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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데르센의 절규’

    ‘안데르센의 절규’(안나 니즈미 지음 황소연 옮김·좋은책만들기)는 불행했던 천재 작가의 슬픈 광기를 파헤친 공포 판타지이다. ‘인어공주’나 ‘미운 오리새끼’ 등을 써,전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은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정신병으로 죽었고,아버지 보다 열다섯살이나 나이가 많은어머니는 천박한 여자였다.안데르센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네살부터떠돌이 생활을 하며 몇 번인가 절망의 늪에 빠졌었다. 이 책은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안데르센의 내면 세계를 좆아 간다.그는 자신의 과거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애썼으며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못하게 왜곡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여느 동화와는 다르게 무겁다.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 곁에 다가가지만 결혼할 수 없거나(인어공주),결혼하기는 하지만 곧죽음을 당한다(얼음공주).마음 속의 할머니 외에는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없고(성냥팔이 소녀),최선의 노력을다하지만 불태워지고 만다(외다리 장난감 병정). 다행히 후원자를 만나 동화작가로 성공하지만 그의 비극은 무의식적인 고통과 실패를 거듭했던 자신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원작과 달리 ‘인어공주’의 마지막 부분을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왕자와 그 신부를 인어공주가 살해하는 것으로 바꾸어 안데르센의속마음을 노출시킨다.물론 그 의식의 흐름 속에는 삶에 대한 분노와 세상에대한 억울함이 배어 있다. 저자는 안데르센 동화와 개인의 삶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제한된 능력을 지닌 천재의 고독한 삶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이 책은 한 인간의 고통이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 다시 한번 안데르센동화 속으로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게 한다. 김명승기자 mskim@
  • [시베리아 대탐방](17)하바로프스크의 관광상품

    [구트조브카 특별취재반] 자연림이 풍부한 시베리아에서는 사냥도 훌륭한관광 상품이다. 극동의 하바로프스크에는 사냥 전문 여행사가 있다.이곳은 주로 미국,캐나다에서 사냥 관광객을 모집한다.사냥 관광객들은 헬리콥터를 이용,숲으로 이동한 뒤 이틀간 사냥을 즐긴다.하지만 지금은 시베리아의 모든 주정부가 제한적으로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매년 동물 종류에 따라 사냥 한도를 정해놓는다.물론 사냥터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취재팀이 만난 이르쿠츠크 주정부의 비쿠로브 유리 알렉산드로비치 대외경제고문도 사냥 매니어중 한명이다.그는 주로 이르쿠츠크에서 300㎞ 떨어진바이칼호수 중간지대로 가서 사냥을 즐긴다.현지어로 ‘바랄’이라고 하는사슴과 산양이 주로 사냥 대상이다.그는 “사냥을 하는데 드는 경비가 보통1인당 500루블(2만2,500원)이나 들기 때문에 자주는 못간다”며 “고기만을원한다면 시장에서 사먹는 것이 싸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하바로프스크에서 통역을 맡았던 고려인 정추광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고는곧바로 그곳을 찾았다.한 사냥꾼이 그동안 자신이 쏘아죽인 동물들에 대해 속죄한다는 뜻에서 어미 잃은 새끼들을 데려가 키우고있다는 것이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구트조브카에 정씨에게 들었던 ‘동물 건강회복 센터’가 들어서 있었다.야트막한 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이곳 설립자의 딸이라는 예노토비트나야 코바카양이우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호랑이 사냥꾼이었던 아버지가 은퇴해 연금생활자가 된 뒤 갑자기이 시설을 만든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줬다.그녀의 아버지는 “어미가 죽으면새끼들은 홀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며 후배 사냥꾼에게 새끼들은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부탁했다.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집에 가져온 새끼들을 잘키운 뒤 동물원에 넘기게 됐다.그런데 4년전에 문제가 발생했다.송곳니가 빠져버린 생후 9개월짜리 호랑이 새끼를 받아다 조금 키운 뒤 동물원에 넘기려했는데 동물원측에서 “송곳니가 없어 볼품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했다.결국 그는 그 호랑이 새끼를 키우기 위해동물건강 회복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는 것이다.구트조브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이곳이 동물 키우기 좋은지역이었기 때문이다.예노토비트나야는 “지금은 이곳이 하바로프스크주에널리 알려져 새끼들을 많이 보내준다”고 말했다. 그녀의 안내로 동물 우리가 있는 지역으로 올라갔다.이곳을 만든 계기가 된호랑이부터 만났다.식사를 하는 도중에 방해가 됐는지 굉장히 으르렁거렸다. 철장이 다소 허술해보여 호랑이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근접하기가두려웠다.송곳니를 잃은 이 호랑이는 연한 송아지 고기만 먹었다.또 ‘동물의 왕’답게 0.5㏊의 넓은 영역이 주어져 있었다.예노토비트나야양은 “원래두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숲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옆 우리에는 반달곰이 있었다.먹이를 주니까 일어서서 도는 등 재주를 부렸다.반달곰만 지금까지 16마리가 이곳에서 원기를 찾은 뒤 동물원에 보내졌다고 한다.여우와 너구리,살쾡이,산양,염소,사슴 등 15마리의 동물들이 현재이곳의 보호를 받고 있다. 취재팀은 문득 무슨 돈으로 이곳을 운영할까 궁금해졌다.사료비만 해도 엄청날 것이었기 때문이다.예노토비트나야는 “요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기때문에 입장요금과 숙박요금,반야(러시아식 사우나)요금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주정부가 이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은 했지만 자금지원은 별도로 해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산에서 내려와 보니 아담한 통나무집과 반야가 눈에 띄였다.통나무집에서는 하바로프스크 사범대생들이 단체로 놀러와꼬치구이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일반 동물원과 차별화되는 이곳만의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다.동물 우리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돼 있지 않고 철책만 둘러쳐져 있을 뿐이다.산과 동물과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이 때문에 주말이면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많이 온다.예노토비트나야는 “요즘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많이 늘었다”며 “한국인들도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있다. oosing@. * ‘한국식 사우나’명물로 자리잡아. [하바로프스크 특별취재반] 취재팀은 통역을 맡은 고려인 정추광씨와 보름동안 함께 다니면서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머나먼동토(凍土)에 있지만 그들도 역시 한국인이었다. 사할린주 출신인 정추광씨는 노보시비르스크공대 졸업후 하바로프스크공대교수를 거친 엘리트로 현재 ‘러시아의 소리 방송’하바로프스크지국 과장이다. 6남매를 대학까지 보낸 그의 부모가 그랬듯 그도 두 아들에 쏟는 정성이지극했다.하바로프스크공대 졸업후 장남은 외국인회사,차남은 철도회사에근무중인데 정씨는 미혼인 두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줬다.러시아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땅이 넓은 러시아에서는 아파트가 아니면 지역난방과 수도물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아파트가 무척 비싸다.정씨는 직장 일과 통역을 병행하며 번 돈을 자식에게 모두 내줬다.정씨는 요즘 장남이 슬라브족 여성과 사귄다며 걱정하고 있다.“고려인 여성만큼 남편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정조관념도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그러나 요즘 고려인 3세의 25%는 슬라브족과 결혼하는 추세다. 고려인들의 식단도 여전히 한국형이었다.취재팀은 귀국 전날인 199년 12월3일 정씨의 아파트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인 정씨 부인은 깍두기와 김치,국은 매일 저녁 꼭 준비한다고 말했다.물론 매운맛은 덜했지만 역시 한국식이었다.정씨는 “북한식당이 자금사정으로 문을닫아 아쉽다”고 말했다.실제로 취재팀이 찾아간 하바로프스크의 ‘평양식당’은 한국인과 고려인이 공동으로 인수한 곳이다.‘젬추지나’로 식당 이름도 바뀌었다.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식당 ‘모란각’은 문이 잠겨있었다. 고려인들은 개고기도 무척 즐긴다.그는 “매달 한번씩 고려인 친구들과 함께 개를 직접 잡아 탕과 수육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친구들끼리 차를 몰고 조용한 시외로 나가서 개를 직접 잡은 뒤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단독주택을 가진 친구집에서 ‘개고기 파티’를 연다.정씨의 차남 비타라씨도 “개고기 파티에는 부인과 자식들도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고려인 생활. [하바로프스크 특별취재반] 한·러 수교 이후 수많은 우리기업들이 극동 시베리아에 진출했지만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결국 IMF사태가 터지자 너도나도 다시 철수하고 말았다. 그러나 의외로 성공한 기업이 있다.러시아 유일의 한국식 사우나인 하바로프스크의 ‘달리 사우나’가 그 주인공.1999년 12월 4일 취재팀이 찾았을 때이곳은 수십명의 러시아인들로 붐비고 있었다.사우나뿐만 아니라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오락실,안마실에도 러시아인들이 많았다.사우나 입장료가 1인당 800루블(우리 돈 3만6,000원)으로 비싼 만큼 부유층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 사우나는 지난 95년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51대 49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했다.당시 여기에 쓰이는 나사못 한개도 러시아에 없어 모든 것을 한국에서날라오느라 공사시간이 1년이나 걸렸다.한국인 사장인 김영진씨는 첫달부터흑자를 내 98년에는 이미 자신의 투자비 50만달러를 모두 회수했다.모스크바연방정부의 고관들이 하바로프스크에 오면 항상 이 사우나를 찾을 정도로명물로 자리 잡았다. 성공비결을 묻자 김사장은 “합작파트너를 속이지 않았고 투명하게 일을 한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며 “이제는 모든 사우나관리를 나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사우나안에 식당과 오락실을 차리는 식으로 이종(異種)사업들을병행한 것도 주효했다.위험분산과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이와함께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것도 힘이 됐다. 지금은 직원이 55명에 이르지만 처음에는 15명만 둬 1인 2·3역을 해야했다. 또 우리처럼 사우나가 일상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남·여탕을 따로 안차리고홀수날은 여자,짝수 날은 남자날로 정해 투자비용을 줄였다. 김사장은 “경쟁자가 적은만큼 중국보다는 러시아쪽이 기회의 땅”이라며“모스크바에서 사우나 설립 제의가 들어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사장은 이제 러시아를 넘어 유럽의 한국식 사우나를 꿈꾸고 있다.
  • 구제역 파동 확산/ “30년 축산 꿈 하루아침에..”

    *홍성 장양리 현지표정. 경기도 파주에 가축의 에이즈인 구제역이 발병한 충남 홍성의 장양리 일대는 청천벽력 같은 비탄에 빠져들고 있었다. 2일 오전 키우던 한우 28마리가 처음으로 구제역 증상을 보인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최창국(崔昌國·70)씨의 집.검역소와 군청에서 나온 공무원들이애지중지 키워오던 소들을 안락사시켜 축사 옆에 파묻자 순간 최씨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재산이라고는 소밖에 없다는 부인 천용해(千龍海·62)씨는 “어제 낳은 새끼까지 묻었다”며 망연자실한 채 뿌옇게 변해 버린 하늘만 넋놓고 바라보았다.30여년 전 남편 최씨가 이역만리 사우디아라비아에 나가 일해서 벌어온돈을 꼬박꼬박 챙겨 한마리 한마리 사들인 게 지금의 한우 28마리가 되었다. 전재산이요 꿈이기도 했던 터다. 마을 이장 최종식(崔鍾植·52)씨도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검역관들이 키우던 20마리의 소를 끌어가자 “한루 이틀만 더 기다려보자”며 주저앉아 끝내 소고삐를 놓으려 하지 않았다. 최초의 구제역이 발생한 최창국씨의 외양간에서 500m도 안돼 전염가능성이커 도살하기 위해 이웃집들의 소와 함께 끌어가자 자식들의 학비용으로 키워오던 소인데 “이제는 어떡하냐’며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98년만 해도 한우 40여마리를 키우며 부농의 꿈을 일궈왔던 최씨는 IMF한파로 소값이 폭락하면서 소를 팔아 쓰고 간신히 20마리를 사육해오고 있었다. 하루 사이에 한마을에서 한우 91마리와 돼지 2마리가 도살처분된 장양리는마을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새벽부터 마을로 통하던 6곳의 도로가 모두 바리케이드로 차단됐고 군청직원과 경찰,군인들이 주민과 차량의 출입을 전면통제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군청과 농협에서 지원된 3대의 방역차량이 나와 온 동네 곳곳에 살균제인 벤잘크롬을 무차별 살포하는 바람에 하루종일 온통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통제소의 출입 통제가 심해지자 결혼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을 빠져 나가려는 주민들과 통제관들 사이에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생필품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족해지고 있으며 벌써부터 물품부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군청에서 생수와 라면,휴지 등을 실은 차량이 장양리 경계까지 가져다 놓으면 마을에서 차와 경운기 등을 이용해 마을로 옮겨가고 있다. 장양리에서 반경 3㎞ 이내는 사료와 가축,일반차량 등의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있고 인근 20㎞ 이내 모든 가축과 사료차량의 이동도 금지돼 보령,서산,청양지역 축산농민까지 시름에 잠겼다. 경기도 파주에 이은 홍성의 구제역은 전국 축산농가의 부푼 꿈을 일순간에앗아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었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 *‘구제역' 판명 파주 표정. 파주 ‘의사 구제역’이 2일 진성으로 밝혀지자 발생지인 파주시 파평면 금파1리 등 파주지역 축산농가와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제역으로 사육하던 가축을 도살시켜야 했던 일대의 축산농가 50여명들로구성된 피해농가대책위원회(대표 임종승)는 이날 모임을 갖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때마침 진성 구제역 판명 소식을 전해들은 회의 참석자들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했는데 믿고 싶지 않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구제역으로 판명된 이상 대규모의 도축이 불가피하고 차후 생계대책이 막연하다”고 걱정했다. 처음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금파1리 이호덕씨(57)의 부인 이순선씨(55)는 “멀쩡한 한우 9마리를 도살당해 상심했었지만 진성으로 판명되고 나니먼저 매맞은 사람처럼 오히려 홀가분한 심정”이라면서 “진성으로 판명됐지만 타 지역으로는 더이상 옮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파주시청에는 파평면 축산농가로부터 10㎞ 이내 가축 도살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피해농가대책위 노하영 대변인(파주양돈단지 대표)은 “진성 구제역으로 판명된 이상 정부는 발생지 반경 10㎞ 이내 가축 도축 일정을 조속히 밝히는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대규모 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농가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고 설득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곳곳에서 전날까지 백신접종을 거부하던 축산농가들은 어차피 도축될 바엔 병 확산을막기 위해서라도 접종을 받게 하자고 태도를 바꿔 대부분순순히 접종에 응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
  • [대한광장] 봄 들판에 서서

    봄 들판에 나가도 이제는 보리가 별로 없다.이때쯤 들판에 나가보면 어여쁘게 각진 네모상자 모양의 논에서 간신히 몸을 추스려 햇빛 앞에 꿈틀거리는보리밭을 얼마든지 볼수 있었다.들판을 걸으며 보리잎이 기울어진 각도만큼고개를 숙이며 보리잎의 안부를 걱정하던 우리네 봄은 사라졌다. 대신 대책 없이(?) 직립한 아파트군이 경쟁력 없는 보리농사를 비웃으며 아파트 구멍 하나에 일 억 어쩌고 하면서,아파트농사의 효율성을 겨울 들판에서 선포하고 있다.평면으로 펼쳐진 보리밭이 입체적으로 직립한 아파트로 변화해 세상은 바뀌었다고,이런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우리를 윽박지르는 것이다. 봄 들판에 서서 문득 한 친구와 나눈 점심을 생각한다.그의 안내로 우리가간 곳은 종로2가의 한 조그만 식당이었다.메뉴를 고를 것도 없이 2인분의 백반이 나왔다.찐 계란과 된장속에 오래 몸을 섞었을 깻잎,그리고 조기새끼 두어마리가 접시 위에 밀가루옷을 입고 튀겨져 있었다. 음식은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오랜만에 밥상앞에 마주앉은 느낌이었다.그러나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후식으로 나오는 누룽지였다.옛시절 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먹던 밥의 흥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자연히 우리는 고향얘기를 했고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난 상업고등학교 졸업 무렵으로 돌아갔다.은행에만 들어가면 모든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줄 알았던 그 시절.그는 정말 새로운 인생을 보냈다.당시 오일쇼크가 시작된 때였지만 그래도 ‘은행원’이라 하면 대접이 달라지던 때,그 친구는 정말 부지런히 일하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고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왔다. 어떤 친구들은 야간대학에라도 들어가고 또 적당히 술도 사며 취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런 일을 사치로 접어두고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병이면 부러울것이 없다며 검박하게 살았다.그리고 열심히 일해 입행동기들에 비해 뒤지지않은 시점에 승진을 했고 몇 년 전에는 지점장까지 했다. 그러나 IMF를 맞아 은행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가 다니던 은행도 강제합병이 돼 그만둬야 했다.평생 성실함 하나면 된다고 열심히 일했지만 4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자기 거리로 내몰린 것이었다.평소 학교에서 배운 표준말과 예의밖에 몰랐던 친구였지만 실직 처음에는 너무나 격해져 말도 붙일 수 없을만큼 얄궂은 말들이 튀어나오고 대학생들이 ‘타도’어쩌고 하는 말이 정말로 실감된다며 금방이라도 무언가 해볼 듯이 격분에 넘쳐 있었다. 그러나 그 날 후미진 골목에서 점심을 나눌 때는 다시 단정한 사내가 되어있었다.누룽지의 맛을 나누며 우리는 고향으로 내려가기도 했고 막 시작하려는 사업얘기로 오랜만에 웃기도 하였다.그리고 헤어질 때는 내 손을 잡으며이제는 세상을 원망 않는다며 “기운을 내 재기할테니 걱정말라”며 오히려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다시 들판을 바라본다.롤케이크를 붙여놓은듯한 비닐하우스가 눈에 띄고 그곳에서 상추라든가 오이 등을 키울 사람을 떠올린다.세상은 변해도 봄 저쪽에선 누군가 일을 하며 사람들의 밥상을 위해 소중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사노라면 성실한 삶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늘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해서 삶의 원칙과 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자신에게 닥쳐온 갑작스런 어려움을 몸으로 잔잔하게 삭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있음으로 해서 오늘도 살아볼만한 것이리라.지금쯤 이 땅 어디선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보리잎들이 태양 아래 꿈틀거리며 종다리 소리를 듣고 있겠지. 姜亨喆 숭의여대교수·시인
  • 돼지 오제스키 전염병 비상

    충북 진천군 장관리 ‘유전자원 종돈장’에 폐사율이 높은 ‘돼지 오제스키전염병’이 발생,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부는 종돈(씨돼지) 1,800여마리를 포함해 돼지 1만여마리를 사육하는종돈장에서 지난 4일 현재 300여마리가 오제스키 전염병에 감염돼 이중 200여마리가 폐사했다고 7일 밝혔다. 농림부는 병에 걸린 돼지를 도살처분토록 하고 종돈장의 허가를 취소,폐쇄조치하는 한편 이 곳에서 돼지를 분양받은 농가를 파악해 감염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전국의 양돈농가에 이 종돈장에서 생산한 돼지를 구입하지 말도록 하고이미 분양받은 농가는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토록 해 전염병의 확산을 차단키로 했다. 돼지 오제스키병은 감염된 암퇘지에게 유·사산을 일으키고 새끼돼지는 폐사율이 높은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김환용기자 dragonk@
  • 양천구, 폐수목 활용 어미·새끼말 2필 설치

    서울에서 강남지역 못지않게 생활여건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양천구 목동은뜻밖에도 목마장(牧馬場)에서 지명이 유래됐다. 목동 일대에는 조선시대때 말을 사육하던 목마장이 있었다.현재의 목동 제일 바깥쪽 끝부분에 있는 동네를 ‘외목동’ 또는 ‘모새미’라 했고,마을한가운데에 있던 마장산 안쪽 마을을 ‘내목동’‘마장안’‘마장’ 등으로불렀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목동(牧洞)’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그후 표기법이 달라지면서 현재의 ‘목동(木洞)’이란 명칭으로 굳어졌다.양천구(구청장 許完)는 최근 이같은 옛 지명의 유래를 되살리기 위해 이대목동병원 건너편의 목마공원에 흰색의 목마상을 설치했다.높이 2m,길이 3m의 어미말과 높이 1.5m,길이 2m짜리 새끼말 등 2필로 이뤄진 목마상은 나무로 만든것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양천구는 특히 지난해 태풍때 쓰러진 40년생 폐수목을 재활용, 목마상을 제작해 의미를 더했다.또 목장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목마 주변에 목책을 설치하는 등 운치를 살려 가족나들이 공간으로 이용되도록 했다. 김재순기자 fidelis@
  • 가마우지·짱뚱어 생태 엿보기

    자연 다큐멘터리의 노하우가 풍부한 EBS가 이번 주에 자연 다큐 3편을 마련했다.‘가마우지,원시를 날다(8일 오후8시)’ ‘조간대(藻間帶)의 비밀’(9일 오후8시) ‘풀섶의 세레나데’(10일 오후8시) 등이다. 가마우지는 원시 조류의 특성을 그대로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새다.국내에서는 백령도 서남쪽에 서식하는 가마우지의 날개는 새의 조상이 가졌던 최초날개에서 별로 진화하지 않았다.육지에서는 거의 이동을 하지 못하고 비행보다는 잠수와 헤엄에 능숙한 점 등 물고기에 가까운 신체구조를 가졌다.몸 전체가 검어 ‘바다의 까마귀’라 불리는 가마우지는 새끼가 어미의 입 속에머리를 집어넣어 먹이를 꺼내 먹도록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가마우지…’에서는 가마우지의 탄생 구애 집짓기 이소(離巢) 독립과정 등을 다룬다.가마우지와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괭이 갈매기와의 갈등관계도 곁들여진다. 조간대는 밀물과 썰물 때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넘나드는곳이다. 폭이 몇 미터 정도에 불과한 좁은 영역이지만 여기에만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다. ‘조간대의…’는 하루에도 몇번씩 차가운 물속이 됐다가 다시 햇빛에 노출되는 환경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다뤘다.제작진은 조간대를 바위해안 갯벌모래사장 등 세 영역으로 구분했다.갯벌에만 사는 짱뚱어 갯강구,바위해안에서만 사는 거북손 등 이름도 낯선 다양한 생물들의 생태가 소개된다. ‘풀섶의 세레나데’는 곤충들이 내는 다양한 소리들을 담아냈다.곤충들은우는 것이 아니라 짝을 찾기 위해 사랑가를 부르는 것이다.곤충 중 수컷만소리를 낸다. ‘풀섶의…’는 카메라맨 출신의 이의호PD 작품으로 프로그램 중간쯤 약 10분 동안 다른 음향은 전혀
  • 천연기념물 원앙 인공사육 성공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의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원앙(鴛鴦)을 사육하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현재 천연기념물을 인위적으로 사육하는 것은 원앙이 유일하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에서 무지개 농장을 운영하는 강문백(40·姜文伯)씨가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원앙을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강씨는 서울에서 10년 남짓한 회사원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한 뒤 사육한 한우 값이 폭락과 폭등을 거듭,불안감을 느끼게 되자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원앙 새끼 몇마리를 분양받았다.야생의 성질을 그대로 갖도록 대형 하우스에연못을 파고,돌을 가져다 놓는 등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원앙 사육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부화.부화율을 높이지 못하면 원앙 수를늘릴 수 없기 때문인데 일년(3∼6월)에 한차례 이뤄지는 산란기간에 알을 수거,인공부화를 시켰다. 지극한 정성을 쏟아도 부화 성공률은 10개중 3개 정도에 그쳐 부화된 새끼는 정성껏 기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 소문을 듣고 원앙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올해부터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판매를 생각하고 있다. 강씨는 “사육을 통해 개체를 늘리고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연상태의 원앙 등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담양 남기창기자 kcnam@
  • 이땅의 텃새 수리부엉이의 일생

    자연 다큐멘터리 ‘시베리아,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 ‘물총새부부의 겨울나기’ 등으로 유명한 EBS의 ‘보물’ 박수용PD가 이번에는 ‘수리부엉이’(17일 저녁8시)로 시청자를 만난다. 수리부엉이는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생을 마치는 텃새로 천연기념물 324호다.앉은 키 80㎝인 수리부엉이의 날개는 쫙 펴면 160㎝가 넘는다.이번프로에서는 수리부엉이 형제의 탄생과 부모로부터 독립,그 뒤 형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경남 김해의 부엉이골.이 곳에 사는 암컷과 수컷 부엉이 두 마리는 새끼 세마리를 낳는다.새끼들은 암컷과 수컷의 분주한 사냥으로 무럭무럭 크던 중둘째가 죽는다.둘째의 시체를 먹이로 물고 온 암컷.셋째는 둘째를 먹는다.맹금류(猛禽類)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암컷은 정떼기에 나섰다.독립한 첫째와 셋째는불안한 공동생활을 한다.그들에겐 분명 서열이 있다.전깃줄에 앉아도 첫째가 위에 앉는다.셋째가 사냥을 하면 첫째가 늘 훼방을 놓는다.함께 살고 있는곳은 첫째의 미래 영역이기 때문이다.‘마주보며 가까이 있지만 커갈수록 형제간에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셋째는 설움 속에서도 꿋꿋이 커 어른 수리부엉이로 자란다. 촬영기간은 10개월이었지만 관찰기간은 6년이다.박PD는 6년 동안 일년에 최소한 2주일 정도를 경남 김해에 머무르거나 그 근처를 지날 때면 반드시 들러 부엉이의 생태를 관찰했다.그래서 둥지를 어디다 틀고 사냥은 몇 ㎞를 이동,어디서 하는지를 알게 됐다.그 결과 부엉이의 이동 경로에 카메라를 미리 설치해 둬 그들의 일상을 담을 수 있었다. 박PD에게 제일 어려웠던 것은 조명.부엉이의 주 활동시간이 밤이라 촬영을 위해서는 자연광에 가까운 빛이필요했다.전체 제작비 5,000만원 중 조명비에 들어간 돈만 1,900만원이다. “찍으면 찍을수록 시청자들에게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보여지는 간접체험밖에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박PD.그래도 우리는 그의 노력 덕분에 새롭고 훨씬 넓은 자연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18일 같은 시간에는 호랑이를 연구해 온 박PD가 그 동안의 조사결과를 시청자에게 보고하는 ‘한국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서’를 방송한다. 전경하기자 lark3@
  • [시베리아 대탐방](9)고르노알타이共의 사슴목장

    ◆고르노알타이스크(러시아 고르노알타이 공화국) 김규환 특파원. 고르노알타이스크 시내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 자동차로 울퉁불퉁한 산골짜기의 좁은 길을 따라 1시간쯤 올라가면,100여마리의 사슴떼가 군데군데 모여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이 운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카른 사슴목장이다.목장 입구에 거대한 사육사(舍)들이 쭉 늘어선 이 목장은 2m 정도 높이의 철조망으로 산골짜기 전체를 둘러막아,사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풀을 뜯어먹을 수있도록 돼있다. 방목장의 둘레는 무려 46㎞. 아나톨리 이바노프 카른 목장 사장(42)은 “이 목장에서는 1,600여 마리의사슴을 사육하고 있다”며 “녹용을 생산하는 수사슴이 700마리쯤 되고 암놈600여마리, 나머지는 새끼들”이라고 소개한다.그는 “생후 3년이 되면 첫번째 녹용을 생산하지만,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 판매할 수 없고,4년째가 되는해부터 생산되는 녹용을 팔고 있다”고 덧붙인다. 녹용은 5∼7년생짜리가 가장 질이 좋은 것으로 치며,11년생이 되면 녹용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질도 크게 떨어져 쓸모가 없어진다.사슴에 따라다르지만 그 뒤에는 녹용 생산이 거의 중단되고 고기로만 팔리는 신세가 된다. 녹용의 생산은 6월 한달동안 이뤄진다.이때 카른 사슴목장에는 뿔을 자르기위해 설치해 놓은 1m×1.5m 크기의 10여개 칸막이가 바쁘게 돌아간다.6월 초순부터 녹용을 생산할 만한 사슴들을 한마리씩,한마리씩 칸막이로 보내 정성스럽게 자르는 탓이다. 사슴 뿔은 자르는 날짜가 각각 따로 정해져 있어,사슴목장에서는 녹용 생산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슴을 출생월일에 따라 서로 다른 칸에 넣어 기른다.이바노프 사장은 “사슴의 뿔이 하트 모양으로 예쁘면 양질의 녹용이 생산되기 때문에 뿔의 모양을 보고 판단한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질이 좋은 녹용을 생산할 수 없어 녹용 생산시기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현재 유통되는 녹용은 시베리아산으로 통칭되는 고르노알타이산과 중국산,뉴질랜드산,일본산 등이 있다.이 가운데 고르노알타이산 녹용이 가장 질이좋다고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녹용은 사슴 뿔의 꼭대기 부분인 납편(蠟片)바로 밑에 있는 것으로,상대(上帶)·중대(中帶)·하대(下帶) 3개 부분으로나뉜다.상대가 가장 좋은 녹용으로 꼽히고 있다. 6월의 녹용 성수기를 맞으면 고르노알타이의 사슴목장들은 세계 곳곳에서몰려든 관광객들로 붐빈다.녹용 엑기스(진액)로 목욕을 할 수 있어서다.사슴뿔을 자르자마자 뜨거운 물에 푹 담갔다가 끄집어내는데,여기서 나오는 진액으로 목욕을 하는 것이다.이바노프 사장은 “예전에는 녹용 진액을 그대로버렸으나, 옛소련이 붕괴되고 개혁·개방 바람이 불면서 녹용 진액으로 목욕하면 몸에 좋다고 알려져 녹용 진액 목욕과 관광을 겸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녹용 진액 목욕이 사슴목장의 또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카른 사슴목장의 40% 정도는 새끼를 낳는 암놈이다.암놈은 한해 한마리의사슴을 낳는 게 정상이지만,그렇다고 해마다 새끼를 낳는 것은 아니다.사슴의 세계에서는 수사슴중 힘센 놈이 보통 10∼15마리의 암놈을 데리고 다닌다.힘없는 수놈들은 암놈을 차지하지 못하는 철저한 적자생존의 원리가 여기서도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슴목장에서 대량 생산된 녹용은 고르노알타이 공화국 대외무역부 관할의 녹용 보관창고로 옮겨져 보관된다.이 보관창고 입구에는 AK소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삼엄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2중,3중으로 자물쇠로 잠겨진문을 열고 들어가면 300평 남짓한 창고 안에는 녹용들이 가득 차 있다. 고르노알타이산 녹용은 최상품이어서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녹용의 수출 단가는 1㎏당 1,000달러선이다.세르게이 부카차코 고르노알타이 공화국대외무역부 수출시장 담당 사장(38)은 “녹용 수출액은 1급 비밀”이라며 “녹용 판매가 국가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한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의 사슴 사육목장은 모두 100여개.이들 목장에서 생산되는 녹용은 연간 20∼25t에 이른다.해마다 2,000만∼2,500만달러(약 240억∼300억원)를 벌어들이는 셈이다.생산되는 녹용의 85%가 홍콩 등 제 3국을통해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사슴 목장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영목장과 개인이 운영하는 사영(私營)목장으로 나뉜다.고르노알타이 공화국 그레고리 차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사슴목장중 규모가 큰 것은 30여개이며 한 곳에서는 1,000마리 이상의 사슴이있다”며 “30∼200마리 정도를 사육하는 중소 규모의 목장은 70여개가 있고,개인이 주로 운영하는 10마리의 이하의 초소형 목장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khkim@. ** 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 인터뷰. ◆고르노알타이스크 김규환 특파원.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녹용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고르노알타이산 녹용을 많이 이용해 주십시요” 국가 최대의 산업이자 외화벌이 수단인 녹용 수출의 홍보맨으로 자임하고나선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의 그레고리 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48).한국·중국 등에서 고르노알타이산의 녹용이 질 낮은 뉴질랜드산과 혼동되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는 그는 고르노알타이산 녹용에 대한 선전부터 늘어놓았다. 남한과 비슷한 크기(9만2,000㎢)에다 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한고르노알타이공화국은 주민들의 75%가 목축업 등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농업은 국영과 개인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농업도 국영이 기본이며,개인 영농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농업 중에서도 사슴·소·양·염소 등 주로 목축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녹용과 사향 등을 팔아 국가재정의 30%를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기본적으로 사슴 사육 등 목축업에 중점을두고 있으며,무진장하게 매장된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볼 때최대의 목표라고 덧붙인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의 산업구조가 농업에 편중된 결과 공산품과 농산품의 가격차가 심화되면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부족한외화를 주로 러시아 연방정부에 의존하다보니 자체적인 경제발전을 기대하기에는 사실상 힘든 상황입니다” 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그러나 고로노알타이 공화국이 해발 4,0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는데다 철도망이 개설돼 있지 않는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기본적으로 뒤떨어져 있어 이곳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금·철광 등자원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삼림자원은 매우 풍부하지만 벌목하는데 필요한 임도(林道)가 제대로닦여있지 않은데다,벌목 장비 또한 부족한 탓에 아직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어 구체적인 삼림개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부족한 외화를 벌기 위해 우선 우주의 기를 받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벨루하 관광과 식물관광,스키관광,사냥관광,계곡물 타기(카누) 등의 관광상품과 전통문화 및 문화유산을 개발,미국·일본·한국·캐나다 등의 관광객을집중적으로 끌어들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연방의 외국인 투자법을 적절히 개정,외국 자본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그는 강조한다. 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외국인들의 자본유치를 위해 특별 조치를 취할 계획은 있지만,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단계가 아니라며 한국과는 녹용 교류에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중국의 신장(新彊)위구르 자치구와 삼림 공동개발을 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고르노알타이의 삼림자원 개발에 한국이 참여하길 바라며,고르노알타이의 자원개발에 한국의 자본을 유치했으면 합니다” *끝** (대 한 매 일 구 독 신 청 2000-9595)
  • SBS ‘백정의 딸’ 신분차별 이겨낸 한가족 감동의 수난사

    “가벼운 시트콤이나 토크쇼만 보다가 오랜만에 만난 진솔한 감동의 드라마에 두시간 내내 가슴속을 시원하게 샤워한 듯 했다”(통신ID nikespray)6일밤 방송된 SBS 설특집극 ‘백정의 딸’은 나흘동안 외화 재탕과 스타모시기로 일관한 설날 특집프로그램 가운데 땀과 눈물이 배인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96년 설 특집극 ‘곰탕’과 이듬해 추석 특집극 ‘새끼’로 인간존중의 메시지에 천착해온 작가 박정란이,딸을 이화학당 졸업식 대표학생으로 길러낸 백정 박씨의 실화를 옮기면서 우리의 신분차별 유습을 되돌아봤다. “애비가 곧 너희고 너희가 애비다”며 천한 신분에 안주할 것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던 백정 이돌(이정길)은 아내를 때리고 업신여기며 한을 삭인다.아내(이휘향)는 참고 견디며 아이들을 키워가지만 세상 사람들은 ‘백정은 사람이 아니며 그의 각시는 더더욱 그러하다’며 마음껏 유린한다. 천한 신분에 대한 저항으로 자결한 아내를 위해 그는 평생 모은 돈을 털어꽃상여를 준비하지만 사람들은 “백정이 무슨 상여냐”며부셔버린다.이에그는 “백정이 배워서 뭐하느냐”며 그때까지 가로막았던 언년이(추상미)의학교 복귀를 되레 적극 권한다. 딸이 약국댁 도련님(유준상)과 정분났다는 소문에 몰려온 그집 권속들은“어디 넘볼 데가 없어서^b77c며 그에게 도끼질을 서슴지 않는다.그는 다리 한쪽을 잃음으로써 언년에게 강한 신분상승 욕구를 제공한다.졸업식날,언년이는그렇게도 감추려 했던 아버지의 신분을 자랑스럽게 공표하고 아버지를 포옹한다. 이 드라마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이들 가족이 세상과의 소통로로 삼아이들의 한이 상징적으로 압축된 묘지장면의 아름다움이었다. 눈밭 속에서 언년이가 도련님으로부터 바깥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권고받은곳도 이곳이고 백정 아내의 한서린 북망행이 이루어진 곳도 바로 이 장소였다. 선굵은 부성을 연기한 이정길,천인 신분과 여성의 이중 질곡에 신음하는 이휘향의 열연은 눈부시게 빛났다.그러나 제작진들이 이들 가족의 수난사에 검질기게 달라붙기 보다는 드라마 ‘국희’의 성공신화에 기대려는 모습과 신분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철지난’ 메시지에 집착,대사가 교훈조로 흐른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화면 곳곳에 본 줄거리와 상관없는 ‘침입자’들이 등장한 것도 흠으로 지적된다. 임병선기자 bs
  • 넉넉한 人情속 전통이 숨쉰다

    설연휴를 맞아 각 놀이공원은 가족이 함께 즐기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차례를 지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아 민속놀이를즐기는 것도 큰 재미이다. ■롯데월드 ‘새 천년의 해오름’을 주제로 한 조선시대 길놀이 형태의 민속퍼레이드가 매일 두차례씩 열린다.5∼6일 가든 스테이지에서는 ‘타악기 연주쇼’,링과 봉을 이용한 ‘멕시코 저글링 쇼’가,4∼6일에는 개그맨 김완섭 사회로 누구나 참가해 즐기는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외줄넘기 등 민속놀이한마당이 열린다. 매직아일랜드에서는 5∼6일 연날리기 행사가,민속박물관 놀이마당에서는 6일 명창 이은주의 경기민요 한마당과 판소리 사물놀이 살풀이춤,그리고 어린이마당극 ‘용궁에 간 토끼’공연이 있다.(02)411-2000. ■서울랜드 5∼6일 분수무대에서는 조선 외줄타기 팀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공연과 뿌리패예술단의 길놀이 및 농악놀이,화려한 북춤이 흥겨움을 더해준다. 삼천리 동산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산가지놀이 칠교놀이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 민속놀이 한마당,복채 3,000원을 받고 새해 운세를 봐주는 점집도 운영한다.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새끼꼬기 닭싸움 제기왕 선발대회에 참여해 푸짐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매일 오후 길놀이·취타대의 민요연주가 설분위기를 한층 돋워준다.이 기간동안 오후9시까지 개장한다.(02)504-0011. ■에버랜드 어우동 춘향이 뺑덕어미 방자 암행어사 포졸 등 민속 캐릭터와에버랜드의 신세대 캐릭터 밀레곤 등이 벌이는 캐릭터 쇼가 글로벌 페어지역에서 열린다.캐릭터와의 기념촬영도 가능하다. 유러피언 광장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굴렁쇠굴리기 등 전통민속놀이 한마당이,4일과 6일에는 야외무대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펼치는 퓨전무대가 마련된다.(0335)320-5000. ■우방타워랜드 젊은이에게 인기 높은 DDR경연대회가 열리며 우승자 시범공연,힙합댄스팀의 축하공연을 폭포광장에서 펼친다. 진입광장에서는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N세대에게 컴퓨터운세를,20대 후반이상 고객에게는 전통점으로 신년운세와 궁합·사주팔자 등을 봐주는 점집을운영한다.연날리기 행사도 열리는데 연을 갖고 가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민속놀이 한마당과 동화속의 캐릭터로 변신하는 캐릭터 체험현장,대구 지방무형문화재 욱수농악의 풍물공연도 흥겨움을 더해준다.8일까지 동춘서커스단공연이 열린다.(053)6200-260∼4. 강선임기자 sunnyk@
  • 간판선수 부상… 프로농구 판도 ‘안개’

    스타들의 부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99∼00프로농구의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규리그 4라운드 중반을 넘어선 2일 현재 간판스타의 부상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팀은 동양과 기아.동양은 지난달 27일 골드뱅크와의 홈경기에서 주포 전희철이 슛을 쏘고 내려오다 발목을 다쳐 공격력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겼다.동양은 전희철이 빠진 1일 꼴찌 신세기에게 덜미를 잡히며 공동7위로 내려 앉아 이미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6강 진출을 위해 1승이 아쉬운동양으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전희철이 언제 부상을 털고복귀하느냐가 동양의 운명은 물론 6강판도 전체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6일 SBS와의 경기에서 게임메이커 강동희가 퀸시 브루어와 부딪쳐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9연패의 수모를 당한 기아는 1일 SBS전에서 용병센터토시로 저머니가 골밑슛을 하고 내려오다 표필상의 발을 밟고 발목인대를 다쳐 비상이 걸렸다.지난달 27일 3주만에 복귀한 강동희의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닌데다 골밑에 구멍까지 뚫려 ‘6강 굳히기’에 큰 차질이 생긴 것. 발목을 다친 현대의 이상민과 종아리근육 파열,교통사고에 이어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진 삼보의 허재도 일단 코트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해 상위권 판도를 안개속으로 몰아가고 있다.특히 현대는 16일만에 복귀한 이상민이 1일 LG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2점차로 져 정규리그 3연패에 ‘빨간불’이 켜졌다.삼보 역시 수술을 거부한 채 초인적인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허재가 끝까지 버텨줘야만 3위 목표를 달성할수 있는 입장. 단독선두에 나선 SK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난달 25일 신세기와의 원정경기에서 포인트가드 황성인이 손목,슈터 조상현이 발목을 다쳤기 때문.조상현은 이틀 뒤 열린 기아와의 부산경기에 결장했고 황성인은 8분여동안 출전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현대와 피 말리는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SK로서는 막판 고비에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유난히 치열한 올시즌 순위 싸움은 막판에 불거진 ‘간판스타 부상’이라는돌발 변수때문에 더욱 혼미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됐다. 오병남기자 obnbkt@
  • [굄돌] 청개구리 예찬론

    우리 동화에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다.불효자요 망나니 청개구리 자식을 둔청개구리 엄마의 이야기로 부모에게 순종하고 효도해야 된다는 것이 요지다. 요즘 어느 TV 광고에 의사가운을 입은 어엿한 스타 청개구리가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미래는 청개구리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화속의 새끼 청개구리는 사사건건 어미의 바램과는 다르게 행동한다.결국어미는 양지바른 산에 묻히고 싶은 생각에 반대로만 행동하는 자식에게 물가에 묻어달라고 부탁하고 죽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을 되지 않으면 안된다.우선 어미가 산으로 가자고 했을 때 새끼는 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요,또한 어미가물로 가자고 했을 땐 새끼는 산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과거 우리 사회는 자식과 부모간의 개성을 존중하기 보다는 무조건 부모의요구를 강요했다.따라서 그 시대의 청개구리는 창조적이고 개성있는 자식으로 비쳐지질 못하고,단지 말 안듣는 말썽꾸러기로 밖에 인식되지 못했다. 물론 엄마에게 마지막 효도를 한 청개구리에게는 비만 오면 목놓아 울어야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는 했다.그럼에도 이제는 청개구리가 환영받아야 시대가아닐까.나아가 21세기는 청개구리 전성시대가 되지 않을까.개성이 경쟁력이며,남이 하지 않는 행동과 생각이 부가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많은 것을 개혁하고 바꾸어야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편견의 흑백논리다.흑백논리의 뿌리깊은 편견이 파격적 개성과 창의력에 의한 대중적 공감대 앞에서 허물어지는 것을 필자는 불과 10년전에 경험한 적이 있다.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는 국내 최초로 대중가수와 성악가를 한 무대에 세워당시로는 파격적으로 가요를 부르게 했다.오늘날 우리음악계에 순수음악과대중음악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의 길을 만들어 ‘크로스 오버’의 활성화를 꾀한 소위 음악의 퓨전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청개구리 근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새로운 청개구리근성이 또 다른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성호 서울 팝스 지휘자
  • [야생동물 밀렵] 실태

    야생동물 밀렵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을 가리지 않고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밀렵도구도 올무,스프링올무,덫(창애),독극물,공기총,사냥개 등 다양하다.또 ‘차치기’,‘벼락치기’,‘굴파기’ 등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전문 밀렵꾼은 줄잡아 2만여명.단속을 피해 몰래잡는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밀렵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밀렵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적발된 밀렵꾼 가운데는 목사도 있다.지난해 11일 경남지역에 대한 단속에서 합천군 묘산면 묘산교회 목사 신모씨가 밀렵을 하다 적발됐다. 밀렵꾼들은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 허탕을 치지 않는다.동네 지리에 밝은 이장(里長)·동장(洞長) 등이 돈을 받고 밀렵꾼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밀렵꾼들은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동물이라고 해서 봐 주지 않는다.값이 나가는 야생동물은 멸종되건 말건 눈에띄는 대로 잡는다.환경부는 지난 14일 경북 울진군 불영계곡에서 멸종위기종인 산양(山羊)을 잡은 심모씨 등 주민 2명을 붙잡았다. 밀렵꾼 중에는 총기를 쓰는 사람보다 올무,덫 등을 쓰는 사람이 더 많다.총기를 이용한 밀렵은 싼 것은 300만원,비싼 것은 6,000만∼7,000만원씩 드는총,경사진 곳을 다니는 데 필요한 지프,사냥개(평균 350만원) 등을 사는 데돈이 많이 든다.반면 올무,덫 등 ‘고전적’인 밀렵도구들은 값도 쌀 뿐 아니라,철물점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올무나 덫을 설치하는 대신 야생동물을 직접 찾아나서는 밀렵꾼들은 공기총보다 사냥개를 이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공기총은 소리 때문에 단속에 걸릴 위험이 높아 98년부터 격감하고 있다.반면 사냥개 밀렵은 소리가 없을 뿐 아니라,포획 성공률이 총기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에는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에 자동차를 주차시켰다가,고라니·노루등이 나타나면 불빛을 비춰 꼼짝 못하게 한 뒤,자동차로 치어 잡는 ‘차치기’,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집을 파내는 ‘굴파기’,미끼를 언덕 밑에 놓고 동물이 건드리면 위에서 바위가 떨어지도록 해 잡는 ‘벼락치기’ 등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전문 밀렵꾼이 아닌 농민들의 ‘다이메크론’이란 맹독성 농약을 이용한 밀렵도 판을 치고 있다.농민들은 청설모,까치 등 수확기의 농작물을 해치는 야생동물을 잡는다는 구실 아래 ‘다이메크론’에 담갔던 볍씨로 야생동물을잡아 식당 등에 판다.흔히 ‘싸이나’라고 불리는 청산가리가 든 콩을 먹고죽은 동물은 내장을 빼고 사람이 먹을 수 있지만,‘다이메크론’이 든 볍씨를 먹고 죽은 동물은 독이 곧바로 동물의 온 몸에 퍼지기 때문에 먹어서는안된다.이 사실을 잘 아는 밀렵꾼들은 ‘다이메크론’으로 잡은 동물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 밀렵이 성행하는 이유는 판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보신용,박제용,동물원 전시용 등으로 꾸준히 팔린다.보신용으로 야생동물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지역 유지도 있다.98년 10월 경남 남해군의 M식당에서 고라니를 먹다 적발된 사람 중에는 부군수,교육장,전문대 학장,면장,군(郡)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문호영기자 alibaba@ *유통은 어떻게 국내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 규모는 연간 3,000억∼3,500억원.12∼13가지야생동물이 박제 또는 보신식품으로 거래된다. 산양(山羊)은 500만원,오소리·독수리는 100만원,노루는 80만원,고라니는 30만원 가량에 팔린다. 밀거래가 가장 성행하는 곳은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서울 경동시장,대구칠성시장.전국의 재래시장에서도 암암리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3곳은 제법 규모가 크다.밀거래상들은 대부분 건강원·탕재원 등의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모란시장은 야생동물 밀거래 체계를 갖추고 있다.전국의 밀렵꾼들로부터 불법 포획된 야생동물을 사들인 뒤 경동시장·칠성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재래시장에 도매로 넘기거나,약재로 만들어 유통시킨다. 유통 및 가공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야생동물 밀거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50여 곳이 밀거래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동시장은 모란시장보다 규모도 작고 거래도 소매로 이루어지고 있지만,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값이 비싸다. 야생 오리 1마리에 8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10곳 정도가 단골 위주로 거래를 하고 있다.칠성시장에서는 20∼30곳이 야생동물을 밀거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밀거래 형태는 비밀 사육자와 밀렵세탁자 등 기업형,건강원 등 도매형 등 2가지로 크게 분류된다.비밀 사육자는 밀렵으로 잡은 야생동물 가운데 번식이 가능한 동물들을 몰래 기른 뒤 새끼를 판다.멧돼지는 물론 고라니,오소리도 사육한다. 밀렵세탁자는 밀렵꾼들로부터 야생동물을 헐값에 사들여 사육하는 것은 비밀 사육자의 경우와 같다.합법적으로 사육하는 것이 다르다. 사육이 합법적이기 때문에 불법 포획된 야생동물을 기르다 적발되도,인공 사육한 것이라고 둘러대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도매형은 대부분 건강원·탕재원들이 여기에 속한다.야생동물을 직접 잡는경우는 거의 없고,밀렵꾼 또는 농민들이 잡은 것을 판다.같은 지역 내 업소들과 연계돼 있으며,주문만 하면 언제든지 야생동물을 살 수 있다. 밀거래상들은 단속 때 적발되도 대부분 벌금만 물고 석방된다.벌금 액수도거래 규모나 이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또 벌금을 내고 풀려나면 얼마든지 영업을 다시 할 수 있다.97년 말 단속 때 7,800만원 어치를 보관하고있다 적발된 경동시장의 한 밀거래상은 당시 80만원의 벌금만 내고 풀려났었다. 문호영기자 *밀렵 근절책은 환경부는 밀렵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부터 야생동물을 몰래 잡는행위는 물론,야생동물 또는 야생동물로 만든 음식물을 사 먹는 행위도 처벌하고 있다.기존 ‘조수 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상 ‘불법 취득’으로간주해 처벌한다는 것이다.현행 법은 멸종위기종의 경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일반 야생동물의 경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는 또 징역형 또는 벌금형과 함께 매매가격의 2∼10배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물리기로 했다.올해 처음으로 밀렵 근절을 위한 예산 5억9,700만원을 확보하는 한편,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대한수렵관리협회 등과 함께 상설 밀렵감시반을 운영하기로 했다.밀렵감시반은 밀렵이 기승을 부리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동안,눈이 내리는 날과 주말 야간에 집중 단속에 나선다. 그러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대한수렵관리협회 등 민간 단체들은 대책의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벌칙을 강화하더라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장문준(張文準) 전무는 “밀렵 근절은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본따 전담 형사부서를 신설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미국의 ‘스페셜 에이전트(special agent)’처럼 밀렵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직책을 만든 뒤,‘스페셜 에이전트’에게 각 지역의 경찰을 동원하고 밀렵꾼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제안이다.그러면 현장 단속에서 기소까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밀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전무는 “벌칙을 강화함으로써 겁을 주자는 것은 과거 국민들 수준이 낮았을 때나 통할 법한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면서 “야생동물을 한 마리 잡았다고 해서 징역형을 구형할 검사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한수렵관리협회 김철훈(金哲勳) 전무는 “수렵인들은 다니는 곳이 밀렵꾼과 같을 뿐 아니라,전문가이기 때문에 척 보면 밀렵꾼임을 금세 가려낼 수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밀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렵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96년 6월 서울 중랑구 묵동에 있는 한 건강원을 덮쳐 산양을찾아냈지만,건강원 주인은 벌금 50만원만 내고 풀려났다”면서 “사법기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렵꾼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호영기자 *순환수렵제도란 정부는 밀렵을 줄이기 위해 81년부터 순환수렵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순환수렵제도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강원,충남·북,경남·북,전남·북등 4개 권역으로 나눈 뒤,권역별로 1년씩 번갈아 수렵을 허용하는 것을 가리킨다.제주도는 매년 수렵이 허용된다.수렵기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지난해는 충남·북이 수렵허용지역으로 지정됐으며,올해는 전남·북에서만 수렵을 할 수 있다. 수렵허용지역에서 사냥을 하려면 1인당 50만원씩 수렵장 이용료를 내야 한다.수렵허용지역이라도 해안에서 1㎞,도로에서 600m,문화재에서 1㎞ 이내에서는 수렵을 할 수 없다. 순환수렵제도는 허가를 받은수렵인들에게만 허용된다.수렵 허가를 받으려면 5과목의 시험에 합격한 뒤,소양교육을 3시간 받고,도시철도채권 75만원어치를 사야 한다.대한수렵관리협회에 따르면 수렵인들이 수렵장 이용료 등수렵허용지역에서 쓰는 돈은 1년에 500억원.반면 수렵인들이 잡는 야생동물의 값은 20억원에 불과하다.수렵인들은 꿩 1마리를 잡는 데 숙식비 등을 합쳐 평균 80만원을 쓴다고 한다. 문호영기자 *대한수렵관리협회 김철훈 전무 “밀렵 단속은 행정력으로는 불가능하며,허가를 받은 수렵인들을 활용하지않으면 안됩니다” 대한수렵관리협회 김철훈 전무는 “밀렵꾼을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수렵인 뿐”이라면서 “밀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렵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수렵관리협회는 95년 1월 수렵인들이 밀렵을 막고 무질서한 수렵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결성한 민간 단체.전국에 15개 밀렵감시단을 운영하고 있으며,각 10명으로 구성된 밀렵감시단은 주로 총기 밀렵을 단속한다.지금까지 600여건,1,260명을 적발해 경찰에 넘겼다. 김 전무는 “제주도처럼 매년 수렵이 허용되는 지역은 수렵이 금지된 지역보다 밀렵꾼이 적다”면서 “수렵허용지역을 확대하고,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렵인 수렵허용지역에서 수렵이 허용되는 4개월 동안 쓰는 돈은 줄잡아 500억원이나 되지만,해당 시·도는 이 돈을 한 푼도 야생동물 보호 및 수렵장 관리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행정당국을 비난했다. 김 전무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꿩 새끼를 잡아 먹는 들고양이,새 알을 훔쳐 먹는 청설모,전기사고를 일으키는 까치 등 해로운 조수를 잡는 감시단원은 총기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문호영기자
  • 조창인 장편 ‘가시고기’

    조창인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도서출판 밝은세상에서 나왔다. 가시고기는 수컷의 새끼들에 대한 사랑이 유달라 부성애의 상징이 되곤 한다.소설은 백혈병에 걸린 열살짜리 아들과 온몸을 바쳐 아들을 사랑하는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다.아버지는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채 이혼당한 처지며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랐다. 2년여 동안 투병했지만 골수이식의 최후 방법마저 기증자가 없어 시도조차하지 못하고 치료비도 감당하지 못하자 아버지는 혹독한 항암치료에 시달리고 있는 아들을 퇴원시켜 강원도 산골짜기로 데리고 간다.산속으로 들어간아이는 소생의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재발하는데 병원에서 최상조건의 골수증여자를 찾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그러나 이혼한 아내가 차가운 마음으로아이를 찾는 가운데 아버지 신상에 뜻밖의 일이 생기고 만다. 가시고기는 새끼들이 떠난 뒤 돌 틈에 머리를 받고 죽는다고 한다.‘가시고기’는 감동적으로 읽힐 수 있는 소설이지만 TV드라마처럼 통속적이다.부성애란 주제를 빛내기 위해 인물이나 상황이 빈틈없이 짜여져 있다.너무 빈틈이 없어 스스로 발전할 생각도 못한채 정해진 결말로만 치닫는다. 김재영기자
  • 야생동물의 세계 생생히 그린「시튼동물기」

    야생동물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시튼 동물기’(논장 전5권)가 출간됐다. 시튼(1860∼1946)은 세계적인 동물학자이면서 소설가,박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동물의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새의 깃털 수를 일일이 셀 정도로 꼼꼼했으며 이같은 관찰을 토대로 동물의 삶을 사실적으로 기술했다. 책은 야생동물들이 갖고 있는 진지한 삶의 자세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는 지혜,어미와 새끼의 관계 등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등장하는주인공들은 실제 존재했던 동물들을 모델로 삼아,생동감을 더한다. 1권에서는 뉴멕시코의 초원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늑대왕 ‘로보’,들판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다 인간에게 붙잡힌 산토끼 ‘워호스’,어린 까마귀들에게 집단생활의 규칙과 먹이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지혜로운 까마귀 ‘실버스팟’ 등이 등장한다. 2권∼5권에는 가족을 잃고 쓸쓸히 살아가는 회색곰과 야생마,빈민가의 도둑고양이 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김명승기자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2)

    ◈창 달린방-안은영◈8.숨쉬는 아이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의 운동화 끈 묶어준다. 미라:(힘없이)엄마가 거울을 모조리 갖다버렸어. 해우:(미라 쳐다보고 무관심하게)그래?미라:(한숨)거울 보는 엄만 엄마가 아니야. 해우:(장난스럽게)엄마가 아니라니,엄마가 두 개니?세개?미라:(웅크리며)연극대본 보면서 거울 앞을 왔다갔다 하는 엄만 늘 뻔데기같았어. 해우:(운동화 끈 다 묶고)다 됐다.(미라 옆으로 앉는다)미라:(잡풀 뜯어서 연못가에 던지며)엄마는 거울에 꿈이 숨겨져 있대. 해우:(양손으로 잡풀 뜯어서 하늘 위로 날리며)꿈?머리 위를 빙빙 도는 꿈말이니?미라:엄만 사람들이 거울을 보며 꿈을 키워간대.어릴 때 거울 앞에 날 앉히고 머리 땋아주면서 꿈이 뭐냐고 묻더라. 해우:(관심 가득한 얼굴로)뭐라 대답했어?미라:내 꿈은 원래 있던 거야.있었어도 고쳤어야 했어.(잡풀,쥐어 뜯어 연못에 던진다.그러나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해우:(미라 머리 위에 떨어진 풀 떼어내면서)꿈을 고쳐?미라:엄만 내 생일만 되면 연필 한 타스를 선물하면서 꼭 극작가가 되어야한대. 해우:작가? 폼 난다. 미라:서랍에 연필이 가득 채워지고 서랍문을 열고 닫기가 힘들어질수록 엄마거울도 점점 늘어갔어. 해우:(풀물이 밴 손냄새 맡고)근데 거울을 왜 몽땅 치우신거야?미라:깨질까봐. 해우:그래 유리는 깨지기 쉽지. 미라:(연못 가까이 가 들여다보며)아니 꿈이 깨질까봐.아-여기로 빠지고 싶다.저 속은 따뜻할 거 같지 않니?(해우를 끌어당기며)여기로 들어가면 쟤네처럼 웃고만 살 수 있을텐데.(뒤로 물러나 앉으며)엄마 꿈은 거울에 있었나봐. 해우:배우라 생각하는 것도 틀리다. 미라:(연못에 손 담그고)아무도 몰라주는 배우였지.몇 줄 안 되는 대사를 밤새 연습하는 엄만 항상 빨간눈으로 날 봤어. 해우: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거지. 미라:(손바닥에 물 담아 밖으로 뿌리며 흥분해서)엄마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 해우:흥분됐겠다. 미라:(바지에 손 닦고)나도 처음엔 떨리는 내 가슴이 흥분인 줄 착각했는데피가 마를 것만 같은 염려였어.대사를 엉터리로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어.어쩔 땐 멍하니 무대에 서서 진땀만 흘리고 아무 말도못했어.극이 끝나면 엄만 며칠을 울면서 매일 전화에다 대고 미안하다,죄송하다 죽음 앞에 선 토끼 마냥 뜀박질을 해댔어. 해우:너무 간절하면 엇나가기 쉽잖아. 미라:아니 소질 없이 욕심 하나로 버틴 거지. 해우:(다리 쭉 펴고)욕심?미라:내가 이름난 극작가가 되면 엄만 주연이 되서 누구보다 무대를 빛낼 수 있대.거울 앞에 날 앉히고 내 꿈을 직접 만든거야.난 꿈이란 건 누군가 만들어 주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하는 정답쯤으로 알았던 거야. 해우:(집게손가락 연필로 풀 휘저으며)어렸으니까. 미라:(잡풀 뜯어 자기 머리 위로 올려 날리면서)아니.난 내가 뭘 원하는지도모른 채 거울한테 복종당했어. 서랍에 연필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질 때쯤 난더 이상 아무런 꿈도 이룰 수 없는 걸 알았어. 엄마가 원하는 극작가는 덩그러니 형체만 있을 뿐이구. 해우:넌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미라:밤새 토끼 눈으로 거울 앞을 왔다갔다 하는 엄마에게 서랍 통을 던졌어.그제서야 거울도 보호받게 된 거야. 해우:(미라 머리 위의 풀 털어 주면서)보호?미라:엄만 절대 깨질 수 없는 곳에 거울,아니 꿈을 숨겼겠지. 결혼식 때 쓰인 풍선이 해우와 미라의 머리에 내려앉는다. 해우,미라 풍선을 치면서 깔깔댄다. 9.거미줄 뜯어먹기해희,전구를 갈아 끼운다. 전구에 빛 들어온다.흔들리는 전구 빛이 방안을 왔다갔다 한다. 해희,해우 눈이 부신 듯 눈살을 찌푸린다. 해희:(앉으며)성당 안나간 지 오래됐다.결혼식 구경도 하고싶어. 해우:지겨워. 해희:왜?너 결혼 축하 곡 듣는 거 좋아하잖아.미라랑 눈감고 감상하던 니가 웬일이니?해우:발 치워!그리고 미라 얘긴 그만 해. 해희:(신이 난 얼굴로 해우에게 바짝 다가가 앉으며)싸웠니?해우:(등돌리고)그만 하라구. 해희:나도 미라 같은 애 싫더라.귀티가 줄줄 흐르는 게 사람 기를 너무 죽여. 해우:출근 안 해?해희:(시계보고 놀라서)아침빵 돌려야 되는데.(가방 들고 일어서며)미친 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두는 잘난 의사때문에 내가 늘 정신이 빠지는 것 같다니까. 해우:미친사람 덕에 밥 먹고 살면서 투덜대긴. 해희:기분좋은 발레리나 신경 긁지 마라. 해우:발레리나?주제에. 해희:(급히 나간다)해우:(씽크대 서랍을 뒤지고 부탄가스 꺼내며)꼭꼭도 숨겼네. 차츰 제자리를 찾는 전구. 해우:(벽에 기댄 채 까만 봉지에 얼굴을 쳐 박고)으으으으….(호흡 점점 빨라지다 스르르 방바닥에 웅크리고 누우며)으으으으….(가늘고 힘없는 목소리로)엄-마. 부탄가스통끼리 부딪쳐 쇠소리 난다. 10.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정신병원 매점해희:(빵과 우유를 셈하면서 낡고 작은 냉장고에 넣으며)열 여섯 열 일곱…. (앉아서 장부 뒤적거린다)잠시초코파이 아줌마:(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으며)니 묵어라. 해희:벌써 주사 맞았어요? 초코파이 아줌마:(두리번거리며)201호 처녀가 또 의사한테 먹혔다구. 해희:(요구르트를 단숨에 빨고 못 믿는 말투로)에이,의사 선생님이요?초코파이 아줌마:(바지 끌어올리며)그 놈은 영계만 보면 환장을 하구 설쳐. 해희:(빵 뜯어먹다가 가슴치고)캑캑!헛소문 많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그 처년 퇴원하기 틀려 먹었데이,쯧쯧. 해희:아줌마만큼 건강해지면 병원 나가죠.병원은 병고쳐주는 곳이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세상으로 못나가게 수갑채운다.누가 모르는 줄 아나.난 멀쩡 혀.미친년들한테 섞여 살란 께 골치가 아퍼 죽겠다. 해희:아줌마도 머리 아프시다고 뒹굴고 약 먹고 그러셨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못들은 척)그 처녀,인제 뱅실도 좋은데로 옮기긋지?어?해희:(걱정스런 얼굴로)이상한 말 쏟고 다니지 마요. 초코파이 아줌마:미친년들뿐인데 내가 누구한테 말을 한담. 해희:내가 보기에도 아줌만 멀쩡해. 초코파이 아줌마:(기분 좋아서)맞다,맞다.(한참 까르르 웃다가 겨우 웃음참고)머,멀쩡하제?마,맞제?(바닥에 뒹굴고 웃으며)마,맞제?해희:그만 해요. 초코파이 아줌마:(웃다가 의자와 같이 넘어지며)마,맞나,안맞나?해희:(초코파이 아줌마 일으키며)괜찮으세요?초코파이 아줌마:(웃음이 멈추지 않아 배를 쥐어짜며)아,아이고 배야,해희:밥을 안드시니까 힘도 없죠?초코파이 아줌마:약 탄 밥을 내가 와 묵노. 해희:약이요?초코파이 아줌마:(웃음 딱 멈추고 주위를 째려보면서)간호사년들끼리 짜고약 탄 거 몰랐나?해희:아줌만 의심병만 고치면 돼. 초코파이 아줌마:(해희에게 귓속말)밥 묵으면 이 병원서 썩어 죽는다. 해희:그래서 초코파이만 드세요?초코파이 아줌마:그럼 나보고 뒈지라꼬?해희:(시계보고)내일 봬요.밥에 독약 같은 건 없어요. 초코파이 아줌마:그냥 가는기가?해희:(가방 메고 장난스럽게)아줌마도 우리 집 가시게요?초코파이 아줌마:약속이 틀리네 오늘이 우리 만난 지…(손가락 셈하며)오늘이 그날인디. 해희:그날이요?초코파이 아줌마:까먹었나?해희:뭘요?초코파이 아줌마:내 새끼 찾아야 되는데.내는 여 있으믄 안 된다. 해희:그래서 탈출이라도 하겠다구요?초코파이 아줌마:(주머니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 초코파이를 꺼내주며)이거다 묵어라.모잘라나?(해희의 가방 안에 초코파이 넣으며)됐제?해희:다 뭐예요?초코파이 아줌마:니 줄라꼬 간식 안 묵고 숨캤다. 해희:아이 잃어버렸어요?초코파이 아줌마:와?니가 찾아 줄라꼬?(손가락 셈하며)딱 니만 하것다. 해희:(혼잣말)엄마도 날 찾고 있을까?초코파이 아줌마:(해희의 가방빼앗아들고)어여 가제이. 해희:(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어 초코파이 아줌마의 머리에 감아주며)내가 봐도 아줌만 환자 아니야. 초코파이 아줌마:(웃음 참으며)아무도 몰라보겠제?해희:(속삭이듯)집 가서 밥 해 줄게요. 11.거미줄 뜯어먹기해희와 초코파이 아줌마가 팔짱끼고 들어온다. 해우:(엎드려 잡지보다가 빼꼼 올려보고)누나왔어?늦었네. 해희:젖 드러내고 있는 거 봐서 뭐해.그림의 떡이지. 해우:(잡지 덮고 일어서며 비꼬듯)누구야?초코파이 아줌마:(해우의 손을 잡고)잘 생긴네. 해우:누구냐구?해희:(망설이다가)그냥 아는 분. 초코파이 아줌마:(해희의 가방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주며)어여 묵어,니 선물. 해우:(초코파이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미친 여자 아니야?해희:손님이야. 해우:(어이없어)환자옷 입고 여기까지…. 초코파이 아줌마:(초코파이 줍고)뱅원에서 일하는 아줌마여.옷이 편해서 빌려 입은기다.그자?해희야.맞제?해우:누나가 말하던 초코파이 아줌마야?초코파이 아줌마:(반가워서)니,내 아나?해우:당신이 미쳤다는 것도 알아요. 해희:멀쩡해,니가 보기에도 미친 것 같으니?잃어버린 자식 있는데 찾아야 된대. 초코파이 아줌마:밥 안 묵었제?(씽크대로 가서 그릇을 뒤적거리며)창문 열자,해희야.답답다. 해우:정신병원에나 돌아가요.여긴 창문 같은 건 없으니까. 해희:아줌마,제가 할게요.밥해서 같이 먹어요. 초코파이 아줌마:(사방을 둘러보면서) 답답해서 우째 사노?그래서 니가 허옇게 얼굴이 뜬 기가?둥근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해희,해우,초코파이 아줌마. 해희:아,참!(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들고)주인집 갔다올게. 해우:안그래도 낮에 변태새끼 몇 번이나 왔다갔어.누나가 언제 쉬는 지도 모르는 띨띨한 놈.그 띨띨이,아줌마 친구하면 되겠다. 초코파이 아줌마:(방긋 웃으며)누군데?내 친구 소개시켜 준다꼬?해희:아니예요. 초코파이 아줌마:내도 같이 가자.내가 친구가 어딨노?소개 시키 도. 해희:식사하세요. 초코파이 아줌마:(실망해서)와?니 애인이가?주인남자,방문 열고 들어온다. 주인남자:냄새 죽인다. 초코파이 아줌마:누고?주인남자:(간드러지게)희야 왔어?초코파이 아줌마:(해희,해우 번갈아보고)희야가 누고?(해희 어깨 치면서)야!니다,해희 니 찾는갑다. 초코파이 아줌마:(정중하게 인사하고)식사 좀 하실랍니꺼?해우:(숟가락을 집어던지듯 상에 내려놓으며)방 값 줘서 보내. 초코파이 아줌마:주인인갑네. 해희:(흰 봉투 주인남자에게 준다)주인남자:(봉투 안에 든 돈 셈하며 씩 웃고)맞네.(간드러지게)앞으로는 날짜지켜. 해희:월급이 늦게 나와서요.죄송해요. 초코파이 아줌마:(흥분해서)하여튼 그 정신뱅원은 똑똑히 된 데가 한군데도없다카잉. 주인남자:같은 직장인가봐. 초코파이 아줌마:(당황해서)아,예 지,지는 의삽니더.바,바빠서 월급도 제때못주고 내가 미안 합니더. 주인남자:희야 월급 챙기랴,환자 보랴 수고가 많습니다. 초코파이 아줌마:약 묵고 주사 맞는 기 힘들지 다른 거는.(놀라 입 틀어막고머리 매만지며)아픈 데 있으믄 말 하이소,내가 봐줄께예. 해우,어이없는 웃음.해희,재미나서 웃음. 주인남자:(설거지하는 초코파이 아줌마 보고 조심스럽게)친척?해희:아,예. 주인남자:(간드러지게)희야,난중에 커피 한 잔 하자구. 초코파이아줌마:해희야,주인님 초코파이 드시라 캐라.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1)창 달린 방

    ◈창 달린방-안은영◈◆등장인물해희·해우·미라·초코파이 아줌마·주인남자◆무대지하단칸방(씽크대가 방 안에 있는 원룸,창문이 없는 게 특징)성당(연못가)정신병원 매점(입원실 내에 위치)성당과 방이 한꺼번에 보여진다. 방 보여질 때도 미라의 기도하는 모습은 풍경처럼 계속된다. 1.거미줄 뜯어먹기조명 밝아지면서 해우의 신음소리 더 고통스럽게 난다. 해우,붕대 감긴 팔목을 감싼 채 까만 봉지에 얼굴 처박고 있다.호흡 빨라지다가 잠시 후 스르르 방바닥에 웅크리고 눕는다.일회용 부탄가스,해우의 몸에 깔리고 부딪쳐서 쇠소리 낸다. 해우:으으으으…으으으으…. 해희:(방문 삐그덕 열고 들어 와)미친사람한테 파묻혀 나까지 도는 건 아닌지 몰라.(해우보고)너 또!(해우를 일으켜 흔든다)해우:(신음소리만)해희:(해우 쥐어뜯으며)너 감옥 가!더 이상은 나도 못 참아.(식탁보로 덮어놓은 밥상을 들쳐보고)며칠 째 밥도 안 먹고 죽으려고 작정 했어!(부탄가스통 내 동댕이치고)나가 죽어!나가!(주저앉아 얼굴 감싸고 흐느껴 운다)낮은 천장에 매달린 오래된전구,깜박깜박. 2.사팔뜨기 사랑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연못에 꼬챙이 담궈 휘젓다가 돌멩이 두 개 찾아낸다.각자 발등에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해우:저 신랑 신부,주말 마다 성당서 섹스한 거 아니?미라:설마. 해우:(발등의 돌멩이 떨어뜨려 안타까워 하며)어제도 봤어. 미라:(떨어지려는 돌멩이,똑바로 얹고 절룩다리로 연못가 가깝게 가며)왜 여기서 했을까?해우:(돌멩이 다시 발등에 얹고)우리도 그러자. 미라:(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진다.물 조금 튄다)뭘?해우:(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질 뻔 한다.물 조금 튄다)사랑. 미라:(한쪽다리 들고 발등의 흙 털면서)사랑?해우:(새끼손가락 보이며)약속 해. 미라:(새끼손가락 걸고 흔들며)꼬옥-꼬옥-약속해. 3.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희:(훌쩍거리며 설거지한다)해우:(몽롱한 얼굴)누나,일찍 왔네. 해희:…해우:(몸에 전율이 온 듯 재빨리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구석에 부탄가스통이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떨군다)해희:경찰서 가자. 해우:(머리가 아파 미간을 찌푸리고)다신 안 그래. 해희:팔목은 또 뭐야?말 안 해?해우:고무장갑 치워.앗,차갑다니까.(천장 본다)전구,깜박 깜박. 해우:(서랍장 뒤지며)불 나가겠다.전구 사 둔 거 있지?해희:미라 때문이니?해우:(서랍장 뒤지면서)없네. 해희:그 년이 나보다 중해?해우:미라 얘긴 하지마. 해희:(비웃으며)왜?해우:(문 박차고 나가며)씨팔. 해희:어디 가!4.까마귀야 안녕?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앉아서 연못에 흙가루 뿌린다. 해우:(눈에 흙 들어가 눈 비비며)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게 뭔 줄 아니?미라:(해우 눈에 바람불어주며)후--하늘과 후--땅. 해우:(연못에 조약돌 던지고)그건 세상에 속하지 않아. 미라:(해우가 쥐고있는 조약돌 빼앗아 연못에 던지고)죽음인가?생명?해우:(손 털고)누나는 햇빛이라는데 난 지금 들리는 결혼 축하곡 같아. 미라:(바지에 손 닦고 해우 뒤에 가서 허리 꼭 잡으며)오토바이 탈 때만 빼고 넌 시시해. 해우:(뒤돌아보고)좋아?미라:(눈 살짝 감고 입맛 다시며)오토바일 타는 니가 싫지만 멋 나. 해우:(속삭이듯)오토바이는 우리 존재만 빼고 세상을 다 녹여 주잖아. 미라:(눈 꼭 감고 해우 귀에 대고 귓속말)우릴 따라 잡지도 못해. 5.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우,전구 보고 눈살 찌푸리며 들어온다. 해희:어디 갔다 와?해우:(힘없이)전구 사러.(전구를 갈려다가 바닥에 떨어뜨린다)전구,깨진다. 해희:(비명)해우:(깨진 전구,쓰레받기에 주워 담는다)해희:(비명)해우:(전구에 찔려)아!해희:(더 큰 비명)해우:(찔린 손을 빨며)시끄러! 해희:(해우의 손보고)유리 박혔어?해우:(붕대 감긴 손목이 해희의 몸에 부딪치자)아야. 해희:얼마나 다쳤길래 그래?풀어. 해우:누나가 의사라도 돼?해희:풀어!해우:됐어. 해희:안 풀래?해우:됐어. 해희:어휴!(주저앉아 해우보고 눈 흘기고 흐느껴 운다)해우:(미안한 듯)하긴,누나는 정신병원 있으니까 환자들 가끔 봐주기도 하겠다. 해희:(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은 채)내가 왜 봐주니?의사,간호사는 노니?(손등으로 눈물 닦고)나갔다 올게.(방문 열려다 깜짝 놀라)왜요?주인남자,실실 웃으며 방에 들어온다. 주인남자:(해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퇴근한 건가? 해희:방 빼라구요?주인남자:(투덜대며)전구가 와이래?와이리 빤딱빤딱 난리야. 해우:나이먹은 전구,뒈질려구 그러죠. 주인남자:(놀라며)도,동생 왔어?(애써 웃는 얼굴 만들며)언제 온거야. 해우:전구 하나만 얻읍시다. 주인남자:오늘안으로 방 값이나 내. 해우:변태 같은 새끼. 주인남자:어이?해우:나이 먹어 가지고 미친놈. 주인남자:어이?해우:설마 했더니 진짠가 보네. 해희:(해우의 팔 잡아끌려고 애쓰며)내일 월급 받는다 했잖아요,퇴근하자마자 줄께요. 해우:(해희의 말 끝나기도 전에)어린 계집들 앞에서 불알 놀려댄다구?주인남자:얼어죽고 싶어 환장했구먼!해우:환장은 당신이 잘하는 거고!주인남자:쫓겨나고 싶나!해우:(비꼬아)누나 병원 가고싶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났수!해희:해우야!(주인남자에게 굽신거리며)가세요,예?죄송해요. 해우:누나!해희:가세요,예?주인납자:(해희의 엉덩이 톡톡 치고 윙크하며)희야는 난중 커피 한 잔 하자구. 해우:개놈. 해희:쉿!주인남자,문 모서리에 머리 부딪쳐 신경질 내며 나간다. 해우:조심해. 해희:그러니까 집 비우지 마.(큰 자물쇠가 걸려 있는 방문고리를 가리키며)솔직히 나도 겁나. 해우:앞으론 집 안 비울께. 해희:공터에서 아줌마끼리 주인아저씨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해우:어디?해희:집 앞 공터. 해우:불타 없어진 집?해희:나까지 이상하게 본단 말야. 해우:누나가 뭘!해희:(잠바를 걸치며)전구나 새로 사와야겠다. 6.벽안의 벽,또 그 벽 속의 벽. 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와 미라,발등에 조금 무거운 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미라: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해우: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미라:(절룩걸음 점점 빠르게 가서 돌멩이,연못에 던지며)빨주노초파남보,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해우:(미라 뒤를 이어 돌멩이,연못에 던진다)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미라:(발등 털면서)하숙생,집나갔어. 해우:(주저앉으며)어?미라:(해우 옆에 앉고)돌 할머니를 훔쳐갔어. 해우:소원들어 준다던 돌?미라:(애처로워서)일 억 년밖에 안된 젊은 돌인데. 해우:그럼 소원은?미라:(하늘보고)소원은 소원이기에 소원인거야. 해우:(장난스럽게 울먹이는 표정)불쌍한 소원. 미라:(해우보고)소원의 소원은 뭘까?7.거미줄 뜯어먹기해희:(전구를 갈아 끼우며)됐다. 흔들리는 환한 전구. 전구 빛이 방안을 왔다갔다한다. 해희:(빛처럼 환하게)꿈같아. 해우:(어둠처럼 시무룩하게)꿈 깨. 해희:(숨 깊게 들이마신다)해우:꿈 깨라구. 해희:(눈 찌푸리고)새 전구 갈 때마다 눈부셔.엄마 만나는 것 같아. 해우:(해희 툭,툭 치고)꿈 깨. 해희:(고개 갸우뚱,갸우뚱)엄만 꿈처럼 멀까?빛처럼 가까울까?제자리를 찾는 전구,작게 떨린다. 해우:(건들대며)미쳐가는군. 해희: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미친 거니?해우:같이 미쳐갈 수는 있겠지. 해희:멀쩡한 사람,환자취급 받더라,뭐.꿈을 쫓다 미칠 수도 있지.그걸 모르는 니가 가엾다. 해우:(비웃으며)꾸미기 숙제해?해희:(편안하게 누워 전구 보면서)난 느껴. 해우:(어이없어 하다가 전구에 어깨를 부딪친다)흔들리는 전구. 사방을 도는 빛. 해우:(물 벌컥 들이키다가 일부러 엎지르고)현실은 이런 거야. 해희:(일어나 찌푸린 얼굴로 걸레질하며)뭐하는 짓이야!해우:쏟고,마르고,걸레같은 데 몸긁히고 색깔도 없이 죽는 게 현실이라구. 해희:겁을 온 몸에 바르고 사는 인간이나 그런 식으로 둘러대기에 바쁘겠지,(손가락질)너같이. 해우:꿈을 못 꾸게 만든 것도 엄마가 저지른 죄야. 해희:니 스스로 내린 생각일 테지. 해우:꿈은 꿈일 뿐이야. 해희:(설득하려는 듯이)우리도 엄마가 있었다면. 해우:(말 가로막고)그래,꿈같은 거 먹어가면서 별보고 기도도 하겠지. 해희:세상을 바로 못봤을지도 몰라. 해우:(실실 웃으며)세상을 뒤집는 게 내 꿈이야,소원이구. 해희:힘들고 차가운 세상일지라도 세상 준 엄마한테 감사해. 해우:그래서 주인남자한테 언제 당할 지 몰라 자물쇠로 무장하고 살어?해희:(능청스레)내 공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 해우:쥐새끼도 살기 싫어 도망가는 이런 방이 그렇게도 아늑하셔?해희:(전구를 가리키며)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해. 해우:이런 방에서 상상력까지 키웠어?해희:(전구를 가리키며)저건 아무한테도 도둑 당할 염려 없는 우리 빛이야. 해우:숨막히게 할 뿐이지.가스통이 없으면 아무 것도 상상 못 해. 해희:(화가 나서)뭐?(치워놓은 가스통 봉지를 쥐어뜯으며)이게 니 머리를 썩게 만들었어!(비명 지르며 가스통을 이리저리 집어던진다)가스통에 전구가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깨진다. 어둠. 해희:(소리,지친 목소리로)니가 말한 게 이거니?좋아?해우:(소리)유리 조심해. 어둠 속에서 깨진 전구를 치우는 해우의 몸소리. 해희:(소리)그래 넌 어떤 상상을 하게 되는데?해우:(소리,유리에 찔려)아야!해희:니 가슴으로 세상을 보면 갈기갈기 찢겨서 결국엔 피만 토하게 될꺼야. 문이 삐그덕 열리는 소리. 주인남자:(소리,간드러지게)희야?(놀라서)엄마나,이 놈들이 집 갖고 튀었네!방!방을 갖고 도망을 갔어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3)

    12.웃어요,하!하!하!웃어봐요. 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눈감은 채 무릎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해우:지난주에 나이 든 신랑 신부가 결혼했어.한동안 왜 안 왔니?몸살났다구?미라:결혼 축하 곡 지겨워졌어.다신 안 와. 해우:언젠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다며. 미라:내가 하고 싶은 게 뭔 줄 알았어. 해우:(기뻐서)잘됐다.뭔데?미라:모델. 해우:(고개 갸우뚱)모델?미라:어,누드모델. 해우:(눈뜨고 놀란 얼굴로)농담 마. 미라:사람들 눈을 끌고싶어. 해우:(미라의 손을 붙잡고 흔들며)미쳤어!미라:비록 엄만 사람들 눈에 들어차지 않는 인생을 살지만 난 달라.내가 부끄럽다면 헤어지자. 해우:(미라의 손을 세차게 흔들며)여태 기도한 건 뭐야!뭘 위해 기도한 거냐구!미라:(눈감은 채)날 위해. 해우:널 위한 게 이래?미라:이 거야. 결혼식 때 쓰인 풍선이 해우와 미라의 머리에 내려앉는다.해우,신경질적으로풍선 쳐서 날려보낸다. 해우:(안타까워서)미라야. 미라:거울처럼 빛나는 인생을 만들겠어. 해우:난 너 예전의 모습이 좋아. 미라:기도하는내 모습만 본 니가 바보같다.난 더 이상 어둠세상에서 제자리걸음따윈 안 해.이건 마지막 기도야. 해우:미쳤어?정신차려. 미라:내가 빛 받을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해우:눈 떠!창녀 같은 년이 될 거면서 뭘 위해 기도해!(미라 세차게 흔들고)눈 떠!미라:돈 많이 벌어서 너 같은 고아들 잘해줘라. 해우:(미라 머리를 치며)눈 떠!미라:(눈뜨고)이제 세상이 똑바로 보인다. 해우:미라야…. 미라:너도 똑바로 봐.기도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게 아냐.또다른 세상을 보는 것일 뿐이지.앞으로 우리 시간낭비 말자. 해우:엄마가 또 널 거울 앞에 세워두고 꿈을 정해준 거니!미라:처음으로 내가 생각해 낸 꿈이야. 결혼 축하 곡 뒤로 이어지는 즐거운 사람들의 함성. 13.거미줄 뜯어먹기초코파이 아줌마:(해우 보고)손은 와 그렇노?해희:성당에도 안가고 집에만 있는 너 수상해. 해우:성당가면 미라 꼴보기 싫다고 난리더니 잘됐잖아. 해희:아니,그건….하도 잘난 척 하고 깝죽대니까. 초코파이 아줌마:병원은 가본 기가?잘못하면 상처 곪는데이. 해우:새벽까지 오토바이 타고 대학로 달렸어.거기 어린 계집애 많잖아. 해희:(해우 이마 툭 건드리고)넌 다 컸니?해우:(오토바이 손잡이 잡는 시늉하고 인상쓴다)태워달라고 서로 난리치길래 중삐리 계집애 태우고 미친 듯이 최고속력으로 달렸어.미라도 세상도 지 맘대론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그러다가 트럭이 오길래 피하려다 박살났지 뭐. 걔는 아스팔트에 얼굴,가슴이 다 갈렸어.가슴 한쪽은 나가떨어졌을걸. 해희:(인상 찌푸리고)으-. 해우:걔가 피범벅돼서 아스팔트에 뒹구는데 난 놀라서 도망쳤어.팔목도 그때 다친거야.살이 나가서 뼈가 보여.흉칙해서 붕대 감은 거구. 해희:병원은?태우:가면 잡혀.자세히는 모르겠는데 경찰이 내 옆모습 정도는 확실히 찍었을 꺼란 말야. 초코파이 아줌마:아푸겄다. 해희:(인상쓰고)뼈가 갈렸다는데.(해우 등 후려치며)그렇다고 가스를 불어?해우:다른 세상에 들어가고 싶었어. 해희:(흥분해서)가스불면 니가 생각한 세상이 진짜가 돼!해우:당분간 밖에 안나갈테니 구박하지 마. 잠시해희:(마음을 가라앉히고 초코파이 아줌마에게)동생이 지금 연기하는 거예요.심통을 잘 부리거든요.전요,발레리나가 되는 게 꿈이예요. 해우:누나가?살찐 몸으로 무슨.(깜박 잊고 붕대감긴 손으로 태희의 아랫배를 툭 친다.금방 미간을 찌푸리고)아-야. 해희:(금이 가서 까만 테이프로 길게 붙어놓은 거울 앞에 서서 단발머리를귀 뒤로 넘긴다.거울이 작아서 정작 몸은 보이지 않고 얼굴만 보인다)이 정도면 날씬하지.(까치발)초코파이 아줌마:(해희 뒤에 서서 까치발하고 거울 보려고 애쓰며)발레리나가 뭐꼬?요로콤 추는 거 맞제?해희,초코파이 아줌마.손을 잡아가면서 신나게 춤춘다.둘의 머리가 전구에닿는다. 방을 빙빙 도는 전구빛. 해우:정신없어. 해희,초코파이 아줌마.까르르 웃으면서 더 신이 난 얼굴로 춤춘다. 해우:누나까지 돈 거야!해희,초코파이 아줌마.느린 동작으로 춤춘다.웃음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크다. 해우:시끄러!초코파이 아줌마:(어지러운 듯 벽을 붙잡고)해희야,동상이 신경질 났나부다. (해우의 손을 잡고 빙빙 돌며)심심나?니도 해봐라. 해우:(손을 뿌리치며)아직 덜 미쳤군. 해희:(벽치고 돌면서)연탄불갈아야 되는데. 해우:(방문 열고 나간다)해희,초코파이 아줌마.방바닥에 주저앉아 빙빙 도는 전구 올려다본다. 차차 제자리를 찾는 전구. 초코파이 아줌마:동상은?해희:(어지러워 눈감고)햇빛 훔치러. 초코파이:덥은디.창문 열자. 해희:금방 추워져요.그리고 창은 없어요. 초코파이 아줌마:만들자. 해희:예?초코파이 아줌마:색깔 나는 거 없나?해희:(서랍을 뒤져 크레파스 한 자루를 꺼내들고 웃음)해희,초코파이 아줌마,크레파스로 벽에 네모를 크게 그린다.먼지 묻은 아이보리색 커텐,발 밑에 있다. 해우:(투덜거리며 들어와)이 방은 불이 너무 잘 죽어,숯 피웠어.(해희 보고)근데 벽에다 웬 낙서야?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해희:(선 굵게 그으면서)뭐 하는 것 같니?해우:변태새끼가 알면 우릴 죽이려고 들 걸. 해희:주인아저씨가 무슨 수로 알겠어?벽면 반쪽이 창문으로 둔갑했다. 해희:어때?그럴싸하지?망치 가져와 봐. 해우:못 박게?해희:커텐 달아야지. 해우:칫. 탕!탕!탕!해우의 못질. 해희,크레파스로 그린 창에 커텐 단다. 해희:속이 확 트이는 것 같다. 해우:칫. 잠시전구를 반 만 돌려서 약하게 켜놓고 자는 세 사람. 해희:(웅크리고 끙끙댄다)어-해우,초코파이 아줌마.머리가 아파 미간을 찌푸린다. 해희:(몸 뒤척이고)으으…해우:(입맛 다시고 머리맡에 있는 주전자,더듬거리며 집어들고 흔들며)언제다 마신 거야.가스도 없을텐데.(일어서서 전구불 환하게 켠다)해우 머리에 부딪친 전구빛,온 방을 심하게 돈다. 해희:으으…. 해우:누나,어디 아퍼?이게 무슨 냄새야?아,머리야.(초코파이 아줌마를 흔들어 깨우며)일어나 봐요!초코파이 아줌마:(일어서려다 넘어지고)무신 냄새고?연탄깨스 아이가?해우:(해희 흔들어 깨우며)누,누나!정신 차려 봐. 해희:(눈 겨우 뜨고)몽롱한 기분 괜찮네.니가 왜 가스 부는지 알겠어.나도잠시 나마 창고 같은 지하 방 잊고싶다.꿈속에서 엄마도 봤어.초코파이 아줌마처럼 엄마마음도 참 따뜻해. 해우:정신차려. 해희:갑갑해.창 열어.우리 방에도 창문 있잖아.찬바람 쐬고 싶어. 해우:헛소리 마. 초코파이 아줌마:(비틀비틀 창가로 걸어가 커텐을 젖히려다가 넘어진다.주저앉아 벽에기대어)아이고,대갈박아…. 해우:(해희를 일으켜 앉히며)병원 가자.(자물쇠 빼서 던지며)이 따위가 누날지켜줄 것 같애!해희:괜찮대두.너 잡히면 안되잖아.자물쇠 채우는 건 더 싫어. 초코파이 아줌마:(귀 틀어막고 크게 하품,몽롱한 얼굴로 머리 흔들며)대갈박 아퍼 죽겠데이. 해우:(해희 일으킨다)해희:해우야,난 우리 인간들 가슴에 맑은 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좀 전에 내 가슴에 유리창이 달린 걸 봤어.창은 아주 컸어. 흔들리던 전구,차츰 제자리를 찾다가 어둠. 창문 틈으로 빛 들어오고 커텐,바람에 휘날린다. 바람,점점 강해질 때 천천히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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