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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연극 미리보기

    2015년 연극 미리보기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으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새해를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놓쳐서 아쉬웠던 연극의 재공연 무대, 쏟아지는 초연 작품, 해외 거장들의 내한…. 통장이 ‘텅장’이 될 소식들이 넘친다. 인기 공연은 언제든 다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올해는 특히 재공연 소식이 많다. 명동예술극장은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등 3관왕을 거머쥔 극단 이와삼의 ‘여기가 집이다’를 시작으로 손숙의 연극 ‘어머니’ 15주년 기념공연, 지난해 호평받은 ‘유리동물원’을 차례로 올린다. 연극계 대모 백성희와 고 장민호의 연극으로 잘 알려진 ‘3월의 눈’과 5월의 광주를 담은 ‘푸르른 날에’는 각각 국립극장과 남산예술센터에 오른다. ‘레드’는 3번째, ‘해롤드 앤 모드’는 6번째 공연이 성사됐다. 지난해 대학로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유도소년’과 ‘엠 버터플라이’ 등도 다시 한번 관객 몰이에 나선다. 공연계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신작보다 흥행성이 보장된 인기작 위주로 재편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극장과 제작사가 안정적인 레퍼토리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극장 연극이 규모를 키워가며 자리 잡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인기작이 각축을 벌이는 사이 신작들의 도전도 계속된다. ‘한여름밤의 꿈’으로 영국에서 호평받은 바 있는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후기 4대 낭만극 중 하나인 ‘페리클레스’를 무대에 올린다. 타이어의 왕 페리클레스가 안티오쿠스 왕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웅장한 스케일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장우재 연출의 신작 ‘햇빛샤워’, 성북동비둘기의 ‘변신’, 성기웅 연출과 다다 준노스케(일본) 연출이 또 한번 손을 맞잡은 ‘태풍이야기’, 극단 그린피그의 ‘치정’ 등 신작들을 쏟아낸다. 지난해 남산희곡페스티벌에서 소개된 ‘햇빛 샤워’는 삶에 찌든 20대 여성과 그녀의 집 근처에 사는 10대 소년을 통해 비틀린 삶의 양상과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극중극 형식으로 현실과 극 속 공연이 얽히고설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시극단은 제주 해녀의 삶을 소재로 한 ‘숨비소리’와 장용학의 원작을 재해석한 ‘원형의 전설’, 대중음악의 선구자였던 작곡가 김해송(1911~?)의 음악인생을 소재로 한 서사가무극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 세 편을 선보인다. 해외 작품의 내한 공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는 ‘라이온 보이’를 들고 처음 한국을 찾는다. 극단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이자 지난해 초연한 최신작이다. 지주 코더가 쓴 동명의 모험 판타지 소설이 원작으로, 텍스트를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영상, 움직임 등으로 구현해 새로운 연극적 경험을 안긴다. LG아트센터는 로베르 르파주(캐나다)와 니나가와 유키오(일본) 두 거장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다. 1991년 초연해 로베르 르파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바늘과 아편’은 실연에 빠져 있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육면체의 무대가 회전하며 현실과 꿈,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펼쳐놓는다. 니나가와 유키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각색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삶과 죽음, 어른과 아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을 무대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해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왈츠와 우아한 새해를

    왈츠와 우아한 새해를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새해를 연다. 음악의 도시 빈(비엔나)의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그들만의 정통 비엔나 왈츠를 들고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오는 17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잇따라 오른다. ‘빈 국립 폭스오퍼 심포니’가 기선제압에 나선다. 1898년 건립된 현재 가장 오래된 오페레타 전당 ‘빈 국립 폭스오퍼’의 상주 단체다. 연 300회에 달하는 연주를 소화한다. 빈 음악의 권위자인 지휘자 루돌프 비블이 1992년 이후 23년 만에 빈 국립 폭스오퍼 심포니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3대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소프라노 안드레아 로스트가 협연한다. 오페레타 ‘박쥐’ 서곡, ‘봄의 소리’ 왈츠, ‘비엔나 숲 속의 이야기’ 왈츠, ‘도나우 아가씨들’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과 프란츠 레하르, 엠메리히 칼만의 곡을 연주한다. 17일 오후 7시. 4만~25만원. (02)2128-3366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도 밝고 화사한 왈츠의 선율을 들려준다. 1990년 지휘자 산드로 쿠투렐로가 설립한 이후 연간 100회 이상 요한 슈트라우스와 조셉 슈트라우스의 대표작들을 주요 레퍼토리로 연주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과 ‘빈 기질’ 왈츠, ‘예술가의 생애’ 왈츠, ‘봄의 소리’ 왈츠 등을 연주한다. 유럽 최고의 오페라 가수 이자벨라 퀘스의 오페레타 아리아 공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19일 오후 8시. 3만~13만원. 1661-1605.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빈 출신 음악인들만이 만들어내는 세련된 빈 스타일 왈츠의 정수를 선사한다. 1978년 요한 슈트라우스 전문가인 바이올리니스트 페터 구트가 창단했다. 해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의 신년음악회를 책임지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황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트리치 트라치’ 폴카 등을 연주한다. 이번이 7번째 내한공연이다. 협연자로 나선 소프라노 김은경은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중 ‘친구여, 고맙소’,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 등을 들려준다. 21일 오후 8시. 3만~15만원. (02)599-5743. 왈츠는 세 박자 미뉴에트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춤곡으로 꼽힌다. 프랑스 프로방스 옛 춤 볼타와 오스트리아 민속춤 렌틀러에서 유래된 무곡이다. 요한 슈트라우스가 당초 단일 선율의 왈츠를 5~6개의 멜로디를 연쇄적으로 연결해 오늘날의 원무곡으로 발전시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408명 중 216표’ 베이너 하원의장 3연임 간신히 성공… 25표 반란

    ‘408명 중 216표’ 베이너 하원의장 3연임 간신히 성공… 25표 반란

    제114대 미국 의회가 시작된 6일(현지시간) 하원 전체회의에 참석한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은 연신 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감기 기운이 있는 듯 코와 눈을 문지르던 그는 목소리도 잠겨 있었다. 그는 이날 진행된 의장 선거에서 출석의원 408명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216표를 얻어 3연임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공화당 의원 25명이 베이너 의장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2년 전 113대 하원의장 선거에서 공화당 의원 12명이 반대한 것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역대 하원의장 연임 투표 사상 가장 많은 반란표였다. 베이너 의장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고도 보수세력 등으로부터 리더십에 대한 견제를 받았다. 선거 직후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소개로 수락 연설에 나선 베이너 의장은 이 같은 표결 결과를 의식한 듯 낮은 목소리로 “지지해 줘서 감사하다”며 “의원들이 각자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 내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너 의장의 연임을 축하하면서 “이견이 있는 부분도 협력하면서 생산적 2015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상·하원 양당을 장악한 공화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화당의 최우선 추진 법안 가운데 하나인 키스턴XL 송유관 건설 법안을 둘러싼 갈등은 의회 첫날부터 감지됐다.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하원은 9일 키스턴XL 법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공화당으로 넘어간 상원도 7일 에너지자원위원회 공청회 절차를 거쳐 내주 초 표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지난달 14일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 백악관은 발끈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에도 대통령의 입장은 같다”며 거부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의회 양당 지도부와 새해 첫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세월호법 처리 합의한 여야, 이제 민생정치 펼쳐라

    여야가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합의하면서 우리 사회를 양분시킨 세월호 사태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막판까지 논란을 빚었던 배·보상 문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모은 1275억원의 성금을 활용하고 부족할 경우 국무총리 소속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고에서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단원고 2학년생에 대해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실시하도록 했으며 희생자 추모위원회 설치와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등도 합의했다. 여야는 이런 내용의 특별법을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와 법사위를 거쳐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는 진상 규명을 놓고 격돌하면서 5개월가량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을 살려 여야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했지만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51개 가운데 3분의2 정도를 매듭짓지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를 법적으로 종결짓는 마지막 관문인 피해구제 관련 특별법에 합의한 만큼 이제부터 여야는 팍팍한 민생의 어려움을 살피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새해 한국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3.8%로 제시했지만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내수 시장 침체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실제 성장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신년사를 통해 경제살리기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국민들은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 의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과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여부다. 여야는 화려한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오는 14일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제대로 상임위 심의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및 공공부문 혁신은 물론 자원개발 관련 국정조사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은 더욱 촉박하다. 민생·경제 법안 중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의료법·크루즈산업육성법·마리나항만조성법 등 이른바 ‘서비스 5법’은 정부가 올해 만들겠다는 45만개 일자리, 15조원 투자의 핵심이다. 이 중에서 서비스산업기본법은 2012년 9월 발의 후 3년째 기획재정위에 계류 중이지만 야당이 의료 민영화라고 반대하는 등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의료 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야당의 주장도 일리는 없지 않지만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세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조개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앞세우다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경제회생과 일자리에 목말라 하는 국민 앞에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정치권은 아직도 입바른 소리에만 익숙해져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 몰입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김무성 대표와 친박(親朴) 간의 갈등이 노골화하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 걸그룹 소나무 영상 새해인사 “소나무와 함께 행복한 나날 되세요!”

    걸그룹 소나무 영상 새해인사 “소나무와 함께 행복한 나날 되세요!”

    TS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신인 걸그룹 ‘소나무(SONAMOO)’가 ‘데뷔 기념 감사 인사말 영상’을 공개했다. 소나무의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12월 31일 공개된 영상에는 데뷔앨범 ‘데자뷰(Deja Vu)’의 첫 쇼케이스를 마치고 난 후 소나무 멤버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영상 속 소나무 멤버들(수민, 민재, 디애나, 나현, 의진, 하이디, 뉴썬)은 양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보이며 “안녕하세요, 늘 푸른 소나무입니다!”라는 명랑한 인사를 시작으로 “너무 떨리고 긴장되는 하루였는데요. 그래도 오늘 하루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라며 데뷔 쇼케이스 직후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리더 수민은 “2015년도 소나무와 함께 행복한 나날들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신년 인사를 건넸다. 특히 소나무 멤버들은 싱그러운 초록색 원피스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풋풋한 매력을 뽐냈다. 한편, 소나무의 데뷔 타이틀곡 ‘데자뷰’는 시크릿의 ‘매직’, 기리보이&NS윤지의 ‘설렘주의’를 작곡한 떠오르는 히트 제조기 스타트랙(강지원, 김기범)과 송지은의 ‘빈티지(Vintage)’, 전효성의 ‘여자를 몰라’ 등 감각적 비트로 주목받는 작곡가 마르코의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또 시크릿의 ‘하트 뿅뿅춤’, ‘펭귄춤’, ‘털기춤’ 등 다수의 유명 포인트 안무를 탄생시켰던 댄스팀 ‘플레이(PLAY)’가 안무로 참여해 기존 걸그룹 답지 않은 힘있는 ‘칼 군무’로 소나무만의 강렬한 ‘반전 매력’을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나무 ‘데자뷰’의 방송 무대는 오는 1월 2일 KBS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MBC ‘쇼!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를 통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영상=TSENT2008<소나무(SONAMOO) 데뷔 기념 감사 인사말>/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한국인의 뜨끈한 국물 사랑에 깃든 숟가락의 의미

    한국인의 뜨끈한 국물 사랑에 깃든 숟가락의 의미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와 정신을 돌아봤던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새해를 맞아 날마다 우리의 밥상을 채우는 식기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음식문화를 이야기하는 ‘식기, 우리 음식을 말하다’ 2부작을 방송한다. 8일 밤 7시 30분 전파를 타는 제1부 ‘숟가락과 탕’은 한국인의 유별한 국물 사랑에 깃든 숟가락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한국인은 숟가락을 들어야 비로소 밥상이 시작되고 밥 한술에 뜨끈한 국물 한 입이면 지친 몸이 되살아난다. 탕과 국, 찌개, 전골까지 밥상을 채우는 국물 음식의 종류만 수백 가지다. 뜨거운 국물을 먹고 “시원하다”고 말하는 한국인을 외국인들은 신기하게 바라본다. 먼저 놋쇠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지는 방짜 장인의 공간을 찾아간다. 놋쇠를 담금질하고 두드려 만드는 방짜 수저는 스테인리스 식기가 등장하면서 밀려났지만, 아직도 고집스럽게 방짜 수저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10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디며 놋쇠를 불에 달구고 탕탕 두드려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든다. 초등학교에서 한창 글공부에 빠져 있는 이한선 할머니이지만 혼자서는 끼니를 잘 챙기지 않는 할아버지 걱정에 마음이 분주하다. 후루룩 시래깃국 한 그릇 끓여 밥상을 차리고 마주 앉는다. 국물 한 숟가락에 메인 목을 축이는 할아버지를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구수한 시래깃국과 오래 곰삭은 게장국물 속에 녹아든 부부의 세월과 사랑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이어 15일 방송되는 제2부 ‘옹기’에서는 투박한 옹기에 담긴 삶의 지혜와 깊은 맛을 이야기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가 정신/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기업가 정신/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안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은 우리말로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가 기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이윤 추구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와 정신을 말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술개발, 기술혁신으로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 했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히 도전해 기회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을 기업가 정신으로 봤다. 창조경제라는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려면 각 경제주체의 기업가 정신이 필수 양념으로 첨가돼야 한다. 2015년 새해 들머리에 다시금 기업가 정신을 되새겨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소양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실패를 경험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다. 시행착오와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내버리지 않고 껴안을 때 성공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벤처의 천국이면서도 벤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08년부터 매년 ‘실패 콘퍼런스’를 열어 실패담을 공유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독일 BMW 역시 1990년대 초반 ‘이달의 창의적 실패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직원들의 경험담을 함께 공유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낭비가 아닌 기업의 자산으로 수용됐다. 두 번째 소양은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끈기와 재도전의 자세다. 남들에게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꿈이라도 뚝심과 끈기를 갖고 재도전하다 보면 성공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 번 실패하더라도 끈질기게 도전하는 개인의 용기도 중요하지만 재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실패로 인한 비용 부담이나 부정적 편견은 줄어들 것이다. 꾸준한 도전이 혁신을 낳는다는 진리는 ‘굳지 않는 떡’ 제조 기술개발 스토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전통식품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한귀정 연구관은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쌀의 수분 상태나 가공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실험을 무려 1000여회 넘게 시도했다고 한다. 모든 변수를 검증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도전을 거듭한 결과 그는 개발한 기술을 300여개 업체에 이전하고 떡 제품의 해외 수출길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소양은 발상의 전환, 역발상의 자세다. 경기가 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 승부수를 띄우고, 비용 절감을 위해 대부분 해외로 공장을 옮길 때 오히려 아웃소싱을 자체 생산으로 돌려 품질을 확보하며, 상대가 강할수록 약점을 집중 공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원동력은 이 같은 뒤집어 보기에서 나오지 않을까.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이베이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할 때 시장과 사람, 콘텐츠에 집중해 이베이를 물리쳤고, 알리바바를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 역시 역발상의 기업가 정신 성공 사례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를 걱정하는 요즘이다. 기존 틀을 벗어나 이종 산업과 결합해 스마트 제조업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기회를 포착하고 변화를 주도하려는 기업가 정신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올해는 튼튼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중소·중견 기업들을 많이 발굴해 우리 경제의 떠오르는 별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창조경제를 이끌 만한 선도 기업인 가칭 ‘리딩 코리아 컴퍼니’들을 선별해 혁신선도형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 수요에 대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기업인들은 늘 어려움 속에서, 얼음 송곳 위에서 걸어가듯 많은 역경을 헤쳐 왔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자세로 임한다면 누구에게나 9회말 2아웃 역전 만루 홈런의 기회는 열려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 올해에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희망의 배(ship), 끈기 있는 재도전의 배(ship) ‘안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에 올라타 보자.
  •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경비원 분신 아파트’ 김인준씨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경비원 분신 아파트’ 김인준씨

    “아직은 끝난 게 아닙니다. 고용 승계를 한다고 했지만 새 업체가 꼬투리를 잡아 내치면 당할 수밖에 없어요.” 김인준(61)씨에게 2014년은 돌아보기도 싫은 한 해였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의 경비원이다. 지난해 11월 경비원 이모(당시 53)씨가 입주민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분신해 숨진 곳이다. 2007년 1월부터 S아파트 경비 일을 시작한 김씨는 이씨를 잘 몰랐다고 했다. 7일 아파트 초소에서 만난 김씨는 “A, B조가 24시간씩 교대로 일하는데 나는 A조, 그분은 B조라서 엇갈렸다”면서 “오가며 얼굴만 한두번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업무상 사망을 인정했다. 김씨는 “늦게나마 산업재해가 인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S아파트 경비원노조(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소속) 임시 대표를 맡아 이씨의 장례를 치렀다. 생애 처음 집회에서 마이크를 들었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는 “경비원에 대해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씨의 죽음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용역업체 교체와 경비원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파업이 예고되고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노조 측이 “일부 입주민 문제를 아파트 전체의 문제로 비추게 해 미안하다”는 사과문을 입주자대표회의에 보내고, 주민들도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고용 승계와 함께 ‘60세 정년’(이후 1년간 촉탁 고용) 등의 합의안이 도출됐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비인간적 처우와 고용 불안 문제는 S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말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월급이 최저임금의 80%에서 90%로 오르면서 전체 아파트 경비원의 10% 이상이 해고됐다. 김씨는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된다고 하지만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버리면 소용없다”며 “고용이 승계된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도 여전히 ‘언제 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씨는 입주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8년 동안 드러내지 않고 마음 써 주는 주민도 적지 않다”며 “새해에는 해묵은 갈등을 털어내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김씨는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파트로 들어오는 외부 차량을 확인하고 행인을 안내하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초소 문이 열리며 중년의 주민 한 사람이 불쑥 들어왔다. “아저씨, 이것 좀 잠깐 맡겨 놓고 갈 수 있어요?” “그럼요. 잊지 말고 가져가세요.” 김씨는 속 좋아 보이는 너털웃음과 함께 비닐봉지를 받아 들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빠져든다, 보면 볼수록…빠져든다, 깊이 볼수록

    빠져든다, 보면 볼수록…빠져든다, 깊이 볼수록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해진 편지가 있다. 보고 또 보고, 재고 또 재고, 조몰락조몰락거리다 결국 해지고 만다. 경남 고성이 그랬다. 언제쯤 찾을까를 두고 늘 이리저리 가늠만 하던 곳. 수도권에 사는 이 입장에서 고성까지의 거리가 좀 먼가. 코발트빛 바다와 거리의 제약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새해가 되어서야 찾게 됐다. 그리고 마주한 자란만의 눈부신 서정과 시루떡처럼 쌓인 시간의 흔적들. 그야말로 ‘장고 끝에 호착’이다. ●오밀조밀 ‘자란만’… 해돋이·해넘이 풍경 빼어나 지도를 보면 고성의 양쪽 끝은 각각 바다와 접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동만(堂洞灣), 왼쪽은 자란만(紫灣)이다. 당동만이 유려하고 시원한 곡선의 바다가 일품이라면, 자란만은 남도의 바다처럼 오밀조밀 정겨운 모양새다. 대부분의 고성 여행지는 이 두 바닷가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고 봐도 그리 틀리지 않다. 자란만을 먼저 찾는다. 바다 너머 새로 뜨고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곳. ‘공룡 나라’ 고성의 아이콘인 상족암도 예서 그리 멀지 않다. 고성읍에서 우악스러운 감티재를 넘고, 길고긴 장치를 또 한 번 넘어서면 비로소 자란만이다. 사전적으로 규정하자면 ‘경남 고성군 하일면 다랑말과 삼산면 두포리 포교말을 연결한 해역’이 바로 자란만이다. 자란만의 뒤는 겹겹이 산으로 닫혔다. 앞의 바다도 섬과 섬으로 첩첩이 여며졌다. 둥근 항아리, 딱 그 모양새다. 자란만의 해돋이나 해넘이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자란만이란 지명조차 생경하니 모르는 게 당연한 노릇이다. 한데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섰다고 풍경의 깊이마저 얕은 건 아니다. 자란만의 해돋이는 멀리 통영 미륵산의 어깨를 짚으며 일어난다. 둥근 품의 자란만이 주홍빛으로 물들다 조금씩 빛이 엷어지는 순간, 고개 쳐든 태양이 햇살을 수면 위에 쏟아 놓는다. 그 빛을 따라 세상도 열린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선 고깃배들은 줄기줄기 햇살을 매달고 간다.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장면이다. 해넘이도 아름답다. 해가 사천 쪽의 산자락을 타고 넘어가며 붓칠을 시작하는데, 바람 없는 날엔 바다가 온통 붉은빛이다. 자란만은 앞바다에 뜬 자란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자란만 초입에는 괴암섬과 누은섬, 소치섬, 대구섬 등이, 호수같이 잔잔한 만 안쪽에는 자란도와 만아섬, 밤섬, 보리섬 등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 덕에 섬들을 줄곧 옆구리에 꿰고 가는 자란만의 해안길은 고성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가 됐다. 자란만의 동쪽 끝은 두포리 포교마을이다. 저물녘 풍경이 빼어난 것으로 소문난 마을이다. 언덕에 서면 그림처럼 예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 다독여 상처·아픔 켜켜이 쌓인 상족암 일대 ‘해안절벽’ 자란만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사천 쪽으로 가면 상족암 군립공원이 나온다. 1억 년 전 백악기에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서식했던 곳이다. 이 일대에 무려 5000여 족에 이르는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다. 종류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해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고성을 ‘공룡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너머에 살던 공룡의 흔적 못지않게 켜켜이 쌓인 시간의 지층도 감동적이다. 특히 파도와 바람이 조탁한 상족암(천연기념물 제411호) 일대의 해안절벽은 그야말로 층층 시루떡을 빼닮았다. 해식단애에 쌓인 게 어디 시간뿐이랴. 시간이 다독여 준 수많은 상처와 아픔들도 함께 쌓여 굳어졌을 터이다. 예서 멀지 않은 학동마을에서도 시간의 지층을 확인할 수 있다. 전주최씨 집성촌으로 아름다운 옛 담장을 두르고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마을이다. 마을의 돌담은 고택 사이를 굽이쳐 돌아나간다. 돌담의 재료는 판석(납작돌)이다. 판석을 쌓고 황토를 덧대 담장을 만들었다. 기와가 아닌 판석으로 덮은 돌담은 전국에서 이 마을이 유일하다고 한다. 시간의 지층이 만든 풍경을 꼽자면 금태산 자락의 계승사도 뒤질 게 없다. 먼저 절집이 터를 잡은 공간이 멋들어지다. 중생대 백악기 때 형성된 시루떡 같은 퇴적 구조의 절벽을 타고 앉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요사채 앞 너럭바위에 새겨진 물결무늬(연흔)다. 방금 전까지 물이 흐른 듯 선명하다. 안내판은 물결무늬가 생긴 과정을 이렇게 적고 있다. 1억 년 전 이 일대는 얕은 물가였다. 잔잔한 바람에 물결이 찰랑댔고, 바닥의 고운 흙은 이 물결무늬를 그대로 조각했다. 오랜 세월 무늬 위로 여러 겹의 흙이 퇴적돼 바위처럼 굳어졌고, 1억 년 뒤 어느 날엔가 바위가 갈라지며 물결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약사전으로 오르는 계단 부근에도 초식공룡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 몇 개가 있다. 크기가 무려 90㎝를 넘으니 발자국 주인의 덩치는 얼마나 컸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무이산 자락의 문수암도 둘러볼 만하다. 다도해를 굽어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다. 문수암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잘 닦인 포장도로여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절 입구의 주차장까지만 가도 장쾌하게 펼쳐진 고성 앞바다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호수보다 잔잔한 ‘당동만’… 다랑논과 바다 가르는 길 매력 자란만 일대를 휘휘 돌아본 뒤 당동만으로 넘어간다. 이 일대의 풍경은 독특하다. 짙은 잉크빛 바다 옆으로 다랑논들이 조각보처럼 펼쳐져 있다. 논과 바다 사이에는 길이 나 있다. 부드럽게 휘어진 길이다. 다랑논과 바다를 가르는 길을 따라 도는 맛이 각별하다. 길은 화당리 포구에서 하원마을로 이어진다. 길이는 4㎞쯤 된다. 끝이 막혀 되돌아 나와야 한다. 동해면 일대에 조성된 동해일주도로는 호수보다 잔잔한 바다를 끼고 가는 도로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고성읍에서 거류면 당동을 지나면 동해일주도로 이정표가 나온다. 바다 너머는 공룡엑스포로 유명한 당항포 국민관광단지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구를 수장시키고 대승을 거둔 당항포해전의 주 무대다. 예전 동해면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포리와 고성 쪽 외산리를 잇는 동진교가 건설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2개 코스로 구성된 동해일주도로의 길이는 36㎞다. 망일포(매이리)와 내신마을 평돌바위, 장좌리 상장계곡 등은 동해일주도로의 절경으로 꼽힌다. 고성은 옛 소가야의 땅이다. 아홉 임금이 461년 동안 다스린 부족국가가 있었다고 한다. 고성읍내 초입의 송학동고분군이 그 흔적이다. 소가야의 왕족과 장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데, 모두 7기가 남아 있다. 돌무덤방을 만든 뒤 흙을 쌓아 구릉처럼 만든 가야 고유의 형식이다. 글 사진 고성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 가는 길: 당동만은 대전~통영고속도로 동고성나들목으로 나와 황리사거리에서 거류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상족암 군립공원이나 학동마을 쪽은 고성나들목으로 나와 고성읍을 지나 33번 국도를 타고 진주 방면으로 가다 13번 국도와 77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탄 뒤 제전삼거리를 지나 1010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계승사를 먼저 가려면 연화산나들목으로 나와 1006번 지방도를 타고 계승사 팻말을 따라간다. 경남종합관광안내소 673-9503. → 맛집: 고성읍 공룡시장 내 아우네식당(673-4747)은 물메기매운탕으로 이름난 집. 한데 가게가 좁아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1인분은 팔지 않는다. 하이면 사곡3길 마을 안쪽의 흙시루펜션가든(832-8822)은 제철 재료로 밥상을 낸다. 펜션도 겸한다. → 잘 곳: 당항포와 상족암 군립공원 쪽에 숙박시설이 많다. 당항포관광지펜션(670-4501)과 고성읍 신월리 프린스호텔(673-7477)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학동마을 최영덕 고가(673-6904)에선 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갈모봉편백나무삼림욕장 앞쪽에도 펜션이 있다.
  • “큰 게임엔 계파 필요하더라” 홍준표 대선 출마 1호 선언

    “큰 게임엔 계파 필요하더라” 홍준표 대선 출마 1호 선언

    홍준표 경남지사가 7일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새해부터 천천히 대권 준비를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우호세력을 결집시켜 나가겠다”고 대선 행보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20여년간 정치를 하면서 한 번도 어느 계파에 속해 보지 않았는데, 큰 게임을 하려면 계파가 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력 결집’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홍 지사는 “지금은 계파시대는 아니기 때문에 계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우호세력과 협력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에 정무직 인선도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무적 인선’은 홍 지사가 최근 정무부지사에 최구식 전 국회의원, 정무특별보좌관에 조진래 전 국회의원을 각각 임명한 것을 말한다. 홍 지사는 “당 대표까지 했는데 우호세력이 없겠느냐”며 “밖으로 내놓고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지…”라며 정치권에 자신의 지지세력이 있음도 내비쳤다. 그는 “디도스 사건이 일어나 당과 당 대표를 벌떼처럼 공격할 때 막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계파가 있었으면 당 대표에서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홍 지사는 “정치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로망이고 꿈이다. 국가를 경영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대선 출마는 꿈을 쫓아가는 것”이라고 권력의지를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北 조속히 남북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北 조속히 남북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과거 남북 관계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며 “북한은 조속히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와 우리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 또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실질적으로 협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로 통일 시대를 위한 기초 작업을 잘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진전된 뜻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우리가 제안한 남북 당국 간 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인사회에서 “북한이 당국자 회담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 없이 그냥 결실만 얻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국자 회담으로 서로 깊이 있게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일부 민간단체가 추진 중인 소규모 대북 비료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개 민간단체가 온실·영농자재 지원 목적으로 대북 비료 지원을 신청한 상태”라며 “정부는 온실 조성 등에 필요한 정도의 소규모 비료는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지원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규모 비료 지원은 일절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위험한 사회, 필요한 건 ‘연대하는 세계화’

    위험한 사회, 필요한 건 ‘연대하는 세계화’

    ‘위험사회’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울리히 베크(1944~2015)가 인식한 가장 위험한 사회는 ‘세계 시민의 연대 없는 세계화’였다. 지난 4일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의 타계 소식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안타까움과 애도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위험사회론’을 내놓으며 서구 중심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전지구적 차원의 위험성, 즉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원자력 발전, 테러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자본주의가 대항마를 잃어버린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대한의 위험에 대해 학술적,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가 1986년에 내놓은 ‘위험사회’는 출간을 즈음해 공교롭게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겹치며 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그의 위험사회 개념은 단순히 사회적, 환경적 재난의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폭발성에 대한 심각한 지적이었다. 예컨대 기존의 경제적 위험은 계층별로 차별적이었지만 스모그 같은 새로운 위험은 ‘민주적인 형태’로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나타난다는 얘기다. 결국 필요한 것은 초국가적인 연대다. 베크는 위험의 분배 논리가 기존 부의 분배 논리의 틀을 차용하면서 겹쳐서 기능하고, 결국 노동시장과 복지제도에 대한 의존성을 증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기실 적극적인 세계화론자였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화의 현실적 의의를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세계화가 내포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얘기하는 현실론자였다. 또한 세계화가 다양한 지역적, 국민적 특수성들을 획일화시키고, 기존 정치 기능을 종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대응하기에 따라 새로운 정치행위를 창출하고 활성화할 수 있음을 짚었다. 그는 그래서 ‘코즈모폴리턴’(세계시민)을 자처했다. 독일 녹색당에 참여해 활발히 활동했다. 베크는 ‘초국민적 국가’(Transnational State)와 ‘전지구적 시민운동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제1 근대’를 통해 국민국가가 만들어지고 위험사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면, 앞으로 ‘제2 근대’를 통해 지구사회의 다양성, 다양한 초국민적인 정치 요소들을 담당할 수 있는 단위(당시로서는 예컨대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국제사면기구인 앰네스티나, 전지구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국경없는의사회 등 비정부기구들의 초국가적인 네트워크에 의한 연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적 위험성의 분산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지구적 신자유주의로 추진되는 지금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 또한 매섭다. 베크는 ‘진정한 세계화’는 민족국가를 탈피한 초국민적 국가모델, 초국적 기업을 제어하기 위한 소비의 정치화, 공공노동과 시민노동의 강화 등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크는 2000년대 들어 개인의 중요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심화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와 함께 쓴 ‘개인화’(Individualization), 그리고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등에서 기존의 위험사회 개념을 확장시켰다. 이는 보수화되거나 개별화된 것으로 치부되는 개개인의 가치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음의 환기다. ‘명백한 적’이 존재할 때는 완전히 발휘할 수 없었던 정치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전개함으로써 기존의 정치적 시각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새로운 정치 형태의 창조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복지국가-민주주의 간의 동맹을 무너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을 단일한 계급적 요구로 묶어 정치세력화하는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제1 근대’ 이후 이념과 체제로서 명시적인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1차 근대의 종결이 담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인 ‘위험사회적 징후’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광이나 저항 또는, 확산이나 폐쇄와 같은 이분법적인 대응이 아닌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세계화’야말로 베크가 평생에 걸쳐 간절히 바랐던 세계화의 이상적인 모습이며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독자와 소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독자와 소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2014년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라고 말한다.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잇따른 사건 사고와 국민의 절망, 정치불신 그리고 이념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먼 한 해였다. 계층간·세대간 갈등과 격차도 커졌다. 그래서 2014년의 사자성어는 ‘지록지마’(指鹿之馬)였다. 우격다짐으로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는 한 해였다. 2015년의 바람은 ‘정본청원’(正本淸源)이다.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갑오실패를 을미적거리면, 병신년이 온다’는 말도 나온다. 희망만으로는 부족해 을미개혁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다양한 여론조사와 인터뷰를 실었다. 경제전망에 대한 전문가 100인 설문 결과(1월 5일자), 2015년은 개인소득 3만 달러 시대라는 기대와 달리 복지 증세가 필요하고(42%), 일자리 창출(60%)과 가계부채 해결(50%)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와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적했듯 관경유착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1월 2일자). 고용 없는 내수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세종청사 비정규직부터 해고하는 정부가 노동시장 안정화를 이끌 수 있겠는가 되새겨 봐야 한다. 정부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취업규칙 지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고용 없는 취업 지침은 무의미하다. 또한 갑오년에 해결하지 못한 4대강 부실 공사와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같다. 사회 원로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1월 5일자),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가 의미 있으려면 ‘을미적’거리지 않고 인적 쇄신과 소통 강화가 있어야 한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화합형 인사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뜻깊은 연재다. 영문도 모르는 채 침몰하는 세월호를 지켜봐야 했던 김영오씨의 바람처럼 그가 왜 딸아이를 잃어야 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 인양과 사건의 진실 규명은 우리 사회가 병신년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1월 2일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50일 동안 2명의 해고 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했던 씨앤앰 사태의 경우 세밑 노사 양측이 간접 고용과 해고사태 해결에 극적으로 합의했다(1월 6일자). 그러나 아직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는 2명의 해고 노동자가 25일째 고공 농성 중이다. 김정욱씨의 바람은 “해고된 동료들과 다시 차를 만들며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다(1월 5일자). 일하고 싶은 자들이 일하지 못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그 병든 사회를 더 병들게 하는 것이 부패한 관료와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진 사회에서 제4부로 불리는 언론마저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우리 사회는 치유할 동력을 모두 잃게 된다. 그래서 “성숙한 언론을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펼쳐야 할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라를 바꾸려면 언론부터 바꿔야 한다.”(1월 3일자 진경호 칼럼) 그러한 의미에서 1월 6일부터 시작된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는 사뭇 기대된다. 기자들이 직접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두 달간의 오디세이가 끝난 이후에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 나아가 서울신문의 을미년은 독자와 소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행복해집시다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행복해집시다

    연초부터 터진 참담한 사건으로 사회 분위기가 영 아니다. 행여나 새해에 가졌던 희망은 열흘 아니 일주일도 못 가 무참히 깨졌다. 6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아파트를 소유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14살, 8살 두 딸을 살해하고 도망갔다가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장은 3년간 실직 상태였고, 아파트에는 수억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범행 동기야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아무리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해도 부인과 자식의 생명까지 빼앗은 가장의 결정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고통스런 세상에 아이들만 남겨 두고 갈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의 생명과 인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부정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여러 기관의 행복도 조사에서 매번 중하위에 그친 대한민국, 그나마 행복한 이유가 가정과 가족 때문이었는데,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 한 가족의 비극은 그래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행복.’ 주위에서 자주 듣는 단어이지만 막상 주변에 행복하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학원과 시험공부에 치인 초등학생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린 중·고등학생, 취직 전쟁에 피말리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해 주말까지 잊고 사는 30~40대 직장인, 어렵게 낳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하는 엄마,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뒤늦게 갱년기 우울증에 걸린 전업 주부들, 퇴직 후에도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60~70대…. 더욱이 지난해 우리 사회는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집단 우울증에 빠져 행복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나 혼자 행복감을 느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해 12월 30일 발표된 국제 행복도 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윈/갤럽인터내셔널이 한국 등 65개국 6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은 46위에 그쳤다. 행복하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54%로 겨우 절반을 넘었다. 반면 행복하다고 답한 세계인은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이상 늘어난 70%였고, 불행하다고 응답한 세계인은 2013년 12%에서 6%로 절반가량 줄었다. 2015년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전 세계적으로 53%로 2014년(48%)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유독 한국인은 20%만이 좋아질 것으로 답해 60위에 불과했다. 신년 특집으로 국민행복도를 조사한 한 종합일간지 여론조사도 결과는 비슷하다. 현 정부가 2년 전 출범 당시 내걸었던 ‘국민행복’이라는 국정 과제는 솔직히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빛바랜 지 오래다. 빈부 격차는 악화되고만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것도 긍극적으로는 국민행복을 위해서이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높지 않다. 그래도 ‘행복’을 우리 사회 새해 화두로 던지고 싶다. 출판계는 연초부터 행복을 키워드로 한 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 등에 방점을 찍은 책들이 주를 이룬다.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할 줄 모르면 남들의 행복법을 어깨 너머로라도 보고 자신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 또한 행복이다.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3년째 실시하고 있는 ‘행복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빨리 가는 것만이 아니라 느리게 가더라도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힘든 시절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말로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대신 ‘행복해지세요’ ‘행복해집시다’를 인사말로 주고받자. 행복이 가진 전염성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본다. kmkim@seoul.co.kr
  • [현장 행정] “새해엔 꼭”… 애연가들 발길에 금연클리닉 ‘행복한 비명’

    [현장 행정] “새해엔 꼭”… 애연가들 발길에 금연클리닉 ‘행복한 비명’

    “하루에 한 갑씩 피웠는데 담뱃값 아끼려면 이제 진짜 끊어야죠.”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한모(43)씨는 25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기 위해 6일 번2동 강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2~3번 시도도 해봤고, 1년간 끊어도 봤는데 결국 실패했다”면서 “갑당 2000원이나 가격이 오르니 식구들도 끊으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금연 상담사는 3명이지만 이날 문을 연 오전 9시에 이미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클리닉은 붐볐다. 지난해 상반기 월 신규 등록자는 150여명이었지만 담배가격 인상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9월 200명을 넘기더니 12월에는 454명으로 증가했다. 최미예(47·여) 상담사는 “이달 들어 2일과 5일에는 하루에 100여명이 몰리면서 말 그대로 문전성시”라면서 “보통 때처럼 1대1 상담을 못하고 시간마다 15명을 모아놓고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자가 몰린 데는 43%에 이르는 금연 성공률도 한몫을 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2135명의 참여자 중 918명이 6개월 만에 금연에 성공했다. 비결은 꾸준한 상담이다. 6개월간 참여자는 아홉 번 상담을 받게 된다. 첫 달에는 니코틴 패치를 이용하고, 다음달에는 흡연을 유혹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전략을 상담한다. 개인마다 상황과 의지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상담을 해야 한다. 6개월 금연에 성공하면 기념품도 제공한다. 박정호(57·여) 상담사는 “8년간 상담을 한 결과 니코틴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3일~1주일이 가장 큰 고비이며 3개월 정도에 의지가 약해지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스트레스 상황 때문에 재흡연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에 정신적인 부분 역시 꾸준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 니코틴 패치를 1개씩만 붙여야 하는데 동시에 3~4개를 붙여 병원에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담 내용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현재 보건소 3층, 구청 1층, 보건소 삼각산분소, 미아동 복합청사 등 4곳에서 금연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연 신청자가 몰리면서 보건소는 상담사가 부족해 비상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상담사를 충원하고 장소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코를 휴지로 막고 흡연해 담배의 구수한 맛을 못 느끼게 하는 행동요법 등을 금연프로그램에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금연자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담배가격 인상은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자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던힐 27일부터 4700원에 판매

    새해에도 1갑당 2700원인 던힐 담뱃값이 오는 13일부터 4500원으로 오른다. BAT코리아는 6일 기획재정부에 판매가격 인상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13일부터 던힐 6㎎·3㎎·1㎎·프로스트 등의 필터와 디자인을 바꾸고 4500원에 판다. 2주 뒤인 27일부터는 47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다만 편의점 등에 남은 기존 담배는 다 떨어질 때까지 2700원에 판다.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담배를 파는 JTI코리아는 아직 기재부에 가격 인상을 신고하지 않았다. 한국 필립모리스는 국산 담배와 같이 지난 1일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렸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싸우다 다친 것 아냐” 美 거물 정치인 동영상 화제

    “싸우다 다친 것 아냐” 美 거물 정치인 동영상 화제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오른쪽 턱마저도 시커멓게 멍든 얼굴로 유튜브에 등장해 “절대 싸우다가 다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미국 거물 정치인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거물 정치인인 해리 리드(75) 미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이다. 이날은 미 의회에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는 날이나 그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번 중간 선거에서 미 공화당에 패배해 이제는 다수당의 자리를 잃어 그가 충격을 받아 등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해 리드 의원은 이날 자신의 다친 얼굴로 유튜브에 등장해 지난 새해 첫날 집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 크게 얼굴을 다쳤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절대 누구랑 복싱을 하거나 황소 타기를 하다 다친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운동을 하다가 다쳤다”고 해명했다. 리드 대표는 의사가 당분간 집에서 안정을 취하라고 권유해서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와 자신의 집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또 다른 억측이 생기지 않게끔 당부했다. 하지만 그는 이 동영상에서 비록 공화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줬지만,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싸움은 계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70대 중반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해리 리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미국 네바다주에서 1971년 부지사를 시작으로 2005년부터는 집권 민주당의 상원 원내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미국의 거물급 정치인이다. 사진=한쪽 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유튜브에 등장한 해리 리드 의원 (페이스북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영화 ‘카트’ 실제 주인공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영화 ‘카트’ 실제 주인공

    “우리가 더 잘 싸웠다면 지금 ‘장그래’들은 좀 낫지 않았을까요. 새해에는 비정규직도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 낸 영화 ‘카트’는 2007년 이랜드그룹으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했던 대형마트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510일간의 파업을 다뤘다. 최근 영화를 본 김은하(44·여·가명)씨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영화 속 노동자들이 물대포를 맞고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을 보면서 7년 전의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 함께 영화를 관람한 동료 20여명도 “우리가 겪었던 일의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엉엉 울었다고 했다. 2004년부터 까르푸(홈에버의 전신) 계산원으로 일한 김씨는 2007년 돌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시 비정규직이 뭔지,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파업은 500일 넘게 이어졌다.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게 길었던 투쟁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자식들에게는 비정규직이란 걸 물려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텼어요.” 7년이 흘렀지만 김씨 앞에 놓인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일 홈플러스(옛 홈에버)의 한 지점에서 만난 김씨는 더 이상 계산원은 아니었다. 파업이 끝난 2008년 11월 업무에 복귀하면서 마트에 들어온 상품을 진열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명목상 정규직이 됐다. 만 60세 정년도 보장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주 6일, 하루 8시간씩 일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20만원 남짓. 시급으로 환산하면 5700원꼴로 지난해 최저임금(521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때문에 김씨 같은 부류를 내부에선 ‘무늬만 정규직’으로 부른다. 그는 “이름만 정규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진짜 정규직들은 자기들끼리 회의하고 어울린다”고 털어놓았다. 마트 노동자들은 온종일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육체도 힘들지만 ‘진상 고객’들 때문에 정신적 고통은 더 크다. 김씨는 “영화에서 혜미(문정희 분)가 여직원 탈의실에서 무릎 꿇고 진상 고객에게 사과한 사례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서 “그 직원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김씨는 동료 계산원이 손님에게 등산화로 머리를 맞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김씨는 “파업 전엔 소위 ‘갑질’ 하는 고객이 있어도 무조건 ‘죄송합니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우리 사회가 변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음 세대에는 비정규직의 꼬리표를 물려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싸웠지만 김씨의 큰딸도 최근 한 중소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 김씨는 “남의 일 같지 않았기에 드라마 ‘미생’을 보며 장그래가 정규직이 되길 두 손 모아 바랐는데 결국 안 되더라”며 “7년 전 우리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면 비정규직들이 지금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줄어들었을 텐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비정규직이란 멍에가 우리 삶을 이토록 팍팍하게 하는 것일까요. 새해에는 비정규직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글 사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오산공군기지 방문 尹외교 “한·미동맹 천하무적”

    오산공군기지 방문 尹외교 “한·미동맹 천하무적”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6일 경기 평택에 위치한 오산공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 한·미 양국은 새해부터 미군기지를 함께 방문하며 돈독한 양자 관계를 과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한·미 장병 200여명과의 간담회에서 “군사적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이길 수 있는 세력은 없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좀 과장을 한다면 과거에 ‘invincible’(천하무적)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누구보다도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최근에 ‘국제시장’이라고 큰 히트를 친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미국이라는 훌륭한 친구를 통해 오늘날 한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면서 “이러한 한·미동맹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직원들이 청사에서 고생하는 것을 두고 ‘광화문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비유하곤 했는데, 오늘 이곳에 와 보니 오산공군기지야말로 ‘오산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도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은 양자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핵무기 개발 야욕을 드러내는데, 연합사에서는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느냐”는 한 미군 장병의 질문에 “(첫 번째 우선순위는)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며 그 일원인 여러분은 오늘 밤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도록 전투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대답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대화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우리는 강력한 방위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동맹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적의 위협에 맞춰 진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도 한·미동맹의 굳건함 정도를 묻는 한 미국 장병의 질문에 “한·미 군사협력은 양국 동맹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한국 국민들에게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1952년 창설된 오산공군기지에서는 현재 미7공군사령부 소속 장병 6000여명과 우리 공군작전사령부 소속 장병 2400여명이 복무하고 있다. 오산공군기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남한에 도입될 경우 관련 레이더가 설치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열린세상] 갈등을 넘어 공생의 시대로/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갈등을 넘어 공생의 시대로/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2014년 갑오년은 우울하고 매서웠다. 세월호 사건으로 시작된 지난해의 어려움과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이제 말의 해가 가고 양의 해가 밝았으니 평화롭고 온순한 한 해가 시작되나 보다. 양은 온순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사회성이 뛰어나 공동체 속에서 잘 융합한다. 한국 사회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성숙해 가기 위해서는 현재 빠르게 늘어나는 갈등의 변곡점을 잘 극복해야 한다. 갈등은 인간 사회에서 불가피한 요소이고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는 갈등의 표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넘어가는 고비의 현상이라고도 한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늘어나도 사회가 여러 가지 갈등 때문에 원심력이 커지다 보면 행복도는 낮아지고 국민소득 또한 더이상 늘어날 수 없게 된다. 며칠 전 TV에서 혼합아파트 단지에서의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주민들 간 갈등을 소개하는 뉴스를 보았다. 갈등의 내용이 어린아이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어린이 놀이터 이용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동 번호를 기입해 놓기도 하고, 단지 간 경계에 울타리를 친 후 그 위에 뾰족한 철조망까지 설치해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분양아파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멀리 다른 길로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갈등은 사회를 삭막하게 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우울하게 만든다. 혼합아파트 갈등은 마을이 사라진 삭막한 시대의 주거 문제일 수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어른들에게서 아이들은 어떤 것을 배우며 자라게 될까. 또한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세계화의 영향인지 기술 발전의 영향인지 사회적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혜택받은 계층이다. 국토교통부의 2012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화장실·부엌 등이 없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7.2%인 128만 가구로 나타났다. 주거 형태 중 최하위 주택 개념인 ‘무상거주주택 및 기타’ 거주 인구는 2012년 14.6%로 나타나 오히려 2010년 12.2%보다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결국 최저 주거기준 주택의 수는 줄었으나 주거 상태가 열악한 곳에 사는 빈곤층은 더 늘었다는 의미다. 갈등의 해소와 극복이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라고 볼 때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 차원의 정부 개입과 일상적 차원의 개인 노력이 함께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부는 소득 몇만 달러 시대라는 목표를 제시할 게 아니라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그런 사회를 향한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사회를 향한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일깨워야 한다. 국민소득 몇만 달러 시대라는 목표는 한국의 성과 지상주의와 물질 만능의 정책이 표출된 구호다. 공동체를 지향하고 회복하려는 노력, 그런 비전을 정부는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고 갈등이 사회를 지배하는 곳이라면 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행복할 리 없다. 갈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공생하는 사회로 가기 위해 정부는 빈부 격차를 줄이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들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일상적 차원에서 개인들은 갈등을 자의적으로 피하고, 타인과 공생하려는 생활태도를 미덕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에 봉사하려 애쓴 어떤 이야기 하나라도 만들면 어떨까? 공생과 평화를 상징하는 양의 해를 맞아 나도 스스로 자문해 본다.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 어떤 이야기의 일부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자연에 순응하며 이웃들과 아름답게 살았노라고 생의 마지막에 말할 수 있고 싶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한 해를 시작한다. ‘좋은 사회’를 위한 공감대를 우리가 함께 넓혀 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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