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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콜’은 곧 돈… 19살 지훈이는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건수대로 입금… 월 500만원 벌기도 오토바이 할부금·보험료·기름값은 떼 신호 위반은 기본… 클레임 땐 배상도 ‘자영업자’로 분류 야근·주휴수당 없어 산재가입률 13%… 홀로 치료비 감당치킨, 피자 매장 등에서 배달 일을 하는 10대들은 항상 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다. 특정시간 때 많은 배달을 소화해야하다보니 늘 마음이 바쁘다. 서울신문이 21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 분석한 근로복지공단의 2016~2018년 청소년 노동자(19세 미만) 산재 승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식·숙박업에서 일하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10대 노동자는 1836명으로 퀵서비스업(218명), 도소매·소비자용품수리업(135명) 등 다른 직군보다 월등히 많았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우지훈(19·가명)군의 일상을 통해 10대 배달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근로 실태를 들여다봤다. “시간 되면 ‘땜’(아르바이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을 일컫는 은어) 좀 해 줄래?” 배달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장이 ‘땜빵’ 필요하다는데 너 오토바이 탈 줄 알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친구가 소개한 곳은 TV광고에서 자주 봤던 배달앱 업체. 정해진 시급은 없다. 휴대전화에 기사용 앱을 깐 뒤 ‘콜’(주문)을 잡으면 건수대로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점심시간대가 되자 콜이 쏟아졌다. 노동 강도가 높았지만 시급으로 치면 전에 일했던 웨딩홀보다 훨씬 좋았다. 임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한 만큼 가져가는 ‘정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도 “일 잘한다”며 정식으로 해 보라고 제안했다. 우지훈(19·가명)군은 태어나 처음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 1월부터 이 업체 소속 배달기사가 됐다. 사장이 설명했다. “네가 일한 만큼 벌어가는 거야. 건당 기본 3500원에 1.5㎞ 넘어가면 500원 더 붙어. 수수료는 건당 300원이고. 잘하는 애들은 월 500만원씩 벌어.” 처음에는 ‘콜’을 많이 잡지 못했다.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한 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어느 골목으로 가면 빠른지 지도를 보지 않고도 머리에 그려졌다. 달리면서도 운전대에 붙인 휴대전화에 ‘콜’이 뜨면 일단 밀어서 잡는다. 그렇게 일주일에 이틀을 쉬고 하루 12시간 일하니 지난달에는 수입이 300만원을 찍었다. 하루 35~40건을 꾸준히 한 결과다. 주말에는 평균 50건, 많으면 한 시간에 5건을 소화한다. 음식을 가지러 가는 데 10~20분, 음식을 픽업해서 전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12시간 동안 끼니는커녕 제대로 쉰 적이 없는 셈이다. 300만원 중 오토바이 할부금과 보험료, 기름값을 빼고 지훈이가 손에 쥔 돈은 197만원이었다. 나이가 어려서 보험료가 비싼 탓에 수입이 조금 더 줄었다. 콜은 곧 돈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클레임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훈이는 “내일 이만큼의 콜이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보니 무리하게 콜을 잡을 때도 있다”며 “신호를 위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많은 콜을 소화하려면 빠른 이동은 기본이고 손님이 식은 음식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면 기사가 이를 감당해야 한다. 다행히 지훈이는 아직 배상한 적은 없다. 지훈이도 위험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정했다. 우선 콜이 3개 이상 밀리면 받지 않는다. 큰 도로에서 차 사이로 지나다니거나 자동차를 추월하는 건 피한다. 이런 원칙을 세운 이유는 다치면 치료비를 오롯이 자기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다치면 치료비로 다 날리는 거죠.” 보험은 지훈이에게 ‘안전망’이 아니라 그저 웃돈이 드는 일이다. 일은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끝난다. 음식점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배달을 하기 위해 동료들과 순번을 정해서 일주일에 1~2번은 당직 근무처럼 일한다. 하지만 야근수당이나 주휴수당은 없다. 지훈이와 같은 배달기사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계약 등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시간은 규제되지 않고, 노조 설립 등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특수고용노동자 중 일부 직종(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가입률은 13%(2018년 기준)에 그친다. “비나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콜을 빨리 뺄 수 있잖아요.” 지훈이에게 10대 노동자로서 바라는 점을 묻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지훈이는 “어쩔 수 없죠. 혼자 생계를 꾸리기 위해 제가 선택한 거니까”라고 말했다. 지훈이는 매일 3만원을 저축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1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나 현장 연수하는 특성화고 학생 등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이른 새벽, 도로 한가운데 버려진 신생아…사고 직전 구조

    이른 새벽, 도로 한가운데 버려진 신생아…사고 직전 구조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적 드문 도로 한가운데서 신생아가 버려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신문 배달을 하는 아우렐리우스 푸엔테스 주니어는 새벽 5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각, 차를 몰고 중부 마데라카운티 도로에 나섰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버려진 여자 아기를 발견했다. 도로 중앙선 바로 옆에 버려져 있던 아기는 탯줄도 다 떨어지지 않은 채 기저귀만 찬 신생아였으며, 0℃ 정도의 추운 날씨에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이후 이 남성은 곧바로 구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구조대가 오기 직전까지 아기를 품에 안아 체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현장을 지나는 한 여성이 있었고, 그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여성의 차량에서 구조대를 기다렸다. 차량 주인은 푸엔테스 품에 안긴 신생아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곧바로 차량 히터를 강하게 틀어 언 몸을 녹이려 애썼다. 마침내 구조대가 도착했고, 탯줄도 떼어내지 못한 채 버려진 신생아는 인근 어린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아기는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기를 처음 발견한 푸엔테스는 “차량을 타고 매우 느린 속도로 그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눈 앞에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처음에는 그것이 동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만약 (빠르게 달리는) 다른 차량이었다면 아이와 충돌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손이 떨리고 얼떨떨할 정도로 매우 놀랐다”면서 “너무 충격적인 일을 목격한 나머지 일을 할 수 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 경찰은 비슷한 시각 20대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의 미국 이주민) 여성이 아기를 안고 해당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하고 신생아 및 부모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찬열의 귀환”...‘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청률 최고 11% 기록

    “찬열의 귀환”...‘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청률 최고 11% 기록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빈이 마침내 비밀 퀘스트를 완수했고, 찬열은 돌아왔다. 하지만 현빈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두고 또다시 미스터리가 폭발했다. 13일 방송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14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10.0%, 최고 11.1%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 또 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한,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평균 8.1%, 최고 8.8%를 기록, 지상파 포함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희주(박신혜)가 찾아낸 힌트로 퀘스트를 끝낼 방법을 깨달은 진우(현빈).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해, 유라(한보름)가 진우에게서 “형석(박훈)을 죽였다”는 자백을 들었다고 거짓 증언을 한 것. 진우는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들로부터 간발의 차로 도망쳤지만, 현실에서는 경찰에게, 게임에서는 NPC(Non-player Character, 유저에게 퀘스트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가상의 캐릭터)에게 쫓기며 레벨 업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도망치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린 진우와 연락이 닿지 않자 희주는 게임에 접속해 자신 외의 유일한 유저인 진우의 위치를 찾았다. NPC들의 공격을 피해 진우가 숨을 고르고 있었던 곳은 의류상점 안의 피팅룸이었다. 근처까지 찾아온 희주를 피팅룸 안으로 끌어들인 진우는 “말 안 들어요, 진짜? 로그인하지 말라니까”라며 게임에 접속한 희주를 나무랐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우를 끌어안았다. 그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한 희주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희주가 건네준 휴대폰으로 선호(이승준)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경찰에게 잡히지 않았노라 말한 진우는 “수갑을 차고 경찰서에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했다. 손을 못 쓰면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렇다면 조사받기도 전에 형석의 칼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어떻게든 경찰을 피해 레벨을 올리고 퀘스트를 끝내야 하는 이유였다. 통화를 마친 진우는 양주(조현철)가 챙겨준 특수 아이템 중 잠시나마 NPC들의 공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 아이템 <손목시계>를 사용해 5분의 시간을 벌었다. 애달프고 짧은 키스로 마음을 전하고, 손을 붙잡은 채 정지한 NPC들을 지나 거리로 나온 두 사람. 진우는 자신을 두고 혼자 가지 않겠다는 희주를 “집에 가서 도와줄 일이 있다”는 말로 설득해 택시에 태웠다.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과 “걱정하지 마요. 멀지 않았어요. 이제 끝이 보여요. 빠르면 내일 새벽 끝이 날테니 아침에 집으로 갈거에요”라는 약속으로 희주를 돌려보낸 진우는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결국 밤새 게임에 매달려 레벨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진우는 양주에게 엠마를 자신이 있는 곳 근처의 성당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엠마에게 <황금 열쇠>를 건네고 퀘스트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아침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성당으로 들어간 진우는 엠마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기도했다. “신을 믿어본 적은 없으나 지금은 신에게 기대고 싶다. 여기서 제발 끝이기를”이라며 십자가를 향해 성호를 긋는 진우의 눈빛은 간절했다. 잠시 후 기타선율과 함께 엠마가 나타났다. 엠마에게 다가가 오랜만이라고 인사한 진우가 “줄 게 있다”며 황금 열쇠를 꺼냈다. “내가 찾고 있던 거에요. 나한테 줄 수 있어요?”라는 엠마에게 “원한다면”이라고 답하며 황금 열쇠를 건넨 진우. 그러자 <천국의 열쇠가 파티마의 손에 전달됐습니다>, <master(마스터)의 비밀=“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라는 게임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지난 1년간 진우가 바랐던 게임의 끝이었다. 비슷한 시각, 진우를 목격한 우유 배달원의 제보로 경찰들이 성당에 들이닥쳤지만 진우는 없었다. 진우가 레벨 100을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성당으로 찾아온 희주의 눈에도 그는 없었다. 약속했던 아침을 훌쩍 넘어섰는데 연락조차 없는 진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렌즈를 끼고 게임에 접속한 희주는 진우를 찾아 정처 없이 시내를 돌아다녔다. 진우가 없는 게임 세상에 홀로 접속해 NPC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는 희주는 어디선가 <유저가 나타났다>는 메시지가 뜨기를 바라는 듯 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나가고, 늦은 밤 누군가 희주의 집을 찾아왔다. 세주였다. 한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매주 토, 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문 잠가도 불안·식사는 대충… 혼자는 고단해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문 잠가도 불안·식사는 대충… 혼자는 고단해

    1인 가구라고 모두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만 사는 건 아니다. 원치 않지만 여러 이유로 혼자의 삶을 이어 가고 있는 1인 가구들이 있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1인 가구는 자발적 사유(41%)보다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의해 비자발적(59%)으로 혼자 살게 됐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들이 1인 가구가 된 계기는 각양각색이다.●결혼 여부·분가·사별 등 이유도 제각각 “친구들 청첩장 받는 날은 무조건 아버지에게 혼나는 날이었어요. ‘너는 대체 언제 결혼하느냐’는 호통이 날아왔죠.” 직장인 강모(39)씨는 부모와 결혼 문제로 갈등을 겪다 혼자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집에 살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의 눈총은 심해졌다. 강씨는 “결혼도 못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는 게 눈치가 보여 독립했지만, 혼자 살다 보니 너무 외롭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지방에서 직장을 구하고 정착하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일부러 야근을 하거나 동네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간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7년째 연애 중인 이모(32)씨 역시 비자발적 1인 가구다. 결혼을 꿈꾸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집값이 가로막고 있다. 이씨는 “마음은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지만 몇 푼 안 되는 월급으로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손 벌리고 싶진 않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고민의 90%가 신혼집 마련”이라고 말했다. 20~30대의 경우에는 대부분 대학 진학이나 직장을 이유로 처음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한다. 이들에게 1인 가구로서의 삶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들이 40대에 들어서면 결혼 여부가 1인 가구의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서, 혹은 경제적 자금이 탄탄하지 못해서 1인 가구의 삶이 이어진다. 50대 이상에선 이혼이나 사별, 자녀 분가 등의 이유로 혼자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최저 주거 기준 미달 청년 가구 11.3% 이들 대부분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거주한다. 특히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20~30대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방 등에서 생활하며 최저 주거 기준조차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20~34세인 청년 가구 중 전체의 11.3%인 29만 가구가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거주하는 우모(30)씨는 10년 전 대학 입학으로 서울에 온 이후 줄곧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살았다. 우씨는 “당연히 넓고 깨끗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지만 몇 년째 고시를 준비하느라 돈은 벌지 못해 원룸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들의 취업 시기가 점차 늦어지면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기간 역시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2017년 기준 남자의 경우 일반 가구원 대비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이 30세(22.5%)라는 통계청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열악한 거주 환경은 안전과도 직결된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주거 침입 등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이중, 삼중으로 현관문에 잠금장치를 다는 등 임시방편으로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려 노력한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신발장에 남동생 신발을 가져다 두고, 택배를 받을 때는 남자 이름으로 배달을 시킨다. 이씨는 “혹시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 게 알려지면 범죄의 표적이 될까 봐 조심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서영(28)씨는 최근 새벽 4시쯤 누가 도어록을 삑삑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스라치듯 놀라 이불만 끌어안고 있던 임씨는 다음날 곧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다행히 술 취한 이웃이 집을 헷갈려 저지른 실수였지만, 임씨는 잠금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임씨는 “혼자 사는데 새벽에 도어록 소리가 나는 것도 너무 무서웠지만, 그 시간에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해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것도 1인 가구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끼니는 못 챙겨도 비타민 B·D,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루테인, 오메가3, 프로폴리스 등 약은 꼭 한 주먹씩 챙겨 먹는다. 이씨는 “혼자 살다 보면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만들어 먹을 때가 많다. 요리를 하면 재료값이 더 나가고 만든 요리도 다 먹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편하게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약이라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엄모(26)씨도 “혼자 살 때는 끼니마다 밥을 차리는 게 귀찮고 피곤해서 잘 해먹지 않다 보니 굶거나 대충 먹는 게 일상이 됐다”며 “과일도 전혀 먹지 않아 영양 불균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엄씨는 최근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왕복 2시간 거리의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란 사실은 공포로 다가온다. 아내와 이혼한 뒤 16년째 혼자 살고 있는 박모(51)씨의 고민은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다. 혼자 지내다가 죽고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사례들이 뉴스에 나오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는 547명에 달했다. 고독사는 따로 통계가 없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박씨는 “또래 남성 1인 가구들은 우울증에도 많이 걸려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않다”며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최소한의 주변 도움이라도 받으려고 복지관 등을 열심히 다니며 동네 주민들을 사귀고 있다”고 털어놨다.●고령일수록 사회적 관계망 형성 노력 필요 이처럼 외로움이라는 적과 싸우는 1인 가구는 개인적으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고립되기 쉽다. 고령일수록 사회적 관계망은 1인 가구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1인 가구 중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사회 관계망이 잘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이야기 상대는 평균 2.1명,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1.9명인 반면 만족도가 낮은 집단은 이야기 상대는 1.2명,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약 20년째 혼자 지내는 우모(68)씨 역시 은퇴 이후 적적해진 삶을 달래기 위해 마라톤을 하며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만난다. 식사는 집에서 혼자 하지 않고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우씨는 “번거롭게 식사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급식소에 가면 ‘혼밥’(혼자 밥먹기)하지 않아도 되고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우산그늘/조은희

    무대 어두운 파란빛 조명. 조명은 무대 후면만 들어오며 그 빛은 관객석으로 뻗어나간다. 관객들은 소품과, 인물들의 그림자 속에서 무대를 관람한다. 무대 중앙을 제외한 후면의 극 상하수는 조명의 빛이 흐릿하다. 빛이 흐린 어둠 속에서 인물들은 대기를 할 수 있다. 프롤로그, 새미의 학원 앞 / 저녁 빗소리. 그 소리는 폭우같이 거세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조명은 옅고 어두운 파란빛. 무대의 전면 상수에는 연성이 우산을 들고 있다. 무대 전면 하수에는 문준이 우산을 들고 있다. 새미, 등장. 입으로 학생이 할 법한 욕을 중얼거리며, 메고 있던 가방을 머리 위를 가리듯, 든다. 새미는 무대 전면 중앙으로 뛰어온다. 연성과 문준. 동시에 돌아본다. 새미가 중앙에 선다. 웅덩이를 밟은 듯, 첨벙 소리가 난다. 문준과 연성은 동시에 고개를 객석으로 향한다.문준 우새미! 아빠 왔다! 새미, 교복 바지가 젖은 듯. 욕을 하며 발을 들어 확인한다. 문준 아빠 왔다고! 바지 다 버렸네. 아침에 빨래했는데, 또 세탁기 돌려야 해? 연성 새미? 혹시 너가, 우새미 맞지? 새미 예? 맞는데요? 이렇게 비 오는 날. 절 왜요? 연성 나야. 김연성. 새미 누구냐니까요. 연성 네가 처음으로 손가락을 쥔 사람. 새미는 연성을 돌아본다. 새미를 제외한 모두 앞을 보고 있다. 문준의 우산이 눈에 띄게 처지듯, 내려간다. 문준의 얼굴이 우산에 가려진다. 1장, 새미의 집 / 저녁 무대 후면. 옅은 하늘빛 조명과 노란 조명이 무대를 밝힌다. 무대 전면에 소형 테이블과 큐빅 2개가 있다. 문준은 무대 후면에 있다. 문준은 젖은 우산을 펼친 채 조명 앞에 둔다. 우산 모양의 그림자가 바닥에 그려진다. 동시에 무대 상수에 있던 새미가 연성을 어둠 속에 뿌리쳐 놓고, 비교적 밝은 전면으로 들어온다. 문이 닫히는 소리. 연성은 문을 두드리는 손짓을 한다.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문 열어! 새미 들어오지 마요! 이런 행동, 불법인 거 아시잖아요? 문준이 손을 소매에 닦으며 무대 전면으로 이동한다. 새미 아빠, 우산 또 저렇게 해놨어? 저러면 바닥에 물 떨어진다니까. 바닥이 원목이라 물 몇 방울이라도 나무가 이리저리 운다고 말했잖아. 문준 잘 기억하네? 내가 그랬었지. 나무라 이리저리 뒤틀린다고. 근데 물이야 닦으면 되는 거고. 우산은 접어서 보관하면 녹슬어. 새미 어차피 내일도 비 오거든요. 추적추적. 약해지겠지만요. 문준 갈색 얼룩보다는 낫지, 녹슬면 흉해지고, 가지고 다니기 싫어지니까. 쾅쾅쾅! 연성 (문 두드리며) 새미야. 김새미. 인터폰 통해서라도. 얘기만 하자. 아니면 얼굴이라도. 문준 이제는 성까지 바꿔버리네. 새미 여기는 우문준, 우새미. 우씨 집안이에요! 잘못 찾아오셨어요! 잠시 잠잠하다. 새미 아빠 밥은? 문준 아까 낮에 햇볕 아래에 누워 있었는데, 배가 금방 찬 것 같더라니. 다시 출출해졌어. 새미 요즘 따라 먹구름이 자주 껴서 그래. 문준 그렇지? 아빠가 이상한 거 아니지? 새미 물을 걸 물어 아빠. 18년간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문준 한 번은 아니고…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는 아니겠지? 새미 아빠도 수명은 있을 거 아냐. 나 학원에서 꼬부랑 글씨를 너무 봐서 그런가. 배가. 쾅쾅쾅! 연성 새미야! 너가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나 기다린다! 문준 (무시하려는 듯) 배고프지. 우리 야식 먹을까? 새미 오랜만에 배달 시켜 먹자! 나 조금만 더 시켜 먹으면 배달 앱에서 아이디 등급 올려준대. 어때 아빠? 피자? 문준 아냐. 내가 해 줄게. 금방이야. 군만두가 냉동실에 한가득이야. 자리 비좁아. 새미 아빠 힘들잖아요. 나도 이제 그것쯤은 알아. 뭐 시켜 먹을까? 그 전에 나 옷 갈아입고 올게. 문준 아빠가 이렇게 해 줄 수 있을 때 먹어. 나 늙으면 해 달라 해도 안 해 준다. 그땐 새미 네가 나한테 해 줘야지. 새미 말을 꼭 할아버지처럼 하네. 아빠 아직 한참 멀었어. 수명 240세 시대야. 120세 하프 세대도 훌쩍 넘은 지 오래구만. 문준 그건 너한테 해당되는 얘기고. 여튼 군만두 개수는 내가 알아서 한다? 다 먹어야 해? 새미 알겠어. 문준 무대 중앙 하수로 간다. 문준은 어둠 속에 있다. 문준은 무대 중앙을 등지고 있다. 문준은 앞치마를 맨다. 문준은 요리하는 시늉을 한다.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새미는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푼다. 단추를 풀자, 반팔티가 나온다. 새미가 교복 바지를 벗는다. 바지를 벗자 체육복이 나온다. 문준 교복 아무데나 벗어두지 말고! 방에 갖다 놔. 새미 개고 있어! 아빠는 맨날 보지도 않고 단정 지어! 새미는 큐빅 위에 교복을 아무렇게나 올려둔다. 새미는 무대 전면 상수로 이동한다. 새미 김이 많이 서렸네. 이러면 아빠가 계속 배고플 텐데. 새미는 호 입김을 분다. 와이셔츠 소매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그 행동은 느리게 진행된다. 그때, 쾅쾅쾅. 이번엔 아무 소리도 없다. 새미는 문준이 있는 무대 하수를 본다. 새미는 연신 눈치를 보며 연성이 있는 문으로 다가간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 연성 새미…! 새미 쉿, 아빠 요리하러 갔어요.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해요. 이 집에 지금 못 들어오는 이유, 제가 보낸 봉투에 다 담겨 있을 텐데요. 연성 사정이 있었어. 네가 모를 사정. 새미 그래요. 그쪽의 유전자를 인공 난자에 넣을 때도 제가 이해해야 될 사정이 있었나요? 몰랐어요. 아직 고등학생이라. 연성 난 연구원이었어. 첫 연구가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어. 성공해서…기뻤지만. 그게 널 데려가기 전에는. 새미 말 조심해요. 문 닫기 전에. 연성 지금 말씨름하자고 만난 거 아니야. 난 알고 찾아갔어. 너의 아빠가 널 데리러 온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내가 엄마라는 건 안 밝혔잖아. 얼굴도 제대로 못 봤을 거야. 우산을 모자마냥 푹 눌러쓰고 있던데. 새미 엄…이란 단어는 내 앞에서 쓰지 마세요. 밝혀주지 않은 덕분에 난 아빠한테 그 쪽이 게임 유저라고 밝힐 거예요. 제가 판 희귀 아이템을 돈 주고 사러 온 게임 유저요. 그러니까, 조용히 가 주세요. 나머지는 서류로 이야기하죠. 새미는 문을 쾅 닫는다. 문준이 프라이팬을 들고 등장한다. 문준 받침대 없어? 받침대. 새미는 받침대를 까는 시늉을 한다. 새미 아빠 잔치 열어? 무슨 만두가 북한산처럼. 문준 그 사람은 갔어? 새미 어? 새미, 군만두를 입에 넣는 시늉. 새미 (후하후하 대며) 아 뜨거! 음 그 사람? 내가 모바일 게임에 현질을 좀 해서, 아이템이 남더라고 그래서 판다고 했는데. 오죽 급했는지 우리 집 현관까지 온 거야. 그래서 돌려보냈어.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급한지. 문준 갓 튀긴 만두, 허겁지겁 혀 데면서 먹은 놈이 할 말은 아니네요. 정말 간 거 맞아? 새미 갔어. 뒷모습도 봤는걸. 문준 일부러 그 사람 것도 구웠는데. 그래서 많아졌어. 다 먹을 수 있지? 아들? 둘의 젓가락이 왔다 갔다 하나, 힘이 없다. 새미는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문준 야 우새미. 너 설마 벌써 다 먹은 거야? 새미 …입맛이 없어. 문준 말도 안 돼. 이거 다 어떡해? 아까는 다 해치울 듯이 굴더니. 새미 내일 아침 반찬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서 일부러 남기는 거야. 문준 그래 그럼, 아빠가 다 먹는다. 숟가락 줄면 나야 환영이지. 새미 나 먼저 씻을게. 새미 무대 상수로 퇴장. 문준은 젓가락질을 하려다가 내려놓는다. 아까 새미가 서 있던 창문 뒤에 선다.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문준 날이 흐리네. 문준은 새미의 교복을 갠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2장, 새미의 학원 앞 / 낮 잔잔한 보슬비 소리. 연성이 우비를 입고 있다. 무대 상수에서 문준이 우산을 들고 등장. 연성 어? 문준 (혼잣말로)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듯) 다 큰 어른이 부끄럽지도 않나. 연성 네? 문준 고등학생이랑 거래하는 거 말이에요. 연성 그게 워낙 희귀한 아이템이라. 제 시간, 돈, 다 쏟아붓는 겁니다. 문준 난 그 애의 아빠예요. 계속 이러시면. 연성 새미 말을 진짜 믿네요? 문준 계속 이러시면 신고할 겁니다. 접근금지 신청도 내릴 거고. 연성 내가 걔 본명을 어떻게 알 것 같아요? 문준 보나마나 은행 계좌겠죠. 입금을 하라고 새미가 본명을 알려 줬을 거니까. 연성 난 당신 본명도 알아요. 새미가 이름 하나는 잘 짓네요. 문준 현실 세계로 돌아오세요. 맨날 게임만 하니까 현실과 가상을 분간 못 하잖아요. 문준은 연성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다. 연성은 문준 쪽으로 돌아선다. 문준 제가 새미 대신 아이템값 배로 환불해 드릴 테니까. 거래 파기하세요. 연성 걔가 먼저 연락했어요. 저한테. 문준 그러니까 배로 쳐드린다구요. 없었던 일로 합시다. 연성 우산부터 위로 올리고, 절 보면서 말하세요. 문준 그쪽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 연성 새미도 궁금할 겁니다. 항상 비 오는 날만 데리러 오는 당신을요. 아무리 길이 물기로 미끄럽다고 해도요. 문준 내 아들이 유치원생도 아니고, 그냥 산책 겸 데리러 온 거죠. 우산도 따로따로 쓰는 마당에 무슨 소리예요. 연성 우산 그늘 아래 숨어서 아빠 노릇하는 거 지겹지 않아요? 우산이 올려져 완전히 얼굴이 드러난 문준. 연성 쪽으로 돌아선다. 연성 당신은 기호랄 것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한테 맞춰서 제작되었으니까. 근데 요즘 좀 지겨울 겁니다. 연성이 문준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간다. 우산끼리 부딪힌다. 연성 내가 당신 버전을 한 칸 올렸거든. 문준 이건 불법이야. 연성 원래 회수 절차예요. 알아요? 문준 새미 몸이 성장이 거의 됐다고 해도 완전한 성인이 아니에요. 회수는 2년도 더 남았다구요. 저는 새미가 대학 가는 거까지만 지켜볼 거예요. 연성 온몸이 뜨거워지지 않나요? 문준 네? 연성 햇빛 쬘 때, 햇빛보다 몸이 더 뜨거워지지 않냐구요. 그러니까 방금 한 따끈따끈한 밥보다 밥을 먹는 인간의 몸이 더 뜨거운 것처럼요. 연성은 문준의 표정을 살핀다. 연성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네. 다른 비유를 들어야 하나… 죄송하지만 당신 지능 지수가 몇 점이죠? 문준 예의를 지키세요. 연성 순수하게 묻는 거예요. 이런 질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잖아요. 당신 같은 존재를 위한 헌법이 나온 지 겨우 5년도 안 됐어요. 아직 개정 중이고요. 문준 새미가 더 잘 알 거예요. 당신 말대로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미의 아빠니까. 지금 어떤 위치에서 당신이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함부로 대할 자격 없습니다. 새미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연성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서, 당신도 인간처럼, 건조해진 거예요. 이유는 당신이 알 테죠. 지금은 몰라도 나중엔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문준 인간처럼? (사이) 저는 아버지예요. 우린 잘 살고 있었어요. 아무 탈 없이요. 저는 그렇다 칩시다. 새미는요. 적어도 새미의 의사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성은 말이 없다. 문준 알면 돌아가세요. 새미가 어제에 이어 또 당신의 얼굴을 보기 전에요. 연성 정말 입을 떼기가 어렵군요. 문준 그래요. 신고가 두려우시겠죠.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그때, 무대 하수에 새미가 서 있다. 새미는 어둠 속에 있다. 연성 한 달 전, 새미가 절 찾아왔어요. 새미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다. 문준 속임수 안 통해요. 연성 거짓말은 벌써 전부터 끝났어요. 새미의 팔이, 연성에게 서류 봉투를 건넨다. 연성, 봉투를 조심스럽게 받는다. 연성 연구실 직원이 조용히 저에게 건네더군요. 새미가 보낸 서류였어요. 저는 그것을 찬찬히 읽고 또 읽었어요. 마치 좋아하는 소설의 구절을 반복해서 읽듯이요. 새미 ‘父 우문준의 소유권을 가진 子 우새미는 출생원의 절차에 따라, 父 우문준을 회수함에 동의한다.’ 연성 회수 담당이 내가 된 거예요. 그 아이가 손을 뻗어 감쌌던 손가락의 주인공인 내가. 엄마인 내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을 기회가 온 거예요. 새미 엄마, 이제 돌아올 때가 됐어요. 연성 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문준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거예요? 새미는 어제도 내가 배고픈지 걱정했던 애예요. 그래서 아무데나 막 서명한 겁니다. 출생원에서 혹시 제 배터리를 갈아주지 않을까 해서요. 연성 도망가지 마세요. 문준 당신이 새미에 대해 무얼 말할 수 있죠? 손가락 하나 쥐어 주었다고 해서. 당신보다 두 마디 더 길어진 새미의 손이 그때와 같을 것 같나요? 빗소리가 거세진다. 문준은 연성에게 달려들 듯이 다가선다. 연성 아빠 노릇해서 얻은 데이터베이스,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죠. 문준 그 데이터베이스는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에요. 문준은 우산을 바닥에 떨어뜨리듯 내린다. 문준 난 새미가 자라는 모습을 메모리에 18년 동안 차곡차곡 쌓았어요. 결코 무시 못할 세월이에요. 그래서 엄마인 당신도 수없이 망설 였을 겁니다. 그러다 서류를 받자 용기가 났고 여기까지 왔겠죠. 근데 당신이 잊은 것이 있어요. 내 데이터베이스는 읽어도 새미가 쌓은 기억들은 읽을 수 없음을 말이에요. 문준은 우산을 접는다. 문준은 상수로 퇴장한다. 새미, 무대를 돌아 후면 하수에서 전면 중 앙으로 이동한다. 새미는 후드 모자를 쓰고 있다. 새미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다. 연성 새미야. 왜 비를 맞고 다녀. 감기 걸리게. 새미 얼굴이 다 젖은 건 제가 아닌 걸요. 꽤 오래 서 계셨나 봐요. 연성 우비가 그렇지 뭐. 만들 때, 머리는 안중에도 없었나 봐. 새미 이렇게 서 있으면 아빠가 절 데리러 왔다가도 발걸음을 돌리겠어요. 연성 네 아빠가 그렇게 쉽게 돌아서겠니. 새미 혹시 모르죠. 우리 아빠도 제가 이렇게 돌아설 줄은 몰랐겠죠. 그러니까 아빠도, 저도 서로 모르는 거예요. 연성 생각이 많아졌어. 혼란스러워. 새미 아빠가 나가면, 본인이 빈자리를 채울 거라고 기대하시지 않았나요? 연성 오래된 일기도 망설임 없이 찢는 사람들이 있지. 우리 엄마도 그랬어. 새미 너는? 나라고 다를까? 새미 버려진 건 당신이 아니에요. 나라구요. 내가 태어나서 당신이 엄마가 되었잖아요. 근데 당신이 엄마라서 날 태어나게 한 것처럼, 괴로워하지 말란 말이에요. 연성 괴로워할 자격 없는 거 알아. 그땐 엄마라는 생각보다, 실험이 성공한 기쁨, 연구원으로서의 성취감이 날 지배했어. 지금에서야 두려울 뿐이야. 너도 혹시 날… 갈아 끼우듯 버리는 것이 아닌가. 새미 잠시 말이 없다. 새미 비가 점점 그치고 있어요. 빗방울 떨어지는 간격이, 뜸하네요. 연성 지금쯤이면, 네 아빠가 집에 도착했겠지. 새미 데리러 왔었군요. 연성 그래. 너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새미 맞아요. 아빠는 왜 비오는 날이면 날 데리러 왔을까요? 전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어요.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 눈에 안 보이거든요. 절 괴롭히던 중학교 동창을 만나도 우산을 앞으로 조금만 더 내리면 대통령도 부러워할 벙커가 돼요. 숨은 거라 해도 좋아요. 근데, 아빠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연성 이제 가자. 집으로. 새미 제 선에서 마무리하죠. 연성 너가 부추기겠다고? 새미 네. 아빠는 항상 구름이 없는 날을 좋아했어요. 그런 날에 집에 오면, 아빠는 창가에 서 있었죠. 연성 정말 너가 할 수 있겠어? 새미 내일 봬요. 새미, 후드 모자를 벗고 무대 후면 상수로 간다. 새미는 어둠에 잠긴다. 연성, 무대 하수로 가서 퇴장한다. 조명이 어두워진다. 3장, 아빠의 방 / 밤 드라이어기 소리. 무대가 환해지면, 새미가 문준의 머리를 말려 주고 있다. 새미는 반팔 티셔츠 차림이다. 문준은 비에 젖은 생쥐 꼴이다. 새미는 드라이어기를 내려놓는다. 새미는 수건으로 아빠의 머리카락 나머지를 닦는다. 문준 이러니까 졸리다. 네가 어릴 때 조는 이유가 있었구나. 드라이어기 소리가 시끄러운 데도 휘청휘청. 새미 자, 다 끝났어. 문준 이제 자리 바꾸자. 문준은 드라이어기를 손에 든다. 새미 내가 애야? 문준 다 큰 애다. 다 큰 애. 앉아. 새미 됐어. 나 수학 공부 좀더 하다 자려고. 그리고 나 머리도 안 젖었잖아. 문준 그럼 부엌 불은 네가 꺼라. 아빠 먼저 잔다. 새미 오늘은 안 붙잡네? 맨날 아빠 방에서 자라더니. 문준 너도 이제 다 컸잖아. 새미 일찍도 알아보셨네. 새미 무대 후면 상수로 이동. 스위치 소리. 새미, 베개를 들고 무대 전면 하수로 온다. 새미, 베개를 바닥에 놓고 눕는다. 새미는 관객석과 평행으로, 옆으로 누워 있다. 새미 부엌에 불 껐어. 문준 새미 네가 웬일이야. 달력에다 표시해야 하나. 파란펜으로 동그라미 치고, 아니, 동그라미 두 개. 새미 근데 아빠. 문준 응? 새미 우산은 말려 뒀어? 문준 그러엄. 새미 내일은 비 안 온대. 문준 …. 새미 우산 어디다 놔 뒀어? 거실에 없던데. 문준 저기, 신발장 안쪽에 넣어뒀어. 먼지 쌓이지 말라고. 새미 우산 안 젖은 거 알아. 문준은 말이 없다. 새미 아빠 비 맞는 거 싫어하잖아. 문준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계속 온 거뿐이야. 조금씩 맞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새미 우산이 아빠보다 귀해? 우산은 커버까지 씌워서 가져와 놓고, 아빠는 비 쫄딱 맞으면 무슨 소용이야. 문준 그러고 보니 그렇네. 우산을 신주 단지 모시는 거 마냥… 그렇게 품 안에 감싸고 집까지 걸어왔어. 새미 아빠도 아빠 생각 좀 해. 문준 (용기 내어) 이제 우산들 그만 펼쳐 놓고, 접어서 보관할 때가 온 것 같아. 새미, 무대 후면 쪽으로 돌아 눕는다. 새미 비 오는 날이 싫다는 말이야? 문준 그건 아니야. 여전히 좋아. 새미 그럼 내일 만날까. 아빠? 문준 자자, 새미야. 늦었다. 새미 나 아직 잘 생각 없어. 아빠는 항상 내가 잠드는 거 보고 잤잖아. 문준 내일은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새미 응, 쨍쨍해서 더울 수도 있대. 그래도 목도리는 챙기래. 이게 무슨 말이야? 문준 겉옷도 챙겨. 벗었다가 입을 수도 있는 거. 새미 걷기만 해도 배부를걸. 아빠 오랜만에 포식하겠네. 문준 새미야. 늦었다. 자자. 내일 학교 안 가니? 새미 이런 날 두 번 없어. 밤새도록 얘기하다 잘 줄 알았는데. 내가 다 큰 게 아니라 아빠가 늙은 거 같아. 내가 다시 이 방에서 자나 봐봐. 새미는 일어나서 불을 끈다. 스위치 소리. 조명이 어두워진다. 문준, 새미 머리맡에 간다. 문준은 새미의 베개를 뺀다. 새미 아 씨, 아빠 베개 있잖아! 내 거 돌려줘. 문준 오늘은 아빠 자는 거 봐줘. 먼저 잘게. 문준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새미와 데칼코마니처럼 눕는다.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 너 나 때문에 억지로 가는 거 아니지. 새미 갈 거야 말 거야. 문준은 몸을 일으킨다. 문준 그럼, 돗자리를 준비해 줘. 새미 좋아. 집에 있어. 문준 연두색으로. 새미 아빠가 언제부터 색깔을 신경 썼다고 그래. 우리 집 돗자리는 하얀색이야. 문준 연두색이 산뜻하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색이야. 새미 그럼 내일 나 학교 마치면 3시쯤…. 문준 1시 30분. 나날 공원. 새미 나 그때 수업 중인데. 아는 사람이 왜 그래. 문준 조퇴해. 담당 선생님한테 현장 체험 학습이라고 하든가. 아빠가 허락했다고. 새미는 말이 없다. 새미 아빠, 이런 적 처음인 것 같아. 문준 나도 익숙하지 않아. 새미 아빠 말고, 나 학교 조퇴하는 거 처음이라고. 문준 하긴 이때까지 개근상을 훈장처럼 모아 왔었지. 새미 (졸린 목소리로) 아빠는 뭘 모았어. 문준 유치원 졸업장이랑, 중학교 졸업장이랑 이제 고등학교…. 새미 (거의 자는 목소리로) 그건 우새미. 내 거고. 아빠 거 말이야. 문준 내 거? 난 내 서랍장도 없어. 문준은 자리에 앉는다. 문준 우새미. 자? 아들? 새미는 몸을 뒤척인다. 문준 내일 생기겠네. 연두색 돗자리. 그 위에 나는 누워야지.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로. 하늘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어두워져서 별이 뜨면, 그제서야 집에 돌아올 거야. 비 오던 날만 외출했던 우리를, 나를 잊고 싶어. 조명이 어두워진다. 연성, 무대 상수 어둠 속 서 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준과 새미는 듣지 못한다. 연성은 새미가 주었던 서류 봉투를 안고 있다. 연성은 무대 후면 상수로, 다시 전면의 하수로 왔다 갔다 한다.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연성은 문을 두드리려다가 만다. 그러다 결심했는지, 문 밑으로 서류를 밀어 넣는다. 4장, 새미의 집 / 낮 조명이 밝아지자, 서류 봉투는 사라지고 없다. 문준은 무대 전면에 있다. 문준은 분무기를 허공에 뿌리며, 곱게 접힌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 시늉을 한다. 창문이 잘 닦이지 않는지 인상을 쓴다. 문준 도대체 창문 청소는 언제쯤 하는 거야. 관리비는 누구 콧구멍에 들어갔는지. 원. 새미, 집에 들어온다. 문준 왔어? 새미, 대답 없다. 새미는 가방을 벗는다. 새미는 가방 정리를 한다. 문준 점심은. 새미 공원에서 기다렸어. 문준 아빠는 점심 먹었는데. 새미 아빠랑 점심 먹을 줄 알았어. 그래서 밥 먹기 전에 조퇴했다. 왜. 문준 오늘 날씨 좋은데 공원은 좀 돌아보고 왔어? 새미 응, 덕분에. 문준, 분무기를 뿌린다. 새미 시간 헷갈린 거 아니지? 문준 지금이 몇 신데? 새미 오후 3시. 문준 1시 30분에 만나자며. 새미 나 1시 30분부터 3시까지 공원 정문에서 기다렸어. 그러다가 아빠가 길 잃은 게 아닌가 싶어서 그 넓은 공원을 1시간 반 동안 돌아다녔고. 다리가 아프길래 공원 벤치에서 쉬고 있었는데 공원 시계 보고 알았어. 아, 아빠는 집에 있겠구나. 문준 길을 잃을 리가 없지. 몇 번이나 갔었는데. 새미 아주 오래전이잖아. 문준 오래전은 무슨, 3년도 안 됐어. 새미 미안. 문준, 새미를 돌아본다. 문준은 새미에게 간다. 문준 그거 때문이 아냐. 미안해할 필요 없어. 새미 힘들었어? 문준은 다시 무대 전면으로 와서, 수건으로 창문을 닦는다. 새미 뭐 때문인데? 문준 몰라, 내가 두려웠는지도 모르지. 새미 …사람들이. 문준 응,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말이야. 새미 알아 듣게 설명해 줘. 창문을 닦는 문준의 행동이 멈춘다. 문준 나만 동의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지? 새미가 문준에게 다가간다. 새미 아빠, 난. 문준 돌아가면 난 무엇을 할까 생각 중이야. 새미 회수, 맞아. 돌아가는 건 맞아. 근데 이건 달라. 문준 네가 직접 서류에 서명을 해 놓고, 지금 와서 가지 말라는 거야? 문준은 분무기를 든다. 격하게 분무기를 뿌리다가 수건과 분무기를 힘 없이 늘어뜨린다. 새미 아빠가 달라지게 될 거랬어. 평범하게. 문준 오늘 새벽, 네 손에서 떠났던 서류가 내 손으로 돌아왔어. 나와 반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날 도우려고 한 거야. 새미 그 사람은 내 엄마가 아니야. 유전자만 같지. 문준 인정하긴 싫지만 이걸 돌려주는 순간은 엄마였어. 넌 그걸 알아야 해. 아들. 새미 나는 엄마가 없어! 문준 그 말이 내 가슴도 뚫는다는 걸 아니? 새미 아빠는 구름 없는 날씨를 좋아했지. 나는 그걸 알면서도, 비 오는 날만 아빠가 나갔으면 했어. 아니, 아빠를 숨기고 싶었어! 엄마가 있는 친구들한테서 아빠를 비밀로 하고 싶었어. 문준 내 가슴이 건조해졌다고 그랬는데. 축축하다. 문준이 무대 하수로 가려고 한다. 새미는 아빠를 붙잡는다. 문준 널 뿌리치게 하지 마. 새미 아빠가 창문을 닦을 때조차, 나는 아빠가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싫었어. 혹시 나가고 싶은 거 아닐까? 안 돼, 모른 척하자. 난 못 본 거야. 아빠는 그냥 창 밖을 보는 거야. 바깥에 뛰어노는 애들 소리가 시끄러워서 보는 거야. 문준 나는 눈물 날 정도로 햇빛을 쳐다봤어. 새미 떠날까 봐 무서웠어. 문준 떠날까 봐 무서울 정도였으면 날 떠나 보내는 게 아니라 붙잡았어야지. 새미 …. 문준 새미 네 손으로 직접 서명했어. 내가 아빠가 아니게 해 달라고. 새미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붙잡을 수가 없었어. 새미는 문준을 놓는다. 새미의 고개가 내려 간다. 문준 나 집 청소 하는 것 좀 도와줄래? 새미 바닥에 먼지 한 톨 없어. 문준 내 물건, 정리하려고 했는데 정리할 게 없더라고. 새미 도와줄게. 새미, 무대 하수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새미는 무대 바닥에 앉아, 밝은 전면에 샴푸, 치약, 폼클린징을 옮긴다. 새미 뭐 필요해? 샴푸, 치약, 폼클린징? 문준 이거 다 네 거잖아. 새미 아빠랑 같이 쓰던 거야. 문준 새로 사면 돼. 출생원 앞에도 편의점은 있겠지. 새미 피부에 안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빠 피부 민감하면서. 문준 그럼 너 뭐 쓸 건데, 만들기라도 할 거야? 새미 그렇네…. 벌써 화장실이 텅 비었다. 안 그럼, 요리 도구는 어때. 프라이팬 전자레 인지. 새미 이번에는 무대 후면 하수로 사라진다. 곧이어 우당탕탕 소리. 문준은 그쪽으로 가려다가 만다. 새미 무대로 돌아온다. 새미 다 가져가 아빠. 문준 주방이 텅 빌 거야. 새미 어차피 난 요리 못 해. 그럼 내 방은? 뭐 가져갈 게 없을까. 종이? 문준 집 텅 비고 싶어? 그만해. 청소하는 법 알려줄 테니까. 새미 이거 봐. 이런데 뭐가 챙길 게 없다는 거야? 아빠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굴지 마. 이렇게나 많으니까. 새미 이번에는 무대 상수로 향한다. 우산을 들고 나오는 새미. 문준 어릴 적 썼던 우산이네. 새미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녹이 하나도 안 슬었네. 문준 작지. 그때도 잘 말려서 넣었거든. 새미는 우산을 펼쳐 본다. 새미는 문준에게 씌워 본다. 문준이 새미의 우산을 그러쥔다. 새미 하나도 안 가려져. 비에 다 젖겠어. 새미는 문준의 우산을 가져온다. 새미 그럼 이게 아빠 거지? 밝은 색의 우산. 새미가 우산을 펼친다. 새미 아빠 우산…. 문준 크지? 새미 녹이 다 슬어 있었네. 문준 …. 새미 내 것만 말렸었어? 문준 너 건 예쁘게 잘 말렸지. 맑을 때도 넌 우산을 썼으니까. 아들이 매일매일 쓰는 건데. 바싹 말려야 하잖아. 새미 아빠가 가면. (사이) 내 우산도 저렇게 될 거야. 더이상 쓰지 않을 거니까. 아빠가 아닌, 문준으로 돌아오면 그 우산을 보여줄게. 문준 녹슬면, 보기 흉해.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을 만큼. 새미 갈 거지? 문준 아니. 새미 …. 문준 내가 어딜 가. 여기 전부 있는데. 새미 우산을 손에서 놓아버린다. 전면에서 후면순으로 조명이 밝아진다. 무대가 완전히 환해진다. 문준, 새미 서로 포옹하려다가, 새미가 어깨동무를 한다. 새미 안지 마. 나 다 컸어. 문준 이때 아니면 언제 안아 보냐. 문준은 새미를 포옹한다. 새미도 포옹한다. 암전.
  • 수능 본 고3은 ‘알바 찬밥’… 위험천만 ‘배달 라이더’로 몰린다

    수능 본 고3은 ‘알바 찬밥’… 위험천만 ‘배달 라이더’로 몰린다

    “수능 끝, 알바 시작.”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교 3학년생들이 대거 ‘알바(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미성년자의 끝자락에 있다는 점과 대학 입학까지 두 달 반 정도만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알바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3들은 일용직이나 비교적 환경이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저임금 보장은커녕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사회를 향한 첫걸음부터 좌절을 맛보다 “미성년자는 알바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고교 3학년생인 장모(18)양은 지난 11월 15일 수능을 본 이후 지금까지 알바 35곳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장양은 “연령 무관이라고 표시된 식당과 카페, 호텔 등에 지원했는데도 ‘미성년자는 안 받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이럴 거면 왜 ‘연령 무관’이라고 적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고3 수험생인 이모(18)양도 “수능 끝나고 알바앱을 통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봤지만 단 한 곳에서도 합격 소식이 오지 않아 지금은 포기했고, 주변 친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알바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알바터인 카페에서는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 혹은 ‘20살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사업주들이 미성년자를 고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 주인은 “고3들은 대학 입시를 비롯해 학업을 이유로 알바를 언제든지 관둘 수 있기 때문에 잘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0)씨도 “알바하겠다고 찾아온 고3 학생들을 면접했는데 전부 ‘오래 일하겠다’고 했지만, 2월이 되면 입시 일정으로 빠지기 일쑤고 대학이 개강하고 나면 대부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돌려보냈다”면서 “적어도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알바를 구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11월 중순에 채용공고를 올렸더니 수능을 마친 학생 4명이 연락해 왔지만 다 거절했다”면서 “술과 담배를 미성년자가 살 수 없는데, 미성년자가 파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10대들의 치열한 알바 쟁탈전 실제로 수능 직후 알바 시장에 풀리는 고3 학생의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12월은 10대들의 ‘알바 대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취업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10대들의 월별 구직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2월에 구직에 나서는 비중이 43.5%로 연중 가장 높았다. 올해 이번 달 1일부터 16일까지는 13.1%를 기록 중이며, 연말까지 집계하면 30%를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겨울방학 기간인 올해 1월이 15.0%, 여름방학 기간인 7월이 14.2%로 뒤를 이었다. 또 지난달 알바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1632명을 대상으로 ‘알바를 처음으로 시작한 나이’를 설문한 결과 평균 19.4세로 나타났다. 수능이 끝난 뒤가 32.0%로 가장 많았고, 대학 입학 이후도 31.1%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고등학교 24.8%, 중학교 7.1% 순이었다. ●목숨 걸고 질주하는 청소년 라이더들 인기 알바를 구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주로 단기·단순 노동 위주의 극한 알바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차량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배달 ‘라이더’가 대표적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이모(18)군은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하루 12시간 일을 하고 월 250만원 정도를 받는다. 배달은 ‘신속’이 생명이다 보니 늘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찔한 질주를 한다. 그런데도 ‘4대 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다. 이군은 “10대들은 단순 노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배달량이 늘어나 일손이 부족하다”면서 “배달일이 춥고 위험하다 보니 다른 알바보다 비교적 빨리 구해진다”고 말했다. ‘라이더’ 알바생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비하와 무시를 당해 힘들어하는 알바생이 많다. 김모(18)군은 “눈이 많이 오는 날 눈을 맞아가며 힘들게 음식을 배달했는데, 음식을 받던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에게 ‘눈사람에게 인사해야지’라고 말하며 저를 눈사람 취급했다”면서 “‘이런 배달일을 언제까지 하고 있을 거냐’며 무시하는 손님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바 현장에서 청소년은 ‘을(乙) 중의 을’ “최저 시급을 지난해 기준(6470원)으로 받겠다고 했는데도 떨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은 운 좋게 알바를 구하더라도 현장에서 지독한 ‘을’의 신세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를 당하는 등 업주의 횡포에 휘둘리는 일이 잦은 것이다. 근무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휴식시간을 주지 않고, 업주의 폭언·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다반사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에 따르면, 고교생 A군은 시급을 그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준다는 편의점 알바 공고를 보고 면접에 응시했다. 하지만 점주는 “최저임금은 경력직일 때의 얘기”라며 공고 내용과 다른 말을 했다. 그러면서 “초보이기 때문에 수습기간으로 보고 시급 6000원만 주겠다”고 제안했다. A군은 “채용 공고에는 초보도 상관없다고 돼 있었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B군은 식당에서 하루 9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월 180만원을 받았다. 퇴근 시간은 자정이었지만, 업주가 ‘책임감’을 강조하며 추가 근무를 종용해 새벽 2시는 돼야 퇴근했다. 이에 B군은 “퇴근 시간만큼은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업주는 “너처럼 생각하는 직원과는 일하기가 벅차다”면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업주는 B군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당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B군은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부당 해고를 공식적으로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알바생 59.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8%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근무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은 25.8%, 임금을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지급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는 28.8%에 달했다. 근무 중 폭언과 폭행, 성희롱에 노출된 청소년도 9.4%로 집계됐다. ●“알바생은 ‘알바 십계명’을 잊지 마세요” 직장 내 갑질의 피해자 상담과 법률 지원을 하는 ‘직장갑질 119’는 수능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곧 사회로 나가는 고3 청춘들을 위한 ‘알바 꿀팁 십계명’을 발표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알바 갑질 제보가 많이 접수돼 꿀팁 십계명을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슬기로운 직장생활- 알바편’ 꿀팁 십계명에 따르면 일하기 전에는 ▲채용공고 캡처하기 ▲근로계약서 쓰고, 받기 ▲최저시급 확인하기 ▲4대 보험 가입 등이 ‘꿀팁’으로 제시됐다. 일을 하는 도중에는 ▲일한 시간 체크 ▲괴롭히면 녹음하기 ▲주휴수당 챙기기 ▲유급휴가 챙기기 등이, 사직할 때에는 ▲사직서는 신중하게 ▲강제노동은 불법 등이 제시됐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알바생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1년 미만 계약직이나 청소, 판매, 서비스 등 단순노무직일 경우에는 수습기간이라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100% 받아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에는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다. 이는 수능을 마친 고3뿐만 아니라 모든 알바생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미성년자라고 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청소년 알바생 노동권 보장에 나선 정부 정부도 청소년 알바생 보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근로보호센터를 통해 청소년이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상담을 제공하고 현장 도우미를 연계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올해 한 해 상담건수는 3만 1173건, 중재에 성공한 건수가 1만 7785건으로 집계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 알바 상담 대부분이 법적 절차로 가기에는 애매한 소액임금 미지급이 많다”면서 “현장 도우미들은 업주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신해 업주와 면담을 하는 식으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 약 600회에 걸쳐 진행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내년에는 1800회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는 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면서 “교육 요청이 늘어나는 만큼 내년에는 일반 중·고교와 학교 밖 청소년, 알바 현장의 고용주들까지도 교육 대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작 1~2시간의 노동 교육만으로는 노동 현장에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것도 배우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주휴수당, 주52 시간, 특례업종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 선진국처럼 중·고교생 때부터 노동권과 관련한 분야를 정규과목으로 편성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페라리 세 대 추돌 수리비 4억원 막막했던 20세 청년에게 생긴 일

    페라리 세 대 추돌 수리비 4억원 막막했던 20세 청년에게 생긴 일

    밴 승합차가 페라리 승용차 세 대를 뒤에서 들이받아 수리비만 1200만 대만달러(약 4억 44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대만의 20세 젊은이 린친샹이었다. 당연히 그는 가진 게 없었다. 가족 역시 수입이 변변찮았다. 홀어머니는 그가 다니던 대학을 중퇴시키고 절 입구에서 불공 들이는 데 쓰이는 금색 돈을 팔자고 했다. 아버지는 그가 중학교를 마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형도 일하고 있었고 여동생은 고교생이었다. 사고가 난 일요일 새벽, 린친샹은 낮에 금색 돈을 팔고 밤에는 바베큐 식당에서 새벽 3시까지 일하고 귀가했다. 그런데 근처 절에 물품을 일찍 배달해야 했던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다고 해 대신 운전대를 잡고 어머니와 함께 배달을 갔다가 오전 5시40분 깜빡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이런 대형사고를 내고 말았다. 명품 승용차 네 대가 드라이브를 가려고 새벽에 모여 있었다가 이런 변을 당했는데 다행히 운전자들은 모두 밖에 나와 있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찰이 음주 검사를 했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운전 기록도 깨끗했다. 그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응원 글이 쏟아지고 기부금이 답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큰 빈부 격차 때문에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던 상황이었다.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그와 가족들에게 수리비와 변호사 비용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가족의 가게에 찾아와 자기 일처럼 일을 거드는 이들까지 있었다. 린친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거나 찾아와 용기를 내라고 말씀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형편이 좋지 않은 분들은 가게 일을 돕겠다고 오신다. 몇몇 분은 형편이 여의치 않은데도 우리에게 돈을 주신다. 5000~1만 대만달러 정도인데 ‘먼훗날 사회를 돕는 데 쓰면 된다’고 말씀해주신다”고 감격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식 모금 계좌를 열었더니 100명 정도가 적게는 4 대만달러, 많게는 6500 대만달러를 기부해 벌써 74만 대만달러가 걷혔다. 린친샹이 중퇴한 대학에서는 복학하면 받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일부 누리꾼은 페라리 주인들에게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따라 한 소유주가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러자 린친샹은 친절한 제안에 감사드린다면서도 보험사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개인적으로 배상해야 할 부분은 조금씩 갚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대만 근로자의 월 평균 수입은 3만 5000 대만달러라 린친샹이 28년 동안 일해야 갚을 수 있다. 그의 가족이 든 보험은 인적 피해만 보상되지 물적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수리비를 갚는 것이 온당한 일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 결코 의도적인 사고가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일에 대해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인터폰에 버젓이 적힌 숫자…공동현관 비번이 털리고 있다

    인터폰에 버젓이 적힌 숫자…공동현관 비번이 털리고 있다

    새벽 배송업체, 주문 때 비밀번호 요구 일부 입주민도 배달원과 암묵적 공유 아파트 등 주거침입 4년새 7.7% 증가 ‘몰카’ 설치 후 비번 알아내 몰래 들어가 외부인 통제 어려워 카드키로 교체도“앞으로 공동 현관 출입은 카드키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최근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는 보안상 이유로 비밀번호를 통한 현관 출입을 금지했다.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현관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입주민이 아닌 사람까지 비밀번호를 알고 자기 집 드나들듯 한다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외부인이 출입하려면 경비실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비밀번호가 이미 널리 노출돼 출입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의 현관 비밀번호가 허술하게 관리되면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새벽 배송업체들이 주문을 받을 때 현관 비밀번호를 기재하게 한다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현관문에 아예 비밀번호를 써놓은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편리성과 보안을 맞바꾼 꼴”이라면서 “1차 방어선이 무너지면 개별 가정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6일 경찰청에 따르면 주거침입 발생 건수는 2013년 8268건에서 지난해 1만 1829건으로 4년 사이 43.1% 증가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거침입 발생 건수도 같은 기간 2119건에서 2282건으로 7.7% 늘었다. 개별 가정마다 ‘도어록’ 등 잠금장치를 설치한다 해도 주변에 숨어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훔쳐 보거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말 서울 강북의 한 주택가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있는 집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3일 만에 검거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주일 전 계단에 숨어 여성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지난 2월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아파트 복도 천장에 화재감지기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입주민들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모습을 촬영한 40대 남성 2명이 검거됐다. 지난 1월에도 해운대구에서 블랙박스형 몰카를 설치해 혼자 사는 여성의 자택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12차례에 걸쳐 몰래 집에 드나든 20대 남성이 적발됐다. 주거침입은 성범죄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981건으로 집계됐다. 주거침입 강제추행이 483건(49.2%)으로 가장 많고, 주거침입 강간 335건(34.1%)이 뒤를 이었다. 실제 지난 8월 3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가에서는 3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자고 있는 집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여성이 깨어나자 폭행을 하고, 이를 말리러 온 이웃 주민들까지도 심하게 때려 결국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현관문 보안을 풀어놓거나 암묵적으로 공유하도록 내버려둔다면 범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보안의 생활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인간극장’ 지나유 “우유배달 7개월 째,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간극장’ 지나유 “우유배달 7개월 째,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간극장’ 지나유의 우유배달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지나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부운~ 지금 KBS2에서 #인간극장 #지나유 스페셜 합니당♥ 못 보신 분들 봐주세영”이라는 글을 통해 ‘인간극장’ 재방송에 대해 알렸다. 지나유(본명 유지나, 26)는 걸그룹 배드키즈 출신 트로트 가수다. 그는 지난달 KBS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다. 지나유는 7개월째 새벽 우유배달을 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주일에 다섯번 아파트 단지에서 우유 배달을 하며 한 달에 45만원을 번다고 말했다. 지나유가 우유배달을 하게 된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었다. 지나유의 가수 활동을 반대했던 가족들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고는 지나유를 전폭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한 것. 아버지는 지나유의 기획사 대표를, 이모는 이사를 맡아 지나유의 스케줄을 직접 관리했다. 지나유의 어머니와 쌍둥이 언니 유안나는 생계를 책임지며 지나유의 가수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보탰다. 지나유는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새벽에 배달이 끝나서 가수 활동에 지장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나유는 2014년 ‘귓방망이’, ‘바밤바’ 등의 곡을 낸 걸그룹 배드키즈로 데뷔했다. 이듬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지나유는 지난 7월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5’에서 가수 홍진영의 모창 능력자로 출연했다. 사진=KBS ‘인간극장’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골·골·골·골… 이것이 ‘불패 축구’다

    골·골·골·골… 이것이 ‘불패 축구’다

    남태희-황의조-문선민-석현준 득점 조현우·박주호 등 수비진도 철벽 방어 감독 부임 후 3승3무… 6연속 최다 무패 사우디와 사상 처음 새해 첫날 평가전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몸 풀듯 가볍게 4골을 터뜨리며 6경기 무패 기록을 새로 썼다.대표팀은 20일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남태희(알두하일)와 황의조(감바 오사카), 문선민(인천), 석현준(랭스)이 릴레이골을 터뜨려 4-0 낙승을 거뒀다. 지난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A매치 6경기를 무패(3승3무)로 장식해 1997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 시행 이후 데뷔 감독의 최다 연속 무패 신기록을 작성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15경기 연속무패 행진을 이으며 역대 상대전적에서 11승4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다. 한국이 우즈베크에 진 건 1994년 9월 5일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0-1), 한 차례뿐이었다. 벤투 감독은 우즈베크전에 간판 골잡이 황의조를 최전방에 세운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공격수 나상호(광주)와 미드필더 주세종(아산), 수비수 박주호(울산), 정승현(가시마), 골키퍼 조현우(대구) 등 5명이 새롭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청용과 나상호가 활발하게 좌우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었고, 중앙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춘 황인범(대전)-주세종이 공·수를 조율했다. 높은 볼 점유율과 빠른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9분 만에 남태희의 발끝에서 터졌다. 속공 상황에서 황인범이 배달한 공을 받은 이용(전북)이 지체 없이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왼쪽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든 남태희가 이를 득달같이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우즈베크의 오른쪽 골문을 흔들었다. 개인 통산 44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A매치 6호골. 전반 24분에는 주세종의 크로스를 받아 이용이 날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 이그나티 네스테로프의 몸을 맞고 나오자 오른쪽 골지역으로 침투한 황의조가 오른발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틀 전 호주전에 이어 A매치 연속 골이었다. 볼 점유율 67%, 슈팅 수 10-3의 우세 속에 전반을 마친 한국은 남태희가 오른발을 접질려 대신 투입된 문선민이 후반 25분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헤딩이 뒤로 흐르자 아크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세 번째 골을 터뜨렸고, 37분에는 석현준까지 2016년 6월 5일 체코전 이후 2년 5개월 만에 골을 터뜨려 대승을 완성했다. 4-0 승으로 2018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한국은 내년 1월 1일(한국시간) 새벽 1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으로 2019년을 열어젖힌다. 대표팀의 새해 첫날 A매치는 사상 처음. 1월 7일 시작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대회 조별리그 C조 경기에 대비해 최종 평가전 상대로 낙점된 사우디는 한국을 상대로 역대전적 5승7무4패, 아시안컵 전적 1승3무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까다로운 상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술 취해 옷 대신 야생동물 구입한 남성의 사연

    술 취해 옷 대신 야생동물 구입한 남성의 사연

    지난 11일, 중국 싱글들을 위한 날이자 최고의 쇼핑시즌인 ‘광군제’에 술 취한 한 남성이 사려던 옷 대신 기대 이상의 물품을 구입해 화제다. 13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술김에 돼지, 공작새, 장수 도롱뇽을 잘못 주문한 남성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서 1만 4000건 넘게 공유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남성은 지난 12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 “어제 아침 이른 새벽에 술 취한채로 쇼핑몰 타오바오에 들어가 쇼핑을 시작했다. 옷 2벌만 샀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그는 갑자기 옷 배송 날짜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 목록을 확인했고, 자신이 구매한 것이 옷이 아닌 돼지와 공작새임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남성은 또 다른 온라인 마켓 징동닷컴에서 장수도롱뇽까지 구입한 상태였다.남성이 올린 상세 거래 내역을 보면, 태국 미니 돼지 한 마리에 278위안(약 4만 5000원), 청공작에 390위안(약 6만 4000원), 무게 1.4~1.6kg사이의 장수도롱뇽에 288위안(약 4만 7000원)을 각각 지불한 사실을 알 수 있다.해당 사이트에서는 많은 애완동물과 외래동물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물 중에는 법으로 금지된 멸종 위기종도 있지만 중국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배달하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지난 5월 경찰은 짧은꼬리원숭이를 구매한 남성을 통해 불법 야생동물 밀수단을 급습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온라인으로 야생동물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 7월 산시성에 사는 21세 여성은 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줄무늬 우산뱀을 구입했다가 뱀에 물려 결국 사망했다. 사진=123rf, 웨이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동시다발 ‘폭탄 소포’… 美 중간선거 흔들다

    동시다발 ‘폭탄 소포’… 美 중간선거 흔들다

    FBI “사제 파이프 폭탄…국내 테러일 듯” 反트럼프 향한 ‘테러협박’에 공화당 긴장 트럼프 ‘정치적 폭력’ 규정… 후폭풍 차단반(反)트럼프 진영 인사와 미디어를 향한 동시다발적인 ‘폭탄 소포’가 배달된 사건으로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이번 폭탄 소포 사건이 정치 테러로 규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10여일 남은 내달 6일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도 커 백악관과 공화당,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헤지펀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민주당 인사 3명, CNN 뉴욕지국까지 최소 8곳에 폭탄 소포가 배달됐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앞으로 보내진 수상한 소포를 현재 추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에게도 우편 폭발물이 보내졌다. 폭발물 소포가 배달된 이들은 백인 민족주의 진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이 비판하던 인물들이다. CNN 등에 따르면 25일 새벽 로버트 드니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더트라이베카 그릴’에 파이프 폭발물이 들어 있는 노란색 포장지의 소포가 배달됐다. 비슷한 형태의 폭발물이 배달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와 진보성향 언론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공화당 지지 극우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브렛 캐버노 대법관 성폭행 주장 역풍과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 문제로 공화당 표가 결집하는 상황에서 폭발물 배달이 민주당 지지층을 자극하면서 13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의 ‘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선거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보고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폭발물 배달이 이어짐에 따라 중간선거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FBI는 발견된 폭발물들은 모두 누런 마닐라지(목재 펄프에 마닐라삼을 섞어 만든 종이) 봉투에 담겨 있었다. 또 봉투에 성조기가 그려진 ‘포레버’(forever) 우표 6장이 붙어 있는 정황으로 볼 때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된다. FBI는 “폭탄 소포들은 국제 테러가 아닌 국내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든 우편물에서 발견된 폭발물이 다소 조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배달된 폭탄 소포들은 경호·수사당국이 사전에 차단해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지만 이른바 ‘반트럼프’ 진영을 향한 ‘테러 협박 시도’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공화·민주 양당은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규탄하고 나섰다. 폭발물의 표적이 민주당에 집중된 탓에 앞으로 수사가 진행될수록 공화당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은 서둘러 이번 사건을 ‘정치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하는 등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도 미국 내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월드피플+] 피자집 청년, 죽음 앞둔 단골위해 왕복 720㎞ 배달한 사연

    [월드피플+] 피자집 청년, 죽음 앞둔 단골위해 왕복 720㎞ 배달한 사연

    죽어가는 남성에게 피자 배달을 한 10대 남학생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지난 주말 미국 CBS 자회사인 WWMT-TV는 미시간주 배틀크리크시 스티브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청년 달튼 쉐퍼(18)의 잊지못할 경험을 소개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저녁, 평소처럼 근무 중이던 달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의 사위 릭 모건이 오랜 고객이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암 투병 중인 사위가 스티브 피자의 열렬한 팬이었고, 인디애나주로 이사를 와서도 피자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위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됐고, 중환자실에 실려가면서 계획을 취소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대신 가게 측에서 아픈 사위에게 격려 문자나 카드를 보내줄 수 있는지 정중하게 물었다. 쉐퍼는 “한 때 소중한 고객이었던 모건이 앞으로 피자를 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사연을 전해들은 후, 카드를 보내는 것 이상의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종류의 피자를 먹고 싶어 하는지 물었다”고 털어놨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 가게 문을 닫은 쉐퍼는 피자를 싣고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를 운전한지 세 시간 반이 지나 362㎞ 떨어진 인디애나 주에 도착했다. 모건의 아내 줄리는 새벽 2시 30분에 피자를 들고 나타난 쉐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쉐퍼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피자를 들고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줄리는 “25년 전 우리는 배틀크리크시에 살았다. 금전적 여유는 없었지만 남편은 매 월급날 스티브 피자를 저녁으로 사왔다”면서 “이 집 피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여기보다 더 나은 피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스티브 피자는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데, 쉐퍼는 우리 가족이 힘든 시기에 정말 큰 기쁨과 함께 맛있는 피자도 가져다주었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먼 거리를 달려와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줄리 가족은 쉐퍼에게 호텔 방을 잡아주었으나 그는 사양하고 먼 길을 다시 돌아갔다. 사진=CBS, 페이스북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시한부 암환자 옛 단골 위해 362㎞ 피자 배달 청년 화제

    시한부 암환자 옛 단골 위해 362㎞ 피자 배달 청년 화제

    시한부 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과거의 단골손님을 위해 362㎞이나 떨어진 곳까지 피자를 배달해준 피자 가게 점원의 애기가 미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리치 모건과 그의 아내 줄리는 25년 전 미시간주 배틀크릭에 살 때 동네에 있는 ‘스티브스 피자’를 주로 찾았다. 이 곳에서 먹는 피자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폴리스로 이사한 부부는 올해 아내 줄리의 생일에 오래 전 추억이 깃든 배틀크릭 스티브스 피자를 찾아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리치의 암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부부는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줄리의 친정아버지 데이비드 돌키는 딸과 사위가 스티브스 피자를 먹으러 여행갈 계획을 세웠다가 암 증세가 악화돼 무산된 것을 알고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 13일 저녁 스티브스 피자에 전화를 걸었다. 돌키는 스티브스 피자 점원에게 딸과 사위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고, 바쁘더라도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줄 수 있겠는지 물어봤다. 단골손님이 오랜만에 가게를 찾아오길 바랐지만 그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이 크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부탁한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5분 뒤 다시 피자 가게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화기에서는 “어떤 피자를 원하느냐”는 말이 들려왔다. 돌키는 362㎞ 떨어진 가게의 점원이 어떤 피자를 원하느냐고 물러본 것에 놀라면서 엉겁결에 “페퍼로니피자와 버섯피자”라고 답했다.돌키에게 전화를 걸어 주문을 받은 이는 스티브스 피자 가게 업주 손자인 돌튼 셰퍼(18)였다. 셰퍼는 “가게 영업을 끝낸 뒤 피자 두 판을 배달해주겠다”고 말했다. 미시간주에서 인디애나주까지 배달이 가능한 거리도 아니고, 스티브스 피자는 원래 배달서비스를 하지 않는 가게였기 때문에 믿기 힘든 얘기였다. 하지만 셰퍼는 정말로 3시간 30분이나 차를 몰고 가는 장거리 배달에 나섰다. 피자가 도착한 시간은 14일 새벽 2시 30분이었다. 피자 두 판을 들고 먼 길을 달린 셰퍼는 “전화로 사연을 듣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고비 한 푼 받지 않았고 “호텔을 잡아 줄테니 눈 좀 붙이고 가라”는 제안에도 아침에 일을 해야 한다며 곧바로 돌아갔다.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피자를 받아든 리치와 줄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줄리는 이같은 스토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한부 암 환자 리치는 지난 20일 결국 세상을 떴다. 줄리는 “이 세상에는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옛 고객을 위해 아무 대가 없이 왕복 450마일(724㎞)을 움직인 돌튼 셰퍼 같은 청년이 이 세상에는 더 필요하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가위에 또 과음하시나요…고향의 맛으로 술술 달래요

    한가위에 또 과음하시나요…고향의 맛으로 술술 달래요

    산악회는 산에 가서 술 먹거나 하산 후 술 먹는 모임, 조기축구회는 아침에 공 차고 술 먹는 모임, 향우회는 같은 고향 출신끼리 술 먹는 모임, 수련회는 무슨 수련을 한답시고 밤을 지새워 술 먹는 것, 번개는 갑자기 모여서 술 먹는 것, 피로연은 결혼식 마치고 지인·친구들이랑 술 먹는 것, 야유회는 친한 사람들과 밖에서 술 먹는 것이란다. ‘술 먹는 대한민국’을 빗댄 우스갯소리다. 명절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형제와 친인척, 친구들과 한잔을 거를 수 있겠는가. 추석은 ‘고향 가서 술 먹는 날’이다. 술자리가 많은 만큼 대한민국엔 주당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도 다양하다. 하물며 해장술을 즐기는 우리 민족 아닌가.전국구 부산 ‘복국’… 알코올 분해 탁월 부산 술꾼들은 쓰린 속을 부여잡고 복국을 찾는다. 복어 독인 테트라톡신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능을 지녔다. 복국에 들어가는 콩나물과 미나리도 숙취 해소에 좋아 복국은 이제 전국으로 뻗어 나간 부산발 전국구 해장국이다. 부산 및 남해 연안에서 잡은 복어나 수입산 대부분이 부산에서 전국으로 유통된다. 부산에선 아주 신선한 복어를 구입할 수 있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복어 요리가 유명해졌다. 자주복(참복), 까치복, 검복(밀복)과 은복, 졸복이 주재료로 쓰인다. 복국은 맑은탕(복지리)과 매운탕으로 나뉜다. 복맑은탕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시원하고 개운하게 끓이고 복매운탕은 고춧가루를 풀어 맵싸하게 끓인다. 충청, 쌉싸름 올갱이… 구수·시원 우럭젓국 충북 괴산은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방언) 국밥으로 유명하다. 맑은 물 덕분에 청정 1급수에만 서식하는 올갱이가 많이 잡혀서다. 버스터미널 쪽엔 올갱이국밥 식당 10여개를 아우르는 ‘올갱이국 거리’가 있다. 먼저 올갱이에서 모래를 빼낸 뒤 삶아 육수를 만든다. 이어 올갱이 살을 빼내고 껍질을 버린다. 마지막으로 육수에 올갱이 살과 된장을 풀고 부추, 아욱 등을 넣어 만든다. 올갱이 살을 달걀 푼 밀가루에 버무려 국을 끓여내는 식당도 있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올갱이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이뤄 일품이다. 충남 태안·서산 등 서해안 일대에서 우럭젓국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뽐낸다. 반건조 우럭을 쓴다. 사시사철 중에서도 보리가 익을 무렵(5~6월)에 잡은 게 가장 좋다. 산란기를 앞둬 살이 통통하다. 국물은 쌀뜨물을 사용해 비린 맛을 없애고 고소하다. 반건조 우럭과 쌀뜨물, 무 등 넣고 끓이면 사골 국물처럼 뽀얘진다. 여기에 두부와 청양고추, 파, 마늘 등 양념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 더 끓이면 끝이다. 강원, 연하고 담백한 황태해장국 ‘으뜸’ 설악산 북풍한설을 맞고 익은 황태로 만든 황태해장국은 또 어떤가. 황태는 겨울철 맑은 공기와 눈 속에 2개월 밤 기온 영하 10도 이하인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12월 중순부터 넉 달에 걸쳐 명태를 덕장에 걸어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말린다.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맛이 담백하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황태해장국은 황태를 물에 불린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고 두부와 표고버섯 등을 채 썰어 넣는다. 여기에 대파를 어슷하게 썰어 놓고 모시조개를 넣어 끓인다. 앞서 냄비에 무와 명태 머리, 뼈를 넣어 육수를 뽑는다. 냄비에 육수를 넣고 끓으면 황태와 준비한 재료를 넣어 푹 끓인 뒤 새우젓,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다시 한번 끓으면 달걀로 줄알을 치고 마무리한다. 황태엔 간을 보호하는 메티오닌, 리신,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과음한 몸을 달래는 데 훌륭하다. 전남, 예부터 즐긴 선지 해장국 광주와 전남 사람들은 예부터 선지 해장국을 즐겼다. 시골 장터 부근 도축장에서 한우를 잡는 날이면 주민들이 양동이를 들고 선지를 얻으러 줄을 섰다. 소의 피를 상온에 놔 두면 금세 두부처럼 굳는다. 살코기를 우려낸 맑은 육수를 끓이고 국자 등으로 선지를 듬뿍 퍼 넣으면 구수한 선짓국으로 변한다. 소금과 파를 썰어 넣으면 요리가 끝난다. 지역에 따라 어린 배추 등 푸성귀를 넣기도 한다. 약주로 속이 허하거나 농사로 지친 사람들이 즐기던 토속 해장국이다. 물 좋은 전주지역 특색과 맞닿아 유명하다. 철분이 많은 물맛 덕택이다. 멸치육수에 콩나물과 다진 양념을 듬뿍 넣어 뚝배기에 끓인 콩나물해장국은 새벽부터 문을 여는 시장 상인들의 아침밥 겸 속풀이로 인기를 끌었다. 수란에 김 몇 장을 넣고 뜨거운 국물을 몇 숟가락 끼얹어 훌훌 마시는 게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고 끓인 모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명쾌하게 속 푸는 울릉도 오징어 내장국 울릉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오징어 내장국을 즐긴다. 오징어가 잡히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내장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을과 겨울에 주로 먹는다. 하얀 탕과 노란 탕 두 종류로 나뉘는데 지리와 매운탕이다. 보통 무, 콩나물, 파를 넣고 하얗게 끓여 내는데 그 시원함은 밤새 시달린 속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지리는 청양고추와 소금으로 간을 하며 매운탕은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마무리한다. 맛의 비결은 내장을 소금 간 하여 1주일 정도 숙성시키는 데 있다. 그래야 떫고 쓴맛이 빠져 달아진다. 해장국 하면 재첩국이 빠질 수 없다. 특히 경남 하동 섬진강 재첩은 애주가들에게 간장약으로 통한다. 지름 1~2㎝인 작은 조개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지역 염분이 적은 사질토 강 바닥에 서식한다. 특히 깨끗한 섬진강에선 빛깔이 선명하며 육질이 연하고 맛이 담백해 재첩 가운데 최고로 손꼽힌다. 하동 재첩은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많이 함유해 간장 기능을 돕는다. 타우린은 담즙을 잘 분비하도록 해 해독작용을 돕는다. 하동 섬진강 재첩은 바지락보다 훨씬 작아도 영양가 면에선 오히려 3배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백한 하동 재첩국… 간 해독작용 탁월 하동 재첩 채취는 5~6월이 알맞지만 요즈음엔 팩에 담아 오래 보관하는 기술이 개발돼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재첩 알맹이를 넣고 끓인 재첩국은 재첩 대표 요리다. 푸르스름한 빛깔을 띤 뽀얀 국물에 부추를 넣은 하동 재첩국은 애주가들의 쓰린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으뜸 해장국이란 말을 듣는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먹던 해장국 효종갱은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소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종일 끓인 것으로 밤새 끓이다가 새벽녘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의 종이 울려 퍼지면 남한산성에서 사대문 안의 대갓집으로 배달되던 우리나라 1호 배달 해장국이다. 갈비국물에 영양가 높은 해물과 버섯을 넣고 오래 끓여내어 소화를 돕고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많이 쓰지 않아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속을 달래는 데 좋다. 주연은 제주 멜국…조연은 고기국수 제주에선 멜국(멸치국)도 좋다. 보통 멸치의 미덕은 국물을 내고 자리를 비켜주는 것인데, 제주 멜국엔 큰 멸치가 주연이다. 통추어탕 같은 느낌도 있다. 멜국은 멸치와 애기배추를 기본으로 양념은 최소화한 대신 담백하다. 제주 주당들은 늦은 밤 귀가에 고기국수 한 그릇으로 미리 속을 풀고 가는 사람도 숱하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스트레스 받는데 누구 하나 걸려라” 중2, 40대 여성 만나자

    “스트레스 받는데 누구 하나 걸려라” 중2, 40대 여성 만나자

    일본 오사카에 사는 중2 남학생이 새벽에 골목길에서 마주친 40대 여성을 흉기로 마구 찔러 중상을 입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4세인 이 학생은 스트레스 때문에 누구라도 살해하고 싶었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오사카부 경찰은 지난 19일 관내 스이타시 주택가에서 신문배달하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을 살인미수 등 혐의로 체포했다. 이 학생은 경찰에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초조했다”면서 “(범행 대상으로는) 누구라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지난달 18일 오전 3시 30분쯤 스이타시의 길거리에서 신문을 돌리고 있던 아사히신문 보급소 아르바이트 여성(40)을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올라타 가슴과 다리 등 5곳을 길이 10㎝가량의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은 전치 1개월의 중상을 입었으나 가슴의 상처가 다행히 심장 쪽을 벗어나 목숨을 건졌다. 이 학생은 방범카메라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경찰이 체포하러 오자 “집에서 칼을 들고 나와 내가 그 여성을 찔렀다”며 순순히 ‘묻지마 살인’ 시도를 인정했다. 피해 여성에 대해서는 “우연히 길을 지나다 마주쳤으며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에도 신칸센 고속열차 안에서 20대 남성이 승객들을 상대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사고로 남자 승객 1명이 사망하고 다른 2명의 여성이 부상을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올 휴가, 팔도 식도락 너로 정했다

    올 휴가, 팔도 식도락 너로 정했다

    주말, 휴일이면 전국 명소가 들썩인다. 내로라하는 관광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남들 간다고 무작정 따라나섰다간 낭패 보기 십상. 여행도 아는 만큼 보인다. 지역 명소에 곁들여 지역 대표 음식까지 줄줄 꿴다면 낭만에 식도락까지 챙길 수 있다. 서울에서 강원, 경기, 충청, 경상, 전라도를 찍고 제주까지 사계절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는 지역 대표 음식을 만난다. 배고픈 서민 달래준 설렁탕… 깍두기 국물 부으면 별미죠서울 대표는 ‘설렁탕’이다. 쇠머리와 쇠족, 쇠고기, 뼈, 내장 등을 넣고 오랜 시간 푹 고아 만든다. 파를 듬뿍 넣고 새콤한 깍두기 국물을 부어 먹으면 별미다. 사골이나 도가니 뼈를 끓여낸 국물은 단백질이 풍부해 각종 질환 예방에도 좋고 면역력도 길러 준다.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조선시대 임금이 선농단(先農壇·현재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풍년을 기원한 뒤 소를 고기와 뼈째 푹 고아 나눠 먹던 선농탕(先農湯)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오랜 시간 설렁설렁 끓인다고 하여 ‘설렁탕’의 어원을 ‘설렁설렁’에서 찾기도 하고, 국물 색깔이 눈처럼 뽀얗고 국물이 아주 진하다고 하여 한자 ‘雪濃’(설농)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전형적인 민간 어원일 뿐이다. 양반들이 즐겨 먹던 ‘효종갱’… 최초의 배달 해장국 어때요 경기 광주 ‘효종갱’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먹던 고급 해장국이다. ‘해동죽지’라는 문헌에 양반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실려 있다. 한우 사골 육수에 시원한 맛을 내는 배춧속, 송이, 표고, 콩나물 등 10여 가지 채소가 들어간다. 소갈비와 전복까지 귀한 재료가 더해져 맛을 낸다. 토장을 풀어 밤새 끓이다 새벽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 종이 울리면 한양 사대문 안 대갓집으로 배달되던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해장국이기도 하다.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맛… 가족 외식 ‘안동찜닭’ 아입니꺼 경북 안동 하면 찜닭이 먼저 생각날 만큼 ‘안동찜닭’은 전국 대표 음식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인기가 높다. 닭고기와 각종 야채, 고추, 당면이 어우러져 연출해 내는 맛은 환상적이다. 영양도 만점이다. 최근엔 치즈와 가래떡을 찜닭에 넣은 치즈가래떡찜닭도 등장해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100여년 역사의 안동구시장에 가면 골목 양쪽으로 찜닭전문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시원하고 담백… 해장하고픈 날 ‘하동재첩국’ 생각날낀데 경남 ‘하동재첩’은 손에 꼽히는 대중 음식이다. 재첩은 지름 1~2㎝ 크기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 지역의 염분이 적은 사질 토양에 서식하는 조개다. 하동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민물조개라는 뜻)라고 불린다.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간장 활동을 돕고 타우린이 담즙 분비를 활발하게 해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 눈을 맑게 해 주며 피로회복에도 좋다. 알맹이를 끓인 시원하고 담백한 재첩국은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애주가들에게 간장약으로 통하고, 매일 하동재첩국을 먹었더니 간 기능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알맹이와 채로 썬 배를 초장으로 비벼 요리하는 재첩무침도 별미다. 간장에 담그면 누린내 싹… ‘청주삼겹살’ 반할겨 안 반할겨 충북 청주 삼겹살은 간장구이와 파절이로 유명하다. 삼겹살을 간장에 담갔다 구워 먹는 간장구이와 대파를 가늘게 썰어 양념에 절인 파절이는 1960년대 선보인 이후 청주만의 독특한 삼겹살 문화로 자리잡았다. 생강과 대파 등을 넣어 달인 간장에 삼겹살을 적셨다 구우면 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파절이는 느끼한 삼겹살과 찰떡궁합이다. 2012년 서문시장 안에 삼겹살거리까지 조성됐다. 매년 3월 3일이면 삼겹살 축제가 열린다.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편에 ‘청주가 돼지고기를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게장 국물에 배추 넣고 바글바글… ‘태안 게국지’ 먹어봐유~ 충남 태안 게국지도 전국 대표 음식이다. 박하지·황발이·능쟁이 등 게장을 담가 먹고 남은 국물, 즉 ‘겟국’에 호박과 얼갈이배추, 열무 잎, 봄동 등을 가마솥에 넣고 끓여 먹던 향토 음식이다. 게장을 여러 번 담근 국물이어서 단백질 등이 풍부하고, 겟국의 짠맛과 호박의 단맛 등이 어우러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꽃게를 통째로 넣는 등 고객 입맛에 맞게 변했다. 대하 등 다른 해산물을 곁들이기도 한다. 막 먹어도 소화 막 되는 ‘춘천막국수’ 한 그릇 하드래요 강원도 하면 ‘춘천막국수’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국수라고 해서 ‘막국수’다. 강원도 산골에서 비교적 키우기 쉬운 메밀을 많이 재배하면서 자연스레 막국수가 춘천 토속 음식이 됐다. 요즘엔 여름철 많이 찾지만 예전엔 겨울밤 야식으로 즐겨 먹던 겨울 음식이었다. 메밀은 건강 음식이다. 본초강목엔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오장의 노폐물을 배출시킨다고 적혀 있고, 동의보감엔 소화를 촉진해 1년 동안 쌓인 체기도 내려 준다고 기록돼 있다. 전라도 왔으면 ‘비빕밥·한정식’이지… 상다리 부러진당께 전라도는 ‘전주비빔밥’과 ‘광주한정식’으로 대변된다. 전주비빔밥은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 대표 음식이다. 다양한 야채와 육류가 들어가는데, 어느 것 하나 고유 빛깔이나 맛을 잃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룬다. 양지머리 육수로 지은 하얀 쌀밥에 콩나물, 호박, 당근, 시금치, 취, 고사리, 고추장, 참기름 등 30여 가지 재료가 한 그릇에 들어간다. 황포묵, 육회, 계란 노른자 등을 얹어 내는 게 특징이다. 광주한정식은 남도 음식의 총체나 다름없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데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다. 영산강 유역 기름진 땅에서 재배된 신선한 곡류와 채소류, 소·돼지 같은 육류, 서남해안에서 철마다 달리 잡히는 생선류와 젓갈, 천일염 등이 기본 식재료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호남 최대 도시로 성장한 광주에 음식 명인들이 몰려들어 광주만의 한정식을 만들어 낸 것으로 추정된다. 생선류 중심인 강진·목포권 등 해안가 음식과 육류 위주 내륙권 음식이 광주에서 합쳐진 꼴이다. 요즘은 육류보다 해물이 많은 퓨전 한정식이 유행한다. 돼지 사골 푹 고아낸 국물… 고기국수 배지근한 맛 좋수다 제주 고기국수는 도민과 관광객, 전문가 조사를 거쳐 선정된 제주 대표 향토 음식이다. ‘배지근하다’는 제주어로 묵직하고 감칠맛 난다는 뜻인데, 제주 사람들이 고기국수를 먹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푹 삶은 제주산 돼지 삼겹살이나 오겹살 수육을 국수에 넣어 함께 말아 먹는다. 국수 국물에 수육을 말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제주산 청정 돼지의 사골을 오랜 시간 고아 내 국물 맛이 깊고 진하다. 면도 주로 가는 소면을 사용하는 육지와 달리 굵은 중면을 쓰는 게 특징이다. 삼성혈 주변엔 국수거리가 들어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성남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美 카네기홀에 ‘황해도 굿’ 선보인다… 한민족 신명 춤사위 ‘덩실’

    [인터뷰 플러스] 美 카네기홀에 ‘황해도 굿’ 선보인다… 한민족 신명 춤사위 ‘덩실’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우리 민속 ‘황해도 굿’이 오를 전망이다. 강신무로 황해도 굿을 전승한 운바기 선원 무당금파(본명 이효남·51·사무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공연예술 황해도 굿이다. 그의 카네기홀 공연은 우리 민속 굿이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서, 또 한국인 무당으로서는 처음이다. 무당금파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카네기홀 공연기획자와 만나 내년 초 공연을 열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세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카네기홀 공연이 결정되는 과정과 시기를 보니 ‘이게 내 뜻이 아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는 시대에 한민족 평화의 봉화를 높이 드는 것 같다”고 전제한 다음 “하늘이 나에게 무거운 짐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무당금파에 따르면 그의 이번 카네기홀 공연프로젝트는 ‘한민족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2015년 11월 1일 ‘치우천황 넋을 기리며’란 주제로 열린 ‘나라 통일굿’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민족의 역사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무속인과 민속굿’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몇몇 위정자들에 의해 폄훼되고, 심지어 말살되는 아픔이 있다. 특히 한민족의 걸출한 영웅인 배달 한국의 14대 환웅 치우천황이 탁록에서 황제헌원에게 패함으로써 그 몸이 100각으로 잘려 흩뿌려진 원한으로 상징된다. 하지만 그 원형은 황해도 굿에 담겨져 전승돼 온 만큼 카네기홀 공연은 한민족의 한풀이인 동시에 세계로 웅비하는 신명 춤이란 해석이다. 특히, 최근 국제정세가 동북아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이행에 집중되는 시점과 맥을 같이하면서 ‘카네기홀 황해도 굿 공연’이 갖는 상징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하공연’이란 성격에다 한민족의 한풀이 내지는 살풀이에 비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당금파는 “한반도의 대전환으로 세계가 평화로 나가는 변곡점을 지나는 만큼 한민족의 살아있는 정신이자 혼을 담은 ‘예술로서의 굿’으로 세계와 소통할 새로운 굿을 창작할 때가 왔다”면서 “황해도 굿에 뿌리를 둔 새로운 공연 굿으로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아리랑 굿’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무당금파는 1999년 수원 팔달산에서 무불통신 후 신내림굿으로 무속인이 된 다음 6년에 걸쳐 황해도 굿의 세 장르인 도시굿·산굿·배굿을 대표하는 세분의 선생으로부터 6년에 걸쳐 전수받아 이를 종합한 ‘새로운 황해도 굿’을 선보여 왔다. 셋이 모여 독창적인 ‘금파무당만의 황해도 굿’으로 재해석·재창조 됐다는 의미다. 나아가 카네기홀 공연을 계기로 ‘금파의 황해도 굿’이 세계의 아리랑 굿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무당금파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 운바기 선원 창밖으로 비친 정원을 가리키며 “학이야, 두리미야, 뭐야, 아침부터 저기에 날아와 지금껏 노닐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 돌려 보니 백로였다. 백로는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로 청결·강직하고 주체성이 강해 신선이 탄다는 학(鶴)과 함께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임하여 민족의 염원대로 평화로운 대한민국, 번영하는 한반도가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무당금파와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한 운바기 선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편집자 주→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내년 초순경에 ‘황해도 굿’을 무대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예상 밖으로 신선한 도전입니다. -3~4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시티홀 공연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한인사회의 주류이다 보니 용납이 안 됐습니다. 우리 민속의 전통을 간직하며 전승돼 온 전통예술로 이해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외국 사람들의 경우 우리나라 굿을 보면 같이 뛰고, 같이 춤추면서 되레 ‘반한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미쳐요. 제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황해도 굿을 하면서 ‘이것은 예술이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1999년 무당이 된 후 2001년 경기도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 후 2015년에는 광화문에서 ‘치우천황을 기리며’란 주제로 기우제 성격의 공연예술로 하늘굿을 했습니다. 당시의 공연은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였죠.그러다 지난달 미국 뉴욕을 업무차 방문하게 됐는데요. 카네기홀 공연기획자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그 자리에서 내년 초순경에 황해도 굿을 카네기홀에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 민속의 예술성을 해외 무대에 올려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요. 합의되는 순간 몇 년 전부터 준비는 제가 해 왔지만 ‘이것은 내 뜻이 아니구나. 하늘이 나에게 무거운 짐을 주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고, 한반도가 세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시점에서 ‘카네기홀의 황해도 굿’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잖습니까. 하늘의 뜻이라고 저는 봅니다. →황해도 굿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겁니까. -물론 강신무로 신내림을 받을 때 황해도 굿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황해도 굿은 크게 개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굿, 산신을 모시는 산굿, 서해안의 용궁을 모시는 섬굿이라고도 하는 배굿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저는 이 세 굿을 당시를 대표하는 세분의 선생들로부터 6년에 걸쳐 배웠습니다. 세분 선생을 모시고 같이 굿을 하다 보니 손짓, 발짓, 몸짓에서 뿜어내는 추임새에서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엮어진 거죠. 어느 순간에 배워진 거죠. 삼법귀일이라고 할까요. 셋이 모여 무당금파만의 황해도 굿으로 승화됐습니다. 특히 연극을 전공한 덕분으로 무대예술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을 생각해 줘야 했고, 손·발·몸짓의 동작과 추임새 하나하나를 관객들의 시선에 맞추다 보니 ‘무당금파 스타일’로 황해도 굿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통 굿을 전승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통은 아닌 거죠. 저는 그래서 ‘짬뽕이다’고 말합니다. →앞서 ‘한민족 바로 알기’로 ‘치우천황을 기리며’란 주제로 공연을 하셨다고 했잖습니까. 어떤 연유인가요. -저는 치우천황을 모신 무당입니다. 제게 신으로 오실 때 ‘시커먼 양반이 도깨비다’하시면서 오셨죠. ‘도깨비라니, 무슨 신이지?’ 하면서 한민족의 역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마고 할매와 한인·한웅·단군이 엮이고 단군만 해도 한 분이 아니라 마흔일곱 분이 계신 거예요. 사실 저는 단군이 한 분인 줄 알았거든요. 그때 혼란이 왔죠. 또 도깨비란 배달 한국의 14대 환웅이신 치우천황을 말하는 거고, 또 전쟁 신으로서 전쟁을 하면서 청동 가면을 쓰신 연유로 도깨비로 불리게 됐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탁록 전투에서 황제헌원에게 패함으로써 그 몸이 100각으로 잘려서 천지사방으로 흩뿌려졌다는 것도 알게 됐죠. 분명히 우리 조상이고, 역사인데도 학교에서 국사 시간에 전혀 배우지 못한 사실들을 알게 된 거죠. 한 예로 황해도 굿에 ‘군웅푸리’가 있습니다. 돼지를 육각, 팔각으로 뜨는 행위가 치우천황의 한풀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갖게 됐죠. 그렇다면 돼지는 황제헌원이겠죠. 그래서 2015년 11월 1일 ‘나라 통일굿’으로 기우제 성격의 하늘굿을 공연했습니다. 민족혼이 스며 있는 민족굿의 공연예술을 통해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였던 것, 맞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에서 말하는 황해도 굿과 ‘공연예술로서의 굿’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요. -굿은 보통 재가집이라고 의뢰자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굿을 하게 되면 보통 2박 3일을 합니다. 굿에는 거리라고 해서 여러 거리가 있는데요. 연극으로 하면 장막에 비유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 순서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지켜야 합니다. 재가집에 초점을 맞춰 재가집의 발복, 복을 빌어줘야 하는 거죠. 반면 공연예술로서의 굿은 관객입니다. 신을 모시되 2박 3일 분량을 1~2시간 분량으로 압축해 예술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신을 모시되 퍼포먼스를 극대화시켜야 하는 만큼 위험성도 더 커집니다. 가장 큰 위험은 작두타기죠. →현판이 ‘운바기 선원’이던데요. 유튜브를 보면 ‘운바기 기도법’이 나옵니다. 어떤 기도법인가요. -운바기는 ‘운명을 바꾸는 기도법’의 준말로서 한마디로 ‘나만의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까지 각자의 종교가 내려왔는데, 그게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내 안의 생명, 양심이 있잖습니까. 많은 성현이 ‘하나님, 한울님’으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내 안의 생명은 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의 생명을 찾으면 그 생명이 빛을 발하게 되고, 그러면 유전병도 고칠 수 있습니다. 암도 고치고, 알코올 중독자도 고침을 받습니다. 내 안의 생명이 깨어나 빛을 발한 결과인 거죠. 그러니까, 기도란 어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고를 풀어내는 겁니다. 내 안의 하나님, 부처님을 찾는 것이 기도인 거죠. 저는 이를 ‘운바기’라고 이름 붙인 거죠. 그런데 말이죠. 운바기를 하다 보면 억울하게 돌아가신 조상들이 나옵니다. 자살과 타살로 가신 분, 청춘에 가신 분, 세월호처럼 억울하게 간 혼령들이 나옵니다. 자기네가 억울하게 가신 조상들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기도만으로 풀어서 해원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때 굿으로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겁니다. 무당금파가 굿을 많이 하는 이유죠. 그래서 운바기는 자신의 업과 조상의 업을 풀어내는 신법, 불법, 도법으로 나뉘는데요. 죽어서 극락 가고, 천당 가자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죽자는 거죠. 그러자면 스스로 유전병을 고치고, 미리 병을 발견해서 치유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원귀가 안 되고, 후손들이 편하다는 거죠. →그럼, 무당은 어떻게 되셨고, 앞으로 비전은 무엇인가요. -1999년도에 수원 팔달산에 소주 들고 인사 갔다가 새벽 4시경에 무불통신으로 신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때 돈이 없어 종살이 5년 하기로 하고 ‘신내림굿’을 했는데, 그 신굿이 6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50만원 월셋집에 15만원을 내지 못해 비 오는 장마에 짐을 마당에 비닐로 씌우고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9년을 그렇게 전전긍긍으로 살다가 2008년 태백산 약수암으로 갔습니다. 잠잘 집과 먹을 것이 없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렇게 3년, 1060일을 꼼짝 못 하고 갇힌 신세가 되어 기도로 세월을 보냈죠. 3년 기도를 마칠 즈음 ‘운바기 기도법’을 터득했고, 2011년 하산했습니다. 운바기 기도가 점차 알려지며 2015년 말부터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한풀이란 우리 민속의 굿을 세계 속에 세우는 것입니다. 내가 무당이 되어 나의 한도 풀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민족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 속에서 치우천황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황해도 굿으로 카네기홀에 가지만, 다음에 갈 때는 ‘아리랑 굿’으로 승화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에는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모 방송에 얻어맞을 때는 화도 나고, 위축도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 치우천황의 탁록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은 아닙니다. 황해도 굿은 단군을 뿌리로 한 전통입니다. 원형을 지켜가겠지만 중간 중간에 음악 등 창작을 결합해서 계속 발전시켜 젊은 세대로 대중화해 나갈 겁니다. 아리랑 굿으로 승화시켜 세계 속에 한민족의 혼을 드높일 겁니다. 응원을 부탁합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시론] 주 52시간, 문화가 있는 날의 자식 생각/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시론] 주 52시간, 문화가 있는 날의 자식 생각/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아이들을 키워 본 아버지는 알 것이다.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늦어도 그 무섭다는 중2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들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을. 더불어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빈도는 늘어만 가는 것을. 무언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 중요한 의논 상대가 부모가 아니라 친구이거나, 설사 부모라 해도 그게 엄마이지 아버지가 아닌 대목에서도 그렇다. 이러려고 자식을 낳아 키웠나. 낳아 키웠다는 말이 가당키는 한가.딸아이가 고1 때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본 다음이었다. 내 의도는 간만에 공연이나 공부 이야기, 혹은 아이의 고민도 들어주며 부녀 간 추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내자는 데 있었다. 어렸을 때 원작도 봤으니까 둘을 비교하며 예술가의 상상력이란 어떤 것인지,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 주는지 등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의 바람은 딴 데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선수를 쳤다. “아빠, 나 운동화 사 줘.” “얼만데?” “○○만원.” “무슨 그런 비싼 운동화가 다 있어?” 그때부터 대화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거칠어졌다. ‘역대급’ 추억을 만들자던 나의 꿈도, 운동화를 ‘득템’하려던 아이의 노림수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가 있다. 그래도 서운한 순간은 여전히 있다. 대화는 엇나가기 일쑤다. 하여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공연장, 미술관, 영화관도 좀더 다녔으면.’ 아마 그랬다면 지금보다 공감대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새벽 출근 때도 늦은 밤 퇴근 때도 보이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이 자는 모습이었으니까.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이란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내 버린 시간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성장기였다. 결국 아이들을 키운 것은 친구처럼 가까운 엄마이지 절대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공연 관람의 장애 요인을 조사해 보면 늘 ‘경제적 부담’과 ‘시간 부족’이 가장 높게 나온다. 이런 답은 이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주 52시간 근무가 이달 시작됐다.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이다. 주당 35시간인 프랑스 같은 나라도 있다. 굳이 비싼 티켓을 사지 않아도 좋은 공연이나 전시가 사방에 널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시작된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홈페이지(www.culture.go.kr)에 들어가 조금만 둘러보면 무수히 많은 무료 공연과 전시를 찾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는 대출 권수를 늘려 주고, 경복궁 등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은 무료 개방한다. 직장인을 위해 일부 문화시설은 야간 개방한다. 집이나 일상 공간 가까이에서 문화를 즐기자는 취지로 시작된 캠페인 ‘집콘’은 네이버 TV 등을 비롯해 집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공연자들이 일터로 직접 와 공연을 펼치는 ‘직장문화배달’도 인기다. 공연·전시·영화 관람권 등을 책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도깨비책방’도 추진한다. 청년예술가들의 야외 발표 무대인 ´청춘 마이크´와 문화자원을 활용해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도 11월까지 이어진다. 과거와 달리 전국 공연장과 미술관에서도 날마다 좋은 볼거리들이 많아진 시대다. 앞으로는 경제와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뭐가 유익한 것인지 ‘잘 몰라서’라는 답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미국에선 예술을 경험한 학생들이 수능시험(SAT) 성적도 더 좋고 예술 전공자들이 직장 성취도나 만족도도 높다는 통계도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더 공연장이나 미술관에서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만들어 보자. 제발 그렇게 하시라. 그래서 그들이 자라 거꾸로 부모님을 모시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잘 키운 자식’이 또 있을까 싶다.
  • 유튜버 새벽, ‘청와대 비서실’ 화환 공개…청와대 “그런 화환 안 보내”

    유튜버 새벽, ‘청와대 비서실’ 화환 공개…청와대 “그런 화환 안 보내”

    한 유튜버가 ‘청와대 비서실’ 명의의 화환을 받았다고 SNS에 공개해 논란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28일 그러한 종류의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3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 유튜버는 지난 25일 자신이 기획에 참여한 마스크팩 출시를 축하하는 의미로 ‘청와대 비서실’ 명의의 화환이 왔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그러한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쓰인) 명의의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면서 “화환이나 꽃다발은 ‘대통령 문재인’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명의로만 보낸다”고 밝혔다. 뷰티 관련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새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으나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사진 밑에는 ‘내일 새벽팩(상품 이름) 정식 론칭이라고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런 선물이 도착했어요. 축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도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와대에서 관혼상제도 아니고 개업이나 상품 출시를 축하하는 꽃다발을 보내는가’ 등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새벽 측은 본지에 녹취록을 제출해 “협력사 M사의 대표 S씨가 자비로 ‘청와대 비서실’을 발송인을 허위 기재해 화환을 배달하도록 했다고 시인했다”면서 “당시 ‘가족이 청와대에 근무해 청와대에서 꽃바구니가 온 것’이라는 S씨의 거짓 설명을 믿고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한 것일 뿐 자작극에 동참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정황상 S씨의 말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벽 측은 S씨를 상대로 이번 사태로 입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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