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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번국도-바다가는 실크로드

    7번국도-바다가는 실크로드

    여름휴가라면 역시 바다가 최고다. 동해바다의 짙푸름이 더위를 식혀준다.7번 국도는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르는 7번 국도(총연장 513㎞).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구태여 뽑으라면 삼척에서 강구까지가 백미.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눈부신 해수욕장을 품고 있어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7번 국도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신선도 쉬었다 갈 만한 산과 계곡, 동굴, 해수욕장들이 즐비하다. 국도변을 달리다 어디든 차를 세우고 쉴 만한 곳을 원한다면 7번 국도에 주목하자. 7번 국도 주변의 휴가지는 강릉을 기점으로 위쪽으로는 속초, 양양과 설악산 등 대표적인 여름휴가지가 즐비하다. 또 강릉에서부터 동해, 삼척, 울진, 영덕 등 남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포구에 아담한 해수욕장과 계곡들이 많다. 강릉을 지나 툭 터진 동해고속도로를 30여분 달리면 먼저 우리를 반기는 곳이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멋진 노인의 턱수염처럼 고만고만한 해송이 하얀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어 눈이 시원스럽다.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백사장과 따사로운 여름햇살 눈부신 얕은 바다는 온통 쪽빛으로 파란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다. 해수욕장 입구의 ‘동해고래화석박물관’(033-534-8660)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들러볼 만한 곳. 야외에는 공룡 조형물, 규화목 화석 군락지 등이 있으며 실내엔 국내 유일의 원형을 보유한 고래 화석과 총 152종 1500여점의 화석이 전시돼 있다.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월요일 휴관. 망상해수욕장에서 동해바다를 바로 옆으로 끼고 달리는 길은 어달리까지 이어진다. 어달리해안길에는 손바닥만한 포구에서부터 횟집, 까막바위, 팔만당, 십만당이라는 조그마한 어촌까지 이것저것 흥미롭다. 해안을 따라 추암해수욕장 방면으로 15분여 가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있는 천곡동굴. 국내 최장의 천정 용식구, 커튼형 종유석, 석회화단구, 종유폭포 등과 희귀석들이 한데 어우러진 자연의 경이로움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동굴이다. 어른 1500원, 어린이 500원. 동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무릉계곡. 정말 신선이 살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계곡이 깊고 아름답다. 호암소를 시작으로 상류 용추폭포가 있는 곳까지로 넓은 마당바위와 바위 사이를 흘러서 모인 용소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삼화사, 학소대, 옥류동, 선녀탕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계곡미 때문에 예로부터 ‘무릉도원’이라 불렸다. 일출의 명소로 손꼽히는 추암해수욕장은 각종 TV드라마와 CF 등 자주 등장하는 곳. 그중에서도 촛대바위와 어우러진 일출은 매년 수십만여 명에 이르는 해맞이 관광객을 불러모을 만큼 빼어나다. 또 촛대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도 한국의 100대 명소리로 선정될 만큼 일품이다. 어달리에 있는 선창횟집(531-5861)은 싱싱한 회와 깔끔한 밑반찬으로 토박이들이 찾는 집이며 대밭골가든(531-8194)은 조용한 숲속의 전원식당으로 연못에 배까지 띄워져 있다.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맛이 담백하고 푸짐하다. 쪽빛 바다와 거대한 소나무 숲 등이 어우러지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해안선 사이에 똬리를 틀고 있는 덕산, 부남, 궁촌, 용화, 장호, 임원, 원덕 등 포구와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 삼척이다.7번 국도의 보물이라 할 정도다. 맹방해수욕장은 삼척에서 가장 큰 해변을 자랑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처럼 모래사장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자연의 교향악을 감상하자. 이곳에서 파도소리를 녹음했을 정도로 맹방의 파도소리는 세상시름을 잊게 한다. 남쪽 해변 끄트머리에 서면 초당동굴로부터 흘러나온 마읍천이 바다와 합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그곳엔 산에서 내려온 물을 반기듯 기암괴석들의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포구는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하다. 어부들의 바쁜 손놀림과 몸동작으로 분주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낯설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곳이 작고 아담한 포구다. 덕산항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삼척토박이들만 간다는 부남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 삼척군 근덕면 부남 2리에서 언덕을 내려가면 바다가 펼쳐진다. 크고 작은 바위 수 십개가 아기자기하게 달라 붙어있는 정감가는 해변이다. 길이는 약 200m 정도로 작지만 모래가 곱디곱다. 아침에 일찍 가면 백사장에는 갈매기 발자국이 선명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부남 해수욕장은 여름 한철만 개방한다. 민박집도 식당도 없고 부남 2리 부녀회에서 천막을 치고 먹거리를 판다. 동해치고는 수심도 어른 허리 정도 여서 아이들과 안성맞춤이다. 초곡마을은 마라톤선수 황영조의 고향. 마을 입구 솔숲 길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한쪽에 세워놓고 걸어본다. 기분이 상쾌해지며 자신이 CF의 모델이 된 양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리고 걸어본다. 상쾌한 바닷바람과 향기로운 나무내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차 한대 간신히 들어갈 만한 터널이 나온다. 벽면에는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조그만 터널을 벗어나면 바로 황영조 기념관이다. 황영조가 자랐던 집도 멀리서 구경할 수 있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1천분의 1로 축소한 몬주익 언덕도 나온다. 삼척 용화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중의 하나이다. 바닥이 드러나는 맑은 물과 부드러운 곡선의 해안, 부드러운 모래도 좋다.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는 북쪽 절벽은 용화해수욕장을 내려다보기에 좋은 포이트.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장호항은 고래바위가 볼거리.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맨발 산책로는 즐거움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남근을 주제로 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제작한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해산당 성민속공원, 해신당 사당, 삼척어촌전시장 등도 볼만하다. 회를 저렴하게 먹고 싶다면 임원항 회센터를 추천한다. 광어, 우럭 등 3만원이면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바다횟집(033-574-3543)은곰치국이 유명한 집이다. 신김치와 흐물흐물한 생선인 곰치를 넣고 끓여 시원하다.6000원. 오신다식당(574-4521)의 해물탕도 추천한다. 게, 명태알, 새우, 소라, 오징어 등 싱싱한 해물을 듬뿍 넣었다. 여름에는 아귀찜도 인기메뉴.2인기준 1만5000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산·계곡·온천의 울진 파란 하늘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아득한 지평선, 하얀 물거품을 머금고 있는 해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대나무가 서로 뽐내듯 선 곳이 울진이다. 산과 계곡에 온천까지 그야말로 휴(休)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울진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죽변 대가실 바닷가. 죽변항에서 죽변등대길을 찾아 가면된다. 죽변항에서 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죽변항이란 이름 그대로 주변에 대나무가 지천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스스슥’ 울어대는 대나무와 파도소리가 멋진 교향곡처럼 들린다. 하얀 죽변등대 앞에 차를 세우고 대가실 해변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빨간 지붕 위에 하얀 십자가가 솟아난 성당이 보이고, 그 아래를 바라보면 바닷가 언덕 위에 집이 한 채 있다. 그림 같은 집이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장 세트다. 울진 최북단은 고포마을.1968년 무장공비들이 상륙 지점으로 삼았을 정도로 호젓한 바닷가 마을로 돌미역이 유명하다. 고포미역은 부산의 기장미역과 함께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됐던 명품이다. 왕피천이 동해로 빠져드는 하구 언덕에 있는 망양정은 울진의 또 다른 자랑. 예로부터 망양정은 관동팔경에서도 으뜸으로 쳤으며 조선 숙종은 팔경 중 망양정이 가장 멋지다 하여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정자에 걸도록 했다. 아쉽게도 지금 망양정은 옛 풍류객들이 드나들던 그 곳이 아니다. 망양정은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10여 ㎞ 떨어진 기성면 망양동 해안에 있었다. 이밖에도 월송정, 후포항, 불영천도 들러보면 좋다. 또한 물 좋기로 소문난 덕구온천(054-782-0677)은 휴가의 피로함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가 가장 값싸고 맛있는 집으로는 선창횟집(054-788-3301)을 강추. 주인이 직접 잡은 자연산만을 파는 곳으로 유명. 울진에는 육고기도 유명하다. 또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유명한 대호식당(782-0220)도 가볼만하다. ■ 명사이십리 영덕 ‘영덕’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게. 하지만 바다가 아름답고 깊은 계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7번 국도의 마지막 백미인 영덕에는 아름다운 해안도로, 해맞이 공원, 크고 작은 7개 해수욕장 등이 있다. 고래불해수욕장은 영덕 최고.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애칭이 ‘명사이십리(明沙二十里)’로 함남 원산의 명사십리보다 두 배쯤 길다는 뜻이다. 오는 30,31일에는 해변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장사해수욕장에선 제트스키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플라이피시(모터보트에 연결된 고무기구를 타며 즐기는 수상스포츠)는 바다 위를 4∼5m 떠서 날기 때문에 스릴이 넘친다. 플라이피시·제트스키 각 2만원, 바나나보트 1만원. 장사해수용장 인근에는 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이 있다. 미생물, 동·식물 등 다양한 화석들을 볼 수 있어 어린이들 교육에 좋다.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7번 국도를 따라 오포에서 청송 방향으로 달리면 20여분 만에 옥계계곡에 닿는다. 청송의 주왕산과 포항의 동대산이 맞닿은 곳에 자리 잡은 옥계계곡은 이름처럼 물이 맑고 기암괴석들도 아름답다.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 곰탕과 밥식해가 유명한 강구항의 청송식당(054-733-4675), 모둠물회가 유명한 축산항의 울릉도식당(732-4321), 해물탕으로 이름난 영해의 산해식당(732-2401) 등이 있다. ■ 포항·경주 그리고 고성 이밖에도 고성에는 통일전망대와 화진포라는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다. 깨끗한 백사장과 수면이 얕기로 유명하고 주위의 경치가 아름답다. 울창한 송림과 포구의 기암괴석, 이승만·김일성 별장, 고인돌, 동해에 한가로이 떠 있는 금구도의 대나무 숲과 갈매기가 나는 모습은 천하절경이다. 한일식당(033-682-2260)은 반냉면으로 유명하다. 비빔냉면에 물냉면 육수를 부어먹는 냉면으로 맛이 특이하다. 포항에 일출의 명소로 명성을 날리는 호미곶. 호랑이의 꼬리라하여 한반도의 정기가 서려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맞이광장 앞 바다에 우뚝 서있는 상생의 손은 볼만하다. 또한 등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해양안전에 기여하는 역할과 해양사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국내유일의 등대전문박물관 국립등대박물관(054-284-4857)구경도 놓치면 아쉽다. 경주는 불국사, 첨성대를 비롯한 많은 신라의 유물과 유적들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유명하지만 감포쪽으로 가면 조그만 항구와 재래시장, 해수욕장 등도 구경할 수 있다.
  • 29번국도-기암괴석과 해변

    29번국도-기암괴석과 해변

    올 여름은 29번 국도를 따라 달려보자. 충남 서산에서 전북 군산·부안을 거쳐 전남 담양·보성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308.772㎞. 시원하게 뚫린 이 길은 우리를 위풍당당한 옛 성으로, 인자한 ‘백제의 미소’를 지어주는 마애불의 세계로, 고즈넉한 천년고찰의 품으로 안내한다. 기암괴석과 하얀모래가 절경을 이루는 해변과 끝없이 펼쳐진 대나무숲도 길손을 반긴다. 간월도의 어리굴젓, 부안의 백합죽, 담양의 대통밥 등 지역의 별미도 맛볼 수 있다. 길따라 맛따라 떠날 요량이라면 서해안을 끼고 있는 29번 국도를 택하는 게 제격이다. 이 나라 산하 어느 한 곳 버릴 게 있으랴만 이 곳은 특히 세상의 때가 덜 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겹다. 오랜만의 여유와 낭만을 되찾아 보자.29번 국도가 바로 그에 이르는 길이다.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역사길을 따라 서산을 넘다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읍성 29번 국도를 타고 충남 아산을 지나 서산 방향으로 해미고개를 넘으면 해미시내다. 여기서 조금만 직진하면 사거리에서 개심사 방향으로 해미읍성(사적 116호)이 나온다.1417년 태종대에서 1421년 세종대에 걸쳐 축조된 이 석성(石城)은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읍성으로, 남쪽에는 정문격인 진남문이 있고 동서로 각각 동문과 서문이 자리잡고 있다. 해미(海美)라는 이름은 15세기 초 조선 태종때 정해현과 여미현을 합치면서 가운데 글자를 한 자씩 따서 지은 것. 성으로 쳐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성벽 둘레에 탱자나무를 많이 심어 예전에는 ‘지성(枳城·탱자성)’이라 불렸다. 해미읍성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충무공 이순신이 충청병사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의 한 서린 천주교 성지 해미읍성은 더없이 평화롭게 보이지만 역사의 한이 서린 곳이다. 대원군 시절부터 천주교 박해로 1000여 명의 천주교도들이 이곳에서 집단 순교했다. 진남문을 들어서면 수령이 300년이 넘는 회화나무(일명 호야나무)가 슬픈 역사를 증언하듯 버티고 서 있다. 천주교도들을 매달아 고문하고 교수형에 처하거나 활을 쏘아 처형했던 비운의 나무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머리채를 매달았던 철사줄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의 참상을 말해준다. 서문 앞 쪽 순교지에는 팔다리를 잡아들고 머리를 메쳐 살해한 ‘자리갯 돌’이라는 사형대와 생매장 순교지인 진둠벙이 그대로 남아 있다.‘진’은 죄인이 줄어 변한 말,‘둠벙’은 웅덩이의 충청도 사투리다. 진둠병 맞은 편에는 거대한 해미순교탑과 ‘무명 생매장 순교자들의 묘’가 있어 해마다 수많은 교인들이 찾아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고귀한 넋을 기린다. 해미읍성 문화유산해설사인 조성옥(44)씨는 “해미읍성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와서인지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잇는다.”며 “주말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라고 설명한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은은하게 퍼지는 ‘백제의 미소’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으로 진입해 운산을 지나 해미읍으로 가면 삼거리에 서산마애삼존불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용현 저수지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가면 마애삼존불 입구가 나온다. 국보 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은 가야산의 끝자락인 수정봉 북쪽 산중턱 거대한 절벽을 파내 만든 부조형식의 불상. 중국으로 가던 백제 사람들이 먼 길의 안녕을 빌었던 부처님이다. 백제 후기 작품으로 자연암벽에 새겨진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얼굴 가득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부처상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리 보이도록 조각돼 있다. 보호각 안에 들어 있어 자연광 속의 미소는 만날 수 없지만 내부에 조명기구가 갖춰져 각도에 따라 비춰보면 변화무쌍한 미소를 엿볼 수 있다. 서산마애삼존불 입구 위쪽에 있는 수림가든(041-663-3557)은 민물새우탕(1인분 7000원)을 시원하게 잘 끓인다. ●서산마애불 vs 태안마애불 서산마애삼존불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태안읍 백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태안마애삼존불(국보 307호)도 찾아가볼 만하다. 태안읍 로터리에서 원북·이원 방면으로 700m쯤 올라간 뒤 우회전해 1㎞남짓 가면 나타난다. 태안마애삼존불은 백제 초기 작품으로 우리나라 마애석불의 선구로 꼽힌다. 천진난만한 미소의 서산마애석불과는 또 다른 분위기. 뭔가 엄숙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태안마애석불 보호각 앞에는 일소계(一笑溪)라는 물줄기가 있어 산중의 운치를 더해준다. ●간월도 간월도는 원래 창리 포구에서 똑딱선을 타고 가야하던 섬이었다.1980년대말 천수만을 가로지른 서해안 방조제가 건설됨에 따라 육지와 이어졌다. 하지만 간월도 전체가 육지로 변한 것은 아니다. 남쪽 봉우리는 아직도 섬으로 남아 있다. 그 손바닥만한 섬에 간월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다 어느날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치고 난 후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으로, 섬 이름을 간월도라 했다고 한다. 이곳은 옛 삼국시대에는 피안도 피안사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루 두번씩 밀물 때는 물이 차서 섬이 됐다가 썰물 때는 물이 빠져 작은 자갈길로 육지와 연결된다. 물이 가득 차면 마치 한 송이의 연꽃, 혹은 한 척의 배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썰물 때를 기다려 간월암으로 건너가는 스릴이 있다. 해안을 끼고 있는 간월도 오뚜기횟집(041-662-2708)에서는 강낭콩·밤·은행·버섯 등을 넣은 영양굴밥(8000원)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 강의 끝·바다의 시작 부안전라북도 서남쪽에 위치한 부안땅은 국립공원인 변산반도를 끼고 있는 서해안 최고의 관광휴양지다.1988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변산반도는 크게 해안가의 외변산과 내륙쪽의 내변산으로 나뉜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가운데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격포 일대에는 채석강과 적벽강, 격포해수욕장 등이 모여 있어 관광명소로 이름이 높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성인 16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변산반도 최고의 절경 채석강 변산반도의 절경은 역시 외변산의 채석강. 격포항 북쪽 닭이봉 아래 위치한 채석강은 강이 아니다. 해식단애로 말미암아 생긴 지층을 말한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던 중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썰물 때 드러나는 해안단층은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신기한 형상이다. 격포해수욕장에서 격포항 등대가 있는 곳까지 펼쳐져 있는 채석강은 물 빠진 바위에 붙은 바다생물과 해식동굴 등 이국적인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는 간조 때 채석강을 거닐어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듯. 해질 무렵 격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숫사자의 모습 닮은 적벽강 채석강에서 약 1㎞에 이르는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적벽강에 이른다. 적벽강은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가 노닐며 적벽부를 지었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채석강 북쪽의 적벽강 역시 강이 아니다. 후박나무로 유명한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약 2㎞의 해안선을 일컫는다. 천연기념물 123호인 후박나무 군락과 수성당을 거느리고 있다. 적벽강 여울골절벽 위에 서 있는 수성당은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계양할미’라는 여신을 모신 해신당. 절벽위의 수성당에서 굽어보는 위도와 칠산바다는 한 폭의 그림이다. 만물의 형상을 한 붉은 색의 기묘한 바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 동굴이 조물주의 조화를 실감케 한다. 바다에서 바라본 적벽강의 모습은 숫사자를 닮았다. 그래서 ‘사자바위’라 불린다. 석양을 받으면 바위가 진홍빛으로 물든다. 채석강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석강과 적벽강 사이에 격포해수욕장이 있다. 변산반도 서쪽 끝으로, 채석강과 적벽강의 절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격포해수욕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물이 맑고 모래가 부드러워 인기다. 백사장 길이는 약 500m.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백제고찰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석포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능가산 자락에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내소사가 나타난다. 백제 무왕 34년 633년에 승려 혜구두타에 의해 창건된 고찰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이 절에 들러 시주를 한 이후 내소사로 불려졌다는 설도 전한다.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 600m 가량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월정사의 전나무 숲처럼 울창하진 않지만 산책코스로는 그만이다. 내소사에서는 관음봉을 올라 바위 능선을 타고 월명암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특히 유명하다. 월명암 뒤쪽에 자리한 낙조대에서 보는 서해 일몰 또한 장관이다. ●뭘 먹을까 부안의 맛은 이곳 특산물인 백합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백합은 조선시대부터 임금의 진상품으로 귀하게 여겨져온 명물.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전시관 근처의 갈매기집(063-583-6060)은 백합죽의 일번지다. 백합죽은 보통 백합속살과 불린쌀, 김 등을 재료로 만든다. 하지만 이 집에는 특유의 비법이 있다. 이곳에서는 백합죽(8000원)외에 백합회·백합무침 등 백합과 관련된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 竹 펼쳐지는 담양 ●마을 있는 곳에 대숲 있다 “마을이 있는 곳엔 대숲이 있고, 대숲이 있는 곳엔 마을이 있다.” 이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전라남도 담양은 예로부터 죽향(竹鄕)으로 유명하다. 그런 대숲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찾지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금성면 봉서리 대나무골 테마공원이다. 영화 ‘청풍명월’‘흑수선’, 드라마 ‘여름향기’ 등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청정호수 담양호를 중심으로 추월산과 금성산성 맥을 따라 고지산 골짜기로 쭉쭉 뻗어 올라간 대나무숲이 장관이다. ●죽림욕과 송림욕을 동시에 고지산 남서방향으로 부채살처럼 펼쳐진 3만여 평의 야산에는 맹종죽과 왕죽, 분죽, 조릿대(산죽) 등 각양각색의 대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청량한 대숲 바람 속에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밭 샛길과 맨발로 황토 마사길을 걷는 소나무 산책로가 포인트. 대밭으로 둘러싸인 공터에는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장면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5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야영시설도 갖추고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061-383-9291. ●담양의 먹을거리 담양읍 백동리 담양공고 옆 죽향(061-382-0684)은 대나무통 영양밥을 잘 한다. 이곳의 대나무통 영양밥은 대통에 쌀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불에 구워내 만드는 게 특징. 압력솥에서 쪄내는 것보다 한결 향기가 은은하고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다.1인분에 1만원으로 반드시 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 담양온천 입구 삼거리에 있는 맛선한정식(061-383-9393)에서는 갈치정식(1만원), 병어조림(1만 3000원)등 신선한 생선요리를 내놓는다.
  • 어민 두번 울리는 ‘수입 새우젓’

    수입산이 마구 나돌면서 국내산 새우육젓(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 값이 폭락했다. 6일 전남 신안수협과 신안·목포·영광 등 새우잡이 어민들로 이뤄진 ‘새어민회(회장 박봉헌·58)’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산 최상품 새우육젓 1드럼(200㎏)에 700만원선이었으나 올해는 140만∼2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올 어획량은 예년 수준이나 최상품 비율이 2% 선에 그치고 있어 어민들이 울상이다. 또 새우육젓 가운데 중·하품은 지난해의 6분의 1 수준인 80만∼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2∼2003년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수입된 새우젓은 12만∼13만드럼으로 국내 생산량(6만드럼)의 두 배 이상이다. 이 같은 수입산은 관세(58%)를 물고도 드럼당 30만∼40만원에 들여온 뒤 국내산으로 둔갑해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새어민회’ 박봉헌 회장은 “식품위생법상 원산지 허위표시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이나 원산지 미표시는 5만원에 그친다는 점을 악용, 판매상들이 벌금을 물더라도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판다.”고 개탄했다. 이어 “신안 새우젓은 살이 통통하고 각종 새끼고기들이 뒤섞여 있으나 수입산은 살이 적고 잡것이 없는 깨끗한 상태지만 소비자들은 구별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신안·목포·영광에서는 국내산 새우육젓의 100%, 새우젓의 80%를 생산한다. 육젓은 가을에 잡아 담근 추젓에 비해 영양가도 높고 값도 비싸다. 새우잡이 어민들은 “새우육젓이 드럼당 최소한 400만∼500만원은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새어민회 소속 새우잡이 어선 280여척(척당 6명 승선)이 5만여드럼을 잡아 27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서피] 주룩주룩 칼국수는 내리고

    여름 초입 몇 주 동안 이어지는 비는 더위로 지친 몸을 급작스레 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장마철에는 찬 음식보다는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이 더 생각난다. 빗소리를 들으며 후후 불어 먹는 칼국수 한 그릇은 어떨까. 바지락을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다진 양념으로 올린 청양고추는 코끝을 알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손으로 척척 찢어 올린 겉절이 김치와 어울리는 정감 있는 맛이 일품이다. 이번 주말 출시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 KBS 독립영화관 베스트 컬렉션’은 한여름 무더위 보다 잠시 쉬어 가는 요즘 같은 계절에 더 볼 만하다. 이와이 지의 ‘4월 이야기’ 정서에 소박한 팬터지가 더해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6주의 장마기간 동안 시한부로 돌아온 죽은 아내와 함께 로맨스의 시원을 되밟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물기 어린 숲과 한적한 길은 환상적인 이야기에 윤기를 더한다. 30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새로운 영화 실험의 장으로 한국 영화 발전에 밑거름을 제공해왔다.2003년 수상작에 이어 얼마 전 출시된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DVD에는 학창시절 밤을 지새우며 읽었던 단편소설집 같은 매력이 있다. 퍼붓는 소나기처럼 격정적이고 서늘하며 때로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의미심장한 영화들이 가득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들에게 준 동화책에 ‘비의 계절’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엄마는 정말 그 이듬해 장마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온다. 착한 이야기에 착한 주인공들,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다. 물 냄새가 훅 끼칠 것 같은 비 오는 장면과 밤 장면에서도 또렷한 색상을 표현하는 화질은 명쾌할 정도는 아니어도 꽤 인상적이다. 일본 영화로는 드물게 수록된 DTS 사운드도 입체적인 공간감과 명료한 대사를 표현하는데 큰 몫을 한다. 부가영상으로 일본에서의 기자회견과 메이킹필름,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 KBS 독립영화관 베스트 컬렉션 서울독립영화제 2004년 수상작 5편과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 영화 중 5편을 추려 2개의 디스크에 담았다. 늙은 기지촌 매춘부의 죽음을 다룬 ‘세라진’, 동네 할머니를 미워하는 28살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남자다운 수다’, 굶다 못해 강도짓을 결심하는 중증 장애인의 하루를 그린 ‘배고픈 하루’ 등 소재와 표현방법도 다양하다. 삶의 이면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시선, 분명한 주제의식, 다양한 이야기들과 재기발랄한 영화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DVD의 미덕이다. 이 DVD는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이나 인디비넷(www.indiedb.net)에서 구입할 수 있다.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돼지고기의 새로운 발견

    돼지고기의 새로운 발견

    ■ 돼지고기의 새로운 발견 돼지가 요즘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돼지고기가 중금속 등 공해물질을 정화한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알려진 까닭이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기 시작해 대기오염이나 식수 등을 통해 몸안에 쌓인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밀어낸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연구결과다. 특히 돼지고기의 불포화지방산은 폐에 쌓인 탄산가스 등의 공해물질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탄광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돼지고기를 즐겼다. 또 인·칼륨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수험생의 영양식으로 매우 좋다. 한국 사람들은 연간 평균 17.3㎏의 돼지고기를 먹는다. 이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52%를 차지해 절반을 웃돈다.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많아 웰빙에 어긋난다며 한때 기피식품이었다. 한영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은 “돼지고기에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편견”이라고 일축했다. 돼지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비타민B1을 독보적으로 많이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B1은 체내의 당질이 에너지화할 때 필요하다. 특히 뇌세포와 신경세포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비타민B1이 필수적이다. 돼지고기 100g당 비타민B1은 0.72∼0.96㎎으로 다른 고기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성인이 하루 필요로 하는 양은 1.1∼1.3㎎으로 부족하면 기억력 상실과 집중력 산만, 어깨결림 등을 일으키기 쉽다. 한 원장은 “돼지고기는 조충의 알이나 시모충이 기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날로 먹는 것은 금물이며 반드시 속까지 익혀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돼지고기 가운데서도 삼겹살이나 목살 등이 아닌 항정살·가브리살·갈매기살·볼살 등이 특히 인기다. 이들 부위는 돼지고기 같지 않은 맛이 오히려 매력이다. 항정살은 돼지의 목에서 어깨까지 연결되는 목덜미살로 돼지 한 마리에서 200∼400g 정도 나온다. 모서리살, 치마살, 안살, 천겹살 등으로도 불린다. 살 사이에 하얀색 지방이 고르게 분포되어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맛이 느껴진다. 소고기의 차돌박이 같은 느낌이다. 이런 까닭으로 ‘돼지고기의 진주’라는 칭호도 얻고 있다. 요즘엔 오아시스란 이름으로도 팔리고 있다. 갈매기살은 돼지 내장의 한 부위, 즉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고기. 횡격막을 우리말로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란 뜻에서 ‘가로막’이라고 한다. 이게 발음이 변해서 갈매기살이 됐다고 한다. 가로막살, 안창고기 등으로 불린다. 근육질의 힘살로 고급이라기보다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가브리살은 등겹살 또는 황제살, 등심덧살이라고 불린다. 등심위의 두꺼운 지방층 사이에 약간의 살코기로 소수의 아는 사람들만 먹어 왔던 부위다. 씹는 질감이 부드러우면서 쫀득쫀득한 맛이 난다.‘뒤집어 쓰다’는 뜻의 일본어 ‘가부루’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볼살은 뽈살, 구멍살, 눈살, 아구살로 불리는데 돼지머리의 양쪽 살이다. 한 마리에 200g정도밖에 안 나온다. 고기를 구우면 부풀어 좀 커진다. ■ 도움말 농협중앙회 축산물위생교육원 장영수 교수, 목우촌김제육가공공장(063-540-6700)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류재림·도준석기자 jawoolim@seoul.co.kr ■ 이집이 맛 좀 돼지 고기(482-0415) 서울 천호동 현대아파트 뒤쪽 먹자골목의 ‘고기’는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표방한 집이다. 돼지의 특수부위가 한마리당 200∼400g 정도로 적게 나오는 까닭에 이 집은 대전·충남양돈농협과 계약, 전량을 공급받고 있다. 이 집의 불판 연기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희한하게 생겼다. 구이기의 연통구조와 석쇠 등으로 오너 주방장 김진석씨가 특허까지 받았다. 아무리 먹어도 옷에 고기 냄새가 배지 않게 설계됐다. 고기는 삼겹살도 있지만 볼살(200g·7000원)과 가브리살(300g·8000원)이 대표 메뉴다. 생고기에 참기름과 후추·마늘 등을 넣고 3∼4일 정도 숙성했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다. 두 가지를 비교해서 구워 먹어 보면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볼살은 찰떡처럼 둥글둥글하게 잘라 고소한 맛을 낸다. 볼살보다 더 얇고, 유백색에 가까운 가브리살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양파와 부추를 채썰어 넣은 고추냉이(와시비)에 찍어 먹으면 된다. 대앞(333-5152)과 분당(031-753-9233)에도 있다. 고릴라(756-2003) 서소문 호암아트센터 맞은편 순화동 골목의 고릴라의 주종목은 ‘모서리살’(8000원)로 부르는 항정살이다. 드럼통 스타일로 둥근 탁자를 놓아 운치를 냈다. 고기와 술 한잔하기에 좋은 분위기다. 먹기 적당한 크기로 썬 항정살을 불판에 구워 먹는다. 항정살은 돼지고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씹히는 질감이 유별나게 탱탱하고 쫄깃하다. 약간 매운 고추씨를 넣은 새콤한 양념장에 부추와 양파를 적셔 내는데 비릿하면서도 담백한 항정살과 같이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매콤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뒷맛이 남는 이 집의 소스는 다른 항정살집의 표준이 되다시피 했다. 고기를 먹은 후 나오는 된장찌개는 순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커다란 그릇에 몇 가지 나물을 넣고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사람들도 많다. 토·일요일은 휴무. 떼부짱(514-8770) 서울 압구정동 한양파출소 맞은편 하나은행 골목으로 들어가 프린세스호텔을 지나면 나온다. 압구정동의 야리야리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 ‘물좋은 고깃집’으로 통하며 항정살(9000원)이 전문이다. 한 입에는 조금 크게 잘라 나오는데 굽는 동안 살이 도톰하게 오른다. 약간 조미가 됐다.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육즙이 고소하다. 매운 고추씨를 넣고 만든 새콤, 짭짤한 간장 소스가 항정살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린다. 무채나물·상추 등의 야채와 버무려오는 파무침도 몇 번을 청해서 먹을 만큼 상큼하게 잘 무쳐 내온다. 흔하지 않게 참숯을 사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살얼음을 띄워 오는 새콤달콤한 김칫국의 김치말이국수(5000원)도 괜찮다. 점심은 하지 않으며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못이저(514-4587) 성수대교 쪽에서 관세청4거리 쪽으로 가다 4거리 조금 못 미쳐 신한은행과 GS25편의점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쇠고기가 전문이지만 ‘안살’이라 부르는 항정살을 더 많이 찾는다. 주변의 기름을 말끔히 제거하고 길쭉하고 도톰하게 썰어오는 항정살은 오도독 씹히는 질감이 그만이다.130g에 1만 3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삭은 고추로 만든 소스와 고추씨로 만든 소스 2가지가 있는데 항정살과는 맛이 잘 어울린다. 이밖에 서울 은평구 신사동 지하철 6호선 응암역 2번출구 근처의 신사돼지뽈살(354-6854)은 볼살과 가브리살을, 대전시 관저동 뽈따구이(042-1292)는 볼살 구이, 역시 대전시 중리동 가구거리 근처의 부자고기촌(042-625-2010)은 가브리살로 인기가 높다. 또 남서울CC진입로에서 용인·수지 쪽으로 1㎞쯤 가면 나오는 삼다가(031-719-6692)는 가브리살과 갈매기살, 항정살로 유명하다. 짚불구이 삼겹살로 유명한 일산신도시의 짚불삼겹살(031-901-3363)은 짚불항정살(9000원)을 시작했으며, 경남 창원시 동성아파트 옆의 황철운숯불갈비(055-282-8201)는 갈매기살과 가브리살(각 5500원)을 전문으로 한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의 목우촌명가(063-228-9279)는 삼겹살과 갈비를 제외한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어 부위별로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이정도는 알아야돼지 ●분홍색에 결이 고운 돼지고기를 골라야 고기의 색깔이 약간 분홍색이 나면서 광택이 있는 담회색이 좋다. 지방색은 희고 굳은 것이 대체로 연하고 냄새도 없어 좋다. 결이 곱고 탄력이 있는 고기가 신선하고 어린 돼지고기라 연하고 맛있다. 반면 고기 색깔이 창백하면 퍽퍽한 맛이 나며 진한 암적색인 경우 늙었거나 오래 보관된 고기일 수 있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은 찰떡 궁합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것은 짠맛의 새우젓. 옛날 새우젓 장터로 유명한 마포나루에는 돼지우리가 없었다고 전한다. 이유인즉 음식 찌꺼기로 들어간 새우젓을 먹은 돼지의 장기가 모두 녹아 살아남은 돼지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한영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은 “단백질이 소화될 때 필요한 분해효소는 프로테아제인데 새우젓이 발효되는 동안 프로테아제를 많이 생성해 소화제 구실을 한다.”고 설명한다. 또 새우젓의 짭짜름한 맛이 식욕을 돋우기도 한다. ●된장·생강은 누린내를 잡아 된장과 생강은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는 작용도 하지만, 고기 맛을 깊게 하면서 구수하게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된장을 덩어리지지 않게 골고루 풀어 잘 섞은 다음, 껍질을 벗겨 얇게 저며 썬 생강을 넣고 끓이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무르도록 푹 삶는다. 덩어리 고기를 삶을 때 무명실로 돌돌 감아 모양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살이 단단해지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랩으로 싸서 냉장 보관 냉동 돼지고기는 요리하기 하루 전에 냉장고에서 해동한다. 그러면 고기의 맛있는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아 퍼석거리지 않는다. 또 조리 직전에 고기를 자르되 고기 결과 직각이 되도록 썬다.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3배나 빨리 상하는 까닭에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기 덩어리째 보관하면 1주일가량 냉장고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랩으로 싸면 냉장실에서도 3일간 보관이 가능하다.
  • [이번 주말엔 외식할까]

    ●W서울워커힐 아시아식당 나무(2202-0222)는 1일부터 송어와 아보카도가 어우러진 스시 무롤(1만 8000원), 단새우 타타르와 세브루카 캐비어(2만 5000원)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나무의 단품은 1만 5000원, 세트는 4만 5000원부터.●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아시아식당 아시안라이브(3430-8620)는 1일부터 천연 향신료를 이용한 심플한 건강음식 인도요리를 선보인다. 양갈비구이·난(인도식빵)·탄두리치킨 등이 나온다.1만 8000원부터.●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310-7345)은 8월 말까지 정통 중국식 수타냉면 정식(6만 5000원)을 내놓는다. 정식에는 해산물 키위크림소스냉채·북경식 상어지느러미볶음·중식냉면 등이 나온다.
  • [잘먹고 잘살자] 서울 잠실 석촌호수 ‘호림’

    [잘먹고 잘살자] 서울 잠실 석촌호수 ‘호림’

    20년을 꾸준히 한 자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집의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서울 잠실 석촌호수 근처에 자리잡은 호림은 참치와 함께 한 세월이 20여년인 ‘참치도사’ 장성순 사장과 10∼20년차 주방장이 제대로 된 참치회 맛을 선사한다. ‘강력 추천’ 메뉴는 정식스페셜세트. 이 메뉴를 주문하면 특이하게도 밑반찬이 채 깔리기도 전에 참치 광어 도미 방어 개불 전복 등 회가 먼저 나온다. 다른 먹을거리로 혀끝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찬물로 입을 한번 씻어내고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면 순수한 회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깻잎·상추에 싸먹는 것도 장 사장은 권하지 않는다. “참치를 먹을 때 참기름장에 찍어 김에 싸먹는 것은 참치 부위별 독특한 맛을 감추어버리죠. 각기 먹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추냉이와 간장을 살짝 찍어 먹는 게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느끼는 방법입니다.” 가장 먼저 젓가락을 댄 광어는 유독 투명하다. 전남 완도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인삼 당귀 유자 대나무숯 등 20가지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환을 먹인 한방광어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온다. 회 한 점 한 점이 물컹거리지 않고 탄력이 느껴진다. 생선을 거즈로 3∼4시간 덮고 0도에서 숙성시켜 쫄깃한 맛을 더했다. 회와 함께 먹는 밝은 크림색의 초생강과 랏쿄도 시거나 맵지 않고 새콤달콤 아삭거린다. 회를 즐기는 사이 삼치·장어구이 새우튀김 매운탕 알밥 초밥 캘리포니아롤 등이 한상 가득,6만∼7만원짜리 정식과 비슷한 차림이 됐다. 이러고도 가격은 2만 5000원. 참치회의 고급 부위를 조금 덜 넣고, 호텔 일식당에 횟감을 납품하는 유진수산에서 직접 질 좋은 회를 공급받아 가격대를 낮출 수 있었다. 평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이 스페셜메뉴를 맛볼 수 있고 특별히 가족나들이가 많은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하루종일 제공해 생선회를 좋아하는 가족들의 외식에 적극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英, 신라면 수입금지

    |런던 연합|영국 식품기준청(FSA)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농심의 신라면과 새우깡, 짜파게티 등 라면과 스낵류 20종에 대해 수입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8일 FSA 웹사이트(www.food.gov.uk)에 따르면 농심 제품은 방사선 처리를 한 원료들이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포장지에 표시하지 않아 이같은 처분을 받았다. FSA는 농심의 라면과 스낵류 20종이 방사선 처리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한 ‘식품상표규정 1996’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식품 경보’를 발동했으며 농심 제품을 직수입하고 있는 영국의 수입업자가 관련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FSA는 방사선 처리도 인가된 시설에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농심 제품의 영국 수입과 판매는 ‘식품 규정 1990’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FSA는 방사선 처리 자체가 식품 안전에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하지 않았고 방사선 노출량을 엄격히 제한하는 인가 시설에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식품 경보를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에 대한 방사선 처리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방법으로 식품의 맛 등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아 여러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77) 獅子吼(사자후)

    儒林 (364)에는 ‘獅子吼’(사자 사/어조사 자/으르렁거리는 소리 후)가 나온다. 이 말은 원래 부처님의 위엄있는 설법(說法)을 가리킨다.字意(자의)로 본다면 ‘사자가 咆哮(포효)하여 百獸(백수)를 놀라게 한다.’는 말로 ‘크게 열변을 토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또 ‘嫉妬心(질투심)이 강한 여자가 男便(남편)에게 암팡스럽게 辱說(욕설)을 퍼붓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獅’자는 意符(의부)에 해당하는 ‘ ’(견)과 音符(음부)인 ‘師’(스승 사)가 결합된 形聲字(형성자)다. 여기서 은 ‘犬’(견)의 變形(변형)인데 개의 象形(상형)이다. 이 들어있는 글자는 대부분 개와 비슷한 짐승,野獸的(야수적)인 性質(성질)이나 行爲(행위), 또는 사냥과 관련이 있다.‘獅’의 用例(용례)에는 ‘獅子舞(사자무:악귀를 쫓고 복을 맞아들이는 놀이로 사자 같은 분장을 하고 춤을 춤),獅子奮迅(사자분신:사자가 성낸 듯 그 기세가 거세고 날램) 등이 있다. ‘子’는 어린아이를 그린 象形. 본 뜻인 ‘아기’ 외에도 ‘자식, 열매, 남자, 선생님, 그대’와 같은 여러 뜻이 있다.‘子誠齊人(자성제인:견문이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이름),亂臣賊子(난신적자: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君父를 죽이는 악인),諸子百家(제자백가:춘추전국 시대의 여러 학파)’ 등에 쓰인다. ‘吼’는 ‘口’(구)와 ‘孔’(매우 공)이 결합된 글자로 ‘짐승이 성내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본래의 뜻이며,‘요란한 소리를 내다’라는 뜻이 派生(파생)되었다.用例에는 ‘吼怒(후로:성내어 으르렁거림),吼號(후호:소리를 높여 부르짖음),叫號(규호:큰 소리로 울부짖음)’ 등이 있다. 宋(송)나라 道源(도원)이 편찬한 景德傳燈錄(경덕전등록)의 記錄(기록)에 의하면,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天上天下 唯我獨尊(천상천하 유아독존:우주 속에 나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이라 하면서 獅子吼(사자후)를 내었다고 한다. 또 空(공)의 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維摩詰所說經(유마힐소설경)에 의하면 석가모니 說法(설법)의 威嚴(위엄)은 마치 사자가 부르짖는 것과 같고, 그 解說(해설)은 雨雷(우뢰)와 같아 聽衆(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宋(송)나라의 陳季常(진계상)이라는 사람은 중국의 대표적인 恐妻家(공처가)에 속한다. 그는 天性(천성)이 착하고 친구들과 즐겨 어울리며 술과 歌舞(가무)를 즐겼다. 그런데 그의 아내인 柳氏(유씨) 앞에서는 주눅이 들곤 하였다. 그녀는 남편이 손님을 초대하여 술상을 벌이는 중에도 몽둥이로 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 雰圍氣(분위기)를 망쳐놓기 일쑤였다. 때마침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蘇東坡(소동파)는 陳季常의 處地(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가련하구나, 용구(진계상)의 삶이여(龍丘居士亦可憐)/밤을 지새우며 佛法(불법)의 진리를 논하였네(談空說有不眠)/갑자기 들려오는 아내의 앙칼진 고함소리에(忽聞河東獅子吼)/넋을 잃어 손에 잡은 지팡이마저 놓치네(柱杖落手心茫然)”라고 읊었다. 여기에서 由來(유래)하여 獅子吼는 ‘질투심이 강한 여자가 체면 불구하고 남편에게 고함을 지른다.’는 뜻으로도 쓰였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태국, 꼬사무이와 발리를 즐기자

    태국, 꼬사무이와 발리를 즐기자

    ■ 海피海피 태국 가족여행 세상엔 아름다운 곳도, 가고 싶은 곳도 많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여름휴가는 단 1주일.1분이라도 헛되지 않게 휴가를 즐기고 싶은 직장인들은 비행시간이 5시간 남짓인 동남아를 최고의 휴양지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옥빛 바다의 휴식과 역동적인 해양스포츠, 현란한 불빛의 번화가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유가 무한정 펼쳐진 태국이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피곤한 몸을 풀어주는 타이마사지, 마음의 피로를 걷어내는 경쾌한 파도소리, 야자수 사이로 비추는 어스름한 달빛, 맛있는 해산물과 라이브 음악, 발길을 붙잡는 값싸고 다양한 토산품 등 태국의 매력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그중에서도 오래오래 추억에 남을 휴가를 원한다면 태국의 꼬 사무이가 최고다. 꼬 사무이(태국)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방콕행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는 좋았다! 방콕공항에서 여행의 첫번째 태클을 만났다. 방콕공항에서 사무이섬으로 들어가는 국내선터미널을 찾는 게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공항 직원에게 물어볼 것을, 셔틀을 탈 것을…. 객기 부리다 무려 30분을 걸었다. 힘겨운 여행의 신호탄인 듯한 불길한 예감. 겨우 찾은 방콕항공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정도 날아간 사무이는 공항에서 만난 불안함을 확 씻어낸다. 구름 아래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는 물감을 진하게 풀어놓은 듯한 깊은 옥빛이다. 곳곳에 보이는 새하얀 백사장, 우거진 야자수, 수면 위로 우뚝 솟은 절벽…. 다다를 수 없을 것 같던 ‘지상낙원’이 눈앞에 펼쳐지자 마음이 탁 트인다. ●드디어 왔다! 사무이 푹푹 찌는 서울을 떠나 찾아간 꼬 사무이(Koh Samui·koh는 태국말로 섬이다.) 태국의 꼬 피피에서 휴가를 보내고 태국의 매력에 푹 빠져 다음 행선지는 사무이섬으로 잡았다. 그 후 2년만에 드디어 사무이섬에 안착했다. 사무이섬으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방콕에서 사무이섬까지 연결된 국내선인 ‘방콕항공(Bangkok Airways)’을 타고 가거나, 배를 타는 방법이다. 인천~방콕~사무이섬 구간 왕복항공료는 60만원, 인천에서 섬까지 들어가는 데 8시간정도 걸린다. 더 싸게 가고 싶다면 배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방콕에서 12시간을 운행하는 야간버스를 타고 수랏타니에 도착한 뒤 배를 이용해 사무이섬에 도착한다. 약 2만원 정도로 무척 싸지만 18시간 이상(인천에서 섬까지는 24시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신비로운, 그리고 역동적인… 사무이 공항은 공항이라기보다는 아담한 간이역 같다. 벽 없이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로 지붕을 만든 공항에서부터 열대지방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숙소도 대부분 이런 분위기다. 방문을 열면 사방이 야자수다. 열대나무로 덮인 아늑한 산책로를 따라, 시원한 파도소리를 향해 걸어가면 깊은 옥빛의 바다가 펼쳐진다. 사무이 서쪽과 북쪽의 일부 해안은 바닷물이 밀려나가 낮에는 바닥을 드러내지만 섬 동쪽의 차웽(Chaweng)해변과 라마이(Lamai)해변은 언제나 바닷물이 깨끗하고 맑다. 특히 차웽해변은 백사장이 7㎞에 이르고 파도가 높아 바다를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옥빛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데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이 최고다. 보통 앙통해양국립공원(Angtong Marine National Park)이나 꼬 따오(Koh Tao)에서 즐긴다. 해양국립공원(입장료 어른 200바트·아이 100바트)은 옥빛 바다 위에 솟은 40여개의 섬이 절경을 이룬다.1시간3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 도착한 곳은 매코(Mae Ko). 바닷물이 들어와 호수를 이룬 탈레나이(Thale Nai)가 있다는 곳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도착한 정상에 짙은 초록의 숲과 에메랄드 바다빛의 호수가 조화를 이룬 탈레나이가 펼쳐진다. 반대편에는 십수개의 섬이 신비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얻어낸 선물이다. 스노클링이나 카약을 즐기는 곳은 국립공원의 총감독청이 있는 우아딸랍(Wua Talap)이다. 한국의 가을하늘 같은 파란 바다 속에서 물고기와 헤엄치는 행복은 값으로 따지기 힘들다. 더욱 역동적인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꼬 따오(Koh Tao)로 가는 것이 좋다. ●조용한, 그러나 화려한… 사무이 시내의 낮은 조용하다. 관공소가 모여 있는 서쪽의 나톤(Nathon)지역을 제외하고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다.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차웽과 라마이는 저녁이면 화려한 불빛의 번화가로 변한다. 각종 식당과 옷집, 태국의 명물인 마사지숍, 패스트푸드점 등이 몰려있다. 섬이 작아 정반대인 나톤해변에서도 40분정도, 택시로 500바트 정도면 갈 수 있다. 거리에는 민소매티셔츠, 시원한 통바지, 귀여운 티어드스커트(층을 이룬 치마) 등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 많다. 브랜드숍도 있지만 워낙 싼 물건들이 많아 발길이 미치지 못한다. 태국의 명물 ‘타이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너무 많아 선택하기 곤란하다면 우선 깨끗한지, 그리고 마사지사가 숍 앞에서 ‘노닥거리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가격은 발마사지가 한시간에 120바트, 전신마사지는 200바트, 오일전신마사지는 350바트 정도로, 대부분의 숍이 비슷한 가격대를 이룬다. 전신마사지 한시간은 약간 아쉽고 피로를 풀기에는 2시간이 적당하다. ●깎는 재미에 산다 태국 여행의 묘미는 역시 ‘흥정’. 택시를 탈 때도 덮개를 씌운 버스인 쏭타오(Songtao)를 이용할 때도 요금 흥정이 먼저다. 차웽이나 라마이에서 즐기는 사무이섬의 쇼핑은 흥정의 맛을 더한다. “How much(얼마예요)?”라는 질문에 상인들은 계산기를 들이대며 원하는 가격을 찍는다. 이대로 주면 당신은 태국상인의 ‘봉’이다. 우선 절반부터 깎아보자. 수를 놓은 500바트짜리 치마는 한꺼번에 3개를 사는 조건으로 700바트를,450바트짜리 아이들 옷은 2개에 500바트를 주었다. 웬만큼 ‘어이없는’ 가격이 아니면 절반까지 깎을 수 있다. ●네 멋대로 먹어라 해산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곳은 보풋(Bophut) 해변에 있는 시푸드마켓(또는 피셔맨스 빌리지·Fisherman´s Village)과 차웽이다. 시푸드마켓에서는 해변에 가까운 식당에서 파도소리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랍스터나 큰새우는 100g에 120바트, 감자튀김·샐러드 등은 70∼80바트, 음료는 50∼60바트 정도다. 해산물을 쌓아놓고 먹어도 우리나라 고급식당에서 랍스터 한마리 먹은 값에 못미친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재료를 선택하고, 점원에게 원하는 요리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아는 단어를 모두 떠올려 말하면 된다. 보통 랍스터는 마늘과 익혀(steam with garlic) 먹는데, 버터에 볶거나(fry in melted butter) 버터를 발라 그릴에 구워도(grill with spread butter) 맛있다. 새우는 그릴에 구워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 ■ 알고 가세요 ●꼬사무이는 동서로 21㎞, 남북으로 25㎞, 면적 247㎢. 태국에서 푸껫, 꼬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크고 작은 30여개 산들이 있고, 섬 둘레를 따라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을 띠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보통 태국의 우기에 속하는 5∼11월이 사무이섬을 즐기기에 좋다.6∼8월에는 후텁지근하지만 파도가 가장 잔잔하다. ●숙박은 방갈로보다 대형리조트가 많아지는 추세. 호텔·리조트는 보통 1박에 1000바트부터, 에어컨이 있는 방갈로는 700∼1000바트선이다. 천장에 큰 선풍기가 달린 방갈로는 더 싸지만 밤에 더워 잠들기 어렵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반다라리조트’는 150개의 객실과 29개의 빌라를 갖춘 곳. 널찍한 수영장이 한가운데, 또 다른 수영장은 바다에 접해 있다. 룸은 5500∼8500바트, 야외욕조와 작은 풀을 갖춘 빌라는 1만 2000바트.bandararesort.com 한번쯤 최고급 여행의 느낌을 가져보고 싶다면 서남쪽 탈링 응암 해변에 있는 ‘르 로열 메르디앙 반 탈링 응암’을 추천. 모든 방의 발코니에서 해변을 바라볼 수 있다. 고급 스파, 짐 톰슨 숍, 미용실, 수영장 등이 한곳에 있고 작은 계단을 따라가면 해변으로 바로 나갈 수도 있다. 딜럭스룸은 300∼350달러, 빌라는 470∼820달러.kohsamui.lemeridien.com ●교통수단은 오랜 기간 머무는 관광객은 오토바이나 차량을 렌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왼쪽 통행이라 헷갈리기도 하지만 섬 일주를 하기엔 역시 렌트를 하는 게 편하다. 보통 하루에 150∼300바트 정도. 지프를 렌트하는 데는 각종 보험에 들어있는 것이 하루 600바트, 오토변속기는 1200바트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벌금 500바트를 문다. ●가볼 만한 곳 섬 전체에 걸쳐 해양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 보통 방콕·파타야 여행일정에서 즐길 수 있는 코끼리트레킹(700∼900바트), 원숭이 극장(80∼150바트), 아쿠아리움·호랑이 동물원(200∼350바트·호랑이 동물원 100바트 추가), 악어농장(100∼250바트), 뱀농장(150∼250바트)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높이 17m에 이르는 거대한 불상이 있는 ‘빅부다’ 해변,20여년전 열반의 경지에 오른 승려의 미라가 안치된 ‘미라 사원’, 남녀의 성기를 닮은 바위가 있는 ‘힌따 힌야이(Hin Ta Hin Yai)’, 섬 중간 산 속에 있는 비밀정원 강추. ■ 발리서 사랑을 되찾다 고단한 일상에 지쳐 연인의 얼굴마저 뜨악해질 때, 남태평양 작은 섬 발리로 떠나보자. 호사스러운 호텔에서의 하룻밤,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함께 하는 저녁식사,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 산책…. 그동안 잊고 지내던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떠날 땐 무덤덤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년 소녀처럼 홍조 띤 얼굴이 되는 곳…. 발리는 연인의 향기와 체온을 되찾아주는 환상의 ‘사랑섬’이다. 발리(인도네시아)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발리는 아름다운 바다와 푸른 하늘, 부담 없는 가격의 호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 제주도 3배 크기의 섬으로 곳곳에 깨끗한 해변이 펼쳐져 있고, 내륙에는 태곳적 원시림을 간직한 산과 계곡이 널려 있어 휴식과 놀이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젊음이 살아 숨쉬는 해변 발리에서 제일 먼저 가 볼 곳은 남부의 꾸따해변.1960년대 히피와 서핑객들이 몰리면서 개발되기 시작한 발리 최고의 해변이다. 바닷가 여기저기 팔베개를 하고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야, 그림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피부색과 인종은 달라도 사랑의 표현은 같은 법. 주변의 다양한 카페와 클럽에서 이국적인 밤을 보내기에 좋다. 좀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짐바란 해변에서의 저녁식사를 권한다. 짐바란 해변을 따라 늘어선 시푸드식당에서는 갓 구워낸 싱싱한 바닷가재, 새우, 조개를 먹을 수 있다.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해와 바다로 나가는 작은 배의 실루엣이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리아(081-2390-7411)는 깨끗하고 친절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랍스터, 새우 등 2인 기준으로 35만루피 내외. 픽업서비스를 하므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면 좋다. 누사두아해변은 발리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코코넛 나무가 길게 늘어선 4㎞ 정도의 백사장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사누르해변은 해변호텔과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분위기는 번잡한 쿠타해변과 점잖은 누사두아해변의 중간. 특히 산호초와 흰모래가 아름다운 해변이 자랑거리다. ●변치 않는 사랑의 맹세 발리관광의 필수코스는 사원탐방. ‘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발리에는 사원이 많다. 파란 바다가 앞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서 있는 사원에 들어서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타나롯 해상사원에 가보았다. 바다로 둘러싸인 거대한 바위 위에 세워진 사원으로 밀물 때면 바위가 잠기면서 사원이 마치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사원에만 취해 있지 말고 연인의 손을 잡고 빌어보자.“우리 사랑이 영원하게 해주세요.”석양에 붉게 물든 사원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그 날의 감동과 사랑을 가슴 깊숙이 묻어두자. 살면서 영원히 추억할 수 있도록….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100m 위에 세워진 사원인 울루와투사원도 절경. 이곳은 영화 빠삐용의 탈출 장면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재미가 기다려요 덴파사에서 북쪽에는 발리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우붓이 기다린다.‘발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이곳에는 사원, 박물관, 미술관,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다양한 발리 전통 무용, 음악, 그림과 음식 등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일상에 쫓겨 미술관 한번 제대로 찾지 못하는 연인들의 갈증을 풀어줄 만한 곳이다. 멋진 카페들이 많아 커피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비싸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없다. 걷다가 마음이 끌리면 무조건 들어가도 된다. 커피든 요리든 우리나라 가격의 3분의 1도 채 안된다. 연인과 오랜만에 폼나게 먹고 마실 수 있다. 카페 로터스(0361-975660)는 아름다운 연꽃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힌두 사원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저녁이면 조명을 받아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력. 메인 요리는 2만루피아 내외다. 과일 디저트 1만루피아, 맥주 1만 6500루피아로 비싸지 않다. 마야우붓(0361-977888)은 리조트 내에 위치한 식당으로 숲이나 초원을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어디든지 원하는 자리에 파라솔을 펴주고 서빙을 해준다. 런치코스가 9만 5000루피아 정도. 이밖에 스미냑지역에 쿠테타(0361-736969,www.kudeta.net)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도 소개된 곳으로 스미냐크 비치를 마치 전용 바다처럼 쓰고 있는 곳.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뿐 아니라 바다쪽으로 조명이 설치돼 있어 로맨틱한 저녁식사와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메인요리가 10만루피아 내외.HUU(0361-736443)는 오픈된 오두막처럼 생긴 퓨전바로 연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야외쪽이 인기.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마시는 칵테일 한잔은 환상 그 자체다. 칵테일과 맥주가 1만 5000∼3만루피아. 섬 북부에 킨타마니 화산, 신이 지켜주는 호수라는 거대한 바트루호수, 바트루산에서의 일출, 베두굴, 부라탄호수도 사랑의 추억을 남기기에는 그만이다. ●비자가 필요해요 2004년 2월부터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자발급은 까다롭지 않다. 특별한 서류도 필요하지 않고 돈만 내면 공항에서 스탬프를 찍어 도착비자를 발급해준다. 체류기간 3일이내는 10달러(USD),3∼30일 이내는 25달러. 발리를 포함한 인도네시아는 반드시 여권 유효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하며 귀국 항공권을 소지해야 한다. ●미리 알고 가세요. 통화는 달러와 루피아가 통용되지만 루피아를 쓰는 것이 좋다. 1달러(USD)에 약 9000루피아. 인천공항에서도 루피아 환전이 가능하다. 현지에서는 달러의 환율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장 환율이 좋다. 헌 지폐나 2002년 이전 발행 지폐는 환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꼭 최근에 발행된 달러로 바꿔 가야한다. 택시비는 약간의 흥정이 필요하지만 워낙 싸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없다. 보통 20∼30분 거리는 우리 돈으로 4000∼5000원 수준.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으며 가루다 항공과 에어파라다이스 항공이 인천에서 발리까지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자카르타에서 국내선으로 바꾸어 발리로 가며, 싱가폴 항공은 인천에서 싱가포르, 싱가포르에서 발리로 간다. 직항의 경우 7시간 정도 걸린다. 패키지로는 가야여행사(02-536-4200)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1대1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패키지 여행상품 가격은 3박5일 기준 150만원 내외. 관광일정과 식사메뉴는 현지에서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1) ‘로맨틱’한 섬 하와이 (5) 프랑스 남부 코트 다쥐르 (3) 장엄한 캐나다 로키산맥 (4) 동서양이 만나는 싱가포르 (2) ‘밤의 신천지’ 중국 상하이 지구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섬 하와이. 굳이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신혼여행의 대명사’로 검증된 파라다이스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하와이인들만의 알로하 정신, 유서 깊은 전통문화 등 관광지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와이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8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화산섬으로 8개의 큰 섬과 1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와이에서는 다양한 온도와 고도, 기후를 경험할 수 있다. 빅 아일랜드는 하와이에서 유일하게 스키를 탈 수 있는 곳. 이른 아침 거대한 휴화산 등성이에서 스키를 타고 오후에 따뜻한 태평양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하와이다. 항공과 호텔을 포함한 4박5일 자유여행 상품이 220만∼240만원대. 하와이관광청(www.gohawaii.or.kr),(02)777-0033. 중국 상하이는 아름다운 야경, 식민지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 중국의 전통 정원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몰려 있다. 황푸강을 중심으로 예스러운 푸둥 지역과 현대식의 푸시 지역이 이색적인 대비를 이룬다. 가볼만한 명소로는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탑과 명나라때 관료가 부모를 위해 지었다는 중국 정통 정원 예원(豫園·위위안)이 볼 만하다. 특히 예원을 둘러싸고 있는 시장은 각종 토산품 등을 살 수 있는 쇼핑 천국. 이 곳에서는 전세계 가짜 명품을 판다.350m높이의 동방명주탑에서는 상하이의 전경을 내다볼 수 있다. 중국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신천지는 서양식 바(Bar) 거리로 최신 유행의 밤문화가 펼쳐진다.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첨단 나이트클럽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왕복 항공료는 40만∼50만원대. 항공과 호텔을 묶은 에어텔은 60만∼80만원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40만∼60만원대. 중국국가여유국(www.cnta.com/lyen),(02)773-0393. 캐나다에는 13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있는데 그 중 5개가 장엄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앨버타 주에 속한다. 앨버타주에서는 캐나디안 로키의 절경을 감상하고 5개 세계자연유산지를 돌아보며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과 헤드 스매시트 인 버팔로 점프, 공룡 주립 공원, 밴프 & 재스퍼 국립공원,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 등을 둘러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차로 1주일. 찬찬히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고 싶다면 2주 정도는 잡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과 에어캐나다, 싱가포르 항공에서 밴쿠버 왕복 운항하는데 왕복 항공료는 130만∼190만원. 숙소는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며 3성급 호텔이 1일 15만원 수준이다. 캐나다관광청(www.travelcanada.or.kr),(02)733-7790.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싱가포르는 ‘작지만 큰’ 도시국가. 문명에 찌들지 않은 야생 자연에서부터 최첨단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1년 내내 각양각색의 축제와 행사로 가득하고, 거리에는 젊음의 활력이 넘친다. 쇼핑과 음식의 천국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여행의 장점은 항공과 호텔만 예약하면 여행 안내서와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려움없이 여행할 수 있는 것. 여러 관광지가 있지만 센토사 섬과 주롱새공원, 나이트 사파리, 덕투어, 멀라이언 파크 등은 빼놓지 않는 게 좋다. 싱가포르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하루 4∼6편의 직항편을 운항한다. 왕복 항공료(성수기 기준)는 50만∼70만원, 항공과 호텔을 묶은 에어텔은 60만∼80만원,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40만∼80만원 정도. 싱가포르관광청(www.visitsingapore.or.kr),(02) 399-5570.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코트 다쥐르 지방.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이나 휴양도시 니스같은 아름다운 도시들이 이곳에 있다.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휴양과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프랑스나 외국의 부유층들이 이곳에서 별장을 지어 놓고 휴가를 보내는 코트 다쥐르는 고급스러운 휴양지 이미지에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다. 이탈리아와 마주한 국경 부근에는 이 지방의 독특한 풍경이 배어있는 작은 마을 망통도 있다. 서울에서 파리행 비행기는 대한항공, 에어프랑스가 각각 오전 10시25분과 오후 1시55분 2차례 운항한다. 파리 샤를르 드골공항과 오를르 공항에서 니스행 국내선을 탈 수 있다. 체력에 자신이 있고, 낭만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니스행 야간 기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 니스행 왕복항공권을 살 수 있는데 항공료는 120만∼190만원선. 숙박은 3성급 호텔이 10만원 안팎이다. 프랑스관광청(kr.franceguide.com),(02)776-9142.
  • 출장비행기 도서관삼아 20년 영어공부

    국내 대그룹 임원이 ‘한영표현사전’(수학사刊)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올 3월 LG전자 베이징 정보통신 마케팅 담당 상무를 그만두고 LG베이징타워 건설 마케팅 담당(CMO) 임원으로 있는 김만식(56)씨. 웬만한 영어 전문가들도 엄두조차 내기 힘든 작업에 기업인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1979년 금호실업 영국지사에 근무할 때부터 최근까지 틈틈이 메모하거나 수집해온 영어 관용표현 가운데 5000여개를 뽑아 책으로 냈다. 일상생활 현장에서, 국제회의 석상에서, 사업 파트너와의 협상 테이블 등에서 외국인들이 직접 쓰는 표현들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현장감과 정확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20여년 전부터 꼭 한번은 해보고 싶어 차곡차곡 틈나는 대로 준비했던 일인데 막상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까 욕심만큼 안돼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다.”고 겸손해 했다. 대기업 임원, 그것도 해외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있으면서 언제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할 시간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해외마케팅을 담당하다 보니 미국과 유럽 등 외국 출장이 잦았다. 기내에서 보내는 12∼16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자료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의 출장 가방에는 항상 두꺼운 사전 두 권이 회의 자료와 함께 들어 있었다고 한다. 기내에서 꼬박 새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김씨는 LG전자 내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영어통’이었다. 외국인 상대와 영어로 협상할 때 절대로 밀리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협상을 성공시키거나 상대방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정확한 영어 표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철저하게 사전에 준비했다. 이래저래 모아놓은 자료가 사과박스로 15개가 넘는다. “자료를 혼자만 참고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아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G전자 미국지사장·법인장·해외사업담당 임원을 지낸 김씨는 영어전문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글쎄요.”라고 얼버무렸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악입문 25년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

    열정과 사랑으로 휘감는다. 생명과 환희로 빚어낸다. 시원(始原)은 흥얼거림이다. 즉흥적이지만 틀을 깨며 희로애락을 넘나든다. 고요인가 싶더니 폭포수처럼 토해낸다. 맞다. 작곡이라는 개념을 벗어던진다. 국악 시 가요 재즈를 끌어들여 온갖 고생으로 살아온 몸과 마음에 절인다. 반주라야 북이나 피아노, 하지만 절묘한 생동감의 조화를 이룬다.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있고, 장아찌같은 맛깔스러움으로 다시 듣고 싶어진다. ●박자틀 깬 특유의 창법 “하얀 찔레꽃/순박한 찔레꽃/별처럼 슬픈 찔레꽃/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밤새워 울었지/아, 노래하며 울었지/아, 춤추며 울었지/아, 당신은 찔레꽃”(장사익 시·곡 ‘찔레꽃’) ‘국민소리꾼’ 장사익(57)씨. 전직 카센터 직원, 독서실 운영, 가구점 총무, 전자회사 직원, 보험회사 직원…. 방랑과 고난의 길에서 느즈막한 마흔여섯에 ‘찔레꽃’으로 정식 가수가 됐다. 이후 특유의 창법으로 ‘장사익 류(類)’라는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구축하면서 ‘이 시대의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에는 더욱 절정의 소리를 토해낸다. 속도경쟁의 무한시대를 비웃듯 ‘느림의 미학’으로 팬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는다. 오라는 곳도 많고 갈 곳도 많다. 돈이 되든 안되든 ‘뒤풀이’자리를 좋아한다. 그럴 때마다 기립으로 노래를 따라하니 이보다 더 아니 좋을 수 있으랴. 장씨는 올해로 국악에 입문한 지 25년을 맞는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자택에서 만났다. 갈옷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집앞까지 마중 나왔다. 원래 바쁜 일정으로 인터뷰를 사양했다. 또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은 가파른 북한산 자락에 떡하니 걸터앉은 듯했다.10여평의 잔디마당에 들어서자 바람의 종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학교종이 땡땡땡’을 비롯, 절간 처마밑에 달린 풍경(風磬) 등 10여개가 마당 한켠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손님을 맞았다. 장씨는 “이놈들은 가끔 오케스트라처럼 반주역할을 한다.”며 웃는다. 이때 참새 몇마리가 휙 날아간다. 세숫대야 크기의 물받이 돌그릇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저긴 참새들이 목마를 때 잠시 들렀다 가는 놀이터”라고 했다. 또 마당 한가운데에는 높이 1m가 채 안되는 ‘토(土)장승’이 몇개 있었다. 노래부르는 장씨 자신의 형상도 있었다. ●북한산자락서 신선처럼 여유 이어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통유리의 벽이었다. 시골집 대문짝이 바닥에 고즈넉하니 놓여 있었다. 응접용 테이블이었다. 앉자마자 눈앞에 인왕산이 병풍처럼 쫙 펼쳐진다. 문득 이보다 더 좋은 집터가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쪽은 인왕산 정상으로 뻗는 바위능선이지유. 코끼리 콧잔등처럼 생겼시유. 매일 만나지유.” “인왕제색도가 따로 없군요.” “호텔비 내고 살아유. 집은 (죽을 때)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잖아유. 섬이나 마찬가지예유.” “저걸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소리가 나오겠습니다.” “편하게 잠만 자지유.” “경치가 워낙 좋아 부부싸움도 안하시겠네요.” “왜유, 계속 해유.” 이때 병풍에 쓰인 ‘백년가약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하늘 고완선(부인 이름)과 땅 장사익은 금후(今後) 100년 동안 항상 사랑하고 존경하고 늘 행복함을 유지시킨다는 약서(約書)를 씁니다. 단,100년후에는 영원(永遠)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합니다.’부부의 자필사인도 새겨져 있었다. 러브스토리를 물었더니 “우리 집에는 TV도 없다.”고 동문서답이다. “저 콧잔등 바위는 몇수억년됐지유. 여기 앉아 있으면 (자연의)소리와 풍경이 들려오는 것 같아유. 우리가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유. 나무들을 보세유, 사람은 더우면 이동하지만 나무들은 서로 싸움을 안해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겨울이 되면 옷을 홀랑 벗더라도 그대로 서 있지유. 나무와 풀들이 바로 저한테 선생이예유.(사람들은)마음이 오염되면 흰 것을 희게 보지 않아유.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집착을 버려야 일이 되는 것 같아유.” 서울을 떠난 지 40년이 됐어도 순도 100%의 고향사투리는 여전히 버리지 않고 품고 있었다.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지나온 과거가 생각났던지 “빗자루로 쓸면서 걸어왔다.”고 했다. 처음부터 노래를 하려고 욕심을 냈으면 아마 오늘날의 자신과는 많이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노래는 듣는 사람이 공감해야 자신의 소리를 스스로 평가해 달라고 하자 “기쁨과 슬픔,(노래를)들었을 때 ‘아, 그거 내 얘기야.’라는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대신했다. 요새 다들 빨리 가지만 느림속에서 거꾸로 가자, 박자 같은 걸 해체하고, 틀에 박힌 것보다는 정서속에서 삶의 진실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첫소절 중 ‘헤일 수 없이∼’에서 ‘헤’를 길게 강약을 주면 단어 하나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했다. 장씨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삼봉마을에서 7남매중 맏이로 태어났다. 위로 누님 한명, 남동생 둘, 여동생 셋이 있다. 소리의 기질이 많은 부친은 당시 소문난 장구잡이였다.5일시장 등을 다니며 장사를 했지만 7남매 식구들을 겨우 키워낼 정도의 평범한 농가였다. “지가유, 초등학교 5학년때 웅변을 했시유. 동네 뒷산에 올라 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버릇이 됐지유.5년동안 그렇게 하다 보니 소리가 터졌다고 하데유. 가수 남일해 남인수 박재란씨의 가요도 많이 불렀지유.” 웅변할 때는 정치가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곧 ‘밥만 먹고 살자.’로 선회했다. 그래서 1965년 상경해 선린상고에 진학했다. 전 프로야구 선수 김우열씨와 동기동창이다. 역도부 학생들이 입장권을 주며 야구장으로 몰아내는 바람에 야구 구경도 많이 했다. 고 3때 종로 화신백화점 근처의 고려생명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이때 인근 낙원동 음악학원에 다니며 노래연습을 했다. 직장생활 3년후 군입대를 했다. 공병주특기였지만 소리솜씨가 좋아 31사단 문선대에서 근무했다. 나훈아 배호 신중현 등의 노래를 워낙 잘 불러 문선대의 대표가수로 활약했다. 72년 제대후에는 가수의 길로 나서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또 장남의 도리를 할 겸 직장을 구했다. 작은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74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실직했다. 여기저기 직장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전자회사 영업사원도 해보고 노점상도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 야간대학에 다녔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쪼들림의 연속이었다. ●단소,·피리 등 대부분 독학으로 익혀 10여년 방랑끝에 84년 서울교대 뒤쪽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사업의 길로 들어선다.2년 후에는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곧 문을 닫아 다시 백수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던 90년 매제의 도움으로 카센터에 취직했다. 직책은 ‘사무장’이었지만 오는 손님들한테 커피를 타주고 말을 걸어주는 ‘시간땜방’이었다.3년을 그렇게 보냈다. 92년말이었다.‘이모양 이꼴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듬해 국악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실 80년부터 국악에 입문해 공부를 계속해 왔던 터였다. 처음 1년동안 단소를 배웠고,5년 동안 피리를 익혔다.86년에는 태평소를 배웠다. 스승에게 사사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독학이었다. 93년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때마침 그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공주농악’으로 장원에 뽑혔다. 또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결성농요’로 대통령상을 탔다. 이듬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도 ‘금산농악’으로 장원에 올랐다. 94년 11월 주위의 권유로 서울 신촌에서 첫공연을 했다.100석규모의 극장에는 3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1집앨범 ‘하늘가는 길’을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 데뷔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엄청 고생했시유. 다 말로 표현할 수 있남유. 울며 웃으며 예까지 왔지유. 한국적인 된장냄새로 삶의 진실과 정직을 담아내야지유.” 아들 둘은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피리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1949년 충남 홍성 출생 ▲ 68년 선린상고 졸업, 고려생명보험 입사 ▲ 70년 육군입대 ▲ 72년 문선대 활동후 제대, 무역회사 입사 ▲ 80년 국악입문. 정악피리와 태평소·대금산조 등을 배움 ▲ 84∼86년 독서실 운영 ▲ 90∼92년 카센터 근무 ▲ 93년 사물놀이와 농악활동 ▲ 94년 장사익 소리판 ‘하늘가는 길’로 가수 데뷔 ■ 음반 하늘가는 길, 기침(98년), 허허바다(2000년), 꿈꾸는 세상(2003년) ■ 공연활동 96년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장사익소리판 하늘가는 길’ 공연 이후 국내 및 해외공연 60여차례. ■ 상훈 전주대사습놀이 ‘공주농악’장원(93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결성농요’로 대통령상 수상(93년), 전주대사습놀이 ‘금산농악’ 장원(94년),KBS국악대상 ‘뜬쇠사물놀이’ 대통령상(95년),KBS국악대상 ‘뿌리패사물놀이’금상(96년)
  • 지하철 환기구 뚫고 나무가…

    ‘지하 정원’(조선경 글·그림, 보림 펴냄)은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이 일궈낸 빛나는 기적을 이야기하는 그림동화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지하철 청소부 모스 아저씨. 세상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에야 지하철로 나가 밤을 꼬박 새우며 일하는 아저씨가 어느날 마음에 작은 상처를 입는다. 걸레 냄새가 싫다고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궁리끝에 아저씨는 하늘이 보이는 환기구의 안쪽에다 흙 두둑을 만들고 작은 나무를 옮겨심는다. 나무가 외로울까봐 푸른 넝쿨까지 함께.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환기구를 뚫고 푸른 나무가 팔을 벌리더니 봄이면 풀씨가 날아와 꽃을 뿌리고, 아이들은 그 그늘 아래서 즐겁게 뛰어놀고…. 작은 노력이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지은이는 “뉴욕 유학시절 만난 어느 지하철 청소부에게서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했다.”고 말했다.5세 이상.8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잘먹고 잘살자] 경기 광주‘붕어와 연인들’

    [잘먹고 잘살자] 경기 광주‘붕어와 연인들’

    “용붕탕을 아시나요.” 붕어찜마을로 유명한 광주군 분원리에 유독 용붕탕이란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 있다. 붕어찜 전문점 가운데 하나인 ‘붕어와 연인들’(사장 이순호·53)이 개발한 메뉴로 올해 첫선을 보였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기력회복에 특효라는 이 용붕탕은 기존의 용봉탕이란 이름을 도용한 듯이 보이지만 재료와 맛은 전혀 다르다. 특히 자라 대신 붕어를 넣어 용봉탕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자라에 비해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 집에서 개발한 용붕탕은 잉어와 붕어, 그리고 오골계가 주재료. 잉어와 붕어를 6시간동안 푹 삶은 뒤, 생선찌꺼기를 걸러낸 진국에다 오골계를 넣은 후 다진 생강과 파, 마늘, 소금, 참기름, 후춧가루를 섞은 갖은 양념에다 인삼, 대추, 잣, 밤, 감초, 구기자, 계피, 당귀, 팔각향 등의 약재를 넣고 끓여낸다. 공을 들인 용붕탕은 비린 맛이 없고 구수한 약재향과 쫄깃한 맛이 코와 혀를 자극한다. 여기에다 남한산성 일대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백김치, 열무김치, 조림 등 스무가지가량의 반찬이 따라나온다. 용봉탕이 4인 기준으로 18만원가량하는데 비해 용붕탕은 절반 이하인 8만원으로, 제대로 된 보신용 탕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이집의 붕어찜과 피라미튀김, 민물새우튀김도 별미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김우중 ‘판도라 상자’ 열리나] 김前회장 “채권단이 해외도피 권유”

    14일 귀국하자마자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압송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이날 밤 10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밤은 새우지 않더라도 자정 가까이까지 조사하던 관례를 깬 것은 김 전 회장의 건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데다 장협착 증세까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북어국과 된장찌개, 김치찌개로 식사를 하고, 조사가 끝난 뒤 대검 조사실에서 잠을 청했다.●‘김우중 리스트’ 단서 있다 검찰은 구속기간인 20일 동안은 김 전 회장의 혐의인 41조원 분식회계 및 9조 2000억원 사기대출,25조원의 외환밀반출 등 주요 혐의사실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재판과 수사기록만 1t트럭 한 대 분량으로 목록 작성만 3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의 수사는 ‘김우중 리스트’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2002년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 본부장으로 대우비자금을 수사했던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날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김 전 회장은 해외 비밀 금융조직(BFC)과 계열사 매각을 통해 5조∼10조원의 비자금을 조성, 대우그룹 퇴출저지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뇌물 혐의가 한두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관련해 추궁할 단서가 몇 개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게 된 배경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대우자동차 중국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종적을 감출 당시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를 받아 도피생활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03년 1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도피를 권유한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라고 밝힌 내용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아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또 1987년 4월 ‘세계경영’의 일환으로 동구권 진출을 위해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으며 그동안 독일과 수단, 프랑스, 베트남 등지를 왕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다른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귀국을 미뤄왔으며 대우사태에 최종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①-창업 최종건·종현씨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①-창업 최종건·종현씨

    “윤원아, 신원아, 월요일자 신문 꼭 봐라. 우리 회사가 크게 나온다.”(고 최종건 SK 창업주) “아버지,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최신원 SKC 회장) “그때 보면 알 수 있어, 이놈들아.”(고 최종건 창업주) 최신원 SKC 회장이 공개한 워커힐호텔 인수 직전 부자간에 오갔던 대화다.1973년 1월 선경(현 SK)은 정부로부터 서울 워커힐(현 쉐라톤 워커힐)호텔을 26억 3200만원에 인수하며, 당당히 재벌 반열에 들어선다. 선경이 국민과 재계에 던진 ‘무명의 반란’이었다. 최종건 선경(현 SK) 창업주가 맨손으로 선경직물을 일으킨 지 20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최 창업주는 같은 해 11월 폐암으로 별세,‘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원대한 꿈을 동생인 고 최종현 SK(당시 선경직물 부사장) 회장에게 맡긴 채 ‘짧고 굵은’ 인생을 살다갔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최 창업주가 20년간 SK의 섬유를 책임졌다면 25년간 SK를 이끈 고 최종현 회장은 ‘석유’를 개척하고,‘이동통신’의 길을 터놓았다. 고 최종현 회장의 50년 지기(知己)인 언론인 홍사중씨가 본 형제는 이렇다.“형(최종건)은 좋은 의미의 ‘보스형’이었다. 의논할 상대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는 모든 일에 혼자 결정을 내렸다. 동생(최종현)은 ‘리더형’이었다. 형제는 그렇게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좋은 짝이었다.” 소리없이 일을 꾸미는 사람은 동생이요, 밖에서 뛰는 사람은 형이었다. 그래서 회사 돌아가는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은 형을 가리켜 ‘용장’이라 했고, 아우를 가리켜서 ‘지장’이라 했다. 형제는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SK를 자산규모 재계 4위의 대그룹으로 일궈냈다. ●‘원조 불도저’ 최종건 창업주 최근 재계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강한 추진력과 남다른 승부 근성 때문에 ‘불도저’라 불리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상 불도저라는 애칭은 최 창업주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의리파, 불같은 추진력, 강한 뚝심’은 최 창업주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장비’ 같은 성격에 ‘조조’의 꾀도 많았다. 이런 점을 잘 드러낸 에피소드 하나.1966년 선경직물은 차관 도입 문제로 일본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에 불과한 선경직물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며 차관 제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싶었던 최 창업주는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을 단골 술집으로 초청했다. 그는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가 술집 마담에게 거짓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전화가 왔다고 하라는 것. 술집 마담은 때가 되자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전화가 왔다고 말을 건넸다. 최 창업주는 일본 관계자 앞에서 “급한 일이 있으니 잠깐 나가겠다.”고 밝힌 뒤 2시간 가량 단잠을 자고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이거, 죄송합니다. 저 위에 좀 다녀 오느라 늦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관계자들은 최 창업주가 정부 최고위층의 부름을 받고 나간 것으로 모두 오해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선경직물이 정부로부터 대단한 신임을 받고 있구나.’를 암시하며, 차관 도입 문제를 깨끗하게 처리했다. 그의 장비 같은 성격은 또 이렇다. 최 회장의 지인들은 그가 다혈질인 데다 성미가 급하고, 감정을 폭발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화가 나면 앞뒤 생각없이 퍼부었다. 그러나 뒤끝은 없었다. 이 때문에 그가 화난 얼굴로 “누구 불러오라.”고 불호령을 내리면 서울에 있으면서도 일본으로 출장갔다고 곧잘 거짓말을 했다고 회고한다. 최 창업주는 1926년 수원에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4남4녀(양분, 양순, 종건, 종현, 종분, 종관, 종순, 종욱)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1944년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던 선경직물에 견습기사로 취직,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24세 때인 1949년에는 교하노씨인 노순애(77) 여사와 결혼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선경직물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상반된 스타일의 ‘안주인’ 노순애 여사가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끼게 한다면, 최종현 회장의 부인인 고 박계희 여사는 세련된 도시 여성의 이미지를 풍긴다. 노 여사는 시동생과 시누이 등을 거느린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시집살이를 만만치 않게 했다. 차남 최신원 SKC 회장의 얘기다.“100마지기 농사 일에 집안 대소사를 다 챙기셨으니 고생이야 말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부친은 사업 때문에 공장에서 먹고 자며, 한달 가까이 집에 들어오시지 않은 적도 있었으니…. 전형적인 한국 여인이었습니다.” 노 여사의 조용하고, 얌전한 태도에 반한 최 창업주의 누나 최양분(83) 여사는 그를 맏며느리감으로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고 박 여사는 박경식 전 해운공사 이사장의 넷째딸로 1953년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베네트칼리지를 거쳐, 칼라마주대학을 졸업했다. 최종현 회장과 만났을 때는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그는 내성적이고, 자기 의사를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강단있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이태원에 가서 1만∼1만 5000원짜리 옷을 사 입을 정도로 검소하고, 깍쟁이였다. 고 박 여사가 모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내가 ‘이태원표’ 옷을 입고 있으면 모두들 몇십만원짜리로 아는데, 그래서 더욱 그런데 가서 사 입어도 불편한 게 없어요.” 최 회장도 부인을 깍쟁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병마와 씨름하던 그는 먼저 간 박 여사를 두고 “자기 성격 따라 깍쟁이처럼 죽었다.”고. 박 여사는 1997년 6월18일 최 회장의 폐암 수술 경과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두 ‘안주인’은 상반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도 적지 않았다. 말수가 적고, 나서는 것을 무척 꺼려했다. 특히 가정 일에는 소홀함이 없었다. 박 여사가 미술관에서 일하면서도 최 회장이 일찍 퇴근하면 아무리 중요한 미술관 행사를 주재하는 중이라도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은 “모친은 외출도 좋아하시지 않고, 조용한 성격”이라며 “두 분께서 같이 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골프였다.”고 말했다. ●최종현 회장의 연애론과 혼맥 고 최종현 회장의 연애론은 이렇다. 그가 죽음을 몇 달 앞두고 마지막으로 손질을 한 책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에서 “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그 때 지켜본 바에 따라 나는 남녀간의 연애과정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 연애는 ‘date→steady date→I love you’, 이렇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처음에 호감을 가지고 ‘데이트’를 하다가 다른 사람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는 ‘스테디 데이트’를 하게 되고, 그것이 발전되면 ‘아이 러브 유’가 되어 결혼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헤어진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너 없이는 못살아.’가 되는데 이것은 병이다.” 최 회장 본인의 경험 때문일까. 최씨가의 2세들은 정략이나 중매 결혼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특히 최종건 전 회장이 일찍 별세한 이후 최종현 전 회장이 사실상 10남매의 가장 역할을 자임했던 만큼 ‘큰집’ 조카들도 이같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신원 SKC 회장은 “숙부는 자식들 결혼과 관련해서 복잡한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다.”면서 “예물 등도 가능한 한 안 주거나 받지 않는 주의였다.”고 설명했다. 장남인 최태원(45) SK㈜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했다. 부친과 똑같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노 관장을 만나 연애했다. 차남인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의 부인은 영어교사였던 채희경씨의 맏딸 채서영(41) 서강대 영문과 교수다. 막내딸 최기원(41)씨는 당시 ㈜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준일(46)씨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큰집’인 고 최종건 회장의 일가 혼맥도 학계부터 권력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지만 정략적인 냄새는 없어 보인다.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김이건 전 조달청장의 딸인 채헌(51)씨와 결혼했다. 장녀 정원(50)씨의 남편은 고학래 전 사상계 고문의 아들인 고광천(54)씨며, 차녀 혜원(48)씨는 박주의 전 금융인 아들인 박장석(50) SKC 사장과 결혼했다. 막내 아들 최창원(41) SK케미칼 부사장은 변호사 집안인 최유경(38)씨와 결혼했다. 4녀 예정(43)씨의 남편인 이동욱(43)씨가 최종건가(家)에서는 눈에 띈다. 현재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이씨의 부친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최 창업주와 이후락 전 중정 부장은 서로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막역했던 사이였다. 양가가 둘의 결혼을 일찍이 약속을 했고, 결혼은 최 창업주 사후에 이뤄졌다. 고 최종건 회장이 각별하게 지냈던 재계 인물로는 김용산 전 극동건설 회장이었으며, 언론계에서는 고 방일영 조선일보 고문과 ‘형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방계로 넘어가면 장녀 최양분 여사는 한때 종건·종현 형제의 가정교사였던 고 표현구 전 서울대 농대 학장과 결혼했다. 표문수(52) 전 SK텔레콤 사장이 그의 아들이다.3녀 최종분(73) 여사는 고 이한용 신아포장 대표와 혼인했으며, 막내 사위인 정재현(46)씨는 현재 SK C&C 전무로 일하고 있다. 차녀 최양순(82) 여사는 고 여운창 경기개발 대표와 결혼했으며,4녀 최종순(69) 여사는 해군 중령 출신인 고 조제동씨에게 시집갔다. 3남 최종관(71) 전 SKC 고문은 장명순(71) 여사와의 사이에 1남 6녀를 두었다. 이 가운데 3녀 경원(42)씨가 김연준 전 한양대 이사장 아들인 김종량(55) 한양대 총장에게 시집갔다. 또 4녀 은성(40)씨는 나웅배 전 부총리 아들인 나진호(42)씨와 짝을 이뤘다. 장녀 순원(47)씨는 존 캐리 퍼크너(47)씨와 국제 결혼했다. 장남인 최철원(36) 마이트엔메인 대표이사는 한숙진(34)씨와 인연을 맺었다. 4남 최종욱(66) 전 SKM 회장은 조효원 전 서울대 교수 딸인 조동옥(59)씨와 결혼했다. 조씨의 남동생이 조동성 서울대 교수다. 미혼인 장남 준원(30)씨는 현재 SK C&C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차녀 윤선(29)씨도 통신·방송장비 전문업체인 SK텔레시스에서 일하고 있다. ●섬유에서 석유…정보통신 SK그룹의 모기업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은 1930년대 일본인이 조선에서 만주 일대를 대상으로 직물을 수출하던 선만주단(鮮滿綢緞)과 일본의 교토(경도)직물(京都織物)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였다. 교토직물은 현물출자하고, 선만주단은 공장 부지를 비롯한 건물 공사비 등을 투자했다. 상호도 선만주단의 ‘선’자와 교토직물의 ‘경’자를 따서 ‘선경(鮮京)’이라고 지은 것이다. 고 최종건 회장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을 재건하기 위해 1953년 부친 몰래 빼낸 땅문서로 공장을 불하받는다. 이후 선경직물은 나일론 생산을 계기로 본격적인 섬유기업으로 탈바꿈한다. SK의 성장사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3단계로 나눠진다.1단계는 아세테이트 원사공장과 폴리에스터 원사공장(현 SK케미칼) 건설.2단계는 유공(현 SK㈜) 인수,3단계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다. 소프트웨어로 볼 때 최종현 회장의 경영 참여와 이순석과 손길승, 김항덕 등 1세대 전문경영인의 합류 등이다. 1980년은 유공 인수로 선경의 숙원 사업을 달성한 해이다. 고 최종건 회장이 울산을 오가며 국내 유일의 정유사였던 유공을 넘본 지 10년 만이다.‘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매진한 결과, 돌아온 보상이었지만 당시 재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선경은 유공을 손에 넣자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선경이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구상한 것은 80년대 초반까지 올라간다. 당시 국내 어느 기업도 정보통신사업에 대해 꿈도 꾸지 않을 때, 고 최종현 회장은 미국 방문길에서 통신사업에 진출할 것을 결심하고, 미국 현지에 경영기획팀을 만든다. 이것이 훗날 한국이동통신 인수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golders@seoul.co.kr ■ 풍수지리 거부한 최씨 형제 “집터보다 내 기가 더 세니까 염려들 말어.” 국내 재벌가(家)가 최근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에 둥지를 트는 까닭은 풍수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곳은 남산을 베개삼아 한강으로 다리를 곧게 쭉 뻗어 복록과 자손복이 대대로 넘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아예 재벌가 ‘집성촌’으로 불린다. 이처럼 집터의 풍수지리를 꼼꼼히 따지는 재벌가에서 유독 이에 무관심한 집안이 있다.SK그룹 최씨가이다. 고 최종건 회장이 1968년 서울 삼청동에 새 집을 마련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 데이진 오야 사장의 부인이 풍수지리를 잘 안다면서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삼청동 자택의 지형 사진을 보내달라고 연락해왔다. 당시 최 회장과 오야 사장은 비즈니스를 떠나 개인적으로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오야 사장은 당시 일본 정·재계의 거물로 최 회장의 호탕한 성격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오야 사장 부인은 매우 까다로운 성격 탓에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잠옷만 두 박스를 가지고 왔으며, 매일 밤 우유로 목욕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최 회장은 이들이 한국에 머물 때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을 본 오야 사장 부인은 “지형이 사나워 좋지 않다.”며 “다른 집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이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삼청동 자택은 화재로 가정부가 화상을 입어 숨진 데 이어 여름 장마철에 큰 물난리를 겪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집터의 기가 세서 그런 것이니 이사가는 게 좋다고 자주 권했다. 그래도 최 회장은 “내 기가 집터보다 더 세니 염려말라.”고 했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도 집터와 관련된 고집은 ‘그 형에 그 동생’이었다. 암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1997년 11월. 풍수지리 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최 회장이 사는 서울 워커힐 호텔 내 빌라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광나루 쪽을 찌를 듯 달려드는 곳인 탓에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다며 이사를 권했다. 그는 “그런 곳은 일시 머물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장기간 머물며 살기에는 문제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 전 회장이 풍수지리 연구를 위해 교수직을 내던진 최 전 교수의 소식을 듣고, 아무런 조건 없이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맺어졌다. 최 회장은 그러나 “집이란 어차피 일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라며 “나는 이곳이 좋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집을 옮길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최 회장은 훗날 “형님처럼 기가 세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여기서 산 지가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느냐.”며 껄껄 웃었다고 한다. golders@seoul.co.kr ■ 1세대 전문경영인 3인방 ‘그룹부흥 한몫’ “손길승 실장은 단순히 내가 부려먹는 사원이 아니라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 동업자입니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일개 그룹 기획실장이 거액의 정치헌금을 다룰 수 있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손 회장을 경영 참모가 아닌 동반자로서 얼마나 믿고, 의지했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정태수 한보 회장의 ‘머슴론’과 비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그룹이 오늘날 재계 서열 4위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순석 전 ㈜선경(현 SK네트웍스) 부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 김항덕 고문 등 1세대 전문경영인 3인방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들의 역할은 이 전 부회장이 ㈜선경, 김 고문은 유공(현 SK㈜), 손 전 회장은 경영기획실로 나눠진다. 특히 손 전 회장은 20년간 기획실에서만 근무해 직업이 ‘기조실장’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59학번 서울대 상대 동기 출신으로 때로는 ‘맞수’로 경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이 1995년 가장 먼저 SK를 떠났으며, 한때 ‘좌(左)길승, 우(右)항덕’으로 불렸던 전문경영인 체제도 결국 손 전 회장의 단독 체제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김 고문은 손 전 회장이 당시 그룹 회장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최종현 회장이 돌아가시고 난 뒤 그룹 회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결과, 그룹 전반을 꿰찬 사람은 손길승 전 회장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명분이나 이치에도 맞았고요. 그리고 나는 사심없이 회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손 전 회장은 199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야인으로 물러났던 김 고문을 회장대우 상임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회장 집무실 옆에 자신의 방과 똑같은 크기의 공간을 김 고문에게 제공했고, 경영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와 상의했다. 그러나 3인방 가운데 ‘SK호’에 가장 먼저 탑승한 사람은 이 전 부회장이다. 그는 1965년 4월 고 최종건 회장의 설득에 못이겨 선경직물에 입사했다. 수원 출신으로 최종욱 전 SKM 회장과는 초등학교 동기다. 김 고문은 일본 이토추상사에서 근무하다가 69년 선경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는 39세 때 대한석유공사의 수석 부사장에 올라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전 부회장의 강력한 권유로 65년 12월에 입사한 손 전 회장은 지난 40년간 고 최종현 회장의 평생 동지이자, 경영 전도사였으며,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였다. 그는 대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회장에 오른 최초의 전문경영인인 동시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거센 개발바람에 멸종위기종 ‘풍전등화’

    거센 개발바람에 멸종위기종 ‘풍전등화’

    우리 강산의 변화상과 동·식물들의 서식실태 등을 살핀 현장 조사기록이 발간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 1997년부터 해마다 전국의 자연환경 실태를 조사해 왔는데, 지난해의 생태계 조사결과를 담은 ‘2004년 전국자연환경 조사보고서’를 12일 펴냈다. 하늘다람쥐를 비롯한 멸종위기 42종과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13종의 미기록종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일부 종의 경우 갈수록 거세지는 개발바람에 밀려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절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울한 진단도 함께 내려졌다. ●멸종위기·희귀종 서식 실태 이번 조사는 전국 206개 권역 중 36개 권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춘천·홍천, 경주·울산, 합천·의령 등 6개 권역의 경우 멸종위기종과 희귀종들이 여럿 발견돼 “자연생태계가 특히 우수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춘천·홍천 권역의 바위산·금확산·검봉 등 일대에선 수달과 산양,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 8종이 관찰됐다. 앞·뒷다리 사이의 날개막을 이용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하늘다람쥐는 1997∼2003년까지 7년동안 고작 28마리만 눈에 띄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2마리가 관찰됐다. 국립환경연구원 서인순 박사는 “둘레가 30㎝ 이상인 오래된 나무의 구멍 등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산불이나 고사목의 제거 등은 하늘다람쥐의 존속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식물 중에선 산작약과 개느삼 군락이 발견됐는데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능선 부근에 있어 멸종을 막기 위한 특별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주·울산 권역은 치술령·천마산·국수봉·대곡천 일대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구렁이와 담비, 삵, 남생이, 솔개 등 8종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특히 울산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대곡천 일대의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귀중한 자연유산이 적절한 보존대책 없이 방치된 실상도 드러났다. 연구원은 “대곡천에는 수천만년전 한반도에 서식했던 공룡 발자국 화석 수십개가 있지만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어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합천·의령 권역의 옥녀봉과 허초산 등에선 얼룩새코미꾸리와 맹꽁이, 개구리매, 삼광조 등 11종이,영동 권역(백하산·백마산, 초강천 등)은 감돌고기 등 5종,안성·음성 권역의 무제산·덕성산 등지에선 가창오리, 미호종개, 참매 등 6종의 멸종위기종이 각각 발견됐다. 거제도·추자군도 권역에선 서식이 처음 확인된 미기록 13종이 관찰돼 “국제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인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중”(서인순 박사)이다. 모두 무척추동물로, 산호류와 꽃갯지렁이·세이마뿔딱총새우류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화도(추자군도)에선 희귀종인 연화바위솔이 발견돼 제주도와 울릉도에 이어 우리나라 자생종의 새로운 서식지로 추가됐다. 이들 6개 권역은 앞으로 개발제한 지역으로 지정될 공산이 크다. ●개구리·뱀은 줄고 들고양이는 증가 이번 조사를 통해 양서·파충류의 종 존속 여부와 들고양이·들개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 크게 우려됐다.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개구리와 뱀 등 양서·파충류의 경우 과거보다 개체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눈에 띄는 빈도가 현격히 줄어든 상태”라면서 “도로건설 등으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농약살포에 따른 산란지 오염 등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경주권역에선 “무자치가 조사대상지 전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돼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와 반대로 들고양이는 전체 조사대상 권역에서 빠짐없이 발견되는 등 왕성한 번식력을 보였다. 조사단은 “1970년대부터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이 야생으로 점차 흘러들어왔는데 방치할 경우 생태계에 큰 혼란이 불가피해 억제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래도 멸종위기종 지정 검토 이번 조사결과는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고, 정부와 민간의 각종 개발계획에 대응하는 환경보전 정책의 기본자료로 쓰이게 된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고래의 멸종위기종 지정 검토작업에도 본격 착수하는 등 보호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한반도 연·근해에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귀신고래 등 35종의 서식 실태를 해양수산부와 공동조사한 뒤 멸종위기종 지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 등으로 한반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멸종위기종은 모두 221종(동물 156종, 식물 65종)이 지정돼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길섶에서] 평범과 감사/이목희 논설위원

    많이 편찮으신 부친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사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호흡, 수면, 식사에서부터 누웠다 일어나기 등. 건강한 사람에겐 별 의식없이 지나갈 일들이다. 하지만 부친에겐 모두가 고통의 연속이다. 몇 걸음만 떼어도 숨이 가빠져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침대에 1∼2시간만 누워있어도 등과 허리가 못 견디게 결리신단다. 누웠다 일어날 때 특히 힘들어 하신다. 결국 앉아서 밤을 꼬박 지새우는 날이 대부분이다. 식사와 약 복용은 더욱 고역이다. 식도와 기도 조절능력이 약해져 자주 사레가 들리신다. 사레가 들면 두세시간 계속해서 기침을 하시는데, 그때 힘들어하는 모습은 곁에서 보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다. 물 한모금도 입안에서 한참을 굴리다가 서서히 들이켜신다. 죽 반공기와 약 몇알을 사레 들리지 않고 드신 후 “한끼 해결했다.”고 맑게 웃으시면 덩달아 속이 시원해진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나보다 산을 더 잘 오르던 부친이셨다. 연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건강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은 걷다가도, 식사하다가도 “감사하면서 살아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회사 쫓겨나면 밥집이나 하지 뭐.”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이같은 자조섞인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밥집’은 아무나 하나. 밥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속편하게 생각해도 좋은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들어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이 잇따라 ‘밥장사’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계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전직 은행장, 회사 매출을 쥐락펴락했던 카피라이터,‘고소득의 대명사’인 변호사와 의사…. 음식업계는 이들의 합류를 반긴다. 외식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주 한아식품 대표이사는 “과거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밥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밟아본 적이 있는 음식업계의 ‘외인군단’. 이들은 어떤 요리철학을 갖고 현업에 임할까. 그들의 음식점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글 김종면·이기철·최여경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최해국기자 jawoolim@seoul.co.kr ■ 은행장보다 주방장이 더 어려워…김재기의 ‘농우신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 가운데 금융통 ‘김재기’를 모르는 이가 없다.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니 그의 인재풀이 오죽하랴.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상현 전민주당의원과 함께 한국의 ‘3대 마당발’로도 불리는 그는 언제든지 전화 한 통화로 달려나올 사람이 5000여명이 된다고 할 정도다. 그가 은행을 떠난 지 10여년 됐지만 아직도 행원들의 꿈이자 우상이다. 최초의 행원출신 은행장, 중학 동창 3명 은행장 동시 등극, 여지점장 3명 동시 발령…금융계에선 그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은행장 퇴직이후엔 한국씨름연맹 총재, 한국관광협회장 등으로 끊임없이 일을 찾았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그가 갈비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고도. 김회장은 “에이, 사장은 무슨 사장이야, 방마다 인사하는 마담이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리라는 사회적 통념을 또 한번 유쾌하게 깨뜨렸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쪽 사거리 삼성디지털플라자옆 농우신라(553-4151)에서 그를 만났다.“은행업무와 음식점도 서비스란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고객을 중요시 해야하고, 또 내가 먼저 내주고 받는 것도 같지요.” 신라농우는 양식당처럼 깨끗하다. 고기집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다.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방마다 유명 그림의 복제품을 걸어두었다. 은은한 음악도 흘러나와 고기집이 아니라 고급레스토랑 같다. “화장실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된다.”음식점을 하면서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그의 지론이다. 화장실이 여느 호텔 못지않게 깨끗하다. 이러니 주방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신뢰감이 생길 만하다.“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식당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먹는 재미로 살았다.“은행장 시절 하루 아침에 5번 식사한 적도 허다해요. 모두 다 놓칠 수 없는 큰손 고객인 까닭에 같이 먹게 됐지요. 저녁은 몇 차례를 먹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음식맛에 눈을 떴다고 할까요.” “직장 퇴직자가 음식점을 하면 95%는 망합니다.5%가 성공하는 데 비결은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기는 횡성 한우를 쓴다. 불고기 1만 9000원부터 생등심 3만 9000원까지 다양하다. 등심은 육즙이 적당히 밴 육질이 졸깃하다. 밑반찬도 깔끔하다.“이익을 덜 내더라고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지요. 손님이 많으면 결국 더 많이 벌게 됩니다.”그가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다. 화학조미료통은 주방에서 아예 치워버렸다. 술은 주로 와인. 시중에서 3만∼4만원짜리 와인을 무조건 1만원에 판다.“우린 술집이 아니니깐 와인에서 이윤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요. 고기 먹어러왔다가 와인이 더 비싸면 누가 마시겠어요?”시중에서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와인을 3만∼4만원에 내놓고 있다. 요즘엔 냉면을 낸다. 정문에 냉면엔 ‘메밀 60%를 쓴다.’고 내걸었다. 주방의 김영삼 냉면장에게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했다.“메밀을 60% 쓴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면 그게 바로 고객을 속이는 사기지요.”. 고객이 “먹어본 냉면 가운데 가장 맛있다.”는 고객도 적잖다. 평양식 냉면의 은은한 맛과 육수맛이 그만이다. 평양식·함흥식·비빔냉면 6000원.‘잘나가는 고기집 사장’으로 변신한 그가 퇴직이후를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에게 또 한번 우상이 됐다. ■ 메스대신 부엌칼 잡았죠…노종헌의 ‘로이’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로이(Royee·540-3312)’는 맛집 많은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 일본 등 동양의 먹을거리를 서양식 조리법으로 풀어낸 정통 퓨전으로, 또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노종헌(37) 사장의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88년 고려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국가고시를 보기 직전 1996년 훌쩍 유학을 떠났다. 가업을 잇기 위해 선택한 전공인 탓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애초의 꿈이었던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다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처음 요리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그 식당의 요시 나카가와 사장이었죠.‘가슴으로 요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내놓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해 요리와 경영, 마케팅을 배웠다.“땀 흘리며 요리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어떤 기쁨인지 알게 됐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된 거죠.”한국에 돌아온 2001년, 워커힐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5월 ‘로이’를 열었다. 그가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삼겹살찜. 영국식 소꼬리찜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접목했다. 굽고 찌고 조리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익힌 삼겹살, 고추냉이향을 첨가한 으깬 감자, 후추를 살짝 섞은 데리야키 소스가 함께 어우러진 요리. ‘밥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메로구이를 추천한다. 포도씨기름 마늘 생강 식초 등을 김과 함께 갈아만든 걸쭉한 소스를 깔고, 돌솥비빔밥의 누룽지처럼 그릴에 구운 꼬들꼬들한 밥을 올린다. 그 위에 잘 익은 메로구이를 얹어 완성. 김 소스와 메로, 밥 적당량을 비벼 입에 넣으면 밥의 씹히는 맛과 새콤달콤한 소스, 향긋한 김, 고소한 메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방황하던 아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신 아버지도 처음과 달리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고요.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관되게 정직한 맛을 선사할 겁니다.” 삼겹살찜·메로구이 1만 9000원, 파스타 1만 3000원, 밥 요리 1만 6000원, 주방장 추천세트 2만 5000∼3만 5000원. ■ 카피라이터가 만드는 바다의 맛…오시환의 ‘해장금’ 오시환(51). 그는 지난 20년간 대우, 코래드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AE 등으로 일해온 잘나가던 광고장이였다. 꿈에서조차 광고를 만들 정도로 광고삼매에도 빠져봤지만 가슴 한편엔 늘 허전함이 남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경쟁을 먹고 사는 삶에 멀미를 느낀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마침내 변신의 길을 택한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플로리다의 일식당,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등에서 보낸 3년간의 주방보조 생활. 날카로운 생선 아가미를 떼어내다 손을 찔리기 일쑤였고, 중식당에서 일할 땐 ‘웍(볶음요리할 때 사용하는 중국식의 깊은 프라이팬)’을 다룰 줄 몰라 하루 만에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요리집을 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뒤편의 바다요리 전문점 해장금(海長今·전화 741-8435)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선 뭘 먹어야 할까.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오시환 사장은 단연 해물누룽지탕(소 1만 3000원, 대 2만원)을 권한다. 그린 홍합과 새우, 청양고추, 숙주, 배추, 양파, 호박,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직접 눌린 국산 누룽지. 그외엔 어떤 인공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청양고추로는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숙주와 배추로는 시원한 맛을, 양파로는 달콤한 맛을 냈다. 해장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요리집이지만 스시와 매운탕이 없다는 점.“한집 건너 한집이 횟집인 상황에서 ‘쓰키다시 잔치’인 회나 판에 박힌 매운탕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신이다.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라는 에세이집도 펴낸 그는 꿈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역할모델이 될 만하다. 그를 보면 일본의 세계적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의 말이 새삼 진실되게 다가온다.“처음부터 잘 안 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스로 우바새라 부르는 독실한 불교신자. 맛의 선지식을 찾아 나선 그의 음식만행(萬行)은 언제쯤 끝날까. 그는 예순이 넘으면 모든 걸 정리하고 인도를 오가는 여행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건 새로운 타입의 해물야채수제비탕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기대하세요. 맛의 별천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여문 손끝에서 과연 어떤 맛이 태어날까. ■ 노래하는 피자 보셨나요…김주환의 ‘톰볼라’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목소리가 너무나 깊고 은은하다.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냇물이 흐르듯 잔잔하면서 기품이 있다. 바로크시대의 기악곡들이다. 알비노니와 마르첼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벤야미노 질리와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의 성악이 나온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입구의 이탈리아 음식점 톰볼라(593-4660)의 분위기다. 사장은 서정적인 테너가수 김주환(55)씨.“처음엔 주방에 들어가 피자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손님을 안내하는 매니저예요.”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10여년간 성악을 전공했다.“성악의 황금시대인 1930년대를 풍미했던 마리아 젠딜레에게서 배웠죠.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90년대 중반에 돌아와 수십차례의 독창회를 가졌다. 고풍스럽게 아름다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게 그의 음색 특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극동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로마 외곽 산비트로의 톰볼라에 자주 가서 먹다가 주인과 친구가 됐죠. 향수를 달래느라 그 이탈리아 친구로부터 피자와 스파게티를 배웠습니다. 그게 음식점으로 이어졌습니다.”개업을 앞두고는 정식으로 로마의 피자학교도 다녔다. 그가 음식점을 하게 된 동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음악과의 공통점이 많단다.“외국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음악과 음식입니다.”음식은 특히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식사에 맞는 음악, 이탈리아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인테리어, 이탈리아의 맛…. 이집의 화덕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가져왔다. 화산재로 만든 것으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담백하면서 촉촉하다. 다른 음식들도 조리과정을 단순화시켰다. 재료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다. 스파게티와 피자, 리조토는 1만 2000∼1만 6000원. 톰볼라의 맛은 음악에 젖어있다. ■ 패션디자이너가 요리하는 ‘파크’ ‘본보스토’ 패션디자이너의 감성이 묻어나는 식당. 디자이너만의 멋이 묻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맛까지 더해졌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멋과 맛이 살아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음식공원, 박지원의 ‘파크’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디자이너 박지원씨의 감각적인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파크(Park)’는 고급스러운 중국·태국 음식을 먹고싶을 때 찾아가면 좋다. 이름은 주인의 성을 딴 것도 있지만 ‘공원같은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명은 어둡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입으로, 귀로, 손끝으로 느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하기 위함이다. 추천 요리는 석류소스 딤섬(2만 2000원). 달걀 흰자로 만두피를 만들고 닭고기, 야채 등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낸다. 직접 짜서 내는 석류즙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새콤달콤하다. 샐러드 ‘얌운센’, 태국의 옐로파운드 카레를 달걀과 볶아 활게와 함께 내는 매콤한 ‘커리크랩’도 이곳의 스테디셀러라 불릴 만큼 인기있다. 각각 2만 5000원,4만 8000원. 이곳 식단은 5개월마다 한번씩 ‘정리’한다. 꾸준히 해외로 나가 맛을 배우고, 익혀와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영업시간은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새벽 1시.(02)512-6333. ●세련된 멋을 담은 강희숙의 본보스토 중견디자이너 강희숙, 강진숙 자매가 세운 ‘테이블2025’에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맛을 자랑하는 ‘본보스토’가 있다. 베이지를 기본으로 한 분위기에 나무 테이블과 투명 의자는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 홍현주씨가 만든 그리스 제우스신전의 돌기둥은 본보스토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상큼한 라스베리 드레싱의 샐러드(1만 1000원)부터 아스파라거스 자연송이버섯 랍스타(4만 5000원)까지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스타는 1만 9000원부터, 그릴구이는 1만 4000원부터.(02)543-3427 ■ 주인의 과거가 궁금한 맛집 4곳 산악인 오송호씨는 서울 명동 YWCA빌딩 지하 1층에 인도음식점 타지(776-0677)를 운영한다.“산에 미쳐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에 살면서 음식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이참에 한국 음식점을 하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게 인연이죠.”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관을 6년간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인도음식점을 낸 것. 파푸아뉴기니의 마운틴 윌헬렘(4508m)을 한국인 최초로 등정했던 그는 에베레스트를 네번 갔다.“1년의 절반은 산에 산다.”는 그는 1996년 소설가 박완서·이경자씨 등이 네팔과 티베트를 여행할 때 안내했다. 이런 까닭에 박완서의 소설 ‘모독’에 나오는 젊은 사장의 모델이 됐단다. ‘타지’는 수많은 소품과 조각들이 인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샤프란 향에 절여 구운 탄두리 치킨(2만원)이 인기. 점심에는 수프와 탄두리요리, 커리 2가지와 인도빵 난이 나오는 마하라자(2만원)도 괜찮다. 인도 요구르트 라시는 꼭 먹어볼 것. 소설 ‘원미동 사람들’,‘천년의 사랑’ 등의 소설가 양귀자씨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에서 한정식집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333-5616)을 한다. 상호는 물론 이모정식, 고모정식, 어머니정식 등의 메뉴 이름이 정겹고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한식을 코스요리화했고, 맛은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음식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집 ‘부엌신’이란 보고서 형태의 책도 냈다. 소극장을 꿈꾸었던 그가 주워 기른 고양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다 음식점을 냈다는 것도 소설적이다. 가격은 1만 2000원부터 4만 8000원까지 4종류. 예약 필수. 아이스하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박규호씨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입구쪽에서 유럽식 음식점 레쇼(517-0746)를 경영하고 있다.4살때 스틱을 잡아 고3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원증권팀에 들어가 창단 7일만에 우승을 견인하면서 시즌 MVP로 뽑히기도 했다.“아이스하키와 음식점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의 음식이 나온다. 전채와 샐러드가 1만 6000∼2만 4000원, 메인이 3만원선이다. “음식점 하는 것이 변호사 하는 것보다 더 유망한 것 같아요.” 금융문제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 강명훈씨도 음식점에 한 발 담그고 있다. 서울 서교동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이탈리아 음식점 레뜨레깜빠네(336-3378)를 운영한다.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뒤 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전만큼이나 먹는 것을 밝히는 그가 성악가 김수경씨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맛본 피자에 반해 단박에 음식점을 개업했다.“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변호사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서로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화산재 화덕으로 즉석에서 구워낸 피자. 빵이 얇고 쫀득하다.20여종의 피자를 만들어낸다.1만 2000∼2만 7500원.
  • ‘교장, 교육감 과잉영접’글 배후지목 교감 자살

    교육감 방문 준비에 소홀했다며 교장에게 질책을 받고 이 사실이 인터넷에 올려진 것과 관련, 교육청 등으로부터 추궁을 받아오던 충북 옥천군의 모 여중 교감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6일 오전 5시쯤 대전시 동구 인동 H아파트 110동 뒤쪽 잔디밭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O여중 교감 김모(61)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송모(57)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이 아파트 13층 옥상에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옥상에는 김씨의 슬리퍼가 남겨져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김천호 충북도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한 것과 관련, 같은 학교 정모(49) 교장으로부터 “화장실에 왜 수건을 비치하지 않아 교육감이 본인의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도록 했느냐.”며 질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사 조모(48)씨는 같은달 30일 옥천신문 홈페이지에 ‘교육감 대왕님 학교에 납시다.’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사실을 띄웠다. 김씨는 내년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전교조 충북지부와 옥천교육청은 같은달 31일 진상조사에 나섰다. 김씨의 아들(29)은 “글이 인터넷에 실린 뒤 아버지가 배후 조종한 것으로 오해를 받아 몹시 괴로워했다.”며 “외압에 시달리다 못해 교사 집을 찾아가 밤을 새우며 삭제를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김 교감과 갈등이나 수건사건 등 얘기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가타부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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