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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3社 기적같은 성공스토리 확신”

    “SK 3社 기적같은 성공스토리 확신”

    “SK텔레콤, SK플래닛, SK하이닉스의 기적 같은 신화를 기대합니다…구성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사내 게시판에 처음 글을 올렸다. 최 회장은 SK플래닛의 분사와 SK하이닉스 인수 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SK텔레콤이 창사 28년 만에 첫 무교섭 임단협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냈다. 26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 달간 SK텔레콤 본사 사옥인 서울 중구 을지로2가 T타워로 출근했으며, 지난 23일 종로구 서린동 집무실로 복귀하면서 그동안 펼친 ‘현장경영’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SK텔레콤, SK플래닛, SK하이닉스 등 3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SK텔레콤이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할 기적과 같은 신화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무엇보다 SK하이닉스 인수라는 중대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함께 SK텔레콤은 앞으로 무형의 시너지를 구체화하면서 한층 가시적인 도약을 이루어낼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며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분사한 SK플래닛 임직원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플래닛이 마주한 환경은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뛰어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구글 이전에 구글이 없었고, 애플 이전에 애플이 존재하지 않았다. SK플래닛 역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SK플래닛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노사가 힘을 합쳐 교섭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고 노사대화합을 선언했다.”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행복을 키우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추켜세웠다. 최 회장의 게시글을 본 임직원들은 댓글로 화답했다. “경영 환경이 어렵더라도 비전 제시와 실천으로 지금의 SK를 이뤄온 저력을 믿는다.” “SK텔레콤·SK플래닛·SK하이닉스 삼각편대의 시너지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는 SK의 미래를 확신한다.” 등등 글이 올라왔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IPTV·케이블 “공중파, 따라올 테면 와봐”

    IPTV·케이블 “공중파, 따라올 테면 와봐”

    이동통신 업체들이 인터넷TV(IPTV)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 공중파 방송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가 과거의 고유 영역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KT는 ‘올레tv’와 ‘올레tv나우’를 통해 주말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만 골라서 시청할 수 있는 ‘편파중계’를 서비스하고 있다. 방송의 해설이 선택한 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설자와 시청자가 함께 흥분하고 실망하는 점이 기존 프로야구 중계와 전혀 다른 묘미를 전해준다. KT는 야구팬을 대상으로 객원해설가도 모집했다. KT 관계자는 “IPTV의 양방향 특성을 살려 올레tv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편파중계와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올레tv나우 애플리케이션으로 프로야구를 보면서 재밌게 응원하는 사진을 이메일(event-otn@kt.com)로 보내는 이용자 중 야구경기 VIP 티켓을 주는 이벤트를 새달 2일까지 진행한다. 대표적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12주째 결방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들에게 희소식도 들린다. LG유플러스가 ‘U+TV’를 통해 공중파에서 볼 수 없는 ‘무한도전 특별편’을 직접 제작해 제공한다. 무한도전 특별편은 인터넷 방송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평소 공중파에서 보지 못한 출연진의 자유분방한 모습과 방송인 정준하의 결혼소식 등이 담겨 있다. SK브로드밴드는 ‘B tv’에서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로보카폴리’를 IPTV 독점으로 방영하고 있다. 뽀로로와 로보카폴리는 ‘뽀통령’(뽀로로+대통령)과 ‘폴총리’(로보카폴리+총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어린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애니메이션. 또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뽀로로 시즌4는 EBS 방영 후 Btv에서 독점 방영할 예정이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서비스 차별화에 케이블방송도 가세했다. CJ헬로비전은 ‘헬로TV’에서 본 방송에 앞서 주문형비디오(VOD)로 TV 드라마를 먼저 시청하는 ‘퍼스트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로비전 관계자는 “IPTV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고 VOD 이용자 확대를 위해 색다른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셋톱박스를 장착하면 스마트 TV 서비스가 가능한 셋톱박스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채널 ‘슈퍼액션’의 자체 제작 첫 드라마인 ‘홀리랜드’를 오는 28일 처음 제공한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메르켈식 유럽 긴축정책… 정권심판 ‘방아쇠’로

    메르켈식 유럽 긴축정책… 정권심판 ‘방아쇠’로

    긴축 역풍이 유럽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긴축 재정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2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야당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1위로 결선에 진출한 배경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몫을 했다. 올랑드 후보는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 유럽연합(EU)국이 지난달 2일 유럽 국가 간 재정통합을 목표로 서명한 신(新)재정협약의 재협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올랑드 후보가 새달 6일 결선 투표에서 승자가 될 경우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유로존 재정통합 연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도 긴축 재정을 둘러싼 정치권 내분으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취임 1년반 만에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뤼터 총리는 23일 150억 유로(약 22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 긴축안 협상이 결렬된 데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그가 이끄는 중도보수 연립내각은 해산하고 곧 조기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총선에선 긴축에 반대하는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극우자유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의 긴축 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해 온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전문가 예상치 49.3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16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6%를 넘어섰던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일주일 만에 다시 6%대에 진입했다. 에릭 니엘센 유니크레디트 수석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성장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은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질 모크 도이체방크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재정이 경기 위축을 야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신용경색과 겹쳐지면 위험하다.”면서 “긴축 정책으로 인해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어니스트앤드영의 마리 디론 이코노미스트도 “긴축 재정은 보다 폭넓은 정책의 하나로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과도한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쟁력을 회복할 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유로존 지도자들은 기존 해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그리스와 체코, 아일랜드 등에서의 선거가 메르켈식 긴축 재정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달 6일 예정된 그리스 조기총선에선 긴축 재정을 놓고 우파 신민당과 집권 사회당이 격돌한다. 지난 주말 대규모 긴축 반대 시위가 벌어진 체코는 연립 정부 해체를 선언했다. 페트르 네차스 체코 총리는 지난 22일 “연립정부는 27일 해체되며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새달 31일 신재정협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재인·김두관의 脫盧

    4·11 총선을 통해 민주통합당 주류 자리를 되찾은 친노(親盧) 세력이, 존재 기반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친노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가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을 앞세우는 것이 대권전략이나 당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인 듯하다. 민주당 내에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털어내고 이를 뛰어넘지 못하면 대선주자나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오류와 한계까지 옹호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추모하는 마음은 있으나, 그것이 참여정부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라는 냉정한 판단에 근거한다. 대선전략 측면서도 얘기된다. 당 전략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 평가는 대선과정에서 반드시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심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감한 개혁과 불안정한 리더십을 싫어하는 충청·강원지역 중고령층과 중간층이 민주당에 총선 패배를 안긴 교훈을 대선에서는 잊지 말자는 것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탈노(脫盧) 홀로서기 행보를 통해 대권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문 고문 측은 지나친 노무현의 적자 이미지는 집권비전과 국정운영 능력을 놓고 승부를 겨뤄야 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플러스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노풍(盧風)이 아닌 문풍(文風), 문재인 브랜드를 생각한다. 구상을 넘어 실행에도 옮겨지고 있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된 정치인으로서 모습을 갖추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설치한 5대 민생공약 실천 특별위원회에서 ‘좋은 일자리 본부장’을 맡았다. 20~40대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제공, 보편적 복지를 실감케 해 지지를 얻어 보겠다는 취지다. 향후 상황도 고려한 듯하다. 오는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3년상이 끝나면 여권의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가차없는 공격이 개시될 전망이다. 그러면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경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와 친형 건평씨의 돈문제에 대한 검찰수사가 어떻게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문 고문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을 내놓기로 한 최근 “내가 갖고 있는 비전은 그분(노 전대통령)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문 고문 측은 ‘탈노무현’이 아니라 ‘문재인 브랜드 만들기’라고 설명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호남 홀대론 재현을 우려하는 호남 민심을 겨냥한 측면도 엿보인다. 호남지역 일각의 문재인 비토론을 신경 쓴 듯하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한다. 자신은 친노 세력 중에서도 성골·진골이 아닌 6두품이라고 위치를 설정한다. 이장에서 군수, 이어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도지사를 스스로 일궈냈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이 아닌, 과감한 도전으로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노무현 어게인이 아니라 비욘드(뛰어넘는다)로, 참여정부의 공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2만~3만원 렌즈 i현미경·유전자 해독기… 첨단 과학기기 ‘스마트 혁명’

    2만~3만원 렌즈 i현미경·유전자 해독기… 첨단 과학기기 ‘스마트 혁명’

    첨단 과학기기는 다 비싼 것일까.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학회에 가입하거나 회비를 내고 과학저널을 꼭 구독해야 하는 것일까. 르네상스 이후 과학은 세분화되면서 동시에 전문화된 길을 걸었다. 좀 더 세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점점 더 비싼 장비들이 개발됐고 이 때문에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세계가 됐다. 오랫동안 당연시되던 과학계의 상식에 ‘스마트 혁명’이 도전하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걸쳐 수백만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출시된 상황에서 과학도 예외일 수는 없다. 단순히 주기율표를 보여 주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학자와 발명가가 되고 싶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런 앱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공계 학생과 연구자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공학용 계산기가 스마트폰 앱에 자리를 내어 준 것처럼 과학 정보를 담은 두꺼운 책과 인터넷 사이트들, 고가의 장비들이 물러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i현미경(iMicroscope)은 스마트폰을 현미경으로 바꿔 준다. 앱을 다운로드받고 특별히 스마트폰용으로 제작한 렌즈를 부착하면 원하는 크기까지 확대가 가능하고, 사진으로 찍은 후 배율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있다. 광학현미경의 경우에는 가져다대고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i현미경은 현미경이 비싸다는 상식도 깼다. 렌즈는 2만~3만원이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유전자 해독기(Genetic decoder)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종류의 DNA와 RNA 등 유전자 정보가 수록돼 있고 원하는 부분만 골라 해독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전자 해독을 하는 연구자가 자신이 밝혀낸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면 서버를 통해 즉시 전 세계의 모든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폰용 원소 정보(The Elements of IPHONE)는 화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써봐야 할 ‘강추’ 앱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원소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세세하게 적혀있고 앞으로 발견되거나 만들어질 수 있는 원소에 대한 정보도 수록돼 있다. 원소의 무게, 사용처, 안정성, 분해법은 물론 인공지능 검색엔진인 ‘울프람 알파’와도 연계돼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등장한다. ‘울프람 알파’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앱이다. 간단한 산수부터 미적분이나 공학적 해석, 이산수학 등 전문적인 영역의 수학 문제도 가볍게 풀어준다. 특히 ‘고양이의 수명은 얼마인가?’라거나 ‘오른쪽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면 어떤 병을 의심해 봐야 하는가?’ 같은 고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는다. 진화된 형태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영화 ‘건축학개론’ 이어 드라마 ‘더킹투하츠’로 인기 조정석

    영화 ‘건축학개론’ 이어 드라마 ‘더킹투하츠’로 인기 조정석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세 글자는 ‘뽀드윅’이었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어느 캐스트 배우보다도 가장 뽀얗고 뽀송뽀송한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로 뮤지컬 팬들이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자 애칭이었다. 뮤지컬 스타에서 이젠 브라운관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 조정석(32)의 이야기다. 1년 만에 그에게 새로운 애칭이 생겼다. 일명 ‘납뜩이’. 첫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로 주인공 못지않은 인상을 남긴 조정석의 극 중 이름이다. 1년 전,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으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주연급 톱 배우답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라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이자 MBC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왕실 근위 중대장 ‘은시경’으로 팬들의 스펙트럼을 넓힌 조정석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는 여전히 밝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랑과 관심에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연기에 첫발을 들였지만, 사실 그의 오랜 꿈은 영화배우였다. 그리고 만난 그의 첫 영화 ‘건축학개론’은 그의 꿈을 실현해 준 작품이자, 300만 관객 동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그는 “사실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을 줄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또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좋지만, 그보다도 정말 내가 도전해 보고 싶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제대로 할 수 있어서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여러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연일 드라마 촬영을 하는 중이라 쉬는 날 하루 없이 사생활도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행복하단다. 영화 ‘건축학개론’ 개봉일과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첫 방송 날짜는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들은 거의 동시에 그가 출연한 두 개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 ‘더킹투하츠’의 은시경이 “동일 인물 맞아?”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외모는 물론, 각 캐릭터의 성격도 전혀 달랐다. “더킹투하츠 시작 2달 전에 이미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난 상태였어요. 두 달 동안 은시경이란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고, 7㎏ 감량에 성공했죠. 체중 감량이 좋은 반응을 일으킨 것 같아요. 납뜩이와 은시경은 정반대의 인물이기 때문에 겉보기를 고치는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납뜩이와 은시경. 한쪽은 너무 까불이 캐릭터이고, 한쪽은 너무 진지하고 멋진 훈남 캐릭터다. 실제 조정석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그는 “개인적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납뜩이는 실제 나의 모습이 많이 오버랩된 인물이고, 은시경은 실제 내가 가진 진지함과 신중한 면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런 질문 진짜 많이 받는데, 조정석은 납뜩이와 은시경의 중간이다. 그나마 좀 더 가깝다면…납뜩이?”라고 덧붙였다. ‘더킹투하츠’에서 요즘 그는 조선 황실의 공주 이재신(이윤지 역)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국왕 이재강(이승기)과 김향아(하지원 역) 러브라인 못지않게 대중들에게 응원받는 러브라인이다. 앞으로 이재신과 은시경의 러브라인의 방향에 대해 묻자 “그건 작가만 알아요.”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윤지씨가 너무 잘해 줘서 나는 윤지씨한테 얹혀가려고요. 내 바람은 러브라인이 잘됐으면 좋겠고, (추락사고로 마비상태인) 재신이의 다리도 기적적으로 고쳐져 (그녀가)번쩍 일어났으면 좋겠어요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훈훈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나는 ‘왓츠업’ 이후 ‘더킹투하츠’가 두 번째 드라마 촬영인데, 드라마를 많이 촬영한 하지원 선배나 이승기씨, 윤지씨를 비롯한 여러 선배들이 ‘더킹투하츠는 현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출연 배우들끼리도 친하게 지내서 좋아요” ‘건축학개론’과 ‘더킹투하츠’의 성공으로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 제안이 많이 오고 있단다. ‘더킹투하츠’ 이후 새로운 영화에 투입될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장르를 불문해 뭐든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뮤지컬 무대보다 드라마와 영화 쪽에 시간을 더 할애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무대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도 꼭 좋은 소식을 안겨 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매주 드라마를 통해 TV에 그의 얼굴이 나오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라고. 일흔이 넘은 그의 어머니는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막내아들 정석이’가 가장 큰 자랑거리란다.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는 게 나의 목표이자 꿈이에요. 그 꿈이 조금씩 실현되는 중이라 너무 좋습니다. 요즘은 정말 마냥 좋아요.” 배우 조정석, 공연계에선 일찌감치 실력을 검증받은 연기파 배우다. 어찌 보면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그의 인기행진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한국만화 명작 100선] “동서양 아우르는 한국형 히어로작가 양성을”

    [한국만화 명작 100선] “동서양 아우르는 한국형 히어로작가 양성을”

    2010년 8월 ‘비정시공’ 출판기념회 이후 1년 8개월 만에 만난 이현세 화백은 수척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초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이 화백은 수술 경과가 좋다며 웃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일단 끊었다. 그랬더니 친구들과 동네 술집 주인들이 모두 비상이란다. 보리밥만 먹고 집에서 화실까지 걸어 다닌다. 창작 활동에 지장은 없느냐고 했더니 “평생 살면서 이렇게 머리가 맑은 상태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술 먹을 시간에 더 그릴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많이 그릴 수 있다. 전혀 지장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한국 만화 명작 100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회화적 완성도에서 완벽한 작품도 아니고 더 좋은 작품이 많으니까…. 굳이 분석해보자면 캐릭터 설정, 갈등 구조, 중첩된 복선 등 당시로선 익숙지 않은 이야기 구조와 한국 전통 곡선에서 벗어나 직선의 미학을 사용한 점 등이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동 만화가 아닌, 남녀노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만화를 그려보려 했다. 집요한 사랑 이야기가 여심을 사로잡았다. 강한 것이 아름답다, 도전하고 승리한다는 메시지는 남성층을 만족시킨 것 같다. 통과 의례를 거치면 적어도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살게 해 주겠다는 메시지는 암울한 사회에 좌절하고 번민했던 수많은 젊은이의 일성이 아니었나 싶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은. -‘천국의 신화’다. 우리 민족 상고사를 주제로 한 대작을 그리려고 했다. 필생의 역작으로 생각해 100권을 목표로 했다. 음란물 시비로 6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절반가량 줄여 끝내야 했다. →최근 웹툰 심의 논란이 있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자정 능력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한심했다. 하지만 웹툰 작가들에게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요즘 웹툰 작가들은 상당히 개인적이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일로 한자리에 모여 뜻을 나누게 됐다. →‘천국의 신화’ 사건 뒤 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천국의 신화’를 하며 신명이 없어졌다. 협심증과 당뇨도 그때 생겼다. 일단 의지도, 체력도 꺾였으니 그런 평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현세라는 작가 개인에겐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처음으로 만화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많이 부드러워지는 등 인간적으로 성숙해졌다. →한국 만화의 미래는. -출판 만화 시장이 위축된 게 문제지만 상황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행복한 거다. 세계적으로 자체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일단 웹툰 체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 누구나 만화를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또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영화, 드라마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새로 제정된 만화 진흥법은 작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해외 마케팅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만화가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으려면. -이미 일본과 유럽에 우리 작가들과 작품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남은 게 미국 그래픽 노블 시장인데 작가를 직접 보내 현지에서 공략하는 게 어떨까 싶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한국형 히어로를 만들어 성공을 거둔다면 소녀시대나 빅뱅을 뛰어넘는 한류 만화 스타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다음 작품 계획은? -‘천국의 신화’가 끝나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인기 캐릭터 베스트 10에 까치와 엄지가 없더라. 까치와 엄지로 밥 먹고 살 때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 자리를 찾으려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10년 동안 해왔다. 내 만화를 좋아하던 독자들이 골프를 즐기고, 아이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세대가 됐더라. 그래서 세계사·한국사와 ‘버디’를 그렸다. ‘창천수호위’ 등 이현세류 작품도 냈지만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작업 방향에 대해 고민이 크다. 내년이면 환갑이다. 70세 이후엔 동화를 하기로 마음먹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눈이 보이는 한 붓을 놓지 않을 것이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주말 영화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꿍따리 유랑단(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시각, 청각, 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을 전파하는 장애인 공연단 ‘꿍따리 유랑단’. 세상을 놀라게 할 이들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 최고의 댄스 가수로 활동하던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수손상마비 장애를 갖게 되지만, 꿋꿋이 이겨내 제2의 삶을 시작한 강원래. 그가 자신과 비슷한 장애 예술가들을 모아 꾸린 공연단체 ‘꿍따리 유랑단’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희망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한 팔이 없는데도 비장애인들에 맞서 한국 무에타이 챔피언까지 오른 최재식, 장애인 가요제 금상 수상자인 심보준, 한 손 마술사로 유명한 조성진, 선천적으로 작은 키를 가지고 태어난 트로트 가수 나용희 등 쟁쟁한 실력파 문화예술가들이 총망라된 ‘꿍따리 유랑단’. 이들은 2008년 6월 28일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첫 공연을 한 이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희망 전도사들이 됐다. 이들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희망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대열차강도(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1885년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와 크림전쟁 중이었다. 당시 영국군은 금으로 보수를 받았는데 한 달에 한 번 2만 5000파운드의 금괴가 런던의 허들스턴 앤드 브래드퍼드 은행에서 소형 금고에 실린 뒤 무장 경비대에 의해 기차역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 수송대는 정해진 루트나 일정표를 따르지 않았다. 금괴는 역에서 포크스턴행 열차의 화물칸에 실려 항구로 보내지고, 거기서 다시 크림반도로 보내졌다. 이 소형 금고는 8.2㎝ 두께의 강철로 특수 제작된 두 개의 대형 금고에 나눠 보관됐다. 대형 금고 1개의 무게는 250㎏이었고, 자물쇠가 두 개씩 달려 있어 총 네 개의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었다. 그리고 보안을 위해 열쇠는 따로 보관했고, 두 개는 기차역장이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했는데…. ●트윈 이펙트(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곳곳에 시신이 쌓여 있는 황폐한 지하철역. 뱀파이어 사냥꾼 리브와 그의 파트너이자 연인 릴라는 뱀파이어와 혈투를 벌인다. 그러던 중 뱀파이어 우두머리 듀크에게 치명적 부상을 가한다. 하지만 릴라 역시 상처를 입고 리브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이에 상심한 리브는 복수를 다짐하며 홍콩으로 향하고, 세계를 어둠으로 몰아넣으려는 야욕을 가진 마지막 뱀파이어 왕자 카자프는 듀크를 피해 홍콩으로 건너와 우연히 만난 리브의 여동생 헬렌을 보고 깜찍한 매력에 빠진다. 한편 카자프는 모자라는 피를 구하기 위해 헬렌의 도움을 받아 한 병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던 듀크 일당에게 발각되고, 마침 병원에서 앰뷸런스 운전사로 일하는 재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 [특파원 칼럼] 박찬호가 위대한 이유/이종락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박찬호가 위대한 이유/이종락 도쿄 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되면서 저녁마다 챙기는 일이 있다. 오릭스 버펄로스의 이대호 선수의 성적을 매일 체크하는 것 이외에 한화 박찬호 선수 관련 소식을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해 오릭스에서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간 박찬호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기자가 박찬호의 ‘광팬’이 된 건 18년 전이다. 박찬호가 1994년 1월 11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부터다. 기자와 같은 486세대들 중에는 박찬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이 나라에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 박찬호에게 많은 위안을 받고 다시 희망을 꿈꿨기 때문이다. 전날 아무리 과음을 해도 박찬호 경기가 있는 새벽 4~5시에는 놀랍게도 벌떡 일어나 경기를 함께했다. 이기면 덩달아 신나고,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으면 하루 종일 찜찜함을 떨치지 못했다. 1997년과 2000년에는 미국 출장 길에 LA 스타디움도 들렀다. LA 특파원 선배 소개로 로열박스에 있는 기자석에 앉아 박찬호의 쾌투를 지켜본 건 영원히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다. 그런 박찬호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오릭스 구단에 입단했을 땐 날 듯이 기뻤다. 오사카를 홈으로 하는 퍼시픽리그의 오릭스 경기를 자주 볼 수 없지만 도쿄에서 만나길 간절히 원했다. 도쿄에는 센트럴리그에 속하는 요미우리와 야쿠르트가 있어 양대 리그 교류전에는 박찬호가 등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1승 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2군에 내려간 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마쳐 도쿄에서 박찬호와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아 최다승인 124승을 기록한 박찬호에 대한 일본 프로야구계와 언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노모 히데오가 세웠던 123승의 기록을 갈아치워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리라. 지난해 4월 현역 일본 최고투수인 라쿠텐의 다나카 마사히로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박찬호가 패하자 ‘다나카가 메이저리거를 케이오시켰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일본 야구 선수 누구보다 위대하다. 6년간 6000만 달러(약 682억원)의 연봉을 받고 올해 텍사스에 입단한 다르빗슈 유가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 난타를 당한 걸 보더라도 박찬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다르빗슈는 니혼햄에서 7시즌 동안 93승,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다르빗슈의 데뷔전 때 NHK가 생중계하는 것은 물론 모든 민영 TV가 정규 방송 중에 경기상보를 여러 번 전할 정도로 그는 ‘일본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다르빗슈가 박찬호의 기록을 넘으려면 12년 내리 10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올해 26세인 다르빗슈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박찬호가 위대한 또 다른 이유는 끝없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1000억원대의 재산과 메이저리거로서 높은 명성을 쌓았음에도 오늘도 도전한다. 일본에서 겪었던 수모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년이나 어린 후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12일 두산전에서 6과 1이닝 동안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반면 18일에는 LG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박찬호가 이기든 지든 역사가 만들어진다. 이기면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다. 지더라도 후배들에게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기자는 40세인 박찬호가 앞으로 4~5년을 현역으로 뛰어주길 바란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콜로라도의 제이미 모이어가 18일 49세 151일의 나이로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다. 일본에서도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히로가 15일 46세 244일째에 선발승을 거뒀다. 미국과 일본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마운드에서 몸소 보여주며 한국 프로야구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으면 하는 게 ‘박찬호 폐인’인 기자의 바람이다. jrlee@seoul.co.kr
  • [시론] 새 출발하는 금통위의 과제/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새 출발하는 금통위의 과제/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 4명의 면면이 발표됐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일부 금통위원의 이임식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금통위원의 임명 방식과 임무, 길게는 이번 정부 취임 후, 그리고 짧게는 현 한은 총재의 취임 후 시행됐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먼저 현재 금통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통화정책의 수행과 관련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은 다시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적절성 문제로 세분해 볼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의 취임 이후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많이 훼손됐다. 물론 통화정책의 구체적인 행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려는 정치 권력의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은의 행보는 이런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당연직 금통위원인 이주열 한은 부총재가 이임식을 통해 통화정책의 난맥상을 공개적으로 반성했을까. 새로 구성되는 금통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소심하게 반박할 것이 아니라 그 논지의 큰 흐름을 잘 살펴 새롭게 변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의 적절성 여부는 더 미묘한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은 통화정책의 목표가 무엇이고, 과거의 의사결정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절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말에 개정된 한국은행법은 물가안정을 유일한 통화정책의 목표로 상정했다. 이 원칙은 지난해 8월 말 한은법이 개정돼 금융안정의 책무가 추가로 부여된 이후에도 계속 유효하다. 그러나 한은이 이 책무를 완수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은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정부는 몇 번씩 유가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작금의 모습은 왜 국민들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말해 준다. 물론 한은은 금융안정이나 지급결제제도의 안정 등 한은법상의 다른 책무를 조용하게 추구해 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나, 소매 지급결제제도의 한 축을 구성하는 신용카드 문제를 감안해 행동에 나선 적이 있는지 돌아보면 그 기억은 황량하기만 하다. 결국 지난 금통위는 실패한 조직으로 남게 됐다. 금통위의 실패는 자연스럽게 금통위원의 자격과 선임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금통위원이 화폐금융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한은의 역할과 통화정책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금통위원의 선임 방식이다. 현재 금통위원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추천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 이들 단체가 금통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실제 추천권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그리고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역설하는 경제원칙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의미에서 한은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필자는 차라리 국회가 여야 의석비율에 따라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 좀 더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은 총재의 경우에는 그 임명권은 대통령이 보유하더라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금통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가는 불안하고, 금융현실은 불안정하다. 가계부채, 저축은행 구조조정, 선진국의 재정 위기 등 국내외 돌발 변수가 도처에 산재해 있고, 중요한 정치일정까지 눈앞에 있다. 거기에 금융안정이라는 또 다른 책무를 물가안정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 새로운 숙제도 안고 있다. 부디 순항하기를 기원한다.
  • ‘타임 100인’에 北김정은 선정…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서 ‘악당’으로 선정됐다. 18일(현지시간) 타임 발표를 따르면 김정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와 셰이크 목타르 알리 쥬베이르, 그리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악당으로 분류됐다. 타임은 “김정은을 포함한 4인을 올해 100인 중 악당에 선정한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외면한 채 군사적인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그가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방향을 선택할 지 시장 경제 쪽을 향할 것이지, 동북아시아는 그가 답을 내놓을 때까지 예측 불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00인에 선정된 주요 인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애플의 새로운 수장 팀 쿡, 영국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과 그의 여동생 피파 미들턴,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 등이다. 타임은 “영감을 주거나,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우리에게 도전하거나, 세상을 바꾸는” 인물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100인에는 개인이 아닌 국제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도 선정됐으며, 여성은 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나가수’ 못다 한 고백 글로 읊다

    ‘나가수’ 못다 한 고백 글로 읊다

    인순이, 임재범, 이소라, 장혜진, 조관우, 김경호….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노래방에서 이들의 노래를 몇 번씩 열창했을 것이다. 노래로만 따지면 신(神)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 ‘신께서’ 노래 한 자락 감정 실어 뽑아주매 많은 사람은 눈물을 쏟아냈고, 음원 판매 1위는 물론 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놓여 있었다. ‘신들의 무대’로 칭송받았던 MBC 가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그렇게 숱한 화제를 뿌렸다. 무수히 많은 기사가 쏟아졌지만, 진짜 비밀은 꼭꼭 숨겨져 있다가 신간 ‘나는 가수다: 책으로 노래하다’(이도운·이은주·남지은 지음, 블루게일 펴냄)에 담겨 나왔다. 현직 기자인 저자들이 ‘나가수’의 제작자와 출연자, 관련 전문가 등을 만나고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프로그램의 탄생부터 진행 과정, 가수들의 속내와 노래에 얽힌 사연 등을 풀어냈다. ●현직기자 취재 바탕으로… 탄생부터 풀어내 ‘나도 가수다’, ‘나는 하수다’, ‘나는 꼼수다’ 등 다양하게 영감을 준 ‘나가수’는 하마터면 ‘가수들’(Singers)이라는 밋밋한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할 뻔했다. ‘나가수’란 아이디어를 들고 온 사람은 바로 가수 이소라였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가수 이소라를 잡으면 나머지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실제로 이소라의 공은 컸다. 출연자 7명의 상징으로 제목에 있는 ‘ㄱ’ 대신 숫자 ‘7’을 넣자는 생각도 이소라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말이다. 화제와 관심 속에서 시작했지만 ‘나가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김건모의 재도전 파문과 백지영의 중도하차, 프로듀서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나가수’는 아이돌로 점철되고 후크송이 지배한 대중음악계에 한국 대중음악사를 아우르는 명곡들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책은 이렇게 ‘나가수’가 경제·사회에 끼친 파급 효과는 물론 모든 출연 가수들의 못다 한 고백을 전하는 인터뷰, 두 프로듀서 김영희와 신정수, 정석원·하광훈·돈 스파이크 등 편곡자, 멋진 무대를 함께 만든 하우스 밴드 마스터 서영도와 정지찬 음악감독 등의 이야기까지 두루 조명한다. 또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만한 10대 명장면과 이유도 분석했다. ●원년 멤버들이 추천한 ‘나가수2’ 가수는? 여기서 잠깐. ‘나가수’ 시즌2의 밑그림이 확정되면서 출연 가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된다. 책에는 ‘나가수’ 원년 멤버들이 추천한 가수들도 엿볼 수 있는데 과연 누구일까. 새로 투입된 가수 중 정인은 백지영이 하동균, 이승철과 함께 추천한 가수. “정인이가 노래하는 것은 모두 진심이고,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자신은 ‘나가수2’ 출연을 고사한 김경호는 “김연우에게 다시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완규는 시즌2에서 명예졸업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일까. YB의 윤도현은 밴드의 명맥을 이을 국카스텐과 몽니를 꼽았다. “보컬리스트의 역량이 뛰어난 팀들이다. 다양한 장르의 스타일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다른 가수들은 누구를 추천했을까. 1만 6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8)정도전과 이방원

    [선택! 역사를 갈랐다] (8)정도전과 이방원

    1398년(태조 7) 음력 8월 26일 밤, 정도전은 이방원과 마주하였다. 정도전은 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방원은 거절했다. 1차 왕자의 난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정도전이 꾸었던 꿈은 뒤틀리고 변하였다. 정도전과 이방원, 두 사람은 조선 초기의 신권과 왕권론을 대표하는 역사적 라이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정말 역사적 라이벌로 이해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나이 차이부터 상당했다. 1392년 조선이 만들어질 때 정도전은 50세의 중년, 이방원은 25세의 청년이었다. 당시로는 아버지와 아들뻘 정도의 차이였다. 혹시 1383년(우왕 9) 정도전이 처음 이성계를 만났던 함주 막사에서 보았던 이방원은 16살의 똑똑하고 야심에 찬 아이로 기억했을 수 있다. 그만큼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도 조금 달랐다. 정도전은 경상도 향리 집안 출신이고, 어머니의 혈통 문제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귀족 가문이 얽혀 있는 중앙정계에서 그는 과거시험과 자신의 실력만으로 권력의 정글을 헤쳐나가야 했다. 이 때문에 정도전은 유배를 갔다. 그 후에도 노골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자신이 세운 삼각산 아래 학교를 옮겨야 했고, 이사도 여러 차례 했었다. 아마도 그의 성격은 원칙적이고, 때로 과격했던 것 같다. 이방원은 그보다 좋은 주변 환경에서 좋은 조건에서 살았다. 그는 이성계가 중앙 정계에 등장한 이후에 태어났다. 또한, 이성계의 많은 아들 중에서 드물게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벼슬길에서도 크게 어려운 일을 겪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귀족적 나약함보다 정치적 판단력과 추진력이 있었다.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하는 과정은 그의 냉혹함과 판단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 술은 새 부대로’ 의견 모은 정도전과 이방원 정도전과 이방원이 당면했던 현실은 국가운영의 문제였다. 고려왕조는 힘들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국제적으로는 새롭게 등장한 명나라와 이전 원나라 사이에서 방황했다. 더구나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은 견디기 쉽지 않은 시련이었다. 특히 왜구의 침략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고, 바닷가 지역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냈다. 국내 상황은 더 문제였다. 고려의 귀족들은 지배층이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권력과 경제력을 이용해 남의 땅을 삼켰다. 넓어진 땅에 필요한 일손은 백성을 노비로 만들어 보충했다. 이들에겐 법적 소송도 먹히지 않았다. 귀족들은 자신의 수하에 있던 사람들을 관료로 만들었다. 세금을 내야 할 땅과 군대에 가야 할 사람들이 계속 줄어 갔다. 한마디로 국가운영이 파탄나고 있었다. 새로운 질서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감했다. 여기까지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정도전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성계와 손잡았다. 고려말 여러 지식인이 정도전처럼 개혁을 생각했다. 그들은 성리학을 공통된 이념적 무기로 삼아 현실에 적용하려 했다. 자신들의 학문을 실학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본 불교는 인륜을 해치는 껍데기 학문이었다. 위화도 회군은 이성계와 개혁을 꿈꾸었던 세력이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된 사건이었다. 당시 요동 정벌을 추진했던 우왕과 최영 장군 등은 구세력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렇지만, 개혁세력은 점차 분화되어 갔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싶어한 정도전과 조준. 적어도 고려왕조의 틀은 유지하려 한 이색, 권근, 정몽주 등은 대립해야 했다. 정몽주의 죽음은 고려의 가을을 재촉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정도전, 고려 귀족을 관료로 대체를 시도하다 정도전은 정치의 근본이 민(民)이라고 했다. 유교 정치의 원리인 셈이다. 권력이 이곳에서 출발하고, 통치자가 민심을 잃으면 덕(德)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넘긴다. 그래야만 이성계가 국왕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 백성에서 선비가 등장해서 관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도전에게 선비와 농민은 둘이 아니었다. 그의 의도는 과거 문벌 귀족들이 차지했던 관료 자리를 더 많은 계층과 지역에 개방하는 것에 있었다. 이를 위해 정도전은 지방관 등의 천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관료들은 통치를 위한 지식과 능력이 필요했기에 반드시 학교를 거쳐 과거시험을 보도록 했다. 그는 고려시대처럼 과거 시험관과 합격자 사이의 개인적 인맥이 생기는 것을 막고, 이를 위해 사립학교를 약화시켰다. 정도전이 추구한 것은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이다. 그는 중국 고대의 제도인 6부를 원리로 한 중앙 관제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권력이 중앙에 모여 마치 물고기를 잡는 그물처럼 행정망이 펼쳐지는 그런 국가였다. 고려의 행정체계는 마치 벌집처럼 복잡한 자율성을 지녔다. 이 체계가 고려말 국가위기에 대응하는 일에 무기력했다. 국가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동원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이를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가문과 개인 등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조선의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방식은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이방원, 고려 귀족문벌 다시 정치로 흡수하다 이성계가 집권한 이후 정도전이 당면한 정치적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왕의 후계자 문제, 다른 하나는 명과의 외교 문제였다. 후계자 문제는 빨리 정리되었다. 이성계의 둘째 부인인 강씨 소생의 막내가 후계자로 결정된 것이다. 이성계는 첫째 부인인 한씨 소생으로 6명의 아들을 두었고, 이방원이 그중에서 다섯째 아들이었다. 정도전 등은 공로가 있는 아들을 세우자는 의견이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도전이 죽게 되는 원인이 된다. 또 큰 문제는 명과의 외교 마찰이었다. 명 태조인 주원장은 조선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주원장은 조선이 명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에 사신으로 왔던 이방원 등에 대해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 특히 명은 외교 문서의 문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조선에 문서 작성자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명은 정도전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정도전은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하려 했다. 그는 요동 정벌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이를 통해 정권에 위협이 될 최대 변수, 즉 왕자와 개국 공신들이 거느린 사병(私兵)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요동 정벌 추진은 조준 등과 같은 개혁파까지 이를 반대하게 한 카드가 되었다. 개국 공신들도 자신의 사병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찬동하지 않았다. 이방원은 이런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1398년(태조 7) 왕자의 난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방원은 일단 형을 국왕의 자리에 앉혔다. 그렇지만, 그는 본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한편, 수하들을 요직에 포진시켰다. 이방원이 주로 손을 잡았던 세력은 현실 개혁이 아닌 개선을 주장했던 세력들이다. 이들은 보수파는 아니지만, 기득권층의 이해는 나름대로 보존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사람들이다. 고려말 이색 아래에서 공부했던 권근, 하륜 등이 그들이었다. 물론 이방원의 뛰어난 정치적 감각은 이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숙청이 끝난 이후에는 모든 정치세력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개혁파였던 조준은 영의정으로 내세웠고, 사돈 관계를 맺었다. 또한 자신이 살해한 정몽주를 복권하고, 정도전의 동생과 아들의 벼슬길도 열어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 귀족 가문으로 중심을 재편하였다. 단, 이들 가문 간의 결속력을 막고자 종실 세력을 키웠다. 한마디로 이방원은 정도전처럼 중앙 정계에 지방세력을 끌어들이지 않고, 이들의 참여를 막았다. 대신에 이들에게는 군역의 면제나 면세와 같은 특권을 주었다. 이처럼 정도전이 추구했던 개혁의 방향은 이방원에 의해 변질되었다. ●일본 학자의 정치적 방법론이 조선사를 왜곡? 그렇다면, 이방원은 왕권 강화론자, 정도전은 신권론자였을까? 여기에는 국가 권력을 보는 시각의 문제가 전제된다. 원래 왕권과 신권의 대립 구도로 정치사를 이해하려 했던 학자들은 일본 학자들이었다. 그들이 메이지 유신을 겪으면서 천황과 봉건 영주의 대결로 정치사를 이해하려는 방법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왕권이나 신권 등의 말은 모호하고 피상적이다. 예컨대 외척이나 소수 공신에게 특권을 주는 것은 신권의 강화이면서 국왕권의 강화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정도전의 경우이다. 그는 총재인 재상이 행정실무를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왕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성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재상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주장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었다. 정도전은 공민왕 이후 여러 고려 국왕들의 파행적인 정치운용과 도덕적 문제를 목격했다. 그는 조선에서 국왕이 소수 귀족가문과 결탁하여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가 재상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측근인 남은과 함께 군사권을 태조 이성계가 장악해야 한다고 건의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비록 그의 개혁구도는 이방원에 의해 변질되었지만, 그가 지향했던 중앙집권체제는 조선 왕조를 규정짓는 설계도가 되었다. 김인호(광운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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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 ●나윤권 콘서트-메모리 온 더 스트리트 21~22일 서울 연세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감미롭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가수 나윤권이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여는 콘서트. 7만 7000~8만 8000원. 1544-1555. ●2012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 5월 26~27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가수 성시경이 5월의 야외 공연장에서 ‘결혼 피로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펼치는 콘서트. 7만 7000~12만 1000원. 1544-1555. [연극·뮤지컬] ●연극 ‘햄릿’ 5월 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원작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이다. ‘3인극’과 ‘극중 극’ 형식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햄릿을 보여 준다. 아버지의 죽음이 숙부의 타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이 택한 복수의 방법은 ‘복수의 리허설’이다. 3만 5000~5만원. 070-4143-6443.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21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지난해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창작 뮤지컬의 돌풍으로 떠올랐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재공연. 혼자 살고 있는 한 할머니에게 또 다른 할머니가 찾아와 자신의 집이라고 우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4만원.(02)2278-5741. [클래식] ●나비부인 19~21일 오후 7시 30분, 2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08년 창단한 무악오페라단이 세 번째 작품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올린다.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궁’ ‘장난스런 키스’의 황인뢰 감독이 처음 오페라 연출에 도전한다. 유럽에서 50회 이상 쵸쵸상(나비부인) 역을 소화한 소프라노 강경해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에서 활동하는 테너 박기천(핑커톤)이 출연한다. 4만~25만원. (02)569-0678. ●드뷔시 스페셜2-파스칼 드부아용 19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금호아트홀이 마련한 드뷔시 스페셜의 두 번째 무대는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인 드부아용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가 맡는다. 2만~3만원. (02)6303-1977. [미술·전시] ●정태사 개인전 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낙원동 갤러리엠. 전국을 유랑하며 화폭에 담은 실경산수화를 선보인다. 화구 가방을 메고 가면서 산으로 들로 나다니면서 좋은 경치가 있으면 담백하고 절제된 붓질로 그려낸 작품들이라 실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02)735-9500. ●현대 구상화 작가 3인전-박성환·김상유·황용엽 22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 한국적인 소재를 실존주의적이면서도 해학적인 터치로 그려냈던 세 작가의 유작들을 만나 보는 자리다. 한국전쟁 시기 한국인들의 생활 모습, 그리고 지식인들이 꿈꿨던 세계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02)2287-3591.
  •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이번엔 국물맛… 팔팔 끓는 라면전쟁

    요즘처럼 라면시장이 ‘맛있었던’ 때가 또 있을까. 농심 ‘신라면’의 독주로 지루했던 라면시장에 지난해 7월 팔도의 ‘꼬꼬면’이 출시된 이후 변화가 찾아왔다. 몸집은 1조 9000억원대로 쑥 커져 올 2조원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하고 재밌는 신제품들이 쏟아져 라면전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국물색깔이 라면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부상해 업체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재료를 사용해 우려낸 국물맛을 선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인기 스타가 참여해 제품을 함께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첨가되면 금상첨화다. ‘꼬꼬면’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하얀 국물 라면에 대한 업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라면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키며 당당히 하나의 제품군을 형성했으니 이 대열에 합류해야 매출은 물론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서다. 한 유통업체에 따르면 자사 매장에서 ‘꼬꼬면’ 이후 줄곧 20%를 차지하던 신라면의 매출 구성비가 한때 14%대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서는 16%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도 하얀 국물 라면 ‘자연은 맛있다 백합조개탕면’을 선보였다. 바지락, 대합, 백합 등 10가지 해산물과 청양고추 등을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업체로는 네 번째 하얀 국물 라면 출시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후발주자인 만큼 건강한 재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조라면으로 제품 한 개에 지방은 1.8g, 칼로리는 350㎉에 불과하다. 기존 라면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 10분의 1, 칼로리는 3분의 2 수준이다. 풀무원은 이 제품으로 2014년까지 매출 400억원을 올린다는 포부다. 올 들어 ‘하얀 국물 라면 제2라운드’를 주도하는 건 유통업체다. 지난 2월 초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자체상품(PB)인 ‘라면e라면’을 선보였고, 이달 초 롯데마트도 ‘손큰 라면’으로 뒤를 따랐다. 두 제품 모두 각 업체 점포에서 라면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어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편의점 업체 보광훼미리마트도 지난달 하얀 국물 제품인 ‘칼칼한 닭칼국수’를 출시, 매주 20% 매출 신장을 확인할 정도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여세를 몰아 스타마케팅과 스토리텔링 등 ‘꼬꼬면’의 전략을 택한 제품을 새롭게 내놨다. 인기 개그맨 최효종과 손잡고 하얀 국물 라면인 ‘최효종 백짬뽕’과 빨간 국물 라면인 ‘최효종 홍짬뽕’ 용기면을 동시에 출시한 것.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애정남’으로 활약하는 그의 이미지를 빌려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보광훼미리마트 관계자는 “맛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PB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꼬꼬면’ 이후 팔도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치중하고 있다. 빨간 국물 라면 ‘남자라면’으로 새로운 승부를 거는 동시에 최근 ‘놀부부대찌개라면’ 용기면도 내놓았다. 사실 이 제품은 지난해 부대찌개로 유명한 외식기업 ‘놀부’와 공동 개발해 봉지면으로 처음 선보였으나 ‘꼬꼬면’에 치여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 올 들어 월 70만개씩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아 다양한 기호에 맞추고자 큰 컵을 내놓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4·11 총선 이후] 현역교체 50.6%… ‘새얼굴’ 148명

    [4·11 총선 이후] 현역교체 50.6%… ‘새얼굴’ 148명

    19대 국회에서는 새로운 얼굴의 초선 의원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치러진 4·11 총선 결과 새로 여의도에 들어올 초선 의원은 총 의석수(300석)의 절반에 가까운 14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9대 국회에 살아 돌아온 의원은 116명에 그쳐 전체 의석수 기준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50.6%에 달했다. 18대 국회를 건너뛰고 국회에 들어온 경험 많은 전직 의원들은 36명으로 전체 의석수의 12%를 차지했다. 이들이 향후 여야 대치 국면에서 성숙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수별로 따지면 재선이 70명으로 23.3%를 차지했고 3선이 50명으로 16.7%였다. 4선은 19명으로 6.3%, 5선이 9명으로 3%였다. 6선도 3명(1%)이 나왔고 현역 최다선인 7선은 1명(0.3%)을 기록했다. 초선 의원은 18대 국회에 비해 15명 늘어난 반면, 재선 의원은 오히려 90명에서 70명으로 20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3선 이상 다선 의원 수는 82명으로 18대(76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국민들이 새 얼굴을 원하는 한편으로 여야 충돌 없는 성숙한 국회 운영을 원하는 결과로도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172명(미래희망연대와 합당 당시 기준 의석)의 현역 가운데 55명, 민주당은 87명(공천 이전 기준) 중 45명이 생환했다. 비율로 따지면 새누리당은 3분의1가량, 민주당은 절반 정도가 각각 살아온 셈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하며 7선에 올라 18대 국회에서 최다선(7선)이었던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의 자리를 대신했다. 6선 고지에 올라선 이는 새누리당 강창희(대전 중구), 민주당 이해찬(세종), 선진당 이인제(논산·계룡·금산) 당선자 등 3명이다. 5선은 새누리당 정의화(부산 중·동구), 황우여(인천 연수), 이재오(서울 은평을), 남경필(경기 수원병) 의원 등이 달성했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례대표로 5선에 올랐다. 민주통합당에선 이미경(서울 은평갑), 이석현(경기 안양동안갑) 의원 등이 5선 배지를 달게 됐다. 그러나 상당수 중진들은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친박근혜)계 6선 중진인 홍사덕(서울 종로) 의원을 비롯해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당 사무총장 출신인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5선 고지를 노렸던 김영선(경기 일산서구), 4선 도전에 나섰던 전재희(경기 광명을) 의원 등이 줄줄이 낙선의 아픔을 맛봤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박희순 “까불고 싶었다…기회를 잡았다”

    박희순 “까불고 싶었다…기회를 잡았다”

    “전 정말 마초를 싫어해요. 남자들끼리 센 척하고 기싸움하고 그런 것도 싫어하고요. 실제로는 내성적이고 말주변도 없는 편이죠.” 배우 박희순(42)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상당히 거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의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린 ‘세븐데이즈’를 비롯해 ‘작전’, ‘10억’, ‘의뢰인’까지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언제나 비장했고 진중했다. 하지만 신작 ‘간기남’(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에서 그는 간통 전문 형사 강선우 역을 맡아 그간의 무거움을 벗고 가볍고 코믹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4월의 봄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희순을 만났다. →지난달 개봉한 ‘가비’에서 연기한 진중한 고종 황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인데. -고종 역할은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무거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사명감으로 연기했다. ‘맨발의 꿈’ 이후 본의 아니게 무거운 영화를 서너 개 연달아 한 이후에 가벼운 작품을 찾고 있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나도 안 지치고 관객도 안 지겨운 영화를 하자는 것이다. →‘스릴러 전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릴러물에 많이 출연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코믹 내공이 상당하다. -휴먼 코미디 등 나름대로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런 영화들은 흥행이 잘 안됐다 (웃음). 솔직히 그동안 각 잡는 연기가 너무 재미가 없고 힘들었다. 까불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사실 영화 데뷔 전에 연극을 할 때는 비극적인 웃음과 해학이 있는 작품이 많아 코미디 연기를 많이 했다. 주로 동네 바보, 사기꾼 역할 등이었다.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영화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여성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간통 사건을 기다리는 형사라는 뜻이다. 배우자의 다양한 외도를 소재로 쓴 원작 소설을 여러 명의 작가가 시나리오로 다시 썼다. 에로틱 스릴러는 매력적인 장르지만 국내에서 성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격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넣어 무겁거나 잔인하지 않게 그렸다. 예술성보다는 그냥 오락 영화로 즐겨 주셨으면 한다. →멜로와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어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팜므파탈 이야기에 코미디적인 요소가 결합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제가 만나는 상대에 따라 이야기의 지점이 달라졌다. 초반에 형사들과 등장할 때는 웃음 코드를 강조했고 후반에는 김수진(박시연)과의 진지한 멜로로 간다. 그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어색하지 않도록 강약을 조절하는 마당쇠 역할을 했다. 그동안은 한 작품에서 한 가지 색깔의 연기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진지함과 섹시함 등 다양한 면을 보여 주려고 했다. →이 작품은 감독이 ‘원초적 본능’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할 정도로 에로틱한 성격이 강하다. 농도 짙은 애정신도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하던데. -‘나의 친구, 그의 아내’라는 작품에서 처음 베드신을 찍었을 때는 정말 심하게 떨었다. 이번에는 노출 수위 등 세세한 것까지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합도 많이 맞춰 본 덕분에 몇 번 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끝냈다. 평소 여자친구 어깨에 손 올리는 것도 쑥스러워하는 성격인데 여배우와의 애정신이 꼭 반갑지만은 않았다. 촬영 현장에 카메라가 최소 2대 들어와 있고 주변에 스태프들도 많아 창피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팜므파탈 캐릭터를 맡은 박시연씨가 노출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던데, -박시연씨가 감독님과 노출 수위를 놓고 조절하면서 날이 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했다. 여배우들이 보통 노출 장면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때는 남자 배우로서 최대한 상대 배우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박시연씨와 사전에 합의된 장면만 촬영했다. →기존의 남성미에 섹시한 매력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VIP 시사회 때 창피해서 주변 사람들을 하나도 안 불렀다. 어머니는 제가 연극을 할 때부터 한 작품도 안 빼놓고 보신 분이다. ‘가비’ 때는 당신 아들이 왕까지 올라갔다고 좋아하셨는데, 이번 작품을 본 뒤에는 “너무 야하더라. 너 왜 그런 짓을 했어.”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못 볼 것 같다고 하시더라. →여자친구(영화배우 박예진)도 영화를 못 봤나. -서로 출연한 영화 시사회를 안 가기로 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각자의 연기 생활에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다. →올해로 영화 데뷔한 지 10년이다. 지금까지의 배우 생활을 정리하고 앞으로를 내다본다면. -지난 10년 동안 많은 도전과 모험, 변화를 시도한 것 같다. 그동안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해 왔다. 앞으로는 더욱 안정적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연기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간기남’으로 흥행 배우의 타이틀을 얻고 싶다(웃음). 30대 막바지에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40대를 넘기니 오히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게 됐다는 박희순. 그는 작품마다 따라붙는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싫었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좀 더 유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재발견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실로 빛난다는 뜻의 그의 이름처럼 박희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국서 태어나 미국서 자라 여러 대륙서 일한 리더십 활용”

    미국 정부가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은 11일(현지시간)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랐으며, 몇개 대륙에서 일해왔다.”면서 “세계은행의 임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나의 글로벌 리더십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총장은 미 재무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내가 이 조직(세계은행)을 이끌 책임을 맡게 된다면 여러분은 현상유지에 대해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기존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조직의 새로운 변화를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는 물론 민간·공공 영역에 있는 고객과 직원들의 말에 귀기울일 것”이라면서 “아울러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성장을 담보하는 목적을 위해 엄격함과 객관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 등 7개국에서 벌인 이른바 ‘글로벌 경청투어’와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성과지향의 공개된 선출 절차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그는 “시선을 높여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해 위대한 정의와 위대한 포용과 위대한 존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이날 김 총장을 마지막으로 후보자 면접 절차를 마쳤으며, 다음 주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총재 후보에는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올라 있으나, 김 총장 선출이 확실한 상황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여소야대땐 조기 대선정국

    4·11 총선은 의회권력 구도는 물론 정국 운영의 방향, 대선주자 위상 등 정치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선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레임덕 현상은 누가 이기든 피해 갈 수 없다는 게 이번 총선의 역설”이라면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경우 현 정부 정책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이 이기면 현 정부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할 것인 만큼 오히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151석)을 확보하지는 못하더라도 130~140석으로 제1당이 되고, 통합진보당이 10∼15석을 차지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 대선 정국이 조기 도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진보당의 입김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우선 야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수정 또는 폐기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 총선 쟁점으로 떠올랐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비롯,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각종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파상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이 경우 여야가 19대 국회의 문도 열지 못한 채 상당 기간 장외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이번 총선은 그 자체로 마무리되고, 대선은 새로운 정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면서 “결국 대선 구도는 5~6월이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2년 4월 총선에서 거대 여당인 민자당이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지만, 연말 대선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던 점에서 “총선과 대선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 제1당 지위를 유지하면 여권 대선주자의 위상이 공고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의석수가 2004년 17대 총선 때의 121석을 상회하지 못하면 거센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 나아가 선거 승패 못지않게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에서의 성적표도 중요하다. 수도권은 박 위원장의 표 확장성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고, 낙동강 벨트는 주요한 동력 유지 측면에서 중요한 승부처다. 반대로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경우 낙동강 벨트에서 4~5석을 확보하면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했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전을 관망했다. 안 원장은 당분간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올 하반기 이후 대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송수연·최지숙기자 shjang@seoul.co.kr
  • [현장 행정] 서초 ‘구청장에게 바란다 일일 보고회’

    [현장 행정] 서초 ‘구청장에게 바란다 일일 보고회’

    “다음 민원은 맞벌이 가정이라 자동차 검사 안내 우편물을 받지 못해 검사 기일을 놓치고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구청장) “교통안전공단 안내문은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구에서도 안내를 한번 더 하는 게 좋겠습니다.”(홍보담당관) “사전 동의를 받아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감사담당관) 지난달 15일 오전 8시 30분 서초구청 대회의실. 진익철 구청장이 직접 진행자로 나서 전날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 접수된 과태료 민원 내용을 설명하자 관련 부서 담당 실·국장과 팀장 등 참석자들이 처리 방안을 내놓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회의는 자동차 검사 안내 방법의 문제, 과태료 부과의 타당성까지 따지고 들면서 결국 새로운 안내법을 구상하는 데까지 이른다. 서초구가 매일 아침마다 진행하는 ‘구청장에게 바란다 보고회’의 모습이다. ●구청장, 민원인과 직접 통화… 의견 수렴 9일 구에 따르면 보고회에는 일 평균 10~15건의 안건이 오른다. 그러면 이를 단순히 처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진 구청장부터 담당 주무관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민원 제기 과정을 꼼꼼히 분석한다. 비슷한 민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 주민 불편의 뿌리부터 뽑아 내자는 취지다. 여기서 진 구청장은 민원인과 직접 통화까지 하며 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이런 방법으로 구는 지난해 보육시설 설치기준의 불합리성을 지적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거주자우선주차 요금 연납 및 할인혜택, 아이돌보미 강사 교육, 연납 자동차세 카드결제 취소 조치 등도 모두 개별 민원을 분석해 정책으로 승화시킨 경우다. 구는 이 외에도 효율적·생산적 민원 해결을 위한 장치를 여럿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진 구청장의 구정철학에 따라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한 경로로 듣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민원심의위원회’에서는 주민 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오랜시간 해결되지 않은 민원에 대해 당사자,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 해법을 고민한다. 또 구청장실 바로 옆에는 ‘직소민원실’을 설치해 주민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담당 부서장을 만나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 담당부서장에 직접 민원 제기 가능 진 구청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구민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끊임없이 구정에 반영할 것”이라며 “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주민이 만족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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