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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남성] 가을 타는 ‘외로운 걸’ ‘고독하 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일까. 남자만 고독하고 옛 추억이 생각날까. 남녀에게 ‘가을, 이럴 때 나는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감상주의)에 빠진다.’는 질문을 한 결과 ‘남녀 모두 옛 사랑의 추억이 떠오를 때와 외로울 때 가장 감성적이 된다.’를 공통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푸른 하늘을 보며 감성적인 외로움을 느끼지만 남자들은 옛 사랑을 떠올리며 아픔을 달랬다. 깊어지는 가을. 비슷하지만 차이가 나는 남과 여의 ‘센티멘털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사랑과의 가을여행, 아름다웠던 그 시절” 회사원 김모(28)씨는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낙엽과 단풍을 보면 대학교 1학년 때 첫사랑과 함께 떠났던 설악산 가을 여행이 떠오른다. 그녀와의 풋풋한 첫사랑은 설악산의 가을 단풍만큼이나 불타(?)올랐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녀만큼 나에게 잘해준 사람은 없어 아직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서 “당시에는 돈도 없고 힘들게 걷기도 많이 걸었지만 당시 둘이 갔던 여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모(29)씨는 가을에 대한 추억을 묻자 “가을 바람에 기온이 내려갈 때면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나름의 감정을 잡는다. 가을 사진이 ‘센티멘털리즘(감상주의)’의 극치라고 말한 그는 지금도 가을이면 사진기를 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얽매여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므로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인터넷으로 가을 여행지를 검색하고는 대리만족을 하고 만다.”면서 “인터넷 속의 가을풍경 사진들은 언제나 나를 감성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그렇듯이 동아리 시절이 떠오르면서 좋았던 기억들,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면 정말이지 무언가가 무작정 그립다.”고 덧붙였다. ●가을, 남자는 고독하다 취업 공부를 하다 보면 가을엔 정말 고독하다는 대학생 염모(25)씨는 도서관에서 한밤에 나와 교내 벤치 위에 누워 별을 보곤 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요즘은 날씨가 청명해서 그런지 유난히 별이 자주 보인다.”면서 “듣는 사람은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교환 학생으로 영국에 간 애인도 저 별을 함께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면서 슬며시 웃었다. 염씨에 따르면 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들이 사그라진다. 그는 “여름에 벤치에 누우면 더워 그런 거 같고 겨울에는 추운데 이상한 사람 같지만 가을만큼은 이런 행동을 허용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의 고독은 유씨와 같이 황홀하게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대학생 허모(23)씨는 혼자 서울에 올라와 자취 생활을 하는데 가을은 환절기 감기와 함께 자신의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그는 “가을에 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찾아주는 친구가 없으면 좀 센티멘털해지고 내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절기라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요즘 주변에서 아픈 것을 아무도 몰라주니 고독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회사원 박모(25)씨는 고독한 가을밤 자취방에서 홀로 ‘미드방(인터넷의 미국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미국 드라마나 다운받고 시청할 땐 정말 고독해진다.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나 ‘CSI’를 즐겨보는 그는 회사 동료들은 회사에서 내내 보니 지루하고 여자 친구는 생길 기미도 안보인다. 그는 “대학 친구들마저 밤 12시 퇴근이 다반사라 한밤의 외로움(?)에 지쳐 잠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 잘 날 없는 가을 유부남인 회사원 신모(37)씨는 총각 시절 자신의 가을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고독해지는 가을, 그는 쓸쓸한 마음에 당시 애인 몰래 바람을 피우며 고독을 달랬다는 것. 신씨는 지금도 가을 저녁에 멋지게 차려입은 늘씬한 아가씨가 공원 등에 혼자 있으면 감성적인 마음에 말을 걸어 보고 싶은 충동을 받기도 한다. 그는 “물론 실제로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가을은 많은 총각들에게 평소에 좋아하던 여성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김모(30)씨는 센티멘털 역시 일의 연속선 상에서 느끼게 된다.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바이어를 하는 김씨는 한달여를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고객에게 심사를 받는 긴장된 시간들이 지나가면 잠시 머리가 비면서 애인과 ‘가을 전어’라도 먹으러 갈까 하는 생각을 몇분간 한다. 그러나 저녁에는 접대 자리가 남아 있고 감성적인 순간은 그렇게 찰나로 지나간다. 김씨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감성적인 여유를 느낄 시간이 오면 가을의 상념에 젖어들지만 곧 앞으로 다가올 프로젝트 생각으로 자연스레 옮겨간다.”면서 “추억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애인에게 할애할 시간도 부족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정말로 시간을 내 애인과 드라이브를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으나 곧바로 “이번에도 생각으로 그칠 것”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남친 없는 가을, 내 속은 시든 단풍처럼 까맣게” 회사원 김모(26)씨는 유난히 이번 가을이 우울하다.25년 넘게 ‘가을탄다.’는 말의 뜻조차 몰랐던 그였지만 최근 3년을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부터 ‘비 맞고 찢겨 나뒹구는 낙엽’의 심정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평일에는 회사 일로 바빠 가을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지만 주말이 돼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텔레비전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진다고.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웃다가도 다 보고 나면 ‘귀중한 주말에 나 혼자 TV 앞에서 무슨 헛짓이냐.’는 자책감이 강하게 밀려와요. 친구들 대부분이 남친과 있어 연락도 못하고. 올 가을엔 내 마음도 단풍들고 있어요. 까맣게….” 대학 졸업반인 오모(22)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청계천을 찾아가는 ‘청계천 마니아’지만 최근 이곳을 찾을 때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곤 한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개울과 수풀 사이를 걸을 때 느끼던 상쾌함이 가을이 되면서부터는 반감되고 있다.“가을이 되면서 연인들의 모습이 더욱 부러워요. 예전 커플 시절이 떠올라 상념에 젖기도 하고요. 명동이나 강남역 주변을 걷다 보면 온통 커플들만 다니는 것 같아서 더 외로워요.‘나는 왜 남자 친구가 없을까.’를 생각하면 인생이 더 우울해져요.”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무는구나…” 취업 준비생 박모(25)씨는 또다시 찾아온 ‘취업의 계절’이 우울하기만 하다. 이미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 앉아 영어책과 씨름하고 있는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맘때 ‘올 가을에는 당당하게 취업해 내년에는 멋진 ‘킹카’와 단풍길을 걸으며 ‘셀카’를 찍어야겠다.”던 다짐이 허망하다 못해 한스럽기까지 하다. “단풍이 들면 사람들과 함께 가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왜 안 들겠어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 자체가 없는 거죠. 차라리 가을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게 나아요. 그래야 아예 가을을 못 즐기니까 제 마음이 덜 서운하잖아요.” 밤을 새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컨설턴트 이모(28)씨는 새벽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을 때마다 ‘가을을 탄다.’고 느낀다. 늘 일에 묻혀 사는 이씨다 보니 밖에서 느낄 겨를이 없지만 새벽 2시쯤 듣는 라디오 DJ의 조용한 톤의 목소리에서 어느새 차가운 가을을 알게 된다고. 가끔 새벽녘 사무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친구들과 동료들의 미니 홈피를 보며 어느새 길어져 있는 사진 속 친구들의 옷소매가 가을을 알게 해 준다고 한다. “한 해가 다 갔다는 느낌에 우울해지면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요. 예전에는 정지영 아나운서의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요. 요즘에는 문지애 아나운서를 좋아하게 됐어요.‘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도 우울한 가을과 잘 어울리죠.” ●“하늘만 봐도 우울해지는 나,‘4차원’인가?” 여행사에 다니는 이모(34)씨는 요즘 하늘만 봐도 ‘센티멘털’해진다고.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슬프게 한다. 특히 아침에 출근하려고 현관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서늘한 가을 바람은 울고 싶은 기분을 더욱 ‘업’시켜 하루 일을 못하게 하기도 한단다. 이씨는 최근 그다지 나쁠 일이 없다. 기존 직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회사도 옮겼고 몇 년째 ‘남친’ 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도 완벽히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을이 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이 상황을 이씨도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가을 하늘을 볼 때 느낌은…, 뭐랄까, 처음에는 마음이 안정되면서 조용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온갖 잡다한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헤어진 남자 친구에서부터 갖가지 일상사가 다 떠오르면서 우울해지는 거죠. 요즘에는 이런 성향을 ‘4차원’이라고 하던데, 저 역시 그런 유의 인간 같아요.” 자신을 전형적인 ‘된장녀’라 말하는 디자이너 조모(30)씨는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일하고 나서 사무실 통유리 밖으로 느껴지는 오후의 가을 햇살에 진짜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조씨는 가을 오후 남은 햇살을 한몸에 받으며 혼자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세상 온갖 근심을 다 안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이 한창 많은 오후 3∼4시쯤이 되면 햇살이 가득 사무실로 들어오는데요. 주황빛을 띤 그 햇살을 느낄 때마다 ‘일하기 싫다.’는 욕구가 솟구쳐 올라요. 세상에서 저 혼자 가을 타는 것처럼 맘 속에서 난리가 나요. 그럴 때는 미니 홈피에 접속해 게시판과 다이어리에 글을 써 ‘일촌’들에게 공개하거든요. 그러고는 다음날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다시 ‘비공개’로 바꿔 놓죠. 꼭 술 먹고 밤새 연애 편지 써 놓은 뒤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보면 민망함과 유치함에 찢어버리고 싶은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광화문 복원 진두지휘 신응수 대목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광화문 복원 진두지휘 신응수 대목장

    ‘어라, 광화문이 사라졌네!’‘그럼, 언제 다시 나타나지?’ 서울 도심의 한복판, 세종로에 왔다가 광화문이 없어진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이곳을 지날 때면 저절로 고개를 돌려 깜쪽같이 사라진 광화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터이다. 지난 9월28일자 서울신문에는 훈훈한 기사가 단독보도돼 눈길을 끌었다. 광화문 복원을 총지휘할 도편수 자리를 놓고 벌이던 전통 건축분야의 양대 산맥의 한판 승부에 대한 내용이다. 형님뻘인 전흥수(70) 대목장이 신응수(66) 대목장에게 도편수 자리를 아름답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전 대목장은 추석 연휴 직전에 신 대목장과 만나 “우리끼리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아니냐.”면서 물러서겠다는 뜻을 알렸다. 신 대목장은 전 대목장의 어려운 결정에 고마움을 표시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전 대목장은 “그 사람(신 대목장)이라면 광화문 복원을 제대로 해낼 것”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목수 우두머리) 자리는 신 대목장이 맡게 됐다. ●18년간 경복궁 복원사업 이끌어 신 대목장은 1991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보유자로 지정됐으며 지금까지 18년동안 경복궁 복원사업을 대부분 진두지휘해 왔다. 또한 앞으로 2년동안 광화문 복원까지 맡게 됐으니 천년궁궐 재현의 대역사는 사실상 그의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경복궁 함화당 복원공사 현장에서 신 대목장을 만났다. 명함을 내밀었더니 돌아온 명함이 특이하다. 근정전 사진 위에 ‘성재(誠齋) 申鷹秀’라고 적혀 있었다. 하늘을 나는 매응(鷹)? 의아해 하자 “향나무 숲에서 매가 날아오르는 어머님 태몽 때문에 매응자로 했고 성재는 경복궁 복원사업 초창기때 한 서예가 선생이 집을 정성스레 잘 지으라며 지어준 호”라고 설명했다. 먼저 전 대목장과 만남에 대한 얘기를 슬쩍 꺼냈더니 “그 분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다.(전 대목장은)기능인들이 화합이 잘 안되는데 그러면 되겠느냐고 하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광화문 복원공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산림청과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국유림과 사유림 등에서 적합한 목재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마 동해안쪽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적송)가 선택될 것 같으며 천년궁궐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나무가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대들보인 경우 소나무 수령이 300∼400년정도 돼야 한다는 그는 “일제때 좋은 나무들이 마구 남벌돼 나무 구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높이 18m, 직경 70㎝이상의 적송을 찾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올 겨울부터 목수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나무를 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궁궐 복원 공사에는 뭐니뭐니해도 철저한 고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광화문 복원공사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수 30여명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현재 경복궁 복원공사 사업은 모두 5단계 중 4단계를 마친 상태. 이 가운데 광화문 복원사업이 최종단계로 경복궁 재현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그가 맡은 경복궁 복원사업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함화당을 비롯해 ‘침전지역’‘동궁지역’‘태원전 권역’‘건청궁’‘근정전’ 등이다. 광화문의 경우 본문 외에 군사방, 수문장청, 영군직소 등이 포함된다.2009년까지 목재만 450만재, 기와 150만장, 비용 1789억원이 투입되며 전각 등 총 93동이 복원되는 대단위 공사다. 신 대목장 개인적으로는 꼬박 20년을 경복궁에서 출퇴근하게 되는데 그 대미를 광화문으로 장식하게 된다. 그는 “문무백관의 조회와 국가의식을 거행했던 근정전은 우리 고건축의 백미”라고 극찬하면서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140년전의 건축기법을 완전히 이해하게 됐고 또한 광화문도 이와 비슷한 건축기법이라고 귀띔했다. 근정전 복원은 2000년부터 3년 10개월 걸렸다. “광화문 복원공사는 예정된 2009년 말 이전에 끝낼 수 있습니다. 목조는 잘 관리만 하면 천년수명이기 때문에 광화문 또한 이제 새로운 천년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는 중졸학력으로 당대 최고의 목수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로 꼭 50년째 목수인생을 맞고 있는 그는 1942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병천중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와 신강수 한테 망치질을 배우며 일찍 밥벌이 전선에 뛰어들었다. 말 그대로 먹고 살 수 있는 기술 한가지만 배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그러다보니 목수들의 양말 세탁 등 온갖 심부름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들보용은 소나무 수령 300~400년 돼야 그러던 1960년 명인 이광규의 문하생으로 들어간다. 이때 봉원사 요사 및 종각 공사에 참여했다. 이듬해에는 스승의 스승 조원재를 만나 남대문 중수 공사에 동참했다. 1965년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오대산 월정사 대웅전, 진주성 촉성문, 서울 숭인동 청룡사 대웅전, 용인 호암장 신축 공사 등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대목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5년 수원성 장안문 복원공사 때에는 도편수로 독립하면서 1983년까지 밀양군 무안면 홍제사 법당, 서울 삼청동 총리공간, 서울 필동 한국의 집, 경주 안압지 1∼3건물, 단양 구인사 사천왕문, 부여 삼충사 영당 및 내외삼문, 울산 동축사 대웅전 및 산신각, 유성 현충원 현충문, 부여 무량사 극락전 보수 공사 등을 맡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중졸 학력으로 50년째 목수… 당대 최고 도편수 자리에 1982년 청와대 영빈관인 상춘재를 신축할 때 도편수를 맡았다. 한겨울에 30여명의 목수들과 함께 새벽 여섯시에 청와대로 출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상춘재는 4개월 만에 완공됐다. 이와 관련 “아마 가장 빨리 지은 한옥이 아니겠느냐.”고 술회했다. 이 같은 인연이 있어서인지 1989년 청와대 대통령관저의 신축공사까지 맡게 된다. 그는 평소 “좋은 적송을 구하는 사람이 좋은 건축을 하는 것”이라고 늘 주장해왔다.1980년대 초반 강원도의 적송 많은 산 50만 평이 매물로 나오자 주저 없이 사들여 좋은 재료를 현장에 공급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바탕이 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인 경복궁 보수공사의 도편수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복궁 복원공사가 다 마무리되면 평소의 꿈인 우리나라 전통건축 박물관을 지을 예정이다. 슬하에 2남3녀를 두었으며 큰아들이 목재소를 운영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 신 대목장은 우리나라 고건축의 대가인 조원재, 이광규로 이어지는 대목장 계보를 잇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1942년 충북 청원 출생 ▲58년 충남 병천중학교 졸업 ▲58∼60년 신강수, 박광석 문하에서 한옥 주택 신축 공사 ▲75∼78년 수원성곽 장안물, 창용문 복원 공사(도편수 신응수) ▲79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신축 공사 ▲82∼83년 청와대 상춘재 신축 공사 ▲88년 경복궁 만춘전 복원 공사 ▲89∼90년 청와대 대통령관저 신축 공사 ▲91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 74호 대목장 보유자 ▲91∼95년 경복궁 침전지역 복원 공사(강녕전, 교태전, 경성전, 연생전, 웅지당, 연길당, 함원전, 흠경각, 동서행각, 건순각, 양의문, 함흥각 등) ▲96∼98년 경복궁 동궁지역 자선당, 비현각, 회랑 복원 공사 ▲97∼99년 경복궁 자경전, 창덕궁 돈화문 보수 공사, 경복궁 경회루 보수 공사 ▲97∼2001년 경복궁 흥례문 권역 복원 공사(흥례문, 유화문 및 화랑) ▲2000∼04년 창덕궁 규장각 옥당, 약방, 영의사, 검서청, 양지당, 봉모당 복원 공사, 경복궁 근정전 보수공사 ▲04∼현재 경복궁 건청궁(장안당, 곤녕합, 복수당 外 13동) 복원공사 # 수상 만해예술상 수상(99년), 옥관문화훈장(2002년) 등 # 주요 저서 ‘천년 궁궐을 짓는다’‘목수’‘경복궁 근정전’ 등
  • 고령군 공무원들 지문찍기 바람 왜?

    “지문(指紋)을 찍자.” 경북 고령군청 직원 사이에 때아닌 ‘출·퇴근 인증 지문 찍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한 동료 직원이 지난 추석 연휴 때 비상근무로 숨졌지만 출·퇴근 인식기에 지문을 찍지 않아 순직처리 증빙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2일 고령군에 따르면 추석연휴 기간인 지난달 22일과 23일 집중호우에 대비, 사무실에서 밤샘 근무를 하다 귀가한 군청 건설방재과 하천담당(6급) 박홍규(47)씨가 24일 새벽 3시 자택에서 숨졌다. 이 기간동안 박씨는 출근을 했지만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찍지 않은 것이 뒤늦게 확인됐고, 결국 과로사로 인한 순직 처리 증빙자료 확보가 여의치 않게 됐다. 그러나 당시 당직 근무를 섰던 군청 이남지(6급·주민생활지원과)·송조호(6급·총무과)씨 등은 “박 담당이 추석 연휴기간 동안 비상근무를 위해 출·퇴근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동료 공무원들도 “박 담당은 지난달 16일 발생한 태풍 ‘나리’로 인한 수해현장 확인 등을 위해 숨지기 전까지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해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힘들어 했다.”라며 “최근에는 2002년 태풍 ‘루사’ 때의 개포 수문 침수피해 및 2005년 쌍림면 안림천 신촌유원지 익사 사고 등 손해배상 청구소송 업무로 애를 먹고 있었다.”고 전했다. 숨진 박씨는 지난 7월부터 건설방재과 하천 담당 업무를 맡아왔다. 그동안 2000년 행정자치부 장관상 등 두 번의 장관상을 받았다. 강종환 고령군 총무과장은 “박 담당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수집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유족 보상금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령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길섶에서] 출근길 ‘봉변’/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주말 아침 정원에서 잔디 손질을 하다 옆집 어른과 마주쳤다. 그는 전지 가위를 잡은 손으로 땀을 훔치며 “올 늦더위 정말 오지지요.”하며 동의를 구한다. 오지다. 오랜만에 들어본다. 오달지다의 준말이란다. 허수한데 없이 야물고 실속 있을 때 쓰는 형용사다. 월요 출근길에 정말 오지게 비를 만났다. 새벽 억수같은 비를 뿌렸던 하늘은, 집을 나설 무렵 구름 한점 없어졌다. 하지만 버스가 광화문에 가까워지면서 표변했다. 비가 퍼부었다. 버스 백미러를 타고 물이 쏟아졌다. 고무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빈손이었다. 신문지를 구해 머리만 가리고 회사에 도착했다. 바지는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며칠 전 방송이 기억난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바뀌면 생태계뿐 아니라 국민의 생활습관이나 품성도 달라진다고. 이런 ‘봉변’이 일상화되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다. 지난밤 들은 안나 게르만의 ‘가을의 노래’를 떠올리니 위안이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찬사를 듣는다. 오졌던 여름도 이렇게 흘러가나 보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현장 행정] ‘말끔 환경’ 양심으로 가꾼다

    [현장 행정] ‘말끔 환경’ 양심으로 가꾼다

    광진구가 쾌적하고 맑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청정광진’을 선언했다. 단순히 청소를 잘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양심을 지키고, 보람을 느끼는 일에 동참하도록 행정력을 집중하자는 범구민운동이다. 최근 공표된 ‘청정광진 선언문’에는 ‘내 집앞 청소는 내가 한다.’ 등 5개 실천사항이 담겼다. ●매일 두 차례 골목까지 물청소 20일 새벽 출근시간에 앞서 천호대로의 지하철 아차산역 근처에서는 구청 소속 물청소차 2대가 도로에 물을 뿌렸다. 직원들은 급수차에 달린 호스로 버스중앙차로의 정류장 안내판 등에 시원하게 물줄기를 쏘았다. 노면흡입차가 물청소차에 한발 앞서 도로 귀퉁이의 꽁초나 흙먼지 등을 빨아들이며 나아갔다. 오후에 예정된 물청소는 오전 늦게 내린 소나기 덕분에 취소됐다. 한낮의 물청소는 강한 햇볕에 후끈 달궈진 아스팔트를 식히는 효과도 있다. 광진구는 매일 두 차례씩 폭 12m 이상의 간선도로(55.1㎞)에서 물청소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면도로와 뒷골목(165.1㎞)까지 청소구역을 확대했다. 이에 필요한 차량 6대를 올해 초에 추가로 구입, 물청소차 8대, 노면흡입차 3대 등 차량 11대를 갖췄다. 지하수를 공급하는 급수전도 15곳에서 41곳으로 증설했다. 이날부터 24일까지 ‘을지훈련’ 기간이지만 물청소는 주민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구민참여의 날인 매월 넷째주 수요일에는 정송학 구청장도 직접 나서서 물을 뿌린다. ●환경순찰대는 거리의 해결사 중곡3동에서는 청정광진을 위한 ‘자전거 환경순찰대’가 맹활약 중이다. 통장을 맡고 있는 주민 21명이 자전거를 타고 하루 한번씩 동네를 살핀다. 무단투기 쓰레기가 없는지, 공공시설물이 파손된 곳은 없는지, 승용차 요일제는 잘 지켜지는지 등을 챙기는 게 임무다. 주인 없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던 중곡역 근처 주택가 전봇대 앞에 ‘양심 거울’과 ‘양심 등불’ 설치를 동사무소에 건의했다. 쓰레기를 몰래 버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나, 밤에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전등을 보고 양심을 되찾자는 취지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능동 등 11곳에 확대해 설치했다. 상가나 학교 등에서 자발적으로 대청소를 하겠다고 미리 알려주면 물청소차 등이 지원되는 ‘물청소 예약제’도 실시하고 있다.‘골목청소 봉사단’은 동네 골목마다 관리번호를 부여하고 담당 주민을 정해 쓸고 치운다. ●양심 청정에서 거리 청정으로 청정광진 선언문을 채택하기 이전에도 청소와 환경정화에 힘쓴 결과, 서울시가 선정한 ‘행정서비스 품질평가’ 환경분야에서 최우수구로 뽑혔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의 ‘청렴지수 평가’에서 우수구로 선정됐다. 청정광진은 정 구청장이 지난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7대 혁신전략’ 가운데 하나다. 공무원들의 양심을 다그쳐 잡은 뒤 이제 거리정화에 나선 셈이다. 최종구 중곡3동장은 “자전거 환경순찰대가 깃발을 휘날리며 골목을 누비자 거리도 깨끗해졌지만, 주민들이 가슴에 묻어둔 불편사항을 털어놓는 등 민원행정도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新 라이벌전](17)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

    [新 라이벌전](17) 현대중공업 vs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소 1·2위다. 현대중공업은 2위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삼성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한다. 삼성중공업은 “속으로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지 보자.”며 벼른다.2005년 대우조선해양을 잡고 세계 2위로 올라선 삼성은 상승세가 매섭다. ●현대 ‘초대형 컨船’, 삼성 ‘해양설비’ 각각 우위 객관적인 전력은 현대가 절대 우위다. 올 상반기에 현대는 5조 3000억원, 삼성은 3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조 6000억원 이상 차이 난다. 영업이익은 현대(5415억원)가 삼성(1926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매기는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도 현대(1381만CGT,CGT는 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0만CGT대를 기록하며 삼성(943만CGT)을 여유있게 앞섰다. 정년은 59세로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높다. 그만큼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에 전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측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세계 4위)과 현대삼호중공업(세계 7위)까지 포함하면 조선분야에서의 현대 위치는 지존”이라며 “설사 단일 조선소만 놓고 보더라도 1,2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업계 최초로 올해 매출 10조원대를 돌파, 삼성의 추격 의지에 쐐기를 박는다는 목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반기(半期) 100억달러 수주’ 세계 최초 기록은 삼성이 거머쥐었다. 올 상반기에 101억달러를 기록했다. 현대는 89억달러에 그치며 역전을 처음 허용했다. 수주잔량에서도 삼성(350억달러)은 현대(266억달러)를 처음 앞질렀다. 척수로 따지면 현대가 더 많다. 이는 삼성이 값비싼 고부가가치선을 더 많이 수주했다는 얘기다. 배를 만드는 도크(dock) 수(5개)도 현대(9개)의 거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건조량 차이는 25%(103만GT)에 불과하다.“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삼성은 자랑한다. 실제, 로봇을 이용한 삼성의 생산 자동화율(65%)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삼성은 조선 인력의 평균 연령이 35세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조선소 가운데 가장 젊다. 현대는 44세다. 삼성은 “2010년에는 세계 초일류 조선소로 도약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다… 땅… 신(新)공법 장군멍군 고부가가치선 중에서도 현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세계 물량의 40%를 거머쥐었다. 지난달 말에는 ‘꿈의 컨테이너선’이라 불리는 1만TEU급(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개가 들어가는 크기)을 바다에 띄웠다. 삼성은 특수선에서 앞선다. 얼음을 깨며 원유를 실어나르는 극지용 쇄빙유조선과 선박 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드릴십(바다에 고정시킨 채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선) 등 해양설비 쪽에 유난히 강하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가 열번째 도크를 오는 11월 짓는다는 점이다. 한 임원은 “신규 도크는 해양설비 위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상대적 열세였던 ‘삼성의 텃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세계 선두기업답게 두 회사는 공법에서도 한 수씩 주고받았다. 후발주자인 삼성은 육상 도크가 부족하자 2001년 ‘움직이는 도크’를 착안해냈다. 바다 위에 바지선을 띄워놓고 배를 만드는, 이른바 ‘플로팅(floating) 도크 공법’이다. 대우조선도 지난해 이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현대는 조선소(울산)가 있는 동해의 파도가 심해 플로팅 도크를 시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아예 배를 땅에서 만드는 역발상으로 맞불을 놨다. 배는 도크에서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2004년 세계 최초로 육상공법을 선보인 것이다. 완성된 선박은 배 밑에 레일을 깔아 도크로 옮겼다. 이 공법 덕분에 현대는 평균 건조기간을 한달(85일→55일)이나 줄일 수 있었다. 요즘 두 회사는 크루즈선 등 미래 먹거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무분규·장수 CEO 공통점 선진 노사문화는 두 회사의 공통된 경쟁력이다. 현대는 13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은 그룹 문화에 따라 노조가 아예 없다. 골리앗 크레인 농성으로 유명했던 강성 현대 노조가 1995년부터 무분규로 돌아선 데는 정몽준 대주주 겸 국회의원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에는 정 의원이 경영에 참여했던 시절이었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사원(노조원)들의 복지에 파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해봤어?” 하며 직원들을 다그치기만 했던 선대 회장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한 임원의 얘기다.“지금도 정 의원은 노조를 만나면 예전과 똑같은 말을 한다.‘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물에 침은 뱉지 마라’라고.” 대주주나 그룹이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것도 두 회사의 공통점이다. 민계식(65) 부회장과 김징완(61) 사장은 2001년부터 나란히 현대와 삼성을 각각 이끌고 있다. 민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날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한다.20년째 변함없는 일과다.‘백발의 마라토너’로도 유명하다. 환갑을 훌쩍 넘긴 요즘에도 점심시간이면 직원들과 10㎞를 달리며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전문 지식이 워낙 해박해 웬만한 현장 기술자도 그 앞에서는 쩔쩔 맨다. 조선공학 석사(미국 UC버클리대), 해양공학 박사(MIT대)다. 김 사장은 그룹내 미운 오리새끼이던 삼성중공업을 효자로 키워낸 주역이다.‘미스터 품질’로 통한다. 입만 열면 “고객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품질을 만들라.”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삼성에 배를 주문한 고객(船主)이 다시 찾아온다는 지론이다. 고객이 품질 불만을 단 한 건이라도 제기하면 거액의 연체 수수료를 물더라도 완벽해지기 전까지 선박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2005년의 ‘품질 마지노 선언’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길섶에서] 양심불량/함혜리 논설위원

    아침 출근준비가 늦어져 택시를 탔다. 기사가 대뜸 한다는 말이 “제발 차비는 떼먹지 마슈.”다. 왜 그러느냐고, 내가 차비도 없이 택시 탈 사람처럼 보이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새벽 3시에 나와 일을 시작했는데 첫 손님부터 차비를 안 내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대방동에서 거나하게 취한 20대 초반의 남자 두명이 탔다. 한명은 봉천동서 내리고, 나머지 한명은 사당동 골목을 누비게 만들고 나서 “집에 가서 택시비를 갖고 오겠다.”고 한 뒤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가방이라도 두고 내리라고 하는 건데 그말이 도저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그만….”하면서 속탕을 끓였다. 택시비 2만 8700원을 한푼도 못 받은 것은 물론이요, 좁은 골목에서 차를 돌리다가 차의 옆구리까지 긁혔단다. 기사에게 하루 몇시간이나 일하느냐고 물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두었다는 그는 13시간은 일해야 생활비와 아이들 학원비를 댈 수 있다고 했다. 새벽까지 술 마실 돈은 있으면서 택시비는 떼어먹은 사람, 누군지 정말 양심없는 사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45분) 다듬지 않은 아름다움, 아날로그. 클라리네티스트 계희정은 음악을 디지털 기술로 듣기 좋게 다듬으면 실제 연주와는 다른 음악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느낌이 풍부한 아날로그 음악이 더 좋다는 그녀. 음악이 지닌 감성에 주목하는 클라리네티스트 계희정을 만나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10만명이 넘는 어린이 노숙자가 거리를 떠돌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00명 안팎은 변압기를 설치하려고 파놓은 작은 구덩이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이 도시의 땅 속에 살게 된 이유는 가난,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일자리, 교육에 대한 열망 등 다양하다.   ●다큐 人(EBS 오후 9시20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수 최범현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경주에 출전하는 날도 어김없이 새벽조교로 하루를 시작한다. 말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는 새벽시간, 매일 하루에 여섯 마리 이상의 말과 함께 호흡하고 달리고 있다. 경마기수로 무한질주를 꿈꾸는 작은 거인, 최범현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50분) 말할 줄 아는 단어가 고작 열 개 안팎인 다섯 살 이종선. 가장 잘하는 말은 ‘아니야.’. 원하는 건 대충대충 손짓으로 하고, 손짓이 통하지 않으면 누구도 감당 못하는 떼가 시작된다. 불만이 쌓이면 거침없는 폭력도 불사하는 종선이. 과연 말이 늦은 아이 종선이를 위한 명쾌한 해법은 무엇일까?   ●커피프린스 1호점(MBC 오후 9시55분) 한결이 은찬에게 접근 금지에 말까지 시키지 못하게 하자 화가 난 은찬은 커피 배달을 다녀오던 차 안에서 한결의 화를 돋우는 행동만 한다. 한결은 버럭 소리지르며 은찬의 멱살을 잡아 끌어낸다. 은찬은 차 앞을 가로막고 의형제하자고 할 땐 언제고 왜 사람을 가지고 노느냐며 울부짖는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여성의 상징인 가슴이 위험하다. 유방암은 2002년 이후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구보다 발병 연령도 매우 낮아서, 국내 환자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전이다. 발생률은 높지만, 그만큼 완치율도 높은 유방암. 발병 원인과 예방법, 그리고 관리법을 알아본다.
  • 무한 질주 꿈꾸는 ‘작은거인’

    EBS ‘다큐 人’은 30일 오후 9시20분 ‘경마기수, 무한질주를 꿈꾸는 작은 거인’을 방송한다. 조명탑 아래에서 경주마들이 화려한 잔치를 펼치는 여름 밤 경마장에는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든다. 이곳에서 가장 작은 체구로 가장 큰 함성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있으니, 아담한 키에 가벼워 보이는 체구를 가진 경마기수 최범현(28)씨다. 앳된 미소를 머금은 소년의 이미지를 풍기지만, 말 등에 오르는 순간 누구보다도 강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찰나의 순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는 강한 승부욕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두각을 나타냈다. 최씨의 출근 시간은 언제나 새벽 5시. 경주에 출전하는 날도 어김없이 새벽 조교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수는 어느 스포츠보다도 부상의 위험이 큰 직업. 뼈를 깎는 노력으로 체중을 조절하고 말을 직접 훈련시키며 그들과 한 몸이 돼 연습한다. 경력 7년의 최씨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기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주에 나선 기록을 갖고 있다.2006년 8월에는 1000m 경주를 58.8초로 주파하는 최고 기록도 세웠다. 기록을 안겨운 ‘서미트파티’와 올해도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모든 기수들이 자신의 라이벌임에는 틀림없지만 언제나 적은 내부에 있다. “가장 큰 라이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는 ‘작은 거인’ 최씨의 거침없는 질주 속으로 들어가 본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자치단체장 여름휴가 백태

    자치단체장 여름휴가 백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름휴가는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준다. 바쁘기로는 대기업 회장 못지않은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의 휴가계획을 미리 들춰봤다. ●총 26명 중 2명은 해외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여름 휴가기간에 ‘가정에 충성’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얼굴을 마주할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휴가엔 가족에게 모든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장소는 국내의 한 바닷가로 정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가족과 노모가 있는 고향, 경남 남해에 다녀올 계획이다.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은 늘 그랬듯 올해도 고향인 제주에 내려간다. 조선시대 목민관이 마음가짐을 다스리던 리더십의 고전 ‘목민심서’를 정독하는 것이 목표다. 바다를 건너는 일정도 있다. 서울문화사학회 부회장으로서 평소 문화재에 관심이 보여온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적 답사차 태국 등 동남아를 찾는다. 김효겸 관악구청장은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옌지시를 방문한다. 휴가인 만큼 이들의 비용은 개인 부담이다. ●강북구청장 병원신세 불가피 구청장 가운데 가장 먼저 휴가를 떠난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강원도 삼척의 성북구 수련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소 ‘기(氣)’에 관심이 많은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가족과 경기도에 있는 건강요양원에 들어가 원기를 충전할 예정이다. 최선길 도봉구청장은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 문화체육과장 등 직원들과 함께 떠난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병원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왼쪽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31보궐선거를 진행했고, 당선 후에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 낸 것이 화근이었다. ●송파구청장 집에서 밀린 살림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미안함을 휴가로 만회해보겠다는 구청장이 많다. 유일한 여성구청장인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이번 휴가의 초점을 ‘집안일’에 맞췄다. 휴식을 취하고, 주부로 돌아가 집안살림도 살피기로 했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근교로 떠난다. 정동일 중구청장은 잠시 고향인 전북 무주에 들렀다가 집에서 독서로 소일을 하고,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은 집에서 푹 쉬면서 역사서적을 탐독하는 휴가일정을 짰다. 김형수 영등포구청장과 김도현 강서구청장도 집에서 망중한을 보낼 생각이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8월 초로 휴가일정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활용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휴가 좀 잡아주오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전국시·군·구청장 협의회 회장을 맡은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당초 지난 23일부터 고향인 경남 함양에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협의회 회의 일정으로 휴가를 8월 둘째주로 미뤘다. 하지만 스케줄상 아무래도 이번 휴가를 반납해야 할 듯하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문병권 중랑구청장은 여름에는 행사가 많지 않아 주말에 쉴 수 있다는 이유로 휴가를 반납했다. 신영섭 마포구청장과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휴가 일정은 잡았지만 밀린 업무가 너무 많은 까닭에 출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구청장이 휴가를 쓰지 않으면 직원들이 눈치를 보게 마련. 그래서 신동우 강동구청장은 비록 자신은 휴가 계획이 없지만, 직원들은 모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에 아프리카 우간다로 말라리아 퇴치 봉사활동을 간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이를 휴가로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올 여름 휴가를 가지 않고, 구정에 전념하기로 했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을 비롯해 박장규 용산구청장,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아직 계획을 잡지 못했다. 시청팀
  • [민선4기 취임 1년 뭘 하셨습니까] 이노근 노원구청장

    [민선4기 취임 1년 뭘 하셨습니까] 이노근 노원구청장

    민선4기 1년 동안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취임 초 그에게 주어진 것은 당선의 기쁨보다는 과제들뿐이었다. 출근 첫날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여권을 발급받으려고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이 구청장은 즉시 이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에 보내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요즘 서울 각 자치구의 여권 발급기간이 사흘로 줄어든 것은 이 구청장의 이런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숙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10년 넘게 끌어온 창동차량기지의 이전, 동부간선도로의 확장, 노후화된 아파트단지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난제들은 대부분 풀렸다. 창동차량기지 이전은 포천이전안 대신 남양주안을 냈다. 현재 이 안은 관련부처의 호의적인 반응 속에 남양주시와 공동으로 용역을 실시 중이다. 답보상태였던 동부간선도로 월계1교∼상계교간 확장공사도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 등을 뛰어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올 가을 앞당겨 착공한다. 경전철도 이끌어 냈다. 공동재산세의 도입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성과로 평가된다. 구세인 재산세의 일부(40∼50%)를 시세로 바꿔 과세한 뒤 자치구에 배분하는 이 방안은 강북 자치구의 숙원이었다. 각종 토론회 등에 단골로 참석, 공동재산세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고, 마침내 성과를 얻어냈다. 이 구청장은 최근 중계동 등지의 상업용 건물에 학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이끌어 내 노원구의 최대 강점인 교육산업을 일으키기 위한 기틀도 다졌다. 다만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용적률 완화 등은 여전히 남은 숙제 가운데 하나다. 이 구청장은 “우리 구는 교육에 강점이 있는 만큼 교육특구를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면서 “도시 분야에서는 디자인 가치에 역점을 둔 디자인 도시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발’묶인 서민은 어쩌라고…

    대전 시내버스 노조가 22일 새벽 전면 파업에 들어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전지역 13개 업체 93개 노선 898대의 시내버스 운행이 이날 오전 6시부터 중단됐다. 시내버스 노사는 이날 새벽 3시까지 각각 7.5%와 3%의 임금인상률을 내세우며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시는 승합차 등 비상수송차량 504대를 73개 노선에 투입하고 하루 250회 운행하는 지하철을 290차례로 늘리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40만명의 시민이 발이 묶이면서 출근길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는 직장인과 중·고생 30여명이 치열한 택시잡기 경쟁을 벌였다. 또 출근길 충남대 정문앞 버스정류장에는 비상수송차량을 타려는 시민 50∼60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 관계자는 “3%만 인상을 해도 7년 근속한 운전기사 월급은 333만원 정도로 서울의 346만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오히려 대전이 낫다.”고 말했다. 노조는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도시들의 평균 인상률과 비슷한 7.5% 이하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여성&남성] “고달픈 직장생활 성별 바꾸고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은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별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순간만은 남자였다면, 혹은 여자였다면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반대의 성이 갖고 있는 ‘이점’ 때문일 것이다. 어떤 때는 묘한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다른 때는 협력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는 남과 여. 직장인들에게 ‘이럴 때 직장에서 내 성별이 바뀌었으면…”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솔직한 고백을 들어봤다. ●“눈치 안 보는 생리 휴가를 쓰고 싶다.” 여직원이 대부분인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김모(30)씨는 여자가 되고 싶은(?)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여직원들이 한달에 한번 생리 휴가를 쓸 때 그렇다. 김씨는 “아무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휴가는 생리 휴가뿐”이라면서 “생리 휴가를 간 직원 일까지 내게 몰릴 때에는 정말 나도 여자였으면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팀별로 진행하는 일을 할 때, 여직원들이 가사일이나 집안 행사 등을 이유로 야근에서 빠지면 화가 날 때도 많다. 김씨는 “과도한 업무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남자에게 강요하는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여자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남자 상사들이 자신에게는 상소리를 섞어서 화를 내면서 여직원에게는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여자의 위대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중에 사석에서 그 상사에게 남녀를 차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직원에게는 ‘젠틀’하게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회식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여자동료 부러워.” 김씨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전무죄 남전유죄(여자는 전부 무죄고, 남자는 전부 유죄다)’라고 느낄 때가 정말 많다.”고 힘없이 말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유모(31)씨는 회식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여자 동료를 볼 때 가장 부럽다고 한다. 그는 “학원의 특성상 회식은 밤 12시 이후에 시작해 아침 6∼7시에 끝난다.”면서 “여자 동료들이 새벽 3시쯤에 너무 늦었다며 일어나면 너무 피곤한 마음에 나도 여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떠들던 학생들이 미모의 영어 선생님 수업에선 고분고분해질 땐 여자로 변신해버리고 싶을 정도다.”면서 “여학생들은 편하다고 여선생님을 원하고 남학생들은 예쁘다고 여선생님을 좋아하니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신문사 기자인 김모(28)씨는 수습기자 시절에 깐깐한 남자 취재원을 만나면서 ‘차라리 여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만나본 남자 취재원들은 남자인 자신은 귀찮아하면서도 여기자에게는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잘 주곤 했다는 것.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기자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화를 내지만, 나는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며 “한번은 사건이 있는데 왜 안 오냐며 오히려 취재원이 찾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취재차 출장을 가서 숙소를 줄 때 여기자는 1인 1실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너무 피곤한 몸으로 비좁은 방에 끼여 잘 땐 여자가 되어 넓은 방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고 고백했다. ●“여자로 태어나 여름에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다.” 건설회사 인사부에 다녔던 윤모(31)씨는 여직원들이 편하게 옷을 입고 다닐 때 가장 부럽다고 했다. 자신은 한여름에도 목을 꽉 죄는 넥타이를 매야 하는데 여자들은 시원한 치마에 심지어는 슬리퍼까지 신고 다닌다는 것. 윤씨는 “내 목에서 땀띠가 날 때, 여직원들의 시원한 목에는 목걸이만 빛난다.”면서 “다음 생애는 꼭 여자로 태어나 여름에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 회사에 나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일부 여직원들은 조용한 회사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까지 내는 자유(?)를 누린다.”면서 자신은 예전에 “남성 샌들을 신고 회사에 나갔을 때 상관이 ‘당장 샌들 뚫린 부분 다 메워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여직원들이 군대 같은 위계질서를 파괴할 때 그도 ‘여자로 태어날 걸’하는 생각을 했다. 이씨는 “자신은 상사가 이야기하면 우선 ‘예’하고 대답하고 뒤에서 ‘이건 아닌데’하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한 마디도 못한다.”면서 “여직원들이 상사의 말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땐 통쾌하면서도 그들이 부러워지면서 내 자신이 안쓰럽다.”고 답했다. 그는 “그 외에도 남자들은 음식을 시키는 것까지도 상사의 눈치를 보는데 여직원들은 약속이 있다며 상사의 식사 제안 자체를 거부할 때는 스스로 너무 작아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1)씨는 ‘눈물’이라는 무기(?)를 볼 때마다 ‘여자로 태어나지 못한 게 한’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이씨와 라이벌 관계인 동기 A씨는 한마디로 능력 있는 여직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A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큰 실수를 했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제 그에게 기회가 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A씨는 상관 앞에서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그것을 본 상관은 용기를 내라며 A씨의 실수를 덮어 주었다. 그는 “내가 울었더라면 금새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면서 “여자는 최후의 믿을 만한 보루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철없는 남자들 제대로 혼내주고 싶어” 웨딩컨설턴트 김모(27)씨는 한 달에 한 두번 남자가 되고 싶은 ‘그날’이 온다. 결혼을 앞둔 커플들을 상담하다 ‘어처구니 없는’ 남자들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컨설팅 비용을 깎아볼 요량으로 무조건 시비를 걸거나 배 나오고 다리 짧은 본인 ‘디자인’은 생각지 않고 “의상 디자이너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냐?”며 호통치는 남성들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철도 들기 전에 결혼하는 탓인지 “결혼정장을 꼭 미키마우스 연미복으로 만들어달라.”고 떼쓰는 20대 초반 ‘어린이’나 “지금 결혼할 사람과 헤어질테니 나와 만나지 않겠냐?”며 몰래 김씨에게 전화하는 ‘선수’들을 만날 때는 정말 ‘난감’하다고. “왜 꼭 ‘최홍만’ 같은 남자가 되려 하냐고요? 철없는 남자들 한 번 신나게 때려주고 싶어서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그런 놈들은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요.”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최모(30)씨는 지금껏 타고난 외모로 여러 남자를 울리며 살아왔던 탓에 남자를 우습게 생각했다. 하지만 2005년 결혼 뒤부터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여자가 직장을 다니며 아이까지 키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사업가인 남편은 ‘업무’를 핑계로 도와주는 시늉조차 안 하고 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바이어를 만난다며 술자리로 향하는 때가 많아 사실상 집안일에 손을 놓은 상태다. 며칠 전에는 군대 동기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100만원짜리 영수증을 가지고 들어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도 남자가 되어서 ‘업무’를 핑계삼아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 놓고 가끔씩 100만원씩 화끈하게 ‘질러’보고 싶어요. 남편이 꼭 지금 내 역할을 맡아 직장과 가사일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느껴야 해요.” ●“여자라서 불리한 것들이 너무 많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대학시절 연예계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훌륭한 외모를 지녔지만 운전 중 내뱉는 여러 표현들은 그의 ‘남성호르몬 과다분비’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언젠가 꼭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박씨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과 아예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서운할 때가 많아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령 상사가 남자 동료들에 비해 덜 어려운 작업만 할당해 주거나 같은 실수에도 남자 직원에 비해 덜 혼낸다고 느낄 때 ‘배려’라기보다는 ‘역차별’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부스스한 머리로 출근한 남자 직원에게 “업무상 접대 받느라 힘들었겠다.”며 걱정해주는 반면, 똑같은 상황에서 출근한 박씨에게는 되레 “새 남자 생겼나보다.”며 수근대는 소리만 들려와 무안했다고.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수료 중인 강모(30)씨는 과도한 병원 업무에 시달리다 최근 아이를 유산했다. 물론 병원에는 임신한 사실조차도 알리지 못했다. 살인적 업무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인턴 실습생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달가워할 교수가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유산 뒤 강씨가 한 일은 그저 집에 돌아와 남편과 함께 눈물짓는 일이 전부였다고. “주변 친구들이 ‘만약 미국이었으면 당장 병원을 상대로 소송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았을 것’이라며 분개하지만 저한테는 그런 말이 하나도 위안이 안 돼요.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나요? 한국에는 여자에게 너무 불리한 것들이 많아요. 그저 ‘차라리 이럴 때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허망한 생각으로 속상함을 달랠 수밖에요.” ●“나도 남자들과 ‘2차’가고 싶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골드미스’ 김모(35)씨는 조금 색다른 이유로 남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남자들만 공유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가끔씩 소외감을 느껴서다. 이를테면 쉬는 시간 남자들끼리만 몰려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다거나 저녁 퇴근길에 개고기를 먹으러 나갈 때 등이다. 물론 ‘같이 가자.’고 말해도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아예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자신이 아직도 동료들과 완벽하게 ‘한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서운한 게 사실이라고. “직장생활 초기에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을 보내고 남자끼리만 ‘2차’에 가려는 것도 서운했어요. 지금이야 그 이유를 대강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 동료들과 늘 넘지 못할 ‘선’ 같은 게 존재한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나도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당신, 마음에 사랑의 꽃씨 하나

    당신, 마음에 사랑의 꽃씨 하나

    어느 날인가부터 아침에 전자우편함을 열면 낯선 편지가 한 통씩 배달되었다. 마음을 감싸는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내가 아는 이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매일 아침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이 찾아온다는 건……. 취재, 글 김동하 기자 | 사진 이정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했던가. 그래도 이즈음 거리의 풍경을 보면 한번쯤은 꽃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보다. 아침 출근길에 기지개 켜듯 툭, 툭 피어나는 봄꽃들과 눈을 맞추노라면 간밤 술에 취한 몸조차도 어느새 가뿐해진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5월에 만난 이 사람은 저 화사한 꽃들조차 승부를 피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향기를 지녔으니. 매일 아침 무려 200만 개의 꽃씨를 세상에 뿌린다는 ‘사랑밭 새벽편지’권태일 목사는, 흙이 아닌 사람의 마음밭에 농사를 짓는다. 희망과 위로, 칭찬과 격려로 함께 그려나가는 동심원…. 이메일로 띄우는 씨앗 주머니는 날마다 달라도 받는 이에게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피어난다. 콩 심으면 콩밭, 사랑을 심으면 사랑밭 사랑밭 새벽편지는 홀로 사는 노인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랑밭회’가 나눔을 함께하는 회원들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글귀와 그림, 배경음악을 실어 보내온 이메일에 감동한 회원들이 친구, 직장동료, 이웃들에게 추천했다. 2003년 7월 24일 이메일을 처음 발송한 이후 6개월 만에 회원이 50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200만 명을 넘기게 되었다. “어떤 씨를 뿌리느냐에 따라 그 밭은 각기 다른 이름을 갖게 됩니다. 콩 심으면 콩밭, 보리를 심으면 보리밭이 되지요. 20년 전 한 청년은 그의 마음에 작은 사랑의 씨를 뿌렸고 그것이 오늘의 ‘사랑밭’이 되었습니다.” 본인의 말을 빌면,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사랑’에 푹 빠진 권태일 목사는 세일즈맨으로 뛰던 서른둘의 초겨울, 충무로의 육교 위에서 구걸하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어린 두 아이를 등에 업고, 품에 안은 그녀의 얼굴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충격! 세상에 이런 삶도 있구나 싶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통닭과 마실 것을 사서 그들에게 건넸고, 그 후로는 틈나는 대로 그들을 찾았다. “그 모녀를 알게 된 후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받을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일즈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녔지요. 집에는 봉지쌀을 사다 주고 그날 번 돈을 탈탈 털어주다 보니 장사가 안 되는 날은 도울 수가 없잖아요. 그래, 여럿이 힘을 모아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평범한 세일즈맨이었던 권태일 씨의 삶에도 못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갈 곳 없는 사람들, 함께 의지하자고 비닐하우스 집을 사 ‘즐거운 집’이라 이름 지었고,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세상엔 그이가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편견과 오해가 있었지만, 희망으로 일궈가는 ‘사랑밭’은 다행히도 갈수록 수확량이 늘어만 갔다. 영어마을 생기는데 사랑마을도 지어야죠 현재 권 목사와 함께 ‘사랑밭 새벽편지’를 만드는 사람들 또한 따로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귀한 시간을 품앗이하고 있다. 라은미 씨는 권 목사가 쓴 글이나 새벽편지 가족이 보내온 글을 재구성해 감동을 더해주고, 이재영 씨는 글의 내용이 가슴이 오래 남도록 세련된 위트와 일품 감각을 삽화로 보여준다. 더군다나 음악을 맡은 박윤미 씨와 웹 작업을 하는 김광일 씨는 ‘사랑밭 새벽편지’가 낳은 커플.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전달하는 일을 하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만나 결혼한 사이니 이들의 하모니는 두말하면 잔소리. 권태일 목사는 사랑밭을 더 크고 넓게 일구려 한다. 배움에 목마른 가난한 조선족 청소년을 위해 학비를 마련해주고, 동포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도 세웠다. 함께하는 작은 정성들이 산을 이루어 여기까지 왔기에 재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여 후원자들의 믿음에 보답코자 한다. “요즘엔 숲속에 지은 전원주택 마을도 있고, 아이들의 어학공부를 위한 영어마을도 생겨나고 있지요. 그러니 ‘사랑의 국민마을’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곳은 몸이 불편해서, 가진 것이 없어서, 가족에게 버림받아서, 난치병에 걸려서… 절망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즐거운 집이 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저희는 사랑밭 새벽편지를 통해 벌써 희망을 보았답니다.” <오늘의 새벽편지> ‘단 1초만이라도’. 오늘도 나는 학교에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지하철을 탔다. 그때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차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딸이 백혈병에 걸려서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 지하철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딸을 팔아 먹냐, 돈이 그렇게 궁하냐…. 한동안 아저씨는 상기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오늘 제 딸이 수술을 받습니다. 단 1초만이라도 함께 기도해주세요.” 순간 열차 안은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 ‘주식 귀신’ 60세 청소부 할머니 중국서 화제

    중국이 주식광풍에 휩싸이면서 객장에 나타난 스님에서 청소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11일에는 5년전 퇴직한 뒤 충칭(重慶)의 주차장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우연히 주식에 손을 대면서 ‘주식귀신’으로 소문나게 된 뤄(羅.60) 할머니의 사연이 현지언론에 소개됐다. 뤄 할머니가 새벽에 출근해 4시간을 일하고 나면 오전 9시반. 퇴근길이 마침 시난(西南)증권 객장을 지나게 돼있어 소일겸 객장에 들어가 북적대는 광경을 지켜봤고 시간이 지나면서 안면이 익은 투자자들과 잡담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나누던중 주식에 흥미를 갖게 됐고 결국 지난 3월 가족들 몰래 수년간 저축했던 2만위안(240만원)을 인출, “반찬 값이나 벌어볼 요량”으로 계좌를 만들었다. 그녀의 투자비법은 그리 대단한게 아니었다. 객장에서 이른바 ‘고수’라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엿듣고 난뒤 그들이 사면 사고 팔면 파는 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몇차례 하는 동안 2만위안의 돈이 4만위안으로 불어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식 귀신(股神)’으로 소문이 났다. 루어 할머니는 컴퓨터에 들어가 종목분석란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종목을 고를 수 있게 됐다. 루어 할머니는 “주식을 산 다음에는 돈을 벌든 못벌든 1-2일 사이에 처분한다”며 단타위주의 투자비법을 소개했다. 뤄 할머니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라 투자하고 있다”면서 “아들에게도 집을 사려고 저축해둔 10만위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손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손실? 지금같은 장세에 손실을 보는 사람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업무 영역 ‘거품’ 빼고 전문성 강화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이 빨라졌다.‘공부시간’도 부쩍 늘었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이 취임한 뒤 생겨난 변화다. 김 장관은 지난 1월29일 취임했다.8일로 꼭 100일을 맞는다. 100일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체질 개선이다. 업계와 접촉이 잦은 데서 오는 산자부 특유의 ‘거품’이 많이 빠졌다. 대신, 업무 영역을 깊고 넓게 파는 경향이 강해졌다. “시야를 넓히고 전문성을 강화하라.”는 김 장관의 주문 때문이다. 세심한 사안까지 놓치지 않는 김 장관의 질문 공세 때문에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한 산자부 간부는 “(김 장관이)정통 산자부 관료와는 스타일이 사뭇 달라 처음에는 애먹은 공무원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덕분에 드러나는 외형보다 알맹이를 다지게 돼 내공이 강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김 장관은 여느 장관보다 출근이 이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매일 새벽 기도 뒤 별다른 조찬 일정이 없으면 과천정부청사로 직행한다.‘공·비·총 회의’도 새로 생겨난 풍경이다. 새벽에 출근하는 김 장관은 매일 아침 7시10분쯤에 공보관·비서실장·총무과장과 회의를 한다. 그날 그날의 주요 일정과 현안 진척상황을 챙기는 것은 이 자리에서다. 덕분에 결재를 받기 위해 몇날 며칠 ‘장관님’을 수소문해야 하는 부하직원들의 수고가 줄었다.“아침형 장관 때문에 출근시간이 빨라져 피곤하다.”는 농담 섞인 하소연도 들린다. 석달여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해외 자원현장도 부지런히 누비고 다녔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등 지금까지 4차례 8개국을 방문했다. 해외에서 보낸 기간이 100일 중 23일이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유화업계 대표들을 만나서는 구조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재벌 옹호론자’라는 정치권의 공세에도,‘대형 마트 규제 불가’라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것은 그의 강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창과 방패’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교차 장관 강연도 갖는다.‘세일즈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승연회장 경찰 출두] “때린사람 맞다” 피해자들 재확인

    [김승연회장 경찰 출두] “때린사람 맞다” 피해자들 재확인

    ‘보복 폭행’ 피의자로 남대문경찰서에 소환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30일 새벽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폭행 가담 여부 등에 대해 장시간 조사받았으나 대부분의 혐의 내용을 시인하지 않고 수사관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사 눈치 보며 ‘모르쇠’ 일관 김 회장은 관심이 집중된 ‘청계산 폭행’ 가담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변호사 눈치를 보며 “전혀 모른다.”는 식의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북창동 S클럽에 대해서는 “화해를 시키러 갔다.”며 방문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곳에서 직접 폭력을 휘둘렀다거나 폭행을 지시했다는 등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사가 길어지자 오후 8시쯤 일식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한 뒤 경찰은 김 회장과 피해자의 대질 신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대질 자체를 거절했다. 앞서 피해자들은 방 안의 불을 끄면 바깥 쪽에서만 안이 보이는 유리창 밖에서 피의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선면(先面)조사’에서 김 회장을 가리키며 “우릴 폭행한 사람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회장 “개인적 일로 물의 일으켜 죄송” 앞서 이날 오후 남대문서에 소환된 김 회장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남대문서에는 오전부터 100여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출석 예정시간인 오후 4시를 앞둔 3시 54분쯤 검정색 벤츠가 경찰서 앞 인도까지 들어와 멈췄다. 김 회장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경찰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들의 질문에 김 회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합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해서 사실 관계를 밝히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1차 보복폭행 장소로 알려진 청계산에 직접 갔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 4개 중대 경찰서 앞 봉쇄 초긴장 김 회장이 출두하기로 한 오후 4시가 다가오면서 경찰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대기업 회장이 폭력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다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부담스러워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4개 중대,320명의 의경과 경찰 차량을 동원해 경찰서 앞 한 개 차선과 인도를 완전히 봉쇄하고 김 회장을 기다렸다. 김 회장이 차에서 내릴 때는 경찰과 경호원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인의 장벽’을 만들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김 회장은 경찰서 1층 폭력팀 내 진술녹화실에서 주요 조사를 받았다. 진술녹화실은 3평 넓이로 외부로 난 유리창 없이 4면이 막혀있으며 피의자의 진술 내용이 동영상으로 녹화됐다. ●“북창동에선 김회장 아들이 폭행”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S클럽 사장과 종업원 등은 “김 회장이 청계산으로 끌고가 직접 때렸다. 그러나 청담동 G가라오케와 북창동 S클럽에서는 때리지 않았다. 북창동에선 김 회장의 둘째아들이 주먹을 휘둘렀다.”고 일관되게 진술을 했다. 또 “김 회장과 경호원들이 권총이나 회칼을 들고 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화 측의 매수설에 대해서는 “S클럽 사건 당시 어떤 남자가 카운터에 100만원을 주고 간 게 전부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위로금 5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화 경호팀과 경비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김 회장이 북창동 폭행 현장에만 있었다. 청계산에는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차 보복폭행 장소는 청계산 기슭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의 도로변 3층 상가 건물 지하실로 확인됐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외딴 곳이 아니며 상가 근처에 4∼5개의 카페와 식당, 빌라와 교회 등이 있어 등산객과 주민들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확인됐다. ●“믿기지 않는다” 한화그룹은 초상집 그룹 총수가 경찰에 출두한 이날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는 평소 주말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 업무를 위해 출근한 일부 직원들은 대부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불쾌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그룹에서 근무하는 강모씨는 “회사 안에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모씨도 “평소 카리스마 있는 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대체로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일영 박창규 정서린기자 argus@seoul.co.kr
  • 김만복 “정확한 정보는 책속 지식서 나온다”

    김만복 “정확한 정보는 책속 지식서 나온다”

    국가정보원에 책읽기 바람이 불고 있다. 김만복(61) 국정원장이 매달 직접 ‘이달의 책’을 선정해 책읽기를 권유하는 데다 자신이 읽은 책들을 수시로 직원들에게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정한 ‘이달의 책’은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성완종의 ‘새벽빛’ 등이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0일 “진실된 정보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직원들이 다양한 현장경험과 함께 독서를 통해 풍부한 간접경험을 쌓아 지적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세계 책의 날(4월23일)’ 아침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경영학 콘서트’(마셜 골드스미스 지음),‘굿바이 게으름’(문요한 지음),‘남편과 아내 사이’(김준기 지음),‘실크로드 문명기행’(정수일 지음),‘쉽게 읽는 백범일지’(김구 지음),‘청소부 밥’(토드 홉킨스 지음) ‘에너지 버스’ 등 30여종의 책을 나눠줄 계획이다. 국정원은 또 5월 중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독후감 대회’도 개최키로 했다. 김 원장은 국정원 창설 45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에서 승진해 지난해 11월 국정원장에 취임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주말탐방]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어느 간호사의 25시

    [주말탐방]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어느 간호사의 25시

    지난 19일 새벽 3시를 막 지난 시각 서울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갑자기 5번 베드의 비상경고음이 울렸다. 폐렴과 패혈증으로 치료중인 최욱현(가명) 환자의 호흡이 가빠지고 혈압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환자의 호흡과 인공호흡기의 리듬이 어긋나 생긴 일이었다. 벌써 30일이 넘게 중환자실에 있지만 아직 누구도 그 환자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그가 갑자기 새벽에 쇼크를 일으킨 것이다. 담당의사에게 상태를 전하고 즉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이런 경우에는 인공호흡기를 다시 세팅하고, 강심제와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20여분간의 사투(?) 끝에 환자는 두어 차례 가쁜 숨을 몰아 쉬더니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긴장 후에 엄습하는 돌덩이 같은 피로를 털며 의료진은 잠시 무거운 몸을 추스렸다. 창밖의 짙은 어둠 속으로 이른 새벽의 연무가 짙게 깔리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의 베테랑 간호사인 정현향(36) 책임간호사.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가 그녀의 일터이다. 이를테면 그녀가 있는 곳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인 셈. 중환자실이란 그런 곳이다. 저쪽 문으로 나가면 영안실이고, 이쪽 문으로 나가면 회복실이다. 이런 중환자실에서 그녀는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처음엔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두렵고 막막했어요. 전문교육을 받았고, 병원에 들어와 지금까지 줄곧 중환자실만 지켜왔으나 한사람의 생사가 갈리는 곳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두려운 곳이지요. 항상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그럴수록 온몸의 근육과 신경을 탱탱하게 긴장시켜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곳이 중환자실이거든요.” 간호사 생활 14년째. 그녀는 이 14년을 오로지 중환자실에서만 보냈다. 그런데도 중환자실은 그녀에게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곳이란다. 이곳의 수많은 ‘앓는 영혼들’을 지켜야 하는 일, 이보다 더 진지해야 하고, 성실해야 할 일이 따로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세월을 어떻게 지냈나 싶어요. 환자들의 고통에 애간장이 타고,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수많은 경고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되풀이되는 이런 살벌함을 헤쳐왔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요.” 간호사의 고통은 이것만은 아니다. 1일 3교대로 돌아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그녀의 생활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어긋남도 없다. 예컨대 그녀의 출근이 10분 늦으면 전임자의 퇴근이 그만큼 늦어진다. “나 때문에 두 딸의 생활이 덩달아 3교대로 돌아가야 할 때는 엄마로서 정말 가슴 아프지요.” 그러나 이런 힘겨움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문제는 환자들을 겪으면서 겪는 상처다. 지금까지 간호사로 생사의 현장을 누빈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녀의 눈앞에서 삶을 마감한 환자만 어림잡아 1000명이나 된다. “어느 하나 아깝지 않은 죽음, 슬프지 않은 죽음이 없지요. 처음 환자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는 너무 가슴이 저려 종일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슬픔에 마냥 빠져있으면 안 되잖아요. 돌봐야 할 다른 환자들도 많은데…. 이런 게 직업의식인가 봐요.”잠을 쫓아가며 환자를 살펴야 하는 직업, 식사시간이 10분을 넘으면 스스로 불안해지는 직업, 그래서 소화불량과 방광염 같은 질환을 달고 사는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어디 한두가지랴만 그래도 가슴에 남는 환자는 따로 있다. “3년쯤 전의 일이에요. 일곱살 난 여자애가 폐섬유종으로 이곳에서 숨졌는데, 뒤이어 그의 남동생이 같은 병으로 이곳에서 짧은 생을 접었던 일, 그 둘의 주검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저몄는지….” 그러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죽음도 있다. 중환자실 파트장인 김정연(36) 간호사는 이런 사연을 소개했다. “7∼8년쯤 됐나요. 폐암이 뇌종양으로 전이된 할아버지 한분이 이곳으로 오셨는데, 너무 인자하고 의연했어요. 언제 숨을 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심폐소생술을 거부하시더니 어느날 밤, 저와 대화를 나눈 뒤 정말 잠든 듯 운명하시더라고요. 제가 그 분의 생애 마지막 대화자였는데, 그 대화를 가족들과 나눴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저릿해지곤 해요.” 이런 그들에게는 와닿는 삶의 의미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정 책임간호사는 “이미 의학적 처치가 별 의미가 없는 환자를 병원으로 모셔온 가족들이 의료진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떼쓰듯 할 때는 솔직히 안타까워요. 환자가 그 지경이 되기 전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의미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삶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전 나중에 그런 상황에서 절대 심폐소생술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김 파트장도 “일부이긴 하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에 이른 환자를 대책없이 병원에 놔두는 건 치료를 바라는 게 아니라 병원을 도피처로 삼는 것이라고 여길 때도 없지 않다.”며 “중환자실에서 환자와 말 한마디 못 나눈 채 사별하는 것보다, 차라리 집으로 모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게 더 의미있다.”고 털어놨다. 그들과의 대화는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 때문에 단속적이었지만 흥미롭고 진지했다. “물론 기쁜 일이 더 많지요. 처음엔 가망없다고 여긴 환자가 멀쩡하게 회복해 일반병실로 가시더니 나중엔 휠체어를 타고 저흴 찾아 오셨어요.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그 분을 환대했던 기억, 그런 일이 보람이겠죠.”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간호사로서 바람이 많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스스로 죽음을 예비하고 준비하는 문화가 빈약하다는 겁니다. 중요한 결정을 가족에게 미루기보다 미리 결정해 놓으면 한 자연인의 종말이 더 아름답고 의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다시 일이 터졌다. 새벽 4시15분을 막 지난 시각. 다발성 장기부전 환자의 심장이 갑자기 멈춰 비상이 걸렸다. 심전도 모니터의 경고음이 요란한 가운데, 담당간호사의 보고를 받은 정 간호사는 서둘러 의사에게 연락을 취하고는 앰부 배깅(Ambu-Bagging)을 시작했다. 의사가 오기 전까지 수행해야 하는 응급심폐소생술(CPR)이다. 다행히 환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고, 그들은 깊은 안도의 얼굴로 새벽의 여명을 맞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87학번,명퇴 제일 걱정…07학번,취업등 고민

    87학번,명퇴 제일 걱정…07학번,취업등 고민

    “사회 생활을 한지 벌써 13년이나 됐어요. 첫 직장은 외환위기 때 부도났고요. 명퇴(명예퇴직)가 남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솔직히 하루라도 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출근합니다. 자식들 학비도 갈수록 부담스럽고요.”(87학번 회사원 김모씨) “남자 친구도 사귀고 친구들과 술 마시며 대화도 많이 하죠. 이달부터는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녀요. 취업도 미리 준비해야죠. 여름방학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바쁠 것 같아요.”(중앙대 07학번 황모씨) 6월 항쟁과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한 87학번과 20년이 지난 지금 07학번에게서는 세월의 차이만큼의 간극이 있다. 두 학번 사이에는 삶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치적 성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87학번 성향은 진보, 삶은 점차 보수화 6월 항쟁에 참여했던 87학번의 상당수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사안에서는 일관되게 진보적인 색깔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87학번의 60%가 진보적이라고 답했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 도시 근로자로서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87학번의 경우 FTA에 대해 ‘매우 지지’(8%)를 포함한 찬성이 44%(22명)로 반대 32%(16명)보다 훨씬 많았다. 보통은 24%(12명)였다. 반면 07학번은 매우 지지(8%)를 포함해 찬성이 34%, 반대 32%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또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87학번의 46%가 ‘가입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2%는 시민단체 활동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파업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을 때 며칠이나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6명(12%)은 ‘하루도 못 참는다.’ 15명(30%)은 ‘사흘은 참겠다.’ 3명(6%)은 ‘닷새는 참겠다.’고 답했다.‘일주일 이상이라도 참겠다.’는 답은 17명(34%)이었다. ●사회양극화 현상엔 모두 걱정 40대에 들어선 87학번에게는 직장 문제(42%)가 가장 큰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명예퇴직과 비정규직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상황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직장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어 금전문제(22%)와 가정문제(10%)를 현재 가장 고민하는 문제로 꼽았다.87학번은 사회초년병 시절 외환위기를 겪었고 명예퇴직과 비정규직화, 자녀 학비문제를 걱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07학번은 그러나 친구·이성관계, 성적·취업문제가 다수를 차지했다. 친구·이성문제가 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적문제(26%), 취업문제(18%)등이었다. 또래관계가 고민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엄청나게 늘어난 등록금 뿐 아니라 벌써부터 취업을 걱정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87학번은 60%가 소수의 부자들이 독점하는 사회와 다수의 빈곤층이 확대되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꼽았다. 반면 07학번은 사회적 양극화(40%)와 신자유주의 세계화(16%), 일자리부족(14%), 환경문제(10%) 등 고민의 폭이 컸다. ●07학번 “개헌 잘 모른다” 48% 87학번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가진 반면 07학번들은 상당수가 무관심했다.87학번들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대통령직선제를 위해 싸웠고, 당시 직선제는 쟁취해야 할 중요한 목표였다. 반면, 07학번들에게 대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선거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에 설문 조사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87학번은 지지 28명(56%), 반대 12명(24%)으로 의견을 분명히 한 반면,07학번은 ‘잘 모른다.’가 48%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87학번 시민운동가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생존권투쟁으로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과 함께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연대감이 약해지고 개인이나 가족 위주로 파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87학번,“6월항쟁은 내 삶의 변곡점” 공무원 채치용(중앙대 87학번)씨는 “6월 항쟁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인생의 지표가 됐다. 비유하자면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그 시절에 내가 했던 행동과 사고체계가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건전했던 시대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회고했다. 환경운동가 김홍철(성균관대 87학번)씨는 “당시의 경험은 지금 시민단체 활동을 하게 만든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사회를 대하는 태도나 눈이 많이 달라졌다. 그날 이후 살아오면서 조금씩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정립한 기본적인 인식틀은 지금도 내게 기본방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안덕균(경기대 87학번)씨는 “당시 민주화에 대한 희망도 봤지만 좌절도 맛봤다. 일부 민주화의 정신을 왜곡한 정치인들 탓에 아직도 6월 항쟁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양재용(단국대 87학번)씨는 “6월 항쟁은 학창시절 이후 많은 고민을 던져준 사건이었다.”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나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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