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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警 수원살인사건 ‘오원춘 여죄’ 수사 경쟁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11일 피의자 오원춘(42)씨를 상대로 피해자 A씨를 살해한 시간과 시신 훼손 동기 규명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기경찰청도 이례적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키로 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의 힘겨루기가 이 사건 수사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오씨의 신병을 인계받은 수원지검 형사3부는 부장검사를 비롯한 7명의 전담수사팀 전원이 출근해 수사를 벌였다. ●검·경 수사권 갈등 이번에도… 검찰 관계자는 “오씨의 진술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이를 중심으로 명확한 살해 시각과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이유 등을 추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은 오씨가 “A씨를 집으로 납치한 뒤 성폭행을 하려다 실패하고, 다음 날인 2일 새벽 5시 다시 일어나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강하게 반항해 살해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씨 진술대로라면 A씨가 오씨와 함께 있었던 5시간가량 어떤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고, 반항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신까지 잔인하게 훼손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씨는 시신훼손 경위에 대해 “처음에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가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처럼 불리한 진술에 대해 묵비권이나 진술거부 등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씨에 대한 대면수사를 중심으로 향후 프로파일러를 동원한 수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와 별도로 경찰도 이례적인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구성, 오씨의 여죄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경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경찰 탐문수사 때 오씨 집 앞 갔다” 경찰은 이 사건 관할 경찰서인 수원중부경찰서 강력팀 3개 팀과 경기청 여죄수사 지원팀을 중심으로 현장인원을 추가 동원하는 방법으로 수사팀을 꾸릴 예정이다. 수사팀 규모는 검찰보다 많은 10명 이상 20여명 안팎으로, 송치 사건에 대해 이처럼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에서 오씨의 여죄가 밝혀질 경우 사건 초기 부실수사 논란에 이어 여죄수사 실패까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고, 수사권 독립을 요구했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사안을 감안, 이 사건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간 힘겨루기가 이번 수사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경찰이 사건 초기 탐문수사 과정에서 오씨의 집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어 그냥 돌아간 것으로 유가족을 통해 확인돼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경찰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경찰이 오씨 집 앞까지 갔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MB·박근혜 아바타 저격” 은평을 등 5곳 집중공략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MB·박근혜 아바타 저격” 은평을 등 5곳 집중공략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9일 0시쯤 동대문 시장을 찾아 “이제 심판의 새벽이 열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른 아침 영등포 신길역 출구에서 신경민 후보와 함께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언주(경기 광명을) 후보의 지역구와 공략 지역구 4곳을 차례로 방문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겨냥한 날 선 선거 유세를 이어갔다. 한 대표는 가는 곳마다 “우리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나. 아무리 옷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꿔 입어도, 간판을 바꿔도 내용은 똑같다. 바꾸는 선거, 심판하는 선거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을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대권 주자임을 내세워 “정동영이면 할 수 있다. 바꿔야 강남도 살고 바꿔야 삶이 변한다. 서민 경제가 강남에서 함께 피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표심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주로 강남구청 주변에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쑥과 파 등을 구입하며 ‘서민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이어 동대문 장안사거리, 종로 통인시장, 은평구 불광시장을 방문하며 소상공인을 집중 공략했다. 한 대표는 종로에서 새누리당에 “4·11 총선까지 반값등록금 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야권 단일 후보인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이 출마한 은평을에서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와 함께 지원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맞춤형 복지는 가짜다. 야권 연대가 힘을 합쳐 진짜 복지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대표단과 통합진보당 대표단의 공동 유세 출정식도 오후 광화문에서 열렸다. 한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양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이들은 “야권 연대야말로 새누리당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정권 심판을 다짐했다. 서로에게 각각 자기 당의 색깔인 노란색, 보라색 스카프를 매어 주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이재오(은평을), 김종훈(강남을), 홍준표(동대문을), 홍사덕(종로), 권영세(영등포을) 후보를 ‘MB(이명박 대통령) 아바타·박근혜 최측근 5인’으로 선정하고 이들 지역구를 공략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민주당의 핵심 선거 프레임인 ‘MB·새누리당 심판론’을 첫날부터 앞세워 ‘MB 대 반(反)MB’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한편 민주당은 공지영 작가, 조국 교수, 가수 이은미, 이창동 감독, 배우 김여진, 의사 정혜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사만화가 박재동, 배우 권해효, 정지영 감독, 김용택 시인,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12명의 멘토단을 확정했다. 멘토단은 단일 후보를 홍보하고 ‘MB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현정·이범수기자 hjlee@seoul.co.kr
  • “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 아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출근시간대 선관위 홈페이지의 정상적인 이용을 막는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꼼수는 22일 새벽 올라온 봉주 6회 방송에서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26일 정보기술(IT) 인프라 전문 업체 LG엔시스가 작성한 것이다. LG엔시스는 선관위에 보안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나꼼수는 우선 10·26 선거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디도스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표가 시작된 오전 6~7시 초당 221Mbps의 디도스 공격이 있었는데, 매우 작은 규모여서 보안장비가 다 방어했기 때문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것. 대부분의 디도스 공격은 초당 4∼5Gbps라고 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디도스는 ‘페인트 모션’(상대를 속이거나 견제하기 위해서 하는 동작)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오전 7시에 웹서버를 리부팅하고, KT와 LG가 제공하는 회선 중 KT의 회선 두 개를 끊어 버렸다고 한다. 디도스 공격이 KT에서 들어왔다는 게 선관위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나꼼수는 “디도스의 공격 규모가 매우 작았고, 이미 보안장비가 디도스를 다 막았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LG 회선에서는 디도스가 들어오라는 법이 없나.”라며 당시 선관위의 대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꼼수는 또 선관위 홈페이지의 데이터베이스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연동을 끊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 열흘에 가까운 남아공 여행 동안 내가 받은 선물은 바다, 초원, 도시와 동물들이라고 생각했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의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내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사람들이다. 차별과 증오의 시간들을 견뎌낸 사람들의 외연은 남달랐다. 그들이 말하는 남아공의 땅, 바다, 하늘 그리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다양해서 3개의 수도, 11개의 공식 언어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정연하게 담을 재주가 없었기에, 남아공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생각해 보면 남아공 여행은 ‘본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었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www.southafrica.net 1 가든 루트는 남아공의 독특한 지형인 카루(반사막)를 통과한다.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낡은 선로. 쓸쓸해 보이지만 곳곳에 푸른 생명들이 살고 있다 2 부펠스드리프트 게임 롯지에서 진행된 사파리는 스와트버그 산Swartberg Mountain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도 우리를 안내했던 레인저 하노Hanno는 동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면적 122만 평방미터 인구 4,800만명 공식어 영어, 아프리칸스어, 은데벨레어, 코사어, 줄루어, 페디어, 소토어, 츠와나어, 스와지어, 벤다어, 총가어 화폐 랜드Rand. 1랜드는 한화 약 150원 항공편 인천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남아프리카항공SA이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3시간. www.flysaa.com 날씨·시차 남아공은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서 11~2월이 여름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기온 차이가 커서 여러 가지 옷을 준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People in South Africa 그레이프타이저 끝내줘요 카페 리체 종업원 살라 Sala 한낮의 처치 스퀘어Church Square는 좀 더운 편이죠. 그늘이 별로 없어서요. 우리 카페가 마치 오아시스처럼 여겨진 건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 아이고 저런, 새벽 비행기로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고요? 거기서 바로 프레토리아로 왔으니 지칠 만도 하네요. 이리 와서 그레이프타이저grapetiser를 마셔 봐요. 남아공 와인이 유명한 건 아시죠? 남아공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그레이프타이저도 포도탄산쥬스 중 최고로 꼽힌답니다. 우리 리체 카페가 처치 스퀘어에 자리를 잡은 건 아주 오래 전 일이예요. 건물 바깥에 1904년이라고 쓰여 있는 거 보이시죠? 니체는 ‘호화스럽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저희 카페는 클래식하고 안락해요. 저 흑백 사진에서 연륜이 느껴지지 않나요? CAFE RICHE | 주소 2 Church Square Cnr Church & Paul Kruger Streets, Pretoria 문의 012-328-3173 www.caferiche.co.za 내 초콜릿이 남아공 최고지! 초코라티에 마리타 Marita 아가씨, 커피 좋아해요? 그럼 당신은 진한 모카가 든 초콜릿이 좋겠네요. 이쪽 젠틀맨은? 이건 내가 피노타지 와인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맞춤 제작한 초콜릿이라오. 둘을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이지. 참, 초콜릿은 절대로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위한 것이지! 암, 당신들은 젊으니 그 말의 의미를 더 잘 알겠지. 난 어려서부터 설탕과 초콜릿에 푹 빠져 살았지만 남아공에서는 적당한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지. 그래서 2007년에 벨기에로 가서 초콜릿을 배웠다오. 지금은 로코코라는 숍을 오픈해서 초콜릿으로 신발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못 만드는 것이 없다오. La Chocolaterie ROCOCO | 주소 Baron van Reede St. Langenhoven Rd 86, Oudtshoorn 문의 044-272-5991 www.ilovechocolate.co.za 우리는 수도가 3개예요 남아공관광청 에릭 반 질 Erick van Zyl 맞아요.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Product Specialist. 그게 남아공 관광청에서 내가 하는 일입니다. 호텔, 레스토랑, 관광지 등 남아공의 여행 인프라를 줄줄 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웬만한 파트너들은 이제 친구가 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들이죠. 케이프타운에 오래 살았지만 나이가 드니 조용한 도시가 좋아서 지금은 프레토리아에 살아요. 남아공에는 3개의 수도가 있는데 프레토리아Pretoria는 행정 수도.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은 사법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은 입법 수도랍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제가 선택한 식당은 카루, 캐틀 & 랜드Karoo, Cattle & Land라는 곳인데요, 스테이크를 정말 잘하죠. 반사막 지역인 ‘카루’에서 자유롭게 자란 동물들이니 얼마나 건강하겠어요. 우리 6명이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여도 1,000랜드(약 15만원)면 충분할 겁니다. 실컷 드세요. 남아공은 위험하지 않아요. 가이드 글로리아 오 Gloria O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억나세요? 그때 저는 한국에서 온 기자단 70명의 안내를 맡았으니 잊을 수가 없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보람도, 재미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남아공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관광측면에서는 효과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남아공의 일부 도시는 치안이 불안하긴 해요. 하지만 관광도시를 다니는 여행객들은 안전해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서 가족 모두가 남아공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죠. 하도 오래 살아서 남아공이 익숙하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이 그리워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가든 루트는 내 출근길이죠 가이드 하니키 쿠체 Hannetjie Coetzee 남편과 둘이서 가이드 일을 시작한 건 꽤 나이가 들어서였어요. 지금도 보석상 일을 병행하긴 하지만 성수기가 되면 둘 다 손님들을 싣고 여기저기 여행하기에 바쁘죠. 젊었을 때 게임 롯지에서 레인저로 일했었기 때문에 남아공의 자연 생태계에 대해 해박한 편이고, 그게 지금 일에 큰 도움이 돼요. 또 취미로 모터바이크와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아직도 이 땅을 열심히 즐기죠. 스치듯 보면 척박한 땅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도 꽃도 많고, 고래가 뛰어노는 바다의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원래 치치캄마 국립공원이나 해변에서 고래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당신들은 좀 운이 없는 편이네요. 다음 기회엔 제가 보장하죠. 주소 PO Box 953, Knysna 6750 문의 044-382-1549 www.orbitdaytrips.co.za 엘비스는 영혼으로 노래해요! 엘비스 레스토랑의 잔과 앤 Jan & Ann du Rand 나는 카루 지역에서 태어나 십대 시절에야 처음으로 엘비스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수십년 동안 줄곧 엘비스의 팬이 되었죠. 아, 이탈리아에서 사온 주크박스를 틀어볼께요. 들리죠? 그는 영혼으로 노래를 해요. 아내도 저와 마찬가지로 엘비스를 좋아했으니 우린 천생연분인 셈이에요. 엘비스와 마릴린 먼로에 관련된 기념품, 포스터들을 모으느라 돈도 많이 썼지만 항상 즐거운 일인 걸요. 둘 중 누가 더 좋으냐고요? 어려운 질문이군요. 기분에 따라 다르거든요. 몇년 전까지 바로 옆에 있는 치치캄마 빌리지 인Tsitsikamma Village Inn을 운영했었는데, 호텔을 팔고 2010년 12월에 레스토랑을 열었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매년 ‘엘비스 페스티벌 아프리카 The Elvis Festival Africa’를 개최하고 있어요. 축제 기간이 되면 ‘스톰스리버 빌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수천명이 모여서 북적이는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인도 사람들까지 우리 카페를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거든요. 신기한 일이죠. 2012년 행사는 9월21일부터 3일 동안이에요. 그때 다시 오지 않으려오? The Elvis | 문의 042-281-1182 www.elvisfestival.co.za 남아공 와인은 ‘뉴 와인’이 아닙니다 와인메이커 데 웨트 비종 De Wet Viljoen 어, 지금은 좀 곤란한데. 와인 테이스팅 중이거든요. 숙성 중인 와인을 조금씩 따라서 제대로 익어 가고 있는지 맛을 보는 일은 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예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금 좀 예민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물론이죠. 매일 맛을 봅니다. 하지만 테이스팅만 하고 뱉어내기 때문에 취하지는 않는답니다. 정 그렇다면, 간단한 질문 몇 개만 받을께요. 저요? 원래 집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유럽 유학 시절에도 미생물학 등 와인에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고, 지금은 여기 리들링스호프Neethlingshof의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 남아공 와인의 빈티지는 2009년이 가장 좋았죠. 마지막 한 마디요? 남아공 와인이 새로운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난 이만 다시 와인에게 돌아가야겠어요. 와인 루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즐기시구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래를 보여 드리고 싶은데요 피들 크루저 스테판Stefan 과 허니무너 한쌍 내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세일링을 했던 나이가 8살이었어요. 저 쪽에 있는 막내아들 엘릭스가 그 나이죠. 이제 익숙해져서 곧잘 조타수 역할을 해요. 이 두 사람과도 인사하세요. 독일에서 온 수잔느Susanne와 스테펜Steffen은 허니문 여행 중이랍니다. 2주 일정으로 남아공 여행을 했는데 지금까지는 크루거 국립공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네요. 하지만 오늘 이후에는 나이즈나에서 했던 우리의 요트세일링이 가장 기억에 남게 될 겁니다. 고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 보죠. 카메라는 꼭 잡으셔야 해요. 지난번에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린 적이 있거든요. 샴페인과 샌드위치도 충분히 준비했으니 천천히 즐기십시오. Springtide Sailing Charters | 위치 가든루트 나이즈나 요금 선셋 크루즈(샴페인, 초밥 등 간식 포함) 3시간 650랜드(약 9만원), 문의 082-470-6022 www.springtide.co.za 요즘 어부들이 화났다오 어부 레슬리 데이비슨 Leslie Davidson 나는 호트 베이Hout Bay에 위치한 행버그Hangberg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산다오. 5명이 한 배를 타고 매일 새벽 5시쯤에 바다로 나가는 것이 내 일상이지. 저 앞바다에서 난류와 한류가 만나기 때문에 해산물이 잘 잡히는 편이지. 우리 마을에만 해도 1,000여 명의 어부가 살고 있는데, 풍족하진 않아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한 달에 80kg으로 1인당 어획량를 제한하면서 요즘 우리가 불만이 많아. 라이센스가 없는 어부들은 다른 사람의 라이센스를 빌리는 대신 수익을 나눠야 하니까 생활이 팍팍한 거지. 그래서 밤에 몰래 바다에 나가 가재를 잡고 전복을 따서 밀거래하는 경우도 많아. 어쩌겠어.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동물은 아프리카의 보물이죠 멍키랜드 레인저 하미디 Hamidi 아프리카 하면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을 연상하시죠. 하지만 그동안 많은 동물들이 뿔, 고기, 가죽 그리고 단순히 유희거리로 희생당했어요. 치치캄마 숲에 있는 멍키랜드Monkey Land와 버즈 오브 에덴Birds of Eden은 그런 동물들을 위한 장소예요. 이곳에 사는 유인원과 새들은 애완용이었거나 서커스에서 일하다가 쓸모가 없어져서 이곳으로 보내졌어요. 그들을 다시 우리에 가두는 대신 숲과 같은 환경을 마련해 주되 맹수나 전염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먹이를 넉넉하게 줘요. 동물들에게 절대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들의 야생성을 지켜주기 위해서예요. 제가 일하는 곳은 멍키랜드에요. 사파리에서 꼭 보아야 하는 ‘빅 파이브’ 동물이 있듯이, 멍키랜드에도 ‘빅 쓰리’가 있는데 궁금하시죠? 오시면 제가 1시간 동안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새들이 저를 알아봐요 버즈 오즈 에덴 셜린 Sharleen 새들이 ‘에덴’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사실 저는 새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가 에덴인 것 같아요. 트럭에서 구출했다는 24살의 앵무새, 디즈니랜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플라밍고들까지, 사연 많은 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그들에게 허락된 에덴동산의 크기는 2.3ha, 새들이 자유롭게 비행하며 사는 동물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죠. 새들이 멀리 가거나 다른 동물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돔천장을 설치했는데 무려 8톤의 철을 사용했어요. 저는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매일 새들의 상태를 살피는데, 새들도 저를 알아본답니다. 물론 저도 그들을 다 알고 있죠. 우리는 특별히 개체수를 늘리지도 않고 비둘기들도 그냥 함께 살도록 내버려둬요. 누구나 에덴에 살 자격이 있는 거니까요. 동굴 속에서는 별별 일이 다 있어요 캉고 동굴 가이드 스티브 Steve 오츠혼Oudtshoorn에 있는 캉고 동굴은 아프리카 7대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동굴이죠. 2,000만년이나 되는 동굴의 나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나도 이 거대한 동굴에서 20년이나 일했으니 적은 세월은 아니죠. 1780년 발견 이후 끊임없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동굴은 많이 훼손된 상태예요. 예전에는 저기 넓은 공간에서 콘서트나 결혼식도 개최했지만 지금은 모두 금지시켰어요. 소음이 종유석들을 훼손하거든요. 한 사람이 겨우 겨우 탐험할 수 있는 구간들을 통과하는 어드벤처 투어를 꼭 경험해 보세요. 하지만 몸집이 큰 분들은 참아주세요. 5~6년 전 새해 첫날, 입장 제한 체중 규정을 무시한 관람객이 단체에 섞여 몰래 동굴에 들어왔다가 좁은 틈에 끼어 버리는 바람에 더 안쪽에 있던 28명이 무려 11시간 동안 동굴 안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었어요. 구조작업 때문에 저도 휴가를 접고 다시 동굴로 와야 했죠. 아마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Cango Caves | 투어 가든루트 오츠혼 투어 스탠더드 투어 60분, 어드벤처 투어 90분 문의 044-272-7410 www.cangocaves.co.za 차별철폐 위해 대통령에게 편지를 섰죠 거리 화가 이스마일 아크맛 Ismail Achmat 내 인터뷰를 하겠다고요? 음, 그럼 내 이야기를 아주 신중하게 듣고,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적어 주시오. 우선 이 신문기사를 참고하고요(그는 2004년 5월15일에 발행된 남아공 일간지의 복사본을 건넸다). 나는 일찌감치 남아공의 차별철폐와 인종 간의 화해를 주장해 온 사람이오.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소.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마지막 국가 수장이었던 보타대통령(1916~2006년)에게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었지. 그에게 자화상을 그려 주고 만년필을 받기도 했다오. 사람들은 그가 끝까지 아파르트헤이트를 고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30살의 젊은 예술가였던 내가 영향을 미쳤던 거라고 나는 자부하오. 한번도 정규 예술교육을 받은 적 없지만 나는 4년 전에 은퇴한 후부터 케이프타운의 시그널 힐 위에서 테이블마운틴의 풍경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로 살고 있소. 항상 그림에 소질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정부의 예술교육정책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라디오방송에 내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오. 클래식 카는 ‘맛’이 다릅니다 엔지니어 커드 Kurd 남아공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렌터카 여행을 꼭 해봐야 해요. 가든 루트, 와인 루트를 따라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무는 것, 그게 자유니까요. 우리가 보유한 클래식 자동차를 이용하면 기분이 더 ‘업’되겠죠. 기름값이 1리터당 10랜드(약 1,412원) 정도니 그렇게 비싸지 않죠. 시골에 별장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고객이죠. 엔지니어인 제가 매일 아기 돌보듯 애지중지하는 자동차들이니 60년대 재규어라고 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남아공 차들은 보통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지만 클래식 카 중에는 한국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량도 많으니 편리하겠죠. 가든 루트에 간다고요?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규정 속도를 지키고 조심하세요. Motor Classic | 주소 1 Waterloo Street Vredehoek, Cape Town 800 문의 021-461-7368 www.motoclassic.co.za 요금 등급에 따라 1일 4만~7만원선(100km 초과시 1km당 800~1,400원씩 추가됨), 운전사·가이드 고용 가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유럽발 위기 현실로… 더블딥 위험 여전”

    “유럽발 위기 현실로… 더블딥 위험 여전”

    강만수(67) 산은금융지주회사 회장은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금리보다는 재정 정책을 써야 한다는 지론도 굽히지 않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재개되면 인수전에 뛰어들 뜻도 분명히 했다. 지난 26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난 강 회장은 “양대 선거 일정 등을 들어 올해 기업공개(IPO)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시장 일각의 얘기는 기우(杞憂)”라며 연내 상장을 자신했다. 강 회장은 언급을 피했지만 산업은행의 숙원인 ‘공공기관 해제’도 임박해 보인다. 대신, 신·경(신용·경제) 분리를 앞둔 농협중앙회에 산은 주식을 출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경제가 어렵다. 더블딥이 온다고 보는가. (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9년 말 더블딥 가능성을 처음 제기, 기획재정부·한국은행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내 말대로) 유럽 재정위기가 (수출 등) 실물 경제로 이미 옮겨오고 있지 않나. 김중수 (한은)총재는 절대 (더블딥) 안 온다고 했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한은도 고민이 많아 보인다.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부담스럽고, 올리자니 경기가 걸린다. -늘 하는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금리 정책이 안 먹히는 구조다. 미국처럼 미래소득을 당겨쓰는 나라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곧바로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줄이는 등 즉효가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자 오히려 (이자소득 증가로)소비가 늘어난 적도 있지 않는가. 정부가 직접 돈을 푸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도 하반기에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인데. -누가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나빴다가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라고 했나.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방침을 감안하면 ‘상고하저’가 될 수도 있다. →상고하저가 되면 산은금융의 기업공개에도 불리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서는 4월 총선, 12월 대통령 선거 등을 들어 연내 기업공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시장의 누가 그러나. 내가 아는 시장과 언론이 아는 시장이 다른 것 같다. 늦어도 4분기까지는 최소한 10% 지분을 상장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투자자들도 있다. 지금은 기업공개에 차질이 없도록 착실하게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게 우리 몫이다. →공공기관 해제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다. 우리 뜻(해제 당위성)은 충분히 전달했다.(산은금융은 HSBC은행 인수의 막판 쟁점인 ‘고용’ 문제만 하더라도 산은이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는 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강변한다. 정직원 수가 정해져 있어 HSBC 인력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밖에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제되면 한국거래소나 기업은행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겠나. -(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몰라도) 한국거래소는 차원이 다르다. 거기는 독점 아닌가. 공공기관으로 묶어두는 게 맞다. →정부가 농협에 2조원을 출자해야 하는데 산은 주식이 그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주주(정부)가 결정하면 따라야 하지 않겠나.(기획재정부는 산은 주식을 직접 9.7%, 정책금융공사를 통해 90.3% 갖고 있다.) →HSBC 한국 지점을 인수한다고 해도 지점 수가 11개밖에 안 돼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등 시장 판도는 긴박하게 바뀌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내가 ‘메가 뱅크’라는 말을 쓴 적은 한번도 없지만 우리 경제 규모나 글로벌 경쟁 등을 감안하면 은행의 덩치가 커져야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국책기관인) 산은금융이 참여하면 진정한 민영화가 아니라며 반대하는 논리가 있는데 말이 안 된다. (산은이 인수해도) 우리금융의 민간 지분 40%는 그대로 있지 않나. →대선을 치러본 분으로서 올해 판도를 어떻게 보나.(강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경제 참모로 활동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현 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웃음) 대통령이 되려면 펀(Fun)과 필(Feel)이 있어야 한다. 펀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고 필로 찍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펀과 필은 있는데 권력의지가 없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요즘 조금 (권력의지가) 생긴 것 같더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권력의지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운전기사들과 미화원 등과도 따로 간담회를 열어 건의사항을 적극 수용하는 등 소외계층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는데.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큰 아픔을 겪고 나서 삶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날마다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 교회 가서 기도하고 출근한다. 저녁에는 외손녀랑 놀아줘야 해 약속도 잘 안 잡는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고단한 ‘새벽 열차’ ‘희망’ 안고 달린다

    고단한 ‘새벽 열차’ ‘희망’ 안고 달린다

    “첫차 출발합니다.” 25일 오전 4시 50분 서울 구로발 의정부행 1호선 기관사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털모자를 눌러쓰고 배낭을 등에 멘 50대 후반~60대 5명이 승강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황급히 내려가 1호선 첫차에 몸을 실었다. 저마다 멀리 떨어져 앉은 채 눈을 감았다. ●65세이상 41% “경제난 힘들어” 광장시장에서 조그만 노점상을 하는 김모(57)씨는 1년 가까이 1호선 첫차를 탄다. 김씨는 “요즘은 젊은이보다 노인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한다.”며 객차 안을 둘러봤다. “지금 열차 안에 젊은이가 어디 있나. 첫차를 타고 나서는 사람들은 죄다 노인들뿐이야.” 검정색 정장 바지에 검정색 재킷을 입은 김씨는 멍하니 앞 창문을 바라봤다. 첫차를 타는 남성은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여성은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모(64)씨는 월곡역으로 향했다. 월곡역에서 다른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대전에 있는 건설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 “현장에서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5시 30분에 일을 마쳐요. 일이 힘들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건설 일이 다 그렇지 않나요.” 검정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이씨는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최저임금 못 받지만 할 일 없어” 새벽 첫차를 탈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노후의 안정된 삶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5세 이상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41.4%가 경제적 어려움를 꼽았다. 40.3%의 건강을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2010년 조사에서도 노인들의 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54.3%)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자의 평균 급여를 100으로 봤을 때 60세 이상 남성의 평균급여는 86.4, 여성은 56.2에 그쳤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김선호(68)씨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빌딩 청소를 하고 오후 4시 퇴근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게 아니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일은 열심히 해도 그에 맞는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현실이 슬프다.”고 토로했다. 첫차를 타는 이들은 고달픔 속에서도 기대와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빌딩 청소를 하는 김모(64·여)씨는 “다른 것 없이 올해는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면서 “올 한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면… 그것 말고 다른 큰 소망은 없다.”고 말했다. 장상원(58)씨는 “돈을 좀 모았으면 좋겠고,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기가 찬 자녀들이 서둘러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저도 올 한 해 쌩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씨는 껄껄 웃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설연휴? 지옥의 알바 하는 날이죠”

    “설연휴? 지옥의 알바 하는 날이죠”

    방학을 맞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의류매장에서 하루 8시간 동안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설연휴를 앞둔 지난 17일부터 근무시간이 10시간으로 늘었다. 함께 일하던 주부 사원들이 고향으로 가면서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손님이 몰리면 한두 시간을 추가로 일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앉아서 쉬기는커녕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할 정도로 힘들지만 매장을 지킬 사람이 없어 하소연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명절 특수를 누리는 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설 연휴 아르바이트는 비록 일이 고되어도 시간당 급료가 높다. 법정 시간당 급료 4580원보다 많은 6000~7000원이 되는 곳도 적잖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이유다. ●휴일 법적임금도 못챙겨받아 그러나 장시간 일하면서 휴식 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탓에 건강을 위협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 휴일의 경우 법정 시급(時給)의 1.5배 기준도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떡집이나 떡공장은 설 대목을 겨냥, 하루이틀 전부터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떡 만들기를 제외한 반죽, 포장 및 배달 등은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이른 아침에 출근, 저녁에야 일을 마칠 수 있다. 주문이 밀릴 때는 앉을 새도 없다. 지난해 설 때 떡집에서 일했던 대학생 최모(20·여)씨는 “새벽 5시에 나와 저녁 9시까지 일했는데 무거운 떡상자를 나르고 배달하는 동안 앉아서 쉰 것은 한 시간도 안 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설 선물로 북적대는 택배회사의 물류터미널은 아르바이트생들로 붐비고 있다. 택배상자를 분류해 차에 싣거나 내리는 이른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주간 또는 야간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이어진다. 물량이 넘쳐나는 탓에 제대로 식사할 시간이 없을 지경이다. 몇 시간 일하고 도망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알바계의 아오지탄광’이라고 불린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의무적으로 4시간 동안 일하면 30분, 8시간 동안 일하면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그러나 설연휴 아르바이트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다. ●고용노동부 감독의 사각지대 고용노동부의 주요 관리감독 대상인 패스트푸드, PC방, 편의점 등이 아닌 데다 단기 아르바이트인 탓에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간사는 “고용주인 자영업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잘 모른 채 자신들이 일하는 것과 똑같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일을 시키기 때문에 고용주부터 근로기준법의 개념을 제대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촌스럽긴 합니다. 용의 해가 됐다 해서 용과 관련된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옛 경남 마산의 팔용산과 용두산은 꼭 한 번 가볼 만합니다. 팔용산은 960개의 돌탑이 장관이고, 용두산은 해양 트레킹로 ‘비치 로드’를 따라 바닷가를 걷는 맛이 각별하지요. 돌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풍경을 보러가는 발걸음과는 다릅니다. 누군가의 바람이 켜켜이 쌓인 곳이니, 새해 스스로의 소망을 다지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마산에서 옛 진해까지 이어진 해양관광로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도해 너머로 때론 소박하고, 때론 장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960개 돌탑 통일을 꿈꾸다 내 나라 안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돌탑군(群)을 꼽자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이 가장 앞줄에 설 게다. 강원 강릉의 노추산 돌탑길도 명성으로는 마이산 돌탑에 뒤질 망정,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탑돌이 할머니’가 26년째 3000개 가까운 돌탑을 쌓고 있다. 경북 문경 새재의 ‘꽃밭서덜’은 오래 전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하나하나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인들의 소망이 축적된 곳인 만큼, 풍겨나오는 기운도 범상치 않다. 이들에 견줘 팔용산(328m) 돌탑군은 쌓아 온 연륜만큼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어법에 맞는 이름은 ‘팔룡산’(八龍山)이지만, 현지에선 팔용산으로 통용된다. 돌탑을 쌓은 이는 이삼용(63)씨다. 전직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1993년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리는 실향민을 TV를 통해 본 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자신의 정성으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통일기원탑’ 쌓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쯤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 생활’이 19년 동안 이어졌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탑을 쌓다 보니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한번도 휴가를 못 가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 뜻을 이해하는 건 물론, 힘을 북돋워 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여느 돌탑들이 자신의 기복(祈福)을 위해 세워졌다면, 팔용산 돌탑은 다른 이들의 바람을 위해 세워진 셈이다. 돌탑은 현재 960개가 세워져 있다. 1m짜리 소형탑부터 8m짜리까지 다양하다. 목표는 1000개다. 이씨는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다.”고 했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돌탑군은 미완의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찌나 정교하게 쌓았던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했을 때도 끄덕없었다고. 돌탑을 품고 있는 팔용산은 일제 강점기엔 반룡산이라 불렸다. 그러다 광복이 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산정에서 보면 아래로 뻗어내려간 여덟 줄기가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예전엔 마산과 창원의 경계가 됐던 산으로, 시민들이 휴식처 겸 등산로로 즐겨 이용한다. 팔용산 산행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인데 돌탑군이 있는 먼등골 코스가 일반적이다. 까마득한 절벽 ‘상사바위’가 절묘하고, 정상에서 보는 마산 시내와 마산만(灣) 풍경도 빼어나다. 정상엔 커다란 무덤 한 기가 남아있다. 성주이씨 문중에서 적어 둔 사연을 읽자니 조선 숙종 때 북면 고암 출신의 선조가 사망하자 운구 비용 2만냥을 들여 묘를 조성했단다. 팔용산 중턱의 봉암수원지 주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이 제법 넓고 웅숭깊어 자분자분 걷기 좋다. ‘연인의 다리’ 건너엔 용두산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저도 연륙교가 있다. 마산 사람들이 첫손 꼽는 관광 명소다.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 다른 하나는 2004년 세워졌다. 바로 옆에 새 연륙교가 놓여지면서 옛 철교는 사실상 ‘은퇴’했다. 차량통행은 금지됐고, 요즘엔 사람들만 걸어서 오간다. 빨간색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연인의 다리’로 불린다. 사랑도 이음이 중요하니, 별칭으로 제법 그럴싸 하다. 생김새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속의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지고,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주며 프러포즈하면 사랑이 맺어진다고도 한다. 다리 철제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매달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다리는 연중 최고의 주가를 올린다. 용두산(龍頭山, 203m)은 ‘연인의 다리’ 너머에 있다. 용두산 산행은 다리 왼편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용두산 정상과 지난해 조성된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의 제1·2·3바다구경길 등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코스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먼저 용두산 정상에 오른 뒤, 섬을 에두른 ‘저도 비치로드’를 걷다가 다시 용두산 능선을 넘는다. 산행 거리는 약 8㎞.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경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용두산 정상에 서면 저도 연륙교 주변과 멀리 옛 마산, 진해 인근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나비섬, 곰섬, 닭섬, 자라섬, 고래머리 등 모양에서 이름을 딴 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작은 산에서 보는 풍경치고는 참으로 넓다. 남해 쪽 풍경은 비치로드의 사각정자나 제1·2전망대에서 보는 게 좋다. 거제와 고성 앞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명불허전’ 해양관광로 저도 연륙교를 뒤로 하고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해양관광로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 시내까지 연결된다.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 했다. 최근 해안선 굽이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정취가 적잖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시인들이 보기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한 걸음에 작은 시골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또 한 걸음엔 너른 남해의 장쾌한 풍경이 폐부를 씻어낸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해넘이는 해 지기 전 10분, 지고난 뒤 10분이 하이라이트다. 해가 넘어갔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말라는 얘기다.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며 색의 축제를 벌이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14번 국도 통영 방면→덕동·가포 방면→덕동삼거리→ 저도 연륙교 방면 좌회전→저도 순으로 간다. 관광 명소인 만큼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다. 팔용산은 동마산 나들목을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마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마산역 앞에서 좌회전, 양덕광장 오거리를 지나 봉양로로 갈아타면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맛집:저도 연륙교 주변에 굴구이 집이 여럿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귀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라면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월남동 신마산 주변과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에 있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가족들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팔용산 가기 전 마산 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호텔 사보이 뒤편엔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3만~4만원 선.
  • “간선도로변 고층주택 건립 제한”

    앞으로 간선도로변에는 함부로 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고속도로와 같은 간선도로변에 주택단지를 개발할 때 소음이 심한 도로가에 고층 공통주택이 집중 배치되지 않도록 주거지역의 건축물 높이 규정을 손질해 국토해양부, 환경부, 광역자치단체 등에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권익위는 “간선도로변에 고층의 공동주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도로변 일반주거지역의 용도지역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면서 “도로변에는 고층이 아닌 단독주택 등 저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계획을 개선함으로써 소음피해 집단민원을 근원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도로변 아파트 주민 등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집단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 사후에 설치되는 방음시설은 높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익위는 소음민원을 사전에 막기 위해 도로변 일반주거지역의 용도지역을 세분화해 소음발생이 큰 간선도로변에는 저층의 주거용 건축물을 배치하고 그 뒤로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도록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계획을 개선하기로 했다. 소음원 근처에는 소음에 비교적 둔감한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을 배치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도 개선한다. 소음피해가 예상되는 간선도로변에는 주거용 건축물을 세울 수 없는 건축물 불허구간을 두거나 교통소음을 고려한 ‘트인 공간’을 두도록 하는 권고안도 마련했다. 소음 관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는 ‘소음 지도’를 만들게 했다. 주변지역의 개발여건과 교통량 증감에 따른 소음피해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는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주기(5년)마다 지역 내 소음발생 현황을 지도로 작성해야 한다. 현재 2단계인 소음 측정시간 구분 단위도 5단계로 세분화(새벽, 출근시간, 낮, 퇴근시간, 밤)해 통행시간대별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개선안이 수용되면 소음피해를 근원적으로 줄일 수 있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파격 원순씨’ 무박2일 민생탐방

    ‘파격 원순씨’ 무박2일 민생탐방

    박원순(얼굴) 서울시장이 연말과 성탄절을 즈음해 ‘소외 계층을 위한 무박 2일 행보’를 펼친다. 특히 수행진을 포함한 시 공무원을 최대한 배제한 채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라 ‘박원순식 파격 행보’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는 23일 오후 1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소외 계층 돌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연말이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소외 계층의 고통을 보듬고, 각종 대책을 내놓은 겨울나기 민생 현장을 종합적으로 챙긴다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연말 현장 활동은 취임 당시부터 박 시장이 계획해 왔던 일”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단순 현장 방문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 박 시장이 직접 봉사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는 박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도 방문한 바 있는 동대문구 답십리동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와 거리 유세를 함께 하는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편의점 순환 경청, 대리기사 집결지 및 새벽 인력시장 방문 등도 검토 중이다. 박 시장은 ‘행동의 진정성’을 위해 언론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진행한 수차례의 현장 방문에서도 너무 많은 수행 인력과 취재진이 따라 붙어 시민과의 소통이 힘들다는 뜻을 비친 바 있어 이번에는 공무원 간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신 박 시장의 팬클럽인 ‘박원순과 함께 꿈꾸는 서울’(박꿈)이 박 시장과 함께 ‘아바타 봉사’ 릴레이를 펼친다. 박꿈은 박 시장의 일정에 맞춰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적절한 활동에 대한 의견을 받아 일정을 구성하고 있다. 박 시장은 해당 일정 직후 박꿈 회원들과 만나 나눔 활동에 대한 보고회도 갖는다. 박 시장은 지난 10월 취임 이후 시민들과의 직접 소통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 지하철 출근 등을 시작으로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경청 투어를 이어 왔으며 직접 온라인 취임식을 진행하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정 관련 의견을 경청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與 국회의원 비서 디도스 공격] 해커 3명 고용, 좀비PC 200여대로 공격… 선관위 홈피 ‘다운’

    [與 국회의원 비서 디도스 공격] 해커 3명 고용, 좀비PC 200여대로 공격… 선관위 홈피 ‘다운’

    10·2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에 대한 경찰 수사의 초점은 주범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최구식 국회의원의 수행비서인 공모(27)씨의 단독 또는 조직적 범행, 윗선의 개입, 당과의 연관성 등에 맞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배경과 동기도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측은 정치적 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최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때 나경원 후보 측 선거 캠프에서 적잖은 역할을 맡았던 만큼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불법 선거방해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또 “1960년 ‘3·15사건’ 이후 최대 부정선거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선거당일 오전 5시 50분~8시 32분 선관위 홈페이지가 마비되면서 ‘출근 전 투표소를 확인하려는 야당 성향의 젊은 직장인들의 선거 참여를 방해하려는 의도적 해킹’이라는 음모설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상황인 탓에 네티즌들은 “음모론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후폭풍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다. 경찰은 현재 공씨가 범행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연관성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분상 공무원인 국회의원 비서관이 공공기관을 공격했다는 점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적잖은 의문을 낳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왜, 누구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엄청난 짓을 저질렀느냐는 부분이다. 경찰은 현재 공씨가 입을 다문 탓에 공씨의 계좌추적과 압수수색한 자료의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조사 결과, 공씨의 의뢰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강모(25)씨는 평소 좀비 PC 등을 이용해 홈페이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공공연히 과시하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선관위 홈피를 해킹할 수 있겠느냐.”라는 공씨의 요청에 선거 당일 새벽 1시쯤 실제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 마비가 되는 것을 확인시켜 주며 ‘실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실제 정보기술(IT)업에 종사하는 강씨를 비롯한 3명은 상당한 수준의 해킹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실장은 “범인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인터넷만 활용하는 등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당일 수사에 착수, 지난달 30일 강씨 등 공범 3명을 체포한 뒤 지난 1일 공씨를 긴급체포했다. 정 실장은 “공씨가 이번 주 월요일 사표를 냈다고 했는데 알아 보니 아직 현직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 등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도 공격했다.’는 진술을 확보, 박 시장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정확한 피해 상황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박 시장의 홈페이지 역시 당시 외부접속이 차단되는 등 불편을 겪었지만 박 시장 측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행복한 교실(KBS1 오전 11시) 홍천정보과학고등학교는 강원 홍천군 남면에 위치한 강원도 유일의 미용 부문 특성화 고등학교다. 이곳에서는 미용 및 보건 간호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 좋은 학교로도 선정됐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 발맞춰 유능한 전문인을 육성하고 있는 홍천정보과학고등학교를 소개한다. ●수목 드라마 영광의 재인(KBS2 밤 9시 55분) 거대 상사의 회장 서재명은 영광을 면접시험에서 떨어뜨리기로 작정한다. 이에 영광은 서재명의 뜻을 꺾기 위한 정면 승부를 시작한다. 한편 오 검사를 만난 박군자는 재인이 집으로 찾아온 날 밤 자신의 남편인 김인배가 사고를 당했다는 점을 미심쩍게 여기며, 재인의 엄마 여은주를 찾아간다. ●나도, 꽃(MBC 밤 9시 55분) 달이를 끌고 봉선네 집으로 향하는 도미. 당분간 달이를 맡아달라는 엄마의 말에 봉선은 불같이 화를 내지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들어온 달이에게 자신의 집에서 하루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태화의 상담실에서 나오던 봉선은 스쿠터를 타고 있는 재희를 발견하고, 동시에 봉선을 발견한 재희 역시 반갑게 손을 흔든다. ●아침연속극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효원은 결혼을 말리는 은진과 부추기는 경숙을 뒤로 한 채 강로를 찾아간다. 강로는 효원의 결혼 결심에 너무나 기뻐하며, 서둘러 결혼 준비를 하라고 지시 후 효원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그 모습을 본 미선은 믿기지 않는 시아버지 결혼 소식에 정신을 잃고 만다. 한편 경숙은 효원의 결혼 소식을 남편 학규가 모르도록 숨긴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전남 광양에 위치한 이순신대교는 보기만 해도 웅장하고 아찔한 자태를 뽐낸다. 새벽 6시 50분 작업자들은 서둘러 배를 타고 출근길에 오르는데 이들의 작업현장은 지상이 아닌 배 한가운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업장으로 올라가면 해발 270m 고공에서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고,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한 높이인데….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10분) 배우 유혜리는 영화 ‘파리애마’ 출연 이후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로배우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우묵배미의 사랑’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되는데…. 영화 때문에 그녀가 필사적으로 욕을 배워야 했던 이유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연기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연도 털어놓는다.
  • 첫 출근지 ‘노량진 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지원안’

    첫 출근지 ‘노량진 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지원안’

    박원순 새 서울시장의 첫 행보는 철저한 ‘민생 현장 중심’이었다. 이른 새벽 먼저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힘차게 열어젖힌 박 시장은 다시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년 8개월 임기의 첫 방문지는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이었다. 시민들의 먹을거리가 모여드는 시장을 가장 먼저 파격 방문함으로써 겉으로만이 아닌 진정한 ‘친서민’ 성향을 고스란히 내보인 셈이다. 박 시장은 예정보다 조금 늦은 오전 6시 30분쯤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나와 10여분쯤 뒤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남색 점퍼에 빨간 목도리를 걸친 수수한 차림새로 점포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 힘좋은 생선처럼 팔팔 뛰겠다.”고 팔을 흔들며 당선사례를 했다. 박 시장을 알아본 상인들은 멀리서 뛰어와 반갑게 손을 잡거나 함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박 시장은 특유의 선선한 웃음을 머금어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박 시장은 함께 아침 밥상거리를 사려 나온 신혼부부에게 “아기가 잘 크도록 도와 드리겠다.”며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고도 했다. 서울시 차원에서의 보육 지원 의지가 엿보였다. 박 시장의 첫 일정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기다린 시민도 눈에 띄었다. 조유선(24·서강대 3년)씨는 “실제 만나 보니 생각한 대로 정말 서민 이미지를 닮았다.”고 평가했다. 수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은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검은 넥타이와 말쑥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박 시장은 현충탑, 무명용사탑,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함께 가는 길’이라고 서명해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첫 출근길에선 지하철을 이용했다. 4호선 동작역을 출발해 서울역에서 환승, 1호선 시청역까지 20분 남짓 걸렸다. 평소에도 자주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그는 직접 교통카드를 찍고 플랫폼에 들어서서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전동차가 출발하지 않자 “(나 때문에) 이거 잡은 겁니까? 빨리 가세요.”라며 불편한 마음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출근 후 가장 먼저 청사 1층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앞서 청사 앞에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는 “즐거운 출근길이었다. 앞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차근차근 상식과 합리에 기반해 풀어 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 시정 현안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첫 결재로 ‘초등5·6학년 무상급식 지원안’에 사인을 했다. 오전 11시쯤에는 국회로 이동,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예방했다. 손 대표는 박 시장과 웃으며 악수한 뒤,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변화였고, 우리 사회 변화의 물결이 와 있는데 그 선두에 박 시장이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박 시장은 “손 대표님이 저보다 더 열심히 뛰셨다.”면서 “경선 이후에도 저와 함께 해주신 걸 보면서 희망이 많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시의회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을 차례로 예방했다. 박 시장은 오후 5시엔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을 둘러보며 실태를 확인하고, 상담소 관계자 및 쪽방생활자 등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강병철·황비웅기자 bckang@seoul.co.kr 사진 이언탁·도준석기자 ut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누구나 한번쯤 자신한테 물어봤음 직한 얘기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라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자문자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누구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여 잠시 먼 엣날의 편지 한통을 감상해 보자. ‘대체로 문왕(文王)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풀이했으며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당하여 ‘춘추’를 지었습니다. 또 손자는 발이 잘리고 나서 ‘손자병법’을 지었습니다.(중략) 저는 진실로 이 책을 저술하여 그것을 명산에 감추어 영원히 전하게 하고 다른 한편은 수도에 두어 후세에 성인군자의 살핌을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전날의 욕됨을 씻고자 하며 이제는 1만번 도륙을 당해도 어찌 후회할 수 있겠습니까.’ 사마천은 궁형(宮刑·거세)을 당한 치욕을 견디며 ‘사기’(史記)라는 불후의 명작을 저술했다. 그가 대작을 탈고할 무렵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낸 서신 ‘보임서경서’(報任少卿書)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임안에게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번씩 끊어지는 듯하고 집 안에 있으면 갑자기 망연자실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매번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구구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받고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사기’를 지은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이 편지는 최근 출간된 ‘사기 서’(민음사 펴냄)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김원중(48·건양대 중문학) 교수는 지난주 ‘사기 서’에 이어 ‘사기 표’를 펴냄으로써 16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사기’ 130편을 완역해 낸 주인공이다. 그는 1995년 ‘사기’ 번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9년 ‘사기 열전’을 시작으로 2005년 ‘사기 본기’, 2010년 ‘사기 세가’ 등에 이어 이번에 ‘사기 서’와 ‘사기 표’를 동시에 출간했다. 말이 ‘표’지 400쪽에 이른다. 모두 합치면 4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서’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표’는 인물과 사건 등을 연대별로 자세하게 정리했다. 특히 ‘서’에는 ‘사람이란 진실로 한번 죽지만 어떤 경우는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경우에는 기러기 터럭보다 가벼우니 그것을 다루는 방향이 다른 까닭입니다. ’ 등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치욕의 종류 11단계를 열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설의 인물인 황제(黃帝)에서부터 당대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사기’는 2년 전 일본에서 처음 완역됐다. 하지만 이때는 공동집필이어서 개인이 완역해 낸 것은 세계에서 김 교수가 유일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표’가 현대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표’의 서문만 번역됐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와 지방(건양대)과 서울을 오가느라 바쁘지 않으냐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사기’의 완역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동안 ‘표’는 단 한줄도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완역이라는 말이 있을 수가 없었죠. 단순논리로 보면 ‘표’의 번역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의 중국 고전번역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의미있는 책이지요. 중국 이십사사(二十四史)의 정수인 ‘삼국지’와 ‘사기’를 20여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모두 완역하는 기나긴 노정 가운데 ‘표’ 번역은 가장 힘겹고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인류의 위대한 고전을 완성한 사마천의 고단한 삶, 치열한 창작열을 떠올리며 박차를 가했습니다.” 또한 그는 ‘표’를 번역하면서 ‘사기’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중요하고 중국 상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에 번역 작업에 채찍을 가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촌철살인의 필치가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역사를 꿰뚫는 사마천의 안목이 응축된 명작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단다. 그만큼 사기 번역에 간단치 않은 열정을 두었음을 의미했다. “사마천이 그토록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표’는 사마천보다 90년 뒤에 활동한 역사가인 후한(後漢)의 반고(班固)가 한서(漢書)에서 계승 발전시켰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표’ 부분을 다룬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표라는 방식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큼 연표를 작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을까. “16년 동안 매일 밤 10시에 잠들고 새벽 2~3시에 일어나 번역을 했습니다. 주말과 방학은 물론 명절 때도 오후에는 연구실로 출근했습니다. 웬만한 약속은 잡지도 않았고요. 그저 ‘사기’에 푹 빠져 지낸 세월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마천이라는 인물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가장 치욕적인 형벌인 궁형을 당하고 모진 삶을 견뎌내면서 살아 숨쉬는 인간과 권력에 대한 경전인 ‘사기’를 완성했으니 말입니다. ‘사기’ 안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습니다. 모두가 잠재력을 지닌 역사의 주인공들이지요.” 김 교수는 번역 과정에서 중국 백화문(구어체로 쉽게 쓴 글)으로 쓰여진 책은 참고하지 않았다. 고전 원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중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창시절 유명한 문학평론가들의 글을 수백편씩 읽어가면서 되도록 쉽고 뜻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중국 역사의 원형이지만 동아시아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기’를 한글세대인 중학교 2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완역을 하면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나름대로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고생은 했지만 사마천의 치욕과 감정, 문학적 표현과 행간의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관뚜껑을 닫을 때까지 인간을 논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사기’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습니다.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사기’만 한 인간학적 교과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소품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에 보면 ‘태산은 한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세세한 물결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인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스토리텔링의 보물 창고가 바로 ‘사기’이지요.” 김 교수는 스스로 사마천을 자신의 멘토라고 칭했다. 궁형을 당하면서도 후세에 남기고자 했던 그 마음, 그 정열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까닭이다. 하여 재평가 작업 차원에서 번역 일을 했단다. 사기를 읽는 사람에게 어떤 대목을 권하고 싶은지 물었다. “토끼를 잡고 난 후에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의 고사로 유명한 한신에 대한 묘사에서 사마천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한 고조 유방의 첫 부인으로 다른 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여 돼지우리에 살도록 만든 여태후의 본기를 번역할 때 가장 섬뜩했습니다. 여태후는 동양 최초의 여제가 아닙니까.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마천은 어떤 인물일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인생을 두배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 속의 인물은 거듭해서 등장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고통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 사마천은 냉정한 역사의 잣대로 인물을 재단하거나 서릿발 같은 말로 단죄하는가 하면 때로는 감성적인 언어로 인물을 감싸며 인간 그 자체를 탐색해 나갑니다. 사마천이라는 사성(史聖)을 만나 그의 대작을 한글로 복원하는 일은 저한테는 무한한 행복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 고전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사기’에 이어 노자, 장자 등 주요 고전의 원문을 찾아 번역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자가 할 일이 그런 것 아니냐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충남대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거쳐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 고전문학 이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완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의 방문 학자와 타이완 사범대학 국문연구소의 방문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 한국중어중문학회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천년의 강의-사마천의 생각경영법’(공저) ‘중국문화사’ ‘중국문학이론의 세계’ ‘통찰력 사전’ ‘중국 문화의 이해’ 등이 있다. 편저서로는 ‘고사성어 백과사전’ ‘허사대사전’ ‘허사소사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기 본기’ ‘사기 열전’ ‘사기 서’ ‘사기 세가’ ‘정사 삼국지’ ‘당시’ ‘송시’ ‘손자병법’ ‘정관정요’ 등이 있다. ‘위진현학가의 자연관의 사유체계와 문론가에 끼친 영향’ 등 30여편의 학술 논문도 발표했다. 2010년 제1회 건양대 학술우수연구자상을 수상했다.
  • 라이너스의 담요 “상큼·달달하기보다는 담요처럼 편안한 음악 추구”

    라이너스의 담요 “상큼·달달하기보다는 담요처럼 편안한 음악 추구”

    데뷔 10년 만에 첫 정규앨범을 내놓은 2인조 밴드가 있다. 웬만한 거물이 아니면 미니앨범(EP)이나 디지털 음원으로 쉽게 가는 게 요즘 트렌드인 점을 감안하면 무모해 보인다. 2009년에 녹음을 다 끝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통째로 폐기했다. 밴드와 함께 원-테이크(악기별로 따로 녹음하지 않고 함께 녹음하는 전통방식)로 재녹음을 했다. 2007년 곡 작업을 시작해 5년 산고 끝에 내놓은 앨범답게 수록 11곡에 정성이 묻어난다. 정규 1집 ‘쇼 미 러브’로 찾아온 ‘라이너스의 담요’가 주인공이다. 지난 7일 케이블 음악프로그램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녹화현장에서 ‘라이너스의 담요’ 멤버 연진(30·본명 왕연진·건반 및 보컬)과 상준(31·본명 이상준·기타)을 만났다. ●낮에는 직장인·밤에는 음악인 이중생활 밴드의 출발은 2001년. PC통신 하이텔 ‘하드코어 동호회’에서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1학년생이던 연진을 비롯한 5명의 대학생들이 알음알음 모였다. “음악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놀려고, 취미활동으로 만들었다.”는 게 연진의 설명. 라이너스는 스누피로 유명한 미국 만화 ‘피너츠’에서 늘 담요를 갖고 다니는 찰리 브라운의 친구 이름이다. 연진은 “라이너스에게 담요가 없으면 불안하듯,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팀 이름을 설명했다. 2003년 히트곡 ‘피크닉’이 담긴 첫 번째 미니앨범 ‘시메스터’를 발표한 이후 기타를 치던 멤버가 팀을 떠났다. 빈틈을 메운 기타리스트가 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던 상준이다. 생계를 위해 밤낮이 다른 생활은 불가피했다. 연진은 “호텔리어로 잠시 일하거나 중학생 영어 과외를 5~6개씩” 했다. 상준은 제약회사에 취직해 실험실에서 “DNA와 RNA를 배합”했다. 그러면서도 매주 2~3차례 서울 홍익대 근처 작업실에서 만나 다음 날 새벽까지 작업에 매달렸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려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아예 FAB3이란 회사까지 차렸다. 첫 정규앨범에 대해 연진은 “아이를 뱃속에 품듯 5년 동안 머릿속에 담은 음악을 힘겹게 내놓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고민은 진행형이다. 연진은 바리스타 일을 3주 전에 그만뒀다. 당장은 앨범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연진은 “내가 하고 싶다고 술술 풀리는 게 아니어서 전업가수로 갈지는 고민스럽다. 곡도 쓰지만 변방 장르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대중음악 지형에서는 남에게 곡을 주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앨범작업 5년만에 완성 반면 상준은 “전업가수가 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기적으로 월급 나오는 게 좋다. 직장생활에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만 음악을 하고 싶다.”며 웃는 상준은 “음악에 올인한다고 해도 더 잘할 자신은 없다. 외려 출근 안 하면 빈둥빈둥 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업가수가 되면 상업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서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에둘러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음악을 상큼하고 달달한 음악쯤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연진은 “인디팬들에게조차 ‘밥’이 아닌 ‘디저트’로 받아들여질 땐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면서 “1950~60년대 올드팝과 재즈를 컨셉트로 한 앨범 전체 분위기를 느껴달라.”고 주문했다. 상준도 “홍대 주변에 깜찍한 인디밴드들이 유행인데 그들과 한 묶음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정색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곽노현 교육감 소환] 郭변호인 “검찰 여론재판”… 보·혁단체 멱살잡이 아수라장

    [곽노현 교육감 소환] 郭변호인 “검찰 여론재판”… 보·혁단체 멱살잡이 아수라장

    5일 소환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장시간의 검찰 조사로 다소 초췌해 보였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조사실에서 내려왔다. 곽 교육감은 조사 도중 피로를 이유로 이른 귀가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오후 10시부터 검찰이 작성한 조서를 확인할 때는 토씨 하나, 단어 하나를 일일이 대조하며 치밀하게 점검하면서 귀가 시간도 늦어졌다. 검찰은 실무자의 이면합의 내용, 차명으로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 녹취록까지 들이대며 곽 교육감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차근차근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감색 양복과 푸른 넥타이 차림으로 도착한 곽 교육감은 포토라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취재 행렬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차에서 내린 곽 교육감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맞닥뜨렸다. 이를 본 곽 교육감의 지지자들이 뛰어들어 한데 엉겨붙으면서 청사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때아닌 욕설과 고성에 당황한 곽 교육감은 수사관들에게 둘러싸여 겨우 포토라인 앞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곽 교육감은 “2억원의 대가성을 인정하십니까.”, “이면합의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청사로 들어섰다. 곽 교육감은 직원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9층 조사실로 향했다. 곽 교육감이 떠난 이후에도 지지자와 반대자들은 10여분간 멱살잡이를 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곽 교육감이 도착하기에 앞서 10시 50분에는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가 취재진을 향해 “검찰이 정확히 (곽 교육감의) 출두 날짜에 맞춰 수사 자료를 흘리며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교육감 수사라지만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과 검찰 스스로 정한 인권수사 준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은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8시 50분 정상적으로 출근, 매주 월요일 여는 실·국장 회의를 주재했다. 이어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각자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형·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외화조달 ‘이례적 안정’ 왜?

    외화조달 ‘이례적 안정’ 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에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차관이었던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해외조달에 성공해 유동성 위기가 해소됐다는 산은의 전화를 기대하며 새벽 1~2시 꼬박 사무실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 금융 불안이 발생했을 때에는 지난 8일 휴가를 떠나 16일 출근할 예정이다.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은금융을 비롯한 국내은행들의 비상시 외화조달 시스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시중 은행에 세 번이나 속았다며 실무진에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당국은 예전보다 강도 높은 위기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했다. 사실 시중은행들도 금융당국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위기가 닥친 것으로 가정하고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찾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거나, 급박한 위기 때 국내 은행들이 해외금융기관과 연계, 비상외화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확보에 나섰다. 이런 의미에서 강 회장의 휴가는 실은 만반의 대비를 마쳤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IMF 위기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이어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은행의 외화조달 실무팀에도 최근의 상황은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글로벌 본드 20억 달러 발행을 주도한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는 “과거 위기 때에는 유럽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협상을 하고, 미국장이 개장하면 또 통사정을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반면 이번에는 유럽과 미국이 밤잠을 설치며 우리 개장 시간에 맞춰 자금을 제안해 오고 있으며 금리 조건 등을 비교해 선별적으로 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수은은 열흘 동안 9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국책은행인 수은은 한국 정부와 같은 수준의 높은 대외 신용도를 인정받기 때문에 수은이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다른 국책은행과 민간의 자금 조달이 한결 수월해진다. 시중은행 역시 커미티드 라인 확보와 외화 차입선 다변화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커미티드 라인과 관련, 신한은행은 BNP파리바와 공상은행 등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라인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11일 중동계 자금 3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 금리가 전체적으로 높아졌지만, 한국 금융기관들은 시장금리보다 싸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10억 달러 규모의 커미티드 라인 한도를 확보했으며, 하나은행 1억 6500만 달러, 기업은행 1억 3000만 달러, 수출입은행 1억 2000만 달러, 농협 3000만 달러 등의 커미티드 라인을 갖고 있다. 은행들이 이전보다 다소 편안해진 이유는 최근의 위기가 금융권의 유동성이 아닌 재정 부문에서 촉발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위기에 대비해 외화 조달선을 다변화한 덕도 봤다. 위기가 닥치면 냉혹해지는 글로벌 자금시장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은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여러 창구를 사전에 물색해 놓은 것이다. 이번에도 한국 CDS 프리미엄은 130~140선으로 높아져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워졌지만, 국내 금융기관은 홍콩(딤섬)과 일본(사무라이)을 비롯해 말레이시아(링깃), 브라질(레알), 타이(밧), 인도(루피) 등지에서 외화 조달을 시도했다. 시중은행 조달팀 관계자는 “글로벌채권 시장 외 틈새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려면 몇 개월을 준비해야 하지만,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협상 라인을 구축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윤희성 수은 외화조달팀장은 “숱한 위기 속에서 디폴트조차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 한국이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은 긴장을 놓을 단계가 아니라는 데 은행권은 동의했다. 돌발변수가 나타나 갑자기 외자 조달흐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도 예금자가 돈을 빼면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듯이 크레디트 라인이 끊기면 하루아침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외자조달팀은 9월까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은 하루 단위로 외화유동성 점검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동성 점검과 함께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성환 수은 부장은 “이번에 발행한 딤섬본드의 경우 평상시라면 수수료 문제 때문에 발행이 어려운 상품이었는데,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상황이 잠시 변한 찰나를 노려 매입했다.”면서 “그동안 위기 국면에서 외화조달을 위해 수비하는 데 바빴다면, 이번 기회에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해 새로운 자금조달 경로를 공격적으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5) ‘불 꺼지지 않는 방’ 대변인실

    [테마로 본 공직사회] (15) ‘불 꺼지지 않는 방’ 대변인실

    정부종합청사의 수많은 방들 중에 맨 먼저 불이 켜지고 맨 나중 꺼지는 곳이 있다. 대변인실이다. 정부 부처에 몸담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상황불문하고 화를 내지 않는 ‘외계인’이 있다. 대변인과 그의 손발이 되어 호흡을 맞추는 대변인실 소속 직원들이다. 오죽했으면 “대변인 ○은 개도 안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들을 할까. 정부 부처의 ‘입’이 되어 최고의 대외 홍보를 절대선으로 삼고 있는 이들. 속이 썩어도 밖으로는 기자들의 심기를 살펴가며 최상의 부처 홍보를 해야 하는 특무를 띤 주인공이 다름아닌 대변인실 사람들이다. ●늦어도 새벽 5시면 출근 그러나 부처 내부 직원들도 대변인실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중앙부처의 한 대변인실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들조차도 우리가 하는 일이 그저 보도자료나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는 게 고작인 줄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업무를 속속들이 알게 되면 모르긴 해도 부처내 대변인실 지원자 수는 뚝 떨어질 것”이라면서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기자들 전화에 기꺼이 응대하며 사생활을 담보 잡힐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적성에 맞지 않으면 한 달도 버텨내기 어려운 3D 업무가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주요 중앙부처 대변인실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각은 새벽 5시 안팎. 늦어도 오전 6시 30분쯤까지는 조간신문 스크랩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7시 이전에는 출근하는 장·차관들이 집무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찾는 것이 그날의 신문 스크랩이다. 스크랩만 일별하면 전날 부처 관련 사안들이 어떤 방향으로 보도됐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장·차관실 뿐만 아니라 주요 간부들 책상 위로도 어김없이 배달돼야 하는 건 그래서이다.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의 경우 조간신문 스크랩은 6명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2인 1조로 3개팀을 만들어 사흘에 한번꼴로 번갈아가며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아침신문들을 점검하는 게 일과의 시작이다. 여타 부서 직원들이 출근도 하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혹여 부처 입장과 맞지 않는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오면 이에 대한 대응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해당 부서 관계자들의 연락처를 뒤져 급히 사실확인을 한 뒤 어떤 방향으로 언론에 보충자료를 내야 할지, 짧은 시간에 해답을 찾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언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일은 사실상 온종일 계속된다.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석간과 지방신문들을 챙기고, 오후 3~4시에는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보도내용도 따로 챙겨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오후 6시쯤. 가판신문(멀리 떨어진 지역에 배달하기 위해 전날 저녁에 미리 찍어내는 조간신문)이 나오면 또 꼼꼼히 모니터링 한다. 저녁시간대에 주요 뉴스들이 나오는 방송을 체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저녁 숙제’다. “이 뉴스는 어떤 신문(방송)에서 얼마쯤의 비중으로 다룰지, 보도자료를 만들 때 이미 어림할 수 있다. 톱 기사 감인지, 1단짜리 단신인지, 솔직히 그 정도 감을 못 잡고서는 대변인실 밥을 제대로 먹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 2년째 대변인실 업무를 해 온 중앙부처 한 과장의 얘기다. ●언론을 움직여라!… ‘보도자료’ 달인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기자들에게 보도될 사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글이다. 똑같은 사안이라도 언론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게끔 내용을 포장하는 것은 대변인실만의 특화된 업무다. 실·국별로 주요 업무사안을 전달받아 경중을 따진 뒤 보도자료만 내면 될지, 좀 더 자세히 대 언론 브리핑을 해야 할지 여부도 결정한다. 홍보결과에만 열을 올리다 더러 사실이 과장될 때도 있어 기자실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대변인실의 신경줄은 그러나 언론 쪽으로만 닿아있는 게 아니다. 부처의 정책홍보 평가 점수도 이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부처 기자실에 출입하지 못하는 언론을 위해 운영되는 정책홍보 사이트 ‘이(e)-브리핑’도 이들이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 관리하는 분야이다. e브리핑 시스템 활용도는 부처 정책홍보 평가의 주요 항목. 브리핑 룸의 장비를 활용해 한 달에 몇 건의 브리핑을 동영상으로 올리면 적절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도 대변인실 몫이다. 브리핑실이 협소해 아예 e브리핑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등의 경우는 그런 부담은 덜하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전혀 알맹이도 없는 내용의 e브리핑을 번번이 강행하기로 소문난 부처가 몇 있다.”는 한 관계자는 “e브리핑이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부처 간 홍보 과열 경쟁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자성하는 내부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변인실 일거리만 늘렸지, 정작 e브리핑을 촬영할 때 브리핑실에 참석한 기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그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e브리핑이 대변인실의 홍보업무를 계량화하는 주요 시스템인 만큼 신경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활용도를 분석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과제홍보과의 담당자도 “e브리핑 실적을 의식해서인지 평균적으로 브리핑 횟수가 많은 부처는 늘 따로 정해져 있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청홍비 법칙’을 아시나요? “그 기사 때문에 장관한테 심하게 깨졌다(야단맞았다).” 기자들이 부처 대변인에게 흔히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다. 부처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보도되면 여지없이 장관의 질타를 감당해야 하는 주인공. 그럼에도 대변인실을 거쳐가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는 이른바 ‘청홍비 법칙’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청와대 파견근무-홍보실(대변인실)-비서실’이 공직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 밟아야 하는 필수코스로 통한지 오래다.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그 의중을 정확히 꿰뚫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역할을 탈없이 소화해내면 으레 영전이나 승진으로 보상받는 것도 대변인 몫이다. 노력과 수고가 인사권자인 장관의 눈에 항상 노출되는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정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하는 자리로도 평가된다. 한 대변인실 인사는 “특정사안을 액면 그대로가 아닌, 사회·정치적 역학관계를 따져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보관(옛 대변인) 출신 장관도 여럿 있다.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총무처 공보관, 최종찬·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경제기획원 공보관과 건교부 공보관을 각각 지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흘째 널뛰기 장… 개미·증권맨 피 말리는 24시

    열흘째 널뛰기 장… 개미·증권맨 피 말리는 24시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아요.” 주식시장이 열흘째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개미들과 여의도 증권맨들은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일 이후 16.3% 폭락한 코스피는 10일 하루에만 98.56포인트(최고점 1832.48에서 최저점 1733.92를 뺀 수치) 움직이는 변덕을 부렸다. 주가지수가 춤출 때마다 투자자와 증권사 직원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셈이다. ■30대 직장인 김모씨 “일주일 새 석달 월급 날아가…하루 종일 주가 차트만 응시” 직장인 김모(36)씨는 “일주일 새 석달치 월급이 사라졌다.”며 탄식했다. 주식 투자 경력 10년 차로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씨지만 이번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주식 자산을 줄여서 손실을 적게 봤다.”면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나 유럽의 재정위기는 새로 나온 변수가 아니어서 이번에는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투자 심리가 이렇게 무너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접 주식투자를 해 1000만원, 펀드에 3000만원, 주가연계증권(ELS)에 1000만원 등 모두 5000만원을 굴리고 있었는데 특히 펀드에서 손실이 많이 났다. 1일부터 10일까지 3000만원 가운데 500만원이 증발했다. ELS에서도 163만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는 “주가가 연거푸 고꾸라지던 지난 4일, 거래를 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전화를 걸어 다음 날 반전이 있을 거라며 펀드에 더 투자하라고 조언했다.”면서 “1000만원을 집어 넣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손해만 봤다. PB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탓할 생각은 없다. 그만큼 시장 전문가들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밥맛도 없고 잠도 안 온다. 삶의 의욕도 잃었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주가 차트만 넋 놓고 바라본다.”며 괴로워했다. ■6년 차 애널리스트 이모씨 “하루 한끼 먹고 3시간 수면…예측불허 시장 초치기 생활” 증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형 증권사의 6년 차 시황 애널리스트인 이모(30)씨는 “매일 체력과 머리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열흘 동안 몸무게가 2㎏ 줄었다. 하루에 1.5끼를 먹고 잠은 3시간 자는 생활 패턴을 일주일 넘게 반복하고 있다. 업무 중에는 커피를 먹어도 졸음이 가시지 않아 타우린 강장제를 마셔가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고 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우리 시간으로 오후 10시 30분에 열리는 미국 뉴욕 증시를 확인한 뒤 퇴근한다. 그는 “새벽 2시면 습관적으로 눈이 떠져서 스마트폰으로 미국 증시 상황을 체크하고 더 잘지, 일어날지를 판단한다.”면서 “예전에는 정보기술(IT) 등 특정 종목이 하락하는 흐름이 관찰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종잡을 수가 없어 안전자산, 위험자산, 금리 등 모든 지표를 눈여겨보고 분석하느라 일분일초가 모자란다.”고 하소연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봉소아(bonsoir) 마담(2)=「쉘부루」의 정 마담

    봉소아(bonsoir) 마담(2)=「쉘부루」의 정 마담

     술집마담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었다. 돈 잘 쓰고, 사치하고, 남자교제 많은 여자라는 식의 개념으로 술집마담을 쳐다보던 때는 이미 옛날 일이다. 성실한 직업인으로서의 평범한 사회의 한개 구성 인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여성들, 그 정도로 풀이해 두는 게 아마 옳을 것 같다.  「쉘부루」주인 정(鄭)마담 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아도 전위미술을 하던 해프닝의 기수 정(鄭)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홍익(弘益)대학 서양화과를 나온 정(鄭) 마담은 68년부터 이른바 환경예술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10여명의 동인들과 함께 해프닝의 실태를 보여 줬을 때 세상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었다.  미술 전문가들은 정통 예술에 대한 반역이라 해서 놀랐고, 일반 시민들은 젊은 여자가 많은 사람 앞에서 전신을 노출시킨 그 대담성에 놀랐었다.  그러나 젊은 미술학도라는 긍지 속에 살아온 정(鄭) 마담은 세상 사람들의 어떠한 빈축이나 저항에도 주저없이 그 일을 계속했다.  그 해 여름에는 한강 백사장에서 많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한강변(漢江邊)의 타살」이라는 이름의 본격적인 해프닝을 벌였고「쉘부루」를 경영하게 된 것은 외국 유학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쉘부루」- 프랑스 어느 지방의 마을 이름이라는데, 우리나라에 알려지는『쉘부루 우산』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뒤부터인 듯.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탁구장으로 사용되던 2층 홀을 뜯어서 칵테일 하우스로 개조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상야릇한 색체와 구도를 한 그림이 눈에 띈다.  정(鄭) 마담이 학교 다닐 때 그린 현대 무슨 파의 그림이라든가 하는 알쏭달쏭한 그림이다.  벽마다 사진도 많다.「찰즈·브론슨」도 있고「알랑·들롱」도 있고「마릴린·몬로」도 있다.  현대 무슨 파의 그림과 어떻게 조화를 시켜야 할는 지는 모르겠지만 밋밋한 바람 벽보다는 사진이 걸려 있는 편이 낫겠다고 해야 할까.  전위미술을 했다는 주인 마담의 체취를 구태여 찾자면 실내를 장식한 새장 모양의 쇠창살에서 찾아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손가락 굵기만한 쇠창살이 테이블마다 듬성듬성 가려져 있다.  『술집이라고 하면 대개 어두침침한 것을 연상하는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흰 빛을 강조한 선으로 방의 분위기를 밝게 하고 ,테이블마다의 프라이 버시를 최대한으로 보호해 보려고 했어요』  그대로 미술 강좌다, 하기는 그럴싸하다. 친구와 친척들의 도움으로 7,8백만원을 마련해서 처음「쉘부루」를 시작했을 때는 1년이면 빚도 갚고 유학 자금도 마련해서 계획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문을 열고 보니 모든 것이 예상과는 달랐다.『손님들은 비교적 모두 점잖은 분들 뿐이에요.그러나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돈 잘 버는 직업은 못되는 것 같아요』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많이 남아 있다.  1년의 당초 계획은 2년으로 늘어날 것 같다는 얘기다.  그래도 30평 남짓한 홀 안에는 테이블마다 손님이 가득하다.  손님들은 역시 화가가 가장 많고 작가, 교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까「쉘부루」의 마담 정(鄭)씨는 자연히 손님들과의 대담역을 맡게 된다.  수수한 바지에 짤막한 T샤쓰, 손으로 대강 다듬은 지바고 스타일 머리, 어느 모로 보나 정(鄭) 마담은 마담같지 않은 마담이다.  『제발 마담이라고 그러지 마세요. 그냥 미스 정(鄭)이라고 하면 되지 않아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손님이나 종업원들은 여전히 그를 정(鄭) 마담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鄭) 마담이 스스로 마담이 아니기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늦어도 내년 가을이면 마담업을 폐업하고 다시 본연의 미술학도로 돌아간다』는 계획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기를 프로페셔널 마담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한 계획과 고집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도 매일 미술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영업 시간이 끝나는 밤 11시 30분경 그녀는 주점의 뒷일을 종업원들에게 맡기고 퇴계로에 있는 그의 아틀리에로 향한다.  새벽 2시 또는 3시까지 그는 혼자서 미술 공부를 계속한다.  『전혀 안하면 손과 마음이 모두 굳어 버릴 것 같아서요』  그래서 잠은 기껏 많이 자야 매일 다섯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고 한다. 이침 9시면 다시「쉘부루」에 출근해야 하니까.  『아직은 쇼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위미술, 해프닝의 예술적 승화를 위해서 나는 결혼도 포기할 생각이에요』, 단호하다.  양장점과 미장원과 살롱이 촘촘히 들어선 명동(明洞) 한복판「쉘부루」에서는 오늘도 전위미술을 중심한 화제와 웃음과 칵테일이 쉴새 없이 오가고 있다.<재(宰)> [선데이서울 73년 7월29일 제6권 30호 통권 제250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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