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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달2일 ‘자살 급증’ 주제 가톨릭 포럼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와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김홍 KBS 부사장)는 다음달 2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급증하는 자살,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제7회 가톨릭 포럼을 연다. 심각한 사회문제인 자살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교회와 학계, 언론,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하는 자리. 최홍운 한국언론재단 이사의 사회로 서동우 한별정신병원 진료원장(‘우리나라 국민의 정신 건강과 자살 실태 및 정책 대안’)과 김종임 충남대 교수·윤혜선 다솜예술치유연구소장·오진탁 한림대 교수(‘자살 충동 치유와 인간 생명 수호 프로그램’)가 발제할 예정이다. 토론에는 홍강의 한국자살예방협회 및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사장, 이광호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정책단장, 황진선 서울신문 편집국 수석부국장, 이원희 보건복지부 정신보건팀장, 홍태옥 서울 종암경찰서장, 이미영 표현예술심리상담사 대표 등이 참가한다.(02)727-2350.
  • 은행 수익성↓“허리띠 죈다”

    은행 수익성↓“허리띠 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최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실적이 떨어지는 점포는 규모를 줄이거나 통폐합해 유휴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예대마진 수익의 하락으로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이나 신상품 개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꼬를 튼 곳은 신한은행. 올해 초 이미 임원 임금을 전면 동결하고, 비용을 줄여 긴축 운영에 나섰다. 저수익 점포와 중복·인접 점포 10여곳을 통폐합한 데 이어 하반기에 추가로 20여개 점포를 통폐합할 예정이다. 구 조흥은행 합병 당시 정리되지 않았던 점포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전체 점포는 올해도 늘어나겠지만 수익성을 기준으로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지점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고객 수요가 줄어든 30여개 지점의 기업, 개인고객팀이 통합된다. 이를 통해 보통 13∼14명 정도인 지점 인력을 10명까지 축소한 뒤 나머지 인원을 7월 말까지 새 점포나 확대가 필요한 점포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대폭 자산을 늘린 우리·하나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순이자마진 하락세 가속화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이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이를 현금, 예금 등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올 1·4분기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외환, 기업 등 7대 시중은행 가운데 전분기보다 순이자마진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농협.2.67%에서 2.39%로 0.2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어 ▲신한 0.16% ▲기업 0.14% ▲우리 0.12% ▲외환 0.10% 등의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하나은행만이 유일하게 2.24%에서 2.31%로 상승했다. 7개 은행 평균 순이자마진도 같은 기간 0.11%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은행권이 자산을 폭발적으로 늘렸던 지난해 2·4분기 때의 하락폭인 0.13%포인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순이자마진이 급속히 떨어진 이유는 과거보다 현금 조달비용이 높아졌기 때문. 예금 가입자가 올해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고객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대출 금리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간 차이인 대출 수익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금융권 구조변화 새판짜기 필요 우리은행 김승규 부장은 “순이자마진은 총자산이익률(ROA) 등의 선행지수가 되는 만큼, 변수들을 고려해도 2%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투자은행(IB)화와 더불어 새로운 금융서비스 창출에 따른 수익 확대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중국, 베트남 등 한정된 국가를 대상으로 한정된 현지화만을 이뤄냈고, 투자은행화 역시 그에 걸맞은 글로벌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순이자마진 하락의 단기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금융산업법 개정에 따라 금융업의 판을 새로 짜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업의 미래에 대한 구상도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마라톤을 완주한 뒤 마지막 순간 가슴에 와닿는 결승 테이프의 느낌을 아시나요?” 지난 1월 26년간 몸담았던 서울 강남교당 교무를 마지막으로 50년간의 현역 교역을 마무리하고 최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아담한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 원불교 박청수(70) 교무.12일 이곳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은 박 교무는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특유의 살가운 말투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같은 것은 없어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생각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야지요.” ‘시집가지 말고 너른 세상에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의 지침.50여년간 53개국을 일일이 다니며 해놓은 그 많은 봉사의 이력은 어머니가 주신 평생 지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1956년 출가해 원불교 교무가 된 뒤 지구촌 55개국에서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나눔과 봉사에 몸을 던져 이른바 ‘가난한 나라’들에선 ‘마더 테레사’와 비교하는 ‘마더 박’으로 통할 만큼 유명해졌다. 지난 1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역시 원불교 교무였던 어머니를 자신이 교역하던 강남교당에서 모시고 살았을 만큼 효심도 지극하다. 나라 안팎에서의 봉사는 대안학교로 이어져 지난 2002년 전남 영광의 성지 송학중학교에 이어 이듬해 용인에 헌산중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한겨레중·고교도 열었다. 새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안학교 헌산중학교 바로 옆이다. 평소 가까웠던 원불교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살림 공간과 법당, 삶의 흔적들을 모은 사진이며 자료들을 모아놓은 자료관으로 꾸몄다. “은퇴 전 전남 영광 영산성지에 작은 토담집을 짓고 성지를 찾는 외국인들의 길잡이로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러가지 일이 꼬여 뜻한 대로 되지 않았지요. 은퇴하면서 짐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 시절 외국에서 가져온 자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냥 처분하기엔 아까운 것들이어서 결국 자료관을 꾸몄지요.” 손수 밥을 짓고 빨래며 허드렛일까지 하고 있지만 새 생활에 아주 만족한 듯 보였다.1월 이곳으로 옮겨온 뒤로 일간지 등에 썼던 칼럼과 글들을 모은 책 ‘마음 눈이 밝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다’와 국내외 봉사활동 현장 사진집인 ‘THE MOTHER PARK CHUNG SOO’를 출간하느라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바쁘다며 웃음지었다. “은퇴하면서 그간 맡아왔던 사회의 이런저런 직함들을 모두 놓았더니 아주 홀가분해요. 해외 봉사활동도 다른 교무들에게 나누어 맡게 했습니다. 봉사에 필요한 지원금도 강남교당 교도들과 청수나눔실천회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젠 자연인으로 살고 싶고 지금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거듭 말하지만 지금도 헐벗고 굶주린 채 사람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박 교무. 벌여놓은 일들이 너무 많고 모두 절실한 때문인 지 “내가 죽으면 모여질 부의금도 모두 그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용인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부시·푸틴 힘겨루기 2라운드

    부시·푸틴 힘겨루기 2라운드

    동유럽 내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문제로 촉발됐던 미국과 러시아간의 공방이 다시 새로운 차원에서 전개되면서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가 미국의 허를 찌르며 제시한 동유럽 레이더기지 공동운영 방안에 대해 미국은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구중심의 국제금융무역기구 전면 개편’이란 새 카드를 꺼내들고 나와 미국 압박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논의되는 것이 이라크와 이란 같은 불량국가의 핵공격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측의 긍정적인 대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기존의 MD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는 아제르바이잔 레이더기지 공동 운영을 들고 나오면서 양국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독자 MD계획을 중지하라는 러시아측 요구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새로운 카드를 빼들고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10일 열린 ‘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지금은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60%가 G7 이외의 국가에서 나온다.”며 서구중심의 국제경제질서의 재편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은 “국제무역시장에 달러와 유로화만 통용되는 것은 불충분하다. 루블화를 포함한 다양한 통화가 사용되어야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수출로 경제적 자신감이 생긴 푸틴이 강한 목소리로 루블화의 사용 범위 확대와 국제 경제질서 재편까지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에 이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돼온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핵에너지, 항공, 우주, 조선 및 나노기술 등 경제 다변화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지난해 증시가 70% 상승하는 등 경제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사설] ‘서천 생태도시’ 협약에 거는 기대

    정부와 충남 서천군이 지난 8일 서천에 공단 대신에 생태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온 갯벌 매립과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백지화되고 대안사업인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연관,80만평 규모의 내륙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서 우리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두가 수긍하는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장항갯벌 매립 문제를 둘러싸고 18년간 이어진 논쟁과 갈등을 마무리지었고, 서천군은 환경과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을 보존하면서 지역 발전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원만하게 타협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국책사업 갈등 해결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본다. 1989년 군산 지역과 함께 지정된 장항국가단지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 374만평을 매립해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환경파괴에 반대하는 명분과 지역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추진되지 못했었다. 이번에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진 만큼 정부는 약속한 생태도시 조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갯벌을 살린다는 취지를 살리도록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후속 조치도 신속하게 취해야 하겠다. 상생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개발의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 서천군이 진정한 생태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6) 빛바랜 평등, 팍팍한 일상

    서울 천호동에서 조그만 고깃집을 경영하는 박진형(42·가명)씨. 아랫배 두둑하고 인상 좋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그러나 대학 3학년이던 87년 6월 항쟁 당시에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그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대학로와 명동 거리가 그의 강의실이었다. 더구나 민족해방(NL)계보다 급진적이었던 제헌의회(CA) 출신이었다. 구소련이 무너지던 91년.TV를 통해 철거되는 레닌 동상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가슴속 이념의 지향을 지웠다. 졸업 뒤 그가 안착한 곳은 시중 은행. 그러나 또 한번의 ‘격동’을 맞았다.97년 외환위기 이후 그의 직장은 공중 분해됐다. 재취업의 길도 없었다. 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는 일.27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1억원을 밑천 삼아 음식점을 차렸다. 특유의 성실함에 운도 뒤따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시간표는 ‘오전 10시 출근, 자정 퇴근’이다. 실직의 공포는 뼛속 깊숙이 새겨졌다.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어김없이 추락할 것 같은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6월 항쟁 이전보다 빈부격차도, 경쟁도 훨씬 심해진 것 같아요. 혁명 같은 단어는 지운 지 오래죠.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 살겠다고 민주주의를 외쳤나 싶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거 아닌가요?” ●저소득 통한 고성장 6월 항쟁 ‘불씨’ ‘압축성장’이라는 단어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잘 말해 준다. 지난 1953년 국내총생산(GDP)은 1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NI)은 67달러에 불과했다. 필리핀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나 많은 ‘부자나라’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총생산은 8883억달러,1인당 국민소득은 1만 8372달러에 이르렀다.44년 만에 각각 683.3배,274.2배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는 악명 높은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성과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1980년, 실질 경제성장률은 1.5% 빠졌지만 실질임금은 무려 25.3%나 떨어졌다. 이후에도 10%를 오르내리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은 그에 턱없이 못 미쳤다. 주가는 1년에 70∼100% 뛰었다. 기업이 호황의 과실을 고스란히 독차지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80년대 초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소득 1분위(하위 10%)와 10분위(상위 10%)의 소득배율은 80년 7.97배에서 85년 8.46배로 늘었다.6월 항쟁을 단순한 민주화운동으로 국한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진전된 국민 삶 외환위기로 파탄 6월 항쟁 이후 한동안 경제적 민주화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88∼97년 실질임금 인상률은 한 해 평균 7.24%를 기록했다. 실질성장률 역시 평균 7.73%로 건실한 상승세를 계속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연소득을 나눈 상하위 20% 소득배율 역시 85년 5.13배에서 ▲90년 4.63배 ▲95년 4.42배 ▲97년 4.49배 등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하지만 90년대 초반부터 한국 경제에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95년 실질 성장률이 9.2%에 달했는데도 주가지수는 14.08% 하락했다. 기업의 해외자금 차입 증가에 따른 과잉투자와 재무건전성 하락이 경상수지 악화와 해외채무자들의 자금회수 우려 증가로 이어진 탓이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국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98년 -6.9%에서 99년 9.5%,2000년 8.5%로 급반등했다. 그러나 이때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적 불평등 확산의 결과를 낳았다. 2005년 상하위 20% 소득배율은 5.43배.97년 4.49배보다 1배 가까이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 수치인 지니계수는 96년 0.291에서 99년 0.3을 넘은 뒤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은 부자에게는 자상하지만 없는 이들에게는 ‘괴물’의 얼굴을 한 사회로 변모했다. ●성장 과실 분배통로 막혀 ‘20대80’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는 ‘강남공화국’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과 ‘비강남’으로 우리 사회를 양분화시켰다. 86년 당시 강북과 강남 아파트가격, 소비자물가 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때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지수는 180.8,204.4,187.5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것은 2001년 이후. 강북·강남 아파트가격 지수는 ▲2002년 234.6,352.8 ▲2003년 242.8,403.2 등에 이어 2005년 8월 현재는 247.1,448.4로 두배 가까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강남에서 ‘평당 1억원 시대’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수출 호조의 과실이 개인 대신 기업에 쏠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90년부터 96년까지 개인과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각각 7.0%,6.5%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7.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과 개인에 골고루 재화가 분배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2000∼2003년에 개인 소득은 겨우 2.4% 늘었지만 기업은 18.9%나 급증했다. 소득에서 세금을 뺀 순소득인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각각 0.3%,62.6%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2001년 8월 26.8%에서 올해 3월 36.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개인 소득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뜻. 이는 소비와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올해 1·4분기 1∼5분위 중 1분위 소비성향은 156.5%,2분위는 101.5%이지만 4분위는 79.6%,5분위는 64.8%에 불과하다. 서민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로 지출하지만 고소득층은 투자에 상당 부분의 돈을 쓴다. 전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벌 중심주의 경제체제의 변화 없이 경제적 민주화는 물론 추가적인 한국 경제의 성장도 요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원대 경제학과 홍종학 교수는 “6월 항쟁의 최대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 아닌 재벌 등 경제적 상위 계층”이라면서 “정치 권력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경제 권력의 통제를 위해 일반 시민 권력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진보 진영 새 사회발전모델은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5% 안쪽에서 머물자 잠재성장률 역시 4% 초반대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좌우 할 것 없이 현재 한국 경제가 문제 있고, 성장률을 높여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성장 전략은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발전전략이 더욱 급속도로 적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눈에 띄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양극화의 영향이 좌파 진영에 의해 과장됐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 발전 전략의 공통점은 노동의 기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제발전의 세 요소인 자본과 노동, 기술 가운데 현재 가장 기여도가 낮은 노동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도 강조된다.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가 아니라 자본, 노동 등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끄는 주체다. 최근 가장 활발히 논의가 진행된 자리는 지난해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 ‘한국 경제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토론회다. 진보정치연구소, 대안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했다. 먼저 진보정치연구소의 ‘사회연대국가론’의 골자는 ‘똑똑한 지식노동자의 적극적 역할과 미래산업의 발굴·투자’다. 핵심 전략은 ▲지식노동자의 생산성 주도와 경영 참가 ▲교육복지 강화 미래의 성장잠재력 육성 ▲국가의 산업정책 복원으로 재생가능에너지·환경산업 육성 ▲부유세 사회복지세 등 사회연대적 조세 신설 등이다. 곧 노동의 참여와 복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노동주도형 경제모델’ 역시 말 그대로 노동의 역할을 끌어올린다. 안정적인 노동정책은 국민적 노동창의성 보장의 필수 요건인 만큼 국가 경쟁력 향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기초로 노동자 재계약과 산업간 재배치를 국가가 책임 지고, 공공금융기관의 지원 아래 산업자본을 강화한다. 국가는 비전 제시자다. 새사연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노동창의성 중심 성장전략은 세계사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을 대체할 보편성·시대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인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여혁신 수석비서관 출신인 박주현 변호사가 만든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역시 ‘한국형 신성장동력 사회투자모형’이라는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기본 구조는 학습복지(Learnfare), 일자리복지(Jobfare), 사회적 안전망(Welfare) 등 ‘3 fare’다. 노동자의 평생학습 시스템을 갖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면 경제성장과 복지를 함께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신정완 교수도 사회구성원의 학습능력과 취업·혁신능력을 증진시킨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을 주창했다. 다만 논의들의 현실화에는 아직까지 의문 부호가 찍힌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지식경쟁’ 사회로 세계 경제가 변모하고 있는 만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려는 진보 진영의 논의 방향은 맞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 등이 동반돼야 하는 등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고양아람누리 대형공연 ‘실험무대’

    고양아람누리 대형공연 ‘실험무대’

    KBS교향악단이 기존에 두 차례 갖고 있는 정기연주회를 수도권의 대형 공연장에서 한차례 더 치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새달 16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초청 연주회’는 그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앞서 14일에는 예술의전당,15일에는 KBS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KBS교향악단은 정기연주회를 두 차례 갖는 이른바 ‘원 프로그램 투 콘서트’를 1992년에 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계적인 악단으로 도약하려면 횟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KBS교향악단의 황순용 차장은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보통 서너차례 공연해 단원들의 실력을 높이고 무대 적응력도 키운다.”면서 “나아가 신도시 개발에 따른 수도권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에 수도권 공연장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기본적인 수준이 보장되는 데다, 자체적으로 기획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세계적인 연주자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달의 고양아람누리 연주회에도 네덜란드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 출신인 키즈 바클스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떠오른 힐러리 한이 나선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10월에도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고양아람누리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정기연주회는 한해 10차례 안팎. 관객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전제로, 수도권 북부는 고양아람누리, 남부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각각 5차례 정기연주회를 갖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산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지만,KBS홀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공사가 계획되어 있는 것도 ‘수도권 정기연주회’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대형 공연장의 대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정기연주회를 한 차례로 줄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거점형 대형 문화공간들은 전에 없이 여유를 갖고 KBS교향악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양아람누리의 경우 31일 장윤성이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을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연주회를 갖고,8월21일에는 정명훈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서울시향 연주회를 유치하는 등 우수한 교향악단들과 다양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게다가 자체 교향악단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KBS교향악단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심규선 고양아람누리 기획부장은 “올해는 오페라전용 아람극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내년에는 아람음악당에 좋은 연주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라면서 “KBS교향악단과 협력관계가 진전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부터 공동기획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표시했다. 서울 밖이라고 해서 KBS교향악단이 이름만으로 연주회를 성공으로 이끌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민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하나하나의 정기연주회가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서울에서보다 오히려 수준을 높여야 할지도 모른다. 수도권 공연장에서 치르는 제3의 정기연주회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혜택이 되기도 하겠지만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기대 이상으로 KBS교향악단의 연주 및 기획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그 이후] (5) 교육 민주화 어디까지 왔나

    ‘우리는 더 이상 강요된 침묵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결심에 이르렀다.´1986년 5월10일 동토(凍土)의 교육현장에 ‘교육민주화선언’이 울려퍼졌다.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 통치에 항거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사·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참교육’을 향한 치열한 대장정을 예고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6월 항쟁 이후 그 움직임은 급속도로 커졌고, 마침내 87년 9월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가 결성된 데 이어 89년 5월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참교육 쟁취라는 구호 아래 출범했다. 그로부터 20여년. 수많은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뤄낸 교육 민주화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전교조에 대해 투쟁 일변도로 변했다거나 교사들의 이익단체로 변질됐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법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시절과 대중 조직으로서 교육 운동을 펼치는 현재의 전교조는 교육 민주화와 관련해 어떻게 다르며 앞으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당시 교육 민주화의 산증인들과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로부터 교육민주화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군사주의 교육 잔재 여전 “교육 민주화라…,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7대 위원장을 지낸 김귀식(73 전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씨는 고개를 저었다. 교육 부문에서도 상당한 민주화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뿌리 깊은 고질병은 여전하다는 쓴소리였다.“군사정권 시대의 병영 문화 잔재가 아직도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교육도 신자유주의에 오염돼 ‘1등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1999년 1월 ‘교원노조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던 그였다. 하지만 교육 민주화의 대표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는 제도권 속에서 존재 이유를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그는 “학운위는 학교 민주화를 법제화한 엄청난 성과물로, 전교조가 그 도입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장의 독선을 합리화하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사학법 재개정은 학생보다 유권자 보고 결정”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자고 하는데, 학생 입장에서 내린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사학이라는 엄청난 유권자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면서 “아이들의 민주화 의식은 학교에서부터 길러지는데 아이들은 배제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에게는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교조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부 보수 언론이 침소봉대해 마치 전교조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발목만 잡는 집단인 양 잘못된 편견을 조장해 왔다.”면서 “물론 전교조도 정치적 대응을 줄이고 교육현장에서 연구한 것들을 실천하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변화에 한걸음 앞서 실천을 제9대 전교조위원장을 지낸 이수호(58)씨도 전교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교조가 처음 교육 민주화를 이끌었듯 다시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었다.“사회 변화에 비해 교원노조 운동 내용이나 방식이 적절하게 변화하지 못했습니다. 정책 반대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한걸음 앞서 실천하는 운동을 해 나가야 합니다.”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사립학교가 자금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실제 운영만 교장·이사장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면서 “보수세력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외지역 공부방 지원사업 추진 교육 민주화 1세대인 이들이 전교조 합법화 등 제도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과 달리 2세대들은 교육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치적인 투쟁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대안과 대책을 실천하는 활동이다. 현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앞으로 교육 양극화 때문에 소외받고 있는 농·어촌과 도시빈민 지역,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교육복지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다음달 초부터 전국지역공부방협의회와 공부방 지원사업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관료주의적 행정에 교육의 質 구멍” 지난 4월 어느날, 경기 A초등학교 김모(49) 교사가 한창 오전 수업을 하고 있을 때 교실 책상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시교육청에서 보내온 공문이 팝업창으로 뜬 것이었다. “재학생 과거 병력을 파악하고자 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씨는 날짜를 보았다. 바로 다음날까지 하라는 것이었다. 벌써 처리를 미뤄둔 공문만 5개나 되는 터에 또다시 공문이라니…. 김씨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현직에 있는 교사들은 이처럼 관료주의적이고 실적중심주의적인 교육행정으로는 진정한 학교 민주화를 꽃피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과정 연구와 학생에 대한 관심은 뒷전인 채 학교는 점점 행정중심 사회로 변질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갖가지 불필요한 공문을 남발하는 교육 당국도 문제지만 교육청 기관 평가에서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서, 혹은 근무평정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과다한 업무 처리를 마다하지 않는 교장·교감을 비롯한 교사 사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B초등학교 최모(57) 교사는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이 우선돼야 함에도 실제적으로는 교장 명령이나 교육청의 시책 사업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의 질 향상은 구멍이 뚫려버리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 기능이 점점 학원으로 밀려나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학교장의 사상이나 관점이 학교 경영을 실제적으로 좌우하느니만큼 민주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교장 연수 프로그램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C초등학교 하모(47) 교사는 교사 성장 프로그램이 미미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의 연수제도는 승진을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할 뿐, 진정으로 전문성을 기르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원 수급정책은 있지만, 교원 양성정책은 없다. 현재 교사는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양성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D고등학교 이모(32·여) 교사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등한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정년을 지키려는 기득권 교사들에 밀려 기간제 교사들은 재계약 불발, 정교사 임용 약속 불이행 등 갖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들에 대한 제도 개선 없이 학교민주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새모델 ‘대안학교’는 “2000년 전교생 28명으로 폐교 직전에 이른 남한산초등학교를 교사 4명이 주축이 돼 살려냈습니다. 이때부터 공교육 틀 안에서 이른바 대안학교의 정신을 실현해나가는 교육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18일 경기 광주시 중부면 번천초등학교 서길원(47·전 전교조경기지부 정책실장)교사는 ‘공교육 혁명’ 활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작은학교 교육연대’와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schooldesign21)’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학교’라는 모델은 2001년 경기 광주시 남한산초교를 시작으로 이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2002년에는 충남 아산 거산초교,2003년에는 전북 완주 삼우초교,2004년에는 경북 상주 남부초교,2005년에는 부산 금성초교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국가교육체제 내의 학교교육 틀을 가지고 대안교육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교육과정 내용은 일반 공립학교와 다르지 않되 활동의 면면은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이다. 예를 들어 남산초교 120여명의 전교생들은 여름과 가을에 일주일씩 열리는 계절학교에서 공예 등 문화체험활동, 예술활동 등을 펼친다. 다른 학교 역시 지역 대학생·문화예술인·귀농한 전문가 등이 자원봉사자로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학생 딸(12)과 초등학생 아들(9)을 대안학교에 보냈다는 전교조 참교육실장 진영호(48)씨도 “일반 학교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아이들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 주저없이 대안학교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길원 교사가 속한 작은학교 교육연대 모임은 앞으로 산촌유학·귀농모임과도 연대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서 교사는 “진정한 교육민주화는 소수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학교 운동은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교육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무주택기간 혼인신고 시점부터 산정 감안을

    무주택기간 혼인신고 시점부터 산정 감안을

    오는 9월 실시될 청약가점제 최종안이 지난 3월 발표된 초안과 큰 차이가 없는 선에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별다른 대안이 주어지지 않은 기존 1주택자들과 청약가점제에서 불리한 젊은 무주택자들은 9월 제도 시행 전에 청약시장과 기존 급매물을 부지런히 살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많다. 청약가점제에서 점수가 안정권인 무주택자들은 오는 9월 제도 실시 이후에 나올 유망 물량을 놓고 전략을 짜도 좋다. ●가점제 불리할 땐 9월이전 적극 청약 당첨 안정권의 무주택자들은 9월 이후를 노리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금부터 분양 시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9월 이후에는 서울 분양 물량이 별로 없는 데다 업체들이 가점제 시행 전에 물량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면서 “가점제에서 불리한 무주택자나 기존 1주택 보유자들은 제도 변경 전인 9월 전에 나오는 아파트에 적극 청약하거나 급매물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점제가 실시되면 젊은 사람들이나 신혼부부 등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과 통장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공급물량의 50%(전용면적 25.7평 이상)∼75%(전용면적 25.7평 이하)가 가점이 높은 청약자순으로 당첨자를 정하기 때문이다. ●부모주소 이전·혼인신고 서두르길 젊은층은 당첨 기회를 높이려면 일단 청약저축에 빨리 가입해야 한다. 통장가입 기간 가점은 가입 시점부터 점수화되기 때문이다. 또 직계존비속과 3년 이상 같이 살면 청약가점을 많이 쌓을 수 있는 만큼 부모나 장인·장모 등의 주소지를 본인 주민등록지로 옮겨 놓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단 부양 부모가 집이 2채 이상일 경우 5점씩 감점된다. 혼인신고한 날로부터 무주택기간을 산정하는 만큼 30세 전에 결혼한 경우라면 혼인 신고도 서두르는 게 좋다. 통장 변경도 고려할 만하다. 만약 9월 이후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 청약을 계획 중이라면 기존에 가입한 청약통장을 중대형으로 증액하는 것이 좋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경우 추첨제 배정 물량이 25%에 불과하지만 25.7평 이상은 50%여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다.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은 보유 주택을 처분해 점수를 늘리는 편이 낫다. 가점제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각각의 주택마다 5점씩 감점되므로 새 아파트에 당첨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값 안정세 당분간 지속될 듯 청약가점제와 분양가 상한제가 확정됨에 따라 집값도 당분간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사기도 어렵게 됐지만 청약가점제가 확정됨에 따라 무주택자들이 당장 시장 진입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난해 가을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무주택자들의 반란’ 때문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무주택자들이 굳이 9월 전에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진 만큼 당분간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현재 집값 안정세에는 이미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의 효과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어서 이에 따른 추가 조정은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신도시, 대통령선거 등 변수들과 그동안 기다렸던 매수 대기자들의 가세로 시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데스크시각] 도스토옙스키와 황석영 사이/박홍환 문화부 차장

    소설가 황석영씨와 대권주자 손학규씨의 관계는 설명이 필요없다.1970년대 초 구로공단에서 기름때 묻은 손으로 ‘자취밥’을 먹으며 노동운동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말 황씨는 기자들과 만나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최근 문단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황씨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과 사실을 종합하면 이렇다. 황씨는 1월 귀국후 작가들과의 모임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주를 모두 만났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주들을 만나서 나눈 얘기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소문은 여기서부터다. 귀국 직후 먼저 중앙일보를 찾아간 황씨는 ‘정치권 새판짜기’와 ‘손학규 띄우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소문대로라면 황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시나리오’-손씨의 한나라당 탈당을 포함한-를 상세하게 설명하고,“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띄우는 시점은 자신이 통보해 주겠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던가. 아무튼 중앙일보 인사들과는 술자리까지 이어져 예의 걸쭉한 입담과 함께 스스럼없는 정치 이야기가 계속됐다고 한다. 이어 조선일보를 찾아간 황씨는 비슷한 얘기를 건넸고, 역시 자신이 귀띔해주기 전에는 절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다시 시작되는 사실관계. 황씨는 1월22일 마침내 이른바 ‘총대론’을 직접 거론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였다. 황씨는 “새정치 질서 만들기에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5일에는 오마이뉴스에 직접 ‘현실정치 참여’를 암시하는 내용을 기고했다. 황씨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문과 사실을 종합해 보면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모두 움직여 대권을 창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현재의 양당구도로는 안 된다. 제3의 힘이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양 극단인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문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예전에도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한 문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문대로라면 황씨의 경우는 다르다.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최근 문인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감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정치세력에 들어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자기파멸의 길인 동시에 문학에 대한 배반이다.” 조씨의 언급이 ‘금과옥조’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판사가 ‘판결문’으로만 말하듯이 문인은 ‘작품’으로만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러시아의 대문호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마지막 대작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방탕과 부패, 혼돈이라는 ‘삼두마차’를 타고 질주하는 19세기 말의 러시아를 ‘카라마조프’(우리 말로는 ‘어둠 그 자체’로 해석된다.)로 표현한 도스토옙스키는 그같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설픈 사회주의나 책임 없는 무정부주의 등 어떤 사상이 아니라 바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작품 속에서 역설하고 있다. 독자들은 작가의 작품에서 현실을 읽어내고자 할 뿐이지, 현실에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감동을 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인과 문인들의 관계가 이번 대선에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도스토옙스키답고, 황석영이 황석영답고, 김지하가 김지하답고, 조정래가 조정래다운 것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다. 박홍환 문화부 차장 stinger@seoul.co.kr
  • 동사무소 4개 권역별로 묶어 ‘타운’ 으로

    동사무소 4개 권역별로 묶어 ‘타운’ 으로

    마포구는 7일 지역내 20개 동사무소를 4개 권역으로 묶어 ‘타운’으로 만들고, 각 타운의 중심동에 ‘현장행정 지원센터’를 설치해 시범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운은 구와 동의 중간 형태로, 동사무소의 행정 기능 중복에 따른 인적·시간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다. 지원센터는 주민등록 전출입 등 일선 동사무소 업무와 각종 인허가, 신고, 민원업무 등 구청 일부 업무를 한다. 구와 동사무소, 또는 동사무소간 업무 협조가 필요한 사항도 지원센터에서 처리한다. 구는 아현 1·2동과 공덕 1·2동 등을 ‘메트로 타운’으로, 대흥·염리동 등을 ‘한강 타운’으로 묶었다. 홍대 앞은 ‘홍대문화 타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지역은 ‘월드컵 타운’으로 명명했다. 각각의 중심동은 공덕2동, 염리동, 동교동, 성산2동으로 정했다. 주소도 바뀐다. 마포구청의 주소는 당초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75의3’에서 새 주소 부여사업에 따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로 557’로 바뀌었다. 권역화를 적용하면 앞으로는 ‘마포구 월드컵타운 성산로 557’이 된다. 구 관계자는 “우선 시범 사업으로 진행한 뒤 장기적으로 20개 동사무소를 모두 없애고 타운별로 현장행정 지원센터 4곳만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기존 동사무소 폐지로 남은 인력은 복지, 문화 등 행정수요가 늘어나는 다른 분야로 돌리고, 동사무소 건물은 주민들의 취미, 여가, 교육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S 돋보기] 배구대표팀 ‘땜질감독’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바람 잘 날 없는 자리다.‘장기 집권’이 있었는가 하면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은 ‘파리 목숨’도 있었다. 한때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독약이 든 성배”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배구대표팀 사령탑도 최근엔 기피의 대상이 됐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23일 강화위원회에서 유중탁(47) 전 명지대 감독을 새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상무이사회의 인준을 남겨놓고 있지만 사실상 유중탁씨는 내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사실 협회는 유중탁씨의 인준을 거부할 만한 처지가 아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을 뿐더러 월드리그 대표팀 소집이 새달 초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의 감독과 선수들로 올림픽에 나서야 하는 한국 배구로서는 ‘땜질 감독’이라는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개월여 전 협회는 김호철(현대캐피탈) 감독에게 “대표팀을 베이징까지 더 이끌어달라.”고 매달렸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국 코트로 돌아온 지 4년 동안 대표팀까지 맡느라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때”라고 고사했다.그러나 도하 아시안게임 2연패 직후 이어진 프로배구 시즌 초반 부진이 고사의 이유였다는 게 배구계의 중론이다. 나머지 프로팀 감독들 모두 다음 시즌 성적과 관련된 구단과의 이해, 그리고 선후배와 라이벌 등 경쟁의식과 자존심, 무엇보다도 올림픽에서의 성적 부진에 따른 질타를 우려해 손사래를 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각 팀의 성적은 감독들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난을 몰아칠 이유는 없다. 다만 모처럼 찾아온 배구의 신바람이 자칫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움츠러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특정 감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요한 협회의 책임도 문제지만, 국가의 대사를 앞두고 당당히 낙점받아 도전하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로 팀에 안주하는 프로감독들의 모습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광장] 지성인과 정치인 사이/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성인과 정치인 사이/이목희 논설위원

    아들라이 스티븐슨은 진가를 몰라주는 유권자들이 야속했을 터이다. 프린스턴대를 나와 신문기자·변호사 활동, 이어 유엔 창설에 앞장서는 등 쟁쟁한 외교관 경력. 일리노이 주지사로서 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세련된 언변과 건설적 대안, 지식층 지지…. 스티븐슨은 역대 미국 대통령후보 가운데 가장 지성적 면모를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인사였다.1952년 대선에서 스티븐슨과 맞붙은 후보는 전쟁영웅 아이젠하워. 소련의 핵개발, 한국전쟁으로 매카시즘이 불고 있었다. 애국심의 광풍 앞에 스티븐슨의 지성은 맥을 못추었다. 열세를 만회하려 스티븐슨은 재향군인 모임에 섰다.“애국심이란 어떤 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정치학도라면 한번쯤 읽어야 할 명연설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호소는 어려웠다. 아이젠하워의 듬직하고, 자상한 미소 한방이 지성파의 난해한 연설을 묻어 버렸다.1차 집권기의 아이젠하워는 한심하게 비쳤다. 골프를 즐기고, 목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스티븐슨은 재도전했으나 더 큰 표차로 패하고 말았다. 아이젠하워는 닉슨 부통령, 덜레스 국무장관, 애덤스 비서실장 등 부하를 통해 게으름을 커버했다. 지성은 떨어져도 진정한 정치인의 자질은 아이젠하워쪽에 있었다. 올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지성인 궐기’가 거론된다. 두번의 상고 출신 대통령,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이 불러온 반작용일 것이다.‘지성인의 덫’에 빠져 곤경에 처한 첫 주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교수 출신인 그는 흠없는 경력과 성품을 가졌다. 지지율 5%와 한나라당내 명분없는 줄서기를 선뜻 수용키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정치학자 손학규씨에게 묻는다. 탈당해서 문화·예술계 인사와 만나는 외곽정치를 제자들에게 가르친 적이 있는가. 낮은 지지율이 스스로의 문제라고 자책한 적은 없는가. 아이젠하워에 비해 메시지가 약한 스티븐슨을 돌아본 적이 있는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역시 지성인 이미지로 대권을 겨냥하는 이다. 정 전 총장은 며칠전 “지성인은 남의 문전을 기웃거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자세력 추구의 뜻을 깔고 있다. 지금 정치권이 통째로 욕을 먹는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우선 엮은 뒤 괜찮은 정치인을 합류시켜 새 모습을 보이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정당정치를 깨야 하는 당위성에 공감할 수 없다. 경제학 교수가 신당을 만들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반사이익을 통해 붉은 카펫을 깔고 등장하려는, 정계개편 주도권 욕심이 어른거릴 뿐이다. 그 와중에 충청권 결집 등 정치 구태를 흉내 내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청와대 수석, 국회의원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교수도 대권도전의 뜻이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을 대변하지 못하니, 지성인으로 세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지식인을 ‘생산력이라고는 글쓰고 가르치는 일밖에 없으면서 이념·주장만 내놓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식인의 관념적, 서술적인 메시지는 일반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정치현장에서 생산력을 입증치 않으면 과거 조순·이홍구씨 수준도 못 따라간다. 유권자를 흡인할 메시지 없이 정당정치를 흔들며 요행을 기다리지 말기 바란다. 대권 꿈이 있다면 빨리 이념에 맞는 정파와 손잡고 정치 메시지 학습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 지성인이 민주정치를 피곤케 해서야 되겠는가.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의 종언인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역사의 종언인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1980년대 말 외견상 견고해 보였던 옛 소연방의 해체를 몰고 온 고르바초프의 한 연설문을 읽고 당시 미국 랜드연구소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소련정치 전문연구원은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 고르바초프는 사회주의의 핵심이 경쟁에 있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했고 그 연설문을 읽은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가 현대 사회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그 뒤 전 세계적으로 ‘역사’는 끝났다는 주장이 확산되었고 최근 한국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1987년 민주주의 이행 뒤 한국의 사회는 이념적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에 비하여 자신을 진보로 규정하는 시민의 숫자가 증가하고 평균적인 이념지표가 중도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2006년 초 어느 신문은 한국의 이념성향이 이른바 영문글자 ‘C’ 모양과 비슷한 곡선을 타고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운동한다는 것이다. 그 증거는 19세를 포함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이념성향이 과거에 비하여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든다. 이른바 ‘386세대’도 이제 40줄을 넘으면서 보수화되었다. 이 정도라면 대세가 바뀐 것이다. 세계적 신자유주의 흐름과 더불어, 과거 10년간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실정에 대한 회의와 개혁 피로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최근의 정설로 받아들이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2006년 11월과 1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령이나 정당소속감에 상관없이 응답자가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경제는 시장논리에 맡기고 기업의 경제활동에 관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령과 정당소속감에 상관없이 정치영역에서는 응답자가 진보적인 대답을 많이 했다. 응답자는 정부가 사상의 자유를 포함하여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이었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더 반대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 보수화에 반대되는 증거이다. 한국보다 산업화가 진전된 국가라고 해서 사회가 그다지 보수적이지 않다. 사회의 이념적 색채는 진자의 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인권을 강조하지만 유약했던 민주당 출신 카터 대통령 뒤에 옛 소연방을 해체시킨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큰 인기를 모았다. ‘역사가 종언을 고한 뒤’ 다시 한 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부가 등장했지만 오래 못가 가장 자유주의적인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에 의하여 교체되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초기에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지금은 공화당 상원의원에 의하여 탄핵이 시도되는 지경이다. 만약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물결이 형성되었다면 그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 10년 진보 측이 집권하면서 비판적인 의견과 대안이 없다면 한국의 미래는 더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또 세월이 지나 보수에 대한 건전한 대안도 다시 생기게 될 것이다. 사람이 두 발로 걷고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진보와 보수는 견제와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발표한 지 10년을 맞아 자신의 주장에 대한 ‘재고(Second Thoughts)’를 제출했다. 현대의 자유주의적 국가체제가 절정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하여 역사는 끝날 수 없다고 수정했다. 한국 이념의 역사도 이처럼 길게 보아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여객선 잡는 고래

    여객선 잡는 고래

    대한해협이 긴장의 바닷길로 변하고 있다.1986년 국제적으로 포경이 금지된 이후 고래의 번식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곳을 오가는 국제여객선과 고래가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일 여객 항로에는 지난 2년새 7건의 고래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코비5호는 세번째 사고였다.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래와 쾌속선 충돌…1명 사망 110명 다쳐 12일 오후 6시23분쯤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동쪽 14마일 해상에서 일본 후쿠오카를 떠나 부산항으로 운항하던 257t급 고속여객선 ‘코비5호’가 대형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했다. 충돌 직후 강한 충격으로 타고 있던 승객들이 배안에서 튕기면서 의자에 머리를 부딪친 오모(75·여)씨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또 황모(70·여)씨 등 110명이 다쳤고 이날 현재 27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또 배 앞쪽 아래 부양용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기관실 뒷부분 3분의2가량이 침수됐다. 사고 여객선은 당시 만원상태로 승객 215명과 승무원 8명이 타고 시속 75㎞의 고속으로 달리다 배 앞쪽이 길이 10m가 넘는 고래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들에 따르면 “꽝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배 앞쪽이 고꾸라지듯 요동을 치면서 승객들이 이리저리 튕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변 바다가 붉게 물들어 고래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특히 일본 여행을 다녀오던 고령자들이 많았고 내릴 준비를 하느라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부상자가 많았다. ●고래 충돌 왜 일어나나 사고가 잦자 지난해에는 고래가 싫어하는 음파를 발생하는 장치를 고속여객선에 부착하고 운항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한 고속여객선이 이런 장치를 붙이고 시험운항을 해보기도 했으나 며칠 뒤 고래와 가벼운 충돌사고가 생겨 곧바로 철거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해양전문가들은 대한해협에 서식하는 고래 개체수가 증가한 것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특히 3∼4월 충돌사고가 많은 것은 이때가 고래가 남쪽에서 새끼를 낳고 떼를 지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미 고래는 1시간 이상 숨을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으나 새끼 고래는 15분 정도마다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새끼와 함께 어미 고래가 수면 위로 자주 떠올라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속여객선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충돌 피할 대안 없나 가장 큰 고민은 고래와의 충돌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사고가 날 개연성이 상존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울산고래연구소장 김장근 박사는 “항로나 고속여객선에 대한 고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 주의해서 운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포경위원회가 2004년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1975∼2002년 사이에 11종 292마리의 대형고래가 선박과 충돌했다. 참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귀신고래 순이다. 김 박사는 “1992년 북서아프리카 카니리섬 인근을 지나던 여객선이 향고래와 충돌해 승객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고래는 잠을 잘 때나 먹이를 먹을 때는 소리에 민감하지 않아 때려도 반응하지 않을 만큼 둔감하다.”면서 “이때 선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두고 ‘미쳤다.’느니 ‘지랄한다.’느니 하며 천형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요. 다 무지했던 탓인데,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불치병이나 유전질환으로 여기는가 하면 정신질환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간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오래고,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지금도 간질을 가진 가족을 숨기는 게 다반사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해 나폴레옹, 알렉산더, 카이사르, 잔 다르크,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등 역사적으로 간질을 앓았던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경 교수는 “이들은 모두가 간질을 ‘악령의 병’이라고 믿었던 무지와 편견의 희생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는 인구의 1% 안팎, 즉 40만∼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간질의 발작은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대뇌 속 뉴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에너지가 발생해 생깁니다. 환자 중 65%는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드러난 원인은 내측두 경화증, 뇌종양, 내·외상, 뇌졸중, 선천성 장애, 뇌 감염 등입니다. 분명한 것은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후천적인 뇌 손상이 문제이며, 유전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간질 환자가 임상적으로 드러내는 각각의 증상을 발작이라고 한다. 물론 한 두번 발작했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기능적 이상을,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한다.“간질 발작으로 오해하기 쉬운 질환도 있습니다. 실신, 일과성 뇌허혈, 부정맥, 수면발작, 기립성 저혈압, 저혈당증, 편두통 등이 그것인데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발작의 유형은 뇌 속 병변 위치에 따라 다르며,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특정한 증후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온몸이 뻣뻣하게 굳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은 대략 수분 정도 지속되며, 발작 중에 혀를 깨물거나, 실뇨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정신을 잃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저리거나 굳음, 떨림을 느끼는 단순부분발작은 더러 대발작 전에 느끼는 감정이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런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요. 복합부분발작인 경우에는 전조 증상으로 이상한 기분, 냄새, 환청에다 더러는 명치에서 뭔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 후에 갑자기 정신을 잃습니다. 주위에서 이 모습을 보면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두 손으로 옷섶 등을 더듬거리며, 간혹 지향 없이 걷는 자동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 선에서 그치지만 가끔 대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 교수는 간질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천형’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으며, 이런 편견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결혼, 임신, 취업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치료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간질은 치료가 되는 병입니다. 충실하게 약제만 잘 복용해도 환자의 70%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간질 환자들은 자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과 상처를 안겨준 사회의 몰이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케톤식이요법과 미주신경자극술 등의 대안치료로 나눌 수 있다.“일반적으로는 발작 억제를 위해 약물치료를 실시하며, 전체 환자 중 약물치료가 어려운 10∼20% 정도의 난치성 간질의 경우 수술치료를 고려하는 정도입니다.” 간질치료에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환자의 발작 유형과 연령·성별·치료비용 및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며, 이런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데, 처음의 항경련제로 발작이 조절되는 경우가 약 50%, 약물로는 증상을 조절할 수 없거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난치성 환자가 30%가량 된다.“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투약을 바로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그 상태에서 2∼4년간 관찰하면서 투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 치료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료제로 각광을 받아온 오르필, 테그레톨, 페니토인 등이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로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케프라 등 새 항간질 약물은 간의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쉽게 배설되도록 해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허 교수는 “케프라를 투여한 결과 16주의 임상시험 중에 환자의 17%에서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평균 17개월의 장기 추적 결과 64%의 환자가 이를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토파맥스, 라믹탈, 트리렙탈, 리리카, 엑스세그란 등이 새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병변 부위에 전기적인 자극을 가하는 미주신경 자극술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수술은 뇌 손상 등 예상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정하며,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치료 외에도 제한적으로 식이요법인 케톤요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뇌심부자극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 등 간질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머잖아 간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허 교수는 밖에서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를 보면 이상한 눈길로 쳐다만 보지 말고 응급처치라도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우선 환자의 몸을 옆으로 편하게 뉘어 침이 밖으로 흐르도록 해 질식을 막아야 하며, 이 때는 입에 손가락이나 음료 등 어떤 것도 넣어서는 안 됩니다. 또 발작이 5분을 넘기거나 반복될 때, 발작은 멈췄으나 지체마비 등 후유 장애가 보이는 경우라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줄 것”을 당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지방시대] 농업과 관광의 만남,불어라 열풍아/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이래저래 농가의 한숨과 속앓이가 늘어가고, 또 깊어가고 있다. 농민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도시 빈민들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다 쓰러져가는 농업, 농촌마을 살리기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또한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으나 농업경쟁력, 살기 좋은 농촌마을은 허울만 좋았을 뿐,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숫자놀음과 정책 나열을 벗어던지고, 우리 마을의 미래를 냉정하게 설계하고 실제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을 개발·실행해야 할 때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돌발사태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돈으로 대신해서 막으려는 처방’이 아니라, 농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 대안사업 발굴·육성 등 세 가지 범주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농업과 함께 앞으로 접목을 시도할 관광 등 기존 산업과 미래의 대안산업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폭넓고 사려 깊은 구조조정을 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남아돌 수 있는 농가인력을 다른 산업 부문으로 전환하는 조치까지도 검토할 수도 있다.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 고도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 하나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에 지식기반을 덧붙이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는 생명공학과 정보화 등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해준다. 나아가 지역화와 패션화 등에 의해 관광과 농업을 결합함으로써 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나머지 하나는 농업과 관광을 묶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촌을 위협하는 시장경제의 여건 변화에 적응하면서 ‘농업=생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농촌이라는 하드웨어에 관광서비스란 소프트웨어를 접목함으로써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도시민들은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충전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찾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는 것이다. 농업과 관광의 만남을 위한 기반은 충분히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제 그 만남에 녹색·문화·관광·농업·체험이라는 콘텐츠를 접목시켜 농촌을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다.1차산업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여가와 체험의 2,3차를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6차산업의 기능을 갖추도록 농촌마을 자체를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고, 농촌 부활의 지름길은 농업과 관광과의 만남에 있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시장지향적 구조창출, 친환경 고품질 농업, 농업의 서비스화, 문화와 마케팅의 접목 등 통합개발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생태건강 산촌 만들기, 약쑥과 순무로 승부하는 인천 강화군, 경북 예천군 애그리바이오 클러스터, 백두대간 약초나라 강원 정선군,‘부래미를 팝니다’ 경기 이천시 부래미 마을, 농촌의 일상을 서비스하는 강원 화천군 토고미 마을, 농촌과 예술이 만나는 무안군 월선리, 아비뇽을 꿈꾸는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해신(海神)´을 넘어서고 있는 완도,‘강원도의 힘´ 평창과 정선 등등. 바야흐로 지역이 희망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봄바람은 일기 시작했고, 그 바람은 열풍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불어라 봄바람아, 불어라 열풍아! 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전국 하천과 호소(湖沼)가 썩으면서 생명의 젖줄인 상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한강·낙동강·금강 유역 수질은 전년보다 되레 악화됐다. 극심한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강우 현상과 지천 하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취수장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상류와 지천의 물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 한 수질개선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수도권 2300만 시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팔당댐과 오염이 심각한 경안천을 돌아봤다. 르포에는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엄진섭팀장,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권혁진 사무국장, 수자원공사 팔당댐 취수순시선 김수동 선장이 동행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팔당호, 호숫가엔 음식점·러브호텔 즐비 수자원공사 수질조사선을 타고 팔당호 수질상태를 살폈다. 보트는 남양주 조안면 호숫가를 지나 팔당호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짙은 푸른색의 물에 쓰레기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늘 팔당호 물을 마시는 시민으로서 “이 정도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뱃머리를 경기 광주 퇴촌쪽으로 돌리자 상황은 바뀌었다. 경안천과 팔당호가 만나는 광동교 근처에 이르자 물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물 색깔은 푸른색에 고동색이 더해졌다. 눈으로 보아도 탁도가 심했다. 김 선장은 “경안천에서 유입되는 물은 색깔과 냄새부터 다르다. 지금은 한결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종면, 양평 강하면 일대 호숫가에는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즐비했다. 임야와 농지를 파헤쳐 전원주택지로 만든 곳도 수두룩했다. 호수와 맞닿은 논밭에선 거름을 내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경안천, 생활폐수에 폐기물까지 둥둥 용인 김량장동 마평교에서 경안천 하류를 따라 이동했다. 영동고속도로 용인인터체인지 아래까지는 눈으로 보아 오염이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을 따라 내려갈수록 오염 정도는 더해갔다. 포곡읍 삼계리 한림제약 근처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올랐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눈앞에 나타났다. 물색은 검붉게 변했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티로폼과 나무막대기, 폐타이어 등이 지저분하게 나뒹굴었다. 기름까지 둥둥 떠다녔다. 도심에서 경안천으로 흘러오는 하수구 주변에는 파리떼가 들끓었다. 광동교 근처 팔당호 물이 탁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이곳은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수질조사 결과 연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1으로 전년 5.8보다 더 나빠졌다. 갈수기에는 특히 오염이 심했다.2월에는 최고 19.3,3월엔 12을 기록했던 곳이다. 동행했던 권 국장은 “어떻게 저렇게 됐지.BOD가 30은 되겠다.”며 크게 놀랐다. 모현면 왕산교 아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갈담리·유운리에서는 가축 분뇨 냄새도 났다. 광주 구간에 들어서자 조금 달랐다. 하천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엄진섭 팀장은 “자연정화 덕분도 있겠지만 용인보다 하수관거 설치가 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하교∼광동교 강가에는 비닐하우스가 몰려있다. 한 농부는 “굳이 경안천을 더럽힐 이유는 없지만 나서서 깨끗하게 가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따른 불만을 쏟아냈다. ■ 수질오염 개선하려면 팔당호로 들어오는 경안천 수량은 전체의 1.6%, 유역도 2.8%에 불과하다. 수량은 남한강물이 55%, 북한강물이 43.4%를 차지한다. 수량과 유역만 따진다면 경안천이 팔당호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경안천의 팔당호 오염 부하량은 16%에 이른다. 수량이 적고 유역이 넓지 않으면서 오염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남·북한강 수량이 풍부하지 않다면 팔당호는 벌써 죽은 호수로 변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과 섞이면서 그나마 정수해 마실 수 있는 물이 된 것이다. ●용인시 오염총량제 도입해야 팔당 수질 개선 오염이 심각한 가장 큰 원인은 용인시가 오염총량제도입을 늦추고 있는데다 하수관거 설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오염총량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범위에서 오염을 삭감한 부분만큼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 하천오염물질 총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현재는 의무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하수처리구역이 넓어져 정부가 하수종말처리장건설 비용 등을 지원해 하천오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법정 환경부 수질총량제도과장은 “용인시가 100여건의 개발계획이 잡혀있는데도 현행 수질(BOD 5ppm)보다 훨씬 낮은 12.5ppm을 제시하는 바람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류지역이 더 맑아야 하는데 오염농도는 하류인 광주보다 용인이 더 높다. 광주는 환경부와 협의해 2004년부터 오염총량관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한강수계에서는 광주만 도입했고 용인·이천·여주·남양주·가평·양평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집중 투자하면 희망이 보인다 경안천은 연장이 50㎞에 불과하다. 뒤집어보면 오염원을 찾아 단기간에 집중 투자할 경우 의외로 쉽게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경기도는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해마다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상류인 용인 일대와 146개 작은 하천을 맑게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지자체들이 먹는 물은 경쟁적으로 끌어가면서 하수대책에 뒷짐지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 하수관거비율은 88%지만 용인시는 47%에 불과하다. 산업폐수나 가축 분뇨는 하수도를 통해 나가기 때문에 사실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생활폐수다. 가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실개천-경안천-팔당댐으로 이어진다. 분리하수관을 설치, 철저한 처리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민들의 의식개선도 요구된다. 팔당호 물은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기 전에 살던 주민들에게 무조건 규제만 강요할 수는 없다. 수질개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주어 스스로 수질개선에 나서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는 “경안천 수질은 우리가 지킨다.” 광주·용인지역 각종 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지난해 말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었다. 회원은 새마을운동지회·의용소방대·해병전우회·부녀회 등 이 지역의 대부분 단체와 주민들이다. 팔당호의 수질과 직결된 경안천의 정비와 불법행위 단속을 맡는다. 매달 하천 수계관리 대청소를 실시하고 주민환경교육과 오염원 단속도 이들의 활동이다. 경안천 수계 지천을 관리하기 위해 1마을 1하천 지킴이 운동도 펼치는 시민단체다. 수도권 2300만 식수원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민관 합동작전도 편다. 권혁진 사무국장은 “시민단체지만 한강유역환경청, 팔당수질개선본부, 경기도 등도 참여한다. 운영위원 회의에도 참석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지자체도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권 국장은 “경안천 오염 원인은 이 지역 주민들의 낮은 의식수준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도시개발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용인·광주 지역의 마구잡이 준농림지개발, 무분별한 도시확산, 하수기반시설 투자 미흡 등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비록 망가진 하천이지만 희망은 밝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경안천이 많이 오염됐지만 더이상 늦추면 그만이다. 회원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 “더이상 관객에 대해 말 않겠다”

    김기덕 감독이 관객 품으로 돌아왔다. 그의 14번째 영화 ‘숨’의 시사회가 30일 서울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영화를 내놓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을 번복한 이후 내놓은 첫 신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극장 안은 유난히 북적거렸다. 영화가 끝난 뒤 열린 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1000만 관객 시대에 50분의1 정도는 다른 길을 가고 다른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갈증이 나에게 있었다.”며 그동안 자신의 돌출 행동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발언 이후)많은 분들이 위로를 하는데 나는 금방 잊어버리고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민감한 말을 할지라도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영화 ‘숨’은 자살을 시도하다 목소리를 잃은 사형수 장진(장첸)과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주부 연(박지아), 그리고 그 둘의 관계를 막으려는 남편 정(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삶과 죽음, 갈등과 화해를 절제된 미학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그는 3억 7000만원이라는 저예산에 단 9회로 촬영을 마쳐 불황과 제작비 상승으로 어려운 한국영화계에 대안을 제시했다. “제작비를 줄이는 게 한국영화가 살길”이라며 “더 치밀하게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3억원 미만의 돈으로 35㎜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더이상 관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스크린 쿼터가 다시 부활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니 지금은 영화인들이 내적 에너지를 모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한다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소 보안소장으로 영화에 직접 출연까지 한 김 감독은 이날 시종일관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답변하는 등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선글라스도 벗고 나와 “내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감독이란 건 사실”이라며 “시사회를 앞두고 14편의 영화를 10분씩 돌이켜 봤다.(전보다)힘이 떨어지고 에너지, 관심, 욕심이 없어지긴 했다.”면서도 “도와주시면 누가 뭐래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놉시스가 많이 쌓여 있다고 말한 뒤 “그 중엔 1000억원을 능가하는 작픔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1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아스카’도 있다.”고 말해 다시 한번 극장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많은 기대를 낳고 있는 영화 ‘숨’은 새달 19일 개봉한다.18세 관람가.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데스크시각] ‘참 나쁜’ 공무원/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외환은행 매각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 후배들에게 선입견을 갖지 말고 감사에 임하라고 당부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더군요. 이렇게 기가막힐 정도로 사악하게 일 처리한 것은 처음 봅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였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일부 주역들을 향해 ‘사악한’ 공무원이라고 했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본 이들의 반응이 한결같다. 같은 공무원에게 쓰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발언 수위라는 점도 놀랍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보면 정말 ‘교묘하게 진행됐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이 이 일을 담당했던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변 국장은 2003년 2월24일 퇴임을 하루 앞둔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외환은행의 매각 관련,3쪽짜리 보고서를 보냈다. 이어 2003년 2월28일 취임한 지 하루밖에 안 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다시 1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일이면 임기가 끝나 짐싸는 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내는 이유가 뭡니까. 짐도 풀지 않은 새 부총리가 볼 때는 마치 전 정권에서 이미 추진돼 오던 일이기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임자가 추진하던 일이라는 인상을 주는 수법을 잘 쓴다.”고 한 행정학과 교수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일부 소수 공무원들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여전히 소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경부는 “외환은행 매각이 위기상황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정책 결정”이라고 항변한다. 과거의 정책 사안을 몇년이 지난 현재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같은 재경부의 입장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외환은행 매각은 아쉬움을 남긴다.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 및 한국은행이 대주주로서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 국민이 주인인 셈이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더라도 왜 하필이면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넘겼어야 했냐는 의문에 재경부는 답변해야 한다. 은행 등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할 수도 있었지만 론스타 외에는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공정한 경쟁절차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추진됐는데도 말이다. 외형상 외환은행 매각 방침은 모든 행정절차를 밟아 추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확신이 들지 않는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장관인 부총리의 최종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부총리의 정책적 판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매각됐다는 점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재경부가 외환은행의 론스타 인수와 관련해 금감위에 예외승인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2003년 7월 당시 외환은행은 이미 회생의 날갯짓을 할 때다. 외환은행 위기의 주범으로 볼 수 있는 하이닉스 주가만 보더라도 그 해 3월 1000원대이던 주가가 7월 9000원대로 9배나 올랐다. 감사 결과를 보면 이때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주가를 눌러라.”라는 지시를 했다. 하이닉스 주가 상승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사실 론스타는 임기말 정권 교체기에 어수선한 틈을 타 ‘구렁이 담넘어 가듯’ 추진된 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국가의 미래가 아닌, 나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없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할 때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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