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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 중계석 / 낮엔 악취 밤엔 교통지옥

    “도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낮에는 도축장 악취로,밤에는 가축수송 차량의 교통혼잡에 시달린다면 과연 믿겠습니까.” 88서울올림픽 참가국 고위 관계자들이 묵었던 서울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 훼밀리타운 일대 주택가가 길 하나 건너편의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도축장)의 악취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지 내 가원초등학교 6학년 임수연(12)양은 “흐리고 바람이 불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더러는 창문을 열지 못하고 수업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올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모(35·여) 교사도 “잠실 4단지에서 출근하다 광평교를 지나 도축장에 가까워지면 비린내가 나기 시작해 절로 표정이 찡그려진다.”고 말했다.이 교사는 사회시간 ‘환경보존과 국토개발’ 단원을 가르치다 ‘주변환경을 논의해보라.’고 하면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밤에는 경매소리와 차량소음 때문에 시끄럽고,낮에는 냄새가 심하다.”고 대답한다고 전했다. 밤에도 문제다.밤늦도록 계속되는 축산물 경매가 가뜩이나 비좁은 시장 안에서 다 소화되지 않아 새벽 2∼3시쯤에는 8차선인 도로가 가운데 2개 차로만 남기고 장외경매가 벌어지는 등 교통지옥을 연출한다.“장외경매 트럭이 많으면 300∼400대가 몰려 경찰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게 송파구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말까지 도축장을 폐쇄키로 했던 서울시와 농협측이 행정명령을 지키지 않자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농협측이 도축장의 배짱 운영을 계속하자 주민들이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해 충돌이 예상된다. 피해지역은 훼밀리타운 쪽 뿐만 아니다.단지 건너편 상가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바람에 따라서는 훼밀리타운 보다 좀 더 북쪽의 가락 시영아파트단지쪽이 악취가 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56개 동에 4494가구의 훼밀리타운 외에 인근에는 동부센트레빌,금호,우성 등 대형 아파트단지가 마찬가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농협·농림부 등 관련 기관들은 가락동 축산물공판장에서 소화하는 도축물량을 소화할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농림부 관계자는 “축산물 유통과 관련된 5480여개 업체는 물론 서울로 출하하는 440여개 농·축협과 축산농가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대지 6715평,건평 5012평인 가락동 도축장이 처리하는 물량은 하루평균 소 213마리와 돼지 1706마리로 수도권에 공급되는 육류의 68%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전 대상인 경기 부천시 축산물공판장의 시설 확장을 위해 인근 부지 7000여평이 추가매입돼야 하지만 진척이 없다.”고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
  • 털리는 수도권 관공서들

    수도권 일대 관공서에 ‘휴일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구멍뚫린 방범망을 비웃듯 지난 한달 사이에 수도권 관공서 6곳이 7차례나 털렸다. 15일 새벽 1시쯤 도둑이 고양시청 신관 1층 사회위생과 창문을 뜯고 침입,신관과 본관 총무·도시건설 등 국장실 3곳과 감사과 등 사무실 12곳을 돌며 직원 3명의 돼지저금통에 든 현금 22만원을 털어 달아났다. 고양시는 또다른 피해물품은 없다고 밝혔으나 외부에 유출되면 활용될 우려가 있는 각종 개발계획과 민원서류 등 ‘대외비’ 서류가 털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양시청은 무인경비시스템이 없고 이날 당직을 서던 직원 5명이 교대로 순찰을 돌았으나,관례에 따라 사무실 내부 순찰은 하지 않아 일요일이던 다음날 특근자가 출근하기까지 도둑이 든 사실을 전혀 몰랐다.신관 1층 창문과 직원들의 서랍 자물쇠는 범인에 의해 쉽게 파손됐다.민원실 폐쇄회로 TV는 범인이 손전등을 비출 때 윤곽을 잠시 잡았을 뿐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5일엔 안양시 동안구청 본관 1층에서 직원들이서랍에 보관해둔 현금 20만원이 털렸고,17일 밤∼18일 새벽 사이 경기도청 본관 3층에도 방충망을 뜯고 도둑이 침입했다. 같은 달 20일엔 인천시청 본관 1층 회계과 등 3개과에서 200여만원이 털렸고,22일엔 대낮에 인천시 계양구청 도 시국장실에서 현금 60만원이 도난당했다. 지난 1일 새벽엔 계양구청에 열흘만에 다시 도둑이 들어 민원실과 지적과 등 4개 사무실에서 200여만원을 털어갔다. 3일 오전 1시40분쯤엔 인천 중구청 1층에 도둑이 침입했다 무인경비장치가 작동,비상벨이 울리자 돼지저금통을 놓고 달아났다.인천시청에도 무인경비시스템이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7차례의 절도 중 인천시청과 중구청 도난땐 범인이 직원 서랍뿐 아니라 캐비닛도 뒤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청엔 회계과와 자치행정과,도지사집무실에 등 3곳에만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잇단 절도 행각의 수법이 송곳·드라이버 등을 이용해 방충망을 뜯거나 창문을 직접 열고 사무실에 침입,직원들의 서랍을 여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일범일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품을 노린 단순 절도범으로 보고 있으나 평소 현금과 귀중품을 보관하지 않는 관공서 사무실을 주로 노리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 교통체증 오후 2~4시 최고 / 업무·쇼핑차량 집중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270만대를 넘어서면서 출퇴근 시간대보다 오후에 교통체증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대로 종로 을지로 도봉로 등 시내 주요 도로의 자동차 통행속도를 분석한 결과,강남대로의 가장 혼잡한 시간은 오후 3시,종로 오전 11시,을지로 오후 2시,도봉로 오후 5시 등 주로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대에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계기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도심권 자가용 출퇴근은 생각만큼 혼잡이 심각하지 않았다.종로의 경우 출근 시간대인 오전 8·9시에 각각 시속 24.8㎞,19.8㎞로 새벽보다는 복잡했다. 하지만 출근 차량이 모두 지나간 오전 10시 14.1㎞로 오히려 속도가 떨어졌고 오전 11시에는 12.8㎞로 가장 느렸다.을지로도 출퇴근 시간대보다는 오후 2시가 시속 10.8㎞로 차량통행이 가장 어려웠다. 이는 도심의 교통혼잡이 출퇴근 차량때문이 아니라 일과시간 중 주로 업무용이나 영업용 자가차량이 집중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때문에 청계천 복원과함께 도심권 자가용 출퇴근을 억제해 통행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시의 정책이 생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자가차량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시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자가용 이용자를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하지만 교통체증의 주 요인이 출퇴근용이 아닌 업무용이라면 자가차량이 대중교통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강남대로 역시 자가용 출퇴근자보다는 일과시간대에 업무를 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몰려드는 차량이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분석됐다.주부운전자들이 출퇴근 시간을 피해 쇼핑 등의 목적으로 차를 몰고 나오는 것도 오후시간대 교통혼잡의 원인으로 꼽혔다. 시 관계자는 “방향이 일정하고 지리를 잘 아는 출퇴근 차량보다 길을 제대로 못찾고 이리저리 헤매는 업무·쇼핑 차량이 도심 교통혼잡의 주범”이라면서 “하지만 출근차량이 일과시간중 업무차량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자가용 출퇴근 억제 정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본지기자 25t 지입차량 동승기/ 2박3일 900㎞ 35만원 벌이

    “화주가 내놓은 운반비는 얼마인지도 모릅니다.운반비의 투명한 공개,지입제 철폐,화물 운송업자들에게도 세제 지원이 이뤄질 때 비로소 화물 운송시스템이 정착될 것입니다.”지난 95년부터 지입차를 모는 윤호창(32·가명)씨의 25t화물차에 2박3일간 동승,지입 차주들의 삶과 애환을 들어봤다. 14일 오후 인천에서 굵은 철선을 싣고 광주 흄관 공장으로 떠나는 윤씨의 화물차에 올랐다.운송위탁·수탁증에는 화물 도착 시간이 15일 오전 8시로 잡혀 있었다. 윤씨는 광주까지 곧바로 갈 수 있었지만 공장이 문을 닫은 뒤여서 청주 집으로 갔다.15일 새벽 3시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운전대를 잡아 7시30분 광주에 도착했다.화물 수탁업체 직원들이 출근전이어서 9시 가까이 돼서야 물건을 내릴 수 있었다.윤씨는 하역작업이 끝나자 단숨에 여수까지 차를 내몰았다.여수 알선업체에 11시30분이 지나 도착하면 빈차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한달에 한두번은 빈차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알선업체에 도착하니 대형 차량 10여대가 운송 오더를 기다리고 있었다.윤씨는 운송 주문을 낸 뒤 비로소 ‘아점’(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수입은 쥐꼬리 윤씨가 2박3일을 뛰어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은 내려올 때 26만원과 올라갈 때 47만원 등 73만원.얼핏 보면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인천∼광주∼여천까지 430㎞ 왕복 운행에 들어가는 기름은 400ℓ 정도로 28만원(ℓ당 690원·지정 단골 주유소 기준)이 도로에 뿌려진다.고속도로 통행료 6만 5000원,식대·잡비 4만원 정도를 더해 38만 5000원 정도가 나간다.1억원짜리 차를 2박3일간 직접 운전해 버는 돈은 35만∼40만원이다. 한달 수입은 350만∼400만원.여기서 ‘노란색 번호판 비용(월 지입료)’ 21만원을 낸다.차를 살 때 빌린 돈 3500만원을 매달 150만원씩 갚아나간다.무거운 짐을 싣고 장거리를 뛰다보니 타이어 갈아끼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운이 좋아 장거리를 많이 뛰면 월 200만∼230만원을 맞출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운송사·주선업체는 ‘봉이 김선달’ 정확한 운송비는 화주와 운송사·주선업체만 알고 있을 뿐이다.차주들이 받는 운반비는 화주가 내놓는 운반비의 75∼80%정도라고 한다.20%는 알선사와 운송사가 떼어간다.보험료·사고 처리는 모두 차주의 몫이다.심지어 운송사가 화물을 배정하면서도 건수마다 운반비에서 1만원씩 뗀다.윤씨는 지입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는 운송사가 도와주는 것이라곤 세무신고 등 단순 행정업무뿐이라고 말한다.설령 운송업체가 맘에 들지 않아 떠나고 싶어도 차량이 운송사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쉽지 않다.지입제는 차주의 코를 꿰고 있는 전근대적인 제도라면서 정부가 지입제도 개선을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밤샘 운행,칼잠 몸에 배 윤씨는 야간운전이 몸에 뱄다.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는 통행료의 50%를 깎아주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밤샘 운전을 한다.지난 97년에는 사고로 18t차량을 폐차시킨 뒤 운전대를 놓기로 마음먹었다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류찬희 기자 chani@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가·나·다…” 일본에 부는 한국어 바람

    |도쿄 황성기특파원|아지키(29·여)는 6년 전 시작한 한국말 공부를 지금도 틈틈이 계속한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신문기자이지만 시간을 쪼개 한국인을 만나거나,집에서 한국어 책,한국 신문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한국’과 사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국과 만난 것은 작가 시바 료타로의 ‘가도를 가다’라는 소설에서이다.그 소설의 제2권 ‘가라(韓)의 나라 기행’에 백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왕세자를 가르친 아직기(阿直岐)의 혼령이 안치된 아지키(阿自岐) 신사가 시가현에 있다는 에피소드를 읽고부터이다. “내 이름의 성과 한자는 틀리지만 조상이 백제에서 건너온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아지키) 그녀의 성인 아지키는 일본어로는 ‘안식(安食)’이라고 쓰고 백제시대 아직기의 일본식 발음이 아지키로 똑같다.그녀의 뿌리찾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뿌리찾기의 첫걸음으로 한국어 배우기를 택했다.새벽 5시 전철을 타고 도쿄 시내의 한국어 학원에서 공부를 한 뒤 출근하는 나날이 처음 1년간 이어질 정도로 맹렬히 한국말을 공부했다.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내 뿌리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는 그녀는 그래서 “백제 시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한국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몇년 안에 한국으로 건너가 유학할 생각”이다.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쓰는 일본이지만 그녀는 결혼 후에도 아지키라는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고집하고 있다.그만큼 “이름에 애착이 가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인들.그들이 한국을 만나고 한국말을 공부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각양각색이다. 주일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의 일본인 직원 우야마(48·여)의 한국과의 접점은 “사기꾼 같은 한국 여성과의 만남”이었다. 일본에 유학온 마다가스카르 청년이 방학 때 놀러간 프랑스에서 만나 첫 눈에 빠진 여성이 한국인이었다.이 여성이 2년 뒤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 나타나 그 청년에게 청혼을 했다.수상쩍게 생각한 우야마가 뒷조사를 해보니 이 여성은 이혼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청년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한편으로는 하도 어이가 없었다.곰곰이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하는 의문이 생긴 그녀는 ‘한국 조사’를 시작했다. “한·일 관계,재일 한국·조선인 문제 등을 공부하다 보니 한국말을 모르고는 안되겠다 싶어 2년 전 NHK 문화센터에 다녔다.”(우야마) 한국말을 배우기 전까지 “한국인은 일본 사람을 싫어한다.가급적 한국인과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한국관을 가졌던 그녀는 지금은 “아시아의 이탈리아처럼 성격이 뜨겁고 유머도 많고 쉽게 싸우는 한국인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이미지를 바꾸었다.얼마 전 간신히 입문에서 초급 수준으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나카야마(32·가명·회사원)도 지극히 나쁜 인상에서 한국과 우연히 만나 한국말 공부에까지 이른 케이스.그는 친구 3명과 놀러간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무려 40만원을 넘는 계산을 청구받는 ‘바가지’가 한국과의 접점이 됐다. 대학 강사이자 동화작가인 시라이(52·여)는 3년 전 학회일로 처음 가본 한국에서 “일본과 달리 힘에 넘치고 아름다우며 깊이 있는 한국 동화를 발견”한 것이 한국말 공부의 계기가 됐다.일본에서 출판된 한국 동화 번역본을 뒤졌으나 3권에 불과했다.뿐만 아니라 2권은 절판된 상태였다. 어렵게 입수한 ‘백두산 이야기’를 일본어로 읽었으나 “성에 차지 않아” 원문을 읽기로 작심하고 재일 YMCA의 한글강좌반에 등록을 했다.직업적인 호기심이 발동돼 시작된 한국말 공부를 “실제로 써먹고 싶어진” 그녀는 한국인 유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도 한다. 유학생이 결혼하면 부인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고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족들과도 만나면서 그의 ‘한국 네트워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한국에 가면 잠자리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여기저기 납치되다시피 초대받기도 한다.”(시라이) 지난해 8월에는 남편의 흔쾌한 동의를 얻어 한달간 연세어학당에 ‘현지 연수’를 가기도 했다. 시라이 같은 열성파로는 미노(32·여)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전공한 남편과의 공통점을 늘리기 위해 5년 전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녀는 지난 3월 말 짐을 싸들고 도쿄의 나리타 공항을 떴다.“갈까말까 망설이던 중 남편이 등을 떠밀어 결심했다.”는 미노는 지금 서강대 어학원을 다니며 한국말을 맹렬히 익히고 있다.3개월 예정인 유학에 드는 비용을 지난 연말 출판사 아르바이트로 충당한 그녀는 불편한 하숙생활도 즐겁기 짝이 없다. 한·일 교류가 늘면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한국인이라 한국말을 공부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요네쿠라(39·여·작가)는 10년 전 캐나다에서 영어 어학연수 중 만난 한국인 남성에 “한눈에 반해” 한국말을 배웠다.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유학지를 바꾼 그녀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공부를 한 덕에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사이토(32·여·회사원)는 일본인 남자친구가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한국’을 만난 경우.“원거리 연애가 불가피해지면서 남자친구가 있는 한국의 말을 공부할 필요를 느껴” 독학을 하고 있다. 한국과의 접점이 이처럼 십인십색이지만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재미’나 취미로 한국말을 공부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점이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이다. 도쿄의 신주쿠 구청 공무원인 니시오(29·여)는 “난해한 기호 같은 한글을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1년 전부터 주일 한국문화원 한글강좌 ‘초급반’에 다니고 있다.“특별히 한글이 일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녀에게 주 1회의 한글강좌는 스포츠 클럽을 다니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일본인들이 대개 그렇듯 미국이나 유럽 이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잘 몰랐던” 오시마(33·회사원)에게 한글은 ‘취미’이다.“한국에 여행가 혼자서 쇼핑할 수 있는 정도만 배울 생각”인 그에게 한글공부는 생활의 긴장을 유지해 주는 즐거움이다. marry01@ ■도전 1년… 60대 스즈키부부 |도쿄 황성기특파원|스즈키 부부는 한글을 배운 지 꼭 1년이 넘었다.지난해 4월 도쿄 시내 한국문화원 한글강좌의 ‘입문반’으로 시작해 올 4월부터는 한 단계 뛰어올라 ‘초급반’이다. “20년 전 한국으로 출장을 갔던 차에 관광했던 경주의 절에서 본 한글과 영문 안내문을 보고 이웃나라의 글은 배워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한 게 계기라면 계기”라는 남편 스즈키 모리오(66)의 설명. 차일피일하다 결국 2년 전 퇴직하고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유학생에게 ‘가나다라…’를 배우면서 내친 김에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됐다.화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강좌 30분 전부터 나와 부부가 나란히 앉아 예습을 할 만큼 열성이다. “혼자서 배우는 게 아까워” 부인 요시코(66)도 나란히 다니게 됐다.영문학을 전공한 요시코는 “평소 어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남편이 하는 김에 따라 다니게 됐다.”고 말한다. 주 1회의 강좌 말고도 집에서 라디오 강좌도 듣는 이들은 예습·복습 같은 공부에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는다.자칫하면 ‘부부싸움’으로 발전하기 쉬운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집트로 여행을 갔던 스즈키는 여행 중의 선상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나 배운 한국말을 써보고 싶은 욕심에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가 한꺼번에 한국인들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모여드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전해준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이 부부는 올 가을쯤 한국 여행에 도전한다.“한국어 실전을 치러보는 것이 꿈”인 스즈키 부부에게 한글은 노년의 부부애를 다지게 해주는 ‘묘약’과도 같다. ■도쿄 한국문화원 수강자 80%가 젊은여성 일본의 한국어 인구는 월드컵 대회를 전후로 부쩍 늘었다.2년 전 개설된 도쿄의 한국문화원 한글강좌 담당인 시미즈는 “과거에는 ‘학문이나,일을 위해서’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계기였다면 지금은 ‘취미나 한국인과의 교류’라는 가벼운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8개 강좌에 94명이 등록하고 있는 문화원의 경우 대기자가 20명 가까이 있을 만큼 초만원.수강자의 80%가 20∼30대 직장 여성인 점도 특징이다.더러 재일교포나 남성 수강자가 있지만 1개 강좌에 1명이 있을까 말까이다.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되는 일본의 대입 ‘센터시험’에서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 중에서도 한국어가 중국어에 이어 인기가 높다.2003년도의 경우 영어 55만명에 이어 중국어(405명),한국어(169명),프랑스어(138명),독일어(96명)의 순으로 외국어를 선택했다. 일본의 5500여개 고교 중 163개교,530여개 대학 중 200여개교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 3분에 한대꼴 이착륙… 관제 초비상 / 진땀흘린 제주공항

    제주 국제공항이 5일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홍콩과 중국 등 동남아지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를 피해 제주로 몰렸던 국내외 관광객 3만 7000여명이 이날 한꺼번에 제주를 빠져 나가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지금까지 제주공항 이용기록은 지난해 4월7일의 2만 2001명이 최고다.이로써 1946년 1월 민간항공기가 첫 취항한 이래 57년 만에 가장 많은 공항 출발이용객을 기록하는 등 제주공항과 관련된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공항 관제사들을 비롯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공항경찰대 등 공항 관계자들도 긴장 속에 진땀나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 수용능력의 2배 하루 수용능력이 2만명인 출발대합실과 항공기 탑승을 위해 기다리는 격리대합실은 티켓을 확인하거나 먼저 자리를 배정받으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공항면세점도 밀려드는 고객들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오후 3시부터는 귀경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부터 출발장 입구까지는 물론이고 신분검색대,X레이검색대,탑승구까지 정체 현상을 빚는 등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은 원활한 수속을 위해 이날 처음으로 국내선 대합실에 8개의 임시 탑승수속 카운터를 설치,운영하기도 했다.면세점도 개설 이래 가장 많은 5500여명이 찾아 5억원 가까운 매출실적을 올렸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승객이 폭주하면서 수용능력을 초과한 제주공항은 큰 혼잡에도 다행히 안전사고는 없었다.이날 하루 동안 제주공항을 오간 여객기 수는 총 333편.평일의 200편을 크게 초과한 수치다.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제주출발 국내선 정기편 105편 외에 특별기 48편 등 153편을 투입해 제주를 떠나는 관광객들을 실어날랐다.또 이날 국내선 154편과 국제선 왕복 26편이 이·착륙했다. ●사스여파… 밤10시까지 333편 오전 7시 김포발 대한항공 KE1289편을 시작으로 오후 10시10분 일본 후쿠오카(福岡)발 대한항공 KE2782편이 마지막으로 착륙하는 등 시간당 평균 22편이 뜨고 내렸다.오후 2시 이후 시간대에 비행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평균 4∼5대의 비행기가 5∼10분 간격으로 활주로를 이착륙했다.특히 이착륙 활주로를 비행기가 동시에 뜨고 내리는 경우도 9차례나 돼 자칫 관제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로 인해 공항내 동서활주로(3㎞)와 남북활주로(3㎞),유도로(3.5㎞) 그리고 항공기 17대 수용능력의 계류장 등은 이착륙과 탑승하는 승객들로 거의 쉴틈이 없었다. 다행히 제주공항은 이날 강한 옆바람이 없어 관제탑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활주로에 옆바람이 불면 이착륙 방향을 바꾸느라 최대 5분가량이 소요돼 이날처럼 관제가 몰리면 수용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우려됐었다. 공항 관제탑은 이날 타워 4명,레이더 4명 등 8명의 정원을 13명으로 늘려 교통정리에 들어갔으며 공항경찰대도 기동순찰조를 늘리는 등 비상근무로 하루를 보냈다. 허익만 관제탑장은 “이날 하루 15시간 동안의 관제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비번자들이 모두 출근하는 등 모처럼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국내 신약 美FDA 첫 승인 ‘팩티브’의 주역 추연성 LG생명과학 상무

    “박세리가 처음 우승을 하고나자 김미현,박지은 등 무명에 가깝던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승전보를 전했던 것 기억하시죠.처음만 어렵지 일단 자신감만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입니다.” LG생명과학 추연성(秋淵盛·48) 상무는 골프의 박세리 같은 역할을 국내 제약업계에서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주변에서 말도 많았지만 그런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올해 실력으로 보여줬다. 이 회사가 만든 호흡기질환 치료제 ‘팩티브’는 국내 신약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공식승인을 따냈다.국내 제약업계 106년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일대사건’이었다.FDA의 승인절차는 잘 알려진 대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때문에 팩티브는 세계 톱클래스의 효능을 지녔다는 ‘보증수표’를 받은 셈이다.세계 제약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시장 공략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우리 실력을 몰랐을 뿐 이제 검증을 받은 만큼 국내 제약업계에서 제2,제3의 팩티브가 곧 나오겠죠.”그는 침체에 빠진 국내 바이오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기꺼이 ‘치어리더’가 되겠다고 했다. ●시스템의 선진화가 우선 제품개발을 담당하는 추 상무는 FDA 승인을 따낸 주역이다.미국 일리노이대 약학박사 출신인 그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헉스트 메리언 루셀(현 아벤티스 파마)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96년 2월 LG생명과학으로 옮겼다.당시 팩티브는 임상실험에 들어가기 직전으로 FDA승인 절차를 맡은 추 상무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서둘러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미국에서 다니던 전 직장에 첫 출근할 때 일입니다.제 책상에 가서 앉으니까 서랍에 전 직원들의 이름으로 ‘입사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카드가 들어 있더군요.자연스럽게 직원들 이름을 알 수 있었죠.더구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모든 자료가 요약본까지 포함해 일목요연하게 데이터베이스로 갖춰져 있었어요.일주일 만에 흐름을 알 수 있었죠.”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좀 달랐다.많은 자료가 연구원 개인의 책상에 들어 있어 제대로 분류돼 있지 않았고,사람이 바뀌면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됐다.감을 잡는 데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이래서는‘시간’과의 싸움이 생명인 제품개발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그래서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이 모든 보고서를 코드별로 분류한 뒤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연구원들끼리 공유한 일입니다.물론 실패한 자료까지 포함해서죠.” ●절망과 환희가 교차 팩티브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오직 연구에만 파묻혔던 전임자들의 희생과 좌절이 밑거름이 됐다.91년 처음 프로젝트에 착수할 당시 연구팀장을 맡았던 최수창 박사는 신약개발 후보물질을 어렵게 찾아냈지만 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이후 합류한 홍창용 박사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연구를 중도에 포기했다. 이런 아픔을 딛고 LG생명과학은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를 통해 99년 12월 FDA에 신약승인서를 냈다.1년간 검토기간이 있었지만,승인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날짜도 잊지 못합니다.2000년 12월16일이었어요.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는 ‘Non Approval’(승인불가)이었어요.”투약결과 일부 실험용 쥐에서 발진이 나타난 게 화근이었다.7년 동안 새벽 1∼2시에 퇴근하고 아침 8시30분까지 출근하며 전력을 다했는데 너무나 허망했다. “당시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을 때였죠.FDA승인을 따냈다면 국내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걸 놓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4월에는 GSK가 제휴관계를 철회,최대 위기를 맞았다.하지만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다른 국내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오히려 격려를 해줬습니다.네가 꼭 해내야 한다고.그래야 우리도 희망을 가질 것 아니냐는 얘기도 빠트리지 않더군요.” 곧바로 미국 진소프트(GeneSoft)사와 제휴를 맺고 FDA승인 재신청을 위한 보충자료를 만들었다.이번에는 검토기간이 6개월.지난 5일 오전 결과가 통보됐다. “아침 7시쯤 결과가 나오는데 집에 누워 있을 수가 없었어요.새벽 4시30분부터 사무실에 나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죠.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막상 ‘Approval’(승인)이라고 쓰인 팩스를받아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지더군요.” ●독자개발에 도전한다 팩티브가 FDA승인을 따내는 데는 꼬박 12년이 걸렸다.그동안 FDA에 냈던 신청서류만 250쪽짜리 책자로 500여권,A4용지로 10만장이 넘는다.회사측은 팩티브가 국내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을 상당부분 대체해 연간 2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로열티 등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도 연간 8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죠.이번에는 공동개발한 것이지만,언젠가는 단독으로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해야죠.”추 상무의 도전은 끝이 없어 보였다. 글 김성수기자 sskim@ 사진 이언탁기자 utl@
  • MC 물러나 첫 단독콘서트 여는 서유석씨/ “본업인 가수로 돌아가렵니다”

    “가수로 시작했으니 이제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지요.” 매일 아침 라디오를 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허스키하면서 정감 넘치는 음색으로 25년간 출근길 운전자들의 ‘벗’이 돼준 방송인 서유석(59)씨가 지난달 교통방송 MC에서 물러났다.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좀 더 일찍 그만두려고 했는데 방송사에서 봄개편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해서 미뤘습니다.상까지 받았으니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싶었지요.”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교통정보 프로그램 전문MC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1977년 MBC ‘푸른 신호등’ 첫 방송부터 17년,동아방송 ‘명랑교차로’에서 1년 6개월,그리고 7년 전부터 교통방송 ‘TBS대행진’의 진행을 맡았다.모두 오전 7∼9시에 생방송되는 교통정보 프로그램이다.“마지막 방송을 끝내고 나니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더군요.그동안 저녁 때 친구들과 맘놓고 술한잔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새벽 5시 기상,밤 11시30분 취침하는 쳇바퀴 일상을 무려 20년넘게 했으니 ‘군대 생활’이라고 표현한 것도 과장이 아니다 싶다. 지금에야 방송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40·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은 그를 70년대 최고의 인기 가수로 기억한다.하지만 처음부터 가수인생을 꿈꿨던 건 아니다. 서울중·고에서 핸드볼 선수로 활약한 그는 특기생으로 성균관대에 입학했다.운동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신경이 예민해지자 ‘마음을 다스리는 차원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교앞 맥주집 ‘카사노바’에서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우연히 보게 됐다. “이튿날인가 그때 가장 유명한 쇼프로그램인 TBC ‘쇼쇼쇼’에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를 불렀는데,이후 얼마나 인기가 치솟는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71년 1집 ‘지난 여름의 왈츠’로 정식 데뷔한 그의 가수 인생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서슬이 시퍼렇던 유신 독재시절,체제 비판적인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툭하면 공안당국에 쫓겨다니기 일쑤였다.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있는 현실을 그대로 풍자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대였다.양희은,김민기,송창식 등이 그때 함께 노래했던 친구들이다. 73년 처음으로 TBC ‘밤을 잊은 그대에게’DJ를 맡게 됐다.당시 월남전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웠는데,미국을 비판하는 외신 기사를 생방송 오프닝에 인용했다가 중간에 도망쳐야 했다.이후 3년 8개월을 직업도 없이 지방을 떠돌며 ‘시간을 낚았다.’그 때 대전에서 만든 노래가 ‘가는 세월’이다.77년 이 노래로 가요계에 컴백했고,MC도 다시 맡게 됐다.‘그림자’‘타박네’‘홀로아리랑’등 히트곡을 잇달아 냈지만 MC 활동에 바빠 90년 이후에는 새 음반을 내지 못했다. 그는 5월 중순 데뷔 이래 처음으로, 그의 노래를 좋아했던 중년층들이 편안하게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디너 콘서트를 연다.“가수와 라디오 진행자,둘다 제겐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가수로 출발한 이상 노래로 인생을 마감할 생각입니다.” 콘서트도 하고,새 앨범도 내고,일단 노래에만 푹 빠져 지낼 계획이다.1년쯤 뒤엔 자신의 이름을건 TV 토크쇼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웃는 그의 얼굴엔 연륜만큼이나 주름이 패어 있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 노벨상 수상자 꼭 나올 겁니다/ 과학영재학교 문정오 초대 교장

    국내 처음 개설된 부산 당감동 과학영재학교.초대 교장인 문정오(文定五·59)씨는 지난달 초 개교 이래 벌써 한달이상 밤잠을 설치고 있다.‘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영재를 뽑아놓고 범재로 만들면 안되는데….”하는 중압감 때문이다.긴장된 탓인지 새벽이면 아무리 피곤해도 절로 눈이 떠진다.곧바로 출근해 학교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문 교장은 “봄을 맞아 모종을 심고 밤낮으로 보살피는 농부의 심정”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문 교장은 개학 이전만 하더라도 어린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에 낯설어 하지는 않을지 등등 여러가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의외로 학생들이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영재는 역시 영재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많다고 한다.무엇보다 고교생에겐 힘에 부칠 학제 운영시스템에 학생 144명 전원이 잘 따라오는 것을 보면서 감탄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학교의 교육 체계는 대학과 마찬가지로 짜여져 있다.모든 교과가학점제로 운영돼,소정 학점을 이수하면 언제라도 졸업할 수 있다. 한달 남짓 학생들을 가만히 지켜본 결과 조기 졸업할 성 싶은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은 국어 사회 과학 등 7개과목 68학점과 필수 45학점,심화선택 32학점 등 모두 145학점이다.국제화가 필요한 과목은 미국 고교의 영어 원서를 교재로 사용한다.현재 신입생 중 18명은 고교수학 수준을 넘은 것으로 판정돼 대학 수학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교사들 역시 일반학교와 다르다.교사진의 90% 이상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 등 석박사이다. 문 교장이 영재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확립하게 된 영재관은 “수학 과학 과목의 창의성이 뛰어 나야 한다.”는 점이다.특히 영재학교에 입학하려 할 경우 분석력과 논리력이 필수인 만큼 관련 서적을 많이 보며 폭넓은 지식과 사고력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문 교장은 이 점이 민족사관학교 등 다른 우수두뇌들이 다니는 학교와 다르다고 강조한다.민족사관학교가 학습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면 영재학교는 한 과제에 대해 스스로 연구 분석하고 결론을 내는 등 접근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 학교는 그러나 차가운 지식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중시한다.학생들은 매월 셋째 토요일에는 양로원,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땀을 흘린다.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따뜻한 마음가짐을 갖추기 위해서다.문 교장은 “공부에서는 영재이지만 인간관계 사회생활에선 둔재일 수 있어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모인 이 학교 학생 144명은 지난해 평균 8.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학생들은 서류전형에 이어 2단계인 수학·과학 분야의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적성검사,논리적 사고력 검사,과학캠프에서의 면접과 행동관찰 등을 통해 최종 선발됐다.올해도 144명을 뽑는데 6월 원서를 접수한 뒤 9월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수업료는 일반고교와 같으며 기숙사는 무료이다.학생 전원에게 1년에 100만원 가량의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다. 문 교장은 자신이 이 학교의 초대 교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 “어쩌면 운명적일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30여년간 과학교사로 교단에 선 문 교장은 지난 97년 부산시교육청 장학과장 때 영재학교의 밑그림을 그린 바 있다.문 교장은 “당시 급변하는 세계 과학계의 발전에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고급두뇌의 육성이 절실하다는 국가적 인식이 확산된 데 힘입어 영재학교의 설립을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다.이런 바탕 위에서 마침내 지난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마련됐고,기존의 부산과학고가 영재학교로 발전적으로 전환됐다. 문 교장이 요즘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는 학생들이 마음놓고 연구와 탐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첨단과학관의 운영비를 확보하는 일이다.또 각종 과학 전문도서 구입비 확보,교사들의 연구활동비 지원 등도 난제이다. 실상을 잘 들여다보면 문 교장의 고민이 이해된다.80억원을 들여 지은 첨단과학관에는 40억원어치의 최신 실험기자재들이 있는데 이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1억원에 이른다.다행이 올해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내년도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또 2000권에 불과한 전문도서의 확충도 시급하다.학생들의 폭넓은 지식 습득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교장은 “영재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루종일 학교 안팎을 돌아다닌다.”면서 “영재학교 출신들이 노벨상을 타는 그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기고/ 전교조 일방주의 버려야

    며칠 전 서로 바빠 소식이 뜸했던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반가운 마음에 열어 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 교육계는 교육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제로 서로 싸우느라 제 방향을 잃은 듯합니다.학생들 가르치느라 바쁜 선생님들은 단체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답니다.교재 연구하랴,숙제 검사하랴 하루가 짧다고 합니다.실은 어제 저희 교육청이 전교조에 또 포위당했습니다.탈출하듯이 교육청을 빠져 나오면서 거듭되는 이 상황이 정말 싫었습니다.교육부도 마구 정책만 쏟아내지 말고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학교현장 장학은 엄두도 못내고 오늘(일요일)도 하루 종일 집에서 며칠째 계속해오던 교육청 평가 준비작업을 했답니다.지쳤지요.하느님도 천지창조하실 때 쉰 일요일인데 장학사는 못 쉽니다.평가 잘못 받아 교육청 망할(?)까 봐서요.우리 현실이 버겁습니다.밤이라 제가 좀 오버했습니다.좋은 꿈 꾸시길…” 보낸 시간 월요일 새벽 1시51분. ‘그래,좀 오버했군! 그래도그렇지,왜 이리 마음이 무거울까? 전교조,교육부,무소속(?) 교사,학생,혼란스러운 학교 현장,그리고 우리의 미래…’ 그리고 며칠 후 ‘충남 예산의 한 교장선생님 자살과 전교조의 서면사과 요구로 인한 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논란 제기’의 언론 보도는 엄청난 충격이었다.물론 교장선생님의 자살과 전교조의 사과요구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지만 일부에서 두 사안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오늘의 심각한 교단 갈등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전교조가 우리 교육계 전반에 기여한 바를 잘 알고 있다.그리고 지금도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서 고마워할 때가 많다.교육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로 풍부한 자료와 명확한 논리를 제시하면서 교육 개혁의 대안을 주장할 때는 나 자신이 가끔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현실이 암담할 때는 저항의 방법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다.그래서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전의 다소 과격했던 투쟁 방법은 사회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합법화된 지금 그들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의 동반자이기보다는 거대한 돌덩이처럼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다.이미 그들에게는 오만함이 내려앉아 있다.그들은 자신들이 교육공동체의 ‘one of them’이 아니라 ‘all’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버렸다. 해서 나는 정부의 발목을 잡고,학부모들의 주장을 묵살하고,동료 교사들의 권위를 무시하고,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전교조의 일방주의를 우려한다.정부도 엉터리고,학부모도 잘못하고,다른 교사들도 구태의연하다고 치자.삭발이나 단식 투쟁을 할 만큼 대범하지도 못하고,밤새 교육청을 점거해서 농성하고도 아침에는 학교로 출근하여 졸린 눈 비비며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의 체력도 열정도 없는 세속적인 사람들이라고 치자.그래서 상대는 계몽해야 할 대상이고,협상은 굴복이며 타협은 거래이므로 오직 투쟁과 타도만이 선이라고 인식한다면 그들은 심각한 강박관념과 권위주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지나친 도덕적 우월주의나 순결주의는 극단적인 종교적 원리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법한 일이다.무서운사실은 교육에서의 일방주의는 편협하고 독선적인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전교조는 자신들이 교육공동체의 ‘all’이 아니라 ‘one of them’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일방주의적 태도를 버리는 것이 좋겠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교육계를 꿋꿋이 지켜왔던 선배들이 계시고,자녀의 장래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교육계는 더 이상 혼란과 갈등으로 아파하거나 불안해하는 극단의 지경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쳐야 할 관행과 제도가 많을수록 교육공동체가 함께해야 교육 개혁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승 희 명지전문대 교수 학교사랑실천연대 운영위원장
  • “묘비에 새 유난히 많아… 좋아하던 새가 된 모양”/28일 천상병 시인 10주기 맞는 부인 목순옥씨

    “아마 살았을 적 그토록 좋아하던 새가 된 모양이에요.주위 다른 묘비보다 그이 비석에 유난히 새가 많이 날아와요.” 인생을 잠깐 놀다가는 소풍으로 여기다 훌훌 ‘하늘로 돌아간(歸天)’시인 천상병.오는 28일은 “날개를 가지고 싶다.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시 ‘날개’)던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 마음을 하늘에 두었던 천 시인이 땅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수호천사’ 덕분이었다.새가 되고 싶었던 시인에게 ‘삶의 둥지’였던 부인 목순옥(65)씨.지난달 22일 인사동에 새 전통 찻집 ‘귀천-아름다운 이 세상’을 연 그녀를 최근 만났다.문인의 ‘사랑방’이던 원래 ‘귀천’의 주인이 건물을 팔려고 내놓아 볕이 환하게 드는 골목길에 14평 규모의 새 집을 냈다. 천 시인이 다시 소풍와서 찾기 쉽도록 배려한 것일까.‘귀천 2호’엔 천 시인의 사진이 가득하다.바깥에 사진작가 조문호가 찍은 막걸리집에서의 미소 띤 얼굴,안에는 지난해 열린 추모제의 포스터가 붙어있다.어디에서나 천시인이 예의 천진한미소로 사람을 반긴다. “사진보며 얘기도 나누고,아는 분들이 자주 와서 옛얘기를 해주셔서 늘 함께 있는 것 같아요.3월30일에도 시인 민영·신경림,소설가 남정현,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이 다녀가셨는데,그 분들도 10주기가 실감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극작가 신봉승,시인 황명걸·정진규·이근배,소설가 박완서·김이연 등과 가수 양희은·희경 자매,탤런트 김청 등 시인을 좋아했던 많은 이들도 꾸준히 ‘귀천’을 찾아온다.방명록에는 시인이 아들·딸 같이 대했던 젊은이들의 이름이 이어진다.이들 중 몇몇은 해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날 산소를 찾아간다. 목씨는 요즘 티없는 마음씨로 찌들어 가는 인심(人心)을 씻어주었던 시인의 10주기를 앞두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시인이 방랑의 삶을 접고 정착해 시혼을 불태우던 의정부시는 27일 예술의 전당에서 추모예술제를 갖는다.유품과 편지 등의 전시회와 소리꾼 장사익과 가수 이동원의 노래와 살풀이춤,사물놀이 등이 펼쳐지고 목씨는 ‘하늘에 띄우는 편지’를 읽는다. 지난해 시비를세웠던 경남 산청군은 5월3,4일 ‘천상병 백일장’을 연다.뉴욕의 문인들도 추모 모임을 갖는다.86년 가요 ‘귀천’을 발표한 이동원이 뉴욕 행사에 참가한다.5월 초에는 소설가 천승세씨가 고인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 ‘괜찮다 이제는 다 괜찮다’를 답게 출판사에서 펴낸다. 목씨는 천 시인이 남긴 추억을 먹고 산다.대부분 소년 같이 해맑은 마음이 남긴 해프닝이다. 브람스교향곡 4번을 들으면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 시인이 집에서 하루 종일 FM라디오를 듣다가 “라디오가 고장났다.”고 해서 가보니,주파수가 틀린 것.목씨가 맞춰주니 “이것 봐라,니 손은 희한하다.”라고 함빡 웃음을 지었다.일주일에 두번만 인사동으로 나오라 했는데,예고없이 인사동에 나와서는 “이것 봐라,나도 모르게 20번 버스를 타고 왔다.”고 둘러대던 일도 눈에 선하다. 한번은 콜라병에 든 참기름을 마시고 혼쭐난 뒤 “내가 무슨 잘못이고? 콜라병에 넣은 사람이 잘못이재,이 문둥아”라고 말할 땐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출근할 때 “용돈 좀 줘,용돈 좀”해서 용돈을 주었는데,다음날 또 용돈을 달라고 해서 알아보니 동네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 주었던 적도 있었다.목씨는 시인과의 삶에 대해 “평생 7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살았다.”고 압축한다. 최근엔 새 일화를 들었다.소설가 남정현이 작품‘분지’로 필화 사건을 겪은 뒤 고문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천 시인이 문안왔다가 가면서 “○○의 새끼,빨리 퇴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릴거다.”라는 메모를 남겨 웃음을 머금게 했다는 것. 목씨는 남편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면서 ‘순진’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목씨가 들려주는 천 시인의 순진한 삶을 듣다보면 그가 시인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목씨는 천 시인이 67년 동백림사건의 고문 후유증으로 71년 응암동 시립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문병을 간 인연으로 다음해 5월 퇴원 2주일 만에 결혼한 고운 심성의 소유자다. 그가 애송하는 시인의 작품은 ‘다음’이다.‘귀천’이 너무 애용돼 자기만의 레퍼토리를 갖고 싶었다고 귀띔한다.“…/아무 것도 없어도/나에게는 언제나/이러한 ‘다음’이 있었다/이 새벽,이 ‘다음’/이 절대한 불가항력을/나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씨의 꿈은 천 상병 기념관 건립이다.그 용도로 인사동에 사둔 13평 한옥의 빚을 다 갚은 뒤,‘날아간 새’ 천 시인의 유품으로 가득 채우는 게 꿈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뇌사 사무관 왜 쓰러졌나 / 감사원, 쓰러진 과정·원인 조사

    재정경제부 이모(35·행정고시 41회) 사무관이 지난달 17일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사실(대한매일 3월19일 7면 보도)이 알려지자 공직사회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희상 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직접 이 사무관 병실을 방문,가족들을 위로하도록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과도한 업무가 집중되거나 편중된 것은 없는지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재경부 직장협의회는 이 사무관이 쓰러진 뒤 성명서를 내고 재경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감사원은 이 사무관이 쓰러진 과정과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원 홈페이지(bai.go.kr)에는 이 사무관이 뇌사상태에 빠진 데는 상사의 ‘심한 질책’ 탓도 컸다는 식의 글도 올라 있다.이 사무관은 상사의 강요로 연일 새벽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빠짐없이 출근했으며,불가피한 일로 하루 휴가를 냈는데도 심하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 있는데다 재경부에 대한 기금감사 자료수집 활동을 벌이던 중 비슷한 얘기를 듣고 이 사무관의 상사 등과 만나 경위를 파악했다.”면서도 “감사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감사원 조사결과로는 이 사무관이 평소 업무가 많았으며,상사는 업무를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관계자는 “감사원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글의 일부 내용이 과장된 것도 많은데다 직원에게 업무를 과도하게 강요했다고 해서 징계를 할 수 없어 진상조사 차원에서 끝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과천청사 ‘과로주의보’ 30대 젊은 사무관 쓰러져

    30대의 젊은 사무관이 과로로 쓰러져 정부 과천청사에 ‘과로주의보’가 내려졌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비세제과 이모(35·행정고시 41회) 사무관은 지난 17일 오전 9시쯤 사무실에서 과로로 갑자기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다.이 사무관은 이날 오전 출근한 뒤 두통과 마비증세를 보여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긴급히 안양의 한림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라는 것이다. 특별소비세를 담당하는 이 사무관은 이라크 전쟁으로 경기가 위축될 경우 특소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라 밤샘작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사무관은 평일에는 매일 야근을 하고 새벽 4시 넘어서 퇴근했으며,토·일요일에도 출근해 자정무렵에 귀가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 왔다고 동료 공무원들은 전했다. 이 사무관의 이같은 ‘불행’으로 과천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때아닌 과로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한 공무원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과로로 쓰러지거나 숨지는 공무원이 늘었는데,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이 과로를 하게 마련”이라며 “요즘 공무원들은 서로 몸조심하자는 얘기를 인사말처럼 한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도쿄서민 애환 달래는 ‘골덴가이’

    앨리스가 사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기분이다.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몸을 휘감은 도쿄 최대의 환락가,신주쿠(新宿).그 신주쿠 구청 앞 골목에서 길을 잘못 들었나 싶더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2층짜리 낡은 목조건물군(群)이 눈앞에 나타난다.“도쿄에 이런 곳이 있었나.” 고층건물에 익숙해진 눈에는 너무나 낯선 키작은 건물이 빽빽하다.적어도 30년은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21세기에서 20세기로의 시간이동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색지대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도쿄시민들조차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골덴가이(ゴ-ルデン街)’.서울로 치면 옛 종로 뒷골목 분위기라고 할까.두 사람이 지나면 꽉 차는 좁디좁은 골목 양쪽에 가방 크기만한 조그만 간판들이 삐춤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 수상쩍기 짝이 없다.동행 없이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무섭다.”고 뒷걸음질칠 법하다.골덴가이 동쪽 끝 1층에 자리잡은 ‘돌꽃(石の花)’이라는 가게의 육중한 흙색 나무문을 열었다.컴컴한 조명 아래에서 손님 4명이 카운터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테이블이 놓인 안쪽의 1평짜리 유일한 방에서는 5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드카를 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섰다. “우리 가게는 신문기자들이 주고객이고 나머지가 샐러리맨들입니다.” 이곳 주인 모리타 고이치(51)는 가게라고 해봐야 7평도 채 안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29년6개월째 장사를 하고 있다며 웃는다. ●모르는 손님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모리타에게 이곳 골덴가이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저 사람과 얘기하는 게 재미있고,함께 술을 마시며 밤을 새우는 것이 즐거워 가게를 열었다. 이곳에 자리잡고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밤 9시에 출근해 새벽 5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다른 일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는 모리타는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고 말 상대를 해주는 지금의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한다. 10년 단골인 기타오카 쓰네오(37)는 한 두달에 한 차례쯤 이곳을 찾는다.신문사 사회부 기자인 그는 밤 취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들러 한잔하며 지친 마음을 달랜다.“뭐랄까,탁 트인 공간보다 이런 좁은 공간에 오면 마음이 놓입니다.” 기타오카의 말처럼 결코 화려한 유흥가가 아닌 골덴가이의 매력은 혼자서나,혹은 동료들과 어울려 마음 편하게 마시고 얘기할 수 있다는 데 있다.손님의 절반 이상이 ‘나 홀로’이다.특히 “모르는 사람끼리라도 금세 어울려 세상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기타오카) 이곳을 찾는 단골이 많다.두 사람 이상이 어울려야 술을 마시는 한국인과는 달리 일본인은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인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은 이곳 골덴가이에 와보면 여지없이 깨진다.절대음주량으로 치면 한국인에 다소 뒤질지 몰라도 음주시간으로 따지면 일본인이 앞서지 않을까 싶을 만큼 천천히 오랫동안 마시는 일본인들의 음주법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골덴가이의 손님들 직업은 천차만별이다.신문·주간지·방송 같은 언론사 기자,프로듀서,정보 관계자(경찰),출판사 편집자,프리랜서,외국대사관 직원이 주류이다.굳이 이들의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정보’이다.공안관계의 경찰인 사토노 요시노리(35·가명)는 “정보 교환을 위해 골덴가이를 찾는 일이 가끔씩 있다.”고 말했다.특히 주간지 기자들에게는 골덴가이는 중요한 정보수집의 장소이자 기사거리를 찾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심야 플러스1’이라는 가게는 일본 모험소설가협회 회원들이 밤이 이슥해지면 ‘출근’하는 공식 사랑방이다.어떤 가게에서는 우익들이,어떤 가게에서는 좌익들이 모여 세상을 논하고 우익은 좌익을,좌익은 우익을 비판하며 밤을 새우기도 한다. 골덴가이가 생겨난 것은 2차대전 패전 후인 1940년대 말.신주쿠 역을 건설하면서 그곳에 있던 가게들이 한꺼번에 가부키초로 ‘집단이주’한 뒤로 개발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았다.한때 250곳이던 크고 작은 점포들이 거품경제 붕괴를 거치고 100곳이나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늘어 190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다. ●60~70년대엔 ‘낭만의 거리'로 유명 어느 곳이나 가벼운 안주에 가볍게 마실 수 있다.점포의 대부분은 밤 9시가 되어서야 가게 문을 연다.빨라야 밤 8시이다.밤 8시에 문을 열어봤자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밤 12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손님이 많다.”(모리타)고 한다.보통 새벽 4시면 문을 닫지만 손님에 따라서는 오전 7시쯤에서야 가게를 나서기도 한다. 손님 4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3평짜리 가게에서부터 커봐야 8평 정도인 이 곳 골덴가이는 1960∼70년대 연극,영화,문학,정치에 뜻을 품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낭만의 거리’로 사랑을 받았다.이곳의 매력은 시간의 흐름에도 모습을 바꾸지 않는 고집스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학생운동이 치열하던 60∼70년대 초반,경찰의 수사를 피해 이곳에 몸을 숨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지금이야 일본에서는 학생운동을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 운동세대들이 제도권에 진입해 기성세대가 되어 이곳을 찾으면서 활기를 더했다.이런 골덴가이이지만 일부 손님 사이에서는 불평도 없지 않다.프리랜서 기자인 나카야마 메구미(39·가명)는 “단골들끼리의 동류의식이 강해 처음 찾는 손님이라면 배타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 가면 배타적 인상에 ‘서먹' 어떤 가게는 단골의 소개 없이 불쑥 찾아오는 ‘이치겐상(처음 온 손님)’을 사절하기도 한다.일본인들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지만 가게 주인들로서는 어떤 손님인지 알 수 없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입소문이 퍼지고 복고 붐이 일면서 젊은이들도 꽤 찾는다.이곳의 임대도 한결 수월해져 80만엔(한화 800만원)만 가지면 보증금 없이 5평짜리 가게를 얻어 당장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그래서 대학생 몇 명이 돈을 추렴해 시작한 가게도 생겨나고 있으나 역시 골덴가이의 주류는 50∼60대 입담좋은 주인들과 30∼50대 고객들이다. 가게가 좁고 매상이 적은 만큼 종업원을 두는 가게는 없다.주인 혼자서 밤 9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안주도 만들고 술도 따라낸다.“아무리 손님이 많아 북적거려도 점원이 들어갈 자리도 없을 뿐더러,고용할 경우 채산도 맞지 않는다.”는 게 돌꽃의 주인 모리타의 설명. 도쿄에 간다면 골덴가이에 들러 생맥주 한 잔(700엔 정도) 놓고 가게주인이나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시도하며 ‘일본’과 만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일 것 같다. marry01@ ◈‘골덴가이' 유일한 한국인업주 김용주씨 |도쿄 황성기특파원|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골덴가이에서 바 ‘파인트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주(金容珠·사진·53)씨. 파인트리는 그녀의 중년 인생이 시작된 출발점이다.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 1994년 2월이니 만 9년이 좀 넘었다.돈 한푼 없이 사진촬영을 배우러 온 도쿄에서 3년간을 방황하다 신주쿠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친언니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차렸다. 당시만 해도 폐쇄적인 골덴가이에 한국인이 가게를 차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게다가 가게 주인이 한국사람을 싫어해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 기자의 명의를 빌려 가게를 얻어야만 했다.“몇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게 주인)가 집을 빌려준 뒤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반발도 했지만 곧 사이좋게 돼 돈이 필요할 때 이자없이 급전도 마련해주고 잘해줬다.”고 김씨는 말했다. 파인트리의 주 고객은 신문·주간지 기자이다.더러 기업홍보관계자,대학 교수,대사관 직원,경찰이 오기는 하지만 역시 오랜 단골은 언론인이 가장 많다.“여기를 찾은 손님들 명함만 5000장은 족히 될 것 같다.”고 할 만큼 발이 넓다. 지금이야 일본인 뺨칠 정도로 일본어가 능숙하지만 처음에는 말이 서툴러 애를 먹었다. 손님들과 얘기를 하다 모르는 얘기가 나오면 한글로 적어서 집에 돌아가 사전을 뒤져 공부하곤 했다.호·불호가 뚜렷한 그녀는 싫은 손님은 내쫓을 만큼 기가 세다.그렇지만 일단 단골이 되면 내 식구처럼 따뜻이 받아준다.그녀의 호칭은 ‘욘상’이다.성이 아닌 이름을 애칭으로 부르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용주의 용을 따 ‘용상’하던 것이 욘상이 돼버렸다. 그녀 가게는 골덴가이에서 비교적 넓은 편이다.카운터에 빽빽이 앉으면 8명,털썩 앉아야 하는 테이블 방에 다리를 모으고 앉으면 8명 정도 들어간다.그렇지만 그녀가 서서 일하는 주방을 빼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은 불과 5평도 채 되지 않아 붐비는 날이면 옆자리 손님과 어깨를 붙이고 앉아야 할 정도로 비좁다. 낮과 밤을 거꾸로 하는 생활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다른 가게처럼 그녀 역시 밤 8시쯤 가게 문을 열고 새벽 4시쯤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면 동틀 무렵인 5시쯤이 된다. “9년 장사해 모은 돈은 한푼도 없지만 그래도 이 가게를 하면서 아이 둘을 후회없이 가르쳤다.”고 자랑한다.딸(26)은 일본의 사립명문 게이오대 문학부를 졸업했고,아들(23)은 홍익대 미대를 다니고 있다.
  • 두산重 타결 이모저모/ 활기찾은 공장… 출근길 ‘웃음’

    노조원 분신으로 불거진 두산중공업 사태가 두 달여 만인 12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되자 회사가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정상조업은 하면서도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경남 창원시 귀곡동 창원공장의 근로자들은 이날 분규 타결 소식을 모르고 출근했다가 회사분위기가 정리된 것을 보고 매우 반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민경훈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대표단이 고 배달호씨 시신이 안치돼 있는 냉동차 옆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면서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회사 관계자는 “합의과정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더러 있었음에도 파국을 막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사태가 잘 해결돼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김종세 부사장은 “일련의 사태는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따른 산고로 여기고 더욱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그는 노조측도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노사화합에 적극 협력하는 건전한 노동운동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회사측은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이번 사태가 두 달 넘게 계속돼 회사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올들어 1,2월 두 달 동안 해외수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선에 그쳤다.”며 “해외수주에 전력을 쏟아야 할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노조측도 나름대로 성과가 적지 않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노동자에 대한 손배소와 가압류 등 새로운 노조탄압 방식과 이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국금속노조 김창근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타결로 이끈 노동부장관에게 감사한다.”며 노동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창원지역 상공업계는 “그동안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 두산중공업사태가 타결돼 다행스럽다.”며 “이번 사태에 노사가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분신사망대책위원회는 사태해결에 따라 장례대책위로 바꾸고 고 배달호씨 장례식을 14일 오전 전국노동자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 ◆재계 반응 재계는 두산중공업의 사태 해결을 반기면서도 사측의 일방적인 양보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핵심 쟁점사항인 해고자 복직 및 징계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지난해 불법파업 기간 동안 무단결근 처리로 인한 순손실분의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이 노조의 불법투쟁에 자칫 책임을 부과하지 못하는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기업의 개별 사건에 외부 노동단체가 지나치게 개입해 사태를 장기화,폭력화 시켰다.”면서 “더구나 사측의 엄청난 피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정부가 노조의 ‘손’을 노골적으로 들어주면서 불법파업에 정당성을 부여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특히 사측이 불법파업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사용한 개인 및 조합비 손배·가압류 등이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노조의 ‘억지’를 사측이 받아들이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올 임단협 협상에서 노조의 강성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이사람/폴리시 메이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용산기지 이전 전략적 접근 필요””

    국방부 차영구(車榮九·56·육사 26기·중장) 정책실장은 국방부에서 가장 바쁜 장성으로 통한다.정책실 업무가 워낙 방대한데다 민감한 현안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중앙 부처처럼 국방부에도 기획관리실이 있긴 하다.하지만 직제 서열상 정책실이 더 앞선다.기획관리실장은 민간인이 맡고,정책실장은 현역이 맡고 있는 점만 봐도 정책실장의 ‘비중’이 읽혀진다. 그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국방부로 출근,하루 2∼3차례 열리는 각종 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석한다.각종 현안때문에 장·차관실에도 수시로 불려간다.주한미군 재배치와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 등이 현안으로 떠오른 요즘에는 더욱 부산하다.대부분 그를 비롯한 정책실에서 ‘머리’를 짜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인 때문이다. 최근 국방부내 육군회관에서 국방부·합참의 전 장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방장관 이·취임식에도 그는 참석하지 못했다.그 시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방한중인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 한·미 동맹의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차 실장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이 과거에도 여러차례 논란이 되지 않았느냐.”며 협상 전망을 묻자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한·미양국은 지난해 말 한국에 있는 미국의 전문 용역기관에 소요조사를 공식 의뢰했으며,5월 말쯤이면 최초 종합계획이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논의가 처음은 아니지만 양국 합의아래 공신력있는 기관에 객관적인 조사까지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초 종합계획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올 연말까지는 정확한 이전비용을 산출하고 이전 대상 부지 물색에도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업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할 경우 현재로선 한강 이남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이전 부지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으며,언론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전 부지 결정 과정이 언론에 그대로 알려질 경우 자칫 주민반대 등으로 이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방부 정책실은 국방정책을 수립·조정하고 국방부의 위기관리 체계를 관리 운영하고 있다.북한핵 문제 등과 관련되는 군비통제 업무,대(對)국회업무,홍보업무 등도 중요한 업무에 속한다. 또 대외 군사정책과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등 군사·외교 분야 역시 정책실 소관이다.이런 사정 때문에 국방부 정책실은 ‘국방부 내 외교부’로 통하기도 한다. 차 실장은 영어와 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오는 4월 한·미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의 사전 조율차 최근 방한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와는 오래 전부터 자주 만나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용산 미군기지 이전 논의 때문에 요즘 자주 만나는 미측 협상 파트너 찰스 캠블 주한 미8군사령관(육군 중장) 역시 그와 절친하다. 그는 군 생활의 대부분을 정책분야에서 보냈다.현역 장교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해외파’이기도 하다.1970년대 중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1979년 파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땄다.박사 학위 논문은 ‘중국 신장성 생산건설 병단(兵團)에 관한 연구’. 소령이 되던 지난 1981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으로 자리를 옮겨 1994년까지 14년 동안 그 곳에서 안보협력실장과 군비통제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방정책 브레인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그 당시 그는 국방문제 전문가로 TV 등 언론에 자주 등장,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현역 군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1999년 국방부 대변인 시절엔 정책 마인드를 토대로 국방홍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으나,서해교전 당시 남북간 무력대치를 ‘부부싸움’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뜻하지 않은 해프닝에 연루돼 전격 해임된 적도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작전통제권 환수 등 최근의 현안에 대해 그는 우선 “상호방위조약의 경우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조항이나 문구는 특별히 없다.”고 전제한 뒤 “다음달부터 이뤄질 한·미간 협상에서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분석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작전통제권의 환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무조건적인 환수 주장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작전통제권이 환수될 경우 한반도 위기때 미국의 개입 의지가 약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 경우 크게 늘어날 방위비 부담과 전력 공백 대체 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협상에서의 ‘전략적 사고’를 강조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뉴스 인사이드] ‘공보관 역할 조정되나’ 촉각

    공직사회는 노무현 새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가판 신문(전날 저녁 7시쯤 발행되는 다음날치 초판신문) 구독 금지 방침을 밝히자 각 부처 공보관의 역할 및 공보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공보관의 위상약화,공보관실의 인력감축 등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판이 사라지면 언론보도 내용에 즉각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하지만 해당 부처 관련 보도내용을 사전에 알아내려는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오히려 언론과 미묘한 갈등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책브리핑 자주 해야 보건복지부 박용주(朴容周) 공보관은 24일 “‘가판을 보지 않겠다.’는 새 대통령의 선언은 ‘책임언론’을 구현하기 위한 취지로,무책임한 비판성 기사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기자실의 완전개방’을 포함해 정부 부처의 공보기능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3개 정부부처별로 합동 브리핑룸을 만드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도 “가판구독을 금지하면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보임되는 공보관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라며 “공보관은 앞으로 국민과 언론이 정부정책을 오해하지 않도록 정책브리핑을 자주 가져야 할 것”이라며 공보관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공보관을 지낸 경제부처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언론인들과의 저녁 술자리는 거의 없어질 것”이라며 “대신 보도내용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새벽 6시쯤 출근할 고생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기존의 관행이 좋은 점도 있고,나쁜 점도 있지만 필요악의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가판구독 금지가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려면 기사가 부정적으로 게재됐다고 해서 윗선에서 질책하는 등의 관행이 먼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공보관실의 역할 축소로 이어지나 공보관 및 공보관실의 역할 축소는 자칫 ‘청(청와대파견근무)-비(장관비서관)-총(총무과장)-공(공보관)’으로 지칭돼 온 이른바 출세 코스의 지형변화를 예고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보관실에서 근무하는 사무관 이하 실무 공무원들은 가판 구독 금지선언에도 불구하고 공보시스템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오히려 공직 인력감축으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보도가 나간 뒤 일단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내지만 몇달 뒤에는 보도내용과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스스로 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따라서 정정보도 요청을 남발하거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았다간 역으로 스스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가판구독 금지를 해도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서 우리 부처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장관에게 보고는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퇴근시간만 늦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보실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예상도 만만찮다.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기사내용에 따라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어지고 아침에 일찍나와서 후속조치만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김수정 김성수기자 crystal@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2.술 권하는 사회 비대해지는 향락산업

    ★강남 룸살롱 마담이 말하는 실태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며 손사래를 치다가도 괜찮은 아가씨가 새로 들어오면 빚을 내서라도 오더라고요.” 6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M룸살롱에서 만난 마담 정모(29)씨는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강남의 ‘밤 세계’에 뿌려지는 돈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만 5년째 잔뼈가 굵었다는 정씨는 룸 38개에 여종업원 150여명을 거느린 이른바 ‘정통 강남식’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다.수입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정씨는 “아무리 적게 벌어도 한 달에 순수익 2000만원은 손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경기 침체와 대선 후 눈치보기의 여파로 접대비가 줄면서 단골이었던 대기업,벤처회사 직원들의 발길은 부쩍 줄었다.”면서 “그러나 요즘 떼돈을 벌고 있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변호사,부동산업자 등 개인 손님이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귀띔했다.새롭게 뜨는 손님들 덕택에 정씨는 지난 연말 1인 손님용 룸 5개를 만드는 등 내부를 새로 단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최근 강남에는 룸살롱 2,3곳을 잇따라 돌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이들은 처음에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여종업원과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텐프로(10%)’ 룸살롱에서 출발한다.‘텐프로’는 여종업원에게 지불되는 팁의 10%를 마담이 가져간다고 해서 생긴 은어다. ‘텐프로’를 거친 뒤에는 여종업원과 ‘2차’를 갈 수 있고 좀더 세련된 룸살롱으로 향한다.통상 ‘점오(0.5%)’ 룸살롱으로 불린다.이곳에서는 ‘2차’비용 35만원 가운데 3만원을 마담이 챙긴다.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손님들은 세번째로 ‘이점영(2.0%)’으로 불리는 특급 룸살롱을 찾는다.정씨는 “‘점오’ 룸살롱에서 3명이 술을 마시면 2차비용까지 포함해 240만원 정도가 든다.”고 전했다. 룸살롱 여종업원들도 많이 변했다. 예전처럼 빚이나 가정형편 때문에 룸살롱을 기웃거리는 여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정씨는 “이곳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여성들은 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낮에는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고 밤에는 룸살롱으로 출근하는 이중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새벽 영업을 마치고 오전에 아가씨를 구하려고 길거리로 나가 ‘헌팅’을 하는 일이 하루 일과였는데 지금은 지원하는 아가씨들이 넘쳐 면접을 봐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면접에서 탈락한 여성 가운데는 성형수술로 몸을 새롭게 만든 뒤 ‘면접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정씨는 “여종업원 중 80%는 대학 재·휴학생 또는 졸업생이며 명문대 여대생도 몇몇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요즘 강남에도 강북의 ‘북창동식’ 저질 나체쇼가 확산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그녀는 “고급 이미지를 고수하던 강남 룸살롱이 강북에서 유입된 ‘육탄공세식’ 룸살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미 서초동쪽은 ‘신고식’과 함께 ‘벗고 노는’ 문화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영표기자 tomcat@kdaily.com ★안먹고 버리는 술 많다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버리지 못할 겁니다.” 7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N룸살롱.밤이 깊어갈수록 이미 ‘1차’를 하고 오는 듯한 ‘폭탄주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40개나 되는 방마다 쉴틈없이 양주와 맥주가 배달됐다.경력 10년의 베테랑 웨이터 김모(36)씨는 “독한 술을 마시다 보면 음료수 잔이나 물수건에 술을 버리는 손님이나 여종업원이 많다.”고 말했다.그는 하루 평균 양주 200병과 맥주 500병 이상 소비되는 이 룸살롱에서 양주 20병,맥주 100병 정도가 이같이 버려진다고 했다. 김씨는 “양주는 30% 이상 남으면 보관해 주지만 맥주는 뚜껑을 따면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향락문화는 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술이 없는 유흥과 접대는 상상하기 어렵다.‘원샷’으로 시작한 술은 늘 과음과 강권(强勸)으로 이어진다.그러다보니 손님이나 ‘아가씨’나 마시기 싫은 술을 마셔야 할 때가 적지 않다.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00년 10월 전국의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66.6%가 “술자리에서 술을 남길 수 있다.”고 대답해 술낭비가 널리 퍼져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술을 남기거나 버리는 또다른 이유는 술값이 어차피 ‘접대비’인 경우가 많고 술집 마담이나 아가씨들이 매상을 올리기 위해 주문을 강요하기 때문이다.국내 위스키의 대부분은 수입완제품이기 때문에 위스키를 버리는 것은 곧 달러를 버리는 것이다. ‘홀딱쇼’와 ‘계곡주’가 곁들여진 질펀한 ‘신고식’으로 유명한 무교동과 북창동 일대 술집에선 마시는 술 못지않게 신고식용으로 쓰이는 술이 많다.북창동 S단란주점 웨이터 정모(21)씨는 한 룸에 들어간 12년산 국산 양주 3병과 맥주 20병 가운데 양주 1병과 맥주 5병 이상이 버려졌다고 말했다.이곳 마담은 “쇼는 화끈하게 벌이되 가능한 한 술을 많이 버려 매상을 올릴 것을 여종업원들에게 주문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위스키와 맥주의 양은 500㎖ 기준으로 각각 6430만 5684병과 40억 8000만병에 이른다.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등은 이 가운데 위스키의 10%,맥주의 20% 안팎이 그냥 버려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돈으로 따지면 2000억∼3000억원 규모다.2억∼3억달러의 외화가 하수구로 버려지는 것이다. 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위스키 하루평균 17만병 소비 주류업계가 유흥업소를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평균 17만병이 소비되는 위스키의 90% 이상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주류업계로서는 전방위 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물좋은’ 업소 주인이나 지배인은 골프 접대에 초대되고,유명 마담은 손가방 등 수백만원짜리 외제 명품을 선물로 받는다. 한 주류업체는 오는 4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상금 2000만원을 내걸고 축구대회를 갖는다. 주류업체의 ‘육탄공세’는 룸살롱 단골손님에게도 쏟아진다. 최근 18년산 위스키를 새로 내놓은 한 업체는 강남의 대형 룸살롱 단골 1만명에게 술 한 병씩을 선물했다.한 병의 출고가는 3만원 안팎이지만,강남 업소에서는 30만∼35만원에,강북에서는 20만∼25만원에 팔린다. 강남의 고급 바에서는 자사 위스키를 마시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응모행사를 갖거나,복권과 가방 등을 나눠주는 사은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주류 수입액은 11월 기준으로 3억 4800만달러에 이른다.이는 52억달러를 웃도는 석유 수입액의 13분의1 수준이다. 또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는 3조 2000억원,소주는 2조 8000억원,위스키는 1조 5000억원어치가 팔려 국내 3대 주류시장의 규모가 7조원대에 이른다. 국민 1인당 한 해 음주량은 소주 59병,맥주 86병,위스키 1.3병꼴이다.매일 맥주 1000만병,소주 800만병,위스키 17만병이 비워지는 셈이다. 지난해 주류 판매액은 전년보다 6.9%,2000년보다 16.8% 늘었다. 윤창수기자 geo@kdaily.com ★접대부 소득세 어떻게 유흥업소와 접대부들도 과세를 피할 수는 없다.그러나 ‘눈먼 돈’이 유통되는 유흥업소의 특성상 탈세의 여지가 많아 세무서와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유흥업소의 사업주는 접대부를 고용하면 봉사료(팁) 지급에 따른 세금 처리를 위해 ‘봉사료 지급대장’을 작성한다.국세청은 사업주가 작성하는 봉사료 지급대장을 토대로 세금을 물린다. 사업주는 접대부에게 지급한 봉사료가 전체 매출액의 20%를 초과할 경우에 한해 접대부가 받은 전체 봉사료의 5%를 매월 소득세로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낸다.매월 5%를 원천징수당한 접대부는 매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보험료나 가족사항 변경(미혼에서 기혼으로) 등에 따른 공제 등을 감안,연간 원천징수액과 종합소득세를 비교해 원천징수액이 더 많으면 돌려받고,그 반대면 덜 낸 만큼 더 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 세금이 조정되는 경우는 거의 보기 어렵다. 사업주는 전체 매출액에서 봉사료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각 10%)를 낸다.사업주는 이때 봉사료 지급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매출액을 줄이는 수법으로 탈세를 할 여지가 있다.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으로 받은 매출액을 누락하는 것과 함께 동원 가능한 편법이다.유흥업소가 매년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 사업자와 함께 국세청의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다. 오승호기자 osh@
  • 새정부 인사실세들 청탁피하기 ‘백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바로 옆에서 차기정부 요직에 몸담을 인사들을 요모조모 고르고 있는 이른바 ‘인사 실세들’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정치권 대북송금 논란의 여파로 웬만하면 이번주 안에 끝내려고 했던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혹시나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실세들은 지인들로부터 인사청탁에 시달리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노 당선자가 인사문제를 숙의하는 실세라면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내정자,신계륜(申溪輪) 인사특보,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내정자,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내정자,이광재(李光宰) 비서실 기획팀장과 함께 인수위 밖의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꼽힌다.김원기(金元基) 고문도 빠질 수 없는 실세지만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난 뒤부터 온통 신경을 그 쪽에 쓰고 있다. 문 내정자는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내장탕 등 별난 음식을 가리는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중순 비서실장에 내정된 뒤부터 경기도 의정부 집에 2∼3일에 한번꼴로 들어가고,대부분 호텔에서 숙식한다.밤늦은 시간에도 염치불구하고 찾아오는 민원인들과 사무실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취재진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평소 술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로선 매우 피곤하고 곤혹스러운 일로 전해졌다.그래도 출근 시간은 어김없이 오전 7시40분쯤.승용차 안에 여분의 속옷과 와이셔츠 등도 갖고 다닌다.하지만 지난 설연휴에도 집에서 해마다 여는 지구당 위로연을 가졌다.주민 300여명이 몰렸으나 인사말부터 “청탁은 사절입니다.”라고 말해 그의 성품을 모르던 이들은 선물꾸러미를 도로 들고 갔다. 정대철 최고의원은 여느 때처럼 신정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다 손님들이 들이닥쳐 곤란을 겪은 뒤 지난 설엔 아예 이틀 전부터 집을 비우고 지방에서 연휴를 보내고 돌아왔다. 상대적으로 젊은 신계륜 특보는 웬만하면 집에 들어가긴 가는데 주로 밤늦게 또는 새벽에 기습적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술이 거나하게 취해 귀가하다 혹시 청탁 민원인이라도 마주치면 “패가망신”이라고 소리를 버럭 질러 상대가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든다.노 당선자가 지난 연말 당직자 연수회에서 “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단독주택에 사는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는 뒷문으로 몰래 들어가다 취재진에게 들킨 일도 있다.요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인수위 일에 파묻혀 살면서 얼마전 한 측근에게 “시차 적응이 안 된다.”며 농담처럼 피로감을 호소했다. 기성 정치인 출신들이 대면(對面)은 극구 피하지만 휴대전화 등은 열어두고 있는데 반해 측근 그룹은 불가피하다 싶으면 아예 휴대전화도 꺼버리는 스타일.부산 출신의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 처가와 호텔 등에 혼자 머물며 출퇴근을 한다.휴대전화는 꺼 놓을 때가 많다. 이 팀장도 휴대전화 3∼4개를 마련,돌아가며 한 전화만 사용한다.그가 지인들로부터 “간첩이 따로 없다.”는 농담을 듣는 것은 인수위 사무실에 있을 때에도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걸려오는 전화도 3∼4번에 한번꼴로,내키는 대로 받기 때문이다. 김경운 문소영기자 kkwoon@
  • 전경련회장 수락한 손길승회장

    ‘이순(耳順)에 숙명을 받아들인 사나이’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28대 회장직을 공식 수락한 날은 61세 생일이었다.그는 1941년 2월6일 경남 하동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오너의 친인척이나 창업공신이 아닌 손회장이 대기업 총수를 거쳐 마침내 재계총리 격인 전경련 회장에 올랐다. 새삼 샐러리맨들의 꿈과 희망봉으로 불릴 만하다. ●결단에는 조건이 있다 손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4가지 과제를 전경련에 주문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발휘하는 재계로 변화하고,대화와 토론을 통한 회원사 이해조정,회원사와 회장단의 적극적인 지원,그리고 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드는 생산적인 싱크탱크로의 변화 등이다. 자신의 ‘전공’인 동북아경제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와 재계의 협력,재계 내부의 화해와 협력,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자기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손회장은 이날 “재계와 전경련이 신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발휘해 국민의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수락배경에 대해서는 “기업경영에 전념해야 할 시점이지만 재계 원로와 회원사 회장단 여러분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가 없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전문경영인 출신으로서 전경련을 순탄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오너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룹 경영기획실장 20년 지내 손회장의 수식어 가운데 ‘직업이 기조실장’이라는 얘기가 있다.SK그룹 경영기획실장을 20년간 지낸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1965년 선경직물(현 SK글로벌)에 공채1기로 입사한 이래 78∼98년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으로 승승장구했다.‘기획경영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분명하다.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워커힐호텔,유공(현 SK㈜),SK증권,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SK생명 등 그룹의 명운을 가른 주요 계열사 인수를 주도,SK의 성장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최종현(崔鍾賢) 회장 타계후 회장에 취임한 그는 오너인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의 ‘투톱체제’를 이끌면서 파트너십 경영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쪽 사업확장에 주력하면서 한·중·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동북아경제공동체론의 ‘전도사’ 역할도 맡고 있다. 경남 진주고(29회)와 인재가 많기로 소문난 서울대 상대 59학번이자 ROTC 1기 출신이어서 재계의 리더 역할을 한다.박용성(朴容星) 대한상의회장(두산중공업 회장), 진념(陳) 전 경제부총리,이필곤(李弼坤) 전 삼성물산회장,박재윤(朴在潤) 전 재무부장관 등이 대학 동기다.부인 박연신(朴姸信) 여사와 2남. 박홍환기자 stinger@kdaily.com ★손길승-손병두 어떤 사이 재계총리인 전경련 회장에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추대됨으로써 앞으로 손병두(孫炳斗·사진) 부회장과 함께 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들은 경남 진주 출신의 동갑나기로 50년간 우정을 다져온 절친한 막역지우다.재계에 오래전부터 ‘찰떡 궁합’으로 알려진 터다.진주중 동기인 이들은 고교시절 잠시 떨어져 있다가 서울대 상대에 진학하면서 1년 선후배로 다시 만나 ROTC 선후배로서도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손회장은 진주고,손부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했다. 이들의 우정은 대학 졸업후 각기 다른 회사에 취직한 뒤에도 지속됐으며 전경련 회장단으로 함께 일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두 사람은 전경련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자금 제공원칙 표명 등 현안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양손 궁합’을 과시했다.손회장이 고사 방침을 번복하고 회장직을 수락한 배경에는 손부회장의 집요한 요청과 설득이 뒷받침됐다. 특히 손부회장을 전경련에 천거한 것도 바로 손회장이었다.손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손부회장도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절친한 친구인 손회장과 함께 일하기에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누가 회장으로 오더라도 회장을 제대로 보좌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직책에 맞게 처신한다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손부회장이 그동안 새 정부의 재벌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잦은 마찰을 빚는 등 독단적 행동을 취해온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데다,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가 전경련의 업무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광삼기자 hisam@kdaily.com ★막전막후와 재계 반응 재계는 손 회장이 전경련을 무난히 이끌 것이라며 대체로 반겼다. 재계 관계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새 정부와 갈등을 잘 풀어갈 것”이라며 “현장 경험이 많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비오너 출신이어서 총수들의 이해관계를 아우르기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선대 회장 선영 ‘결단행’ 손 회장은 5일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을 만나 재계 입장을 설명들은 뒤 밤새 장고를 거듭했다.이어 6일 새벽 서울 서린동 SK본사에 출근,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손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 21명이 참석했다.일부 인사는 “현재의 여건상 전경련 회장 취임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2시간여의 마라톤 토론 끝에 결국 ‘수용’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전경련에 통보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손 회장은 최 회장과 20∼30분 정도 독대한 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최종건(崔鍾建) 1대 회장,최종현(崔鍾賢) 2대 회장의 선영을 찾아 ‘결단’의 마음을 다졌다. ●삼성이 ‘산파역’ 손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에는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의 또다른 유력 후보였던 ‘이건희 카드’가 여의치 않자 전경련 김각중(金珏中) 회장은 지난달 이 회장에게 손 회장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손 회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회장을 맡아 달라.내가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이어 20일 이 회장은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을 직접 보내 전폭 지원 의사를 거듭 전달했다. 이 본부장은 최태원 SK㈜ 회장도 만나 손 회장의 회장직 수락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이에 최 회장은 손 회장에게 개인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결국 그가 회장직을 수락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환 전광삼 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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