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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대통령, 현충원 참배…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참석

    문 대통령, 현충원 참배…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참석

    장·차관 국무위원·청와대 참모들 동행방명록에 “확실한 변화로 시작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며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장·차관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위원장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임명이 재가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함께했다.문 대통령은 현충탑에 헌화·분향한 뒤 묵념을 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참배 후 방명록에 “새로운 100년의 첫 출발 ‘확실한 변화’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오늘의 NBA 일군 데이비드 스턴 “은퇴”를 싫어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오늘의 NBA 일군 데이비드 스턴 “은퇴”를 싫어한

    미국프로농구(NBA)를 글로벌 스포츠로 키운 데이비드 스턴 전 커미셔너가 78세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고 집중 치료를 받아온 스턴 전 커미셔너가 새해 첫날 부인 다이앤을 비롯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룻거스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 스턴은 1960년대 리그를 대변하던 유명 법무법인에서 일하다 NBA와 인연을 맺었다. 1978년 고문이 됐고, 1980년 행정 부회장에 오른 뒤 1984년 2월 NBA 제4대 커미셔너에 취임했다. 2014년 2월까지 정확히 하루도 빠지지 않는 30년 동안 조직을 이끈 역대 최장수 커미셔너로 2004년 23개이던 NBA 구단을 지금의 30개로 늘렸다. 그 중의 하나인 토론토 랩터스는 지난해 6월 NBA 파이널을 처음 제패하는 성과를 올렸다. “은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해 리그 사무국 직원도 입에 올리면 혼쭐을 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트레이닝 캠프와 시범 경기를 열어 NBA가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나가게 만들었다. 커미셔너로 일하는 동안 NBA는 50억 달러(약 5조 7800억원) 이상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또 리그에 도핑 테스트, 샐러리 캡(연봉 상한선) 제도, 복장 규정 등을 도입했고, 매년 100경기 이상이 미국 아닌 나라에서 열리게 됐고, 200개국 이상에서 40개 언어로 NBA 경기를 TV로 시청할 수 있게 했다. 그의 뒤를 이은 애덤 실버 커미셔너는 “데이비드가 있어 NBA는 진정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그는 역대 가장 위대한 스포츠 커미셔너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였다. NBA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데이비드의 비전, 관대함, 열정의 수혜자”라고 말했다. 생전에 그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 했던 일은 1970년대 약물에 쩔어 있던 흑인 선수들을 계도해 약물을 끊게 하고 미국 주류사회의 유명인으로 만든 일이었다. 늘 토론에 열려 있어 도핑 테스트, 샐러리 캡, 복장 규정 등을 만들기 전에 열린 자세로 폭넓은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또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전날 경기 결과를 어떻게 다뤘는지 꼼꼼히 읽었다.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제임스 르브론 등 이름만 대면 전 세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명인 선수들을 길러냈다. 또 1997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와 NBA D리그(지금의 G리그)를 만들었다. 그는 선수들과 심판들을 보호하는 데도 앞장섰다. 2004년 인디애나 페이서스 선수들이 디트로이트 팬들과 드잡이를 벌였을 때나 2007년 팀 도너히가 판정을 맡은 경기에 베팅한 사실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자 맹렬히 구명운동에 앞장선 일로 유명하다. 또 높은 톤의 목소리에 침을 튀기며 기사를 함부로 쓰는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공박한 일로 이름높다. 하지만 리그 사무국 직원들과 단체협상을 하며 원칙을 양보하지 않아 1998년과 2011년 일손 부족을 감내하게 만들었다. 2005년 NBA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5년 안에 1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던과 존슨, 래리 버드가 함께 뛰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을 따게 하면서 NBA를 세계인에게 각인시켰다. 2014년 나이스미스 추모 농구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그는 부인과 두 아들 앤드루와 에릭을 남겼다. bsnim@seoul.co.kr
  • ‘핵·ICBM’ 재개 시사한 北김정은, 금수산궁전 참배 새해 첫 일정

    ‘핵·ICBM’ 재개 시사한 北김정은, 금수산궁전 참배 새해 첫 일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정은 동지께서 새해 2020년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숭고한 경의를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날짜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와 주요 기념일마다 당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점으로 볼 때 올해도 새해 첫날 참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날 참배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등 ‘노동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이 동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노동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역사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하신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해 우리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백두산 기상을 안고 정면돌파전으로 용진해 나가는 사회주의 강국의 존엄과 위상을 만방에 떨쳐갈 맹세를 다시금 굳게 다졌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2018년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신년 첫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2018년 1월 1일에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등 주요 간부들만 참배했다. 또 2017년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부인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 집권 7년 만에 육성 신년사를 하지 않으면서 전날 김정은 위원장의 새해 일정에 관심이 모아졌다. 다만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대신 그가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에서 한 보고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새로운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동안 비핵화 차원에서 중단한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는 새해 분야별 과업을 제시하면서 통상 대내 정책, 대남메시지, 대외정책 등의 순으로 구성되며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은 북한에선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절대적인 지침으로 여겨진다.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손성진 칼럼] 링컨 코스프레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손성진 칼럼] 링컨 코스프레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악스러운 정치를 보며 절망에 빠졌던 한 해가 지나갔다. 무엇이 정의인지도 모른 채 나만이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에게 뇌동돼 우리는 없고 단지 피아 구분만 있는 분열과 혼돈의 상황에서 또 새해를 맞았다. 새해 새 아침 분위기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총선이라는 전장(戰場)이 있는 해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의와 무관하게 국민은 이전투구의 혼란 속에 휩쓸려 들어가서 상대를 물고 뜯는 대리전의 전사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이처럼 극혐의 대상으로 내몰린 것은 물론 정치인 그들에게 귀책된다. 권력을 향한 사욕(私慾)과 당익(黨益) 외에는 어떤 가치조차 외면하는 정치인들의 본모습을 우리는 지난 1년 동한 무수히 목격해 왔다. 선거를 치르며 자유, 민주, 공정, 평등이라는 신성한 용어들을 추한 정치 모리배들의 입을 통해 또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 벌써 정신적 아노미가 덮쳐 온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대로”, “국민의 뜻을 따라”를 외치며 링컨 코스프레를 펼칠 것이다. 참과 거짓을 인식하지 못하며 잠시라도 현혹된 대중, 일부 국민은 코스프레의 들러리가 돼 일제히 박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국민, 대중은 때로는 무지몽매해서 정치의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은 정치가가 아니라 민중, 대중, 국민이라는 집합체였다. 가까운 조선시대를 봐도 임금은 왜병을 피해 궁궐을 버리고 도망갔어도 백성들은 의병을 일으켜 적과 싸웠다. 무능한 왕과 매국노들은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양반 노비를 막론하고 국민은 만주 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 광복 후 전장에 몸을 내던지고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외화를 벌어들인 것도 국민이었다. 그사이 권력욕에 함몰된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하기는커녕 못살게 굴고 탄압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근면 성실한 한국인의 DNA 때문이지 특정 정치인 덕이 아니다. 하야, 피살, 자살, 구속으로 점철된 역대 대통령들의 전횡과 삼류 정치, 동물 국회로 대변되는 무뢰집단 국회를 보노라면 분노보다 서글픔이 앞선다. 정치인들이 밤을 새워 이어 간 필리버스터링에서도 “국민, 국민” 했지만 고맙고 애틋하게 생각할 국민은 없으며 그들끼리의 지긋지긋한 밥그릇 싸움임을 잘 알고 있다. 근로자의 유리지갑에서, 자영업자의 얄팍한 호주머니에서 긁어간 세금으로 얼기설기 엮은 예산안을 떼부자가 인심 쓰듯 통과시켜 버렸다. 당파 이익을 위해서라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아 아이 잃은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정치였다. 국민과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고 막힌 곳을 뚫어 주는 게 정치다. 욕구를 달성하라고 혈세로 억대 연봉을 주고 온갖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기 돈처럼 마구 뿌리라고 나랏돈을 맡겨 놓은 것도 아니다. 관(官)의 갖은 규제로 사업을 못하겠다는 아우성이 현장에 나가 보면 넘쳐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토했다는 울분도 그런 불만의 폭발이다. 막힌 수도관 뚫듯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물길을 틀어막고 있으니 나라가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 상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대열의 선봉에 정치인들이 있었다. 통합과 화합은 입에 발린 수사(修辭)였음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조금의 차도도 없는 중병 환자처럼 대한민국의 정치는 퇴보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경자(庚子)년 총선은 우리의 정치에도 변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90도로 절을 하며 표를 달라는 가식에 찬 행동, 당선하고야 말겠다는 몸부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성으로 무장한 정치만이 구태 정치의 과오를 씻고 신뢰를 얻는 길이다. 최악(最惡)은 피해야 했기에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에게 차선(次善)도 아닌 최선(最善)을 뽑을 정치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리는 신선한 새 인물들로 활기가 넘쳐나는 21대 국회를 보고 싶다. 향후 5년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기다. 비틀거리는 대한민국이 난국을 돌파하고 선진국으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더 큰 위기 국면에 들어서느냐 하는 갈림길이다. 특히 4차 산업 등 미래 산업의 앞자리를 선점하지 않으면 자칫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기회는 있지만 시간은 여유롭지 못하다.
  • [사설] 2020 경제, 새로운 돌파구 마련해야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출액 5424억 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 줄었다. 수출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반도체 경기침체 등 대형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 수출이 16%나 급락했고, 홍콩 사태, 브렉시트,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도 수출 악재로 작용했다. 대내 상황도 우려할 만하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0.4% 상승에 그쳤다. 1965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보다도 낮다. 내수 경기의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도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1년 내내 0%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명목성장률 1%대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다른 실물지표의 부진이 결합된 저물가는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가 회복하기 힘든 장기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해 들어 대외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오는 15일 미중 양국이 워싱턴에서 무역협상 1단계 서명을 하는 등 미중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고, 한일 갈등도 지난해 말 정상회담 이후 해소를 위한 동력이 양국에서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5G 투자 확대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외부 환경의 개선에 더해 투자 확대, 수요 진작 등 내부 체질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책적 지원도 집중돼야 한다. 규제혁파 등으로 혁신성장 동력을 키워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몰렸던 자금이 기업, 특히 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 쪽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대전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팎의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올해는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 [사설] 정부 여당, 국민 목소리 더욱 세밀하게 들어야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과거보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느끼고 있다.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 갈등 정도가 심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67.5%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이 더욱 커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7.8%가 그렇다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서도 53.4%가 ‘조국 사태’로 갈등이 커졌다는 데 동의했다. 갈등 요소는 이외에도 많았다.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77.3%였고, 성별 갈등’에서는 19~29세에서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이 74.9%였다. 국민적 갈등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은 우선 민심에 맞서려 하지 말아야 한다. 조 전 장관 문제는 여러 논란을 증폭시키며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대학입시 비리 의혹에 따른 ‘대입 공정성’ 논쟁 같은 것들이다. 현 정부가 기조로 내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더이상 올리지 않기를 희망했다. 갑작스러운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27.6%)과 일자리 정책(25.1%)을 꼽았다. 정부의 ‘타다 규제’에 대해 이념과 상관없이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답했다. 보수층 54.2%, 진보층 49.6%로 ‘잘했다’는 응답을 모두 압도했다. 정부와 여당이 고집을 부려온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힌 것이다. 정부가 새해 달성해야 할 정책 과제로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23.7%)과 부동산 시장 안정(20.2%), 경제성장 동력 확보(17.4%) 등을 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목표들을 반드시 성취해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단계마다 민심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 [홍석경의 문화읽기] 2020년대의 한류

    [홍석경의 문화읽기] 2020년대의 한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2020년이 왔다. 새해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선에 불과하지만,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나가는 방향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 역할을 해 준다. 특히 세계 어느 곳에서보다 빨리 흐르는 한국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나가는 방향이 최선인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벡터를 주는 것이 한국이 원하는 미래를 향해 더 확실하게 나갈 수 있을지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한류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를 치렀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향후 케이팝의 연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다루는 국제학회였는데, 주제의 시의성과 흥미로움을 넘어서, 한류와 그 한류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국제학회는 한국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인 한국언론학회 주최였으나, 한 세션을 제외한 모든 발표자가, 외국인 발표자를 포함해서 한국어로 발표했다. 동시통역이 있었으나, 주최자의 요청을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수용해서 발표문을 영어로 쓴 사람까지 한국어로 발표해 주었다. 한국은 대학 간 국제경쟁 때문에 영어로 이루어지는 학술활동을 격려하고 가중치를 두는 정책을 펼쳐 왔고, 그 결과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전 분야에서,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제 콘퍼런스를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경우에서 영어로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것이 규범으로 정착됐다. 이번 케이팝 학회는 적어도 한국에서 개회되는 한류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어가 제일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최초의 증거가 됐다. 국제 콘퍼런스의 한국어 전용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제 한국어로 논문을 쓰고 발표가 가능한 새로운 연구자 세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던 외국 대학의 한국학과 신설과 한국어 수강자 증가가 누적되면서 이들 중 한류를 연구하는 젊은 학도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급격하게 세계 속 새로운 한류연구자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젊은 한류연구자들은 한국에 많이 있지만, 해외 유수 대학의 동아시아학과들에서도 외국 국적의 연구자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류팬으로서 갖게 된 한국 대중문화와 사회에 대한 열정을 학문적 관심으로 심화시켰고, 이들은 디지털 문화와 함께 탄생한 아카팬에 속한다. 팬의 정체성과 학자의 정체성을 함께 지닌 이 새로운 세대는, 문화에 대한 기존의 무거운 이론들을 재해석하고 때로는 경쾌하게 벗어나는 새로운 시선으로 한류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해낼 것이다. 한국인이 없는 케이팝 그룹이 만들어지고, 넷플릭스가 한국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재, 더이상 한류의 미래는 한국의 것만이 아니다. 한류는 전지구화된 대중문화 유통과 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적 문화동력 안에서 태어났다. 이것을 명실상부 글로벌 대중문화로 끌어올리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케이팝은 한국어의 강화된 위상 속에서 새로운 연구자세대가 주체가 되는 2020년대의 한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학의 확장과 리부팅 버전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류연구를 볼 때 새로 등장한 이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고 한국이 수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한류의 재료이고 한국학의 일부인 한국 대중문화를 유산화하고, 유산으로서 대접하기가 먼저 필요하다. 이 분야의 산업성을 고려해 이 유산은 자산으로서도 가치를 발휘하도록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한류지원정책의 중심 과제였던 문화산업진흥책과는 구분되는 정책적 마인드를 요구한다. 한국의 역동적인 디지털 문화가 생산하고 있는 여러 대중문화 형식 중 아카이빙 대상을 정하고, 그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해 이차산물을 생산하고,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융합학문적이고 디지털 인문학적인 기획이다. 이 영상 데이터베이스는 마치 지금 규장각이 한국학의 허브이듯, 세계 한류연구의 허브로서 세계 속 한국의 수월성을 점할 수 있는 정당성의 기초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문화는 공통의 기억이다. 디지털 문화의 쓰나미 속에서 쓸려가고 망각되지 않도록 유산으로서 기억하고 대접할 필요가 있다.
  • [문화마당] 더 걷고, 덜 일하고, 더 잘 먹고, 술은 줄이고/이진상 피아니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마당] 더 걷고, 덜 일하고, 더 잘 먹고, 술은 줄이고/이진상 피아니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전 세계적으로 그를 다시금 기리고 그의 음악이 더 자주 연주될 것이다. 필자는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독일 본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수년간 살아볼 행운이 있었고 음악가로서 그 점을 언제나 감사히 여기고 있다. 신년을 맞이해 인간 베토벤을 조금 더 가까이 알고자 하면 역시 그의 건강 문제를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청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Ich bin beynahe immer krank”(나는 거의 항상 아프다)라고 할 정도로 그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그 귓병증세가 심각해질수록 글로써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밖에 없어 편지와 메모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250년 뒤 우리는 그의 당시 건강상의 고통을 그가 남긴 글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청력 이상과 더불어 그에 못지않게 그를 괴롭게 한 또 다른 고질병은 설사, 경련을 동반한 복통 증세였다. 실제로 그는 심각한 복통이 청력이 떨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복통 증세는 현대의학용어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 일컫는 병이다. 현대인의 대표적 질병이다. 생명에 직접적으로 지장이 없는데,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불편한 병으로 베토벤으로부터 뱃속의 악마라 불릴 만하다. 그가 남긴 편지글에도 모든 치료와 시도는 언제나 실패였다. 슈미트 박사는 베토벤에게 병세가 호전되길 바라면 걷고, 덜 일하고, 더 자고, 잘 먹고, 술을 줄이라고 권고한다. 명의다운 처방이다. 이보다 더 좋은 처방이 어디 있는가.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 그의 이름을 언급할 정도로 슈미트 박사를 고맙게 여기고,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병을 분석해서 세상에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베토벤의 알코올중독은 부모에게 그대로 물려받은 유전에 가까운 것이었고, 그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결국 간염, 황달, 간경화에 이르는 간질환을 초래했다. 직접적인 사인으로 새롭게 밝혀지고, 청각 이상의 이유로 주로 추측되는 납중독 증상도 간질환 치료 중에 급격히 심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젊은 시절부터 생을 마감하는 시기까지 언제나 따라다녀 조울증 증세와 류머티즘과 통풍, 폐렴을 동반했다. 콜레라, 페스트, 천연두, 결핵, 매독 등 그 시대의 많은 인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들은 현재 사라졌거나, 완치 가능한 병이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베토벤의 지병들은 신기하게도 25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의 병치레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간 베토벤의 고통이 더 각별하고 인간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를 괴롭혔고 우리를 여전히 괴롭히는 병마들은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하겠지. 귀가 멀어버려서 신과 대화할 수밖에 없었던 작곡자 베토벤의 숭고함은 2500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 꽃피우겠지. 끔찍한 고통과 불행을 겪은 비운의 천재, 그 천재성을 초월할 만큼 인간적인 면모와 불굴의 삶의 의지가 강했던, 그가 바로 베토벤이다. 그런데 과연 고통과 불행은 예술적 가치를 얻는 데 도움을 줄까? 고통과 불행을 경험함으로써 더 숭고한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사실 필자는 그렇게 믿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믿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 어떤 타인에게도 그것을 소원 빌어줄 수는 없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더라도 젊어지고 싶어서겠지, 병들고 심약해지기 위해서 영혼을 팔 자가 누구던가. 베토벤은 자신의 병을 한탄하는 글귀 사이사이에 나지막히 긍정적인 주문을 외운다. ‘아버 프로지트’(Aber Prosit). 특히 건강을 빌어주는 빈의 건배사다. 더 걷고, 덜 일하고, 더 자고, 잘 먹고, 술 줄이고. 다짐과 새해 인사를 전한다. Prosit! Neujahr(노이야)!
  • [세종로의 아침] 글로벌 리더십과 새해 정치권 기대감/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글로벌 리더십과 새해 정치권 기대감/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아 오면서 세밑 정치권의 아귀다툼을 흘려보낼 방안을 생각하다 34세 총리가 핀란드에서 탄생했다는 소식에 자꾸 눈길이 간다. ‘젊은 피’가 낡은 정치를 쓸어버릴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앞서 홍콩 입법원 선거에서 20~30대의 대거 당선, 뉴질랜드와 프랑스의 30대 국가지도자 탄생도 리더십 세대교체가 흐름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핀란드에서 34세 1개월 된 여성이 총리에 기용된 것은 국가적 실험이라 할 만큼 파격적이다. 산나 마린을 총리로 등용한 것은 출구 없이 대치하는 한국 정치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핀란드 연정에 참여한 5개 정당 지도자 모두 여성이고, 이 가운데 4개 정당 대표가 35세 이하다. 한국의 교섭단체 대표 모두 60~70대로, 당장 정계를 떠나도 측근 외에는 붙잡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들로 대표되는 ‘꼰대’의 빈자리는 싱그러운 청년으로 채우는 것이 순리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서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출마 최저 나이도 18세로 낮추는 후속 작업이 시급하다. 18세가 국회의원을 뽑기만 하고, 이들의 출마를 막는 것은 ‘나이 차별’이다. 미래는 이들이 제 손으로 만드는 것이 맞다. 열여덟 꽃봉오리가 공직을 맡기에는 설익었다고 항변할 이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 마린에게 최연소 총리 자리를 양보한 39세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마린에게 해줄 충고가 뭐냐’는 물음에 “없다. 젊어서 경륜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답했다. 경험과 전문지식은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청년의 미숙함은 왕성한 지적 활동과 건전한 상식, 합리적 판단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적어도 이런 청년의 결정은 정략을 경륜으로 위장한 꼰대보다 나을 것이다. 39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서 요즘 세대교체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어떤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연금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져 재선이 위협받지만 유럽의 환자로 전락한 나라를 구하려는 패기의 리더십에 세계가 주목한다. 마린은 ‘이생망’이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우리의 흙수저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마린의 부모는 그가 아이였을 때 이혼했다. 엄마가 동성애자와 결합한 ‘무지개 가족’에서 성장한 그는 가난에 쪼들려 15살 무렵 제과점에서, 고교 시절엔 잡지 배달과 계산원으로 일했다. 이를 빗대 이웃 에스토니아 내무장관이 그에게 “세일즈 걸”이라고 막말을 날렸다. 마린은 “핀란드는 세일즈 걸도 총리가 되는 나라”라고 되갚았다. 그러고 보니 그 장관은 70살이지만 철부지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한 마린은 2학년 때 정치에 발을 담갔고, 곧 정치의 중심에 섰다. 지역구도 세습이 아니라 시의원부터 시작해 정치수업을 쌓아 나갔다.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이 인구 550만명의 핀란드와 비교가 되느냐고? 비슷한 규모의 광역단체장에게도 이런 사례가 없으니, 오는 4월 총선에서 감동을 선물할 젊은 정치인의 대거 탄생을 꿈꾼다. chuli@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추운 밤이 지나면 생강나무에 꽃이 필 거예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추운 밤이 지나면 생강나무에 꽃이 필 거예요

    새해가 밝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새로운 시작의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식물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나의 작업은 식물들이 새싹을 피우기 시작하는 3월이 돼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식물세밀화가의 시간은 식물의 시간을 따른다.식물을 좇은 지난 10여년 동안 그 시간만큼 나는 식물에 한결 가까워지긴 한 것 같다. 오랜 친구들이 내게 “식물을 해서 그런지 식물과 점점 닮아 간다”는 말을 할 때면 나는 잘 모르겠다는 듯 “그런가?” 하면서도 어쩐지 기분이 좋다. 식물이 얼마나 강인하고 지혜로운 존재인지를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종이든, 식물과 닮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식물이 인류보다도 오랜 시간 자리를 넓히며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나름의 생존 방식을 궁리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존 방식은 식물종마다 모두 다르고, 다양한 방식이 존재했기에 끊임없이 지구에서 생존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식물의 삶을 바라보며 내 삶의 태도와 자세 또한 배운다. 아마도 이건 어릴 때부터 예견됐던 것 같다. 식물을 공부하고 싶다던 어린 내게 식물을 보고 사는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일인지 일러 주신 아버지는 식물을 가까이 두면 식물처럼 살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는지도 모른다.며칠 전에는 작업실 앞산에서 생강나무를 봤다. 아직 겨울눈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한눈에 생강나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나는 매주 이 산을 오르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겨울이 지나면 꽃을 피울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강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연둣빛 잎을 틔우기 시작할 때 노란 꽃을 먼저 피운다. 이런 식물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벚나무와 목련, 개나리, 매실나무…. 모두 축제까지 열어 개화를 반기는 식물들이다. 추운 겨울을 막 지나 따뜻한 온기가 저 멀리서 불어오기 시작할 때 꽃이 피어 겨우내 삭막했던 풍경을 채워 준다. 멀찍이 보기에 이 나무들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것 같지만 이들의 시간은 우리 인간의 시간과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여름 잎이 있을 때 꽃눈을 틔웠다가 겨울 추위에 꽃눈 틔우기를 참고 초봄이 돼 따뜻해지면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이니 잎이 난 후 꽃을 피운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땅속의 영양분과 햇빛과 비 그리고 매개 동물 등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식물이 한꺼번에 꽃과 열매를 맺어서는 안 된다. 순차적으로 그리고 고루 나눠, 누군가는 봄에 꽃을 피우거나 또 누군가는 가을에, 또 동물을 이용하고, 바람을 이용해 생장하고 번식해야 한다. 그래서 식물종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식물은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란 단어를 알지 못해서 해의 길이와 온도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해 개화한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인 것이고, 가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낮의 길이보다 밤의 길이가 길어질 때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이다. 생강나무와 그 외의 봄꽃들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때에 꽃을 피운다. 다시 말해 이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춥고 긴 밤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내가 유독 이른 봄꽃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끔 개나리 중에는 아직 봄이 되지 않았는데도 꽃을 피우는 것들이 있다. 겨울 동안 매서운 추위 속에 갑자기 며칠간 기온이 오르면 봄이 왔다고 착각해 꽃을 피우는 것인데, 물론 겨울에 꽃이 피었다고 생명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번식에 해로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차피 도시의 개나리는 자연적으로는 번식하지 못할뿐더러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관상의 목적으로 식재된 것이니, 겨울에 꽃을 피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수의 가치는 충분하다. 살아가며 예상치 못한 환경에 놓여 실수를 범하게 되더라도,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거나 뒤처지는 것 같더라도 그런 삶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겨울에 꽃을 피우는 개나리와 이른 봄 남들이 잎을 틔울 때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가 말해 준다. 혹여나 힘들고 춥고 긴 밤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면 이른 봄꽃들을 봤으면. 이 겨울이 지나면 저 산의 생강나무에도 꽃이 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만 피어나는 봄꽃들을 기다리며 이 추위를 견딘다.
  • [말빛 발견] 대박/이경우 전문기자

    눈앞에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헐, 대박!” 그게 진짜냐며 묻는 투로 감탄한다. “대~박!” ‘대박’은 한때의 유행어를 넘어 특히 청소년들의 일상어가 됐다. 대박의 어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흥부전’에 있다. 다리를 치료해 준 흥부에게 제비는 보은의 뜻으로 박씨를 건넨다. 그 박씨를 심었더니 큰 박인 ‘대박’이 달렸고, 대박 속에서 온갖 금은보화가 나왔다. 이렇게 흥부가 큰 박에서 뜻밖의 재물을 얻었다는 데서 ‘대박’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름판설이다. 노름판에서는 판돈을 ‘박’이라고 불렀다. 큰돈을 따면 ‘큰 대’(大) 자를 붙여 ‘대박 났다’고 했다. 이런 배경 탓에 ‘대박’은 애초 저급하게 취급됐다. ‘새해 대박 나세요’는 저급해 보이지 않는다. 존대도 하거니와 좋은 뜻에서 건네는 덕담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특정한 낱말이나 표현 그 자체에 대해 저급과 고급, 선과 악을 말하기는 어렵다. 말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시시각각 의미가 달라진다. 국정의 용어로서 ‘대박’은 저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대박’은 쉽고 친근하고 유대감까지 전하기도 한다. wlee@seoul.co.kr
  • [한 컷 세상] 과거를 박차고 새해의 희망으로

    [한 컷 세상] 과거를 박차고 새해의 희망으로

    버려진 비상구 그림이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벗어나려는 듯 보여 눈길이 간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됐다. 과거에 힘든 일, 구질구질한 일이 있었다면 우리도 박차고 새해로 나아가 보자.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길섶에서] 사랑 없는 진실/문소영 논설실장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서로 다른 날이 아닌데, 아주 다르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춥고 외롭고 섭섭한 마음도 한이 없지만, 새해 첫날에는 괜히 희망을 품는다. 영화 ‘두 교황’을 봤다. 연말이 다가와 나 혼자 외로웠던 탓이다. 나치 출신이라고 욕을 먹는 럭셔리한 보수주의자이자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사임으로 교황직에 오른 ‘빈자들의 아버지’인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인공이었다. 1976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에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떠올리기도 했다. 대학 때는 ‘해방신학’으로 남미를 이해했으니 군사정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고단한 삶은 한국이나 아르헨티나나 비슷해 보였다. 50년 넘게 진리를 찾았던 두 교황이 세속적 문제에서 품었던 질투와 선망, 미움과 배제의 마음을 고해성사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어리석움을 용서해 주기로 했다. 50대 초반에 여전히 망설이고 갈등하는 이유는 사람이 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진실은 중요하지만, 사랑 없는 진실은 견딜 수 없다. 그걸 기억해야 한다”는 발언에 따라 새해에는 너그럽게 살기로 했다. 나와 다른 사람을 20대부터 이미 충분히 미워했다. symun@seoul.co.kr
  • [한 컷 세상] 과거를 박차고 새해의 희망으로

    [한 컷 세상] 과거를 박차고 새해의 희망으로

    버려진 비상구 그림이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벗어나려는 듯 보여 눈길이 간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됐다. 과거에 힘든 일, 구질구질한 일이 있었다면 우리도 박차고 새해로 나아가 보자.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BTS, 미국의 2020 열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메운 ‘한국어 떼창’

    BTS, 미국의 2020 열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메운 ‘한국어 떼창’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뉴욕에서 새해를 열었다. 31일(현지시간) 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미국 최대 새해맞이 라이브쇼 무대에 등장해 세계적 인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BTS는 방송인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전 지구를 홀린 그룹”이라고 소개하자 브로드웨이의 상징인 ‘티켓부스 위 붉은 계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BTS가 계단을 내려와 메인 무대로 걸어가며 자신들의 히트곡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를 부르는 동안 ‘방탄’이라고 쓰인 한국어 플래카드가 연이어 보였고, 메인 무대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부를 땐 소위 ‘한국어 떼창’이 광장을 덮었다. 7명의 멤버는 8분여 동안 2곡을 들려준 뒤 팬들에게 ‘해피 뉴 이어’를 외쳤다. 이들은 이곳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인파와 함께 외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트위터에 올렸다. BTS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ABC방송의 ‘뉴 이어스 로킹 이브 2020’로 미국 최대 새해맞이 라이브 쇼다. 타임스스퀘어,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무대를 원격으로 오가면서 진행된다. 시청자만 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가수가 타임스스퀘어 새해맞이 무대에 오른 건 2012년 강남스타일로 이름을 날렸던 싸이에 이어 두 번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2020년엔 뭐든 독하게 해냅시다” 김준 SK이노 총괄사장 행복토크

    “2020년에는 뭐든 독하게 해냅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새해 첫날인 1일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을 찾아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행복토크를 진행했다. 항공유와 파라자일렌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SK인천석유화학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사업장이다. 김 총괄사장은 오찬과 겸해 열린 직원과의 행복토크에서 “지난 한 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SK인천석유화학이 안전·보건·환경(SHE) 0분야를 선도하는 사업장인 만큼 앞으로도 지역사회로부터 더 큰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총괄사장은 성장전략인 ‘그린밸런스 2030’과 함께 SK그룹의 경영 목표이자 최태원 회장의 철학인 ‘행복 추구’를 “독하게 해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목적함수가 구성원의 행복으로 바뀌었고, 모두의 행복을 키우고자 노력하면 개인의 행복도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면서 “개인 삶뿐만 아니라 회사에서의 행복을 키우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아낌없이 해달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농업도 결국 경영… 지원금에만 의존하면 망해요”

    “농업도 결국 경영… 지원금에만 의존하면 망해요”

    중국산 버섯 공세에 한때 빚더미 올라 빅데이터 기반 맞춤 CCTV 개발 성공 “귀농귀촌 청년들 몰리는 스마트팜 작물에 대한 철저한 이해 선행되어야”“막연히 스마트팜에 의존해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스마트팜 기술은 진화 과정에 있는 만큼 기술보다 작물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강원 홍천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팜인 ‘청량버섯농원’을 운영하는 김민수(42) 대표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귀농귀촌과 청년 스마트팜 창업이 권장되는 분위기지만 투자비를 고려하면 한 해 농사만 망쳐도 타격이 크다”면서 “농업도 결국 경영이라 정부 지원금만 믿고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업 혁신을 주도한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됐다. 느타리버섯 재배에 최적화된 장비 개발과 버섯 생산 전 공정을 스마트 데이터로 전환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을 앞둔 2003년 겨울 귀농해 아버지의 버섯 농장 일을 도왔지만 당시 중국산 버섯들이 대량으로 수입돼 농장은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그는 틈틈이 버섯종균기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 등을 땄다. 사람을 써서 해야 할 일을 몸으로 때워 비용을 아꼈다. 하지만 느타리버섯 농사를 짓다보니 버섯균 배양과 살균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 조성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컴퓨터로 농장 환경을 제어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팜에 주목했다. 2016년 초 1억여원을 투자해 농장 곳곳에 폐쇄회로(CC)TV와 센서를 설치했다. 당시 기술개발자는 빛을 제어하는 기능이 없는 센서를 들고 왔고, 김 대표는 기술자와 치열한 논쟁 끝에 빛 조절이 가능한 센서 개발을 이끌어내 재배실에 적용했다. CCTV 업체에도 버섯 농장에 적합한 CCTV 개발을 제안해 관철시켰다. 김 대표는 “버섯이 민감한 작물이라 아무 CCTV나 센서를 사용하면 치명적이지만 당시 국내 스마트팜 기술 수준은 세심한 면이 부족했다”면서 “작물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버섯은 균류라서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농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작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원인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스마트팜은 저장된 데이터를 역추적해 문제를 찾을 수 있어 실패 확률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도입 이전 연간 1200여t이던 느타리버섯 생산량은 현재 1500t으로 20% 이상 늘었고 품질도 좋아져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다. 홍천 스마트팜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농정 당국도 자체적으로 연구를 많이 하지만 새해에는 현장 농가들과의 공동 연구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장벽 뚫어낸 ‘한 방’… 삼성화재 새해 첫 승

    장벽 뚫어낸 ‘한 방’… 삼성화재 새해 첫 승

    삼성화재의 김나운(오른쪽)이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상대 블로커들 사이로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이날 삼성화재는 산탄젤로가 27득점, 김나운이 20점을 올리는 맹활약 속에 3-1 승리를 거두고 시즌 10승10패(승점 32)를 기록하며 순위를 4위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대전 연합뉴스
  • 삶과 죽음의 틈에서 건진 시, 몸에 붙은 44편의 노래

    “안 맞으면 못 살아.” 혹자는 “김민정이니까 할 수 있다”고 했던 시집 제목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거기는 커서 우리는 헤어지는 중입니다’(문학과지성사)에 대한 해명(?)이 그랬다. 거침없고 도발적인 시 세계로 알려진 김민정(44) 시인의 말이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력 20년의 끝자락에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덧붙였다. “내 문학에 대한 본령인 ‘거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니까 작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세계인데 내 열망은 너무 큰 거죠. 그래서 나는 늘 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남의 책 내느라 자기 책 쓸 겨를이 없던 성공한 편집자인 시인의 책은 어느 날 느닷없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사흘 밤낮을 앉아서 쏟아낸 덕이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중편소설 써내려 가듯 쭉 쓴 다음에 시 44편으로 분절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문학동네’ 100호에 냈던 산문을 보고 김혜순(65) 시인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에서 기원한다. “민쟁(민정)은 이미 몸에 말이 붙어서 쓰기만 하면 다 시여.” 결국엔 스스로가 말한 시집 제목에 대한 설명처럼 ‘못 살아서’ 썼다. “문학성을 계산하기 전에, 사람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산란스러워서 썼어요.”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2019년을 꼬박 먼저 간 이들을 기리는 데 썼다. 1년 내내 황현산 문학평론가, 박서영·배영옥·허수경 시인의 유고집을 묶었다. 허 시인의 49재와 황 평론가의 1주기 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정작 본인은 슬픔을 몸으로 체화할 여유도, 겨를도 없었다. “황현산 선생님 돌아가신 날도 안 울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슬펐다”는 그는 “길 가다가도 울고, 책 보다가도 울고. 그들의 아른아른거리는 것들을 일단락 짓지 않으면, 산 사람으로서의 내 생활이 안 되겠더라”고 고백하듯 말했다. 슬프거나 못 만나는 아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잘 기억하게 하는 다음의 도모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나온 시집은 이전과는 좀 다르다. 시집으로서는 드문 페이지터너로서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특유의 가혹하고 그로테스크했던 정서는 사라졌다. 시인은 이제 ‘나’에게 천착하기보다 죽은 이들을 비롯한 주변 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말을 주워 담는다. 가령 1만원도 하지 않는 양파를 가지고 퀵 서비스 기사와 벌이는 실랑이가 담긴 ‘준이의 양파’ 같은 시는 정말, 그야말로 ‘골 때린다’. ‘누나 이 중에 한 개의 무름이 있어요’(62쪽)라는 박준 시인의 말에서부터 시작된 소동. ‘한 개의 무름은 모두를 무르게 하는 무름’이라 화자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반드시 오늘일 필요가 있겠냐’는 기사의 반문에 끝끝내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만 오늘이라고 끝내 한 번 더 대답하는 지경’(64쪽)이 된다. 양파를 둘러싼 소동만큼이나 시인이 불러 모으는 이의 스펙트럼은 더욱 넒어졌다. 중국의 여성 노동자 시인 정샤오충, 파주의 ‘교하 중국정통마사지집’에서 마사지하던 내몽골 여인 등 국경도 없고, 노소(老少)도 없다. 시인에게 지난해는 ‘죽은 사람의 스케줄 따라 다니느라 안 죽어서 다행인 해’였다. 새해는 ‘선택과 집중의 해’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는 걸 알았잖아요. 나부터 직립할 거예요.” 그러나 산 사람들의 책 스케줄이 꼬박 밀려 있어 시인이 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나의 부록.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책 첫머리에 나온 ‘시인의 말’처럼 새해에도 그의 ‘많은 사랑’은 쉼이 없을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내 문학에 대한 본령인 ‘거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니까 작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세계인데 내 열망은 너무 큰 거죠. 그래서 나는 늘 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삶과 죽음의 틈에서 건진 시, 몸에 붙은 44편의 노래

    삶과 죽음의 틈에서 건진 시, 몸에 붙은 44편의 노래

    “안 맞으면 못 살아.” 혹자는 “김민정이니까 할 수 있다”고 했던 시집 제목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거기는 커서 우리는 헤어지는 중입니다’(문학과지성사)에 대한 해명(?)이 그랬다. 거침없고 도발적인 시 세계로 알려진 김민정(44) 시인의 말이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력 20년의 끝자락에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덧붙였다. “내 문학에 대한 본령인 ‘거기’는 내가 모르는 곳이니까 작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세계인데 내 열망은 너무 큰 거죠. 그래서 나는 늘 시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남의 책 내느라 자기 책 쓸 겨를이 없던 성공한 편집자인 시인의 책은 어느 날 느닷없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사흘 밤낮을 앉아서 쏟아낸 덕이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중편소설 써내려 가듯 쭉 쓴 다음에 시 44편으로 분절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문학동네’ 100호에 냈던 산문을 보고 김혜순(65) 시인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에서 기원한다. “민쟁(민정)은 이미 몸에 말이 붙어서 쓰기만 하면 다 시여.” 결국엔 스스로가 말한 시집 제목에 대한 설명처럼 ‘못 살아서’ 썼다. “문학성을 계산하기 전에, 사람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산란스러워서 썼어요.”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2019년을 꼬박 먼저 간 이들을 기리는 데 썼다. 1년 내내 황현산 문학평론가, 박서영·배영옥·허수경 시인의 유고집을 묶었다. 허 시인의 49재와 황 평론가의 1주기 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정작 본인은 슬픔을 몸으로 체화할 여유도, 겨를도 없었다. “황현산 선생님 돌아가신 날도 안 울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슬펐다”는 그는 “길 가다가도 울고, 책 보다가도 울고. 그들의 아른아른거리는 것들을 일단락 짓지 않으면, 산 사람으로서의 내 생활이 안 되겠더라”고 고백하듯 말했다. 슬프거나 못 만나는 아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잘 기억하게 하는 다음의 도모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나온 시집은 이전과는 좀 다르다. 시집으로서는 드문 페이지터너로서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특유의 가혹하고 그로테스크했던 정서는 사라졌다. 시인은 이제 ‘나’에게 천착하기보다 죽은 이들을 비롯한 주변 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말을 주워 담는다. 가령 1만원도 하지 않는 양파를 가지고 퀵 서비스 기사와 벌이는 실랑이가 담긴 ‘준이의 양파’ 같은 시는 정말, 그야말로 ‘골 때린다’. ‘누나 이 중에 한 개의 무름이 있어요’(62쪽)라는 박준 시인의 말에서부터 시작된 소동. ‘한 개의 무름은 모두를 무르게 하는 무름’이라 화자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반드시 오늘일 필요가 있겠냐’는 기사의 반문에 끝끝내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만 오늘이라고 끝내 한 번 더 대답하는 지경’(64쪽)이 된다. 양파를 둘러싼 소동만큼이나 시인이 불러 모으는 이의 스펙트럼은 더욱 넒어졌다. 중국의 여성 노동자 시인 정샤오충, 파주의 ‘교하 중국정통마사지집’에서 마사지하던 내몽골 여인 등 국경도 없고, 노소(老少)도 없다. 시인에게 지난해는 ‘죽은 사람의 스케줄 따라 다니느라 안 죽어서 다행인 해’였다. 새해는 ‘선택과 집중의 해’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는 걸 알았잖아요. 나부터 직립할 거예요.” 그러나 산 사람들의 책 스케줄이 꼬박 밀려 있어 시인이 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나의 부록.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책 첫머리에 나온 ‘시인의 말’처럼 새해에도 그의 ‘많은 사랑’은 쉼이 없을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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