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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 돌고… 유리병 환생사

    돌고 돌고… 유리병 환생사

    나는 유리병입니다. 속이 비치는 갈색 ‘시스루 옷’을 입으면 맥주가 담기고, 초록빛 옷을 걸치면 소주가 담깁니다. 나는 꽤 오래 삽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 번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금이 가고 깨지지 않는 한 계속 씻어서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맥주병은 10번 정도 환생합니다. 소주병은 절반 수준인 5~6번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주병의 수명이 왜 짧으냐고요? 병의 입구를 떠올려 보세요. 알루미늄 재질의 뚜껑을 돌려 딸 수 있게 가느다란 홈이 파여 있습니다. 빈 병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쉽게 긁히고 깨집니다. 파손된 병은 다시 쓸 수 없어요. 잘게 부수어 녹인 뒤 새 병을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병따개로 뚜껑을 여는 맥주병의 입구는 둥글게 생겼습니다. 웬만해선 잘 깨지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습니다. ●1985년 공병보증금제와 함께 다시 태어났죠 나의 환생은 1985년 공병보증금제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유리용기의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하고자 제품 가격에 병 보증금을 포함시켜 판매한 다음 빈 병을 반환하면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30여년간 빈 용기 보증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200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유리병 용량에 따라 190㎖ 미만은 20원, 190~400㎖는 40원, 400~1000㎖는 50원, 1000㎖ 이상은 100~300원의 보증금이 적용되는데 11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1985년 보증금이 소주 1병(360㎖)에 20원, 맥주 1병(640㎖)에 30원이었으니 2배 남짓 올랐을까요. 껌 한 통이 100원, 새우깡 한 봉지에 200원이던 시절에는 아버지가 드신 소주, 맥주 네댓 병을 동네 구멍가게에 들고 가 군것질거리와 바꾸곤 했는데, 지금은 어림없는 얘기가 됐습니다. 현재 13개 소주, 맥주, 음료 제조사가 만든 75개 제품에 빈 용기 보증금이 붙습니다. 이들 제품만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기준 13개사가 54억 2986만병을 출고(생산)했는데, 회수된 빈 병은 50억 9917만병이었습니다. 회수율이 93.9% 정도입니다. 파손된 병을 빼고 나면 약 45억병(85% 수준) 정도를 매년 재사용합니다. ●나를 재사용하면 2234억원 환경편익을 얻지요 유리병을 다시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한국용기순환협회에 따르면 연간 생산되는 빈 용기 보증금 대상 제품 50억병 가운데 85%를 재사용할 때 발생하는 편익은 8608억원입니다. 새 소주병 구입비용(2011년 기준 1병당 140원)을 아끼면 630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깁니다. 1병을 재사용할 때 자원절약 비용은 49.6원이고 새 병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병당 240g인데 이를 환산하면 2234억원의 환경적 편익이 생긴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좁고 도시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빈 병 수거와 재사용에 유리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빈 용기에 보증금을 주는 제도는 전 세계 24개국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나라들은 재활용 선진국답게 오래전부터 유리병을 재사용해 왔습니다. 독일 맥주병은 적어도 40~50번 환생합니다. 우리보다 5~10배 많습니다. 핀란드는 30회, 일본 28회, 캐나다도 15~20회 재사용합니다. 빈 병 회수율도 95% 이상으로 우리보다 높은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외국은 유리병의 표준화가 잘 돼 있습니다. 업체들이 같은 규격의 병을 사용한다는 얘깁니다. 스웨덴은 1886년 전 세계 처음으로 330㎖ 병을 표준화했고 1994년 500㎖ 병도 통일했습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모든 맥주사가 표준화에 참여해 같은 330㎖ 병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은 1960년대 맥주를 시작으로 현재는 생수, 탄산음료, 주스 등 다양한 음료에서 표준화 재사용 용기를 사용합니다. 용기가 똑같으면 회수 효율성이 좋습니다. 종류별로 선별하거나 업체별로 잘못 회수된 병을 교환하는 과정을 생략해 비용이 줄어듭니다. 우리는 10개 소주 제조사와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2개 맥주사가 일부 제품을 표준화해 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마시는 소주나 부산에서 마시는 소주나 같은 규격의 병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의 디자인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오비맥주의 카스후레시, 하이트진로의 드라이피니시 등은 갈색이긴 하지만 병의 굴곡 등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다른 맥주병과 호환되지 않습니다. 롯데주류도 다음 달 중에 맥주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는데, 표준화된 용기를 쓸 것인지 정부와 환경 관련 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은 회수율도 높고 수거 체계도 효율적이래요 외국은 빈 병 회수 체계가 효율적입니다. 슈퍼나 마트 한쪽에 자동 회수기를 두고, 빈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영수증 형태로 돌려줍니다. 이를 마트 계산대에 보여 주면 장을 본 금액에서 빼주거나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국내 소매점은 대부분 빈 병을 받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마트(11곳)와 하나로마트(1곳)에서만 빈 용기를 수거합니다. 자동 회수기가 없고 여러 업무를 겸하는 고객센터에서 교환해 주니까 소비자들이 번거로울 수밖에요. 대부분 사람들이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병을 버립니다. 이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수거해 제조사에 넘기지요. 그게 아니면 빈 병을 주워 생계를 해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을 거쳐 고물상에 팔려 갑니다. 문제는 회수 품질입니다. 연간 30억병이 소비되는 소주병을 예로 들어 볼게요. 음식점, 주점 등에서 17억 1000병(57%)이 팔리는데 대부분 회수됩니다. 도매상이 튼튼한 플라스틱 상자째로 옮기기 때문에 깨지는 사례도 거의 없습니다. 가정용으로 소비되는 12억 9000병(43%)은 회수율이 떨어집니다. 슈퍼, 편의점, 대형마트에 반납되는 양은 2억 9000병입니다. 8억 5000병은 고물상과 공병상을 통해 수거되는데, 주로 마대자루, 쌀포대에 담겨 오기 때문에 병 입구가 파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수량의 13%를 파쇄합니다. 나머지 1억 5000병은 회수되지 않습니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묻히거나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무겁고 깨지기 쉽지만 날 더 사랑 해줘요 사실 요새 좀 우울합니다. 사람들이 나처럼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병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캠핑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운반이 용이한 캔 맥주, 페트병 맥주의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팔리는 유흥용 맥주는 대부분 병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 등에서 파는 가정용 맥주는 60%가량이 캔과 페트 형태입니다. 한때 60%에 육박했던 유흥용 맥주 소비 비중은 지난해 48%로 가정용 맥주(52%)에 추월당했습니다. 술집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과음족이 줄고 집이나 야외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캔과 페트는 재사용이 안 됩니다. 재활용만 가능합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재활용률이 캔 81.1%, 페트 84.4% 수준입니다. 하지만 맥주 페트는 전량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제조 단가가 높습니다. 특수 필름으로 코팅해야 돼 재활용도 어렵다고 합니다. 최근 수입 맥주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수입 병맥주는 보증금 지불 대상이 아닙니다. 오비맥주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버드와이저만 보증금이 적용돼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어 새 유리병 제조에 씁니다. 일각에서는 유럽이나 북미 국가처럼 수입제품과 일회용기에도 빈 용기 보증금을 확대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원가는 떨어졌는데 줄줄이 오른 식음료 값

    원가는 떨어졌는데 줄줄이 오른 식음료 값

    식음료 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을 두고 인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벌닷컴은 최근 6.4~20.0% 선의 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농심, 롯데칠성음료, 오리온,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삼립식품, 삼양식품 등 8개 식음료 업체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12년 1~9월 63.7%에서 지난해 1~9월 63.3%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매출원가는 상품의 매입 또는 제조에 들어간 비용이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율이 하락한 것은 상품을 팔았을 때 남는 이익률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매출원가 비율이 하락한 주원인은 주력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농심의 경우 라면과 새우깡 등의 주원료인 소맥 수입가격이 2012년 276달러에서 지난해 239달러로 13.4% 떨어졌고, 같은 기간 팜유 수입가격도 990달러에서 770달러로 22.2% 하락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음료에 사용되는 주정 가격은 평균 3.6% 상승했지만 가장 많이 들어가는 당분류나 오렌지 농축액 등의 가격은 5.8~17.3% 하락했다. 재벌닷컴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와 기타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요인을 고려해도 식음료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20%까지 올리는 것은 기업 비용을 과도하게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2.2%인 점을 고려하면 식음료 업계가 발표한 가격 인상률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특히 비인기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고 인기 제품 가격은 대부분 올려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면서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이 경영혁신이나 내부적인 원가절감보다는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윤을 유지하거나 늘려온 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해 식음료 업계는 원가 때문에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등의 인상 요인을 수년째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참아오다가 한계에 이르러 수익성이 악화된 제품의 값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가공식품 값 도미노 인상

     서민 간식인 과자, 빵,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식품업계의 가격 올리기를 정부가 사실상 묵인하면서 올 들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7일 빅파이 등 7개 제품 가격을 최대 10.0% 인상한다고 밝혔다. 빅파이와 콘칲은 각각 2800원에서 3000원으로 7.1% 인상된다. 버터와플과 뽀또는 각각 1000원에서 1100원으로 10.0% 오른다. 하임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 땅콩카라멜은 1600원에서 2000원으로 7.1% 인상된다. 국희샌드는 9.5% 오른 4600원에 판매한다. 인상가격은 이달 생산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크라운제과는 2011년 이후 3년 만의 가격 조정임을 강조하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며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으나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익구조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립식품도 오는 17일부터 빵 제품 가격을 평균 6.4% 올린다고 밝혔다. 전체 빵류 703종 가운데 4분의1인 175종이 대상이다. 12버터롤은 3300원에서 3500원으로 6.1% 인상되며 신선가득꿀호떡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인상된다. 우유식빵과 정통크림빵도 100원씩 오른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2011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의 인상”이라면서 “원재료비, 수도전기료, 물류비 등의 인상요인을 더는 감내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농심은 새우깡, 자갈치, 양파링 등 과자 값을 100원씩 올렸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10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14개 제품 가격을 평균 6.5% 올린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환경 플러스]

    [환경 플러스]

    친환경 포장 우수제품 16개 선정 환경부는 ‘그린패키징 공모전’ 공동 대상작으로 풀무원 생수, 농심 새우깡, LG전자 텔레비전 포장을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그린패키징 공모전은 환경부가 후원하고 한국환경 포장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로 3회째이다. 친환경 포장을 실천한 기업의 제품과 친환경 포장 아이디어를 공모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포장재 감량 노력과 재사용·재활용 용이성 등을 심사해 10개 기업 총 16개 제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풀무원 샘물은 생수병의 무게와 뚜껑의 길이를 최대한 줄여 업계 평균 대비 42% 경량화에 성공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농심은 봉합부가 쉽게 열리는 필름의 두께를 줄여 새우깡 등 20여 품목에 적용, 연간 60t의 필름 사용량을 절감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LG 전자는 LED TV 포장재에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높인 점이 호평을 받아 공동 대상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밖에 포장재질을 단일화한 ㈜하이플의 원터치 컨테이너 박스와, 재생지를 사용하고 접착제 사용을 없앤 삼성전자의 친환경 현상기 박스가 각각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강원대 디자인과 박은경씨의 전구포장이 학생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립공원 14곳에 전기차 충전시설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보환)은 올해 지리산, 치악산 등 5개 국립공원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했다고 8일 밝혔다. 국립공원 내 충전시설은 14곳으로 모두 19대의 전기자동차를 현장에 배치했다. 공원공단은 국립공원 내 매연을 줄이고, 쾌적한 탐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부터 순찰차량을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자전거 73대, 전기카트 8대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전기자동차 운영으로 연간 12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립공원 내 설치된 충전시설은 전기자동차 보급확대 차원에서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시설이 설치된 국립공원은 지리산, 경주, 태안해안, 치악산, 오대산, 내장산, 다도해해상(목포), 속리산, 북한산(정릉, 도봉), 한려해상(통영), 가야산, 속리산, 월출산, 덕유산, 월악산 등이다.
  • ‘국민스낵 새우깡’ 많이도 팔렸군!

    ‘국민스낵 새우깡’ 많이도 팔렸군!

    새우깡이 국내 스낵류 가운데 처음으로 75억 봉지 이상 팔렸다. 이는 국민 한 사람당 150봉지의 새우깡을 먹은 셈이다. 이제까지 팔린 새우깡을 한꺼번에 펼치면 아시아 대륙(4400만㎢)을 모두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농심은 19일 새우깡을 처음 선보인 1971년 이후 누적판매 75억 봉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익숙한 광고음악(CM)으로 귀를 사로잡으며 ‘국민 간식’으로 인기를 누린 것이다. 새우깡은 전통 간식인 ‘뻥튀기’에서 착안해 만든 국내 최초의 스낵이다. 1971년 당시 농심 대방동 공장 앞에는 새우깡을 사기 위해 지방에서 새벽부터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우깡은 출시 3개월 만에 농심 매출을 350% 끌어올렸다. 90g들이 제품 한 봉지에 국산 꽃새우가 4마리 정도 사용된다. 제품을 선보인 첫해 20만 6000박스였던 생산량은 이듬해 425만 박스로 20배나 늘었다. 새우깡은 일본과 중국, 남미 대륙까지 전세계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1990년 수출을 시작으로 연간 수출액 15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중국 타오바이몰과 미국 월마트에 직영 판매 중이다. 고인이 된 희극인 김희갑과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1990년대 아이돌 그룹 SES와 신화 등이 모두 새우깡 광고에 출연했다. 거쳐 간 광고모델만 20명이다. 윤형주가 작곡한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CM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김현정 마케팅부문 상무는 “앞으로 새우깡을 100살, 200살이 넘는 최고 장수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심은 누적판매 75억봉지를 기념해 농심 페이스북에서 ‘새우깡 절친 인증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벤트를 통해 모인 사람 수만큼 자선단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새우깡을 기부할 예정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미야기 72시간 ①아주 차밍한 워밍업

    미야기 72시간 ①아주 차밍한 워밍업

    센다이 공항에 진입하는 항공기는 새파란 바다를 한 바퀴 뱅그르르 돌았다. 추운 날씨에 새파란 바다는 더 파래 보였다. 미야기에서 보낼 산뜻하고, 쾌청한 72시간. 이곳에서 시작한다. ●1st Day 아주 차밍한 워밍업 13:00 센다이 공항 도착 한겨울 미야기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윈터 스포츠 마니아라고 봐도 무방하다. 볕이 좋은 봄·가을, 중년의 골퍼들로 붐볐던 땅은 스키와 보드를 한 짐 짊어진 젊은이들로 말끔하게 세대교체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슬로프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누르고 첫날은 주변을 돌아본다. 리프트 대기 시간이 제로에 가까운 일본 스키장에서는 하루가 이틀 같고, 사흘 같을 테니 첫날은 워밍업만 해두자. 센다이 근교의 다도해 마쓰시마松島에서 오후 시간을 보낸 후 스키장으로 이동한다. move to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option1 센다이 공항→(JR 액세스 철도, 24분)→센다이 역→(JR 도호쿠혼센, 25분)→마쓰시마 역→(걸어서 5분)→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option2 센다이 공항→(차로 1시간)→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15:00 마쓰시마 유람선 투어 비행기에서 봤던 그 바다의 생생한 내음까지 맡을 수 있는 군도를 탐험한다. 마쓰시마松島는 센다이 시내에서 열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이 지역 사람들도 즐겨 찾는 명승지다. 푸른 소나무로 뒤덮인 크고 작은 섬들이 계통 없이 떠 있다. 군데군데 자리한 민머리 섬마저 훌륭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에 마쓰시마는 2011년 일본대지진 때 피해가 그나마 적은 지역이었다고 한다. 260개가 넘는 섬이 만들어내는 장관을 만끽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유람선 투어. 마쓰시마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노선과 건너편 시오가마항에서 내려 주는 두 가지 노선 중 선택할 수 있다. 배를 타는 동안 한국어 안내방송이 나와 섬의 이름, 유래, 역사를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배에서는 반드시 새우깡을 판매하는데, 갈매기가 그 이유를 제일 잘 안다. 갈매기 먹이 주기가 유람선 투어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는 것. 엄지와 검지로 과자를 쥔 채 손을 배 바깥으로 쭉 뻗으면 갈매기 한 무리가 어느새 사뿐하게 날아와 날렵한 부리로 과자를 채 간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굴 양식장(미야기현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굴 어획량이 많은 대표 산지다), 김 양식장의 방대한 규모에 놀라고,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소나무 섬을 구경하고, 갈매기 먹이 주기까지 체험하다 보니 30분은 짧기만 하다. move to 엔츠인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걸어서 3분)→즈이간지→(걸어서 5분)→엔츠인 1 신선한 먹거리가 미야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아삭한 채소, 보드라운 쇠고기를 1인용 솥에 넣어 먹는 미야기자오코겐호텔의 샤브샤브 요리 2 즈이간지 입구 기념품 가게에서 생굴을 구워 판다. 그만큼 굴로 유명한 마쓰시마 3 노을이 번지는 마쓰시마 유람선 선착장 4 엔츠인으로 향하는 길에 아기자기한 선물가게가 서너 곳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센다이 별미 센다이가 원조인 별미, 규탄牛タン, 소 혀을 맛보자. 소의 혀를 구워 먹는다?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입에 넣어 보면, 언제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느냐는 듯 존득한 식감에 두 눈이 번쩍 뜨인다. 2차 세계대전 후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 미군이 안 먹고 버린 부위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고급 요리로 탈바꿈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숯불에 굽는 게 기본 레시피라고. 그만큼 식재료 본연의 특별함이 최고의 맛을 낸다는 뜻이다. 또한 차진 쌀로 유명한 미야기 현은 바다와도 맞닿아 있으니 질 좋은 스시가 어딜 가나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큼지막하고 두툼한 회가 윤기나는 밥을 폭 덮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침이 꿀꺽. 16:00 엔츠인에서 호젓한 힐링 엔츠인円通院은 국보급 사찰인 즈이간지瑞巌寺와 한자리에 있다. 현재 즈이간지 본당 내부는 수리 중이라 관람할 수 없다. 그런데 본당보다 더 인기 있는 곳은 따로 있었다. 본당으로 향하는 삼나무길 참배로는 ‘웅장함’이라는 수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짧지만 인상적인 길이다. 입구를 등지고 바라봤을 때 왼쪽 가로수는 다소 헐거운데 대지진 피해의 흔적이다. 반면 오른쪽은 둥치의 규모나 잎이 우거진 정도가 대단하여 탄성이 터져 나온다. 웅장함 속의 고요함.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 길을 걸어 엔츠인으로 향한다. 엔츠인은 일본 정원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물이 없는 마른 정원이지만 물이 주는 생동감을 놓치지 않았다. 큼지막한 돌과 자잘한 자갈, 아담한 나무가 어우러진 세키테이石庭가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끈다. 일본에 왔구나, 실감하게끔 하는 가장 일본적인 풍경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미츠무네와 신하 일곱 명을 모신 사당 산케이덴三慧殿에 닿는다. 미츠무네는 도쿠가와 막부의 촉망받던 인재였는데, 19세에 요절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사당으로 350년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았다. 궁전형 사당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등 서양식 문양 때문이다. 기독교 탄압이 심했던 시대적 배경을 살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현대에 들어 빛을 본 이 사당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데다가 다른 사당에선 이토록 화려하고 독특한 문양을 볼 수 없다. 활처럼 유려하게 휜 지붕의 곡선, 그 위를 수놓은 서양식 문양. 묘하게 조화로운 이 모습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을 것이다. move to 스미카와 스노파크 option1 엔츠인→(걸어서 10분)→마쓰시마 역→(JR 도호쿠혼센 25분)→센다이 역→근처에서 1박, 센다이 역→(오전 8시30분 출발하는 스키장 셔틀버스로 2시간)→스미카와 스노파크 option2 엔츠인→(차로 2시간)→스미카와 스노파크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엔츠인에는 연인과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의 코케시가 목제 선반 가득 놓여 있다 2 마쓰시마 고다이도五大堂 사당 한 켠에 매달아 놓은 오미쿠지おみくじ, 길흉을 점치는 종이 3 즈이간지 본당으로 향하는 삼나무길 17:00 도시에서 고원으로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에 걸쳐 위치한 자오국정공원蔵王國定公園은스키 휴양지로 유명하다. 일본 스키는 홋카이도가 제일이라는 편견은 잠시 접어 두자. 홋카이도에 비해 맑은 날이 많고,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험난한 코스부터 초보자를 위한 완만한 슬로프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혹은 초보자라면 오히려 자오를 추천한다. 센다이를 기점으로 서쪽은 야마가타 자오, 동쪽은 미야기 자오로 구분한다. 미야기 자오에는 모두 다섯 개의 스노파크가 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미카와すみかわ 스노파크로 향한다. 높은 지대라 충분한 적설량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가격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왕복 버스와 1일 리프트권 패키지 가격이 4,800엔). ▶추울 땐 모 양말 여성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일본 쇼핑 아이템은 단연 양말과 스타킹 류. 일단, 개성 넘친다. 게다가 품질까지 좋다! 모 100% 양말을 (나름) 싼값에 살 수 있다. 사진의 양말은 이온몰 나토리에서 구매한 것으로, 세 켤레에 1,000엔. ▶한국보다 싸다니! 식료품 쇼핑은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요즘은 한남동만 나가도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시절이라지만, 그래도 가격이 참 착하니 절로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한국 슈퍼마켓 가격의 반값도 안 되는 참깨 소스, 대용량 고형 카레, 생 모차렐라부터 브리치즈까지 각종 치즈류를 추천한다. ▶이유 있는 명품 과자 빼빼로와 똑 닮은 프란. 관광청 관계자의 강력 추천으로 맛보게 된 과자다. 하나에 2,500원이 넘으니 만만찮은 가격인데, 먹어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 두툼하게 초콜릿 옷을 입힌 데다가 속에 든 쿠키가 아주 보드랍다. 다음에 또 집어 들게 될 것 같다. 감자 맛 스낵에 초콜릿을 입힌 쟈가키じゃがッキー역시 로컬(스키장 관계자)이 추천해 준 독특한 과자. 감자와 초콜릿, 뜻밖에 매력적인 조합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건 [남자語]다

    카피 한번 끝내준다. “2535 커리어우먼에게 필요한 건 영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공용어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비즈니스 공용어? ‘남자어’다. 책 제목도 그렇다. ‘남자어로 말하라’(김범준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여자라도 회사원이라면 회사원답게 조직의 위계질서에 맞춰 말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남자어 입장에서 ‘양성평등’ ‘페미니즘’ 같은 단어는 안드로메다 외계어다. 어머, 이게 뭐야? 가드 올리기도 전에 펀치가 막 쏟아진다. 커피? 까짓 거 팍팍 타줘 버리란다. 아예 ‘영혼을 담아’ 타주란다. 파스타 집에서 와인잔 들고 하는 회식? 우아한 건 네 친구들하고 수다 떨 때나 하란다. 삼겹살과 소주에 온몸을 불살라야 한단다. 숱한 펀치들의 결론은? 까라면 까라다. 그것도 아주 ‘잘’ 까야 한단다. 남자어는 이렇게 구성된다. ‘생존어’ ‘충성어’ ‘접대어’ ‘근태어’ ‘객관어’ ‘인정어’ ‘희생어’. 아이고 난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 아니래도, 하면서도 슬그머니 웃는 부장님들의 얼굴과 뻣뻣하게 굳어 버린 채 눈알만 굴리고 있는 여직원들의 얼굴이 눈앞에 교차한다. 물론 저자도 안다. 대한민국의 환경,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 수량화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회를 마음껏 원망하란다. 그런데 원망한 다음엔? 저자의 출발점이다. 차별에 서러워 눈물 흘리는 가련한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다 말 건가? 그럴 바에야 사장 자리 차지해서 비즈니스 공용어를 남자어에서 여자어로 바꾸라고 제안한다. 회전의자에 앉아 남자 직원한테서 “이사님, 오늘 회식은 이태원에 있는 벨기에식 홍합 요리 먹으러 가요.”라는 얘기를 들어보란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자어를 배워야 한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男, 남자어를 말하다 대학문 나선 지 10여년째. 자취방에 몰려 앉아 새우깡에 소주 까놓고 첫사랑이 어쩌고 질질 짜던 놈들, 이젠 앞서거니 뒤서거니 ‘초짜’ 관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책임, 선임, 주니어, 과장, 팀장…. 요즘은 워낙 직급 이름이 다양해서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지경이지만 어쨌든 교복 다시 꺼내 입은 것처럼 어색하던 녀석들이 이젠 양복에 걸맞은 풍채를 하나둘씩 갖춰 가고 있다. 만나서 하는 얘기의 초점은 거의 비슷하다. 높으신 분들 비위 맞춰 가며 아랫사람 다독이며 성과를 내야 하는 데 대한 스트레스다. 뒷담화 좀 세게 하고 시시덕대던 시절은 가 버린 것이다.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여자 선후배들이 와서 말을 건네면 긴장된단다. 떨려서? 그럴 턱은 없다. 이야기는 무척 긴데 정작 알맹이가 없거나 알맹이가 뭔지 잘 이해가 안 될 경우가 많다는 거다. 개인적인 얘기야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일 얘기라면 답답해진다. 얘기하면 뭔가 해결되고 정리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을 때가 더 많단다.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렇게 하라는 건지 저렇게 하라는 건지. 몇 번을 그러고 나서 되물었단다.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하라는 얘기냐, 이러저러하게 해주길 원한다는 뜻이냐고 그때 나오는 반응은 대개 두 가지란다. 하나는 그렇게 길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다른 하나는 이렇게 친절한 나에게 왜 화를 내? 그래서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남자는 바보이거나 좀팽이인 거다. 물론 장점도 있단다. 요즘 여직원들은 똑똑한 데다 승부욕도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여성들의 이런 능력을 아주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몇 번 부딪치고 나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단다. 나를 간 보는 건가? 아니면 자기는 일 하나 처리하는 데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니까 기특하고 대단하게 여겨 달란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자기처럼 소중하고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 이런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 쓰니까 불쌍하지 않으냐고 하소연하는 건가? 그런데 우리만 그랬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책에 나오는, 유리천장을 뚫은 한 대기업 여성 임원의 얘기다. “여자들은 상황을 A부터 Z까지 설명해 공감을 얻으면 잘 따라오지만 남자에게 그렇게 하면 무능하게 비칠 수 있더라. 남자들은 경상도식으로 용건만 말하는 걸 선호하더라. 책임자 직급에 오르는 여자 후배들은 꼭 불러서 얘기한다. 경상도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라고.” 맞다. 끼리끼리 논다고, ‘경상도 보리문둥이’들끼리 둘러앉아 그간 자책만 하고 살았다. 바보도 좀팽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여자 선후배들도 출발점은 선의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女, 남자어를 말하다 회사에 갓 들어와서 얻은 별명이 ‘다나까’였다. 무슨 말을 하든 말미는 “~입니다.” 아니면 “~입니까?”로 끝냈다. 여중-여고-여대를 나왔다는 아이가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이나 쓸 법한 말투를 입에 달고 돌아다니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급기야 “쟤는 여대 ROTC 출신”이라는 농담 섞인 루머까지 나돌았다. 6년 전 입에 붙지도 않는 ‘다나까’를 불경처럼 외우고 다녔던 건 여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보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총합-나약하다, 이기적이다 등-을 상징하는 ‘여대’와 나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오기가 그때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는 대학 동창들 중에는 ‘다나까’가 많다. 당시 학교에서 여대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 다니는 애들과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 신고 등교하던 애들. 페미니스트에게 혼날 만한 이분법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돌이켜 보면 주로 전자는 ‘남자어’를, 후자는 ‘여자어’를 썼던 것 같다. 과제 때문에 조모임을 할 때면 “어머, 어떡하지? 나 오늘 중요한 약속 있는데…뒷일은 너희한테 맡길게.” 하며 바람처럼 사라지던 친구들은 분명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면 티셔츠에 운동화 신은 아이들이 꾸역꾸역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다. 바람처럼 사라졌던 그때 ‘하이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 주변의 많고 많은 ‘다나까’들은 지금까지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가고 꿋꿋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잉, 부장님 이건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라는 콧소리가 나오지 않아 속으로 악 소리 내며 미련스럽게 야근을 하는 친구가 부지기수다. 회식 자리에서 “술 못 마셔요.”라고 손사래를 치면 혹시나 폭탄주 건네는 부장님 손이 ‘무안’해질까 봐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2차로 간 술집 화장실에서 기절한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눈물겹게 버티던 내 주위의 ‘다나까’들은 똑같은 의문을 갖고 있다. 남자 세계에서 남자어를 구사하며 아등바등 버틴다고 뭐가 남지? 여성들이 여성성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는커녕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 체제만 강화시켜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 말이다. 저자는 “남자어 잘 써서 성공하라.”는데 그렇게 성공해 봤자 지금 체제가 계속된다면 여성을 짓누르는 유리천장은 깨질 리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아무리 남자어로 말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려 해도 몇몇 남자들은 여성 동료를 그저 여성으로만 보고 있지 않나? 맞잖아요, 저기저기 여자 부하 직원에게 치근덕대는 김 부장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초코파이값 오른다

    초코파이값 오른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값이 오른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날 대형 유통업체에 공문을 보내 새달 14일부터 초코파이 출고가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오리온이 요구한 인상률은 25%다. 이 대형마트 관계자는 “인상 시기와 인상률을 정한 공문을 오후에 받았다.”면서 “업체가 제안한 인상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추후 협의를 통해 재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초코파이 가격이 오르는 것은 4년 6개월 만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재료 인상 등 가격 상승 요인이 많았지만 그동안 정부 규제 등으로 억눌려 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은 이미 대부분 가격 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CJ제일제당은 햇반값을 10년 만에 9.4%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등 음료업체도 콜라와 사이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50원 안팎에서 올렸다. 농심은 ‘국민 스낵’ 새우깡값을 100원 올렸고,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 등 6개 라면값을 50~60원 인상했다. 앞으로 장류와 조미료 가격 인상이 전망되고, 오뚜기도 라면값을 추가로 올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인기제품값 ·비인기품↓ ‘일그러진 상혼’

    인기제품값 ·비인기품↓ ‘일그러진 상혼’

    라면과 햇반 등 가공 식품부터 전기, 도시가스 등 공공재, 항공과 여행, 화장품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잘 안 팔리는 제품의 가격만 내리는 ‘꼼수 상혼’이 판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치솟는 ‘서민물가’를 외면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줄줄이 오르는 각종 요금, 정부는 뒷북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대한항공의 국내선 운임이 9.9% 인상된 데 이어 이달에 아시아나항공 운임이 9.9% 오른다. 또 다음 달에 에어부산 운임이 9.7% 오르는 것을 비롯해 나머지 저가항공사들도 ‘도미노 인상’에 나선다. 에어부산은 다음 달 1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7200원, 부산~제주 노선은 6400원을 각각 올리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달 1일 성수기 운임을 평균 5% 인상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는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인상률을 정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인상 방침을 갖고 있다. 공공부문 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전력은 8월부터 전기요금을 4.9% 올렸고, 연말에 또 한 차례 인상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도시가스료는 지난달에 이미 4.7% 올라 서민들은 벌써부터 한겨울 난방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택시업계도 기본요금(서울 기준) 300원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버스요금 인상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준공영제를 도입한 각 자치단체는 매년 3000여억원(서울 기준)의 예산을 투입, 버스회사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지만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더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농심, 롯데칠성음료 등 가공식품 업계가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제품의 가격을 10% 올리고 비인기 제품의 가격은 내리면서 전체 평균 4~5% 인상했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작 장바구니를 든 서민들의 체감 인상률은 10%가 훨씬 넘는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칠성 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주요 제품 10개의 출고가를 50원 정도 올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작은 델몬트 스카시플러스, 데일리C비타민워터 등 6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면서 3%를 인상했다고 홍보했다. 또 농심도 ‘국민 간식’ 새우깡의 가격을 11%(900→1000원), 칩포테이토와 수미칩 출고가도 각각 50원, 100원 인상했다. ●유통업계 꼼수 상혼에 서민 주름 늘어 반면 시장의 비중이 미미한 ‘콘스틱’과 ‘별따먹자’ 값은 60원씩 내리면서 ‘물타기’를 했다. 삼양식품과 CJ제일제당, 오리온, 롯데제과 등도 마찬가지다. 김한기 경실련 국장은 “일시에 많은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부자보다 서민의 충격이 더욱 크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인상 시기를 조정하고 일부 기업의 얌체 상혼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숙·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애그플레이션 벌써 식탁 덮쳤다

    애그플레이션 벌써 식탁 덮쳤다

    국제 곡물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애그플레이션)이 국내 식탁을 덮치고 있다. 예상보다 심각한 미국발 가뭄 흉작과 이 틈을 탄 국내 업체들의 가격 인상,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가격상승 요인 등이 맞물리면서 생필품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식량 파동’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애그플레이션의 여파는 아직 상륙 전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당초 상륙 시기를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했던 정부는 1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주요 20개국(G20)도 이달 안에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 1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t당 325달러에 거래를 마쳐 6월 1일에 비해 44.4%나 올랐다. 같은 기간 대두와 옥수수도 각각 27.1%, 45.6% 급등했다. 이에 콩과 밀을 주 원료로 하는 국내 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0개 판매처를 대상으로 이달 첫 주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찌개용 국산 콩 두부는 3174원(6일 기준)으로 7월 1일에 비해 8.3% 올랐다. 국산 콩 무농약 콩나물도 같은 기간 10.0% 올랐다. 즉석밥인 햇반은 7.6% 올랐다. CJ제일제당의 햇반값 인상은 10년 만이다. 시금치(1㎏) 가격이 이상고온으로 평년보다 19.2%나 올랐고 동원참치 가격도 올라 밥상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이나 내년 초쯤 우리나라가 애그플레이션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봤으나 예상보다 빨리 그 여파에 노출됐다.”면서 “레임덕을 틈탄 국내 식품업체들의 잇단 가격 인상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 주말 6종류의 라면 가격을 50~60원(5.0~8.6%)씩 올렸다. 농심은 새우깡 권장소비자가격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은 “미국의 심각한 가뭄 여파가 연말쯤 본격 상륙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전경하·임주형기자 lark3@seoul.co.kr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새우깡과 초코파이의 대결…‘달고나’와 ‘뻥이오’의 추억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새우깡과 초코파이의 대결…‘달고나’와 ‘뻥이오’의 추억

    밥상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의 식생활과 추억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주전부리다. 일제시대 때도 생과자(왜떡)나 서양식 제과점이 있긴 했지만 서민들에겐 ‘그림의 빵’이었다. 대신 떡이나 엿, 옥수수 등 자연 식품으로 궁금한 입을 달래야 했다. 1945년 해태제과가 생기면서 양갱, 캐러멜, 웨하스 등 과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하지만 주전부리에 대변혁이 일어난 것은 6·25전쟁이 끝난 뒤 설탕, 밀가루, 껌 등이 본격 등장하면서다. 그런데 ‘더 센 놈’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낵의 혁명’으로 불리는 새우깡이 1971년 12월 농심을 통해 나온 것이다. 새우깡은 40년이 넘은 지금까지 70억 봉지 이상 팔리며 자꾸만 손이 가는 ‘부동의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막강한 라이벌 초코파이도 1974년에 등장했다. 동양제과(현 오리온) 직원이 1973년 미국 출장길에 맛본 ‘초콜릿 입힌 과자’를 귀국 후에도 못 잊어 1년여의 실험 끝에 내놓은 게 초코파이다. 이 대목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달고나’와 ‘뻥’이다. 불에 얹은 국자에 설탕을 녹여 소다를 푼 뒤 부풀어 오르면 납작하게 문양을 찍어 내는 과자가 달고나다. ‘띠기’ ‘뽑기’ ‘국자’ 등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침을 살살 발라 가며 문양을 떼어내야 제맛인 것은 ‘전국 공통’이다. 요란한 뻥 소리와 함께 튀겨져 나오는 강냉이 역시 쌀의 변신이 주는 신기함과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뻥이오”)의 인기 덕에 동네 아이들을 졸졸 몰고 다녔다. 이후 식품산업이 발달하면서 젤리, 아이스크림 등 온갖 간식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설탕 대신 올리고당이 들어간 제품을 찾을 정도로 주전부리에도 ‘웰빙’ 개념이 파고들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깔깔깔]

    ●빼빼로와 칸초사이 빼빼로는 날마다 등교할 때 칸초의 가방을 들어 주고, 칸초의 준비물을 챙겨 온다. 어느 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새우깡. “야! 니는 키도 큰 게 와 맨날 칸초 뒤만 졸졸 따라 다니노?” 새우깡의 말에 빼빼로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새우깡에게 말했다. “쉿! 조용히 해라, 칸초 듣는다. 너! 칸쵸 등에 문신 봤냐?” ●다정한 부부 어느 다정한 부부가 백화점에 갈 때마다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녔다. 그 모습이 부러운 가게 주인. “두 분은 얼마나 금실이 좋길래 이렇게 항상 손을 잡고 다니세요?” 그러자 남자, 한숨을 쉬며 하는 말. “우리 집사람 충동 구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이 길밖에는 없거든요.”
  •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종양장(種羊場)의 양털깍이 소년이 맨주먹으로 현해탄을 건넌 지 30년- 지금은 부동산만 3천억「엔」(한화 4천억원)어치를 가진 대재벌로 자라났다. 4천억원이면 우리나라 1년 총예산의 절반. 지난 해 2천억원의 매상을 올린「롯데」의 신격호(辛格浩·53)씨는 이 어마어마한 부(富)가 오직『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린 것이라 했다.  차분하게 외곬 파고들어…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려 『저는 운이라는 걸 믿지 않습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신용과 의리로 하나하나 이루어나갈 뿐이죠』  「롯데」종업원들은 아직 신(辛) 사장이 웃거나 화내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화가 나면 오히려 음성이 낮아지고 차분해지는 것이 신(辛) 사장의 성격.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오늘의「롯데」를 만드는 데도 다른 경영자들과는 달리 화려하게 남의 눈에 드러나는 일 없이 차분하게 외곬으로 파고 드는「인·파이팅」전번(戰法)을 써왔다.  재일교포 사회에선『관동(關東)에 롯데, 관서(關西)엔 판본(阪本)』이란 말이 자랑스럽게 쓰여지고 있다. 신격호(辛格浩)씨와 서갑호(徐甲虎)씨가 교포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일뿐더러 일본의 어느 기업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의 본거지인「도꾜·롯데」는 지난 해 제과부문에서 1천2백억「엔」,「레저」와 부동산부문에서 6백억「엔」을 벌어 들였다.「도꾜·롯데」는 모두 11개의 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에는「검」「초컬리트」「캔디」「아이스크림」공장이 들어있으며「볼링」「골프」시설을 갖춘「레저·센터」인「롯데」회관,「프로」야구의「롯데·오리온즈」구단 등이 있다.「롯데」소유 부동산의 일본 은행 감정 가격은 총 3천억「엔」.  한편 12년 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롯데」는 지난 해 총 2백억원의 매상을 기록했다. 라면, 새우깡 등을 만들어내는「롯데」「검」「초컬리트」「캔디」공업이 90억원,「검」「캔디」의「롯데」제과가 45억원, 일본에 우리나라산 백삼(白蔘)을 독점 수출하고 있는「롯데」물산이 60억원어치를 팔았다. 다수 산매점 주의로 맞서…콧대센 일본 「하리스」눌러  「도꾜·롯데」에 비교하면 아직 한국「롯데」는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지만 어마어마한「도꾜·롯데」의 후광을 갖고 있는 한국「롯데」의 장래는 밝다.  「롯데」의 경영 방침은 간단하다. 첫째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것, 둘째 제품이 많은 상점에 진열되어 있을 것, 세째(셋째) 선전에 힘쓸 것.  그러나 신(辛)사장의 경우는 보다 철저하다.  『평범한 속에 의외의「아이디어」가 있는 법입니다. 그「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한번 일에 손대면 철저히 하는 것-그게 성공의 비결이겠죠』  평범한 속에서 의외의「아이디어」를 찾아낸 대표적「케이스」가 바로「롯데·검」이다. 종전 직후 일본「긴자」뒷골목에서 GI들이 던져주는「검」을 줍는 일본 어린이들을 보고「힌트」를 받아「롯데·검」이 탄생된 것.  전후 일본엔 50여종의「검」이 생산되었으나「롯데」가 지금처럼 시장 점유율 65%를 자랑하는「톱·메이커」가 된 건 우수한 품질 때문이었다고 신(辛) 사장은 말한다.  또「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이 기업 경쟁에서 이긴 경우가 바로「하리스」와의 싸움이다.「롯데」와 함께 일본의「검」시장을 나누어 갖고 있는「하리스」는 당초엔「롯데」로선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큰 기업이었다. 그러나 도매상 중심으로 콧대 센 장사를 하고 있는「하리스」에 비해「롯데」는 다수(多數) 산매점주의로 맞서 끝내 이기고 말았다.  가정 부인들을「세일즈」에 동원, 시장 개척을 한 것도「롯데」의 기발한 판매「아이디어」의 하나였다. 다음은 선전. 「하리스」가 TV에 30분짜리「프로」를 만들면「롯데」는 1시간짜리로 맞섰다.  지금도「롯데」는 한해에 65억「엔」을 선전비로 쓰고 있다. 결국「검」싸움에서「하리스」는 「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에 져 현재까지 주인이 3번이나 바뀌고 말았다.  『팔리는 건 제품이지만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제 인사 관리는 간단해요. 일단「롯데」에 들어온 사람이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가기 전엔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으면 감봉 처분이 고작이죠. 직장을 믿고 일할 수 있을 때 일이 제대로 되는 것 아닙니까?』  현재「도꾜·롯데」산하 기업체의 부사장 중 67살이 된 노인이 한분 있다. 하는 일이라곤 출근했다 퇴근하는 것뿐. 그리곤 부사장 월급을 타간다. 신(辛)씨가 종전 직후「크림」장사를 사작할 때 썼던 종업원 10명 중 유일하게「롯데」에 남아 있는 사람이란 이유 때문. 종업원은 해고 않고 전문분야 일만 시켜  한국「롯데」의 경우 이런 인사 방침은 마찬가지지만 또 하나 특징은 종사자의 업무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 이는 신(辛) 사장이『우리나라에선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辛)사장의 과거는 한마디로『배 고팠다』는 것.  언양(彦陽·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몇 10리 들어간 경남(慶南) 울주(蔚州)군 삼남(三南)면이 신(辛) 사장의 고향. 바로 이웃 마을이 서갑호(徐甲虎)씨의 고향이다, 신(辛)씨는 울산농업실습학교를 졸업하고 곧 어느 종양장으로 양털깎이 소년으로 취직했다. 농사만 지어서 5남5녀의 10남매를 먹여 살리긴 힘든 일. 신(辛)씨는 장남으로 가장의 역할까지 겸해야 했다.  21살 되던 해『언제까지 양털만 깎고 살 수는 없지 않으냐?』는 각오로 집을 뛰쳐 나왔다. 일본의 종양장을 돌아 본다는 명목으로 현해탄을 건넜지만 신(辛) 청년의 뜻은『배고픔』을 면해 보자는 것이었다,  우유 배달을 하기도 하고 무거운 철판을 져 나르기도 했다, 그 돈으로「와세다」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제2차대전으로 대학도 문을 닫자 어느 군수기름공장의 기술자로 취직했다가 동료의 모함으로 쫒겨났다. 신(辛)씨는「커팅·오일」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차렸다. 꼭 두번 납품하고 나자 공장이 미군기의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남은 건 빚 5만「엔」뿐.  종전이 됐다. 신(辛)씨는 폐허가 된 일본에서 이제 이길 것은『평화』뿐이라고 생각했다. 소위「평화산업」이란 화장품에 처음 손댄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빚을 얻어(어느 일본 의사였는데 오직 신(辛)씨만 믿고 돈을 대준 것. 그 뒤 신(辛)사장은 이 의사에게 병원「빌딩」을 지어 주어 은혜를 갚았다) 종업원 10명으로「크림」이며 머리기름을 만들어 냈다. 수익은「크림」이 2~3배, 머리기름은 10배가 남았다.  화장품으로 중소기업인이 된 신(辛)씨는 다시『평화산업』인「검」생산에 착수했고 오늘의「롯데」를 세워 놓았다. 50년대의 부동산「붐」에서 크게 한 몫을 잡은 것도「롯데」성장의 성장제 역을 했다.  1948년 자본금 1백만「엔」으로 시작한「롯데」가 지금은 그 3백배 이상으로 자라났고「롯데·검」은 6대주 어느 곳에도 수출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됐다.  한국에 금의환향한 것은 5·16 직후. 햇수로는 12년이 되지만 가정 분규로 신장개업을 한 지는 이제 5년째다. 그 5년 동안「롯데」경쟁 기업인 삼양(三養), 해태 등과 맞먹을 정도로 자라났다.  5형제 중 맏이자 총수인 신격호(辛格浩)씨는「롯데」의 회장. 4째인 선호(鮮浩·40)씨가 형님을 도와 일본에 있으며「도꾜·롯데」산하 공장의 전무·상무직을 맡고 있다. 한국「롯데」는 3째인 춘호(春浩·44)씨가「롯데」공업 사장, 막내인 준호(俊浩·33)씨가「롯데」제과 전무로 있으며 4째 매부인 최현열(崔鉉烈·전 부산(釜山)시장 최두열(崔斗烈)씨의 동생)씨가「롯데」물산의 전무로 있다.  시작은 화장품…부동산 투자로 한몫보고 한국「롯데」의 사장인 유창순(劉彰順)씨는 인척 관계는 없으나 유(劉)씨가 한국은행「도꾜」지점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신(辛)사장과 막역하게 지내던 사이. 경영의 실무는 동생들에게 맡겨 놓고 있으나 신(辛) 사장은 유(劉)씨의 인품과 경영 수완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때 말썽을 빚기도 했던 집안의 불화는 이제 말끔히 가시고 신(辛)씨가 한국에 나오면 형제가 모두 모여 술을 나누곤 한다.  『나이 드신 탓인지 요즘은 보다 많이 모국에 투자하고 싶어하십니다. 반도「호텔」애기도 그래서 나온 것 같아요』막내 준호(俊浩)씨가 전하는 말이다, 신(辛)씨는 완전히 기틀이 잡힌「도꾜·롯데」는「레저」산업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부동산을 처분해 한국에 투자할 생각. 반도「호텔」을 인수해 객실 1천개의「딜럭스·호텔」을 지을 단계에 와 있고 74년께는 제철제강 분야에도 손을 댈 생각으로 현재 수익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나가」「메이지」등 대「메이커」들과 과자 싸움을 벌일 땐 1주일에 겨우 하루 집에 들어 갈까 말까 였읍(습)니다. 한번 매달리면 철저한 게 제 성격이죠』  오랜 일본 생활로 일본 정계의「기시」(전 수상(首相))「후꾸다」(행정관리청 장관·전 대장성 장관)「오히라」씨(현 외상(外相)) 등 정객과도 교분이 두터워 이따금 한·일 정계의 막후에서 다리를 놓기도 한다.  술은 잘 하는 편이며 즐기는 것은 바둑. 우리나라「아마」2단의 실력으로 같은 급수인 막내 준호(俊浩)씨가 좋은 상대. 일본인 부인과 2남(男)1녀(女)를 두고 있다.  <김창웅(金昌雄)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위기’는 운이 나빠서? 초기 미봉책 禍 키운다

    아동 질식 사고가 일어난 LG세탁기, 학력 위조 논란을 겪은 가수 타블로, ‘쥐머리 파동’의 농심 새우깡 등 사회적 위기에는 호사가들의 평가가 따른다. 운이 나빴다든가 시간이 해결할 거라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비슷한 유형의 위기는 다시 돌아온다. 근본적 해법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유재웅 을지대 시각홍보디자인과 교수가 쓴 ‘한국사회의 위기 사례와 커뮤니케이션 대응 방법’(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은 위기의 원인을 운이나 시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해법을 보여 준다. 유 교수는 행시 23회로 국정홍보처 국정홍보국장,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 해외홍보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식 위기에 한국식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 대학교’ 학력 위조 논란을 겪은 타블로의 경우 위기 초반의 ‘노코멘트’가 화를 키웠다고 진단한다. 타블로가 인터넷상의 의혹에 대해 초반에 대응하지 않자 긍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 후반부에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때 사전 경고를 통해 일주일간 악플을 지울 기회를 주거나 TV미디어를 이용해 억울함을 호소한 점은 바람직한 대처로 평가했다. LG세탁기의 아동 질식 사건은 초기의 미봉책이 반복적으로 위기를 불러왔다. 2008년 아동들의 질식 사고 이후 ‘안전 캡’을 보급했지만 주부들은 귀찮아하며 이용하지 않았다. 결국 이 미봉책으로 2010년 2명의 아이가 더 사망한 후에야 전면 리콜을 실시했다. 그나마 2010년 사고 5일 만에 리콜을 발표한 조치로 더 큰 여론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 유 교수는 “많은 위기가 예상이 가능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는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만 9000원.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농심 새우깡·양파깡 등 과자류 오픈프라이스 전보다 100원씩↑

    농심이 새우깡 등 일부 과자류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 전보다 100원씩 올려 표기하기로 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포기하고 과자류에 단계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장가격을 새우깡은 900원, 바나나킥과 양파깡·벌집핏자·오징어집·자갈치는 800원으로 결정했다. 현재 오징어집과 자갈치의 경우 대형할인점에서는 600원 내외, 편의점에서는 800원 선에 팔리고 있다.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인 지난해 6월 이들 제품의 권장가격은 새우깡이 800원, 나머지는 700원이었다. 권장가만 비교하면 이번에 12.5%와 14.2% 상향됐으며 이는 올해 5월 단행한 출고가 인상률(평균 8%)보다 높다. 이와 관련, 농심 측은 “출고가격 인상을 반영해 권장가를 표기한 것이므로 이번에 새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롯데제과·농심 과자 평균 8% 기습 인상

    롯데제과, 농심 등이 과자 제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다.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는 “3일부터 마가렛트, 빠다 코코넛, 꼬깔콘 등 22개 비스킷·과자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가량 올릴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이날 농심도 3일부터 주력 과자 제품에 대한 출고가를 평균 8%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우깡의 출고가는 7.7%, 양파링 6.8%, 닭다리 8.3%, 조청유과 8.9%가 인상된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라면은 인상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2008년 2월 가격 조정 이후 3년 이상 원가 부담을 떠안아 오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오리온도 조만간 주력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지난달 생필품값 10개 중 7개 오르고… 서민들 ㅠㅠ

    지난달 생필품값 10개 중 7개 오르고… 서민들 ㅠㅠ

    설탕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냉해로 ‘배추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물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생활필수품 10개 중 7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 T-Gate(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생필품 80개 품목 중 53개(66.3%)의 가격이 전월보다 올랐으며, 24개(30.0%)는 내리고 2개(2.5%)는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80개 생필품 품목 가운데 48개, 11월 31개, 12월 37개의 가격이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생필품 가격 상승세가 컸던 셈이다. 전월 대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시리얼(12.1%)이었다. 설탕(11.8%)과 고무장갑(9.0%), 일반 면도날(8.4%), 새우깡(8.3%), 두부(8.0%), 세탁세제(7.8%), 마요네즈(6.3%), 분유·커피(5.4%)가 뒤따랐다. 반면 식용유(-3.7%)와 녹차류(-2.7%), 어묵(-2.3%) 등은 가격이 내렸다. 80개 생필품 품목에 속하는 241개 상품의 평균 단위가격을 비교했을 경우 지난달 설탕 ‘정백당 1㎏’(대한제당)의 100g 가격이 전월 대비 25.2% 올라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배춧값도 심상찮다. 해남 겨울 배추가 냉해로 생산량이 20% 줄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2000원대까지 떨어졌던 것이 현재는 5000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폭등했다. 봄 배추가 나오는 5월까지 제2의 배추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경주·해남 최종필기자 kdlrudwn@seoul.co.kr
  •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종일 방 안에만 머물고 싶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면 남국의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해진다. 일과 공부에 치여 당장은 훌쩍 떠나지 못해도 지난해 여름 즐거웠던 휴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당일치기 여행의 추억에서 힘을 얻는 것이 소시민들의 일상이다. 그런 만큼 모처럼의 여행지에서 겪은 싱글들만의 에피소드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한 추억만 가득  직장인 최동혁(26)씨는 군 입대 직전 경주로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씨의 입대 4일 전, 육군 현역으로 복무하던 두 친구가 병장 휴가와 상병 휴가를 맞춰 나왔다. 입대를 앞두고 심란해했던 최씨는 친구들의 제의로 경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경주 불국사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아침 일찍 토함산에 올라 일출을 맞는 등 2박 3일간 입대 전 마지막 자유를 만끽했다. 친구들은 훈련소까지 최씨를 배웅해주며 경주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그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최씨는 “입대 전 심란한 마음을 친구들이 잡아 줘서 담담하게 입대할 수 있었다.”면서 “황금 같은 휴가를 날 위해 써 준 친구들에 대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찬명(27)씨는 대학생 시절 강릉 경포대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를 잊지 못한다. 최씨와 친구들이 동해를 찾은 목적은 이른바 ‘바닷가 헌팅’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바닷가 헌팅을 했던 최씨 일행은 여자들에게 제대로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몇 차례 퇴짜를 맞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고 짝이 맞은 남녀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여름 바닷가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최씨가 친구와 신세를 한탄하며 새우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던 중 여자 3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 없이 말을 걸었는데, 여자들이 흔쾌히 응해 3대3으로 술자리 게임을 하며 재밌게 놀았다. 최씨는 “지나간 추억이지만 짜릿하게 바닷가 헌팅에 성공했던 기억만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내 생에 최악의 여행  대학생 이진희(25·여)씨는 2008년 겨울에 떠난 그리스 아테네 여행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씨가 아테네에 있을 때 한 소년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다 모처럼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그리스 여행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요. 평온했던 도시는 거리마다 성난 군중이 가득 메웠고, 곳곳에는 불길이 치솟았어요.”  이씨가 가고 싶었던 그리스 국립박물관, 아크로폴리스 광장 등은 폭동의 여파로 폐쇄됐다. 하릴없이 거리를 다니다 시위대 모습을 기록하려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자 한 청년이 ‘찍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씨는 바로 아테네를 떠났다. 이씨가 떠난 다음 날 아테네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라도 늦었다면 아테네에 발이 묶일 뻔했던 것. 이씨는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많은 지역을 여행했지만 아테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날의 공포를 조심스레 꺼냈다.  즐거운 여행길에 몸이 아픈 것만큼 속상한 일이 있을까. 서울 서초동에 사는 회사원 정모(26·여)씨는 여행을 갈 때마다 배에 탈이 나는 징크스가 있다. 진로에 대한 걱정을 잊기 위해 홀로 떠났던 전남 담양으로의 여행길에서도 이 징크스는 어김없이 다가왔다. 서울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 정씨의 배 속에서 “꾸루루룩.”하는 신호가 계속 울렸다.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뒤 정씨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앞으로의 여행이 ‘화장실 여행’으로 변하는 전주곡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자전거길을 찾은 이씨는 더 이상 아픈 몸을 이끌고 걸을 수 없었다. 정씨는 그때 길 한구석에 있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오두막에 들어가서는 점퍼에 달린 모자를 얼굴 끝까지 덮어 쓰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자전거길에는 연인과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떻게 오두막에서 잠을 잘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오두막에서 쉰 덕분에 여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중소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정훈(28)씨는 3년 전 여름 제주도 여행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대학교 3학년 때 혼자 호기롭게 제주도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한라산 등반은 물론 산굼부리 같은 유명 관광지도 가 볼 생각이었다. 문제는 여행 경비였다. 빠르지만 비싼 비행기 대신 느리고 저렴한 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학생이었으니까 사치는 금물이었죠. 배를 타고 가면 뭔가 운치 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인천에서 오후 7시에 타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도착하는 제주도행 여객선을 탄 이씨는 3등실의 넓은 방에 앉아 배멀미를 견뎌내고 있었다. 40대 중반쯤 되는 아저씨가 넉살 좋게 다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창 꿈나라에 빠져 들었을 때 누군가의 손이 자신을 더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씨는 옆에 누운 그 아저씨가 잠결에 손을 뻗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또 아저씨의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아침 6시쯤 이씨가 일어나 화장실을 간 사이 그 아저씨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씨는 “혼자 떠난 여행이라 큰 기대도 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 유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를 갔다.”면서 “제주도는 좋았지만 제주도 생각하면 그 일부터 떠오르니 소름이 돋는다.”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외국어 때문에  대학원생 권영승(28)씨는 이집트에서 보낸 3개월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권씨는 2007년 12월 학과 동기들과 이집트 카이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권씨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은 택시기사와 한판 말싸움을 벌인 일이다. 시내의 한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던 권씨는 이날 처음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기사는 권씨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가까운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동안 배운 아랍어 실력을 발휘해 보고도 싶었다. 이내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아랍어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너, 사기, 이거, 하지 마, 경찰, 신고!” 아랍어가 유창하지 않았던 권씨가 할 수 있었던 말은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권씨는 최선을 다해 택시기사에게 항의했다.  권씨의 목청이 컸던 건지 목적지에 이르러 기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권씨에게 적정 요금을 받겠다고 하는 한편 “외국인이 수고가 많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까지 했다. 택시기사와 한판 말다툼을 벌인 뒤 아랍어 실력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권씨의 소중한 수확이었다.  ‘다른 나라에 있으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회사원 이현지(24)씨는 중국 여행길에서 확실히 느꼈다. 이씨는 2007년 7월 친구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났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씨였기에 중국 여행 기간은 중국어 실력을 실컷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씨를 만난 중국인들은 “중국어 잘한다.”라며 감탄했다.  이씨는 베이징 시내 한 공원 입구에서 만난 생수 파는 상인을 잊지 못한다. 이씨가 서울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상인의 표정에 거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은 서울을 중국어로 ‘셔우얼’(首尔)이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한청’(汉城)이었어. 아무리 너희들이 셔우얼이라고 해도 우리한테는 한청이야. 한청의 한(汉)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바로 한족(汉族)이야. 그러니까 한국인은 한족의 일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뜻이라고.”  이씨는 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옛날엔 우리 조상들이 중국에서 한자도 배워 오고 서예도 배워 왔지만 지금 중국인들은 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상인은 지지 않고 “너희 전통문화는 다 중국에서 시작된 거야. 너희들은 우리의 속국이란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중국어가 부족한 이씨는 대꾸할 수 없었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그까짓 말장난에 왜 그렇게 흥분했나 싶다.”면서 “이후 말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중한 인연  교사 전예은(31)씨는 2009년 여름에 떠난 제주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절친한 친구를 얻었기 때문. 전씨는 여름 방학을 맞아 홀로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학기 중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릴 여행이 필요했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요.”  제주도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 몰고 다니며 푸른 자유를 만끽했다. 색다른 추억을 위해 머문 게스트하우스에서 전씨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 말이 잘 통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정도 비슷했다. 둘은 제주도 섭지코지에서부터 우도까지 1박 2일을 함께하고 같이 서울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전씨는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요즘 만나도 제주도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어른이 돼서 만난 친구지만 오래된 친구 못지않게 마음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철(27)씨는 방학이 되면 국내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게 취미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충북 옥천이다. 지난해 여름, 김씨는 개강을 일주일 남겨둔 채 친한 친구 한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김씨는 시골 마을 한가운데서 칼국수집을 발견했다.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 허름한 식당에 온몸이 젖은 채로 들어가 칼국수와 만둣국을 하나씩 시켰다. 푸짐하게 나온 칼국수를 한 젓가락 먹으려는 찰나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부부가 말을 걸었다.  부부는 “왜 이렇게 젖었느냐.”면서 “무슨 일로 이런 시골까지 왔냐.”고 김씨 일행에게 물었다. 설명을 들은 부부는 여행하는 데 쓰라며 5만원 을 용돈으로 쥐여 줬다. 놀란 김씨는 극구 사양했지만 이렇게 홀딱 젖어서 여행하면 감기 걸린다고, 따뜻한 거 사 마시고 목욕도 하라며 오히려 김씨를 말렸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면부지의 우리를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그런 마음씨가 너무 고마웠어요. 덕분에 감기 안 걸리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언젠가 꼭 찾아 뵙고 싶어요.”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닉쿤, 태국CF 사진공개 “yumm yumm!”

    닉쿤, 태국CF 사진공개 “yumm yumm!”

    2PM 닉쿤이 지난해 촬영한 태국CF 사진을 공개했다. 태국에 체류 중인 닉쿤은 21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yumm yumm!”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태국CF 사진을 게재했다. 태국CF 사진 속의 닉쿤은 과자상자를 들고 펄쩍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태국CF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닉쿤 펄펄 날았군”, “과자보다 닉쿤만 보인다”, “태국과자 하나미보다 우리 새우깡이 더 맛있는데” 등의 댓글을 달았다. 닉쿤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 촬영을 위해 가상의 아내 에프엑스(f(x)) 멤버 빅토리아와 함께 태국의 고향집에 체류 중이다. 태국 촬영분에는 닉쿤의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모든 가족이 등장할 예정이다. 사진 = 닉쿤 트위터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산다라박, 추석에 한복대신 ‘웨딩드레스’ 맵시 뽐내▶ ’장키’ 김현중, ‘어린왕자’ 러블리펌으로 풋풋 대딩▶ 아이유-이루, ‘잔소리’ 개사 ‘알소리’ 불러 화제▶ 이해인, ‘아이니드어걸’ 패러디..김영철과 키스▶ 닉쿤, 태국CF사진 공개…"너무 높이 뛰었나?"
  • 닉쿤, 태국CF사진 공개…과자상자 들고 ‘펄펄’

    닉쿤, 태국CF사진 공개…과자상자 들고 ‘펄펄’

    2PM 멤버 닉쿤이 지난해 촬영한 태국CF 사진을 공개했다.태국에 체류 중인 닉쿤은 21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yumm yumm!”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태국CF 사진을 게재했다.태국CF 사진 속의 닉쿤은 과자상자를 들고 펄쩍 뛰어오르는 모습을 하고있다.태국CF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닉쿤 펄펄 날았군”, “과자보다 닉쿤만 보인다”, “태국과자 하나미보다 우리 새우깡이 더 맛있는데” 등의 댓글을 달았다.닉쿤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 촬영을 위해 가상의 아내 에프엑스(f(x)) 멤버 빅토리아와 함께 태국의 고향집에 체류 중이다.태국 촬영분에는 닉쿤의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모든 가족이 등장할 예정이다.사진 = 닉쿤 트위터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포미닛’ 전사 현아…셀카로 ‘청순녀 현아’ 인증▶ 홍은희, 미쓰에이 둔갑…’배드걸 굿걸’ 완벽 소화 ▶ 11만원 에스닉 원피스…문근영 입으니 명품패선▶ 이해인, ‘아이니드 걸’ 퍼포먼스…섹시한 백댄서로 ▶ 닉쿤, 태국CF사진 공개…"너무 높이 뛰었나?"▶ ’달인쇼’ 김병만, 수중 컵라면 먹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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