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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 돋보기] 배구대표팀 ‘땜질감독’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바람 잘 날 없는 자리다.‘장기 집권’이 있었는가 하면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은 ‘파리 목숨’도 있었다. 한때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독약이 든 성배”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배구대표팀 사령탑도 최근엔 기피의 대상이 됐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23일 강화위원회에서 유중탁(47) 전 명지대 감독을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상무이사회의 인준을 남겨놓고 있지만 사실상 유중탁씨는 내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사실 협회는 유중탁씨의 인준을 거부할 만한 처지가 아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을 뿐더러 월드리그 대표팀 소집이 새달 초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로 올림픽에 나서야 하는 한국 배구로서는 ‘땜질 감독’이라는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개월여 전 협회는 김호철(현대캐피탈) 감독에게 “대표팀을 베이징까지 더 이끌어달라.”고 매달렸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국 코트로 돌아온 지 4년 동안 대표팀까지 맡느라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때”라고 고사했다.그러나 도하 아시안게임 2연패 직후 이어진 프로배구 시즌 초반 부진이 고사의 이유였다는 게 배구계의 중론이다. 나머지 프로팀 감독들 모두 다음 시즌 성적과 관련된 구단과의 이해, 그리고 선후배와 라이벌 등 경쟁의식과 자존심, 무엇보다도 올림픽에서의 성적 부진에 따른 질타를 우려해 손사래를 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각 팀의 성적은 감독들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난을 몰아칠 이유는 없다. 다만 모처럼 찾아온 배구의 신바람이 자칫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움츠러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특정 감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요한 협회의 책임도 문제지만, 국가의 대사를 앞두고 당당히 낙점받아 도전하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로 팀에 안주하는 프로감독들의 모습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광장] 지성인과 정치인 사이/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성인과 정치인 사이/이목희 논설위원

    아들라이 스티븐슨은 진가를 몰라주는 유권자들이 야속했을 터이다. 프린스턴대를 나와 신문기자·변호사 활동, 이어 유엔 창설에 앞장서는 등 쟁쟁한 외교관 경력. 일리노이 주지사로서 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세련된 언변과 건설적 대안, 지식층 지지…. 스티븐슨은 역대 미국 대통령후보 가운데 가장 지성적 면모를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인사였다.1952년 대선에서 스티븐슨과 맞붙은 후보는 전쟁영웅 아이젠하워. 소련의 핵개발, 한국전쟁으로 매카시즘이 불고 있었다. 애국심의 광풍 앞에 스티븐슨의 지성은 맥을 못추었다. 열세를 만회하려 스티븐슨은 재향군인 모임에 섰다.“애국심이란 어떤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정치학도라면 한번쯤 읽어야 할 명연설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호소는 어려웠다. 아이젠하워의 듬직하고, 자상한 미소 한방이 지성파의 난해한 연설을 묻어 버렸다.1차 집권기의 아이젠하워는 한심하게 비쳤다. 골프를 즐기고, 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스티븐슨은 재도전했으나 더 큰 표차로 패하고 말았다. 아이젠하워는 닉슨 부통령, 덜레스 국무장관, 애덤스 비서실장 등 부하를 통해 게으름을 커버했다. 지성은 떨어져도 진정한 정치인의 자질은 아이젠하워쪽에 있었다. 올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지성인 궐기’가 거론된다. 두번의 상고 출신 대통령,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이 불러온 반작용일 것이다.‘지성인의 덫’에 빠져 곤경에 처한 첫 주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교수 출신인 그는 흠없는 경력과 성품을 가졌다. 지지율 5%와 한나라당내 명분없는 줄서기를 선뜻 수용키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정치학자 손학규씨에게 묻는다. 탈당해서 문화·예술계 인사와 만나는 외곽정치를 제자들에게 가르친 적이 있는가. 낮은 지지율이 스스로의 문제라고 자책한 적은 없는가. 아이젠하워에 비해 메시지가 약한 스티븐슨을 돌아본 적이 있는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역시 지성인 이미지로 대권을 겨냥하는 이다. 정 전 총장은 며칠전 “지성인은 남의 문전을 기웃거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자세력 추구의 뜻을 깔고 있다. 지금 정치권이 통째로 욕을 먹는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우선 엮은 뒤 괜찮은 정치인을 합류시켜 새 모습을 보이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정당정치를 깨야 하는 당위성에 공감할 수 없다. 경제학 교수가 신당을 만들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반사이익을 통해 붉은 카펫을 깔고 등장하려는, 정계개편 주도권 욕심이 어른거릴 뿐이다. 그 와중에 충청권 결집 등 정치 구태를 흉내 내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청와대 수석, 국회의원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교수도 대권도전의 뜻이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을 대변하지 못하니, 지성인으로 세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지식인을 ‘생산력이라고는 글쓰고 가르치는 일밖에 없으면서 이념·주장만 내놓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식인의 관념적, 서술적인 메시지는 일반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정치현장에서 생산력을 입증치 않으면 과거 조순·이홍구씨 수준도 못 따라간다. 유권자를 흡인할 메시지 없이 정당정치를 흔들며 요행을 기다리지 말기 바란다. 대권 꿈이 있다면 빨리 이념에 맞는 정파와 손잡고 정치 메시지 학습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 지성인이 민주정치를 피곤케 해서야 되겠는가.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의 종언인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역사의 종언인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1980년대 말 외견상 견고해 보였던 옛 소연방의 해체를 몰고 온 고르바초프의 한 연설문을 읽고 당시 미국 랜드연구소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소련정치 전문연구원은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의 핵심이 경쟁에 있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했고 그 연설문을 읽은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가 현대 사회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그 뒤 전 세계적으로 ‘역사’는 끝났다는 주장이 확산되었고 최근 한국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1987년 민주주의 이행 뒤 한국의 사회는 이념적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에 비하여 자신을 진보로 규정하는 시민의 숫자가 증가하고 평균적인 이념지표가 중도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2006년 초 어느 신문은 한국의 이념성향이 이른바 영문글자 ‘C’ 모양과 비슷한 곡선을 타고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운동한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19세를 포함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이념성향이 과거에 비하여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든다. 이른바 ‘386세대’도 이제 40줄을 넘으면서 보수화되었다. 이 정도라면 대세가 바뀐 것이다. 세계적 신자유주의 흐름과 더불어, 과거 10년간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실정에 대한 회의와 개혁 피로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최근의 정설로 받아들이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2006년 11월과 1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령이나 정당소속감에 상관없이 응답자가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경제는 시장논리에 맡기고 기업의 경제활동에 관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령과 정당소속감에 상관없이 정치영역에서는 응답자가 진보적인 대답을 많이 했다. 응답자는 정부가 사상의 자유를 포함하여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이었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더 반대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에 반대되는 증거이다. 한국보다 산업화가 진전된 국가라고 해서 사회가 그다지 보수적이지 않다. 사회의 이념적 색채는 진자의 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인권을 강조하지만 유약했던 민주당 출신 카터 대통령 뒤에 옛 소연방을 해체시킨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큰 인기를 모았다. ‘역사가 종언을 고한 뒤’ 다시 한 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가 등장했지만 오래 못가 가장 자유주의적인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에 의하여 교체되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초기에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지금은 공화당 상원의원에 의하여 탄핵이 시도되는 지경이다. 만약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물결이 형성되었다면 그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 10년 진보 측이 집권하면서 비판적인 의견과 대안이 없다면 한국의 미래는 더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또 세월이 지나 보수에 대한 건전한 대안도 다시 생기게 될 것이다. 사람이 두 발로 걷고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진보와 보수는 견제와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발표한 지 10년을 맞아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재고(Second Thoughts)’를 제출했다. 현대의 자유주의적 국가체제가 절정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역사는 끝날 수 없다고 수정했다. 한국 이념의 역사도 이처럼 길게 보아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두고 ‘미쳤다.’느니 ‘지랄한다.’느니 하며 천형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요. 다 무지했던 탓인데,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불치병이나 유전질환으로 여기는가 하면 정신질환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간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오래고,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지금도 간질을 가진 가족을 숨기는 게 다반사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해 나폴레옹, 알렉산더, 카이사르, 잔 다르크,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등 역사적으로 간질을 앓았던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경 교수는 “이들은 모두가 간질을 ‘악령의 병’이라고 믿었던 무지와 편견의 희생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는 인구의 1% 안팎, 즉 40만∼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간질의 발작은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대뇌 속 뉴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에너지가 발생해 생깁니다. 환자 중 65%는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드러난 원인은 내측두 경화증, 뇌종양, 내·외상, 뇌졸중, 선천성 장애, 뇌 감염 등입니다. 분명한 것은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후천적인 뇌 손상이 문제이며, 유전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간질 환자가 임상적으로 드러내는 각각의 증상을 발작이라고 한다. 물론 한 두번 발작했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기능적 이상을,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한다.“간질 발작으로 오해하기 쉬운 질환도 있습니다. 실신, 일과성 뇌허혈, 부정맥, 수면발작, 기립성 저혈압, 저혈당증, 편두통 등이 그것인데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발작의 유형은 뇌 속 병변 위치에 따라 다르며,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특정한 증후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온몸이 뻣뻣하게 굳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은 대략 수분 정도 지속되며, 발작 중에 혀를 깨물거나, 실뇨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정신을 잃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저리거나 굳음, 떨림을 느끼는 단순부분발작은 더러 대발작 전에 느끼는 감정이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런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요. 복합부분발작인 경우에는 전조 증상으로 이상한 기분, 냄새, 환청에다 더러는 명치에서 뭔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 후에 갑자기 정신을 잃습니다. 주위에서 이 모습을 보면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두 손으로 옷섶 등을 더듬거리며, 간혹 지향 없이 걷는 자동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 선에서 그치지만 가끔 대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 교수는 간질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천형’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으며, 이런 편견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결혼, 임신, 취업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치료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간질은 치료가 되는 병입니다. 충실하게 약제만 잘 복용해도 환자의 70%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간질 환자들은 자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과 상처를 안겨준 사회의 몰이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케톤식이요법과 미주신경자극술 등의 대안치료로 나눌 수 있다.“일반적으로는 발작 억제를 위해 약물치료를 실시하며, 전체 환자 중 약물치료가 어려운 10∼20% 정도의 난치성 간질의 경우 수술치료를 고려하는 정도입니다.” 간질치료에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환자의 발작 유형과 연령·성별·치료비용 및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며, 이런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데, 처음의 항경련제로 발작이 조절되는 경우가 약 50%, 약물로는 증상을 조절할 수 없거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난치성 환자가 30%가량 된다.“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투약을 바로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그 상태에서 2∼4년간 관찰하면서 투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 치료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료제로 각광을 받아온 오르필, 테그레톨, 페니토인 등이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로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케프라 등 새 항간질 약물은 간의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쉽게 배설되도록 해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허 교수는 “케프라를 투여한 결과 16주의 임상시험 중에 환자의 17%에서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평균 17개월의 장기 추적 결과 64%의 환자가 이를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토파맥스, 라믹탈, 트리렙탈, 리리카, 엑스세그란 등이 새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병변 부위에 전기적인 자극을 가하는 미주신경 자극술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수술은 뇌 손상 등 예상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정하며,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치료 외에도 제한적으로 식이요법인 케톤요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뇌심부자극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 등 간질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머잖아 간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허 교수는 밖에서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를 보면 이상한 눈길로 쳐다만 보지 말고 응급처치라도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우선 환자의 몸을 옆으로 편하게 뉘어 침이 밖으로 흐르도록 해 질식을 막아야 하며, 이 때는 입에 손가락이나 음료 등 어떤 것도 넣어서는 안 됩니다. 또 발작이 5분을 넘기거나 반복될 때, 발작은 멈췄으나 지체마비 등 후유 장애가 보이는 경우라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줄 것”을 당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여객선 잡는 고래

    여객선 잡는 고래

    대한해협이 긴장의 바닷길로 변하고 있다.1986년 국제적으로 포경이 금지된 이후 고래의 번식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곳을 오가는 국제여객선과 고래가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일 여객 항로에는 지난 2년새 7건의 고래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코비5호는 세번째 사고였다.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래와 쾌속선 충돌…1명 사망 110명 다쳐 12일 오후 6시23분쯤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동쪽 14마일 해상에서 일본 후쿠오카를 떠나 부산항으로 운항하던 257t급 고속여객선 ‘코비5호’가 대형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했다. 충돌 직후 강한 충격으로 타고 있던 승객들이 배안에서 튕기면서 의자에 머리를 부딪친 오모(75·여)씨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또 황모(70·여)씨 등 110명이 다쳤고 이날 현재 27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또 배 앞쪽 아래 부양용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기관실 뒷부분 3분의2가량이 침수됐다. 사고 여객선은 당시 만원상태로 승객 215명과 승무원 8명이 타고 시속 75㎞의 고속으로 달리다 배 앞쪽이 길이 10m가 넘는 고래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들에 따르면 “꽝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배 앞쪽이 고꾸라지듯 요동을 치면서 승객들이 이리저리 튕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변 바다가 붉게 물들어 고래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특히 일본 여행을 다녀오던 고령자들이 많았고 내릴 준비를 하느라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부상자가 많았다. ●고래 충돌 왜 일어나나 사고가 잦자 지난해에는 고래가 싫어하는 음파를 발생하는 장치를 고속여객선에 부착하고 운항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한 고속여객선이 이런 장치를 붙이고 시험운항을 해보기도 했으나 며칠 뒤 고래와 가벼운 충돌사고가 생겨 곧바로 철거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해양전문가들은 대한해협에 서식하는 고래 개체수가 증가한 것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특히 3∼4월 충돌사고가 많은 것은 이때가 고래가 남쪽에서 새끼를 낳고 떼를 지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미 고래는 1시간 이상 숨을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으나 새끼 고래는 15분 정도마다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새끼와 함께 어미 고래가 수면 위로 자주 떠올라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속여객선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충돌 피할 대안 없나 가장 큰 고민은 고래와의 충돌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사고가 날 개연성이 상존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울산고래연구소장 김장근 박사는 “항로나 고속여객선에 대한 고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 주의해서 운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포경위원회가 2004년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1975∼2002년 사이에 11종 292마리의 대형고래가 선박과 충돌했다. 참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귀신고래 순이다. 김 박사는 “1992년 북서아프리카 카니리섬 인근을 지나던 여객선이 향고래와 충돌해 승객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고래는 잠을 잘 때나 먹이를 먹을 때는 소리에 민감하지 않아 때려도 반응하지 않을 만큼 둔감하다.”면서 “이때 선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지방시대] 농업과 관광의 만남,불어라 열풍아/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이래저래 농가의 한숨과 속앓이가 늘어가고, 또 깊어가고 있다. 농민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도시 빈민들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다 쓰러져가는 농업, 농촌마을 살리기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또한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으나 농업경쟁력, 살기 좋은 농촌마을은 허울만 좋았을 뿐,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숫자놀음과 정책 나열을 벗어던지고, 우리 마을의 미래를 냉정하게 설계하고 실제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을 개발·실행해야 할 때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돌발사태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돈으로 대신해서 막으려는 처방’이 아니라, 농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 대안사업 발굴·육성 등 세 가지 범주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농업과 함께 앞으로 접목을 시도할 관광 등 기존 산업과 미래의 대안산업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폭넓고 사려 깊은 구조조정을 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남아돌 수 있는 농가인력을 다른 산업 부문으로 전환하는 조치까지도 검토할 수도 있다.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 고도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 하나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에 지식기반을 덧붙이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는 생명공학과 정보화 등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해준다. 나아가 지역화와 패션화 등에 의해 관광과 농업을 결합함으로써 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나머지 하나는 농업과 관광을 묶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촌을 위협하는 시장경제의 여건 변화에 적응하면서 ‘농업=생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농촌이라는 하드웨어에 관광서비스란 소프트웨어를 접목함으로써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도시민들은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충전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찾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는 것이다. 농업과 관광의 만남을 위한 기반은 충분히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제 그 만남에 녹색·문화·관광·농업·체험이라는 콘텐츠를 접목시켜 농촌을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다.1차산업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여가와 체험의 2,3차를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6차산업의 기능을 갖추도록 농촌마을 자체를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고, 농촌 부활의 지름길은 농업과 관광과의 만남에 있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시장지향적 구조창출, 친환경 고품질 농업, 농업의 서비스화, 문화와 마케팅의 접목 등 통합개발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생태건강 산촌 만들기, 약쑥과 순무로 승부하는 인천 강화군, 경북 예천군 애그리바이오 클러스터, 백두대간 약초나라 강원 정선군,‘부래미를 팝니다’ 경기 이천시 부래미 마을, 농촌의 일상을 서비스하는 강원 화천군 토고미 마을, 농촌과 예술이 만나는 무안군 월선리, 아비뇽을 꿈꾸는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해신(海神)´을 넘어서고 있는 완도,‘강원도의 힘´ 평창과 정선 등등. 바야흐로 지역이 희망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봄바람은 일기 시작했고, 그 바람은 열풍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불어라 봄바람아, 불어라 열풍아! 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전국 하천과 호소(湖沼)가 썩으면서 생명의 젖줄인 상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한강·낙동강·금강 유역 수질은 전년보다 되레 악화됐다. 극심한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강우 현상과 지천 하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취수장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상류와 지천의 물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 한 수질개선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수도권 2300만 시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팔당댐과 오염이 심각한 경안천을 돌아봤다. 르포에는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엄진섭팀장,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권혁진 사무국장, 수자원공사 팔당댐 취수순시선 김수동 선장이 동행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팔당호, 호숫가엔 음식점·러브호텔 즐비 수자원공사 수질조사선을 타고 팔당호 수질상태를 살폈다. 보트는 남양주 조안면 호숫가를 지나 팔당호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짙은 푸른색의 물에 쓰레기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늘 팔당호 물을 마시는 시민으로서 “이 정도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뱃머리를 경기 광주 퇴촌쪽으로 돌리자 상황은 바뀌었다. 경안천과 팔당호가 만나는 광동교 근처에 이르자 물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물 색깔은 푸른색에 고동색이 더해졌다. 눈으로 보아도 탁도가 심했다. 김 선장은 “경안천에서 유입되는 물은 색깔과 냄새부터 다르다. 지금은 한결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종면, 양평 강하면 일대 호숫가에는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즐비했다. 임야와 농지를 파헤쳐 전원주택지로 만든 곳도 수두룩했다. 호수와 맞닿은 논밭에선 거름을 내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경안천, 생활폐수에 폐기물까지 둥둥 용인 김량장동 마평교에서 경안천 하류를 따라 이동했다. 영동고속도로 용인인터체인지 아래까지는 눈으로 보아 오염이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을 따라 내려갈수록 오염 정도는 더해갔다. 포곡읍 삼계리 한림제약 근처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올랐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눈앞에 나타났다. 물색은 검붉게 변했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티로폼과 나무막대기, 폐타이어 등이 지저분하게 나뒹굴었다. 기름까지 둥둥 떠다녔다. 도심에서 경안천으로 흘러오는 하수구 주변에는 파리떼가 들끓었다. 광동교 근처 팔당호 물이 탁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이곳은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수질조사 결과 연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1으로 전년 5.8보다 더 나빠졌다. 갈수기에는 특히 오염이 심했다.2월에는 최고 19.3,3월엔 12을 기록했던 곳이다. 동행했던 권 국장은 “어떻게 저렇게 됐지.BOD가 30은 되겠다.”며 크게 놀랐다. 모현면 왕산교 아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갈담리·유운리에서는 가축 분뇨 냄새도 났다. 광주 구간에 들어서자 조금 달랐다. 하천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엄진섭 팀장은 “자연정화 덕분도 있겠지만 용인보다 하수관거 설치가 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하교∼광동교 강가에는 비닐하우스가 몰려있다. 한 농부는 “굳이 경안천을 더럽힐 이유는 없지만 나서서 깨끗하게 가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따른 불만을 쏟아냈다. ■ 수질오염 개선하려면 팔당호로 들어오는 경안천 수량은 전체의 1.6%, 유역도 2.8%에 불과하다. 수량은 남한강물이 55%, 북한강물이 43.4%를 차지한다. 수량과 유역만 따진다면 경안천이 팔당호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경안천의 팔당호 오염 부하량은 16%에 이른다. 수량이 적고 유역이 넓지 않으면서 오염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남·북한강 수량이 풍부하지 않다면 팔당호는 벌써 죽은 호수로 변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과 섞이면서 그나마 정수해 마실 수 있는 물이 된 것이다. ●용인시 오염총량제 도입해야 팔당 수질 개선 오염이 심각한 가장 큰 원인은 용인시가 오염총량제도입을 늦추고 있는데다 하수관거 설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오염총량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범위에서 오염을 삭감한 부분만큼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 하천오염물질 총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현재는 의무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하수처리구역이 넓어져 정부가 하수종말처리장건설 비용 등을 지원해 하천오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법정 환경부 수질총량제도과장은 “용인시가 100여건의 개발계획이 잡혀있는데도 현행 수질(BOD 5ppm)보다 훨씬 낮은 12.5ppm을 제시하는 바람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류지역이 더 맑아야 하는데 오염농도는 하류인 광주보다 용인이 더 높다. 광주는 환경부와 협의해 2004년부터 오염총량관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한강수계에서는 광주만 도입했고 용인·이천·여주·남양주·가평·양평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집중 투자하면 희망이 보인다 경안천은 연장이 50㎞에 불과하다. 뒤집어보면 오염원을 찾아 단기간에 집중 투자할 경우 의외로 쉽게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경기도는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해마다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상류인 용인 일대와 146개 작은 하천을 맑게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지자체들이 먹는 물은 경쟁적으로 끌어가면서 하수대책에 뒷짐지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 하수관거비율은 88%지만 용인시는 47%에 불과하다. 산업폐수나 가축 분뇨는 하수도를 통해 나가기 때문에 사실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생활폐수다. 가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실개천-경안천-팔당댐으로 이어진다. 분리하수관을 설치, 철저한 처리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민들의 의식개선도 요구된다. 팔당호 물은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기 전에 살던 주민들에게 무조건 규제만 강요할 수는 없다. 수질개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주어 스스로 수질개선에 나서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는 “경안천 수질은 우리가 지킨다.” 광주·용인지역 각종 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지난해 말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었다. 회원은 새마을운동지회·의용소방대·해병전우회·부녀회 등 이 지역의 대부분 단체와 주민들이다. 팔당호의 수질과 직결된 경안천의 정비와 불법행위 단속을 맡는다. 매달 하천 수계관리 대청소를 실시하고 주민환경교육과 오염원 단속도 이들의 활동이다. 경안천 수계 지천을 관리하기 위해 1마을 1하천 지킴이 운동도 펼치는 시민단체다. 수도권 2300만 식수원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민관 합동작전도 편다. 권혁진 사무국장은 “시민단체지만 한강유역환경청, 팔당수질개선본부, 경기도 등도 참여한다. 운영위원 회의에도 참석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지자체도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권 국장은 “경안천 오염 원인은 이 지역 주민들의 낮은 의식수준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도시개발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용인·광주 지역의 마구잡이 준농림지개발, 무분별한 도시확산, 하수기반시설 투자 미흡 등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비록 망가진 하천이지만 희망은 밝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경안천이 많이 오염됐지만 더이상 늦추면 그만이다. 회원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 “더이상 관객에 대해 말 않겠다”

    김기덕 감독이 관객 품으로 돌아왔다. 그의 14번째 영화 ‘숨’의 시사회가 30일 서울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영화를 내놓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을 번복한 이후 내놓은 첫 신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극장 안은 유난히 북적거렸다. 영화가 끝난 뒤 열린 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1000만 관객 시대에 50분의1 정도는 다른 길을 가고 다른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갈증이 나에게 있었다.”며 그동안 자신의 돌출 행동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발언 이후)많은 분들이 위로를 하는데 나는 금방 잊어버리고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민감한 말을 할지라도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영화 ‘숨’은 자살을 시도하다 목소리를 잃은 사형수 장진(장첸)과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주부 연(박지아), 그리고 그 둘의 관계를 막으려는 남편 정(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삶과 죽음, 갈등과 화해를 절제된 미학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그는 3억 7000만원이라는 저예산에 단 9회로 촬영을 마쳐 불황과 제작비 상승으로 어려운 한국영화계에 대안을 제시했다. “제작비를 줄이는 게 한국영화가 살길”이라며 “더 치밀하게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3억원 미만의 돈으로 35㎜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더이상 관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스크린 쿼터가 다시 부활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니 지금은 영화인들이 내적 에너지를 모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한다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소 보안소장으로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한 김 감독은 이날 시종일관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답변하는 등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선글라스도 벗고 나와 “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감독이란 건 사실”이라며 “시사회를 앞두고 14편의 영화를 10분씩 돌이켜 봤다.(전보다)힘이 떨어지고 에너지, 관심, 욕심이 없어지긴 했다.”면서도 “도와주시면 누가 뭐래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놉시스가 많이 쌓여 있다고 말한 뒤 “그 중엔 1000억원을 능가하는 작픔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1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아스카’도 있다.”고 말해 다시 한번 극장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많은 기대를 낳고 있는 영화 ‘숨’은 새달 19일 개봉한다.18세 관람가.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데스크시각] ‘참 나쁜’ 공무원/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외환은행 매각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 후배들에게 선입견을 갖지 말고 감사에 임하라고 당부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더군요. 이렇게 기가막힐 정도로 사악하게 일 처리한 것은 처음 봅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였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일부 주역들을 향해 ‘사악한’ 공무원이라고 했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본 이들의 반응이 한결같다. 같은 공무원에게 쓰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발언 수위라는 점도 놀랍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보면 정말 ‘교묘하게 진행됐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이 이 일을 담당했던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변 국장은 2003년 2월24일 퇴임을 하루 앞둔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외환은행의 매각 관련,3쪽짜리 보고서를 보냈다. 이어 2003년 2월28일 취임한 지 하루밖에 안 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다시 1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일이면 임기가 끝나 짐싸는 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내는 이유가 뭡니까. 짐도 풀지 않은 새 부총리가 볼 때는 마치 전 정권에서 이미 추진돼 오던 일이기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임자가 추진하던 일이라는 인상을 주는 수법을 잘 쓴다.”고 한 행정학과 교수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일부 소수 공무원들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여전히 소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경부는 “외환은행 매각이 위기상황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정책 결정”이라고 항변한다. 과거의 정책 사안을 몇년이 지난 현재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같은 재경부의 입장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외환은행 매각은 아쉬움을 남긴다.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 및 한국은행이 대주주로서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 국민이 주인인 셈이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더라도 왜 하필이면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넘겼어야 했냐는 의문에 재경부는 답변해야 한다. 은행 등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할 수도 있었지만 론스타 외에는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공정한 경쟁절차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추진됐는데도 말이다. 외형상 외환은행 매각 방침은 모든 행정절차를 밟아 추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확신이 들지 않는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장관인 부총리의 최종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부총리의 정책적 판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매각됐다는 점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재경부가 외환은행의 론스타 인수와 관련해 금감위에 예외승인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2003년 7월 당시 외환은행은 이미 회생의 날갯짓을 할 때다. 외환은행 위기의 주범으로 볼 수 있는 하이닉스 주가만 보더라도 그 해 3월 1000원대이던 주가가 7월 9000원대로 9배나 올랐다. 감사 결과를 보면 이때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주가를 눌러라.”라는 지시를 했다. 하이닉스 주가 상승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사실 론스타는 임기말 정권 교체기에 어수선한 틈을 타 ‘구렁이 담넘어 가듯’ 추진된 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국가의 미래가 아닌, 나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없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할 때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오페라 봄무대 ‘베르디의 향연’

    오페라 봄무대 ‘베르디의 향연’

    봄 오페라 무대에 베르디가 몰려온다.3월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에 이어 4월에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리골레토’,5월에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차례로 올려진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는 아름답고 격정적이며 극적인 구성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공연계를 평정하다시피 하고 있는 뮤지컬에 맞설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립오페라단은 ‘라 트라비아타’를 들고 새달 13∼14일 경남 창원,21∼22일 경기 안산을 찾아갈 예정이어서 달아오르는 베르디 붐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3월 아이다 #1‘이기고 돌아오라’와 ‘청아한 아이다’ ‘개선행진곡’ 등으로 유명한 국립오페라단(단장 정은숙)의 ‘아이다’는 오는 30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스위스 연출가 디터 케기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질투,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다의 갈등을 부각시켜 심리극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연출을 선보인다. 피에르 조르지오 모란디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오페라합창단, 의정부시합창단. 정 단장이 ‘세계 최고의 아이다’라고 치켜세우는 소프라노 하스믹 파피안과 암네리스의 메조소프라노 테아 데무리슈빌리가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김세아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이들과 겨룬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1만∼15만원.(02)1588-7890. ●4월 리골레토 #2서울시오페라단(예술총감독 박세원)은 2009년까지 3년 동안 베르디의 대표작 5편을 잇달아 공연한다. ‘리골레토’에 이어 가을에는 ‘가면무도회’,2008년에는 ‘라 트라비아타’와 ‘운명의 힘’,2009년에는 ‘돈 카를로’를 차례로 올린다. ‘베르디 빅5’의 첫번째 주자인 ‘리골레토’는 새달 12∼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국내외에서 150차례 이상 리골레토를 맡은 바리톤 고성현이 3년 만에 국내 무대에 나선다. 바리톤 최종우와 오디션에서 뽑힌 신예 최진학이 리골레토로 나선다. 질다에는 소프라노 문혜원과 김수진, 역시 오디션에서 선발된 강혜정이 데뷔한다. 연출은 카를로 안토니오 데 루치아. 최선용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시합창단.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2만∼12만원.(02)399-1114∼7. ●5월 라 트라비아타 #3글로리아오페라단(단장 양수화)은 창단 17주년을 기념하는 ‘라 트라비아타’를 5월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아름답고 슬픈 전주곡으로 시작해 ‘축배의 노래’ ‘아, 그이인가’ ‘프로벤자, 네 고향으로’ ‘파리를 떠나서’ 등 주옥 같은 아리아가 이어진다. 연출가 유희문은 화려함의 극치인 파리 상류층 무도회장와 비올레타의 비극적 죽음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드라마틱한 무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휘는 뉴욕시오페라단 상임지휘자를 18년 동안 역임한 데이비드 에프론.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최흥기가 이끄는 서울필하모닉 오페라합창단이 참여한다. 비올레타에 소프라노 다리아 마시에로와 박미혜, 알프레도에 테너 알레산드로 리베라토레와 한윤석, 제르몽에 바리톤 최현수와 한명원. 오후 7시30분.3만∼20만원.(02)543-2351.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지방시대] 광주,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어라/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이른바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하 문화중심도시)사업’이 비틀거리다 못해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안개바다에 표류하는 선박과도 같은 모습이어서 난감한 느낌만 안겨줄 뿐이다. 대통령령으로 출범한 지 3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이 사업의 방향이랄까 컨셉트와 목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5·18항쟁의 현장인 옛 전남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는 설계도면은 어느새 반쪽이 돼 버렸고 새로운 설계를 위한 ‘랜드마크’라는 말이 지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직은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다. 사업의 프로젝트라는 것이 아직까지도 전 시민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여 산 위의 구름처럼 바람이 불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상태인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문화종사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랄까 중구난방식 발언들만이 새된 스피커소리처럼 새어나오고 있을 뿐 실재로 사업 컨셉트를 리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대통령 직속 조성위원회), 문화관광부, 광주광역시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에 미래지향적 대안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지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느끼는 바로는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이렇듯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관장부서인 문화관광부와 관할지역 당사자인 광주광역시가 서로 엇박자를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로의 세(勢)를 놓지 않으려는 ‘기(氣)싸움’에 매달리다 보니 중앙부서와 지방부서 간에 미묘한 알력과 파열음이 생기고, 사업에 일관성(일원화)이 없어지고 이원화·삼원화되는 파행으로 치달은 나머지 오늘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광주시민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문광부와 광주광역시가 호흡을 같이하지 못하고 또 여기에다 대통령 직속으로 편재된 조성위원회(‘자문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유발시킨다.)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서 갖가지 불협화음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문광부와 광주광역시, 조성위원회가 서로를 존중하려는 대승적 자세에서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앞으로의 문화중심도시에 대하여 깊은 고뇌와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보다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역할분담이 뒤따라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현장기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문화중심도시 사업에는 ‘광주’가 내놓을 컨셉트가 담겨있지 않습니다.”“추진기획단이 만든 두꺼운 책을 아무리 뒤져도 문화중심도시의 핵심, 소프트웨어가 안 보입니다.”“우뚝 솟은 랜드마크도 중요하지만 ‘민주·평화·통일’을 상징하고 또 그것을 보편적인 한국문화와 세계문화로 발흥시켜 나가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 거대한 문화의 전당을 짓는 하드웨어사업보다도 더 우선적이고 시급한 일이 아닐까요?” 현장기자들도 이런 뜻에서 말했을 것이다. 옛 전남도청에 들어설 아시아문화의 전당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1980년 5월의 ‘Free Gwangju’(자유광주)’를 소프트웨어로 담아 넣을 때 명실공히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생명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민족운동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 민족 전체구성원들의 고통과 줄기찬 희망 속에서 창출된 역사야말로 사실은 최고의 문화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호적 관장’ 다툼 58년째

    현행 호주제를 대체할 새 신분등록 제도의 감독권을 놓고 대법원과 법무부가 신경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58년 전 제헌의회에서도 호적 제도의 감독권을 둘러싸고 양 기관이 힘겨루기를 했던 사실이 15일 국회 속기록을 통해 확인됐다.양 기관의 다툼으로 대체입법이 지연돼 파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58년이나 된 케케묵은 논쟁’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1949년 제헌의회 속기록에는 법원조직법 제정 과정에서 등기·호적 사무의 관장권을 둘러싼 대법원과 법무부의 치열한 공방이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등기·호적 관장 권한을 법무부가 갖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제출했다가 법사위에서 관장 기관을 법원으로 고친 대안에 밀렸다.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승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되돌아갔다가 재의결 끝에 공포됐다. 이번에 발견된 속기록에는 이같은 과정에서 마치 지금 양 기관이 벌이는 공방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주장이 곳곳에 등장한다. 49년7월 열린 임시회의에서 김동원 국회 부의장은 “법무부의 의견은 등기호적은 행정사무라는 것이다. 종래 재판소에서 담당해온 것은 과거 삼권분립이 되지 않았던 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당시 법무부 입장은 지금까지 법무부가 핵심 논리로 들고 있는 삼권분립 원칙과 똑같다. 또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법무부 주장에 대해 “근본적인 헌법의 본의를 오인하는 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지금 대법원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 같은 해 8월 김 대법원장이 “호적은 사람의 중요한 관계가 담겨 있기 때문에 법관이 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내용도 현재 대법원 입장과 똑같다. 당시 이원홍 의원이 “정부에서는 법무부 지방국을 둬가지고 과장이 총감독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과거 40년 동안 법원이 감독하고 착오 없이 잘 진행했는데, 어떤 기관을 하나 만들어 가지고는 이와 같은 감독은 하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현재 법무부의 방안이나 이에 반대하는 대법원 논리를 재연한 듯하다. 한편 국회 법사위 1소위는 새 신분등록 제도와 관련, 대법원과 법무부, 민주노동당이 각각 제출한 3개 법안에 대한 심사를 4월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하) 미국의 공교육 개혁 현장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하) 미국의 공교육 개혁 현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평준화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학생의 재능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은 얼마든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 반면, 성적이 뒤떨어진 학생에게도 일정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이같은 차별화된 교육들이 과외 등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교육은 원칙적으로 카운티(우리나라의 군에 해당) 정부가 책임진다. 따라서 미국 내 수백개의 카운티는 저마다 다른 교육정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학력을 더욱 증진시키는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고급반(AP·Advanced Placement Program)과 국제학사학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다. AP는 일종의 선행학습 프로그램으로,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학교가 AP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 대입학력고사(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수준높은 공교육이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센터빌·챈틸리·매클린 등 16개 고등학교에서 AP 프로그램을 제공한다.AP 과목으로는 미·적분과 화학, 생물, 영어 작문, 영문학, 제 2외국어 등 35개가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도 AP 과목에 포함돼 있으나 한국어는 들어 있지 않다. AP 과목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이수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5월에 시험을 치고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아야 통과된다. 칼리지보드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의 경우 14.1%의 학생만 AP 시험에서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 합격했다.4,5점을 받은 과목은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AP 과목만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뛰어난 학생은 아예 인근 대학에서 수업을 한다. 페어팩스 지역의 경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수학을 대학생들과 함께 듣기도 한다. IB는 고등학교에서 미리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이다.AP와 유사하지만, 국제 인재 양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뿐 아니라 외국의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IB 프로그램은 115개국 1425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662개 학교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미국의 최우수 공립 고등학교 가운데 40개교가 IB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IB 학위를 받으려면 영어, 외국어, 수학, 사회과학, 과학 분야에서 시험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 최소 150시간의 과외활동과 4000개 단어의 에세이, 지식 이론 등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 공립학교 가운데는 뛰어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수업하는 영재학교(Schools for the Gifted and Talented) 제도도 있다. 학생 전체가 영재들로 구성된 학교도 있다. 학교 안에 영재반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학군을 무시하고 다른 지역의 학생들도 선발, 특별한 교수 철학과 학습 영역을 제공하는 ‘마그네틱 스쿨(자석처럼 학생들을 끌어모은다는 뜻의 이름)’제도도 있다. 미술, 수학, 과학, 비즈니스 기술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훈련을 시키며, 일부러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설치한다. 최근들어 자녀에게 차별화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형태의 ‘대안 학교’들도 생겨나고 있다. 교육관이 같은 부모와 시민단체가 카운티 정부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차터 스쿨’이 대표적인 형태이다.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도 늘고 있다. 미국 교육은 카운티 소관이기 때문에 K-12(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교육과 관련한 연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육에 개입했다. 이 법은 영어와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책임지고 추가 교육을 시켜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학력증진 대책인 셈이다. dawn@seoul.co.kr ■ 버지니아州 페어팩스 카운티 영재학교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는 ‘8학군’으로 꼽힐 정도로 우수한 공립학교가 많다. 그 중에서도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는 버지니아주의 영재들이 모이는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2006년 졸업생 가운데 하버드대에 12명, 예일대 9명, 프린스턴대 29명, 스탠퍼드대 11명,MIT 19명, 코넬대에 24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대부분의 학생이 명문대에 합격했다. 한국의 서울과학고와 견줄 수 있는 이 학교의 교장은 올해 35세의 에반 글레이저 박사. 글레이저 교장은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TJ의 ‘인재육성’과 ‘학력증진’ 방안을 설명했다. 글레이저 교장은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수학으로 학사를, 수학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조지아대학에서 교육 테크놀러지를 연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서 직접 수학을 가르쳐 본 경험도 있다. 이후 테크놀러지를 교육에 적용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실적을 남겼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든다든데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한 해에 450명 정도를 뽑는데 3000명이 넘게 지원한다. 우선 입학 시험을 통해 절반을 추려낸다. 입학 시험은 과학과 기술 분야의 실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최종적으로는 추천서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학력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TJ 입학생은 개개인이 학문적으로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TJ는 어느 학교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특히 학생들이 팀을 이뤄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어와 생물, 기술 세 과목을 연계하는 수업(IBET·Integrated Biology,English,Technology)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대학들에서 실시하는 통합 전공(Interdisciplinary Course)을 고등학교에서도 적용하는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두개 이상의 분야를 연계하는데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분야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통해 매우 새롭고 혁신적인 무엇인가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이는 새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학습 커리큘럼은 자주 바꾸나. -학생들에게 늘 새로운 과목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해마다 학기 초반에는 커리큘럼 박람회를 열어 관심 분야를 조사하고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분야는 새로 수업을 만든다. 또 기존의 커리큘럼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한다. ▶전체적인 수업시간은 다른 고등학교보다 긴 편인가. -수업 시간이 7% 정도 길다. 그러나 이는 정규 수업보다 학생들의 특별활동을 늘린 결과다.1주일에 두번,150여가지의 다양한 특별활동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관심분야를 발전시켜 특별활동 클럽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이런 활동은 학교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나 기업과의 협력으로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클럽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지역 봉사를 하거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대입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TJ는 대입 교육과 인성 교육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TJ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학문과 인성을 동시에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우수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올바른 윤리교육을 통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방과후 과외를 하기도 하는가. -TJ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은 대부분이 스포츠이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소수 학생이 개인교습 등을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하다. 많은 한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 과외나 학원을 통한 보충 수업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험 때 학생 평가 기준은. -학생들의 성적은 시험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가된다. 예를 들어 연구 중인 프로젝트의 리포트 작성, 프레젠테이션, 시뮬레이션 등이 평가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연구결과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TJ 학부모들의 지원과 관심은 대단하다.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때로는 연사로 초청되기도 한다. 학부모가 다니는 회사의 실험실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는다고 느끼는가.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한국의 서울과학고를 방문한 뒤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TJ의 경우는 고급반(AP)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을 요구하는 학생들도 많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커리큘럼이 대학입학에 필요한 학점으로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dawn@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상황판단

    1. 내용의 외형적 분석 글의 흐름을 총괄적으로 살펴볼 때,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과정은 도입부로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황판단영역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는 도입부분에서 발생하는 시험문제는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하고 그 다음 과정인 전개부로 넘어가기로 한다. ☞[PSAT 실전강좌] 내용의 외형적 분석(이론 및 실전문제) 전개부분에서는 앞으로 서술될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전개가 이루어지는 부분으로 주로 새 롭게 나타나는 용어의 정의나 정책의 역할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행하여지는 것이 바로 내용의 분석이 된다. 따라서 내용의 분석은 다양한 분석기법을 통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한 후에 이를 토대로 대안을 분석하여 대안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여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분석기법인 것이다. 이 중에서 내용의 외형적 분석이란 문제 문에서 열거된 내용이 지문에서 열거된 내용과 합치하는 지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추후에 열거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주로 자료해석적 기법이 사용된다. 즉, 문장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숙지된 사실로 지문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으로 논리적 거름이 없이 단순히 비교 확인하는 과정을 말하므로 지나친 추론은 오히려 문제해결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마킹을 통한 문제해결법이나 지문의 역추적을 통한 문제해결법이 사용되게 된다. 예. 다음 기사의 내용을 읽고 지문의 진위를 판단하여 보자. 작년 국민 한 사람이 납부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 국민 부담금이 398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 1인이 납부한 세금은 평균 315만원이었으며 국민연금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은 83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를 합친 국민 부담금은 398만원으로 2003년에 비해 10만원 늘었다. 1인당 국민 부담금은 2000년 290만원,2001년 316만원,2002년 351만 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어 올해는 400만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실제 올해 예산상 1인당 국민 부담금으로 잡혀 있는 금액은 세금 340만 원 등 435만원이다. 이에 따라 1인당 국민 부담금은 최근 4년 사이에 37.2% 증가해 같은 기간 32.2% 늘어난 1인당 국민총소득(GNI)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국민 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추세지만 국민 부담금의 증가 속도가 소득을 앞지르는 것은 국민의 부담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① 국민 1인당 부담하는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액은 증가하는 추세인가? ② 국민총소득의 증가율보다 국민 부담금의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국민의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③ 셋째, 국민 부담금의 증가 추세는 선진국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④ 넷째, 국민 부담금의 증가폭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국민들의 큰 부담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는가? <외형적 분석의 결과> 글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다면, 본문은 앞으로 전개될 국민부담의 경감을 논점으로 삼고 있는 글의 전개부분에서 국민부담금에 대한 현황과 실태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글의 분석은 예문의 내용과 지문의 내용이 합치하는 지를 자료해석적 기법을 통해서 하는 외형적 분석만을 주로 하게 된다. ①(○) 이는 본문의 1인당 부담금에 대한 언급에서 파악한다. 2000년 290만원,2001년 316만원,2002년 351만 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어 올해는 400만원이 넘어설 전망이므로 본문의 내용과 물음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②(○) 이는 본문의 내용에서 물음의 전반부를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하는 본인이 직접 이를 국민의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자료해석적 기법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자료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판단 문제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③(○) 이는 본문의 내용 중에 [ 국민 부담금이 늘어나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추세지만]의 내용을 분석할 때, 일반적 추세라는 내용을 통해서 물음과 예문의 내용이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④(×) 국민 부담금의 증가는 첫 번째 물음에서 파악했듯이 2000년 290만원, 2001년 316만원, 2002년 351만 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어 올해는 400만원이 넘어설 전망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 증가폭은 2001년 26만원, 2002년 35만원, 2003년 37만원, 2004년 10만원, 2005년 37만원(예상)이므로 계속 증가한다고 할 수 없다.
  • [서울광장] 전교조 신빨치가 구빨치에게/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교조 신빨치가 구빨치에게/황성기 논설위원

    침몰하는 배란다. 가라앉는 일밖에 안 남았는데, 가라앉지 않으면 폐선이 되는 일밖에 없는데 교육부가 예인선이 되어 끌고가는. 제 머리 못 깎는 중처럼 스스로 개혁도 못하는 조직. 김대유 교사의 눈에는 전교조가 그렇게 보인단다. 지난해 장혜옥 위원장 집행부 시절의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지금은 서울 서문여중 전교조 분회의 평조합원으로 백의종군하는 그다. 지난달 전교조 조합원 연수에서 “내적으로는 조직이 관료적으로 물들어 있고, 외적으로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이념조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호된 비판을 가했다. 김 교사는 전교조 내 안티다. 정확히 말하면 관료화한 1세대에 대립각을 세우는 2세대다. 그는 “1세대 선배들과는 서로 넘을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고 했다. 교장·교감의 권위주의, 패거리문화가 싫어 만들었던 전교조가 학교의 전근대적인 모습을 더 극악스럽게 닮고 있다고 한탄한다. 조직 전체가 진보를 지향점으로 삼아 나아가는 것은 틀림없는데 조직 이기주의나 경직된 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칼날을 곧추세운다. 전교조에선 1세대를 ‘구빨치(옛빨치산)’,2세대를 ‘신빨치’로 부른다. 고난의 비합법 시절을 함께 투쟁해온 스스로에게 붙인 별칭이다. 신빨치에 해당하는 김 교사는 전교조 합법화 이후 구빨치 선배들의 관료화, 정치화가 심각해졌다고 진단한다.2세대들은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참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교장공모제로 상징되는 교육개혁안을 1세대들이 민노당에만 가져간다면 2세대들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도 던졌다. 그런 후배들은 “당성이 없다.”고 선배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새학기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전교조 교사 모임.10명쯤 자리한 그곳에서도 조직 개혁이 화두다.6년차라는 교사. 진보인 줄 알고 들어간 전교조가 관료집단인 사실에 좌절했다는 그다. 지난해 전교조 간부를 지낸 그는 교사친구에게 전교조 가입을 권유하자 “교장선생님 모시기도 힘들지만 전교조 분회장님 모시기도 힘들다.”고 거부 당한 일화를 소개했다.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분회장이 있으면 학교 안에서 민주적으로 얘기할 수 없단다. 평가를 안 받는 기관이 없는 세상인데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전교조가 대안도 못 만들어 낸다고 했다.“내가 위원장이라면 용역이라도 줘서 노후화한 전교조의 경영을 진단 받고 뜯어고치겠다.”고 소리 높인다. 좌중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달 26일의 전교조 대의원대회.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안건 하나가 보류된 ‘사건’이 있었다. 주요 사안은 대의원대회에서 어물쩍 처리할 게 아니라 조합원 의사를 반영하도록 총투표로 결정하자는 안건이다. 대회에 참석했던 교사는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대의원대회를 불신하는 조합원들 생각이 안건에 담겨있다.”고 했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집행부는 다음 학기로 논의를 넘겼다. 이런저런 꼴 보기 싫으면 왜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을까.“탈퇴해서 더 행복해지냐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다.“참교육의 강령에 맞게 일하는 우리들의 전교조이지 정파끼리 돌려먹는 선배들의 전교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당차다. 참교육을 실천한다며 초창기에 보여준 전교조의 열정과 희망을 기억한다. 전교조를 전교조답게 하려면 조합원조차 좌절시키는 절망의 뿌리를 이제는 도려내야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33년째 ‘방치된 열사’

    33년째 ‘방치된 열사’

    유관순 열사의 표준영정이 작가인 월전 장우성의 친일 논란 끝에 21년 만에 교체된 가운데 모교인 서울 이화여고에 전시돼 있는 유관순 열사 영정이 또 다른 친일 화가가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친일화가가 그린 영정을 교체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27일 민족문제연구소와 학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에 있는 유관순 기념관 1층 정면에 걸려 있는 대형 영정은 친일화가 김인승(1910∼2001년)이 1959년에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친일화가 그린 영정 33년간 전시 김인승은 1943년 ‘성스러운 전쟁에 미술로 보국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친일 미술 모임인 ‘단광회’(丹光會)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선징병제 시행기념 기록화’ 등을 그리는 등 광복 전까지 활발한 친일 활동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내년 발간될 ‘친일 인명사전’에 김인승을 수록할 계획이다. 김인승은 또 각종 작품에 일본어 발음으로 읽은 자신의 이름을 영문자로 표기해 ‘Jinsho,Kin’이라고 써넣기도 했다. 광복 후 친일 행적으로 인해 조선미술건설본부 조직에서 제명됐으나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이화여대 미대 학장과 대한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영정은 1974년 유관순기념관이 건립되면서 이곳에 전시돼 왔지만 학교측은 김인승의 친일 행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가지 관점을 살펴 영정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하려 한다.”면서도 “영정이라면 보는 이로 하여금 유관순 열사의 삶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김인승 화백 작품이 바로 그런 그림”이라며 옹호하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특히 이 영정은 1996년 이화여고가 유관순 열사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장에 새겨져 있고, 한 일간지와 이화여고, 충청남도가 함께 시상하는 유관순상 로고에도 들어 있다. ●영정 교체해야 목소리 높아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이화여고에 소장된 유관순 영정은 국가의 공공기물이 아니라 사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교육 기관이라고 하는 공공성 측면에서 영정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도 “새 만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영정조차 친일 논란이 있는 상황이니 유관순 영정은 더 말해 뭐하겠느냐.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과거 독일 나치정권을 강화하는 데 참여한 예술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예술은 정치 중에서도 고도의 정치 행위”라면서 “‘친일을 한 사람과 작품은 별개’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애국지사나 위인들의 영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제작 당시 유명세만으로 영정을 맡겼기 때문”이라면서 “친일 전력이 있는 사람의 작품은 전부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정 하나하나에 문제를 제기해 교체하는 것은 너무 소모적인 만큼 이제는 문화관광부가 나서서 총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학교폭력 전담경찰 배치

    학교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학교 주변에 전담 경찰관이 새 학기부터 시범 배치된다. 등·하교 때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지켜주는 ‘신변보호 지원제’도 도입한다. 정부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5대 폭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학교폭력 대책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다음달 새 학기부터 학교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학교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 3∼5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현재 퇴직 경찰이나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법 경찰권이 없어 학교폭력이 극심한 지역에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담 경찰관은 해당 학교들을 중심으로 순찰하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업무를 맡는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경찰청 등과 협의를 거쳐 3개 시·도를 선정, 우선 75개 학교에 모두 15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효과가 있으면 하반기부터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신변보호 서비스도 지원한다.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했거나 위협을 받아 불안해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나 교육청에 신청하면 등·하교 및 취약 시간대에 무료로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사설 경호기관·업체, 자원봉사대와 협약을 맺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위탁교육도 다양해진다.1단계로 학교폭력 조짐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해 전국 196개교에 ‘친한 친구 교실’을 시범 운영한다. 학교폭력 정도가 심하면 법무부가 위탁한 대안교육센터에서 위탁 교육을 받게 된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올 7월부터 부산, 인천, 광주 등 7곳에서 대안교육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정계개편 세력 새이름 ‘고민중’

    정계개편 세력 새이름 ‘고민중’

    정계개편 주도권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범여권이 최근 이름을 두고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계를 제출해 여당이 사라지면 기존의 ‘여(與)’ 개념을 대체할 말이 없다는 게 첫번째 고민.‘여야관계’는 물론 정계개편 흐름 속에서 자주 사용되는 ‘범여권’이라는 용어가 생명을 다하게 된다. 이에 ‘비(非)여권’에서 ‘범열(범 열린우리당)권’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우리당을 여당 대신 ‘열당’이라고 부르는 게 가장 싫었다.”면서 “차라리 지도부에서 자주 쓰는 ‘반(反)한나라당 세력’이 낫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직면한 골칫거리는 ‘탈당파’라는 꼬리표다. 통합신당모임이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집단탈당파’‘선도탈당파’로 자주 불리고 있다. 통합신당모임의 전병헌 의원은 언론에 “설문조사시 고유 명칭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 모임은 정식모임 명칭을 정착시키기 위해 CRU(Centrist Reformists United)라는 영문 명칭도 만들었다. 궁극적인 문제는 신당 이름이다. 그간 수많은 당이 만들어지고 분해돼 쓸 만한 이름이 바닥났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당 명칭에는 ‘통합민주당’처럼 ‘민주당’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신당모임의 강봉균 의원은 주변에 “당 이름을 지어주면 포상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대변인은 “이름이 없다 보니 어떤 지인은 ‘좋은당’은 어떠냐고까지 했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지지도 조사에는 확실히 유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벌금 못내면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

    앞으로 경제형편 때문에 벌금을 내지 못했을 때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를 하면 된다. 현행 ‘12세 이상 19세 미만’로 규정된 소년범 연령은 ‘10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된다. 김성호 법무장관은 23일 이같은 내용의 ‘2007년 법무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김 장관은 “17대 대선이 있는 올해 흑색선전 등을 일삼는 선거사범을 엄정 처벌하는 등 법과 원칙을 세우고 서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질병보험 등 최근 판매가 활성화된 보험 계약 규정을 신설하고, 보험 사기 가입자에 대해 계약을 무효로 하는 등 보험 사기 방지를 위한 규정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개인간의 거래에서 연이자율을 최대 40%로 묶는 이자제한법 신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무관용원칙 적용, 변호사 제도 개선,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수립 등의 현안도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벌금 미납자를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명령에 처하도록 한 것은 노역형에 처해지는 사건이 1997년 8000건에서 지난해 3만 4000건으로 급증하는 등 경제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법무부는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벌과금 상한을 100만∼300만원 수준으로 정하고, 사회봉사 시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조만간 마련키로 했다. 또 성장 속도에 맞춰 소년범의 연령을 10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낮추는 한편, 소년범에 대한 보호처분 종류도 사회봉사·수강명령·구금·대안교육 등으로 다양화하기로 했다.17대 대선에 앞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이용한 선거사범 등 새 유형의 선거 범죄에 대해서도 엄정 대처키로 했다. 한편 김 법무장관은 발표에 앞서 여수 화재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사상자와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차적인 사고 수습이 끝난 뒤 피해자 보상 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종합뉴스 새 방송채널 생기나

    종합뉴스 새 방송채널 생기나

    ‘뉴시스가 토론전문 방송사를 설립하려고 한다.’→ ‘뉴시스와 한국일보가 종합뉴스채널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다.’→ ‘한국일보 출신 청와대 고위인사가 이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언론계에는 이같은 내용의 ‘새 방송 설(說)’이 확대재생산돼 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기존언론 비판 발언이 과격해질수록 ‘현 정부가 새로운 방송을 통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소문은 더욱 설득력을 갖추면서 확산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체 드러나는 오픈TV 마침내 새 방송 추진세력의 실체가 수면 위로 나타났다. 소문과는 일부 비슷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들은 ‘오픈TV’(가칭)라는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당초 소문대로 토론중심의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전문가가 의제설정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일부 인사들의 명함에는 ‘여론발전소’라는 설명까지 덧붙여져 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을 역임한 문창재 내일신문 비상임 논설위원이 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았고, 문화일보 출신 유숙렬 전 방송위원과 기자협회장을 지낸 이근성 프레시안 고문 등이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무자 7∼8명은 대부분 한국일보 출신이다. 지난 2일 이들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방송구상을 밝혔다. 소유와 경영, 편성 등 ‘3권 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민영공익방송을 표방하고, 시민과 전문가·언론인이 주체가 되는 ‘오픈미디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은 30%로 제한했다. 자본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며,5년내 투자자금 1500억∼2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또 모든 프로그램은 독립제작사에 개방하기로 했다. 편성비율은 보도 40%, 교양 40%, 오락 20%로 정했다. 외주제작 위주의 방송이기 때문에 인력은 대기자 50여명, 카메라기자 20여명 등 모두 200명 정도로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도 소문을 의식한 듯, 배포한 자료에서 “한국일보 출신 인사들이 불씨를 댕긴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 중심이 각계 전문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의 명단도 공개했다.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제안하는 전문가 모임’으로 이름 붙여진 명단에는 유재천 한림대 한림과학원 원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효종 뉴라이트전국연합 교과서포럼 상임대표,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대표, 김성훈 상지대총장 등 보수와 진보 진영을 아우른 각계인사 128명이 들어 있다. ●넘어야 할 산 많다 이들은 진입장벽이 제한돼 있는 지상파 방송이 아닌 ‘보도+교양+오락´ 새방송 생기나(종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방송법에 규정돼 있지만 7년간 하나의 채널도 신설되지 않은 종편 허가를 우선 획득해 보도와 교양, 오락을 종합편성해 내보낼 수 있는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난 3일 방송위원회에 종편 도입을 제안하는 정책건의를 한 상태다. 문 대표는 “기존 방송에 대한 ‘대안미디어’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뛰어넘어야 할 ‘벽’은 상당히 높다는 게 방송계쪽 분석이다. 우선 종편 허가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2기 방송위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더욱이 방통융합 등 현안을 안고 있는 방송위 입장에서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를 덥석 입에 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작단계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픈TV’의 방송구상도 지극히 낭만적이라는 평가다. 외주제작을 통해 보도 프로그램을 40%까지 채우는 게 가능한지, 방송에 대한 영향력 없이 30%를 출자할 수 있는 대주주가 있을지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오픈TV’가 이런 정치적, 현실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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