P↓ 지난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그 논란은 청와대 등 정치권으로 번졌다. 특히 여당은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의 반발을 의식한 듯 별다른 공식 논평조차 내지 못했다. 지지층의 동요는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8~10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3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4.1%로 71.7%였던 1주차(2~3일 조사) 대비 7.6% 포인트 하락했다. 30대는 비트코인 관련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가상화폐 투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연령대이다. 최저임금 논란은 6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의 표심을 동요시키고 있다. 리얼미터 1주차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5.0%였지만, 2주차 때는 40.5%로 14.5%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 지지율 변화는 1.3% 포인트(22.7%→21.4%)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자영업자 가운데 ‘지지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답한 무당층은 1주차 7.9%에서 2주차 13.8%로 급증했다. ●부동산·근로시간 단축도 쟁점 가능성 특히 부동산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슈들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은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강화하며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렀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논란 속에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5곳에서 패배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정책 이슈 선점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14일 “가상화폐 등 현안별로 태스크포스(TF) 팀을 100여개 만들 것”이라며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회를 하고 정부에 대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낮은 지지율과 인물난을 겪는 야당은 정책 이슈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 심판론과 같은 ‘네거티브 이슈’보다는 ‘포지티브’한 이슈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설] 산적한 현안 풀 노사정 대화 복원 시급하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답보 상태인 사회적 대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24일 6자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새 기구 구성과 운영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6자 대표자회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노사정위원장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현재 노사정위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빠져 있어 노동 현안을 논의할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풀어야 할 노동 현안이 산적한 지금 문 위원장의 새로운 대화기구 제안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노동계가 빠진 반쪽 노사정위로는 어떤 대화와 합의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경총은 어제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소통과 협의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도 “노동정책 변화로 기업들의 우려가 많다. 하루빨리 현실적 대안을 만드는 일에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문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관건은 노동계의 참여 여부다. 민주노총은 1999년 정리해고와 파견제 허용 등을 문제 삼아 노사정위에서 탈퇴했고, 2015년 노사정 대타협에서도 빠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철회 등을 내세우며 각을 세워 왔다. 한국노총도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다만 노사정위를 벗어난 새 대화기구 구성은 양대 노총이 예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어서 노동계도 문 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현 노사정위 체제는 거부하되 사회적 대화 복원에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도 지난해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를 제안했었다. 현재 우리에겐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적용 범위 문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 휴일·연장근로 중복 할증 문제 등 풀어야 할 노동 현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새로운 대화의 틀이 마련된 만큼 노사정 모두 열린 마음으로 나서 하나씩 합의를 도출해 내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민의에 쏠린 文정부 여민정치, 책임 중시하는 위민정치로”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민의에 쏠린 文정부 여민정치, 책임 중시하는 위민정치로”

    “청년에게 일자리는 희망입니다. 그 희망을 잘 가꿔 나가도록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게 고용정책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누군가 한 말이 아니다. 정책이념에서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브레인 박재완이 2010년 9월 고용노동부 장관에 취임하며 한 말이다.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국리민복이라는 지향점은 같지만 지난 9년여 보수 정권이 걸어온 오른쪽 루트를 버리고 왼쪽 루트를 택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낸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현 정권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다르겠으나 국정이 나아갈 길은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그가 국정전문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를 찾았다.-탄핵 이후의 정국 상황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촛불 정국은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듭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존중하고 창의와 다양성을 창달하는 실체적 민주주의로까지 나아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집단최면에 걸린 듯한 편향과 쏠림이 걱정스럽다. 정론(正論)이 힘을 잃고, 중론(衆論)이 활개를 치면 편 가르기가 심화되고 국민 통합은 요원하다.” -탄핵 정국 이전에도 분열상은 극심했다. “그렇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격랑을 거친 상황에서 국민 갈등을 보듬는 통합 노력이 더욱 중요한데 현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아 걱정이라는 얘기다. 적폐 청산만 해도 국민 통합과는 다른 방향으로 치달아 왔다. 적폐는 사실 안전 불감증과 허례허식, 교통질서 위반 등 일상 속에도 뿌리 깊게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을 제쳐 놓고 과거 정부에 대한 전면 부정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여민(與民)정치’에만 치중할 뿐 ‘위민(爲民)정치’는 소홀히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여와 대표성을 중시하고 중론을 좇는 여민정치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그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리민복의 실체적 관점에서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위민정치다. 소통에 치중하는 여민과 책임을 강조하는 위민이 조화를 이뤄야 성숙한 민주주의에 이를 수 있다. 민의를 받드는 것과 의존하는 것은 다르다. 민의에 매달리는 국정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각 정부 부처가 시민단체 인사 등을 중심으로 적폐청산 기구들을 만들고, 이들 기구가 사실상 부처를 지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어떤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의문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토한 외교부 태스크포스(TF)만 해도 어떤 법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그들의 권한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한·일 관계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 일제강점기에 저질러진 일본의 만행과 한반도 분단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망각하자는 말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양국의 지난번 합의가 성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참된 반성과 역사적 책임은 백마디 말보다 앞으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바꾸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데 일본이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 -위민정치를 보완할 대안은 뭔가. “교육이나 에너지 문제처럼 나라의 내일과 직결된 정책들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중요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 정책을 주관하듯 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에너지위원회 같은 독립된 기구를 구성하고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켜 정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위원회 위원들의 임기를 10년 이상이나 아예 종신직으로 해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나라의 내일을 위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소통하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장점인 건 분명하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여민이 없으면 국정은 아예 되질 않는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모두 잇따른 선거 승리로 자만했던 것이 결국 불통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 점은 현 정부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70% 안팎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이럴수록 더 겸손하고 반대 진영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다.” -젊은층에서 보수는 배척당하는 상황이다. 보수 정파의 쇠락을 넘어 보수우파의 이념 자체가 지지를 잃어 가는 것 아닌가. “젊은층이 보수를 배격하는 경향은 취업과 결혼, 보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그 책임을 보수우파 기득권 세력에게서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기득권층은 보수우파의 이웃 말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의사, 변호사 등을 기득권층이라고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나 우버택시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등도 사실 기득권층이다. 어쨌든 우파의 분발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다. 우파의 본질적 가치, 즉 자율과 창의, 다양성, 가족,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 행복을 증진할 정책들을 개발해 내는 게 첫번째 소명이다. 나아가 개인보다 집단, 자율보다 규제, 다양성보다 획일성, 인간 존엄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시대 역행의 흐름을 제어하고 막아 내는 일도 중요하다. 당장은 좌파가 내세우는 여러 정책들이 솔깃해 보일 수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혁 등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이 바탕이 됐다. 우파는 그런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 잘하고 있다고 보나.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했지만 대통령이 저 지경이 됐다면 정계은퇴든, 총선 불출마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몇 명은 나왔어야 했다. 그런 게 없으니 국민들 마음이 떠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보수우파 진영도 이제 40~50대가 전면에 서서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용기가 없거나 허물이 많거나 자신이 없거나 소시민으로 자족하려는 생각들, 쥐꼬리만 한 걸 지키려는 마음이 복합돼 ‘비겁한 보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우파 진영 모두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고 우파의 새로운 세대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한국당은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어떻게 보나. “시장이 다양화, 전문화, 글로벌화하면서 정부의 정책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인 시대가 됐다. 지금은 민간이 정부보다 더 많이 알고 훨씬 책임 있게 행동한다. 그런 만큼 경제 패러다임도 민간 부문에 더 힘을 싣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여전히 정부 주도로 경제를 끌고 가려 한다. 그게 문제다. 이제라도 정부는 시장을 향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민간이 새 질서를 만들어 내도록 도와야 한다. -현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 “노동 문제다. 지금의 노동제도는 제조업, 공장, 남성, 전일제 정규직을 중심에 둔 초기산업화시대의 틀에 머물러 있다. 실리콘밸리엔 근로시간도, 정규직도 없다. 업무공간과 업무시간이 다양화됐다. 고부가가치 경제시스템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역주행을 하고 있다. 노조 쪽에 치우쳐 있는 점도 문제다.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노조가 요구해 온 것들을 국정 5개년 기본계획에 거의 다 담았다. 노조와의 이런 약속들을 다 이행하면 총고용이 위축되고 기업활동도 크게 활력을 잃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비단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영세기업들도 다 걱정하는 일들이다.” jade@seoul.co.kr ■박재완 前 장관은 2008년 6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역풍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출범 4개월 만에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참모가 교체됐다. 그러나 박재완 정무수석은 오히려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이명박 정부 국정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이후 노동부 장관을 거쳐 2011년 6월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뒤로 이명박 정부와 임기를 같이했다.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반대하는 그의 경제정책 기조는 이른바 MB노믹스의 골간을 이뤘다. 실용우파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적 인사로, 멘토라 할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지난해 1월 작고)에 이어 2014년부터 우파 진영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63세, 경남 마산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성균관대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청와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파리바게뜨 자회사가 제빵사 고용

    제빵사 직접 고용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던 파리바게뜨 노사가 극적으로 타협안을 마련했다. 본사가 책임경영하는 상생법인을 통해 제빵사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제빵사 양대 노조는 11일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에서 이런 내용의 노사 공동선언을 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측에 따르면 상생법인은 지분의 51% 이상을 본사가 갖고 본사 주요 임원이 대표를 맡게 된다. 회사 이름도 기존의 ‘해피파트너즈’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약 4개월을 끌어 온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 논란은 ‘자회사 고용’이라는 합의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해피파트너즈 소속 제빵사들이 주축이 돼 최근 결성한 제3노조는 아직 합의안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제빵사 직접 고용 지시에 대한 대안으로 가맹본부와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가 참여하는 3자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즈를 출범하고 제빵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두 노조는 제빵사 불법파견의 주체인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대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섰다. 임영국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새 상생법인이 출범하면 소속 조합원들이 근로계약을 다시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올 서점가 ‘주옥같은 작품 ’ 쏟아진다

    윤흥길·박민규·은희경·하성란·조남주…중견·여성·스타작가 신작 잇따라 선보여줄리언 반스 등 외국작가도 새 작품 출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학계에는 풍성한 한 상이 차려진다. 굵직한 자취를 남긴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으로 독자들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해 돋보였던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올해도 이어진다. 믿고 보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대기 중이다.우선 원로·중견 작가들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며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올해 등단 50년을 맞은 윤흥길 작가다. 올 하반기 20년 만에 발표하는 5권짜리 대하 장편소설 ‘문신’(문학동네)에서 일제 말기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꾼 성석제도 4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선보인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한 작품으로 조선 숙종조를 배경으로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주인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왕을 지키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을 특유의 입담으로 펼쳐 낸다. 윤대녕 작가는 ‘도자기 박물관’(2013) 이후 오랜만에 새 소설집을 펴낸다. 이승우 작가는 하반기에 산문집 ‘작가일기’(은행나무)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타 작가들의 작품도 반갑다. 한동안 뜸했던 박민규 작가는 위즈덤하우스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인 ‘저스툰’에서 오는 3월부터 연재하는 ‘코끼리’를 가을쯤 단행본으로 묶어 낸다. 1970년대 지방도시 노름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르적 성격의 장편소설이다. 입담 좋은 이기호 작가는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를 비롯한 7편을 묶은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출간한다. 지난해 문학계를 강타한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는 올해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은희경 작가는 ‘태연한 인생’(2012) 이후 6년 만에 장편소설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를 하반기에 낼 예정이다.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 중인 작품으로 1970년대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8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는 하성란 작가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인간의 비밀을 담은 ‘정오의 그림자’(은행나무)를 비롯해 창비의 네이버 블로그 ‘창문’에 연재한 ‘여덟 번째 아이’, 2010년 웹진 문지에 연재한 ‘여우 여자’(문학과지성사)를 줄줄이 펴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으로 신드롬을 몰고 다닌 조남주 작가는 올해 선보이는 소설집(제목 미정·다산북스)에서 10대부터 70대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너무 한낮의 연애’,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등 소설집으로 젊은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은 김금희 작가는 상반기에 첫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을,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7만 5000부라는 판매 부수를 올리며 화제를 모은 최은영 작가는 하반기에 두 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서점에 진열된다. 서늘한 통찰력과 지적인 위트로 유명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적나라한 연애소설 ‘단 하나의 이야기’(가제·다산북스)가 출간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문학 세계로 주목받는 폴 오스터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긴 소설이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 ‘4 3 2 1’(열린책들)도 하반기에 출간이 예정돼 있다. 주인공 아이작 퍼거슨의 동시적이고 독립적인 4개의 삶을 다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최고의 소설로 꼽아 화제가 된 소설 ‘운명과 분노’의 작가 로런 그로프의 2012년 작품인 ‘아르카디아’(문학동네)도 독자들을 만난다. 1970년대 히피 문화가 득세하던 시절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안공동체 ‘아르카디아’에서 자란 ‘비트’라는 남자의 40년간의 삶을 좇는다. 2016년 별세한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제0호’(열린책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열린책들), 오르한 파무크의 ‘빨간 머리의 여인’(민음사)도 줄줄이 출간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가상화폐 과세시 양도세 부과 유력 검토

    개념 규정·소득세법 개정해야 ‘개인간 거래’ 규제 새 근거 필요 법 개정 험난… “투기수요 막아야” 정부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상화폐 과세 방법 가운데 양도소득세 부과를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일 “개인들의 거래 차액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 간의 가상화폐 거래에 양도소득세 부과를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성격 규정과 함께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달 국세청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차 회의까지 진행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행법상 과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이는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과세 부분을 지칭한 것이다. 현재 투기 열풍의 근원지인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한 과세를 위해서는 새로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기재부가 양도소득세를 유력한 과세 방안으로 꼽는 이유는 가상화폐가 현재까지 상품이나 서비스라기보다는 자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보면 상품 또는 서비스에 해당돼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있지만, 현재 가상화폐 투기 열풍은 자산의 개념이 더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를 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소비행위를 위해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현재의 투기 열풍은 자산의 성격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도소득세 부과가 법 개정 등으로 인해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거래세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현실은 당장 법 개정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거래법상 불법 환치기나 불법 송금 등을 어렵게 한다거나 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 기관 합동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고 폐쇄하겠다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내놨지만,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가상화폐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를 사는 건 알 수 있지만 국내에서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해외에서 어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당장 과세하기보다는 투기 수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유럽의 2017년은 ‘분열’과 ‘몰락’, ‘공포’라는 세 단어로 축약된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으로 가뜩이나 유럽의 결속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개별 국가에서도 중앙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동부유럽에서는 난민 포용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했고 서유럽에서는 전통적 다수당과 기성 정치인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도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영국과 EU는 지난 8일(현지시간) 난항 끝에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을 타결했다. 영국은 ‘이혼 비용’으로 40년간 400억~550억 유로(약 50조~71조원)의 재정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하는 등 EU와의 결별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분열의 열기는 스페인 카탈루냐와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 유럽 곳곳으로 확산됐다. 카탈루냐는 지난 10월 1일 독립 주민 투표를 실시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는 강수로 맞섰다. 지난 21일 카탈루냐에서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조기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독립파가 승리해 정국 불안정만 가중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도 지난 10월 22일 주민투표로 자치권 강화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브렉시트에 맞서 내년 말쯤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카탈루냐와 롬바르디아, 베네토 등은 모두 부유한 지역이다. 땀흘려 낸 세금을 별 혜택도 없이 중앙정부에 뺏겨야 한다는 불만이 자치권 확대 열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본질은 EU에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과 유사하다. 유럽의 분열상은 독일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의 여왕’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에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당 자리를 지키며 4연임에 성공했지만 아직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조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대연정을 꾸려온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이 저조한 틈을 타 반(反)EU 성향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 선거로 선출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됐지만 극우 성향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해 난민 문제를 두고 EU와의 갈등이 예고된다. 체코에서도 반(反)EU 노선을 표방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집권하는 등 극우 포퓰리즘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서방 세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그 틈을 파고들어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지난해 7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측근들의 잇단 퇴진과 골치 아픈 브렉시트 협상에 발목을 잡혀서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8일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집권 보수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메이 총리의 당내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을 견인할 유일한 희망으로 꼽힌다.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내건 마크롱은 지난 5월 7일 득표율 66%를 얻어 만 39세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좌우 양당 정치의 한 축이던 사회당은 처참히 몰락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불거지며 취임 100일 만인 8월 16일 36%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넉달 만인 지난 19일 여론조사에서는 54%로 반등했다. 인기 하락과 노동계 총파업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개혁법안들을 잇달아 성사시킨 점이 지지율 반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인들은 한 해 동안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그 추종자들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차량 및 흉기 테러(5명 사망)에 이어 5월 22일 맨체스터 공연장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8월 17일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 위협은 여전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대통령 “새 대입제도, 공정하고 단순해야”

    文대통령 “새 대입제도, 공정하고 단순해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고교체계 개편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할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오찬을 함께하며 “새로운 대입제도가 갖춰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확정하려다가 1년 유예한 수능 개편안을 언급하며 나온 말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가 치열하고 신중하게 공론을 모으는 과정을 잘 이끌어 주시기를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육은 온 국민이 당사자이자 전문가이며, 국민 이해관계가 가장 엇갈리는 분야이기도 하다”면서 “그런 까닭에 교육개혁의 성공은 교육의 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비롯한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 내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며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부와의 사이에 역할 분담을 분명하게 하면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며 “특히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모으는 게 중요한 정책과제에 관해서는 공론과 합의를 모으는 방안과 과정에 대해 두 기구가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교육개혁을 이끌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의장을 맡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당연직 위원 9명과 학계·교육계 위촉직 위원 11명 등 21명이 참여한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 계획, 고교체계 단순화 등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다. 또 법적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창설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회의는 긴 호흡으로 교육정책의 비전을 제시할 기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위원 구성 과정 등에서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간위원 중 현직 교사와 학부모 등이 없어 다양성이 떨어지고 대부분 진보 성향이어서 이념을 뛰어넘은 중장기 교육정책을 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교육정책만큼 중요하고 기대와 관심이 많은 정책도 없다”며 “그만큼 논쟁과 갈등도 불가피하므로 이를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을 이뤄 내는 게 교육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 비전과 미래 교육정책 방향 제시가 교육회의에 주어진 과제”라며 “그간 추진돼 온 모든 교육정책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개혁 추진 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미래사회 교육을 위한 실천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항생제 내성률 OECD국 최고… 신생아 중환자실이 위험하다

    항생제 내성률 OECD국 최고… 신생아 중환자실이 위험하다

    중환자실 신생아 4.7%가 패혈증 감염 전문의 대형병원 빼곤 없어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병원 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도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발견된 바 있다. 보건당국 조사 결과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률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24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07~2015년 국내 중소병원 항균제 내성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황색포도알균에 대한 항생제 메티실린 내성률은 2015년 기준 국내 중소병원이 58%, 종합병원이 68%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유럽국가인 포르투갈(47%), 그리스(39%), 헝가리(25%), 스페인(25%), 프랑스(16%), 독일·영국(11%) 등과 비교하면 최상위 수준이다. 장알균에 대한 반코마이신 내성률도 중소병원이 49%, 종합병원은 34%로 EU 회원국 평균(8%)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감염사례는 4만 1330건,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은 1만 2577건으로 2011년과 비교해 각각 12배, 14배 규모로 폭증했다. 신생아 감염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병원 연구팀이 대한소아과학회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 3747명을 분석한 결과 175명(4.7%)에서 병원 내 감염 등으로 인한 패혈증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50명에서 항생제 내성균인 MRSA가 검출됐다. 사망자 13명 가운데 6명은 MRSA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4년 대한신생아학회지에 보고된 사례에 따르면 2011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1년 동안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597명의 미숙아를 분석한 결과 45명에서 강력한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발견됐다. 이 균은 3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슈퍼박테리아’로 불린다. 감염자 45명 가운데 7명은 말초혈액과 흉막 등으로 세균이 침투했고 결국 2명이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신생아 감염 관리는 여전히 허술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누적된 적자로 병원마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연세대 연구팀 분석 결과 2012~2013년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돌보는 고위험 신생아는 평균 4.5명으로 최대 8명을 돌보는 곳도 있었다. 수도권과 대도시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신생아 중환자실의 감염 관리를 전담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윤경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재 신생아 감염 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감염 관리 전담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감염 관리를 전담하는 세부 전문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굶주림 외면하는 자본의 사악함… ‘종자독립 ’이 인간과 자연 살린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굶주림 외면하는 자본의 사악함… ‘종자독립 ’이 인간과 자연 살린다

    갖가지 이슈에 밀려 빈곤과 기아로 허덕이는 세계 곳곳의 뉴스를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와 예멘 등에서는 지금도 굶주림 끝에 죽어가는 어린 목숨들이 부지기수지만, 정치·경제적 쟁점만이 세계적 뉴스인양 보도된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의 고통은 외면하기 일쑤다. 지구촌 어디선가는 풍요에 겨워 버려지는 음식이 천지인데도, 반대편 어떤 곳은 더러운 웅덩이 물을 핥아 먹어야 할 정도다.‘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의 저자 반다나 시바는 이 비극적인 불균형이 “탐욕과 이윤을 동력으로 하는 세계화된 산업형 농업” 즉 자본의 사악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도 출신 물리학자이자 환경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의 식량 생산이 지구 자연과 지구 자연 내 생태계들, 그리고 다양한 생물 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다.‘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세계는 굶주림을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 푸드 시스템”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도록 자본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전쟁 설계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가진 힘, 군사주의적이고 기계론적이며 환원주의적이고 파편론적인 농업 패러다임, 탐욕에 기초한 부의 계산법 등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고 민주적인 푸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한사코 가로막는다. 살충제가 아니라 벌과 나비, 곤충 새가 농작물의 건강하고 또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온다. 살충제는 해충을 오히려 “양산”하지만 벌과 나비, 곤충 새들은 해충의 천적이자 “식물을 수정시키고, 그럼으로써 식물의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매개다. 벌과 나비가 사라진 세계,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침묵의 봄은 곧 인간 모두의 파멸을 의미한다.반다나 시바는 자본의 논리를 거스르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산업형 농업이 아닌 “소농, 농사짓는 가정, 그리고 텃밭의 일꾼들”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희망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지금 “세계의 소농은 세계 자원의 30%만 사용하면서도 세계에 필요한 식량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소농은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살아 있는 작은 경제들이 살아 있는 작은 민주주의들과 결합해 모두를 위한 평화와 조화와 풍요와 안녕을 만들어 낼 때”라는 반다나 시바의 말은 사실상, 모든 인간의 삶을 긍정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반다나 시바가 가장 강조한 대목은 아마도 6장 ‘종자 독재가 아니라 종자 독립’인 듯싶다. 그는 기업이 종자 독점을 통해 “다양성 대신 획일성을, 영양의 질 대신에 양을 우대”하면서 “우리 식단의 수준이 떨어졌고, 우리의 식량과 작물의 풍부한 생물 다양성 역시 추방되었다”고 일갈한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쌀은 이제 한두 종류에 불과하다. 어디 쌀뿐일까. 인간이 먹는 대개의 음식은 기업에 효율적인 종자 한두 가지에 국한된다. 반다나 시바는 “종자 독립”이 “오늘날 생태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 절대 과제”라고 강조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먼저 생물 종이 소실되고, 그 소실은 “생물 다양성에 의존하는 음식과 문화의 영역을 포함해 농업 또한 사라지”게 할 것이다. 씨앗이 식탁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인간을 살린다. 하지만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무관심하다. 소농, 종자 독립, 지역화 등의 숙제를 떠안은 것은 바로 우리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들을 향해 우리가 취할 태도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레이싱의 꽃 ‘그리드 걸’ 못 보나

    레이싱의 꽃 ‘그리드 걸’ 못 보나

    F1 새 운영진들 존폐 여부 검토 BBC 설문 응답자 60% “존속 지지”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엄브렐라나 드라이버 이름 판을 들고 서 있는 ‘그리드 걸’(grid girl)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일까. 스폰서 브랜드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로 향하는 드라이버를 호위하듯 도열한 이들은 레이싱의 ‘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벌써 일부 대회에서는 대안으로 남성이나 어린이들을 마스코트로 기용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을 버니 에클레스턴으로부터 사들인 새 주인들이 그리드 걸을 계속 운영할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로스 브로운 F1 운영국장은 “민감한 주제로,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을 좇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체이스 캐리 F1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많은 관점을 모아 이 종목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관점도 있겠지만 팀들과 함께, 커다란 생태계, 광범위한 팬들과 함께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불의 크리스티안 호너 단장은 그리드 걸이 F1에 영광을 더하는 존재였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리드 보이를 기용했을 때도 비난은 뒤따랐다. 오스트리아에서 어린이들이 드라이버의 트레일러까지 쫓아가는 바람에 또 문제가 됐다”고 되돌아봤다. 영국 걸그룹의 원조 스파이스 걸 멤버였던 제리 할리웰과 결혼한 호너는 근육질 이미지의 F1에서 ‘꽃’ 역할을 하던 것에서 점점 더 중심적인 역할로 옮겨오고 있다며 “아내 표현을 빌리자면 F1에서의 걸 파워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실버스턴의 스튜어트 프링글은 “우리 딸이 라이크라(수영복)가 갖고 싶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낡은 관행을 깰 때라고 지적했다. BBC가 14일 진행한 투표에서 응답자 60%가 그리드 걸 존속을 지지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In&Out] 국민 주도 사회 혁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

    [In&Out] 국민 주도 사회 혁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

    새 정부 기조인 사회 혁신을 추진하고자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공공기관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추진단을 구성해 앞다퉈 현판식과 공모대회를 하는 등 과거에도 많이 봐 왔던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혁신의 주인공이 돼야 할 국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사회 혁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난제를 더이상 정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함께 사회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눈높이도 높아졌다. 이제 민간이 보유한 자원과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다. ‘국민이 주도하는 사회 혁신의 시대’가 왔다. 국민이 주도하는 사회 혁신의 본질은 다양한 난제 해결을 위해 민간이 가진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나라는 정부 부처에 ‘열린 혁신 실험실’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사회 혁신 선도국가인 영국의 ‘정책실험실’과 2002년 시작된 덴마크의 ‘마인드랩’, 캐나다의 ‘이노베이션 허브’ 등이 대표적이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시민 중심으로 공무원과 빅데이터 전문가, 행동경제학자, 심리학자, 민간 컨설턴트까지 함께 모여 실험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 중심으로 재미있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어린이와 행정가, 전문가가 참여해 어린이와 지역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놀이터 ‘엉뚱발뚱’을 만들었다.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시작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는 골목주차와 어린이 놀이공간, 여성 안전 등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는 청년이 주도해 청년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주민이 적극 참여해 진행되는 여러 가지 실험은 지자체 서비스의 혁신뿐 아니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런 실험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면 한국 사회의 난제가 하나둘씩 해결될 수 있다. 시민은 더이상 수동적 참여자가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시민은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안을 설계하고 실행하며 정책의 전 과정에서 혁신을 이뤄 내는 주체가 된다. 사회 혁신이 국내에서도 퍼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 참여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고 부정적 외부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저 시민 의견을 수용하는 시늉을 하며 섣부른 사업화와 일회성 혁신에 그치고 만다면 시민 참여 효능감은 더욱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시민의 참여 의지가 저하될 수 있다. 국민이 주도하는 사회 혁신을 위해 정부는 사회 혁신 생태계를 지원하는 조력자로서 기능을 충실히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가 변해야 한다. 여러 부처가 공동 난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정책 협업을 상시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혁신 예산을 별도 편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성과 점검 방식에 있어서도 시민과 함께 참여형 평가 과정을 통해 그 자체로 학습을 가능케 해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현판을 내건 사무실도, 으리으리한 공모전도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분야를 넘나드는 초학제적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혁신 실험실에서 시민과 얼굴을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정부의 모습을 꿈꾼다.
  • 5·18 진상규명 실무위 설치 않기로…5·18특별법, 국방위 법안소위 통과

    5·18 진상규명 실무위 설치 않기로…5·18특별법, 국방위 법안소위 통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 등 5·18 특별법안들을 하나로 모은 대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5·18 단체들이 요구해온 진상규명 조사 실무위원회 설치 조항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삭제돼 설치가 어렵게 됐다.국방위 법안소위는 11일 오후 회의를 열고 4건의 5·18 특별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로 이렇게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에 대한 헬기사격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안’,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진상조사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은 과거에 못다 밝힌 5·18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점에서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김동철·최경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조사위 외에도 사무처와 실무위와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중 조사위와 사무처 설치 조항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국방위 관계자는 “광주광역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실무위 설치는 5·18 단체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부분”이라며 “해당 부분이 소위 논의 과정에서 제외돼 국민의당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5·18 특별법안이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이므로 공청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논의 끝에 소위 단계에서는 일단 통과시키기로 했다.한편 법안소위는 이날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의문사 진상규명법)도 거의 원안에 손대지 않고 3년 한시법으로 통과시켰다. 법 시행은 내년 7월 1일로 정했다. 앞서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됐으나 그 이후에도 군 사망자가 계속 발생했고 일부 사고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이 의원은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가동해 1948년 11월부터 발생한 사망 또는 사고를 조사할 수 있도록 새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법안소위는 이와 함께 ‘제2연평해전 전투수행자에 대한 명예선양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수정 의결했다. 전사자가 아닌 전상자에 대한 보상 규정을 삭제했고, 명예선양사업 등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국방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돼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계원예술대 ‘99% DESIGN EXPO’ 개최

    계원예술대 ‘99% DESIGN EXPO’ 개최

    계원예술대학교가 이달 14일 ‘99% DESIGN EXPO’를 개최한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대학이 주최하는 예술디자인박람회인 ‘99% DESIGN EXPO’는 새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예술디자인박람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 아래 조직되었으며, 5만 관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이 이뤄진다. 학생들을 통해 생산된 디자인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닌, 계원예술대학생과 이들을 지지하는 존재를 의미하는 계원프렌즈가 산학일체를 이루어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본 디자인 엑스포의 핵심이다. 그 중 대부분의 전시는 ‘계원상회’에서 이루어진다. 라이프스타일 편집마켓인 계원상회는 상상력과 기술이 융합된 창작물을 아우르는 유통플랫폼이기도 하다. 산업융합존으로 운영될 본 전시는 GREEN, PLAY, SMART라는 3대 주제로 구성되며 각각의 구역은 8개(계원학생전, 계원동문작가전, 계원교수전, 계원디자인샵, 까페플레이, 이벤트홀, 계원프렌즈, 계원잡페어)의 요소로 나뉘게 된다. 본 엑스포의 3대 주제 중 GREEN은 ‘그린하우스의 하루’라는 부제를 갖는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인류의 문제와 마주해 일상적인 문제를 찾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주로 이룬다. ‘그린하우스의 하루’에서는 하루 24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천의 방향을 만날 수 있다. PLAY는 ‘쓸모+놀이’라는 이름을 달아 놀이로서 다뤄지는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다. 이 곳에서 전시되는 조명 작품들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빛을 제공함과 동시에 때로는 시각적 유희를, 때로는 정서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주 기능이다. SMART는 ‘기술과 인간을 잇다’는 의미로 이미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미래기술이 각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함께 상상해보게 하는 전시이다. 인공지능부터 음성인식, IoT 기술까지 생각하게 하는 해당 테마에서 디자인은 기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편리하면서도 안전한 미래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다시금 공감하게 만든다. 오는 14일 오전 11시에 삼성동 COEX 1층 VIP룸 및 B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99%디자인엑스포’는 코엑스 1층 B2홀에서 만날 수 있다. 14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지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대통령 “인권위 존재감 높여 위상 확보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존재감을 높여 국가 인권의 상징이라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동안 침체되고 존재감이 없었던 만큼 뼈아픈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인권 국가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다짐으로 새 출발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특별업무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특별보고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특별보고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전 정부에서 인권위의 위상이 크게 약화하면서, 새 정부 들어서도 인권위는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사회권 등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인권기본법·인권 교육지원법·차별금지법’ 등 인권 관련 기본법 체계 완비,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과 차별배제, 혐오에 관한 개별법령 정비,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제도화하기 위한 인권 보장체계 구상을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적극 공감하고 “인권위가 국제 인권 규범의 국내 실행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국제 기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권고를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같은 사안은 국제 인권 원칙에 따라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군 인권 보호관 제도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전이라도 인권위 내에 군 인권 보호를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각 정부 부처가 이행할 수 있도록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적극 알려 달라. 이를 챙기겠다”고 힘을 실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해직 5년 만에…MBC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해직 5년 만에…MBC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오늘 해직자 즉각 복직 선언할 듯 방송 정상화·내부 갈등 봉합 과제 “국민 신뢰 되찾도록 최선 다할 것” MBC 신임 사장에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선임됐다. 보수 정권의 방송 장악에 따른 두 번의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MBC가 10년 만에 새 출발을 하게 됐다.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7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이우호, 임흥식, 최승호 3명의 사장 후보자에 대해 최종면접을 진행한 뒤 투표에서 재적 이사 과반의 지지를 얻은 최씨를 MBC 사장에 내정했다. 이사회 직후 열린 MBC주주총회에서 최승호 사장은 공식 선임됐다. 새 사장의 임기는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 주주총회 때까지다. 1986년 MBC PD로 입사한 최 신임 사장은 ‘PD수첩’을 통해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쳤고, 2010년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 등을 제작해 ‘한국PD대상’,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총파업으로 해고된 이후 대안언론 뉴스타파 PD로 활동했다. 지난 8월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의 전모를 담은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만들어 MBC 총파업에 불을 붙였다. MBC 전성기의 주역 중 한 명인 최 신임 사장이 5년 만에 금의환향에 성공했지만 그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그의 첫 과제는 5년 전 부당하게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키는 일이다. 현재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 박성호 전 문화방송 기자협회장, 박성제 기자 등은 2012년 총파업의 여파로 해고된 이후 2000일이 넘도록 복귀하지 못했다. 최 신임 사장은 8일 오전 첫 출근길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와 ‘노사 공동 선언’으로 해직자 즉각 복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는 방문진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MBC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해직자 복직 문제 다음으로는 MBC를 이끌어 갈 분들을 선임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13일 김장겸 MBC 사장이 해임되고 부분적으로 업무 복귀가 시작됐지만, 사장을 제외한 기존 경영진 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정상화 작업이 실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최 신임 사장은 정책설명회에서 그동안 훼손된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MBC 내부에서 일어났던 부당한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MBC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앵커 교체와 함께 보도국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4% 수준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공채와 경력 직원들의 갈등 봉합도 숙제다. 파업 참여자 해고에 따른 공백을 시용 인력을 대거 채용해 메웠고, 이후 신입 공채 대신 경력 직원들로 충원하면서 노·노 갈등이 심화돼 왔다. 이번 총파업에는 경력 직원들도 대거 참여했지만 이들 사이에서는 향후 논공행상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지역MBC 사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파업 중 논란이 됐던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문제, 방송사 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도 마련해야 한다. MBC 노조는 사장 선임 직후 성명을 내고 “5년 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해고된 구성원이 새 대표이사가 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MBC의 정치적 독립을 항구적으로 보장할 법적 장치,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확고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취임 100일 安 “지방선거 3자구도로 치러야”

    취임 100일 安 “지방선거 3자구도로 치러야”

    양당제 극복 등 4대과제 제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일 “국민의당 대표로 가장 큰 책무는 당을 살리는 것으로 창당 정신을 확대하는 튼튼한 제3지대를 만들어 다당제를 확실히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노력해도 기득권 양당의 철옹성을 깨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득권 양당의 철옹성을 깨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가 기득권 양당구도를 혁파하기 위한 제3지대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교훈을 줬다”면서 제3지대론은 “창당 정신과 명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한 ‘4대 개혁과제’로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존관계 극복과 다당제 정착 ▲지역구도 극복 ▲박제화된 정치이념 극복 ▲정치세력과 인물 교체를 제시했다.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 안 대표는 “정책 연대 과정을 통해서 얼마나 생각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안 대표는 간담회 내내 ‘다당제’를 언급하며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의중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전국 (지방)선거를 3자구도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그것을 반대하는 분들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해 예산안과 관련, “지난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공무원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 등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고 무조건 증원해 달라고 하는지 정부·여당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베비 골프’와 인도어 캐디

    [그때의 사회면] ‘베비 골프’와 인도어 캐디

    우리나라 근대 골프장의 사실상 효시는 1921년 6월 21일 개장한 9홀 규모의 서울 효창원 코스다. 효창원이 공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1924년 12월 청량리에 18홀 정규 코스를 새로 개장해 경성골프구락부가 운영했다. 경성골프구락부는 군자리(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18홀 6155야드 규모로 새 코스를 만들었다. 한국전쟁으로 황폐화된 군자리 코스는 서울컨트리클럽으로 재개장했지만 어린이대공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한양컨트리클럽은 1964년 최초의 민간 자본에 의해 경기도 고양에 18홀로 문을 열었다가 1970년 36홀로 증설했다. 옮길 곳을 찾던 서울컨트리클럽이 1972년부터 그중 18홀을 임대해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한양서울컨트리클럽’ 또는 ‘서울한양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을 쓰고 각각의 역사를 달리 본다.1966년 뉴코리아, 태릉 골프장이 문을 열었지만 골프는 정치인 등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김성곤, 김치열, 이재형 같은 정치인들은 싱글 실력이었다(경향신문, 1966년 8월 6일). 회원권은 35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쌀 한 가마 값이 3000원이었다. 골프장 캐디는 태릉 CC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고 한다. 1960년대에 골프연습장은 서울에 10여곳 있었는데 연습장에도 골퍼를 도와주는 ‘인도어 캐디’가 있었다. 여성으로 처음 골프를 치고 다른 여성들을 가르친 사람은 국악인 고 안비취씨였다. 1956년 지금의 대연각호텔 자리에 최초의 골프연습장을 만들었으며 핸디 12의 고수로 별명이 ‘골프 교장’이었다고 한다(매일경제, 1970년 11월 12일). 골프 인구가 수천 명이었을 시절에도 골프 대중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경향신문, 1960년 11월 6일). 그러나 대중에게 골프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스포츠였다. 사치 논란이 인 것은 당연했다. 세무 당국도 골프를 사치로 인식하고 1965년 무렵 입장료의 50%를 세금으로 징수했으며 그린피는 더 오르게 됐다. 그 대안으로 ‘베비 골프’라는 오락이 유행했다. 베비 골프는 퍼팅만으로 경기하기 때문에 도심의 작은 공간에 설치돼 대중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도 애용됐다. 베비 골프장은 1960년대 중반 서울에 18곳이 있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스크린골프 격이라고 할까. 일제강점기 때 생겼던 베비 골프는 ‘미니 골프’라는 이름으로 일부 유원지에 명맥을 잇고 있다. 이후에도 골프의 사치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됐고 업계나 골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6년에는 입장료와 골프용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30%나 올렸다. 사진은 서울 뚝섬에 있던 골프연습장. 여성 캐디가 앉아 골프공을 치도록 놓아 주고 있다(경향신문, 1971년 8월 26일).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서울광장] 민·관 신뢰 쌓을 때다/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민·관 신뢰 쌓을 때다/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데 과연 그런가. 수출이 늘고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수정될 정도면 사회 전반에 훈풍이 불고 활력이 넘쳐야 할 텐데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치와 체감이 같지 않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은 침체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10월 기준 8.6%인 청년실업률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체감실업률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를 신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신(新)한국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자리 문제만큼은 해결하고야 말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이 중병(重病)을 시급히 치유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지가 취임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게 했다.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챙기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의 우환 덩어리를 뽑아내기 위함일 것이다. 일자리 상황판에는 6개 수치가 표시된다고 한다. 고용률, 실업률, 취업자 수,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비중, 근로시간 등이다. 그런데 10월 고용동향대로라면 핵심 지표인 취업자 수,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비중에 빨간불이 켜진 것과 같다. 이런 상황판을 매일 점검하는 대통령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민간에서 고용에 청신호가 켜질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며칠 전 청와대에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개념보다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과 창출을 가시화하라는 대통령의 주문도 떨어졌다. 현실화되려면 그런 주문이 민간에 먹혀야 한다. 튼실한 성과는 민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건 흥이 나야 죽기 살기로 하는 법이다. 그 반대이면 눈치 보며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재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나선 것은 예사롭지 않다. 박 회장은 ‘재계의 신사’다. 정부에 대고 쓴소리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인사다. 그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이어 여야 대표를 만나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백지상태에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한 방 먹었던 김영배 경총 부회장도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운운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재계가 김 부회장의 입을 통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개념을 만들어 몰아세운다고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전 정권의 창조경제가 실패한 것도 정부가 이끌면 될 것이라는 착각과 오류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하는 척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정부와 재계,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 먼저인 게 신뢰 쌓기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을 ‘서포터 타워’로 규정했다. 정부는 ‘지원자’라는 인식이 민간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재계도 정부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제 할일을 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자리 창출이다. 예년 같으면 이때쯤부터 새해 신입사원을 얼마나 뽑겠다느니 고용과 투자 목소리가 경쟁적으로 나올 법한데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대기업은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런데 일자리는 줄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1%포인트 증가한 반면 일자리는 4만 1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없는 성장이 아닌 ‘고용 줄이는 성장’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전략이라는 재계의 항변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대기업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 중소기업을 보고는 뭐라 할 텐가. 대기업들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 청와대 혁신성장 전략회의는 그런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민·관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사진 한 장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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