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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시대, 숙녀시대

    소녀시대, 숙녀시대

    그녀들이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돌아왔다. “그동안 ‘소녀시대는 이렇다’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스키니진에 하이힐을 신고 춤추는 것 외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하이힐을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자고 제안했어요. 안무도 뮤지컬같이 자연스러운 동선을 살렸고 콘셉트는 소년 같으면서도 소녀다운 그런 모습이랄까, 활기차게 보이고 싶었습니다.”(수영·태연) 지난 1일 정규 4집 앨범 ‘아이 갓 어 보이’를 발매하고 새해 벽두 가요계를 강타한 그룹 ‘소녀시대’ 얘기다. 타이틀곡인 ‘아이 갓 어 보이’는 K팝 가수 사상 최단 기간 유튜브 조회 건수 2000만건 돌파 기록을 세웠다. 1년 4개월 만에 복귀 신고식을 치른 ‘소녀시대’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노래방에서 간담회를 갖고 복귀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을 함께 털어놨다. 티파니는 “(싸이 오빠에 비해) 우린 아직 멀었다”며 웃었다. 수영은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면서도 “사실 숫자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무슨 상을 타겠다’고 목표를 뚜렷이 두고 달려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 갓 어 보이’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조회 속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7월 15일 첫 공개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공개 18일 만에 조회 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 2000만까지는 26일, 3000만까지는 33일, 4000만까지는 39일, 5000만까지는 43일이 걸렸다. 그리고 1억건 돌파에는 52일이 소요됐다. 반면 ‘아이 갓 어 보이’는 지난 1일 뮤직비디오 공개 뒤 55시간 만에 조회 수 1000만건을 넘어섰고 5일 만에 2000만건 달성에 성공했다. 달성 일수만 놓고 본다면 ‘강남스타일’보다 5배가량 빠른 셈이다. 11일 오전 2500만건을 넘어서 이런 추세라면 공개 15일 만에 30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관심에는 최근 빌보드가 전곡 리뷰와 함께 내놓은 “지금껏 어느 국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가장 진보적인 팝 트랙이다. 타이틀곡 하나로 2013년 팝에 있어 진정 높은 기준 하나를 세웠다”는 극찬이 큰 힘이 됐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컬렉션 의상을 입고 선보인 뮤지컬 같은 안무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국내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짜깁기다’ ‘난해하다’는 혹평이 만만찮다. 팝, 어번, 댄스 등 여러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조합한 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혼란을 부채질한다. 수영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열 번 정도 들으면 이해되는 그런 곡”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부분이 후렴구지’라는 생각에 멘붕(멘탈붕괴)이 왔다”(티파니), “‘다시 들려주세요’라고 계속 말했다”(윤아)는 멤버들도 있었다. 서현은 “초반에는 안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변화의 몸짓으로 풀이된다. 수영은 “개인적으로 의성어인 후렴구가 반복되는 후크송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Gee), ‘오’(Oh) 등 따라 부르기 쉬운 소녀시대 특유의 후크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겼다는 뜻이다. 이번 음반에선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SM의 포지셔닝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국의 뮤지션 픽시 로트와 조 벨마티가 ‘베이비 메이비’ ‘프라미스’ 등을 작곡했고 ‘아이 갓 어 보이’에는 유럽의 작곡팀인 ‘디자인 뮤직’이 참여했다. 티파니는 “여러 나라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려다 보니 (곡들이) 한층 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싸이 오빠의 영향으로 한국 가수에 대한 시선이 한층 좋아졌고 우리도 K팝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며 조만간 해외 공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소녀시대의 4집 활동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다음 달 일본 아레나 투어를 앞두고 주로 국내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노래가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다 보니 우선 국내 활동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소녀시대 홀로그램 콘서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홀로그램 콘서트는 마치 가수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큼 실제와 비슷하다. SM 관계자는 “기존에 전 세계를 돌며 선보였던 SM타운 공연을 앞으로 홀로그램 콘서트가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녀시대는 2007년 1월 첫 싱글 앨범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해 이제 22~24세의 어엿한 숙녀가 됐다. 아이돌 그룹의 데뷔 5년차 징크스는 깼지만 아이돌이란 수식어보다는 ‘왕언니’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나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피터팬 신드롬’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티파니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멤버 간 ‘왕따설’이 돌았을 때”라며 “멤버가 9명이라 더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 원빈과의 열애설로 연초부터 시달렸던 수영은 “스캔들이 이런 건가 하면서도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를 벌써부터 떠올리며 이제 ‘뮤지션’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도 튀어나왔다. 수영은 “(언젠가 찾아올 은퇴가) 두렵지 않고 때가 되면 떠나 팬들이 ‘전설’로 기억해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라며 “언젠가 우리끼리 디너쇼를 열자는 농담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제시카는 “이제부터 작곡 공부를 해도 늦진 않다. 후배들에게 꼭 곡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태연은 아예 “이번 앨범에서 티파니와 듀엣으로 ‘유리아이’란 곡을 부르며 노래하게 돼 너무 벅찼다”며 “홍대 앞에서 박지윤, 소이 선배처럼 보컬로 활동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칼럼을 쓰게 되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분은 법정 스님이다. 불문에 들던 1980년대 초반, 필자는 송광사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고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 계셨다. “행자는 논하는 논자도 아니고, 말하는 언자도 아닌 행하는 행자일 뿐이다”라는 말이 금언처럼 행자실에 전해지고 있었는데, 입은 없고 몸만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행자들은 후원의 공양과 각 법당의 청소 외에도 스님들의 처소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시자로서의 소임을 겸했다. 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의 것은 법정 스님이 계시는 불일암에 우편물과 신문을 올려드리는 소임이었다. 여느 행자들이 도량 안에 머물며 후원의 잡무를 치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1시간 정도의 열외가 주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무렵 스님께서는 여기저기 강연도 하고 신문에도 글을 자주 내고 계셨다. 아마 ‘50’ 이쪽저쪽의 연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스님의 글을 유심히 보았던 이유는 한 공간에서 보고 듣는 느낌과 그 표현의 감각들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다름’에 대한 호기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여름 장맛비에 오후 소임이 없어 각자 책상 앞에 앉자 있던 어느 날, 스님의 책을 붙들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 “행자님은 법정 스님처럼 되고 싶은가 보다”라는 뜻밖의 말을 듣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스님을 처음 뵈었던 시절의 스님 나이가 되었다.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듯 일깨움을 주셨던 법정 스님과 달리 도심 포교당 주지를 맡고 있는 나는 ‘도시인’으로서 세상을 읽어내야 하는 운명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금에 나의 관심은 ‘인생50’에 대한 천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고 싶고, 더욱 기품 있게 나이 들고 싶은 꿈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바스락거린다. 인도에서는 50세를 ‘바나플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때’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것을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에도 대화가 되지 않으면 오래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공자님은 이 나이를 ‘지천명’(知天命 )이라 하셨다. 적어도 인생 오십에는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보셨던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기사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글을 읽었다. 갤럽에서 세계 148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97위라 했다. 설문은,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종일 존중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많이 느꼈는지 등의 다섯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 다섯 가지를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떠나 달리 행복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어쩌면 그 행복의 정원에는 영영 이르지 못할 것만 같은 현대인들의 어렵고 불안한 삶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역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정작 일상에서는 안락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하며 웃지 않는 사회 속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러시아 출신 신비주의자 구제프는 “지팡이에는 양 끝이 있다”라고 했다. 좋은 사회, 행복한 삶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숙되어 간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다름’이 인정되고 또 그것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 [주말 하이라이트]

    ■한국 한국인(KBS1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1990년대 초, 백인 중심 사회였던 워싱턴 주에서 한국계 정치인 폴 신(신호범)은 철저하게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인종차별을 없애겠다는 꿈 하나로 정계에 진출하여 오리엔털(동양인을 비하하는 말) 용어 금지법안, 한인의 날 지정 등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계 이주민들의 위상 찾기에 앞장선다. ■내 딸 서영이(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서영의 비밀을 알게 된 선우는 미경을 만나 사실을 확인하고, 미경은 우재와 부모님을 생각해서 모른 척하라고 부탁한다. 소미는 서울을 떠나라는 기범에게 사직서를 내며 서울을 떠나지 않겠다고 못을 박는다. ■무한도전(MBC 토요일 오후 6시 25분) 지난 2012년 12월 31일. 새해맞이 특별 프로젝트가 열렸다. 바로 무한도전 멤버들의 강제 미국 진출이다. 싸이, MC해머와 함께 하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쇼. MC해머와의 첫 만남에 멤버들은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급기야 저질 댄스까지 선보이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5분) 지난 6월 경기도 부천의 한 근린공원에서 얼굴과 지문이 심하게 훼손되어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여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시신 전체를 CT로 촬영하고 두개골을 3D 프린터로 스캔해 살아 있을 때의 얼굴을 복원하는 등 국내 최초의 시도가 2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신년기획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북한의 김정은 후계체제가 구축된 지 만 1년이 지났다. 2013년은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이 주목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북한의 변화를 점검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을 살펴본다. ■TV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 25분) 고양이 한 마리가 고립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간 제작진. 그런데 고양이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20층 아파트 옥상이다. 눈까지 쌓여 있어 한 걸음 내딛기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고립된 지 벌써 일주일째 접어드는 상황. 대체 녀석은 어떻게 저곳에 있게 된 것일까. ■차인태의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문자로 하는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한 작가 신봉승. 시인 유치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이후 시나리오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다. 더불어 한꺼번에 시나리오 세 편을 쓰면서, 영화 제작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호텔 객실 3개를 잡고 글을 썼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 여론에 손 든 ‘의원연금’ 여야, 추진 않기로 합의

    여야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의원 연금제’를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과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원연금제, 정확히 말하면 연로회원 지원금은 이번에 완전히 폐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현재 지급받는 분들의 경우에는 (의원 활동이) 1년 미만인 분들, 소득이 많은 분들,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분들은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만 65세 이상 전직 의원에게 월 120만원이 지원되는 헌정회(전·현직 국회의원 모임) 연로회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에는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연로회원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산 128억 2600만원을 포함시켜 논란이 됐다. 여야는 연로회원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지난해 11월 말 국회 쇄신특위에서 의원연금제 도입 방안에 대한 용역을 검토한 바 있다. 여야의 이번 합의는 연로회원 지원제를 폐지하고 의원 연금제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 데 대한 따가운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연로회원 지원금은 대한민국 헌정회법의 관련 조항이 폐지돼야 지원이 중단된다”면서 “1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폐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증권시장 불공정거래 엄단을/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증권시장 불공정거래 엄단을/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 5년간 증권시장에서 매년 150여건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주목할 것은 비난 가능성이 높은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도 매년 각 40건 이상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루어진 불공정거래의 건수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실제로 날로 고도화되는 불공정거래의 기법을 감독당국이 따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국 시카고 대학의 베커 교수는 경제학을 범죄나 가족관계에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범죄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엄벌주의 또는 일벌백계라고 할 수 있다. 범죄자가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해 범죄를 저지른다고 가정하면, 범죄는 그로 인한 기대이익이 기대손실보다 큰 경우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를 억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대손실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적발될 확률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처벌을 엄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베커 교수는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역설한다. 적발 확률을 높이려면 경찰의 수를 늘리는 등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처벌을 엄하게 하는 것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처벌되는 범죄자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도소의 유지를 위한 비용도 절약될 수 있다. 두 방법이 모두 일정한 수준의 억지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적발 확률을 가능하면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적 자원을 가장 절약하는 대응이라는 것인데,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의 아이디어치고는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없지 않다. 불법주차를 근절하고자 하면 어쩌다 적발된 자의 전 재산을 몰수하라는 것 아닌가. 우선 형법학자들이 이러한 사고방식에 동조할 리는 만무하다. 범죄가 합리적 선택이라는 전제부터 받아들이기 힘들 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저지른 잘못과 처벌 사이의 비례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적발된 자도 억울하다고 난리일 것이다. 순수하게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논리에 동조하기 쉽지 않다. 먼저 처벌을 높이게 되면, 범죄를 저지른 다음 피해자나 증인을 살해하는 등 범죄자가 적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그 자체로 사회적 비용일 뿐 아니라 적발 확률을 낮추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무엇보다 법원이 잘못 판단해 무고한 자를 처벌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데, 처벌을 높이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된다. 이처럼 엄벌주의가 설 자리는 넓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베커 교수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는 영역도 있을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는 대부분 행위자의 합리적 계산에 기초해 이뤄진다. 심지어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 불공정거래의 기법이 점차 고도화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발 확률을 높이는 전략은 사회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 찰리 쉰과 마이클 더글러스의 영화 ‘월 스트리트’는 이를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 시세조종이나 내부자거래를 엄벌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만 엄벌주의로 인해 오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는 부분은 여전히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은 불공정거래의 처벌에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를 높여 처벌 범위를 비난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로 좁히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엄벌주의가 남용될 우려는 한참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 지금은 불공정거래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아직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기업에서도 ‘주가 관리’라는 명목으로 시세조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정부도 증권시장이 침체하는 국면이 되면 기관투자자에게 순매수원칙을 지키라는 압력을 행사하곤 한다.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는 한 법원의 낮은 형량만을 비판할 수는 없다. 새해에는 증권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가 살인, 절도, 강도에 못지않은 심각한 화이트칼라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주말 인사이드] “열애설 등 사생활 노출은 ‘팬 서비스’… 스타니까 감수하라”

    [주말 인사이드] “열애설 등 사생활 노출은 ‘팬 서비스’… 스타니까 감수하라”

    #한적한 토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빌라주차장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남자는 열 댓명의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여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차로 들어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진실을 말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불륜 현장을 급습한 듯한 이 시끌벅적한 상황은 연예인의 열애설 포착 현장이었다. 가수 A와 방송인 B가 핑크빛 관계라는 첩보를 입수한 연예기자들이 A씨 집 주차장에서 ‘뻗치기’(특정장소에서 계속 어떤 상황을 기다리는 걸 뜻하는 기자들의 은어)를 하다 만남 장면을 잡은 것. 하염없이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민낯에 모자를 푹 눌러쓴 B씨가 나타났고, 기자들은 ‘맹수’처럼 달려들어 “열애 중이다”는 고백을 받아냈다. 이들은 2008년 새해 첫 커플로 따뜻한 축하를 받았다. # 첩보는 또 있었다. 최근 인기 스타 남녀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 즐겨찾는 구체적인 데이트 장소를 확인한 취재진은 둘 다 스케줄이 없는 날을 확인해 만남 현장을 잡았다. 숨죽인 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데이트 현장을 사진기에 차곡차곡 담았다. 다정하게 팔짱 낀 모습부터 품에 폭 안긴 모습까지, 누가 봐도 열애라고 인정할 만한 사진들이었다. 특종을 잡은 인터넷매체는 열애설 보도 전 소속사에 연락을 취했다. 발칵 뒤집힌 소속사는 “해외 진출과 더불어 큰 광고 촬영도 앞두고 있는데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이 약해진 매체는 사진 수위를 조절해 열애설을 터뜨렸다. 소속사는 딱 3시간 뒤 “친한 오빠동생 사이”라며 부인했다. 새해 첫날을 밝힌 건 톱스타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이었다.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몰래 데이트했지만, 바짝 줌을 당긴 카메라를 피하지는 못했다. 사진과 만남 일지까지 낱낱이 공개되자 이들은 쿨하게 연애를 인정했다. ‘사진포착→열애인정’은 이젠 전형적인 공식이 됐다. 이병헌·이민정, 김혜수·유해진, 구하라(카라)·용준형(비스트), 소희(원더걸스)·임슬옹(2AM), 신세경·종현(샤이니), 신민아·탑(빅뱅) 등 연예계를 달궜던 ‘핑크빛 소문’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열애설이 불거지면 어김없이 파파라치식 보도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뒤따른다는 점도 비슷하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접근해 몰래 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행태에 대한 비난이다.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붙어 괴롭힌다’거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찍어 소속사에 돈을 뜯어낸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양산됐다. 파파라치 사진은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만큼 사실에 가까운 보도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봤던 파파라치식 취재가 한국에선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김태희·비 열애설을 단독보도한 디스패치 기자들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11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들은 “그 커플은 취재과정이 너무 쉬워서 좀 민망한데. 비가 군인이라 주말에만 나와서 편했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를 통해 김태희·H 열애설을 접했는데, 믿을 만한 정보원을 통해 “ 그 사람이 아니라 비랑 사귄다던데? 김태희 집 주변에서 데이트한대”라는 고급 소스를 들었단다. 비가 바깥 활동에 제약이 있는 군인 신분이라 쉽게 데이트 현장을 포착했다. 임근호 취재팀장은 “24시간 연예인을 따라붙기에는 인력도, 돈도 부족하다”면서 “믿을 만한 측근을 통해 주요 데이트 장소와 시간, 루트를 들어 현장을 잡는다”고 소개했다. 정보와 심증이 있다면, 두 연예인의 스케줄을 입수해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추리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후나 생일날, 휴가 등 연인들이 만날 게 유력한 시기에 ‘짧고 굵게’ 잠복한다. 디스패치의 경우,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2인 1조로 차를 타고 데이트 현장을 따라다닌다. 플래시 소리조차 안 들리는 먼 거리에서 줌을 당겨 ‘결정적 장면’을 찍는다고. 끼니는 간단히 해결할 때가 많고, 집이나 숙박업소에 들어간 커플을 기다리느라 밤샘할 때도 있다. 눈치 빠른 스타는 2~3군데의 장소를 거치며 차를 바꿔타고 취재진을 교묘히 따돌리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007작전’을 뚫고 데이트 장면을 포착했다고 해도 바로 보도하는 건 아니다. 임 팀장은 “무조건 한 달은 꾸준히 지켜본다”면서 “친해서 자주 만나는 경우인지, 사귀는 사이인지 한 달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닷컴 연예부 출신 기자들이 합심해 2011년 3월 창간한 디스패치는 굵직한 열애설을 보도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이들은 “사진을 통해 팩트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지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취재 대상도 엄격하게 선을 긋는다. 가정을 깨뜨릴 수 있는 불륜,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돌 스타, 작품 하나로 막 인기를 끈 반짝스타는 취재하지 않는다고. 누구나 볼 수 있고, 다닐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만 셔터를 누르는 것도 규칙이다. 나지연 기자는 “디스패치 기자라고 하면 괜히 ‘쪼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우리는 열애설에도 끄떡없을 톱스타만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보도를 한다고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디스패치는 “스타니까 감수하라”며 일축했다.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수십억대 부를 얻은 톱스타인 만큼 팬 서비스 개념으로 사생활 노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보도에 앞서 매체들이 소속사에 미리 귀띔하는 것도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스타의 연애가 기업·스폰서와의 계약 측면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스킨십·노출 등의 수위도 조절할 수 있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에서 ‘공생법’을 모색한다. 멍하니 뒤통수를 맞는 것보다 미리 듣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소속사 입장에서도 더 낫단다. 한 톱스타의 측근은 “한 매체에서 포옹 장면을 찍었다며 사귀는 게 맞는지를 확인하더라”면서 “열애를 인정하니까 잘 나온 사진을 고를 권한을 줬다”고 설명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어떤 스타커플은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길거리의 풋풋한 데이트 장면을 연출해 다시 찍기도 했다. 디스패치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스포츠서울닷컴의 관계자는 “파파라치식 보도는 우리가 하는 여러 콘텐츠 중의 하나”라면서 “외국 파파라치의 개념처럼 돈을 벌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연예 전문지의 탐사 보도에 더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런 취재 관행이 부담스럽다. 15년차 베테랑 연예부 A 기자는 “정석의 취재 루트를 뒤엎은 디스패치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는 박수쳐 줄 만하다”면서도 “톱스타라고 해도 인간인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이 찍히고 연애까지 까발려진다는 건 좀 숨막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여배우의 경우 헤어지면 타격이 커 열애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작정하고 잠복하면서 고성능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는데 그걸 어떻게 막느냐”면서 “스타들이 스스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게 최선이다”고 하소연했다. 스포츠지 연예부 B 기자는 “우리는 매일 할당된 지면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 파파라치처럼 따라붙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두 달씩 시간이 있으면 나도 열애설 특종을 매번 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파라치 취재관행이 알려지면서 모든 연예부 기자가 박봉을 받으면서 밤새도록 뻗치기를 하는 걸로 비춰지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파파라치식 탐사보도를 어떻게 볼까. 연예인이라면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많았다. 김영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교육센터장은 “연예인은 ‘노출’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데다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라 사생활이 다소 침해된다고 해도 항변하기 곤란하다”면서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스타의 연애, 사업, 사건·사고 등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업무방해, 신용훼손 등의 형법 조항을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열애설 보도는 법에 저촉되는 게 별로 없다”면서 “사생활 침해의 경우에도 주거·건조물 침입 등과 연관된 만큼 도로에서 찍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13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가뿐하게 4강 안착… 기다려라, 세계 정상

    [2013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가뿐하게 4강 안착… 기다려라, 세계 정상

    한국 ‘셔틀콕’ 간판 고성현(김천시청)-이용대(삼성전기)가 정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 세계 12위 고성현-이용대 조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남자복식 8강전에서 세계 37위 고브셈-림킴와(말레이시아) 조를 2-0(21-16 21-10)으로 일축하고 4강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전남 화순 그랑프리골드 등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군 고-이 조는 이로써 새해 처음 나선 큰 대회에서 정상을 노리게 됐다. 고성현-이용대는 첫 게임 초반 잇단 범실 탓에 주춤했지만 이용대의 수비가 살아나면서 내리 5점을 뽑아 기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어 두 번째 게임에서는 강력한 드라이브 대결에서 앞서 15-9로 상대를 몰아붙여 손쉽게 승리를 낚았다. 고성현은 17-10에서 강력한 스매싱으로 내리 3점을 보태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세계 5위 김사랑(삼성전기)-김기정(원광대) 조는 세계 1위이자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티아스 보에-카르스텐 모겐센(덴마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0-2(15-21 10-21)로 졌다. 여자단식 에이스인 세계 8위 성지현(한국체대)도 장기인 하프 스매싱을 앞세워 포른팁 부라나프라세르추크(태국)를 2-0(21-13 21-7)으로 꺾고 가볍게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혼합복식의 김기정(원광대)-정경은(인삼공사) 조는 세계 4위 장난-자오윈레이(중국) 조에 0-2(7-21 13-21)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편 ‘고의 패배’ 사건에 휘말려 국가대표 자격이 정지된 정경은(KGC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가 소속팀 선수 자격으로 출전, 톈칭-바오이신(중국)을 2-0(21-11 21-18)으로 물리치고 4강에 합류했다. 공교롭게도 준결승에서 만날 상대는 올림픽 당시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인 왕샤올리-위양(중국)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씨줄날줄] 명함/임태순 논설위원

    정초가 되면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인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에 상급 관원들은 왕에게, 중급 관원들은 상급 관원들에게 신년하례를 했다. 이때 고관대작들은 대문 한편에 옻칠한 쟁반을 내놓았다. 신년하례객이 세배를 빙자해 청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면하는 대신 쟁반에 명함을 두고 가게 한 것이다. 신년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두고 가는 명함을 새해의 명함이라고 해서 ‘세함’(歲銜)이라고 했다. 권세가들은 3일 뒤 신년 하례기간이 지나면 쟁반을 거둬들여 누가 왔다 갔는지를 살폈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기를 소개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함이 우리 고유의 풍속만은 아닐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도 친구집을 찾았다가 없을 경우 자기 이름을 쓴 종이를 남겨두고 오는 관례가 있었다고 한다. 명함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종이가 중국에서 발명됐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명함이 생겼다고 전해지며, 현재와 같은 동판 활자로 새긴 명함은 루이 15세 때 나왔다고 한다. 명함은 조그만 종이에 자기의 이름과 직책·직위·연락처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로, 상대방과 처음 인사를 할 때 주고받는다. 그래서 요즘 영업사원들은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명함에 얼굴 또는 캐리커처를 새기기도 하고, 만난 사람의 인상착의를 명함 뒤에 적어 관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남의 매개물이자 사회생활의 필수품인 명함은 종종 사고를 친다. 국회의원 비서관, 정보기관을 사칭한 명함을 돌려 금품을 갈취하는 사기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철통보안’ 등 여러 가지 뒷얘기를 낳고 있는 인수위가 전문위원을 포함한 인수위원들의 명함을 새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인수위원에게 로비를 하거나 인수위원이랍시고 부처나 유관기관에 위세를 부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명함이 없으니 이번 인수위에서는 인수위원 사칭 명함에 속아 사기당하는 얼간이는 없을 것이다. 부정, 비리를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깔끔함이 반영된 것이지만 명함이 없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다. 소속이 다른 인수위원 간에는 통성명하기가 쉽지 않고, 인수위원이 외부인사와 만날 때도 불편이 뒤따른다. 실제 한 인수위원은 기자실에 귤을 돌리다 누구냐고 묻자 슬쩍 사라지기도 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외부와도 소통해야 한다. 인수위가 바깥과 단절된 채 청렴을 유지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소통을 통한 청렴’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朴 “북핵 용납 못 한다… 대화 창구는 열겠다”

    朴 “북핵 용납 못 한다… 대화 창구는 열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중국 정부 특사인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접견했다.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장 상무부부장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했다. 박 당선인은 장 부부장과의 만남에서 대북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핵 개발은 국가의 안보 및 국민의 안위를 위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추가적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그러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대화와 협력의 창구를 열어두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 부부장은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언급하며 “중국은 국제사회 혹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정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태 악화를 초래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입장을 전했다. 박 당선인은 또 “앞으로 20년간 더 큰 도약을 위해 한·중 양국이 새로운 비전을 마련하자”고 밝혔다. 이에 장 부부장은 “편리한 시기에 조속히 중국을 방문해 달라”며 박 당선인의 중국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박 당선인은 중국어로 “신녠콰이러(新年快ㆍ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장 부부장은 박 당선인이 “중국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고 소개한 뒤 중국어로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같이 여겨진다며 중국내에서 박 당선인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중국의 굴기’, ‘일본의 우경화’ 등 3대 세력이 정면 충돌하면서 판 자체가 출렁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대 변수인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 실험 등 북핵 위기를 재점화할 태세다. 동북아는 1년 새 남북한, 미·중·일 권력 지형이 모두 급변한 전환기적 국면에 있다. 미·중 패권 다툼과 중·일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경우 차기 정부의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그리는 동북아 외교 로드맵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핵심이다. 한·미 동맹을 한 축으로, 한·중 협력 강화를 또 다른 축으로 신뢰와 내실을 앞세운 균형 외교가 차기 정부의 대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시키며, 한·일 관계는 전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되 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는 협의 대상으로 불용인한다고 못박았다. 한·미 관계는 미국의 대중 견제책인 ‘포위 외교’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오바마 정부가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중국 견제 강도를 높일 경우 우리의 균형 외교는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적 고민은 니어(NEAR) 재단이 11일 발간하는 ‘니어 워치 리포트: 한국의 외교 안보 퍼즐’ 정책 조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고서는 미·중과 긴밀히 협조해 국익을 최대화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과 중국과 차이점을 줄여가는 ‘구동축이’(救同縮異)의 실리적 방책을 조언하고 있다. 대일 외교는 일본 자위대의 재무장 등 군사적 우경화와 독도 마찰 등이 부담이다. 차기정부에서 대미 외교와 한·중 공조를 통한 대일 견제를 이뤄내는 외교적 역량이 중시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경쟁이 한반도로 옮겨가면서 양국 모두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며 러브콜을 하고 있다”며 “한·미, 한·중 관계를 모두 강화해 우리의 입지를 높이는 게 국익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기대주 ‘야왕’ ‘대물’ 넘을까

    기대주 ‘야왕’ ‘대물’ 넘을까

    ‘야왕’이 ‘대물’에 이어 성공을 거둘 것인지 새해 방송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 드라마 ‘야왕’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물’과 비교되는 작품이다. ‘야왕’은 박인권 화백의 ‘대물’ 시리즈 3편 ‘야왕전’을 각색한 드라마다. 이 만화의 2편 ‘제비의 칼’은 지난 2010년 10월 SBS에서 고현정·권상우 주연의 드라마 ‘대물’로 방송된 바 있다. 같은 화백의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데다 권력에 대한 야망을 품은 여성 캐릭터, 권상우가 남자 주인공으로 또다시 출연한다는 점에서 여러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상반된 지점이 있다. 드라마 ‘대물’이 여주인공 서혜림이 온갖 역경을 딛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성공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야왕’은 지독한 가난을 뚫고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 올라선 여성에게 배신당한 남자의 복수극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대물’에 비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권상우가 맡은 하류는 보육원에서 만난 주다해(수애)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그녀에게 헌신하지만 결국 변해 버린 다해의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결심한다. ‘대물’에서 다소 엉뚱하고 다혈질적인 검사 하도야 역으로 인기를 얻은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권상우는 “‘대물’은 사실 하도야가 없어도 될 정도로 서혜림이 완전히 극을 이끌어 갔지만, ‘야왕’은 다해와의 애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드라마의 주제가 사랑과 복수라는 다소 정형화된 부분이 있지만, 연기의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애가 연기하는 주다해는 하류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유학까지 가지만, 더 높은 꿈을 이루고자 하류를 저버리는 인물로 나중에 대통령 영부인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2011년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이서연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수애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변신에 도전한다. 수애는 “두 역할 모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역할인데 서연이 다소 연민을 일으키는 캐릭터였다면 다해는 카리스마와 욕망을 지닌 여성이라는 점이 다르다”면서 “20대 때의 다해의 모습과 중후반부 보여 줄 영부인의 모습에서 의상과 행동에서 모두 차별성을 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야왕’은 남자 주인공의 복수극이라는 점 때문에 최근 종영한 KBS 수목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 연출을 맡은 조영광 PD는 “극본을 맡은 이희명 작가가 워낙 트렌디한 드라마를 많이 썼기 때문에 무겁기만 한 복수극이라기보다 유쾌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을 선보인 ‘대물’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조 PD는 “대통령을 좌우하는 더 큰 권력인 영부인으로서 여성의 리더십을 그리게 된다”면서 “‘대물’의 고현정이 긍정적인 이미지였다면 ‘야왕’의 수애는 팜므파탈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지녔다”고 말했다. 한편 이 드라마에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우연히 만난 다해에게 빠져드는 재벌 2세 백도훈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도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장애인이 말하는 性…웃음 뒤 밀려오는 감동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장애인이 말하는 性…웃음 뒤 밀려오는 감동

    마크 오브라이언은 얼굴 근육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이다. 호흡 장애를 앓는 그는 거대한 호흡보조기에 의존해 생활한다. 도우미가 일상 활동을 도와주지만, 가슴 깊숙이 숨겨둔 욕망은 해결할 길이 없다. 장애인의 섹스에 관한 글을 준비하던 어느 날, 그는 신부와 만나는 자리에서 섹스 이야기로 운을 뗀다.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신부와 상담하던 마크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덜컥 말해버리고, 상황을 이해한 신부는 “원한다면 해보라”고 답한 다음 축복의 기도까지 내린다. 섹스치료사 및 전문가와 접촉한 마크는 마침내 섹스테라피스트 셰릴과 만나 여섯 차례의 ‘세션’을 갖기에 이른다. 그런데 서른 여덟 살이 되도록 성경험이 없는 마크는 세션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에 휩싸인다. 장애인의 성은 쉽게 말할 사안이 아니다. 인권과 성이라는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당사자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성을 본격적으로 다룬 ‘섹스 볼란티어’를 포함한 몇몇 한국영화가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는 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하 ‘세션’)은 상대적으로 경쾌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장애인의 성 문제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마크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그는 몸을 가눌 수 없게 됐다. 그의 의지는 대단해서 침대에 누운 몸으로 대학을 다니며 학위를 받았고, 졸업 후에는 시인·저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그의 이채로운 삶은 이미 1997년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바 있으며, 두 번째 작품인 ‘세션’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션’은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에 대한 작품이다. 마크는 낙천적인 남자다. (극중 따로 소개되지 않으나) 장애인 활동가로 나선 데는 그런 성격의 힘이 컸을 것이다. 그는 ‘물컵의 물’에 자기 삶을 비유한다. 거의 빈 컵을 쥐고 태어난 그는 물이 없다고 불평하기보다 컵의 남은 부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몸 지키기에 벅찬 사람으로 세상은 가득하다. 몸이 불편한 마크는 오히려 타인에게 웃음과 사랑을 주는 데 헤픈 사람이었으며, ‘세션’에는 마크처럼 타인에게 무엇을 해줄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세상을 무턱대고 차갑다고 여긴다면 먼저 당신 가슴의 온도를 재볼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벤 르윈은 TV, 다큐멘터리, 영화 영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물이다. 다소 난감한 주제를 감동적인 멜로드라마로 승화시킨 ‘세션’은 그의 공력이 곳곳에 스며든 작품이다. 좋은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도록 돕는다. 주연을 맡은 존 혹스와 헬렌 헌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인정을 받은 배우들이다. 근래 악역으로 주목받다 천사 같은 눈길로 딴판의 연기를 선보인 혹스는 내내 누워 있어야 하는 인물을 근사하게 연기했다. 상대역을 맡은 헌트의 연기를 보노라면 성숙한 여인의 자연스러운 미소가 어떤 건지 실감 난다. ‘세션’은 새해에 만나는 첫 보물 같은 영화다. 극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두 남녀가 각기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느끼는 때다. 당신의 몸을 보라. 주어진 몸을 사랑하게 하며, 다시 그 몸으로 사랑하라고 격려하는 영화다. 17일 개봉. 영화평론가
  • 안동시민들 “하회마을 관람료 면제해 주오”

    안동시민들 “하회마을 관람료 면제해 주오”

    경북 안동시민들이 새해부터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안동 풍천면) 관람료 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안동시 하회마을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시는 1994년 4월부터 안동시민을 포함한 하회마을 전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받고 있다. 문화재 보존, 주민생활 보장 등 재정 확보를 위한 것으로, 관련 조례를 통해서다. 2008년부터는 안동시민에게 관람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현행 시민 관람료는 일반 1000원으로 타지 관광객 관람료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는 또 이 마을 주차장 이용료 2000원(승용차 기준)도 별도로 받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는 올해부터 양동마을(경주 강동면) 방문객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징수하면서 경주 시민에 대해서는 면제했다. 양동마을은 2010년 8월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시는 또 모든 방문객에 대한 주차료도 면제했다. 이에 따라 안동시민들은 형평성 이유를 들어 시에 하회마을 관람료를 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은 “다른 자치단체들은 지역민에 대한 각종 시설 관람료 면제 혜택 등을 갈수록 늘리는 추세인 반면 안동시는 요지부동이다”면서 “시민을 위한다는 구호성 행정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하회마을 관람료 면제 등 피부에 와 닿는 작은 행정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길섶에서] 짝 찾기/함혜리 논설위원

    친구네 집에서 여럿이 모여 새해맞이를 했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원도 빌었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관에 나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내 부츠가 한 짝만 남아 있는 거다. 그 옆에는 길이도 다르고 디자인도 다른 낯선 부츠 한 짝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앞서 출발한 누군가 부츠를 짝짝이로 신고 가 버린 것이었다. 상가나 식당에서 구두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봤다. 신사화는 디자인이나 색상이 분간이 잘 되지 않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여성구두, 특히 부츠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새해 첫날부터 조짐이 수상하다. 다행히 누가 바꿔 신고 갔는지는 금방 파악이 됐다.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뵌 적이 있는 언니뻘 되는 분이었다. 이튿날 아침 전화를 해서 미안하게 됐다며 점심을 사겠다고 하신다. 며칠 뒤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외로운 구두가 짝을 찾는구나. 모든 일에는 전조(前兆)가 있다는데 올해엔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부츠 한 짝을 들고서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이 괜스레 즐거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카드업계, 무이자 할부 재개

    새해 들어 중단됐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가 설 명절까지 한시적으로 재개된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SK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행사를 이날 혹은 주말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자 무이자 할부 중지 열흘 만에 재개한 것이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신한카드는 이날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전 고객을 대상으로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에 들어갔다. 대상 업종은 백화점, 대형할인점, 온라인 쇼핑몰, 가전, 자동차, 보험, 패션, 양품점, 병원, 방문판매, 여행업 등 11개 업종이다.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동안 모든 고객에게 모든 업종과 가맹점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한다. 하나SK카드도 모든 고객에게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11일부터, 국민카드는 12일부터 2~3개월 무이자할부 행사를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이달 말까지 무이자 할부 행사를 실시하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슈퍼마켓·의료·전자·보험 등에 대해 고객별로 2~3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2기 경제수장 제이컵 류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2기 경제수장 제이컵 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10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재무장관에 잭(제이컵) 류(57)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미 언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와의 ‘재정절벽’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예산 전문가인 류 실장을 최종적으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후임으로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흑인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의 케네스 체놀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도 검토했으나 결국 재정절벽 협상의 승리와 재정적자 해법을 위해 ‘예산통’인 류 실장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과 의회는 새해 벽두 극적 합의를 통해 재정 절벽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으며, 국가 예산 자동 감축을 뜻하는 ‘시퀘스터’와 국가부채 한도 상향조정 협상은 일단 미뤄놓은 상황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류 실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의회 보좌관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민주당 소속 팁 오닐 하원의장의 정책 보좌관 등으로 일하면서 예산 등 정책 분야에서 기초를 닦았고, 일처리가 치밀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맡는 등 예산의 세부 항목까지 꿰뚫는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OMB 국장으로 일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지난해 1월 비서실장에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류 실장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시장에 근무한 경력이 짧다는 것이다. 그는 2006~08년 씨티그룹 이사를 지냈다. 이를 두고 공화당 일각에서는 “실물 경제를 제대로 모르는 인물이 재무장관에 기용되는 것은 부절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청문회에서 다소간의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CNN은 류 실장의 친필 서명(아래)이 뱀이 기어가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 달러화에 인쇄될 류의 서명은 좀 점잖은 모양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새로 발행하는 달러화에 현직 재무장관의 서명을 인쇄한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여야 ‘의원연금’ 꼼수로 국민 인내심 시험말라

    국민이 주인인 날은 5년에 역시 단 하루뿐이었던 듯하다. 18대 대선이 끝나고 20여일이 지난 지금, 볼 일 다 본 듯 행동하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이를 말해준다. 대선을 앞두고 그토록 절박하게 외쳤던 정치 쇄신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직무유기를 넘어 집단 배신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퇴직 국회의원 지원금을 버젓이 놔둬 비난을 자초한 여야가 사실은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 연금 신설을 적극 검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의원 모임인 헌정회에다 매년 관련예산을 책정해 지원하느니 아예 공무원연금처럼 의원연금을 만들어 법적으로 더 안정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려 했던 것이다. 여야 득표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 합의해 놓고도 쉬쉬한 채 선거를 치렀다고 한다. 퇴직의원 지원금을 폐지하겠다던 약속이 사실은 국민 기망이었던 것이다. 혀를 찰 일이다. 선진국 사례가 어떻고, 전직 의원들의 노후가 어떻고 하며 갖은 구실을 대지만 결국 국민 세금을 항구적으로 자기 노후 보장에 쓰려는 집단적 꼼수일 따름이다. 선거 이후 표변한 여야의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불체포특권 철폐 다짐도 실종됐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그제 “불체포 특권은 헌법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하기 전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전 약속은 헌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는지, 이 대변인은 왜 그때 박 당선인의 발언을 보정하지 않았는지, 뒤늦게 헌법 운운하는 이유는 뭔지도 답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정치 쇄신의 퇴색은 결국 의지의 문제다. 헌법적 제약이나 정치적 현실을 정치권이 대선 뒤에 새삼 깨달아서가 아니라 얻어야 할 표를 이미 얻었기 때문이고, 그렇게 배가 불러진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국민은 이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버린 쓸모없는 존재가 된 때문일 것이다. 여야는 이미 지난해 국회쇄신특위를 통해 국회의원 겸직 금지, 전직 의원 지원금 폐지, 국회 폭력행위죄 신설,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등 4개 항에 합의했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 11월 말 국회 운영위에 제출한 바 있다. 새로 정치쇄신특위를 만드니 마니 하며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당장 운영위를 소집해 이들 법안부터라도 처리하면 된다. 여야는 부디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기 바란다.
  • [씨줄날줄] 1조 달러 백금동전/박정현 논설위원

    위기는 새로운 기록을 낳는다. 외환위기로 80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0원대를 넘었고, 금리는 연 최고 49%까지 치솟았던 끔찍한 기억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미국·영국 등이 새로 공급한 유동성은 5조 달러. 미 연방준비제도의 본원통화와 전세계 외환보유액으로 추정한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 규모는 2012년 3분기 13조 8000억 달러다. 2007년 7조 6000억 달러에 비하면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사상 유례 없는 돈잔치에 과잉 유동성 우려마저 나온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 최고 액면가 동전과 화폐 기록을 남겼다. 1914년 달러 대비 4.2마르크였던 환율은 1923년 4조 2000억 마르크로 급등했다. 마르크화 가치가 폭락하자 50조 마르크 주화, 100조 마르크 화폐 같은 고액권이 남발됐고, 독일 경제는 파탄 상태에 빠졌다. 독일 정부는 전국 토지를 담보로 1조 마르크를 1마르크로 바꾸는 화폐개혁으로 간신히 인플레이션을 수습할 수 있었다. 새해 벽두에 재정절벽 고비를 겨우 넘긴 미국이 부채상한선 조정이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맞아 독일의 ‘초고액 동전’ 기록을 갈아치울지 주목된다. 미 연방정부의 빚은 이미 법정 상한선인 16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금은 이런저런 편법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돌려막기 시한은 다음 달이다. 상한선을 올리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면서 공화당을 압박했다. 이런 공방 속에 백악관 웹사이트에 1조 달러(1064조원)짜리 백금동전을 만들자는 기상천외한 청원이 제기됐다. 1조 달러 백금동전을 발행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예치하면 재무부가 채무한도를 피하면서 현금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지폐와 금·은·동화의 발행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으나 백금 동전의 발행 제한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장난기 섞인 청원으로 비쳤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백금 동전 발행에 동조하는 글을 쓰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청원 이틀 만에 4000여명이 서명을 했다. 다음 달까지 2만 5000명을 넘으면 백악관은 청원에 정식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에 이어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도 20조엔의 돈 풀기에 나섰다. 돈을 풀어 고비를 넘기는 경제 위기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1달러, 1엔의 화폐 가치는 과연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문화마당] 가수 비와 ‘아테네의 변명’/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문화마당] 가수 비와 ‘아테네의 변명’/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악법도 법이다.’ 2400년 전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아 독배를 들면서 외쳤다는 유명한 말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의 마지막 말은 ‘법 앞의 만민 평등’과 ‘법 수호’의 대명사처럼 전해진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기 전 탈옥을 권유하는 제자들을 냉정하게 물리쳤다고 한다. “내가 행한 모든 선을 인정해 국가의 비용으로 내게 공짜 저녁을 영원히 제공하라. 나는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 죽음 직전까지 자신의 떳떳함을 항변한 소크라테스는 그래서 최초의 ‘이데올로기 순교자’로 불린다. 고대에 그토록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는 아테네는 왜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당시 아테네의 상황을 침착하게 들여다보면 ‘희생양’이요 ‘억울한 죽음’이라는 후대인들의 판단이 엉뚱하지만은 않다. 스파르타와의 거듭된 전쟁에서 패해 두 차례나 군사정변이 일어났고 거액의 전쟁 배상금을 무느라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 아테네였다. 위정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거리를 누비며 아테네 정치를 비판하기 일쑤였던 소크라테스가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지금 말로 치자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등의 해악이자 눈엣가시라고나 할까. 결국 새로운 신을 만들고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내린 그 처사는 흔히 ‘아테네의 변명’으로 치부되곤 한다. 새해 벽두부터 연예계가 대형 스타들의 잇단 일탈과 자살 사건으로 혼란스럽다. 탈세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강호동의 복귀가 입초시에 오르더니 군인 복무규정을 어기고 김태희와 밀애를 즐겼다는 가수 비가 뭇매를 맞고 있다. 네티즌의 악플을 못 견딘 최진실 전 남편 조성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난이 빗발친다. 그리고 그 돌팔매질과 비난의 이유는 대체로 ‘공인’ 신분이라는 인기 스타들의 도덕심 증발로 모아진다. 언제부터인가 인기 연예인 스스로가 매기고 일반인들도 대충 그렇게 인정하는 ‘공인’ 신분의 망각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그들은 각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심의 폭발이라고나 할까. 연일 도마에 오르는 그 일탈의 ‘공인’들을 두둔하고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유독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그 불평등의 요구이다. 튀는 행동과 언변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들라고 아우성쳤던 그 아테네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 국가가 법으로 인정한 진짜 ‘공인’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까. 그 불평등의 요구를 쏟아내기에 앞서 ‘내 눈의 들보를 먼저 치우라’고 하면 무리한 주문일까. ‘공직자 윤리법’이나 ‘삼진아웃제’, ‘부패와의 전쟁’ 같은 것들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의 도덕 불감은 뒤로 물린 채 남에게만 화풀이를 해대는 ‘한국의 변명’은 2400년 전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아테네의 변명’보다 더 가증스럽다. kimus@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새해 벽두 훈훈한 삶의 현장 르포

    [김병일 사람과 향기] 새해 벽두 훈훈한 삶의 현장 르포

    올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도 참 많이 내린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경북 안동에 터잡은 도산서원 근처는 위도상으로는 서울보다 아래에 있으나 내륙인 데다 안동호를 끼고 있어 기온이 더 내려가곤 한다. 지난 주말 추위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때 새벽운동을 나서며 보았더니 온도계는 섭씨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겨울이 이처럼 모든 게 얼어붙기만 하는 계절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해 뜰녘 새벽이 가장 깜깜하지만 그 안에 일출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곳 도산에도 그런 새로운 희망을 북돋는 부지런한 발걸음들로 연초부터 분주하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비문화수련원에 입소하여 조상들의 선비정신을 배우려는 수련팀들 때문이다. 벌써 국내 유수 금융기관과 기업체의 간부와 신입직원 몇 개 팀이 며칠 새 다녀갔다. 그런데 수련 성과에 대한 소감을 보면 두 가지 점에 눈길이 간다. 하나는 교육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만족감을 주는 요소들이 거창한 말이나 이론이 아니라 작은 실천과 그 실천의 자취가 남아 있는 현장들이라는 사실이다. 도산서원과 퇴계종택 등을 둘러보면서 책에서 만났던 철학자로서의 퇴계가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겸손과 희생을 몸에 달고 살았던 한 선비로서의 퇴계의 인격에 많은 수련생들이 감화된다. 특히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하루 수십 수백 명의 방문객을 늘 온화한 미소로 맞이하는 퇴계 종손의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이 가장 많다. 나이 어린 방문객들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앉아 조상 자랑은 한 마디 없이 사람의 도리만을 이야기하며, 또 그런 이치를 담은 글귀를 손수 붓으로 써두었다가 방문객에게 한 장씩 선물하는 노종손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평생을 ‘경’(敬)의 자세로 일관했던 퇴계를 다시 떠올린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를 깨닫곤 한다. 하나는 당위성만을 앞세운 가르침보다는 일상의 자그마한 실천이 더 강한 감동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퇴계가 오랫동안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상대가 아무리 빈천한 사람이더라도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가장 큰 설득력은 역시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퇴계가 아무리 겸양과 배려를 실천했더라도 그것이 책 속에만 남아 있다면 감화력은 반감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구현되던 현장이 여전히 남아 있고, 더구나 후손들의 삶 속에서 그것이 현재진행형으로 고스란히 재현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감동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행복 바이러스라고 한다. 퇴계의 선비정신이 스며 있는 현장에서 겸양과 배려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련생들의 결심 역시 작지만 실천력이 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모와 형제 등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태도를 싹 바꾸겠다고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주로 받기만 하던 안부전화도 먼저 매일 하겠다는 것은 기본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형제들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며 우애를 다지는 ‘불고기 브러더스’로 거듭나겠다는 재치가 돋보이는 결심과, 돌아가면 동생에게 TV 채널권을 양보하겠다는 ‘비장한’ 선언도 눈에 띈다. 이러한 실천을 일상 속의 소소한 변화라고 낮게 보아서는 안 된다. 예부터 ‘수신제가’를 ‘치국평천하’에 앞서 강조했다. 자신이 맨 먼저 변화하고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져야 그 다음 원만한 사회활동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춥듯 우리네 살림살이도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진단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겐 행복한 삶이 더욱 절실하다. 겸양과 배려의 선비정신을 본받아 올 한 해는 스스로 일상 속의 조그만 것부터 바꾸어 나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보자.
  •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김문이 만난사람] ‘빈자의 등불’로 33년…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희망찬 새해가 밝아도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얼마나 추울까. 쪽방촌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달동네 가족들은 따스한 온기라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갈까. 대체적으로 빈민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없으며 사법 체제에 권리를 요구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올바른 사회적 장치와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다시피 도시 빈민은 경제 성장정책의 희생양으로 양산됐다. 주거권을 비롯해 고용, 의료, 교육 및 환경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모순에서 생겨났다. 가난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경제적 가난, 정신적 가난, 자발적 가난이다. 경제적 가난은 강요된 가난으로서 빈민, 또는 빈곤이라 한다. 정신적 가난은 청빈이라고 하고, 자발적 가난은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투신이다. ‘빈민사목’이다. ‘빈민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가톨릭 사회 교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의 사회 빈민운동은 1980년대 초 서울 목동 철거민 사태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2·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는 우리나라에서 33년째 빈민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발적 가난자’로서 도시 빈민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권리와 주장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25살 때 한국에 와 청춘을 바쳤고 세월이 지나 70대의 할아버지가 됐다. 본격적인 빈민운동은 33년째이지만 한국에서의 47년 삶은 오롯이 가난한 자와 함께해 오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사무실에서 안 신부를 만났다. 그는 강북구 삼양동 달동네에 살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 이곳에 나와 재정 담당 일을 보고 있다. 그 외에는 삼양동 재개발 지역 주민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통을 같이 나누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의 허락으로 삼양동에 머무르면서 보좌 신부 노릇도 하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직함은 ‘삼양 주민연대 대표’이지만 강북구 실업자사업단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서울대교구 빈목사목위원 등 10여 가지 직함을 가지고 빈민을 위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빈자의 등불’로 지난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여 먼저 제야의 타종 행사와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아서인지 한국말은 비교적 능숙한 편이었다. 말쑥한 사제복이 아닌 편안한 평상복 차림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뉴질랜드에는 종이 없습니다. 처음 종을 쳤습니다. 종 치는 행사에 참석해 보니 아주 재미있더군요.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절에 여러 번 가보았습니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느낌이 있어 좋습니다. 제가 정선에 있을 때 스님들과 많은 대화도 가졌지요. 불교는 좋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제가 절에 가고 성탄일에는 스님들이 교회에 찾아오곤 하지요.” 틈틈이 시간 날 때 불국사 등 큰 절을 찾는 즐거움 또한 각별하다고 말한다. 이어 빈민운동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가 달동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를 맡으면서였다. 목동 신시가지 계획이 발표되고 안양천변에 살던 사람들이 용역 깡패들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매우 가슴 아파했다. 그래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는 철거민들을 위한 철거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철거민들에게 본당 건물 사용과 함께 물적·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해 100가구 정도의 목동 철거민들이 시흥시 목화마을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정신적 배경에는 자신의 첫 부임지인 강원도 삼척 사직동 성당에 있을 때 지학순 주교와의 만남이 있다. 그는 1966년 한국에서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처음 입국했다. 2년 뒤 당시 원주교구장이었던 지 주교는 안 신부를 가난한 탄광지대인 사직동 성당으로 파견했고 안 신부는 1년 동안 빈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지 주교와 만나 정신적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정선 본당으로 옮겨 11년 동안 주임신부로 지내면서도 자주 만났다. 군사정권 시절 원주 시내의 주교좌 성당인 원동 성당 등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가며 열었던 시국 관련 기도회며, 미사 중 주교회의 선언문 발표 때면 어김없이 지 주교가 옆에 있었다. 정선 본당 시절을 잠시 회고하던 그는 30명이 100원씩 출연한 3000원으로 1973년 정선신협을 설립했고 지금은 4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농협이 있었지만 가난한 농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치료비, 전기료, 아이들 교육비가 없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정선신협 설립을 결심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1975년 정선 주민들을 위한 성프란치스코 의원을 건립했다. 정선 본당도 그가 세운 성당이다. 초대 춘천교구장 구(具)토마스 주교가 미8군에서 얻어 쓰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헐고 교인 바자회와 교구청, 뉴질랜드 주교들의 도움을 받아 성당을 세웠다. 당시 그는 “교회는 세상 사람과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도구나 제도, 조직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렇게 강원도 산골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빈민운동에 눈을 돌린 것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1년 안양천변의 목동 철거민 투쟁 때부터였다. 당시 목동 성당 앞은 거의 논밭이었다. 구로공단에서 흘러드는 폐수에 오염된 물로 길러낸 곡식으로 연명하는 철거민이 대다수였다. “철거민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거권이란 말도, 보상이란 말도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요. 저로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모금하고 종잣돈을 털어 그들이 살 만한 임시 시설이라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흥에 목화마을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5년 동안 목동 성당 주임신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이후 그는 성신여대 입구 부근의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6년간 맡는다. 이때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빈민 사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의 진심이 받아들여져 곧바로 미아6동 달동네에 전셋방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빈민운동은 순조롭지 않았다. 개발 바람이 불어 세 번이나 집에서 쫓겨났다. 미아7동, 정릉4동, 삼양동 등으로 집을 옮겨야 했다. 이때마다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철거반대 운동, 실직자 대책 마련 등에 앞장섰다. 또한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 소액대출 운동을 함께 벌여 나갔다. 2000년에는 독거 노인과 새터민을 위한 봉사단체 ‘강북 자활센터’를 만들었다. “철거할 때면 대부분 용역 깡패들이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뭐하는 거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의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집에 없을 때 우리 집에 불을 지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 복지대상을 수상했고 10월에는 명예시민권을 얻었다. 내친김에 영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빈자의 등불로 한국에서 47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 늦게나마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전화 기술자 아버지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집으로 배달되는 골롬반 선교지를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입회했고 신학교를 졸업한 1966년 한국으로 온 그는 서울에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다음 정선으로 향했다. 그에게 처음 입국 당시와 지금의 변화상을 물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올 때에는 나라 전체가 가난했습니다. 서울 인구가 300만명에 불과하고 도시 전체가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생활 수준이 올라갔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됐습니다. 재벌은 성장하고 맨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소외됐습니다. 재개발한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런 일이 아주 많았지요. 세상은 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데 말이죠.” 세월이 지나 10년 전부터는 복지의 중요성이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도 복지시설이 취약하고 특히 노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교육제도 또한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41년생 뱀띠”라고 웃으면서 올해는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한 “빈자들은 나의 친구다. 함께 기쁨을 누리고 더 좋은 생활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왜 안광훈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느냐고 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서울대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고 지냈는데 술자리에서 그들이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한국에서 활동한 선배가 ‘브레넌’이라는 성을 썼는데 그분이 ‘안’이라는 한국 성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안(安), 이름은 광훈(光薰)이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당시 친구들과 만납니다.(웃음)” 뉴질랜드에는 93살 된 노모가 요양원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며 잠시 고향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새해에는 빈자들을 향한 따스한 손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안광훈 신부는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195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에 들어갔다. 1965년 시드니 신학대를 졸업하고 사제직을 받았다. 1966년 한국에 와 2년 동안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1968년 원주교구 삼척 사직동 주임신부가 됐다. 1969~79년 정선 본당 주임신부로 활동했다. 1981년 서울 목동 성당 주임신부가 되면서 철거민들과 함께 투쟁했다. 1985~91년 골롬반 신학원 원장을 지냈다. 1992년 서울 강북구 미아5동 성당에 부임하면서 달동네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보신각 제야의 타종 행사 때 시민대표로 참석했다. 현재 삼양동 다세대 주택 전셋방에 살면서 도시 빈민을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삼양 주민연대 대표, 강북 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 빈민사목위원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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